[갓 구운 책] 늦깎이 시인이자 역사동화작가 문영숙, 갈급함을 거름으로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6-04 18:00 수정일 2018-06-05 09:31 발행일 2018-06-04 99면
인쇄아이콘
무덤 속의 그림’ ‘엄마의 날개’ ‘에네껜의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독립운동가 최재형’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 등의 역사동화작가이자 시인 문영숙의 자전적 이야기
x9788997639953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출간(사진제공=서울셀렉션)

꽃은 계절 따라 일정하게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사람 꽃은 환경 혹은 사정에 따라 일찌감치 피기도 혹은 느즈막하게 만개하기도 한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의 저자 문영숙은 나이 50에야 시인으로, 역사동화작가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딸’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4년이나 미뤘던 아버지, 소아마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열 살에야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한 저자는 중학교 진학도 힘든 형편이었지만 장학생으로 고등공민학교(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에게 중학교 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졸업했다.

책에는

18세기 황제 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보수적인 남편, 7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큰 사랑을 주신 시아버지, 살뜰한 딸의 지원으로 치른 검정고시, 늦깎이 대학생활 등 단 한순간도 녹록치 않은 삶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저자의 일생이 담겼다.

‘무덤 속의 그림’ ‘엄마의 날개’ ‘에네껜의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독립운동가 최재형’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 등을 발표하며 역사동화작가로 자리매김하는 소소하지만 치열했던 삶이 담겼다.

이제는 다정한 목소리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에 스스로에게 “고맙습니다, 내 인생”이라고 외치곤 한다. 갈급함을 거름으로 늦게 핀 꽃, 문영숙은 그렇게 더 아름다워질 내일을 꿈꾸며 매일 컴퓨터 앞에 앉는다. 뜨겁고 치열하고 아슬아슬하게.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