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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총평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내가 질문한 모든 집단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없는 곳으로, 한 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겼다.” 생각보다 세상은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그가 강조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13가지 선입견을 팩트를 중심으로 점검하고 올바른 답을 제시하려 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좀 되었지만, 최근 시내의 한 대형 서점에서 특별 코너까지 만들어 판매할 만큼, 오히려 더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만큼 내용의 참신함과 정확성이 눈길을 가게 만든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팩트 1 -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별로 높지 않을 것 같지만 60%가 답이다. 세계 인구의 다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 지역에 살까? 답은 중간소득국가다. 지난 20년간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다지 많을 것 같지 않지만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70세, 정확히는 72세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5세 미만 아동은 20억 명이다. 그럼 2100년에 이 수치는? 정답은 ‘그대로’이다. 2100년에 세계인구는 40억 명 증가가 전망된다. 어떤 계층이 증가할까? 답은 성인인구(15~74세)다.* 팩트 2 - 지난 10년간 연간 자연재해 사망자 수 증감은 어떨까? 믿기 어렵겠지만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인구는 어디에 가장 많을까? 아시아가 40억 명,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유럽이 각각 10억 명 씩이다.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 받은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무려 80%다. 전 세계 30세 남성이 평균 10년간 학교 다녔다면 여성은 어느 정도일까? 정답은 9년으로 별 차이가 없다. 호랑이와 대왕판다, 검은코뿔소가 1996년에 모두 멸종위기종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이 중에 누가 오늘날 더 위급한 단계의 멸종위기종일까? 답은 ‘없다’이다.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무려 80%다. 앞으로 100년 동안 평균기온은 어떻게 될까? 이것은 조금 예상이 가능하지만 ‘더 더워질 것’이 정답이다.* 더 이상 ‘가난한 개도국’은 없다 - 오늘날 75%에 이르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소득 국가에 거주한다. 저소득 국가의 삶을 실제보다 훨신 안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오해를 갖게 한다. 세계은행도 마침내 개도국과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앞으로는 세계를 네 단계 소득 집단으로 나누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들은 대부분 그대로 쓰고 있다.* 네 단계 국가론 - 세계은행 분류의 분류 기준이다. 소득 1단계 국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우간다 네팔 북한 예맨 등이다. 2단계 국가는 잠비아 카메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케냐 방글라데시 베트남 모로코 필리핀 수단 등. 3단계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쿠바 몽골 이란 태국 베네수엘라 칠레 등이다. 4단계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터키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다.* 기대수명 최고부자 나라 싱가포르 - 최고 수준 기대수명과 최고 부를 가진 나라는 싱가포르와 스위스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카타르 등이다.* 세계 극빈층 격감 -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전 세계에서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1997년에는 인도와 중국 총인구의 42%가 극빈층이었다. 2017년에는 인도가 12%까지 떨어져 무려 2억7000만명 줄었고, 중국은 0.7%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오늘 날 전 세계 기대수명은 72세 - 2017년 현재다. 1950년 이후 평균 기대수명 급속히 상승했다. 오늘날 아프리카 신생아의 평균 수명도 65세다. 세계 평균인 72세보다 높은 아프리카 나라도 5개국에 이른다.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이집트 등이다. 서유럽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2세에 이른다.* 중국 대기근에 1960년대 세계 기대수명 격감 -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잠시 세계 평균 기대수명이 재차 격감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중국에서 1500만~4000만명이 굶어죽는 대기근 발생한 탓이다.* 범죄가 줄어드는데도 늘어난다고 오판 - 미국에서는 1990년 이후로 범죄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1990년 1450만 건을 약간 밑돌다 2016년에는 950만 건에 못 미쳤다. 그런데도 뉴스는 항상 일어나는 나쁜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부정 본능을 자극했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인구 증가의 중심은 ‘성인 인구’ - 유엔은 2100년까지 세계 인구가 40억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15세 미만의 아동 인구나 7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늘지 않고, 그 중간의 성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추정했다. 출생률이 이미 정체된 상황에서 이는 현재 어린이가 성인으로 크는 것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구 성장을 멈추려면 - 인구 성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게 증명된 방법은 국빈층을 없애고 교육과 피임을 비롯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진 부모는 자녀를 더 적게 낳는 쪽을 선택해 왔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넷은 무엇? - 뱀과 거미, 높은 곳, 그리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이라고 한다.* 방사능보다 ‘방사능 공포’가 더 위협적 - 2011년 동일본 지진 때 일본 본토가 약 2.5미터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 때 발생한 쓰나미로 약 1만 8000명이 숨지고, 탈출 과정 혹은 탈출 후에 사망자가 1600명에 달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 보다는 방사능 공포였다. 대중은 화학물질 오염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거의 과대망상 수준에 이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화학물질 공포증’이다.* 테러 사망자 급증 - 세계 테러 데이터베이스라는 사이트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15만 9000명에 이른다. 그 전 10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탈문명’으로 아동 생존율 증가 - 세계적으로 아동 생존율 증가의 절반은 엄마들의 탈문명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아예 병이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1, 2단계 나라에서 보건 의료 발전에 투자하려면 초등학교, 간호 교육, 예방접종 에 투자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학병원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애기다.* 부자나라임에도 기대수명 짧은 나라들 - 페르시아만 연안의 부유한 국가인 오만과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다. 미국은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약 9400 달러로, 다른 4단계 자본주의 국가의 약 3600달러보다 2배가 넘지만 다른 나라들 보다 기대수명이 3년 짧다. 미국보다 기대수명 높은 나라는 39개국에 이른다.* 항공료보다 비싼 난민 고무보트 비용 - 2015년 난민 4000명이 탄 고무보트가 지중해에서 뒤집어져 탑승자들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난민이 탈 소형 고무보트 한 자리를 얻으려면 1000유로를 지불해야 했다. 이는 터키~스웨덴 항공권 가격인 50유로 보다 비싼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불법 이민에 대처하는 규정을 정한 2001 유럽 이사회 지침 때문이었다.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을 유럽에 들여보내는 모든 항공사와 선박회사는 그 사람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비용 전부를 지불해야 하도록 규정했다.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유럽 난민의 배는 무조건 압수되므로 배를 한번 밖에 못쓰는 것도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던 한 원인이었다.* 대기 오염은 50년 이어온 선진국 ‘원죄’ - 오늘 날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현재 4단계 삶을 사는 나라들이 지난 50년간 배출한 것이다.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보다 2배 많고 인도보다 8배 많다.* 중국 한 자녀 정책은 마오저뚱 탓이 아니다? -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6명에서 3명으로 급감한 것은 한 자녀 정책 나오기 10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한 자녀 정책은 마오저뚱이 죽은 뒤 도입된, 마오저뚱과는 무관한 정책이란 얘기다.* 기후 난민은 오해? - 많은 활동가들이 습관적으로 모든 문제를 기후 탓으로 돌리면서 기후를 다른 모든 세계 문제의 단일한 원인으로 꼽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이주의 관계는 대단히 미약하며 사실상 고의적 과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 5가지 - 저자는 전 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금융 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그리고 극도의 빈곤이라고 말한다.* 극빈층 아직도 8억명 - 그 어느 때 보다 줄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8억명이 극빈층이다. 해결책은 평화, 학교 교육, 보편적 기초의료서비스, 전기, 깨끗한 물, 화장실, 피임, 그리고 시장의 힘을 가동할 소액 대출 등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27 11:01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국 경제, 딱 한번의 기회가 있다> 최남수

총평 경제신문과 지상파 방송사를 거쳐 YTN 사장까지 역임했던 저자는 경제전문가다. 그가 보기에 이제 우리 경제는 ‘성장’을 중시하는 오른손과 ‘분배’를 중시하는 왼손을 다 같이 써야 할 때다. 저자는 주주만이 아니라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기업의 목적으로 삼는 ‘양손잡이 경영’이 필요하다고 주창한다. 지나치게 분배에 기우는 듯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보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리는 현명함을 주문한다. 대기업들에게는 혁신과 창의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는 한편으로, 정부 경제정책의 전향적인 변화와 혁신을 촉구한다.◇ 세계경제에 잇단 경고음* 짐 로저스의 경고 - “앞으로 1~2년 사이에 내 평생 최악의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전 세계 부채액이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얽히면 어마어마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난 것을 우려해 한 말이다. 전 세계 GDP 대비 채무 규모가 2.9배에서 3.2배로 확대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대규모로 찍어낸 결과다.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질 우려도 높다. 실제로 미국 FRB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을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한다. 미국 국가기업경제협회(NABE)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2021년말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세 차례 경제위기’ 뇌관은 모두 ‘금융’ - 닷컴 붕괴를 빼면 모두 금융 부문이 뇌관이었고, 다음 위기도 그럴 우려가 크다. 금융위기 후 급증한 부채 수준이 문제다. 세계은행은 이미 네 번째 부채 축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부채 급증이 최대 난제다. 100개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170%로 급상승했다. 부채가 늘어도 경제 성장은 둔화되어 문제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 국가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돈줄을 풀어 문제가 가려져 있을 뿐, 양극화 심화와 노동력 증가 둔화 등에 따른 만성적 수요부족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도화선은 어디? -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급속한 부채 축적과 함께 미국과 중국 경제의 향방이 키를 쥐고 있다. 특히 두 나라가 안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역마찰이 재연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기업투자는 줄고 있고 세율 인하 효과도 점점 줄고 있다. 미중 마찰에 이어 미-이란 충돌 등 중동상황도 변수다. 금리 등을 낮출 여력이 거의 없고 정부가 돈을 풀 여력이 모자라다는 점이 걱정이다.◇ 끝나지 않을 미중 패권분쟁 * 중국은 얼마나 미국에 위협적인가 - 2018년 기준 중국의 연간 해외투자금액은 전 세계 해외투자액의 14.1%로 세계 2위 수준이다. 2002년 26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1위는 일본. 에너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188개국에 4만2872개 해외투자기업을 설립했고, 최근에는 해외기술과 경영 노하우 획득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2014년부터 유럽이 최대 투자처다. 볼보트럭 HSBC 다임러 등이 대상이다. 미국 대비 GDP 규모가 2008년에 31%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65%까지 급상승했다. 2040년을 전후로 국방비도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구매력을 감안한 GDP로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5조 달러 앞선다. 2030년 스탠다드 타드 전망치로는 중국이 64조2000억 달러, 미국은 31조 달러로 3위로 밀린다.* 미국의 ‘창’, 중국의 ‘방패’ - 미중 무역마찰의 본질은 기술 지배권 전쟁이라는 진단도 있다. 미국은 실제로 대부분의 차세대 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 가능해 기술 패권을 놓치면 군사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국이 기술 추격전을 막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산 전체 제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겠다고 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국산 항공기와 의약품 등에 대해선 상당부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국 산업에 필수적 품목은 전략적으로 빼는 이성적 선택을 한 것이다. 파상적인 무역 공세에도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8년 상반기 1859억 달러에서 2019년 상반기에 1670억 달러로 189억, 10% 남짓 감소에 그쳤다. 미국 전체 무역수지 사정은 더 악화됐다. 2019년 상반기 적자가 316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 가까이 늘었다. 미국 경기가 좋아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입품을 더 구매한 탓이다.* 미국과 중국의 각자 반격 카드는? - 미국으로선 싸움의 무대를 중국으로 옮기기 위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 공세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금융시장의 빗장이 열리면 대규모로 자금을 넣었다가 여차하면 자금을 빼내면서 중국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카드를 선택할 지도 모른다. 중국은 미 국채나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는 공멸로 가는 길 임을 잘 알기에 선택에 어려움이 있어 중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중국는 과연 G1이 될 수 있을까 - 미국기업연구소(AEI)는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선, 세계적으로 한 상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집는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고, 중국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을 감안하면 아직 30% 이상의 경제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추세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2012~2018년 미국의 평균 성장률은 4.1%, 중국은 9.3%인데, 이 추세로 가면 대략 2025~2031년이 중국의 미국 추월 예상 시기다. 다만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추이와 부채 문제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서 빠져나가려는 중국 - 중국은 최대한 시간을 두고 대미 의존을 줄이면서 단계적으로 미국 주도 공급체인에서 빠져 나가려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금융부문에서도 중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 중이다. 자국의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디지털 화폐를 육성해 미 달러 화의 글로벌 패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전략이다.◇ 양극화… 소득·자산에서 이젠 건강·수명 양극화까지* 양극화, 이젠 소득에서 자산, 건강까지 - 도이치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슨 슬록은 건강의 양극화를 특히 우려한다. 부자는 더욱 건강해지고 빈곤층은 건강이 열악해 진다는 것이다. 런던경영대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 교수는 ‘100세 인생’이란 공저에서 건강 불평등을 넘어 수명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12년 이상 더 산다고 한다. UNDP도 ‘인간개발보고서 2019’에서 일부 선진국에서 소득 상위 1%의 40세 중년의 기대여명이 하위 1%보다 남자는 15년, 여자는 10년 더 길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층 간의 수명 격차가 확인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 소득 수준 하위 20%는 평균 기대수명이 78.55로 상위 20%의 85.14세 보다 7년 가까이 짧다. 가난하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지니계수와 앳킨스 지수 - OECD가 산출한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2017년 0.35로 조사대상 39개국 중 9번째로 높다. 2015년부터 자영업자들이 자기 소비를 위해 생산한 제품을 가계소득에 포함하는 등 통계기준이 바뀌면서 크게 올랐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실시한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로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근로 연령층의 지니계수가 0.325, 은퇴 연령층은 0.406이다. 전년 대비 소폭 줄어 분배구조가 다소 개선되는 조짐이지만 절대 수치가 여전히 높다. OECD가 2016년에 산출한 앳킨스 지수로도 우리나라 0.32로 조사대상 33개국 가운데 4번째로 높다. 65세 이상 고령층 불평등이 심하다.* 더 심각한 자산 양극화 - 양극화 정도는 소득보다 자산이 더 심하다. 자산이 상속과 오랜 기간 누적된 소득 불평등을 반영한 때문이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0분위 최상층부가 43.3%를 차지하는 등 8~10분위 자산 점유율이 73.9%에 이른다. 반면에 1분위는 -0.3%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보건복지사회연구원이 2014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금융자산은 상위 20%가 63.8%를 갖고 있는 반면 하위 20%는 0.8%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협소해져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 분극화 현상 - 기술발달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분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저임금 근로자와 고임금 근로자의 고용은 느는데 비해 중간 수준 임금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꾸준히 줄어든다. 실제로 2002년~2017년 동안 고임금 일자리는 14.2%, 저임금 일자리는 10.4% 늘어난 반면 중간임금 일자리는 13.5%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리는 점이다.* 고개드는 ‘기본소득’ 논의 -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에 따른 대량실업으로 저소득층이 양산되어 사회 안정이 깨질 우려가 큰 만큼, 국가가 적절한 재원을 마련해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최근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부각되고 있다. 앤드류 양 후보는 소득이나 직업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00달러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10%의 부가가치세 도입, 기존 복지제도 통폐합, 고소득층과 오염에 대한 과세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발 하라리는 정부가 보편소득 대신 보편 서비스를 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가 교육 의료 교통 같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양손 경제 시대’로*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간’ 블랙홀로? -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잠재성장률이 2021~2025년 2% 초반, 이후 1%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마다 성장률이 1%씩 떨어지는 추세”라며 이대로 가면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년 사이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일본 위기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은 정부’ 없는 작은 정부 공약 - 역대 어느 정부를 봐도 ‘작은 정부’의 모습을 보인 정부는 거의 없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부 주도로 경제를 운용하는 틀을 계속했기 때문이란다. 특히 우리는 보수정부조차도 작은 정부였던 때는 없었다고 말한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구조 탓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 BRT(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CEO 180여 명이 만든 모임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GM의 매리 바라, 포드의 제임스 해커트, 월마트의 덕 맥밀런,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등 각계 최고경영자들이 망라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8월 이례적인 선언문을 공식 발표해 크게 주목을 끌었다.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근로자들에게 투자하며, 거래기업들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다짐도 포함했다. ‘주주우선주의’를 표방해 왔던 이 모임은 작년에 “기업의 목적은 고객과 근로자,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새로운 기업의 가치로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양손잡이 경제 철학 - ‘양손잡이 경영’이란 주주가치(오른손)만을 중시할 게 아니라 고객과 근로자 거래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왼손)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보스포럼도 기업들이 공정한 몫의 세금을 부담하고, 부패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며,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은 정부가 충분히 보장하고, 대기업은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혁신적 변신을 지속해 나가면서 그 성과를 중소기업 및 근로자와 공유해야 한다. 민간의 기획력을 보장하고 재무 중심의 사고에서 기획과 도전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26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작별인사’로 돌아온 김영하가 AI로 전하는 인간다움…“결국 연대와 공감 그리고 나”

7년만에 소설 ‘작별인사’로 돌아온 김영하(사진제공=밀리의서재)“인간다움이란 결국 자기와 다른 존재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연대하고 포용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야수와 구별이 안간다는 생각에 요즘 더 고민 중이죠.”‘아랑은 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퀴즈쇼’ ‘빛의 제국’ ‘살인자의 기억법’ ‘오빠가 돌아왔다’ 등 소설과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리즈, ‘tvN Shift’ 등 시사 혹은 예능 교양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김영하가 소설가로 돌아왔다. 김영하 7년만의 소설 ‘작별인사’(사진제공=밀리의서재)전자책 기반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7년만의 신작 ‘작별인사’를 첫 공개한 김영하는 ‘인간다움’의 척도를 “타자와 연대하고 나와는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고 꼽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죽어 있던 잿빛 직박구리가 자꾸 눈에 밟혀 기어코 다시 밖으로 나가 묻어준 열일곱 소년 철이. 그 직박구리를 떠올리고 또 떠올리며 슬픔, 화, 두려움 등 복잡한 기분을 곱씹던 철이는 휴먼매터스랩에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아빠 최진수 박사가 펫숍에 간 사이 현악4중주 연주에 빠져 있다 두 남자에게 ‘납치’됐다. “등록” “99퍼센트 비슷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비슷한 것은 가짜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남자들에 의해 철이는 집단수용소에 던져진다.누군가는 약육강식을 실천하려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는가 하면 선이처럼 중재하고 거래를 돕는 이들도 있다. 마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곳에서 만난 선은 어려서 읽고 또 읽었던 동화 책 속 마녀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해주는 소녀다.인도에서 제작돼 서울에서 활성화된 소년 민은 꿈에도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사용감’이 없는 휴머노이드를 원하는 인간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파양당했고 버려졌다. 유약하고 여리지만 “로봇인 척 하세요”라고 철이에 공감을 표했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리고 생존 방법을 찾고 있었다.김영하의 새 소설 ‘작별인사’는 근미래의 평양을 배경으로 한 SF물이다. “어려서 개성이 보이는 파주에 살면서 선전선동을 들어선지 북한에 관심이 많은” 김영하는 북한 스파이가 주인공인 소설(빛의 제국)을 쓰기도 했다. 배경인 평양에 대해 김영하는 “독자들이 잘 아는 곳 보다는 잘 모르는 평양을 상상했다”고 전했다. 이미 흡수통일된 한반도의 평양은 김영하의 설명처럼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지만 사회적 실험을 하기에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의 반영이었다.“아프리카는 유선전화보다 무선전화가 먼저 보급됐어요. 유선전화망이 없어서 휴대폰 확산에 좋은 환경이었죠. 핀테크도 아프리카에서 빠르게 발전했는데 주변에 은행이 없어서였어요. 중국이 알리페이 등에 빠르게 적응한 것도 그래서죠. 오히려 인프라가 없는 곳이 최첨단 서비스 안착에 는좋은 게 아닌가라는 상상을 했죠. 서독이 동독에게 했듯 북한은 남한에서 하지 못했던 걸 해보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상상했죠.”7년만에 소설 ‘작별인사’로 돌아온 김영하(사진제공=밀리의서재)김영하 작가의 설명처럼 ‘작별인사’의 평양은 휴머노이드 연구를 위한 최첨단 도시고 철이는 그곳의 휴머노이드 박사의 ‘인간’ 아들로 자랐다. 스스로가 인간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철이는 수많은 휴머노이드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받아들이며 ‘제 임무’를 인식해 간다.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을 하면서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로봇’ 시리즈,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에서 본 공포스러운 임무지향적인 로봇이 영향을 미쳤어요.”그 영향은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중 스스로가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와의 연애기 ‘로봇’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이 로봇이라고 믿는 인간에 대한 흥미로움”에 집중했던 것처럼 김영하 작가는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진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작별인사’ 그리고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소설은 상징과 비유로 말하는 양식이죠.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등이 등장하지만 독자들이 ‘작별인사’를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미래를 엿보아서가 아니라 막연하게나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작별인사’ 김영하 조윤진作(사진제공=밀리의서재)그의 전언처럼 ‘어디까지 인간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전세계적으로 행해지는 숙고이자 탐구과제다. 인간의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개발되고 만들어진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소설 속에서 그 ‘임무’와 ‘용도’가 명확한 인간형 로봇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며 생각이 많다. 자신의 정체성, 생존해야하는 이유, 서로를 끌어안는 포용력, 연대의 절실함 등이 구구절절 묻어나는 작품 속 휴머노이드들은 진짜 인간이 아닐까. 이는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전염병 시국마다 ‘번호’로 매겨지는 인간과 대조를 이루며 같은 맥락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전염병에 감염돼 격리·추방된 이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건 중요한 이슈예요. 인간의 삶이란 나의 동료로 받아들이고 내 능력을 동원해 치료해주려 노력하는 과정이죠. 감염자나 외국인 등이 인간으로 받아들이는지, 인공지능 보다는 그런 문제를 더 관심있게 봅니다.”그리곤 2012년의 메르스 사태 때 사망한 환자의 아내에 대한 사연을 예로 들었다. “메르스로 격리되면서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화장됐다”며 “이는 인간이 아닌 전염원, 감염원으로 보고 국가가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험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국민으로 대하지 않는 것, 공중보건을 위해 처리된 사례에서 생각할 것 역시 ‘어디까지가 인간인가’다.“최근 사람들의 공포는 ‘내가 감염자가 되는’ 상황일 거예요. ‘감염자’로 이름 매겨져 격리되고 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면서 사회에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죠.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인간 대접을 받지만 다른 나라 혹은 특정 배를 탔다는 이유로 아무 국민도 아니게 되는 등 그런 것들의 비유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요.”‘인간’이라는 것이 고귀함의 척도도 윤리적 수준의 보증도 아니라며 냉소를 보내는 소녀 선은 “그걸 왜 국가가 정해요? 내가 인간인데, 내가 그걸 아는데?”라고 반문하다. 스스로를 ‘인간’이라며 “내가 인간인 걸 매 순간 느껴”라고 반박하는 소년의 반문처럼 ‘작별인사’는 되뇌게 한다. “나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칭할 만한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결국 스스로에 달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5 17: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관상경영학> 김태연

총평 이 책은 이른바 ‘관상학 개론’이다. 관상학 전문가인 저자가 1만여 회의 관상 상담과 강연, 연구를 통해 얻은 실전 관상법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관상학이란 인간의 내면이 신체에 반영된다는 원리에 기인하여, 사람의 외형을 관찰함으로써 재능과 성격 건강 심리상태 등을 읽어내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학문이며, 상대방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알아보는 가장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도구라고 강조한다. 특 관상학에 기반한 비즈니스 파트너 구하기, 직원 채용 및 승진 결정, 업무 배정 시 고려 사항, 이직과 창업의 키 포인트 등을 실제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 준다. 타고난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지, 그것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관학상의 ABC를 잘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관상학이란?* 관상의 관(觀)과 상(相) -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 설문해자에 따르면 관상은 세밀하게 조사해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육안으로 보이는 견(見)의 차원을 초월하여 심안(心眼)으로 본다는 의미다. 상은 나무 목과 눈 목이 합쳐진 글자다. 눈으로 나무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드러나지 않은 나무의 속성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관상학이 좋다 혹은 나쁘다 이분법적 논리에 치중했다면, 요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융통성 있는 다양한 해석이 특징이다.* 관상을 보는 두 가지 방식 - 첫째는 예언적 관상이다. 대부분 길흉화복이나 운명론에 초점이 맞춰진다. 두번째는 성격분석적 관상이다. 얼굴 생김새에 따른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읽고 적성과 직업 건강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요즘은 성격분석적 관상 방식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관상과 사주의 다른 점 - 사주팔자(四柱八字)의 사주는 네 개의 기둥(연 월 일 시)를 말한다. 팔자는 이 사주가 여덟 글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사주명리학은 한 사람의 생년월일 4가지 정보를 이용해 나무 불 물 쇠 흙 등 5가지 기운의 상생과 상극 관계를 따져 길흉화복을 판단하고 음양과 오행의 배합을 본다. 관상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인 DNA 결합의 산물이다. 사주는 변하지 않지만 관상은 삶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관상법의 기준 - 관상을 볼 때 이목구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몸의 형태(머리 어깨 가슴 몸통 팔다리 등의 조화, 뼈와 근육의 조화)와 머리의 상정/중정, 하정 등 3停(정)의 비율을 따진다. 얼굴에 있는 12개 부위(12궁)의 생김새를 살피고 목소리, 말투, 걷는 자세와 걸음걸이, 얼굴색과 주름 사마귀 털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좋은 관상이란? - 이마는 하늘, 눈썹은 별, 눈은 달과 태양, 코는 산, 인중은 강, 입은 바다, 턱은 지각에 비유한다. 하늘(이마)은 맑고 밝으며 넓어야 하며, 별(눈썹)은 은근하게 빛이 나야 한다. 달과 태양은 흐리지 않고 밝게 빛나야 하며, 산(코)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바로 서 있어야 한다. 강(인중)은 산(코)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다(입)로 잘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선명하고 넓고 깊어야 좋다. 바다(입)은 인중에서 내려오는 물을 잘 가둘 수 있도록 단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각(턱)은 위의 모든 것을 받치고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상극과 상극 얼굴형은? - 얼굴형을 목(역삼각형) 화(삼각형) 토(마름모형) 금(네모형) 수(둥근형)으로 유형화한다. 상생 관계는 목-화-토-금-수, 즉 목-화, 화-토, 토-금, 금-수. 수-목형이 좋다. 상극은 목-토-수-화-금이다, 즉 목-토, 토-수, 수-화, 화-금, 금-목형이다.* 면접관들이 중요하게 보는 관상은? - 면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얼굴의 기색이라고 한다. 얼굴이 어두운 지 등을 본다고 한다. 지나치게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은 운기 자체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한다. 두번째는 전체적인 인상과 얼굴의 탄력 정도를 본다고 한다. 세번째는 목소리다. 목소리가 좋아야 몸의 건강 기운 컨디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눈빛이다. 밝고 맑으며 자신감이 느껴져야 한다. 충혈되고 흐리멍텅한 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알만 굴려 사람을 쳐다보는 사람, 대답할 때마다 눈썹을 치켜뜨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람은 감점 요인이라고 한다.* 관상에 나타나는 대표적 인복은? - 첫째, 이마가 잘 생기면 부모와 윗사람 복이 좋다. 초년운인 이마가 좋지않고 와 좌우 관골이 좋으면 자수성가형이다. 둘째, 눈썹이 잘 생기면 형제복이 좋다. 눈썹이 눈보다 길고 가지런하면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셋째, 코와 관골이 조화로우면 상대를 배려하고 챙기니 사람이 많이 모인다. 코만 높고 관골이 낮으면 내가 너무 잘나 주변사람을 아래로 보니 사람이 잘 따르지 않는다. 넷째, 턱에 살이 적당히 붙어있고 각이 지지 않으면 아랫사람 복 있다고 한다.◇ 얼굴에서 보는 인간관계와 길흉* 삼정(三停) - 얼굴에는 삼정이 있다. 상정(上停)은 머리카락이 난 곳에서 눈썹까지 이마 부분이다. 15~30세까지 초년의 운세를 살피는 곳이다. 이마가 넓고 윤택하면 부모나 윗사람 도움을 받아 원만한 상이다. 두상의 골이 죽은 곳 없이 둥글어야 좋다고 한다. 중정(中停)은 눈썹 아래에서 코 끝까지다. 31~50세까지 해당한다. 코와 관골(광대뼈) 조화가 중요하다. 코만 높고 관골이 낮으면 자기 능력 과신해 나의 말 잘 안 듣는다. 코가 높고 관골이 강한 사람은 권위와 명예를 중시한다. 하정(下停)은 코끝에서 턱 밑까지다. 51세 이후 운세를 주관한다. 턱이 넓고 잘 발달해 있어야 가정이 원만하고 부동산 관련 재산이 풍성하다.* 얼굴형과 성격 - 목(木)형은 상부가 넓고 하부가 좁은 ‘역삼각형’ 얼굴이다. 사고력이 좋고 섬세하며, 냉철한 성향이다. 어른과 윗사람에게 쉽게 인정받아 자존감이 높지만 아랫사람과는 상대적으로 원만치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직으로 기획 전략 교육 연구개발직에 적합하다. 화(火)형은 ‘삼각형’ 얼굴이다. 의지력과 지구력이 좋고 자수성가한 사람의 전형적 모습이다. 말년으로 갈수록 더 번창한다고 한다. 체력이 강한 반면, 사고력이 부족해 행동이 앞서 실수가 잦을 수도 있다. 토(土)형은 ‘마름모형’이다.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한다. 윗사람 말을 잘 듣지 않고 단순 직선형이다. 인내심은 끝내 주지만 자기중심적이라 여러 얼굴형 중 가장 문제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금(金)형은 ‘네모난’ 얼굴형이다. 지구력과 추진력이 좋고 성실하다. 추진력이 좋은 반면 약자에 대한 연민도 많다. 성과중심적이라 자기중심적 성향도 나타난다. 독재적이고 투쟁적인 성향도 보인다고 한다. 수(水)형은 얼굴 전체는 물론 이목구비도 둥근 얼굴 형이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마음이 따뜻하지만, 맺고 끊음이 부족해 답답하고 정에 약하다.* 12궁(宮) - 얼굴에 있는 12부위를 보고 자신을 포함해 육친 및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 주변 환경의 길흉을 판단한다. 복록궁(福祿宮, 관록궁. 입신출세) 명궁(命宮, 운세 전반) 천이궁(遷移宮, 이동수) 형제궁(兄弟宮, 대인관계) 복덕궁(福德宮, 복덕) 처첩궁(妻妾宮, 배우자) 전택궁(田宅宮, 부동산 상속) 남녀궁(男女宮, 자녀) 질액궁(疾厄宮, 건강 질병) 재백궁(財帛宮, 현금 출납) 노복궁(奴僕宮, 아랫사람) 부모궁(父母宮, 부모) 등이 있다.* 관록궁(복록궁) - 이마 중앙 부위다. 관직을 포함해 직업상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꺼지거나 흉터 없이 간을 엎어놓은 것 같으면 합격운과 직장운이 좋다고 한다.* 부모궁 - 부모에 관한 운세를 판단하는 곳이다. 관록궁 좌우 부위다. 이 부분 각이 매끄럽게 지면 좋다고 한다. 양쪽 모양이 다르면 부모 수명이 짧거나 부모와의 관계 등이 원만치 못한다고 한다.* 복덕궁 - 조상의 복과 덕을 보는 곳이다. 눈썹꼬리에 위치한 양쪽 이마 끝 부분이다. 둥그스름하고 두터우면서 밝고 윤기가 흐르면 좋다. 좁고 못생겨도 턱이 두터우면 말년 운세가 좋다고 한다.* 천이궁 - 이마 양 쪽 가장자리 관자놀이 근처로 눈썹꼬리 또는 끄트머리 부분이다. 천창(天倉) 이라고 해 움직이는 기운을 의미한다. 여행 이사 승진 무역 외교 세일즈 등의 운세를 판단하는 부위다.* 명궁 - 이마에서 코로 내려가는 눈썹과 눈썹 사이 인당(印堂)이다. 사람의 정신적 기가 모이는 곳으로 선천적 운명의 길흉, 수명과 학식, 현재 운 등을 판단한다. 흉터나 털은 안좋고 색깔이 맑고 밝아야 좋다.* 형제궁 - 눈썹 부위. 부동산운과 직장 관계, 남녀 애정운을 본다. 눈썹털이 잘 자라있고 윤택하고 밝고 빛나야 좋은 눈썹이다. 엉켜 있거나 거꾸로 나 있으면 대인관계에 갈등과 분쟁이 있다. 길게 펼쳐진 것이 좋다.* 전택궁 - 눈과 눈썹 사이 눈두덩이 부위다. 부동산 관계와 그 상속 운세를 판단하는 곳이다. 사이 폭이 넓으며 꺼지지 않아야 좋다. 사마귀나 점 없이 선명해야 한다. 나이에 비해 심하게 꺼지거나 색이 어두워지면 건강을 염려해야 한다.* 남녀궁 - 두 눈 아래인 누당(淚當, 눈물이 나오는 곳)과 아랫눈꺼풀인 와잠(臥蠶, 누워있는 한마리 누에). 평평하고 살이 차 있으면 건강하고 자녀 생산 기능이 원만하다. 점이 있거나 주름이 어지럽거나 색이 어두우면 안좋다.* 처첩궁 - 양쪽 눈고리에서 귀에 이르는 곳. 부부궁 또는 간문(肝門)이라고도 한다. 남자는 좌측, 여자는 그 반대를 본다. 배우자와의 인연, 혜택, 조화로움을 본다. 깨끗하고 살이 두둑하고 윤택하면서 흉터나 점 주름 흠집이 없어야 좋다.* 질액궁 - 건강과 질병을 판단하는 곳. 눈과 눈 사이의 콧부리 부위다. 적당히 높고 풍만하면서 원만하면 건강하고 질병이 없어 복을 누린다. 코 윗부분인 ‘산근’이 좋아야 재난을 피할 수 있다. 너무 높으면 인간관계에 문제소지가 있다.* 재백궁 - 코를 의미한다. 재산 상태와 관리 능력, 금전운과 사업운을 판단하는 부위다. 코는 길고 넓고, 콧구멍도 적당히 넓어야 한다. 살이 없으면 좋지 않다. 부드러운 곡선의 모양새가 좋다. 코 끝인 준두(準頭)가 두툼하면 좋다.* 노복궁 - 턱이 둥글고 풍만하며 흠집이 없으면 리더십과 통솔력 있어 사업운이 좋다. 흉터나 주름, 점은 하극상의 상징이다. 끝이 갈라진 턱은 열정과 강인함을 상징하며, 이중 턱은 포용력 갑에 재물복도 넘친다.◇ 주요 부위별 운세의 특징* 귀 - 1세~14세의 운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좋은 귀는 형태보다 색을 우선시한다. 얼굴색보다 희고 맑으며 윤이 나야 좋다. 귓볼의 살이 도톰하고 입을 향해 약간 들려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귀 안쪽의 내곽이 바깥쪽 외륜보다 튀어나와 귀 안쪽이 뒤집혀 있는 귀, 양쪽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귀,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아 힘이 없는 귀는 좋지 않다고 한다. 귀에 털이 자라는 것은 물 기운이 풍부하다는 신호로 장수의 상징이다. 귀가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은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자기 뜻대로 하는 사람이다. 반대의 경우는 팔랑귀다. 귀 위치가 높으면 이성적 능력과 식견이 높아 참모 역할이나 전문가가 적합하다. 낮은 사람은 포용력과 리더십 있어 지도자상이다. 귓볼이 두툼하면 평생 굶을 일이 없다고 한다.* 이마 - 15~30세까지 인생의 초반기 운세를 본다. 이마가 넓을 수록 지적 능력이 우수하다. 네모난 이마처럼 각이 진 형태는 매사 일처리가 반듯하고 딱 부러지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마에 털이 많으면 두뇌 작용과 기능을 떨어트린다. 공부보다는 스포츠 영화 예술 진출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한다.* 눈썹 - 31~34세 운기를 본다. 눈썹이 엷고 숱이 적은 사람은 인간관계 폭이 좁고, 눈썹이 길고 잘 생긴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 눈썹 앞부분은 윗사람과의 조화, 끝부분은 아랫사람과의 조화를 보는 곳이다. 끝부분의 형태가 매끈하게 마무리되어 있으면 부하직원이나 후배들관계가 좋다. 눈썹과 눈썹 사이인 명궁에 털이 나 있으면 제거해 주어야 한다. 명궁은 복과 운이 들어오는 결정적인 곳이기 때문이란다.* 눈 - 35~40세 운기를 읽는 곳이다. 좋은 눈은 흑백이 분명하고 다소 가는 듯 하면서 길면 길수록 좋다고 한다. 눈을 떳을 때 검은 자위가 흰자위 보다 많아야 좋다. 눈빛은 안정되고 맑아야 한다. 눈동자가 계속 움직이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며 교활하고 간사한 유형이다. 눈꼬리가 위로 향하면 어떤 일을 주도하는 기운이 많고, 하향이면 수동적이다. 눈꼬리와 눈썹이 같은 방향으로 상향이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둘 다 하향이면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신중한 타입이다. 눈썹이 상향이고 눈꼬리는 하향인 사람은 위아래가 조화롭지 않으니 상하 충돌로 갈등이 많은 타입이라고 한다. 눈의 크기가 다른 경우를 음양안(陰陽眼)이라고 하는데, 이중적 성격의 소유자다. 삼백안(三白眼)은 눈동자 위 아래 중 한 곳에 흰자위가 드러나는 눈인데, 비밀스럽고 음흉해 독하면서 간교한 사람이라고 한다.* 코 - 41~50세 운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코는 자아와 자존심, 자신의 지위 등 상징이다. 코가 길면 지구력과 책임감 강하고 보수적 경향이 있다. 코가 짧으면 순발력이 좋고 행동력이 빠르며 생각이 유연하다고 한다.* 관골(광대뼈) - 코와 더불어 중년운, 특히 46~47세 운기를 보는 곳이다. 재물운을 관장하는 코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관골이 받혀주지 않으면 40대 삶이 험난하다고 한다. 살이 없고 뼈가 툭 불거진 사람은 독선적이다. 앞쪽로 모인 관골은 재물을 모으는데 유리하고 옆으로 관골이 벌어진 사람은 수명이 길다고 한다. 관골이 비교적 위로 붙어 있으면 성질이 급하고 자신을 앞세우는 성향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양보심이 많고 부드러운 성격이다.* 인중 - 51~55세 운기를 볼 수 있는 곳. 좋은 인중은 곧고 넓으며 세로선이 분명한 모양이다. 인중이 길면 기운도 길게 가고 성격 느긋하고 수명이 길다고 한다.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인중 양 옆의 입구덩이가 두둑하면 강에 물이 풍성해 곡식 많이 수확할 수 있어 좋다. 남자의 경우 수염이 잘 자란다는 것은 수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므로 재물운에 좋은 징조라 한다.* 법령(팔자주름) - 양쪽 콧방울에서 시작해 좌우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오는 선이다. 56~57세의 운을 지배한다. 중년 이후의 사업운과 신용, 사회적 지위와 명예, 수명을 가늠한다. 이걸 억지로 고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법령선이 길면 정년퇴직 후 또다른 직업이 생긴다고 한다. 나이가 꽤 되는데도 법령선이 없다면 재산 관리나 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입 - 입은 귀에서 시작해 모든 물기운이 모여 들어오는 곳이다. 보다 많은 물이 흘러들어와야 재복이 많다. 많은 물을 모으고 저장할 수 있으려면 입이 크고 튼튼하고 야무져야 한다. ‘입이 크다’는 것은 보통 양쪽 눈동자에서 수직으로 선을 그어 입이 그 선을 넘어가면 크다고 한다. 입이 크면 생각도 크고 남에게 베푸는 것도 풍성하다. 하지만 입술이 벌어져 있거나 입술이 너무 얇거나 아랫입술이 뒤집어져 있으면 재물이 다 새어나가는 형이라 한다. 양쪽 입꼬리가 아래로 향하고 있으면 뒤집어진 배와 같아, 물이 모두 새어 나가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 - 신체 에너지의 근원으로, 수성(水星)이라고 한다. 물 기운이 약해지면 신장과 방광 기능이 약해지고 이와 뼈도 약해진다고 한다. 좋은 이는 적당하게 크고 길며 틈이 없어야 좋다. 색깔은 희고 윤기있는 것이 좋다. 이의 숫자는 28~30개 이상인데 많을수록 노복궁(턱)이 튼실해져 재물운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사이가 벌어지는 것이 가장 안 좋다고 한다. 재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란다. 이 사이에 틈이 많을수록 자기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성향이다. 특히 위쪽 대문니가 벌어지면 부부 사이도 벌어진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23 11:02 조진래 기자

[人더컬처] ‘작별인사’ 김영하 “예술가들에게 스스로 단결할 권리를!”

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선공개한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예술인 지위 및 권리 보장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요. 총선(제21대 국회의원선거 4월 15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20대 국회가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전자책 기반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에서 첫선을 보인 김영하 작가는 불안정한 예술인 지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수상거부, 작가의 절필 선언 등으로 이어진 이상문학상 불공정 계약 사태에 대해 “동료 작가들의 투쟁을 온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창작자, 예술가의 권리 찾기 투쟁, 자기 희생, 특히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씨의 결정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전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더 늦기 전에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예술가의 지위는 불안정하고 약해요. 그래서 기업이든, 선배 예술가들이든 힘을 가진 사람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죠.”그리곤 “지난 몇십년 동안 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받았고 그로 인해 동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국가에게 예술가들을 먹여 살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는 의미죠. 미국 작가길드(Author‘s Guild) 등처럼 예술가들의 조합 같은 걸 만들고 스스로 단결해 같이 싸워나가는 것이 거의 유일하고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토대를 만들어달라는 겁니다.”이어 “매번 작가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시키거나 누군가 끔찍한 일을 당할 때만 이슈화하기 보다는 법제화를 통해 바꿔야 한다”며 “어려운 이름의 ‘앵떼르미당’ 같은 법 말고 이미 제출된 법을 잘 심사하고 합의해 통과시켜주시기를 예술가로서 요청하는 바”라고 강력하게 의견을 전했다.◇김영하가 ‘밀리의서재’로 간 까닭은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단독 공개한 김영하 작가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사진제공=밀리의서재)“전자책 플랫폼이라 저도 낯설었어요. 처음 제안을 받고 며칠 사용을 해봤죠. 역시 저는 종이책이 가장 좋지만 항상 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약간의 짬이 나거나 책을 들고 있기 괴로울 때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밀리의서재’라는 전자책 플랫폼과 손잡고  집필하는 것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한 김영하 작가는 “문학은 책이라는 형태로 고정돼 있지 않다. 오래 전엔 시도, 이야기도 두루마리에 적히거나 구전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왔다”고 덧붙였다.“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해 활자가 발명되면서 종이책을 서점에서 사고 조용히 목독하는 걸 보편적 독서법이라고‘패키지’로 생각하게 됐죠. 다양한 환경, 형태로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부모님께서 신발을 사주면 헤질 때까지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신었죠. 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용도의 신발들이 있듯 때와 장소,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그리곤 “종이의 질감이나 물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으로 읽고 비행기나 차로 장거리 여행을 갈 때는 오디오북, 전자책 등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점을 찾거나 책을 읽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출판계의 고민에 대해 “책을 안사는 사람들을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며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일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고들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하지만 종이책을 산다는 건 그걸 보관할 장소에 대한 지불이기도 해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사겠어요. 책의 물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로 보완돼야 하죠.”전자책 기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7년만의 신작소설 ‘작별인사’를 선공개한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김영하의 신간 ‘작별인사’가 첫 선을 보인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은 전자책 무제한 이용과 두달 단위로 배송받는 한정판 종이책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다. 이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제가 오래 뭘 하는 걸 지겨워하는 편이고 하던 대로 하는 걸 답답해 한다”며 “팟캐스트를 아무도 모를 때 뉴욕서 먼저 시작해보기도 했고 홈페이지도 먼저 만드는 등 새 서비스는 무조건 이용해보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독자들과의 접점, 독서의 다양한 형태들을 계속 시험해보는 편이죠. 이번 (밀리의서재와 함께 하는) 스트리밍 방식도 공유경제로 새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유료 도서관 형태가 아닌가 싶어요. 도서관은 공공재로서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지만 누구나 갈 수 있는 (시간적, 환경적) 여건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밀리의서재’로만 책을 볼 수는 없지만 보완하면서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그리곤 “한편으로는 디지털 포맷으로만 책을 읽는 이들에게 종이책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보완하면서 다양한 독서의 경험을 통해 책을 읽는 게 좋구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누군가의 편집을 거치면서 정제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독점 아닌 다양한 형태로의 확산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써온 것이 아닌 도전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어요. 더불어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여서 처음에 확 공개되는 것보다는 부담이 좀 적어서 대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점들이 소설 내용이나 주제 선택에 용기를 줬을 거예요. 하지만 전자책이라서 특별히 맞춘 건 없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사랑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 당한다고 생각해요.”이어 “지금 제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며 “새로운 서비스고 일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도전적이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에서는 김영하의 ‘작별인사’에 앞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와 이주란·정용준·조수경·정지돈·임현·김초엽이 도시와 랜드마크, 현대인의 일상을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테마소설집 ‘시티픽션’과 ‘나는 농담이다’ 등의 김중혁 작가의 신간 ‘내일은 초인간’을 제일 먼저 독점으로 선보였다. 이로 불거진 독점 논란, 시장 잠식 문제 등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근대문학이 시작한 이래 작가들이 해왔던 작업들”이라고 설명했다.“신문, 계간지 등에 연재한 후 묶어서 책으로 내는 건 20세기 초부터 해온 일이죠. 신문독자,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등에만 제한적으로 제공하다 책으로 묶어 내곤 했거든요. 저 역시 ‘빛의 제국’은 계간지, ‘퀴즈쇼’는 일간신문에서 연재하다가 책으로 묶었어요. ‘작별인사’ 역시 밀리의서재에서 석달 정도 먼저 공개하지만 접근 불가는 아니고 3개월 후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니 독점이나 시장잠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더불어 “밀리의서재에서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에 책을 공급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밀리의서재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를 포함해 10군데 정도의 동네서점, 독립서점과 논의 중이며 일부는 이번 주부터 만날 수 있다.” 이후 김훈 작가의 최초 판타지 소설이 4월 15일,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속편인 백영옥 작가의 신작에세이가 6월 15일 공개된다. 애초 올해 하반기로 계획됐던 공지영 작가의 신작은 “내년 상반기로 일정이 조정됐다”는 전언이다.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시장에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작가에겐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들에겐 나쁠 게 없어요. 오히려 없어지는 게 문제죠. 제가 1995년 등단할 때 생긴 출판사가 문학동네예요. 그 전에는 크게 문학과지성사, 창작과비평사 두 진영이었죠. 한번 진영에 들어가면 다른 데는 못가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문학동네라는 플레이어가 나왔고 젊은 작가들이 이동하게 됐죠.”그리곤 “문학동네가 문학계에 불어온 여러 가지 바람이 있다”며 “선인세를 주고 계약서를 쓰는 건 당시로서는 놀라웠다. 그런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기존 출판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여러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여러 작가들을 등장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지금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서비스가 안착되면 작가들은 선택권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독자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되는 거죠. 그 전에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져 법적 지위, 단결 권리 등을 보장받는 게 선결과제지만요.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관행적으로 안이하게 해오던 사람들도 스탠다드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겁니다.”◇문학동네 임프린트 운영 아닌 아내의 출판사 김영하 작가(사진제공=밀리의서재)“제가 출판사를 차렸다는 건 오보입니다. 출판사를 차린 사람은 제 아내이고 문학동네 임프린트(독자 브랜드)도 아닙니다. 제 아내는 저보다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다독가이고 (출판사를 내는 것이) 오랜 꿈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작가라서 오히려 못하고 있었죠. 대표도, 대주주도 제 아내예요. 그 출판사에서는 신간들도 나오지만 오래 전 출판됐지만 절판된 책들을 낼 겁니다.”출판사 운영 보도에 대해 정정한 김영하 작가는 “출판사 규모가 작아 마케팅과 서점배본, 수금 등은 문학동네가 지분투자 방식으로 맡아주기로 했다”며 “4월부터 책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오래 전 절판됐지만 걸작인, 하지만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쉽게 재출간이 어려운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론드’ 같은 책들을 골라서 출판할 생각입니다. 출판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제 책들 중 절판된 시칠리아 여행기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나 문학동네·문학과지성·창작과비평 등과 계약이 종료된 책들도 낼 계획이에요. 저의 구관들을 백리스트로 삼아 제 아내가 내고 싶은 책들을 출간할 예정입니다.”이어 “현재 ‘블론드’는 번역자 선정작업 중”이라며 “평소 내고 싶은 책들이 있어서 어느 출판사에 얘기도 했는데 안내줘서 내가 내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신간 ‘작별인사’의 종이책 출판에 대해서는 “새로 생기는 아내의 출판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아직 계약은 안했지만 ‘작별인사’는 문학동네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요. ‘빛의 제국’ 연재 때도 그랬지만 선공개함으로서 독자 반응을 살필 수 있어서 좋아요. 수정할 부분은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수정할 부분이 많으면 시간이 좀 더 걸릴 테고…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어요. 밀리의서재와의 계약상 3개월 이후에 내야해서 5월 이후로 생각 중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1 22:39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 조우성

저자는 변호사다. 그는 특히 한비자의 가르침에 관해 많은 연구 노력을 한 듯하다. 그의 교훈을 들어 현대 조직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 세작(스파이)의 편지를 보지도 않고 태워버린 조조, 아랫 사람을 무시했다가 임금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던 이야(夷射)이 사례 등을 통해 한비자 사상을 관통했던 ‘엄격함과 위엄, 그러나 인간적인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 기업의 CEO들이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관해서도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한비자의 법/ 술/ 세 - 한비자는 “살아남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면서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3가지 통치기구로 법(法)과 술(術), 세(勢)를 꼽았다.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말한다. 술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인 통치술이다. 마지막으로 세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 내지 권력으로, 다른 누구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세작의 편지를 불태운 조조 - 조조가 원소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부하들이 원소의 방에서 세작(스파이)의 편지를 발견환다. 발본색원해 도륙하자는 부하들이 거세게 주장했지만, 조조는 이를 보지도 않고 불태워 버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고 관용으로 포용함으로써 ‘사람’을 얻는 조조의 스타일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회사 이익을 따라 움직이기를 바라는 대신, 그들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상과 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의견이 적으면서 성과가 큰 신하를 벌하라 - 한비자는 목표를 초과해 높은 실적을 달성했더라도 목표 자체를 너무 쉽게 잡아 성과만 자랑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과달성에 더 큰 평가를 할 경우 안전하고 달성가능한 목표만 설정하게 된다고 경계한 것이다.* 침묵이 꼭 긍정의사는 아니다 - 리더의 제안에 침묵하는 사람들 모두 찬성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리더는 침묵을 긍정으로 이해하고 싶겠지만, 침묵의 숨은 의미는 긍정 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의견을 물어 책임을 지게 하라”* 미혹하는 부하를 경계하라 - 부하 중 자신을 미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갖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확인할 수 없는 말이나 보이지 않는 성과로 현혹하는 직원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 권한 위임 안돼 - 군주의 권세는 군주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벌의 권한에서 나온다고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상과 발의 권한을 신하에게 주어 사용하게 하면 도리어 신하에세 통제당할 것이라 우려했다. 자신의 권한을 과도하게 휘두르는 군주의 해악 못지않게 권신들에 의해 힘없이 휘둘리고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군주의 해악 역시 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직원이 정말 원하는 것을 제 때 줘야 ‘진짜 상’ - CEO가 주고 싶은 것을 자신이 원하는 때 주려는 것은 감동과 효과가 없다. 직원들이 받고 싶은 것을 직원들이 원하는 때에 주어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상을 내릴 때는 시우(時雨, 때맞춰 내리는 고마운 비)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베풀어주어야 상으로서 의미 있다는 것이다.* 제나라 문지기 복수와 이야(夷射) - 군주의 엄격함과 위엄을 강조하는 한비자도 아랫사람에게 무례하게 굴고 원한을 사는 짓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비자 내저설 하 육미 內儲說 下 六微편에 보면 제나라 문지기 얘기가 나온다. 임금의 주연에 참석했던 ‘이야’라는 신하가 회랑 문지방에 기대어 쉬고 있었는데,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린 문지기가 다가와 남은 술 좀 있으면 조금만 달라고 했다. 당연히 그는 멸시를 당했다. 이 문지기는 잠시 후 회랑 문지방 아래에 물을 부어 마치 누가 오줌을 싼 것처럼 꾸몄다. 왕이 누구의 짓이냐 문지기에게 추궁하니 그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제 저녁 이야 대감이 이곳에 서 계신 것은 보았다”고 답변한다. 왕은 궁전을 더렵혔다는 죄목으로 이야를 처형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환상? - 따뜻하고 온화한 리더로서 조직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리더는 ‘로망’ 일까?. 그러나 한비자는 그런 바람이야 말로 꿈에 불과하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일갈한다.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보니 과오를 범한 자도 처단하지 못하고, 시혜를 즐기다 보니 공이 없어도 상을 베풀게 된다. 잘못해도 별하지 않고 공이 없어도 상을 받는다면 그런 나라는 멸망해 마땅하다.”* 상/중/하급 군주의 용인술 - 하급의 군주는 자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모두 사용하며,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허정(虛靜)과 무위(無爲) - 한비자는 군주의 덕목으로 ‘마음을 비우고 고요해지는 것(虛靜)과 하지 않음(無爲)를 강조했다. 군주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조용히 기다림으로써 신하들로 하여금 스스로 함께 일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경청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공감적 경청을 방해하는 4가지 요인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경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과 공감하는 ’공감적 경청‘이라 강조한다. 이를 방해하는 4가지 요인으로 판단하며 듣는 습관(듣자마자 ’그건 아니지‘ 말을 자름), 탐사하며 듣는 오류(그거 맞아? 확인 또 확인), 충고하며 듣는 오류(사회란 다 그런거야..), 해석하면서 듣는 오류(그러니 그 모양이지..)라고 말한다.* 상대 ’입장‘보다 ’욕구‘ 파악부터 - 협상을 하려면 입장(position)과 욕구(interest)를 구분해야 한다. 하버드 협상론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테마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매몰되지 말고 그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검도의 견(見)과 관(觀) - 검도 수련할 때 수련생들에게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見하지 말고 觀하라‘ 하수는 상대방의 발을 보는 반면, 고수들은 상대방 전체를 꿰뚫고 파악한다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비결이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것, 이것이 비결이다.”* 나라 밖 인재만 찾아선 안돼 - 한비자는 망징편에서 나라의 멸망을 초래하는 다양한 징조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라 안의 인재를 쓰는 대신 나라 밖의 사람을 구하고, 오랫동안 조직에 충성했던 이들보다 외부의 인재에게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할 때라고 지적한다.* 킹핀(kingpin) -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맨 앞의 1번 핀이 아니라 세번째 줄 가운데에 있는 5번 핀을 쓰러트려야 한다. 이 5번을 킹 핀이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 혹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사안을 가리키기도 한다.* 권한은 위임하되 비본질적 권한만 - 한비자는 권한과 책임을 나눠줄 때 군주의 본질적인 권한 만큼만은 분산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본질적 권한을 위임이나 분권이라는 미명 아래 허투루 밖으로 내돌려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은나라 주왕의 ‘상아젓가락’ - 한비자 유로(喩老)편에서 주왕(紂王)이 상아로 잣가락을 만드는 것을 본 주왕의 숙부 기자(箕子)가 천하의 화근을 우려했다는 일화다. 상아 젓가락으로 먹게 되면 반드시 올그룻을 써야 할 것이고, 모우(털이 긴 희귀한 소)나 코끼리 고기 등을 원할 것이고, 반드시 값진 비단옷을 걸치기 원할 것이고, 결국 고대광실에서 먹고자 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은나라는 이 때문에 멸망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19 08:43 조진래 기자

[비바100] 60초 그리고 30년, 영화 번역가 황석희와 '리베카' 양준일, 그들의 '첫 책'

영화 번역가의 첫 소설 ‘옮김’과 시간을 거슬러 온 가수의 첫 ‘에세이’. 각자의 분야에서 스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두 남자가 나란히 책을 냈다.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영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황석희 번역가의 ‘롱 웨이 다운’은 소설이지만 한편의 영화 같다. 20대의 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뉴트로’ 열풍을 타고 30년만에 소환(?)된 ‘슈가맨’ 양준일의 책 역시 음악을 활자로 읽는 느낌이다. 다르지만 같은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을 소개해 본다. ◇306 페이지의 ‘롱 웨이 다운’, 1분 1초의 이야기롱 웨이 다운 | 지은이 제이슨 레이놀즈 | 옮긴이 황석희 | 가격 1만5000원.(사진제공=출판사 밝은세상)‘롱 웨이 다운’의 저자 제이슨 레이놀즈는 17살이 될 때까지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지루한 책은 쓰지 말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런 책을 완성했다. 그의 10대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한 소설의 첫 구절은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윌리엄이라고 밝히면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친 한 친구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경험이 있고 복수를 다짐했다. 책에는 3가지 규칙이 나오는데 어쩌면 뻔한 갱스터 영화같은 문구들이다. ‘울지 말 것, 밀고하지 말 것, 그리고 반드시 복수할 것.’10대였지만 흡사 어른 같던 그 시절 친구들이 죽은 친구의 집에 모여 씩씩대고 있을 때 그의 엄마가 모두를 주저앉게 했다. “나는 여기에 있는 그 누구의 어머니도 내가 오늘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고.이 작품은 영화화를 위해 이미 유니버설 픽쳐스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롱 웨이 다운’은 윌리엄의 형이 총기사고로 죽고 대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영화사는 왜 뻔해 보이는 스토리에 열광했을까.황석희 번역가는 “경력 14년만에야 번역서를 내는 이유는 읽을수록 영화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짧고 기발한 단편 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었고 한장, 한장의 내용이 영화의 신처럼 머릿속에 뚜렷하게 연상됐다. 단어와 문장의 배치, 폰트 기울기, 심지어 굵기까지 이용한 연출이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출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권의 시를 읽듯 페이지에 담겨있는 문장은 짧고 고작 61초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좁은 엘레베이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려 300페이지 넘게 끌고가는 힘은 남다르다.소년의 독백으로 쓰여진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또 강렬하다. 지구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총기사고가 흡사 총기 소유가 금지된 한국에서도, 생생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읽히는 데는 모호하지만 뚜렷한 문장의 배치가 한 몫했다.미리 말하자면 이 소설의 끝은 두 음절이다. 만약 뒤에 ‘물음표’가 안 붙었다면 또 다른 엔딩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은 읽어봐야 그 물음이 사라진다. 단순함이야 말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출판계의 영광인 뉴베리 아너를 비롯해 에드거상 수상과 2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및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 : 무려 19년만의 무대라니! 양준일(사진=김모하)‘시간 여행자’라는 팬들의 호칭보다 ‘라이프 워커’(Life walker)로 불리길 원하는 남자.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쓰는 바이링구얼(Bilinggual)이어서 우리말도, 영어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며 쓴 책이다. 사실 챕터 구분도, 순서도 없다. 짤막한 단어를 제목 삼은 90여개의 토막 글이 그의 평소 생각과 개인사, 가족 이야기로 촘촘히 엮인다.  베트남 사이공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출생 신고를 한 부모님 이야기부터 편견 가득한 미국에서 작은 체구라고 놀리는 아이들의 집까지 따라가 싸운 일,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까지 ‘우리가 몰랐던 양준일’의 지난 19년이 가득 차 있다. ‘양준일 MAYBE_ 너와 나의 암호말|저자: 양준일, 아이스크림 |가격 1만8000원.(사진제공=모비딕북스)이 책은 예스24에서 발표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예약 판매와 동시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이에 14일 오후 양준일은 에세이 ‘양준일 메이비 : 너와 나의 암호말’ 발매 기념 SNS 라이브 방송에서 “감사함보다 행복이 넘치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 음반 1등 한 것 보다 나은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양준일의 생각을 글로 옮긴 필명 아이스크림은 잡지기자 출신으로 그의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양준일이 해준 말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던 아이스크림은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고 제안했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양준일은 두말 없이 동의했다는 후문이다.‘양준일 MAYBE_ 너와 나의 암호말’은 한편의 명상집이자 사진첩에 가깝다. 책의 사진은 권상우, 손태영 부부와 이선균, 전혜진 부부, 전지현 등 톱스타의 웨딩 화보를 촬영한 유명 사진작가 김보하가 맡았다.양준일은 “끼는 타고난 게 아니라 왼손 같은 존재”라고 에세이에 적었다. 안무를 외우거나 춤을 추기보다는 존 트라볼타와 마이클 잭슨이 표현했던 ‘몸의 선’을 떠올린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유독 그의 손끝과 몸의 선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그는 자신의 자신을 보고 “늙은 영혼을 보았다”는 말로 무상한 세월을 되짚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50대가 되어서야 ‘파도처럼 덮쳐오는’ 팬들의 사랑을 만끽하고 있는 양준일은 자신의 히트곡 ‘리베카’를 부를 때마다 노래의 제목을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생각하며 무대에 선다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양준일의 첫 책이자 첫걸음인 이 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이자 자신만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가 아닐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2-19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오늘 점심 뭐 먹지, e-북으로 인기만점 '진주의 키토 도시락'

진주의 키토 도시락| 진주 저/송재현 감수 | 윈타임즈 | 정가=1만5500원|E-북 9300원.(사진제공=윈타임즈)저탄고지 요리연구가인 진주 작가가 ‘진주의 키토 도시락’이 e-북으로 출시됐다. 저자는 지난 해 출간된 ‘진주의 해피 키토 키친’를 통해 부부 합산 46㎏을 감랑한 식단을 공개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점심으로 맘 놓고 사 먹을 만한 저탄고지 음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뭐든 사 먹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남편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늘 집에서 해먹는 키토식을 두 배로 만들어 남편의 도시락에 담아준 것으로 도시락 싸기의 번거로움을 해결했다. 신혼에서나 볼 법한 아기자기한 예쁜 도시락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주로 사용하는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한 챕터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작가는 “직장인이 퇴근 후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주말에 만든 음식을 가져가면 되지만 수요일쯤엔 ‘내일은 도시락으로 뭘 가져가지?’라는 걱정이 현실로 다가온다”면서 “이러한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품목마다 무슨 요일에 어떻게 싸 가면 좋은지 표시를 해두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엔 간단하게 조리하거나 수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음식을, 목요일이나 금요일엔 미리 만들어 냉동 보관한 음식을 가져가 데워 먹는 식으로 표시했다”고 밝혔다.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세대를 위해 출시된 e-북은 늦은감은 있으나 도시락 싸기 유용한 재료를 소개하고 음식의 특성에 따른 도시락 용기 선택과 사용 방법, 있으면 더 편한 도구의 사용법등 종이책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저탄고지 요리를 만들면서 사용한 재료를 한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전체 사진을 보여주고 세세하게 재료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서 식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소한 식재료의 경우 제품과 구매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식이 초보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영양제는 요리연구가 진주가 먹고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대한저탄고지협회장인 송재현 원장의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영양제를 고르는 데 참고할 수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2-13 19:19 이희승 기자

[B코멘트]'윤동주, 달을 쏘다' 권호성 연출…서거 75주기, 우리가 알지만 알지 못하는 윤동주

권호성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강시열 작가)“친구들, 일본의 연구자들 등의 증언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은 운동을 좋아했어요. 달리기도 축구도 잘했고 산책과 묵상을 좋아했으며 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죠. 굉장히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묵상적인 사람이었고 바느질도 잘하는 섬세함을 지니기도 했어요. 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윤동주, 달을 쏘다’의 권호성 연출이자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못말릴 윤동주 마니아다. 윤동주 시인이 너무 좋아 문학관이 있는 부암동으로 이사했고 매년 2월 16일이면 부암동 소재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예를 올리고 몇몇 지인들과 막거리 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는다. 북촌에서 하숙집 가는 길, 누상동 한옥에서 약수를 뜨러 다니던 둘레길, 아침마다 세수를 하던 수성동 계곡, 다니던 학교의 문과대가 있던 동산 등 산책, 묵상, 운동을 좋아했던 시인의 발길이 닿았을 법한 곳을 걷곤 한다.2017년 윤동주 시인의 100세 생일상 차리기 운동까지 했던 그는 윤동주 문학관을 비롯해 탄생지인 중국 용정 명동촌, 후쿠오카 형무소, 유학시절 머물던 교토, 마지막 화장터 등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틈만 나면 찾아가는 사람 중 하나다. 마지막 사진을 찍은 교토 우지강의 윤동주와 친구들(사진=윤동주기념사업회)그는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인상 깊었던 곳으로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교토의 우지강을 꼽았다.그는 “친구들이랑 소풍을 갔던 일본 교토의 우지강이라는 곳의 구름다리”라며 “그때 같이 소풍을 가 사진을 찍었던 여학생 마리꼬의 증언에 따르면 친구들이 윤동주에게 노래를 청해 ‘아리랑’을 불렀다”고 전했다. “학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굉장히 비장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지강을 보면서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을 했어요. 이제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친구들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소풍인데다 우지강은 (술잔을 기울일만큼) 운치가 있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나라를 잃은 서러움, 전쟁이라는 두려움과 시대의 답답함을 발산하고 싶은 젊은 친구들이었잖아요.”1942년 편입한 도지사 대학 재학 당시 머무르던 하숙집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 권 연출은 “지금은 미술대학으로 바뀌었는데 학교까지 걸어서 1시간 거리”라며 “자전거를 타거나 통학기차를 이용하기도 했겠지만 산책과 묵상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특성상 걷기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걸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가는 길에 천변이 있는데 벚꽃이 피어 있어요. 저 스스로 ‘윤동주의 꽃길’이라고 명명했죠. 남의 나라지만 꽃은 젊은 시인에게 다양한 감흥을 줬을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이게는 ‘꽃길’인 동시에 나라 잃은 서글픔이 배인 길이고 체포돼 끌려가던 길이기도 하죠. 그렇게 윤동주 시인과 연결된 제3의 알지 못하는 길들이 여전히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16일은 윤동주 시인 서거 75주기가 되는 날이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윤동주 시인이 지금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권 연출은 “그때처럼 꿈이 한줌의 재가 돼 허공으로 날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정서를 듬뿍 담은, 우리 글에 대한 사표(射表)가 되는 좋은 시인이 됐겠다 싶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가장 바닥에 깔린 정서를 건드리는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아마도 윤동주 시인에 대한 드라마는 계속 변주될 거예요.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예술가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미루어 상상할 여지가 많은 인물이거든요. 충분히 타당성을 갖는, 그럴 법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을 찾아내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지 않나 싶어요. 저 역시 윤동주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윤동주 시인의 정신이 좀 더 다양한 방식과 여러 장르로 공유되고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일본에서 사라진 시가 찾아지는 기적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1 19: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닛케이 크로스 트랜드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는 일본경제신문의 자회사인 닛케이BP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유료 매거진이다. 일본에서 성업 중인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사업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와 그 비결, 차별점을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실패한 정기구독 사업들의 예를 들면서, 간과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수 유형을 소개하고 나름의 성공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 못지 않게 정기구독 사업이 확산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이 많다.◇ 정기구독 사업에 성공하려면…* 정기구독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의 최신 트랜드 - 유력한 물건 판매 수법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기구독에는 최근 세 가지 큰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는 대기업의 진출이다. 제조사가 직접 자사 제품을 정기구독 형태로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매달 일정액을 내고 신차를 골라타는 도요타의 킨토KINTO, 공장 직송 맥주를 가정용 서버로 즐기는 기린맥주의 ‘홈탭’이 대표적이다. 두번 째는 공유개념의 침투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변모하고 있다. 라쿠사스 테크놀로지는 월 6800엔에 명품 가방을 무제한으로 대여하는 ‘라쿠사스’ 서비스로 대박을 냈다. 마지막은 개별 커스터마이즈 트랜드다. 고객 개개인의 취미와 기호에 맞춰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기구독 실패 사례 1 ‘아오키홀딩스 suitbox’ - 일본 양복 제조판매사 아오키 홀딩스가 서비스 시작 약 반년 만인 2018년 11월에 사업을 중단했다.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를 빌려주는 서비스였는데, 한 달에 한번씩 다른 양복으로 교환 해 주었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미리 상정한 이용자층과 실제 이용자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아용자 연령층이 40대가 가장 많아 기존 고객층과 중복되는 바람에 기존 매출 갉아먹을 가능성이 대두된 탓이다.* 실패사례 2 ‘TSC’ - 미국에서 큰 성공 거둔 ’달러 쉐이브 클럽‘의 일본 버전이다. 역시 도루코의 교환용 면도날을 판매했고, 요금 체계도 거의 같았으나 20121년 론칭 이후 고전하다 2018년 봄 사업을 철수했다. 신규 고객 확보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면도날을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편의점 등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초기 프로모션 불발도 한 요인이다.* 실패사례 3 ‘사케라이프’ - 일본 전통술인 사케를 정기배송 형태로 제공한다. 1.8리터 한 병에 월 5250엔, 720ml 한 병에 월 3150엔 받았다. 하지만 회원 등록 후 2년 전후로 회원들이 속속 졸업했다. “덕분에 나에게 맞는 사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며 이제 직접 사케를 고를 자신이 생겼다며 더 이상 구매 안하게 된 것이다.◇ 체험 +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성공이 관건* 명품 가방 무제한 대여 ‘라쿠사스’ - 에르메스 루이비통 프라다 등 53개 브랜드 3만개 이상을 월 6800엔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반납 기한이 없어 큰 인기다. 대신 민폐고객은 가치없이 퇴출시켜 관리한다. 평균 고객유지율이 무려 95%를 웃돈다. AI를 활용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가방을 우선 추천해 준다.* 무제한 옷 대여 ‘메차카리’ - 월 구독료 5800엔에 브랜드 상품 약 1만 점 중 마음에 드는 옷 3벌을 빌려준다. 스마트폰 앱 기반 서비스다. 월 7800엔에 4벌까지 빌릴 수 있는 스탠다드, 월 9800엔에 5벌을 빌리는 프리미엄 플랜도 제공한다. ‘물건 고르는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킨다’는 것이 모토다. 이용자 기호에 맞는 코디를 제안하는 ‘퍼스널라이즈 스타일링 AI 챗 로봇’을 적극 활용한다.* 양복 구독 서비스 ‘키루다케’ - 의류 브랜드 레나운이 월 정액제 양복 대여 서비스에 도전했다. 스타트업 플랜/쿨비즈를 선택하면 봄여름 시즌 슬랙스 5벌, 가을겨울 시즌 양복 2벌을 빌려준다. 앤터프라이즈 플랜/쿨비즈를 선택하면 봄여름 시즌에 양복 1벌과 슬랙스 5벌, 가을겨울 시즌에 양복 3벌을 제공한다. 차별점은 첫째, 회원 한명 한명의 체형에 맞춰 새 양복을 제공하는 이지오더 방식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양복 교환 주기를 봄가을과 가을겨울 등 반년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배송과 세탁에 드는 비용 절감효과도 얻었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월 4800~7800엔으로 책정했다.* 200만엔 손목시계를 월 2만엔에 ‘카리도케’ - 앱 개발 벤처기업인 클로버랩이 개발한 정기구독 서비스다. 학생을 위한 월 3980엔의 캐주얼 플랜은 6만엔 전후 제품을, 월 6800엔의 스탠다드 플랜은 20만엔 전후 시계를 빌려 준다. 월 9800엔에 50만엔 정도 시계를 빌리는 프리미엄 플랜도 있다. 1만9800엔 ‘이그제큐티브 플랜’ 이용하면 최고 200만엔 시계도 대여 가능하다. 매달 이용료를 내지 않고 시계를 대여하는 동안에만 구독료 지불토록 차별화했다. 빌리고 싶은 시계가 없는데도 요금을 내는 불이익을 해소해 큰 인기다. 이그제큐티브 플랜 이용자가 34.4%로 가장 많다. 다음이 프리미엄 플랜, 스탠다드 순이다.* 월 2100엔에 안경 정기구독 ‘니나루’ - 이 금액을 내면 3년 동안 300종의 상품 가운데 안경을 3개까지 교환 가능하다. 일본 전역에 116개 매장을 운영하는 메가네노 체인점이 2019년 4월1일부터 서비스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이하 대상의 월 구독료 1800엔 ‘니나루 스텝’은 안경테와 렌즈 모두 횟수 무제한 교환 가능하다.◇ 제조업도 직접 뛰어든다* 고급 맥주를 집에서 ‘기린맥주 홈탭’ - 고객에게 가정용 맥주 서버를 대여한 후 서버전용 맥주 ‘기린 이치방시보리 프리미엄’을 배달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 준다. 가격 자체만 보면 같은 양의 캔맥주에 비해 2배 이상이지만 공장 직송 맥주를 누구나 간단히 집에서 맛본다는 새로운 경험에 만족한다. 이용자 중에는 장기 휴가에 맞춰 맥주 추가주문해 서버를 통째로 들고 가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파나소닉이 제공하는 커피 ‘더 로스트’ - 더 로스트(The Roast)는 한 대에 10만엔인 스마트 커피 로스터와 원두 정가배송을 패키지로 묶은 서비스다. 매달 원두 200g이 여러 차례 배달된다. 커피 맛은 원두와 로스팅이 90%를 결정한다는 판단 하에 도전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이카와와 손잡고 이카와 제품을 토대로 수차례 튜닝을 거쳐 성능 균일화에 성공했다. 원두는 전문 상사인 이시미츠상사에서 납품받는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QR코드 스캔하면 전문가만이 가능한 복잡한 로스팅 공정을 간단히 따라할 수 있다. ‘셀프 로스팅 바람’을 기대할 정도다.* 신차 구독 서비스 ‘도요타 킨토’ - 2019년 2월 시작했다. 킨토 원은 프리우스, 카로라 스포츠, 알파도, 웰파이어, 크라운 등 5개 모델 가운데 하나를 골라 3년 동안 타는 플랜이다. 5만엔~11만엔 사이다. 킨토 셀렉트는 고급차인 렉서스 전용 서비스다. 6개 차종을 6개월 마다 갈아타며 3년 동안 이용하고 월 구독료 19만4000엔을 지불한다. 대인 대물 무제한 운전자보험과 자동차세, 등록세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다 나온 사업이다.* 출고 때까지 신차 제공 ‘볼보 셀렉트 스마보’ - 스마보(SMABO)란 스마트하게 볼보를 탄다는 콘셉트다. 2018년 6월부터 선보인 정기구독 서비스다. 출고 대기 기간에만 한정적으로 이용하고, 신형 SUV ‘XC40과 XC60 고입 고객이 대상이다. 신차 출고 전후로 두 대의 볼보를 타본다는 색다른 경험이 주효했다. “꼭 볼보가 아니라도 괜찮아” 하던 고객을 잡아놓는 효과도 크다고 한다. 승차 가능기간은 최장 1년, 주행거리는 월 750km다. 출고되면 이용하던 차를 반납하면 된다. 플래그십 모델인 90시리즈처럼 700만엔 등급의 고급차도 월 7만엔에 이용 가능하다.◇ 시장성 큰 노인·여성 고객을 노려라* 월 4만엔으로 누리는 거주의 자유 ‘어드레스’ - 지방의 빈집이나 리모델링한 유휴별장을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2019년 4월에 첫 선을 보였다. 셰어하우스와 코워킹 스페이스 장점을 섞었다. 일본 전역에 분포된 모든 계약시설에 무제한 머물 수 있는 다거점 코어리빙 서비스다. 4월 13곳을 마련해 연회비 48만엔으로 시작했다. 직계 가족은 추가 요금 없이 모두 머물 수 있게 배려했다. 치바현 마니미보소시와 이치노미야시,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와 시즈오카현 미나미이즈 등 주로 도시 생활자들이 주말을 이용해 사용한다. 월정액 5만엔, 8만엔 법인 전용 플랜도 시범 운영중이다. 2030년까지 회원 100만명, 거점 수 20만채, 공간 100만개가 목표다. “그래봐야 빈집 2000만 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고객이 직접 디자인 네일스티커 ‘유니크 유어네일’ - 네일 스티커를 한장 단위로 구입하던 것을 월 구독료 1180원에 정기배송 하는 서비스다. 성공 비결은 결제 횟수를 줄인 것이다. 한번 결제하면 매달 요금이 자동 청구되게 했다. 수익이 차곡차곡 쌓여 ‘고객생애가치’가 증가한다. 네일을 즐기는 여성이 전체 여성의 30% 불과하다는 데 착안해 성공했다. 이용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앱에 공개해 다른 이용자도 주문할 수 있게 해 신규고객 효과도 크다.* 여성 전용 에스테피트니스 ’바디 아치‘ -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시스그룹이 운영 중이다. 월 정액제로 여성 전용 셀프에스테를 이용 가능하다. 한 대에 250만엔 호가하는 최첨단 에스테기기를 완전 독립된 공간에서 마음껏 사용 가능하다. 첫 회 체험 후 회원 등록 비율이 높아 무려 80% 이상이 체험 당일 등록을 결정했을 정도로 인기다. 월 구독료는 매일 15시까지 45분동안 이용하는 코스가 1만엔, 75분 코스는 1만2000엔이다. 시간대 제한이 없는 올데이 회원은 45분 코스가 1만3000엔, 75분 코스는 1만5000엔이다. 일반 고급 에스테숍에서 같은 시술을 받을 경우 1회에 2만~3만원 든다고 한다. 점포만 있으면 바로 파트너 사업도 가능하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11 13: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우치다 다쓰루 외

총평 대표 저자인 우치다 다쓰루 세이카대 객원교수를 포함해 11명의 저자들은 대부분 일본 사회의 미래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고 관찰해 온 전문가들이다. 이 가운데는 도쿄대 명예교수인 강상중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본 인구의 감소 문제를 땜빵식으로 해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돌직구를 날린다. 위기에 무관심한 일본정부와 그것이 가져올 생활 전반의 격변과 위험을 안지하지 못하는 국민들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다. 책 제목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지만, 사실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최악의 상황에 맞닥드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한다. 기본소득제도 도입 준비, 도시-지방 격차 완화 및 지역 활성화, 조혼과 혼외혼의 장려, 긴축 재정 탈피 등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지만 딱 부러지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같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기에 답답하다.◇ 인구 감소 보다 더 위험한 일본의 ‘위기 불감증’* 급감하는 일본 인구 - 21세기말 일본 총인구는 중위 추계 기준 6000만 명 이하로 추산된다. 향후 80년 동안 인구가 약 7000만명이나 줄어든다는 얘기다.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축소로 현재 비즈니스 모델의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장당하거나 근본적 변화를 강요당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일본의 위기 불감증와 패배주의 혐오 - 미국과 일본은 위기에 대한 사고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미국사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고, 그 사태에 대처하는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반면 일본은 정반대다. 일어날 확률이 낮은 파국적 사태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일본의 전통이라고 저자들은 혹평한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대처법을 고안하는 태도 자체를 비관적 행동으로 분류한다. 그런 패배주의가 사기를 떨어트려 실패를 초래한다고 믿는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자체가 곧 ‘패배주의’이며, 이것이야 말로 패배를 불러 온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일본사회에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위험회피를 준비하는 습관이 없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전쟁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 -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25명의 피고인 전원이 “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그들은 전쟁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재지변처럼 어디선가 발생해 찾아온 것’으로 받아들였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손잡고 국가를 재건하는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이른바 ‘부과된 종래의 관습’이며 존중받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누구 책임이냐”며 ‘천박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 일본 내 분위기다.* 위기에 빠진 일본의 지력 - 일본의 생산성 정체는 한층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미래에 한 나라의 GDP를 결정하는 것은 노동인구와 노동시간보다 과학기술력을 비롯한 사람들의 지력(智力)인데, 일본의 지력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미래의 세계경제는 사람들의 두뇌 수준이 한 나라의 GDP와 기업의 수익을 결정하는 두뇌자본주의로 전환될 전망인데, 저출산 고령화보다 과학기술력 등 지력의 쇠퇴가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추가 노벨상 수상자 불가능? - 2016년 노벨생리학상 의학상 수상자인 도쿄공업대학 오스미 요시노 명예교수는 “20~30년 뒤에는 일본에서 더 이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비 감소로 과학기술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국립대학에 대한 운영비 교부금이 최근 10년 사이에 10% 이상 삭감되면서 기초연구 추진에 어려움 많다고 한다. 일본 논문 평수 감소세도 한 요인이다. 2016년 국가별 논문 편수 순위에서 일본은 6위까지 하락했다. 중국이 미국마져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두뇌자본주의 시대에 두뇌를 써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활동을 줄이고 무가치한 노동에 얽매어 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후기고령화에 저출산 심각한 일본* 일본의 후기고령화 인구 수 감소 - 일본에서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3대현은 아키타현과 시마네현, 고치현이다. 하지만 3곳의 75세 이상 인구 증가를 다 합쳐도 2만명으로 일본 전국의 1%에 불과하다. 시마네현의 경우 늘어나는 75세 이상의 인구수 보다 세상을 떠나는 75세 이상의 인구수가 많은 추세다. 고령화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 인구수가 감소하면 의료복지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고령자 비율이 낮아도 후기고령자 인구수가 늘면 의료복지 부담 증가한다.* 일본의 고민 ‘도쿄 블랙홀’ - 인구가 급증한 도쿄도에서도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있다. 출생률이 현저하게 낮은 도쿄도(지방의 경우 삿포로시나 후쿠오카시)에 젊은이들이 집중될수록 그들이 남기는 다음 세대의 인구소도 줄어들어 결국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지방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민 통한 인구수 증대책도 ‘별무 효과’ - 대량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도 이미 어린이 절대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육아에 돈이 드는 출생률이 낮은 지역으로 이민 온 이민자는 그 곳의 선주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저출생이 진행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점점 떨어지는 ‘차세대 재생력’ - 차세대 재생력은 25~39세를 신세대로, 0~4세를 유유아 세대로 산정한 후 신세대 300명에 대해 유유아 100명이 존재하는 지 여부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25~39세의 수를 3으로 나눠 0~4세의 수와 비교해 산출한다. 100:100이면 건전, 100: 70이나 50 등 후자의 수치가 작을수록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2015년 국제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의 차세대 재생력은 68%다. 일본에서는 대략 신세대의 3분의 2 정도만 아이가 태어난다는 얘기다. 도쿄가 55%로 가장 낮고, 오키나와가 93%로 최고다. 대도시 중 가장 나쁜 것은 히로시마로 75%다.* 차세대 재생력을 늘릴 비책은? - 차세대 재생력이 100%를 넘는 지자체, 즉 신세대 인구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태어나는 지역이 일본 전국에 오키나와현을 중심으로 40곳에 이른다. 이 수치가 90% 정도면 합계출산율 2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된다. 90%까지 기준을 내리면 110곳에 이른다고 한다. 그 상당수는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나 산간지역들이다. 차세대 재생력을 높이려면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 부담 경감 제도가 필요하다. 원하는 만큼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생활비가 저렵하고 서로 돕는 기풍이 남아있는 지방으로 아이를 원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젊은이들을 많이 보내는 것이 비책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만혼’이 결국 저출생 주요 원인 -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된 것이 저출생 원인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잘못된 논리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1980년~2010년 출생률 추이를 보면,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다.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20~24세, 25~30세 여성들이다. 이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 저출생의 주된 요인이라는 얘기다.* 조혼이 어렵다면 혼외혼이라도 -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차선책이다. 하지만 혼외자녀 비율이 프랑스나 스웨덴은 50%가 넘지만 일본은 2.3%에 불과하다. 한국은 1.9%로 더 낮다. 선진국에선 법률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도 동등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신용을 부여받는다. 인권 확대와 생활권 보호가 저출생 해법의 열쇠인 셈이다.◇ 인구 문제 따른 파생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 인구 증가 속 영양불량자도 속증 - 22세기까지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50년 97억 명, 2100년에는 112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30년 동안 22억명, 1년에 약 7000만명의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나라는 인도(3.2억) 나이지리아(2.2억) 콩고(1.2억) 파키스탄(1.1억) 에티오피아(9000만) 탄자니아(8000만) 미국(7000만) 인도네시아/우간다(6000만) 등이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8억 명, 즉 아홉 중 하나가 영양 불량상태다.* ‘기본소득론’ 부상 - AI(인공지능)로 대체되는 일자리 감소가 큰 이슈다. 기술의 진화로 야기되는 일자리 감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공전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는 벌써 ‘기본소득’의 도입이 심각하게 논의될 정도다. 누가 구매하는가의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노동자들인데, 그 절반이 직업을 잃으면 제품 구매자가 격감할 수 밖에 없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하고, 노동자는 극빈자가 되어 굶어죽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여기에서 드디어 기본소득(basic income)이 현실성을 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 긴축재정과 수명 단축의 연관성 - 긴축재정이란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를 통해 나라빚을 갚겠다는 정책이다. 예상치 못한 영국의 EU 탈퇴 배경에는 캐머런 전 총리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이 주도한 강압적인 긴축재정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서운 사실은 보수당이 긴축재정 정책을 시작한 2010년부터 영국의 평균수명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긴축재정으로 인한 국민건강 서비스 인원 삭감과 인프라 삭감과 분명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반 긴축주의 ‘DiEM25’ - Democracy in Europe Movement 2025의 약자. 2016년에 “유럽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획득해야 한다”며 결성되었다. 유럽에 필요한 것은 ‘유러피언 뉴딜’이라고 주장한다. 유로화 가맹국들에게 재정균형이나 긴축재정 정책을 강조하는 EU의 방침과 기술관료 독재에 빠져 있는 EU의 상태에 대해 발본족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EU의 붕괴를 초래하는 것은 극우에게 놀아나는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라, EU의 경제정책과 체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기초 마을의 2.81 합계출산률 - 오카야마현의 나기초 마을은 인구 6000명 정도의 산속 마을이다. 이곳의 2014년 합계특수출생률이 일본에서는 경이로운 2.81였다. 2017년 속보치도 2.4였다. 인구 10만명의 이웃 쓰야마시에서 일하는 젊은 부부들이 나기초 마을로 이주해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 주요인이었다. 이에 마을은 아이를 기르는 젋은 세대로 대상을 좁힌, 기능성과 디자인 좋은 공영주택을 개발 보급했다. ‘나기 차일드 홈’이라는 이름의 육아지원 시설에서는 매일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모여들어 정보교환과 상호부조한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것이다.* 젊은 여성에게 인기없는 지자체는 망할 수 밖에 - 일본의 현재 상태는 ‘지방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결혼만 해준다면 아이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25세부터 35세 사이 세대가 이주해 오는 지 여부가 자치단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셈이다. 결국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없는 자치단체는 사라질 운명이라는 얘기다.* 아이 보육원 보내고 극장갈 수 있는 사회 만들기 -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가다’라는 책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고 극장에 가도 뒤에서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밖에서 혼자 맥주를 먹어도 아무도 뭐라 않는 사회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08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한국 문학계의 아픈 손가락 ‘이상문학상’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합니다.”2020년 새해부터 문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제44회 이상문학상 불공정 계약 파문이 한달여만에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4일 오후 이상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사상사가 다소 늦은 사과문과 공식 입장문을 밝히며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 1월 불공정 조항을 담은 계약서 문제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우수상 수상을 거부하며 파문을 맞은 지 한달여만이다.문학사상사는 입장문에서 기존 이상문학상 수상자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새로운 계약과 대사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수상작의 저작권 관련 세부조항은 시대 흐름과 문학독자의 염원, 작가의 뜻을 존중해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사과문이 늦어진 데 대해 경영 악화로 인한 편집부 직원 대거 퇴직, 일관되지 못한 수년 간의 수상 안내 및 합의서 전달 과정 파악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폐습과 관행, 운영 미흡으로 불거진 일을 ‘직원의 실수’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사실도 인정하고 사과했다.문학사상사의 공식사과와 변화 의지 표명에도 1월 31일 자신의 SNS에 문학계의 불공정한 관행과 불신, 부당함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절필을 선언한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는 “선택을 되돌리지 않겠다”고 전했다.지난해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는 1월 31일 스스로에게 내려진 평가의 정당성, 열심히 하는 데도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부당함과 부조리에 일조해 이득을 얻게 되는 것 등에 대한 회의감을 전하며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문학사상사의 사과와 공식입장 발표 다음날인 5일 SNS에 계약과 약속들의 파기로 발생할 “소송까지 각오하고 (1월 31일의) 입장문을 썼다”고 밝히며 “동료 작가들에게 끼친 절망감과 손해도 되돌릴 수 없다”고 절필 의지를 굳건히 했다.윤이형 작가 뿐 아니라 최초 저작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수상 거부 의사를 밝혔던 김금희·최은영 작가는 이상문학상 수상자·수상후보·심사대상 어디에도 거론되지 않을 것과 문학사상사 관련 어떤 업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황정은 작가 역시 문학사상사 업무 거부 운동에 나섰다.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계는 전근대적인 관행 타파를 위한 작가 단체와의 개선 방안 논의, 저자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표준 출판계약서 개선, ‘창작자와 편집자를 위한 저작권 실무 가이드북’ 발행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의 이름을 달고 40년을 넘게 한국문학가들에게 주어졌던 상은 신뢰와 권위를 잃었고 모두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이상의 시 ‘오감도’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골목을 내달리던 ‘아해들’처럼 상처받은 한국 문학계에 ‘날개’가 다시 돋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7 1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과거부터 현재까지, 케이팝의 역사와 고민 이 책 한권에 있소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세계적인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무대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어벤저스’로 꼽히는 그룹 슈퍼엠을 론칭하고 빌보드 공략에 나섰다. 그룹 빅뱅은 군 제대 후 첫 무대로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을 택했고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는 보이그룹의 전유물이던 일본 돔 무대를 거침없이 매진시켰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일부 멤버가 사생활 문제로 탈퇴하자 해외 팬들은 소속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제 ‘케이팝’은 더 이상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본과 중화권을 무대로 조심스레 영역을 넓혀갔지만 이제는 북미대륙과 유럽도 거침없이 공략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데뷔한 케이팝 그룹들에게 월드투어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갈등하는 케이, 팝’| 이규탁 지음 | 스리체어스 | 1만 2000원 |사진제공=스리체어스‘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도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간 ‘갈등하는 케이, 팝’은 ‘케이팝’의 역사와 현 시점의 고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책은 ‘케이팝’이라는 단어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국내 대중음악계 공존하는 수많은 장르 중 ‘케이팝’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장르는 무엇일까. ‘케이팝’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어디서 출발했을까. 저자에 따르면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 해외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사용되기 시작해 2007~2008년 무렵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2000년대 초반은 H.O.T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을 무렵이고 2007~2008년은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태동하던 시기다. 즉 ‘케이팝’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정의된 장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그러나 저자는 ‘케이팝=한국대중음악’은 아니라고 정의한다. ‘케이팝’ 장르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 ‘한국 정서에 잘 맞는 멜로디라인과 독특한 창법’ ‘한국어 가사’ ‘군무’ ‘비주얼’ ‘동아시아계 멤버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저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화, 현지화 전략으로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지만 주로 동아시아계 멤버를 선정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트와이스의 모모, 사나는 일본인이고 쯔위는 대만 국적이다. 갓세븐의 잭슨, 뱀뱀, 블랙핑크 리사는 각각 홍콩과 태국 출신이고 슈퍼주니어M 출신 헨리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동아시아계 멤버 구성의 중요성은 지난 2012년 미국 단역배우 채드 퓨처의 케이팝 가수 데뷔 해프닝에서도 엿볼 수 있다.당시 ‘케이팝’에 매료됐던 채드 퓨처는 자신의 음악을 ‘에이케이팝’ (아메리카 스타일 케이팝)이라고 정의했지만 해외 케이팝 팬들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비 아시아계 가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케이팝’의 ‘케이’는 한국적 요건을 갖춘 특수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케이팝’의 한국적 특수성이 문화적 보편성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방탄소년단의 국내 팬들은 국내 팬덤과 해외 팬덤의 동등한 대우에 불만을 제기한다. 케이팝 스타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해외 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고 해외 시장만 노려서는 주요 케이팝 그룹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갈등하는 케이, 팝’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앞에 놓인 숙제를 함축적으로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이러한 갈등은 되풀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케이팝’이 ‘글로벌팝’처럼 보편적일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한국적 특성을 갖춘 고유의 문화로 세계 대중음악으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인 이규탁 교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케이팝 및 대중음악 연구자다. 흔히 대학 교수가 집필한 책이라고 하면 현학적이고 어려운 논문을 연상하지만 이 책은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케이팝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중음악과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2-05 0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변종의 늑대> 김영록

총평 ‘촉’과 ‘야성’으로 기업 생태계를 파괴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재단법인인 ‘넥스트챌린지’을 설립한 스타트업의 권위자다. 한국 고유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인 스타트업 멘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는 ‘표준’보다 ‘변종’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강국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스타트업은 어떻게 야성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준다. 나아가 ‘벤처강국’에 이어 ‘스타트업 강국’으로 우리나라가 거듭나려면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은 어떤 노력과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말로만 스타트업 지원을 부르짖지 말고, 실천이 따라가는 지원책의 중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묵직하다.◇ ‘변종의 늑대’ 스타트업* 늑대의 본성 - 늑대는 흔히 집단생활을 하는데 단결력이 어느 동물 못지 않다. 사냥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집요함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위협하면 더 사납게 대응하는 근성까지 갖췄다. 현장에서 본 스타트업은 이런 늑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한번 실패해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근성이 최고의 강점이다.* 이제는 스타트업자본주의 시대 - 초창기에는 자본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산업자본주의가 성행했다. 그 후에는 국가의 개입이 중요해진 수정자본주의로 변모했고, 20세기 초에는 금융이 중심이 되는 금융 자본주의가 확립됐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곧 자본의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 자본주의 시대다. 스타트업 자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미네르바 스쿨’ - 대학이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고 진단한 일부 경제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만든 대학이다. 캠퍼스가 없는 대신 전 세계 혁신기업을 교육의 장으로 삼는다. 하버드 합격률이 4.6%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1.9%에 달한다. 수업은 온라인이 전부고, 대부분 토론으로 진행된다. 예술 인문 경영 컴퓨터과학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이 주요 전공과목이다. 미국 벤처투자자 벤 존슨이 세웠다.* 변종의 늑대 ‘판교족’ - 20대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 중 하나가 공시족이다. 대략 4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취준생 3명 중 1명꼴이다. 반면 판교족은 공시족과 자기 주도성 측면에서 가장 대비된다.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열정이 충만하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개성,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복에 대한 자기 주도성, 빠른 속도와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능력 등이 대표적 기질이다.* 벤처기업과 다른 스타트업 - 스타트업은 벤처기업과 달리 기존의 투자나 정부 인증과 완전히 무관하다. 설립된 지 얼마 안되었으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신생기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지 않은 기업을 의미한다. 투자를 받아 다소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가진 벤처기업과 달리 좀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규모가 더 작고 더 신생이며, 더 작은 초기자본 기업들이다.* 스타트업의 새로운 딜레마 - 스타트업들은 열심히 개발한 기술이 결국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택시기사에게 카카오와 타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이해할 수 없는 딜레마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스타트업이 같이 성장할 대안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다.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어떻게 사회가 변하고 문제는 무엇인지, 그 때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 국가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높은 혁신성-낮은 실업률 3박자가 어우러진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파괴적 기술이 야기하는 부작용에 대해 대안도 정부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스타트 업만 독려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스타트업 카르텔이 핵심* 스타트업 카르텔 - 지금은 돈 보다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와 열정이 훨씬 중요한 시대다. 최근 창업이 과거와 다른 점은, 이제 홀로 외롭게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가볍게 시작해 보고, 하면서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나가고,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며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일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개인의 친분보다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팀 플레이’가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IT가 새롭게 깔아놓은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들의 초연결성은 독특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글로벌 사업까지 염두에 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MA - 최근 대기업과 인공지능/로봇 스타트업 간 결합이 확산세다. K-뷰티의 상징이었던 비비크림을 미국에 알려 화제가 되었던 해브앤비가 ‘치료과학’이라는 의미를 담아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개발한 화장품 회사를 에스티로더가 1조원대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기업 역사상 최고액인 4조원을 들여 묶음 할인, 입점 수수료 할인 전략으로 급성장한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항해 픽사 마블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 쟁쟁한 제작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다.* MA 대신 기술협력 상생 모델도 -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 ADAS 세계 최고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의 주행 환경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시스템에서 독보적이다. 현재 BMW와 협력해 자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코드42라는 자율차 기술 보유기업에 150억을 투자했고, 현대차는 의료정보 분석기업 엠디고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위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벤처 캐피탈 만들어 지분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트업 개발자 구인난 -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고 한다. 현재 중급 및 고급 개발자 미충원율이 16% 수준이다. 2022년에는 77%까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만큼 스타트업 기피현상이 심하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우자* 프랑스 혁신안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 프랑스의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정 슬로건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대학생 2명 중 1명이 창업자다. 유럽에서도 두번째로 큰 시장 규모를 갖춰 유럽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도시 4위다. 프로그램 개발자 수도 압도적이다. 18만 1659명으로 런던의 30만3594명에 이어 2위다. 유럽 내 벤처 캐피탈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18년 창업 기업이 69만1000개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카 셰어링 업체 블라블라카 등 유럽 유니콘 57개 중 4곳이 프랑스 회사다.*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법’ - 2017년부터 발효됐다. 특정 소비자가 속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망 중립성을 유지토록 하고, 통신료를 내지 않아도 즉시 네트워크를 해제할 수 없도록 접속유지 조항을 담았다. 또 모든 공공 데이터를 완전개방토록 했다. 누구에게나 온라인에 접속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데이터를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 스타트업의 대부 ‘자비에 니엘’ - 프랑스 정보통신 업체 프리의 CEO다. 2013년에 강사와 교과서, 학비가 없는 파격적인 IT 기술학교 ‘에꼴42’를 설립했다. 2010년에 벤처 투자사인 키마 벤처스를 설립해 프랑스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매년 전 세계 50국에서 100개 스타트업 선정해 투자한다. 그 동안 들인 사비만 4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축구장 5개 면적의 1만평 공간에 20개 엑셀러레이터와 1000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스테이션F 구축에도 앞장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해 왔다.* 공시족을 줄인 프랑스인들의 지혜 - 한 때 프랑스도 우리처럼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 매우 높았다. 25가지 혜택에 옷 신발 자전거 등 구입 보조금도 지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창업 부문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게 되면서 공무원 취업에 대한 인기가 뚝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교훈이다.◇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인도판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미국이 177개, 중국이 94개, 영국이 19개, 인도가 17개다. 벵갈루루 부흥의 원동력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엄청나게 값싼 인력들이 많은데다, 미국 서부와의 시차가 12시간 정도로 협업의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크다. 인도 우주연구원, 인도과학원 등이 근처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우수인력 유입이 가능했다. 현재 이곳에 1300개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모디 총리의 스타트업 육성책 - 2019년 재선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이 효과를 보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력의 30%, 미국 NASA 과학자의 36%가 인도인이다. 모디 총리는 1조6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창업 육성에 나섰다. 인도 4만여 스타트업 중 40%에 달하는 1만5000곳이 모디 총리의 본격적인 창업 육성 정책 이후 탄생했다. 외국인 투자한도를 100%까지 늘리고, 스타트업에는 3년간 양도세 면제는 물론 특허출원비용 을 80%까지 내려주었다.* 인도네시아의 창업 열기 -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걱정했던 인도네시아 재계 5위 찌푸트라 그룹은 2006년 재단을 세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하는 최초의 창업 전문대학을 설립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기업가정신 과목을 듣도록 했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아세안 6개국 가운데 기업가정신이 가장 높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인니가 35.5%로 1위, 태국이 31.9%로 2위, 베트남이 25.7%로 3위다. 사회 전체가 창업가를 존경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럽의 스타트업 성공 신화 비결은…* 폐허에서 피어난 최고의 창업국가 핀란드 - 역설적으로 핀란드 스타트업의 성공은 ‘노키아’의 폐허에서 피어났다. 핀란드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부 매각 시점 전후로 퇴직자들에게 브릿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유예기간을 두고 임금을 지급하면서 재취업이나 창업을 도왔다. 창업자에게는 3000만원 가량의 투자금도 지원했다. 이렇게 탄생한 스타트업이 무려 1000개에 이른다. 앵그리 버드, 클랜시 오브 클랜 같은 게임 역시 이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팀 핀란드’를 위해 핀란드 여러 공공기관 중 스타트업과 관련된 기관만 골라 네트워크로 엮었다. 법인세도 20% 가량 낮추고 사람 살지 않는 지역에 자율주행차 테스트 시설 구축 등도 힘썼다.* 어벤저스 교육기관 ‘알토 대학’ - 대부분 학과 과제를 창업에 초점을 맞췄다. 창업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나 경영, 디자인 영역에서 융합교육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헬싱키 소재 명문대인 공과대학, 경제대학, 미술 디자인대학을 합쳤다. 핀란드 스타트업 절반이 넘는 100곳이 대학 출신이다. 캠퍼스 인근에 공유 오피스를 마련해 창업 졸업생들에게 무료 대여해 준다. 매년 10월13일에는 실패의 중요성을 새기도록 ‘실패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슬러시라는 행사도 주목을 끈다. 매년 11월에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업관계자들이 모여 토론과 아이디어 경연을 한다. 유럽 최대 창업 축제로, 2008년 5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2만명에 이른다.* 정부 주도로 디지털 대국 일으킨 에스토니아 -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유럽 최대 창업국가다. 발트해의 빈국에서 매년 2000개 스타트업 포함해 1만개 넘는 창업 기업을 배출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영토가 없어진다고 해도 데이터가 있으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만들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자국 내 룩셈부르크 대사관에도 분산해 보관할 정도다. “국민의 데이터가 곧 국가”라는 모토다.* 에스토니아 성공 비결 - 첫째, 정부 혁신 전략이 주효했다. 전자 영주권 도입으로 누구든 에스토니아 영주권 얻을 수 있게 하고 온라인 창업을 지원했다. 2019년 기준 전세계 167개국에서 4만9000명이 시민권을 취득했다. 외국인이 설립한 회사가 500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전자영주권 발급 순위가 13위로 총 1262명이 취득했다. 둘째, 법인세율 0%다. 회사에 재투자하거나 은행에 넣어두면 창업자는 한 푼도 세금을 안내도 된다. 이익 배당 때만 20% 부과한다. 셋째, 디지털 교육이다. 20여년 전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실시했다. 덕분에 세계 1위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세계 최대 국제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 세계 최초 식료픔 배달 로봇 제작기업 ‘스타십테크놀로지’가 탄생했다.* 스위스의 사회안전망 - 정부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방치하거나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패러다임에 저항하기 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위스는 강력한 스타트업 지원과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직업교육을 시켜 실업률을 낮추었다. 복지제도도 강화해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 주었다. 덕분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 무려 8년 동안 세계 1위를 고수 중이다. 매년 4만개 신생기업이 창업하는데 그 중 82%가 스타트업이다. 창업 5년 이내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가젤 기업’이 400여개 이른다고 한다.◇ 실리콘비치로 이동하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 미국 스타트업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와 뉴욕 - 세계 톱 15 액셀러레이터 중 6곳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다. 1위 기업인 Y콤비네이터는 16개 유니콘을 키워냈다. 이들의 기업가치를 다 합치면 80조 원을 상회한다. 캘리포니아에는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비치가 있고 뉴욕에는 실리콘앨리가 있다.* 뉴욕시장 블룸버그가 키운 ‘실리콘 앨리’ - 텀블러, 허핑턴포스트, 킥스티터, 비스니스인사이더 등이 뉴욕에 위치해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도 별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의 디지털 시티 육성 전략에 따라 10년간 세금 면제 등 파역 육성책을 펼쳐 효과를 보았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위워크가 들어오면서 최적의 환경이 완성되었다. 세계적 금융중심지 뉴욕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실리콘밸리’ 말고 ‘실리콘비치’ - 초기 스타트업들이 비싼 실리콘밸리 떠나 로스엔젤레스의 실리콘비치로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등 무려 20여개 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다. 자체적으로 매우 큰 소비시장 형성도 한 몫했다. 창업지원 정부기관인 ‘LA 클린 테크 인큐베이터’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대기업인 모바일 메신저 회사로 기업가치 33조원의 스냅쳇이 있다. 면도날 정기배송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딜리셰이브클럽, 리그오브레전드 개발 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 온라인 자동차 매매사이트 트루카 등도 이곳에서 컸다.◇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10년 이 악물면 90%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 - 스타트업 카르텔이 만들어 지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우수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돈 한 푼 없이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와 엑셀러레이터가 초기 자금을 지원한다. 3년 동안 최소 1억에서 최대 5억까지 지원 가능하다. 저자는 “최소 10년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만 있다면 90%는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변종의 늑대 성공법칙 ‘은둔근’ -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좌우명이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하고, 고의적으로 주변에 신경을 끄는 등 다소 우둔해야 하며, 근면 성실하게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교훈이다. 우둔함과 끈기, 그리고 운이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던 다이나믹 보안기술로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6년 우리은행 보안 시스템 해킹을 막아낸 ㈜에버스핀, 눈물을 머금고 고시를 포기하고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으로 성공신화를 쓴 ㈜벤디스, 휴대가 가능해 응급발생 시 유용한 휴대폰 무선초음파진단기 개발업체 ㈜힐세리온 등이 은둔근 교훈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창업의 첫째 성공요건은 ‘팀’ - 대부분 아이디어 또는 자본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창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팀’이라고 강조한다. 첫번째가 팀이고 두번째가 아이디어, 세번째가 바로 자본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 - 저자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우선 스타트업 분야의 전문지식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 빼고는 다 해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 간섭을 최소화하고, 스타트업의 본질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지자체들의 스타트업 지원 방향이 모두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시설 구축이나 스타트업 유치에만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스타트업 인프라와 도시재생,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지원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 들이 하나가 되어야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자체가 기적의 교육법이자 일자리 창출이며, 4차 산업혁명의 딥 체인지를 만들 히든카드라고 강조한다.* 부모들의 역할도 중요 - 2018년 한 설문에서 ‘자녀의 창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72%에 달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입시 위주의 현 교육 체제 때문이다. 지식 위주의 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우리사회 최고의 선으로 자리잡은 탓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05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마쓰시타 고노스케 > 송희영

총평 저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내에서 손 꼽히는 마쓰시타 전문가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기업에게는 이윤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을 통한 좋은 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독특한 경영론을 실천한 경영인이다. “학교 보다는 시장에서 배워라”며 오사카 센바 시장으로 등을 떠민 아버지, 그곳에서 만난 밑바닥 경영론의 인생 멘토들 덕분에 그는 기업인으로서의 자세, 국가와 사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 친족 경영에 연연하지 않는 후대에 남을 경영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경영의 신’ 마쓰시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불황론 -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은 기회다.” 그는 실제로 경기 사이클에 상관없이 흑자 경영에 성공한 경영인이다.* 일본 기업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 - 아사히신문이 2000년 밀레니엄 특집에서 국민들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는 지난 1000년 동안 일본 기업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 1위에 선정되었다. * 농업시대 루저가 제조업시대 영웅으로 - 마쓰시타는 저학력에 허약체질, 가난 등 인생의 3대 악재를 타고났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일본 경영계의 영웅으로 변신했다.* ‘1인 1업’ 정신 지킨 마쓰시타 - 미쓰비씨 미쓰이 스미토모 같은 큰 재벌들은 수백년 걸쳐 그룹을 키웠다. 권력과의 밀접한 연결고리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마쓰시타는 당대 혼자 힘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성취했다.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전기전자 분야 사업에 골몰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무슨 뜻인가?” - 마쓰시타가 가장 자주 썼던 질문이다. 그는 대화 도중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남의 말을 가로채거나 중도에 자르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경청의 달인이었다.◇ 마쓰시타를 키운 경영·인생 멘토들* 상·중·하 장사꾼론 - 마쓰시타의 두번째 직장인 고다이자전거점이었다. 이곳의 주인은 마쓰시타의 뺨을 세번이나 때렸을 정도로 사업 부문에선 엄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골 고객 집을 향해선 함부로 발을 뻗고 자선 안된다”며 장사꾼의 자세를 가르쳤다. 이를 배운 마쓰시타는 “돈을 남기려는 장사꾼은 하급이고, 가게를 남기려는 장사꾼은 중급, 그리고 단골 고객을 남기려는 장사꾼이야말로 진짜 상급”이라고 강조한다. 사업이란 회사와 고객 뿐아니라 사회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 오사카 센바 상인 - 센바는 오사카성 서쪽 번화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배하던 시절부터 일본 상업과 교역의 최고 중심지였다. 운하가 있어 역사적으로 교통요지다. 오사카의 중심이자 일본 경제의 축소판이다. 센바에서 시업을 시작했다면 장사꾼으로서 내공이 단단할 것이라 인정받을 정도다. 어느 상점에서 일을 배웠느냐 물어 상대방 인맥과 사업 분야를 파악했다고 한다. 사회의 평판을 중시했다. 마쓰시타도 “사업의 기본은 ‘센바대학’에서 다 배웠다”고 말할 정도다.* 도리이의 ‘산토리 정신’ - 산토리 위스키를 창업한 도리이 신지로도 마쓰시타와 같은 시기에 센바에서 말단 점원 생활을 했다. 월반으로 초등학교를 마치고 오사카상고를 졸업한 재원임에도 대학 진학 대신 사업을 배웠다. 일단 저질러 보자는 것이 산토리의 도전 정신이다. “성공의 비결은 간단하다. 성공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다.” ◇ 마쓰시타와 그 가족들* 마쓰시타의 ‘야마기’ - 마쓰시타를 사업가의 길로 이끈 이는 아버지다. 학교 가기를 희망 하는 마쓰시타에게 “학교는 이제와서 더 다닐 필요가 없다. 네가 출세하면 이름있는 학교를 졸업한 훌륭한 사람을 데려다 쓸 수 있다”며 반드시 센바에서 장사를 배워 출세하라 독려했다. 와타나베 쇼이치 교수는 “아버지가 고노스케에게 물려준 유산 가운데 큰 것이 배포있게 일을 저지르는 기질”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일본어로는 야마기(山氣)라고 한다. 모험을 두려워 않는 야성미를 의미한다.* 가문 승계 포기한 마쓰시타 - 경영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겪다 결국 창업자 가문 대물림을 포기했다. 마쓰시타의 큰 손자 마사유키는 19년 동안 그룹 부회장 명함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명예직일 뿐 투자 결정이나 인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2019년 6월에는 특별고문으로 사실상 일선에서 은퇴했다.* 스피드광 둘째 손자 히로유키 - ‘카 레이서 히로’로 잘 알려진 마쓰시타 히로유키는 고베에 드론 벤처기업 스위프트XI를 설립했다. 15세부터 카 레이서에 입문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캘리포니아에 경주용 차를 전문 개발 제조하는 회사를 만들어 4인조 경량 제트 항공기 제조 등에서 성과를 냈다. 무인항공기 개발해 노드롭항공사에 사용권을 매각하기도 했다. * 마쓰시타의 가족주의 - 마쓰시타의 두번째 직장이 고다이자전거점이었다. 오너가 가족을 아끼면 충성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 곳에서 배웠다. 주인 부부의 종업원 사랑을 직접 보고 배웠다.◇ 마쓰시타 경영론* 기업이익 환원론- 마쓰시타는 “기업의 이익이란 회사가 사회에 공헌하고서 사회로부터 받은 사례금”이라고 규정했다. 기업이 사회 번영을 위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하면, 그 보상으로 받는 대가가 기업 이윤이라는 논리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단한 저술자 마쓰시타 - 단독으로 집필한 저서가 59권이다. 대담집이 10권, 연설집 19권, 공저가 20권에 이른다, 편저 45권, 발언집 45권 등 총 198종의 저서를 남겼다.* PHP연구소 - 마쓰시타가 1946년에 설립한 대형 출판사다. 번영을 통한 평화와 행복이라는 기치 아래 마쓰시타 경영이념을 시대 흐름에 맞춰 재해석하고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쓰시타 경영 철학을 세일즈하는 총사령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공 들이는 사업은 마쓰시타 경영숙(경영스쿨)이다.* 훌륭한 상인의 자질 ‘셋’ - 장사의 의미를 아는 사람,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머리를 더 굽히는 사람이다.* 수돗물 철학 - 수돗물이 산 가격에 콸콸 공급되는 것처럼 기업 경영도 그래야 한다고 믿음이다. 사회에 필요한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면 많은 사람이 행복을 누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파나소닉의 1차 목표는 사회 빈곤과 궁핍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천명했다. 이익은 2차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주5일 근무를 1960년에 도입 - 회사 경영에 협조하는 노조에 대한 화답으로 종업원 중시 경영을 적극 펼쳤다. 1960년 시무식 때 주5일제 도입을 전격 선언하고 3년 후인 1963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이 노동법을 개정해 주5일제를 공식적으로 전면 도입한 것이 그로부터 28년 후인 1988년이었다. 주5일제 도입이 성공하자 3년 후에는 임금 인상 5개년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5년 안에 미국과 독일 수준까지 금로자 임금을 올리겠다는 원대한 포부였다. * 전형적인 ‘추적자’ 전략 - 파나소닉은 발명 보다는 그 기술을 개량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때문에 모방의 천재, 베끼기 전문기업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하지만 오리지날 기술 없이도 1등 기업이 가능함을 그는 보여 주었다. ◇ 마쓰시타의 국가 기여론* 무세국가론 - 마쓰시타는 세금에 대해 원초적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무세국가론이란 국민과 기업에서 걷는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가가 기업처럼 스스로 돈을 벌어 쓰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액 세금에 불만 있어도 공공성을 앞세우는 기업관을 평생 유지했다. 기업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진 것이다. 파나소닉 경영에도 줄곳 공해 방지, 환경 중시는 물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 기부와 칭찬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기업은 공공재’라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국토 창성론 - 산악 지대가 많은 일본 국토를 개조하자는 주장이다. 200년에 걸쳐 산을 헐어 간척지를 개발해 국토 면적을 2배로 늘리자는 구상이다. 정치에도 생산성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고야산 기업묘 - 고야산(高野山)은 일본 불교의 성지로 진언종의 총본산이다. 템플스테이로 유명하다.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인들이 유독 많이 찾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진언종 명상법과 좌선이 큰 인기를 끄는 곳이다. 이곳에는 100여개의 기업묘로도 유명하다. 산업 전사들이 죽어서도 극락정토에 모여 함께 살길 바라는 뜻으로 세웠다고 한다. 기업묘의 원조가 바로 파나소닉이다.* 영욕의 마쓰시타 정경숙 - 치가사키시에 1987년 84세 나이로 마쓰시타 정경숙을 건립했다. 지금 돈으로 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1년에 6번, 주말에 1박2일을 합숙하며 강연 세미나 토론회를 진행한다. 입학생을 매번 15명으로 제한한다. 지금은 매년 5~7명 정도 선발에 그치고 있다. 현직 경영인이나 기업 후계자 꿈꾸는 3세와 4세로 참여 자격을 제한했다. 아무리 바빠도 수업은 본인이 직접 참가토록 한다. 현직 경영인과 마쓰시타와 함께 파나소닉 경영했던 전직 원로들이 특강을 맡는다. 학생들에게는 졸업 때까지 4년간 매달 대기업 신입사원 수준의 월급을 지급했다. 마쓰시티 회장과의 정기적 대화 모임 등이 있었다. * 정당 결성으로 갈 뻔한 정경숙 설립 -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 반영. 1989년에는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마쓰시타정당 출범 결심도. 정당 발기문과 정강 정책까지 준비. 하지만 건강이 갑지가 악화되면서 1989년 4월 사망하자 무산. 30년 동안 마쓰시타 정경숙 졸업자 274명. 40%가 정치에 입문하고 39%는 기업체 근무. 1기 졸업생 노다 요시히코가 2011년 총리대신 올라 정경숙 출신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요직에 발탁.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01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일본다루기> 김현구

총평 저자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일본사를 연구하고 국내 대학에서 오랫동안 일본의 역사를 가르쳤다.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역사적 논점과 극복방안 등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일본이 우리와의 많은 거래에서 우리가 모르는 구조적 불균형 덕분에 엄청난 이득을 챙겨 왔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일본 정부의 ‘한국 길들이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제는 북한마저 같은 식으로 ‘제2의 한국’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이 합동으로 ‘재팬 불매운동’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북한의 휴전선 일대 방사정포 배치로 서울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우리도 동해안 주요 지역에 군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한다.◇ 한국과의 거래에서 엄청난 이득 챙긴 일본* 8억 달러 주고 6000억 달러 벌어간 일본 - 한국이 대략 100억 달러 생산품을 수출하려면 약 10억 달러 부품이나 원자재를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 이래 2018년까지 대일 무역에서 우리는 대략 6000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본은 유·무상으로 8억 달러를 한국에 제공하고 6000억 달러를 한국에서 벌어간 셈이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일정량의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바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베정권의 경제보복 목적은 ‘한국 길들이기’ - 아베 정부의 한국 경제 제재 목적은, 한국을 적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반중(反中) 연대’로 전환시키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중 합동 재팬 불매운동 검토해 볼 만 - 한국에 더해 중국까지 ‘NO 재팬’ 운동에 참여할 경우, 일본은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즉각 체험하게 될 것이고 해당 관광지 지역 정치인들이 아베 정권을 압박할 가능성 크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중이 함께 하는 ‘NO, NO 재팬 투어’ 운동은 한중관계를 강화하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일본을 견제하는 방법으로서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셈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려는 일본 - 일본은 1965년 한국과 수교하면서 유무상 8억 달러를 제공했듯이, 최근 북한에도 70억~100억 달러를 지불하려 준비했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만 풀리면 언제든 북한을 제2의 한국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최근 한일관계가 난관에 봉착하자 일본이 다시 북한에 접근하기 시작하는 것이 이런 이유였다. 아베 역시 납북 일본인에 대한 송환 요구 목소리를 부쩍 낮추고 있다. 급기야 2019년 5월에는 ‘조건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류열풍의 실제 이득은 일본이 챙겨 - 2005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대일 서비스 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욘사마(배용준) 열풍’이 휘몰아쳤던 2005년에 여행수지가 7억3000만 달러 적자였다. 운수수지도 3억3000만 달러 적자로 전락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해마다 두자릿수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에 우리가 흥분하던 시기에 여행수지, 운수수지는 적자로 전락하고 무역적자는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업도 일본 의존도 과다 - 조선업 기자재 자급률이 20%라는 국내 보도가 있었다. 외국에서 한국에 주문을 넣을 때, 일본산 부품을 사용해 달라는 조건을 붙인다고 한다. 한국도 부품개발 능력 있으나 경기가 좋을 때는 수입산이 오히려 싸니 부품을 수입하고, 경기가 어려울 때는 부품 개발에 돈이 들어가니 개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급할 때 한국을 외면한 일본과 미국* 외환위기 때 한국지원 외면한 일본 - 한국이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일본은 철저히 한국을 외면했다. 1995년 어업협정 개정을 요구하던 일본 정부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일갈했던 것을 꼬투리 삼았다. 일본이 우리의 단기외채 연장 요청에 불응하면서 한국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한국편일까 일본편일까? - 저자는 “한국과 일본이 충돌한다면 미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1950년 한국이 미국 방위권 밖에 있다고 밝힌 이른바 ‘에치슨 성명’도 미국이 최종적으로 생각하는 보루가 일본 임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자위대는 지리적 제한 없이 전 세계를 무대로 미국과 함께 활동 중이다. 소설 ‘대지’를 쓴 작가 펄벅은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두번 한국을 배신했다”고 말한 바 있다. 1882년 조미수호조약에도 불구하고 을사조약 때 우리를 외면했고,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따라 필리핀을 미국에 주고 한일합방 조약을 방조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다루는 법 - 김 전 대통령은 취임 다음 달인 3월에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해 9월에는 일본과 신어업협정을 체결했고 이어 10월에는 일본을 방문해 대중문화 개방을 선언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8일에는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3대 현안을 전부 해결해 주자, 일본은 30억 달러 차관 제공으로 화답했다. 한국은 1998년 12월 18일 IMF 자금 18억 달러를 1차 상환함으로써 IMF 관리체제에서 탈피한다. 오부치 총리는 “금세기의 한일 관계를 돌이켜 보고 과거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대단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를 바탕으로 마음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왜구를 근절시켰던 세종대왕 - 세종은 1419년 왜구 소굴인 쓰시마를 정벌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쓰시마 도주에게 제도적으로 무역을 허용하는 교린정책을 펼쳤다. 1426년 쓰시마 도주 소 사다모리 요청으로 웅진(진해) 내이포와 부산포, 울산의 염포를 개항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조선은 나중에 3포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일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전면적인 교역 금지 조치를 한 것이 결국 임진왜란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본 사과의 역사와 反역사* 일본 위정자들의 역사관이 망라된 ‘구보타 망언’ - 1953년 10월 한일회담 당시에 구보타 간이치로 일본 수석대표는 “일본이 진출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러시아, 중국에 점령되어 더 비참했을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또 “일본이 조선에 36년 식민지 통치에 대해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에 남기도 온 일본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막말을 했다. 일본이 조선에 36년 동안 철도를 부설하고 항만을 건설해 경제부흥을 일으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것이 일본 보수 정치계의 보편적인 역사인식이다.* 일본 정부 ‘사과의 역사’ - 일본 정부 사과의 상징적인 존재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다. 일본 전후 50주년 종전 기념일인 1995년 8월 15일에 그는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사과는 1993년 8월 내각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하고 일본군 위안부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이를 부정했다. 2013년 12월26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를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범’을 존경하고 숭배한다고 해 크게 물의를 일으켰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서도 2015년 3월 “인신매매에 의한 희생자”라고 표현하는 등 역사 부정이 극에 달했다.*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하지 않는 이유 -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를 않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고 저자는 파악한다. 주변국가를 침략한 세력이 ‘반공’을 중시한 미국의 방조 아래 다시 정권을 장악했고, 그 자손들이 일본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사를 인정하는 것은 곧 자신은 물론 자신의 조상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주변국가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마지못해 사과하는 척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 과거를 영광스러운 역사로 가르치자는 자유주의사관이 힘을 얻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일본의 적나라한 본 모습* 한반도를 생명선으로 여기는 일본 - 일본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가 한반도를 장악한다면 일본이 다음 타깃이 된다는 두려움을 늘 안고 산다. 때문에 한반도를 일본 열도에 대한 방어선으로 생각한다. 남진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러일전쟁을 불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돈으로 방글라데시 눌러앉힌 일본 - 2014년 9월 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방글라데시와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석을 놓고 경합이 붙었을 때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하고 방글라데시를 사퇴시켰다. 향후 4~5년에 걸쳐 6000억 엔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난징대학살 숨기려는 일본 - 일본 교과서는 난징 대학살과 관련해 ‘1937년 12월 난징을 함락했다’라고만 기술하고 있다. 난징에서 살해된 사람의 숫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는 내용만을 주석으로 달았을 뿐이다.* 세습에 익숙한 일본 주류사회 - 일본은 고대에 유력한 호족들이 속민을 거느리고 조정에서 맡은 일을 세습했다. 이른바 우지가배네(氏姓) 사회였다. 7세기 말에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 세습 문화는 사무라이가 지배한 막부시대에 이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총리직도 사실상 돌아가면서 세습되고 있으며, 현재 여당 의원의 40% 이상이 세습의원들이다.* 일본을 통치하고 군대를 통솔하는 천황 - 일본 헌법에 천황이 정의되어 있다. 제1조에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 제3조에 ‘천황은 신성해서 침범할 수 없다’ 등 천황을 신성불가침의 ’천인신‘ 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4조에도 ‘천황은 국가의 원수로서 통치권을 통괄하고 헌법 각조에 의거해 이를 시행한다’, 11조에는 ‘천황은 육해군을 통솔한다’고 정의했다. 미국은 그런 천황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오히려 지켜 주었다. 일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타협한 것이다. 결국 전쟁 최고책임자인 천황은 전범으로 처벌받지 않고, 다시 일본을 상징하는 존재로 복귀시켜 준 셈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1-2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영화를 보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클래식 명작과 실화에 기초한 소설을 바탕으로 꾸린 영화가 개봉하는가 하면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시즌2를 예고했을 정도로  골라보는 재미가 충만하다.  무려 8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은 아씨들’은 이미 전세계 흥행 수익 1억 5000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1970년대 실세를 누리며 18년 독재를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20대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며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거론될 정도다. ‘셜록’ 제작진이 탄생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3부작이라는 다소 짧은 에피소드에도 드라큘라의 새로운 진화를 선보인다. 그렇게 남다른 재미에 빠져 있다 보면 문득 원작이 궁금해져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 소녀에서 여성으로 ‘작은아씨들’(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작은 아씨들’이 다시 한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자전적 소설로 궁핍한 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소녀들의 사연이 각 페이지마다 교차된다. 아름답고 차분한 메그, 활달한 문학소녀 조, 헌신적이고 착한 베스, 멋쟁이 막내 에이미는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연극, 만화로 변주됐다. 원작자인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알코트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결혼도 단념하고 일찍부터 집안살림을 도우며 가계를 꾸려 나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때는 배우를 꿈꿨으나 문학적 재능을 살려 잡지나 신문에 글을 기고하던 중 1863년 발표한 ‘병원 스케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전쟁 당시 후방인 뉴잉글랜드의 가정을 묘사한 ‘작은 아씨들’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극중 활달한 성격의 둘째 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에도 30여편의 작품을 쓰며 활발한 작가 활동을 이어나갔다.(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2020년 영화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장녀 메그를, 둘째 조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레이디 버드’로 호흡을 맞췄던 시얼샤 노런이 연기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역할은 엘리자 스캔런이 맡아 장편 영화에 전격 데뷔한다. 박찬욱과의 ‘리틀 드러머 걸’ 작업으로 국내 인지도가 높은 플로렌스 퓨는 막내 에이미로 분하며 특유의 당당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사진제공=쇼박스)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극 중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의 고뇌와 당시의 한국 사회를 집중 조명한다. 원작은 880쪽에 달하지만 영화는 10.26 사건이 벌어지기 전 40일간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8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중심으로 4대 중앙정보부장 김형욱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1979년 김재규가 총을 쏘지 않았다면 서울시에서 탱크로 피바다를 이루었을지 모른다. 10.26은 그런 유혈사태를 막은 의미가 크다. 민주화의 단계가 다량의 피를 흘리고 내전에 가까운 것을 거치느냐, 아니면 유혈이지만 대통령과 경호원의 죽음으로 오냐는 의미에서 김재규는 평가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극중 전두환 역할을 맡은 배우 서현우. 경호실장 역할의 이희준과 쌍벽을 이루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진제공=쇼박스)저자는 1978년 동아일보에 입사했을 때 편집국 소파에 중앙정보부 파견관이 앉아 보도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중앙정보부 출신의 국회의원들 30여명을 알게됐다. 국가기밀 준수 의미에서 자유로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모아 왔다. 이후 취재원만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이야기가 깊어지자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사를 연재하기로 결심했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1997년 군대를 다녀와서 우연찮게 원작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영화학도를 꿈꾸던 시기였기에 2016년 초 원작자에게 연락해 영화 판권이 팔리지 않았다면 제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부터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불멸의 호러 캐릭터 ‘드라큘라’드라큘라 백작역은 ‘더 스퀘어’로 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클라에스 방이 맡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브람 스토커가 쓴 ‘드라큘라’는 19세기 후반 범죄나 악령에 대한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던 시대에 탄생했다. 고딕 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은 중세 고딕풍 폐허가 된 고성을 배경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해 기괴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포소설 작법에 유독 충실하다. 1897년 발행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고딕 호러라는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변호사다. 런던에 저택을 매입하려는 드라큘라 백작의 의뢰를 받고 상담을 위해 트란실바니아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수백년간 살아온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고 탈출을 시도한다. 소설을 이루는 프레임은 드라큘라 백작으로 대변되는 과거, 미신, 이교도,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대이자 과학, 기독교의 대립이다. 무엇보다 드라큘라 캐릭터 자체가 지닌 정체성, 정상과 비정상, 성과 욕망 등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파고든다. 거기서 비롯되는 회피할 수 없는 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불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진제공=넷플릭스)이미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로 장르가 확대됐지만 가장 최근작은 영국 BBC One과 넷플릭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드라큘라 시리즈’다. ‘셜록’의 각본과 제작을 맡은 마크 게티스와 스티븐 모팻이 드라큘라 시리즈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기원 이야기부터 현재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드라큘라를 보여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1-29 07: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김용섭

총평 저자는 오랜 기간 트랜드 연구를 해 온 트랜드 전문가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은 어느 덧 장년·노년 세대가 되어 버린 베이비부머 세대에서부터 X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거쳐 최근 Z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와 관찰의 결과물이다. 각 세대별 특징과 시사점을 얘기하는 것 외에 다른 세대들과 풀어야 할 문제들과 스스로 고쳐야 할 의식과 행동의 틀 등에 관해 매우 세밀하게 분석하고 조언한다. 이른바 빅 4 세대 모두가 한번 쯤 읽어보고 스스로를 성찰해볼 기회를 만드는 책이다. 특히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어른들에 있어 이 책은, 그들이 생각하는 ‘말 안 듣고 자기주관만 뚜렷한’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빅4 세대들 - 1) 베이비부머 뉴 식스티 세대(1955~1964). 780만 명에 이른다. 생존과 경쟁, 소유, 부동산, 집단이 대표 키워드다. 2) X세대 영 포티 세대(1969~1979). 870만 명이다. 경쟁과 글로벌, 개인으로 대표된다. 3) 밀레니얼 세대(1984~1999). 1100만 명에 이른다. 공유와 경험, 개인을 중시한다. 4) Z세대(2000~2009). 520만명이다. 디지털과 공유, 탈국가, 동영상을 중요시한다. 기타 사일런트 세대(1954년 이전 출생자)와 알파세대(Z세대 이후 출생자) 등이 있다.* ‘코호트’의 종말? - 코호트란 특정한 기간, 동일한 시대배경과 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를 말한다. 본래 로마 군단의 조직 단위(300~600명)로,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점점 ‘세대’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질 만큼 연령대별 차이 줄면서 코호트의 종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 이상 나이가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상향을 결정하는 최고 변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밀레니얼 세대 - 미국의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쓴 ‘세대; 미국 미래의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용어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이다. 테크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등으로도 불린다. ‘미(Me) 제너레이션’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베이붐 세대 자녀세대라 에코붐 세대 혹은 에코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대졸 신입사원 1년내 퇴사율 27.7% - 경총에 따르면 2012년 23.6%에서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300인 미만 직장까지 하면 32.5%에 이른다. ‘사람인’ 조사에서도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차 이하로 무려 49%에 이른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 평균 근속연수가 15개월이다. 퇴사 이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이 51%로 가장 많다. 기성세대는 끈기 부족을 지적하지만…* 직장 상사와의 갈등 심각 - 인쿠르트가 직장인 750명 대상으로 ‘꼰대’ 조사를 해 보니, 무려 90%의 직장인이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꼰대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는 의견도 88%에 달했다.* 긱 이코노미 -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신입직 구직자 “근무시간 보장이 최우선” - 잡코리아가 2017년 3월 구직자 29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직 구직자들은 근무시간 보장(24.8%)을 첫손으로 꼽았다. 복리후생(20.7%)이나 성장 가능성(18.3%), 연봉 수준(16.6%), 고용보장(10.4%)보다 앞섰다. 이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반면 경력직은 연봉 수준이 첫 손으로 꼽혔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명품 ‘구찌’ - 한 때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가 2015년 마르코 비자리가 CEO로 와,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을 통찰한 후 기사회생했다. 밀레니얼을 이해하기 위해 리버스 멘토링까지 실시했다. 2017년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부활했다. 2017년 10월에는 모피 사용 금지를 선언해 주목을 글기도 했다.* 덤벨 이코노미(Dumbbell Economy) - 2018년 2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에서 ‘덤벨 이코노미가 뜨고 있다’는 기사를 다루면서 관용화되었다. 헬스 등 운동으로 자기관리하는 시장이 만든 경제효과를 의미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글로벌 여행 마케팅사 MMGY글로벌 따르면, 최근에는 호텔을 선택할 때 최우선 순위가 피트니스 클래스라고 응답한 밀레니얼 세대가 50%에 이른다고 한다. 때문에 2004년 63%에 불과했던 미국 호텔이 2016년에는 85%나 피트니스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골프의 최대 대체재가 피트니스가 된 셈이다.* 운동별 칼로리 소모량 - 몸무게 63kg 남성이 1시간 동안 운동할 때 소모되는 칼로리를 보니, 달리기는 668 kcal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영이 648 kcal, 자전거 타기가 580 kcal. 반면 골프는 캐디와 카트 없다는 전제로도 273 kcal에 불과했다. 캐디 쓰고 카트로 이동하는 경우라면 훨씬 줄어들 듯하다. 같은 시간 운동하면서 칼로리 소모량은 적고 비용은 몇 배나 되니 밀레니얼이 외면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골프산업의 쇠락 - 2016년 나이키는 의류와 신발 일부만 남기고 골프용품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다. 아디다스는 2017년 자사 보유 골프용품사 테일러메이드, 애덤스 골프, 애시워스를 매각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기가 골프 산업 급성장기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외면, 금융위기 여파 등이 맞물려 급격히 추락했다.* 밀레니얼이 사랑하는 미술관 ‘대림’ - 2010년대 사진과 디자인이 특화된 대림미술관이 폴 스미스, 카를 라커펠트, 디터 람스, 라이언 맥긴리, 토머스 해더윅, 코코 카피탄 등 2030대 취향을 저격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사진 촬영도 가장 먼저 시작해 인기다. 최근에는 오르세 미술관도 작품에 훼손 안가는 선에서 사진 활영을 허용한다고 한다.* 국내외 예식장 퇴출 - 밀레니얼 세대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호화 결혼식장 퇴출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최대 웨딩기업 데이비즈 브라이덜이 2018년 파산 보호 신청을 했고, 미국 유명 웨딩드레스 제작업체 앨프리드 안젤로는 2017년에 파산했다. 한국에서도 대규모 예식장들이 잇달라 파산하고 있다.* 슈프림의 ‘드롭 전략’ - 슈프림은 스트리트 팬션 브랜드다. 특정 상품의 한정판을 매장에서만 판매함으로써,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 서고 노숙케 해 주목을 끈다. 뉴욕 맨하튼의 고급 백화점 체인 바니스 뉴욕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같은 전략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공유주택 ‘셰어하우스’ - 각자의 방은 개별 공간으로 독립하되 주방 거실 등을 공용화했다. 초기에는 셰어하우스 우주나 미스터홈즈 같은 스타트업이 주도하다가 이제는 에스원, 롯데자산개발, SK DD, 코오롱글로벌, KT에스테이트 등 대기업도 속속 진입하고 있다.* 여혐과 남협의 온상 ‘일베’와 ‘워마드’ - 소수의 혐오집단이 20대 남성과 여성들에게 혐오라는 자극적 측면으로 본질을 호도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커지는 남자들의 상실감 - 남녀불평등으로 이득을 보던 남자들이 남녀평등으로 자신의 이득이 줄어든 것을 손실, 즉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군대 가는 것부터, 장학금 수혜 등으로 여성 차별이 사실과 다르다 생각한다. 여성 우대정책까지 속속 나오니 더욱 소외감을 느낀다. 일자리까지 역차별 당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기숙사도 못짓게 하는 주민들 - 교육부가 4년제 일반대 185개 공시정보를 분석해 2018년 10월 발표한 자료 따르면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21.5%에 불과하다. 서울 내 대학은 17.2%에 그쳤다. 학교 부지에 기숙사 짓겠다는데도 월세 수요 하락 탓에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 성균관대 동대문과 창경궁 인근, 국민대 미아뉴타운, 동덕여대 종암동 부근 등 학교에서 떨어진 곳에 기숙사 짓는 촌극이 연출되었다.* 기성세대의 탐욕 사례들 - 1) 원롬 가격 하락 이유로 대학 기숙사도 못짓게 하는 지역 주민들. 2) 서울에서 유일하게 소방서없는 금천구에 소방서 지어주겠다는데도 사이렌 소리 등이 시끄럽고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주민들. (결국 2017년 6월에야 결정안 통과됐다) 3) 사회적 이슈에는 진보적인 척 하면서 정작 회사에선 일자리 세습하는 일부 노동조합.* 미국총기협회도 무릎 꿇린 10대들 - 10대 총기 난사사고가 잇따르자 미국 10대들이 총기 규제를 앞다퉈 주장하고 나섰다. 협회 후원금을 받는 정치인들을 공격했다. 협회와 제휴 맺은 카드 항공사 렌터카 등이 속속 지원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밀레니얼 세대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술 담배 멀리하는 10대 - 중고생 흡연율이 2005년 11.8%에서 2017년에는 6.4%로 뚝 떨어졌다. 2013년 9.7%를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음주율도 2005년 27%에서 2013~2017년 16%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들이 Z세대들이다. 스스로를 나약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자각하고 있다.* 영 포티(Young Forty)의 6가지 특징 - 1) 집은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취향의 공간이자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인식한다. 2) 보수나 진보보다 합리와 상식을 우선시한다. 3) 결혼과 출산에 대한 관성을 배제한다. 4) 현재의 행복에 충실한다. 5) 형식과 허울. 체면치레를 거부한다. 6) 트랜드에 민감하다.* 중년 이혼률 증가세 - 우리나라 전체 이혼률은 감소세다. 결혼생활 4년 이내의 경우 1997년 31.0%에서 2017년 22.4%로 감소했다. 5~9년차는 24.3%에서 19.3%로, 10~14년은 19.5%에서 14.0%로 떨어졌다. 하지만 결혼 20년 이상의 이혼률은 9.8%에서 31.2%로 급증했다. 이혼 상담 신청자 중 남성은 60대 이상이 36.3%로 최다라고 한다. 여성도 60대 이상이 23.5%에 이른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남녀 모두 3%를 넘지 못했다.* 소비 줄여가는 60대 -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은 2016년 기준 67.2%에 이른다. 미국 104.0%(65세 이상 기준), 일본 88.6%에 비해 4분의 3 수준이다. 40대 75.9%에서 50대 67.9%. 60세 이상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줄어든 소득 이상으로 지출을 줄인 탓이다. 국내 60세 이상 가구의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18.8%에 불과한 것이 한 원인이다. 부동산에 돈이 묻혀 있으니 지출이 줄 수 밖에 없다.* 생활비를 직접 해결하는 노인들 -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 따르면 생활비를 본인 및 배우자가 부담한다는 비중이 61.8%(2017년 기준)로 2011년 조사 때의 51.6%에 비해 격증했다. 자녀 또는 친척 지원 비중은 39.2%에서 25.7%로 줄었다. 문제는 55~79세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2018년 기준 57만원, 전체 고령자 중 연금 수령자 비중이 45.6%에 불과하다는 점ㅇ다.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노인 빈곤율 최고 나라 - 2016년 기준으로 한국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43.7%로 OECD 국가 중 독보적 1위다. 평균보다도 2~3배다. 2013년 49.6%에서 2014년 47.7%, 2015년 46.3%로 하락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노인 고용률도 최고 - 2018년 고령자 통계 따르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로 OECD 회원국 평균 15.2%보다 2배 이상이다. 고령지표인 활동연령지수에서 70~74세 고용률 최상위 국가가 15 정도다. 우리는 65~69세 고용률도 45.5%에 이른다. 돈이 없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 - 백발이란 뜻의 그레이와 르네상스의 합성어. 미국을 중심으로 10여년전부터 유행해 이제는 소비 트랜드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노인 모델도 봇물이다. 로레알은 70세가 넘는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을 대표 모델로 세웠다. 셀린은 80대 작가인 조앤 디디온을, 입생로랑은 70대 가수 조니 미첼을 선택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재혼을 위한 결혼정보산업과 베이비부머를 위한 여가용 자동차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날은 없나? - 호주 캐나다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멕시코 파키스탄 폴란드 싱가포르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이미 조부모의 날을 제정했다. 2019년 1월 기준 76억 지구 인구 가운데 18%(14억명)이 손주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황혼육아 스트레스에 병드는 조부모들 -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황혼육아 비율은 2004년 23.6%에서 2016년 63.8%로 매년 급증세다.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 수는 550만 가구로 추정된다. 여성정책연구원이 손자녀 양육하는 조부모 500명 조사해 보니, 73.8%가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UN의 새로운 나이 분류체계 - 우리나라에서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1964년이다. 당시 인구 기대수명이 50대 초반이었다. 2015년 대한노인회가 70세를 제안했다가 정작 노인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2019년 2월 대법원에서 육체노동 나이를 기존의 만 60세에서 65세로 판결하면서 복지부도 점진적으로 70세까지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안했다. UN이 노인 기준을 65세로 한 것도 1950년이다. 2015년에 80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자고 파격 제안한 바 있다.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100세 이상을 장수노인으로 보자는 것이다.* 연금 빨리 받으려 나이 정정하는 노인 늘어 - 요즘 60대는 연금 수령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 나이를 정정하곤 한다. 연금재정악화를 우려해 미리 받아두자는 의도다. 실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서 사유란에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위해’라고 적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갈등은 빈부갈등 - 2018년 12월 국민일보 조사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갈등이 빈부갈등(35.4%)이다. 이어 이념갈등(22.4%), 성 갈등(20.4%)이다. 연령대로는 20대는 성 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50대는 빈부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성 갈등 순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1-26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슈퍼리치’ 해부서 <부의 시선>

총평 ‘슈퍼리치는 어디에 눈길이 가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저자들은 매일경제신문에서 상당 기간 럭셔리 제품과 슈퍼 리치들을 추적해 온 기자들이다. 이 책은 단순히 명품들을 나열하고 어떤 특장점 때문에 그렇게 큰 인기를 끌며 고가에 팔리고 있는가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이가 이른바 ‘슈퍼리치’이고 그들은 누구인가를 평면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았다. 다년간 취재와 비교 분석 등을 통해 얻은 노하우에, 국내외 사례들까지 폭 넓게 수집해 책의 가치를 높였다. 우리 같은 일반인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특별한’ 사람들의 얘기지만, 매우 낯선 곳이라도 실제 저자들과 함께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내외 ‘슈퍼리치’ 기준 - 로스차일드나 룩셈부르크국제은행 같은 슈퍼리치 전문은행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500만~1000만 유로(약 65억~130억) 정도는 돼야 ‘슈퍼리치’로 인정한다고 한다. 국내 슈퍼리치의 경우 총자산이 최소 100억원 이상인 경우 인정된다고 한다. 실제 슈퍼리치 사이에선 총자산 500억원 이상은 되어야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저자들은 전한다.* 한국의 슈퍼리치는 누구? - 2019년 1월 KEB하나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슈퍼리치가 보유한 자산 중 53.1%가 부동산이다. 거주목적 비율은 31%에 불과하고 상업용이 42%, 투자목적이 15%다. 투자목적 주택은 강남 3구 포함해 서울 동남권이 62.2%로 가장 많다. 다음이 종로구와 중구 등 서울 도심권, 그 다음이 경기도라고 한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1226만원으로 일반 가계(332만원)의 4배 수준이다. 평균 자동차 1.16대를 보유하고, 가족 합산시 2.31대에 이른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벤츠로 31.8%에 달한다. BMW가 19.5%, 현대기아차가 18.6%, 아우디가 10.7%다. 2018년에 기부했다는 응답자는 59.7%였다.* 괴테가 애용한 필기구 ‘파버카스텔’ - 가오리 가죽이나 상어 가죽, 말총, 메머드 상아 등 최고 재료로 장인의 수작업으로 생산된 제품이다. 그래서 제품에 Made in Germany라는 표기 대신 Handmade in Germany라고 적는다. 샤프너(연필깎이)와 지우개가 달린 일체형 연필 ‘퍼펙트 펜슬’는 한 자루에 33만원~55만원이다. 소향 샤프너 하나가 15만원이고 지우개가 20만원이다. 2001년에 창립 24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99자루만 생산한 퍼펙트 펜슬은 1500만원이다.* 왕의 보석 ‘반클리프 아펠’ -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다. 오랜 역사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예술적 가치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전 세계 왕족과 샐럽에 맞춤형 주얼리를 제작해 주면서 명성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헐리우드 여배우에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1956년 결혼식 때, 기념 진주 목걸이 세트 만들어 주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모나코 왕실의 공식 보석상으로 등재되었다. 1966년에는 이란 팔레비 왕조의 의뢰를 받아 황제 왕관을 제작해 주목을 끌었다. 분침 초침 대신 남녀와 달 등을 시계에 담아 스토리를 만들어 가치를 높였다.* 세계 3대 명차는? -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마흐바흐.* 고가의 대중화 ‘롤스로이스’ - 비스포크(bespoke, 맞춤형 주문제작)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가장 비싼 팬텀이 기본 옵션 기준 6억3000만원이다. 2009년 고스트Ghost 모델이 나오면서 배타적 고가차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그래도 4억원대에 이른다.* 술의 예술 ‘맥캘란’ - 2019년 4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72년산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 한정판이 1억 5500만원에 낙찰됐다. 700ml 위스크로, 2018년 5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증설한 증류소를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 600병 한정 제작되었다. 한국에는 단 두병 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한 병은 잠실 시그니엘서울의 바81에 2019년 4월 입고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가 술 ‘맥캘란 마이클 딜런 1926’ - 2018년 12월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52억9000만 달러(약 17억원)에 낙찰되어 주류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1926년 시리즈는 전 세계 40병에 불과하다. 60년 넘게 위스키를 한 오크통에 숙성하는 과정에서 다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란다. 역대 가장 비싼 술 1~5위가 모두 맥캘란 위스키다.* 싱글 몰트 위스키 -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한 위스키를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그 가운데 한 증류소에서만 나온 몰트 위스키를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증류한 싱글 몰트 위스키인 스카치 위스키가 가장 유명하다. 100여개 위스키 브랜드가 있는 스코틀랜드에서도 맥캘란은 단연 최고 브랜드다. 위스키 숙성에 반드시 필요한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 85%를 맥캘란이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건축가가 사랑하는 이태리 명품 가구 ‘폴리폼’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지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가장 사랑 하는 가구다.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과 침실을 모두 채우려면 7억원대가 소요된다고 한다.* 슈퍼리치의 명품 침대 ‘덕시아나’ - 수면산업 슬리포노믹스의 총아로 불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애용한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800만 원대이고, 가장 비싼 것은 8000만 원대에 이른다. 가장 인기 많은 DUX 6006은 3000만원대다. 최장 40년 사용 가능하며 20년이나 품질이 보증된다. 스웨덴산 강철 스프링과 소나무, 히비아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라텍스 등 고급재료만 쓴다. 매트리스도 여러 층 스프링으로 구성되어 가장 윗층 스프링이 위 중간 아래로 분리되어 강도 조절이 가능하다. 무료 이사 점검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내 유명인 가운데는 배우 이정재 이서진 고수 전지현 유지태, 방송인 박지윤 등이 구매했다고 한다. 특급 호텔 가운데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과 더플라자호텔 등이 일부 객실에 비치하고 있다. 배용준의 신혼여행지였던 남해 사우스케이프 스파앤스위트는 모든 객실에 덕시아나 침대가 놓였다고 한다.* 프랑스 최고급 주방 오븐 브랜드 ‘라꼬르뉴’ - 열 손실을 막고 습도 조절도 가능해 셰프들 사이에서 ‘꿈의 오븐’이라 평가받는 ‘볼티드 오븐’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오븐이 8700만원, 후드가 2000만원을 호가한다. 기본 구상만 최소 1억원에 이른다. 제품 발주 후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국내에선 재계 트랜드 리더로 꼽히는 노희영 YG푸즈 대표, 방송인 변정수 등이 고객으로 알려졌다.* 왕의 크리스탈 ‘바카라’ - 빅뱅 지드래곤의 제주도 카페 ‘몽상드애월’에 1억7000만원을 웃도는 ‘에트랑제 제니스’라는 이름의 샹들리에 비롯해 3억원 상당의 바카라 제품이 비치되어 있다. 샹들리에를 처음 만든 기업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가 샹들리에는 너버스 제니스 샹들리에로 세계적 디자이너 루이스 캠벨이 디자인했다. 전 세계 50개 밖에 없는 한정판으로 3억4950만원에 이른다. 모든 공정이 핸드 메이드다.* 셀럽이 선택한 침구 ‘크라운구스’ -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제작해 준다. 야구 선수 추신수가 최근 3억 2000만원짜리를 제작했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침구류라고 선전한다.* 슈퍼카 안마기기 ‘람보르기니 바디프랜드’ - 바디프랜드가 슈퍼카 람보르기니 제작사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와 협업해 만들었다. 디자인과 RD 등에 3000만 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소비자 가격이 무려 2970만원이다. 파랑과 노랑 빨강 3가지 색으로 차별화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부릉부릉 엔진 소리가 나 시동 거는 느낌이 든다. 힐링 마사지 스마트케어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세계 1위 부자 베조스 - 포브스 2018년 기준으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가 순 보유자산 1310억 달러로 1위에 올랐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965억 달러로 2위,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825억 달러로 3위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623억 달러로 8위,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508억 달러로 10위다. 이밖에 세르게이 브린이 498억 달러로 14위.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373억 달러로 21위,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223억 달러로 40위다. 한국 기업인 중에는 이건희 회장이 169억 달러로 65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81억 달러로 18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9억 달러로 215위다. 김정주 NXC 대표(244위, 65억 달러), 정몽구 현대차 회장(452위, 43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 투어’ - 1억 5500만원짜리 투어 상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꼽힌다. 전용기로 1600억 원짜리 보잉 757을 개조해 200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을 52석으로 줄였다. 포시즌스 수석 셰프가 동행한다. 인도 뭄바이 상공 열기구 등 짜릿한 옵션이 포함된다.* 리처드 브랜슨의 ‘네커 아일랜드’ - 버진 그룹 회장 소유의 섬이다. 가수 머라이어 캐리나 자넷 젝슨 등이 자주 애용한다고 한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섬 전체를 빌리는 데 하루에 8만 달러. 성인 두명이 7박8일 비용이 3만~5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아난티코브 펜트하우스 해운대 - 회원가 1억 원을 웃돈다. 단일 객실로 회원권 45억짜리가 팔리기도 했다.* 달리는 호텔 ‘화이트 하우스B’ - 슈퍼리치용 캠핑카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를 개조한 프리미엄 차량이다. 특히 다임러트럭코리아 보디빌더(2차협력사) 업체인 화이트하우스코리아가 스프린터 편의기능을 업그레이드해 만든 1억6400만 원짜리 모델이 인기다. 길이 약 7미터에 너비 약 2미터, 높이 2미터 90센티다.* 마윈 회장이 묵었던 강릉 ‘씨마크호텔’ -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묵어 화제를 모았다. 1박 비용이 15000만원 이상이다. 정주영 현대 회장이 1971년 개관한 호텔현재경포대를 리모델링했다. 총 150개 객실 외에 한옥호텔 호안재도 비치되어 있다. 강원도 통틀어 가장 럭셔리한 5성급 호텔로 정평이 나 있다. 건축업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리처드 마이어가 건축 설계했다.* 치유와 여행 ‘EW빌라메디카’ - 한번 시술에 2000만원, 3박4일짜리 의료관광 패키지는 3000만원에 이른다, 연간 회원권은 1억원을 호가한다. 1893년에 지어진 고성을 리모델링했다. 1차 대전때 임시 병원으로 쓰였던 인연으로 재탄생했다. 요양병원으로 출범해 슈퍼리치 클리닉으로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부자들에게 인기많은 나라 호주 - 범죄율이 낮고 상속세가 없어 인기다. 영어를 모국어로 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뉴월드웰스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한 백만장자가 10만 8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7년 9만5000명에서 1만3000명이 늘었다. 세금과 경제 정치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이종국 셰프의 성북동 자택 - 미셰린 2스타에 선정된 레스토랑 ‘곳간’의 셰프 이종국. 포시즌스 전용기 투어에 포함되어 40여 명의 슈퍼리치가 방문한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대호백자 등 궁중 색채가 특이하다고 한다. 만찬이 100만원이다, 와인 곁들일 경우 인당 15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한식 진지상 컨셉으로 한 끼 식사에 3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파인 다이닝 체험을 넓히기 위해 집 근처에 백사104라는 레스토랑도 개설했다. 오찬이 20만원, 만찬은 30만원이다.* 힐튼부산 웨딩 패키지 - 2018년 힐튼부산이 슈퍼리치 위해 내놓은 웨딩 상품이다. 하객 100명 기준 비용이 총 6억원이다.* 슈퍼리치 전용 공간 ‘하나금융 클럽원’ - 2017년 첫선 보인 자산 30억원 이상 슈퍼리치 대상 전용공간이다. 개인 소모임 이용이 가능하지만 철저히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동선이 읽히지 않도록 배려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1-25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소소하지만 확실한 건강이야기> 오경석

총평 건강에 관한 관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진다. 100세 시대 라지만, 주변에 보면 천수를 누리고 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수 많은 의학서적이 넘쳐나고, 책마다 비기(秘技)라며 검증 안된 의학기술과 건강법을 소개한다. 이 책도 사실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의학인의 소소한 건강 이야기다. 하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혹은 허망한 상식 속에서 우리 건강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설 연휴 때 가족들이 모여 건강 얘기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 다 검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여느 책처럼 무조건 내 말을 믿어라 하는 투는 아니니 다행이다. )* 질병 원인보다 증상 치료에 급급하는 현대 의학 - 하버드 대학과 좁스홉킨스 대학에서 2106명 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니, 지금 시행 중인 의료행위의 20%는 불필요하다고 한다. 현대 의학의 근본적인 문제는 질병의 원인을 찾지 않고 무조건 증상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약(藥)은 곧 ‘무덤’ - 한자의 藥은 백골(白)을 실(絲)에 묶어 나무(木)로 받쳐 놓고 풀(艸)로 덮어 놓는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무덤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도 “의사들은 자신들이 조금 알고 있는 약물을 거의 모르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혀 모르는 몸 속에 주입한다”고 비판했다. * 전 세계 약의 절반 소화하는 미국 -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밖에 안되지만 전 세계 생산 약의 50%를 소비한다. 진통제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미국인들이 복용한다고 한다. 최근 전미지질협회는 두살부터 콜레스테롤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약은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블록버스터다. 미국에서는 제약업계 영향력 커 처방전이 필요없는 약도 방송광고로 나간다.* 약의 9가지 문제점 - 1) 자연적인 대사 과정을 차단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 2) 간과 신장에 영향을 미친다. 3) 서로 다른 성분의 약을 먹을 때 약성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알 수 없다. 4) 개인 차를 고려않고 획일적으로 처방한다. 5) 약물은 증상을 억제할 뿐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다. 6) 약물 실험은 주로 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7) 약물 사용 연구 논문을 믿기 어렵다. 8) 특정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거나 과다 배출시켜 몸에서 결핍을 일으킬 수 있다. 9) 제약회사가 약물 임상 실험 할 때 진짜 약 복용 여부를 알 수 없는 이중맹검을 쓴다. 결국 많은 의사들이 무지와 편견이라는 약에 중독되어 있다.* 믿기 힘든 의사들의 사생활 - 최근 미국 의사 2만7278명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남자 의사의 12.9%와 여자 의사의 21.4%가 음주 과다나 알코올 중독이 문제라고 한다. 의사 1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면, 약 10%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약 33%가 의료 실수를 숨기며, 약 40%가 의사와 제약회사 간의 내부거래를 숨긴다고 한다.* 성범죄 연루되었어도 면허 유지되는 한국 의사들 - 현행법상 의사들은 성폭행, 강도, 살인 등의 중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받아도 면허가 유지된다. 의료관련 법령 위반으로 의사 면허가 취소되어도 대부분 면허를 다시 받는다.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용되는 소염진통제 - 가장 많이 쓰이는 가정 상비약이 소염진통제다. 염증은 스스로 병을 치유하려는 몸의 자연적 반응이다. 상습 복용 가능성이 커 미국에서는 이미 어린이용 타이레놀 판매가 금지될 정도다. 몸에서 열이 난다는 것은 몸이 외부의 균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3살 미만이 38도 이상, 그 이상은 40도까지 올라가도 약을 먹일 필요 없다고 한다.* 장염이 우울증 원인? - 약물로 치료하려 했던 증상이 오히려 약물 복용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약물이 프로작, 팍실 같은 항우울제다. 항우울제 장기간 복용 시 15%만 효과가 나타났으며, 85%는 만성 우울증으로 발전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염이라고 한다. 장은 제2의 뇌라고 할 만큼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 장이나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설탕이나 식용유 가공식품을 끊고 채소 발효식품 비타민D,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합검진의 문제점 - 1)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검사를 시행한다. 방어 진단의 의미로 검사를 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 의학에서 파는 가장 비싼 약이 ‘만약’”이라는 말도 있다. 2) 불필요한 2차 검사를 강요한다. 3) 불필요하게 방사선이나 전자파를 노출시킨다. 4) 정기 점진 후 다음 때까지 방치한다.* 에볼라 치료제 안 만드는 이유 - 제약회사들이 대부분 치료제나 백신을 잘 만들지 않는다. 거액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해 봐야 가난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만 해당되는 시장성 없는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헛돈만 쓴 유방암 조기 진단 비용 - 최근 유방암 조기진단을 위한 메모그램 검사 가이드 라인이 신규로 정해졌다. 앞으로 50세 이후 여성들은 2년에 한번 검사를 받고 75세가 넘으면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40대 여성들에게 검사받으라는 기존 권고는 철회된다. 그 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불필요한 검사 받느라 시간과 돈을 쓴 셈이다. 기능의학에서는 메모그램 검사 대신 민감한 온도 차를 측정하는 체열 측정 검사를 권고한다.* 독성 물질을 달고 사는 인간들 -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에서 임신부 양수를 검사했는데 163가지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 중 이미 40년 전부터 사용이 금지된 성분도 있었다. 한 환경단체에선 신생아 탯줄 내 혈액을 검사한 결과 287가지 독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햇빛이 피부암의 원인이라고? - 결혼이 이혼의 원인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표적 피부암인 악성 흑색종의 75%가 해빛에 노출되지 않은 부위에서 발생한다. 오히려 햇빛 노출을 피하고 선크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피부암 발생이 더 늘었다고 한다. 선크림 바른 사람들이 피부암 가운데 하나인 흑색종에 더 잘 걸린다는 임상결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선글라스도 잘못된 습관이다. 스키장 같은 곳처럼 햇빛 반사가 강한 곳 아니면 안쓰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자연광선이 눈을 통해 흡수되어 뇌를 자극하면 자율신경과 생체 리듬이 활성화되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현대문명이 낳은 4가지 불량기기 - 첫째는 스크린이다. 낮에는 청색광선이 포함된 자연광선을 쬐어야 건강해 지지만 밤에는 청색 광선이 많이 나오는 스크린 활동 최대한 줄여야 한다. 뇌가 아직도 낮이라고 착각해 수면에 필요한 호르몬 만들지 않거나 수면 방해한다. 둘째는 현대식 화장실이다. 변을 보는 인체구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예전보다 치질 변비 더 늘었다고 한다. 셋째는 냉장고. 냉장기능을 과신해 식품 안전성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넷째는 전자레인지. 여기에 음식을 데우면 전자파가 단백질을 변성시키거나 몸에 좋은 식물 영양소를 파괴시킨다고 한다.* 항공 여행이 건강에 나쁜 이유 - 전자파와 방사선 노출 때문이다. 와이어리스 기기에선 우리 몸에 안좋은 고주파수 전자파가 발생한다. 비행기는 한 마디로 고주파수 전자파 덩어리다. 비행기 안에서 와이어리스 기기까지 사용하면 전자파와 방사선으로 몸을 샤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는 가급적 음식을 먹지 말고, 와이어리스 기기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 불소는 원래 산업폐기물 - 산업 폐기물인데 항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업계가 의학계를 속여 충치 예방 명분으로 치약과 수돗물에 첨가한 제품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러 연구에서 독성 물질인 불소가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오히려 충치를 더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치약 제품 설명란에 권장량 이상을 삼키면 응급상황이므로 독극물 처리반에 신고하라고 쓰여 있을 정도다. * 켐트레일(chemtrail) - 비행기가 영하 40도 이하의 고공 비행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공화학물질 기체다. ‘비행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케미컬 트레일의 약자로 기후 조절, 생화학 실험 등을 위해 고의로 살포되는 화학물질이다. * 감기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미신 - 감기나 독감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몸 자체다. 면역세포는 설탕에 약한데 현대인들이 과다섭취한다. 야외활동 줄어들면서 일조량 줄어 비타민D 부족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감기 같은 전염병을 가장 잘 옮기는 방법이 악수다. 손에 있는 병균의 90%가 손톱 밑에서 살기 때문에 평소 짧게 자르고 손가락 끝을 손바닥에 비비며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효과적인 금연방법 - 니코틴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분명 건강에 해가 된다. 담배가 댕길 때 담배 피울 때처럼 호흡을 하거나, 마치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면 뇌에서 착각해 금연에 도움 된다고 한다. 굴뚝이 매연이 잘 배출되도록 모두 위로 열려 있는데 콧구멍은 아래로 열려 있다.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과학적 이유다.* 간 해독 기능 떨어지면? - 간은 우리 몸에서 500여가지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해독 작용 외에 콜레스테롤 생성하고 담즙 분비 후 쓸개에 저장했다가 지방 소화 때 분비하거나 비상시에 저장해 놓았던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간의 해독 기능이 떨어지면, 소변에서 악취가 나고 두통과 함께 이유없는 가려움증이 생긴다. * 최고의 자연치료법 ‘단식’ - 인류 역사에서 가징 오래된 자연치료법이 단식이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단식(fast)한 것을 깬다(break)는 의미로 아침 식사를 breakfast라고 한다. 동물들도 병에 걸리면 자연치유력 높이려 본능적으로 단식한다고 한다. 단식은 해독 정화 가능이 있지만 저체중, 만성피로, 저 면역력, 저혈압이나 부정맥, 임산부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강은 장에서 시작 - 장은 소화 뿐아니라 면역기능, 열량소 생산, 니 기능 개선 등과 연관이 있다. 장 기능을 높이려면 이른바 4R가 중요하다. 제거(remove)는 장에 서식하는 각종 기생충 등 독소를 없애는 것이다. 클로렐라가 장 해독에 많이 사용되는데, 항균작용을 하는 마늘이나 생강, 자몽 씨앗 추출물, 아슈와간다, 베르베린 등이 있다고 한다. 다음은 보충(replace). 천연효소나 위산, 식이섬유 보충이 필요하다. 다음은 재주입(reinoculated). 불규칙한 식생활 탓에 장내 유익균이 죽은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은 재생(repair)이다. 우리 인체 내에서 면역세포수가 가장 많고 활동이 왕성한 것이 소장 내벽이다. 따라서 소장 벽의 염증 치료가 중요하다. L-글루타민이나 비타민A C E, 알로에, 감초, 페퍼민트 오일 등이 좋다고 한다.* 디스크는 존재하지 않는 병 - 디스크 질환은 전체 허리 통증의 5%도 안된다. 추간판(디스크)이 제자리에서 튀어 나오는 바람에 주변의 신경을 눌러 다리로 통증이 내려가는 병이다. 근육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층에서 주로 많은, 척추관 안쪽이 좁아져 다리 통증이 생기는 척추관 협착증도 결국 뭉친 근육이나 힘줄을 풀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수술이 만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통증 부위 마사지나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불면증의 네가지 원인 - 첫째, 일반적인 수면 장애는 세로토닌 부족 때문이다. 부족하면 멜라토닌이 안만들어져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않거나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두번째는 처음부터 잠이 안들면 노르아드레날린이나 티라민이 높기 때문이란다. 몇 시간 뒤 깨어 다시 못자는 경우 혈당이 떨어져 아드레날린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악몽에 시달려 못자는 경우. 도파민이나 티라민이 높기 때문이다. 육류 치즈나 술 간장 등의 발효식품에 타라민이 많다. 혈당이 너무 떨어져도 잠에서 깰 수 있다. 네번째는 특정 시간마다 깨는 경우다. 새벽 1~3시 사이에 깨는 경우 간 가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방 온도를 섭씨 15~20도 정도에 맞추고 주변에서 빛이나 전자파를 모두 차단하는 것 중요하다. 야식은 피하고 11시쯤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 취침 전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영양제 제대로 고르는 법 - 우선 생체 이용률을 고려해야 한다. 영양제나 음식을 섭취했을 때 함유된 성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몸에 흡수되어 이용되는 지의 비율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시판되는 영양제들의 3분의 1이 성분 함량 미달이거나 효능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제약 회사 수준의 회사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GMP 또는 USP 표기가 되어 있으면 믿을 만 하다고 저자는 권한다. 약 성분 외에 첨가물이 무엇인지도 잘 살펴야 한다. 전분 설탕 인공색소 향료 방부제 피해야 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가 쉬운 우유나 콩 밀 글루텐 성분이 함유된 제품도 안 좋다. 가소제가 함유된 제품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은 종합영양제를 먹고 비타민 D(5000IU), 오메가3 지방산(2~3g), 마그네슘(400mg), 프로바이오틱스를 따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1-24 07: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