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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여자들, 그 출발점은 ‘스스로’와 ‘내공쌓기’

“아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친척이나 지인 등을 의지해서는 사업에 성공할 수 없어요. 그런 성공 사례를 본 적도 없죠. 뭔가를 할 때 갑자기 시작하지 말고 내공을 쌓는 공부가 우선입니다. 공부하고 실사하고 장기 체류로 발품을 팔면서 시장을 파악해야 하죠.”세 번째 책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를 출간한 방미는 해외 부동산 투자 성공비법을 전하며 그 출발점으로 ‘스스로’ 그리고 ‘내공쌓기’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뷰티 플랫폼 ‘푸라하’(FURAHA)의 고유영 대표이사는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 비법서 ‘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을 파는 여자’에서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먼저 4시간 동안 도끼를 갈겠다”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인용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비즈니스로 성공한 방미와 고유영 대표의 공통점은 스스로 발품을 팔고 현지 사람·환경들과 부딪히며 내공을 쌓았다는 것이다.◇발품으로 시작한 방미의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 |방미 지음|중앙BOOKS1978년 MBC 공채 2기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날 보러와요’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 등을 히트시키며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뉴욕 맨하탄으로 건너간 방미는 살 집과 가게 터 등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자연스레 투자처를 눈여겨보게 됐다. 현재는 국회의원인 손혜원, 한류스타 송혜교·정우성,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등의 투자를 목도하면서 ‘확신’을 갖고 주얼리 사업과 부동산부동산·채권·주식·펀드 등의 투자를 병행했다. 그리고 뉴욕 맨하탄 거주 8년이 되던 즈음 사업을 접고 LA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으로 이주하며 부동산 투자에 전념했다. 그 과정이 ‘종자돈 7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 200억 만들기’(2007), ‘골든타임’(2010)에 이은 세 번째 책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에 담겼다. 방미는 ‘해외로 눈 돌리는 강남부자들’ ‘국내 부동산 시장의 한계 뛰어넘기’ ‘글로벌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 공식’ ‘해외 투자, 국내 투자와 기본은 같다’ ‘당신도 뉴욕 맨하튼의 집주인이 될 수 있다’ 5개장에 스스로가 발품을 팔며 경험한 다양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팁들을 나눠 담았다.“외국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영어도 못하는데 등의 두려움이 있다면 투자할 생각이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나라에 아는 사람이 있다 한들 나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없어요. 게다가 어떻게 돈을 지불하고 누구와 상의하는지, 법적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은 그곳에 사는 가족도, 지인들도 몰라요. 필요할 때 대가를 지불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직접 실사하고 발로 뛰어야 하죠.”이어 “오히려 영어는 못해도 된다”며 “나 역시 처음 시작은 형편없었다. 오직 자신감, 도전, 열정 뿐이었다. 초보자에게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가수 방미가 지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나는 해외 투자로 글로벌 부동산 부자가 되었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저는 1980년대 초창기에 활동하며 근검절약해서 돈을 모은 세대예요. 제가 입사할 때 월급이 3만원이었어요. 그때의 종잣돈 700만원은 명륜동 집에서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까지 걸어서 왔다갔다할 정도로 절약하면서 모았어요. 영화 출연료 300여만원, 지금은 버닝썬 사건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클럽 출연료, 행사 출연료 등을 아껴 700만원을 모아 세컨드잡으로 시작했죠.”40년 전 방미가 가수활동을 하면서 모은 종자돈 700만원으로 방배동, 여의도, 한강 등으로 집을 옮기며 돈을 불려가던 시절부터 뉴욕 맨하탄, LA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에서 어떻게 발품을 팔고 투자했는지를 비롯해 부동산 침체기라는 지금이 왜 투자적기인지, 왜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을 투자처로 주목해야하는지를 담았다.◇‘블랙 다이아몬드’ 가능성을 믿은 고유영 대표의 ‘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아프리카에서 화장품 파는 여자 스물여덟, 회사를 박차고 나와 아프리카 드림을 꿈꾸다! 고유영 지음 | 슬로디미디어스물여덟,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아프리카로 떠나 화장품 유통사업으로 성공한 고유영 대표의 ‘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을 파는 여자’는 다소 낯선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와 시장 진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가난과 질병, 내전에 의한 불안한 국정 등 척박한 조건의 땅, 대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을 판다’는 그 자체로도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모두가 ‘실패’부터 얘기했지만 그가 ‘화장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데는 배낭을 메고 킬리만자로를 시작해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체험하면서 얻은 ‘확신’이었다.‘해발 5895m 킬리만자로에 도전하다’ ‘아프리카 드림을 꿈꾸다’ ‘나는 푸하라입니다’ ‘아프리카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 ‘아프리카 대륙에 K-뷰티를 심다’ 5개장으로 구성된 책은 대부분 가지고 있을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부터 깨고 시작한다.온통 초원이다, 모두가 빈곤에 시달린다, 물가가 저렴하다, 위험하다, 흑인만 있다 등에 꼼꼼한 설명을 붙인 시작부터 사업에 영감을 준 고객의 신발 한 켤레 구매가 기부로 이어지는 마케팅으로 유명한 탐즈(TOMS), 미국의 버려진 비누를 재활용하면서 시작된 사회적 기업 ‘글로벌 솝 프로젝트’, 아프리카인 남편 마비스,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던 에티오피아·탄자니아 다르에스살림 등에 위치한 유명 화장품 가게들, 천연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풋크림을 얼굴에 바르던 탄자니아 소녀에게 수분크림과 슬리핑 크림을 추천하면서 시작된 고 대표의 ‘내공쌓기’는 시어버터·올리브 오일·바오밥오일 등 최고급 유기농 재료들이 널린 아프리카, 스킨케어보다 색조화장에 공들이는 아프리카 여성들, 서비스 개념이 없는 화장품 및 오일 가게들, 그곳에서 일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거름으로 뷰티 스타트업 ‘푸라하’는 출범했다. ‘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을 파는 여자’의 저자 고유영 대표(사진제공=슬로미디어)한국과 아프리카의 이곳저곳을 오가며 한국 화장품을 아프리카에 유통하고 있는 푸하라의 고유영 대표는 그렇게 글로벌 비즈니스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지는 ‘블랙 다이아몬드’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검은 얼굴의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전한 고 대표는 코리아 뷰티 숍 오프라인 매장, 차별받고 핍박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푸라하 뷰티스쿨(2020)을 목표로 여전히 도전 중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고유영 대표는 아프리카 속담을 들며 “자신을 믿고 시작할 수 있는 한 시간은 언제나 당신 편”이라고 조언했다.“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5-15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고양이 같은 남자, 김도훈 작가가 말하는 '낭만이란'

전문지 기자에서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편집장으로 17년간 글을 써온 김도훈. 그의 첫 잭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가 출간됐다.히로시 나가이의 일러스트가 상큼하게 표현된 책 표지는 역시나 그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사진제공=작가 김도훈)작가 김도훈은 솔직하다. 필력의 순위를 솔직함으로 나눈다면 아마도 전국 0.2%, 그것도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그의 첫 책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의 부제를 보자.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란 말로 자신의 성향을 밝힌다.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캐나다와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거쳐 서울에 정착해 생활하는 그가 밝히는 태생적 DNA가 이 책에 녹아있다. 거기엔 허영과 부끄러움, 패션, 영화, 사람, 물건, 각종 기억까지 지나치게 솔직한 감정이 가득 담겨있다. 책의 제목이 될 뻔한 ‘나는 포르셰를 사야 했다’는 실제 그가 쓴 에세이의 제목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간지나게’ 보이지만 문장을 읽을수록 애잔하고 게다가 유쾌하다. 아날로그의 끝물에서 찬란한 디지털시대로의 이관을 겪은 유일한 세대인 40대 초반의 작가가 써내려간 글들은 구절마다 낭만이 녹아있다.“그동안 책을 내자는 제안을 2번 정도 받았어요. 17년 동안 글을 쓰면서도 ‘묶여 나올 가치가 있는 글일까’ 끊임없이 묻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제가 어떤 글을 쓰든 예전의 기억들을 현재의 상황과 겹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이 정도로 까발려도 되냐?’고 부모님이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저를 드러내지 않으면 글이 써지질 않아요. 내장까지 끄집어낸 문장들이야 말로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쓴 행위임을 느낄 때도 있죠. 서점에 가면 ‘잘 될꺼야’ ‘기운내’ ‘나도 그랬어’ 류의 에세이들이 많잖아요. 적어도 이 책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책은 아니에요. 철저히 나를 위로하기 위한 결과물입니다.”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 김도훈 저 | 1만 4000원. (사진제공=웨일스북스)‘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에는 외항선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준 풍족함과 부재에서 온 아이러니, 스무살에 자신을 낳은 엄마가 보여준 친구 같은 감정과 극성이 교차한다. 지금 봐도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진 속 부모님은 어린 김도훈에게 패션 DNA를 물려줬고 그 호기심은 해외 경험을 주저하지 않게 해줬다. 한국에 와서는 영화전문지와 패션지의 기자로 경력을 쌓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게 했다. 그는 “중간챕터(2부 품격과 허영 사이에서)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걱정이긴 하다. 마지막장(4부 옮음과 현실 사이에서)은 좀 정치적인 글들이 많다. 결과적으로는 전 세대가 좋아하는 책이 됐더라”며 첫 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그가 ‘베이글을 샀다’란 글 속에서 보여주는 맛의 묘사는 흡사 첫사랑의 찬란함과 맞닿아있다. 빵의 두께와 크림 치즈가 똑같아야 하는 베이글의 기본 조건과 더불어 본고장인 뉴욕에서 먹은 원조의 맛없음을 겪으며 출근길 타국에서 뭣 모르고 먹었던 인생 첫 베이글을 추억하는 것이다. 아마존을 통해 산 쿠션이 남한(South Korea)이 아닌 북한(North Korea)으로 간 상황을 두고 풀어낸 통일에 대한 시각은 ‘평양의 니콜라스 케이지’란 제목으로 완성됐다. 해외구매사이트조차 안중에도 없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republic of korea)’의 배송 착오 에피소드를 읽노라면 대한민국의 그 어떤 정당도 분단국가에 대한 정확한 현실을 김도훈 작가처럼 예리하게 보지 못함을 깨닫게 만든다. 커피에 대한 찬사를 추억의 애니메이션 ‘모래요정 바람돌이’의 주문에 빗댄 글은 또 어떤가. 이 책이 나온 뒤로 ‘카피카피룸룸’에서 파생된 커피집 간판을 본다면 그건 아마도 김도훈 작가의 책을 읽은 독자일 확률이 8할 이상이다.이른 나이에 전문지 기자를 거쳐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편집장이 된 그는 자신이 겪는 스트레스 그리고 조직이 주는 무게감, 대한민국에서 싱글로 길냥이를 키우며 사는 일상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흡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처럼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모습은 영화 속 캐릭터라고 일갈하듯 실제로는 우울증 약을 먹고 갱년기 증상이 있으며 여전히 장난감에 환장하는 동심을 가진 중년임을 고백하는 것이다.“실제로 독일판 허핑턴포스트는 얼마 전 문을 닫았어요. 세계적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주류인 것 같지만 여전히 잡지와 신문이 나오는 시대죠.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잖아요. 기존 매체에 대한 아카이빙(파일 보관)이 없는 한국은 배려가 없는 시대의 전형이지만 그 끝은 어디일까 한번 보고 싶어졌어요. 콘텐츠를 다른 버전으로 다루고 싶은 욕구도 샘솟고요. X세대로 태어나 전례가 없는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누군가를 위로하는 책보다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김도훈 작가. 시니컬하지만 위트있는 단문들을 모은 이 책은 출간 후 4쇄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중이다. (사진제공=작가 김도훈)김도훈 작가는 지금도 필름 카메라를 애용한다. 데이터로 저장되는 방식이 아닌 굳이 인화과정을 거치는 수고를 해서라도 기록을 남긴다. 아날로그에 집착하는 성격은 LP를 수집하는 취미로 이어졌다. 키우는 화초와 어젯밤 만들어 둔 카레, 이제는 사라진 정글짐에 대한 단상은 그가 가진 물욕과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한 예우를 가늠하게 만든다. 예리한 관찰력과 사라진 감정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을 통해 제대로 된 나름의 이별을 하는 법. 그가 글을 쓰는 이유기도 하다. “솔로(그가 키우는 턱시도 고양이)와의 추억을 다룬 고양이에 관한 책과 물건에 대한 에세이가 곧 나올 예정이에요. 단편소설을 써보자는 제안이 있긴 한데 아마도 그것조차 제 이야기일 게 뻔한지라 고민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은 글로 나오질 않거든요.(웃음) 물론 너무 행복할 때도 글이 안 써지는 것 같아요. 책으로 돈을 많이 벌면? 물론 포르셰를 살 생각입니다.”애초 이 책의 제목은 정우성과의 짧은 인터뷰 중에 나온 말로 대체됐다. 배우의 동의를 얻어 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는 김도훈 작가가 현재 살고 있는 일상이기도 하다. 여전히 낭만을 꿈꾸는 그는 사실 포르셰를 사도 지하 주차장에 ‘쳐박아’ 놓을 사람이다. 이미 책에서도 밝혔지만 사실 운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입부에도 썼듯 김도훈은 솔직한 사람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고양이 같은.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5-08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지금 서점가는 세대 갈등 공부 중…밀레니얼 세대와 공존하는 어른들을 위한 조언서 열풍

(사진출처=게티이미지)1990년생이 사회에 진입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일컫는 2000년생은 20대 문턱을 밟았다. 88 서울올림픽의 영화와 TV 외화시리즈 ‘맥가이버’에 대한 향수,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반면 70년대 고도성장을 거쳐 민주화 운동에 이바지한 386세대, 90년대 황금문화와 IMF라는 불운을 동시에 누린 ‘신인류’ X세대는 이제 사무실의 ‘꼰대’로 물러나는 분위기다. 같은 한국어로 얘기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들,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꼰대아재’들의 발길이 서점가로 향하고 있다.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지음 |웨일북|1만 4000원 |사진제공=웨일북지난해 11월 발간된 ‘90년생이 온다’는 요즘 ‘꼰대 아재’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발간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맡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90년대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분석한다. 간단명료하고 유희를 즐기며 사회 각 분야에 정직함을 요구한다. 일상생활에서 줄임말을 즐기고 박준형의 ‘와썹맨’ 같은 병맛유머를 즐긴다. 80년대생 이전 세대가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태 같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분노하며 대기업의 면접체계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그나마 공정한 채용방식을 추구하는 공무원 시험에 몰린다. 저자가 만난 많은 90년대생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하면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인정욕구를 충족한다.하지만 회사가 자신을 평생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회사에 헌신하기보다 스스로에게 투자한다. 기업보다 공무원을 선호하고 창업을 꿈꾼다.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다녀도 이직과 퇴사를 가슴에 품는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 이은형 지음 |앳워크|1만 4000원 |사진제공=앳워크저자는 90년생과 함께 일하려면 우리나라의 경직된 노동환경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또한 90년생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정직하면서도 유머를 추구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관찰조사를 통해 트렌드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1월 발간된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도 ‘90년생이 온다’와 궤를 같이 한다.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9가지로 분석한다. 이들은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고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진정성을 중시하고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소유보다 공유를 좋아하고 성장을 중시해 학습에도 열심이다. 속도와 혁신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공유가치를 우선시 한다. 그래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9가지 특징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함께 일하냐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바뀔 것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 책을 아예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어른들을 위한 조언서라고 규정한다.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해야 하는 아재들을 위한 책도 마련됐다. 야마구치 슈의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은 한때 천하를 호령했지만 이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586세대와 X세대가 재도약을 통해 90년대생과 공존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저씨의 특징으로 오래된 가치관에 빠져 새로운 가치관을 거부하고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 기득권이득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지적한다.‘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 |야마구치 슈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1만 5000원 |사진제공=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또한 계층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우습게 여기고 낯선 사람과 이질적인 문화에 배타적이다. 이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던 시대, 사회적응을 거친 마지막 세대다. 아재들의 윗세대는 정년이 보장됐지만 요즘 아재들은 그렇지도 않다. 100세 시대지만 장년과 노년이 보장되지 않는 세대, 사무실에서는 ‘꼰대’ 취급 받는 아저씨들은 이대로 물러나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아저씨가 빛나지 않는 사회는 좋아질 수 없다”며 아저씨들을 응원한다.저자는 아저씨들이 자신이 가진 인맥, 자본, 지식, 경험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후원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활용하면 젊은 세대와 공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배움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새로운 공부를 제안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아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책은 지금의 아재와 미래의 아재들이 현명하게 사회에서 진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4-24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지혜와 경험, 통찰력의 흥미로운 흐름…'지혜의 보고' 은퇴자 사용설명서 ‘일터의 현자’

영화 ‘인턴’ 속 70세의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는 창업 1년차인 30대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에게 지혜와 사업적 수완 그리고 기댈 어깨가 돼준 어른이자 파트너였다. 옛날 전성기 기억을 무용담처럼 곱씹거나 잔소리만 늘어놓는 고집불통의 뒷방 늙은이. 세계적인 부티크 호텔 브랜드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의 CEO 칩 콘리(Chip Conley)는 그렇게만 알고 있는 은퇴자들을 때에 따라 걸어 다니는 지혜서이자 경영전략가이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터의 현자’라 칭했다. 26세에 호텔 주아 드 비브르를 창업해 혁신을 거듭하며 굴지의 세계적인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키워낸 그는 52세가 되던 2013년 숙박공유서비스 스타트업 에어비앤비의 인턴으로 입사했다. 24년간 호텔리어로, CEO로 살았던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예고하는 초연결 공유경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우버(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 플랫폼)는 이용해 본 적도 없으며 ‘필수’라는 코딩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그런 그는 이제 막 창업한 에어비앤비의 아들뻘 상사들에게 경영, 리더십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감성지능, 통찰력, 전체를 바라보는 장기적 시각, 노련함, 협업, 소통능력, 방대한 인맥 등으로 무장하고 기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렇게 에어비앤비느 19개국, 전세계 이용자 4억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에어비앤비의 칩 콘리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구글의 루스 포랏(Ruth Porat), 애플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아마존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의 스승 빌 캠벨(Bill Campbell) 등은 연간 성장률이 수백 퍼센트에 이르는 기업, 경영에 대해 충분히 배우기도 전 굴지의 기업 CEO가 돼버린 젊은 창업자들를 이끌던 멘토이자 ‘일터의 현자’들이었다.일터의 현자 | 칩 콘리 지음 | 쌤앤파커스 출간책은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직접 전하는 추천의 글로 시작한다. 2007년 룸메이트였던 조 게비아와의 창업 과정과 칩 콘리를 만나 유명한 심리학자 애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를 접객 단계로 변환하는 방식, 세계적인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혁명적인 스토리텔링 접근법 등을 배우며 꿈꾸던 최고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 접대) 판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일터의 현자’ 칩 콘리와 젊은 상사들의 연대와 공유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를 피력하기도 한다.이어 책은 10개장에 기업성장에서 ‘일터의 현자’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담았다. ‘왜 세계 최고의 핫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20년 넘게 CEO였던 나는 왜 52세에 에어비앤비 멘턴이 되었나?’ ‘날 것, 익힌 것, 태운 것, 다시 반복’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꿀 수 있을까?’ ‘현자는 다양한 분야의 연속적인 숙달이 가능하다’ ‘세대 간 지혜전달의 롤모델이 되라’ ‘노하우와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라’ ‘한번 뿐인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일터의 현자와 회사가 경험을 나누는 방식’ ‘현자로 살아가야 할 당신에게’ 등 직관적인 제목들은 직장인으로서, 사업가로서의 인생시계 혹은 생애주기에 맞춘 대처론을 보는 듯하다.‘배운다, 돈 번다, 은퇴한다’. 어쩌면 직장인의 삶은 천편일률적이다. 일의 성질이 어떻든 배우고 돈을 벌다 때가 되면 은퇴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생애주기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칩 콘리는 ‘노화’라는 단어를 ‘성장’으로 대체해 재능 있는 젊은 사장과 노련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이든 인턴 혹은 멘턴(멘토+인턴)의 연대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전한다.칩과 에어비엔비 젊은 창업자들의 만남 그리고 공유경제 활성화와 최고의 호스피탈리티 판매 기업으로의 발돋움. 아리스타 레코드와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 그리고 8개의 그래미상을 휩쓴 앨벌 ‘슈퍼내추럴’의 탄생…이같은 예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과 기반이 ‘꼰대’ ‘퇴물’ 등으로 폄훼해서는 안된다. ‘어른 감독관’ ‘그곳의 유일한 성인’ 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 창업자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라는 것도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저마다 가장 잘 하는 걸 하자는 제안이다.칩 콘리(사진제공=쌤앤파커스)젊은 창업자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누구나 살게 될 ‘일터의 현자’로서의 삶에 대한 조언으로 마무리된다. ‘어린나무는 나이 든 나무 옆에서 더 강하게 자란다’고 젊은 창업자와 일터의 현자의 공존을 강조하는가 하면 ‘지혜는 절대 늙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으니까’라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다 현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진정한 어른, 현자로서의 자세를 전하기도 한다. 현자들의 ‘유산’이 어떻게 승계돼야 하고 젊은 세대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돕는지를 마지막까지 강조하는 책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세대간 갈등이 극과 극으로 내달리는 현재. 아직도 일할 힘이 남아 있는 시니어도, 한창 일터를 누벼야 할 청년들도 불안하기 만한 고용실태에 고스란히 노출돼 세대를 넘어서까지 경쟁해야하는 100세 시대.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설 자리마저 위협받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 책은 인간 혹은 인류가 어려움 혹은 위기로만 인식하고 있는 시기를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가 끌고 누가 미느냐의 문제도, 서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아니다. 진정한 평등과 공존의 실현이다. 물론 서로가 살아온 시대가, 가치관이, 저마다의 개성이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에는 두려움과 불안함, 갈등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기댈 곳은 여전히 서로임을 인정하는 순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실마리가 나타난다. “음악가에게는 은퇴란 게 없대요. 더 이상 떠오르는 음악이 없으면 연주를 멈출 뿐이죠.” 영화 ‘인턴’ 중 벤의 대사처럼 모두가 은퇴 없는 음악가를 꿈꾸면 되는 세상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4-1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변호사 스타트업 전문가, 손영택이 말하는 "더 좋은 실패 법"

안정된 변호사의 삶보다 국가의 미래 혁신인 스타트 업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원장. (사진제공=공간정보산업협회)“스타트 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경험, 기술, 사람에 대한 전문적인 기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사법고시에 합격해 10년 동안 성공적인 변호사로 활동한 손영택(47) 공간정보산업협회 원장이 ‘유니콘의 기적이 시작되는: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을 발간했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CEO 7명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책은 블록체인, 인공지능(AI),빅테이터, 클라우드 등으로 미래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의 기업을 만든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다.저자가 만난 이채현(데이블), 김종윤(스캐터랩), 이한주(베스핀글로벌), 박외진(아크릴), 이효진(8퍼센트), 이복기(원티드), 권순범(이큐브랩)의 성별과 나이, 직업은 모두 천차만별.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섭외해 던진 질문들은 날카로우면서도 흥미롭다. 변호사와 스타트업 전문가라는 극과 극 지점에서 던지는 직접적인 궁금증은 세계 전반의 트렌드를 몰라도 이해될 만큼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완성됐다.“사실 스타트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모든 걸 다 버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유도 사실은 아이들의 교육이 우선순위였고요. 변호사들은 학위를 따러 대부분 미국으로 떠나지만 ‘이왕 공부를 한다면 법률로 유명한 브리스틀대학교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주변에 먼저 말해 버린 게 행동으로 이어진거죠. 거기서 겪은 성숙한 사회문화와 역동적인 창업 분위기를 보고 겪으면서 한국의 미래에 답이 스타트 업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유니콘의 기적이 시작되는 : 스타트업 네이션| 손영택 저 |1만 6000원. (사진제공=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전재산을 들고 떠난 유학 생활은 쉽지 않았다. 120명 정원에서 한국인은 손 원장이 유일했다. 2년 반 동안 오롯이 학업에 매진하며 인생 터닝포인트를 겪었다. 어려서는 크는 것도 몰랐던 아들 둘과 같은 학생 입장에서 겪은 크고작은 에피소드들이 가족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족 모두가 모여 저녁을 먹었고 하루 일과를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사람들을 직업과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정착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손 원장 자신의 시각도 점차 변했다. 그의 말대로 “변호사로 떠나서 스타트업 전도사가 되어 귀국”한 셈이다.“돌아와서 아내에게 약속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게 가장 미안하죠.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제 인생 최고의 성공은 결혼이에요. 이해해주는 아내와 아빠를 최고로 쳐주는 아이들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똑똑한 친구들이 안정적인 대기업과 공무원만 고집하는 나라는 뭔가 잘못된 게 확실하니까요. 성공만을 지향하는 삶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제 자식들이 겪을 사회는 좀 더 달라야 되지 않겠어요?”책에서 손 원장이 만난 CEO들은 한국 사회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해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무 등이 담겼다. 그는 “결국 이왕 하는 실패라면 좋은 실패를 하자는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에는 창업 3번, 그만큼 실패한 인재들의 몸값이 가장 높다”면서 “그런 좋은 실패들이 쌓여야 제대로 된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시각을 한국에서도 조성하고 싶다. 느리더라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며 핑크빛 미래를 제시했다.“국내 유니콘 CEO들이 하는 불문율과 정책들을 들어보면 결국 ‘일단 해봐’로 귀결됩니다. 스타트업의 강점은 유연성과 빠른 속도예요. 대기업이나 이미 시장을 선점한 입장에서 이리저리 경우의 수를 잴 때 스타트업들은 실패 걱정 없이 맘 놓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자들과는 계속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지속적인 협약을 하려고 합니다.”저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청사진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손 원장은 책에서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최근 정부가 이른바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를 조성한다는 발표에 대해 “이미 유럽은 스타트업이 아닌 스케일업(기반을 잡고 경제적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란 단어를 쓴다”면서 “이 업계 부실채권인 좀비 스타트업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가장 중요한 건 정책의 표준화입니다. 육성한다고 돈 한번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해요. 무엇보다 자율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책임자로 있으면서 경쟁은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나름의 데모 데이를 만들어요. 전문성과 아마추어가 어우러지는 그 장면에 저는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한국인은 비상한 머리와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민족이죠. 아직 가능성이 있어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4-10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아마존DNA로 무장한 독립운동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평생 제 인생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졸업할 곳이었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마냥 고마운 회사예요.”‘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Ezion Global, Inc.) 대표는 생애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 아마존에 대해 “독립해 살아갈 가르침과 기반을 조성해 준 곳”라고 표현했다.2004년 시애틀 소재의 아마존 본사에 입사해 12년. 일은 많고 유급 육아휴가가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처우는 열악해 평균 근속기간 1년 남짓인 아마존에서 그는 12년을 근무했다. 8개 부서에서 개발자로,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으로 활약하며 ‘개척자’로서 ‘독립’을 꿈꿨다.◇1년도 버티기 힘든 아마존에서 12년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연봉협상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더불어 가고 싶은 회사였고 조건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몇년만에 갈등의 시간이 찾아왔어요. 일은 너무 힘들고 경쟁은 치열하고 저보다 입사가 늦은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가 하면 저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곤 했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고… 하지만 관점을 바꾸니 모든 것이 풀리기 시작했어요.”“갈등의 시간을 오래 보냈다”는 박 대표가 그 관점을 바꾼 시점은 “개발자로서의 뜻을 접고 사표를 던졌을 때”였다. “내로라하는 천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불필요하게 느껴졌다”는 그는 “완전 그로기 상태”였다.“회사라는 울타리에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직’은 아예 생각이 없었고 ‘독립’이 절실했던 시기였죠. 이직도, MBA를 가는 것도 ‘독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임져야 할 가족, 상환기간이 수십년은 남은 주택론까지 짊어진 제가 할 수 있는 건 독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었죠.”그렇게 입사 6년만에 그는 아마존을 목표가 아닌 ‘독립으로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마존은 진정한 독립을 위한 경영수업장으로 변모했다.“회사 조직도를 놓고 해보고 싶은 일을 골랐어요. 재밌고 스트레스 안받을만한 일들을 골라 했죠. 개발자가 가장 중요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개발자로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도 길이 있구나 싶었어요. 특히 아마존의 모든 고객 데이터를 재료로 하는 경영분석일은 정말 재밌었어요. 경영 전반 데이터를 누구보다 많이 연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도식화해 대시보드 형태로 보고하면서 정보의 시각화를 배웠죠. 제가 아마존에서 못해본 건 딱 하나, 라인을 타고 조기승진을 거듭하는 승승장구뿐이에요.”◇꾸준히 성장하는 아마존, 그 핵심은 ‘실패’와 ‘고객 중심’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베조스 회장은 늘 말해요. 혁신 혹은 발명은 실패와 따로 생각할 수 없다고. 실패가 없는 혁신은 혁신이 아닌, ‘이미 될 줄 알았던 사업’일 뿐이라고.”아마존 프레시, 파이어폰 등 아마존에도 실패를 거듭했던 사업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아마존이 기꺼이 실패할 수 있었던 건 ‘전자상거래’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95~2000년 급속성장하던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스러지며 공동묘지를 이루던 닷컴버블 (dot-com bubble)에도 살아남은 아마존에 대해 박정준 대표는 “내가 몸담았던 12년 동안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성장폭은 단 한번도 꺾인 적이 없다”며 “계속 성장 중인, 미래가 더 기대되는 회사”라고 평했다.‘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아마존은 실패하기 좋은 회사라고들 해요.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가지고 장난을 치지는 않아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자상거래 사업은 끊임없이 최적화하고 고객 중심으로 편리하게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합니다. 실패하고 성장하고를 반복하죠. 어떤 타당한 제안에 아마존은 ‘실패할 수 있으니 하지마’가 아니라 실패해도 되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요. 그리곤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불이익을 주지지도 않죠.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돼요.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문제들이고 깨달음이잖아요.”그리곤 “직원이 습관처럼 매주 10분짜리 똑같은 작업을 반복해야한다면 1시간을 투자해서 자동화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하는 방식”이라며 “그렇게 자동화, 프로그램화, 단순화하는데도 신기하게 일이 줄어든 적이 없다. 12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이미 드론이나 로봇 물류시스템 등 다음세대 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 리서치 중”이라고 귀띔했다.“한국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아마존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느냐’예요. 한국어 아마존사이트는 없지만 전자상거래 뒷단에 장착하는 AWS(Amazon Web Services) 본사가 이미 1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아마존만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한국 온라인마켓 뒤에서 돌아가고 있죠.”“진출의 방식이나 마인드가 다를 뿐”이라는 그가 전하는 아마존 성장의 또 다른 핵심은 ‘고객 중심’ 마인드다. 이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회장의 변치 않는 필승전략이다.“굉장히 단순해요. 100년이 지난다 한들 고객이 갑자기 똑같은 물건을 비싸게 사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빠르게 받고 싶어하죠. ‘소비자가 찾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라는 창업자의 고객 중심 철학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은 굉장히 확고해요. 창업 초기 소비자 리뷰에 대한 말들이 많았어요. 비유를 하자면 카페 메뉴판에 ‘고객들이 이 차는 맛이 없답니다’라고 써붙이는 것과 똑같아요. 파이어폰은 2점도 못받을 정도로 대실패를 했어요. 하지만 베조스 회장은 그것이 고객들에겐 정보가 된다고 믿었어요. 고객 중심 철학으로 아마존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 철학에 대한 믿음은 돌맹이처럼 단단해졌죠.”◇창업주 조프 베조스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결국 자세와 행동력 같아요.”고객 중심,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 끝없는 도전, 실패의 미학 등을 잘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성공전략이다. 조프 베조스는 그 성공전략을 실천함으로서 오늘의 아마존을 일궜다.“베조스는 원래 물리학 전공이었어요. 프리스턴대학교 물리학과를 다니던 중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는 문제를 하루 종일 연구하고 풀었데요. 그렇게 하루 종일 걸려 이해한 걸 기뻐하기도 잠시, 친구들은 한 시간만에 이미 이해를 했더라는 거죠. 베조스는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같아요. 어떻게 하면 사업을 키울까, 실패 최소화, 고객 중심 등 끝 없이 생각하고 몇수 앞을 고민하죠. 고민 끝에 확신이 들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요. 따로 이르거나 당부를 하지 않는데도 결과와 행동으로 증명을 하니 조직원들 모두가 자연스레 동화되죠.”이어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 평가서를 돌리며 왜 필요한지를 피력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한 그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는 그가 만났던 조프 베조스와 아마조니언들이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강하고 인간중심적이며 혁신적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베조스는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고 말해요. 그저 더 멋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 아무 것도 아니죠. 기술 등을 수단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걸 줘야 한다고 믿고 있죠. 그렇게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이어 박 대표는 할머니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보곤 자신이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담배가 왜 해로운지를 얘기했던 베조스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그 얘기를 듣던 할머니가 담배를 끄더니 엄청 우시더래요. 할머니가 왜 우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베조스에게 할아버지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하시더래요.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는 그 심정이나 이유를 헤아리기 보다 자기 중심적으로 얘기했던 거죠. 이런 일화를 보면 베조스는 처음부터 따듯한 사람이라기 보다 문제를 파악하고 본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사람 같아요.”◇영원히 미완성, 나로 선다는 것!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제 책 중에서 눈여겨보길 바라는 부분은 ‘프롤로그’예요. 왠지 저는 어떤 책이든 프롤로그를 안읽으면 책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느닷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간 불청객이 된 느낌이랄까요?”그리곤 “제가 배운 것의 핵심은 시간 순으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의 습격, 초연결시대로 온전한 내 것이 없는 시대에 대해 그는 “무서워할 필요도, 막을 수도 없는 혁신”이라고 표현했다.“혁신은 반드시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시대는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그 혁신을 어떻게 활용해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낼까를 고민하면 수혜자가 될 거예요. 우리 모두가 혁신의 수혜가자 될 수 있어요.”이렇게 강조한 박정준 대표는 “아마존에서 12년을 보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건 따라 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늘 강조하는 “나로 서는 것의 가치, 내가 제일 잘하는, 나밖에 할 수 없는 걸 해야겠다는 믿음”과 일맥상통한다.“저를 둘러싼 요소들을 파다 보면 저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보여요. ‘나로 서는 것’은 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제가 5년 뒤 저는 아니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것들, 타고난 것들, 지난 경험으로 쌓인 것들 그리고 현재 저를 둘러싼 것들을 종합해서 다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나로 서가는 과정’ 같아요. 완성이 없죠. 그 사실을 아마존에서 배웠어요.”이렇게 전한 박정준 대표는 “100명이 뛰는 방향으로 덩달아 뛰기보다 그 방향을 고려하되 저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을 찾는다”며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그는 ‘아마존 DNA, 개척정신’이라고 표현했다.“높은 길로 가는 게 아니라 없던 길, 아무도 안간 길을 기꺼이 가고 싶어요.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형태일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저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예요. 두렵거나 게을러서 안하지는 않겠다는 마음이죠. 요즘은 정말 매일 매일 꿈꾸듯이 살고 있어요. 미래는 고용되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어요. 혼자서 가치를 생산하고 주변과 공유하는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고 인간의 본성과도 더 잘맞는다고 생각해요. 이는 모두 혁신 덕분이죠. 혁신으로 더 좋아질 세상이, 그로 인해 행복해질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기대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4-09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소확행’ 앙리 루소부터 ‘제비꽃’ 베리트 모리조까지…20명의 화가가 전하는 위안 ‘미술관에 간 심리학’

미술관에 간 심리학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러 미술관에 간다 |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출간‘절규’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피폐하고 불안정한 심리와 부정적 사고, 에곤 실레의 누드, 76세에 그림을 시작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천진한 에너지와 동심 등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 ‘미술관에 간 심리학’이 출간됐다.심리학자이자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 수상자인 저자 윤현희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정원가꾸기 등 일상생활로 심리치료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책은 ‘나이브 아트와 긍정 심리학’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아들러 심리학’ ‘추상의 세계와 게슈탈트 심리학’ ‘화가 내면의 상처와 표현주의’ ‘여성 화가의 정체성: 전문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5개장에 20명의 화가 이야기를 심리학적 키워드로 스토리텔링한다.아들러, 게슈탈트 등의 어렵기만한 심리학을 잘 알려진 혹은 숨겨진 화가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소확행·자기치유·천진한 에너지 등의 앙리 루소·모지스·헤르만 헤세·구스타프 클림트, 비난·미움·혹평 등에서 자신만의 예술관을 추구하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에두아르 마네·에드가 드가·폴 세잔, 모호함·상처 등을 응시한 피카소·바실리 칸딘스키·몬드리안·파울 클레, 반 고흐·뭉크·에곤실레·모리스 위트릴로, 용기와 담대함으로 무장한 20세기 여성 화가들 베르트 모리조·메리 카사트·수잔 발라동·루이스 부르주아까지 감정 및 심리 상태에 따라 눈여겨볼만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조언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4-06 22: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출판도 연애처럼! 프러포즈부터 결실을 맺기까지…‘출판하고 싶은 너에게’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 출판사에 프러포즈하는 법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출간한 사람의 이야기가 곧 책 한권이라는 말이 있다. 신간 ‘출판하고 싶은 너에게’는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연애에 빗대 출판과정과 노하우를 전하는 책의 저자 조선우는 출판사에서 20여년을 보낸 베테랑 편집자이자 기획자이며 책읽는귀족 대표이기도 하다.책은 ‘출판사 문을 두드릴 때’ ‘자기야, 출판사는 이런 원고를 기다려’ ‘사랑하는 자기와의 출판 기획 상담’ ‘출판 시뮬레이션’ 4개부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권이 가지고 싶은 이들을 위한 16개의 출판 팁을 담았다.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의 주의사항, 출판사가 기다리는 콘텐츠를 비롯해 주부·회사원·학생·전문직에 맞춘 출판기획 노하우를 조목조목 짚는다.그리고 마지막 파트에는 프러포즈부터 계약서 작성, 원고 피드백, 배본, 마케팅, 판매실적 등까지를 시뮬레이션하며 출판 과정을 정리한다. 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4개장의 끝마다 ‘원고야, 화장은 아니더라도 단장은 하고 와!’라는 제목으로 담긴 글쓰기 필수팁은 꽤 쏠쏠하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4-05 23:13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틀림’이 아닌 ‘다름’ 다른 듯 닮은…‘문화 코드로 읽는 지구’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다르면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 김세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출간이모티콘에 열광하는 아시아 사람들, 부지런한데 불행하고 눈치가 중요한 한국인, 미국의 바비와 아랍의 풀라, 미식축구에 열광하는 미국, 이슬람의 할랑과 유대인의 코셔, 관능적인 프랑스 광고, 버닝맨 축제와 카니발….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의 성향이 그려내는 풍경들이 있는가 하면 숨겨진 역사들도 있다.문화 코드로 다른 듯 닮은 전세계를 경험하도록 돕는 책 ‘문화 코드로 읽는 지구’가 출간됐다.저자는 저널리스 출신의 비교문화학자 김세원이다. 책은 ‘서로 다른 지구인’ ‘생각보다 먼 아랍과 미국’ ‘낯선 이의 눈에 비친 한국’ ‘축제, 일상 탈출의 전통’ ‘다름을 이해하는 몇 가지 방법’ 5개부에 다르지만 또 다르지 않은 각국의 문화에 대해 다룬다.폰스 트롬페나스, 찰스 햄든터너, 에드워드 홀, 헤이르트 호프스테더 등의 문화 차이 비교를 설명하는가 하면 갈등을 겪는 아랍과 미국 문화의 거리를 가늠한다.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한국 문화, 각국의 축제와 공휴일 비교 등을 짚는다. 이 책의 핵심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지역화 전략과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적은 5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4-05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연필로 ‘노인 장르’ 개척한 김훈, ‘연필로 쓰기’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음| 문학동네 | 1만 5500원 | 사진제공=문학동네전영록이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권하기 이전부터 소설가 김훈에게 연필은 연장이자 밥벌이의 도구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몽당 연필을 들고 원고지에 육필로 눌러 쓰는 그의 신작 제목도 ‘연필로 쓰기’다. 기자로 살며 주변을 관찰하고 작가로 평생 글밥을 먹고 살아온 이력답게 김훈은 신작에서도 현미경처럼 예민한 촉수를 들이대며 일상의 편린들부터 세월호, 태극기 부대까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적어냈다. 소재는 가볍지만 풍류와 해학이 맛깔나게 버무려진 삶의 페이소스는 그대로다. 과거 ‘산문은 노인의 장르’라고 말했던 작가는 고희를 넘어 새롭게 집필한 이 책에서 ‘노인의 장르’를 완성해냈다.젊은이들에게 ‘틀딱충’(틀니+딱딱+충)이라고 무시 받고 천대받는 노인이 아니다.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과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내 노인이 돼서야 간신히 쓸 수 있는 장르라는 뜻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연필은 나의 삶이다’는 그가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일산 호수공원 풍경 묘사를 시작으로 문학동네 블로그 집필 당시 오피니언 리더들의 찬사를 끌어낸 ‘밥과 똥’ 이야기, 저서 ‘칼의 노래’에서 다 쓰지 못한 인간 이순신 이야기와 세월호 3주기 추모와 단상 등을 실었다.특히 생로병사의 출발인 ‘밥과 똥’ 이야기는 압권이다. 상하수도 시설이 완공되지 않은 60~70년대 고도성장기 시절 분뇨 처리 작업은 국가안보의 문제이고 정권의 존망에 관한 문제라며 짐짓 심각하게 썰을 풀어놓다가도 똥은 날 것 그 자체의 나이며 모든 인류의 똥은 평등하다는 그의 지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그는 “서울의 모든 고층 빌딩을 바라볼 때 나는 그 속의 파이프를 통해 흘러내리고 있을 똥의 폭포를 생각한다. (중략) 그리고 이 처리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거룩한 노고에 감사한다. 설치지 말고 까불지 말고, 말이나 똥을 함부로 내지르지 말고, 흐르는 강물 옆에서 최고 포식자의 부끄러움을 늘 기억하자고 속으로 다짐한다”고 적었다. 배설과 부끄러움이 등가를 이루는 최고의 묘사다.2부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에서는 일상의 편린으로 출발해 국가의 강제성과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설날 고향 서울 도심을 다니며 숭례문을 불태운 일산 거주 노인의 에피소드에서 용산참사를 떠올리며 국가의 강제성과 폭력성을 논한다. 학창시절 강제로 대통령 환영·환송행사에 동원된 기억과 그 세대를 함께 향유했던 또래들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태극기를 들며 울분을 삼키는 모습을 목도하며 왜 태극기의 보편성이 계속 훼손되고 있냐 반문한다. 3부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에서는 가보지 못한 반쪽 산하 북한을 떠올리며 적은 글이다.기자 출신인 그는 직접 취재하고 목도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깊은 슬픔과 분노도 숨기지 않는다. 팽목항, 동거차도, 서거차도에 머물며 취재한 세월호 참사,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한 배달원과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처우, 국회의원들의 ‘물타기’ 언어에 비판을 가한다.‘노인의 장르’인 산문집 답게 책 곳곳에서 나이듦에 대한 상찬을 접할 수 있다. 어머니의 궁중 떡볶이와 고추장 떡볶이에 열광하는 요즘 세대, 비틀스에 열광했던 청년 시절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나아가 BTS의 춤사위를 이해하려는 노인의 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세시봉 디너쇼에서 손바닥이 깨지도록 박수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요즘 세대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부끄럽지 않다고 역설한다. 당신 생애의 음악은 풍요롭지 않았지만 초라하지도 않았다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가수들의 늙음이 편안해 보인다고 강조한다.몇 번의 주례를 통해 스스로를 ‘꼰대’라고 칭하고 송년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아이들이 다 커서 제 밥벌이 하니 집에 돈 벌어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이 늙음의 복’이라는 친구의 말에 “종신형 받은 죄수가 만기출소한 느낌”이라며 노년의 헛헛함을 토로한다.작가는 3년 6개월간의 집필기간 동안 200자 원고지 1156매, 468쪽 분량의 두툼한 책을 육필로 적어냈다. 연필로 쓰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다 지우는 작업을 반복해 그의 책상에는 지우개 가루가 산을 이뤘다고 한다. 갱지를 연상케 하는 책 커버를 들추면 그의 원고지 한면을 디자인화한 책 표지를 만날 수 있다. 꾹꾹 눌러 썼다 지운 연필자국이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짧은 글을 쉽게 끄적이고 스페이스키 한번이면 순식간에 삭제되는 요즘 세태에 역행하는 작가의 뚝심을 읽을 수 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4-03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몰랐던 도쿄 구석구석 ‘리얼 도쿄’

리얼 도쿄(2019~2020) PLUS 요코하마 가마쿠라 에노시마 하코네 | 양미석 지음 | 한빛라이프 출간여행 체크리스트부터 스케줄표, JR신주쿠 역 구조와 주요 출구, 출구별 환승 요령과 랜드마크 등 책장을 열자마자 도쿄에 대한 알찬 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겉핥기식이 아닌 실제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게 구성된 한빛라이프 ‘리얼 시리즈’의 도쿄 버전인 ‘리얼 도쿄 Plus 요코하마 가마쿠라 에노시마 하코네’가 출간됐다.상하이, 홍콩, 뉴질랜드, 후쿠오카, 블라디보스톡, 오사카, 교토 등에 이은 ‘리얼 도쿄’의 저자는 ‘트립풀 교토’ ‘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책방탐사’ ‘크로아티아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다’ 등의 양미석이다.책은 ‘한눈에 보는 도쿄’ ‘한걸음 더, 테마로 즐기는 도쿄’ ‘진짜 도쿄를 만나는 시간’ ‘도쿄 근교여행’ ‘도쿄에서 바로 통하는 여행 준비’ 등 5개 파트로 구성된다.파트 1, 2에는 날씨 등 기본 정, 여행 일수별 추천 코스, 교통 등를 비롯해 전망대·박물관과 미술관·골목산책·벚꽃명소·건축물 탐방, 미식여행, 도쿄 쇼핑 등 테마별 여행 정보가 담겼다.파트 3부터는 좀더 깊숙한 곳까지 여행할 수 있는 정보들로 꾸렸다.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오모테산도·아오야마, 에비스·다이칸야마·나카메구로, 롯폰기, 도쿄역·마루노우치, 긴자, 오다이바, 진보초·아키하바라, 우에노, 아사쿠사·도쿄 스카이트리 타운·이케부쿠로·키치조지·도쿄 디즈니 리조트에 대한 알짜 정보와 가구라자카부터 구라마에, 기요스미시라카와까지 산책하기 좋은 동네도 소개한다.필수 여행지, 숨겨진 동네 등 500여개의 명소부터 최적의 이동노선을 추려 만든 20여개 노선도, 맛집, 필요한 일본어, 쇼핑 포인트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도쿄 근교의 요코하마, 가마쿠라·에노시마, 하코네 등에 대한 정보는 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30 22: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노부부와 함께 떠나는 따뜻한 런던 여행 ‘당신과 함께’

당신과 함께 세계작가 그림책 | 잔디어 글·그림 | 다림 출간평생을 함께 한 노부부 조지와 마리의 따뜻하지만 애틋한 이야기로 런던을 여행하는 책 ‘당신과 함께’가 출간됐다.‘당신과 함께’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잔디어가 런던에서 유학하며 쓰고 그린 일상의 풍경이 담겼다.아침에 일어난 마리가 곁에 없는 남편 조지를 찾아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정을 따른다.홀랜드파크의 공작새, 자연사 박물관의 공룡, 브롬턴 로드 위의 조지가 향하는 해러즈 백화점의 직원, 트래펄가 광장으로 가는 2층 버스에서 만난 넬슨 제독 동상, 밀레니엄 브릿지 상공을 날며 마리의 모자를 낚아 챈 갈매기 등이 알려주는 대로 조지를 찾아 나선 마리의 감정들이 그림에, 글에 차곡 차곡 쌓인다.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바비칸 센터 식물원,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조지가 꽃을 산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 마켓,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서 조지가 좋아하는 헨리 무어 작품과 온종일 함께 하던 기억 등을 떠올리며 도착한 곳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리니치 언덕의 벤치.개인의 역사를 기록한 기념패가 박힌 벤치가 많은 영국 풍경에서 모티프를 얻은 ‘당신과 함께’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따뜻한 그림체의 일러스트에 실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30 20: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매력 넘치는 공간들의 향연 ‘치앙마이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치앙마이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2019~2020년) | 신중숙·방콕커플 지음 | 한빛라이프 출간13세기부터 이어온 왕국의 화려하고 독창적인 문화가 현대 젊은 아티스트들과 만나 더욱 매력 넘치는 공간들의 향연.가장 태국다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치앙마이 여행서 ‘치앙마이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개정판이 출간됐다.저자는 ‘트래비’ 창간 멤버로 여행 에디터로 활동하며 100여권이 넘는 여행서를 집필한 신중숙 그리고 영화·언론학을 전공했지만 여행에 빠져들어 여행사 직원으로 전직한 부부 방콕커플이다.‘치앙마이 미리보기’부터 호텔·리조트, 여행 기초정보까지를 아우르는 책에는 태국예술의 산실로서의 매력, 골목 벽화, 스트리트 아트, 란나 푸드, 특별한 태국 커피와 애프터눈 티 등 호텔 조식마저도 특별한 치앙마이의 모든 것이 담겼다.치앙마이 3대 시장 탕방기, 로맨틱 야경 명소, 대세 쇼핑몰, 추천 쇼핑 리스트 등을 비롯해 올드시티와 님만해민, 나이트 바자와 삥강, 란나의 옛 수도 치앙라이, 762개 커브를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빠이의 지도와 여행 노하우, 추천 여행 플랜 및 스폿 등 치앙마이 구석구석에 대해 귀띔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28 23:4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투자불패’ 피터 틸과 존 도어, 리더의 리더들에게 듣는다! ‘피터 틸’ ‘OKR’

테슬라·유튜브·링크드인을 탄생시킨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 100여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한 투자의 귀재, CIA·FBI 등 미 국가정보기관이 찾는 테러 및 범죄 예측 빅데이터 기업인 팰런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 1999년 아이디어 단계의 구글에 1180만 달러를 투자한 벤처투자자이자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뒀고 인텔, 유튜브, 어도비, 인튜이트를 비롯해 한국인 2세가 운영 중인 미국 공공의료 앱 ‘누나’(Nuna)까지 적용하고 있는 OKR의 창시자 존 도어(John Doerr).글로벌 벤처·스타트업 분야의 전설과도 같은 이들의 경영·투자전략이 담긴 책 ‘피터 틸’(Peter Thiel, Die Biografie)과 ‘OKR’(Measure What Matters)이 출간됐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신화를 만든 파괴적 사고법과 무적의 투자 원칙 | 토마스 라폴트 지음 | 앵글북스 출간‘피터 틸’은 독일 출신의 기업가이자 투자가, 저널리스 토마스 라폴드에 의해 쓰여진 전기물이다.피터 틸은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유튜브 공동창업자 채드 헐리·스트비 챈, 링크드인의 리드 호프먼 등이 이끄는 ‘페이팔 마니아’의 대부(代父)이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최고의 조언자’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틸은 기술의 발전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혁신’이 아닌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고 진단하거나 2016년 미국 대선당시 ‘정치적 무신론자’를 탈피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 하면 시장을 개척해 독점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하는 등 예상을 깨는 인물이다.“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이데올로기에 반대한다” 일갈하는 이 냉철한 투자자는 수명 연장과 불사(不死)라는 공상과학적인 목표에 도전 중이기도 하다. 책에는 피터 틸의 스탠포드 시절부터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으로 불리는 현재까지의 일대기와 더불어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다루지 못한 시대를 이기는 안목과 숨은 투자 전략 등이 담겼다. 책은 ‘제로 투 원 신화의 탄생-창조적 기업이 만들어지는 순간’ ‘미래 자본을 설계하는 미다스의 손-피터 틸의 투자 황금률’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가-피터 틸이 그리는 멋진 신세계’ 3개 부로 구성된다.‘시작의 땅, 스탠퍼드’ ‘경쟁하는 패자가 되지 마라’ ‘페이팔과 팰런티어의 성공비결’ ‘역발상이 답이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미래 시장을 선점하라’ ‘워런 버핏 vs 피터 틸’ ‘기술을 권력으로부터 해방시켜라’ ‘미국의 그림자 대통령’ ‘교육, 우주, 수명 연장을 위한 베팅’ 등 3개부에 나눠 담긴 각 장의 제목, 부제, 목차만으로도 그의 일생, 경영 및 투자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강의 중인 피터 틸 Image by Dan Taylor(사진제공=앵글북스)2, 3부 사이에 배치된 ‘케이스 스터디’에는 페이스북과 팰런티어로 대표되는 피터 틸의 투자 성공사례가 담겼다. 3가지 질문,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3단계 접근법, 독점과 경쟁의 가늠, 시장 점유와 시장 창조, 독점기업으로서의 특징까지 틸의 일관된 투자기준 분석이 흥미롭다.   ‘피터 틸’이 일관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파격을 일삼는 그의 모든 것이 3자에 의해 기술된 전기물이라면 ‘OKR’은 존 도어가 직접 쓴 자서전에 가깝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OKR’은 앤디 그로브가 만들고 존 도어가 전파한 경영 시스템이다.  OKR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식 | 존 도어 , 래리 페이지 (서문) 지음 | 세종서적 출간구글, 유튜브, 인텔 등을 비롯해 한국의 삼성까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25%가 도입한 시스템이기도 하다.존 도어는 벤처투자기업 클라이너 퍼키슨의 회장으로 1980년부터 구글, 아마존, 유튜브 등을 발굴 지원했다. 스타트업 분야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빈곤 퇴치 및 교육 등 전반적인 지구촌 문제까지 아우르는 투자자다.  ‘OKR’은 목표와 핵심결과(Objectives, Key Results)를 뜻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영전략이다.책은 ‘OKR의 시작’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 2개부에 ‘구글, OKR을 만나다’부터 OKR의 무한가능성을 다룬 ‘미래의 목표’까지 21개장을 담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존 도어는 인텔 산타클라라 본사에서 처음 접한, 당시의 부사장 앤디 그로브를 비롯한 CEO 고든 무어, 아웃사이더 로버트 노이스 ‘인텔 3인방’을 만난 이야기가 흥미롭다.‘OKR’을 창시한 앤디 그로브는 헝가리 난민으로 스무살에 망명한 청각장애자다. 인텔에 입사한 존 도어는 그에게서 피터 트러커의 경영 사상을 바탕으로 구축한 “지극히 간단한 목표설정 시스템”을 배웠고 단순함이야말로 “핵심결과”를 이끌어낸다는 OKR을 습득했다.책은 벤처투자자의 성공전략이지만 개인에게도 적용가능한 OKR에 대해 설파한다.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팀의 정렬과 연결, 책임추적, 최고를 향한 도전, 지속적인 성과관리, 기업문화 등 OKR이 전하는 슈퍼파워와 새로운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 등을 제시한다.‘OKR’의 서문을 쓴 래리 페이지(왼쪽)와 존 도어(사진제공=세종서적)더불어 각 슈퍼파워 및 핵심 가치에 해당하는 구글, 인텔, 지나김의 누나, 마이피트니스팔, 인튜이트, 게이츠 재단, 유튜브, 어도비, 줌 피자, 보노의 원캠페인 등의 성공사례와 성공감을 제시한다. 그 성공사례 중에는 OKR로 주의력 집중장애를 이긴 브렛 코프, 개인의 이야기도 있다. 목표 세우기와 핵심 결과 내기.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경영전략이자 개인의 성장을 위한 필수덕목이다. 결국 피터 틸이나 존 도어가 전하는 메시지는 ‘실천’의 중요성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진리, 이는 실천과 도전을 통해서만 내 것이 되고 성공전략이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27 07: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있는 그대로의 나, 지금의 나…‘매일매일, 와비사비’

매일매일, 와비사비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베스 켐프턴 지음 | 윌북 출간빈곤, 불충분함, 쓸쓸함을 의미하는 ‘와비루’에서 출발해 간소하고도 차분한 아취, 한가로움을 즐김, 은근한 정취 등을 일컫는 와비(Wabi).고색창연, 시간의 가치가 고스란히 깃든 예스러운 풍취, 은근하고 깊은 정감, 느릿한 여유와 한가로움을 뜻하는 사비(Sabi).두 단어가 만나 불완전함의 미학을 바탕으로 일본의 전통 미의식 또는 미적 관념인 ‘와비사비’는 사고방식이자 삶의 태도다.채우지 않아도 아름답고 겉치레 보다는 본질에 집중하며 서두르기 보다는 느긋한 ‘와비사비’로 행복해질 수 있다 설파하는 책 ‘매일매일, 와비사비’가 출간됐다.저자는 20년여 간 동양 철학과 미학을 탐구한 베스 켐프턴(Beth Kempton). 책은 ‘와비사비란 무엇인가’ ‘단순하고 아름답게’ ‘자연과 더불어’ ‘받아들임, 내려놓음’ ‘실패를 마주할 때’ ‘조화로운 관계’ ‘나의 일, 나의 삶’ ‘순간을 소중히’ 등 8개장에 와비사비의 정의부터 나이듦의 지혜에 대해 다룬다.완벽함, 겉치레, 속도전, 복잡함, 시끌벅적….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강요되거나 그들을 들러싸고 있는 것들에 반기를 드는 ‘와비사비’는 지내온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있는 그대로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에 집중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26 20:3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장수 경제의 핵심…‘필요’ 말고 ‘욕구’에 집중하라!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고령화의 공포를 이겨 낼 희망의 경제학 | 조지프 F. 코글린 지음 | 김진원 옮김 | 부키 출간100세 시대는 고령화 사회를 전제로 한다. 의학, 기술 등의 발전으로 오래 사는 이들이 늘었고 출산률은 곤두박질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벌써 조부모나 증조부모에 이르렀다.고령화와 100세 시대를 공포가 아닌 희망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힘주어 말하며 경제 비전을 전하는 책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가 출간됐다.저자는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 및 디자인을 연구하는 MIT 에이지랩 창립자이자 책임자 조지프 F. 코글린이다.캐첩 회사 하인즈의 노인식 영양죽 통조림, 개인 응급 응답 시스템, 독일의 피트에이지가 출시했던 노인용 핸드폰 카나리나 다스 그로스 등은 왜 처참하게 실패했을까. 그 해답은 단순한 신체적 필요성이 아닌 실버세대의 욕구에 있다.고령화 시대에 노인은 그저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는 부류가 아니다. 고령화 시대 경제학의 핵심, 비즈니스 성공전략은 ‘노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노인을 위한 시장’은 그렇게 출발한다. 책은 ‘노년은 그런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이해하는 방법’ ‘장수 경제를 위한 제품 개발’ ‘장수 경제의 비전’ 4개부에 시니어 비즈니스를 지배할 8가지 법칙을 나눠 담았다.‘노인을 위한 시장’이라는 제목은 지극히 역설적이다. 누구나 디자인, 스타일 등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었어도 노인은 사람이고 누구나 가지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가 시니어 비즈니스로 통하는 장수 경제의 시대, 주목해야 할 것은 ‘필요’가 아닌 ‘욕구’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20 22:11 허미선 기자

[비바100] 키토제닉? 저탄고지?… 푸드스타일리스트 진주가 알려드립니다!

지방이 몸에 나쁘다는 편견을 고스란히 뒤집은 키토제닉. 해외에 나가면 건강한 방식으로 만든 버터들을 고르고 골라 집으로 가져온다고. (사진제공=본인)120여년 전통의 프랑스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출신에 화려한 파티 음식만 전문으로 해 온 푸드 스타일리스트일 거라 생각했다. 20kg 넘게 감량했다지만 마른 깍쟁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분당에 위치한 자택 겸 스튜디오에서 만난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의 저자 진주의 첫인상은 푸근하기 그지 없었다.진주는 최근 몇년 간 한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중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를 만난 날은 책이 나온 지 일주일만에 2쇄에 돌입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각종 온라인 카페에서 한국식 키토제닉 레시피를 올리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는 첫 책 ‘해피키토 다이어트’의 출간과 동시에 각종 강연과 팟캐스트 출연으로 눈코뜰새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대학 때는 요리가 아닌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첫 직장은 아웃도어 집기를 수입하는 회사였죠. 유럽 출장이 많았는데 차 문화가 발달되다 보니 예쁜 그릇부터 파티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한 잡지사에서 의뢰를 받아 당시는 전무했던 플레이팅을 배경으로 저희 회사 제품이 나가기로 했어요. 제가 직접 코너를 꾸몄더니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일 때라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손님접대를 했던 사진들을 올렸더니 쪽지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온거죠.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답니다.(웃음)”파티 플래너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연 인생 2막은 승승장구했다. 멋진 요리를 먹고 만드는 행복한 일상이었지만 예민하고 꼼꼼한 성격에 도리어 건강은 바닥을 쳤다. 대부분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유기농에 현미, 설탕과 글루텐 제로인 탄수화물과 과일로 이루어졌는데도 아픈 곳은 늘어만 갔다. 지난달 출간된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의 표지. (사진제공=북드림)그 즈음 우연히 보게 된 TV프로그램 ‘지방의 누명’을 보고는 ‘과연 될까?’라는 의문으로 직접 자신의 몸에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다.“시작은 저탄고지를 실천하는 의사들이 만든 카페였어요. 의사로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카페였는데 일반인들이 모여들면서 ‘정보의 장’이 되었거든요. 저 역시 좋은 정보를 얻었어요. 할 줄 아는 건 요리뿐이니 직접 만든 한국식 고지방 식단을 2주 정도 실험해 본 뒤 레시피를 공개했죠. 그 즈음이 11kg 정도 감량한 상태였는데 반응이 최고였어요.”탄수화물을 줄이되 지방이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케토식의 식단은 대부분 해외의 것이었다.쌀이 주식인 한국에서 저탄고지식 음식은 돈이 많이 들고 어려운 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에는 한식 위주의 음식이 대부분이다. 700일 가깝게 올린 식단들을 고르고 고른 탓에 겹치는 메뉴도 다양하다. 책의 섹션은 육류도 쇠고기와 닭고기, 돼지를 비롯해 분식과 국, 소스와 빵 종류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다. 다른 가족들의 음식을 만들며 재료와 소스를 다르게 해 ‘한 그릇 뚝딱’ 만들 법한 쉬운 음식들이다. 저탄고지 식단을 하며 일과 건강 두마리 모두를 잡았다는 저자 진주. (사진제공=본인)“제 인생의 첫 책이 요리책일 거란 상상은 해 본적이 없어요. 연출된 사진이 아니고 대부분 블로그나 카페에 올린 사진이라 겹치는 그릇도 많고 예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한국식 키토제닉 레시피를 최초로 발간한 자부심은 남달라요. 무엇보다 ‘해피키토 키친’이 맛있게 먹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키토제닉 식단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이미 키토제닉은 해외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부터 뇌 건강, 다이어트, 환자들의 회복식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그는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라 이런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간혹 카페에서 ‘여기 올린 자료 지우고 잠수타지 말고 좋은 레시피 계속 올려주실 거죠?’라는 글을 보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개인 블로그나 카페의 인기에 고무돼 상업적으로 이용만 당하다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진주 작가는 “이익을 위해 이 일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독자분들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책 내용 대부분의 반응이 ‘너무 쉽다’니까”라며 해맑게 미소지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3-20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초사이어인을 꿈꾸는 일본의 속내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 유정희 , 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출간(사진제공=아이네아스)발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아시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태평양 전쟁과 20세기 가장 유명한 일본만화 ‘드래곤볼’.신간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는 만화 ‘드래곤볼’이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과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만화 ‘드래곤볼’의 서사구조, 손오공과 베지터, 프리더, 초사이어인 등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하고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세계사를 빗댄다.책에 따르면 16세기 중국 소설 서유기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판타지 ‘드래곤볼’은 일본의 과거 역사를 소환하고 전후 일본인의 자기정체성 형성을 반영한다.더불어 범아시아주의에 대한 일본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책은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드래곤볼’에서 패전 트라우마와 열등감 등 일본인들이 숨기고 있는 내면을 끌어내고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3-19 20: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