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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포털사이트 기획팀 직원, 뮤지컬배우에서 여행작가까지…배나영의 파란만장 여행작가 입문기

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여행은 매순간 오롯이 저만을 위한 선택이에요. 저에게 집중하고 제 선택에 책임지는 과정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리얼 다낭, 호이안·후에’ ‘호치민 홀리데이’ ‘앙코르와트 홀리데이’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 등의 여행작가 배나영은 여행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여행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저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시간들을 끊임없이 가지는 게 너무 좋아요. 그간 중구난방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어요. 시도해 보고서야 제가 진짜 원하는 일인지, 저에게 적합한지 등을 깨닫는 스타일이었죠.”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배나영 작가 스스로는 ‘중구난방’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여정은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고군분투에 가까웠다.◇아무도 안 시켜주니… 맨땅의 헤딩!“대학교를 졸업한 2001년경쯤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기획자였어요. 그러다 2004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사표를 냈죠. 친구들은 놀라지도 않았아요. 제가 늘 버릇처럼 얘기했던 꿈이었거든요.”그렇게 양미경, 여운계 등 주연의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공연계에 데뷔했다.이후 고선웅 연출의 창작뮤지컬 ‘카르멘’, 노우성 연출의 ‘아름다운 시절을 위하여’, 서정선 안무가의 퍼포먼스와 ‘미스터 마우스’ 등과 엄기준·김선미를 비롯해 이영미, 추정화 등이 출연한 고구려 배경의 뮤지컬 ‘안악지애사’에서 김선미가 연기하는 가희의 언더이자 앙상블로 출연하며 꿈을 이뤘다. “맨땅에 헤딩하듯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을 보면서 7년을 대학로에서 버텼어요.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잠시 쉬는 사이 많은 고민을 했고 저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현장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생각하니 좋아서 시작은 했으나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그렇게 7년의 뮤지컬 배우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그는 “뮤지컬 복귀는 힘들고 회사에 다닌 경력도 이미 단절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찾은 게 글쓰기였다”고 전했다.“신문사 아카데미에서 자유기고가 과정을 듣고 또 맨땅의 헤딩을 시작했죠. 온갖 기업의 사보에 포트폴리오를 보냈어요. 알음알음으로 일을 맡기는 시스템에서 겨우 일 하나를 맡으면 최선을 다했어요. 마감도 칼 같이 지켰죠. 그러다 보니 삼성, LG, 포스코 등 웬만한 사보 일은 원고쓰기 뿐 아니라 기획까지 다 해본 것 같아요.” 배나영 작가의 첫책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왼쪽)와 최신작 ‘리얼다낭’(사진제공=레몬컬처, 한빛라이프)자유기고가로서의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쯤 배나영 작가는 또 다시 ‘자신 돌아보기’에 돌입했다. 그 이유를 배 작가는 “매일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고 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그래서 동국대학교 아카데미의 여행작가 과정에 등록했어요. 하지만 일이 쉽게 주어지진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획을 했죠. 여행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을 쓰겠다고 많은 여행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아무도 안시켜주니 어쩌겠어요. 제가 찾아나서는 수밖에.”그렇게 완성돼 출간된 것이 배나영 작가의 첫 책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다. 그 책을 쓰기 위해 만나 인터뷰한 꿈의 지도 출판사 김산환 대표에게 다짜고짜 “저도 가이드북을 쓰고 싶다”고 적극 어필하면서 ‘앙코르와트홀리데이’ ‘호치민 홀리데이’를 쓰게 됐다. 이후 ‘리얼 다낭’을 비롯해 EBS ‘세계테마기행’의 ‘아이슬란드’와 ‘버킷리스트 북유럽 기행’편, ‘탁PD의 여행수다’ 등에 출연하는가 하면 팟캐스트 ‘여행쇼! 트러블 메이커’와 유튜브채널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하며 화려한 여행작가 6년차를 맞았다.◇6년차 여행작가 배나영의 ‘오롯이 나로 서기’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여행작가는 노트북, 자료들에 카메라 두대, 렌즈 몇개씩을 넣고 다니니 매일 가방끈을 끊어먹기 일쑤고 기미도 엄청 생기는 직업이죠. 게다가 완벽하게 제가 추구하는 여행이 아닌,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선택들의 연속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집을 나오는 순간, 일주일 내내 캐리어를 펴두고 넣었다 뺐다 짐을 싸면서 너무 좋다”며 “아무리 멀어도 여전히 비행기 창가자리에 앉아 하늘을 보는 걸 즐길 정도로 설렌다”고 덧붙였다.“주렁주렁 짐을 매달고 땀 범벅이 돼도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요. 이제야 저를 발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스스로에 대해 아직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작가가 된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시작 같아요.” 이렇게 전한 배나영 작가는 “여행은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과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경단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청춘들에게 “아주 적더라도 혼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했다.“좋아하는 골목에 나가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고 그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는 일이 얼마나 사치인지 전 알고 있어요.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이 식상한 말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도 알고 있죠. 꼭 여행이 아니어도 좋아요. 한두 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26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1700년 전 이야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설민석의 삼국지’

설민석(사진제공=단꿈교육)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세상의 모든 이치가 있다” 하고 또 누군가는 “오롯이 나로 서는 과정과 맞물린다”고도 하는 ‘삼국지’는 동아시아 전역을 관통하는 역사 콘텐츠다. 이야기 속 배경인 중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황석영, 이문열, 김홍신, 고우영 등의 소설과 만화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게임 그리고 최근 ‘삼국지: 누보로망’이라는 미디어아트 전시로까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그 ‘삼국지’를 ‘무한도전’ ‘어쩌다 어른’ 등으로 친숙한 유명 역사강사이자 지식 큐레이터 설민석이 보다 쉽게 풀어냈다.설민석의 삼국지. 1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 설민석 지음 | 세계사통상적으로 일컬어지는 ‘삼국지’는 진(晉)나라 학자 진수가 편찬한 동명정사를 바탕으로 원(元)·명(明) 교체기의 문학가 나관중(羅貫中)이 장회소설(연속강담식으로 장 또는 회를 나누어 서술한 중국 명대 이후의 통속 장편소설의 통칭)로 엮은 장편소설 ‘삼국지연의’ 혹은 ‘삼국지통속연의’다. 위(魏)·촉(蜀)·오(吳). 이 세 나라를 세워 이끄는 조조·유비·손권, 유비와 도원결의로 형제가 된 관우·장비 등 천하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세 나라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콘텐츠다.‘수호지’ ‘금병매’ ‘서유기’와 더불어 중국의 사대기서로 꼽히는 ‘삼국지’는 그 중 가장 방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사정이 이러니 ‘삼국지’는 한번 빠져 든 사람들에게는 수차례 통독해도 새로운 이치를 터득하게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반면 1000여명의 등장인물들이 엮이고 또 엮이는 복잡한 관계와 비슷비슷한 이름,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의 교차 등으로 차마 시작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콘텐츠이기도 했다.이에 설민석은 2년여의 기획을 과정을 거쳐 수십권에 달하는 ‘삼국지연의’를 단 두권에 압축했다. 1년여의 원고 수정, 독자들의 피드백 반영 등을 통해 ‘삼국지’를 1700년 전 이야기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책의 프롤로그에 ‘삼국지’에 대해 “여러 리더들의 고민과 처세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식이 담겨 있다”며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익혀 응용할 수 있는 슬기와 지략이 담긴 바이블”이라고 표현했다.  설민석의 삼국지(사진제공=세계사)2권으로 구성된 ‘설민석의 삼국지’ 중 1편은 ‘용의 눈물, 무너지는 한나라’ ‘용의 출정, 아군도 적군도 없다’ ‘용의 지혜, 지략에 속고 꾀에 울고’ ‘용의 발현, 주사위는 던져졌다’ 4개 장에 황건적의 난과 유비 삼형제의 도원결의부터 손유(손권·유비) 연합군과 조조가 격돌하는 적벽대전의 서막을 알리는 이야기까지를 담았다.그 과정에는 영제의 죽음과 동탁이 이끈 십상시의 난으로 인한 한나라의 멸망, 원소를 필두로 한 반(反)통탁 연합군의 대항, 동탁과 양아들 여포 그리고 중국 고대 4대 미녀 중 하나로 꼽히는 초선의 치정으로 인한 연환지계, 관우를 둘러싼 조조와 유비의 기묘한 삼각(?)관계, 상산 조자룡의 등장, 원소와 조조의 지란지교, 조조와 원소, 양웅의 관도대전, 유비와 제갈량의 삼고초려, 제갈공명과 주유, 조조의 이이제이(적은 적으로 잡는다) 등이 의외로 세세하게 다뤄진다. 설민석(사진제공=단꿈교육)‘유비의 스타트업, 투자자를 만나다’ ‘여포와 초선의 잘못된 만남’ ‘원술을 타도하라, 적과의 동침’ ‘오관육참, 지금 만나러 갑니다’ ‘똑똑한 놈, 착한 놈, 현명한 놈’ ‘위기의 공명, 미션 임파서블’ 등 현대적이고 문화적이며 한국적인 언어로 변환된 작은 이야기들은 원전인 ‘삼국지연의’ 내용과 설민석이 강의 형식으로 풀어가는 해설로 구성된다. 더불어 어렵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큐엔에이(QA) 형식으로 설명했다. 당시 환관, 상국이라는 직책의 영향력, 도원결의로 풀어보는 복숭아 꽃의 의미, ‘삼국지연의’에는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유비의 지원군 장세평과 소쌍, 물고기·기러기·꽃들도 두손두발 다든 서시·왕소군·양귀비와 함께 4대 미녀로 꼽히는 ‘폐월’(閉月) 초선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 난세영웅이 되고자 했던 원소·조조·유비·손권 등의 ‘흙수저’급 개인사, 양아비이자 주군인 동탁을 배신한 여포를 받아준 유비의 속내, 조조와 관우 그리고 적토마의 의미 등을 상세하게 풀어냈다.각 장마다 새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한 장의 도표로 정리한 인물관계도로 마무리해 이해를 돕는가 하면 ‘삼국지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통해 각 장의 해당 페이지까지 적어가며 원전과 다른 점을 설명한다. 물론 수십여권에 달하는 서사, 상세한 그림 등으로 풀어낸 ‘삼국지’의 깊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차마 시작할 엄두도 못내는 이들에게 ‘삼국지’를 읽어볼 마음을 먹게 하고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들로 넘쳐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본격적인 적벽대전부터를 다룬 2권은 8월 중순 출간예정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24 07:00 허미선 기자

도서관 사서와 서평 전문가 추천도서100…이번 휴가엔 ‘이 책 어때?’

국립중앙도서관이 난 휴가에서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초록 바다가 펼쳐진 해변에서의 바캉스, 도심 속 호텔에서의 호캉스 …. 국립중앙도서관이 더위, 일상, 어렵기만 한 관계 등에 지쳐 떠나는 여름휴가 동반자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매달 발표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추천도서를 추린 80권과 강창래 등 서평전문가 5명이 선정한 20권을 합쳐 총 100권이다. 문학, 철학, 인문·예술, 역사·지리, 사회·경제, 자연·과학, 기술·생활·과학 등 7개 분야에 나눠 담은 추천도서는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선’이라는 제목의 책자로도 발간된다.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선(사진제공=국립중앙도서관)23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누리집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책자는 각권의 간략한 서평과 저자 소개, 책 속 한 문장,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등으로 꾸려진다.조너선 에임즈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 테드 창의 ‘숨’ 등 전문가 추천 소설 3권을 포함한 문학(사서 19권/서평전문가 3권, 이하 사서/서평전문가 추천 수) 책과 ‘굿 퀘스천’ ‘도둑의 도시 가이드’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등의 사회·경제서(19권/3권)가 22권으로 가장 많다.문학 다음으로 많은 인문·예술(11권/6권) 분야에 선정된 책들은 ‘명화들이 말해주는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미술관에 간 심리학’ ‘방구석 미술관’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예술가로 살만합니다’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안내서’ ‘레오나드로 다빈치’ 등 주로 미술 관련 주제들이 대부분이다.자연·과학(13권/3권) 분야에는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동물의 무기’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지금 놀러 갑니다, 다른 행성으로’ ‘찻잔 속 물리학’ ‘길고 긴 나무의 삶’ ‘유행, 신조 그리고 공상’ 등 어려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들이 추천됐다.어려운 이야기나 핵심 메시지를 보다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을 추천한 경향은 철학(7권), 역사·지리(4권/3권), 기술·생활·과학(7권/2권) 분야에서도 적용된다. 생각만으로도 어려운 철학 분야에는 ‘미루기의 천재들’ ‘쓸모 인류’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인생을 바꿔주는 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가방’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등이, 역사·지리 분야에는 ‘아빠, 이런 여행 어때?’ ‘정조처럼 소통하라’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 등이 추천됐다. 그리고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라멘이 과학이라면’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이야기’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우리는 로봇이다’ 등 기술·생활·과학 추천도서들은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22 14: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신간 ‘눈물은 하트 모양’ 발간한 구혜선 “20대 실제 연애담 녹였죠”

배우 구혜선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연기자, 영화감독, 화가, 작가까지 다재다능한 배우 구혜선(34)이 새 책 ‘눈물은 하트 모양’을 발간했다. 2009년 첫 소설 ‘탱고’를 발간한 이후 꾸준히 시나리오집과 영화메이킹북, 악보집 등을 선보였던 그의 여섯 번째 책이다. ‘눈물은 하트모양’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여주인공 소주와 그에 끌리는 남자 상식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톡톡 튀는 문체와 개성강한 캐릭터, 개연성 없는 황당한 전개가 책보다 웹 플랫폼에 더 적합해 보인다. 20대 시절 구혜선의 자전적 연애담을 담아 영화화를 목표로 쓴 시나리오를 소설화한 책이다.“20대 때 영화를 만들고 싶어 시나리오로 쓴 원고였죠. 결혼 뒤 예전 물건을 정리하다 원고를 발견했는데 읽어보니 지금의 구혜선은 도저히 쓸 수 없는 얘기인 거죠. 이제 결혼도 했으니 (웃음) 남편의 허락을 받고 출간하게 됐어요.”‘눈물은 하트 모양’ |구혜선 지음 | 꼼지락 |9800원 |사진제공=꼼지락처음에는 출판사를 찾지 못해 표류하기도 했다. 구혜선은 “만약 출판사에서 거절하면 10페이지씩 SNS에 올릴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딱 1장을 올렸더니 오타와 맞춤법을 지적하는 댓글이 엄청 달렸다”고 멋쩍게 웃었다. “다행히 꼼지락 출판사 분들과 과거에 연이 있어 용기를 내 원고를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시나리오를 소설 문장으로 다듬기까지 딱 1주일의 시간이 걸렸죠. 책이 잘 팔려서 투자자가 생긴다면 지금이라도 영화화에 도전하고 싶어요.”원제는 ‘소주의 상식’이다.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착안해 지은 제목이다. 구혜선은 “제 자신이 소주이자 상식이다. 여기 나오는 인물이 모두 나 자신”이라며 “그 중에서도 소주에게는 20대의 내가 많이 담겨있다”고 말했다.“20대의 구혜선은 불나방같았죠. 연애에 거침없고 사랑에 솔직했어요. 마음 가는대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연애에 실패해 마음을 닫고 스스로를 방어하게 됐는데 그게 주인공 소주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죠.”인터넷 얼짱 출신으로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만큼 연예계에서 그에게 대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구혜선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죄 지은 것도 아닌데 만남을 숨겨야 했다”며 “사랑에 솔직했기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티를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주인공 이름이 소주인 이유도 당시 구혜선이 소주를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책에는 구혜선의 경험뿐 아니라 남편 안재현의 과거 연애담도 녹아 있다. 구혜선은 “남편이 과거 연인에게 쓴 뒤 보내지 못한 러브레터 내용도 참조했다”며 “자료 조사 차원에서 읽었는데 서서히 질투가 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과거 이 사람이 어떤 연애를 했는지 듣다 보면 재미있다. 사랑을 안 한 것보다 여러 번 해본 게 건강한 것이라고 칭찬해줬다”고 덧붙였다. 구혜선은 이 책의 주제를 “상식이가 소주가 돼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진지하지 않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과 연애가 어떤 감정으로 시작하고 풀어내는지, 타인의 존재가 내 안에 들어오기까지 과정을 탐구하고 싶었어요. 사랑에 대한 구혜선만의 탐구영역인 셈이죠.”배우 구혜선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구혜선은 연기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이름을 올리며 창작 열기를 내뿜는 이유에 대해 “계속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겸허히 고백하기도 했다. “하나라도 성공했다면 어깨가 부풀어 올라 다시 도전하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발가벗겨져 실패했다는 걸 정확하게 알게 됐죠. 지금은 성공하지 않아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부침 많은 연예계에서 17년 동안 버틴 게 복 아닐까요?”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건 서른 즈음이다. 처음에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지만 실패를 인정한 뒤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그는 “그 무렵 웬 젊은 남자(안재현)가 촬영장에서 자꾸 쳐다보는가 싶었는데 어느 새 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더라”며 미소지었다.구혜선은 글을 쓰는 의미에 대해 “당시 아팠던 시간에 대해 애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오면 이 사람들을 이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작가로서 구혜선은 지향하는 지점은 ‘해탈’이다. 늘 그를 짓누르는 창작욕을 벗어나 가벼운 글을 쓰는 게 목표다. 그는 내달 반려견 이야기를 담은 ‘우리 집에 여덟 마리 동물들이 산다’(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7-17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더라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손미나 지음(사진제공=한빛비즈)뉴스앵커, 아나운서, 베스트셀러 여행작가, 스타트업 CEO, 웹미디어 허핑턴포스트 편집인,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교장….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손미나가 인생의 여정의 여행에 빗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펴냈다.스스로를 ‘성장하는 여행자’ ‘날 것 그대로의 미나’라고 소개한 손미나는 ‘삶의 나침반’부터 ‘새로운 시작을 위해’라는 촘촘한 제목에 아버지, 휴식이 간절했던 순간들과 열정을 쏟던 것들, 사랑과 우정, 관계 등에서 얻은 지혜와 용기, 진짜 나를 마주하는 기쁨 등을 담았다.인생에, 한 인간이 살아가는 여정에 정답이 있을까? 인생의 갈림길, 선택의 순간마다 파격에 가까운 선택을 했던 손미나는 이 질문에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조언한다.좀 천천히 걸어도 좋다는 ‘길 끝에 길이 있다’거나 ‘생각의 전환’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 ‘너 자신을 알라’ ‘인생에 정답은 없어’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 ‘주어진 삶에서 행복 찾기’ ‘인생에는 위트가 필요하다’ ‘자연과 운명에 순응해야할 때’ ‘사랑과 꿈은 나누는 것’ ‘최선을 다하는 관계란’ 등 제목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듯하다.끊임없이 ‘나를 제대로 알면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하는 손미나는 에필로그에서 ‘Be Crazy, Be Special, Be Yourself’를 외치며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안을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5 21: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원하는 걸 확실하게 밝혀도 좋다는 깨달음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 이주윤 글·그림(사진제공=한빛비즈)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비혼주의자 천지인 시대여도 서른이 넘어서는 여자에게는 어김없이 ‘결혼’에 대한 성화가 돌아온다.‘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어린이를 위한 마음 공부’ 이주윤 작가의 새 에세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그런 성화에 시달리는 30대 여자의 꾸밈없는 현실들을 담고 있다.불과 몇 년 전만해도 누군가 언짢을까봐, 내 욕을 할까봐,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 제대로 제 마음을 말하지 못하던 작가는 보다 솔직해졌고 스스로의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게 됐지만 돌아오는 건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주변의 힐난이다.작가는 ‘노처녀라는 재미없는 농담’ ‘전기장판 위의 사색’ ‘엄마는 내가 왜 좋아?’ 3개부에서 자신의 부모와 친척들과의 에피소드는 물론 어딘가에서 목격한 수많은 결혼, 관계, 내면의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툭하면 ‘쭈구렁방탱이’라거나 ‘강제결혼을 시켜버리겠다’ 막말을 날리는 아버지, 딸내미가 너무 좋아 시시콜콜한 일거수일투족까지 알고 싶은 어머니를 비롯해 사랑하는 이를 기쁘게 하려고 초콜릿을 사는 누군가, 먹고 싶은 복숭아를 사자 성화를 하는 남편과 이를 무시하고 가버리는 아내 등 에피소들은 작가의 작은 그림들에 어우러져 현실감을 더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5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일자리 미래' 뼈때리는 지침서…‘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일자리의 미래’

지난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사상 초유의 집배원 파업도 예상됐지만 일단 숨 고르기에 나섰다. 정부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 단위별로 교섭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쟁의행위를 이어가며 2차 파업 가능성도 열어뒀다.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몬 것일까. 누군가의 부모이자 친구, 이웃, 자녀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권리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최근 새로 나온 책 두 권은 비정규직과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논한다. 전자가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되짚는다.  ◇왜 일할수록 가난해질까?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 (도쿄대 출신 빈곤노동자가 경험한 충격의 노동 현장)| 나카자와 쇼고 저 |손지상 역(사진제공=자음과 모음)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장미대선을 치루고 나선 첫 행보였다.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계약직 고용이 많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법적인 변화보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에 맡겨두고 있는 처지다. ‘누구나 결국은 비정규직이 된다’의 저자 나카자와 쇼고는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마이니치 방송사에 입사해 아나운서, 기자로 근무하는 전도유망한 언론인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간병을 계기로 퇴사한 뒤에는 계약직 노동자가 됐다. 수많은 수치와 사실을 뉴스화 했던 그는 그 어떤 언론도 알려주지 않은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온 몸으로 겪은 뒤 책을 썼다.이웃 나라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각 사연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잔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교통 사고를 당한 뒤 계약직임을 알고 나서 태도를 바꿔버린 운수회사, 나이든 베테랑 정비사에게 영업 능력을 할당해서 목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퇴사시키는 제조업, 파견직 직원의 교통비를 가로채는 업체 등 꽤 사실적인 실상이 등장한다.저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노동문제를 짚어내며 이는 결국 곧 누구든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별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일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영향도 있음을 시사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개인과 기업 모두 직면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리는 것이다.또 젊은층이 스스로 계약직으로 가게끔 만드는 사회 제도와 당연시되는 연령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책에서는 굳이 세금을 많이 내고 책임을 지우는 정식 일자리보다 자유롭게 일한 만큼 번 돈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분위기 조성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대물림되는 고용의 늪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전일제로 근무하며 아이의 교육에 힘쓰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공부하지 않고 바로 취직하겠다”는 입장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에는 정작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로도 이어진다.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과 함께 “계층제 개선과 노동자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경영자와 정규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끼리의 인간관계를 따듯하게 데울 분위기를 조성해야 개개인이 가진 역량이 어우러질 것”이라고 조언한다.◇심화되는 양극화 ‘일자리의 미래’일자리의 미래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저자 엘렌 러펠 셸|역자 김후|1만8000원 (사진제공=예문아카이브)사실 일자리의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개인의 소득과 정부의 세금이 모두 일자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일자리의 미래’의 저자 엘렌 러펠 셸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로 촉발되고 있는 일자리의 자동화가 특히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직업의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기계가 회계나 법률분석 등 나름의 기술역량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저임금의 노동력이 인간에게 할당되고 있다. 셸 교수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을 적게 주는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나봐야 보통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기업에서는 연일 고용증대를 위한 노력을 홍보하고 자신들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기술역량을 갖춘 인력을 부족하다”고 한탄한다. 이는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기업들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기도 하다.책은 일자리의 미래를 ‘교육’에서 발견한다. 대학 학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 핀란드의 교육현장은 창의력에서 시작되는 노동의 가치를 역설한다. 또한 스페인의 거대 협동조합 기업 MCC의 성공 사례를 통해 근로소득세 개편, 기본소득제도 확립,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사회적·제도적 합의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도 촉구한다.무엇보다 ‘일자리의 미래’는 대중들이 일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을 색다르게 제시한다. 근면하고 노력해야 유지하거나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의를 다양한 직업을 통해 설명해 이해도를 높인다.보스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셸 교수는 그 어떤 수치와 연구논문 보다 설득적인 이 책의 사례들과 연구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낙수효과’라는 해법은 없다” 못 박으며 “기업, 정부, 교육계, 노동자, 일반 시민 등 당사자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7-10 0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일상을 기록하고 나를 표현하는 ‘사진 인류’를 위하여…‘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 권혁재 지음(사진제공=동아시아)모바일 기기의 비약적인 최첨단화로 누구나 그럴싸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DSLR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사진을 찍어 일상을 기록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이들을 ‘사진 찍는 인류’라고 일컫는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의 ‘핸드폰 사진관’은 그런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2014년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이 했던 “비로소 자유를 얻었다”는 말에 본격적으로 핸드폰 사진을 찍기 시작해 연재한 글과 사진을 모은 책이다.스타일리시하고 독특한 패턴을 연상시키는 배수구 하늘정원, 나르는 듯 자라는 봄, 녹색마저 투영한 듯한 나무 그늘과 무더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도심 분수, 그림 같은 가을 구름과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낙엽들, ‘렛잇고’를 외쳐야할 듯한 아침 성에들과 수묵화 같은 삼월 설악까지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펼쳐진다.펼쳐진 사진마다 핸드폰 카메라 활용 팁은 물론 감성 담기 비법까지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 모음 뒷장에는 조명, 포커스, 앵글, 셔터 스피드, 노출, 감도, 색온도, 렌즈 등 ‘핸드폰 카메라 수사법’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8 21:48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무엇보다 고객을 아는 것에 대한 가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 | 박종윤 지음(사진제공=도서출판 쏭북스)어느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영업 전략은 어쩌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누구나 상품을 기획해 팔 수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채널을 개설해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세상이다.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순간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을 때다.10개월만에 일 매출 20배 성장을 이룬 e커머스 전문 컨설턴트이자 신규사업가들이 한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도록 이큐베이팅과 멘토링하는 ‘천만원 사관학교’ 운영자 박종윤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는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SNS에서 절찬리에(?)회자 중인 ‘40대가 후회하는 20대’ ‘40대가 조언하는 30대’의 원작자이기도 한 저자의 페이스북 ‘박종윤식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는 조직을 떠나 사업을 시작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상품 기획, 모객, 접객, 마케팅, 경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조언한다.‘박종윤식 이야기-이전에도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볼 수 없을’ ‘창업-돈은 버는 게 아니라 벌리는 것이다’ ‘마케팅-목표는 어제보다 하나 더’ ‘상품-고객의 결핍에서 구하라’ ‘고객-이기는 사업가는 사람 먼저 공부한다’ ‘접객-열심히 하지 말고 다르게 하라’ 등 직관적인 제목의 5개장에 고객을 아는 것에 대한 가치를 설파한다.부록처럼 제시된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특히 그 중 ‘박종윤식 컨설팅 45’선은 알찬 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8 20:3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출국에서 입국까지 내 여정과 ‘착! 붙는 여행’ 일본어·영어

‘착! 붙는 여행 일본어’(왼쪽)와 ‘착! 붙는 여행 영어’(사진제공=시사북스, 랭기지플러스)방문하려는 곳의 언어를 잘 못한다고 여행에 겁부터 집어 먹을 필요는 없다. ‘외국어’ 전문 출판사 시사북스가 여행을 위해 출국부터 입국까지에 필요한 외국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착! 붙는 여행 일본어’와 ‘착! 붙는 여행 영어’를 출간했다.영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법을 발명한 한동오가 ‘착! 붙는 여행 영어’를,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박나리 시사일본어학원 교수부장이 ‘착! 붙는 여행 일본어’를 집필했다.‘착! 붙는 여행 영어’는 ‘어디서나 써먹는 왕기초 표현’을 시작으로 ‘기내’ ‘입국’ ‘교통’ ‘숙소’ ‘식당’ ‘쇼핑’ ‘관광’ ‘귀국’ 등 8개 파트에 좌석 찾기부터 비행기 탑승까지에 필요한 영어표현들을 총망라했다.‘착! 붙는 여행 영어’가 전형적인 외국어 책이라면 ‘착! 붙는 여행 일본어’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여행 가기 전에 챙겨야할 것과 알아두면 좋은 꿀팁을 담은 파트 1 ‘설렘’, 출국부터 입국 그리고 급할 때 꼭 필요한 한 마디와 한 문장을 정리한 파트2 ‘두근거림’에 이어 일본을 여행하면서 꼭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 30을 파트 3 ‘만끽’이라는 제목으로 모았다.라멘부터 숙소, 택시, 오쇼-가츠, 스시, 전철·지하철 이용법, 이자카야, 스카이트리, 불꽃축제, 드러그 스토어, 아기자기한 카페, 야끼니꾸, 온천, 서점, 길거리 돌아보기 등 먹을거리, 볼거리, 체험 거리 등에 관련된 일본어가 담겼다.필요한 상황에서 핵심 표현만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구성된 두 책 모두 MP3 무료 다운로드, 발음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서비스되며 ‘나만의 시크릿 여행노트’이 별책부록으로 주어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8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손세이셔널 손흥민, 그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문워크’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손흥민.(연합)‘손세이셔널’ 손흥민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미디어로만 접한 그들의 모습은 화려하기만 하다. 어쩌면 타고난 천재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화려함과 천재성에 가려진 진솔한 그들의 속내를 만날 수 있는 자전적 에세이 ‘문워크’와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7월 9~10일 사이 출간예정으로 6월 21일부터 온라인 서점을 통해 예약판매되기 시작한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토트넘 홋스퍼 FC 소속의 프리미어 리거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의 첫 번째 에세이다. 축국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 지음 |브레인스토어유벤투스 FC 소속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FC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디 아티스트’, 데일리미러 수석 축구 기자 ‘아르센 벵거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 메이저리거 마리아노 리베라의 공식자서전 ‘클로저’ 등을 출간한 브레인스토어가 1년 전부터 기획한 책이다. 브레인스토어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통화에서 “평소 본인의 내면적 이야기를 밖에서 잘 하지 않은 손흥민 선수의 자기 내면 고백”이라며 “어떤 경기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식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들이 담겨 있다. 슈퍼스타가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에게서 처음 축구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의 스타가 되기까지의 여정, 언론, TV중계로 접한 중요한 순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당시의 감정들, 가족들과 동료이야기, 월드클래스 선수들과의 에피소드, 그의 커리어와 기록 등을 꼼꼼하게 정리한 인포그래픽 등을 그의 글과 사진, 자료들로 풀어낸다.브레인스토어 관계자에 따르면 책은 지난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토트넘과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시작한다. 관계자의 전언처럼 “영화적 구성으로 현재에서 시작해 아주 어린시절로 플래시백하는 방식”으로 꾸린 책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그라운드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손흥민 선수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밖에 모른 채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들려주고 싶어 했어요. 손흥민 선수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엘리트 과정만을 밟은 선수도 아니죠.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죠. 외출도 잘 안하고 매일 훈련만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마이클 잭슨.(AP=연합)‘문워크’는 마이클 잭슨이 서른살이 되던 1988년 손수 정리한 출생부터 당시까지의 일대기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자서전으로 그의 사망 10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양장본으로 재발간됐다. 책에는 2009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부터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이 화보와 더불어 담겼다.“그를 잃은 슬픔은 마치 악몽과도 같다…마이클 잭슨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로 남을 것이다. 그는 비범하고, 예술적이며 특별했다.”문워크 | 마이클 잭슨 지음 | 미르북스책에는 200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 사망에 이렇게 추모했던 베리 고디(Berry Gordy)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베리 고디는 잭슨5를 발굴한 장본인으로 모타운(1960년대 전반부터 세계적인 대히트곡을 계속해서 내보낸 미국의 소울 전문 레이블)의 설립자다.제철소 직원이면서 그룹 펠콘스의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 조 잭슨과 클라리넷 연주자인 어머니 캐서린 사이에서 태어나 5세에 시작한 잭슨5를 거쳐 팝의 황제가 되기까지의 마이클 잭슨 성장기가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제철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음악의 꿈을 좇았던 아버지와 기타 에피소드를 비롯해 사춘기에 겪었던 콤플렉스, 가족을 향한 사랑과 아버지와의 갈등, 전세계를 사로잡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탄생, 어마어마한 명성으로 느꼈던 고립감과 다이애너 로스·퀸시 존스·폴 매카트니 등 거장들과의 교류 그리고 출판사 편집자가 된 재클린 케네디 미국 영부인의 후기까지 담겼다.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손세이셔널’ 돌풍의 주역 손흥민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 사회가 바라는 모습과의 괴리 등에 고민하고 자신의 부족함, 콤플렉스 등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다.꿈조차 꾸기 어려운 시대, 고난과 기약없는 기다림만이 존재하는 듯한 이 시기를 관통하는 이들에게 ‘황제’ ‘센세이션’ ‘천재’ ‘슈퍼스타’ 등으로 불리는 그들이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위안을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3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정우성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소중하다면 난민의 인권도 중요하죠”

배우 정우성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지난해 6월, 한국 사회는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명의 이방인들을 놓고 격한 갈등을 겪었다. 예멘인 난민신청자 수용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UN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은 SNS에 자신이 방문했던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 사진과 함께 난민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다. 가뜩이나 뜨거웠던 인터넷 댓글창은 정우성의 한마디에 격돌의 화약고가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난민수용 반대 글에는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의사를 밝혔다. 데뷔 후 25년간 그 흔한 안티팬 하나 없던 정우성에게도 쓴소리와 질책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소신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난민보호 활동 5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만난 정우성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해를 강요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난민 수용 및 반대, 어느 쪽도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논쟁이 성숙한 담론으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제가 이런 활동을 했다는 걸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덧붙였다.책에서는 난민을 만나기 위한 정우성의 진심이 묻어난다. 학창 시절 동작구 상도동 달동네에서 성장한 정우성은 살던 마을이 포크레인으로 홀랑 철거되는 현실과 마주한다. 이사를 해도 그뿐, 서민에게 80년대 서울은 두 다리를 편히 뻗을 만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배우가 되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끝내 연기자로 성장한 정우성에게 2014년 UN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명예사절직을 제의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이후 정우성은 네팔의 사니스차르 캠프, 시리아 난민이 머무는 레바논의 와화 공동 거주지, 이라크와 남수단을 거쳐 방글라데시의 쿠토팔롱 캠프 등 전 세계 난민을 만나러 다닌다. 이곳에서 만난 난민들은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했고 자녀들에게 고국에 대한 기억과 미래를 열어주려고 한다. 정우성은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들의 꿈은 구체적이다. 기자가 되거나 의사, 국제기구 활동가 등 자신들의 민족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한다”고 적었다. 네팔에서 만난 한 어린이는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보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5년간 세계를 누비며 전세계 난민들을 만난 정우성은 제주 예멘 난민 수용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정우성은 난민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0대의 난민 수용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20대의 보수화’라는 의견에 대해 “지금의 20대가 처해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국가가 어떤 자세로 대처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또 자국민의 인권보다 예맨 난민의 인권이 중요하냐는 일부 보수층의 지적에 대해서도 “인권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인격체”라며 “대한민국 국민과 예민 난민의 인권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 지음 | 원더박스 | 1만 3500원 |사진제공=원더박스그는 “외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삼성, LG 등 최단기간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풍부한 문화적 환경에 둘러싸인 나라”라며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전쟁과 실향의 역사를 딛고 한반도 평화수립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우리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이들을 외면한다면 과연 떳떳한 대한민국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예멘 난민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분출된 좋은 기회다. 이를 잘 해결해 사회 안에 소외된 계층을 확인하면 보다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우성은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5년간 감사함이 늘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활동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살았지만 난민들을 만나며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관계의 값어치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했다.“UN난민 친선대사가 사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현장에서 만났던 이들, 굳건한 표정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어른들, 해맑게 웃는 어린이들을 통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여러분들의 생각을 강요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닙니다. 다만 어떠한 분쟁이든 전쟁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제사회일원으로서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어요. 인간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정치상황과 폭력에 대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6-26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유리지갑이어서 '다행'이야…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오죽하면 유리지갑으로 불릴까. 월급쟁이들의 ‘자산불리기’는 여전히 고되고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짜정보로 12년 연속 부동의 베스트셀러이자 4차 개정판까지 출간한 책이 있다.  예금, 적금, 펀드와 주식, 부동산과 최근의 P2P, 앱테크까지 ‘재테크 입문자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불리며 40만부가 팔렸다. 저자인 우용표는 10년간 대기업의 직장생활중 감언이설(?)에 속아 돈을 날리는 동료들을 보고 이 책을 썼다. 제목은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오랜 시간을 들인 장맛 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저자의 비법을 살펴봤다.◇재테크의 기본, 종잣돈과 내집마련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저자 우용표|1만7500원. (사진제공=길벗)일단 이 책의 장점은 친근함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 이야긴가?’ 싶을 정도로 막강한 공감지수가 페이지마다 넘쳐난다.재테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걸 간과하지 않았던 저자는 수많은 재테크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책을 찾다 직접 책을 쓴 케이스다. 거짓말과 사기에 능한 일부 가짜 전문가에게 ‘깊은 빡침’을 느꼈다는 서문의 말은 한번 쯤 로또를 사서 지갑에 넣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터.1장부터 투자 스타일 테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취향마다 추천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가독성을 높인다.고수익 도전형은 가치부자와 분산투자에 집중하고, 부동산과 주식 공부에 매진하기를 권한다. 안전을 추구한다면, 펀드투자와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고 말한다. 현금사수형은 무엇보다 은행과 절세만이 살길이다. 책에서는 모든 재테크의 기본인 종잣돈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시작한다. 1단계는 연소득의 2배라는 점.한번 올라간 소비 수준은 내려오지 않는다는 래칫효과를 강조하면서 연봉별로 다른 전략을 제시하는 것. 2000만원 미만의 월급쟁이들은 3년 내 3000만원을 목표로 한달에 80만원은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연봉 4000만원대는 매달 300만원중 적금을 250만원으로 돌리고, 억대 연봉의 경우 조용히 책을 닫고 절세에 대한 책을 사서 읽으라고 조언한다. 특히 절약 앞에 장사없음을 상기시키며 별다방 커피와 담배를 10년 간 끊은 후 생기는 3000만원 대의 거금을 숫자로 보여준다.나이대 별로 집중해야할 기본 전략과 추천 포트폴리오도 눈길을 끈다. 30대 중반과 40대 중반까지는 내집 마련을 목표로 부동산에 40%, 금융에 60%를 구분하는것을 추천한다. 그 이후에는 자산을 지키는 시기인 50대 후반, 처분하는 시기인 60대 이후는 집을 줄여 이사를 가고, 남는 자산은 연금 형태로 돌리길 원한다. ◇월급쟁이어서 다행이야! 부동산·주식, 앱테크까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동산 하락과 상승에 대한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일단 저자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청약저축을 들고 전세의 경우 선보고, 후조치해아함을 강조 또 강조한다. 때로는 월세로 지내면서 도리어 보증금을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조언한다. 집을 보러 다닐 때 주로 보는 역세권도 맥세권과 스세권을 구분한 점도 흥미롭다. 기성세대 눈에는 햄버거와 커피집이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집 근처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음식 배달서비스가 중요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이런 트렌드를 짚어주는 정보는 꽤 유용하다. 오피스텔 역시 수익률만 봐야지 교통호재나 입지를 바라보고 하는 투자는 미련한 짓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책들이 의외로(?) 알려주지 않는 사실들이다.2019년 4월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라 이름붙은 상품이 2만개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좋은 펀드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대표펀드를 고르되 과거 운영 수익만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매번 1등을 하지 않아도 수익률 상위권에 드는 펀드를 눈여겨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비없는 시장인 주식에 대한 설명도 가차없다. 투자와 도박의 공통된 속성인 ‘초심자의 행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미들이 기관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와 알고보면 부동산보다 나은 주식투자 수익률에 대한 설명도 일독을 권한다.정리하자면 우량주를 고르기 위해서는 이름을 들어본 회사일 것, 독과점으로 비판받는 회사일 것, 재무상태가 건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금리와 환율, 경기변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가 바탕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한 개미라는 점을 기억하자. 충분한 기본기를 다졌다면 짬짬히 하는 공유경제 아르바이트도 눈여겨볼만 하다. 거주자 우선 주차를 이용한다면 낮 동안 비워져 있는 공간을 대여해 주거나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경우 쉬는 날 대신 동물을 봐 줄 수도 있다. 이외에도 방치만 해도 포인트가 모이는 앱이나 휴가철을 대비한 환율 재테크 역시 알면 돈이 되는 꿀정보다. ‘그런 푼돈 얼마나 한다고’란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영원히 지금처럼 살 수 밖에 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6-19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2019 상반기 서점가 3대 키워드, 교육·힐링·유튜브

2019년 상반기 서점가의 3대 키워드는 교육과 에세이, 유튜브로 요약된다. ‘불수능’ 이후 독서·논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들이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에 이어 마음의 위안을 주는 힐링 에세이집이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거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저자로 나선 책, 유튜브를 분석한 책들도 강세다.온라인 서점 예스24가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2019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에서 독서교육 전문가 최승필씨가 집필한 ‘공부머리 독서법’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치동 논술 강사 생활을 시작해 12년째 독서 논술 교육에 몸담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진정한 독서법은 가정에서 실행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독서법이라고 말한다. 연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여파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관련 도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어영역학습서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대표적 수능 교재인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시리즈는 1월 10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이 전년도 동기간 대비 46%가량 증가했다. 힐링에세이의 인기도 여전했다.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2위,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 측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언어의 온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지난해부터 사랑받아온 힐링에세이들도 꾸준히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4위는 야마구치 슌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5위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였다.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혜민 지음 |수오서재 |1만 5000원 | 사진제공=수오서재미디어셀러도 꾸준히 독자들이 찾는 책이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 언급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종합 베스트셀러 6위,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소개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는 54위로 방송을 통해 노출된 책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올 상반기 서점가에서 특기할 만한 동향은 ‘유튜브 셀러’다. 유튜브가 전 세대에서 고른 인기를 얻자 서점가도 발 빠르게 관련 서적을 준비했다. 유튜브 운영에 필요한 영상 제작, 편집관련 도서인 ‘비됴클래스 하줜의 유튜브 동영상 편집’은 IT·모바일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펴낸 책이나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서 소개한 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인기다. 이같은 경향은 또 다른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 상반기 베스트셀러 경향과도 비슷하게 드러났다. 인터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위는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2위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차지했다. 3위는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이다. 1, 2위만 놓고 보면 예스24와 대동소이하다.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오프라 윈프리 지음 | 북하우스 | 1만 3800원 | 사진제공=북하우스인터파크 베스트셀러 4위는 오프라 윈프리의 자서전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 이름을 올렸다. 5년 전 발간된 이 책은 인기 강사 김미경 씨의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에 소개되면서 소위 ‘역주행’으로 4위까지 순위가 껑충 뛰며 ‘유튜브셀러’의 위엄을 알렸다. 일본 추리소설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이 5위, SNS 스타작가 글배우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가 6위에 오르며 SNS 채널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늠하게 했다. 한편 인터파크는 하반기에도 ‘유튜브셀러’ 도서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스타 작가들이 귀환하면서 이들의 신작도서도 하반기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3년만에 신작도서 ‘진이, 지니’를 출간한 스타 작가 정유정을 비롯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죽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 고양이의 비밀’과 더글라스 케네디의 ‘고 온’ 등이 이미 독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71세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씨의 에세이집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번지는 추세라 ‘유튜브셀러’의 인기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6-12 07:00 조은별 기자

[B그라운드] 진지하고 새롭게, 재밌고 맛있게! 책이랑 놀기 ‘2019 서울국제도서전’

1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대외협력 상무이사(왼쪽부터),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 이욱정 PD, 김봉곤 작가(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는 장(場)일 뿐 아니라 책에 담긴 콘텐츠에서 번져나가 다양한 미디어에 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을 겁니다.”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6월 19~23일 코엑스, 이하 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주일우 대한출판문화협회 대외협력 상무이사는 행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지난해에 비해 사전예약자도 많고 관람객이 대폭 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회가 책 시장을 살리자고 마음먹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2019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한강 작가(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올해 도서전의 슬로건은 ‘출현’(Arrival)이다. 이에 대해 주 상무는 “새로운 것들이 책 안팎에서 오고 있다는 게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2017년의 슬로건은 변화였습니다. 책 관련 산업, 출판사, 독자가 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변해야한다는 두 가지 층위로 출판시장을 바라보고자 했죠. 2018년의 슬로건은 확장(New Definition)이었어요. 변화하는 과정에서 책이 종이 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확산돼 간다고 생각했죠.”이어 “기존의 책이나 출판의 의미, 정의가 달라지면서 다른 형태의 정의, 영역 등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며 “당연하게 종이 책이 아닌 전자책 등으로 진화하는 것 뿐 아니라 출판 콘텐츠나 유튜브 등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올해는 변화, 확장 과정에서 이제는 등장하는 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출연’을 슬로건으로 삼았어요. 다가오는데 잘 모르는 두려움이 있어요. 전자출판은 물론 구독제, 넷플릭스 등 출판계에서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유통·소비 방식이 출현하고 있죠.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독자, 출판시장, 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염두에 둔 슬로건입니다.”◇매일 주제강연, 출판의 자유 특별기획 전시·세미나·볼테르 시상식 등 10일 프레스센터에서 2019 서울국제도서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지난해에 비해 크게 는 42개 나라, 431개 출판사가 참여합니다. 매일 2시 주제 강연이 있고 출판의 자유 전시회, 볼테르시상식, 아시아 독립출판전, 오픈키친, 주빈국인 헝가리 도서전 등을 비롯해 수백개의 출판사들도 매일 행사를 엽니다.”다채로운 행사들로 독자들을 만난다고 전한 주일우 상무의 설명처럼 ‘출현’이라는 슬로건을 주제로 한강 작가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 배우 정우성이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 물리학자 김상욱이 ‘과학문화의 출현’, 100세철학자 김형석이 ‘백년을 살아보니’, KBS 요리인류 이욱정 대표가 ‘요리하다, 고로, 인간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다.2019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한현민(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출판의 자유’ 특별전 ‘금지된 책: 대나무 숲의 유령들’에 대해 아트선재센터 김해주 부관장은 “현대미술과 책의 결합이 의미 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현대미술에서 중요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텍스트 관련 작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출판의 자유를 포괄하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예술에서 공통되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금지된 책: 대나무 숲의 유령들’ 전시는 금서와 현대미술을 접목한 전시입니다. 아프지만 출판역사의 중요한 한 장인 금지된 책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김 부관장의 말처럼 ‘금지된 책: 대나무 숲의 유령들’은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태국 등 금서들에 대해 공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행사다. 이 전시에는 노재운 작가가 참여해 현대미술과 금서의 역사를 접목시킨다.“제목 ‘대나무숲의 유령들’은 노 작가의 기존 작품으로 거부당했거나 모호하거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존재인 유령이 금서와 유사하다는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노재운 작가의 작업은 전시물인 동시에 억압됐던 것들이 귀환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풍경이기도 합니다.”‘출판의 자유’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와 더불어 창덕궁 규장각 권역에서 치러지는 볼테르 시상식, ‘검열의 벽: 누가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가’ ‘저항의 책: 출판과 언론의 자유 수호를 위한 운동’ 세미나, 타이완·일본·중국·싱가포르 등이 참가하는 아시아 독립출판 전시 등도 마련된다.◇‘단짠단짠’ 이욱정 PD의 오픈키친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전경(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책과 요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카페 등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역사도 오래 됐죠. 이번 오픈키친의 큰 테마는 ‘단짠’입니다.”이욱정 PD는 ‘오픈키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음식은 인간에게 두 가지 의미”라며 “하나가 생존, 육체 가동을 위한 연료라면 또 다른 하나는 쾌락, 즐거움과 위안”이라고 정의했다.2019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김형식(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요리 행위 자체가 노동에서 놀이로, ‘먹는다’는 행위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일상의 즐거움이자 위안이 되는 문화적 행위로 변화했습니다. ‘단짠’의 단맛은 놀이로서 즐거움과 위안으로서의 음식이라면 짠맛은 생존을 위한 음식이죠. 에로스 대 로고스, 이성과 감성 등 일종의 재미난 대결을 공간적으로 표현해봤어요.”이 PD의 전언처럼 ‘요리인류’가 실제로 촬영되고 있는 상수동 쿠킹 스튜디오를 간결버전으로 전시장에 옮겨온다.김 PD는 “이곳에서는 거의 매시간 이벤트가 있다”며 “쿡북 저자들을 모셔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요리를 해서 나눠 먹기도 한다. 더불어 특별 메뉴와 커피를 파는 카페 그리고 ‘단짠’ 전시공간이 마련된다”고 귀띔했다.이욱정 PD가 ‘치킨인류’ ‘누들로드’ 등의 강연을 하는 이 이벤트에는 온지음, 진경수 셰프, 안명규 셰프, 노영희 셰프, 한복려 원장, 셉러키 피테르 셰프, 박찬일 셰프, 정리나·한복선 요리 연구가, 오월의 종 정웅 대표, 이해림 작가, 밀리 작가, 장혜령 시인, 이나영 작가 등이 함께 한다.이 PD는 “소금, 초콜릿, 토마토, 치즈, 꿀 등 일련의 음식을 테마로 한 ‘매거진 에프’ 부스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테마 음식 관련 책과 영상 등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봉곤 작가의 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출현 ‘퀴어편’ ‘여성편’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전경(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지난해까지는 편집자로서만 도서전에 참가했었는데 올해 처음 작가로 독자들을 만나 감회가 조금 새롭습니다.”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출간한 김봉곤 작가는 ‘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표현’을 주제로 독자를 만난다. 그는 “제가 ‘조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독자, 편집자, 작가로서 저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줄어들고 유기적으로 이뤄지는가 하면 때로는 완전 같다”며 “출판, 미디어계의 변화가 저에게도 불어왔고 올해 도서전은 그 변화를 체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출현은 ‘퀴어편’ ‘여성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퀴어편’에는 김봉곤·박상영 작가, ’여성편‘에는 안희연·유진목·임솔아 작가가 참여한다.“기존 한국문학에서 성 소수자들은 일탈의 상징이나 숭고의 대상 등으로 다분히 문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반면 최근의 소수자는 일상적이고 다층적이에요. 당사자성을 가진 작가들까지 등장하면서 생기있는 문학이 됐죠.”이렇게 전한 김봉곤 작가는 “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출현이란 새로운 감각으로 글을 쓰는 세대의 출현이기도 하다”며 “페니미니즘, 퀴어 등의 젠더 감수성을 첨단으로 쓰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책, 사람 그리고 시대의 기분을 읽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깜짝 놀랄 사건들의 향연, 즐겁고 유익한 도서전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전경(사진제공=도서전 사무국)“오시면 깜짝 놀랄 사건을 숨겨놓겠습니다. 개막식에는 야구·축구협회장님과 선수들이 함께 책 읽기에 대해 ‘플레이볼 블레이북’이라는 선언식을 함께 하는 것이 그 예죠.”주일우 상무는 이렇게 밝히며 “깜짝 놀랄 사건을 숨긴 도서전 그리고 즐거운, 유익한 도서전이 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이번 도서전에서 첫선을 보이는 책들도 있다. ‘맛의 기억’ 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김세희 ‘항구의 사랑’, 크리스틴 펠리섹의 ‘그림 슬리퍼: 사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이원영 동물행동학자 ‘펭귄의 여름’, 김상근 인문학자 ‘나의 로망, 로마’, 장강명의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손미나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철학자 이진우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등 10권의 신간이 최초로 독자들을 만난다.“책에서 멀어져간 독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여전히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책을 넘어 확산되며 굳건히 지켜온 문화적 저력을 확인하는 도서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6-10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꼭꼭 눌러 쓰거나 회상하거나…헤르만 헤세 ‘데미안’ 발표 100주년

헤르만 헤세.(사진제공=헤르만 헤세 재단)“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회계사 출신으로 예술경영, 문화예술 분야의 회계, 조직 등의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대표작 ‘데미안’(Demian, 1919) 중 이를 가장 인상에 남는 글귀로 꼽았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초판본“그 과정에서 문학, 예술, 인문 등 다양한 책을 읽으며 도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예술로 이끌었던 강한 울림이었던 책은 ‘데미안’입니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데미안’이 출간된 지 100주년이 됐다니 독자였던 저로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 사장의 말처럼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평화를 그린 화가이기도 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발표 100주년을 맞았다. ‘데미안’은 지난해 교보문고가 주요 10개 세계문학전집 브랜드의 10년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연령대별 선호하는 소설’ 결과 10~20대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탄소년단(RM·슈가·진·제이홉·지민·뷔·정국, BTS)이 정규 2집 앨범 ‘윙스’(WINGS) 기획 당시 모티프로 삼았던 책이라고 알려지면서 더욱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1919년 소설 속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Emil Sinclair)라는 필명으로 쓰인 ‘데미안’은 내 안의 세계와 나를 둘러싼 세계의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 지속적인 화해 시도와 저항의 궤적이다. 제1차 세계대전, 나치즘 등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밖에 없었던 헤르만 헤세를 둘러싼 시대상, 그의 소설 ‘데미안’에 열광했던 청춘들의 공감대와 연대는 단단하고 깊었으며 오래도록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다. 데미안 테라피 라이팅북 |헤르만 헤세 지음 | 미르북컴퍼니(미르북스)발표 100주년을 맞은 ‘데미안’을 기억하는 이 시대 사회명사들의 회상을 담은 ‘내 삶에 스며든 헤세’와 꼭꼭 눌러 쓰며 문장 사이, 행간 사이에 깃든 고뇌와 희망을 곱씹는 필사책 ‘데미안 테라피 라이팅북’이 출간됐다.‘데미안 테라피 라이팅북’은 그런 ‘데미안’을 제 손으로 꼭꼭 눌러쓰며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문장을 발견하도록 기획된 필사본과 1919년 출간됐던 초판본 표지 디자인을 하나로 묶었다. 읽기와는 다른 차원의 깊이와 친밀함, 내밀함 등으로 무장한 ‘쓰기’는 제3자의 입장인 아닌 내 이야기로 온전히 이입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그렇게 쓰는 행위를 통해 작가의 의중을 새삼 깨달으며 지친 마음의 치유는 물론 문장력 향상, 사고의 깊이 등도 얻을 수 있다. ‘내 삶에 스며든 헤세’는 누구나 지났을 청춘시절, ‘데미안’의 문구를 가슴에 새겨 넣은 사회명사 58인의 ‘헤세와 나’를 콘셉트로 한다. 영화 및 문화콘텐츠 비평가이자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전찬일 기획으로 꾸린 책이다. 강은교 시인부터 허필수 한국케냐협회장, 91세의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까지 58인 저마다가 헤르만 헤세와 그의 작품들에서 얻은 깨달음, 그들에 얽힌 일화, 밑줄을 그었던 명문 등을 담고 있다. “열 다섯, 외롭고 가난한 소년의 가슴에 어느 날 헤세가 걸어왔다. 헤세를 읽으며 보낸 그 겨울밤의 맑고 시린 바람 소리는 지금도 내 안에 살고 있다.”박노해 시인이자 사진작가의 헌시로 문을 여는 책은 그를 비롯한 강은교, 김경주, 이외수, 이해인 등 문인들을 비롯해 오성균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주연 문학평론가, 김누리 한국독어독문학회장, 정현규 한국헤세학회장, 정경량 노래하는 인문학 연구소장,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인문학자 이현우 등의 학자들 뿐 아니다.내 삶에 스며든 헤세 “데미안” 출간 100주년 기념 기획 양장본 |강은교 외 , 전찬일 (기획) 지음 | 라운더바우트오거던 부산시장,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계인사, 법명스님, 곽효근 목사, 조정래 감독, 영화평론가 심영섭, 음악평론가 임진모, 뮤지션 양지훈, 피아니스트 임현정,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이 헌사, 깨달음, 독후감 등의 형식으로 헤세에 대해 풀어낸다. 기획자의 표현처럼 답답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를 ‘헤세 실크로드’에는 오아시스처럼 화가 이영희, 한희원의 ‘산동성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삶의 길’ ‘북한산 가는 길’ 등과 ‘밤’ ‘빈들’ ‘바이올린 켜는 사람-양림 골목길’ ‘푸른길’ 등의 작품들이 배치된다. ‘데미안’은 김경주 시인이 “인간의 격조에 가장 가까운 비명이 담겨 있다”고 평했고 김윤관목가구공방 대표목수가 “어느 시절의 어느 누군가에게 나는 싱클레어였고, 어느 시절 어느 누군가에게 나는 프란츠 크로머였다”고 고백하게 했는가 하면 오거돈 부산시장이 “알을 깨고 재탄생해야할 세대는 정작 성인 세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기획자 전찬일이 ‘세계 문학사의 변곡점적 성장소설이자 시대 소설’이라고, 곽효근 목사가 “젊은이들의 자아 성장교과서”라고 표현한 ‘데미안’은 저마다의 상황, 가치관, 삶의 방식에 따라 행해지는 영혼의 ‘우아한 분투’를 함께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 ‘우아한 분투’의 실행자이기도 한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대표는 ‘데미안’을 “예술”이라고 정의했다.“작품 속에서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자극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존재라면 제 인생에서 ‘데미안’은 예술이에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의 길을 걸었지만 예술과 관련해 다양한 자문을 맡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기관으로 오게 됐죠. 예술의 공간인 이곳 역시 예술을 만들어가는 예술가와 관객들의 삶에 있어 데미안이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6-05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3545 심금 울린 '요정핑크'를 아시나요?

전 5권으로 이뤄진 추억의 만화 ‘요정핑크’.(사진제공=나무위키캡쳐)“김동화의 ‘요정핑크’ 전권 구합니다” “상태좋은 ‘요정핑크’ 3권 원해요. 후사하겠음”‘요정핑크’가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이름을 딴 굿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545 세대들의 유년시절을 책임진 만화책 제목이다. 당시 보물섬에 연재된 이 만화는 인기에 힘입어 TV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당시 더빙을 맡은 성우들도 쟁쟁했다. 박기량, 박소현, 박일 등 대체적으로 훈남훈녀들의 목소리를 주로 맡았던 스타급 성우였다. 원작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TV로 넘어와서는 고전을 금치못했다. 38회로 연재된 내용을 2시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담으려다 팬들의 화를 자초한 것. 그래서일까. 인터넷상의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요정핑크’는 정략결혼을 앞둔 공주가 지구로 오면서 시작된다. 사실은 8등신의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지만 변장을 위해 꼬마 소녀가 되어 생활한다. 생활능력도 없는데다 제멋대로인 성격은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사진작가 빈에게 골칫덩이나 다름없다. 사실은 부잣집 아들이지만 신분을 속이며 살고 있는 빈은 이 막무가내 꼬마에게 수없이 말려들고 뒤치닥거리를 하다가 정이 든다.빈의 가정사도 복잡하다. 사진으로만 남겨진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다 작가가 됐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아들인 그를 아버지는 가만히 두지 않는다. 경영수업은 하지 않고 걸작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빈. 우연히 찍은 사진을 아버지 회사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품하는데 그 대상이 하필이면 핑크를 찾으러 요정 세계에서 온 레인보우 왕자다.‘요정핑크’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파격적인 엔딩도 그렇지만 캐릭터 각자에 숨겨진 사연을 심어둠으로써 주요 독자층인 동심에도 충실했다. 대부분 정략결혼이라 하면 당사자의 감정은 상관하지 않게 표현된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결혼 상대자인 레인보우 왕자가 진심으로 핑크공주를 사랑했다. 그렇기에 지구로 오면서 벌을 받게 되는 상황도 나온다. 핑크 역시 인간인 빈에게 느낀 감정을 접고 자신의 더듬이를 태워 레인보우 왕자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결말을 택한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현실을 인정하고 각자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설정도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었다.당시 만화들은 현실 도피나 ‘결국은 행복했다’는 해피 엔딩이 대부분이었기에 ‘요정 핑크’의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인 엔딩이 수많은 어린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이들도 나이만 어렸지 사실 알만한 건 다 안다는 사실을 김동화 작가는 간과하지 않은 것 같다.무엇보다 ‘요정 핑크’에는 미워할 수 없는 7명의 전사가 나온다. 역시나 지구에 오면서 꼬마아이들로 변했지만 사실은 레인보우 왕자가 공주의 보디가드이자 요정왕국으로 데려오게 특수 훈련시킨 인재들이다. 지금 봐도 2% 어리버리한 설정이 폭소를 자아낸다.동심을 기반으로 했지만 한번 읽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은 ‘요정핑크’의 절판과 더불어 치솟는 몸값을 자랑 중이다. 요요코믹스에서 5권으로 단행본이 나왔고 1990년대 중순에 나나 코믹스에서 재발간된 후 권당 4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요정핑크’는 그나마도 중고 책방에서 구할 수 없는 희귀템이다.실제 저 위의 문구는 각종 만화와 중고책 전문점에서 실제 올라온 글들이다. 아마도 판권과 원작자의 마음에 달렸겠지만 ‘요정핑크’의 복간을 진심으로 바래본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6-05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갈등은 피하고, 화날 땐 화 내고…내 행복을 위한 처세술

서점에 처세술이 넘쳐나는 시기가 있었다. 세일즈 왕이 되는 법, 성공하는 사람의 기술 설명서, 직장에서 살아남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반전됐다. 위로가 넘쳐나고 열심히 살지 말라는 조언이 책 제목으로 등장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세상이다.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다. 신간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은 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을 다룬다.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은 화를 제대로 표현하고 풀어내기 위한 방법서다. 두 책 모두가 행복을 위한 나름의 처세술일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해결을 강요하기 보다 ‘이런 식은 어때?’라는 접근이 읽는 내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변호사가 직접 쓴 남과 잘 지내는 법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 사토 야마토 저 |1만3000원. (사진제공=한국경제신문)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일본 스타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해결 승률 비법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책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을 냈다. 가사, 채무, 형사사건, 기업 법무 등 수많은 분쟁을 맡아 해결해 왔던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내기 위한 태도야 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깨달았다.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에는 곳곳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지는 문장들이 들어있다.‘말에도 드레스코드를 입혀라’ ‘참견이 아니라 배려를 한다’ ‘모든 사람과 다 친해질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실수가 아니라 대응 방법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등 그 의미를 곱씹을수록 인간관계의 명언들이 쏟아진다. 저자는 “갈등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이기든 지든 지난한 시간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 예상치 못하게 꼬이는 데서 시작한다.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대부분이 마음 착한 사람들로 그 선한 마음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저자는 부탁을 받았을 때 더 조심하게 된 사연을 솔직히 털어놓는다.매번 잘 들어주던 부탁을 한번 거절했더니 큰 비난으로 돌아왔던 것. 너무 어려운 부탁이기에 거절한 것도 ‘사람이 변했다’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에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내가 힘들지 않은 선에서, 남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태도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를 지키면서 남과도 잘 지내는 태도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기본이다. 책의 말미에 이미 생긴 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하는 사람의 태도 10가지는 일독하기를 권한다. 변명과 차이를 구별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늘고 길게 가는 법을 택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이 담겼다. 일명 ‘잠재우기’라 불리는 이 방법은 깊숙하게 이어진 관계가 도리어 인생의 피곤함으로 자리한 경우에 쓸 법한 특효약이다. 무리해서 따를 필요는 없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태도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화와 분노를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내 감정을 직시하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심리 수업| 알무트 슈말레-리델 저 | 이지혜 역 |1만3800원. (사진제공=티라미수)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알무트 슈말레 리델은 알게 모르게 조건화돼 사는 여성들의 심리에 주목했다. 알게 모르게 타인의 주장과 욕구를 우선시하며 살아온 여성들은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음을 수많은 심리이론과 개인적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이라는 책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이끈다.  양성평등이 일반화된 요즘 시대에도 남자아이의 화는 자기주장과 관철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여자아이의 화는 예민함으로 평가된다.저자는 다양한 감정이 얽혀드는 남녀, 친구, 가족관계 등의 영역에서 여성이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화와 분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적이고 방향적인 화냄이 이끄는 변화는 책에 여러 형태로 제시돼 있다.아이가 태어난 뒤 일을 그만두고 세대 합가를 한 며느리, 딩크 족으로 살며 남편의 학업을 뒷바라지 하는 아내, 양다리를 걸친 남자에게 미련을 갖는 여성 등 마음 한 구석에 분노를 쌓아둔 여러 사례들이 ‘내 안의 분노는 어떤 종류였나’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남성들을 무조건적인 가해자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화내는 여성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6장 ‘세상을 함께 살아갈 남성들에게’는 ‘화가 난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싶어 낸다’는 여혐주의자들이 꼭 읽어 볼 만한 내용이 가득차 있다. 저자는 분노에 귀 기울이면 단순한 공격성이나 냉혹함이 온정적인 분노로 변모해간다고 강조한다. 결국 ‘결연한 분노’에는 타인을 향한 비하와 파괴가 아니라 더 나은 어울림을 위한 노력이 담겨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9-05-29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와이키키’ 허당녀? 문가영 "단테 ‘신곡’ 읽는 ‘뇌섹녀’죠"

종영한 드라마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의 ‘첫사랑’ 수연 역으로 주목받은 배우 문가영은 극 중 ‘허당’ 캐릭터와 다른 반전 뇌섹녀다. 그는 한달에 세번 이상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신간을 살피고 단테의 ‘신곡’과 마르크스의 ‘명상록’을 즐겨 읽는 고전마니아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드라마 속 세상물정 모르는 수연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고전문학, 철학, 심리학 책을 좋아하는 편이죠. 고전문학은 지금 잘 쓰지 않는 표현법이 많이 나와요.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며 배우는 점이 많죠. 단테의 ‘신곡’을 좋아하는데 지옥편은 3번 이상 읽었어요. 마르크스의 ‘명상록’도 2번 정도 읽었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도 다시 읽으니 스쳐 지나갔던 글귀가 마음에 새겨지는 경험을 했죠.”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드라마 촬영 중에도 틈틈이 읽었던 책은 ‘세네카 삶의 지혜를 위한 편지’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정치가 세네카의 인생론, 행복론을 편지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문가영은 “‘와이키키’ 촬영 전 사놓은 책인데 바쁜 스케줄 때문에 많이 읽지는 못했다”며 “조금 두꺼운 감이 있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편지 형식의 글이니 부담없이 시도해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최근 눈에 들어오는 책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이다. 스페인의 17세기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현실주의자의 비법을 전수한다.문가영은 “우연히 SNS에서 책 속에서 인용한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는 글귀를 접하고 호기심이 생겼다”며 “하지만 책이 절판돼 요즘은 이 책을 구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게 된 건 환경적인 요인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리학과 음악을 전공한 그의 부모는 독일 유학 생활 중 만나 결혼했다. 그 역시 독일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독일어, 영어, 한국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친언니와 아직도 독일어로 대화하며 언어의 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문가영은 “부모님은 제 연기활동을 지지해 주지만 공부를 완전히 놓는 걸 봐주지는 않는다”며 “책을 읽거나 문화생활을 하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연기를 시작한 건 독일 길거리 캐스팅이 시발점이다. 동양인이 없던 독일에서 어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가다 의류잡지의 아동모델로 캐스팅됐다. 10세 때 부모가 오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삼촌과 어머니가 재미 삼아 학습지 모델 공모에 응모했다 덜컥 당선됐다. 당시에는 한국어도 서툴렀기 때문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광고촬영에 임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드라마 아역배우로도 활동했다.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연기를 시작해 ‘궁S’(2007), ‘넌 내게 반했어’(2010), ‘후아유’(2013), ‘질투의 화신’(2016) 등 다수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등과 함께 아역배우로 활동했지만 중학생 시절 키가 10Cm 이상 훌쩍 자라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연기활동을 쉬게 됐다. 아역배우 치고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할 때는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가고 싶고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일을 쉬니 제가 생각보다 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배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배우 문가영 (사진제공=키이스트)성균관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한 것은 연기와 함께 고전문학을 배우고픈 학습욕구 때문이다. 문가영은 “고교시절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많이 읽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고전문학을 배우고 연극을 하는 것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 또 다른 희열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즐긴다는 문가영은 때로 좋아하는 구절을 손으로 꾹꾹 눌러 써보곤 한다.바쁠 때는 휴대폰 메모 기능을 활용해 정리할 때도 있지만 종이에 펜으로 쓰면 바쁜 촬영현장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단다. ‘와이키키’ 촬영현장에서 만난 배우 김예원처럼 라디오 DJ에 대한 포부도 갖고 있다는 문가영은 “만약 DJ를 하게 된다면 청취자들과 함께 한 달에 한권 책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싶다”는 계획까지 준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 똑 부러지는 생각, 지식과 지혜까지 갖춘 이 뇌섹녀의 단점은 무엇일까. 문가영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라고 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 버전을 준비하다 보니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다이어리에 올해의 키워드를 ‘두려움 없는 설렘’으로 쓰고 고민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그는 “설렘이라는 감정에는 두려움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며 “이제 막 작품이 끝난 만큼 설레는 마음만 안고 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9-05-22 07:00 조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