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갈등은 피하고, 화날 땐 화 내고…내 행복을 위한 처세술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5-29 07:00 수정일 2019-05-29 07:34 발행일 2019-05-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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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나를 지키며 남과 어울리는 방법서, 자기행복추구서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과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
일본의 스타 변호사와 독일의 유명 임상심리학자가 각각 쓴 태도와 분노에 대한 행복상관관계
다양한 사례 녹아있는 일상 지침서...뻔하지만 와닿는 문장 가독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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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처세술이 넘쳐나는 시기가 있었다. 세일즈 왕이 되는 법, 성공하는 사람의 기술 설명서, 직장에서 살아남기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반전됐다. 위로가 넘쳐나고 열심히 살지 말라는 조언이 책 제목으로 등장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세상이다.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다.

신간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은 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을 다룬다.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은 화를 제대로 표현하고 풀어내기 위한 방법서다. 두 책 모두가 행복을 위한 나름의 처세술일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해결을 강요하기 보다 ‘이런 식은 어때?’라는 접근이 읽는 내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 변호사가 직접 쓴 남과 잘 지내는 법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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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나를 지키면서 남과 잘 지내는 33가지 방법| 사토 야마토 저 |1만3000원. (사진제공=한국경제신문)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일본 스타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해결 승률 비법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책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을 냈다. 

가사, 채무, 형사사건, 기업 법무 등 수많은 분쟁을 맡아 해결해 왔던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내기 위한 태도야 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깨달았다. 

‘관계가 풀리는 태도의 힘’에는 곳곳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지는 문장들이 들어있다.

‘말에도 드레스코드를 입혀라’ ‘참견이 아니라 배려를 한다’ ‘모든 사람과 다 친해질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실수가 아니라 대응 방법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명심한다’ 등 그 의미를 곱씹을수록 인간관계의 명언들이 쏟아진다. 

저자는 “갈등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이기든 지든 지난한 시간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 예상치 못하게 꼬이는 데서 시작한다.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대부분이 마음 착한 사람들로 그 선한 마음이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저자는 부탁을 받았을 때 더 조심하게 된 사연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매번 잘 들어주던 부탁을 한번 거절했더니 큰 비난으로 돌아왔던 것. 너무 어려운 부탁이기에 거절한 것도 ‘사람이 변했다’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에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내가 힘들지 않은 선에서, 남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태도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를 지키면서 남과도 잘 지내는 태도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기본이다.

책의 말미에 이미 생긴 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하는 사람의 태도 10가지는 일독하기를 권한다. 변명과 차이를 구별하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늘고 길게 가는 법을 택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이 담겼다. 일명 ‘잠재우기’라 불리는 이 방법은 깊숙하게 이어진 관계가 도리어 인생의 피곤함으로 자리한 경우에 쓸 법한 특효약이다. 무리해서 따를 필요는 없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태도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화와 분노를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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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내 감정을 직시하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심리 수업| 알무트 슈말레-리델 저 | 이지혜 역 |1만3800원. (사진제공=티라미수)

독일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알무트 슈말레 리델은 알게 모르게 조건화돼 사는 여성들의 심리에 주목했다.

알게 모르게 타인의 주장과 욕구를 우선시하며 살아온 여성들은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음을 수많은 심리이론과 개인적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이라는 책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이끈다.  

양성평등이 일반화된 요즘 시대에도 남자아이의 화는 자기주장과 관철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여자아이의 화는 예민함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다양한 감정이 얽혀드는 남녀, 친구, 가족관계 등의 영역에서 여성이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화와 분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적이고 방향적인 화냄이 이끄는 변화는 책에 여러 형태로 제시돼 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일을 그만두고 세대 합가를 한 며느리, 딩크 족으로 살며 남편의 학업을 뒷바라지 하는 아내, 양다리를 걸친 남자에게 미련을 갖는 여성 등 마음 한 구석에 분노를 쌓아둔 여러 사례들이 ‘내 안의 분노는 어떤 종류였나’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남성들을 무조건적인 가해자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화내는 여성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6장 ‘세상을 함께 살아갈 남성들에게’는 ‘화가 난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싶어 낸다’는 여혐주의자들이 꼭 읽어 볼 만한 내용이 가득차 있다. 저자는 분노에 귀 기울이면 단순한 공격성이나 냉혹함이 온정적인 분노로 변모해간다고 강조한다. 결국 ‘결연한 분노’에는 타인을 향한 비하와 파괴가 아니라 더 나은 어울림을 위한 노력이 담겨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