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포털사이트 기획팀 직원, 뮤지컬배우에서 여행작가까지…배나영의 파란만장 여행작가 입문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7-26 07:00 수정일 2019-07-26 11:50 발행일 2019-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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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금]‘리얼 다낭, 호이안․후에’ ‘호치민 홀리데이’ ‘앙코르와트 홀리데이’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 등의 여행작가 배나영
다음 기획팀 직원에서 뮤지컬배우, 자유기고가, 여행작가로의 여정
‘세계테마기행’ ‘탁PD의 여행수다’ 등 출연, 팟캐스트 ‘여행쇼! 트러블 메이커’와 유튜브 ‘배나영의 Voice Plus!’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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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여행은 매순간 오롯이 저만을 위한 선택이에요. 저에게 집중하고 제 선택에 책임지는 과정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리얼 다낭, 호이안·후에’ ‘호치민 홀리데이’ ‘앙코르와트 홀리데이’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 등의 여행작가 배나영은 여행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여행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저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시간들을 끊임없이 가지는 게 너무 좋아요. 그간 중구난방으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어요. 시도해 보고서야 제가 진짜 원하는 일인지, 저에게 적합한지 등을 깨닫는 스타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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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배나영 작가 스스로는 ‘중구난방’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여정은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고군분투에 가까웠다.

◇아무도 안 시켜주니… 맨땅의 헤딩!

“대학교를 졸업한 2001년경쯤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기획자였어요. 그러다 2004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사표를 냈죠. 친구들은 놀라지도 않았아요. 제가 늘 버릇처럼 얘기했던 꿈이었거든요.”

그렇게 양미경, 여운계 등 주연의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공연계에 데뷔했다.

이후 고선웅 연출의 창작뮤지컬 ‘카르멘’, 노우성 연출의 ‘아름다운 시절을 위하여’, 서정선 안무가의 퍼포먼스와 ‘미스터 마우스’ 등과 엄기준·김선미를 비롯해 이영미, 추정화 등이 출연한 고구려 배경의 뮤지컬 ‘안악지애사’에서 김선미가 연기하는 가희의 언더이자 앙상블로 출연하며 꿈을 이뤘다. 

“맨땅에 헤딩하듯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을 보면서 7년을 대학로에서 버텼어요.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잠시 쉬는 사이 많은 고민을 했고 저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현장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생각하니 좋아서 시작은 했으나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게 7년의 뮤지컬 배우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그는 “뮤지컬 복귀는 힘들고 회사에 다닌 경력도 이미 단절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찾은 게 글쓰기였다”고 전했다.

“신문사 아카데미에서 자유기고가 과정을 듣고 또 맨땅의 헤딩을 시작했죠. 온갖 기업의 사보에 포트폴리오를 보냈어요. 알음알음으로 일을 맡기는 시스템에서 겨우 일 하나를 맡으면 최선을 다했어요. 마감도 칼 같이 지켰죠. 그러다 보니 삼성, LG, 포스코 등 웬만한 사보 일은 원고쓰기 뿐 아니라 기획까지 다 해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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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영 작가의 첫책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왼쪽)와 최신작 ‘리얼다낭’(사진제공=레몬컬처, 한빛라이프)

자유기고가로서의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쯤 배나영 작가는 또 다시 ‘자신 돌아보기’에 돌입했다. 그 이유를 배 작가는 “매일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고 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동국대학교 아카데미의 여행작가 과정에 등록했어요. 하지만 일이 쉽게 주어지진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획을 했죠. 여행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을 쓰겠다고 많은 여행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아무도 안시켜주니 어쩌겠어요. 제가 찾아나서는 수밖에.”

그렇게 완성돼 출간된 것이 배나영 작가의 첫 책 ‘여행작가의 노트를 훔치다’다. 그 책을 쓰기 위해 만나 인터뷰한 꿈의 지도 출판사 김산환 대표에게 다짜고짜 “저도 가이드북을 쓰고 싶다”고 적극 어필하면서 ‘앙코르와트

홀리데이 ’ ‘호치민  홀리데이 ’를 쓰게 됐다.

이후 ‘리얼 다낭’을 비롯해 EBS ‘세계테마기행’의 ‘아이슬란드’와 ‘버킷리스트 북유럽 기행’편, ‘탁PD의 여행수다’ 등에 출연하는가 하면 팟캐스트 ‘여행쇼! 트러블 메이커’와 유튜브채널 ‘배나영의 Voice Plus!’를 운영하며 화려한 여행작가 6년차를 맞았다.

◇6년차 여행작가 배나영의 ‘오롯이 나로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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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여행작가는 노트북, 자료들에 카메라 두대, 렌즈 몇개씩을 넣고 다니니 매일 가방끈을 끊어먹기 일쑤고 기미도 엄청 생기는 직업이죠. 게다가 완벽하게 제가 추구하는 여행이 아닌,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선택들의 연속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집을 나오는 순간, 일주일 내내 캐리어를 펴두고 넣었다 뺐다 짐을 싸면서 너무 좋다”며 아무리 멀어도 여전히 비행기 창가자리에 앉아 하늘을 보는 걸 즐길 정도로 설렌다”고 덧붙였다.

주렁주렁 짐을 매달고 땀 범벅이 돼도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요. 이제야 저를 발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스스로에 대해 아직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작가가 된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시작 같아요.” 

이렇게 전한 배나영 작가는 “여행은 오롯이 나로 서기 위한 과정”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경단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청춘들에게 “아주 적더라도 혼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골목에 나가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고 그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는 일이 얼마나 사치인지 전 알고 있어요.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이 식상한 말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도 알고 있죠. 꼭 여행이 아니어도 좋아요. 한두 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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