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랜선 스타가 된 60대 늦깎이 유튜버, 아무리 낡은 것이라도 추스르고 보듬어 다시 쓰는 스님.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들은 열광하는 이들이 전하는 레시피와 삶의 지혜, 소소한 행복 등이 담긴 책들이 연달아 출간됐다.충청도 심방골 주부 조성자씨의 ‘심방골 주부의 엄마손 집밥’, 관악산 자락의 길상사에 머무는 스님과 취재로 인연을 맺은 14년차 기자의 선문답이 담긴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은 특별하거나 대단하진 않지만 정성과 손맛이 담긴 밥상으로 추운 겨울,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기를 전한다.심방골 주부의 엄마손 집밥 - 기본 재료로 건강하게 맛을 내는 한식 밥상 105 |심방골 주부 지음(사진제공=청림Life)‘심방골 주부의 엄마손 집밥’은 먹방, 쿡방, 인터넷 등에서 각종 레시피들이 넘쳐나지만 가장 그리워질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충청남도 심방골의 평범한 주부였던 조성자씨는 아들 이강봉씨의 도움을 받아 예순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구독자 32만명, 누적조회수 6000만뷰를 기록하는가 하면 JTBC ‘랜선라이프’에 리틀 포레스트로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나무로 둘러싸인 파란 지붕 집, 정겨운 장독대, 익어가는 대봉감, 곶감으로 말릴 단감더미, 붉은 불이 피어 오르는 아궁이, 군고구마, 희 연기를 피워 올리는 굴뚝, 봄날의 꽃더미부터 눈꽃이 핀 겨울나무, 벼가 익어가는 들판, 시레기·고추·감 등이 말라가는 마당, 그 마당을 뛰어 노는 닭들, 달콤한 꿀을 내어주는 200군의 벌 등 책은 열자마자 정겨운 풍경을 선사한다.정겨운 풍경으로 시작한 책은 두 번째 파트에서 요리에 꼭 필요한 생강청, 매실청, 멸치육수, 만능양념간장, 볶은 소금 등을 만드는 법을 전한다. 본격적인 레시피는 파트 3부터 7까지에 담겼다. 황태콩나물국부터 소고기 완자탕까지 국물요리, 나물 무침·조림·볶음, 간단반찬, 고추·양파·깻잎·매실·두릅·마늘·풋마늘·뽕잎 등으로 담그는 장아찌, 고추장 돼지 불고기·주꾸미 볶음·오리 주물럭·잡채·돼지 갈비찜·각종 전 등으로 이어지는 레시피는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김치담그기로 마무리된다.세련된 사진도, 놀라운 비법 소스도, 차지게 맛 표현을 하는 입담도 없지만 정성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믿는 요리 철학을 담은 ‘심방골 주부의 엄마손 집밥’에는 직접 담근 간장, 고추장, 된장과 벼, 고추, 서리태, 마늘, 땅콩, 버섯 옥수수 토마토 등 친화경 재료들로 장작으로 불 피운 아궁이에서 만들어낸 105개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정위 스님의 음식(왼쪽)과 심방골 주부의 아궁이와 음식들(사진제공=청림Life, 브.레드 b.read)각 레시피는 요리에 대한 설명과 12장을 넘기지 않는 사진 그리고 심방골 주부의 요리 팁으로 구성된다. 미역을 참기름에 볶지 않고 그대로 끓이는 깔끔한 소고기 미역국, 배춧잎 껍질을 벗겨 질기지 않고 우거지를 된장에 무쳐 볶아 감칠맛나는 우거지 된장국, 무를 고추장에 먼저 볶아 제대로 맛을 들인 동태찌개, 소고기·돼지고기·닭가슴살 등 무엇으로 만들어도 입맛 당기는 완자탕, 물을 넣어 볶는 부드러운 나물들. 기름을 넣지 않은 도토리묵무침, 쌀뜨물을 베이스로 한 부드러운 계란말이, 검은 봉지를 씌워 녹변현상이 없는 마늘장아찌, 햇순을 대치지 않고 생으로 담가먹는 뽕잎 장아찌, 양파와 사과를 갈아 넣어 달달하면서도 식감을 부드럽게 한 고추장 돼지 불고기, 센 불로 빠르게 볶아내 야들야들한 주꾸미 볶음, 재료를 따로따로 볶아 당면이 뜨거운 상태에서 버무려 불지 않는 잡채, 소금에 담가 약불에서 서서히 튀겨내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고구마 맛탕, 소금을 넣고 미리 살짝 끓여 좀 더 쫀득한 떡볶이, 더덕이 타지 않게 하는데다 좀더 고소하고 고추장 본연의 맛을 배게하는 유장(진간장+참기름) 등 간단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요리 팁들로 꽉 들어차 있다.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정위, 이나래 지음(사진제공=브.레드 b.read)‘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은 긍휼과 가여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되살려 쓸 궁리를 하는 스님의 삶의 지혜, 철학 그리고 일상이 깃든 봄여름가을겨울 밥상 레시피가 담겼다. 정위 스님과 14년차 기자 이나래의 선문답 형식으로 풀어낸 책에서는 독특한 레시피들을 비롯해 각 계절별 텃밭 풍경과 문화카페 지대방, 꽃 자수, 돌 등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과즙이 잘 나오도록 필러로 얇게 켜서 담근 모과차, 비빌 때 뻐덕뻐덕하지 않게 얇게 채 썬 당근과 수분 유지를 위해 마지막에 썬 오이 그리고 아끼는 매화꽃을 얹은 비빔밥, 생땅콩을 살짝 데쳐 넣어 특별한 식감의 주먹밥, 표고로 육수를 낸 국수, 속 더부룩할 때 좋을 커피국수, 오징이 맛이 나는 콩나물 조림, 여름에 제격인 김장아찌·초생강·새송이버섯장아찌, 김치와 미나리를 넣은 크림스파게티, 감자와 마로 만든 핫케이크, 와인안주로 좋은 아삭이고추조림, 카르다몸을 넣어 끓인 차이라테 등 특별한 레시피들이 선문답과 사진으로 담겼다.30년째 입는 외투, 각각 25년, 15년을 함께 한 냄비와 안경 등 뿐 아니다. 이리 기우고 저리 기운 앞치마에 놓인 고운 수, 표고버섯 기둥을 모은 조림, 뒷산의 나무토막으로 만든 목어, 꽃 시장 바닥에 버려진 것을 주워 띄운 특별한 꽃장식 등 정위스님의 살림 노하우와 레시피에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맛과 정성은 물론 타인에 대한 배려, 버려지고 빛바랬어도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존중, 마음을 수양하고 다독이는 정신 등 음식 뿐 아니라 인생을 값지게 하는 레시피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1-26 0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