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키토제닉? 저탄고지?… 푸드스타일리스트 진주가 알려드립니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03-20 07:00 수정일 2019-03-20 07:07 발행일 2019-03-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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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의 저자, 한국식 저탄고지 레시피 공개
출간 2주만에 2쇄찍으며 쿠킹 클래스와 강연쇄도
한식 위주의 케토시스 식단 공개하며 정보공유, 실제로 23kg감량하며 건강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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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몸에 나쁘다는 편견을 고스란히 뒤집은 키토제닉. 해외에 나가면 건강한 방식으로 만든 버터들을 고르고 골라 집으로 가져온다고. (사진제공=본인)

120여년 전통의 프랑스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출신에 화려한 파티 음식만 전문으로 해 온 푸드 스타일리스트일 거라 생각했다. 20kg 넘게 감량했다지만 마른 깍쟁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분당에 위치한 자택 겸 스튜디오에서 만난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의 저자 진주의 첫인상은 푸근하기 그지 없었다.

진주는 최근 몇년 간 한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중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를 만난 날은 책이 나온 지 일주일만에 2쇄에 돌입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각종 온라인 카페에서 한국식 키토제닉 레시피를 올리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는 첫 책 ‘해피키토 다이어트’의 출간과 동시에 각종 강연과 팟캐스트 출연으로 눈코뜰새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 때는 요리가 아닌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첫 직장은 아웃도어 집기를 수입하는 회사였죠. 유럽 출장이 많았는데 차 문화가 발달되다 보니 예쁜 그릇부터 파티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한 잡지사에서 의뢰를 받아 당시는 전무했던 플레이팅을 배경으로 저희 회사 제품이 나가기로 했어요. 제가 직접 코너를 꾸몄더니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일 때라 결혼과 동시에 집에서 손님접대를 했던 사진들을 올렸더니 쪽지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온거죠.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답니다.(웃음)”

파티 플래너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연 인생 2막은 승승장구했다. 멋진 요리를 먹고 만드는 행복한 일상이었지만 예민하고 꼼꼼한 성격에 도리어 건강은 바닥을 쳤다. 대부분의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유기농에 현미, 설탕과 글루텐 제로인 탄수화물과 과일로 이루어졌는데도 아픈 곳은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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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간된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의 표지. (사진제공=북드림)
그 즈음 우연히 보게 된 TV프로그램 ‘지방의 누명’을 보고는 ‘과연 될까?’라는 의문으로 직접 자신의 몸에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저탄고지를 실천하는 의사들이 만든 카페였어요. 의사로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카페였는데 일반인들이 모여들면서 ‘정보의 장’이 되었거든요. 저 역시 좋은 정보를 얻었어요. 할 줄 아는 건 요리뿐이니 직접 만든 한국식 고지방 식단을 2주 정도 실험해 본 뒤 레시피를 공개했죠. 그 즈음이 11kg 정도 감량한 상태였는데 반응이 최고였어요.”

탄수화물을 줄이되 지방이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케토식의 식단은 대부분 해외의 것이었다.

쌀이 주식인 한국에서 저탄고지식 음식은 돈이 많이 들고 어려운 과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진주의 해피키토 키친’에는 한식 위주의 음식이 대부분이다. 700일 가깝게 올린 식단들을 고르고 고른 탓에 겹치는 메뉴도 다양하다. 

책의 섹션은 육류도 쇠고기와 닭고기, 돼지를 비롯해 분식과 국, 소스와 빵 종류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다. 다른 가족들의 음식을 만들며 재료와 소스를 다르게 해 ‘한 그릇 뚝딱’ 만들 법한 쉬운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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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식단을 하며 일과 건강 두마리 모두를 잡았다는 저자 진주. (사진제공=본인)

“제 인생의 첫 책이 요리책일 거란 상상은 해 본적이 없어요. 연출된 사진이 아니고 대부분 블로그나 카페에 올린 사진이라 겹치는 그릇도 많고 예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한국식 키토제닉 레시피를 최초로 발간한 자부심은 남달라요. 무엇보다 ‘해피키토 키친’이 맛있게 먹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키토제닉 식단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미 키토제닉은 해외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부터 뇌 건강, 다이어트, 환자들의 회복식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그는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라 이런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간혹 카페에서 ‘여기 올린 자료 지우고 잠수타지 말고 좋은 레시피 계속 올려주실 거죠?’라는 글을 보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개인 블로그나 카페의 인기에 고무돼 상업적으로 이용만 당하다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진주 작가는 “이익을 위해 이 일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독자분들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실제로 책 내용 대부분의 반응이 ‘너무 쉽다’니까”라며 해맑게 미소지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