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아마존DNA로 무장한 독립운동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4-09 07:00 수정일 2019-04-09 08:49 발행일 2019-04-09 15면
인쇄아이콘
[人더컬처] 2015년 아마존에서 독립해 박정준 Ezion Global, Inc 대표의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졌다’
 평균근속 1년 남짓인 아마존에서 12년, 제프 베조스의 고객 중심, 혁신, 실패, 행동력 등을 중심으로 한 아마존DNA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평생 제 인생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졸업할 곳이었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마냥 고마운 회사예요.”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Ezion Global, Inc.) 대표는 생애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 아마존에 대해 “독립해 살아갈 가르침과 기반을 조성해 준 곳”라고 표현했다.

2004년 시애틀 소재의 아마존 본사에 입사해 12년. 일은 많고 유급 육아휴가가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처우는 열악해 평균 근속기간 1년 남짓인 아마존에서 그는 12년을 근무했다. 8개 부서에서 개발자로,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으로 활약하며 ‘개척자’로서 ‘독립’을 꿈꿨다.

◇1년도 버티기 힘든 아마존에서 12년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요. 연봉협상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더불어 가고 싶은 회사였고 조건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몇년만에 갈등의 시간이 찾아왔어요. 일은 너무 힘들고 경쟁은 치열하고 저보다 입사가 늦은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가 하면 저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곤 했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갈등은 더 심해지고… 하지만 관점을 바꾸니 모든 것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갈등의 시간을 오래 보냈다”는 박 대표가 그 관점을 바꾼 시점은 “개발자로서의 뜻을 접고 사표를 던졌을 때”였다. “내로라하는 천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불필요하게 느껴졌다”는 그는 “완전 그로기 상태”였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직’은 아예 생각이 없었고 ‘독립’이 절실했던 시기였죠. 이직도, MBA를 가는 것도 ‘독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임져야 할 가족, 상환기간이 수십년은 남은 주택론까지 짊어진 제가 할 수 있는 건 독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었죠.”

그렇게 입사 6년만에 그는 아마존을 목표가 아닌 ‘독립으로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마존은 진정한 독립을 위한 경영수업장으로 변모했다.

“회사 조직도를 놓고 해보고 싶은 일을 골랐어요. 재밌고 스트레스 안받을만한 일들을 골라 했죠. 개발자가 가장 중요한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개발자로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도 길이 있구나 싶었어요. 특히 아마존의 모든 고객 데이터를 재료로 하는 경영분석일은 정말 재밌었어요. 경영 전반 데이터를 누구보다 많이 연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도식화해 대시보드 형태로 보고하면서 정보의 시각화를 배웠죠. 제가 아마존에서 못해본 건 딱 하나, 라인을 타고 조기승진을 거듭하는 승승장구뿐이에요.”

◇꾸준히 성장하는 아마존, 그 핵심은 ‘실패’와 ‘고객 중심’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베조스 회장은 늘 말해요. 혁신 혹은 발명은 실패와 따로 생각할 수 없다고. 실패가 없는 혁신은 혁신이 아닌, ‘이미 될 줄 알았던 사업’일 뿐이라고.”

아마존 프레시, 파이어폰 등 아마존에도 실패를 거듭했던 사업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아마존이 기꺼이 실패할 수 있었던 건 ‘전자상거래’라는 탄탄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995~2000년 급속성장하던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스러지며 공동묘지를 이루던 닷컴버블 (dot-com bubble)에도 살아남은 아마존에 대해 박정준 대표는 “내가 몸담았던 12년 동안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성장폭은 단 한번도 꺾인 적이 없다”며 “계속 성장 중인, 미래가 더 기대되는 회사”라고 평했다.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아마존은 실패하기 좋은 회사라고들 해요.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가지고 장난을 치지는 않아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자상거래 사업은 끊임없이 최적화하고 고객 중심으로 편리하게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합니다. 실패하고 성장하고를 반복하죠. 어떤 타당한 제안에 아마존은 ‘실패할 수 있으니 하지마’가 아니라 실패해도 되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요. 그리곤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불이익을 주지지도 않죠.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돼요.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문제들이고 깨달음이잖아요.”

그리곤 “직원이 습관처럼 매주 10분짜리 똑같은 작업을 반복해야한다면 1시간을 투자해서 자동화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하는 방식”이라며 “그렇게 자동화, 프로그램화, 단순화하는데도 신기하게 일이 줄어든 적이 없다. 12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이미 드론이나 로봇 물류시스템 등 다음세대 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 리서치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아마존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느냐’예요. 한국어 아마존사이트는 없지만 전자상거래 뒷단에 장착하는 AWS(Amazon Web Services) 본사가 이미 1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아마존만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한국 온라인마켓 뒤에서 돌아가고 있죠.”

“진출의 방식이나 마인드가 다를 뿐”이라는 그가 전하는 아마존 성장의 또 다른 핵심은 ‘고객 중심’ 마인드다. 이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회장의 변치 않는 필승전략이다.

“굉장히 단순해요. 100년이 지난다 한들 고객이 갑자기 똑같은 물건을 비싸게 사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빠르게 받고 싶어하죠. ‘소비자가 찾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라는 창업자의 고객 중심 철학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은 굉장히 확고해요. 창업 초기 소비자 리뷰에 대한 말들이 많았어요. 비유를 하자면 카페 메뉴판에 ‘고객들이 이 차는 맛이 없답니다’라고 써붙이는 것과 똑같아요. 파이어폰은 2점도 못받을 정도로 대실패를 했어요. 하지만 베조스 회장은 그것이 고객들에겐 정보가 된다고 믿었어요. 고객 중심 철학으로 아마존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그 철학에 대한 믿음은 돌맹이처럼 단단해졌죠.”

◇창업주 조프 베조스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결국 자세와 행동력 같아요.”

고객 중심,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 끝없는 도전, 실패의 미학 등을 잘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성공전략이다. 조프 베조스는 그 성공전략을 실천함으로서 오늘의 아마존을 일궜다.

“베조스는 원래 물리학 전공이었어요. 프리스턴대학교 물리학과를 다니던 중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는 문제를 하루 종일 연구하고 풀었데요. 그렇게 하루 종일 걸려 이해한 걸 기뻐하기도 잠시, 친구들은 한 시간만에 이미 이해를 했더라는 거죠. 베조스는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같아요. 어떻게 하면 사업을 키울까, 실패 최소화, 고객 중심 등 끝 없이 생각하고 몇수 앞을 고민하죠. 고민 끝에 확신이 들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요. 따로 이르거나 당부를 하지 않는데도 결과와 행동으로 증명을 하니 조직원들 모두가 자연스레 동화되죠.”

이어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 평가서를 돌리며 왜 필요한지를 피력해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한 그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는 그가 만났던 조프 베조스와 아마조니언들이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강하고 인간중심적이며 혁신적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베조스는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고 말해요. 그저 더 멋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 아무 것도 아니죠. 기술 등을 수단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걸 줘야 한다고 믿고 있죠. 그렇게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어 박 대표는 할머니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보곤 자신이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담배가 왜 해로운지를 얘기했던 베조스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 얘기를 듣던 할머니가 담배를 끄더니 엄청 우시더래요. 할머니가 왜 우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베조스에게 할아버지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하시더래요. 할머니가 담배를 피우는 그 심정이나 이유를 헤아리기 보다 자기 중심적으로 얘기했던 거죠. 이런 일화를 보면 베조스는 처음부터 따듯한 사람이라기 보다 문제를 파악하고 본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사람 같아요.”

◇영원히 미완성, 나로 선다는 것! 

박정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사진=강시열 작가)

“제 책 중에서 눈여겨보길 바라는 부분은 ‘프롤로그’예요. 왠지 저는 어떤 책이든 프롤로그를 안읽으면 책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느닷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간 불청객이 된 느낌이랄까요?”

그리곤 “제가 배운 것의 핵심은 시간 순으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의 습격, 초연결시대로 온전한 내 것이 없는 시대에 대해 그는 “무서워할 필요도, 막을 수도 없는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혁신은 반드시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시대는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그 혁신을 어떻게 활용해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낼까를 고민하면 수혜자가 될 거예요. 우리 모두가 혁신의 수혜가자 될 수 있어요.”

이렇게 강조한 박정준 대표는 “아마존에서 12년을 보내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건 따라 하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늘 강조하는 “나로 서는 것의 가치, 내가 제일 잘하는, 나밖에 할 수 없는 걸 해야겠다는 믿음”과 일맥상통한다.

“저를 둘러싼 요소들을 파다 보면 저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보여요. ‘나로 서는 것’은 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제가 5년 뒤 저는 아니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것들, 타고난 것들, 지난 경험으로 쌓인 것들 그리고 현재 저를 둘러싼 것들을 종합해서 다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나로 서가는 과정’ 같아요. 완성이 없죠. 그 사실을 아마존에서 배웠어요.”

이렇게 전한 박정준 대표는 “100명이 뛰는 방향으로 덩달아 뛰기보다 그 방향을 고려하되 저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을 찾는다”며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그는 ‘아마존 DNA, 개척정신’이라고 표현했다.

“높은 길로 가는 게 아니라 없던 길, 아무도 안간 길을 기꺼이 가고 싶어요.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형태일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저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예요. 두렵거나 게을러서 안하지는 않겠다는 마음이죠. 요즘은 정말 매일 매일 꿈꾸듯이 살고 있어요. 미래는 고용되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어요. 혼자서 가치를 생산하고 주변과 공유하는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고 인간의 본성과도 더 잘맞는다고 생각해요. 이는 모두 혁신 덕분이죠. 혁신으로 더 좋아질 세상이, 그로 인해 행복해질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기대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