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우치다 다쓰루 외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2-08 07:00 수정일 2020-05-29 11:19 발행일 2020-02-0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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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대표 저자인 우치다 다쓰루 세이카대 객원교수를 포함해 11명의 저자들은 대부분 일본 사회의 미래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고 관찰해 온 전문가들이다. 이 가운데는 도쿄대 명예교수인 강상중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본 인구의 감소 문제를 땜빵식으로 해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돌직구를 날린다. 위기에 무관심한 일본정부와 그것이 가져올 생활 전반의 격변과 위험을 안지하지 못하는 국민들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다. 책 제목은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지만, 사실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최악의 상황에 맞닥드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한다. 기본소득제도 도입 준비, 도시-지방 격차 완화 및 지역 활성화, 조혼과 혼외혼의 장려, 긴축 재정 탈피 등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지만 딱 부러지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같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기에 답답하다.

◇ 인구 감소 보다 더 위험한 일본의 ‘위기 불감증’

* 급감하는 일본 인구 - 21세기말 일본 총인구는 중위 추계 기준 6000만 명 이하로 추산된다. 향후 80년 동안 인구가 약 7000만명이나 줄어든다는 얘기다. 인구감소에 따른 시장축소로 현재 비즈니스 모델의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장당하거나 근본적 변화를 강요당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 일본의 위기 불감증와 패배주의 혐오 - 미국과 일본은 위기에 대한 사고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미국사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고, 그 사태에 대처하는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반면 일본은 정반대다. 일어날 확률이 낮은 파국적 사태에 대해선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일본의 전통이라고 저자들은 혹평한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대처법을 고안하는 태도 자체를 비관적 행동으로 분류한다. 그런 패배주의가 사기를 떨어트려 실패를 초래한다고 믿는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자체가 곧 ‘패배주의’이며, 이것이야 말로 패배를 불러 온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일본사회에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위험회피를 준비하는 습관이 없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 전쟁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 -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25명의 피고인 전원이 “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그들은 전쟁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재지변처럼 어디선가 발생해 찾아온 것’으로 받아들였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손잡고 국가를 재건하는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이른바 ‘부과된 종래의 관습’이며 존중받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누구 책임이냐”며 ‘천박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 일본 내 분위기다.

* 위기에 빠진 일본의 지력 - 일본의 생산성 정체는 한층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미래에 한 나라의 GDP를 결정하는 것은 노동인구와 노동시간보다 과학기술력을 비롯한 사람들의 지력(智力)인데, 일본의 지력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미래의 세계경제는 사람들의 두뇌 수준이 한 나라의 GDP와 기업의 수익을 결정하는 두뇌자본주의로 전환될 전망인데, 저출산 고령화보다 과학기술력 등 지력의 쇠퇴가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 일본 추가 노벨상 수상자 불가능? - 2016년 노벨생리학상 의학상 수상자인 도쿄공업대학 오스미 요시노 명예교수는 “20~30년 뒤에는 일본에서 더 이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비 감소로 과학기술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국립대학에 대한 운영비 교부금이 최근 10년 사이에 10% 이상 삭감되면서 기초연구 추진에 어려움 많다고 한다. 일본 논문 평수 감소세도 한 요인이다. 2016년 국가별 논문 편수 순위에서 일본은 6위까지 하락했다. 중국이 미국마져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두뇌자본주의 시대에 두뇌를 써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활동을 줄이고 무가치한 노동에 얽매어 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 후기고령화에 저출산 심각한 일본

* 일본의 후기고령화 인구 수 감소 - 일본에서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3대현은 아키타현과 시마네현, 고치현이다. 하지만 3곳의 75세 이상 인구 증가를 다 합쳐도 2만명으로 일본 전국의 1%에 불과하다. 시마네현의 경우 늘어나는 75세 이상의 인구수 보다 세상을 떠나는 75세 이상의 인구수가 많은 추세다. 고령화 비율이 아무리 높아도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 인구수가 감소하면 의료복지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고령자 비율이 낮아도 후기고령자 인구수가 늘면 의료복지 부담 증가한다.

* 일본의 고민 ‘도쿄 블랙홀’ - 인구가 급증한 도쿄도에서도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있다. 출생률이 현저하게 낮은 도쿄도(지방의 경우 삿포로시나 후쿠오카시)에 젊은이들이 집중될수록 그들이 남기는 다음 세대의 인구소도 줄어들어 결국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우려한다. 지방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 이민 통한 인구수 증대책도 ‘별무 효과’ - 대량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도 이미 어린이 절대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육아에 돈이 드는 출생률이 낮은 지역으로 이민 온 이민자는 그 곳의 선주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저출생이 진행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 점점 떨어지는 ‘차세대 재생력’ - 차세대 재생력은 25~39세를 신세대로, 0~4세를 유유아 세대로 산정한 후 신세대 300명에 대해 유유아 100명이 존재하는 지 여부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25~39세의 수를 3으로 나눠 0~4세의 수와 비교해 산출한다. 100:100이면 건전, 100: 70이나 50 등 후자의 수치가 작을수록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2015년 국제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체의 차세대 재생력은 68%다. 일본에서는 대략 신세대의 3분의 2 정도만 아이가 태어난다는 얘기다. 도쿄가 55%로 가장 낮고, 오키나와가 93%로 최고다. 대도시 중 가장 나쁜 것은 히로시마로 75%다.

* 차세대 재생력을 늘릴 비책은? - 차세대 재생력이 100%를 넘는 지자체, 즉 신세대 인구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태어나는 지역이 일본 전국에 오키나와현을 중심으로 40곳에 이른다. 이 수치가 90% 정도면 합계출산율 2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된다. 90%까지 기준을 내리면 110곳에 이른다고 한다. 그 상당수는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나 산간지역들이다. 차세대 재생력을 높이려면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 부담 경감 제도가 필요하다. 원하는 만큼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생활비가 저렵하고 서로 돕는 기풍이 남아있는 지방으로 아이를 원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젊은이들을 많이 보내는 것이 비책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 ‘만혼’이 결국 저출생 주요 원인 -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된 것이 저출생 원인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잘못된 논리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1980년~2010년 출생률 추이를 보면,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다.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20~24세, 25~30세 여성들이다. 이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 저출생의 주된 요인이라는 얘기다.

* 조혼이 어렵다면 혼외혼이라도 -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차선책이다. 하지만 혼외자녀 비율이 프랑스나 스웨덴은 50%가 넘지만 일본은 2.3%에 불과하다. 한국은 1.9%로 더 낮다. 선진국에선 법률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도 동등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신용을 부여받는다. 인권 확대와 생활권 보호가 저출생 해법의 열쇠인 셈이다.

◇ 인구 문제 따른 파생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

* 인구 증가 속 영양불량자도 속증 - 22세기까지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50년 97억 명, 2100년에는 112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30년 동안 22억명, 1년에 약 7000만명의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 눈에 띄게 증가하는 나라는 인도(3.2억) 나이지리아(2.2억) 콩고(1.2억) 파키스탄(1.1억) 에티오피아(9000만) 탄자니아(8000만) 미국(7000만) 인도네시아/우간다(6000만) 등이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8억 명, 즉 아홉 중 하나가 영양 불량상태다.

* ‘기본소득론’ 부상 - AI(인공지능)로 대체되는 일자리 감소가 큰 이슈다. 기술의 진화로 야기되는 일자리 감소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공전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에서는 벌써 ‘기본소득’의 도입이 심각하게 논의될 정도다. 누가 구매하는가의 문제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노동자들인데, 그 절반이 직업을 잃으면 제품 구매자가 격감할 수 밖에 없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하고, 노동자는 극빈자가 되어 굶어죽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여기에서 드디어 기본소득(basic income)이 현실성을 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 정부 긴축재정과 수명 단축의 연관성 - 긴축재정이란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를 통해 나라빚을 갚겠다는 정책이다. 예상치 못한 영국의 EU 탈퇴 배경에는 캐머런 전 총리와 오즈번 전 재무장관이 주도한 강압적인 긴축재정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서운 사실은 보수당이 긴축재정 정책을 시작한 2010년부터 영국의 평균수명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긴축재정으로 인한 국민건강 서비스 인원 삭감과 인프라 삭감과 분명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 유럽의 반 긴축주의 ‘DiEM25’ - Democracy in Europe Movement 2025의 약자. 2016년에 “유럽은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획득해야 한다”며 결성되었다. 유럽에 필요한 것은 ‘유러피언 뉴딜’이라고 주장한다. 유로화 가맹국들에게 재정균형이나 긴축재정 정책을 강조하는 EU의 방침과 기술관료 독재에 빠져 있는 EU의 상태에 대해 발본족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EU의 붕괴를 초래하는 것은 극우에게 놀아나는 어리석은 대중이 아니라, EU의 경제정책과 체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나기초 마을의 2.81 합계출산률 - 오카야마현의 나기초 마을은 인구 6000명 정도의 산속 마을이다. 이곳의 2014년 합계특수출생률이 일본에서는 경이로운 2.81였다. 2017년 속보치도 2.4였다. 인구 10만명의 이웃 쓰야마시에서 일하는 젊은 부부들이 나기초 마을로 이주해 아이를 많이 낳은 것이 주요인이었다. 이에 마을은 아이를 기르는 젋은 세대로 대상을 좁힌, 기능성과 디자인 좋은 공영주택을 개발 보급했다. ‘나기 차일드 홈’이라는 이름의 육아지원 시설에서는 매일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모여들어 정보교환과 상호부조한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것이다.

* 젊은 여성에게 인기없는 지자체는 망할 수 밖에 - 일본의 현재 상태는 ‘지방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결혼만 해준다면 아이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25세부터 35세 사이 세대가 이주해 오는 지 여부가 자치단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셈이다. 결국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없는 자치단체는 사라질 운명이라는 얘기다.

* 아이 보육원 보내고 극장갈 수 있는 사회 만들기 -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가다’라는 책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고 극장에 가도 뒤에서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이 밖에서 혼자 맥주를 먹어도 아무도 뭐라 않는 사회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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