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 조우성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2-19 08:43 수정일 2020-05-29 11:10 발행일 2020-02-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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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法 術 勢'에서 배우는 현대 리더십
리더

저자는 변호사다. 그는 특히 한비자의 가르침에 관해 많은 연구 노력을 한 듯하다. 그의 교훈을 들어 현대 조직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한다. 세작(스파이)의 편지를 보지도 않고 태워버린 조조, 아랫 사람을 무시했다가 임금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던 이야(夷射)이 사례 등을 통해 한비자 사상을 관통했던 ‘엄격함과 위엄, 그러나 인간적인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 기업의 CEO들이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 관해서도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 한비자의 법/ 술/ 세 - 한비자는 “살아남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면서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3가지 통치기구로 법(法)과 술(術), 세(勢)를 꼽았다.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원칙을 말한다. 술은 군주가 신하를 올바로 쓰면서 간신을 견제하기 위한 지혜인 통치술이다. 마지막으로 세는 군주가 가져야 할 권세 내지 권력으로, 다른 누구와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 세작의 편지를 불태운 조조 - 조조가 원소와의 싸움에서 이긴 후 부하들이 원소의 방에서 세작(스파이)의 편지를 발견환다. 발본색원해 도륙하자는 부하들이 거세게 주장했지만, 조조는 이를 보지도 않고 불태워 버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고 관용으로 포용함으로써 ‘사람’을 얻는 조조의 스타일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회사 이익을 따라 움직이기를 바라는 대신, 그들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상과 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의견이 적으면서 성과가 큰 신하를 벌하라 - 한비자는 목표를 초과해 높은 실적을 달성했더라도 목표 자체를 너무 쉽게 잡아 성과만 자랑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과달성에 더 큰 평가를 할 경우 안전하고 달성가능한 목표만 설정하게 된다고 경계한 것이다.

* 침묵이 꼭 긍정의사는 아니다 - 리더의 제안에 침묵하는 사람들 모두 찬성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리더는 침묵을 긍정으로 이해하고 싶겠지만, 침묵의 숨은 의미는 긍정 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의견을 물어 책임을 지게 하라”

* 미혹하는 부하를 경계하라 - 부하 중 자신을 미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갖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확인할 수 없는 말이나 보이지 않는 성과로 현혹하는 직원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 무조건적 권한 위임 안돼 - 군주의 권세는 군주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벌의 권한에서 나온다고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상과 발의 권한을 신하에게 주어 사용하게 하면 도리어 신하에세 통제당할 것이라 우려했다. 자신의 권한을 과도하게 휘두르는 군주의 해악 못지않게 권신들에 의해 힘없이 휘둘리고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군주의 해악 역시 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직원이 정말 원하는 것을 제 때 줘야 ‘진짜 상’ - CEO가 주고 싶은 것을 자신이 원하는 때 주려는 것은 감동과 효과가 없다. 직원들이 받고 싶은 것을 직원들이 원하는 때에 주어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상을 내릴 때는 시우(時雨, 때맞춰 내리는 고마운 비)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베풀어주어야 상으로서 의미 있다는 것이다.

* 제나라 문지기 복수와 이야(夷射) - 군주의 엄격함과 위엄을 강조하는 한비자도 아랫사람에게 무례하게 굴고 원한을 사는 짓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비자 <내저설 하 육미 內儲說 下 六微>편에 보면 제나라 문지기 얘기가 나온다. 임금의 주연에 참석했던 ‘이야’라는 신하가 회랑 문지방에 기대어 쉬고 있었는데,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린 문지기가 다가와 남은 술 좀 있으면 조금만 달라고 했다. 당연히 그는 멸시를 당했다. 이 문지기는 잠시 후 회랑 문지방 아래에 물을 부어 마치 누가 오줌을 싼 것처럼 꾸몄다. 왕이 누구의 짓이냐 문지기에게 추궁하니 그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제 저녁 이야 대감이 이곳에 서 계신 것은 보았다”고 답변한다. 왕은 궁전을 더렵혔다는 죄목으로 이야를 처형했다.

*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환상? - 따뜻하고 온화한 리더로서 조직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리더는 ‘로망’ 일까?. 그러나 한비자는 그런 바람이야 말로 꿈에 불과하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일갈한다.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보니 과오를 범한 자도 처단하지 못하고, 시혜를 즐기다 보니 공이 없어도 상을 베풀게 된다. 잘못해도 별하지 않고 공이 없어도 상을 받는다면 그런 나라는 멸망해 마땅하다.”

* 상/중/하급 군주의 용인술 - 하급의 군주는 자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모두 사용하며,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 허정(虛靜)과 무위(無爲) - 한비자는 군주의 덕목으로 ‘마음을 비우고 고요해지는 것(虛靜)과 하지 않음(無爲)를 강조했다. 군주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조용히 기다림으로써 신하들로 하여금 스스로 함께 일을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경청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 공감적 경청을 방해하는 4가지 요인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경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과 공감하는 ’공감적 경청‘이라 강조한다. 이를 방해하는 4가지 요인으로 판단하며 듣는 습관(듣자마자 ’그건 아니지‘ 말을 자름), 탐사하며 듣는 오류(그거 맞아? 확인 또 확인), 충고하며 듣는 오류(사회란 다 그런거야..), 해석하면서 듣는 오류(그러니 그 모양이지..)라고 말한다.

* 상대 ’입장‘보다 ’욕구‘ 파악부터 - 협상을 하려면 입장(position)과 욕구(interest)를 구분해야 한다. 하버드 협상론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테마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매몰되지 말고 그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라는 것이다.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 검도의 견(見)과 관(觀) - 검도 수련할 때 수련생들에게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見하지 말고 觀하라‘ 하수는 상대방의 발을 보는 반면, 고수들은 상대방 전체를 꿰뚫고 파악한다는 것이다.

* 데일 카네기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비결이란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것, 이것이 비결이다.”

* 나라 밖 인재만 찾아선 안돼 - 한비자는 <망징>편에서 나라의 멸망을 초래하는 다양한 징조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라 안의 인재를 쓰는 대신 나라 밖의 사람을 구하고, 오랫동안 조직에 충성했던 이들보다 외부의 인재에게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할 때라고 지적한다.

* 킹핀(kingpin) -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맨 앞의 1번 핀이 아니라 세번째 줄 가운데에 있는 5번 핀을 쓰러트려야 한다. 이 5번을 킹 핀이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 혹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사안을 가리키기도 한다.

* 권한은 위임하되 비본질적 권한만 - 한비자는 권한과 책임을 나눠줄 때 군주의 본질적인 권한 만큼만은 분산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본질적 권한을 위임이나 분권이라는 미명 아래 허투루 밖으로 내돌려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 은나라 주왕의 ‘상아젓가락’ - 한비자 유로(喩老)편에서 주왕(紂王)이 상아로 잣가락을 만드는 것을 본 주왕의 숙부 기자(箕子)가 천하의 화근을 우려했다는 일화다. 상아 젓가락으로 먹게 되면 반드시 올그룻을 써야 할 것이고, 모우(털이 긴 희귀한 소)나 코끼리 고기 등을 원할 것이고, 반드시 값진 비단옷을 걸치기 원할 것이고, 결국 고대광실에서 먹고자 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은나라는 이 때문에 멸망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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