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2-27 11:01 수정일 2020-05-29 11:06 발행일 2020-02-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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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어긋난 진실'들을 팩트 체크하다
팩트풀니스

< 총평 >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내가 질문한 모든 집단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없는 곳으로, 한 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겼다.” 생각보다 세상은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그가 강조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13가지 선입견을 팩트를 중심으로 점검하고 올바른 답을 제시하려 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좀 되었지만, 최근 시내의 한 대형 서점에서 특별 코너까지 만들어 판매할 만큼, 오히려 더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만큼 내용의 참신함과 정확성이 눈길을 가게 만든다.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팩트 1 -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 비율은 얼마나 될까? 별로 높지 않을 것 같지만 60%가 답이다. 세계 인구의 다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 지역에 살까? 답은 중간소득국가다. 지난 20년간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다지 많을 것 같지 않지만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70세, 정확히는 72세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5세 미만 아동은 20억 명이다. 그럼 2100년에 이 수치는? 정답은 ‘그대로’이다. 2100년에 세계인구는 40억 명 증가가 전망된다. 어떤 계층이 증가할까? 답은 성인인구(15~74세)다.

* 팩트 2 - 지난 10년간 연간 자연재해 사망자 수 증감은 어떨까? 믿기 어렵겠지만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한다. 현재 세계 인구는 어디에 가장 많을까? 아시아가 40억 명,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유럽이 각각 10억 명 씩이다. 전 세계 1세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 받은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무려 80%다. 전 세계 30세 남성이 평균 10년간 학교 다녔다면 여성은 어느 정도일까? 정답은 9년으로 별 차이가 없다. 호랑이와 대왕판다, 검은코뿔소가 1996년에 모두 멸종위기종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이 중에 누가 오늘날 더 위급한 단계의 멸종위기종일까? 답은 ‘없다’이다.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무려 80%다. 앞으로 100년 동안 평균기온은 어떻게 될까? 이것은 조금 예상이 가능하지만 ‘더 더워질 것’이 정답이다.

* 더 이상 ‘가난한 개도국’은 없다 - 오늘날 75%에 이르는 대다수 사람이 중간소득 국가에 거주한다. 저소득 국가의 삶을 실제보다 훨신 안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오해를 갖게 한다. 세계은행도 마침내 개도국과 선진국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앞으로는 세계를 네 단계 소득 집단으로 나누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들은 대부분 그대로 쓰고 있다.

* 네 단계 국가론 - 세계은행 분류의 분류 기준이다. 소득 1단계 국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우간다 네팔 북한 예맨 등이다. 2단계 국가는 잠비아 카메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케냐 방글라데시 베트남 모로코 필리핀 수단 등. 3단계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쿠바 몽골 이란 태국 베네수엘라 칠레 등이다. 4단계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터키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다.

* 기대수명 최고&부자 나라 싱가포르 - 최고 수준 기대수명과 최고 부를 가진 나라는 싱가포르와 스위스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카타르 등이다.

* 세계 극빈층 격감 -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전 세계에서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1997년에는 인도와 중국 총인구의 42%가 극빈층이었다. 2017년에는 인도가 12%까지 떨어져 무려 2억7000만명 줄었고, 중국은 0.7%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 오늘 날 전 세계 기대수명은 72세 - 2017년 현재다. 1950년 이후 평균 기대수명 급속히 상승했다. 오늘날 아프리카 신생아의 평균 수명도 65세다. 세계 평균인 72세보다 높은 아프리카 나라도 5개국에 이른다.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이집트 등이다. 서유럽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2세에 이른다.

* 중국 대기근에 1960년대 세계 기대수명 격감 -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잠시 세계 평균 기대수명이 재차 격감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중국에서 1500만~4000만명이 굶어죽는 대기근 발생한 탓이다.

* 범죄가 줄어드는데도 늘어난다고 오판 - 미국에서는 1990년 이후로 범죄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1990년 1450만 건을 약간 밑돌다 2016년에는 950만 건에 못 미쳤다. 그런데도 뉴스는 항상 일어나는 나쁜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부정 본능을 자극했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 인구 증가의 중심은 ‘성인 인구’ - 유엔은 2100년까지 세계 인구가 40억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15세 미만의 아동 인구나 7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늘지 않고, 그 중간의 성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추정했다. 출생률이 이미 정체된 상황에서 이는 현재 어린이가 성인으로 크는 것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인구 성장을 멈추려면 - 인구 성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게 증명된 방법은 국빈층을 없애고 교육과 피임을 비롯해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삶이 나아진 부모는 자녀를 더 적게 낳는 쪽을 선택해 왔다.

*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넷은 무엇? - 뱀과 거미, 높은 곳, 그리고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이라고 한다.

* 방사능보다 ‘방사능 공포’가 더 위협적 - 2011년 동일본 지진 때 일본 본토가 약 2.5미터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 때 발생한 쓰나미로 약 1만 8000명이 숨지고, 탈출 과정 혹은 탈출 후에 사망자가 1600명에 달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 보다는 방사능 공포였다. 대중은 화학물질 오염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거의 과대망상 수준에 이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화학물질 공포증’이다.

* 테러 사망자 급증 - 세계 테러 데이터베이스라는 사이트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15만 9000명에 이른다. 그 전 10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 ‘탈문명’으로 아동 생존율 증가 - 세계적으로 아동 생존율 증가의 절반은 엄마들의 탈문명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아예 병이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1, 2단계 나라에서 보건 의료 발전에 투자하려면 초등학교, 간호 교육, 예방접종 에 투자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학병원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애기다.

* 부자나라임에도 기대수명 짧은 나라들 - 페르시아만 연안의 부유한 국가인 오만과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다. 미국은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약 9400 달러로, 다른 4단계 자본주의 국가의 약 3600달러보다 2배가 넘지만 다른 나라들 보다 기대수명이 3년 짧다. 미국보다 기대수명 높은 나라는 39개국에 이른다.

* 항공료보다 비싼 난민 고무보트 비용 - 2015년 난민 4000명이 탄 고무보트가 지중해에서 뒤집어져 탑승자들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난민이 탈 소형 고무보트 한 자리를 얻으려면 1000유로를 지불해야 했다. 이는 터키~스웨덴 항공권 가격인 50유로 보다 비싼 것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불법 이민에 대처하는 규정을 정한 2001 유럽 이사회 지침 때문이었다.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을 유럽에 들여보내는 모든 항공사와 선박회사는 그 사람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비용 전부를 지불해야 하도록 규정했다.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유럽 난민의 배는 무조건 압수되므로 배를 한번 밖에 못쓰는 것도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던 한 원인이었다.

* 대기 오염은 50년 이어온 선진국 ‘원죄’ - 오늘 날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현재 4단계 삶을 사는 나라들이 지난 50년간 배출한 것이다.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보다 2배 많고 인도보다 8배 많다.

* 중국 한 자녀 정책은 마오저뚱 탓이 아니다? -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6명에서 3명으로 급감한 것은 한 자녀 정책 나오기 10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한 자녀 정책은 마오저뚱이 죽은 뒤 도입된, 마오저뚱과는 무관한 정책이란 얘기다.

* 기후 난민은 오해? - 많은 활동가들이 습관적으로 모든 문제를 기후 탓으로 돌리면서 기후를 다른 모든 세계 문제의 단일한 원인으로 꼽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이주의 관계는 대단히 미약하며 사실상 고의적 과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할 세계적 위험 5가지 - 저자는 전 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금융 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그리고 극도의 빈곤이라고 말한다.

* 극빈층 아직도 8억명 - 그 어느 때 보다 줄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8억명이 극빈층이다. 해결책은 평화, 학교 교육, 보편적 기초의료서비스, 전기, 깨끗한 물, 화장실, 피임, 그리고 시장의 힘을 가동할 소액 대출 등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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