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과거부터 현재까지, 케이팝의 역사와 고민 이 책 한권에 있소이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2-05 07:00 수정일 2020-02-05 07:00 발행일 2020-02-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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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케이팝 흐름 짚은 '갈등하는 케이,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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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세계적인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무대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어벤저스’로 꼽히는 그룹 슈퍼엠을 론칭하고 빌보드 공략에 나섰다. 그룹 빅뱅은 군 제대 후 첫 무대로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을 택했고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는 보이그룹의 전유물이던 일본 돔 무대를 거침없이 매진시켰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일부 멤버가 사생활 문제로 탈퇴하자 해외 팬들은 소속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제 ‘케이팝’은 더 이상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본과 중화권을 무대로 조심스레 영역을 넓혀갔지만 이제는 북미대륙과 유럽도 거침없이 공략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데뷔한 케이팝 그룹들에게 월드투어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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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케이, 팝’| 이규탁 지음 | 스리체어스 | 1만 2000원 |사진제공=스리체어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도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간 ‘갈등하는 케이, 팝’은 ‘케이팝’의 역사와 현 시점의 고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책은 ‘케이팝’이라는 단어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국내 대중음악계 공존하는 수많은 장르 중 ‘케이팝’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 장르는 무엇일까. ‘케이팝’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어디서 출발했을까. 

저자에 따르면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 해외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사용되기 시작해 2007~2008년 무렵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2000년대 초반은 H.O.T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을 무렵이고 2007~2008년은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태동하던 시기다. 즉 ‘케이팝’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정의된 장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저자는 ‘케이팝=한국대중음악’은 아니라고 정의한다. ‘케이팝’ 장르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 ‘한국 정서에 잘 맞는 멜로디라인과 독특한 창법’ ‘한국어 가사’ ‘군무’ ‘비주얼’ ‘동아시아계 멤버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화, 현지화 전략으로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지만 주로 동아시아계 멤버를 선정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트와이스의 모모, 사나는 일본인이고 쯔위는 대만 국적이다. 갓세븐의 잭슨, 뱀뱀, 블랙핑크 리사는 각각 홍콩과 태국 출신이고 슈퍼주니어M 출신 헨리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동아시아계 멤버 구성의 중요성은 지난 2012년 미국 단역배우 채드 퓨처의 케이팝 가수 데뷔 해프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케이팝’에 매료됐던 채드 퓨처는 자신의 음악을 ‘에이케이팝’ (아메리카 스타일 케이팝)이라고 정의했지만 해외 케이팝 팬들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비 아시아계 가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케이팝’의 ‘케이’는 한국적 요건을 갖춘 특수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케이팝’의 한국적 특수성이 문화적 보편성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방탄소년단의 국내 팬들은 국내 팬덤과 해외 팬덤의 동등한 대우에 불만을 제기한다. 케이팝 스타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해외 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고 해외 시장만 노려서는 주요 케이팝 그룹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갈등하는 케이, 팝’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케이팝’ 앞에 놓인 숙제를 함축적으로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이러한 갈등은 되풀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케이팝’이 ‘글로벌팝’처럼 보편적일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한국적 특성을 갖춘 고유의 문화로 세계 대중음악으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인 이규탁 교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케이팝 및 대중음악 연구자다. 흔히 대학 교수가 집필한 책이라고 하면 현학적이고 어려운 논문을 연상하지만 이 책은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케이팝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중음악과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