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영화를 보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01-29 07:00 수정일 2020-01-29 07:00 발행일 2020-01-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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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남산의 부장들' 각각 세계적인 화제성과 예매율 고공행진
불멸의 존재 '드라큘라',출간 120년 넘어서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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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클래식 명작과 실화에 기초한 소설을 바탕으로 꾸린 영화가 개봉하는가 하면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시즌2를 예고했을 정도로  골라보는 재미가 충만하다.  무려 8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은 아씨들’은 이미 전세계 흥행 수익 1억 5000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1970년대 실세를 누리며 18년 독재를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20대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며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거론될 정도다. ‘셜록’ 제작진이 탄생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3부작이라는 다소 짧은 에피소드에도 드라큘라의 새로운 진화를 선보인다. 그렇게 남다른 재미에 빠져 있다 보면 문득 원작이 궁금해져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 소녀에서 여성으로 ‘작은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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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작은 아씨들’이 다시 한번 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자전적 소설로 궁핍한 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소녀들의 사연이 각 페이지마다 교차된다. 아름답고 차분한 메그, 활달한 문학소녀 조, 헌신적이고 착한 베스, 멋쟁이 막내 에이미는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들의 이야기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연극, 만화로 변주됐다.

원작자인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알코트는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결혼도 단념하고 일찍부터 집안살림을 도우며 가계를 꾸려 나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때는 배우를 꿈꿨으나 문학적 재능을 살려 잡지나 신문에 글을 기고하던 중 1863년 발표한 ‘병원 스케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전쟁 당시 후방인 뉴잉글랜드의 가정을 묘사한 ‘작은 아씨들’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극중 활달한 성격의 둘째 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에도 30여편의 작품을 쓰며 활발한 작가 활동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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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소니픽쳐스코리아)
2020년 영화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장녀 메그를, 둘째 조는 그레타 거윅 감독과 ‘레이디 버드’로 호흡을 맞췄던 시얼샤 노런이 연기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역할은 엘리자 스캔런이 맡아 장편 영화에 전격 데뷔한다. 박찬욱과의 ‘리틀 드러머 걸’ 작업으로 국내 인지도가 높은 플로렌스 퓨는 막내 에이미로 분하며 특유의 당당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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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쇼박스)

52만 부가 판매된 전 동아일보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극 중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의 고뇌와 당시의 한국 사회를 집중 조명한다. 원작은 880쪽에 달하지만 영화는 10.26 사건이 벌어지기 전 40일간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8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중심으로 4대 중앙정보부장 김형욱과 차지철 경호실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1979년 김재규가 총을 쏘지 않았다면 서울시에서 탱크로 피바다를 이루었을지 모른다. 10.26은 그런 유혈사태를 막은 의미가 크다. 민주화의 단계가 다량의 피를 흘리고 내전에 가까운 것을 거치느냐, 아니면 유혈이지만 대통령과 경호원의 죽음으로 오냐는 의미에서 김재규는 평가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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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전두환 역할을 맡은 배우 서현우. 경호실장 역할의 이희준과 쌍벽을 이루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진제공=쇼박스)
저자는 1978년 동아일보에 입사했을 때 편집국 소파에 중앙정보부 파견관이 앉아 보도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며 중앙정보부 출신의 국회의원들 30여명을 알게됐다. 국가기밀 준수 의미에서 자유로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모아 왔다. 이후 취재원만 3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이야기가 깊어지자 한국 중앙정보부(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사를 연재하기로 결심했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1997년 군대를 다녀와서 우연찮게 원작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영화학도를 꿈꾸던 시기였기에 2016년 초 원작자에게 연락해 영화 판권이 팔리지 않았다면 제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부터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 불멸의 호러 캐릭터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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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백작역은 ‘더 스퀘어’로 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클라에스 방이 맡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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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브람 스토커가 쓴 ‘드라큘라’는 19세기 후반 범죄나 악령에 대한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던 시대에 탄생했다. 고딕 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은 중세 고딕풍 폐허가 된 고성을 배경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해 기괴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포소설 작법에 유독 충실하다. 1897년 발행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고딕 호러라는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변호사다. 런던에 저택을 매입하려는 드라큘라 백작의 의뢰를 받고 상담을 위해 트란실바니아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수백년간 살아온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고 탈출을 시도한다. 소설을 이루는 프레임은 드라큘라 백작으로 대변되는 과거, 미신, 이교도,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대이자 과학, 기독교의 대립이다. 무엇보다 드라큘라 캐릭터 자체가 지닌 정체성, 정상과 비정상, 성과 욕망 등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파고든다. 거기서 비롯되는 회피할 수 없는 독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불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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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이미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로 장르가 확대됐지만 가장 최근작은 영국 BBC One과 넷플릭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드라큘라 시리즈’다. ‘셜록’의 각본과 제작을 맡은 마크 게티스와 스티븐 모팻이 드라큘라 시리즈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기원 이야기부터 현재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드라큘라를 보여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