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변종의 늑대> 김영록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2-05 07:00 수정일 2020-05-29 11:19 발행일 2020-02-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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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과 '야성의 스타트업, 그리고 더 중요한 '생태계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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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촉’과 ‘야성’으로 기업 생태계를 파괴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액셀러레이터 재단법인인 ‘넥스트챌린지’을 설립한 스타트업의 권위자다. 한국 고유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인 스타트업 멘토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는 ‘표준’보다 ‘변종’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스타트업 강국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스타트업은 어떻게 야성을 가지고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준다. 나아가 ‘벤처강국’에 이어 ‘스타트업 강국’으로 우리나라가 거듭나려면 정부와 지자체, 대기업은 어떤 노력과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말로만 스타트업 지원을 부르짖지 말고, 실천이 따라가는 지원책의 중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묵직하다.

◇ ‘변종의 늑대’ 스타트업

* 늑대의 본성 - 늑대는 흔히 집단생활을 하는데 단결력이 어느 동물 못지 않다. 사냥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집요함도 있다. 누군가 자신을 위협하면 더 사납게 대응하는 근성까지 갖췄다. 현장에서 본 스타트업은 이런 늑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한번 실패해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근성이 최고의 강점이다.

* 이제는 스타트업자본주의 시대 - 초창기에는 자본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산업자본주의가 성행했다. 그 후에는 국가의 개입이 중요해진 수정자본주의로 변모했고, 20세기 초에는 금융이 중심이 되는 금융 자본주의가 확립됐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곧 자본의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 자본주의 시대다. 스타트업 자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미네르바 스쿨’ - 대학이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고 진단한 일부 경제인과 지식인들이 모여 만든 대학이다. 캠퍼스가 없는 대신 전 세계 혁신기업을 교육의 장으로 삼는다. 하버드 합격률이 4.6%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1.9%에 달한다. 수업은 온라인이 전부고, 대부분 토론으로 진행된다. 예술 인문 경영 컴퓨터과학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이 주요 전공과목이다. 미국 벤처투자자 벤 존슨이 세웠다.

* 변종의 늑대 ‘판교족’ - 20대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단어 중 하나가 공시족이다. 대략 4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취준생 3명 중 1명꼴이다. 반면 판교족은 공시족과 자기 주도성 측면에서 가장 대비된다.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열정이 충만하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개성,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복에 대한 자기 주도성, 빠른 속도와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능력 등이 대표적 기질이다.

* 벤처기업과 다른 스타트업 - 스타트업은 벤처기업과 달리 기존의 투자나 정부 인증과 완전히 무관하다. 설립된 지 얼마 안되었으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신생기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지 않은 기업을 의미한다. 투자를 받아 다소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가진 벤처기업과 달리 좀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규모가 더 작고 더 신생이며, 더 작은 초기자본 기업들이다.

* 스타트업의 새로운 딜레마 - 스타트업들은 열심히 개발한 기술이 결국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택시기사에게 카카오와 타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이해할 수 없는 딜레마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스타트업이 같이 성장할 대안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이다.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어떻게 사회가 변하고 문제는 무엇인지, 그 때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안전하게 지킬 것인지 국가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높은 혁신성-낮은 실업률 3박자가 어우러진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는 것이다. 저자는 “파괴적 기술이 야기하는 부작용에 대해 대안도 정부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스타트 업만 독려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 스타트업 카르텔이 핵심

* 스타트업 카르텔 - 지금은 돈 보다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와 열정이 훨씬 중요한 시대다. 최근 창업이 과거와 다른 점은, 이제 홀로 외롭게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가볍게 시작해 보고, 하면서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나가고,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하며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일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동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개인의 친분보다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팀 플레이’가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IT가 새롭게 깔아놓은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들의 초연결성은 독특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글로벌 사업까지 염두에 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 대기업과 스타트업 M&A - 최근 대기업과 인공지능/로봇 스타트업 간 결합이 확산세다. K-뷰티의 상징이었던 비비크림을 미국에 알려 화제가 되었던 해브앤비가 ‘치료과학’이라는 의미를 담아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개발한 화장품 회사를 에스티로더가 1조원대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기업 역사상 최고액인 4조원을 들여 묶음 할인, 입점 수수료 할인 전략으로 급성장한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항해 픽사 마블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 쟁쟁한 제작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다.

* M&A 대신 기술협력 상생 모델도 -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 ADAS 세계 최고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의 주행 환경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시스템에서 독보적이다. 현재 BMW와 협력해 자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코드42라는 자율차 기술 보유기업에 150억을 투자했고, 현대차는 의료정보 분석기업 엠디고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위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벤처 캐피탈 만들어 지분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스타트업 개발자 구인난 -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고 한다. 현재 중급 및 고급 개발자 미충원율이 16% 수준이다. 2022년에는 77%까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만큼 스타트업 기피현상이 심하다.

◇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우자

* 프랑스 혁신안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 프랑스의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정 슬로건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대학생 2명 중 1명이 창업자다. 유럽에서도 두번째로 큰 시장 규모를 갖춰 유럽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도시 4위다. 프로그램 개발자 수도 압도적이다. 18만 1659명으로 런던의 30만3594명에 이어 2위다. 유럽 내 벤처 캐피탈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18년 창업 기업이 69만1000개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카 셰어링 업체 블라블라카 등 유럽 유니콘 57개 중 4곳이 프랑스 회사다.

* 프랑스 ‘디지털 공화국법’ - 2017년부터 발효됐다. 특정 소비자가 속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망 중립성을 유지토록 하고, 통신료를 내지 않아도 즉시 네트워크를 해제할 수 없도록 접속유지 조항을 담았다. 또 모든 공공 데이터를 완전개방토록 했다. 누구에게나 온라인에 접속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데이터를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프랑스 스타트업의 대부 ‘자비에 니엘’ - 프랑스 정보통신 업체 프리의 CEO다. 2013년에 강사와 교과서, 학비가 없는 파격적인 IT 기술학교 ‘에꼴42’를 설립했다. 2010년에 벤처 투자사인 키마 벤처스를 설립해 프랑스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매년 전 세계 50국에서 100개 스타트업 선정해 투자한다. 그 동안 들인 사비만 4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축구장 5개 면적의 1만평 공간에 20개 엑셀러레이터와 1000개 스타트업이 입주한 스테이션F 구축에도 앞장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해 왔다.

* 공시족을 줄인 프랑스인들의 지혜 - 한 때 프랑스도 우리처럼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 매우 높았다. 25가지 혜택에 옷 신발 자전거 등 구입 보조금도 지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창업 부문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게 되면서 공무원 취업에 대한 인기가 뚝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교훈이다.

◇ 인도 인도네시아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 인도판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미국이 177개, 중국이 94개, 영국이 19개, 인도가 17개다. 벵갈루루 부흥의 원동력은 영어 소통이 가능한 엄청나게 값싼 인력들이 많은데다, 미국 서부와의 시차가 12시간 정도로 협업의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크다. 인도 우주연구원, 인도과학원 등이 근처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우수인력 유입이 가능했다. 현재 이곳에 1300개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 모디 총리의 스타트업 육성책 - 2019년 재선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스타트업 인디아’ 정책이 효과를 보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력의 30%, 미국 NASA 과학자의 36%가 인도인이다. 모디 총리는 1조6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창업 육성에 나섰다. 인도 4만여 스타트업 중 40%에 달하는 1만5000곳이 모디 총리의 본격적인 창업 육성 정책 이후 탄생했다. 외국인 투자한도를 100%까지 늘리고, 스타트업에는 3년간 양도세 면제는 물론 특허출원비용 을 80%까지 내려주었다.

* 인도네시아의 창업 열기 - 조국의 암울한 현실을 걱정했던 인도네시아 재계 5위 찌푸트라 그룹은 2006년 재단을 세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하는 최초의 창업 전문대학을 설립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기업가정신 과목을 듣도록 했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아세안 6개국 가운데 기업가정신이 가장 높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인니가 35.5%로 1위, 태국이 31.9%로 2위, 베트남이 25.7%로 3위다. 사회 전체가 창업가를 존경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유럽의 스타트업 성공 신화 비결은…

* 폐허에서 피어난 최고의 창업국가 핀란드 - 역설적으로 핀란드 스타트업의 성공은 ‘노키아’의 폐허에서 피어났다. 핀란드는 지금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부 매각 시점 전후로 퇴직자들에게 브릿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유예기간을 두고 임금을 지급하면서 재취업이나 창업을 도왔다. 창업자에게는 3000만원 가량의 투자금도 지원했다. 이렇게 탄생한 스타트업이 무려 1000개에 이른다. 앵그리 버드, 클랜시 오브 클랜 같은 게임 역시 이 지원을 받았다. 정부는 ‘팀 핀란드’를 위해 핀란드 여러 공공기관 중 스타트업과 관련된 기관만 골라 네트워크로 엮었다. 법인세도 20% 가량 낮추고 사람 살지 않는 지역에 자율주행차 테스트 시설 구축 등도 힘썼다.

* 어벤저스 교육기관 ‘알토 대학’ - 대부분 학과 과제를 창업에 초점을 맞췄다. 창업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나 경영, 디자인 영역에서 융합교육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헬싱키 소재 명문대인 공과대학, 경제대학, 미술 디자인대학을 합쳤다. 핀란드 스타트업 절반이 넘는 100곳이 대학 출신이다. 캠퍼스 인근에 공유 오피스를 마련해 창업 졸업생들에게 무료 대여해 준다. 매년 10월13일에는 실패의 중요성을 새기도록 ‘실패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슬러시라는 행사도 주목을 끈다. 매년 11월에 스타트업과 투자자, 기업관계자들이 모여 토론과 아이디어 경연을 한다. 유럽 최대 창업 축제로, 2008년 5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2만명에 이른다.

* 정부 주도로 디지털 대국 일으킨 에스토니아 -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유럽 최대 창업국가다. 발트해의 빈국에서 매년 2000개 스타트업 포함해 1만개 넘는 창업 기업을 배출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영토가 없어진다고 해도 데이터가 있으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만들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 자국 내 룩셈부르크 대사관에도 분산해 보관할 정도다. “국민의 데이터가 곧 국가”라는 모토다.

* 에스토니아 성공 비결 - 첫째, 정부 혁신 전략이 주효했다. 전자 영주권 도입으로 누구든 에스토니아 영주권 얻을 수 있게 하고 온라인 창업을 지원했다. 2019년 기준 전세계 167개국에서 4만9000명이 시민권을 취득했다. 외국인이 설립한 회사가 500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전자영주권 발급 순위가 13위로 총 1262명이 취득했다. 둘째, 법인세율 0%다. 회사에 재투자하거나 은행에 넣어두면 창업자는 한 푼도 세금을 안내도 된다. 이익 배당 때만 20% 부과한다. 셋째, 디지털 교육이다. 20여년 전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실시했다. 덕분에 세계 1위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 세계 최대 국제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 세계 최초 식료픔 배달 로봇 제작기업 ‘스타십테크놀로지’가 탄생했다.

* 스위스의 사회안전망 - 정부가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방치하거나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패러다임에 저항하기 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위스는 강력한 스타트업 지원과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직업교육을 시켜 실업률을 낮추었다. 복지제도도 강화해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 주었다. 덕분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 무려 8년 동안 세계 1위를 고수 중이다. 매년 4만개 신생기업이 창업하는데 그 중 82%가 스타트업이다. 창업 5년 이내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가젤 기업’이 400여개 이른다고 한다.

◇ 실리콘비치로 이동하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

* 미국 스타트업의 중심지 캘리포니아와 뉴욕 - 세계 톱 15 액셀러레이터 중 6곳이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다. 1위 기업인 Y콤비네이터는 16개 유니콘을 키워냈다. 이들의 기업가치를 다 합치면 80조 원을 상회한다. 캘리포니아에는 실리콘밸리와 실리콘비치가 있고 뉴욕에는 실리콘앨리가 있다.

* 뉴욕시장 블룸버그가 키운 ‘실리콘 앨리’ - 텀블러, 허핑턴포스트, 킥스티터, 비스니스인사이더 등이 뉴욕에 위치해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도 별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의 디지털 시티 육성 전략에 따라 10년간 세금 면제 등 파역 육성책을 펼쳐 효과를 보았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위워크가 들어오면서 최적의 환경이 완성되었다. 세계적 금융중심지 뉴욕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 ‘실리콘밸리’ 말고 ‘실리콘비치’ - 초기 스타트업들이 비싼 실리콘밸리 떠나 로스엔젤레스의 실리콘비치로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등 무려 20여개 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다. 자체적으로 매우 큰 소비시장 형성도 한 몫했다. 창업지원 정부기관인 ‘LA 클린 테크 인큐베이터’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대기업인 모바일 메신저 회사로 기업가치 33조원의 스냅쳇이 있다. 면도날 정기배송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딜리셰이브클럽, 리그오브레전드 개발 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 온라인 자동차 매매사이트 트루카 등도 이곳에서 컸다.

◇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 “10년 이 악물면 90%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 - 스타트업 카르텔이 만들어 지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일단 우수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돈 한 푼 없이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와 엑셀러레이터가 초기 자금을 지원한다. 3년 동안 최소 1억에서 최대 5억까지 지원 가능하다. 저자는 “최소 10년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만 있다면 90%는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 변종의 늑대 성공법칙 ‘은둔근’ -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좌우명이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야 하고, 고의적으로 주변에 신경을 끄는 등 다소 우둔해야 하며, 근면 성실하게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교훈이다. 우둔함과 끈기, 그리고 운이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던 다이나믹 보안기술로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6년 우리은행 보안 시스템 해킹을 막아낸 ㈜에버스핀, 눈물을 머금고 고시를 포기하고 모바일 식권 서비스 ‘식권대장’으로 성공신화를 쓴 ㈜벤디스, 휴대가 가능해 응급발생 시 유용한 휴대폰 무선초음파진단기 개발업체 ㈜힐세리온 등이 은둔근 교훈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 창업의 첫째 성공요건은 ‘팀’ - 대부분 아이디어 또는 자본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창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팀’이라고 강조한다. 첫번째가 팀이고 두번째가 아이디어, 세번째가 바로 자본이라고 말한다.

*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 - 저자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우선 스타트업 분야의 전문지식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 빼고는 다 해 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 간섭을 최소화하고, 스타트업의 본질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지자체들의 스타트업 지원 방향이 모두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시설 구축이나 스타트업 유치에만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스타트업 인프라와 도시재생,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지원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것 들이 하나가 되어야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자체가 기적의 교육법이자 일자리 창출이며, 4차 산업혁명의 딥 체인지를 만들 히든카드라고 강조한다.

* 부모들의 역할도 중요 - 2018년 한 설문에서 ‘자녀의 창업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72%에 달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입시 위주의 현 교육 체제 때문이다. 지식 위주의 교육을 통해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우리사회 최고의 선으로 자리잡은 탓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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