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1000만 유튜버들의 운동 선생님, ‘낸시의 홈짐’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8-05-25 07:00 수정일 2018-05-25 07:00 발행일 2018-05-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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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포토]  『낸시의 홈짐』의 저자  낸시 인터뷰4
‘낸시의 홈짐’ 의 저자 낸시가 20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여러분, 저는 80살이 될 때까지 이 몸을 유지하고 더 멋져질 겁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타워 23층 컨벤션홀. 검정 브라톱에 숏팬츠를 입은 중년 여성이 이렇게 말하자 홀 안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학교 다닐 때 연예인도 안 좋아했는데 언니 팬이에요” “한 번 안아주세요” 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흡사 아이돌 스타의 팬미팅을 연상케 했다.

◇6년전 혜성같이 등장한 홈트의 조상님

[브릿지포토]  『낸시의 홈짐』의 저자  낸시 인터뷰12
‘낸시의 홈짐’ 의 저자 낸시가 20일 브릿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마이크를 쥔 주인공은 블로거 낸시(48, 본명 허문숙)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그는 2012년부터 네이버 블로그 ‘낸시의 홈짐’에 15분 분량의 운동 영상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SNS에 ‘홈짐’(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영상을 올리며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6년 전만 해도 운동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기구를 이용해 1시간 넘게 하는 게 정석으로 인식됐다.

그 무렵 탄생한 ‘낸시의 홈짐’은 혁명이었다. 덤벨 같은 기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맨몸과 중력을 이용해 스쿼트, 런지, 푸쉬업 등 다양한 운동을 조합한 운동법은 젊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운동을 마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에게 입소문이 퍼졌다. 낸시의 블로그에는 “‘낸시의 홈짐’을 통해 몸매와 건강을 되찾았다”는 누리꾼들의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그의 운동 동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의 누적조회수는 1000만뷰를 돌파했다.

◇운동뿐만 아니라 인생 메시지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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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의 홈짐 |낸시 지음| 청림Life | 1만 5800원 | 사진제공=청림 Life

블로그와 유튜브,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던 낸시가 최근 자신의 운동법을 모은 책 ‘낸시의 홈짐’(청림Life)을 발간했다. 책은 그가 6년간 블로그를 통해 누리꾼들과 소통했던 내용 중 엑기스만 뽑았다. 임신중독증에 걸려 어렵사리 아들을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며 헬스트레이너 자격증을 공부하게 된 사연, 운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 이야기 등 진솔한 어투로 적혔다. 아울러 ‘낸시의 홈짐’의 기본 운동, 변형 운동 100여개와 탄탄한 허벅지 운동, 똥뱃살 빼는 운동 등 4~15분 내에 끝낼 수 있는 홈짐 루틴 30개가 QR코드와 함께 수록됐다. 책의 부제는 ‘스트롱 이즈 뉴 섹시’(Strong is new sexy)다.

“제가 내년에 한국 나이로 50세가 돼요. 실제로 저랑 비슷한 연령대는 온라인 소통을 거의 안 하죠. 인스타그램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연령대 분들에게 제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죠.”

집필기간만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블로그에 올린 829개의 포스팅을 정독하고 발췌해 다시 쓰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책은 원고의 삼분의 일도 담지 못했다”면서도 “이 책을 희미한 등불 삼아 좁은 길을 걸어 나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단순한 운동책이 아닌 인생전반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지상직 직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던 낸시는 그곳에서 13세 연상의 대학교수 마이클 피처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2년 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블로그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 당시 힘들었던 과정을 언급하며 “내가 흔들리면 남편도 아이도 더 힘들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

“운동보다 마음이 먼저 회복돼야 해요. 저도 힘든 일을 겪었지만 운동을 멈추지 않았죠. 전투적으로 뛰고 엉엉 울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느낌이에요. SNS를 통해 공황장애가 있거나 암 선고를 받았는데 저와 같이 운동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메시지들이 가장 와닿아요.”

◇90여명의 낸시군단… 이젠 후학양성 올인

그는 최근 후학양성에도 열심이다. 일명 ‘낸시군단’이라 불리는 홈지머들이 그들이다. 2014년부터 함께 운동을 하기 시작한 이들로 구성된 ‘낸시군단’은 약 90여명의 대식구가 됐다.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거나 준비 중인 이들만 15명이다. 이외에도 ‘낸시의 홈짐’을 통해 운동에 입문한 몇몇 트레이너들이 ‘낸시의 홈짐’과 비슷한 유형의 운동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저는 운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사업화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다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먼 훗날 하늘에 있는 남편이 저를 다시 만났을 때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에 낸시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고 적었다. 그동안 눈팅만 했던 그의 블로그 ‘왕초보 입문’ 영상을 꼭 시청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