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현실에 발디딘 '청산에 살어리랏다!' 조금 다르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생활’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8-06-01 07:00 수정일 2020-05-29 13:32 발행일 2018-06-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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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제2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평가받은 벌린 클링켄보그의 ‘나의 전원생활’, 11년 동안 ‘뉴욕타임즈’ 연재 칼럼 추려 엮은 책
25대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쉽지 않은 시골살이, 시행착오 투성이의 귀산촌 과정, 먹고 살 궁리, 체험으로 얻은 당부와 조언 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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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에 말이 달리고 양들이 노닌다. 텃밭농사를 짓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교류하며 정자를 지어 자연의 사계절 풍광을 만끽한다. 동이 터오면 야생 칠면조들과 함께 깨어나고 돼지들이 명랑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전원생활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꿨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다 보면 “나도 이런 데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전원생활’을 담은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저명한 교수이자 칼럼니스트 벌린 클링켄보그의 ‘나의 전원생활’, 25대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의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는 미국과 한국의 전원생활 에세이다. 농부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적으로 꽤 성공한 두 저자의 두 책 모두 주제와 콘셉트는 단순 명료하다. 시골생활의 희로애락이 담긴 일기형식의 에세이다.

◇문예창작과 교수의 필력·표현력·애정 넘치는 ‘전원교향곡’ 

나의 전원생활
단순하지만 충만한 나의 전원 생활 | 벌린 클링켄보그 지음 | 목수책방 출간(사진제공=목수책방)

예일대학교와 포모나 칼리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제2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 평가받은 벌린 클링켄보그의 ‘나의 전원생활’은 글쓰기 전문가의 저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1997년부터 11년 동안 ‘뉴욕타임즈’에 연재한 시골생활에 대한 칼럼을 추려 엮은 책은 마치 한 편의 웅장한 전원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전주곡’부터 11년치의 사계를 저마다의 악장처럼 꾸렸고 의미심장한 ‘간주곡’도 배치했다.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삼촌의 농장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 동물들, 사람들로부터 상상력을 키워왔다.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의 지평선을 넘어 존 컨스터블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전원으로 향했다. 각 장의 제목도 단순하다. ‘첫 번째 해’부터 ‘열한 번째 해’까지로 구성된 장에는 똑같기도, 전혀 다르기도 한 매년의 사계절이 담겼다.

여전히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칼럼을 연재하는 그의 문장력과 표현력은 특히 동물들을 묘사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돼지 두 마리를 ‘힘이 넘치고 명랑하며 저녁밥 양동이를 들고 나타나면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잘생긴 녀석들’로 표현하는 식이다. 돼지를 비롯해 30여년을 함께 한 말, 소, 오리 등 먹을 것으로서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동물에 대한 애정 넘치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소담스러운 전원생활의 간주곡에는 현대 농업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저자가 온몸으로 광우병 파동을 겪으며 써내려간 화학비료, 동물의 조련을 빙자한 학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산성의 굴레, 막무가내로 길들여진 자연 등은 그의 표현대로 ‘이보다 더 어리석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전직 산림청장의 본격 귀촌기! 진솔하고 요긴한 이야기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산림청장의 귀촌일기 | 조연환 지음 | 뜨란 출간(사진제공=뜨란)

귀촌 13년차에 접어든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산림청장의 귀촌 일기’는 탁월한 문장력이나 표현력보다 진솔함, 유쾌함, 실속으로 무장했다. 

“나의 경험이 귀산촌을 하려는 분들에게 요긴한 나침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쓰여진 만큼 귀촌 과정부터 시골살이의 즐거움, 귀산촌을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당부 등이 담겼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 산림공무원으로 시작해 산림청장에까지 올랐던 그는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하고 싶은 일시적인 충동, 편안하고 낭만적인 시골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자극하지 않는다. 상상보다 쉽지 않은 시골살이, 시행착오 투성이의 귀산촌 과정, 아무리 시골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먹고 살 궁리, 체험으로 얻은 당부와 조언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촌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은혜인지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 ‘산촌에서 누리는 이 기쁨, 이 행복’ ‘우리 집 정원 이야기’ ‘행복한 귀촌 설계’ ‘산에서 펼치는 인생 2막’ 5개 장에 등장하는 양지바른 땅, 텃밭, 소박한 정자 녹우정, 검이불루(儉而不陋)의 집, 어여쁜 밭고랑, 30년지기 단풍나무, 반해버린 노각나무 꽃 등은 한없이 평온하고 행복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도시의 편안함에 익숙한 이들의 시골살이가 마냥 편하기만 할 리 만무다. 이에 저자는 고향과 타향, 배우자, 좋은 이웃, 그림 같은 집 등 귀촌 전에 점검할 것들을 짚는다. 낭만이 아닌 현실에 발 디딘 귀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풍족한 인생 2막을 위한 경제활동에 대한 조언도 풀어놓는다. 시골살이도 희로애락이 존재하는 삶이다. 그곳에서의 삶 역시 스스로에게 달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