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앤, 보노보노, 도라에몽…언제나 내 곁에서 그렇게 말해 줘! "조금 늦어도 괜찮아!"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8-05-18 07:00 수정일 2018-05-18 13:13 발행일 2018-05-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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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보노보노,도라에몽이 전하는 인생의 맛!
초판 이후 한달만에 재판 돌입...꾸준한 베스트셀러 등극
어린시절 추억의 캐릭터에 위로받는 어른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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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 마음껏 웃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모른다면 추억을 소환하자. 어린시절 한번쯤 낄낄거리며 웃었던 만화 3편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씩씩하고 명랑·쾌활한 빨간머리 앤과 츤데레 도라에몽, 단순함의 극치 보노보노가 그 주인공. 이들은 한낱 만화 캐릭터가 아니다. 어른들이 이해 못했던 나의 서운함과 기쁨,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꼈던 그들의 일상은 지금 봐도 명불허전이다. 외롭고 괴로운데, 힘들기까지 하다면 이 책들의 구절구절 숨은 인생의 진실을 마주해보자.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럴 수도 있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쉬엄쉬엄 해.”◇늦어도 못해도 괜찮아! 도라에몽

도라에몽
.도라에몽이 전하는 말 |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앤북 출간

겁은 많고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는 고백도 못하고 덩치 큰 친구에게도 곧잘 맞는 진구는 어쩌면 최초의 만화책 주인공이 된 가장 보통의 남자아이다. 현실적인 캐릭터에는 만인의 사랑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지난 3월 출간된 ‘도라에몽이 전하는 말’은 도라에몽 탄생 45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주머니에서 온갖 제품을 꺼내는 도라에몽처럼 구절 하나하나 주머니에 넣어 간직하고픈 말들은 의외로 평범하다. 정작 볼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진구와 도라에몽의 대사에는 슬프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들으면 좋을 ‘츤데레’(무심한듯 챙겨준다는 뜻의 신조어) 같은 매력이 가득하다. 저자이자 만화가인 후지코 F 후지오는 결정적인 대사나 장면이 아닌 귀퉁이의 문장에서 발견한 주옥 같은 말들을 간과하지 않고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서문에 이 책만의 독특한 문체와 그림을 간단히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첫 번째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5분 내외.하지만 곁에 두고 내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정교한 그림은 아니지만 “열심히 빈둥 빈둥 지내는 게 뭐 어때서” “인간의 가치는 시험 점수로 정해지지 않아” “지금 안 바뀐다 해도 미래는 아주 작은 계기로 계속 바뀐다니까” 등 도라에몽 특유의 말투가 느껴지는 책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따듯함으로 그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민이란 건 어떻게 생긴거야? 보노보노
보노보노1
.보노 보노의 인생상담 |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 놀 출간

책 표지부터 소장각이다. 2015년 일본에서 출간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집필된 책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3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집필한 김신회 작가가 번역을 맡아 출간됐다. 김 작가는 보노보노에 대한 에세이를 써 원작인 일본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번역가이자 작가로 이번에도 만화 원작의 깊이 있는 매력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1986년 탄생된 후 40권이 넘는 책이 나올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보노보노는 단순함의 극치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의 동물들 역시 거침없거나 이기적이긴 해도 다들 순박하다.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그런 캐릭터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인간들의 고민 모음집이다. ‘취미가 없어서 불안해요’ ‘뭔가 되고 싶지 않을때는 어쩌죠?’ ‘결혼은 꼭 해야 할까요?’ 등의 질문에 대한 보노보노의 일관된 반응은 ‘대체 그게 뭔데?’다. 그리고 심각하게 의견을 구하는 우리들에게 보노보노는 이렇게 덧붙인다. “고민은 네가 좋은 사람이어서 하는 거야!”

◇새로운 시작은 우리 곁에 있다고! 빨강머리 앤

빨간머리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지음 |아르테 출간(사진제공=(주)북이십일)

1980~1990년대 유년기를 보낸 독자들이라면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를 것이다. 지난 2016년 출간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 애니메이션의 삽화에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를 곁들였다. 

그 시대 모든 소녀들이 그러하듯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로 읽은 앤이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빨강머리 앤’이 보여주는 친근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느새 훌쩍 자라 인생과 연애, 직장에서의 고민, 인간관계에 한번이라도 상처받았다면 책 속의 글귀들은 구구절절 와 닿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격려의 말을 늘어놓는 ‘착한 책’은 앤 답지 않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터무니없을 만큼 희망에 차 있던 앤은 지금 봐도 현실적인 선택을 해 왔다. 빨간 머리를 염색하려다 초록색 머리가 됐을 때는 과감히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냈고 자신의 주근깨를 놀리는 옆집 아줌마에게는 대놓고 일갈하기도 했던 앤 아니던가. 작가는 앤의 모습에서 성공한 작가가 아닌 신춘문예에서 긴 시간, 여러 차례 낙방했던 경험과 첫사랑의 감정, 욕망이 부른 참사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심각한 고민에 휩싸인 우리들에게 앤은 말한다. “좌절하지 마. 새로운 시작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사진=각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