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J 레브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인 저자는 불안정한 노동자들에 관한 연구에 천착해 왔다. 그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을 울리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의 민낯을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의 많은 실증 사례들은 21세기 긱경제 노동이 사실은 얼마나 노동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공유경제가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했건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공유경제가 많은 사회적 문제의 해법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함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고 고발한다. * 과거로 회귀하는 공유경제 - 공유경제란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 공유 재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P2P 업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저자는 공유경제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로 파악한다.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실상 공유경제의 실체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단언한다.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지난 수 세기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고, 노동자 착취가 만연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겠다던 허망한 약속 - 공유경제는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긱 경제 노동자들은 신출내기 사업가처럼 일을 따내기 위해 무보수로 일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니 점점 더 일에 매일 수 밖에 없다. 그는 현재의 긱 경제는 착취가 횡행했던 시대로 노동자를 돌려보내는 퇴행경제라고 거듭 주장한다.* 공유 모델에서 수익 모델로 - 공유경제가 성장하면서 무료 서비스는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앤비에 자리를 내주었고, 의류 교환은 중고 명품 거래 사이트인 트레이드시로 대체되었다. 이제 공유경제는 노동자가 소득을 ‘보충하는’ 방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 성공자, 분투자, 그리고 중간자 - 성공자는 긱 경제를 발판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일궈 나간다.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원하는 만큼 돈을 번다. 그 반대편의 분투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공유경제에 의탁한 사람들이다. 중간자는 좋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나 가외 소득을 찾아 공유경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시적으로 긱 경제를 이용하는 이들이다.    * 네 자기 영역의 공유경제 활동 - 공유경제 전문가인 줄리엣 쇼어는 공유경제 활동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재화 재순환이다. 거래 비용을 줄이고 판매자에 대한 평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거래 위험을 낮춰준다. 둘째, 내구재 이용률 향상이다.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셔핑 등이 해당된다. 타인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재화와 공간에 대한 이용권한을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형태의 소득을 보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서비스 교환이다.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과 일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태스크래빗이나 핸디, 잘리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생산자 공유다. 함께 쓸수 있는 도구와 공간을 제공하는 해커스페이스와 메이커스페이스가 좋은 예다.* 공유경제에서 남발되는 ‘신뢰’와 ‘혁신’ - 저자는 공유경제에서 ‘신뢰’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와 임시 고용주의 관계를 ‘믿음직한 친구’라는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한다. 혁신이라는 말도 무색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많은 경우 단순히 기존의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공유성보다 차별을 심화시키는 공유경제 - 저자는 아직도 공유경제의 취지가 만인에게 공평하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실제로는 차별을 심화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에어비앤비에서 비슷한 숙소를 두고도 흑인 호스트가 책정하는 금액이 백인 호스트보다 12% 낮은 것을 사례로 든다. 일부 에어비엔비 호스트들도 인종차별을 인정했다고 말한다. 잠재적 투숙객에 대한 호스트의 차별 행위는 앞으로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노동의 비정규화와 위험의 전가 가능성 - 대개 공유경제 노동자는 독립계약자다. 기업이 산재보험 제공이나 잔업 수당 지급, 장애인 편의 보장 등 사회적 책무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는 긱 경제 노동자들의 상황을 ‘2차 노동시장’이라고 부른다. 노동자가 낮은 임금과 부실한 복지를 제공받고, 일자리의 지속적인 안정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노동이 비정규화되고 위험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예전에는 2차 노동시장에 국한했지만, 이제는 관리자와 전문가에도 영향을 받을 만큼 훨씬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부 우버나 리프트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제약과 의무를 고려하면, 자기는 독립계약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분류되는 게 마땅하다며 수차례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 심화되는 사회불평등 - 공유경제 서비스는 이미 부유한 사람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른바 ‘문어발 호스트’들이다. 저자가 면담한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20%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숙소를 보유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부유한 호스트가 여러 채 아파트를 임대하고 일 단위로 요금을 받을 때, 저소득 세입자는 거주 지역에서 주거 시설의 수요 증가에 따라 월세가 인상되는 현실에 부딪힌다.* 에어비앤비의 난장판 아파트 - 구글에서 ‘airbnb trashed apartment’를 치면 집과 기물이 파손된 뉴욕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나온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중개업자이고 책임과 위험은 호스트와 투숙객의 몫이라며 발을 뺀다. 이른바 불간섭주의다. 하지만 저자는 이 회사가 웹사이트에 홍보하는 ‘안심’과 ‘100% 만족’을 충족하려면 호스트가 집을 빌려줄 사람을 엄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숙객을 걸러낼 책임이 호스트에게 있다는 것이다.     * 사장님이 되라며 택시기사를 포섭한 우버 - 우버의 최초 버전인 우버캡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면 고급 차량이 호출되는 서비스로, 가격은 샌프란시스코 일반 택시의 1.5배였다. 뉴욕 진출 후 우버는 더 많은 비용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기사들을 모집했다. 이에 뉴욕택시리무진위원회가 강력 반발하며 막아서자 보너스까지 주며 기사를 영입했다. 현재 우버의 메인 웹사이트는 편의성을 강조하지만, 드라이버 파트너용 사이트는 수익 잠재력과 사업 창출력을 강조한다.   * ‘이웃과의 일거리 공유’를 공유노예로 만든 태스크래빗 -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 ‘예전에 이웃끼리 돕던 정다운 사회를 현대식으로 재현했다’고 자사를 소개한다. 집안일과 전문적인 일을 인근의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다. 잠재적 고용주는 작업 범주와 시간대를 선택하고 작업 내용을 적은 후 알고리즘이 선정한 최대 15명의 노종자 중 한 명을 선택케 한다.  30분 안에 응답이 없으면 다른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사실상 밤이고 낮이고 항상 대기해야 한다. 이 회사 페북 댓글에는 이런 글이 달렸다. “아직 태스크래빗에 남아 있는 사람은 고용노예다. 자기 사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태스크래빗의 사업만 키워주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 회사는 2017년에 신뢰안전 보장비를 신뢰지원 보장비로 바꾸면서 5%였던 수수료를 7.5%로 인상했다.  * 공유모델 실패모델 ‘키친서핑’ - 가정에서 만찬이나 파티에 부를 전문 셰프를 찾는 플랫폼으로 2012년에 출범한 키친서핑은 셰프와 의뢰인을 중개해주고 10%의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다가 2015년 주문형 서비스인 키친서핑 투나잇을 출시하면서 ‘피벗’을 단행했다. 이후 공유경제 모델은 무너지고 주문형 셰프 노동자들은 독립계약자에서 종업원으로 전환되었다. 특정한 서비스 조건을 만족하면 셰프에게 별도로 지급되던 ‘은밀한 손님’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그리고 회사는 2016년 4월 문을 닫았다.  * 문제 발생시 연락 안되는 공유업체들 - 우버는 기사와 승객에게 회사 메일 주소만 알려주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에어비앤비도 메일로 상담을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호스트의 아파트가 난장판이 된 사건이 공개되어 큰 망신을 산 이후로 24시간 전화 지원 서비스를 신설했다. 태스크래빗은 태스커가 문제를 제기하면 일반적으로 문의 페이지와 메일을 통해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답변을 듣기 까지는 수 주일이 걸린다. *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공유업체들 - 업자들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노동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현실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실상을 보면 상사의 폭언과 비인간적인 근무시간, 탄력성 없이 정해진대로만 지급되는 임금 체제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제로 다른 약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의 최고제품책임자인 제프 홀든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나중에 다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사전에 명확한 안내도 없이 규정을 바꿔 수입보장 약속을 깨고 차량유지비 등을 부과하는 등 실제 임금을 깎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보호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되다 - ‘현대 노동의 정점’이라는 칭송을 듣지만 공유경제는 어떤 보호장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들에게는 산재보험 실업급여 유급휴가 퇴직금 잔업수당 육아휴직 노조결성권 등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업무상 재해를 입어도 보상을 못받고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우버의 경우 기사가 사고를 당하면 휴업손실금과 치료비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그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하기 위해 요금을 마일당 5센트 인상하고 기사에게는 마일당 3.75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고발한다.  배뇨장애 불임 요로결석 방광암 등 이른바 ‘택시증후군’이 우려될 정도라고 저자는 걱정한다.* ‘언제 잘릴 지 모를 노동’ 공유경제 - 태스크래빗은 2014년 입찰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하는 피벗을 단행했다. 높은 수락율을 유지해 계속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되도록 수락해야 했다. 공유경제는 일과 시간은 물론 보수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거의 신성불가침의 원칙으로 여기지만, 긱경제가 약속하는 자유는 신기루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자의 선택권은 이전보다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 실직당할지 모르는 게 바로 공유경제 노동”이라고 비판한다.* 범죄에 노출되는 공유경제 - 노동자는 일을 하고 말썽을 피하려 하지만 임시 노동과 익명성을 강조하는 긱경제의 특성상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 노동자는 신원조회를 받지만 의뢰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긱경제 노동자들이 낮은 소득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쉽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저항하기 보다는 동조하는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사실상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아웃소싱이 성행하다 보니 범죄의 손길이 미치는 것도 시간문제일 지 모른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노동계층간 차별화 조장하는 공유경제 - 고도의 사회문화적 자본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고도의 탄력성과 선택권, 통제권이 보장되는 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기존의 저수준 노동을 앱으로 결합해 위태로움만 키울 뿐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공유경제는 저인기 저학력 노동마저 고학력자를 위한 파트타임 노동으로 바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한다.  * 노동자 학대 이제 그만! - 저자는 임시 노동, 적시 일정관리, 대량 정리해고를 모두 채택한 공유경제는 노동자를 박대하는 수법을 기술적으로 혁신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적시 일정관리, 인력관리회사를 이용한 아웃소싱, 단돈 1센트까지 챙기는 회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공유경제는 기업이 아무 의무도 지지 않고 고용한 임시 인력을 앱과 연결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일정을 생산함으로써 편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한다.  * 그럼에도 긱경제가 점점 더 절실해 지는 사회 - 소액의 월 이용료를 받고 개똥을 치워주는 앱 기반 주문형 플랫폼 ‘푸퍼’는 공유경제로 이어지는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개똥을 치우는 모욕적인 일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노동자들이 이제 돈만 주면 사실상 무슨 일이든 할 만큼 추가적인 소득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  진정으로 독립된 노동자라면… - 저자는 특정한 시간을 강요받지 않고 언제 일할지 직접 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립된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잠옷 원칙’을 제기한다. 어떤 노동이 진정으로 독립되어 있다면 잠옷을 입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공유경제가 일으키는 ‘파괴’는 전진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며,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취약성만 키우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신뢰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는 점철된 온라인 원형 감옥에 갇혀 신원조회를 받고 평점과 후기를 받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당한다고 비판한다. 공유경제의 성장은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장치가 더욱 더 무너지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22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쓰레기책> 이동학

심하게 얘기하면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24시간 배달이 보편화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쓰레기 지구’는 더더욱 빠르게 현실화될 위기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는 스티브 호킹 박사의 유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저자는 자칭 ‘지구촌장’이다. 호기심에서 떠난 해외 여행길에서 기후변화와 환경의 위기를 직접 목격하고, 쓰레기 재앙과 기후 재앙이 가져올 ‘지구 위기’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이제 ‘친(親)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쓰레기의 역습 - 플라스틱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된다. 뛰어난 편의성 덕분이다. 저자는 그러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하면 플라스틱은 최악의 발명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체에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이것들이 그대로 쓰레기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비닐봉지는 물론 우리가 입는 옷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을 빼고는 소비를 이야기힐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 2017년 6월에 미국 과학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쓰레기가 된 것이 63억 톤에 이른다. 재할용된 것이 6억톤으로 9% 남짓하고, 이 중 2회 이상 재활용된 비중은 1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5억 톤은 다시 버려지거나 소각된다. 애초에 버려진 폐기물 8억 톤은 소각되고 49억톤이 매립되거나 지구 곳곳에 자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인지,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 쓰레기의 절반이 아시아에서 - 2008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지역은 아시아다. 전체의 51%를 차지한다. 단일 국가로는 중국이 전체의 30%에 달한다. 플라스틱은 상품 포장재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무려 39.9%에 이른다. 다음은 건축자재로 19.8%, 다음이 자동차산업으로 9.9%다.* 쓰레기 더미에서 노는 아이들 -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바세코 마을은 해류의 특성 상 바닷물의 종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을 해변으로 해양 쓰레기들이 모여든다. 재활용 재료를 모아 파는 것이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는 약 10만명의 자발린(우리 말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까리야 자발린, 즉 쓰레기 마을이다. 10대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며 하루를 보낸다. 감영이나 질병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 몽골 초원도 공기오염 극심 - 징기스칸이 호령하던 드넓은 몽골의 초원도 쓰레기산으로 변해 버렸다. 울란바토르는 공기 오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도시로 이주한 지방 소도시 사람들이 몽고 텐트 밀집촌을 의미하는 ‘게르촌’에 모여 생석탄과 타이어를 태워 겨울을 난다.  * 우리 제주섬은? - 제주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관관객 수를 넘겨 끊임없이 도시가 확장되고 있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거대 쓰레기 뭉치를 포장해 땅  위에 쌓아두고 있다고 저자는 폭로한다.   *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이 불러온 전 세계적 위기 - 중국은 2018년 1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수입중단을 단행했다. 중국에 폐기물을 버려오던 선진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2016년 기준으로 약 78% 이상의 엄청난 재활용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해 왔다. 이제 자국 안에서 매립, 소각 혹은 재활용하는 수 밖에 없어졌다. 호주에는 쓰레기 공장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수천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지 탓에 언제든 화재의 위험을 달고 산다.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통 역할을 거부하자 이제 쓰레기 컨테이너들은 동남아시아 개도국으로 몰린다.* 스마트 쓰레기 국가가 된 중국 - 중국은 각 도시에 2016년부터 분리수거 정책을 시작했다. 그 결과 15% 수준이던 쓰레기 분리수거 달성률이 2019년 10월에 80%까지 높아졌다. 2016년에는 2020년까지 발생하는 폐기물 총량의 50%를 소각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까지 총 225개 소각장이 폭발적으로 건설되었다.   *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섬 GPGP -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약자다. 해류 탓에 북태평양 한 가운데인 이곳에 모여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면적이 프랑스 국토의 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른 바다에도 유사한 플라스틱 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바다를 사용만 할 뿐 뒤처리, 즉 청소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고교생이 만든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클린업’ - 네덜란드 고등학생이던 보얀 슬렛은 그리스 바닷가로 피서를 갔다가 바다 속 쓰레기를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자신이 해양 쓰레기를 없애는 데 직접 나서기로 하고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을 만든다. 400억원이 넘는 금액이 펀딩되는 등 큰 반향을 이끌었다. 지금은 80여명의 직원들이 바다 정화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 오션클린업의 바다 쓰레기 처리 프로젝트 - 이 단체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나라들에서 바다로 나가는 강줄기로부터 쓰레기를 가로채는 프로젝트, 태평양과 일명 GPGP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시스템 001’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해양청소기다. 600m의 긴 원통 튜브 아래 그물을 달아 해수면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쓸어담는 장치다. 강 청소기인 ‘인터셉터’라는 배는 바다로 쓰레기가 유입되기 전에 강 하류에서 폐기물을 가로챈다. 동력원이 100% 태양광이며, 배 내부에 쓰레기 수거 통 4개를 비치해 두고 있다. * 쓰레기 배출 10대강, 10개 나라 -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800만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 90% 이상은 지구촌 곳곳에 위치한 10여개의 거대한 강에서 비롯된다. 이 중 중국 6개를 포함해 아시아에 8개가 있다. 나머지 둘은 아프리카에 있다. 양쯔강 황허 주장강 하이허 메콩강 아무르강 인더스강 갠지스강 나일강 나이저강 등이다. 강 물줄기를 따라 얼마나 많은 도시가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느냐가 관건이다. 중국 외에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이 10대 쓰레기 배출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션클린업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80%가 지구촌 1000여개 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 ‘바다의 지뢰’ 미세플라스틱 - 0.5mm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들의 배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사람의 몸 속이다. 체내에 플라스틱이 축적되면 여성의 경우 난임과 불임 등의 증상이 우려되고 두통과 각종 고통이 뒤따른다.  * 의외의 ‘친환경 국가’ 케냐와 르완다 - 2014년 케냐 사람들은 죽은 소의 배 속에서 발견된 엄청난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에 경악했다. 이에 2017년 10월부터 비닐사용을 금지시켰고 위반시 4000만원에 달하는 벌금 또는 4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독재국가로 널리 알려진 르완다에서는 국경을 통과할 때 세관원들이 가방을 뒤져 비닐봉지를 빼앗아 간다.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케냐보다 10년이나 앞서 2008년에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시켰다. 저자는 르완다 수도 키갈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고 평가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늘고 처리할 곳은 막히자 유럽연합은 2018년 1월에 ‘순환경제를 위한 플라스틱 배출 전략’이란 것을 발표한다.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사용하고 일회용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필요 이상의 플라스틱 제품 생산금지, 친환경 포장지 대체, 재활용 강화, 플라스틱 식물 쓰레기 봉지 기피,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바다 오염 방지 등이 핵심이다. 2019년 1월부터는 신포장재법을 발효해 모든 기업에 책임을 지게 했다. 위반 시 최대 2억 60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선진국에서 주변국으로 버려지는 쓰레기들 - 유럽연합은 쓰레기 재활용 비율을 늘리고 매립 비율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특히 체코는 쓰레기 재활용률이 50%가 넘는 유럽연합 내 최고의 재활용국가다. 하지만 폴란드의 경우 독일 등에서 넘어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다. 독일에서는 1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는데 200유로가 들지만 폴란드에서는 80유로면 충분해 이 곳 쓰레기의 4분의 1이 독일에서 넘어온 것들이다. 때문에 2015년 중부 도시 즈기에시 쓰레기 처리장에서 큰 불이 나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유해 폐기물로 추가한 바젤 협약 - 2019년 4월 29일 바젤 협약 회의가 다시 열렸다. 유해 폐기물의 종류에 플라스틱을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180여개국의 압도적인 동의를 얻어 통과됨으로써 지구촌에서 플라스틱이 가장 뜨거운 사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젤 협약은 1989년 3월 병원성 폐기물을 포함해 유해 폐기물이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할 때 사전 통보토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그 대상에 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이다. * 배달경제로 24시간 만들어지는 쓰레기 - 24시간 배달체계가 확산되면서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배달경제의 확산은 스트로폼 플라스틱 비닐류 박스 등 막대한 쓰레기를 추가로 만들어낸다. 자본주의가 끊임없는 소비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인간의 부단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쓰레기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생에너지 확산 프로젝트 ‘RE100’ -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BMW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석탄발전소 등 화석연료를 통해 발전하는 에너지는 탄소배출이 막대하므로, 지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늦추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15년 파리 세계 기후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산업혁명 이후 세계 평균 기온의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되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병행하자는 데 서명했다.* 혐오시설 소각장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다 - 소각장은 혐오시설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에는 이 나라 출신 유명 예술가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한 소각장이 지역 명물이자 관광자원으로 거듭났다. 소각장에서 뿜는 연기도 필터로 완벽하게 걸러 오염원 발생을 최소화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근 문을 연 아마게르 바케 스키 소각장은 건물 옥상과 외벽이 스키장 슬로프다. 80m 암벽등반과 산책코스, 레스토랑 등이 구비되어 있다.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를 꿈꾼다. 일본 도쿄 서쪽의 무사시노 클린센터는 배출 유해가스가 기준치를 넘는 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옥상에서는 채소 가든을 운영한다. 재는 에코벽돌로 재탄생된다. * ‘NO 플라스틱’ 아이디어 백태들 - 독일의 중대형 마트에는 플라스틱 빈병을 받고 보증금을 환불해주는 ‘파트’ 제도가 있다. 빈병 환불 기계에 반납 즉시 액수가 찍힌 바코드 종이가 출력되어 마트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는 ‘프라이부르크컵’이라는 환불제도가 있다. 플라스틱으로 커피 컵을 만들고 재활용하고, 가까운 까페에 반납하면 1유로의 보증금을 돌려준다. 브라질에서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채소를 주는 녹색교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4kg을 가져오면 1kg의 농산물을 교환해 준다. * 세계 주요도시의 쓰레기 정책들 - 필리핀 마닐라의 남부도시 문틴루파의 바얀 안 마을에서는 2019년 9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쌀로 바꿔주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주의 암비카푸르시는 쓰레기 카페를 시작했다. 재활용 쓰레기 1kg을 가져오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프랑스 퓌뒤푸는 역사를 테마로 조성된 공원인데, 담배꽁초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 6마리가 화제다. 네덜란드에도 학습능력이 좋은 까마귀를 활용한 담배꽁초 퇴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을 구하라 ‘푸드 셰어링’ -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 분리해 잘 처리하면 메탄가스를 줄이는 등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50% 이상 줄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빈곤층에게 버리기 아까운 음식물을 기부하는 푸드뱅크가 보스톤에 있다. 보스톤 푸드뱅크는 매사추세츠 전역의 도시와 마을의 14만 2900명 이상에게 매달 음식을 제공한다. 2028년까지 매사추세츠 거주민 모두를 기아에서 해방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확산되는 음식공유 사업 - 독일에서도 푸드 셰어링이 활발하다. 29만명 이상이 음식 공유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6만 6000명은 빵집 슈퍼마켓 식당과 도매업자로부터 과잉 생산되거나 남은 음식을 거두어 나눠주는 일을 지원한다. 도시에 공유 냉장고를 설치해 누구든 남은 음식을 기부하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게 한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는 레스토랑의 남은 음식을  반 값에 소비자들에게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 대표 기업이 스웨덴의 카르마(Karma)다. 카르마 앱은 식당의 버려지는 음식을 올려놓고, 소비자들이 앱 지도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을 확인하고 평균 50% 할인된 가격으로 테이크 아웃해 먹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쓰레기를 우주로 보내자? - 넘치는 쓰레기를 로켓에 실어 태양으로 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발사 비용이 큰 문제다. 현재 위성을 달아 쏘는 로켓은 한번 발사에 700억 정도 소요된다. 발사체에 실을 수 있는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나로호가 우주에 싣고 가려던 위성의 무게가 100kg이었다.* 히틀러, 동물 보호법을 만들다 - 히틀러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로 동물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법을 만들었다. 덕분에 독일은 ‘동물권’을 세계 최초로 명시한 동물보호법을 갖고 있다. 동물 학대와 동물 소외는 물론 동물을 사고 파는 거래행위도 철저히 처벌된다. 저자는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환경부가 존재하듯이, 이제는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동물청’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화두를 던진다.* 스티브 호킹의 마지막 메시지 - 2018년 3월 양자물리학의 대부 스티브 호킹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세상은 인공지능과 기후 온난화로 멸망할 것이며, 결국 지구를 떠나 살 곳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지구에 계속 머문다면 소멸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우리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 폭증하는 기후난민 - 기후난민은 세계적으로 이미 전쟁 난민의 수를 넘어셨다. 2018년 국내난민감시센터 발표에 따르면 2800만명의 난민 중 기후 난민이 61%인 1720만명에 달했다. 저자는 이제 미래에는 물이나 공기는 물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상대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 ‘넷 제로(Net Zero)’를 향해 -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했던 기준선을 2도에서 1.5도로 낮추는 수정안이 채택된 결과, 우리는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으로 줄여 2050년에는 온실가스 제로의 ‘넷 제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 활동에서 나오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들 - 저자는 최근 화두가 되는 공유경제, 구독경제는 과거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현대판이라며, 앞으로 더욱 이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재사용과 재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림으로써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최근 인기인 지역거점형 중고 거래앱 ‘당근마켓’도 사회적 기업의 성격으로 쓰레기 누적 문제를 풀 대안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좋은 품질의 원재료가 있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페트병의 원재료도 대폭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각장 추가 건립의 불가피성도 강조한다. 우리 소각장들도 기준치 보다 훨씬 낮은 유해물질을 배출해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 쓰레기와 관련한 저자의 행복한 상상들 -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학교로 보내고 이것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연결해 학교 아이들의 이름으로 상품을 만들면 어떨까? 고령화 시대에 환경을 지키는 환경보안관으로 어르신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친환경이 아니라 ‘필 환경’의 시대인데, 인천시장에게 제안해 영종도를 ‘NO 플라스틱 섬’으로 선언하게 하면 어떨까? 장례식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실용적인 플라스틱 그릇을 빌려주면 어떨까? 잘 모은 플라스틱을 섞어 녹여 거대한 레고블록을 만들면? 등등.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1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그 뜻에 연대를! 선한 영향력 릴레이…‘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칸영화제를 비롯해 아카데미까지 휩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 ‘한번 다녀왔습니다’ 등 드라마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무대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그런 후배들의 복지에 기부한다는 데 좋아하면서 선뜻 응한” 이정은, 윤석화의 전화 한통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한 이영애, 박성웅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혀온 정경호, 정만식의 제안에 동참한 정우성….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손잡고 출시한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윤석화 이사장, 박정자를 비롯해 김혜자, 고두심, 황정민, 유준상, 이영애, 정우성, 문소리, 이정은, 김상중 등 무려 100명이 넘는 영화, 드라마, 무대 배우들이 기꺼이 참여한 오디오북이다.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연극인 복지기금으로 낭독료 기부103명의 배우가 잘 알려진 대문호 도스도옙스키, 빅토르 위고, 프란츠 카프카, 앙드레 지드, 생텍쥐페리, 알퐁스 도데 등부터 고대 페르시아의 압둘라 이븐 알 무카파, 나자이 오사무, 궈모뤄 등 제3세계, 아랍, 동남아시아까지를 아우르는 세계문학 중단편 100편을 낭독한 시간은 무려 98시간 34분 55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의 전언처럼 “미국, 일본에 집중된 세계문학에서 탈피해 아랍, 동남아 문학을 포함시켰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문호들의 대표작 혹은 그 색이 잘 반영된 숨은 명작들, 한쪽면만 부각된 작가의 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들 등을 추려 연기력과 낭독 실력을 갖춘 배우들을 섭외해 완성했다.”추려진 작품들 중 80% 가량은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를 위해 새로 번역됐고 각 작품별 낭독 배우들을 3배수로 선정해 섭외하는 과정을 따른 제작기간은 21개월에 이른다.8년 전부터 시작해 오디오북 전담 프로듀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2015년 시작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판매금액 중 배우들의 낭독료(인세 15%)는 전액 연극인 복지를 위해 기부된다.“100분의 배우 목소리가 암, 뇌경색 등으로 투병 중인 두명의 배우를 살립니다. 좋은 뜻에 103명 배우들이 서로의 추천과 입소문으로 기꺼이 참여했어요.”이렇게 귀띔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최주희 간사는 “재단 운영비와는 완전 독립돼 별개로 집행되는 기금”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극인들은 출연료 외에는 수입이 없다 보니 미래를 대비하거나 준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강검진, 실비보험 등도 없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운 연극인들이 난감할 때가 크게 아플 때”라며 “기금은 암, 뇌경색 등 중증질환이나 고액의 수술비가 필요한 연극인들 지원에 가장 크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의 꿀조합, 카카오메이커스로 가능성을 실험하다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회원전용으로 판매 중이다(사진=카카오메이커스 판매 페이지)‘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의 유통채널도 흥미롭다. 고심 끝에 추린 작품들과 그에 꼭 맞는 배우들, 그 배우들의 연기력과 낭독력을 120% 발휘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북스만의 오디오북 프로듀서 시스템, 언어 뿐 아니라 각 국가별 문학에 특화된 전문가들의 번역 등으로 꾸린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회원전용으로 판매 중(9월 11~18일)이다.오디오북 시장은 기술 표준화, 제한적인 유통채널, 오디오북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문제로 여전히 ‘가능성’만을 품고 있다. 유럽, 미국 등의 오디오북 시장은 최근 몇년 동안 2, 3배로 성장한 데 비해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의 전언처럼 “교보문고에 7월에야 오디오북 카테고리가 생겼을 정도로 산업 초기” 단계다.이처럼 ‘가능성’만 잠재해 있고 눈에 띄는 ‘성과’나 ‘데이터’가 부족한 시장에서 주문받은 만큼만 제작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방식의 카카오메이커스는 또 다른 가능성의 실험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오디오북도 책의 한 형태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전 단계에서의 유통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얼마나 팔릴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카카오메이커스의 유통 방식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작가, 작품, 작품세계 설명에 맛깔 나는 연기력을 곁들이다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각 작품, 작가, 작품세계를 비롯해 낭독 배우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곁들인다(사진=카카오메이커스 판매 페이지)해당 배우들의 목소리로 작품 감상은 물론 작가·작품·작품세계·그에 대한 평 등에 대한 소개도 들을 수 있게 구성됐다. 낭독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들은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집중력과 감정 이입도를 끌어올린다. 시작과 끝의 배경음악이 지나치게 크거나 읽기 속도의 조율 등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USB기반, 명품배우들의 낭독과 연기 등으로 듣는 세계명작들은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재확산으로 ‘우울’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는 현재에 위안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할 기대작을 추천하기도 했다. ‘강말금이 읽는 오카모토 가노코의 새해맞이’ ‘오지혜가 읽는 쉬디산의 춘타오’는 여성 연대 혹은 여성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더불어 예술이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는지를 신화적이고 우화적으로 풀어낸 ‘강애심이 읽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왕포는 어떻게 구원되었나’,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그린 ‘조한철이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벌레 멘델’,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단초가 된 ‘유성주가 읽는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무심한 차별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묘사한 ‘서이숙이 읽는 샤오훙의 손’ 그리고 음울하고도 깊은 시각으로 풀어내는 인간 본성을 다룬 ‘정경호가 읽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그림자’ 등도 기대작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9-15 18: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초격차-리더의 질문> 권오현

저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든 주역 중의 한 명이다. 전문경영인으로 삼성전자 화장까지 올랐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선도한 것은 물론 ‘관리의 삼성’에 ‘열린 경영’을 접목해 적지않은 족적을 남겼다. 현재 이 회사의 상근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이 책을 썼다. 전작인 초격차에서 못 다 쓴 훌륭한 경영자의 요건, 특히 초격차를 이끄는 리더의 덕목과 지속가능한 혁신 방법,  창조적 조직을 만드는 방법 등에 관해 자신의 경영 경험과 선진 사례들을 들어 깊이 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초격차 기업을 이끄는 리더라면 창의와 혁신을 앞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과감히 권한을 하부로 위임하고 그 시간에 미래 비전 마련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관행처럼 ‘범생이’들을 뽑기 보다는 호기심 많은 인재를 뽑아 키우라고 권고한다. 초격차 기업을 일구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던 경영인의 실전 컨설팅을 들어보자.   * ‘모방 창업의 시대’를 넘어 -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창업의 시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의 것을 모방하면서도 창업해 성공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모델이었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리소스, 즉 자본도 인재도 시간도 부족했기에 실수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카피할 것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여기에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시대는 변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보편타당하고 성실한 사람만 키우고 있다”는 아쉬워한다. 많은 기업과 리더들이 변신하기를 두려워하며 산업화 시대의 연장선 위애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초격차로 이끄는 리더란? - ‘초격차’에 이르려면 리더들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좋은 리더는 도전과 창조 협력의 정신이 기업문화에 녹아들도록 조직과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지속가능한 혁신에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경영자들은 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개탄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할 것을 권고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경영자는 안돼 - 이제는 모든 것을 스스로 구상하고 실현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정한 경영자는 본인이 없더라도 업무가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권한 위임을 과감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자기 업무의 상당부분을 미래에 필요한 일에 집중하고 다양한 의견 청취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라는 얘기다. 저자는 특히 새로운 기대를 이끌어갈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경영자 유형이어야지, 관리자 유형이 되어선 절대 안된다고 말한다. * ‘위기’를 너무 강조하지 말라 - 우리 경영자들은 ‘위기’라는 말을 남발한다면서, 리더는 절대로 이 말을 함부로 사용해선 절대 안된다고 말한다. 이 말을 상습적으로 사용할 수록 그 단어는 식상한 말이 되어 버리고, 구성원들은 “우리가 위기 아닌 적이 있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기 상황이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경우 3간 즉, 시간과 공간 인간 중에서 최소한 하나라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절체절명의 경우엔 삶을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위대한 리더부터 최악의 리더까지 - 저자는 리더의 5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최악의 리더’는 외부에 노출되는 매출과 이익 등 지표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이를 조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보여주기의 대가다. 이런 리더는 극소수의 인력으로 패거리를 만들고 자기 편이 아닌 사람들을 배척함으로써 결국 조직을 몰락하게 만든다. ‘무능한 리더’는 엄청나게 많이 일하는 사람이다. 구성원들도 그렇게 하기를 강요하지만 효율성은 낮고 효과도 별로 없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쳐가면서 번 아웃(burn out) 현상까지 나타난다. 시키는 일만 하게 되는 소극적 문화가 형성된다. 우유부단하며 결정에 일관성도 없다. ‘무난한 리더’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유형이다. 사고나 실수만 나지 않도록 현재 상태를 그저 유지만 하려는 복지부동 스타일이다. ‘훌륭한 리더’와 ‘위대한 리더’는 미래 성장에 필요한 조치를 잘 하고 실적도 좋은 사람들이다.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인재 육성과 지속성장을 위한 조직문화도 만들어 낸다. 다만 ‘훌륭한 리더’가 당대에 존경을 받는다면 ‘위대한 리더’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해서 존경을 받는다.* 미국 대학 총장 뽑듯이 최고경영자를 뽑아라 - 우리 기업들이 임원이나 사장을 뽑는 과정을 보면 하나같이 누가 지금까지 잘 해 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과거의 퍼포먼스와 업적으로 최고경영자가 된다. 과거에 잘했다고 미래에도 잘 할 것이란 것은 착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조직의 장을 선발하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미국 명문대 총장 선발법을 권한다. 발굴 위원회를 이사회와 교수 동문 학생 유력인사들로 구성하고, 학교의 미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먼저 설정한 후 그 방향으로 잘 이끌 수 있는 후보자 군에서 적임자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자질 ‘능력과 그릇’ - 저자는 인물을 평가할 때 능력과 그릇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능력은 지식의 영역이고 그릇은 지혜의 영역이다. 직위가 올라갈 수록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릇이 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지혜를 키우는 노력이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안타까와 한다. 저자는 기업의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책무는 생존과 성장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최고경영자를 선택할 때 그는 단선 경험자를 지양해 왔다고 말한다. 한 가지 업무만 해온 사람은 경험의 한계로 인해 편협하고 독단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여러 일을 맡아보았던 사람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믿는다. 내부지향성도 지양한다. 최고경영자는 외부 지향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경영자는 NO! -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중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거의 없는 이유를 저자는 ‘창업자의 잘못된 자세’ 탓으로 분석한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창업자의 잘못된 운영 방식 때문에 놓쳐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의 크기에 비례해 독단적 성향도 커지고 자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다 기회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프레임에 갇힌 후계자들 - 창업 2세들의 첫 번째 장애물은 ‘하고 싶은 일을 소신껏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두번째는 사회적 시선이다. ‘창업자보다 못한 경영자’라는 낙인이 찍힐 까 두려워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거나 과감히 시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 견제가 가능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 오너 경영은 약간의 보완만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너 경영의 장점인 신사업 도전과 빠른 의사 결정은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오너 시스템은 검증과 조정, 균형과 견제라는 관점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회사의 장기 계획에 따른 신사업 진출, 대규모 투자는 오너의 주도 하에 전문 경영인과 상의해 결정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권한은 모두 전문 경영인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조직 구성이나 임원 임명, 운영 방법 등에 대해서는 오너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똑똑한 인재가 리스크를 초래한다 - 저자는 어떤 특별한 기술, 특정 인물,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할 경우 이것은 위험을 알리는 적신호와 같다고 말한다. 회사가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경우 기존 인력으로부터 인간미가 있고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3가지 힘 - 저자는 “혁신은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고 혁신은 리더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혁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기에 통찰력이 필요하며, 사활이 걸린 결정을 해야 하므로 결단력이 필요하고, 어려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기에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월드클래스로 도약하려면 네거티브시스템을 - 포지티브시스템은 허가받은 것만 할 수 있는 것이고, 네거티브시스템은 금지된 것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것이다. 네거티브시스템이 자율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라며, 포지티브시스템은 규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지티브에서는 어차피 내 봐야 쓰지 못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굳이 내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도 ‘타다’의 예에서 보듯이 포지티브시스템에 막혀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인더스트리가 생기지 못하기 때문에 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까지도 떨어지고 있는 지 모른다고 비판한다.* 기존 인재 선발 시스템을 뜯어고쳐라 - 과거 대부분의 대기업은 공채시험과 면접으로 인재를 선발했다. 보편타당한 모범생만을 뽑는 데 초점이 맞췄다. 모범생을 뽑아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집어넣으려 했다. 미국에서는 대학교수의 추천장이 광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수 자신의 신뢰도를 좌우할 정도다. 교수는 추천서에 그 사람의 장단점을 솔직히 써주고 기업은 인재 선발 때 객관적 자료로 적극 활용한다. 미국에선 또 예전 직장 상사에게서 받은 추천서도 다음 직장에 입사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추천서와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경우 각 부서 실무자들이 반드시 선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통찰력이란? - 우리나라 산업사에서 최고의 통찰력을 보여준 사례로 저자는 이병철 회장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시작을 든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에서 질적 양적으로 세계에서 초격차를 이룬 유일한 산업이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 통찰력이 지식이 많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며 지식과 경험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언급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5G 등을 관통하는 공통점으로 ‘데이타’를 든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인간(human)’을 강조한다. 이제 인간이 주인이 되어야 할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사업의 미래를 결정한 3가지 기준 -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3가지로 성장성과 발전성, 확장성을 든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시장 성장성이다. 검토하는 기술이나 사업이 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게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방향전환하라고 권한다. 다음은 발전성이다. 현재 사용하는 기술이 계속 발전할 여지가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파나소닉이 LCD를 외면하고 PDP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가 TV 사업에서 큰 실패를 본 것을 반면교사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확장성은 현재 기술이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적으로 출발했다가 기술을 확장해 세계 최고의 플랫폼이 된 것을 예로 들었다. * 스타트업-스케일업-스코프업-스테이터스업 - 저자는 기업의 성장을 4가지 단계로 들었다. 첫째는 스타트업(start-up)이다. 모든 기업의 시작이다. 현재 확보한 기술 하나로 돈을 벌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다음은 스케일업(scale-up)이다.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단계다. 이 때는 기업의 주요 전략이 자율과 책임이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 최고경영자는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은 스코프업(scope-up)이다. 사업을 다각화하는 단게다. 주요 전략은 도전과 협력이다. 무분별한 확장은 나중에 칼로 되돌아오니, 진짜 제대로 된 스코프업은 자회사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확실히 가졌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마지막은 스테이터스업(status-up)이다. 핵심 키워드는 창조다. 구글의 알고리즘, 아마존의 이커머스,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플랫폼을 갖는 것이다.* 초격차 조직의 세가지 조건, 도전과 창조 협력 - 이 세가지는 인간만이 갖는 행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만이 도전하고 창조하고 협력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처럼 우리도 “빨리 실패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전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재를 뽑을 때 얼마나 호기심을 가진 사람인지를 볼 것을 권한다. 호기심이 곧 창조적 아이디어의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신뢰하는 협력의 문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한 협력만이 초격차를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NIH(Not invented Here) 증후근 - 다양성이 없는 호모지니어스(homogeneous) 문화에서는 이런 증후군이 생긴다. ‘이곳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다른 곳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연구 성과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배타적인 문화를 뜻한다. 호모지니어스 조직은 상대적인 경쟁에 급급하고,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한 도전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실수하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시대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의 이종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문화다. 조직의 초점도 효과에 맞춰진다.* ‘악마의 변호인 제도(devil‘s advocate)’ 유감 -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 또는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카톨릭 교회에서 성인을 추대할 때 모두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일이 없도록 반대 의견을 내게 하는 사람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현대 경영에서는 이 제도가 호평받고 있지만, 저자는 “조직이 평소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제도도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을 지 모른다”고 아쉬워한다.  * 경영목표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점유율’ - 저자는 경영 목표를 세울 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항상 예상되는 시장 성장률보다 조금 높게 잡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한번에 20~30% 늘리는 게 아니라 몇년에 걸쳐 남보다 5%씩만 앞서가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부 경영자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 목표를 세워놓고는, 그렇게 해야 그나마 근접하게 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취가능한 목표’와 ‘극단적 목표’를 완전히 착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질타한다. * 능력 있는 사람이 오래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 임직원의 직무 만족도가 낮은 대표적인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자기성장 기회 미흡, 불공정한 평가와 보상, 직속 상관과의 갈등, 일과 삶의 균형 부족. 능력있는 직원들의 불만은 상사가 자신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잡일만 시킨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지속성장의 근간은 ‘인재’라며, 인재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의 55:45 원칙 - 단 한번의 협상으로 관계를 끝낼 것이 아니라면 55:45 룰이 양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이며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게 해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 갖겠다는 식의 협상은 협력을 깨트린다는 것이다.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 섬을 가능하게 하려면 약간만 더 얻으면 된다는 배려의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15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 마이너리티 이재명 > 김용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독불장군’의 이미지가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토받는 처지다. 저자는 그런 이재명 지사의 ‘찐팬’이라고 고백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인물,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공공의 이익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라고 극찬한다. 당연히 1등 차기 대권 후보라며, 과거 DJ(김대중)처럼 ‘준비된 대통령’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온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이 지사 역시 “기회는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재천명한 상태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이재명에게 바치는 하기오그라피(Hagiography)에 가깝다. 그럼에도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에 대해 이 정도로 총체적으로 설명한 책도 최근에 없었다. * 공장에서 ‘노동 정의’의 훼손을 절감하다  - 집안 형편 상 초등학교 졸업 후 직업전선에 뛰어든 이재명은 네 번째 직장인 야구 글러브 만드는 공장에서 왼쪽 손목이 프레스에 눌리는 사고를 당하나. 그 여파로 지금까지 굽은 팔의 장애를 갖고 산다. 장애와 인생을 비관해 열 여덟 살에 두번이나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그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19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노동경찰’을 내걸었고, 경기도지사가 되었을 때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을 운용했다. 그는 “현장에서 노동의 가치와 정의가  무시되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명박과 이재명 - 저자는 단지 지독한 가난에서 자수성가했다는 이유로 이재명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이들이 있다며 불쾌해 했다. 저자의 눈에 이명박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길을 택하면서 자본의 세계에 편입된 부르주아다. 반면에 이재명은 함께 잘 사는 길을 꿈꾸며 프롤레타리아도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데 인생의 모든 것을 걸기로 한 사람이라고 구별했다.* 이재명과 노무현 - 두 사람은 중첩되는 것이 많다. 둘 다 메인 스트림에 속하지 못한 비주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내 아웃사이더로 기득권 세력과 악전고투를 펼쳤다. 이재명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자로 과도한 공세를 처부은 것이 ‘천형’이 되어 검경의 무차별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 학생운동 대신 사법고시에 올인하다 - 이재명은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 법학과에 합격한다. 당시 점수로는 더 상위 대학도 갈 수 있었으나 등록금 면제에 매달 20만원 씩 제공되는 학비 보조금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노동자 출신인데다 사회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던 그를 법대 입학 동기인 이영진이 포섭하려 했다. 하지만 이재명은 제도권에 진출해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며 뿌리쳤다. 이재명은 이영진이 안온한 미래를 포기하고 자신 몫의 민주화운동까지 대신해 했던, 동지 그 이상의 존재라며 지금까지 곁에 두고 있다.* 종북주의자로 몰린 김태년을 살려내다 - 성남에 지역구를 둔 김태년 민주당 현 원내대표는 1955년 10월에 종북주의자로 몰려 체포되어 큰 고초를 겪을 뻔 했다. 직파 간첩 김동식에게 포섭당해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했다는 혐의였다. 이 때 이재명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와 함께 그의 법률대리인이 되었고, 이영진은 날마다 김태년 접견을 신청해 안기부가 그가 고문당하지 않도록 압박했다. 자칫 고문에 못이겨 북괴 간첩으로 둔갑했을 수 있던 것을 막아준 것이다.* “불로소득 차단” 이재명의 주택 정책 - 이재명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불로소득 차단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이라고 늘 주장한다. 성남 시장 때 그는 공사원가를 공개토록 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불편과 고충을 소비자들이 뒤짚어써선 안된다며 후분양제도 추진했다. 경기도형 기본주택도 주목을 끌었다.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경기도 거주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자격을 부여했다. 2016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국토보유세도 있다. 일종의 부유세로, 국민 소유인 국토에 세금을 매기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자는 것이다. 그는 이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하자고 얘기한다. * 이재명의 공직사회 다잡기 - 저자는 이재명을 ‘공직사회 다잡기의 달인’이라고 평가한다. 이재명은 그 수단으로 부패 단속을 적극 활용한다. 이재명은 평소에도 “돈이 마귀다. 관청 근처에는 마귀가 천사의 얼굴을 하고 왔다갔다 한다”고 말한다. 비위공무원에게는 아예 생존을 포기하라고 얘기한다. 성남시장 시절 음주운전,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폭력과 성희롱·성매매 등 비위 행위에 적발되면 최장 45개월 승진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특히 6급 이상은 아예 보직을 박탈해 버렸다. 그는 스스로를 ‘4년 계약직 공무원’, ‘성남 1호 머슴’이라고 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았기에 어느 누구에도 휘둘려선 안된다고 보았다. 그는 자신을 지도자라기 보다 ‘국민 가는 길에 어려움이 없도록 돕는 일꾼’이라며 주권자가 맡긴 것을 최선으로 수행하려 할 뿐이라고 말한다.*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라” - 저자는 이재명이 권한을 ‘찾아서’ 행사해 왔다고 높이 평가한다. 2020년 6월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할 때 도청의 관련 부서를 모두 소집해 중앙정부가 아닌 자자체가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가스통을 싣고 다니면 불법이라는것, 전단이 경기도로 떨어지면 쓰레기 투기방지 규정 위반일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해당 지역을 안전구역으로 설정해 막았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공공이 역학조사 및 검사를 할 수 있고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확인한 즉시 관련단체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지시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 4일에 3일꼴로 압수수색 당하다 - 이재명은 박근혜 이명박 정권 때 4일에 3일 꼴로 압수수색 조사 및 감사 수사를 받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경기도지사, 자택, 성남시청 집무실 등을 ‘탈탈 털렸다’고 전한다.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모두 무죄로 풀려난 것만 봐도 이재명의 도덕성은 검중되었다고 강조한다. * 스스로 보수에 가깝다는 이재명 - 2016년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은 ‘진보좌파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도보수층 지지가 높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내 성향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에 가깝다. 나는 현 체제나 질서를 바꾸자는 쪽이 아니다. 경제 안보 통일 노동 어느 분야건 현재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에서 좋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을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기득권자들이 보수라는 탈을 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재명의 평생 숙원 ‘기본소득’ -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전체 국민의 절반인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28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조치였다. 국토보유세를 재원으로 꺼내 들었다. 당시 대한민국 토지 자산 가치가 6500조원 규모인데 세금으로는 불과 0.0015인 9조원 밖에 징수하지 못했다며, 이를 15조원 규모로 증세해 토지에서만 24조원을 걷자고 했다. 그래도 OECD 회원국 평균치인 0.3~0.4% 정도라고 말했다. 조세 감면 대상 54조원 가운데 절반 정도인 25조원을 순차적으로 제외해 나간다면,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지금할 수 있는 재원이 만들어진다고도 주장했다. 폭 넓은 재원 마련을 위해 기본소득목적세 신설도 제안했다. 조세저항 우려에는 “국민들은 세금이 엉뚱한데 낭비되는 것에 저항하지, 내는 세금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믿으면 증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 기본소득이 착취형 노동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이재명 - 그는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서 소득을 보충하는 노동 구조를 그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갑질당하는 직장에 다닐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얘기다. 그는 “저성장의 마이너스 시대에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 국민의 실소득을 늘려주어야 한다”면서 국민이 쓸 돈을 지금의 10배 이상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혼까지 털린’ 10년의 수사 - 2015년 2월3일 이재명은 서울중앙지검에 종북 협의로 소환된 자리에서 “2012년부터 4년간 연례행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6년 10월4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의 호출을 받았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잘못을 지적했는데,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8년에 경기도지사가 됐는데 그 이전 6년 동안 받았던 공격과 압박보다 더 심한 수모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후임인 은수미 성남 시장은 14개월 동안 하루에 한 두 건씩 검경에서 이재명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조국 전 장관 집에 11명의 검사를 보내 화제가 되었지만, 성남시청과 자택에는 50명이 왔다며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고 전했다.  * 이재명을 둘러싼 의혹들 - 그에게는 크게 네 가지 악소문이 따라다녔다. 먼저 조폭 연루설. SBS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재명이 성남시장 때 특혜를 주었다며 성남마피아와의 연루 및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경찰에서는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다음은 여배우 불륜설. 김부선이 자신과 불륜 관계인 이재명의 성기에 큰 점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급기야 직접 증명해 보이며 벗어났다. 세번째는 패륜적 트위터 차명 계정주설. 부인 김혜경씨 까지 연루시켰다가 결국 2018년 12월에 검찰에 의해 무협의로 판명됐다. 마지막은 형수 욕설 의혹이다. 친 형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내는 과정에서 형수에게 심한 욕설을 한 사건이다. 이재명은 인사개입 등 불공정 행위를 하는 형과 갈등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며 일축했다. 형이 어머니에게 격한 말을 한 것을 형수에게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따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법원 무죄판결에도 유감? - 이재명은 2심 유죄판결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마치 종교재판의 냄새를 느꼈다”고 토로한다. 저자도 “대법원을 크게 신뢰했는데 세상이 비웃는 2심 판결에 동조하는 재판관이 무려 다섯명이나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다. 이재명은 인생을 살면서 제일 열심히 산 때가 대학을 장학금 받고 들어가기 위해 공부했던 1981년이었는데, 재판과 도정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보낸 2년, 특히 1심 재판하던 기간이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 이재명의 경쟁력은? - 저자는 이재명의 강점으로 ‘행정가로서의 성과’를 든다. 도정 긍정 평가율 80%는 그의 행정력이 실천과 증명으로 다져진 것이라며, 그래서 도민의 신뢰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장악력도 들었다. 원칙과 신뢰로 공공의 권위를 다져왔다고 평가한다. 저자가 가장 높이 사는 이재명의 능력은 ‘권력을 쓸 줄 아는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능한 권한을 모두 동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계곡 불법 시설 철거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전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그의 가장 강력한 힘은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죽이기 여론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면역력을 키워 왔다고 극찬한다,* 이재명의 단점은? - 저자는 이재명이 한국 정치 현실과는 대단히 이질적이라, 독불장군의 리더십으로 오해받기 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재명이 하는 일은 따지고 보면 모두 사회공동체가 이미 하기로 했던 일이라고 감싼다. 계곡 정비나 수술실 CCTV 확대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재명의 진짜 아픈 고리는 그의 정치적 포지션이 ‘비문(非文)’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아쉬워 한다.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몰아세우던 일을 깊이 사과했음에도 상흔이 여전하다고 전한다.* 이재명과 이낙연 윤석열 - 노무현 대통령 탄핵 투표 때 ‘지지’ 당론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졌던 둘 중의 하나가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다. 저자는 그러나 이낙연이 국민들에게 어느 것 하나 손해보지 않겠다며 ‘부자 몸조심’하는 인물로 비춰진다며 비판한다. 관료들의 몽니, 검찰의 역모 같은 난관을 헤쳐 가기엔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한다. 윤석열은 실력을 아직 인정받은 바가 없으며, 특히 도덕성을 검증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올해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작심발언을 하며 사실상의 정치 참여 선언을 한 것으로 보지만, 모든 것을 걸고 감행했던 조국 전 장관 수사만으로도 ‘실격’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총장직에서 물러나 정치에 입문한다면 검증의 쓰나미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재명은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 이재명은 2017년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가장 먼저, 역사상 가장 창렴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어 약자를 위한 대통령, 친일 독재 부패를 청산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금기와 불의와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배타적인 친문 세력에 대해 “나도 문제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머리라면 우리는 손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 이재명은 임꺽정에 그칠까? - 저자는 이재명이 지난 2월 자신과의 술자리에서 “아무래도 내 운명은 임꺽정이 될 것 같아”라고 토로했다고 전한다. 관아의 창고를 털어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가 참형을 당했던 의적 임꺽정. 저자는 “이재명의 성장사는 곧 무수한 기득권과의 대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재명이 임꺽정으로만 소화돼야 할까”라고 되묻는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1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우리 역사는 우리가 쓴다… 신간 '영화하는 여자들'

영화라는 예술장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들.(사진제공=사계절)“우리가 만드는 영화 속 캐릭터가 남성적 시선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늘 조심했어요.”-심재명 영화제작자“남성장르에서 내가 만드는 그림은 다를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류성희 미술감독“블록버스터를 여자촬영 감독에게 준 적이 없어요. 미국에서도.레이첼 모리슨이 ‘블랙팬서’를 찍었을 때 저는 정말!(박수)”-엄혜정 촬영감독처음에 두께를 보고 놀라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다. 신간 ‘영화하는 여자들‘은 우리가 몰랐던 그리고 알았어도 자세히 몰랐던 여성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계에서 활약해온 분야별 여성 영화인 20인의 일과 삶, 영화에 관한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엮어 출간했다.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1990년 이후 영화 제작, 연출, 연기, 촬영, 조명, 미술, 사운드, 편집, 다큐멘터리, 마케팅, 영화제 프로그래밍, 저널리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경험한 변화와 도전, 성취와 좌절, 연대와 협력은 흡사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2020년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들의 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수작들이 탄생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미쓰 아무개’였던 1990년대 ‘영화하는 여자들’주진숙/이순진 지음 | (사)여성영화인모임 기획 |1만9800원.“인터뷰에 응해준 여성 영화인들은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잘못된 구조와 관행에 도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지은이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과 이순진 영화사 연구자는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이 던지는 심도 있는 질문과 초보자들이 공감할 가장 원론적인 궁금증은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포문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연다. 스물 다섯에 여성을 전문인력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닌 영화계에 첫 발을 딛은 그는 ‘미스 심’으로 불린 사회초년생 시절을 추억한다. 충무로 토착 작업과 대기업 자본이 충돌하며 한국 영화의 제작과 내용이 바뀌는 격동의 시기였다.전 스태프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촬영한 첫 영화인 ‘관능의 법칙’ 제작자기도 한 심 대표는 영화마케팅의 대모로 불리는 올댓시네마 채윤희 대표와 의기투합해 한국 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만드는 등 후배들의 롤 모델로 꼽히고 있다. 넘쳐나는 매체와 다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채 대표가 밝히는 ‘쉬리’와 ‘컬러 오브 나이트’의 홍보 뒷이야기는 발로 뛰던 당시의 치열함을 증명한다.‘쉬리’ 홍보를 위해 한석규, 최민식 등을 내세워 액션 스쿨에서 직접 총을 쏘고 훈련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는가 하면 주제 음악이 좋아 악보 전단을 만들어 뿌리면서 ‘컬러 오브 나이트’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흥행 수익을 냈다.배우 전도연은 “계속 환경이 바뀌는데 혼자 독야청청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이 책에서 밝힌다. 그는 “작은 이야기라도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하고 싶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주류 영화가 아니어도 참여하고 지금도 조연급이라도 할 수 있다”며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맞선다.◇그들의 직업 앞에 ‘성별’ 구분이 없어지는 날까지영화라는 예술장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들.(사진제공=사계절)시대가 바뀌고 각 직업군마다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의미 있는 성취를 거둔 여성영화인들을 10년 단위로 나눠 소개한다. 1부 ‘소외의 벽을 넘어 눈부신 성취로’, 2부 ‘더 넓고 더 깊게, 전문가의 시대’, 3부 ‘단단한 자기중심과 새로운 감수성’까지 총 3부로 구성됐다. 왜 굳이 앞에 ‘여성’이라는 말이 붙느냐는 질문에 3부에 등장한 배우 천우희는 “여성 감독님과의 작업일수록 차이점이 있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온다”며 미디어에 뿌리 깊게 박힌 젠더 감성을 저격한다.더불어 책 속에는 이들이 영화 현장에서 겪어야만 했던 어이 없는 실제 상황들도 고스란히 담긴다. 지방 촬영시 숙식을 할 때 방을 나눠 얻어야 하니 제작비가 상승해서 여성은 안된다. 여자니까 필요없을 거라며 협회에서 나온 다이어리를 혼자만 못 받았던 일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 미혼이니 주말에 나오는 게 너무 당연해서 결혼한 동기와 계속 비교당하다 결국엔 퇴사한 일이 생겼지만 “그때는 나도 여유가 없어서 미쳐 그 부분까지 챙기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도 있다.지금은 촬영과 조명을 동시에 담당하는 몇 안되는 감독으로 꼽히는 남진아 감독은 ‘기집애는 안된다’는 조명, 단 한번도 여성이 일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든 인물이다. 도제시스템이 당연한 시대에 영화에 뛰어들어 두 분야를 모두 담당하는 감독은 흔치 않다. 뿌리깊은 남성들의 텃세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대에도 “주변 조건 봐가며 일하지 않았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지 않으면 원하는 그림이 안나오니까 화가 나서 공부했다”고 그 이유를 전한다.책은 ‘여자가 카메라를 만지면 재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했던 시절 영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을 지켰던 이들은 입모아 “이제는 일부러 차별한다기 보다 단지 그 시대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갔던 시기였다”며 “이제는 누가 끝까지 가느냐의 문제”라고 젠더 문제를 아우른다.‘두개의 문’ ‘공동정범’을 만든 김일란 감독은 여기에 “여성영화인의 역사 안에서 데뷔한 감독이 불과 여섯 명”이라고 앞으로의 과제를 던진다. 광화문시네마의 공동대표이자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은 “여자들의 다양한 직업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이들은 ‘영화하는 여자들’이란 책 속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로서의 위치와 오롯이 자신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 예술혼을 발휘하는 한 인간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그 어떤 이론서보다 더 읽어야 할 필독서의 탄생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9-08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포스트 한일경제전쟁> 문준선

저자는 산업통산자원부의 현직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총괄 서기관이다. 소재부품은 제품의 원재료나 중간생산물. 장비란 그런 소재부품을 생산하거나 이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장치 또는 설비를 말한다. 소재부품은 특히 생산원가의 60%를 넘을 만큼 중요한 산업이며, 전체 제조업 가치사슬의 상단에 위치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저자는 14년 동안 현직에서 지켜본 일본 제조업(특히 소부장) 강점의 원천, 소부장 사태가 불러온 파장과 전망 등을 자세한 현지 사례들을 곁들여 소개해 준다. 그는 한국의 신성장 동력을 소부장과 화학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도 일본처럼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는 산업지원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G7의 시대에서 G-X의 시대로 - 일본경제산업성은 2019년 8월9일 개최한 제25회 산업구조심의회 총회에서 ‘기존 질서의 변용과 경제산업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올렸다. 참석자들은 일본이 현재 세 가지 큰 변화를 마주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첫째는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이슈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최근의 상황을 그들은 ‘G-x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선진국 내 빈부격차 확대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 격차의 축소라는 두 개 격차 문제가 이런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에 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대립을 조율할 국제협력 메커니즘은 ‘기능부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이제 기존의 틀을 따르는 게 이득인지 손실이니 따져봐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일본, 부활이냐 추락이냐 - 이날 회의에서 일본은 스스로 자국경제가 부활과 추락의 갈림길에 섰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경제산업성은 “일본이 국력 저하와 함께 부가가치 창츨에 고전하고 있다”고 자체 진단하면서 ‘패배’라는 표현까지 썼다. 지금 당장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부활의 길이 닫힌다는 절박하고 초조한 심경도 드러냈다. 실제로 ‘기술=일본’이라는 등식이 흔들리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논문 수와 질, 박사 취득자 수가 줄고 있다.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다른 일본 기업이나 외국기업과 협력하기 보다는 단독 연구개발을 선호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글로벌 트랜드에 역행한 탓에 기초연구 비중도 11.9%로 한국(17.2%)에도 뒤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날 총회에서는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두 축이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인재’와 ‘혁신투자’의 부족도 지적되었다. GDP 대비 벤처투자액의 경우 0.03%(2017년 기준)로 미국의 0.4%, 한국의 0.08% 보다도 낮다고 비판이 일었다.* 일본 경제의 버침목 ‘소부장’ - 일본 정부는 자국 산업구조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고, 소부장을 일본 경제를 지탱할 중요 산업으로 인식했다. 특히 경제뿐만아니라 안보에도 불가결한 핵심 분야 임을 재확인했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는 270개 제품 중 212개가 소재부품이다. 중국과 한국의 추격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점유율은 하락세지만 편광판, 유리기판, 포토레지스트, 광학장비 등은 여전히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소부장을 일본 경제 부활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경제를 넘어 안보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이슈로 규정했다. 그리고 꼭 지켜야 한다며 강한 수성(守城) 의지를 드러냈다.* 소부장 강국의 첫 번째 비결 ‘전쟁 후의 경제적 역동성’ - 저자는 일본이 수부장 강국이 된 첫 번째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경제사회의 역동성을 들었다. 단순히 전쟁이 가져다 준 수혜라거나 장인정신을 일본 경제 성장의 근원으로 얘기 하지만 군수업체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대안으로 창업을 택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평가한다. 소니, 파이오니아, 혼다 등이 1946~1948년 사이에 만들어져, 차별화라는 핵심전략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전 후 일본경제에서 외자 규제로 인한 수입난, 극심한 물자부족과 같은 혼란한 상황도 수부장 기업의 탄생에 기여했다.* 소부장 강국의 두번째 비결 ‘거대 과학 프로젝트 참여’ - 남극 탐험이나 우주개발 천체관측 등의 거대과학 프로젝트 참여와 강력한 국산화 정책이 주효했다. 극한에 도전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소부장은 거대과학을 뒷받침하고 거대과학은 소부장의 혁신을 촉진시켰다. 남극 탐험 과정에서 일본 최초의 조립식 주택이 개발되었고, 강풍과 혹한에서 견디는 풍력발전기가 개발되었다. 디젤 엔진의 내구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태양빛을 측정하는 일사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고, 에코정기는 태양광 전천후 분광방사기로 세계시장을 독점했다. 우주개발 과정에서는 의료기기와 조명장치의 급속한 발전을 이뤄냈다. 일본이 자랑하는 초정밀 베어링 기술도 이 때 발전했다. 하와이에 1999년 광학 적외선망원경인 스바루 망원경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과학 소재 산업의 급속 발전이 이뤄졌다.* 소부장 강국의 세 번째 비결 ‘비주류의 혁신 노력’ - 주류가 아닌 후발주자들과 비주류 업종 생존자들의 혁신이 일본 소부장 산업 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후발주자들의 반란, 괴짜들의 무모한 도전, 사양산업에서의 생존을 위한 모색. 망한 회사를 살리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소부장 혁신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소부장 산업도 일본의 선례를 참고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주력산업이 아닌 신생산업, 업계의 1등이 아닌 꼴찌들에게서 혁신의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부장 혁신을 만든 비주류 후발주자들 - 귀금속 가공업체로 창업했던 후루야금속은 극심한 시장경쟁을 피해 이리듐이라는 특수금속 가공업을 시작했고, 휴대폰과 OLED 사업 성장과 함께 세계 산업용 귀금속 점유율 90%의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일본 최초의 3D 시제품 제작업체 인쿠스는 자동차 도어락 부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으나 디트로이트 오토 팩토리 쇼에서 본 3D 프린팅 기술을 보고 시장변화를 감지해 2시간 무인공장을 세움으로써 ‘일본 제조업의 혁명아’라는 극찬을 받았다. 일본국립천문대의 천체망원경 수리업자가 세운 미카타는 전구 데생, 종이비행기 만들기, 구운 생선 먹기 등으로 채용시험을 본다. 괴짜들을 모아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는 실험을 부단히 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광학유리업체인 스마다광학글라스는 연구개발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직원들을 방목해 창의적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마우지 경제’에서 ‘펠리컨 경제’로 도약하려는 한국 -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는 931개 품목 중에서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품목이 309개다. 한국도 이제 소부장 산업이 제조업 생산의 52%를 차지하는 중요산업으로 성장했으나 아직은 일본에 대해 수출 128억 달러 대 수입 270억 달러로 여전히 141억 달러의 적자다. 2019년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에 필수 핵심부품 소재를 의존하면서 생긴 ‘가마우지 경제’를 극복하고 ‘펠리컨 경제’로 바꿔 가겠다고 밝혔다. 펠리컨 경제란, 먹이를 부리 안에 저장했다가 새끼에게 먹이는 펠리컨 처럼 한국 소부장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교훈 - 자동차 부품은 만성적인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품목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적자를 줄여나가 2014년에는 소폭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시에 성장을 거듭해 생산 100조원, 고용 23만명, 기업 수 9000여개에 이르는 기간산업이 되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우리 자동차부품산업의 약진 배경으로 합리적 가격, 품질 향상, 정부지원을 들었다. 이에 더해 2011년 3월11일 터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도 컸다고 분석된다. 마이콘이라는 자동차 제어장치 반도체를 생산하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부품선을 다양화한 덕분에 우리도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극복해야 할 ‘넘사벽’ 일본 트라우마 -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자학적 경제관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50년은 될 것이라는 한 경제인의 언급해서 보듯이, 일본의 기술 경쟁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자포자기 같은 것이 있었다. 2018년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재부품 자체 조달률은 60% 수준이다. 반도체가 27%, 디스플레이 45%, 기계 61%, 자동차가 66%다. 대일본 수입의 68%가 소부장이며, 이는 미국41%, EU 46%, 중국 53%보다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부장 중소기업 1002곳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력 수준은 일본의 89.3%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평가원과 일본과학기술진흥원 평가에 따르면 양국 간 기술격차는 2014년 2.8년에서 2015년 2.7년, 2018년에는 1.9년으로 매년 꾸준히 좁혀지고 있다. 2009년 대비 2017년 한일간 기술격차는 환경 및 에너지가 0.5에서 0.37로, 나노재료가 0.43에서 0.36으로, 임상의학이 0.37에서 0.27로 대부분 업종에서 줄어들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디지털 신기술로 기회가 열린다 - 후발주주가 공격적으로 비약 전략을 선택하고 선발자의 실수가 맞물릴 때 시장점유율 역전과 주도권 이전이 발생한다. 화학분야의 경우 한국의 B사가 MIT와 손잡고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 배터리의 신물질 구조물을 발견해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일본이 최강인 공작기계의 경우도 ’디지털 트윈‘이라는 변화의 바람에 편승해 한국이 머지 않아 이 부문의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낙관했다.* 일본 수출규제는 ’잠금효과‘ 깨어지는 신호탄 - 잠금효과란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한번 이용하면 다른 것을 이용하기 어려워져 기존의 것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제품들이 이제까지 그랬다. 일본이 이번에 수출규제했던 불산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도 모두 전환비용이 커 그 동안 거래선 변경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상황이 변했고 우리 대기업들도 이제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다변화와 자립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중소기업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 기회를 살려 국내 기업들이 굳건한 소부장 생태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규제는 기회다 - 호리바제작소는 환경규제 덕분에 더욱 성장했다. 미국이 대기정화법을 만들어 자동차 배출가스를 단속하기 시작하자자사의 호흡측정 장비를 자동차 부문에 사용하는 방안을 만들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면서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사카린으로 대박 장사를 하던 코난화공은 미국이 발암물질로 판매금지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미리 정밀화학 쪽으로 사업 방향을 튼 덕분에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됐다.네모토는 라듐을 사용하지 않는 야광도료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9.11테러를 계기로 확산된 비상 형광 표시판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일본 제조업의 ‘승부처’ 화학산업 - 소재산업은 일본 제조업의 중심산업이다. 제조업 전체 생산의 18%, 고용의 17%를 차지하며 부가가치의 21%를 만들어 낸다. 소재산업 중에서도 특히 화학산업은 업체 수의 60%, 고용의 70%,부가가치액의 77%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이다. 일본 소재산업이 곧 화학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앞으로는 화학기술이나 제품이 기존의 기술이나 제품을 대체하는 ‘산업의 화학화’에 누가 더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산업 주도권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기능성 화학제품의 경쟁력이 일본 사업결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게 정설이다.그렇기에 일본 재계의 파워도 자동차와 전자산업 중심에서 화학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군을 잃게될 지 모르는 일본 - 저자는 일본에서 한국전쟁 특수를 제외하고는 일본 경제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 한국의 역할과 상호협력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가치를 일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대기업은 일본 소부장의 혁신적 조달처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전용 모터업체인 스타엔지니어링은 대우전자 덕분에 컸다. 코일 권선업체인 니토쿠엔지니어링은 삼성전자가 사 준 덕분에 20명의 소기업에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었다. 하청에서 벗어나 자립화하는 과정을 함께 한 파트너인 한국 대기업의 역할이 일본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는 탓에, 소부장 수출규제 같은 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이번 일로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한국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잃게 된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 소부장 분야의 한일 협력을 기대하며 -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4년에 세계 점유율 20% 이상인 대기업, 또는 10% 이상인 중소중견기업 중에서 실적이 우수한 100개를 ‘글로벌 틈새 1등기업 100’으로 선정했다. 대부분 소부장 기업들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연구개발, 생산설비, 판로개척,금융대출 등 패키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도 2002년부터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부장 전문기업을 선정해 인력 및 기술개발 등을 종합 지원해 왔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산업 밸류체인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 기술 분야에 잠재역량을 가진 기업을 선정해 지원을 강화해 갈 계획이다. 저자는 일본 글로벌 틈새 1등 기업 100과 한국이 소부장 특화 선도기업 100 사이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뿌리산업’ - 제조업의 기반인 뿌리산업을 일본에서는 ‘소형재 산업’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소형재 산업은 1990년 정점 이후 위축되는 모습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업체 수는 최고 50%, 종업원 수는 최대 35% 감소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혁신해 온 기업들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오랜 기간 장인의 감각에 의존해 왔던 생산공정을 IT와 결합해 표준화하려 노력했다.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2015년 2만 6840개이던 뿌리기업이 2017년 2만 5056개로 2년 만에 1800개나 줄었다. 청년들의 기피로 숙련공들이 퇴직한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체했다. 저자는 끊임없는 변화로 살아남은 소형재 기업의 교훈에서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F1은 늦었지만 FE는 앞서가자 - 일본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리는 ‘포뮬러원’을 유치하고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 큰 성공를 이루었다. 모자 판매상이던 아라이 헬멧을 세계적인 자동차 헬멧 기업으로, 방적기계용 실패를 만들던 와시마이아를 세계 최고의 마그네슘 휠 제조업체로 키웠다. 반면에 우리는 2010년에 전남 영암 F1 서킷을 건설하고 그랑프리 대회까지 열었으나 2013년에 아쉽게 문을 닫는 등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저자는 F1에서는 실패했지만 전기차 버전인 포뮬러E(FE)로 눈을 돌리자고 말한다. 매년 세계 10여 개국을 돌며 전기차 레이싱을 벌이는 이 대회를 한국은 2020년 서울을 시작으로 5년간 개최하기로 되어 있다. 1980년대 일본 기업이 F1을 활용했듯, 한국 소부장 기업들도 FE를 기술혁신의 무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조자는 강조한다. 차제에 스포츠 용품 부문과 산업이 연계된 영역을 활발히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기술만이 전부는 아니다 - 저자는 첨단 기술은 없지만 품질과 원가, 납기, 즉 QCD 가운데 하나를 밀어붙여 1위 자리에 오른 기업들도 많다고 소개한다. 코일업체인 우에노는 원가절감으로 승부를 걸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기 전에 인근 교도소에 일감을 위탁하기 까지 했다. 소형 베어링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기타니혼정기는 대량발주를 받지 않고 실시간 공급 대응 체제를 갖춰 완벽한 재고관리를 이뤄냈다. 도르레를 생산하는 나베야바이테크 역시 재고 없이 주문 즉시 제작에 들어가는 납기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4P 대신 1P로만 승부하는 기업들 -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제롬 매카시 교수는 1960년에 기업이 집중해야 할 4가지 분야를 강조하는 4P 이론을 발표했다.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판촉)이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이 모두를 갖추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것은 다 버리고 1P(Product)로만 승부하는 업체들이 있다. 절삭공구를 다루며 뒤틀림 교정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는 가이지마 열처리공업소는 영업 담당이 없다. 영업 자체를 하지 않는다. 기술이 있으면 손님이 찾아온다는 지론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리오닉스는 “1등을 잡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며 하버드 등 최고의 대학들과 공동 연구를 펼쳐 큰 성과를 이뤄냈다. 건축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옮길 때 사용하는 벨트슬링을 만드는 메이다이는 대기업이 자사 제품을 폄하하는 홍보전 덕분에 오히려 이름을 알려 성공했다. 물론 제품력이 그만큼 따라줬기에 가능했다.* 잘 나갈 때 더 조심하라 - 저자는 업계 정상까지 갔다가 추락한 이케가이철공과 재기에 성공한 일본전자의 상반된 사례에서 교훈을 찾았다. 첫째,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자만과 방심이 위기를 부른다. 둘째,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다. 일본전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혁신을 한 반면, 이케가이는 관리를 통한 점진적인 개선에 머물렀다. 세번째, 정부의 대응이다. 이케가이의 파산으로 기술자들이 중국으로 흡수되면서 일본 금형산업은 뿌리가 흔들리게 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9년 (주)산업혁신기구를 설립하는 즉시 구조조정 전문펀드를 만들어 일본전자의 핵자기공명장치 사업부문을 보존케 했다. 한계기업에 적용 가능한 방법이다.* 성공한 소부장 기업의 공통점 ‘고객만족’ - 성공한 소부장 기업의 공통분모는 ‘고객만족’이다. 하지만 이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첫번째는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유형이다. 훗카이도의 동화전기제작소는 오징어 채낚기라는 전통적인 어부들의 움직임을 기계화한 장비를 생산하는데, 남미에서 장비 문제를 연락이 와도 군말 없이 날아가 고쳐준다. 덕분에 이 회사는 세게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두번째는 고객보다 먼저 움직이는 유형이다. 소니가 비밀리에 8mm 초소형 캠코더 개발에 착수했을 때, 한 부품업체가 이미 관련 부품을 개발해 두었다며 납품을 했다. 당시 소니가 도면 유출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세번째는 고객이 부를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기업들이다. 사출성형 전문업체 주켄공업은 수요업체가 따로 검사작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불량품 제로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애프터 서비스도 없다.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수요업체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제조강국’에는 ‘제조문화’가 있다 - 일본은 제조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남다른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7년 33개의 근대화산업유산군과 575개의 개별 근대화 산업 유산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제조문화를 전파하고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연계하고 있다.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궁내청도 제조업에 늘 관심을 보인다. 아키히토 상왕이 주기적으로 제조현장을 찾아 과학기술과 제조문화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킨다. ‘전일본팽이대전’은 일본의 제조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행사다. 전역의 중소제조기업이 지름 20mm,1엔 동전 크기의 팽이를 만들어 겨룬다. 이를 NHK가 내보내는데 방송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2012년에 시작한 이 대회의 초대 우승자는 현재 로켓을 만드는 중소기업 유키정밀이다.* 일본 소부장 기업의 성패에서 얻는 11가지 교훈 - 첫째, 차별화. 틈새전략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둘째는 유연성. 끊임없는 변화가 일본 장수기업의 생존 비결이다. 셋째와 넷째는 도전정신과 혁신이다. 다섯째는 창업이다. 신규창업보다 중도 창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섯째는 기술, 일곱째는 자원배분이다. 여덟째는 위기대응이다. 위기는 정상에 섰을 때 갑자기 닥쳐온다. 아홉째는 협력, 열번째는 고객관리다. 마지막은 문화다. 저자는 일본에 ‘장인문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기업가정신’과 ‘IT DNA’가 있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08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진중권·강양구·서민 외

출간 전부터 ‘조국 흑서’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뿌렸던 책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한번도 경험해보자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져온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강양구 권경애 김경률 조민 진중권 등 5명의 저자는 모두 진보 진영의 상징이며 한 때 ‘문팬’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도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할 언론과 지식인들이 정권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을 보고 이른바 ‘조국백서’에 대응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전한다. 이들은 입법 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권마저 가지려는 초강력 정권과 싸워야겠다고 마음 먹고, 이제 더 이상은 ‘진보’가 아닌 ‘신 보수’ 세력으로 탈바꿈한 구 진보세력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 - 저자들은 지금이 객관적 사실보다 편향된 신념이 뉴스를 지배하고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탈 진실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포털 사이트가 주목받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뉴스로 큐레이션 하면서 언론들도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팩트’ 보다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개탄한다. 언론이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한 기삿거리만 찾게 되면서 오늘 날 대중들의 기사 평가 기준은 ‘진위’ 보다 ‘핵잼이냐 노잼이냐’로 바뀌고,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기사를 원하기 보다는 듣고 싶은 말, 재미있는 말을 해 주는 기사를 요구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1984’와 ‘멋진 신세계’ - 미디어 학자인 닐 포스트먼은 1985년 ‘죽도록 즐기기’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얘기했다. 하나는 조지 오웰의 ‘1984’처럼 모든 것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통제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많은 정보와 놀거리를 주면서 스스로 압제를 환영하도록 만들어 통제하는 방식이다. 포스트먼은 물론 저자들도 지금 같은 정보사회에서의 통제 방식은 헉슬리 방식이라고 공감한다. 작가 진중권은 나아가 “요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시민들”이라고 말한다. 국가는 투명한 척 뒤로 빠져 있고 시민들끼리 SNS를 뒤지고 구글링하며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쿠테타 - 기자 강양구는 최근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쿠테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부 권력 집단이 민주주의 제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종하기 때문이란다. 행정권 과용, 전략적 선거 조작이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고발한다. 일부 엘리트 집단에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테타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반대자는 물론 당사자들조차 자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모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는 사라지고 ‘그릇된 팬덤’만 남다 - 저자들은 정치의 장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팬덤만 남은 것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옳다’와 ‘그르다’의 문제를 ‘좋다’와 ‘싫다’로 바꿔버림으로써 모든 것을 좋다-싫다의 프레임으로 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팬의 대표 사이트로 알려진 ‘클리앙’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상시적인 추천 조작을 하고, 엠엘비파크(엠팍)에서 정부 찬양하는 글을 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다음 사이트는 문팬들이 완전히 점령했으며, 나꼼수나 알릴레오 같은 ‘프로파간다 머신’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소수의 존재를 말살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관적 희망과 객관적 현실의 혼동 - 동양대 교수였던 진중권은 자신이 유시민에게 조국 전 법무장관 딸에 주었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시민은 표창장이 가짜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에게 “대안적 사실을 제작해 현실에 등록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사실이 된다”며 불안해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걱정말라며 안심시키기 까지 했다고 증언한다. 김어준의 경우 자기가 한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진중권은 “이 두 사람에게는 사실이란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고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인 셈”이라고 비판한다.* 심화되는 ‘언론의 편향성’ - 저자들은 적어도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언론’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망가졌다고 개탄한다. 그 상징이 조국 사태 언론보도라고 입을 모은다. 조국 교수의 부인 정겸심 동양대 교수 측에서 총장에게 불만을 가진 딱 두명의 교수와 미디어 인터뷰가 연결한 것, 딸을 변호사가 정리한 거짓말을 숙지시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내보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성 접대 의혹에 엮어 음해하는 것 등이 모두 용의주도한 계획에 의해 인위적 의도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정리한다. 급기야는 “애먼 언론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깜냥도 안되는 이들이 참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면 말고’ 나꼼수 모델 - 세월호 고의 침몰 드라마를 믿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신공양설’이다. 진중권은 “이걸 김어준 씨가 한 것”이라며 “음모론의 가장 극악한 형태”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관련 ‘그날 바다’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를 쳤고, 최근 발표된 ‘유령선’에서는 세월호 항적을 속이려고 무려 1000여 척의 선박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더 대담한 상상력이 동원되더라며 혀를 찬다. 과거 황우석 사태를 최초 보도했던 기자 강영구는 당시 대표적인 ‘황빠’이면서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던 ‘황빠’가 김어준 씨였다고 전한다. 황우석 사태 때 이미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나꼼수 철학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중권은 해석한다.* 새로운 정치 플랫폼 ‘팬덤 정치’ - 강양구는 정치인이 “날 편들어 달라”며 대중을 선동해 본인 개인의 사익을 챙기는 모습과 결과를 팬덤 정치라고 정의한다. 진중권은 ‘정치의 팬덤화’는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곳에서 어디서나 나타난다고 말한다. 서민은 이민희 씨가 쓴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를 인용해 팬덤 정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팬덤은 나의 가수를 사랑하는 한편 남들의 가수를 미워해본 경험이 있기에 정치를 안다는 것이다. 여론 혹은 세상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배척해야 하는지 안다는 얘기다.* 노무현을 당선시키고 감시했던 ‘노사모’ - 진중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는 후보의 철학에 대한 이성적 지지를 토대로 했기에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선생님 문화’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수평적 네트워크로, 네트워크형 소통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든 게 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한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가 되어 “이제 당선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묻자 지지자들에게서 돌아온 답이 “감시!감시!감시!”였다고 전한다. 공약을 잘 지키는지, 정치를 잘 하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열렬한 노사모였던 기생충학자 서민은 노사모 존속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고, 당시 존속에 찬성한 사람들이 60%를 넘겨 노사모는 그대로 존속하고 자신을 포함해 많은 해체파들은 탈퇴했다고 증언한다.* 이성보다 정서에 유착하는 ‘문팬덤’ - 진중권은 ‘문팬’의 중요한 한 줄기를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서 찾았다. ‘우리가 뽑아놓고 지켜주지 않아서 노무현 대통령이 저렇게 됐다’는 감정이 ‘이제 문재인을 지켜주자’며 문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팬덤은 이성적 지지를 토대로 했던 노사모와 달리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에 대한 정서적 유착이 토대가 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들도 결국 ‘노사모는 팬, 문팬은 팬덤’이라고 결론짓는다. 서민은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자 자신들이 그렇게 공격했던 조선일보에 이른바 ‘혜경궁 김씨 광고’까지 싣고, 김부선과 불륜설이 나오자 특정부위에 점이 있는지 없는지 까지 검증받게 했다며 “참 문팬들이 정치를 더럽게 한다 싶었다”고 토로한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슈도 팬덤(pseudo pandum)’ - 강양구는 팬덤 정치가 한국 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데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중권은 “실제 팬덤이라기 보다 슈도(사이비) 팬덤, 즉 팬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권력이나 금전 쪽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민주당 자체가 팬덤 정치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팬덤 정치가 정상적인 정당 정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양구는 “노무현 정부 때의 민주당에서 조국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더라면 아마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했을 것이고, 당연히 막무가내식 팬덤과도 거리를 두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정부가 능력보다는 코드를 우선하고, 정부와 여당 모두 팬덤을 이용하는데 재미가 들린 나머지 팬덤에 먹혀버렸고 지금은 팬덤에 이끌려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일한 사모펀드 가입 고위공직자 조국 - 198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조국 전 장관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그 조카가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공공와이파이나 2차전자 등 국책사업에 투자를 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주가조직, 무자본 MA, 횡령 등 의혹까지 사고 있는 형국이다. 권경애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소수의 투자자(49인 이내)를 모집해 고수익 고위험의 기업투자를 하는 펀드인데, 투자의 익명성도 보장되고 펀드 운용에 제한도 없어 악용되기 쉽다고 전한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률 회계사는 극소수의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익명으로 하는 불투명한 투자활동이나, 경영에 참여한 회사의 자금 횡령을 돕는 가림막 역할을 한 것이 사실상 사모펀드 제도였다고 비판한다.* 코링크PE는 사실상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 -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교수가 투자처를 미리 알고 펀드에 가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레드 블루 그린 배터리펀드 등 4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코링크PE라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돈으로 세워진 사실도 확인되었다. 설립 자본금 1억원 가운데 8500만원이 조국 계좌에서 나간 것이 확인되었고, 조국 부부는 이 회사가 2016년 2월 설립되기 전인 2015년 12월에 또 5억원을 투입했다. 사실상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돈으로 세워졌다는 얘기다. 조카인 조범동에게 돈이 들어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몰랐고 심지어 나중에는 조범동의 처 이은경을 통해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신빙성이 낮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고 두 달 후인 2017년 7월31일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블루펀드에 가족 자산의 20%에 해당하는 10억5000만원을 투입하고, 같은 날 그의 남동생과 그 아들도 3억5000만원을 투입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펀드 가입을 도운 김경록PB의 KBS 보도 녹취록을 보면 그도 이 펀드를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코링크에 직접 전화를 해 보았다고 한다. 김경률은 조국 가족만을 위한 펀드로 운용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코링크PE에 들어간 8억원, 투자냐 대여냐 ? -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 공직자재산신고를 할 때 코링크PE에 들어간 8억원을 투자가 아닌 대여금이라고 신고했다. 투자라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했어야 했다. 조국 측은 처음에는 이자도 못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재판에서는 “대여금이고 이자를 연 11%로 받기로 약정했다”며 이자를 받았다고 번복한다. 실제로 조국 부부는 코링크PE로부터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경까지 월 860만원씩 총 1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는 이자로 받았다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 돈으로 11% 이상의 수익을 내야 했다는 얘기다. 권경애는 “투자였다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백지신탁거부죄가 적용되며, 이자를 받았다면 백지신탁거부죄는 피할 수 있겠지만 업무상횡령죄, 이자수익을 신고하지 않은 ‘위계에 위한 공무집행방해’ 문제가 남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대여금이었다면 이후 벌어질 막장극의 암시였던 셈이라고 저자들은 공감한다. 김경률은 코링크PE의 설립 목적이 애초부터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권 취득인 것으로 보이며, 나중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국책사업인 2차전지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것 같다고 분석한다.* 조국 사모펀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 민정수석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국가 보조금이 투입되는 유망사업 정보는 물론 국가정책으로 폐지될 사업에서 엑시트(탈출)할 시기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예가 2차전지 사업이고, 후자의 예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정책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경애는 공직자윤리법이 다양한 자본시장의 등장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규정들로 가득 차 있으며, 특히 사모펀드 규제는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에 사모펀드에 숨어서 로또 맞을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요강을 법이 미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사모펀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의 회피처가 되지 않도록 주식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의 지분증권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도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중권은 “조국 전 장관이 ‘불법은 없습니다’라며 공직윤리의 문제를 위법과 합법의 프레임으로 전환시켰다”며 “진보 법학자가 속으로는 자신의 전문적 법학지식으로 법을 피해가며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짓을 해 왔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한다.* 586 정치엘리트의 위선 - 강양구는 “586 정치엘리트들이 득세하는 현실 정치 속에서 정의가 무너지고 공정이 사라지고 평등이 망가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진중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586세력인 광흥창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80년대 운동권이 현실사회주의가 무너진 후에도 이념의 수정 과정없이 바로 제도 정치권에 들어가 버린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혁명적 의리론’으로 뭉쳐, 이념 대신 서로의 이익을 챙겨주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이들 운동권은 자본주의와 사회의 작동 원리에 관해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해 곧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서민도 최저임금 급속 인상을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이 분명히 실패했음에도 누구도 이를 인정 않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현 집권세력은 무능한데다 뻔뻔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한다. 강영구도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아주 빠른 속도로 관료에 포획 당한 이유도, 자신과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의 무능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문재인 586 정치엘리트의 능력은? - 강양구는 586 정치엘리트는 철학도 능력도 비전도 없는 사익추구집단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집단이 지금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이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세대 재생산되는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조국 일가의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이들이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이제 국민은 신 적폐와 구 적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들은 승리의 경험을 가지게 되면서 비전도 없고 철학도 능력도 없으면서 집요하게 권력을 탐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민도 시민운동 하던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 그것이 곧 그 단체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진보인사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민단체에게 진보의 외연을 넓히고 국가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한다.* 노무현 유산을 왜곡하는 사람들 - 진중권은 노무현 정권을 망가뜨리는데 기여했던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상징자본’을 이용해 자기 기득권과 이권을 챙겼다고 비판한다. ‘친노폐족’이 ‘친문’으로 부활했으며, 이런 사람들에 의해 노무현 정신과 유산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잘못 받아들여 그 ‘원한’을 자기들의 기득권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양구 역시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폐족이라고 낮췄던 이들이 별다른 자기반성 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딛고 부활했다고 평가한다.* ‘소통’ 공약을 이행 않는 문재인 대통령 - 강양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독대해서 토론하고 건의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사회문제를 돌파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전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했다. 서민도 광화문 호프집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대선 때 약속을 지켰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쇼라고 몰아 부친다. 그는 대통령이 정말 국민과 소통하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기자회견을 자주 하면 되는데, 취임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기자회견은 3번에 그쳤다고 말한다. 같은 기간 노무현 대통령은 45회, 김대중 대통령은 20회를 가졌고 이명박 대통령도 4번을 했다고 한다. 2번에 그친 박근혜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진중권은 “문 대통령이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 미 이행 사례들 - 강양구는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한 글 하나를 소개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밝혔던 공약들 가운데 30개를 추려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것인데, 단 하나만 빼고 모두 불이행이다. 그 하나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이다. 그가 전한 대표적인 미 이행 공약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의 사대를 열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중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겠습니다”, “동북아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여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새로운 진보의 출현을 기대하며 - 강양구는 민주화 시대 신주류의 정서는 “내가 젊었을 때부터 민주화 운동하면서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 정도로 못해?”라고 지적한다. 서민은 “기존 진보라고 불리던 이들이 신보수가 되었다”며 이제 새로운 진보가 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강양구는 이와 관련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진보 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조국 사태로 인해 야기된 젊은 세대의 박탈감, 고령사회 문제, 여성 문제, 자영업 문제 등과 함께 지구온난화(지구 가열) 문제까지 모든 것이 진보 정치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05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무엇을 위해 살죠?’ 30년 ‘딴따라’ JYP박진영의 고백

박진영.(사진제공=JYP)가수, 작사·작곡가, 프로듀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에게는 이외에도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90년대 신세대 대표가수, JYP 설립자, 원더걸스·2PM·트와이스의 아버지 그리고 일본 3차 한류의 보이지 않는 손까지.1993년 파격적인 비닐 바지 의상으로 전 국민의 눈을 사로잡았던 연세대학생은 30여년만에 시가총액 1조원 규모의 기업 CCO(Chief Creative Officer)로 자리매김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인기 가수로 군림하며 젊은 나이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체를 일군 그의 발자취를 보면 오로지 성공외길을 걸었을 것 같지만 박진영은 신간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고 고백한다.하지만 박진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신앙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보기 드문 ‘제이웨이즈’(J-Ways)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한다. 그 자신도 60살까지 무대에 서기 위한 혹독한 자기 관리를 병행 중이다. 가수 박진영의 커리어는 현재 진행형이다. ◇ “연대생이 왜 딴따라처럼 굴어” 한마디에 바뀐 삶 ‘무엇을 위해 살죠? ’ |박진영 지음 | 은행나무 | 1만 5000원 |사진제공=은행나무1990년대 박진영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개성 강한 외모, 지금도 소화하기 힘든 비닐 의상, ‘연세대 지질학과’ 재학 중이라는 엘리트 배경까지. 당시에는 보기 드문 인지 부조화였다. 박진영은 책 속에서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의 열혈 팬이었다고 고백한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했던 끼 많은 학생이었다.연세대 진학 뒤 우연히 클럽에서 스타 작곡가 김창환을 만나 가수 데뷔 제안을 받았다. 이후 작곡가 김형석에게 작곡의 기본을 배웠고 1993년 취입한 1집 ‘날 떠나지마’가 이듬해 큰 인기를 끌며 스타덤에 올랐다. 단순히 당시 인기에 취했다면 지금의 박진영은 없었을지 모른다. 일찌감치 여자친구의 존재를 고백한 뒤 인기가 떨어지는 현실을 겪으며 “20년 뒤를 바라보자” “인기를 인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만일 열성팬의 인기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의 박진영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기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실력을 쌓아 대중에게 인정받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K팝 가수들에게 꼭 필요한 명제기도 하다.20대의 박진영은 권위에 맞서는 청춘이기도 했다. 각종 규제로 점철된 방송사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파격적인 비닐 바지를 입었을 때 한 방송사 국장으로부터 “연세대 다니는 엘리트가 왜 딴따라들처럼 굴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이후 발표한 2집 앨범 제목을 ‘딴따라’로 지으며 가수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에 앞섰다. 박진영은 지금도 각종 방송에서 ‘영원한 딴따라’로 불린다.◇JYP설립… 성공 그리고 실패 1996년에는 JYP를 설립했다. 지금은 BTS(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 초대 설립 멤버다. 수많은 인기가수를 발굴했다. 박진영은 “진주는 꿈을 향한 열정이, 김태우는 밝고 총명한 성품이 사랑스러웠다. 비는 우직하고 성실한 태도가 반하게 만들었다”고 적었다.JYP 소속 가수들의 성공 요인은 ‘패키징’이었다. 박진영 자신이 작사·작곡·편곡·안무에 능했기에 일관성있는 프로듀싱이 가능했다. 소속가수의 이미지를 관찰하고 지금의 세계관에 달하는 종적 일관성을 갖춘 것도 성공에 한몫했다.2003년 미국 진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맨몸으로 미국땅을 밟았다. 당시 주주들이 “1년 안에 빌보드 톱10 앨범에 곡을 수록하라”는 조건을 내걸자 11개월만에 빌보드 4위 앨범인 메이스의 ‘웰컴백’ 앨범에 ‘더 러브 유 니드’라는 곡을 수록했다. 첫 미국 진출 주자인 비는 2006년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이후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도모했지만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결국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첫 결혼 역시 파경의 아픔을 겪었다. 2000년대 말은 박진영에게 실패의 시간이었다.◇신앙으로 극복…제이 웨이즈로 후학 양성 책의 전반부가 박진영의 살아온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박진영의 신앙 고백에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한때 신앙관 논란을 겪기도 했던 박진영은 책 속에서 자신이 왜 종교를 갖게 됐고 지금 자신의 삶과 JYP 기업 이념에 신앙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이를테면 의사결정의 민주화, 직함없는 호칭, 탄력근로제, 인맥을 통한 인턴채용 금지, 룸살롱 출입금지, 친환경 사무실, 유기농 식당 등 업계에서 보기 드문 JYP만의 독특한 기업 이념 역시 신앙에 기초한 ‘제이 웨이즈’의 일환이다.박진영은 책 속에서 “사람들 앞에서 조심하려고 하지 말고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그는 “멋진 말을 하는 건 쉽지만 멋진 삶을 사는 게 어렵다”며 “휴대폰이 해킹돼도 문제될 게 없는 삶을 사는 것, 그게 내가 살아가는 기준”이라고 적었다. 업계에서 연습생들의 인성 교육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진 JYP만의 기업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9-01 1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바이든과 오바마> 스티븐 리빙스턴

미국 역사상 흑인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흑인 대통령과 백인 부통령 조합 역시 ‘오바마-바이든’이 최초였다. 둘은 처음에는 유난히 설화가 많은 바이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역대급 브로맨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특급 케미를 보여 주었다. 버락과 조 둘은 곧 미국을 상징한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은 당시 역대 가장 권한이 있는 부통령직을 수행했다. 그리고 지금 공화당의 트럼프에 맞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가 ‘바이든 당선 이후 펼쳐질 미국의 장차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오바마가 아직 공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의 정치관과 개인적 성향 등을 미리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너무 다른 두 사람,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 조 바이든은 자부심 강한 아일랜드인으로, 29세에 상원에 당선된 불세출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죄우우면 않는 솔직한 화법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설화가 끊이질 않았다. 반면 오바마는 늘 주도면밀하게 검토하고 혹 말 실수를 해도 유머와 위트로 위기를 모면할 줄 아는 달변가였다.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오는 탁월한 정치력이 장점이었다. 바이든이 외향적인 문학도였다면 오바마는 내향적인 학구파였다. 바이든이 우왕좌왕 시끌벅적한 할아버지였다면, 오바마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아버지에 가깝다. 그런 탓에 처음 상원에 들어갔을 때 오바마는 상원의 터줏대감 바이든의 수다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 바이든을 이끌기도, 눌러앉히기도 한 오바마 - 오바마는 민주당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바이든을 러닝 케이트로 발탁해 부통령 자리를 주었다. 하지만 첫 4년 임기를 마치고 2012년 재선에 나섰을 때, 힐러리로 부통령을 교체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바이든을 눌러앉히고 힐러리를 대선 후보로 밀어 바이든을 낙담케 했다. 나중에 바이든은 “당시 오바마는 내가 힐러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오랜 예비 싸움으로 당이 분열될 경우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힘을 못 쓸까 우려해 나를 눌러 앉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배우자감을 바꾼 오바마 - 오바마는 네덜란드계 일본 여성 셰일라 미요시 예거와 교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본질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신의 정체성임을 깨닫고 정치에 뛰어들면서 그녀와 이별을 고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되겠다는 욕구와 욕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카고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한, 그 지역 정치 환경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과 결혼을 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대상이 지금의 부인 미셸이다.* 9.11을 계기로 ‘미국 구하기’ 나선 오바마 - 미국은 9.11 테러의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미국 병사들이 이라크 죄수들을 고문하고 성폭행까지 한 사실까지 드러나 미국인의 자긍심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부시 패거리의 야만성과 거짓말에 비해 오바마는 지성과 이성, 변화와 희망을 상징했다. 그러던 와중에 인종 문제가 커졌다. 이 때 오바마는 “여러분의 조상을 버리세요. 흑인과 백인, 이 두 혈통이야말로 본질적으로 그의 일부이며 더 나아가 미국적 삶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라는 연설로 ‘담대한 희망’을 전파했다. 이 연설이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바이든도 오바마의 이런 진솔함괴 용기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역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부당한 처우를 겪은 경험이 있었다. 두 사람이 본격적인 인간적 교감을 갖기 시작한 전환점이 이 인종 연설이었다. * 버락과 조의 교감 - 후보 경선 운동 중 치받기는 했지만 오바마는 정적 바이든의 정치 기술과 깊은 연륜을 흠모했다. 특히 그에게는 백인 노동자 유권자들이 취약점이었다. 펜실베니아 같은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힐러리에게 패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바이든은 그런 지역에 강점이 있었다.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젬병에 가까왔던 오바마에게 확실한 우군이었다. 둘은 공통의 기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스포츠광이라는 점이었다. 둘은 경쟁 상대인 한편으로 스포츠맨 특유의 ‘팀워크’를 선호했다. 바이든은 그러나 이제까지 정치를 하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의 부하였던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조는 오바마의 비전을 치하하고, 정신력과 따뜻한 마음도 높이 평가했다. 중산층을 도와야 한다는 구호에도 동의했다. 결국 그는 초기에는 말 실수로 어렵게 출발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성실하고 총명한 대통령 파트너로 성장했다. 백악관 내에서도 오바마의 핵심 브레인으로 부상했다. * 바이든 “권한 있는 부통령 자리를 달라” - 바이든이 경선에서 물러나고 오바마와 힐러리가 대선후보 최종 경쟁을 할 때, 그는 오바마에게 “당신이 이긴다면 뭐든 부탁한 대로 하리다”라고 약속했다. 오바마는 러닝메이트로 그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미국 부통령은 늘 대체 인력이었을 뿐이다. 실제 국가를 통치하거나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보직이었다. 1812년부터 1990년까지 거의 27년 동안 부통령 없이 국정 운영이 이뤄져 온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래서 바이든의 요청에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구경만 하는 역할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입법 과정에 조언자 자격으로 참여하길 원했고,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랬다. 대통령에게 포괄적인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는 먼데일 전 부통령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오바마는 흔쾌히 그를 부통령으로 지명하면서 “조 바이든은 그냥 좋은 부통령이 아니라 위대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실수 제조기 바이든 - 바이든은 부통령직 수락 후 당내 토론회에서 “힐리러가 부통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아니 나보다도 나을 것이다”라고 말해 설화에 휩싸였다. 자칫 오바마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때는 대선 경쟁자인 매케인이 여성 신예 정치인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으로 지명한 직후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구설수 제조기’라고 폄하했다. 급기야 선거 캠프와의 조율 없이 정책방향을 내놓자 오바마까지 “도대체 바이든은 언제까지 헛소리를 해댈 거야”라고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둘이 백악관에 입성한 후에도 한동안 바이든의 설화는 계속됐다. 하지만 곧 바이든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며 현실을 이해했다. 이후 둘은 장거리 경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되었고, 이후 ‘브로맨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찰떡궁합을 이뤘다. * ‘반면교사’ 무소불위 부통령 딕 체니’ - 조 바이든은 과거의 부통령과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전임자였던 딕 체니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부시 대통령과 함께 했던 체니는 백악관을 장악한 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상적으로 권력을 휘들러 비난을 자초한 인물이다. 충성을 가장해 부시 대통령을 속이고 조종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의 권한이 워낙 광범위하고 독단적이라, 나중에는 누가 대통령인지 헷갈릴 정도였다는 말까지 나왔다. * 인종갈등 불러온 게이츠 교수 체포 사건 - 오바마의 압승으로 인종장벽이 무너졌다는 평가까지 받고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 하지만 곧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학자 중 한명이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 교수 체포 건이 터졌다. 집이 닫혀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모습을 신고받은 경찰 크로울리 경사가 그를 칩입자로 오인해 험하게 다룬 것이 화근이었다. 오바마가 이 얘기를 전하면서 “아시다시피 이 사건과 별개로 이 나라에는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인들이 경찰에게 부당하게 취급당한 역사가 아주 길고 깁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예요”라고 말 한 게 불을 지폈다. 경찰과 공공안전요원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졌고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오바마는 크로울리 경사에게 전화로 사과했고 나중에 게이츠와 크로울리 경사를 2009년 7월30일 저녁 백악관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 흑인 대통령과 백인 부통령 - 이 조합은 미국 역사상 최초였다. 게이츠 사건도 결국 흑인 대통령과 백인 부통령이 나라를 이끌고 있으니 흑인 교수와 백인 경찰도 서로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특히 바이든은 인종에 대한 편견이 없기에 어떤 의미에서 백악관에서 가장 흑인다운 백인이었다는 평을 듣게 됐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게이츠, 크로울리 세 사람이 만날 때 바이든이 예고 없이 배석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둘의 관계는 잠재적인 신뢰의 상징이 되엇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오바마보다 미국 흑인의 의식에 더 익숙하고 친숙했다는 평도 나왔다.* 아프간 사태에서 보여준 바이든의 강단 -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갈 지를 놓고 바이든과 나토 최고사령관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이 맞붙었다. 바이든은 아프간에 국가를 세우기 보다는 파키스탄의 지역 테러분자들과 알 카에다를 제거하자는 쪽이었다. 반면 사령관은 아프간 병력 증강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자기 제안대로 작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략적 패배의 위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는 결국 바이든의 손을 들어 주었다. 1년 이내에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평가 분석하고 그 다음 7개월이 경과한 후 2011년 7월부터 미군병력 감축을 시작한다는 지시을 내렸다. 그리고 사령관을 쳐냈다. 군부에 대한 민간 통제를 회복하고 부통령을 지킨 것이다. 이를 계기로 버럭과 조는 더욱 가까워진다.* 바이든의 실수, 그러나 이슈 선점한 ‘동성결혼’ - 오바마가 아직 찬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때, 바이든이 TV 생방송에 나가 동성 결혼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실 오바마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좌고우면했다. 1996년에는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했다가 2004년 미국 상원 후보였을 때는 지지를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인종 불평등에서 동성의 권리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주제마다 입을 다물었다. 오바마는 바이든의 언급에 처음에는 당혹해하고 화를 냈지만 결국 바이든 덕분에 자신의 생각을 천명했고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민감한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리더십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바이든 아들의 죽음으로 더욱 가까워지다 - 2014년 4월 경 바이든의 장남 보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보는 아버지 덕분에 자기 것이 되었을 모든 특권을 거부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 그를 알아보고 속도위반 딱지를 면해주려던 경관에게 딱지를 떼도록 했고, 9.11 테러 직후 조국을 위해 뭔가를 해야 겠다며 주 방위군에 입대해 이라크 파병을 나갔다. 문제는 조가 의원들 가운데 개인 재산이 가장 적은 편에 속했다는 점이다. 그는 아들의 치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저당잡혀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오바마가 책을 팔아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했다. 보가 죽던 날 대통령은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부통령 관저에서 바이든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보의 장례식에서 오바마는 “조, 당신은 제 형님이십니다”라고 고백했다.* 바이든에게 준 깜짝 선물 ‘자유훈장’ - 바이든은 오바마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절대로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오바마의 지성과 담대함에 경외감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오바마는 “우리 임기는 끝나가지만 지난 8년의 위대한 선물은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가족으로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바이든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어 주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무리? - 2019년 4월 초 민주당원 19명이 2020년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바이든은 노동계급 유권자들 사이에 득표력도 높고 특히 트럼프가 이긴 주들에게 가장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였다. 일흔 네살에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될 것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예상 외로 오바마가 지지 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대변인을 통해 “두 분은 지난 10년간 특별한 유대를 이루었으며 지금도 그 관계는 여전합니다”라는 상투적 멘트만 내놓았을 뿐이다. 부통령 직을 끝내기 전에 일생일대의 야심이었던 대선 출마를 좌절시켰던 오바마였기에 많은 말들이 나왔다. 전임 대통령이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바이든은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는 “예비선거 시즌에 오바마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트럼프에 맞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최근에야 오바마가 측근에게 "트럼프를 막기 위해 바이든을 도와야 겠다"고 얘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01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경제 시그널>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

‘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은 10만 정기 구독자에 1억 누적 다운로드를 자랑 하는 경제 팟캐스트다. 여기서 경제 전문 기자 출신의 두 피디(이국명 박성훈)가 주류 언론과는 결이 다른 접근 방식으로 경제사회적 이슈들을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두 저자가 풀어내는 독특한 경제 독해법이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곁들이며, 다양한 경제 현상 이면에 작동하는 더 다양한 원리를 제대로 읽어낼 것을 강조한다.* 남녀 차별의 원조 아리스토텔레스 -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지만 인종과 여성 노예 차별이 극심했던 곳이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발생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여성은 손상된(불구가 된) 남성‘이라고 묘사하는 등 남녀 차별의 원조였다. 그는 제자인 알렉산더 대왕에게도 ”여자는 남자보다 치아가 적을 정도로 열등하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오랫동안 남자가 여자보다 치아 수가 많다는 터무니없는 얘기가 정설로 전해 내려왔다.* 국부론에 딱 한 번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 - 우리는 애덤 스미스가 “생산자와 수요자의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 시장 참여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주장했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국부론은 총 5편, 32장에 1000페이지가 넘는 원본이 아닌 요약본이었다. 완역본은 김수형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것이 유일하다. 이 책을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은 딱 한번 언급된다. 더욱이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신통방통한 능력을 예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손의 과도한 개입이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오히려 애덤 스미스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의 황금기를 이끈 ‘보이는 손’ - 영국 출신 경제학자 케인스는 왜 물건이 팔리지 않는지를 연구하다 ‘보이는 손’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그는 유효수요가 부족하면 재고가 쌓이고 경제는 공황에 빠져든다고 주장하면서, 보이는 손이 진짜 있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을 현상을 직시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에 눌려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던 정부를 다시 경제 전반에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루스벨트가 이 이론을 토대로 뉴딜 정책을 적극 추진했고, 덕분에 미국은 1950~19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아닌 주 40시간 - 우리 법에는 하루 8시간, 주 5일 노동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취업규칙이나 서면 합의에 의해 주당 12시간의 연장 노동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는 이 예외가 관행처럼 굳어져 주 52시간 노동제가 마치 기준인 것 처럼 여겨지고 있다.* 주 4일 근무제 기업들 속출 -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 근무 바람이 불면서 주 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2020년 4월에 주 4일제를 본격 실시했다. 4000여 명의 직원들이 매주 하루의 유급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주 40시간을 채운 노동자에게 주 4일제를 선물했다. 부서장의 승인을 받으면 금요일에도 쉴 수 있도록 했다.* ‘평균=정상’의 역설 - 2020년 국세청이 밝힌 2018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산술평균 연소득(근로+종합)은 3545만원이다. 예상보다 많은 것은 상위 0.1%가 14억7132만원 씩 벌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자의 중위소득은 2411만원으로, 이것이 실제 평균에 가깝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상의 3대 거짓말 -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영국 벤저민 디즈레일리 총리가 한 말이다. 통계를 나타내는 statistic라는 말도 라틴어로 ‘정치가’를 뜻하는 statista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정치가들이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자주 사용한 방법이 바로 통계다.* 이자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들 -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이슬람 국가들은 법으로 이자를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경전인 코란을 근거로 한 ‘샤리아의 원칙’에 따라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대신 이슬람 문화권에는 수쿠크(sukuk)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우리 식으로는 특정 사업에 대한 배당금이다. 돈을 꿔준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받는 것이다. 손해를 보면 배당금은 없다. 때문에 돈을 빌린 사람의 사업이 잘 되도록 모두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실수요자에게 유용한 부동산지표 PIR, RIR, K-HAI -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소득 대비 주낵가격 비율을 의미한다. 가구의 연평균 소득으로 주택을 몇년 만에 구입할 수 있는 지 측정하는 지표다. 2020년 현재 서울은 24.46다. 서울에서 평균 소득 가구가 평균적인 주택을 구입하는데 24년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전 세계 332개 주요도시 중 2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RIR(Rent to Income Ratio)은 월소득 대비 주택임대료 비율이다. 무주택자들이 주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쓰는 지를 나타내며, 전세와 월세 모두 포함된다. 수치가 높을 수록 무주택자들이 힘들다는 의미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수치는 16.1%다. 2018년의 15.5%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이 지표가 하락한다면 그만큼 거품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K-HAI(Korea-Housing Affordability Index)는 주택구입부담지수다. 중간 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 주택을 대출받아 구입했을 때의 상환 부담비율로, 높을 수록 부담이 큰 것이다. 2019년 4분기까지 전국 수치는 50.5로 8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 지표가 하락추세라면 부동산을 매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거품 터지기 직전의 막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빈집은행 ‘아키야 뱅크’ - 아키야는 ‘빈집’을 뜻하는 일본어다. 아키야뱅크란 빈집 은행인 셈이다. 일본 각 지역에 있는 빈집 정보를 망라해 소개해 준다. 일본 전역에 무려 850만채가 넘는 빈집이 있다고 한다. 전체 주택의 13.6$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도쿄 등 수도권에서 증가 추세다. 이곳을 대부분 무료 또는 아주 싼 가격에 살게 하는 것이다. 대략 평균적으로 50만엔에서 2000만엔 정도다. 지자체들은 빈집은행을 통해 입주한 사람이 18세 이하 자녀를 두고 있거나 60세 이상 고령자라면 월세를 최대 4만엔까지 지원해 준다. 빈집은 우리나라도 못지않다. 2018년에 142만호로 전체 주택 1763만호의 8% 정도다. 특히 최근 3년간 증가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경기도만 해도 25만 채가 비어 있다. 경북이 13만 7000채, 경남이 13만 2000채이며 서울에도 9만 4000여채가 비어 있다.* 헤어컷(hair cut) - 증권 용어로는 ‘보유 자산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장부상의 가치도 내려 현실과 맞추는 것’을 말한다. 국채 탕감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스의 경우 2011년 EU 정상들이 헤어컷 비율을 기존 21%에서 50%로 상향 조정해 주어, 그리스에서 받을 돈의 절반을 손실처리해 준 적이 있다.* 모라토리엄(moratorium)과 디폴트(default) - 헤어컷이나 채무조정 등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선언하는 것이 모라토리엄이다. 라틴어로 ‘지체하다’는 뜻의 모라리(morari)에서 유래했다. 갚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 일정 기간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1997년말 외환위기 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디폴트다. 아예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채무를 날리기 힘든 채권국들 입장 때문에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역사상 디폴트를 인정받은 나라는 1981년 영국 연방에서 탈퇴해 독립한 중남미 벨리즈가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8차례나 디폴트를 선언했으나 돈을 떼이기 싫은 채권국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라빚 D1 D2 D3 - 국가 부채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갚을 의무가 있는 빚을 말한다. 국가 채무(D1)와 일반정부부채(D2), 공공부채(D3)가 있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로, 흔히 얘기하는 국가채무비율의 기준이 되는 빚이다. D2는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다. D3는 여기에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 금융 공기업 부채를 합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D1은 2018년에 680조5000억원, 2019년에는 728조8000억원이다. GDP 대비 비율은 35.9%에서 38.1%로 높아졌다. D2는 2018년에 759조7000억원으로 GDP 대비 40.1%에 이른다. 2016년 41.2%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D3는 1078조원으로, GDP 대비 56.9%다. 2015년 60.5%에서 감소했다.* 우리 나라빚은 견딜만 한 수준인가 - GDP 대비 D1의 비율은 2018년 IMF 자료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19개국 중 적은 순으로 59위(35.9%)다. 독일이 61.7%로 142위, 영국이 86.8%로 186위, 미국이 104.3%로 207위 등이다. 꼴찌가 일본의 237.1%다. D2의 경우 2017년 OECD 통계에 따르면 GDP 대비 일본이 233.2%로 가장 높다. 그리스가 178.6%, 이탈리아가 131.8%고 미국(135.7%) 프랑스(112%) 영국(92.5%) 독일(63.9%) 등 선진국들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40.1%에 불과하다. D3 통계는 OECD 국가 중 7개국만 산출하고 있는데 우리(56.9%)보다 적은 나라는 멕시코(47.9%) 밖에 없다. 일본이 249.9%, 영국이 93.9%, 호주가 72.7%로 우리보다 높다. 빚 공화국이라는 보도와 달리 우리 재정 상태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MMT(Modern Money Theory) - 현대화폐이론으로, 국가가 빚을 내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2018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뽑혔던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이 들고 나와 논란이 되었다. 그는 MMT를 이용해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고용구조를 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완전히 뜯어고치자고 하면서 16조 달러의 막대한 재정투입을 촉구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연소득 1000만 달러를 넘는 최상위 부자들에게 최고 70%의 세율을 부과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돈을 찍어 국민들에게 직접 쥐어줌으로써 불황을 타개하자는 것이었다. 다만, 과도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또 민간 부분에서 잘 할 수 있는 영역의 지출은 피하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성립된다.* 책임을 다하는 부(富) - 미국에서 상위 5%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책임을 다하는 부(Responsible Wealth)라는 이름의 단체가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공평과세’다. 이들은 부유층이 내야 할 세금을 깍지 말라고 요구한다. 워런 버핏은 2011년에 “우리 사무실에는 나보다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20명은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억만장자인 자신의 세율은 17.4%인데 비서가 월급의 35.8%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빌 게이츠도 2020년 자신의 블로그에 “돈이 많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출산률과 ‘베커 가설’ - 1992년 노벨 경제힉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 게리 베커 교수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날 수록 출산율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노동자로서의 몸값이 올라가므로 자녀를 양육할 경우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늘어나 결국 출산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출산과 양육에서 오는 편익이 비용보다 많아야 애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한국재정학회는 2020년 재정학연구 를 통해 OECD 국가들의 합계출신율 보고서를 냈는데, 일하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출산률도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저출산 대책으로 천문학적 돈을 낭비한다고 지적하지만, 스웨덴 등 저출산 탈출국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저출산 예산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우리는 인구 감소가 문제가 아니라 인구 과잉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국내에선 실패로 끝난 출산장려금 - 베커 가설에 입각해 등장한 것이 출산 장려금이다. 여성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니 돈을 직접 쥐어주어 부담을 줄여주면 출산을 결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경북 문경시의 경우 축하금으로 첫째 아이에 340만원, 둘째에 1400만원, 셋째에는 1600만원, 넷째 아이 이상은 3000만원을 주었다. 그런데 2011년 613명이던 문경시의 신생아 수는 2018년 305명으로 반토막 났다. 2019년에 308명으로 살짝 증가했으나 쏟아부은 예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세계적 트랜드 ‘1인가구 증가’ - 2017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1967만 가구이며 이 가운데 29.3%인 561만 가구가 1인 가구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조혼률은 2011년 6.6 이후 매년 떨어져 2018년 5.0에 이어 2019년에는 4점대가 전망된다. 결혼을 막은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다. 2018년 서울지역 매물 기준으로 서울 대학가의 원룸 평균 월세가 54만원. 시내는 보증금 1000만원 기본에 월세 70만~80만 원대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발표한 인구 특성별 1인가구 현황 및 정책 대웅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생활 만족도는 70%로 높았다, 앞으로도 혼자 살 의향이냐는 질문에 약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 39.3%에 비해 여성은 63.1%로 두배였다. 2019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35.9%가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이었다. 400만원 이상 가구는 11.3%였다.* 착한 비즈니스 - ‘집토스’는 중개 수수료를 세입자에게 안받고 집주인에게만 받아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오프라인 중개소도 직영으로 운영하며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한다. 덕분에 2019년 말 기준 5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 스탠퍼드대 앤드류 옹 교수와 다프네 콜러 교수가 만든 교육 플랫폼 ‘코세라’도 주목할 만 한다. 교육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 플랫폼은 누구나 공짜로 들을 수 있다. 강의를 듣고 테스트를 통과해 수료증을 받으면 수수료는 내야 한다. 평균 4주 강의에 29~99달러 수준이다. 코세라에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이 전세계적으로 149곳에 달한다. 반면에 아마존 같은 대형 플랫폼은 자신들은 중개역할만 하는 것이니 세금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라이 내야 한다고 주장해 ‘세금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신차 시장보다 더 큰 중고차 시장 -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220만~230만대로 연간 27조원 규모에 이른다. 신차 시장의 1.7배다. 중고차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 6000여개로 추산된다. 현재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 대기업들은 중고차 판매업자들에게 경매 방식으로 중고차를 도매 공급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롯데렌터카, AJ렌터카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중고차 사업자로 합류하는 것에 대해 51.6%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대놓고 자사 중고차를 판다면 중고차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인공지능(AI)의 약점 ‘비용’ - 인공지능의 기본은 ‘엄청난 학습과 반복’이라고 한다. 그에 비례해 비용도 급증한다. 길병원이 인공지능 의료시스템인 왓슨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은 연간 약 10억원 정도다. 주로 클라우드 이용료라고 한다. 의사 평균 연봉이 1억 7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의사 6명의 인건비를 쓰는 셈이다.* 워렌 버핏이 자랑하는 졸업장 - 버핏은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으로 평가받는 유펜(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과 컬럼비아대 경제학 석사 출신이다. 하지만 그의 사무실에 걸린 증서는 놀랍게도 데일 카네기 수료증이라고 한다. 버핏이 얼마나 소통 능력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게 해 주는 단면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29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스릴러에 깃든 여성을 향한 폭력, 사회의 민낯 그리고 연대의 힘…줄리 클라크 ‘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의 '라스트 플라이트'가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됐다(사진=밀리의서재 제공, 줄리 클라크 공식홈페이지)2018년 ‘우리가 선택한 것들’(The Ones We Choose)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서스펜스 작가 줄리 클라크(Julie Clark)의 신작 ‘라스트 플라이트’(Last Flight)는 개인사이면서 사회 부조리에 발차기를 날리는 스릴러다. ‘우리가 선택한 것들’에서 부재한 아버지의 대물림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엄마와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라스트 플라이트’는 좀더 사회문제에 무게중심을 둔 작품이다. 전자책 기반의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레슬리 카라(Lesley Kara)의 ‘루머’(The Rumour), 제임스 들라지(James Delargy)의 ‘살인번호: 55’(Fifty Five)에 이어 공개하는 ‘밀리 오리지널’ 해외 스릴러 세 번째 작품이다. ‘라스트 플라이트’는 다양한 모양을 한 권력에 의한 무차별 폭력과  관망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고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린 두 여자의 삶을 교차시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라스트 플라이트(사진제공=밀리의서재)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클레어 쿡. 저명한 정치가의 아들 로리 쿡과 결혼한 클레어는 맨해튼 타운 하우스에 살며 10명이 넘는 고용인의 도움을 받으며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아함과 풍요로움 뒤에는 끔찍한 폭력과 권력의 중심에 선 남편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 사건의 상황이나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으로 피폐해진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남편의 사람들과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세상의 편견, 치밀하게 준비한 ‘탈출’은 남편으로 인해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그녀의 손에 들린 푸에르토리코 항공권.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평화로운 휴양지로 향하는 비행기표지만 클레어에게는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폭력의 굴레이며 암담하기만 한 그녀의 미래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여자, 에바. 그 역시 폭력으로 얼룩진 오클랜드 행 비행기표를 가지고 있다. 항공권을 교환하자는 에바의 제안에 의기투합한 두 여자는 그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추적극의 주인공이 된다. 클레어가 탔어야 했지만 에바가 탄 푸에르토리코행 비행기에 가해진 테러와 추락사고, 클레어의 사망 소식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애초 누구도 타지 않았던 비행기, 클레어의 생존을 알아 챈 남편 로리, 또 다시 탈출을 고심하는 클레어…. 사고시점에 오클랜드에 발 딛은 클레어의 현재와 비행기 사고가 나기 8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에바의 과거가 번갈아 진행 혹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을 높인다. ‘라스트 플라이트’는 뉴욕 타임스, USA 투데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던 작품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모성과 남성 권력 등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여성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에 대한 폭력, 이를 눈감는 사회 시스템 등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낸다. 그 민낯의 피해자인 여성이 절박함에 행한, 판단이 모호한 윤리와 도덕성을 드러내는 사건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반전, 곳곳에 배치된 서스펜스 등으로 무장한 스릴러지만 권위적인 남성들과 권력, 무책임한 사회 시스템 아래 신음하던 여성들의 연대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혹자들은 “세상 많이 좋아졌다”거나 “여자들 살기 편해졌다”고 끌탕을 친다.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이며 그에 맞서는 연대의 힘은 어김없이 힘을 발휘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8-25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BTS처럼 실력과 진정성 갖춰야… 애프터 코로나 시대 키워드 ‘체인지 나인’

중세 시대 감염병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25%를 사망시킨 무서운 병으로 꼽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황이 주도하던 종교 위주의 사상을 버리고 인본주의인 르네상스 시대로 회귀하며 문명의 교체를 야기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창궐은 21세기의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반강제적으로 언택트 생활을 이어가는 인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금융, 방송, 유통, 일자리, 교육, 의식주 등 인류를 둘러싼 20세기 생활공간은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교체 중이고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인류의 변화와 직면했다.지난해 3월 ‘포노 사피엔스’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예고했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다시금 신간 ‘체인지나인’(CHANGE 9)을 펴냈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포노사피엔스 족들의 생각 기준인 9가지 ‘포노 사피엔스 코드’를 생활과 대중문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한다.‘체인지 나인’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1만6800원 | 사진제공=쌤앤파커스책 속에서 내놓은 ‘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은 실상 크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휴머니티, 진정성, 실력, 다양성 등은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도 중요하게 여겨진 가치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가치들의 ‘메타인지’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이를 테면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진정성이 없더라도 학벌이나 배경 등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됐다. 첫 번째 키워드로 내세운 ‘메타인지’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정의부터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전에는 공부하고 이해해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메타인지’로 정의했다면 포노사피엔스는 ‘검색’ 해서 찾으면 ‘내 것’이 된다고 정의한다. 즉 지적능력에 대한 판단기준이 확대된 것이다.이러한 메타인지력은 사회생활에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인력을 찾아내 아웃소싱할 수 있는 능력, 즉 인간관계망과 검색이 포노사피엔스 족의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포노사피엔스 족들은 상상력을 통해 메타인지 능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 저자는 포노사피엔스 문명 시대 우수한 인재의 능력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꼽는다. 수능시험 전까지 스마트폰 금지, 영어점수, 자격증으로는 21세기가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다양성은 기회다. 최 교수는 방탄소년단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네이버 웹툰 등 한국이 낳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대규모 자본과 대중매체의 힘보다 플랫폼에 형성된 소비자 팬덤이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그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플랫폼도 이동 중이다. 인쇄매체였던 만화는 웹툰으로, TV시청은 유튜브 시청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매체를 통해 수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했던 50억 소비자가 이제는 직접 권력을 갖고 다양성을 꽃 피울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보편화되면 성공하는 직업도 다양해진다. ‘아기상어’ 송의 주인공 핑크퐁이나 스타일난다, 무신사, 배달의 민족, 보람TV 등이 좋은 예다. 최 교수는 이들 예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팬덤을 만드는 실력이며 고객(팬덤)을 위하는 경영철학의 진정성만이 이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은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상징이다. 최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SNS를 통해 활동하고 팬덤 아미의 힘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형성된 팬덤의 크기가 곧 새로운 가치의 크기라는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며 “그들의 성공비결은 킬러 콘텐츠이며 음악과 삶 전체에 스토리를 담아 팬들과 공유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음악 시장의 변화는 모든 시장으로 확산된다”고 덧붙였다.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선택의 기준이라면 당당하게 새로운 기준에 맞춰야 한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 요식사업가 백종원씨는 시청자(소비자)의 변화에 발 맞추어가는 도전정신이 돋보인다.하지만 일부 지자체나 기성매체가 일부의 성공만을 ‘따라하는’ 현실에는 쓴소리를 던졌다.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인상에 경기도가 ‘배달앱’으로 맞대응하거나 ‘보람TV’의 성공에 강력한 비판을 던지면서 구태의연한 키즈 콘텐츠인 ‘TV유치원’을 선보인 KBS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른다”고 질책했다.최 교수는 급변하는 시대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꿈과 현실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품고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춰라”고 조언한다.더 이상 공부에만 길이 있는 시대는 지났다. 게임, 웹툰, 춤, 음악, 사진, 농사, 미용 등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만큼 실력과 진정성으로 매진하는 것이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는 기초 자산이라고 전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8-25 1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언택트 시대의 소통법 ‘마음을 아는자가 이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인들은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택 근무이다. 올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재택근무는 조직 구성원간 소통 기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조직 리더들의 소통 역량이 언택트 시대에는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마음을 아는 자가 이긴다’는 조직의 리더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리더십의 첫 번째 덕목이 커뮤니케이션 역량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25년간 CJ그룹에서 현업 중심의 리더십을 경험한 뒤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로 변신한 김상임 블루밍경영연구소 대표다. 그는 국제인증 코치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7000시간이 넘는 코칭과 강의를 진행하는 한편 1만5000여명의 리더들을 만나면서 국제적인 코치로서 명성을 쌓았다.그는 책을 통해 “언택트 시대에는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 보고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보이지 않는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말하는 언택트 시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이는 핵심은 자기주장 기술이다. 자기주장 기술이란 말하고자 하는 사실, 그에 연결된 감정,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화상회의 때 리더가 이렇게 말한다. “지난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어요. 내가 업무 지시한 내용에 대해 아무도 중간보고를 하지않고, 이러면 재택근무를 유지하는게 힘들지 않나요? 여러분들이 잘해 주었으면 해요.” 팀원들이 메시지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기주장 기술을 적용하면 리더의 말은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된다. “지난주부터 우리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제가 지난주에 A프로젝트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개선할 점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응답하지 않아서 안타깝네요. 한번 받은 오더는 기한내 보고해주었으면 합니다.”SNS 소통을 위한 원칙도 만드는 게 좋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상황에 따라 답신을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놓친 내용이 있을 때는 다시 알려주기 바란다. 내가 보낸 톡에 대해 모두가 반응할 필요는 없다. 해당되는 사람만 답하면 된다. 업무를 위해 만들어진 대화방이니 불필요한 내용 게시는 하지말자.’ 이런 방식의 가이드를 주거나 팀원들과 함께 ‘SNS 운영규칙’을 정해보자는 것이다. 언택트 시대 조직 리더십의 요체가 무엇인지 모두 5장으로 짜인 책갈피마다 가지런이 정리돼있다.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2020-08-24 16:50 강창동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 신인철

저자는 자기만의 MBA 커리큘럼을 만들어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70여 명의 세계적 석학들에게 강의 내용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써 보냈을 만큼 ‘괴짜’다. 무언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인 듯 한 그는 유난히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꽂힌 ‘나이키 마니아’이기도 하다. 나이키의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혁신성에 매료된 듯 하다. 하지만 무조건 나이키를 칭송하지만은 않는다. 나이키의 경영 철학이나 스타일을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고 평가한다. 나이키의 어두운 면도 소개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도 전한다. 나이키에 관해 저자의 모든 애정과 노력을 쏟아 부은 책인 듯 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나이키라는 기업의 창업 철학과 경영원칙, 그리고 ‘나이키표 혁신’의 비전을 들여다 보자.* 공부를 너무 잘했던 운동선수 필 나이키 - 1959년 오리건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프랭크 쉴렌버거 교수의 ‘소규모 창업론’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과감한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그로부터 기업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일본 운동화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와 미즈노 등이 아디다스나 마푸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일본 고베의 니츠카타이거 본사를 찾아가 미국 판권을 확보했고 1964년 블루리본스포츠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1971년 드디어 직접 신발을 만들어 팔겠다며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세운 회사 나이키로 변신한다.* 나이키의 도전자들 - 나이키의 역사는 곧 경쟁자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의 역사다.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경쟁은 숨막힐 정도였다. 형 다슬러 루돌프와 동생 아돌프 다슬러 형제가 만든 독일 브랜드 푸마와 아디다스 외에도 아프리카에서 치타를 빼고 가장 빠르다는 ‘그레이리복’을 앞세운 영국의 리복, 지독한 다한증을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로 역전시킨 언더아머 같은 신흥 경쟁자들이 즐비히다.* 중력과의 전쟁 - 나이키 역사는 곧 중력과의 전쟁에 대한 기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과 중력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이키는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쿠셔닝 기술을 1979년에 개발한다. 질긴 비닐로 튜브를 만든 뒤, 그 안에 질소 가스를 충전시키고 입구를 밀봉하는 방식으로 밑창을 제작함으로써 ‘나이키 에어’라는 빅 히트작을 내놓을 수 있었다.* 어슬렁 경영(MBWA)를 실천하다 - 나이키는 어떻게 하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신발을 만들 것인가를 늘 연구했다. 신발을 ‘공장’이 아닌 ‘운동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늘 현장에 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어슬렁경영(MBWA)은 현장경영을 의미한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현장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경영에 녹아낸다는 의미다.* ‘한정판 마케팅’의 힘 - 모나미 153 볼펜의 50주년 에디션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모나미를 창업한 송삼석 회장이 일본 최대 문구류 업체인 우치다 요코의 소개로 오토볼펜 기술을 지원받아 국내 최초로 만든 볼펜이 153볼펜이었다. 처음 출시된 제품 가격이 약 15원, 지금 돈으로 1000원 정도 하는 제법 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싸구려 볼펜으로 전락했고, 이를 모나미가 2013년에 5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판매량 1000개가 삽시간에 완판되어 버렸다. 2013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모나미를 이를 계기로 문구사업 분야에서 2014년 1분기에 극적으로 흑자 전환을 일궈냈다.* 나이키의 진입장벽 전략 - 새로운 도전자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격의 장벽을 높여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 특정한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방법, 특정 시간을 정해 판매하는 방법, 그리고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한정판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그 제품이 희소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갖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오르거나 최소한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유통망 관리를 통해 한정판의 의미를 깨트리는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며, 한정판 마케팅의 존재와 그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나이키의 한정판 마케팅이 매번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좋은 광고 모델이 가져다 주는 타이업 광고 효과 - 묶음 광고 또는 연계 광고를 의미하는 타이업 광고라는 것이 있다. tie-up은 협력 또는 제휴라는 뜻이다. 즉 타이업 광고란 둘 이상 복수의 광고주가 하나의 광고 공간 또는 광고 시간을 공유해 서로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광고를 말한다. 개봉할 영화의 한 장면을 활용해 특정 제품을 광고하는 영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후원 선수를 ‘에셋(자산)’이라고 불러주는 나이키 - 나이키는 자신들과 후원 계약을 맺은 사람 혹은 팀을 에셋(asset)이라고 부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주의 경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황제의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우즈의 이름을 딴 브랜드 제품도 정상적으로 출시했다. 나이키는 광고 후원 계약을 채결할 때, 광고효과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나이키의 위대한 팀원들 - 팀 나이트와 빌 보워만이라는 탁월한 창업가 두 리더 외에 나이키에는 제프 존슨이 있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스포츠가 채용한 첫 직원으로, 나이트의 대학원 동기이자 육상선수였다. 나이키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나이키 로고를 디자인한 캐롤린 데이비슨은 나이트가 출강하던 포틀랜드주립대의 미대 대학원생이었다. 그녀는 디자인을 의뢰한 지 17시간 만에 ‘스우시’라 불리게 된 지금의 나이키 디자인을 만들어 왔다. 그녀가 받은 디자인료는 고작 35달러였다. 나이키에는 이들 외에도 HTM이라는 별개의 라인업이 있는데,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인 히로시 후지와라, 에이맥스 시리즈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 그리고 나이키의 오늘을 만든 디자이너이자 이후 47세의 나이에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CED가 되는 마크 파커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나이키의 11가지 격언 - 혁신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나이키에는 ‘나이키의 11가지 격언’이라는 일종의 조직 행동 강령이 있다. 첫째, 혁신은 우리의 본성이다(It is our nature to innovate). 둘째와 셋째는 나이키는 회사다(Nlke is a company), 나이키는 브랜드다(Nake is a brande)이다. 사명에 걸맞는 가치관과 자신감을 고양하라는 주문이다. 넷째는 논의는 간단히(simplify and go)다. 빨리 결정해 실행에 옮기라는 뜻이다. 다섯째는 고객 최우선 마인드를 요구하는 ‘고객이 결정한다(The consumer decides)’이다. 여섯째, 스폰지가 되어라(Be a sponge)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최대한 흡수해 활용하라는 뜻이다. 일곱째는 즉시 진화 개선하라(Evolve immediately), 여덟째는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이다. 아홉째는 기본을 완벽하게 하라(Master the fundamentals), 열 번째는 늘 공격적이 되어라(We are on the offence-always)다. 마지막 열한 번째는 사람(즉 고객)을 기억하라(Remember the Man)이다.* 악덕기업으로 찍혔던 나이키 - 라이프라는 세계적 잡지의 1996년 6월호에 나이키 관련 사진이 실렸다. 낡고 남루한 아랍 전통 복장을 한 작은 체구의 소년이 허름하고 지저분한 창고에서 공을 꿰매는 모습이었다. 나이키는 곧바로 저개발 국가의 값싼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때 마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빅 원(Thr Big One)이 개봉되어 나이트 회장을 아동 착취를 옹호하는 악덕 사업가로 묘사됐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매운동이 불었다. 나이키는 이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아동노동 근절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던 아만다 터커를 영입했고, 곧바로 “나이키는 절대로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않을 것이며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된 OEM 업체들과의 거래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보제 박사에게 도움을 청해, 나이키를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내는 회사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함께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회사임을 각인시켰다.* 나이키의 오직 하나의 관심 ‘고객 가치’ - 2016년 8월 나이키는 돌연 골프채와 골프공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디 오븐(The Oven)’이라는 이름의 골프클럽연구소를 세우고 단단한 고무 코어를 사용한 솔리드볼 ‘투어 에큐러시’라는 골프공을 개발하고 적은 힘으로도 공을 훨씬 멀리 보낼 수 있는 네모난 모양의 헤드가 달린 ‘스모 스퀘어’ 드러이버를 선보이며 타이틀리스트의 아성에 도전하던 나이키였다. 하지만 매출이나 이익 같은 숫자적인 부분에 집착하면서 고객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소홀하고 있음을 인식하곤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나이키 - 미국의 유명 경영 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혁신성과 개선 의지 등을 조사해 ‘세계 50대 혁신 기업’을 발표했는데 이 때 1위가 나이키였다. 신발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이후로도 단 한순간의 멈춤 없이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소재, 새로운 서비스 방식의 제품들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기술력을 활용한 변신으로 국내 업체들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한계가 없는 나이키의 ‘고객찾기’ -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나이키가 들고 나온 화두는 ‘한계는 없다(Unlimited)’였다. 당시 나이키의 메인 광고 모델은 축구의 호날두도,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도 아니었다. 크리스 모저라는 30대 후반의 육상선수였다. 그는 미국 철인 3종 남자 대표선수지만, 태어날 때까지 그의 성별은 여성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국가대표 선수였던 것이다.* 나이키에게 가장 중요한 3대 VIP 고객들 - 나이키 최고경영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여성이 스포츠활동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여성 제품 라인 확대, 여성 고객 대상 프로모션 및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전 세계 여성 러너들의 축제인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 여성 스포츠 애호가들의 한바탕 축제인 나이키 위민 빅토리 투어 같은 이벤트들이다. 이제 나이키 제품의 40%를 곧 여성제품이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나이키의 또 하나의 잠재고객은 어린이다. 박지성을 광고 모델로 잡을 때 나이키가 제시했던 것이 “은퇴 후에도 박지성 축구교실을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나이키는 유소년 축구교실이나 유소년 풋살 리그, 3대3 길러리 농구 대회 등을 매년 후원하고 있다. 마지막 잠재고객은 제3세계 저소득층이다. 아직도 국민소득 1만 달러가 안되는 나라가 120개 이상이다. 나이키는 ‘Lace Up Save Lives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저변 인구 확대를 지원하고 수익금의 50% 이상을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나이키 휴먼 레이스 같은 행사를 연다. 보이지 않는 고개들에 대한 나이키의 관심이다,*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을 극대화하는 ’나이키 플러스‘ - 나이키는 제품 자체의 가치는 매우 탁월했으나 그를 입고 신으며 함께 한 경험을 다른 형태로 재생산하거나 공유할 방법이 없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시도가 나이키 플러스였다.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이키 플러스 아이팟은 애플과 나이카 두 회사의 인기나 실력에 비해 사업적인 성공을 크게 거두지는 못했으나, 나이키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디지털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하게 된다. 운동화를 신고, 실제 땀을 흘리며 뛰지 않고 온라인 세상에서 가상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나이키가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생각을 나이키는 하고 있다. 이런 경계없는 생각과 태도가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이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나이키가 자동화 공장을 세우는 이유 - 나이키는 로봇 공정을 대폭 도입한 자동화 공장을 세우고 있다. 기존 제품의 저렴한 생산이 아니라 기존에는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개인별 맞춤형 신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 주는 보조 장구 겸용 신발 등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의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다.* 협력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보는 나이키 - 대다수 기업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기존의 협력업체를 관리할 때 품질이나 납품단가, 납기일자 준수 여부 등을 검토하고 평가한다. 나이키는 그에 더해 협력업체의 지속가능성 까지 포함해 평가한다. 지속가능성의 주요 요소는 노동 인권, 근로자의 안전보건 여건, 기업의 환경보호 및 보전 여부 등이다. 매번 평가를 거쳐 레드로부터 시작해 옐로우 브론즈 실버 그리고 골드 단계까지 5단계로 등급을 나눈다. 나이키는 또 전체 제작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과 안정성 등을 계량화한 수치로 측정할 수 있도록 ‘나이키 환경 지표’를 개발해 이를 측정 분석 축적 공유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이다.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얘기다. 과거의 전통이나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새로운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그의 사유 방식이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대립과 조화로 이뤄진 역동적 질서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바로 나이키가 추진하는 비전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2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서핑으로 맛 본 인생의 쓴맛, 단맛… '난생처음 서핑'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연합)제목은 평범하다. ‘난생 처음 서핑’. 그러나 부제는 꽤 낭만적이다. ‘파도가 우리를 밀어줄 거야’라니. 하지만 이 책, 읽을수록 그 치열함에 흠뻑 빠져든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 족들의 필수 스포츠라 생각했던 서핑에 대한 찬사려니 했던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김민영은 ‘엄마 아빠의 잘난 딸’이자 책 속 표현을 빌자면 ‘회사의 새끼’일 뻔 했으며 호기롭게 인턴은 그만 하기로 한 열혈 취준생이다.이 책은 취업과 인생의 굴레에서 서핑을 만나 직접 체험한 단맛과 쓴맛의 엑기스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겪을 만큼 겪은 인생 선배의 조언이 아니다. 어쩌면 서핑은 인생을 닮았다. 파도를 타면서 느낀 환희와 바다의 짠맛이 이 한권의 책에 담겼다.◇균형 잡고 살기 위해서 난생 처음 서핑 | 파도가 우리를 밀어줄 거야 |김민영 저 | 1만 3000원.(사진제공=티라미수 더북 )저자는 어릴 때부터 확고한 꿈이 있었다. 바로 방송국 PD였다. 인턴, 프리랜서, 계약직이라는 갖가지 이름으로 S사, M사 그리고 JTBC 디지털 PD를 거쳤다. 한번 빠져 들면 뭐든 끝까지 하고야 마는 성격의 소유자다. 대학교 때는 치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치믈리에(치킨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다.남다른 승부욕에 축구, 농구, 테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 여러 가지 운동을 섭렵했지만 서핑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단 오해는 하지말자. 금수저 출신의 방송국 PD가 힐링을 하러 발리에 가 서핑에 빠진 게 아니다. 단지 만나는 사람마다 PD라는 저자의 직업에 “그럼 TV에 나오느냐?”고 질문했고 “디지털 PD여서 나오지 않는다”면서 전화를 끊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똑같이 일했어도 성과급은 정규직에만 지급되는 단체생활을 겪기도 했다.그렇게 시작된 취준생 생활이 3년이 넘어가면서 부모의 눈치가 보였던 때 순전히 우연히 30만원대 49박 50일짜리 발리행 항공권을 발견했을 뿐이랄까. 한국에서의 한달 생활비면 발리에서의 석 달여를 살 수 있다는 걸 안 저자는 바로 200만원을 대출(?)받아 발리로 향했다. 책에는 이때를 “적어도 부모님의 눈치는 보이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아빠 엄마의 돈 없이 살았다”고 적고 있다.◇지구 환경, 부모, 친구, 인생 파도의 선배들서핑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지구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서 볼 법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론으로 원거리에서 촬영한 서핑 비디오가 아니라면 서퍼들은 바다 속 비닐봉지와 각종 쓰레기, 플라스틱 뚜껑 더미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곤 한다.책에도 발리의 우기에 밀려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서핑을 한 뒤 온 몸에 발진이 올라 고생한 에피소드가 실렸다.말로만 환경보호를 외칠 게 아니라 그 바다에 몸을 한번이라도 담궈 본다면 각종 연고와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심각성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귀띔이다.파도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도 있다. 바다에 나가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만삭의 임산부도, 어린 아이들조차 프로 보드를 타기도 한다. 바다는, 그 곳에서 균형을 잡는 서핑은 평등한 스포츠다. 현지인이라서 더 좋은 파도를 내어주지도, 타지인이라고 험한 파도를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보드에 연결된 리쉬는 일종의 생명선 같은 존재다. 보드를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고 서퍼들을 언제든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그 리쉬는 어쩌면 인생에서 당연히 곁에 있을 거라고 혹은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같다. 절대 끊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 끈이 2m 파도에 끊어진 날 죽을 뻔한 경험을 하면서 저자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때로는 끊어질지 모를 리쉬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주변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혹은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려면 “한낱 실오라기 같은 리쉬라도 있어야 한다”는 문장에 절로 코끝이 찡해진다.한국영화 최초 서핑을 소재로 한 영화 ‘어서이소게스트하우스’의 한 장면.(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바다의 밖에서도 삶은 이어진다이 책은 서핑 입문책으로 손색이 없다. 자신의 경험으로 패들링, 패들아웃, 덕다이브, 에스키모롤 같은 전문용어들이 재미있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슨 단어인지 몰라도 된다. 저자가 빨래처럼 파도에 돌려지고 파도 안으로 들어가고 팔로 저어 나가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간단하다.간간히 바다 위에서의 경험에 한국에서의 기억을 훑고 지나가는데 이 또한 흡사 에세이판 ‘90년대생이 온다’를 읽는 느낌이랄까. 단순히 사회생활의 단면이 아니다. 키 174cm인 저자가 여성으로서 겪는 시선과 차별 그리고 서퍼로서 중요한 건 무게보다는 ‘조절’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저자는 낱낱이 고백한다.평생을 덩치 큰 여자로 굽은 어깨를 지니고 살았으며 완벽한 시도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고백은 그러니까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수백 번 바닷물을 마셔가며 보드 위에 섰어도, 파도를 탔어도, 더 중요한 건 ‘내려오기’다.마침내 파도를 잡을 힘이 생겼고 잘 따라갔더라도 금방 처박히기 일쑤다. 올라갈 땐 그게 전부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행위는 잘 내려 오는 것이었다.쉴새 없이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오르락 내리락 했던 저자는 회사의 눈치덩이로 간이 사무실에서 시작해 19층까지 올라가 결국엔 회사가 지급하는 개인 컴퓨터까지 쓰며 매일 몇 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생기는 인기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하지만 계약이 끝난 현실은 냉정했다. 대가는 ‘그동안 수고한 0기’라고 씌여진 감사 문구가 쓰인 상장이 다 였고 밤을 새가며 힘든 줄 모르고 아이템을 냈던 동기들과 나란히 회사문을 나가야 했던 아픔을 서핑으로 치유했다. 잘 내려오면, 인생이 요동쳐도 살만 하다고, 그럼에도 감사할 일이 생길 거라고 책은 말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8-18 17: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김병규

저자는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경영학으로 전공을 돌려 현재는 연세대학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플랫폼 강자 시대’에 기존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PB(Private Brand,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 상품)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비한 선제적·차별적 대응을 주문한다. 아마존이 회장품을 만드는 시대에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회두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아무리 온라인 플랫폼이 거대화되어도 브랜드가 자신만의 팬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여전히 강한 힘을 갖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의 ‘팬덤’을 만드는 일에 그 무엇보다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시장까지 장악해 가는 P-플랫폼에 대항해 살아남은 기업들의 치열한 생존 비결, 그 경쟁사들과의 비교 우위 요인들을 찾아보자.* 급성장하는 PB 시장 - 미국에서 소매시장 매출액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제조사 브랜드 상품의 판매는 2361억 달러에서 2536억 달러로 7.4% 증가에 그쳤다. 반면 PB상품의 판매는 430억 달러에서 608억 달러로 41%나 커졌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는 2013년 18.5%에서 2018년에는 23.2%로 성장했다. 한국 시장도 비슷하다. 2018년 기준으로 PB 상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에 달할 정도다. 유럽에서는 PB 상품의 점유율이 40%를 넘는 곳들도 있다. 무엇보다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디자인 능력도 향상된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기라는 경제 상황까지 맞물린 덕분이다.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PB 상품 구매 의사를 밝힌 응답자 비율이 무려 92%에 달했을 정도로 PB 구입 소비자층 자체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PB 브랜드만 450개에 이르는 아마존 - 2009년에 이미 전자제품 액세서리 브랜드 ‘아마존 베이직’, 2014년에 생활용픔 브랜드 아마존 엘리먼트를 츨시한 데 이어 2017~2018년 사이에만 무려 100개가 넘는 PB를 출시하는 등 2019년 기준으로 아마존의 PB는 브랜드 수가 무려 135개에 이른다. 제조사가 아마존 만을 위해 별도로 만든 브랜드 ‘아마존 익스클루시브’까지 포함하면 아마존의 PB 수는 무려 450개에 달한다. 상품 수로는 2만개가 넘는다.* 제조업의 영역을 잠식해 가는 아마존 - 최근 아마존이 출시하는 PB 상품은 오픈 마켓 상품을 직접 겨냥한 상품들이 많다. 오픈 마켓에서 인기있는 상품을 파악한 뒤 판매량 1위 공급자에게 아마존의 PB가 되라고 압박한다. 이를 거부하면 판매량 2위의 공급자에게 제안하거나 동일 상품을 직접 만들어 PB로 출시해 사실상 퇴출시켜 버린다. 아마존의 ‘제조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아마존만을 위한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생산업체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들과 장기적인 계약을 맺는 프로그램이다. 또 리뷰어 네트워크인 ‘바인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에 대한 호의적 리뷰가 작성되도록 돕기도 한다. 아마존이 엄선한 리뷰어들에게 무료로 제품을 보내주고 리뷰를 작성케 함으로써 제품에 호의적 평가가 달라게 유도하는 것이다.* P-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 아마존이나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PB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더 이상 유통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뜻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단순히 상품을 전달하는 유통업체에서 생산과 유통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플랫폼, 즉 P-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빅 데이터를 활용해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PB를 신속하게 만들어내면서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큰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온라인 플랫폼이 P-플랫폼으로 진화할수록 제조사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을 내어줄 수 밖에 없게 된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P-플랫폼의 본질은 ‘시장 정복’ - 플랫폼 기업들이 프리미엄 수준의 상품을 공급할수록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제조사의 어려움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 PB 상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충성고객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PB상품을 쉽게 수용하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생산자로 진화하면 할수록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특히 P-플랫폼으로 진화하면 PB상품에 대한 공급처 확보에서 유리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뿐만아니라 충성고객을 가진 모든 채널이 PB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CJ오쇼핑은 현재 보유한 PB만 무려 11개다. 앞으로 이런 온라인 플랫폼들은 점점 더 많은 브랜드와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P-플랫폼의 충성고객 되는 것을 막아라 - P-플랫폼 시대가 도래하면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가지다. P-플랫폼이 되거나 아니면 P-플랫폼에 저항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통사와 제조사는 저항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최선의 방법은 사람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충성고객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진화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신만의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 온라인 판매도, 배송도 않는 ‘트레이더조’ -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오프라인 슈퍼마켓 트레이더 조(Trader Joe’s)는 P-플랫폼의 공세를 잘 막아내고 있는 곳이다. 매장의 크기는 미국 대형 마트의 1/3 수준이다. 전체 매장수는 2019년 기준 498개로 월마트의 1/10 수준이다. 판매 상품 수는 4000개로 대부분 PB상품이다. 이 마켓은 온라인 판매도 배송도 하지 않는다. 직접 매장에 와 사가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홍보도 하지 않는다. 웹사이트가 전부다. 회원카드를 이용한 고객 데이터 수집도 안 한다. 대마트에서 흔히 하는 할인이나 1+1 프로모션도 없다. 그럼에도 2019년 미국 내 유통업체 선호도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국 유통업체 최고점을 받았다. 고객경험 조사에서도 1위다. 브랜드 로열티 조사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단위 면적당 매출규모는 미국 수퍼마켓 중 가장 높다.* 미국 유통업체 역사상 최강의 ‘팬덤’ 보유 - 기본적으로 트레이더조의 상품은 품질이 우수하다. 그런데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하다. 고객 타깃이 명확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슈퍼마켓이 아니라, 교육 수준이 높으면서 이국적인 식품에 대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모든 상품을 다 구비하기보다는 타깃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만 주력하고 타깃이 아닌 사람들은 철저히 외면하는 전략이다. 대신 고객의 목소리에 가장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바이어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유통업체 매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품을 찾아낸다. 여기에 트레이더조만의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만든다. 상품이 독특하면서 동시에 타깃 고객의 선호와 취향에 잘 맞기에 많은 팬들이 열광한다.* 취향저격 컨텐츠로 시장을 선도하는 ‘넷플릭스’ - 넷플릭스가 보유한 영화 타이틀 수는 약 3800개 정도다. 아마존의 1/3 수준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 모든 컨텐츠를 합해도 5600편으로, 우리나라 KT 올레가 보유한 컨텐츠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적은 수의 컨텐츠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역시 ‘타깃의 힘’이다. 넷플릭스의 타깃은 ’비어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궂이 유명 작품에 연연할 필요가 없고. 사람들의 취향에 맞고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가진 그럭저럭 볼 만한 컨텐츠면 된다.* 열성적인 브랜드팬을 가진 넷플릭스 -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컨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작품 요소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한다.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업체가 선택한 페이퍼뷰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독특하다. 광고도 않는다. 명확하게 정의된 타깃, 독자적인 콘텐츠, 쉬운 선택, 차별화된 운영 방식,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상업적 의도를 갖고 있다.* 살아남은 브랜드에서 찾는 5가지 생존 전략 - 트레이더조나 넷플릭스 같은 브랜드들은 첫째, 문화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타깃을 갖고 있다. 브랜드의 타깃을 문화적인 차원에서 좁고 명확하게 정의한다. 둘째, 취향에 맞는 독자적인 상품을 갖췄다. 타깃 고객의 선호와 취향을 반영한, 독자들이 원하는 독자적인 상품을 만든다. 셋째, 쉬운 선택이다. 고객이 선택의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한다. 넷째, 차별화된 운영 방식이다.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운영 방식을 찾는다. 다섯째, 감추어진 상업적 의도다. 상업적 의도가 드러니지 않도록 한다.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이 5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것이 P-플랫폼 시대에 유통업체와 제조사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아웃도어 최강의 팬덤 ‘파타고니아’ - 파타고니아는 1973년 암벽 동반가인 이본 쉬나드가 설립한 아웃도어 의류 및 장비 제조사다. 의류 브랜드 가운데 가장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브랜드다. 제품을 만들 때 환경과 동물에 가해지는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매출의 1%를 환경보호에 기부한다. 재활용된 자원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는 블랙프라이데이 때도 할인을 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 발생한 판매액 전부를 기부한다. 이본 쉬나드는 “사업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돈으로 환경과 지연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제품 원료 정보를 고객에게 세세히 알려주고, 협력사도 환경적, 사회적 기준에 우선해 매우 까다롭게 선정한다. 상품의 69%가 재활용 자원을 활용해 만든다. 100%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의류와 가방도 선보였다. 단체복 공급사 중에도 환경보호나 시회적 기여, 투명성 등 기준에 안 맞으면 공급을 거부한다.* ’애슬레저‘ 문화를 만든 ‘룰루레몬’ - 1998년 칩 윌슨이 설립한 캐나다의 요가복 브랜드다.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으로, 요가나 필라테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19년 대비 2020년 브랜드 가치가 40%나 성장해 전체 브랜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매장 단위 면적당 매출이 의류 브랜드 가운데 최고다. 세련된 취향을 가진,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다. 2020년에 새롭게 유입된 고객 가운데 30%가 남성일 정도로 최근에는 남여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상품의 독자성이 팬이 많은 원동력이다. 사업 초기부터 각 지역의 요가 강사와 스포츠 전문가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고객을 단순히 손님으로 여기기 보다는 자신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친구처럼 대하는 직원들도 큰 경쟁력이다.* 아웃도어 애호가들의 보물창고 ‘REI 협동조합’ -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아웃도어 용품 유통업체다. 1938년 미국 시애틀 지역의 아웃도어 활동가 21명이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 시초다. 기업이라기 보다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인식되는 브랜드다. 상업적인 모습의 대형 매장에 거부감을 가지고 커뮤니티 같은 비상업적인 업체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판매되는 제품은 모두 품질이 우수한 프리미엄 상품들이다. 아마존에서 파는 상품들보다 기격이 비쌈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한다. 직원들도 실제 아웃도어 활동가인 경우가 많다. 20달러를 내면 평생회원이 되는데, 나중에 매장에서 쓴 금액의 10%를 배당금으로 돌려받는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70% 수준에 이른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매장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준다. 온라인 주문도 받지 않지만, 현재 회원수가 180만명에 달한다.*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이케아’ - 이케아는 모든 사람을 위한 가구를 만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타깃이 ‘모든 연령대의 젊은 사람들’이다.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젊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그래서 이케아의 팬이 된 ‘젊은이’들은 평생 이케아의 팬이 된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든다’는 환경보호 철학도 이케아 제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화학물질의 사용을 피하고, 버려진 목재를 최대한 재활용한다. 이케아는 매장 면적의 절반 정도를 쇼룸으로 구성해 고객 체험이 가능케 한다. 너그러운 환불 정책도 특별하다. 구입한 영수증이 있으면 구입 후 365일 이내에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은 어느 브랜드도 따라하지 못하는 이케아만의 경쟁력이다.* 미국인들의 소울 푸드 ‘인앤아웃’ - 미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햄버거 식당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 않고 모든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 그래서 어떤 매장이든 품질이 동일하다. 기업 공개를 않는 가족기업이다. 햄버거 브랜드 가운데 가장 팬덤이 강하다. 양이 많지도 않고 메뉴도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더블 3가지 밖에 없다. 그만큼 사람들의 선택을 쉽게 해 준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지향한다. 소고기를 직접 도축해 냉장 상태의 소고기만 사용하기에 그것이 가능한 지역에만 매장을 만든다.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 사이드 메뉴인 감자튀김도 생감자를 매장에서 바로 썰어 튀겨낸다. 2018년에 텍사스 지역 매장에 공급되는 햄버거 빵의 품질이 문제되자 텍사스 내 37개 매장을 이틀동안 전부 닫아버린 적도 있다.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구글이나 링크드인 등을 제치고 미국 전체 기업 가운데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을 주도하는 ‘블루보틀’ - 커피를 하나의 소비재가 아닌, 장인이 정성껏 만든 수공예품처럼 여기며 진정으로 커피의 맛을 즐기게 해 주는 문화를 ‘커피 제3의 물결’이라고 말한다. 단지 고급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바리스타와 고객 사이의 관계로까지 확장된 개념이다. 고객에게 원두와 관련된 스토리까지 얘기해 줌으로써 고객이 커피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단일 지역 농장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고급 원두 싱글 오리진을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손으로 직접 내려주는 드립커피로 유명하다.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매장을 연 이후 이제 브랜드 가치가 8000억원에 이른다. 네슬레가 5억 달러에 지분 68%를 인수했다. 스타벅스 같은 대중화된 커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원두 종류를 세 가지로 제한하고 기본적인 커피와 몇 가지 스페셜 음료가 메뉴의 전부다. 컵 사이즈도 대부분 한가지만 제공해 고객들이 편하다.* 꿈의 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 -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테슬라의 히트작 ’모델 S‘의 타깃은 기업 임원과 기업가 중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얼리어답터 들이다. 이후 보다 젊은 얼리어답터를 타깃으로 한 모델 X SUV와 중소형 세단인 모델3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보스천 컨설팅그룹이 2019년에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전체 9위에 자동차 브랜드로는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방향지시등 소리를 방귀 소리로 바꾸거나 내비게이션 화면을 화성 표면으로 세팅하는 등 운전자를 즐겁게 해 주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s;게임이나 영화에 숨겨진 유머)로도 유명하다. 트림이나 색상 종류도 단순화해 휠의 종류, 인테리어 색상, 오토파일럿 추가 여부만 결정하면 돼 온라인으로도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중 유일하게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한다. TV 광고도 않는다. 이 돈을 차라리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는 철학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나이키’ - 미국 10대들이 의류 및 신발 분야에서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다. 2018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항의해 미국 국가 울릴 때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주도했던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니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등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진짜고객으로 생각한다. 여성 유색인 노인 등 마이너리티들, 나이키의 ‘도전하라’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다. 한정 수량으로 생산해 신발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소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고객이 온라인 주문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통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판매 채널도 적극 관리한다. 2019년 11월 나이키는 “아마존에 더 이상 나이키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에 나이키 상품을 파는 오픈 마켓 판매자가 너무 많아 나이키 브랜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상업적이면서 그걸 숨기는 ‘애플’ - 아이폰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보다 의류 구매 지출액이 2배가 많다. 애플의 독자성은 디자인에서 나타난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기능적 편리함보다 심미성을 중시한다. 편리한 도구라기 보다 ‘가지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스티브 잡스 사후에는 상품 자체를 매스 시장 제품과 프리미엄 시장 제품으로 나누고 신제품과 함께 이전 제품도 같이 판매한다. 애플스토어는 또하나의 강점이다. 제품 구매를 강요하는 듯한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다. 팀 쿡이 새 CEO가 된 후로는 혁신보다 이익을 중시해 혁신 제품의 등장이 가능할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팀 쿡은 잡스 시기에 30억 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을 46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면서도 기존의 마니아 팬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팬을 만들어라 -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이제 점점 더 생산과 유통을 겸비한 P-플랫폼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런 시기에 유통업체와 제조사가 살아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브랜드 팬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얼마나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어 타깃 전략을 검토해 문화적으로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자신과 자신의 경쟁 브랜드를 상품성, 독자성, 쉬운 선택, 차별화된 운영 방식, 그리고 상업적 의도 네가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팬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타깃 고객의 선호와 취향을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독자적 제품을 찾아야 한다. 선택지 자체를 줄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쉽게 해주고, 당장의 단기적 손실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업적이지 않게 보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라 - 브랜드 생존전략의 핵심은 팬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브랜드 타깃이 명확해야 한다. 대형 매장에 대한 집착도 버릴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아니라 혁신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제조사는 특히 자신만의 온라인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제조사에는 좋은 판매처이긴 하지만 P-플랫폼 시대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가장 큰 경쟁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시장에 좋은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소비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18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작가들의 동반자이자 뮤즈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고리…‘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 캐슬린 크럴 지음 | 전하림 옮김 | 바이올렛 르메이 그림(사진제공=에프)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 1000만명 시대, 어쩌면 반려동물은 어지간한 ‘사람’보다 더 많은 영향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출판사 편집자 출신의 작가 캐슬린 크럴의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은 개, 고양이, 말, 생쥐, 토끼 등과 삶을 공유했던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드거 앨런 포, J.K 롤링 등 유명작가 2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빅토리아 시대의 시인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플러쉬, 도로시 파커와 이디스 워튼, 거트루드 스타인, 버지니아 울프 등의 반려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고양이들, 존 스타인벡의 찰리 등은 꽤 유명하다.윌리엄 포크너의 말과 마거리트 헨리의 야생 조랑말들, 케테리나를 비롯한 에드거 앨런 포의 고양이들, ‘에드거 앨런 포’의 ‘갈가마귀’에 영감을 준 찰스 디킨스의 그립 더 노잉을 비롯한 까마귀들과 고양이, 마크 트웨인의 글쓰기 동반자 11마리 고양이들과 개구리, 딸들에게 선물한 콜리들 ‘I Know’ ‘You Know’ ‘Don’t Know’, E. B. 화이트의 개와 돼지와 거미 등은 그들의 삶과 작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6세에 ‘토끼’라는 시리즈를 만들었던 소녀 조앤은 어려서부터 기니피그, 강아지 등과 함께 살았고 이는 작품 속 캐릭터들과 불사조, 히포그리프, 유니콘, 용, 마법 부엉이 등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그 소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J. K. 롤링으로 성장했고 반려동물들로 인해 슬럼프를 이겨내기도 했다.외로운 유년시절을 남동생, 생쥐, 토끼 등과 보낸 ‘피터 래빗 이야기’의 베아트릭스 포터, 닭을 뒤로 걷도록 훈련시켰는가 하면 공작새들을 키웠던 플래너리 오코너, 닭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위한 편지와 시를 쓰기도 했던 ‘컬러 퍼플’의 앨리스 워커 등 삶의 동반자이자 활력소이며 작품에 영감을 주는 뮤즈인 동시에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돼줬던 위대한 작가들의 반려동물 이야기가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실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8-17 14: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포스트 코로나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

오늘부터의 세계는 저자가 올해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이던 때 모 일간지에 실었던 글로벌 인사들과의 연재 인터뷰 기사를 다듬어 내놓은 책이다. 인터뷰에 응한 국내외 저명인사들은 코로나 사태를 ‘생태계 파괴가 부른 인간 문명의 위기’. ‘개발과 이윤으로 치닫는 경제 질서가 초래한 위기’ 등으로 규정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19는 기후서식지가 파괴된 모든 생물들의 대대적 이주의 증거”라고 말했고 반다나 시바는 “지난 30년 동안 300여개 감염병이 ‘숲’에서 나왔다”며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간의 욕심이 부른 생태계 파괴가 모든 펜데믹의 근원이라며,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러미 리프킨 “코로나19는 기후변화 탓” -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인 그는 기후변화로 생긴 모든 결과가 펜데믹을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는 물 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테계 붕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물순환이 바뀌고 있는데, 생태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1900년대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전체의 14% 정도였는데 이제는 야생이 23%만 남았다고 한다. 셋째는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가 동물의 몸에 올라타 이동했다고 말한다. 그는 펜데믹이 올 때마다 우리 생활이 1년 반 정도 봉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기단계를 봉쇄해도 6개월 정도 뒤에는 더 큰 두번째 파고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닌, 3차 산업혁명의 폭발적 진행기” - 리프킨은 최근의 급격한 자동화 등도 4차 산업혁명이 아닌 ‘3차 산업혁명의 폭발적 진행’이라고 본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은 세계화가 아니라 글로칼(Glocal)을 위한 인프라이며,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과 생물지역 거버넌스(인간만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를 책임지는 통치)라고 말한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글로컬라이제이션으로 안내하는 프레임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더욱 우리의 일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지역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가 닥쳤기 때문이란다. 전체 공동체가 수평적으로 분산된 새로운 통치가 요구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 즉, 참여자가 동일한 지역을 갖는 ‘동배 의회’가 표준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의회라고 말한다. 모든 성인이 일정 기간 잠깐씩 시간을 내 봉사하는 것이, 전체 커뮤니티가 자신의 미래에 관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평적 분산 통치 필요 …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도 10년 못 버틸 것” - 저자는 미래에는 아웃소싱보다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온 쇼어링을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생산이 우리가 사는 지역에 의존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기후 재난, 사이버 테러 공격이 있을 때 즉시 국가적 인터넷을 지역과 지방 인터넷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역 구조가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으로 분산된 새로운 통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시도하는 작업은 매우 수직적으로 통합된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가져와 3차 산업혁명에 심으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10년을 버티지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은 분석적이고 개방적이며 네트워크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도 그린 뉴딜만이 답” - 한국은 전력의 68%를 화선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때문에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리프킨은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주립대가 실시한 재생에너지 잠재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이 에너지의 85%를 햇빛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람으로 14%를 생산하고 나머지 1%는 바이오매스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관련 산업은 버려질 것이라며 한국도 석탄 같은 ‘좌초 자산’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음을 직시하고 서둘러 기후변화에 대응하라고 촉구한다. 유럽이 스마트 유럽, 디지털 그린 뉴딜이라는 국가 계획을 추진하고 중국도 인터넷 플러스라는 국가 계획을 시행하는 것처럼 한국도 ‘그린’에서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원톄쥔(溫鐵軍) “질주하는 관성을 멈추어야 할 때” - 원톄쥔은 중국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학자다. 농촌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핵심의제로 채택되도록 선도했다. 그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나라들에게 중의학의 실효성을 강조한다. 중국에서 코로나 환자들에게 전통 중의학 약재를 처방했는데, 사망에 이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사스 때도 광저우 의료진이 중의학 약재를 사용해 큰 효과를 보았다고 전한다. 중국 의학계 권위자인 장보리 원시가 중의학 관련법을 발의하며 우한에서 82일 동안 임상 실험한 사례를 전하면서, 중의학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환자들을 경증 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의학에서 독감 치료제로 사용되는 ‘롄화칭원’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광밍일보가 5월 24일자로 전하기도 했다. 중국 농촌의 바이러스 대응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의사도 병원도 없는 중국 농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고립시켰다는 점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마을 출입을 금지하고 폐쇄해 자립을 이룸으로써 마을이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가 되었고 자립할 수 있는 생계가 있어 폭풍이 지나갈 때 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 원톄쥔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인류를 위해 의미있는 일인지 생각하고, 새로운 생태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생태 문명 속에서 순리대로 속도를 늦추어 사는 생태 마을, 슬로푸드, 슬로 라이프를 추구함으로써 자연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 - 원톄쥔은 지금의 위기를 ‘세계화의 내부 통제에 의한 세계화 위기’라고 정의한다. 바이러스 위기로 미국이 보유한 제품량이 상당히 줄어들면서 글로벌 산업 체인이 끊어진데다 글로벌 농업 체인도 끊겼다고 말한다. 초과 생산품 이동이 막힘으로써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중심 세계, 즉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새로운 트랜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이 지역에서 생산체제를 통합해 세계 경제의 축을 이룰 것이라고 말한다. 첫번째 축은 미국이 선도하는 북아메리카 글로벌 체계다. 금융에 잉여 자본이 많은 미국이 선도 국가가 되어 캐나다의 자연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 자원을 통합하는 재건이다. 다음은 유럽이다. 유럽연합이 리시아와 가까와 짐으로써 러시아의 에너지와 자연 자원에 동유럽과 중동 일부의 노동력, 서유럽의 자본으로 지역 통합을 조직할 것이란 얘기다. 다음은 아시아인데, 산업적인 잉여와 자본적인 잉여가 있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하준 “단기적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바이러스 앞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 장하준은 지난 30~40년 동안 세계화를 하다보니 전 세계가 공급망으로 얽혔는데, 경제 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 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 중심으로 짜여지다 보니 지금 그 약점이 노출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번에 드러난 신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이 앞으로 더 노골화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긱 이코노미’라고 부르는 것도 실상은 노동자인 사람들을 법적으로 자영공급자로 만들어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안전해야 대담해질 수 있다” - 스웨덴 사민당의 구호 중 하나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담할 수 있다’ 였다고 한다. 노동권이나 최저임금제, 복지 제도 등 안전망이 있어야 과감하게 새로운 선택을 하고 직업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진짜 안전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곳은 실업 급여가 최종 월급의 60~70%이며 재교육도 하고 직업 알선도 해 준다. 그런데 우리는 직장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진짜 뉴딜’을 해야 한다” - 한국도 미국을 따라 뉴딜을 추진 중이다. 저자는 그러나 진짜 뉴딜의 본 모습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뉴딜이 두 번 있었다. 1차 뉴딜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1933년에 테네시강 유역 개발 공사라고 해서 길을 닦고 댐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1955년 2차 뉴딜 때는 공사 보다 제도개혁이 주를 이루었다. 와그너법을 실행해 노조 권한을 강화했고, 사회보장법을 제정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었다. 장하준은 “진짜 미국을 따라간다면 제도 개혁을 하는 뉴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복지에 더 재정투입해도 괜찮다” - 장하준은 “빚을 내서라도 소득이 더 늘어나면 빚을 내는 게 더 잘하는 일 아닌가” 라고 되묻는다.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은 재정이 엄청나게 건전한 나라”라며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 정도로 세계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한다. “OECD 같은 보수적인 기관에서, 한국은 돈을 더 써도 된다고 했겠느냐”며 복지 잘한다고 재정이 부실해지는 것은 아니니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라고 권한다.* 복지에 대한 질못된 이해 바로잡아야 - 장하준은 우리가 복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일침한다. 돈 있는 사람들한테 거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미국이 복지지출을 적게 한다고 말하지만 미국 역시 복지 지출이 높은 나라중 하나라며, 많은 부분이 개인 지출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 체계가 잘못되어 다른 나라의 두배를 쓰고도 선진국에서 최하위 건강 지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성장 안해도 복지 가능하다” - 장하준은 “선진국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때문이라도 성장을 안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장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성장을 안해도 제도를 잘 바꾸고 복지를 잘하면 국민 생활의 질은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나라에서 이제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문가‘를 생각해 뵈야 한다고 말한다.* 케이트 피킷 “바이러스의 교훈… 건강 불평등 격차를 좁혀라” - 피킷은 영국 요크대 교수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등을 위한 공익재단 ‘이퀄리티 트러스트’의 공동 창시자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면서 건강 불평등 격차를 줄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인종별로 기대수명이나 영아사망률 등에 격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고 말한다. 거주환경이 열악하고 비주류인 경제적 박탈자와 소수자들은 바이러스와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장병이나 당뇨병, 호흡기 질환, 당뇨 등은 대체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지위가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뚜렷한 병증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닉 보스트롬 “국제적 협력 결핍이 위기를 키웠다” - 영국 옥스포드 철학과 교수인 닉 보스트롬은 코로나 사태에서 우방국들조차 서로를 충분히 돕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가 ‘국제적 협력 결핍’이라는 근원적인 악화 인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지난해 말 “우리 문명이 대규모로 붕괴할 수 있다”는 ‘취약한 세계 가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문명파괴(civilization devastation)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는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거나 세계적으로 GDP의 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을 지칭한다. 문명은 엄청난 충격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데 이른바 ’반무정부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이라고 부르는 지점에 우리가 계속 있다면 문명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전 지구적 문제 해결할 새로운 거버넌스 필요하다” - 보스트롬은 우리에게 지구 차원에서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대한 국제조정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거버너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반 인륜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세워야 하며, 각 사회가 갖고 있는 거버너스 격차를 모두 제거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다나 시바 “코로나로 범죄경제 가속화 우려” - 인도에서 유기농 농사를 선도하는 반다나 시바는 자연을 죽이고 사람들의 삶터를 빼앗는 ‘범죄 경제(criminal economy)’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투자자들이 실험식 음식과 가짜 음식에 대거 투자한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엄청난 이윤을 만드는 이런 가짜식품들이 아닌, 씹어서 섭취하는 진짜 음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을 위한다면서 실험식 음식과 가짜 음식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건강을 보조한다는 이름으로 선전하는 행위는 모두 거짓말이며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짜 고기 원료가 ‘암’까지 유발하는 GMO콩이라며, 이를 경작하느라 아마존이 타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을 위해 일하는 경제를 만들자” -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은 300개 가까이 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숲에서 왔다고 시바는 강조한다. 지금도 야생종들의 질병이 이동하고 있다고 우려하다. 우리가 숲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먹이사슬 속에 있어야 할 곤충의 자리를 인간이 파괴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수백만명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벌써 굶주림의 펜데믹이 시작되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인류의 50%가 삶터를 잃을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해법으로 그는 ‘자연을 위해 일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으로 되돌려주고, 자연의 생명주기를 순환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연과 충돌하려 들면 어머니 자연은 숨어버린다”면서 “어머니 자연에게 마을을 활짝 열면 자연은 매우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11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영화관 팝콘 비싸도 되는 이유> 백광현

저자는 공정거래 이슈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변호사다. 이 책은 기업인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면서 한번 쯤은 고개를 갸우뚱했을 법한 다양한 공정거래 이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택배 분실이나 훼손은 물론 지연에 대해서도 피해보상이 되고, 휴가철에 사용했다가 반납하는 렌터카의 남은 연료도 환불이 가능하며,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도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사실 등은 쉽게 놓치기 쉬운 내용들이다. 당연히 공정거래법 위반일 것 같은 이슈들도 사안 별로 판결이 다르고, 특히 공정위의 위법 판결 이후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들은 기업인들, 특히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알아두면 큰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영화관 팝콘이 비싸도 되는 이유 - 참여연대 등이 멀티플렉스 3사가 팝콘 콜라 등의 식음료를 비싸게 팔아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취지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의외로 공정거래법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2008년에 외부 음식물 반입 허용범위를 넓히라고 권고한 바 있기 때문에, 고객은 편의점 등에서 팝콘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져 있어 이를 비싸게 판다고 해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개봉관 스크린 몰아주기도 적법? - CGV는 2014년에 영화 ‘광해’ 등에 대해 스크린 수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차별적으로 취급했다며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공정위 처분에 취소판결을 내렸다. 차별행위가 일부 존재한다 해도 그 차별의 정도가 ‘현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영화의 작품성, 시사회 평가, 사회적 관련 이슈 등을 종합해 상영업자가 상영회차 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중시했다.* 동의의결제도로 제재 피한 네이버 - 법 위반 사업자가 스스로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 등의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이 시정 방안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질서를 회복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정위가 법적인 제재없이 심의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 첫 사례가 네이버와 다음이었다. 이들은 자사 혹은 계열사가 운영하는 쇼핑 부동산 영화 책 등의 전문 서비스와 키워드 광고까지, 그렇지 않은 정보 검색결과와 구분없이 제공해 오다 적발되었다. 두 회사는 키워드 광고와 전문서비스를 검색결과와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 시정했고, 이용자 후생과 관련사업자 상생지원을 위한 금액도 구제방안으로 이행하기로 해 제제를 피했다.* ‘동의의 눈빛’도 담합으로 인정 -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에 해당하려면 계약 협정 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업가 간에 공동행위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명시적 합의 뿐 아니라 이해한다는 눈짓 등 사업자 간의 암묵적 합의까지 담합의 범위에 포함한다.* 신고포상금제도란? - 공정위의 신고 포상금은 위반 행위의 유형에 따라 조치수준(경고 시정명령 과징금)별 기본지급액에서 증거 수준(최상 상 중 하)별 지급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담합의 경우 포상급 지급한도가 30억 원으로 되어 있다. 최저 1000만 원이다.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는 법 위반 행위의 경우 제출된 제보와 증거 관련 법 위반 행위사실 1개당 300만원을 포상급 지급기본액으로 해 단계별로 적용한다, 2019년 상반기 담합 등 위법행위 적발에 기여한 신고자 총 21명에게 2억 7000만 원 가량의 포상금이 지급되었다.*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는 안되고 하이트의 진로 인수는 되고 - 공정위는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인수합병 심사를 한다. 그런데 삼익악기가 영창악기 주식 45.58%를 취득하고 인수합병 신고를 했을 때, 이를 불허했다. 합병 시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해 사실상 독점이 형성된다는 이유였다. 법원 역시 합병 불가 방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반면 공정위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는 것은 조건부로 승인했다. 맥주와 소주가 서로 보완하는 상품이 아니라. 대체하는 상품이므로 실질적으로 제한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주와 맥주의 출고원가를 향후 5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리지 말 것을 의무화했고, 가격 인상 시 공정위와 사전 협의토록 했다,* 끼워팔기는 모두 위법인가 -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구입강제’ 중 끼워 팔기가 성립하려면 서로 다른 상품을(별개 상품성), 함께 구입하도록 강제하고(강제성), 이런 판매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해야(부당성) 한다. 특히 강제성의 경우 선택의 자유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 기준이다.*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행위 -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도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할 것을 제의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함으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술집에서 특정 양주만 판매토록 하기 위해 사전에 판매와 관련한 정액의 현금을 제품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구매의사 결정 전에 사전적으로 지급했다면, 정상적인 거래관행이 아니니 위법이다.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자기 제품을 우선적으로 취급토록 하기 위한 불공정거래라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담합해도 한국 공정위가 제재? - 외국기업이라도 국내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선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외국에서 행해진 외국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인데,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역외적용을 인정하는 추세다. 이 경우 장점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인 반면 우리 기업이 반대로 다른 거대시장에서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 카르텔 사건에 연루되어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부과받은 벌금만도 약 2조4000억원으로 세계 2위라고 한다.* ‘1원 낙찰’은 불공정행위인가 - 최소한의 안건비에도 못 미치는 입찰가격으로 낙찰 받은 경우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염매에 해당될까? 공정위가 정의하는 부당염매란 사업자가 낮은 가격을 이용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특히 그로부터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금지된다.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거나 다른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1원 입찰 사례의 경우 경쟁사업자 배제의 우려가 없는 등의 사유로 부당성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부당염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정위는 판단한다.* 공정위 과징금, 할부로 가능하다 -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납입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전액을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부기한 다음날부터 실제 납부일까지 기간에 대해 연 7.5%의 가산금이 부과되며, 납부독촉 후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하게 된다.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일단 과징금 납부부터 해야 한다. 다만, 감액 또는 부과처부취소결정이 있을 때는 납부 과징금에 환급가산금을 합산해 환급받게 된다. 분할 납부가 가능한 경우는 직전 3개 사업연도 동안 연속 당기손손실이 발생하거나, 자본총액 대비 2배를 초과하는 부채를 가진 경우, 과징금 대비 현급 보유액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 가능하다. 최대 6회, 최장 2년에 걸쳐 분할납부가 허용된다.* 소비자 기만하는 ‘랜덤박스’ 제재 가능한가 - 공정위는 랜덤박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3개 랜덤박스 통신판매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3개월 영업정지까지 결정했다. 이들 업자는 주문을 받은 후 재고소진을 목적으로 당시 재고가 있는 시계 중 자의적으로 시계를 선택해 배송했으며, 불만족 이용후기를 게시하지 않았다.* TV 홈쇼핑 패키지여행 피해 책임은 누구에게? - 홈쇼핑과 여행사가 기획여행 상품을 광고하면서 상품 가격과 선택 관광의 경비 대체일정 등 중요 정보를 광고에 포함시키지 않아 현지에서 소비자 부담을 지운 경우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법령에서 정한 중요 정보를 광고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이라는 판단했다. 이에 홈쇼핑사와 여행사 모두를 광고의 주체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여행사들이 광고의 주체로 위반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여행사들에 대한 과태료에 대해 부과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는 홈쇼핑 사업자를 광고의 주체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시한 것이다.* 렌터카 반납 시 남은 연료, 환불 가능할까 - 렌터카를 반납할 때 처음 차량을 빌릴 때의 연료량보다 더 많이 남은 경우 그 차이만큼 정산받을 수 있을까? 공정위는 연료 초과분을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귀속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했다. 아에 남은 연료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대차 시 연료량과 비교해 상호 정산하거나 외국처럼 사용자가 연료를 100% 채워 대여하고 고객도 100% 채워 반납하는 방법으로 정산규정을 신설했다. 여기에 더해 직전 24시간 이내 예약 취소시 이용금액의 10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해 표준약관대로 위약금을 10%로 부과토록 했다.* 택배 지연도 피해 보상된다 - 분실이나 훼손이 아닌 단순 배송지연도 배상 받을 수 있다. 택배표준약관을 통해 소비자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다. 다만, 배송지연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 사실을 즉시 택배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물건 수령 후 1년이 지나면 배송지연에 따른 택배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사라진다. 물건의 수탁 인도 보관 운송에 주의를 태만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택배사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손해배상 금액 산정 방법은 일반적인 경우 물건 도착 예정일을 초과한 일수에 택배 운송장에 기재된 운임액의 50%를 곱한 금액이 된다. 단, 보상금액 한도는 운임액의 200%를 넘지 못한다. 물품이 훼손되었을 경우 물품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택배 운송 중 전부 또는 일부 멸실한 경우 운송장에 기재된 운송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선정한 손해액을 지급해야 한다. 가액을 기입하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한도액은 50만원으로 한다. 고가의 상품일수록 운송장에 가격을 빠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로또번호 예상 광고는 표시광고법 위반 - 마치 당첨 예상번호로 제공한 정보로 1등이나 2등으로 당첨된 것 처럼 속여 광고한 경우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표시광고법 위반이 된다. 공정위는 이런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공인중개사 시험 명중률이 99%? - 공정위는 취업이 절박한 취업 준비생에게 거짓 과장 및 기만적 광고행위를 해 비교적 고가의 자격증 취득 관련 온라인 강의를 판매자에게 판매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러닝 사업에서 자격증 뿐만아니라 어학 등 전반적인 온라인 강의시장에서 거짓 과장 및 기만적 광고 관행에 제동을 건 조치로 주목을 끌었다.* 하자 발견된 중고거래 환불되나 - 원칙적으로 중고거래는 개인간 거래이므로 저자상거래 등에서 보장하는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약 철회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예외가 있는데, 중고거래 임에도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면 환불받을 수 있다. 하자는 있지만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오직 손해배상청구만 할 수 있다. 다만 하자가 있는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권리 행사를 해야 한다. 구매자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는 예외가 있는데, 구매 당시부터 제품 하자를 인지했거나 구매자 과실로 하자를 알지 못했을 경우다.* 선물받은 기프티콘 유효기간 지나면 무용지물? - 지난 5년간 환급되지 않은 모바일 상품권 금액이 322억원에 이른다. 사업자들이 마음대로 유효기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다 그마저도 짧게 설정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물품 교환형의 경우 발행일부터 3개월, 금액형은 1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3개월 단위로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유효기간 연장과 잔액 환불도 보장되어 있다. 유효기간 만료 임박 사실과 기간 연장 방법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공정위가 모바일 상품권의 이용 약관을 개정해 놓은 상태다.* 비가맹점에 대한 신제품 배정 차별 제재 없나? - 비가맹점의 가맹점 전환을 강제할 목적으로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는 골프 시뮬레이터 판매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모두 최소했다. 서울중앙지검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거래조건차별에 해당하려면,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이 다른 사업자에 대한 것보다 유리 혹은 불리해야 할 뿐만아니라 그 유리 또는 불리한 정도가 현저해야 한다. 또 그렇게 차별하는 것이 부당해야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08 07: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