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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엄친딸' 아닌 '이방인' 서동주의 고백

서동주 (사진제공=나인본스튜디오)부모는 시대를 호령한 톱스타였다. 어릴 때부터 명석한 두뇌로 1등을 도맡아 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으니 유학은 당연한 코스였다. 가족과 떨어져 살던 예민한 사춘기 소녀는 방학 때 돌아온 한국 집의 공기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점점 강압적으로 변해가는 아버지 밑에서 겪은 고통과 타지의 외로움은 일기를 쓰며 갈음했다. 톱스타 서세원·서정희의 딸이자 세계적인 로펌 ‘퍼킨스 코이’(Perkins Coie) 변호사가 된 서동주(37)의 이야기다. 서동주는 최근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을 발간했다. 그는 책 속에서 낯선 타국 땅에서 겪은 ‘이방인’의 삶을 담담하게 고백한다.‘샌프란시스코 이방인 - 나로 돌아오는 시간들 ’| 서동주 지음 |실크로드 | 1만4,500원 |사진제공=실크로드웰즐리 대학에 순수미술 전공으로 진학했지만 더 좋은 스펙을 원했던 부친의 강요로 MIT 편입 후 와튼 스쿨에 진학했다.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가 결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마저 순탄하지 못했다. 부모도, 자신도 이혼했다.어머니를 때린 부친과는 인연을 끊었다. 20대와 30대를 웬만한 막장 드라마 주인공 못지 않게 롤러코스터처럼 보냈다.“제가 블로그에 써왔던 일기를 재구성했어요. 사람들 눈에는 ‘엄친딸’로 보였던 서동주도 나름의 고난을 겪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죠. 힘든 시기를 겪으며 혼자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만 힘든 게 아니다, 힘든 건 지나간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을 공개한 건 과거가 치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동주는 “제 가정사는 지금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일”이라며 “TV에서 어떤 교수가 강연하는 모습을 보니 수치스러운 일이나 창피한 걸 드러낼 때 용기 있는 사람이 된다고 하더라. 그 뒤로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실제로 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 서동주의 이야기를 접한 팬들이 그의 SNS계정으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 팬은 1년 넘게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서동주는 “상담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가능한 꾸준히 답을 주려고 한다. 힘든 시간을 먼저 겪은 언니의 입장에서 대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정작 서동주가 힘들었던 시기에는 누구에게 의지했을까. 그는 “주변의 멘토와 학교 선배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서동주 (사진제공=나인본스튜디오)“로스쿨에 진학한 첫 학기에 C를 받았어요. 당시 이혼하고 혼자 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죠. 하지만 선배들이 졸업 전까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변호사 개업을 한 한인 선배는 제가 명절 때 혼자 있는 걸 알고 종종 식사에 초대해주시곤 했죠. 제 이혼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도 저를 딸처럼 아껴주셨어요. 늘 너무 말라서 안쓰럽다고 스테이크를 사주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죠. 이런 따뜻한 분들이 주변에 있어서 지금의 변호사 서동주가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서동주는 이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환경과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비록 아버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부친을 비난하기 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레코드판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연민의 정을 표현하기도 했다.서동주 (사진제공=나인본 스튜디오)“자식은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게 가장 좋지만 때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와요. 저 역시 그랬죠. 가족은 소중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지금의 형태가 더 좋은 것 같아요.”서동주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바쁜 나날을 예약했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변호사들도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본캐릭터’에 충실해야 하는 만큼 연말까지는 미국에서 변호사 업무에 충실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방송인 서동주’라는 부캐릭터로 대중과 호흡한다. 연인과의 사랑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다만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쯤 되면 서동주를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동주는 “이방인이어도 외롭고 쓸쓸할 필요는 없다”며 ‘이방인’의 정의를 새롭게 내렸다.“누구든 이방인의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방인이 아웃사이더나 왕따의 의미는 아닙니다. 저 역시 이방인으로 살아왔지만 외롭고 쓸쓸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의 저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려움도 많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삶을 위해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아요.”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8-04 1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재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병태

책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독자들 입장에서 호불호가 명확히 가려질 책이다. 저자는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로, 우리 사회에서 ‘반(反) 기업’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강하게 목소리를 내 온 학자다. 이 책은 저자가 기업 관련 이슈에 대해 쓴 최초의 일반 서적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의 진보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반 재벌, 반 기업’ 정책을 몰아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재벌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 민족의 신화이자 신앙이 되었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개혁의 대상이 정부인지 기업인지를 더 진지하게 근본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권력과 정부 관료주의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업이나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엄중하기 때문이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일반의 확인되지 않은, 신화가 되어 버린 ‘선입견’을 깨기 위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재벌=죄벌? -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에 대해 “수많은 기업 범죄의 몸통”이라고 말했다. 재벌이 우리 경제의 암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먼저 재벌이라는 형태와 존재 자체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괴물’이다. 때문에 존재 자체가 교정 또는 해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문에 의한 소유와 경영, 피라미드에 의한 소유구조, 소수지분에 의한 경영권 장악 등이다. 다음으로 삼성공화국이라는 주장이 있다. 과도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다. 재벌 후손만이 부자이고 재벌독점구조에서는 혁신적인 창업가가 나오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재벌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극심한 양극화의 원천적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전문성 없는 과도한 다각화의 ‘문어발 경영’과 ‘선단식 경영’도 비판 받는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갈취와 재벌의 사익 편취, 일감 몰아주기, 편법 상속과 정경유착도 뿌리뽑아야 할 폐악이라고 주장한다.* 재벌은 외국에도 많다 - 저자는 대를 잇는 가족경영 대기업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예외적 기현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3분의 2 이상이 가족경영 회사이며, 매년 부(富)의 70~80%가 이들 가족경영회사에서 나온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도 30~40%를 상회하는 대기업이 가족경영회사라고 말한다. 최근에 창업자의 외손자가 이사회 의장 자리를 승계하면서 3대 세습경영이 이뤄진 월마트, 4대 후손들 지분율이 25% 남짓이지만 차등 의결권으로 40% 이상의 의결권을 갖고 회사를 지배하는 포드 등을 예로 든다.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나이키도 창업자의 아들이 대를 이어 기업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 하든 챔피언 기업의 60~70%가 가족경영기업이며, 2차 대전 이후 해제되었다고 말하는 일본에서도 5조에서 20조엔 매출의 대기업 가운데 산토리 타케나카 야자키 등 다수가 가문이 지배하는 재벌 회사들이라고 항변한다. 일본은 특히 재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문 지배에서 은행이 지배하는 재벌로 존속하는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코노미스트지도 2015년에 “앞으로 2025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수가 증가할 것이며, 그 대부분이 가문지배 기업 등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한다. 가문지배 기업이 세계경제의 중요 엔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소유와 경영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나 - 재벌개혁론자들은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 상호출자가 법에 의해 제한되는 나라는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한국 등 6개 나라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한국이 피라미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은산분리가 강력하게 시행되었던 우리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업을 하려면 창업자의 돈이나 개인 차입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자본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회 초기에는 계열사 투자를 통해 신설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결국 재벌과 순환출자는 자본시장의 제약과 경영권 보호제도 미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국가의 규제와 경제활동의 제약 하에서 최적의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거대한 개방경제에서 경쟁을 통해 생존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는데, 은행들이 여러 산업의 연결고리가 되면서 필요한 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했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대규모 투자 후 대주주 지위가 상실될 수 밖에 없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적는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부정이 글로벌 스탠다드? - 2018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의 지배구조가 삼성이라는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순환출자 해소의 대안으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보호 수단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논란에 대해선 “21세기에 어떤 나라도 이 수단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저자는 그러나 현재 많은 나라에서 지분보다 높은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정 주식 한 주 만으로 주요 경영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의 경우 80년대 영국을 시작으로 많은 유럽국가들과 러시아에서 채택하고 있다고 전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 대웅할 수 있도록 기존 주식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자들이 주가에서 손해를 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글로벌 IT기업에 보편화되어 있는 차등의결권 -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보통주의 10배 의결권을 갖는 주식 9.1%로 의결권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이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는 각각 6.6%의 지분으로 10배의 의결권을 행시해 54%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을 갖고 있는 회사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링크드인 그루폰 드림웍스 등 수 없이 많다. 미국 상장기업 중 차등의결권이 없는 회사는 우버 아반토 PIMCO 등 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차등 의결권으로 창업자의 경영지배권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체코 터키 등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스포츠 의류업체 언더아모어, 식재료 배달기업 블루 애프론 등은 더 극단적인 무의결권 주주식 발행으로 완벽하게 창업자들의 ‘황제 경영’을 보호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화상 체팅 앱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증시에 상장하면서 35억 달러의 주식을 신주 발행했는데 모두 무의결권 주식이었다고 한다.* ‘정권’이야말로 가공지분에 의한 지배의 전형 - 반 재벌주의자들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가공지분에 의한 지배의 수단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만약 가공지분에 위한 기업지배가 잘못된 것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극심한 가공자본에 의한 기업 지배자는 정권이라고 일갈한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지분을 가진 100% 민간 주식회사인데 정부 인허가를 통해 설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획재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으며 민영화로 민간 기업이 된 포스코나 KT, 국민은행 등도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으면서 이들의 경영자 또는 감사와 같은 자리들이 정권의 트로피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주주우선주의가 주주평등주의는 아니다 - 주주란 주식의 소유권을 말하는 것이지, 회사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과는 거리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회사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일부를 배분받을 권리와 주총에 참여할 제한된 권리만 갖는 것이며,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주인은 바로 지배주주라고 역설한다. 주주를 모두 회사의 동일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평등주의’라고 반박한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사유재산이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질서가 망각되고 있는 나라”라고 비판한다. 구멍가게 한번 해 본 적이 없고, 기업지배구조나 경영 성과에 대한 공부도 충실히 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장’을 차고 기업을 훈계하고 겁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은 삼성공화국? - 대기업을 정부가 규제하고 감시를 강화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한국 경제문제의 근원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탁월한 성과를 내서 자산과 매출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아진 것이 경제력 집중이냐”고 되묻는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자산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가내수공업만 있는 저개발 국가가 아니라면, 산업화한 나라의 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압도적 비중을 갖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진리인데, 마치 우리나라만 그런 것처럼 오도해 ‘재벌공화국’이라는 신화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기업의 자산과 매출이 늘어나고 그 중에서 부가가치만 GDP에 잡히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통계를 제시하며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기업의 매출액이나 자산과 GDP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것이며, 이는 무지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동이라고 못박는다.* 대기업은 국가경쟁력이자 부의 원천 - 맥킨지는 2018년 지난 50년간 연평균 3.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한 경제 모범국가들의 비결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한국은 당당히 7개 국가에 들었다. 그 핵심 비결을 맥킨지는 ‘대기업’이라고 밝혔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대기업 매출 비중이 1995년 41%에서 2016년에는 77%로 무려 36%포인트나 증가했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대기업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현대의 부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맥킨지 계산에 따르면 상위 10% 상장기업이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하며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이 전세계 매출액의 60%,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슈퍼스타 경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그만큼 RD 투자와 혁신에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2011년을 기준으로 매출의 83.3%, 50.7%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는 86.1%, 62.0%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런 성공 기업이 해외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오는데 필요한 자산의 증가가 ‘한국경제 집중력 강화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고 비판한다.* 재벌 중심 경제구조에선 고용창출이 어렵다? - 재벌 중심 경제가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재벌의 수출과 매출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것, 일자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만든다는 것을 든다. 이른바 ‘낙수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또는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취업유발계수가 크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들에 해당하며, 우리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나라에서는 이 계수가 더 빨리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 압축성장의 성공지표라고 반박한다.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낮은 것이 재벌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서라는 주장도, 대기업과 재벌을 동일시하는데서 오는 오류라고 지적한다. 재벌 계열사 중에도 고용규모 면에서 중소 중견기업이 많이 있고, 따라서 중소 중견기업이 만들어 내는 많은 고용 가운데 재벌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의 대기업 평균 고용인원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브라질에 이어 4위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고용을 못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은 대기업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나라 - 저자는 대기업이 일자리를 못 만드느냐, 아니면 대기업이 잘 못 만들어지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 비중이 OECD 평균과 같아진다면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7%로 크게 높어진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한국에서 대기업이 너무 적기 때문에 대기업 고용도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OECD 국가의 대기업 비중은 0.2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고용을 일으키는 대기업 수가 1980년대 말을 정점으로 급속도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으로 길수록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크고 저소득 국가일수록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는 소득수준은 선진국인데 고용구조는 후진국이라는 기형적 형태를 띄는 셈이다.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9988’(중소기업이 기업수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한다는 이론)은 오히려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누가 대기업 수를 줄이는가? - 저자는 한국 대기업들의 고용비중이 적은 첫번째 이유는 대기업 수가 적고 9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급속도로 줄고 반등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대기업 고용비중이 안정적인 나라들은 끊임없이 대기업이 탄생하는 나라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의 훼방꾼”이라고 비판한다.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규제가 가해지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2017년 이후 계속 감소세라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고용을 가장 많이 만드는 산업이 유통인데 우리나라는 골목시장 보호라는 명분하에 대형 유통업체 강제휴무제를 실시하고 신규점 개설을 사실상 봉쇄하고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적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경제적 자유를 찾아 베트남 미국 등지로 떠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우라나라 서비스 대기업의 고용규모는 OECD 국가 34개 나라 중 33위로 최하위라고 한다. 대기업 강성 노조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해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추가 일자리 만들기는 요원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벌기업은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안한다? -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면, 그 이뉴는 바로 ‘투자할 것이 없기 때문’이거나 ‘미래를 불안하게 보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기를 꺼린다면 이는 법인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어본 우리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그런 기업은 일시적으로 이익이 너무 많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소수의 기업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마치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우리 대기업은 임금을 착취하는가 - G20 국가들의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의 임금소득분배율을 보면,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의 경우 노동소득분배율이 급증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마법처럼 성공한 것 인양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살펴보니 그 해 기업의 수익이 뚝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익이 줄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반 재벌론자들은 기업의 소득과 임금 소득이 같은 비율로 또는 더 높은 비율로 성장해야 한다는 믿는다며 “이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임금도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은 하청업체 가격을 후려치기하나? - 대기업은 핵심 RD를 하고 생산은 값싸게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3차 하청업체들이 원청기업의 42.2%에 불과한 저임금을 받는 것이 하청 쥐어짜기의 결과라며, 이것이 우리나라 임금 소득 격차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저자는 OECD 자료를 인용해 대기업 대비 우리나라 중기업,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38.1%, 25.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독점적 기술력이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퀄컴처럼 18% 수준의 높은 영업 이익율을 유지하면서 원청사에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시장경제는 경쟁과 협상력의 게임이지, 자비의 경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하다고? - 문재인 대통령이나 장하성 정책실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은 재난적 양극화의 나라”라고 주장한다.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졌고,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스스로 깎아 내린다. 하지만 OECD 지니계수 자료를 보면, 한국은 회원국 평균 보다 낮고 비교대상 43개국 가운데 낮은 쪽에서 16번째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국가 간 순위를 보여주는 인덱스 먼디 사이트를 봐도,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15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26번째로 소득격차가 낮은 나라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지니계수의 변화도 아주 적은 쪽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소득 양극화 지표로 상대적 빈곤율을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고령인구 빈곤율은 높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문어발식 경영, 한국에만 있나 - 2018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워원장은 “총수 일가는 주력기업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 주식은 모두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문어발식으로 늘려온 계열사들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국가권력의 초법적 직권남용이자 재산권 침해로 헌법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발언이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하지만 문어발식 경영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가문은 항공부터 의료, 통신, 호텔, 은행, 제약, 심지어는 정원용 기구제조사까지 29여개 사업군에 펼쳐져 있다. 스웨덴 고용의 40%, 스톡홀름 주식시장의 시총 40%를 점할 정도로 압도적인 문어발 경영 기업이라는 것이다. 독일 BMW를 지배하는 최대 재벌 운트 가문도 자동차, 제약, 물류, 화학에 이르며 이탈리아의 앙겔리 가문도 페라리 자동차부터 보험, 프로축구까지 다양하다. 마치 한국에만 있는 괴물처럼 몰고가는 것은 ‘재벌의 악마화 선동’의 일환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특히 문어발식 경영과 선단식 경영은 그 나라 경제관련 제도의 후진성에 의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 위험에 대한 방어적 행위이며, 경제 생산요소의 부족을 내부적으로 해결하거나 정부로부터 더 배분받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매우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결론 짓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명백하게 전문화된 집단일수록 예기치 못한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역사 뒤로 사라지거나 위상을 지키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그는 재벌의 문어발 경영 비판은 재벌이 가진 패권을 경계하고, 재벌을 거세하겠다는 정치공학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노키아가 망해 핀란드가 살았다? - 거대기업 노키아가 망한 덕분에 핀란드 경제가 살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클래쉬 오브 클랜스로 대박을 터트린 수퍼셀과 같은 게임회사들의 성공이 노키아 몰락 이후 기업 혁신정신이 터지면서 나타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요즘 청년 실업률은 12~14% 수준으로 노키아 전성시대의 수준이다. IMD 경쟁력은 2017년부터 하강하다가 최근에야 조금 반등하는 정도다. WEF 경쟁력은 2014년 세계3위에서 최근에는 11~12위권으로 밀리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도 1% 미만으로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슷하며 수년간은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일 뿐, 여전히 통신장비시장에서 에릭슨 화웨이와 함께 3강을 구축하고 있으며 아직도 휴대폰 사업에서 지적자산을 통해 많은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성기 때 매출의 절반 가량을 회복했고, 전세계 고용도 10만 명을 웃돈다. 핀란드가 창업이 활발한 나라라는 점을 자칫 대기업 몰락이 가져온 효과도 단순화시켜선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핀란드 게임 산업도 노키아가 승승장구할 때 이미 부상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삼성전자의 하청기업들이 모두 부도가 나고, 삼성그룹과 하청업체 직원 152만명이 모두 실업자가 되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7.1%로 급등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만연한 기술탈취, 사실인가 - 정부는 2010년과 2011년에 기술탈취에 따른 종소기업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공정위에 의해 기술탈취 내지는 불공정행위로 인정되어 제재된 건수는 고작 5건이었다. 그것도 4건은 과징금 부과없는 시정명령이었다. 과징금 처벌은 LG화학에 내려진 1600만원 단 한 건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역시 기술탈취 라기 보다는 절차상의 위반이었다고 한다. 언론이나 중기부가 피해액이라고 발표한 것도, 객관적 증거없이 단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쪽의 일방적 금액을 합산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 문제는 기술을 탈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목을 매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너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나라 -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50%에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 30% 할증을 더해 최고 65%에 이른다. 만약 창업자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다면, 그 자식은 35%의 지분만 상속받게 된다. 2대에 걸쳐 상속이 이뤄지면 12.25%, 3대까지 내려가면 4%로 떨어진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지키면서 세금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지분이 정말 쥐꼬리만해져 경영권을 지킬 수 없게 된다. 편법이나 경영권 포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는 것이다. OECD 상속세율은 평균 15%다. 2000년 이후 포르투갈 스웨덴 러시아 홍콩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이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한다. 그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야기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04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고객가치 창조’로 내달리는 글로벌 자이언트들의 격돌 ‘OTT 플랫폼 대전쟁’

OTT 플랫폼 대전쟁 | 코로나 판데믹 이후 디지털 플랫폼의 미래 | 고명석 지음(사진제공=새빛)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애플, 크롬캐스트, 구글, 아마존, 훌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OTT(Over The Top)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래 없는 전성기를 맞았다.미디어 전문가 고명석의 신간 ‘OTT 플랫폼 대전쟁’은 포스트코로나 대표주자로 떠오른 OTT에 대한 탐구결과다.책은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아마존닷컴, 유튜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파괴적 혁신을 이루고 콘텐츠 트랩을 피했는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업의 정의를 해왔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분석한다.IT기술과 경제 용어 등 다소 어려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OTT 플랫폼 대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심화단계로 돌입했다는 것이다.책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OTT 플랫폼 대전쟁을 ‘자본과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그리고 디지털 파워와 예술미학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4차 산업혁명시대에 누구나 가져야한다고 주장돼 왔던 ‘기업가정신’과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한다.‘글로벌 자이언트’ 넷플릭스, 유튜브, 애플, 디즈니, 구글, 아마존 등이 벌이는 OTT 플랫폼 대전쟁을 세렝게티 초원에서 벌어지는 야수들의 격돌로 표현한 책은 결국 이 전쟁의 목표도, 승기를 잡는 전략도 ‘고객가치 창조’라고 강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8-01 18: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실패담에서 배우는 창업 노와이(Know Why)! ‘내일, 가게 문 닫겠습니다’

내일, 가게 문 닫겠습니다 초보 자영업자들의 치열한 생존 이야기 | 한범구 지음(사진제공=비즈니스맵)자영업자 555만(2020년 6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시대. 황금빛 미래를 보장받기 보다는 척박하기만 한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녹록치 않은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설상가상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한범구 ‘창플’(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플랫폼) 대표이사의 ‘내일, 가게 문 닫겠습니다’는 이제 막 창업했거나 창업을 예정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15년 동안 창업분야에서 몸 담았던 저자는 구독자 9만여명, 누적조회수 1000만회 이상의 유튜브 채널 ‘창플TV’ 운영자이기도 하다.‘초보 자영업자, 누구 때문에 망하는가?’ ‘초보 자영업자, 어떻게 망하는가?’ ‘초보 자영업자의 현실’ ‘초보 자영업자의 착각’ ‘초보 차영업자가 섣불리 접근하는 시설업’ ‘초보 자영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경험담’ 6개 메뉴로 꾸린 책은 “왜 자영업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책은 성공담이 아닌, 잘 나가다 망한 커피숍, 강남 노포 포장마차 폐업의 비밀, 주체적이지 못했던 바지 사장들, 박리다매의 함정 등 실패담에서 자영업자들의 현실과 생존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각 실패담 뒤에 배치한 ‘창플지기의 컨설팅’은 초보 창업자들이 현실에 눈 뜨게 한다.그렇게 책은 요리법이나 운영법 등의 ‘노하우’(Know How) 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의 본질을 관통하는 ‘노와이’(Know Why)를 강조하고 알게 모르게 안이한 초보 창업자들의 생각에 따끔한 불주사를 놓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8-01 17:18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규제의 역설> 최성락

어느 나라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만든다. 규제의 많고 적음, 규제의 적합성 여부 등을 놓고 그 나라에 대한 평가가 결정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규제는 선의(善意)로 시작한다. 국만을 위해, 나라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개발되어 보편화되고 진화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규제의 역설’이 뒤따른다. 당초 기대했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와 원래의 의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규제 도입으로 인해 엄청난 분란과 갈등이 조장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규제의 역설과 관련한 국내외 사례들을 소개한다. 정책 책임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 파동’ - 프랑스 대혁명 후 집권한 급진파 자코뱅당의 로베스 피에르는 우유 값이 계속 올라 국민들이 힘들어하자 일정 가격 이상으로 유유를 파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조치를 내렸다. 덕분에 가격은 내려갔다. 하지만 시장에서 우유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료값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낮아 적자가 나니 목장 주인들이 시장에 우유를 내놓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들은 암시장에서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우유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목초 사료 가격을 낮춰 목장주인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시장에서 사료가 사라졌다. 우유 값은 더욱 폭등했고 덩달아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민들에게 저렴한 유유를 제공하려던 선의가 오히려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든 것이다. 결국 로베스 피에르는 길로틴 처형장으로 향하는 신세가 되었다.* 코브라의 역설 - 영국 신민 정부는 인도 식민지에 코브라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고 보았다. 이에 코브라 개체 수 감축을 위해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브라를 잡아 와 포상금을 챙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신고 수는 줄고 코브라 수는 더 늘어만 갔다. 알고보니 포상금을 노리고 집집마다 코브라를 사육해 키웠던 것이다. 결국 지원금 정책은 폐지되었고, 값어치가 없어진 코브라들은 숲속으로 버려졌다. 이후 오히려 코브라에 다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옐로스톤 늑대의 패러독스 - 옐로스톤은 미국 중부에 위치한 자연공원이다.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면적이 한국 전체 11분의 정도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그런데 너무 많은 늑대가 사슴은 물론 목축 농가의 가축까지 해치는 바람에 골치거리였다. 정부는 늑대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총과 덫을 사용해 늑대몰이에 나섰고, 늑대는 결국 멸종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천적이던 늑대의 공포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사슴 수가 폭증했고, 마을 피해는 오히려 더 커졌다. 결국 공원 측은 13마리의 늑대를 다시 공원에 풀어놓기로 결정했다. 늑대가 다시 엘로스톤에 나타나면서 숲의 생태계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교통사고를 더 늘리는 교통표지판 - 영국 런던의 켄싱턴 하이스트리트는 유명 쇼핑가로 늘 교통이 붐비는 곳이었다. 온갖 교통표지판이 거리 미관을 크게 해쳤다. 지자체 정부는 과감하게 거리에 늘어져 있는 교통 표지판을 치워버리기로 결정하고, 거리에 있던 교통안전 시설물의 95%를 없애 버렸다. 그러자 교통사고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안내 표지판이 없으니 차들이 서행 안전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보행자들도 조심스럽게 거리를 다니게 되어 사고 전체가 줄어든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건강 검진의 역설 - 건강 검진을 자주 하면 사람들이 더 건강해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실상은 정반대라고 한다. 건강에 계속 신경을 쓰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마음 속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건강하려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어 버렸다. 우리와 달리 유럽은 건강 검진이 많지 않다고 한다. 병을 발견하기 위해 해 마다 건강 검진을 하는 것과, 그냥 검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중에 후자를 택하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부른 클린턴 대통령의 ‘닌자론’ -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로 시작되었다. 집을 구매할 때 집값의 10%만 자기 돈이 있으면 나머지 90%를 은행에서 빌려 주었다. 당시만 해도 집값이 계속 오르던 상황이라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자와 원금을 갚을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결국 서브 프라임 사태가 터졌다. 2000년대에 은행들이 아무에게나 집 살 돈을 빌려준 것은 1990년대 클린턴 대통령이 실시한 닌자 론(대출) 때문이었다. 클린턴은 가난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집을 갖게 해 주고 싶었다. 소득이나 직업, 자산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주택 버블 붕괴와 함께 재앙이 되어 되돌아온 것이다.* 노동자 소득을 더 감소시키는 최저임금제 - 경제원론 교과서를 보면 최저임금에 관해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가시키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를 어렵게 하는 정책’이라고 기술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월급이 조금 오르는 이익과 일자리를 잃는 손실을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노동자 복지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이 최저임금제를 엄격히 시행하지 않는 이유도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복지를 증진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본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18년에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자 실업률이 0.1%포인트 올랐다. 실업률 통계에서 0.1%는 5만명이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 외횐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나자 2007년 7월에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이 만들어 졌다.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거나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바꾸어 주도록 의무화했다. 2008년 이후 확실히 비정규직은 줄고 정규직은 늘었다. 하지만 더 많은 비정규직들은 기간제나 파견제 비정규직에서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이동했다. 기업의 일자리 자체도 줄었다. 소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이익을 보는 결과 속에,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비정규직 일자리만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특성화고 취업을 막은 ‘학생 안전대책’ - 2017년 11월 제주도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육부는 이듬해 3월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 실습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 정부 심사를 받고 안전 기준을 통과한 기업에만 현장 실습을 허용키로 했다. 졸업 전 현장 실습 후 미리 취업하는 것도 금지했다. 6개월이었던 기업 현장실습 기간도 3개월로 줄였다. 더 이상 현장실습에 나갈 수 없게 되니 다칠 일도 없었다. 기업들도 도움이 안되는 학생들을 일부러 받아 일을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는 졸업 후 취업이라는 약속 하에 학생들을 받아 가르쳤으나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현장실습생을 받으려 정부에 신청하고 심사받는 기업이 나올 리 없었다. 결국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백수가 불가피해졌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 쪽으로 눈을 돌렸다. 2017년 32.8%였던 대학 진학률이 2019년에는 42.5%로 껑충 뛰었다. 특성화고에 들어갈 이유도 없어졌다. 진학자 수가 2017년 8만 1894명에서 2018년에는 7만 8630명으로 줄었다.* 강사 일자리를 없애는 ‘대학 강사법’ - 계약직이라 신분 보장이 안되어 경제적 어려움이 컸던 시간 강사들을 돕기 위해 2018년 11월에 대학 강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4대 보험도 들어주고 신분 보장도 해 주고 방학 때 임금도 주자는 취지였다. 시간 강사는 4개월 정도 계약단위인데 강의 시간에 따라 보수를 받았다. 3학점을 맡으면 한달에 5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대학 강사법이 만들어지면서 시간 강사를 채용할 경우 1년 동안 임기가 보장되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3년까지 재계약을 보장해 주도록 했다. 하지만 강사들이 오히려 이 법을 반대했다. 2019년 8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자 실제로 8000명 정도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학 강의 구조를 간과한 탓이었다. 교원으로 대우받게 된 시간강사는 최소한 9학점을 맡아야 했다. 당연히 한 명은 3년 계약이 보장되지만 나머지 더 많은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가 대량해고 사태를 막으려 지원금까지 주었으나 전체 강사의 15%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장애인들이 반대한 장애인 지원정책 - 2019년 7월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어 경증 장애인에게도 도우미 서비스가 제공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증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 규탄시위를 벌였다. 경증 장애인까지 8만1000명의 장애인들이 도우미 서비스를 받게 해 주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관련 예산이 그만큼 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중증장애인으로 도우미 서비스를 받았던 사람들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했고, 결국 서비스 부실로 이어졌다. 저임금으로 꾸리던 도우미들이 오전 혹은 오후로 나눠 중증 장애인을 돌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석유부국 베네수엘라를 빈국으로 만든 ‘마진 30%룰’ -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된다. 석유로 번 돈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마구 뿌려대다가 석유값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정작 베네수엘라를 빈국으로 내 몬 진짜 이유는 마구로 대통령이 만든 ‘마진 30% 룰’ 때문이었다. 원가에서 30% 이상 이윤을 붙여 팔면 기업주를 구속시키고 사업체를 몰수해 국유화토록 한 이 법이 문제였다. 마진 30%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이 경우 기업이 생산한 모든 물건이 다 팔린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손실만 날 뿐임을 간과한 것이다. 유통 기한이 짧은 농수산물에서 이 제도의 한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마진을 챙기다간 구속될 상황이니, 기업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업활동을 접는 것 밖에 없었다. 실제로 3년 동안 무려 80%의 기업체가 사라졌다. 국민을 위하려던 규제가 국민의 삶을 망친 셈이다.* 빈부격차 해소에 실패한 부유세 - 많은 유럽 복지국가들이 부유세를 도입했다.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소득세 최고세율이 87%에 이를 정도였다. 소득 증가에 따른 연금 추가징수 등을 감안하면 결국 세율이 100%가 넘었다. 순자산 자체에도 4%의 부유세를 부과했다. 견디다 못한 부자들이 엑소더스를 택했다. 유명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독일로 이주했고, 그러자 스웨덴 영화산업도 쇠락했다. 프랑스 부자들도 탈출 러시를 보였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부유세를 피해 떠난 사람들의 자산이 2000억 유로에 달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정부가 거둔 부유세가 36억 유로였다. 36억 유로 벌자고 2000억 유로를 놓친 셈이다. 독일도 금융자산에 세금을 뭉터기로 내리자 이를 비금융자산으로 옮기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렀고 서민들의 월세난이 야기됐다. 이후 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부유세를 포기하고 있다. 2019년에 스페인 벨기에 노르웨이 스위스 4개 나라만 부유세를 운용하고 있다. 스위스도 세율이 0.1%에 불과할 정도다.* 게으름을 퍼뜨린 ‘동일노동 동일임금’ - 1848년 2월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프랑스 정권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임금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다. 우선적으로 적용된 업종 중 하나가 재봉사들이었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열심히 하나 농땡이를 펴나 똑같이 임금이 받으니 열심히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일자리 줄인 푸드 트럭 활성화 조치 - 2014년부터 한국에서 푸드 트럭 허가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교통이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들은 대부분 불법 포장마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푸드 트럭 영업을 하니 당연히 수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정부가 불법 포장마차를 푸드트럭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전에 7개 포장마차가 있었던 자리에 이젠 4대의 푸드트럭만 자리하게 되었다. 더욱이 추첨으로 3개월 동안만 한 장소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바람에 경쟁률이 심했고 결국 3개월 짜리 임시 일자리가 되어 버렸다.* 막걸리 시장을 축소시킨 ‘중소기업적합업종’ - 2010년에 중소기업을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부활했다. 대기업이 진출해 있던 막걸리 시장에도 변화가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한 덕분에 우리나라 막걸리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2007년에 17만㎘ 수준이던 출고량이 2011년에는 45㎘를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2011년에 막걸리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시장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았다. 대기업은 더 이상 연구개발을 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고 영업 루트도 없었다.* 관세보복과 대공항 야기한 관세전쟁 - 경제학자들은 1929년 대공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무트-할리법’을 든다. 1929년 5월과 1930년 3월에 각각 미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이 법은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자는 게 핵심이었다. 미국 산업을 지키려는 특단의 조치였다. 당시 미국 경제학자들이 파장을 고려해 극렬히 반대했지만 수입품 2만여개에 평균 59.1%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도 미국 수출품에 대해 고율이 관세를 매기며 무역 보복에 나섰다. 수출이 어려워지니 미국 근로자들은 해고 당하고 수입은 줄고 상품 구매도 줄어 결국 대공황을 불렀다.* 전통시장 매출을 줄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 한국은 2011년부터 대형마트에 대해 한 달에 2번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후 대형마트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급격히 감소했는데, 전통시장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조춘한 교수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가지 못한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대신 대형 슈퍼마켓으로 간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하는 날 주변 상가들의 매출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말기 소비자 가격을 높인 ‘단말기유통법’ - 2014년 10월부터 단말기 유통법구조 개선법이 시행됐다.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통신사들은 통화 품질이 비슷해 가격 외에는 소비자를 유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싼 가격으로 기기를 판매했고, 다른 통신사 고객을 빼오려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었다. 단통법은 보조금 최대한도를 35만원으로 책정했기에 소비자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정부는 당초 단통법을 시행하면 단말기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공급하리라 기대했지만 제조사들은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해외 판매가격과 비교해 국내에서만 낮춰 공급할 수도 없었다. 결국 가격은 낮아지지 않고 단말기 보조금만 줄었다. 이익을 본 것은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든 통신사들 뿐이었다.* 가격 폭등을 부른 비트코인 규제 - 비트 코인 광풍이 불자 2017년 10월에 정부의 규제책들이 발표됐다. 정부는 비트 코인을 사기 위한 해외송금을 금지하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비트코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폭등했다. 비트코인은 원래 나라마다 가격 차가 크지 않은 구조였음에도 한국만 예외적으로 크게 올랐다. 규제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고, 그래서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훨씬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실무능력을 도외시한 로스쿨 임용규정 - 현재 한국에서는 25개 대학에서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쿨위원회는 각 로스쿨에서 어떤 교수를 채용하는지를 보고 점수를 매긴다. 자질 미달의 교수를 뽑지 말고 실력있는 교수를 선발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2016년 당시 법조 경력 30년에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을 15년 동안 역임했던 권오곤 국제법연구소장의 모 로스쿨 행이 좌절되는 일이 발생했다. 위원회가 만든 논문 연구 평가 점수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문 실적이 5년간 150점이 넘어야 하는데 권 소장은 80점이었다. 그를 채용하면 로스쿨 평가점수가 깎이기에 어느 대학도 그를 받아줄 수 없었다. 교육부의 법학교육위원회 논문 평가 기준을 그대로 베껴 온 것 탓에, 실무능력을 가르치는 로스쿨에서 이론점수만 집착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산학 협력을 가로막는 ‘산학협력법’ - 대학 교수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버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대학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상업화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지적되자 정부가 산학협력법을 만들었다. 학교에 산학연 협력 기술지주회사를 허용하고,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문제는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토록 한 규정이었다. 그렇지 못하면 5년 이내에 주식을 모두 팔아야 했다. 기업이 다른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게 되면 지주회사 지분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1월에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였던 AI 스타트업 수아랩이 2300억원에 팔렸는데, 2015년에 이 회사에 1억원을 투자했던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한 푼도 벌지 못했다. 20% 룰 때문에 2017년에 이미 지분을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 10%로 기준을 낮췄으나 별 차이는 없었다.* 지키면 더 불리해 지는 ‘공정력 제도’ - 2012년 1월에 정부는 대규모 점포와 준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지정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각 지자체는 이 법에 의거해 조례를 만들고 해당 지역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에 들어갔다. 이 때 지자체 조례에는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고 한 반면, 법에는 ‘지정할 수 있다’로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대형 마트들이 지자체의 일방적 조치에 항의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코스트코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지침을 따랐다. 그런데 행정소송에서 지자체 의무휴업 규제가 위법으로 나왔다. 코스트코도 당연히 다시 예전처럼 휴일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이것이 위법이라며 영업정지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규제할 때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그 규제는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행정소송법 상 ‘공정력’ 규정 때문이었다. 정부 규제에 토를 달지 않았던 코스트코이니 영업을 재개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공정력 제도는 규제에 순응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는 역설적 교훈을 알려준 사례로 기록된다.* 빠져서 이득 본 대학평가 - 2015년에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입학생 수를 조정하도록 했다. 각 대학을 특성화해 대학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었다. A~E까지 등급을 매겨 A를 받으면 정원 유지, B는 10% 감축, C와 D는 30%와 50% 감축토록 했다. E등급은 퇴출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자원해 대학평가를 받으면 지원금을 주지만, 자원하지 않으면 정부 사업 참여나 지원금은 없다고 공고했다. 몇 몇 대학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평가가 이뤄졌고, 2015년 대학평가에서 D, E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지역사회 여론을 업고 거세게 저항했다. 특히 사립대학을 정부가 문 닫게 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거셌다. 2010년대 말이 되면서 더 이상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정원은 줄고 등록금 수입도 줄었다.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들은 이런 불이익에서 벗어나 정원도 그대로 유지하고 등록금도 줄지 않았다. 결국 2019년이 되어 이 대학 구조조정은 유야무야되었고 대학 정원 조정은 각 대학 자율조정으로 넘겨졌다. 정부 규제를 무시하고 따르지 않은 대학은 나아졌고, 정부 방침을 따른 대학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큰 어려움을 겪은 사례다.* 파산자 늘리는 고리대금 이자규제 -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연 24%다. 20%인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많은 나라들이 고리대금 이자율을 규제하지 않는다. 이자율을 너무 낮추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사람은 대개 신용등급 7등급 이하다. 대부업자들은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고려해 적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이자율을 정한다. 2019년부터 연 이자율을 27.9%에서 24% 로 낮추자 당장 대부업자들은 신규 대출을 줄였다. 2017년 하반기에 3조3640억원을 대출했다가 2019년 상반기에는 2조86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그 결과 파산 신청이 줄을 이었다. 2018년 파산 신청자가 4만3402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4만5642명으로 5% 이상 늘었다. 개인회생신청자도 1300명 가량 증가했다.*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 -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는 한 번에 10만원 이상 베팅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외에 입장 제한 규제도 있다.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한 달에 15일까지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2개월 연속해서 15일을 출입하려면 리조트 카드를 의무적으로 발급받고 중독예방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3달 사이에 30일 이상 출입하는 사람도 의무교육 대상이다. 하지만 이 규제 때문에 정선을 들어가지 못하는 중독자들이 가는 곳이 온라인 카지노 혹은 사설 카지노 같은 불법 카지노들이다. 실제 도박 중독자들은 합법 도박이 아닌 불법도박에서 대부분 나온다. 최대한 합법적인 도박 영역으로 묶어 두어야 도박 중독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8-0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선대인과 신사임당에게 '富'를 배우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의 한 장면. 바둑대회 우승상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고민하는 주인공 택(박보검)에게 건네는 이웃집 아저씨의 친절한 조언이 나온다. “금리가 떨아져서 한 15%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부의 재편’#평생 모은 돈과 동업자의 투자금을 합해 사업을 했더니 적자가 200만원씩 났다. 결국 동업자와 나는 인간 밑바닥을 보며 싸웠고 임신한 아내 명의로 장사를 시작했다. 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킵고잉’국내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평가받는 선대인과 재테크 채널 신사임당으로 80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투버가 나란히 신간을 냈다. 각각 ‘부의 재편’과 ‘킵 고잉’이란 강력하고 아리송(?)한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한껏 잡아끈다. 과연 투자의 길은 어떤 정도를 걸어야 할까. 이들의 돈 버는 비법을 책을 통해 훑어봤다.◇알면 기회가 되고 모르면 공포가 된다 ‘부의 재편’‘부의 재편’| 18,000원|선대인|(사진제공=토네이도)‘부의 재편’은 무엇보다 세계경제를 움직여온 구조적인 흐름과 힘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일상화된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는 시대다. 특히나 세계적인 경기 사이클이 수축기로 접어드는 시대를 맞아 세계경제 흐름과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미중 간의 패권경쟁으로 갈라진 세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단절되는 반면 디지털과 온디맨드, 온라인 배송, 플랫폼, 스마트워크는 현재 새로운 동력을 얻은 상태다. 또한 역대 최장 경기 확장으로 한껏 부풀려진 미국 중심의 글로벌 주식버블은 코로나 충격으로 급속히 붕괴했다. 하지만 새로 주입된 천문학적인 돈의 힘으로 또다시 생명을 연장하며 새로운 버블을 예고하고 있다.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통념에 따라 일하고 사업을 벌이며 투자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며 절약이 능사인 것처럼 열을 올린다. 풍부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와 산업, 일자리, 투자 환경 등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이 책은 말한다.최근 몇 년간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투자서들이 가장 첫장에 꼽듯 ‘부의 재편’ 역시 사교육에 대한 돈을 아끼라는 조언이 가장 눈에 띈다. 직장인 역시 한 우물을 파지 말고 직장인들이 가장 꺼려 하는 주식 투자를 권하는 섹션에서는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자본을 위해 일하지 말고 자본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는 챕터에서는 ‘저축과 근면’만이 저금리 시장의 유일한 답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 시킨다.특히 향후 10년 이상 고속성장할 2차 전지산업과 바이오제약은 이미 개미들 사이에서 ‘한물’간 투자처다. 하지만 저자는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점을 설명하며 “좋은 종목을 싸게 사서 오를 때가지 기다리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쨌거나 새로운 기회는 언제나 대전환의 시기에 시작된다는 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섭렵할 줄 몰랐다. 경기 사이클이 수축기로 접어드는 시대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때다.◇돈 모으는 게 처음인 사람들에게 ‘킵 고잉’(Keep going)킵고잉 나는 월 천만 원을 벌기로 결심했다|주언규(신사임당)|1만7000원. (사진제공=21세기북스)‘킵 고잉’. 제목은 아이러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 채널 중 가장 신뢰받는 유튜버 신사임당이다. 월 160만원을 받는 직장인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던 그는 ‘돈을 주고 들어야 하는 강의’ ‘나만 알고 싶은 채널’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사실적인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평생 월급쟁의로 남을 것인지, 경제자유주의자가 될 것인지는 지난 22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돈 특집으로 꾸며진 방송으로 큰 화제가 된 바있다.부제가 ‘나는 월 천만 원을 벌기로 결심했다’인 만큼 치열한 사회초년생의 적응기가 책 전반에 펼쳐진다. 하지만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에 적기임도 저자는 간과하지 않는다. 작금의 시대는 1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정부정당이나 정책, 원리금이나 월세에 휘둘리지 않고 기꺼이 도전하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70만원으로 다들 말리는 쇼핑몰을 시작해 2년만에 월수입 7000만원을 기록했다. 거창한 성공기는 없다. 처음부터 걷는 아기는 없노라고, 광고비의 양날, 사업과 사기의 한끗 차이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다.스마트스토어를 시작해 내 사업을 키우는 법을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최저 시급 8590원의 순이익으로 계산하는 법이 나오기 때문. 예를 들어 월 1000만원을 벌려면 마진이 시급만큼 남는 제품을 어림잡아 하루에 30개씩 팔아야 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하루에 3개 정도 판다는 생각으로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다.문제는 이 상품을 무수히 많은 사람이 판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나오는 검색에서 노출량을 알려주고 단어를 고르는 방법, 고객관리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억을 들여 거창한 장사를 하는 대신 실패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수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경험과 조언을 무시했지만 대기업에 다니던 지인만이 반려동물의 털을 제거하는 브러시를 갈아 끼우는 브러시를 들여와 팔면서 연봉 이상의 부수입을 얻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말리는 사람도, 해보라는 사람도 다들 ‘빈말’일 뿐이다. 자신이 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든 시도하면 큰 기업은 만들기 어렵지만 1인이 따듯하게는 먹고 살 수 있다”라고 자신한다.무엇보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유뷰트 신사임당 채널의 시작이 ‘사진 잘 찍는 법’이라는 점도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거창한 목표나 대의명분을 가지고 시작하지 하지 않는다면, 악플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킵 고잉’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의 성실함을 비웃고 도전을 조롱하며 근면을 무시하는 삶을 경계해야 함을 저자는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킵 고잉’은 잘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무작정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부자라고 칭송받는 스타 유튜버의 담담한 실패기가 되려 신선한 자극이 되는 책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7-28 17: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실생활에 바로 적용되는 ‘하룻밤 경영학’

하룻밤 경영학 | 이원희 지음(사진제공=책과나무)경영학 책은 두껍다.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누구나 질린다.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경영을 접하게 되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체계적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 경영학 용어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왔다. 자본주의와 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유럽, 미국에서 이론화 한 경영학 용어가 그대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비전공자들에게는 낯설기 짝이 없다.‘하룻밤 경영학’은 비전공자가 경영학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인사관리, 재무관리, 생산관리, 조직관리, 경영전략, 영업, 마케팅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이론들을 빠짐없이 소개했다. 3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가속도로 내달리면 하룻밤에 독파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LG, SK 그룹 등 대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하면서 인사, 재무,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고 CJ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두번이나 맡았다. 때문에 이 책에는 현장의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있다.이 책의 힘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쉽게 접근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1부 ‘회사야 놀자’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은 시작된다. 그래서 1부 제목을 ‘기업이란 무엇인가’가 아니고 ‘회사야 놀자’라고 붙였다. ‘맛나치킨’ 주식회사가 여기서 등장한다. 형과 동생이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마련, 이를 사업 밑천으로 종업원 2명을 고용해 목좋은 곳에 점포를 임대해 사업을 시작한다. 개점 이후 사업이 잘 돼 최신 기계를 도입하려고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 자본금 2억원과 부채 1억원 등 자산 3억원의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주식회사의 구성을 설명하면서 동아리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처럼 흥미를 유발하는 도입부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경영학의 뼈대를 이루는 조직이론, 인사관리, 재무관리, 경영전략 등 필수 이론들을 부담없이 섭렵할 수 있는 것도 도입부에서 받은 감동이 마지막 308쪽까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학 입문서로 강추할 만하다.강창동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2020-07-28 11:07 강창동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나모리 가즈오> 송희영

조선일보 출신의 저자가 마쓰시타 고노스케 평전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일본 창업가 평저다. 교세라를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파산 직전의 JAL을 회생시킨 기업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가 보는 이마노리 회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인간에 있다는 철학을 실행에 옮긴 기업인’이다. 저자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을 ‘이런 총수 밑에서 온 몸을 던져 한번 실컷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기업인’이라고 극찬했다. 돈이나 수익 보다는 사원 행복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일생을 후학 양성에 매진했던 그의 생생한 경영관과 가치관을 들여다 보자.* 이나모리 경영스쿨 -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매년 ‘세이와주쿠’라는 이름으로 경영스쿨을 연다. 이른바 ‘이나모리의 경영 제자들’이 모이는 세계대회다. 일방적인 연설보다 문답식으로 기업인들이 처한 곤경에 대응책을 제시해 줘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32년생으로 올해로 88세를 맞은 이나모리 회장은 “더는 정력적으로 강의에 참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36년째 이어오던 이 대회를 지난해 공식 폐쇄했다. 2019년 7월18일 요코하마 해변의 국립컨벤션센터 ‘파시피코 요코하마’ 대강당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에는 이나모리 회장이 직접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무려 4791명의 기업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와 화상을 통해 그의 마지막 육성을 들었다.* ‘인본주의 종업원주의’ 이나모리즘 - 이 대회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마음의 경영’을 말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매년 어려움을 멋지게 뛰어넘은 문하생들을 선정해 시상식을 열었다. 반대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제자들에게는 “넌 바보냐?”,“그럴려면 자퇴해라”하며 막말 직격탄을 날리곤 했다. 경영학자들은 이나모리의 경영을 인본주의 경영 또는 인간존중의 경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나모리는 ‘종업원 행복, 사원 행복 경영’이라고 설명한다. 사원 행복이 기업 경영의 최우선 순위이며, 기업 이익은 사원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한 때 수제자였던 손정의 - 1990년대 중반 손정의가 IT사업에 막 뛰어들던 시절만 해도 그는 이나모리스쿨에서 일등 문하생이었다. 벤처기업의 기수로 ‘이나모리의 수제자’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둘은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손정의는 “어느 정도 배가 부르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이나모리 철학을 따르지 않았다. 손정의에게 수 차례 “자기 체력에 맞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듣지 않았다. 제조업에서 출발한 교세라가 신기술 개발에 집착하는 일본식 경영을 했다면, 소프트뱅크는 돈이 더 큰 돈을 만들어 내는 미국식 경영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이나모리가 인간의 무한한 힘을 중시한 경영이었다면, 손정의의 경영은 돈의 위력을 더 믿는 경영이었다.* 대학 정규강좌로 채택된 이나모리 경영학 - 이나모리는 가정 형편 상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을 다녔다. 가고시마대학에서 그의 대학 졸업논문은 가고시마 지역 점토를 연구한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도자기 기술을 발전시켜 TV나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각종 첨단 부품을 개발하면서 신소재 세라믹을 창조했다. 이 대학에서 이나모리아카데미가 진행하는 강좌는 재학생들에게 선택과목이지만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라고 한다.* 단칼에 승부하는 ‘가고시마 기질’ - 가고시마를 ‘사쓰마’라고도 부른다. 이 지역 사람들은 성질과 기력이 남달라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살상을 좋아한다고 조선 실학자 정약용이 썼을 정도로 특별한 기질을 가졌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의 목숨을 앗아간 해전에서도 사쓰마 군대가 주력이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남자들을 특별히 ‘사쓰마 하토야’라고 불렀고 “사쓰마 하토야의 첫 칼은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한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일본 검객들 가운데서도 특별했다고 한다. 이 고장에서는 사쓰마 하야토의 기본 자세로 3가지가 강조되는데 첫째 싸움에서 지지 말라,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셋째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이다. 모두 사무라이 정신의 기둥이 되는 내용들이다.* 이나모리가 가장 존경한 ‘사이고 다카모리’ - 이나모리 회장은 고향 위인 중에서 누구보다 사이고 다카모리를 존경했다. 일생을 그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2003)가 그를 모델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가고시마 출신으로 오쿠보 도시미치와 함께 메이지 유신 혁명의 주인공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사이고가 개인적 출세나 영달을 바라지 않고 평민을 위한 국가 건설이라는 대의명분만을 추구했다며 그를 따랐다. 그의 반골 정신과 애민 정신을 존경한 것이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친필휘호 ‘경천애인’을 액자로 사무실에 걸어두고 이를 사훈으로 채택하기 까지 했다. 히지만 사이고는 한반도 침략에 앞장선 ‘정한론’ 주창자로 알려져 우리나라에선 평이 좋지 않다.* ‘외길 승부’ 교토에서 장사를 배우다 - 교토는 과거 1200년 동안 일본이 수도였다. 이 곳 장사꾼들에게는 “화살을 2개 갖지 말라”는 말이 전해내려온다고 한다. 첫 화살이 빗나갈 것에 대비해 예비 화살을 준비하지 말하는 뜻이다. 한 개의 화살로 승부해야 한다는 외길 승부를 강조한 말이다. ‘교토 송곳 전략’이라는 말도 있다. 송곳으로 한 점을 찌르듯 한 점을 계속 파고들어 구멍을 뚫는 식으로 경영한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1000년이 넘는 가게가 최소한 5곳이 있다. 100년 이상 영업중인 가게는 1100곳을 헤아린다. 장수 기업 수에서 일본 최대 도시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곳에서 기업가 정신을 익히면서 ‘나 만의 기술, 나 만의 제품’을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을 배웠다.* 일본의 3대 기업가 탄생 ‘명당’ - 일본에는 유난히 기업인들을 많이 배출한 것이 3곳이 있다. 시즈오카 서쪽의 하마마쓰, 히로시마 동쪽의 빈고후추, 그리고 교토 남쪽 지역이다. 교토가 명당으로 꼽하는 이유는 선배 기업인들이 후배 기업인들을 지원하는 전통이 강한데다 역사가 오랜 기업이 많다는 점, 그리고 기업인들을 단련시키는 까다로운 고객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나모리 회장이 교세라를 창업했을 때 설립 자본금 300만엔 가운데 200만엔을 댄 미야기전기는 8년 후 이나모리가 독립 행보를 선언하자 깨끗이 뒤로 물러났다. 전형적인 교토 기업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창업 당시 이나모리 회장은 돈이 없어 보유 기술로 10%의 지분 가치를 평가받아 교세라를 설립했다.* 한국인 장인 ‘우장춘’ - 이나모리의 아내 아사코는 한국 근대 농업의 이버지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이다. 우장춘의 아버지 우범선은 명성왕후 암살에 가담한 죄로 조선 왕조가 파견한 자객에게 살해되었고, 우장춘은 일본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자신의 가문의 비밀을 안 우장춘은 아버지와 김옥균을 비롯한 19세기 친일 개화파 인사들의 망명 생활을 돌봐준 스나가 집안에 아이들을 입적시키고 자신은 그대로 우장춘으로 살았다. 그는 어머니 별세 후 들어온 부의금으로 부산광역시 온천동에 우물을 파 동네 사람들에게 개방했다.* ‘교세라 필로소피(철학)’ - 교토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좌파 도시로 꼽힌다. 교세라 창업 2년 만에 고졸 출신 사원들이 고정급 지급과 임금 인상, 보너스 보장을 외치며 파업에 나섰다. 이 때 그는 고졸 사원 전원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비공식 협상을 벌였다. 고정급 지급은 가능하지만 매년 임금 인상과 보너스는 도저히 약속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최후 통첩으로 “만약 내가 어설픈 경영을 하거나 사리사욕을 추구하면 나를 칼로 찌르라”고 선언했다. 그의 진심을 읽은 사원들은 물러섰고 이를 계기로 이나모리는 “전 직원의 물심양면의 행복을 추구한다”며 ‘사원 행복’이 교세라 경영의 목적임을 공식 선포했다. 회사는 훗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담아 교세라 필로소피라는 작은 수첩으로 제작해 모든 사원이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1970년대 초반 석유파동 때 이나모리 회장은 고용을 사수하겠다고 약속했고, 노조는 상급 단체의 29% 인상 요구 압박을 견뎌내고 임금인상을 1년 간 보류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교세라만의 독특한 회식문화 ‘콤파’ - 교세라 직원들은 1000~2000엔 씩 갹출해 회식 모임을 연다. 맥주와 정종 같은 가벼운 술을 마시되 술을 먹지 못하는 사원은 청량음료요를 마시게 한다. 임원이나 간부가 요리를 만들어 부하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상사와 부하 직원들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자리다.* 이나모리의 ‘아메바 경영’ - 아메바는 단세포 생물로 일정한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한다. 교세라는 아메바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아메바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아메바라는 이름의 소집단을 중심으로 시간당 채산성을 관리하는 것이 아메바 경영의 핵심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권한이 현장 매니저에게 위임된다. 영업부터 생산 판매까지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현재 교세라에는 3000여개의 아메바 소집단이 운영되고 있다. 그는 손오공의 분실술에서 착안해 아메바 경영기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과의 인연 -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기업의 목표를 인간의 행복에 두었다. 이나모리와 같았다. 1989년 마쓰시타 회장이 사망하기 직전에, 그는 이나모리 회장이 쓴 일심일언에 따뜻한 추천서를 붙여 주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을 기리는 기념관을 교토에 건립해 두 사람이 이사장 직책을 이어받기도 했다. 마쓰시타가 사망한 후 파나소닉이 경영난에 휘청이자 이나모리는 파나소닉의 사내보에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마쓰시타’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파나소닉이 아메바 경영의 모델이었던 사업부제를 폐지한 것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창업자의 훌륭한 가르침을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나모리의 ‘세 가지 인간’ - 그는 인간을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스스로 불타는 자연성 인간, 다음으로 불을 붙이면 타오르는 가연성 인간, 마지막으로 불을 지펴도 타오르지 않는 불연성 인간이라고 했다. 그는 불평불만과 트집잡기만 하는 불연성 사원을 가장 싫어했다. 자연성 인간이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가연성 인간이 되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최고 업적은 통신사업 성공” - 이나모리는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적인 회사로 키웠고, JAL을 도산 작전에서 구출해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KDDI를 세워 통신사업에서 성공한 것을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꼽았다. 그의 핵심 전략은 역시 가격 인하 정책이었다. 당시 압도적인 1등 기업 NTT를 공격하기 위해 KDDI는 전화 기본요금을 30% 싸게 서비스했다. 가격 인하로 반격해 오면 다시 가격인하로 받아 치며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NTT가 한번은 21.4%나 가격을 내려 공세를 펴기도 했으나 잘 버텨내고, 지금은 일본 내 2위 통신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나모리의 ‘회계경영 7원칙’ - 첫째, 현금 베이스 원칙이다. 현재 손에 쥐고 있는 현금만 중시하라는 것이다. 둘째, 일대일 대응 원칙이다. 돈과 상품이 움직이는 순간 즉각 전표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셋째, 금육질 원칙이다. 사람과 돈 설비 재고에 여유나 과잉을 금지한다는 원칙이다. 넷째, 완벽주의. 회계에서 사소한 실수나 불량, 애매한 처리는 불허된다. 다섯째, 더블 체크 원칙이다. 물건이나 돈의 움직임은 꼭 복수의 사원이 허가하도록 했다. 여섯째, 채산성 극대화다. 조직별 목표 달성 여부를 매일 점검케 했다. 일곱째, 유리알 경영의 원칙이다. 모든 재무상황을 사원들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관료사회에 적대적 - 그는 자서전에서 관료세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관료들은 도무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성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질서나 업계 질서는 완전한 것이라고 하며, 개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본이 이나모리에게 JAL을 맡긴 이유 - 일본 정치권은 이나모리에게 JAL의 회생 작업을 일임했다. 정치인들은 경영에 간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국의 경우 부실 대기업이 나오면 공무원과 은행가 출신을 앞세워 회생작업을 추진하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경영에 개입하려 했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 정치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최상의 프로 경영인에게 회생을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이나모리에게 처음 이 일을 맡아달라고 한 이는 마에하라 세이지 건설교통부장관이었다. 이나모리는 그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그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나모리의 JAL 출사표 - 이나모리는 대의명분을 중시했다. 그는 자신이 JAL 경영을 책임질 수 밖에 없는 명분을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JAL을 회생시켜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 둘째, JAL에 남아있는 3만2000명 사원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는 것이었다. 세번째는 JAL 붕괴로 오랜 경쟁회사인 ANA가 항공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는 “독점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독”이라고 믿었다. 그는 단체교섭 같은 형식을 포기하고 직접 노조를 찾아가 대화했다. 조종사 출신의 우에키 요시하루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장으로 올리는 파격을 선택해 책임을 맡겼다.* 정경유착을 끊어내다 - 공기업으로 출발한 JAL은 60년 동안 자민당의 주요 자금줄이자 자민당 정권의 대미 로비창구였다.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보잉사 비행기를 앞당겨 사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로지 보잉 항공기만 보유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임원들은 정치인이나 관료들과의 관계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경영은 사라지고 정치가 횡행했다. 그 종착역이 파산이었다. 이나모리는 정치권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공적자금을 우선적으로 갚아나갔고, 경영에서 물러나기 직전에는 당시 카탈로그 가격으로 1조엔에 달하는 에어버스 31대 구매계약을 맺어 보일 일변도의 구매 관행을 무너트렸다.* 가족의 그룹 경영 관여를 차단하다 - 그는 가족들을 돕기 위해 일찌감치 가족회사를 설립했다. KI흥산은 현재 코콘카라스마빌딩 외에 교토 시내에 3곳의 빌딩을 더 소유하고 있다. 이나모리의 남동생이 경영하다가 지금은 큰 사위가 사장직을 물려받았다. 교세라 지분을 1.96% 보유해 비상장 회사로는 최대주주지만 경영에는 일체 관여 않고 있다. 다른 동생은 가고시마의 유명 고기만두 체인점 ‘교자노 오쇼’ 점포 8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나모리재단도 교세라 지분을 2.59%나 갖고 있지만 역시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세습에 거부감이 강한 이나모리 - 이나모리 회장은 세 명의 딸을 두었는데 딸이나 사위 등 가족 누구도 교세라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애초부터 경영권 세습을 포기했다. 그는 정치든 경영이든 세습에 거부감을 강했다. 일본 정치가 엉망이 된 이유가 세습 의원들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54세의 나이에 일찌감치 사장직을 창업 동지에게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상장 이익도 거부한 경영인 - 그는 교세라를 증권 시장에 상장할 때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모두 포기했다. 상장 전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창업자 몫을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여러 증권사로부터 받았으나 거부했다. KDDI 창업 때나 상장때도 임직원들에게는 주식을 배분했지만 자신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 JAL 재건 때는 3년간 무급으로 봉사했다. 이나모리스쿨이나 시민 포럼 등에는 강의료도 한 푼 받지 않았다.* 교세라 기업 묘 - 교세라 창업 20주년이던 1979년에 교토 주변 도시 야외타의 엔복사에 사원들을 위한 기업 묘를 조성했다. 고령이나 사고로 사망한 사원들을 이곳으로 모셔 위령제를 지낸다. 이 역시 존경하는 파나소낙의 마쓰시타 회장에게서 배운 것이다.* 불가에 귀의하다 - 이나모라는 엔복사에 사원 묘를 건립한 데 이어 낡은 본당 건물을 재건축해 주었다. 교토 불교계와 교토시가 대립했을 때는 중재 역할도 수행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는 65세 나이에 아예 삭발하고 출가를 감행했다. 가족과 친지,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엔복사에서 출가 의식을 마치고 큰 스님으로부터 ‘다이와’라는 법명까지 받았다. 다른 지방 도시에서 신도들 집을 돌며 쌀을 시주받는 탁발 수행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이나모리가 월급쟁이들에게 남긴 5가지 어록 - 첫째, 지금 맡은 일을 사랑하라. 그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둘째, 열등감과 격투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라. 셋째, 인생의 행복은 내 마음이 그리는대로 나타난다. 넷째, 노동이란 스님의 수행과 같다. 회사원도 맡은 일에 빠지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다섯째, 시련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잘 풀린다.* CEO들에게 남긴 5가지 어록 - 첫째, 회사는 CEO의 그릇 이상은 크지 못한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최고경영자의 그릇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을 희생할 용기가 없는 리더는 조직을 이끌어갈 수 없다. 총수가 사욕을 드러내면 사원 전체가 그대로 배운다고 경고했다. 셋째,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한 글자는 ‘덕(德)’이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번영하려면 덕치(德治)가 필수라는 얘기다. 넷째, 사람을 움직이는 유일한 원동력은 무사(無私) 이타(利他)의 정신이다. 그는 인수 대신 합병이라고 썼고 동등한 대접을 해 주었다. 다섯째는 ‘사업 구상은 낙관적으로, 계획은 비관적으로, 실행은 낙관적으로’였다.* 이나모리가 가르친 5가지 불황 극복 비법 - 첫째, 불황은 성장의 챤스다. 둘째, 전 사원이 영업하라. 셋째, 최소 인원으로 줄여 생산성을 높여라. 넷째,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라. 다섯째,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라.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28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번영의 역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올해 초 유명을 달리 했다. 그가 일생의 연구 주제로 택했던 주제는 “왜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운 것인가”였다. 나아가 혁신에 모두들 목을 매고 있는데 가난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 가난한 나라들이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등에 관해 마지막까지 연구를 거듭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유작이자, 자신이 천착해 온 과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다. 그는 “세상에서 할 가치가 있는 일들 대부분은 그 일들이 실제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치부되어 왔다”는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 연방 대법관의 말을 인용해, 이른바 ‘비 소비’를 기회로 만드는 새로운 혁신의 마인드를 강조한다.* 가난에서 구제된 10억명 - 1990년 35.3%였던 전 세계 극빈율이 2015년에는 9.6%로 격감했다. 25년만에 10억 명이나 되는 인류가 극빈에서 구제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10억 명 가운데 대다수인 7억 3000만 명이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 문제다. * ‘비 소비’(nonconsumption) - 잠재적인 소비자가 자기 삶의 특정 측면에서 어떤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편하고 저렴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가장 단순하게 대응한다. 해결책 없이 그냥 고통스럽게 살거나, 차선책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비소비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소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야 말로 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아프리카에서 휴대전화회사를 설립한 이브라함 - 브리티시텔레콤 기술 이사 출신의 모 이브라함은 아프리카에 휴대전화를 보급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1998년 직원 5명 뿐인 ‘셀텔’을 창업한다. 그리고 창업 6년만에 13개 나라에 사업소를 만들고 53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다. 2004년에 매출은 6억 1400만 달러, 순이익은 1억 4700만 달러에 달했다.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2005년에는 기업가치를 34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그는 아프리카를 ‘6억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본 것이 아니라 ‘개발과 발전을 기다리는 거대한 시장’으로 바라보았다. 이 산업은 2020년까지 아프리카 전체 경제에 일자리 450만 개를 창출해 주고 세금만 205억 달러를 내는, 2140억 달러 가치를 넘나드는 산업이 될 전망이다. 저자는 “번영은 특정한 유형이 혁신, 즉 시장 창조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에 투자할 때 전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 성공한 ‘시장 창조 혁신’의 결과 - 첫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둘째, 수익을 만들어 낸다. 셋째, 전체 사회의 문화를 바꿀 잠재력을 가진다. 저자는 시장 창조 혁신으로 나아가는 5가지 열쇠로 비소비를 표적으로 삼는 사업 모델, 활성화 기술, 새로운 가치망, 우발적 전략, 그리고 경영진의 지원을 들었다. 저자는 혁신이란 어떤 조직이 노동,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보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하는 괴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시장 창조 혁신은 복잡하고 비싼 제품이나 서비스를 훨씬 더 간편하고 쉽게 만들어 비소비자라고 일컬어지는 계층까지 소비자의 대열로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은 발명이 아니다 - 발명은 과거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반면 혁신은 흔히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그리고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혁신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고 강조한다. 지속성 혁신은 기존의 해법을 개선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혁신을 말한다. 어느 정도의 성장과 개발을 가능케 하지만 이 성장이 가져다 주는 충격은 해당 세분 시장에 속한 소비자의 수에 제한을 받는다. 효율성 혁신은 기업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해 준다. 전형적으로 과정(공정) 혁신으로, 제품 생산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현금 흐름은 자유롭게 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제거해 버린다. 성숙한 시장에서는 이 두 혁신이 모두 새로운 성장의 엔진이 되지 못한다. 반면 시장 창조 혁신은 과거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사용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평범한 사람들도 수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잠비아에서 에이즈보험을 판 마이크로인슈어 - 리처드 레프틀리는 런던 보험회사에 다닐 때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등 피해자가 많은 지역에서 오히려 보험 총 지금액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았다. 에이즈환자들에게 보험 상품을 팔기로 한 것이다. 그가 창업한 ‘마이크로인슈’는 개도국에서 56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3000만 달러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체 진출 시장 가운데 80% 이상이 이미 흑자다. 고객 중 85% 이상이 전에는 한번도 보험 상품을 구입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고객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바로 시장 창조 혁신이 지닌 특별한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에서 전자레인지 시장을 개척한 ‘갈란츠’ - 량칭더는 세게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갈란츠’를 창업했다. 그는 중국 내 전자레인지 시장에 주목했다. 수요는 적고, 전자레인지 가격은 비싸고, 평균적인 중국 소비자는 이를 구입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오히려 기회로 보았다. 중국 초보 소비자들에게 전지레인지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접근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산 후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가면서 사업을 확장해 성공 신회를 만들었다.* 비 소비에서 기회를 포착한 혁신 기업들 - ‘사파리콤’의 M-PESA는 은행 계좌 없이도 돈을 맡겨 두거나 송금하거나 저축할 수 있게 해 주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이다. 아프리카 케냐인 2200만 명이 이 플랫폼을 사용한다. ‘톨라람’은 낱개로 20센트 밖에 안되는 ‘인도미 라면’을 나이지리아에서 45억 봉지 이상 팔고 있다. 공장 가동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나이지리아 경제에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기여를 하고 있다. ‘어스인에이블’은 르완다에서 300여 개 마을에 50만 제곱미터의 강화 흙 바닥을 제공했다. 싸고 품질 좋은 빵을 찾기 힘들었던 멕시코를 겨냥해 저렴하고 품질 좋은 빵을 만들고자 했던 ‘그루포빔보’는 이제 연간 140억 달러 어치 이상의 빵을 만들어 파는 다국적 기업이 되었다. * 인도를 위협하는 나이지리아 영화산업 - 나이지리아의 영화산업을 ‘놀리우드(Nollywood)’라고 한다. 전기 혜택을 누리는 인구가 전체의 60% 미만이며 전체 가구의 40%만 TV를 보유한 이곳에서 영화산업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연간 제작되는 영화 편수 기준으로 1500편에 이른다. 인도의 발리우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다. 놀리우드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 영화들이 현지의 이야기들을 비소비의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산업이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 개를 늘어, 농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한다.  * 새로운 산업을 탄생케 해 준 싱어재봉틀 - 아이작 싱어는 가난한 독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재봉틀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게 된다. 싱어 재봉틀은 숙련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1분에 900땀의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 재봉틀은 더 많은, 더 큰 옷장을 필요로 했고 결국 의류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어 재봉틀 수요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철강과 목재, 면직 산업이 붐을 맞았고 신발이 백화점에서 팔릴 수 있게 되었다.  * 한국이 번영을 끌어당긴 방식 -  저자는 혁신으로 성공한 한국 기업으로 기아자동차와 삼성, 포스코를 든다. 기아는 자전거에서 시작해 삼륜차를 거친 다음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비로소 비소비 경제를 표적으로 삼은 승용차로 나아가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고 소개한다. 삼성의 경우 초기에 일본 제품 아류에서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어라’는 기치 아래 지속적인 혁신을 전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점을 높이 평가했다. 포스코에 대해서는 건설과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는 국책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포항공대 같은 우수 대학을 만들어 인재를 꾸준히 키워오고 있는 점을 칭찬했다. * 번영을 누리지 못하는 멕시코의 수수께끼 - 멕시코는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을 많이 가진 나라이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와 붙어 있어 유리하다. 1994년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해 자유로운 상품 거래가 가능했다. 또 이 나라는 1인당 노동시간이 전 세계 1위다. 산업과 제조업 부문도 상당히 발전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거시경제 환경도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멕시코가 제대로 번영할 수 없었던 이유를 저자는 이 나라 기업들이 주로 ‘효율성 혁신’에 투자해 기대와 꿈을 성취하려 했다는 점을 든다. 언제든 쉽게 다른 나라로 떠나 버릴 글로벌 일자리만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에 공장을 두었던 많은 기업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 마킬라도라(maquiladora) 보편화의 함정 - 마킬라도라는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한 다음(대부분 무관세) 값싼 노동력으로 조립해 완성품을 만들어 이것을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는 멕시코의 외국계 공장을 말한다. 나프타 체결 등으로 고용이 늘고 수출이 호황을 누리던 때가 있었지만, 효율성 혁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마케팅이나 판매 등의 대한 투자가 거의 없었다. 이런 체계 속에서 이득을 챙기는 나라는 해당 제품의 대부분이 팔리는 나라들이었지 멕시코는 아니었다. 경제의 상당 부분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거의 통제하지 못하는 어떤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멕시코는 경제 성장의 결정적인 요소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제도는 수입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 많은 제도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효율성과 투명성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다. 해당 사회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해 온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밀어붙여진 탓이다. 선한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혼란과 부패를 가중시키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제도가 해당 사회에 맞게 자연스럽게 바뀌며 진화한다고 믿는다. 어떤 사회의 제도는 보통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특정 지역의 복잡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제도 개혁의 3가지 교훈 - 첫째, 혁신 특히 새로운 시장 창조 혁신에는 전형적으로 발전이 뒤따르고 또 좋은 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둘째, 제도는 지역 차원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혁신은 여러 제도를 단단하게 엮어주는 접착제로 기능 한다.  * 시장 창조 혁신이 부패척결과 경제발전의 원동력 - 국제비정부 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오늘날 전 세계 국가 중 3분의 2 이상이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다. 전 세계 평균이 43점이다. 한국은 2019년 기준 59점으로 180개국 중 공동 39위다. 저자는 부패에 찌든 사회에서 투명사회로 나아가려면 부패가 가장 유익한 선택지로 인식되는 ‘노골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부패 단계’에서,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되는 ‘은밀하며 예측 가능한 부패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투명한 사회’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저자는 튼튼한 제도를 마련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경제 발전의 전제 조건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며, 혁신 특히 시장 창조 혁신이 그런 변화의 결정적인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인프라보다 혁신 - 저소득 국가에서 어떤 인프라를 활용할 시장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도 해당 인프라를 밀어붙일 경우, 그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프라 사업이 시장 창조 혁신과 연결될 때 실행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필요한 자본도 끌어강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인프라 보다 전형적으로 선행하는 혁신’이 어느 나라에서든 가능한 현상이라며, 인프라 건설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에 의해 사회 안으로 끌어당겨질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 정부가 나서기 전에 창조적 기업이 먼저 - 어느 나라든 시간이 흐르면서 인프라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일 뿐만아니라 표준을 설정하는 일에도 정부가 점점 더 깊이 관여하게 된다. 저자는 정부가 개입할 의지를 가지기(혹은 개입할 역량을 갖추기) 오래 전에 창의적인 기업가나 혁신가가 먼저 나서서 자기의 사업적 필요성에 따라 인프라를 만들어 내는 더 빠른 경로를 찾아낸 사례를 높이 평가한다.  * 시장창조 혁신의 원리 - 첫째, 모든 나라는 비범한  성장을 이루어 낼 잠재력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 잠재력을 ‘비 소비’라고 부르며, 기회를 포착하려면 먼저 새로운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오늘날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 대부분은 가격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성장 시장을 창조할 수 있다. 어떤 산업에서든 비 소비에 초점을 맞춘 저렴한 제품을 개발할 기회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셋째, 시장창조 혁신은 단지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차원을 넘어선다. 넷째,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끌어당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온갖 제도, 부패 방지 대책 등을 밀어붙이기는 장기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만큼, 시장 창조 혁신을 통해 여러 자원을 끌어당겨 준비된 새로운 시장을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비 소비를 표적으로 삼으면 규모 확대 비용이 적게 든다. * 컨테이너박스를 창조한 맬컴 맥린 - 고졸의 트럭 운전사였던 그는 부두 화물 하적장에서 당시 보편적이던 브레이크벌크 화물의 비효율성을 인식하고 “그냥 내 트럭을 통째로 배에 실으면 안됩니까”라고 감독자에게 물어 본 것을 계기로 이른바 ‘컨테이너화’라는 혁신을 만들어 낸다. 덕분에 1톤 당 화물 운임이 대략 6달러에서 16세트로 줄었고, 한 배에서 짐을 내리고 싣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에서 8시간으로 줄었다. * 인도의 휴대용 세탁기 등 비 소비 겨냥 성공모델들 - 인도 전체 가구의 9%만이 세탁기를 가지고 있다. 인도에 존재하는 이 거대한 비소비의 기회를 포착한 어떤 회사는 양동이가 달려있는 휴대용 세탁기를 개발해 40달러에 팔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약국이 인구 100만 명당 25개에 불과하다. 인구 1억 8000만 명인 나라에 전국적으로 500개가 안된다는 얘기다. 이곳에서는 저가의 약국 사업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이 밖에 캄보디아의 딱딱한 잠자리 문제를 해결해 줄 간편하고 저렴한 매트, 가나의 위생 문제를 해결해 줄 쓰레기 재생산업, 자국 브랜드로 소향 전기차를 만들어 파는 멕시코의 전기자동차 등이 비 소비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도전이다. * 개혁의 실천가들 - IDP재단은 아이린 프리츠커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몇몇 곳에서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그가 택한 것은 아프리카 가나였다. 이곳에서 IDP라이징 스쿨스 프로그램을 운용해 수익성과 규모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재단은 또 하람베기업가연합(Harambe Entrepreneur Alliance)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 연합은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아프리카 전역에 회사를 창업한 젊은 아프리카 기업인 250여 명으로 이뤄진 네트워크다. 이들은 마크 저커버그 등으로 터 자금을 조달해 지원했다. 원에이커펀드(One Acre Fund)는 가난한 나라의 농부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장 기반 해결책을 개발해 왔다. 단순히 식량 부족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시장 접근성 부족의 문제로 봤다. 2006년 설립 이후 50만 명이 넘는 농민의 생산성을 높여 주었고 직원도 5000명이 넘는다. 안전한 물 네트워크(Safe Water Network)는 가난한 지역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단순히 우물 하나 파 주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지역 사업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물을 퍼 올리고 정수하는 데 필요한 정비를 제공하고 그들이 가진 기능을 서비스 상품으로 파는 방법을 가르친다.      * 혁신 정부 성공사례들 - 2015년 나이지리아 라고스 주지사에 선임된 아킨운미 암보데는 취임 직후 7000만 달러 규모의 라고스두고용신탁기금(LSETF)을 만들어 지금까지 1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수천 명의 기업가에 저리로 장기 대출해주고 있다.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도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펀드는 2019년까지 6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필리핀은 최악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물위기법을 제정한 후 민관 공동으로 마닐라워터라는 기업을 만들어 물 문제와 수익성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르완다는 열악한 사업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2009년 르완다개발청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원스톱 민원 처리를 해 줌으로써 2017년에 17억 달러 투자유치와 함께 3만 8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멕시코는 지방정부가 쓰레기를 음식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시장을 열어 엄청난 양의 수도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25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삶의 차용…‘사적대화 인용’ 예술인가? 사생활 침해인가?

“내가 내 동의를 철회하는 거예요!”지난 11일 개막한 연극 ‘마우스피스’(9월 6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 중 40대 여성 극작가 리비(김신록·김여진, 이하 가나다 순)와 공감하고 교류하던 소년 데클란(이휘종·장률)은 이렇게 선언한다.아버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그 역시 아버지와 같은 마지막을 따를 것이라 비아냥거리는 주변인들, 그럴 때면 그리는 살지 않겠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데클란. 부모와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방치돼 스스로의 예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이 소년의 이야기는 한때 촉망받았지만 슬럼프에 빠져버린 극작가 리비에게 활력이 되고 새 작품의 모티프가 된다. 예술과 삶,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리비와 데클란은 연대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과정 속에서 데클란은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화하는 데 ‘동의’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리비가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깊이 공감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 믿음과는 다른 결과물에 데클란이 그 동의를 철회하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채 차용돼 ‘예술작품’이 된 삶과 그 삶의 주인이 겪는 고통, 이를 차용해 이야기로 만들어낸 예술가가 항변하는 진정성 등은 예술계가 늘 숙고하며 탐구하고 있는 질문들이다.연극 ‘마우스피스’(사진제공=연극열전)이 연극이 다루고 있는 질문들은 예술계에서 실제로 꽤 자주 일어났고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것들이기도 하다. 예술의 대상화나 소재가 되는 이와 이를 차용해 예술작품으로 끌어들이는 이, 두 진영의 의도나 시각, 이해 정도의 간극은 격렬히 충돌하거나 어느 한쪽에 대한 외면 혹은 무시로 일단락되곤 한다. ‘사적대화 무단 인용’으로 구설에 휩싸인 퀴어문학가이자 문학동네 편집자이기도 한 김봉곤 작가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소설집 ‘시절과 기분’ 수록작인 ‘그런 생활’에 실존인물인 ‘C누나’와 실제로 나눈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를 “토시 하나, 띄어쓰기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인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C누나’임을 자처하는 당사자(이하 C)의 SNS 문제제기로 뒤늦게야 공론화됐다. 그가 제기한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은 성적 조언과 대화 과정 중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포함된 “원고지 약 10매 분량”이다. C에 따르면 그는 ‘그런 생활’ 발표 전인 지난해 5월 김봉곤 작가로부터 “작품에 등장시켜도 되는지”에 대해 질문받았고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을 하리라고 예상하고 그래도 된다고 답했다.” C의 주장으로는 “성인지 감수성과 저작권의 개념, 영감과 도용의 차이를 논의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는 김 작가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동의’였다.하지만 송고 후 보여준 원고의 내용은 그 믿음에 반하는 것들이었다. 이에 C는 김 작가에게 항의하고 수정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은 수정 없이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에 발표됐고 김봉곤 작가는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올 5월부터 시작된 C의 항의와 수정 요구를 김봉곤 작가는 물론 ‘그런 생활’이 발표된 ‘문학과사회’의 문학과지성사, 제11회 젊은작가상 및 ’수상집’의 문학동네, 소설집 ‘시절과 기분’의 창비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 진다. 김봉곤 작가(사진제공=문학동네)“송고 후 보여준 원고의 내용”에 대한 C의 문제제기에 대해 김봉곤 작가는 “항의와 수정 요청이 아닌 소설 전반에 대한 조언으로 이해했다”며 “애초의 차용 허가를 번복하는 차원으로 인지하지 못해 수정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곤 ‘그런 생활’이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에 처음 발표됐을 때는 별 언급이 없던 C가 1년여가 지난 올해 4월 29일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본에 대해서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문학과사회’ 온라인 열람 서비스 중지를 요청했고 5월 후로는 문제의 대화내용을 삭제한 수정본으로 발행됐다고도 밝혔다. 4월 8일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집’에 대해 문학동네는 “작가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수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정내용은 당사자의 확인을 받아 전자책의 경우 즉시(2020년 5월 8일), 종이책은 6쇄(5월 28일)부터 반영했다”고 밝혔다. 5월 8일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 ‘그런 생활’ 삭제 및 수상 취소 요청’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받았으며 심사위원들에게 수정 부분이 심사결과에 결정적인 요소인지를 판단하는 의견을 물었다고도 전했다. C가 요구한 ‘수정 사실 공지’에 대해 문학동네는 “사용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C)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 사실도 알려졌다. 김봉곤 작가의 데뷔 표제작 ‘여름, 스피드’ 주인공 영우의 실존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실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사실로 적시돼 아웃팅 당한 이력을 두 번 갖게 됐다”며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수년 만에 연락하기 위해 전달한 페이스북 메시지 역시 동일한 내용과 맥락으로 책 속의 도입부가 됐다”고 적었다. 이어 “당연히 동의 절차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적대화 차용을 둘러싼 공방에 김봉곤 작가는 결국 사과하고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출판사들은 ‘그런 생활’ ‘여름, 스피드’가 실린 모든 출판물을 수정 여부에 상관없이 회수·환불조치하겠다고 알렸다. 충분히 동의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차용된 ‘사적대화 인용’ 사건에 대해 다수의 출판관계자들은 “당연히 잘못”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C가 문제제기 게시물에서 “문단은 이 사건을 알면서도 외면했다”고 밝힌 데 대해 조심스레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다수의 출판관계자들은 “표절도 눈감아 주며 스타 작가를 배출했던 문화권력”에 대해 언급하며 “작가의 상 반납, 출판물 회수·환불조치로 문학상을 지켜냄과 동시에 독자 및 동네서점에서 조짐을 보이던 불매운동을 서둘러 잠재우는 모양새”라고 의견을 냈다.이번 사건에 대해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무분별한 베끼기로 인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민법 750조 불법행위 사례”라며 “재현의 윤리 및 취재 자료의 정당성은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부분”이라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 이어 “김봉곤 작가의 경우처럼 당사자 동의 없는 100% 베끼기는 유례가 없는 만큼 문학계에 파장이 크다”며 “결국 작가 윤리의 문제”라고 덧붙였다.문학은 물론 무대작품, TV와 영화 등 영상 콘텐츠, 만화 등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재료로 한다. 하지만 그 ‘인간의 삶’은 누군가의 고유성이자 정체성이며 프라이버시다. 혹은 치부이거나 자기혐오와 수치심, 간신히 붙들고 버티는 힘이자 희망이기도 하다. 마구잡이로 침해돼서는 안될, ‘충분히 동의돼 인용 혹은 차용되고 윤리적으로 다뤄야 할’ 것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23 17: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신간으로 즐기는 슬기로운 ‘집콕!’ 생활…실속파 다이어터, 나 홀로 미스터리, 아이랑 룰루랄라

잦아들만하면 다시 방심하는 틈새를 파고들며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외출도, 만남도, 외식도 여전히 쉽지 않은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게 코로나19 습격으로 시작된 ‘집콕’ 생활이 벌써 6개월째다. 이제 ‘집콕’ ‘언택트’ 등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출판계는 듣도 보도 못했던 바이러스 창궐로 급속히 전파된 새로운 기준,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7월 중순의 서점가 역시 ‘집콕’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독자들을 만났다.◇실속파 다이어터를 위한 ‘집콕 다이어트’집콕 다이어트 |신예담 지음(사진제공=보아스)다이어트는 완전정복이 어려운, 인류의 최고 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힌 듯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19 마냥 체중감량을 이뤘다 싶으면 끔찍한 요요현상이 찾아온다. 급작스러운 체중감량과 요요현상의 반복으로 삶은 피폐해지고 건강 역시 위험신호를 보낸다.‘집콕 다이어트’는 이같은 악순환의 굴레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건강과 맵시를 함께 갖춘 몸을 만드는 법에 대한 집필, 강연, 교육, 트레이닝 활동을 하고 있는 바디 컨설팅 기업 블루바디 심예담 대표다.과도한 운동으로 허리디스크, 폐렴 등을 앓았던 그는 재활 기간 동안 1000여권에 달하는 건강, 영양, 의학 서적 및 논문들을 독파해 바디 컨설팅 프로그램을 구축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이어트의 성공은 돈, 시간, 특별한 기구”가 아닌 “지속가능한가”가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단기간 먹어서 혹은 운동을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이어트는 삶과도 닮아 있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 무리를 하면 몸과 마음에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다이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저자는 실패와 성공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정제하고 축적해 체화한 다이어트 성공 규칙을 책에 담았다. ‘반드시 성공하는 다이어트는 있다’ ‘평생 다이어트를 위한 기본기 다지기’ ‘알아야 제대로 뺄 수 있다’ ‘몸을 완전하게 만드는 집콕 운동 6가지’ ‘지속가능한 다이어트의 길’ ‘몸이 바뀌니 삶이 달라지다’ 6개장에 나눠 담긴 내용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다이어트 성공 키워드인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는다.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골든서클과 블루서클, 다이어트 고통 총량의 법칙, 멋진 몸을 위한 시드바디 등 흥미로운 소재부터 요요를 막는 유일한 길, 다이어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소한 요소들, 다이어트가 망해가는 징조 7가지, 애주가에게는 반가운 술자리와 이별하지 않고도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법, 바르게 걷기, 처음 66일간은 매일 운동하기 등 실속 정보들도 유익하다. ◇나 홀로 미스터리 월드! 욘. A 린드크비스크 ‘나를 데려가’나를 데려가 |욘 A. 린드크비스트 지음(사진제공=문학동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부리는 대로, 장마로 을씨년스러우면 또 그런대로 ‘미스터리’ ‘호러’ ‘서스펜스’는 꽤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영화, 연극 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았던 뱀파이어 로맨스 ‘렛미인’(Let Me In)의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의 세 번째 장편소설 ‘나를 데려가’(Manniskohamn)가 출간됐다. 뱀파이어와 좀비에 이어 이번엔 사람을 데려가는 바다 이야기다. 2008년작인 ‘나를 데려가’는 스웨덴의 외딴 군도 도마뢰, 어업을 위해 주기적으로 바다에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온 풍습을 가진 이곳에서 벌어지는 실종 미스터리물이다.등대가 있는 무인도로 소풍을 갔다가 어린 딸 마야를 잃은 안데르스, 그는 딸을 잃은 트라우마와 자신을 떠도는 환영들과 고군분투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식탁에 남겨진 서툰 글씨체의 ‘날 데려가’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딸이 읽던 그림책, 아이스크림 가게의 마스코트 등을 비롯해 안데르스 자신의 어린시절 잊고 있던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돈다.‘나를 데려가’의 주된 정서는 일상 혹은 일상이라고 믿었던 자연이 주는 공포다. 바다는 풍성한 어장이자 공포스러운 망망대해다. 생계를 책임져 주지만 어촌만의 폐쇄성을 견고하게 쌓아 올린다. 인간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이는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안겨주며 사람들을 데려간다. 그렇게 남겨진 이들 주위를 떠도는 사라진 이들의 망령들, 그들이 끌어내는 인물들 안의 공포, 그로 인해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자연의 미스터리와 초현실적인 현상, 그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들…. 따로 애쓰지 않아도 그 공포의 크기를 불려가는 ‘나를 데려가’에는 1980년 영국의 인디밴드 더 스미스의 시적인 가사, 한때 거리의 마술사였던 작가 자신의 경험 등 실제하는 대중문화 코드와 개인사가 등장인물들의 감정들과 맞물리며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반쪽짜리 등교하는 ‘오늘 아이랑 집에서 뭐할까’ 오늘은 아이랑 집에서 뭐할까 | 21세기북스 편집부 지음(사진제공=21세기북스)아이들은 TV와 스마트폰에 집착하고 부모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반쪽짜리 등교를 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도, 그들과 내내 함께 해야 하는 부모에게도 ‘집콕’은 고역이다. 그렇다고 마냥 ‘고역’인 채로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부모들이 직접 나서 집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를 제안하고 창안해 ‘오늘 아이랑 집에서 뭐할까’라는 책으로 엮었다.출판사 21세기북스는 육아정보를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모아이(부모i)에서 지난 3월부터 ‘방콕 24시간 순삭 집콕놀이’ 이벤트를 진행해 가장 기발하고 창의적인 제안 60개를 추려 책에 담았다.책은 ‘미술놀이’ ‘활동놀이’ ‘과학놀이’ ‘요리놀이’ 4개 파트에 60개의 창의적인 집콕놀이를 나눠 담았다. 이 60개의 ‘집콕놀이’는 그저 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주체가 돼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가 하면 조금은 다른 의견들을 조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협의한다. 그렇게 놀면서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 폴킴 교수가 4차산업시대에 꼭 필요한 경쟁력으로 꼽은 4C,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 자석놀이를 하면서 색종이로 주차장과 방지턱을 만드는 식이다. 옷걸이로 만든 농구코트, 장난감 자동차 세차장으로 변신한 젖병 세척 솔, 다 쓴 휴지심을 엮은 미끄럼틀, 검정 비닐봉지로 하는 헤어살롱 놀이, 투명 지퍼백으로 그리는 초상화 등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무궁무진한 놀이들을 즐길 수 있다.60여 가지의 놀이 외에 11개의 워크활동, 빙고놀이판 등 재미요소들도 유익하다. 하지만 이 또한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책에서 제시하는 60개의 놀이는 씨앗일 뿐이다. 그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맞는 혹은 하고 싶은 놀거리들을 다시 창조해내고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협업하면 된다. 그 과정은 무궁무진한 가능성 발견의 출발점일 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21 17: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실험실의 쥐> 댄 라이언스

저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저널리스트다. 특히 기술 분야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손꼽힌다. 에미상 수상작인 HBO의 인기 드라마 실리콘밸리 시즌 1,2의 극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기업들이 직원들을 홀대하고 주주들만 배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는 ‘실험실’이고 노동자들은 ‘실험실의 쥐’라고 비판한다.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 기술기업 창업자들을 향해, 노동자들의 삶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직 부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즘 가장 핫한 기업인 넷플릭스에 대해서도 비 상식적인 인사 원칙을 휘두르는 나쁜 기업이라고 질타한다. 저자는 기업인들이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로 변했으면 하는 바람을 토로한다. 나아가 단기간 내 부의 창출을 추구하는 유니콘 대신, 서로 돕고 연대하는 얼룩말(제브라)의 출현을 소망한다.* 노동자의 불행을 키우는 네 가지 기술관련 동향 - 첫째, 돈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은 돈을 번다. 둘째, 불안정. 우리는 직장을 잃을까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산다. 직장은 이제 더 이상 경력의 출발점이 아니며, 당신은 단지 복무협약을 맺었을 뿐이다. 셋째, 변화다. 우리는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업무 현장에 압도당한다. 넷째, 비인간화다. 우리는 기계에 위해 고용되고, 기계의 관리를 받으며, 심지어 기계에 의해 해고된다. 그리고 최대한 기계가 되길 강요받는다.* 점점 더 ‘스키너 상자’가 되고 있는 직장 - 스키너 상자란, 1930년대 심리학자 스키너가 고인한 실험상자다. 상자 안에서 특정한 장치를 당기면 먹이를 얻고, 불빛이 깜빡이면 바닥을 통해 전기충격을 받게 만들었다. 이 상자 안에 쥐를 넣고, 두려움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해치는 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나중에는 사람들을 MRI 기계 속에 넣고 발에 전기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점점 떨어지는 직업 만족도 - 미국 연구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1987년에 61.1%에서 2016년에는 50.8%로 뚝 떨어졌다. 2000년부터 직원 참여도를 조사해 온 갤럽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1.3%만이 업무에 열정적이고 회사에 헌신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 5명 가운데 1명 꼴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고, 이들은 조직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탐욕덩어리 ‘테크 브로’(tech bro) -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청년을 말한다. 저자는 테크 브로들이 용병처럼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이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고 질타한다. 탐욕으로 똘똘 뭉친 테크 브로들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맡겨두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반 인간적 세계관의 글로벌 CEO들 - 미국의 문화 및 패션 잡지 ‘배너티페어’가 선정하는 비즈니스와 미디어 분야의 영향력이 큰 100인의 명단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이 중 40명이 기술 전문가라고 한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이들 새로운 ‘올리가르히’ 가운데 다수는 반 노동자·반 인간적 세계관을 가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 명단의 1위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2위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5위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이밖에 우버의 창업자 트레비스 캘러닉과 최고경영자 코스로샤히도 포함된다.* 베조스는 노동 착취자? - 베조스는 영웅으로 추앙되기도 하지만, 그의 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며 끔찍한 근무 조건 속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 때로는 수입이 너무 적은 나머지 푸드 스탬프(미국 저소득층을 위한 식비 지원제도)를 받을 만큼 착취당하는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등골 위에 구축된 것이라고 저자는 혹평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쥐잡이팀’으로 알려진 비밀경찰을 고용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테슬라의 공장 노동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위험한 노동 환경 속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현실이 ‘가디언’을 통해 고발되기도 했다. 이 공장에서는 산업평균의 두배가 넘는 심각한 부상 사고가 일어나 시민단체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러시아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페이스북의 투자자인 유리 밀러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 스콧 맥닐리는 엄청난 저택에서 살면서 노동자들의 삶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로 묘사된다.* 리드 호프만의 ‘새로운 협약’ -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과 함께 페이팔을 창업해 큰 돈을 벌고 이어 링크드인으로 대박을 낸 리드 호프만은 기업과 직원 사이의 새로운 협약을 설계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 협약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에게 어떤 충성심도 요구하지 않고 노동자도 기업에 고용안정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을 독립 사업자로 생각하고 일로 서로 경쟁하기를 권장한다. 직업은 단지 거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곳에서 1~2년 일하고 다음 일을 찾아 계속 나아가라고 권한다.* 스톡옵션을 빼앗은 마크 핑커스 - 호프만의 가까운 친구이자 같은 페이스북 투자자인 마크 핑커스가 세운 ‘징가’도 저자가 지목하는 요주의 기업이다. 2011년 징가는 페이스북 용 게임인 팜빌 같은 가벼운 게임을 만들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업 공개 직전에 직원들에게 채용 시 받았던 스톡옵션 일부를 반납하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핑커스는 “그동안 회사가 너무 인심을 썼다”며 스톡옵션 반납을 요구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하겠다고 겁박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실리콘밸리 역사상 지독하게 인색한 반 노동자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한 비판 - 워렌 버핏은 암호화폐를 ‘쥐약을 제곱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의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비트코인 광풍을 ‘누군가가 똥을 거래하는데 당신도 끼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형편없는 사람들에 의해 형편없이 운영되고, 오직 회사를 상장시켜 빨리 큰 돈을 벌려는 ’도덕 관념‘이 없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들에게는 경영 전문성도, 조직행동에 관한 특별한 통찰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실리콘밸리에서 본 것은 사기꾼과 테크 브로, 탐욕스런 벤처캐피탈리스트와 터무니없이 부유한 신흥 재벌, 노사 간의 새로운 협약, 스트레스, 불안정, 노숙 등이라고 혹평했다.* 기술천재들의 ‘아스퍼거 증후군’ -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대개는 탐욕과 관련된 이유들 때문이며, 적어도 노동자의 삶의 질에 관한 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기술 천재들이, 행동이나 관심 분야가 제한적이고 같은 양상을 반족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 즉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거나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학적 관리법의 ‘테일러’는 엉터리 사기꾼 - 1911년에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책을 낸 프레더릭 테일러는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 컨설턴트로 큰 명성을 얻었다. 어떤 생산 과정의 효율성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엉터리 사기꾼이었다. 베들레헴철강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그는 엄청난 생산량 증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치는 조작되었고 거짓말이 난무했다고 한다. 실제 공장에서 일어난 일은, 그가 할당량을 크게 늘린 결과였다. 노동자들은 결국 일을 그만 두었고, 베들레헴철강은 그를 해고했다.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는 타인에게 시계를 빌려 시간을 알려준 뒤, 그 시계를 가져가는 사람”이라는 비꼬았다.* 테일러리즘의 후예들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 - 저자는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애자일과 린 스타트업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테일러리즘 때문에 수백만명의 가련한 직장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실험실의 쥐가 됐고, 때로는 끔찍한 결과를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두 방법론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과학자들이 발명한 것인데, 모두 조직을 일종의 기계 즉 다시 프로그래밍하거나 리셋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업 데이트할 수 있는 컴퓨터에 비유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애자일의 90%는 헛소리? - 이 모델의 핵심은 큰 프로젝트를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짧은 기간, 가능하면 몇 주 안에 작동하는 코드를 빨리 만들어내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자일 컨설텈트인 대니얼 마컴 조차 ”애자일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애자일이 좋은 의도와 좋은 생각으로 시작됐지만, 괴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애자일을 도입했다가 궤도를 벗어난 기업에 고용되어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온갖 시체를 본다”고 말한다. 많은 애자일 비평가들도 이 방법론의 가장 큰 문제가 ‘구현’에 실패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실제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관리자들이 종종 임시방편으로 애자일을 도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GE가 도입해 실패한 린스타트업 - 에릭 리스라는 젊은 기업가가 만든 이 이론은 도요타 생산방식에서 힌트를 얻었다. 도요타가 코롤라 자동차를 조립할 때 사용하는 원칙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심지어는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론을 정리한 것이다. 공룡기업 GE를 기술 회사로 전환하고 싶어했던 이멜트 회장은 그를 핵심 참모로 발탁해 일을 맡겼다. 하지만 GE는 디지털 시대에 대기업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빛나는 사례가 되는 대신, 해서는 안될 일을 알려주는 사례가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혹평한다. 저자는 린 스타트업을 고집하는 대기업에 대해 포드자동차의 예를 들면서 “집어 치워라. 차라리 포드가 돼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라”라고 주문한다.* 예측할 수 없는 만성 스트레스 UCMS - unpredictabke chronic mild stress의 약자다. 쥐 실험에서 몇 주만에 쥐는 인간에세 나타나는 우울증과 매우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무쾌감’ 또는 ‘쾌락 불감증’에 빠진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인간에게 직장이 점점 어떤 것이 되는 지와 소름끼치게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장에서 신체적 안전을 위협할 만한 것은 없지만, 끊임없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여러가지 변화가 존재한다. 사생활과 친밀함이 사라지고, 우리 직장 횐경을 파고드는 나쁘고 성가신 기술들을 상대해야 한다.* 연기금을 빼 기업 이익 부풀리기에 쓴 IBM - IBM의 구원투수로 나선 루이스 가스너는 1990년대 이 회사 직원들의 연기금에서 돈을 빼내 그 일부를 기업 실적을 부풀리는 데 사용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회사는 1993년에는 노동자 6000명을 날려버리는 역사상 최대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몇 년 동안 재택근무를 권장하면서 사무실 비용을 절감했다고 비판한다. IBM 역시 전사적인 애자일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0만 명의 직원을 해고 했다. 그 중 2만명이 40세 이상이었다고 한 인터넷 언론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IBM 외에도 GE나 버라이즌, ATT를 포함한 수많은 대기업이 1990년대에 자사의 연기금을 그렇게 썼다. 그리고 그 돈은 기업 금고와 주주, 그리고 경영진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조자는 주장한다.* 임시직의 딜레마 - 저자는 ‘긱 경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것이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신경제라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임금을 끌어내라려 활용하는 수단이라고 단언한다. 미국에는 6800만명이 긱 경제 플랜서가 있고, 그 가운데 30%인 2000만명은 온전히 그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더 나은 급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망적인 마지막 수단으로 긱 경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매업의 종말, 그리고 아마존 - 인터넷 기업들이 발흥하면서 소매업의 종말이 오고 있다. 인터넷의 첫 파괴 대상은 블록버스터(DVD 대여업), 타워레코드(음반 판매) 보더스북스(대형 서점) 같은 기업이었다. 블룸버그는 “이 폭풍이 끝날 즈음에는 대부분 저소득층인 800만명이 일자리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자는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아마존은 월마트 매출의 절반을 창출하지만 고용하는 인력은 4분의 1 수준이라며 “베조스는 현대판 스크루지이자 현대판 노동 착취 업주”라고 혹평했다. 아마존이 노동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임시직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파트타임 운전자 계약을 맺고 있다고 고발한다. 2013년 아마존의 직원 평균 근속 기간은 1년으로,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이직률을 보였다고 말한다.* ’가족‘이 아닌 ’팀‘을 원하는 넷플릭스 - ’넷플릭스 컬쳐 테크‘라는 것이 있다. 인사 책임자였던 페티 맥코드가 만든 것이다. 128장의 슬라이드에 담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설명하는 선언문이다. 그 핵심은 “우리는 기족이 아니라 팀이다”이다. 저자는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의 본질을 바꾸었고, 기술회사가 직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을 확립했다고 비판한다. HP((휴렛팩커드)에서 발전된 ‘가족 같은 회사’는 이제 필요가 없고, 고용보장도 없다. 오로지 일과 실력이 최선이다. 그 이면에는 사람들은 거의 고소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덕분에 익명으로 자신의 회사를 평가하는 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이 회사는 5점 만점에 3.7점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은 물론 포드나 PG에 비해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직원들은 높은 이직률과 빠르게 닥치는 번 아웃으로 고통받는다.* 가속의 덫 - 유럽의 경영학자 하이케 브루흐와 오헨 멩게스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가속의 덫’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일들을 너무 빠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직원들을 배려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너무 빠르게 운영하면 결국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 함께 홀로’ - MIT의 사회학자 세리 터클은 “사람들을 연결한다고 주장하는 전자 기기가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우리를 고립시키는 효과를 넣는다”며 이를 ‘다 함께 홀로(alone together)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예를 들어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아마존에서 일하는 것은 ‘접속’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을 감시하고 성과를 측정하며 데이터에 기반해 처벌을 내리고,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기계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처진 칸막이라고 말한다.* 파놉티콘(panopticon)에서 감시당하며 일하기 -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한 명의 간수가 많은 수감자를 통제할 수 있는 기발한 감옥을 설계했다. 중앙 감시 탑에 한 명의 간수가 있고, 이를 둘러싼 감방에 죄수들이 있는 원형 건물이다. 한 번에 모든 수감자를 지켜볼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벤담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본다’는 의미를 가진 ‘파놉티콘’이라고 명명했다. 이 아이디어로 실제 감옥이 지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현대사회의 권력과 통제에 대한 비율로 이 개념을 확장했다. 감시가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파놉티콘 효과를 언급할 때 종종 푸코의 글이 인용된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도산을 방지 하기 위해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감시는 유해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는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피로, 분노, 자신감 상실로 노동 현장을 가득차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기계가 만든 평가가 평생 따라갈수도 - 저자는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나 이 정보를 통제하는 주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로봇이 주관하는 면접에서 말한 모든 것이 그 사람을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공지능이 ‘독선적임’ 또는 ‘평균 지능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때문에 그 사람은 특정 직장이나 직업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직장의 공통점 ‘직원 만족’ - 포천이 조사기관인 ‘일하기 좋은 일터’와 함께 매년 ‘미국의 최고 기업 100곳’을 발표한다.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을 ‘레전드’라고 부른다. 기술 기업 가운데는 시스코와 SAS, 소매기업에서는 레이와 노드스트롬, 건축 분야에서는 TD인더스트리, 호텔업계에서는 메리어트와 포시즌스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DNA로 저자는 ‘모두 놀랄만한 성공을 이뤘고, 직원들을 이례적일 만큼 잘 대우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들 기업은 파트 타임 노동자들에게도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일부는 유급으로 병가와 휴가, 휴일 혜택도 제공한다. 역사가 꽤 되지만 대부분 상장하지는 않았다. 월스트리트가 직원들의 몫을 빼앗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높이려 경영진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는 ‘베이스캠프’ - 제이슨 프라이드와 데이브드 하이네마이어 헨슨이 시카고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마케팅 비용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 54명의 직원은 일주일에 많아야 40시간 일한다. 여름이면 이마저도 32시간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급여는 똑같다. 평생 교육비로 연간 1000달러를 제공한다. 이익분배제도를 적용하며 해마다 3주의 유급휴가를 준다.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할 수 있게 해 준다. 더 생산적이지만 차분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망 사업도 포기할 정도로 ‘적정 인원의 기업’을 선호한다. 이 회사는 10만 명 이상의 유료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는 ‘케이퍼캐피탈’ -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위치한 이 벤처캐피탈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능한 많은 돈을 버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사회적 사명을 갖고 있다. 연기금이나 대학발전기금 등에서 돈을 빌려오지 않고, 오직 자기 돈만 투자한다. 이들의 투자 모델을, 격차를 줄이는 투자라는 의미에서 ’갭 클로징 투자‘라고 부른다. 접근성과 기회, 결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이나 유색 인종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회사에만 투자한다. 우버 초기 투자자였던 이들은 우버 이사회에 대해 사생활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레비스 캘러닉을 해고하라고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곳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창업자의 약속‘이라고 부르는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 원칙을 목표와 투자 자원봉사 교육의 앞 글자를 따 GIVE라 부른다* 선한 의도를 가진 부자들 WIRP(well-intentioned rich people) - 빌 게이츠가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이다. 이베이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제프 스콜은 옥스포드 대학교의 사회적기업센터를 세웠다. 스콜 재단을 만들어 매년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수여하는 스콜 어워드를 제정해 연례 세계포럼에서 시상한다.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로 부자가 되어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룸투리드를 만들었다. 개도국에 1000개의 학교와 1만개의 도서관을 세웠다. 제이 코엔 길버트는 착한 기업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비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비코퍼레이션이라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익 창출의 한계에 봉착한 유니콘 - 벤처캐피탈들이 유니콘을 만드는 일에 능숙해지긴 했지만 유니콘 기업도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저자는 ‘수익창출’이라고 단언한다. 테슬라나 스포티파이, 드롭박스, 스냅쳇, 박스 같은 기업들이 모두 적자이며 상장 후 오랫동안 손실을 보고 있다. 우버나 리프트 에어비앤비 슬랙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비상장이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니콘에서 제브라로 - 유니콘 대신 얼룩말 같은 기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얼룩말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다. 서로 돕고 연대한다. 유니콘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체력이 좋고 정거리에 적합하다. 흑백 줄무늬가 있는 것차럼 이들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서 사회를 개선하는 일이다. 얼룩말 이론을 처음 제기했던 4명의 여성 기술사업가들(제니퍼 브랜들, 아스트리드 슐츠, 아니야 읠리엄스, 마라 제페다)는 지브라유나이트(Zebras Unite)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익 보다는 목적을 극대화하는 회사를 세울 방법을 탐색 중이라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21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책과 그 주체들에 대한 명쾌한 풍자…‘카프카와 함께 빵을’

카프카와 함께 빵을 | 톰 골드 지음 | 전하림 옮김(사진제공=에프 F)사방이 종이책으로 빼곡한 서가들 사이에서 독자는 ‘이북 리더기’를 찾는다. ‘베드 신’을 두고 등장인물, 작가, 편집자, 평론가, 독자는 저 마다 다른 감흥을 받는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연재된 책과 문학에 대한 유머카툰이 ‘카프카와 함께 빵을’(Baking With Kafka)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였다.만화계 아카데미로 평가받는 아이스너상 최고의 유머 부문 수상작인 ‘카프카와 함께 빵을’의 저자는 ‘골리앗’ ‘달과 경찰’ ‘당신들은 내 제트팩을 보고 질투하는 것뿐이야’ ‘24 카툰’ 등의 만화가 톰 골드다.“무자비하게 잘린 줄거리, 잘못 설정된 분위기, 불필요한 누드 신, 뜬금없는 해피엔드….” “현대 추리 소설 작가들을 위한 살해 방법, 소설가를 위한 키보드 단축키 모음, 전형적 여주인공의 유형, 셰익스피어 각색물 생성기” 등 최악의 작가되기 6주 과정과 ‘창의적인 작가를 위한 미루기 기술’ 10주 과정 등.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이 풍자만화는 작가, 출판사, 독자, 비평가, 서점, 언론, 이북플랫폼, 영화제작자, 각색가 등 책 관련 주체들을 기발하게 배치해 이야기를 풀어낸다.책과 문학에 대한 풍자를 비롯해 ‘제인 에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전쟁과 평화’ ‘조스’ 등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시와 소설, 영화와 판타지 등을 비롯해 카프카, 셰익스피어, 마키아 벨리, 베아트릭스 포터 등 작가 등에 대한 단순하고도 명쾌한 풍자가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하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18 16:45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코로나19로 등장한 새로운 연결고리와 가능성을 찾아서…‘언택트 심리학’

언택트 심리학 코로나에 숨은 행동심리 | 정인호 지음(사진제공=청출판)정체를 알 수도, 그 전개를 예측할 수도 없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은 ‘언택트’(Untact) 시대를 도래했다.행동심리와 리더십, 협상 분야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경영평론가인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의 신간 ‘언택트 심리학’은 소비자와 직원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 패턴과 경제 트렌드를 이끈 ‘언택트’를 풀어낸다.책은 ‘혐오 대상을 찾아라!’ ‘재택근무가 다가온다’ ‘주민들이 뿔난 이유’ ‘고객들은 어디로 갔나?’ ‘왜 하필 휴지를 사재기할까?’ ‘단절일까? 소통일까?’ ‘같은 돈 다른 가치’ ‘행복 칼로리표’ ‘샤덴프로이데의 감정’ ‘IMF 기부천사와 코로나 기부천사’ ‘너무 억울하다고!’ ‘배가 부를 때는 사냥하지 않는다’ ‘스님에게 빗을 팔아라’ ‘미안함보다 안전함이 낫다?’ ‘트럼프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코로나는 거짓말을 먹고 산다’ ‘코로나19 앞에 가난은 죄였다’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등 흥미로운 제목들로 이야기를 풀어간다.책은 위기일수록 인간의 본성은 두드러진다는 행동심리학을 바탕으로 포스트코로나의 소비자 변화를 추적한다. 세계 어디나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고 코로나19만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들의 심리, 행동 등의 변화, 그로 인해 새로 등장한 연결고리와 가능성 등의 감지와 그에 맞는 실천이다. 이로서 4차산업혁명으로 예견됐던 초연결사회, 5G, 인공지능(AI), 증강현실, 가상현실, 플랫폼 비즈니스 등을 앞당기길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18 14: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라이브 경제학> 강성진

경제학자인 저자는 평소 민간주도형 경제발전 패더다임으로의 전환을 강조해 왔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자본주의 체제는 창의적이고 민간이 중심이 되는 시장경제체제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민간에 힘이 되어 주는 정부’를 강조해 왔다. 경제를 살리는 ‘기업가형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분배와 성장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며, 국가가 어떻게 조화롭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시장을 지나치게 신봉하는 보수주의에 대해서는 쓴 소리도 마다 않았다. 말로만 규제혁파를 외치고는 실제 온갖 기득권을 누려 왔다고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는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경제정책은 어떻게 추진해 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저자의 진지한 고민이 무겁게 다가온다.* 한국 자본주의 어디로? - 북유럽 국가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변화한 형태라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시장에 대한 강력한 개입, 즉 국가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급속히 성장한 나라다. 저자는 “한국 시장은 공무원이나 정치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이제는 이런 개발도상국형 정부 역할은 축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형 자본주의 체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 경쟁력이 충분히 성숙된 지금, 민간주도형 경제발전패러다임으로 전환해 창의적인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 저자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방화와 세계화에 따른 경쟁 도입도 경제 발전에 한몫 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등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의심이 팽배해 지고 있다. 랜들 콜린스는 “자본주의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 계급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자본주의 체제도 어려움에 빠진다”고 했고, 반대로 크레이그 캘훈은 “자본주의가 위협을 받고는 있지만 붕괴가 아닌 변형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자는 시장이냐 복지냐 양자택일 논리보다, 시장경제를 보완하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완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가 아니라, 어떤 자본주의 체제가 더 우월한가의 문제로 이전된 것이라고 말한다.* 다보스 포럼이 제시한 자본주의의 새 모델 - 2012년 다보스 포럼은 자본주의 체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주요 대안으로 인재를 도입하고, 창의적 기업혁신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지속가능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 역할은 보편적이 아닌, 선택적이어야 - 세계 각국이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보편적 현금지급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저자는 의도한 만큼 경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그 이유로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저소득층이 보유한 가계부채를 무시했다고 말한다. 일회성 소득 지원액이 소비지출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둘째, 채권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은 적자재정을 의미하며, 이는 미래 세대에 상환 부담을 안겨준다고 비판했다. 셋째, 현금 대신 지역화폐나 쿠폰을 지급해 사용 가능지역을 한정하더라도,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쿠폰 발행지역에서 ‘총수요’의 변화가 없다는, 이른바 구축효과로 설명한다. 넷째, 재난 피해 규모에 비례해 지원이 가지 않아 더 큰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지역화폐 발행 지역사업자들만 배 불릴 수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생산자가 소비위축 기간에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영세사업자와 여행 항공업계 등 타격이 큰 생산자들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하며, 보편적 소득보다는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진 영세사업자나 실직자 등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택적·집중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거꾸로 가는 보수주의, 이대론 안돼 - 한국 보수주의 진영은 정부 경제정책을 ‘자유시장경제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집권한 이후에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반시장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집권 4년차 때의 규제 건수를 비교해 봐도, 이명박 정부가 1만 4065건이었던 데 반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각각 7248건, 8084건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로만 하는 시장경제 체제’는 안된다”면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역할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빈곤감소형 성장,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따뜻한 시장경제’처럼, 단순한 경제성장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해 포용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배와 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 저자는 “소득분배가 좋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경제발전 단계도 높다는 이론은 실증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소득분배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효과와 현실성을 기준으로 분배와 성장의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가 상충적인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주의적 리더십이 국가 실패를 부른다 - 아르헨티나, 필리핀 같은 나라들은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에 입각해 방만한 재정지출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 사례들이다. 베네수엘라 같은 석유 부국도 사회복지 정책이나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재정을 쓴 것이 아니라, 소득증대 목적 이외의 부문에 재정을 낭비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몰락했다. 저자는 시장이냐 정부냐의 문제를 넘어, 서로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민간 주도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를 살리는 ‘기업가형 국가’ - 기업가형 국가를 저자는 ‘정부가 기업의 역할을 하는 나라’라고 정의한다. 이른바 창업가형 국가다. 정부의 기업가적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는, 민간기업이 정부보다 단기 성과를 중시해 성장잠재력이 높더라도 위험도가 큰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우리 정부 혁신 생태계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규모는 비교국가 36개국 중 4위, GDP 대비 비중은 2위, 관련 인력 비중도 3위로 매우 탁월하다. 하지만 정부의 RD 지출 비중은 20.5%로 32위에 그쳤다. 전체 RD 중 정부가 직접 수행한 RD 비중은 10.1%로 19위다. 민간의 RD 투자 및 수행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 정부의 상용적 RD 인력은 5위로, 연구인력이 성과에 비해 과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공부문 투자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부의 시장개입 정도를 낮추고,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혁신의 주체를 정부가 아닌 민간으로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민간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네거티브 규제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자본주의 패러다임 변화의 방향은? - 저자는 우리 경제가 미래지향적인 선진국형 경제발전 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패러다임을 바뀌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경제 현상을 이분법적 시작이 아닌 다차원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규제 패러다임을 변화해 네거티브, 사후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에서 서비스 산업을 융합한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비스업에 대한 강한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관광지에 엘리베이터나 케이블카를 언제까지 반대할 것이냐고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의 조화를 주문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지원은 오히려 좀비기업을 양산해 자칫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복지국가는? - 복지국가 형태는 비용과 혜택의 조합 형태에 따라 다르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국민부담을 적게 하면서 혜택도 적게 하는 ‘저부담 저혜택’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모델이다. 조합주의 복지국가는 ‘중부담 중혜택’으로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해당된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는 덴마크 스웨덴 등이 채택하고 있는데, ‘고비용 고혜택’ 복지정책을 편다. 결국 높은 혜택을 주장하려면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GDP 대비 조세(국세+지방세)와 사회보장기금 비율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을 보면, 사회민주주의를 따르는 덴마크 스웨덴 등은 40%를 훌쩍 넘는다. 자유복지국가인 미국은 24.3%, 캐나다는 33.0%다. 한국은 2017년 기준 28.4%로 자유복지국가에 속한다. OECD 평균은 34.3%다. 저자는 “결국 국민부담율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 복지정책의 선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복지정책의 정책 수단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먼저 이 정책이 자본소득 성장이 아닌 임금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택하는 정책수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의 소득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전제 조건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실제로 하락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좀더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동소득 증가가 실질적인 총수요 증가로 나타나 경제성장까지 연결되는 지 실증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 정책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자영업까지 노동자로 끌어들여 통계를 내지만 이들의 최저임금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최저임금 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 노동자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전체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것인 다른 개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이며, 저임금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취업자 1인당 소득만 보고한 것이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실업자나 국민소득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는 애써 눈감은 결과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특히 임금인상이 일어나는 경우 비용인상으로 낮은 임금을 받던 노동자 중 일부가 실직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노동자 임금소득만을 비교한다면 최저임금의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분배를 항상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하위계층의 소득증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한다. 임금인상에 의한 소득증대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취업상태인 노동자 뿐만아니라 노동을 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지 않거나 실직 상태인 노동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임금인상이 노동자의 기득권 지키기가 아닌, 양극화와 소득분배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의 진실 - 저자는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소득 비중이 하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자영업자 수가 줄거나 이들의 소득이 줄어서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또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과실을 기업보다 가계가 덜 가져간다고 주장하는데, 가계소득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가져가고 있다는 측면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노동자 소득보다 자영업자 소득을 증가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를 자본가로 보지 말고, 이들이 노동자로서의 소득 즉 최소한의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자영업자의 문제 - 저자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나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고, 다음은 자영업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감소하는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증가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가장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사업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적인 주 52시간 노동정책이 치명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재난지역 중소기업 소득세 및 법인세 30~60% 감면, 신용 체크카드 등에 대한 소득공제율 기준 15~30%에서 80%로 확대,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및 개인지방소득세 납부기한 3개월 연장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실질적인 소득증대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다. 세금 납부기한 연장의 경우 실제 납부액이 없으니 도움이 안되고. 채무상환 연기도 실질적인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아니니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저자는 결국 자영업자의 노동자적 측면을 좀더 많이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들에게도 근로자처럼 의료 교육 월세 등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세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경비 인정범위도 더 현실화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수효과냐 낙수효과냐 - 2018년 기준 법인세 납부 현황을 보면 상위 5% 기업의 소득(적자 제외)에 의한 세금납부액이 전체법인세 수입의 48.4%에 달한다. 전체 신고법인의 상위 1%인 7402개 법인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71.2%에 달했다. 총 부담세액도 78.4%에 달했다. 상위 1% 법인이 법인세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얘기다. 주요 18개사의 전체 법인세 납부액은 2018년 30조 5719억 원에서 2019년에는 15조 3517억 원이다. 이들이 전체 납부액의 약 5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약 22조 6000억 원으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2019년 법인세 규모가 50%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낙수효과를 부정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성과의 일부를 받아낸 정부가 분배 개선 정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규제일변도 부동산 정책으론 가격안정화 요원 - 역대 정권별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 때 전국 가격 기준 19.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수도권으로 좁히면 무려 36.2%에 달한다. 강남 지역으로 국한하면 39.4%가 올랐다. 혁신도시 정책으로 전국에 풀린 자금이 강남 아파트 구매를 위해 흘러 들어와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강남에 집중적인 규제정책을 시행했으나 오히려 더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저자는 가격이 높은 지역의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할 게 아니라, 일반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급확대에 의한 가격 조절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불가능하다며, 가격이 낮은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일정 정도의 소득 이하 계층에게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고 임대료도 소득 수준에 따라 책정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18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여자라는 이유로 ‘82년생 김지영’…프랑스에서도 通할까?

한국에서 13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82년생 김지영'(왼쪽)이 올 1월 프랑스에서 출판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사진제공=민음사, 한국문학번역원)여혐, 경단녀, 맘충, 미투, 디지털 성착취…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겪어야 했고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차별과 혐오, 강요, 비난 등을 다룬 조남주 작가의 2016년작 ‘82년생 김지영’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Le prix Emile Guimet de Litterature asiatique) 후보에 선정됐다. ‘82년생 김지영’(프랑스어 제목 Kim JiYoung, Nee en 1982)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올 1월 프랑스 로베르 라퐁(Robert Laffont)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닐(NiL)에서 출간됐다. 로베르 라퐁 출판사는 한국인 최초 프랑스 유학생으로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가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어 제목의 이름 ‘김지영’을 그대로 살려 그 정서를 유지한 프랑스어 번역본은 최경란, 피에르 비지유(Pierre Bisiou)가 공동번역했다. 두 사람은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김언수 ‘설계자들’ 등 한국문학을 번역해 프랑스에 소개한 바 있다.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은 프랑스 파리 소재의 국립동양미술관 기메미술관에서 아시아 문학을 알리기 위해 2017년 출범시킨 상이다. 수상 후보 지정 시점을 기준으로 1년 간 프랑스어로 번역돼 출간됐고 원작이 해당 국가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안된 아시아 현대문학을 대상으로 한다. 2018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Au Soleil Couchant)이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 줘’(Encouragez donc les garcons!)가 최종후보 5편에 이름을 올렸다.‘82년생 김지영’의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 지정에 대해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미술관 측에서 프랑스 출판사 닐에 ‘82년생 김지영’이 10편의 1차 후보작(롱리스트)에 선정됐다고 개별 통지한 상태”라며 “전체 후보작 리스트는 현지에서도 공식 발표 전”이라고 전했다. 이어 “10편의 1차 후보작 중 9월 5편의 최종후보를 선정해 11월에 홈페이지에 최종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지난해까지는 6월에 시상식이 진행됐지만 올해는 11월로 미뤄진 데 대해 주최측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여파로 후보작 선정, 심사과정 등이 미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김지영이 오래도록 남성중심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풀어낸다. 딸로, 직장인으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누군가는 환호하고 또 누군가는 비판하는 등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되던 해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한국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해시태크 운동, 그 후 각계에서 들불처럼 번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 최근의 N번방 디지털성착취사건까지.호불호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공감 정도는 다르지만 ‘82년생 김지영’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 모든 여자들이 오늘날까지 겪고 있고 공감하는 것들이다. ‘82년생 김지영’ 프랑스 출판사 닐의 편집장 클레르 도 세호 평가처럼 “여자가 뭔가를 이루려면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 “여자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육아 부담” “자신의 의지나 선택의 여지라고는 없는 어쩔 수 없는 삶” 등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여성들이 크고 작게 겪는 현실이다. 한국에서 13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82년생 김지영’은 17개국에 출판됐거나 출판을 예정 중이며 일본에서 15만부, 중국에서 18만부를 훌쩍 넘기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1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그들이 읽으면 뜬다! 서점가 접수한 ‘BTS셀러’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서점가도 접수했다. 방탄소년단이 읽었다고 인증했거나 이들이 들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된 책들은 어김없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안착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팬들을 위해 직접 출간한 그림책 ‘그래픽 리릭스’는 시리즈 5권이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하며 ‘방탄소년단 파워’를 입증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마지막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그래픽 이미지로 풀어내 30일 출간한 ‘그래픽 리릭스’ 시리즈 5권 모두가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5권 가운데 ‘버터플라이’(Butterfly)가 2위, ‘어 서플리멘트리 스토리: 유 네버 워크 얼론’(A Supplementary Story: You Never Walk Alone)과 ‘세이브 미’(Save ME)는 각각 5·6위에 올랐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런’(RUN)은 9·10위를 차지했다.  그래픽 리릭스 시리즈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작가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주제를 다룬 시리즈의 책 5권이 일제히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 것은 출판계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의 견고한 팬덤 아미(ARMY)들이 출판계에서도 ‘큰손’ 파워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께라면 웃을 수 있다’를 주제로 한 ‘그래픽 리릭스’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를 재해석한 콘텐츠다. 빅히트는 ‘화양연화’ 시리즈를 뮤직비디오와 소설 ‘화양연화 더노트1’(花樣年華 THE NOTES 1), 웹툰 ‘화양연화 Pt.0 세이브 미(SAVE ME)’ 등으로 선보이며 플랫폼의 다양화를 추구해왔다. 빅히트는 “다양한 음악 IP(Intellectual Property) 확장 프로젝트들을 통해 일상 속에서 음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방탄소년단의 앨범 모티브로 알려진 ‘융의 영혼의 지도’ (사진제공=문예출판사)비단 ‘그래픽 리릭스’ 뿐 아니다. 그간 ‘책 읽는 아이돌’로 조명된 방탄소년단은 출판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발매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는 머레이 스타인(Murray Stein)의 ‘융의 영혼의 지도’를 모티프로 내세웠다. 머레이 스타인이 집필한 이 책은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을 해석하는 일종의 개론서다. 2016년 발매된 정규 2집 ‘윙즈’(WINGS)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1919년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집필한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TV 프로그램을 통해 회자되면서 출간 100년이 넘은 ‘데미안’의 순위가 역주행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RM이 소장하고 있던 소설 ‘데미안’은 유니세프 경매에서 686만 7000원에 낙찰됐다.SNS에는 방탄소년단이 언급하거나 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올리는 ‘방탄책방’ 계정까지 생겼다. 현재까지 이 계정에 리스트업된 책들은 총 192권이다. 멤버별로는 RM이 총 113권으로 가장 많다. 분야도 다양하다.‘이상소설전집’이나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마이클 셀던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두루 읽었다.  정국이 읽은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진제공=마음의 숲)맏형 진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제이홉은 ‘법륜스님의 행복’이나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지민은 남희성 작가의 소설 ‘달빛 조각사’ 등을 읽었다. 정국이 읽은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김수현 작가의 신작 에세이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한국 출판물 사상 최고가인 2000만 엔(2억 2000여만원) 이상의 선인세로 수출이 확정돼 다시금 ‘방탄소년단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방탄소년단 파워는 절판된 책도 살려낸다. 2009년 출간됐던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는 절판된 책이지만 슈가가 들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출판사에 재고 문의가 쏟아지면서 재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해외 유명 문학계 인사나 저자들도 방탄소년단 파워를 실감하기는 마찬가지다.2018년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모티프가 된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INTO THE MAGIC SHOP)가 주목받으면서 저작인 제임스 도티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줘서 고맙다(thank you for using my book as inspiration)”고 직접 감사의사를 밝혔다.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아미들 사이에서 유명한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종종 방탄소년단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연금술사’는 슈가가 좋아하는 책으로 팬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7-14 1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 정세현

부제 ‘북한과 마주한 40년’이 말해주듯, 저자는 남북 협상의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북한 전문가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청와대와 통일부, 북한문제 전문연구소 등을 두루 거쳤다. 덕분에 그는 지금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한미워킹그룹와 별개의 독자적인 대북 문제 해법이나 창의적인 해법 등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언급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저자의 지론과 상당히 맞닿아 있어 보인다. 저자는 실제로 이 책에서 “한미동맹은 결코 깨질 수 없으며, 주한미군 철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 하에 도발적인 주문을 한다. 유엔 제재와 별개로 개성공단을 다시 재개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현 통일안보 라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미국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나무라기도 한다. 통일이 우리만 합의한다고 될 일은 아니기에 다소 과격한 주장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국제 역학관계 속에서 북한 문제의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   * 86 아시안게임을 원했던 북한 - 1980년 이후 우리가 확실히 경제적 우위를 점하는 사이에 북한은 제로(0) 성장 상태였다. 우리가 1981년에 88올림픽을 유치한 것을 보고 자극받은 북한은 대신 86 아시안 게임 유치를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올림픽 예행 연습차 아시안게임까지 유치하라는 특명을 내리는 바람에 북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북한이 눈을 돌린 것이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이었다. 결정권을 갖고 있던 소련을 설득해 간신히 허락을 얻어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대회 유치가 북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웅산 테러’에 강경대응 않은 전두환 정부 - 88 서울올림픽과 86 아시안게임까지 유치한 우리 정부는 1983년에는 이산가족 상봉 방송을 내보면서 북한을 더욱 자극했다. 그 때 국민들이 모두 북한을 저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북한이 아웅산 테러로 앙갚음을 한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당시 강민철이라는 북한 공작원이 버마 랑군 앞바다에서 잡혔는데도,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이 없어 모두들 의아해 했다. 당시 한반도에서 또 전쟁이 일어나길 원치 않았던 미국이 말려서 였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후 북한이 남북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을 제의했다. 결국 회담은 결렬되었지만 북한은 아웅산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 남한 수해와 북한 수해물자, 이산가족 상봉 - 1984년 8월말 엄청난 폭우로 남한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9월 초 북한이 수해물자를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해 왔다. 처음에는 적십자총재 이름으로 거절의 서한을 보냈다가 “그동안 숱하게 위장평화공세를 북한이 펼쳐왔는데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받아버리자”고 한 저자의 의견이 받아들여 졌다고 한다. 북한은 예상 밖의 남쪽 변화에 다급히 1000톤에 이르는 쌀과 시멘트 등을 구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당시 내려온 쌀과 시멘트 품질을 보고 북한의 당시 아려운 경제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적십자회담이 이어지고 1985년 추석 무렵에는 이산가족과 예술단원 50명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 1987년 KAL기 폭파는 우리 자작극? - 이 책의 대담자인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최근 미얀마 해상에서 잔해가 발견된 것 등을 기초로 이 사건이 대선을 앞두었던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에 저자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을 보면 능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말한다. “북한이 남측에 대한 앙갚음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말도 이어진다. 그렇지만 물증이 없어 근거없이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 발 물러선다.* 1986년 김일성 사망설 헤프닝 - 판문점 북쪽 북한의 기정동에 가로 27m, 세로 18m 짜리 대형 인공기가 걸려 있다. 그런데 우리 관측병이 인공기가 바람에 말려 마치 조기(弔旗)처럼 보이자 윗선에 보고했다. 이를 이기백 당시 국방장관이 “김일성이 죽었다”고 청와대에 보고한다. 하지만 며칠 후 김일성은 몽골 대통령 환영 행사에 건재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낙후된 정보력 수준을 들킨 사례였다. 저자는 오산 공군작전사량부 통신감청실에 한국군이 들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왜 과학장비가 필요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전한다. 정보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 미국의 북한 수교 요청 거부가 북핵을 불렀다? - 저자는 1992년 1월에 열린 북미 간 최초의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계속 주둔의 조건으로 수교를 맺자고 했을 때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면 북핵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북한이 곧 붕괴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IAEA를 시켜 북한을 전부 뒤지라고 했고, 북한도 이에 분개해 NPT 탈퇴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92년 5월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최초 보고서를 제출한 후 IAEA가 첫번째 임시사찰을 나가 조사해 보니 플루토늄 추출량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미국이 추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궁지에 몰린 북한이 극단의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얘기다. * “서울 불바다” 발언의 진실 - 1994년 3월19일 판문점에서 남북 부총리급 회담을 위한 5차 실무회의가 열렸다. 이 때 우리 측 대표인 송영대 통일부 차관이 먼저 북한에 “그런 식으로 핵을 가지려면 온전치 못할 거요”라고 위협적인 말을 꺼냈다. 그러자 북한 박영수 대표가 “뭐야?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아! 불바다가 될 수 있어”라고 맞받아 쳤다. 미국은 북한을 거칠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의 이 발언은 ‘북한은 저런 놈들’이라는 인식을 주도록 대대적으로 보도케 했다.* 김일성 사망으로 무산된 남북 정상회담 -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은 취소되었다. 이 때 김영삼 대통령은 바로 전군경계령을 내렸다.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적대적으로 느꼈다고 한다. 특히 우리는 정부 차원의 조문단도 보내지 않았고, 문익환 목사가 방북하겠다는 것도 말렸다. 북 측은 이에 “인륜도 모르는 천치 바보”라며 극단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말해 북한으로 하여금 기대를 낳게 했으나, 북한의 NPT 탈퇴로 마음이 돌아선 것 같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 일 저지르고 사과는 미국에 하는 북한 - 1996년 9월18일에 북한 잠수정이 강릉에서 우리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올라온다. 총격전이 벌어져 일부 승조원은 사살되는 등 군사적 적대행위가 분명했음에도 북한은 발뺌을 했다. 하지만 이 일을 사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상종 않겠다고 압박하자, 북한은 12월29일에 남한 정부가 아닌 미국에 공개 사과를 한다. 작전통제권도 없는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로 함께 노력하자”며 물타기를 했다.* 김대중 정부에 통일부 차관으로 발탁되지만… - 저자는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음에도, 정적인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1998년 3월 9일에 통일부 차관으로 발탁된다. 당시 인수위원장에게 중국이 도시 5곳의 개방으로 개방을 시작했던 전례를 북한도 따르게 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이 배경인 듯 하다고 회고한다. 나중에 김 대통령 서거 후 수첩에 “정세현. 대북 전문가는 많지만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은 그 하나 뿐이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듬해 1999년 5월 이른바 ‘옷로비 사건’으로 대폭 개각이 이뤄지면서 그는 청와대를 나와야 했다. 그렇게 나온 12명 차관들이 천안 상록 골프장에서 ‘삼구회’를 조직하게 된다. 이곳에서 이후 3명의 장관이 나왔다고 한다* 현대그룹과 대북 투자 상한선 500만 달러 - 김대중 정부는 500만 달러로 묶여 있던 대북 투자 상한선을 풀어주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곧바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유명한 소떼 방북이 이뤄지게 된다. 현대는 이미 1989년에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금강산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 비슷한 것을 받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1992년 대통령 선거에 나갔다는 죄로 YS 정권에서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 들이민 것이다. 금강산에 배를 댈 부두를 지으려면 500만 달러 갖고는 안되니(실제 장전항 부두 공사비는 1억5000만 달러) 상한선을 철폐해 준 것 같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요시다 다케시라는 일본 교포가 북측과 정주영 회장의 다리를 놔주었다고 한다.    * 대북 송금사건의 실체 - 현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 사업을 본격화하려 했다. 북에서는 현대에 외환반출 상한선을 넘어서는 돈을 요구했고, 현대는 이를 편의를 봐 달라고 국정원에 부탁을 한다. 이에 국정원에서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송금의 편의를 봐 준 것이 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샀다’는 말은 그래서 억측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금강산과 개성공단, 우리가 그냥 하면 된다” - 금강산 관광 중단이나 개성공단 조업 중단은 행정명령에 불과하며, 우리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엔 제재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저질러 버리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모든 권한이 넘어간 상태라 완전히 ‘옥상옥’이라며, 국가안보실장이나 하다 못해 비서실장이 “저질러 버리시죠”하면 되는 문제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고 현 통일안보 라인을 질타한다.  * “북한은 악의 축”이란 한 부시를 설득한 DJ - 저자가 통일부 장관으로 발령을 받은 직후인 2002년 1월29일에 부시의 이른바 ‘악의 축’ 발언이 터졌다.북한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2002년 2월20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참석차 방한한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다. 김 대통령이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해 놓고도 끊임없이 대화를 해 성공했다는 교훈을 들려주며 부시를 설득한 것이다.   * 개성공단? 우린 원래 해주를 원했다 - 정주영 회장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해주를 공단으로 만들는 걸 합의하길 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해주가 군사기지라 안된다며 신의주를 추천했다. 밀고 당기기가 게속되다 결국 개성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북한 군부가 들고 일어났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러면 개성은 누가 먹여 살린건가? 군부가 먹여 살릴건가”하고 대노했고, 군부가 찍소리도 못하고 내놨다고 한다. 당시  일차로 800만 평 공장을 들리려면 최소한 35만명의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김정은 위원장은 “내가 인민군 35만명을 제대시켜서라도 노동자로 공급할테니 걱정말고 공장 지으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1인당 인건비도 잔업 및 휴일 수당은 별도로 하고 기본 57.5달러로 시작해 3년후부터는 연 5%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1인당 300달러를 주장하던 북한이 베트남 등의 상황을 파악해 본 후 합의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때 북한도 경제에 관한 한 협상이 가능한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연평해전으로 한일월드컵 결승전 차질 빚을 뻔 - 2002년 6월30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6월29일에 2차 연평대전이 터졌다.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대전에서 우리가 승리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런데 북쪽에서 청와대 우리 외교안보수석에게로 급전이 왔다. “절대로 이것은 평양의 지시가 아니다. 일선에서 일어난 사고일 뿐이니 확대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대통령도 본래 일정대로 일본으로 갈 수 있었다. * 강경파 볼턴의 등장 -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강경파 네오콘들이 속속 포진하게 된다. 부시 정부는 내내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 움직임에 불만이었다. 2001년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는 김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하대했다. 그 부시 1기 내각에 국무부 차관을 지냈던 본 사람이 존 볼턴이었다. 그해 7월 서울에 온 그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증가가 있느냐고 임동원 통일안보외교 특보의 질문에 그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압박하면 자백할 것이다”라고 자신 있어 했다고 한다. 나중에 강석주 제1부부장이 “우리는 당신네들이 문제 삼는 프로그램 말고 그 이상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러면 어쩔 것이냐”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미국 측은 북한이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시종일관 북한에 강경했던 볼턴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중용되더니 결국 팽 당했다. 저자는 볼턴을 포함한 미국 싱크탱크나 정부 관료들이 대개 로스쿨 출신이라며 “이들은 북한을 범법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범법자에게는 벌을 줘야 하는 것이지. 보상은 안되는다는 것이다. 존 볼턴도 예일대 로스쿨 출신이다. * 천안함 사건과 조작설 - 2010년 3월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일찌감치 단정하고 있었다. 그란데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이명박 정부의 조작설을 제기한다. 미 CIA출신인데다 당시는 한미 연합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런 근거없이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돌며 논란이 증폭됐다. 특히 당시 일본 총리였던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가 후텐마 해병대 비행장을 오키나와현 외곽으로 옮기려던 때였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해야 이전 문제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5월24일에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해 버렸다.    * 5.24 조치에 대한 보복 ‘연평도 포격’ -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 관계는 완전히 냉전 상황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당시 군부에서도 당장 북한을 치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그렇게되면 당장 전쟁이고 우리는 작전통제권도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응징할 권한이 있느냐는 현실론에 막히게 된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연평도 사건은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남북관계를 불가역적인 적대관계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 노무현 대통령의 ‘도리’ - 저자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4월에 장관급 회담을 하러 평양에 가면서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대북 지원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북 지원을 나는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우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통일대박론과 북한붕괴론의 환상 - 박근혜 정부도 처음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온건한 대북 정책을 표방했다. 하지만 정작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니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다르더라고 저자는 회고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열흘 앞둔 2월13일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같은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2014년 1월6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며 그 해 7월에는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북한 붕괴론에 빠진 것이다. 1월 중순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 중국이 우리를 도울 것이란 박근혜의 오판 - 2015년 9월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편에 서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 저자는 “중국이 북한 붕괴 후 남한의 흡수통일에 협조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박 대통령이 중국에 갔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미국이 크게 반발하자 결국 연말에 사드 배치, 위안부 문제 합의,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미국의 3가지 핵심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박 대통령의 대북관이 최순실의 작품인 것으로 단정하는 듯 하다. 그는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6년이나 한 사람이 국내외 정치 식견이 그렇게 없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개성공단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해 주던 곳이었다며 안타까와 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은 ‘대북송금’ 아닌 ‘군수경제’ 덕분? -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하면서 “1995년부터 2015년 연말까지 20년 동안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돈이 3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개성공단이 가장 번성했을 때 연간 1억 달러가 안되는 돈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반박한다. 특히 총 30억 달러 중 70~80%가 현금이 아닌 쌀이나 비료 등 현물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2006년에 최고 6000km에 달하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쏘자 이를 말리는 미국 측에 ”이것은 우리의 수출용 판촉행사“라고 말했다며, 미국도 북한이 미사일 판매로 매년 10억 달러 씩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북한의 군수공업위원회가 별도로 돈을 벌어 쓰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은 군수경제 쪽에서 번 돈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단언한다.     * 문재인 정부의 업적과 한계 - 보수 쪽에서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던 9.19 군사합의에 대해 저자는 “남북 간 군사 긴장을 완화하는 중요한 합의였다”고 평가한다. 2018년 8.15 경축사의 정신대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합의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무진의 미숙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대북 경제제재 완화 협조를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것은 외교적 망신이라고 까지 혹평한다.  사전 정지작업이 없었던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한다. 그는 “북한은 석탄이나 섬유 수출 제재 해제 정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권과 발전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전권은 군사적으로 북한을 치지 않겠다는 약속이고, 그 시작은 연합훈련 중단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군사적 충돌 막을 방법은 경제적 의존도 키우는 길 밖에 - 저자는 군사적으로 남북이 충돌할 가능성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군사력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에 손해가 막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자충수 정도라 아니라 ‘악수 중의 악수’라고 비판한다. 오히려 개성공단을 통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갔어야 한다고 말한다. 해주공단 남포공단 신의주공단 식으로. 일본이 평양~원산 고속철을 만들고, 중국이 신의주~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만들면 한국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 한미워킹그룹이 족쇄가 되어선 안돼 - 9.19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되던 날,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전화를 걸어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11월에 한미 워킹그룹이 생기고 발이 묶이면서 사태가 틀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대통령이 현장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앞으로 한미 워킹그룹이 엄청난 ‘원칙의 굴레’가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앞으로 미국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 사사건건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14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삶의 벼랑 끝에 펼쳐진 찬란한 세상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 엘리너 데이비스 글·그림 | 임슬애 옮김(사진제공=밝은세상)2016년 서른셋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엘리너 데이비스(Eleanor Davis)는 끊이지 않는 고민들의 습격에 시달렸다.불안해지는가 하면 아무 생각 없는 좀비가 되고 싶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힘들어서 살기 싫었던” 그는 삶의 불안과 고민들 속에서 충동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그저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자전거로 애리조나 주 투손 소재의 부모 집에서 애선스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3700km를 횡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을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You A Bike A Road)라는 책으로 엮었다.그렇게 58일간의 자전거 여행기는 2017년 책으로 엮였고 2020년 한국어 버전으로 출간됐다.누구나 느꼈을 삶에 대한 절망, 실패에 대한 두려움,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절박함, 열정과 의지로 충만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좀체 따라주는 않는 때를 경험한다. 더구나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통 부정적인 기운들로 들어찬 시대이기도 하다.저자의 말처럼 “살기 싫어서” 시작한 자전거 여행기에서는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얻는 위안, 극도의 피곤함 속에서 스멀거리는 삶에 대한 의지 등이 만져진다.무릎이 망가질까, 심한 치질이 생길까 두려워하면서도 외치는 “제발 버텨줘!”, 순조로운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 보다 더 멀리 가고 싶은 의지, 빨리 가기는 쉽다는 깨달음, 수차례 이별하는 부모와 남편과의 통화, 온통 덤불 뿐이던 어제와 달리 키가 훌쩍한 풀도 보이는 오늘, 차츰 눈에 들어와 색다르게 다가오는 사물들과 자연들 그리고 사람들.그렇게 그의 여정은 어느 순간부터 살기 어려워진 모두의 삶을 닮았다. 고난의 여정을 통해 삶의 의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잊고 살았던 찬란한 세상을 만나는 것도 그렇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11 16: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코로나19로 맞은 대전환의 시대, 탈출구가 될 '퇴근길 인문학 수업-뉴노멀’

퇴근길 인문학 수업: 뉴노멀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표준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 | 백상경제연구원 지음(사진제공=한빛비즈)전세계를 습격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인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다.그 어느 때 보다 인문학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하는 시리즈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6번째 책 ‘뉴노멀’ 편이 출간됐다.책은 코로나19로 대전환을 맞은 시대 새로운 표준과 기술발전과 행복의 상관관계, 생각의 전환,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이 시리즈의 이전 책들이 그랬듯 ‘뉴노멀’도 바쁜 일상 속 퇴근길에 공부할 수 있도록 짧은 호흡으로 꾸렸다.‘기술과 행복’ ‘우리의 삶’ ‘생각의 전환’ 3개장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소유에서 접속으로’ ‘AI라는 동반자’ ‘영화로 보는 인간의 오만’ ‘한국인의 미래’ ‘지구라는 터전’ ‘비난과 이해의 사이’ ‘100세 시대의 사고’ ‘자유와 평등의 미래’ ‘이런 인권, 어떻습니까’ ‘세대 화합을 이끄는 지혜’ ‘무의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12개장이 담겼다.각 장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퇴근길 30분 동안 읽을 수 있도록 60개로 잘게 쪼개 이야기를 풀어간다. 디지털로 펼쳐진 새로운 세계부터 관계를 바꾼 초연결시대,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나를 잃어가는 사회의 ‘좋아요’, 이제는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무의식의 저력 등의 이야기는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각 이야기에 표기된 숫자나 요일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꼭 퇴근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짬이 날 때마다 눈에 띄는 이야기를 읽고 변화를 감지하고 사회를 이해하며 스스로의 생각과 입장 그리고 새로운 표준을 정리하면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11 14:3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