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돈의 속성> 김승호

저자는 ‘진짜 부자’다. 한인 기업 최초의 글로벌 외식 그룹인 스노우폭스(SNOWFOX) 그룹의 회장이다. 자신의 경험을 강연 등을 통해 전수하며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경영 노트, 김밥 파는 CEO 등의 저서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도 올라있다. 한국에서도 스노우폭스 도시락 매장과 스노우폭스 플라워 매장을 여럿 갖고 있다. 그는 빨리 돈을 버는 일을 멀리하고, 생명에 해를 입히는 모든 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시간으로 돈을 벌고 돈을 벌어 시간을 사되, 돈을 좇아가지 않는다는 철칙도 갖고 있다. 그가 전하는 ‘돈을 잘 벌고 잘 유지하고 잘 쓰는 법’에 대해 들어보자.* 돈은 인격체다 - 저자는 자신이 풍족한 부를 이루는데 성공한 이유로 “돈을 스스로 감정을 가진 인격체로 대하며 돈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은 감정을 가진 실체라서 사랑하되 지나치면 안되고, 품을 때 품더라도 가야할 땐 보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로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되며, 오히려 존중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위험한 돈’과는 친해질 생각도 버릴 것을 권한다.* 규칙적인 벌이가 중요하다 - 장사나 사업을 계획 중이라면 개천을 막아 여름 한 철 하루 10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사람을 부러워 말고, 매일 수십만원 씩 꾸준한 돈이 들어오는 국밥집을 부러워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정규적인 수입은 한 번에 몰려온 돈이라 실제 가치보다 커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며. 미래 예측이 가능한 규칙적인 수입이 가능한 일거리를 찾으라고 권한다.* 돈은 ‘중력의 힘’을 가졌다 - 돈에도 중력의 법칙이 작용해 다른 돈에 영향을 주며, 그 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다른 돈에 영향을 준다. 재산증식 과정을 보면 1,2,3,4,5처럼 양의 정수처럼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1,2,4,8,16 처럼 배수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리스크가 클 때가 가장 안전한 때 - 워렌 버핏은 “남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지점을 리스크가 줄어든 상태로 본 것이다. ‘평균 10년에 한번’, ‘평균 30% 하락’ 같은 용어는 리스크를 이해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데이터라고 저자는 말한다. 때때로 평균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사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란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으면 천천히 가라 -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 가장 좋은 나이가 50세 이후라고 말한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있거나 주변에 나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부는 차근차근 집을 짓는 것처럼 쌓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운은 ‘실력’, 반복되는 실패는 ‘습관’ - 운은 절대로 반복되지 않으며,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허물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기 자만에 빠지는 순간에 전혀 개연성이 없는 일에 확신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운을 실력이라고 믿고, 추측을 지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에도 ‘특수상대성원리’가 적용된다 - 돈의 주인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같은 주인이라도 다른 시간을 가진 돈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많아 천천히 흐르는 돈은 같은 투자에 들어가도 다른 돈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의젓하게 잘 기다린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조급한 돈은 엉덩이가 들썩거려 다른 돈을 사귈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부자가 되는 3가지 방법 - 부자가 되는 방법은 상속을 받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사업에 성공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타고난 금수저나 엄청난 행운이 아니면 결국 대부분은 사업에서 성공을 거둬야 하는데, 여기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직접 창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성공에 올라타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잘 나가는 기업, 능력이 좋은 경영자를 찾아 그 회사 주식을 사서 모으는 일이 직접 경영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권한다.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당 업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를 고르면 된다고 권한다.* “소득이 적어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핑게 -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의 가장 많은 핑겟거리는 “소득이 적어서 쓸 돈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 소득을 가져다 현재에 써버렸기 때문이라며, 저자는 당장 신용카드부터 잘라버리라고 권한다. 그리고 직불 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신용카드는 필요없는 소비를 늘리고 포인트를 얻기 위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자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사람의 3가지 특징 - 첫째, 자신을 경영자로 생각한다. 회사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둘째, 보유하고 있는 돈이 품질이 좋은 돈이다. 이익이 생길 때까지 언제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셋째, 싸게 살 때까지 기다린다. 진정한 투자는 팔 때를 아는 것이 이나라 살 때를 잘 아는 것이다. “결국 투자는 온전한 자기자본으로 자기 스스로를 믿는 사람들이 그 결실을 가겨가는 시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우선 -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의 시작을 저자는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부자를 경멸할 수는 있어도 부 그 자체를 경멸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저축만으론 부자되기 어려운 세상 - 저자는 “이제 저축을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금리가 워낙 낮아져 사실상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그는 “재산은 자본과 투자이익률, 그리고 기간의 곱의 합”이라고 말한다. 얼마의 돈으로 얼마의 이익률로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모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돈을 다루는 4가지 능력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돈에 있어 4가지 능력에 따라 자산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그리고 쓰는 능력이다. 돈을 버는 사람은 대부분 진취적이고 사업에 능통하며 세일즈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분석한다. 돈을 모으는 능력과 관련해선 작은 돈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큰 돈은 마땅히 보내야 할 것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려면 통찰력과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돈을 쓰는 능력에 대해선 검소하되 인색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쓸데없이 허세나 위세를 보일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다” - 저자는 보험의 가장 큰 문제로 보험사가 수당구조, 시책수당까지 포함해 많게는 월 보험금의 4~10배까지 판매망에 판매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1년치 보험료의 거의 전액을 판매수수료로 보험설계사에게 지불한다는 것이다. GA에게 지급되는 최대 600%의 수당까지 감안하면, 월 보험료의 최대 16개월치가 수당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저축성 보험도 가입 후 첫 7년간은 보험료에서 보험설계사 인센티브 등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만 투자되므로 전체 보험료를 기준으로 보면 원금 기준으로 가입 후 5~6년까지 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효자상품인 종신보험도 보험료가 높아 5~7년 사이에 70%가 해지하고 원금을 날리기 일쑤다. 저자는 “보험사는 어떤 상품을 팔아도 이미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를 해 놓은데다, 병력 등의 이유로 자신들에게 손해가 날만한 고객들의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100세 인생이라는 키워드도 보험사가 내놓은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며 “생기지 않은 여러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경제권을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청년들 1억원 만드는 5가지 방법 - 우선 1억원을 모으겠다고 마음 먹는다.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이 행동이 된다고 말한다. 둘째, 1억원을 모으겠다고 책상 앞에 써 붙인다. 누가 보고 조롱해도 좋다. 훈련이자 연습이다. 셋째, 신용카드를 잘라 버린다. 신용카드는 복리의 적이다. 이제 현금만 가지고 다니거나 체크카드를 써야 한다. 넷째, 통장은 용도에 따라 몇개로 나눠 만든다, 정규적인 생활비만 지출하는 통장을 만들어 월세 전화비 교통비 등 필수 생활비만 쪼개어 넣고, 다른 통장에는 밥값 등 여유자금으로 책정한 돈을 넣는다. 마지막으로, 목표액의 10분의 1인 1000만원을 먼저 만든다. 그리고 또 1000만원을 만들고, 이렇게 모으는 과정을 겸험해야 1억원을 모을 수 있다.* 나쁜 부채를 좋은 부채로 만드는 법 - 첫째, 부채를 소비에 사용하면 안된다. 반드시 추가 이익이나 자본 확장이 일어날 곳에 사용해야 한다. 둘째, 이 부채로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도록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내가 부채 이자를 일정하게 지불할 여력이 있거나 부채 자체가 발생시킨 이익이 이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에서 나오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내 부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보다 높아야 한다.* 좋은 돈이 찾아오게 하는 7가지 비법 - 첫째, 품위없는 모든 버릇을 버려라. 둘째, 도움을 구하는 데 망설이지 마라. 셋째, 회생을 할 각오를 해라. 넷째, 기록하고 정리하라. 다섯째, 장기 목표를 가져라. 여섯째, 제발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을 버려라. 일곱째,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라.* 자식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 - 자녀에게 기업가가 되는 법을 가르치려면 어릴 때부터 증권 통장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두달 학원비 정도의 금액을 넣어주고 그 금액의 70%는 한국 최고의 기업 우량주를 사주고 나머지 30%는 자녀의 결정에 따라 회사를 고르게 하라고 권한다. 저자는 우리 나라 부모들이 젋은이들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의 포기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말라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처럼 뻔뻔하고 당돌하고 도전적인 정신이 우리 청년들에게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 똑똑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음모론에 더 잘 빠진다고 한다. 불확실성을 유난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의 저자인 런던대학교 스티븐 리 교수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이런 비합리적인 믿음의 덫을 ‘지적 블랙홀’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이들은 주변의 이성적 비판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믿음에 의존하며, 사실에 근거한 판단보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만 찾는다. 인간이 달에 가지 않았다, 지구는 평평하다 같은 음모론, 약을 안 쓰고도 아이를 튼튼히 키울 수 있다며 예방접종도 거부케 했다가 화를 키운 우리나라의 ‘안아키’ 카페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든다.* 투자에서 이길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있는 11가지 질문 - 투자와 트레이딩을 구분할 수 있나, 매수와 매도에 기준이 있는가, 있어 보이고 싶은가, 5년 간 안써도 될 돈이 있는가, 수입이 일정한가, 승부욕이 강한가, 대중과 함께 사는가,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가, 복리를 이해하는가, 이달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다 갚지 못해 이월시켰는가, 귀가 얇은 편인가. 이 11가지 질문 가운데 5개 이상이 ‘예’라면 투자를 절대로 시작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80%면 족하다” - 불교 선방 스님들 사이에서 전래되는 생활 규범에 ‘두량 족난 복팔분(頭凉 足煖 腹八分)’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두고, 배는 가득 채우지 말고 조금 부족한 듯 채우라는 뜻이다. 특히 복팔분이란 배의 80% 정도가 차면 식사를 그치라는 교훈이다. 욕심을 절제할 수 있으면 식사 때든 투자에서든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흑수저가 금수저를 이기는 법 - 저자는 “약자가 계속 약자로 머물거나 강자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자를 이길 생각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생각을 바꾸면 강자야 말로 약자의 밥이라고 강조한다. 흙수저라고 금수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강자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강자라고 강조한다. 보스턴 대학의 이반 아레귄 토프트 교수는 19세기 이후 강대국와 약소국의 전쟁 200여건을 분석해 보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나 되었다고 말한다. 1950년~1999년 동안에는 50%가 넘었다고 한다.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게릴라전 같은 변칙 전술이 발전한 덕이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 -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서 나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小富由勤 大富由天)’는 말이 명심보감에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부자가 되는 운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는 상황이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운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고 근면한 것은 부자의 요소일 뿐, 정말 큰 부자가 될 때는 우연히 마침 그 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저자는 주어진 부에 항상 감사하고 겸손하라고 권한다.* 창업 하려거든 작은 회사에 가서 배워라 - 저자는 창업의 실패를 줄이고 자본을 모으면서 경영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소기업이라고 단언한다. 회사가 성장하는 대로 온갖 것을 배울 수 있고, 실패해도 사장이 망하는 것이니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급여를 받으면서 사업 공부를 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기업이 더 이상 꿈의 직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될 확률이 0.7%라며, 그 보다는 사업을 성공할 확률이 42배가 높다고 말한다, 절대로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한 번 뿐인 인생을 넘기지 말고, 항상 도전하고 탈출을 꿈꾸라고 독려한다.* 부자가 부모와 형제에게 해야 할 일 - 저자는 3가지 시나리오별로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재산규모가 10억원 안쪽일 때다. 이때까지는 형제들 창업자금을 빌려주거나 부모님에 집이나 차를 바꿔주는 일은 말라고 권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올케나 형수에게 명품 가방을 사주거나 조카들 입학 때 노트북을 사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부모님 생활비는 고정적인 날자에 직불 카드를 만들어 드리라고 권한다. 다음으로, 재산 규모가 50억원 안쪽일 때는 부모님 집을 사주거나 차를 사주고, 조카들 학비도 내주는 시기라고 말한다. 형제들이 질투를 넘어 인정하는 시기가 되었기에 그렇게 돈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00억원 이상 재산이 모아지면, 그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척 사이의 ‘보험’이 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일을 모두 배우자를 통해 할 것을 권한다.* 동업은 신중하게 - 동업은 잘 되어도 문제고, 안되면 더 문제다. 좋은 동업자 관계를 유지하려면 모든 것을 문서화해 서로의 자신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정은 우정대로, 돈은 돈대로 따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4가지 좋은 습관 - 첫째, 일어나자 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저자는 이런 사소한 습관이 돈을 부르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돈이 들어오면 절대로 줄지 않는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1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바이러스가 창궐할수록 '나'에 집중할 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특히 미래학자를 비롯한 정치,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회는 비대면, 즉 언택트(Uncontact) 사회로 급진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이에 출판계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나 자신’에 대한 계발서가 쏟아지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공공장소 폐쇄,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여러 장단점들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신간 ‘지식 노마드라 되라’와 ‘김미경의 리부트’는 바뀐 생존공식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해 되묻는다.◇직장을 벗어나 지식과 경험을 돈으로 바꾸는 ‘지식 노마드가 되라’‘지식노마드가되라’|이은주 지음|1만5000원(사진제공=델루스)저자 이은주는 6년간의 전업 주부였다. 그는 6년의 경력단절을 딛고 현재 월 1000만원을 버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그의 신간 ‘지식 노마드가 되라’는 ‘당신도 할 수 있다’의 성공기가 아닌 직장과 직업의 경계를 허무는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소 출발점이 다르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자신의 이야기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유명 CEO를 등장시켜 가독성을 더한다.5살 어린 나이부터 정리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던 세계적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자신의 능력이 특별하다는 걸 깨닫는다.단순히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사업가로 만족하지 않고 소비의 늪에 빠진 미국으로 건너가 가정방문을 통해 직접 집 정리에 나서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려라’는 조언을 한다. 이 방식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어 시리즈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다.그는 바로 이 에피소드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라고 말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이에는 강한 생존력과 자금력, 네임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스스로가 발굴하고 만들어야 한다. 이 기본조건을 활용해 성공시스템을 유지해 가는 방안들이 각 챕터마다 담겼다.예를 들어 나만의 재능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견 했다면 바로 시작해서 선점한 뒤 성공한 멘토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각종 블로그와 SNS, 유튜브와 책 집필도 대중과의 소통 방법 중 하나다. 나만의 소소한 이야기가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으며 그 즐거움이 자신의 경력과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저자는 의뢰받은 강의를 닥치는 대로 수락했던, 이른바 ‘다이소 강사’를 하며 점차 경력을 쌓고 기회와 수입도 안정돼 갔다고 고백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식 노마드가 되려면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각 챕터에서는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콘텐츠로 바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이 되는지를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가장 심금을 울리는건 ‘당신이란 사람’에 대한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당신이라는 사람의 브랜드는 당신이 없을 때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하는 말이다.”100세시대에 돌입하면서 안정된 직업이 주는 강력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이 책은 불패신화라는 부동산 투자서보다 훨씬 알찬 인생 필독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의 리부트’김미경의 리부트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김미경 지음|1만6000원(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모두가 ‘코로나 사태를 버티는 법’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김미경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난 1월 22일은 30년 가까이 스타강사로 살아온 김미경이 기억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일주일 이상 강의를 쉬어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사태는 심각했다.회사 CEO로서 스무 명이 넘는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 김미경은 ‘생존’에 대한 기도를 간절히 하게 됐다고. 그리고 미래학자도, 거시 경제학자도, 투자 전문가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내 인생’에 대해 파보게 됐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실천 할 수 있는 개인의 변화에 관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담아 신간 ‘김미경의 리부트’를 출간했다.‘나를 살리는 리부트’ 시나리오는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On-tact)로 세상과 연결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다.더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세계에 입문하기를 권한다. 앞서 소개한 ‘지식 노마드가 되라’처럼 기초적인 SNS부터 광고 관리, 홈 페이지 제작,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할 때마다 그 즉시 기술을 배우는 일은 올해 쉰 일곱 살인 저자가 게을리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그는 “모든 플랫폼의 연관성과 시의성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적용해야 살아남는다”고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변수가 오든 내가 원하는 일을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의무가 아닌 생존을 걸고 나를 재시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인생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게 김미경 저자의 지론이다.“누가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현재 상황을 연극이라고 생각해보고 내 꿈을 대입해 간단한 시나리오를 써보자, 그리고 절박한 마음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하자. 매일 나를 위한 한편의 시나리오를 쓰면 ‘유능한 나’로 리부트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총 276쪽 분량에서 가장 와 닿는 부분은 역시나 마지막 부분인 ‘Part5.공존의 철학자 뉴 휴먼이 미래를 구한다’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시대에 ‘어떻게 우리가 마음을 다잡고 용기와 희망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답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숙한 어른의 자세가 구절마다 가득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7-07 17: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위대한 거래> 현명관

저자는 한 때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었다. 총수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그룹의 2인자였다. 이런 최고위 그룹 관계자가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에 관해 이렇게 책으로 얘기를 옮긴 적이 아마도 기자의 기억에는 없다. 아쉽게도 그룹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 얘기는 거의 없다. 두 회장과의 일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두 오너에 관한 저자의 실제 경험담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성공이란 물건을 먼저 받고 대가를 치르는 것이고, 실패란 대가를 치르고 물건을 나중에 받는 거래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치러야 하는 대가에 화를 내거나 두려워 말고, 받는 선물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인생 막바지에 최순실 관련 의혹에 휩싸여 가족 모두가 고초를 겪었던 아픈 경험을 곱씹으며 하는 말이다. 이 책도 사실은 그 때의 울분과 부당함을 어디에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에서 의도된 듯 하다. 실제로 그는 처음에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술회한다. 그나마 이 책을 쓰면서 다소나마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해 다행스럽다.  * 이병철 회장의 ‘만두 해부’ 지시 - 1981년 2월29일 저녁 9시. 현명관 당시 호텔신라 상무는 중식당 조리장과 함께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만든 만두를 해부하느라 몇 시간을 실랑이한다. 이병철 회장이 신라호텔 만두를 맛보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더니 불쑥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다. 숙주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돼지고기 다진 것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원가 계산까지 해야 했다. 새벽 3시에 작업을 끝낸 이 상무는 원가와 품질, 맛에 대한 비교표를 만들어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저자는 “무슨 일을 하든, 얕은 얼음을 밟는 심정으로 쫀쫀하게 하라”는 이 회장의 무언의 명령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사소한 만두 하나라도 경쟁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특별한 지시였다.* 신라호텔에서 ‘팁 문화’를 없애다 - 저자는 어디를 가든 ‘공적(公敵)’으로 몰렸다고 한다. 기존의 틀을 엎어버리는 개혁 조치들을 꾸준히 실천했기 때문이다. 신라호텔에서는 팀을 받지 못하게 해 큰 원성을 샀다. 일본이나 한국은 호텔 요금에 10%의 봉사료를 따로 미리 산정해 손님에게 청구한다. 따라서 별도의 팁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었다. 유럽 호텔들은 애초에 월급을 적게 주고는 본인의 역량에 따라 손님에게 추가로 팁을 받으라는 문화인데, 우리는 관행적으로 팁을 받아온 것이라며 이를 바꿔 버렸다.* 공포의 신라호텔 23층 ‘신라 스위트’ - 그룹 사장단과 임원들이 가장 두려워한 장소가 신라호텔 23층의 신라스위트였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이 주 1,2회 씩 사장단과 점심을 마친 후 이곳에서 회의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처음 이 회장을 만난 저자는 이 회장으로부터 “잘 보고 많이 배우고 가라”며 ‘무거운’ 덕담을 주었다고 한다.   * 80년대에 이미 고객 빅 데이터를 축적 활용하다 - 저자는 신라호텔에서 고객들을 위해 ‘나를 알아주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1980년대였다. 호텔 프론트는 모든 고객의 사소한 취향까지 정리해 분류했고 좋아하는 신문이나 잡지, 선호하는 음악은 물론 조미료에 대한 호불호 등의 고객 데이터를 추가로 확인해 수작업으로 만들어 놓았다. 단골손님을 알아주는 서비스는 직원들의 마인드도 바꾸고 신라호텔의 이미지와 명성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한다.* 불도장(佛跳牆) 헤프닝 - 당시 호텔 중식계는 플라자호텔 ‘도원’의 유방녕 셰프와 신라호텔 ‘팔선’의 후덕죽 셰프로 양분되어 있었다고 한다. 후덕죽의 당시 최고 히트작이 곰 발바닥 요리와 불도장이었다. 불도장은 전복과 바닷가재, 돼지 발굽 힘줄 등 스무 가지 재료를 넣고 3시간 동안 찐 중국요리다. 글자 그대로 스님이 요리 냄새를 못이겨(고기 맛을 못 잊어) 수도를 포기하고 담을 넘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만큼 탁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도장을 자랑하려 신문에 낸 작은 조각광고가 문제였다. 광고를 본 스님들이 불교계를 욕되게 했다며 들고 일어났다. 백배 사과하고 마무리되었지만, 이 때 저자는 ‘겸손’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이건희 회장과의 기 싸움 - 1988년 말에 호텔신라 서비스가 정평이 나면서 힐튼 호텔이 신라호텔을 견제하기 위해 무려 20명이나 한꺼번에 인력을 빼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건희 회장이 현 사장을 긴급 호출해선 “어떻게 인력관리를 하길래 특급 조리사 등을 다 빼앗기느냐”며 질책을 퍼부었다. 제주신라호텔을 지을 때도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게 아니냐고 따지고 들었다. 리버사이드 호텔을 투자 차원에서 매입하려는 이 회장에게 “일류호텔을 지향하는 신라호텔이 가치가 떨어지는 호텔을 매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반대도 했다. 특히 신라호텔의 부실한 재무구조에 대해서도 꾸준히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 이 때 저자는 회사채 발행과 기업공개 추진을 얘기하고 “기한 내 이루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맞섰다. 그리고 그것을 해 냈다. 당시엔 서비스기업의 기업공개 자체가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전문경영인은 소신을 보여줄 때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건희 회장과의 2라운드 - VIP를 영접하는 승지원이라는 영빈관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 회의가 이곳에서 만찬을 겸해 열리곤 했다. 그룹의 대소사와 중요 사안에 관해 이 회장이 ‘국문’에 가까운 질문과 타박이 늘 이어져 사장단에게는 공포의 시간이었다. 신라호텔에서 만년 적자기업이던 삼성시계 대표로 ‘좌천’ 된 저자는 이 곳에서 일본 세이코와의 합작사인 삼성시계 문제를 거론해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그는 “삼성시계가 살아나려면 세이코와의 불공정한 거래를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싼 기술 도입료와 일본인 부사장의 지나친 권한 등을 성토했다. 삼성시계는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던 프로젝트였기에 모두들 초긴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누가 하지 말하고 하는 사람이 있었어?”라며 사실상 그의 삼성시계 대수술을 수락했다. 마치 이제까지 그런 말을 해 주는 사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 이병철의 유언을 푼 이건희의 담대함 - 이병철 회장은 군부에 빼았겼던 동양방송과 한국비료만은 꼭 다시 찾아오라고 유언을 남겼다. 마침 한국비료가 민영화 조치로 시장에 나왔다. 당시 금강화학과 대림그룹이 경쟁자였다. 다른 곳에서 엄청난 베팅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삼성은 주당 33만 1950원의 입찰가를 써 냈고 당당히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다른 기업들 보다 무려 300억원이나 더 써냈음을 알고 저자는 이건희 회장의 모진 질책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사람아, 시장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데 비싸게 주고 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고생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 이 회장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섬세함의 이병철 vs 직관력의 이건희 - 저자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철저한 일본식 관리의 삼성을 만든 사람이 이병철이라면, 직감에 의지해 신속하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이건희라고 비교한다. 이병철 회장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는 반도체 신화도 사실은 이건희 회장의 무모한 도전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이병철 회장은 그런 이건희 회장을 그룹 후계자로 삼기 직전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치밀한 경영능력과 꼼꼼한 관리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반대로 삼성의 관료주의와 보신주의에 넌더리를 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삼성이 계속 이렇게 가다간 죽을 것이라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제는 양에서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고 전한다.* 만두를 해부시킨 이병철 vs 가전제품을 분해시킨 이건희 - 이건희 회장은 만두를 분해시킨 이병철 회장보다 더 지독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그는 LA호텔 연회장을 통째로 빌려 모든 가전제품을 분해시켰다. 계열사 사장들에게 삼성 제품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려 한 것이다. * “삼성은 2류”라는 후쿠다 보고서 - 이건희 회장이 그룹 총수로 취임한 1987년. 그는 기술 고문 후쿠다 이사의 56쪽 보고서를 받아든다. 보고서의 내용은 “삼성은 2류 기업이니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LA 회의를 거쳐 프랑크푸르트 회의까지 이어졌고 이른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라는 ‘삼성 신경영’이 탄생한다. 최측근이던 이수빈 비서실장 마저  양적 성장의 마인드에 여전히 매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먹던 포크를 집어던지는 이건희를 보면서 그룹은 서서히 바뀔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 “바꾸는 건 당신이 잘하잖아” 한마디에 비서실장으로 - 이건희 회장은 저자를 한남동 집으로 불러 삼성그룹의 운영의 문제점을 말해 보라 한다. 여기서 저자는 “그룹을 전자업종, 금융업종, 서비스업종으로 나눠 소그룹별로 경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하다. 이 회장은 곧바로 “현 사장, 비서실장 하세요”라고 지시한다. 저자가 그룹에 오래 몸담지 않아 오히려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꾸는 것은 당신이 잘하잖아”. 이 말에 그는 향후 3년 동안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 진정한 프로 스포츠 구단이 없는 한국 - 저자는 삼성 말년에 삼성라이온즈 구단주를 역임했다. 저자는 이 때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프로 스포츠 구단이 없다”고 잘라말한다. 자체 입장 수입으로 선수 연봉과 프론트의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반쪽 짜리, 무늬만 프로 구단들이라고 비판한다. 모두 모기업의 지원 아래 움직이는 ‘기생식물 같은 존재’라고 혹평한다. 800만명 관중이라고 말하는 프로구단이지만 각 구단마다 100억대 전자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의 경우 2000년 감소보고서를 보면 총 302억3937만원의 수입액 중 160억원이 계열사 지원금이었다. 입장료 수입은 18억 6630만원에 불과했다. 이러니 자금을 대 준 기업들의 민원 전화와 부당한 간섭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삼성가 불문율을 지켜 성공한 이승엽 - 삼성가에는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경구가 있다. ‘불신물용(不信勿用) 용인필신(用人必信)’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겠거든 끝까지 쓰지 말고, 쓰고자 한다면 반드시 믿고 맡기라는 뜻이다. 2002년 LG트윈스와의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에서 6차전까지 이승엽은 20타수 2안타였다. 당시 구단주였던 저자는 김응용 당시 감독에게 이승엽의 교체를 지시하려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제 터질 때가 되었다”며 기다려 주었고, 결국 이승엽은 끌려가던 경기에서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은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 ‘현수남’에서 ‘현명관’으로 개명 - 원래 저자의 이름은 현수남이었다. 이를 22살 되던 해인 1962년에 아버지가 ‘출세하고 집안을 일으키라’며 바꿔 지어 주었다. 집안에서 한 사람 밖에 개명이 안된다고 해 아버지의 배려로 저자만 특별히 이름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다. 하지만 이후 2차 시험 낙방에 이어 1년 후 다시 치른 2차 시험에서도 계속 고비를 마시는 등 기대했던 관운이 따르지 못했다.* 행정고시 패스로 행정직 공무원의 길로 - 사법시험 준비 중 경험 삼아 치른 행정고시에서 덜컥 합격하고 만다. 당시 사무관은 지방 군수급이었다. 첫 부임지는 부산 시청 인사과 고과 계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만연했던 인사 청탁과 비리를 직접 체험하고는 탈출을 결심한다. 때 마침 감사원에서 제안이 와 옮기게 됐지만, 이곳 역시 권력기관 눈치보기에 급급한, 부정을 눈감아 주고 개인 이득을 취하는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유신 정부 청와대의 사정 담당 특별보좌관으로 오라는 제안을 뿌리치고 그는 일본 유학을 떠났고 이후 귀국 직전에 때 마침 오퍼가 온 삼성그룹으로 옮기게 된다. 그룹에선 중앙일보를 권했으나 상장 1호 기업이자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자랑하던 전주제지를 선택했다. * 일본 유학에서 얻는 일본관 - 저자는 “나를 살리고 대한민국이 살고자 한다면, 우리는 관대함과 후덕한 마음으로 일본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좀더 냉정하게 일본을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픈 증오나 폄훼는 우리 스스로를 죽이고 창조의 싹을 자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의 ‘자기규칙’과 ‘보은 정신’을 강조한다. 일본인들은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더더욱 쉽게 마음을 내 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건희 회장에 보고한 ‘일본이 우리보다 강한 이유’ - 신경영 선언 후 1년 지난 뒤 이 회장이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소니를 이길 수 있겠소”하고 물어 보았다. 저자는 ‘기본을 지키는 철저함’이 일본이 우리보다 강한 부분이라고 설명했고, 이 회장은 이를 즉각 모든 계열사에 전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은하는 정신이다. 따라서 그들을 이기려면 서로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일본은 작은 일도 대충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도 기본부터 철저히 지켜야 극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한심한 관료제를 보고 정치인 전향 결심 - 제주 출신인 저자는 끊임없이 제주도지사 출마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결국 그는 거대 그룹을 경영하면서 알게 된 ‘돈의 매커니즘’을 제주에 적용해 하와이를 능가하는 관광지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된다. 그 이면에는 제주의 발전을 막고 있는 한심한 관료제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고 한다. 제주 신라호텔 공사 때 관리사무소 소장이 기와 색깔을 문제 삼아 신축 계획서 접수를 거부하고,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 하나 만드느라 1년 넘게 관공서를 들락거려야 했던 비효율성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는 항공요금 50% 인하, 제주 인터넷 산업특구 프로젝트, 삼다수 증산을 통한 에비앙 따라잡기, 동북아 허브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차별화했다. *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얻게 된 새로운 반려자 - 두 번의 도지사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유권자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한, 비호감 후보였던 탓이라고 자평했다. 굳은 표정에 찬바람 부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 채 선거운동을 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두 차례 선거에서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운 전영해라는 여인을 얻었다. 본 부인과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혼을 결심하고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였다. * 3류 도박장이던 마사회를 완전히 바꿔놓다 - 34대 회장으로 취임해 본 마사회는 저자의 눈으로 보기에 ‘3류 도박장’이었다. 경마는 영국에서는 ‘왕의 스포츠’ 불릴 정도다. 입장료만 최고 40만원까지 하고, 드레스코드 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욕설과 쓰레기로 뒤덮힌 하우스 도박장과 다름 아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마사회의 환골탈태를 결심하고 이곳을 건전한 레저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가장 먼저, 모든 직원에게 품위있는 의상을 입히고 호텔 직원처럼 행동하게 했다. 그러자 슬리퍼와 반바지, 쓰레기가 없어졌다.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급감했다. 고객과 접점인 마권 판매대의 유리벽도 허물어 버렸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사람들이 서서 베팅을 하던 화상경마장도 품위있게 앉아서 보도록 바꿨다. 매출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회상 경마장이 되었다고 한다. * ‘최순실 3인방’ 의혹에 상처뿐인 마사회 회장 -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마사회 회장이라는 직책 탓이었는지, 그는 물론 그의 아내까지 ‘최순실 3인방’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치외법권을 활용해 확인 안된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저자의 가족을 최순실의 핵심 측근으로 몰아갔다. 저자의 휴대폰까지 압수해 조사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9개 고소 고발 건 모두 무협의로 판명났다. 하지만 믿었던 마사회 노조까지 고발에 나서고,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농림부와 감사원의 각각 두번의 감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마사회에서 그를 도와 개혁을 진행했던 사람들도 고초를 겪고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겨났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07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대표 아닌 실무자들을 위한 브랜딩 지침서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박창선 지음(사진제공=미래의창)대표와 실무자의 입장과 시선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간극을 만들어내곤 한다.대표는 사무실 위층에 새로운 프로젝트 공간을 만들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 하지만 실무자들은 그 공간의 관리 걱정이 먼저다.어떤 회사의 대표는 B2C에서 B2B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지만 실무자들은 작심삼일이라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식이다.신간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는 ‘브랜딩’의 정의조차 낯선 실무자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안내서다.저자는 회사소개서를 만드는 디자인 회사 애프터모멘트의 박창선 대표. 그는 구독자 1만 8000명(이하 2020년 6월 기준), 누적 뷰 420만에 이르는 브런치의 작가이기도 하다.브랜딩 6년차의 저자는 그간 느꼈던 막막함과 당황스러움, 부지불식간에 만나게 되는 갈등과 선택의 순간 등을 솔직하게 담았다.책은 ‘마음을 보다’ ‘전체를 보다’ ‘업무를 보다’ ‘바깥을 보다’ 4개 챕터에 실무자들 시선에서 다룬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한다.브랜드 메시지 작성법, 디자인 가이드, 우리 색을 드러내고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방법, 효과적인 브랜딩을 위해 덜어낼 일과 갖춰야할 마음가짐 등 현장에서 실무자가 맞닥뜨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조언한다.개인도 브랜드가 되는 브랜딩의 시대. 이 치열한 시대에 사라지거나 잊히는 것이 아닌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향들을 제시한다. 어쩌면 모르고 있지만 지금 당신이 하는 일도 브랜딩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모르고 하던 일들을 알고 했을 때의 효율은 상상 이상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04 15: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어쩌면 그때의 우리는…‘아날로그를 그리다’

아날로그를 그리다 | 잔잔하게 스며드는 추억으로의 여행 | 유림 지음(사진제공=행복우물)기술은 최첨단화되고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된 시대일수록 귀중해지는 것들이 있다.지글거리며 돌다 이따금 튀기도 하는 LP판 소리,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 달동네 어딘가에서 느슨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 필름카메라와 흑백사진, 일렁이는 촛불, 누군가의 뒷모습, 골목 앞 포장마차….글 쓰는 사진작가 유림이 여성 잡지에 연재했던 글과 사진들을 엮어 ‘아날로그를 그리다’라는 책으로 출간했다.‘想(상)-기억 속 어딘가’ ‘情(정)-가끔은, 온기’ ‘悲(비)-삼킬 수 없었지만’ ‘嬉(희)-아직은 낭만’ 감성적인 4개의 감정 아래 낡은 서랍 속에서 꺼냈음직한 48개의 기억과 정서들이 흑백사진과 함께 실렸다.사라져서 만나기 힘든 사물들과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작가는 때로는 예민하고 날카롭게 또 때로는 따뜻하게 추억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것들로 위안을 전한다.책 속 풍경들은 누군가에게는 촌스럽게 또 어떤 이에게는 별나게 혹은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풍경들은 유림 작가가 적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글귀처럼 “느리게 걷고 싶거나 혹은 주저 앉고 싶은 날” 찾게 되는 은신처처럼 잊혔던 과거의 나, 이별한 누군가, 당시에는 아팠고 미웠고 서러웠지만 그 마저도 그리움이 되는 순간들을 잔상처럼 남기며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7-04 14:1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마켓컬리 인사이트> 김난도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대담 등을 통해 확인한 마켓컬리의 성공 비결을 담은 책이다. 김 교수는 마켓컬리가 대단히 트랜드한 회사라고 평가한다. 아이템 자체가 트랜드 하기 보다는 운영방식이나 고객가치 창출의 디테일에서 고객 트랜드를 잘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마켓컬리가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이행하는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라고 평가한다. 그는 또 마켓컬리가 ‘혁신기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혁신은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매일의 디테일한 개선이 모아져 쌓여 큰 혁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마켓컬리는 아직 적자다. 외형적 성장 만큼이나 물류 비용 투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낙관적이다. 아마도 저자는 마켓컬리를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하는 듯 하다.* 놀라운 마켓컬리의 경영성과 - 2015년 5월 12일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 해 5만 명 회원에 29억 원 매출을 올렸다. 4년 만인 2019년에는 389만 명 회원과 42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과 3년 만에 150배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2020년 3월 현재 주문량은 6만 건이 넘는다. 대부분 누구도 생각 못했던 새벽배송의 성공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실행하기 까지의 디테일한 과정에 주목한다.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펼쳤던 공급사와의 크고 작은 문제 해결 과정 등 그들만의 운영 프로세스와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마켓컬리’ 작명의 뒷얘기 - 고객친화적이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쉽게 스며들 수 있는 친숙한 이름을 찾다가 우연히 ‘컬리’라는 이름이 튀어 나왔다. 요리를 의미하는 컬리너리(culinary)와도 잘 어울리고 중국어 발음으로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뜻도 있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고객가치를 위한 집념 - 고객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집착에 가까운 노력을 펼친다. 공급의 효율성보다 고객의 가치를, 비용 절감 보다는 품질을 선택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좋은 신선식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하나에 매달렸다. 고객이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없을 까 하는 고민이 오늘의 마켓컬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새벽배송이었다.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받기 편한 시간에 오는 것이 가장 필요한 서비스라는 고객 입장의 생각이 대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하루 14차례나 주문 처리 데이터가 전달되고 밤 10시부터 11시까지 어마어마하게 주문량이 몰리지만….* 단순 유통 플랫폼 대신 직접 판매 방식을 선택하다 - 일반 마트의 경우 상품이 산지에서 매대에 진열되기 까지 대략 4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 역할에 그쳤던 때 마켓컬리는 상품의 품질과 재고관리, 배송까지 책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모든 상품을 직접 구매해 품질을 책임지고, 자체 냉장과 냉동 상온 물류창고에서 보관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냉장 차량을 이용해 그 상태 그대로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완벽한 ‘풀 콜드 체인’ 시스템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스타트업인 마켓컬리가 일을 낸 것이다. 2015년 중반에 5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게 컸다.* 매출 압박보다 품질 압박이 더 크다 - 마켓컬리는 매주 금요일에 MD의 검토를 통과한 상품들을 평가하는 상품위원회를 연다. 70여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판매가 허락된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늦으면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상품 수가 늘어 목요일에도 위원회를 연다고 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모든 상품의 산지를 방문해 생산자와 만난 후에 내부에서 토론을 하는 회사는 국내외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신들이 상품에 확신이 없는데 소비자가 어떻게 믿고 구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품질, 그리고 고객 반응 - 마켓컬리는 특정 성분이 들어간 상품은 팔지 않겠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시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상품일지라도 해당 성분이 빠질 때까지 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공급자와 넘치도록 의견을 나누어 자신들의 철학을 관철시키려 노력한다. 판매 기한을 넘긴 상품은 섭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모두 폐기처분한다. 품질에 대한 이들의 신념은 오렌지 리콜 사례로 확인된다. 당시 홈 페이지에 12brix 이상의 당도를 약속했는데 고객의 소리(VOC)에 당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접수되어 확인해 보니 정말로 11.8이 나온 것이다. 입고분 전체에 대해 적립금으로 환불하는 리콜을 진행했다.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원칙과 철학이다.* “나는 고객의 소리(VOC) 처리자” -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VOC다. 스스로를 “저는 VOC를 읽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업무와 책임을 규정한다. 단지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과 지시하고 고민하는 것이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켓컬리의 후기는 단순한 VOC 이상이다,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정성껏 사진을 올려 공유한다. 이 회사에는 특히 다른 부서에 대해 애정어린 조언을 하는 조직 내부의 VOC가 살아있다. 저자는 이것이 마켓컬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공급사 입장을 우선 반영하다 - 마켓컬리는 서비스에 유통 플랫폼의 이윤보다는 공급사의 입장을 반영하려 애썼다. 좋은 상품을 통해 이윤의 제로섬 게임을 고객만족의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마켓컬리에 있어 공급사 관리란, 효율적인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들여놓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이들은 전국 산지에서 유명 공급사를 돌며 좋은 공급사를 찾아내고, 유명 공급사를 입점시키고, 공급사와 함께 상품을 개선하고, PB상품을 만들어 낸다. 소비자들이 마켓컬리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거기에만 있는 상품이 있어서”다. 일단 마켓컬리에 입점하면 품질은 인정받은 셈이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상품경쟁력 - 마켓컬리는 고객가치의 핵심과 생산자와 상생할 유일한 방법은 ‘좋은 상품’이라는 철학으로 무장되어 있다. 일반적인 유통은 유통사 마진을 기준으로 공급가격이 정해지는데, 마켓컬리는 공급 가능한 금액을 생산자에게 먼저 묻는다. 상품을 100% 직매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생산자가 재고 부담 없이 품질에만 집중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고객은 가치있는 상품을, 공급사는 합당한 납품가를, 플랫폼은 적정한 이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객 트랜드를 이해하는 디테일한 역량이 결국 오늘의 마켓컬리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전지현 모델 효과 - 마켓컬리는 자신의 고객 페르소나와 일치하는 모델을 찾았다. 자신의 밭을 가꿀 정도로 먹는 것에 깐깐하고 30~40대의 일하는 여성으로 가족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 하는 워킹맘이었다. 마침 전지현 씨도 마켓컬리를 애용하는 고객이어서 흔쾌히 모델에 응해 주었다. 2019년 1월 전지현 편 TV 광고가 전파를 탄 후, 홈 페이지 트래픽이 10배 상승하고 월 매출은 전년대비 300%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부하에 물류팀이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한다.* 마켓컬리의 숨은 공헌자 ‘데이터농장팀’ - 고객이 어떤 경로로 들아와 주문을 하는지 부터 수요 예측과 판매 예측, 주문 처리와 배송 과정 관리 및 VOC 분석까지 전체적인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터 역시 잘 심고 잘 가꾸어 이를 필요로 하는 팀에 좋은 열매로 보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빅데이터팀 등의 이름 대신 이렇게 부른다.* 업계 최초의 ’무모한 도전‘ 새벽배송 - 저자는 새벽배송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은 스타트업 마켓컬리였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물류센터의 처리 용량과 가용인력의 한계, 그리고 거기에 투입될 엄청난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특히 풀 콜드체인은 이전까지 대규모 유통업체에서도 완벽하게 구축한 것이 없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지금도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만 시행중이다. 저자는 고객 접점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고객의 마지막 경험을 총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실험 ’올 페이퍼 챌린지‘ - 마켓컬리는 배송의 핵심을 파손 없이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포장만을 연구하는 별도 패키징팀이 있다. 이들은 1년을 10개가 넘는 절기(저온일반기 고온일반기 하절기 극하절기 열대야 동절기 아이스에이지 등)로 나누어 각각의 포장법을 연구했다. 하루 동안에도 발생할 온도별 시간별 다양한 상황을 가장해 포장재를 실험하고 업그레이드 했다. 특히 2019년 9월에는 모든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로 바꾸는 올 페이퍼 챌린지를 도입했다.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5개월 이내에 자연분해된다는 이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포장팀은 더 난관에 빠졌다, 이들은 지금도 상품별로 최적의 온도를 찾는다는 원칙 아래, 5000여 가지의 세부 기준을 매뉴얼로 쌓아놓고 상품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그에 맞는 온도를 찾기 위해 테스트를 계속한다.* 배송 전쟁터 물류센터 - 마켓컬리는 서울 장지동(냉장 상온센터)과 남양주 화도읍(냉동센터), 용인 죽전(상온센터)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020년에 김포물류센터를 오픈 할 예정이다. 물류 인력이 1000여 명이다. 장지동 물류센터의 경우 1500평에서 시작해 현재는 1만 평 이상의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자동화의 경우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아직은 인력에 많이 의존하는 형편이다. 김포물류센터에서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재량권이 충분히 주어지는 조직문화 - ‘일단 빨리 시도하고 안되면 바꾼다’. 초창기부터 마켓컬리에서는 ‘퀵하게’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결정은 선의로 내린다는 신뢰가 있기에, 누구든 빨리 책임지고 재량껏 결단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대표가 낸 의견에도 ’고객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슴없이 반론을 제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형식적인 절차인 ‘레드 테이프’가 많아지는 것을 이 기업은 참을 수 없어 한다.* 열정을 부르는 마켓컬리의 4가지 조직문화 원칙- 첫째,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핵심에 집중한다. 레드 테이프가 많아지면 어느덧 업무의 본질은 뒷전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 수시로 팀을 만들고 언제든 협업한다. 수시로 TF를 결성해 부서간 시너지를 만들려 한다. 셋째, 직급은 없고 존중만 있다. 이곳에서는 이름 뒤에 ‘님’자만 붙인다. 지금은 조직이 커져 시니어 리더, 리더, 매니저, 스태프라는 직책 구분이 생겼지만 수평적 조직문화는 유지하고 있다. 임원급 리더들도 자기 방이 따로 없다. 넷째, 타운 홀에 모여 함께 시너지를 만든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직원이 모여 사내 주요 이슈를 공유한다. 커피챗 같은 직원 간 소모임도 장려한다.* 마켓컬리의 4가지 인재상 - 첫째,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해낼 사람이 필요하다. 둘째, 퀄리티에 대한 집요함이다. 세번째는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자세, 마지막으로 배려를 기반으로 한 협업이다.* 네일 아트도 않는 창업자 김슬아 대표 - 김 대표는 맨 손톱을 보여주며 매니큐어를 건조시키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을 참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켓컬리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세마트랜스일크인베스트먼트 박희덕 배표는 김슬아 대표에 대해 “차가운 냉철함과 뜨거운 실행력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미덕을 함께 갖춘 드문 인재”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이를 ‘컬리정신’이라고 불렀다. 진정성 있는 실행력과 쉼 없는 트랜드 대응, 점진적인 학습역량이 마켓컬리의 성장을 가져다 준 요인이라면서 김 대표의 열정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7-04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잃어버린 얼굴 닮은 ‘달항아리’…‘나’에서 시작하는 역사의 아름다움

“달항아리의 매력은 사람을 닮았다는 거예요. 사발 두 개를 연결해서 만드는 형태라 좌우대칭이 정확하지 않죠. 겉 표면은 매끄럽지도, 티끌 하나 없지도 않아요. 불완전한 듯 완전해 보이는 순백, 아름다움의 느낌이랄까요.”조영지 작가는 자신의 첫 출간한 그림책 제목과도 같은 ‘달항아리’에 대해 “사람을, 특히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고귀하게 쓰이라고 태어나 모진 풍파에 상처 입고 닳아 그 가치를 더한 달항아리, 겨울을 이겨내고 단단한 껍질을 깨고 새하얗게 꽃을 피우는 목련은 그렇게 사람을 닮았다.“펑퍼짐한 치마를 입은 할머니를, 새 하얀 저고리를 입은 할아버지를 닮은 느낌이에요. 새 하얀 표면의 얼룩, 상처들이 마치 엄엄한 역사를 지내온 할머니를 닮아서 더 아름답고 친근하게 느껴져요.”달항아리 | 조영지 지음(사진제공=다림)그림책 ‘달항아리’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6.25, 이념전쟁 등으로 치닫던 시대를 관통한 억척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책이다. 화자(話者)는 달항아리다. 억척네가 일본인 지주 집의 식모로 일하다 만난 달항아리는 해방일에 일본인 지주가 허겁지겁 도망을 가던 가운데 버려진 것으로 억척네가 “품어들었다.”목련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올리기도 했던 달항아리에는 감자와 쌀로 채워져 산에 묻혔고 총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북한군들, 미군과 경찰들 등에 의해 비어갔다.“달항아리는 억척네가 일본인 지주 집에서 일하면서 귀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미래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 걸 알았죠. 전쟁 때 그 달항아리 만큼 귀한 식량을 담아 산에 숨겨요. 감자랑 쌀은 아이들과 억척네의 목숨인 거죠. 국군, 미군, 북한군에 의해 그 목숨이 줄어들고 결국 비어가는 달항아리에 비유해 할머니의 고통을 상징화했죠.”계속되는 총성과 이별, 달항아리가 전하는 억척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살아낸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다. 이는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조영지 작가 조부모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다.“전쟁, 국가형성 초기 등에 많았던 민간인 학살에서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그때 두 분이 자식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자식을 남기고 가는 마음은 또 얼마나 안타까웠을까…그렇게 지키고 싶은 자손들이 달항아리처럼 모진 세월을 견디고 잘 살아 남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의 개인사지만 우리 역사 속 흔한 이야기죠. 지역이나 구체적인 사건 등을 넣지 않았는데 보편성을 가지기를 바랐고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이는 억척네의 얼굴이 한번도 드러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조 작가는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연좌제가 있어서 돌아가시고 나서 증조할아버지께서 모든 사진을 불태우셨기 때문”이고 전했다.‘달항아리’의 조영지 작가(사진=조영지 작가 본인 제공)“저는 흔적이 지워진 사람들의 자손이에요. 기억하지만 얼굴은 모른 채여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죠. 더불어 전쟁의 주체, 학살의 주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다고.”책은 봉우리로 시작해 활짝 핀 목련으로 마무리된다. 조 작가는 “목련은 겨울을 보내고 피는 꽃”이라며 “겨울눈이라는 게 있어서 단단하다. 솜털이 있는 표면으로 겨울을 나고 꽃을 피워낸다”고 설명했다. 때 타지 않은 흰색의 달항아리의 처음처럼 눈부신 꽃을 피우지만 이내 시들고 상처로 얼룩진다.“목련이 필 때는 다들 눈 같고 아름답다고 하면서 지는 모습에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면 짠하고…시든 목련 꽃을 모으기도 했어요. 겨울을 이겨내는 단단함을 가진 꽃이고 형태 자체도 달항아리를 닮았죠. 목련은 굉장히 단단하고 아름답고 화사하며 고귀해보이죠. 달항아리도 왕실의 금사리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고귀한 존재예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아름답고 고귀하게 태어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로 더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죠. 아름다운 목련으로 가득 채운 달항아리처럼요.”이에 조 작가는 달항아리를 투명하게 표현해 “달 같은 은은함을”, “귀하게 쓰라고 고급스럽게 만들었지만 모진 풍파에 생겨난 표면의 상처, 얼룩처럼 사연 많고 상처 많은 사람을” 투영했다. 조영지 작가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전하기도 했다.달항아리 | 조영지 지음(사진제공=다림)“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시간 순으로 무조건 외우곤 하죠. 하지만 역사는 우리 삶에 녹아 있어요. 역사를 이념전쟁, 거시적 사건의 배열로만 구성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경험, 잊혀진 사람들 개개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삶이 역사거든요. 우리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 역사를 이분들의 얼굴, 복장, 언어 등으로 남겨주고 싶었어요.”일제강점기부터 국가형성 초기까지를 다룬 ‘달항아리’는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역사가 아이들만 공부해야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교류’ ‘소통’의 시작점이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서로에게 말을 걸고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내는 데 그림책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이 작가는 왜 달항아리를 투명하게 그렸을까, 왜 목련일까, 달항아리는 누가 썼던 물건인가, 전쟁 때는 어떻게 살았나 등 얼마든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가 뻗어갈 수 있거든요. ‘달항아리’가 그런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이어 조영지 작가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처럼 주변에서 시작해 친근해지고 다가가갈 수 있는 역사, 교과서나 미디어가 아닌 ‘나에서 시작하는 역사’가 중요하다”며 “어르신들에게는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이겨내지 못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서로 돕고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배웠어요. 생각보다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상처는 힘들죠. 잘 아물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상처로 더 아름다워지는 달항아리, 목련처럼 우리는 더 단단해질 거예요. 코로나19도 그렇게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30 17: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이제까지 몇 권의 역사서를 썼으며, 틈날 때마다 가족 자녀들과 역사 기행을 떠나고 이를 글로 전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갈 만한 여행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토리를 알면 그만큼 그 곳의 가치를 이해하고 흥미가 더해진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책은 지역별로 나눠 가볼 만한 역사적 장소들을 소개한다. 주말이나 여름 휴가철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올 만한 곳들이, 그곳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 일독을 권한다. * 4대 관음조장 중 한 곳 ‘옥천암’ - 옥천암(玉泉庵)은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사찰이다. 옥처럼 깨끗한 물(홍제천) 옆에 있는 사찰이라고 해서 이렇게 이름 지어 졌다.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 중의 한 곳이지만, 외진 곳에 위치해서인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곳의 흰색 관음보살 백불(白佛)은 보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옆에서 보면 안쪽으로 휜 것처럼 보여 이채롭다. 이 백불에는 특이하게도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모가 씌여져 있다. 조선이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한 ‘억불숭유’의 나라였던 만큼, 왕의 권위를 높이고자 했던 취지로 이해된다.* 나라와 백성의 모든 것 ‘종묘사직’ - 조선은 효(孝)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성리학’의 나라였다. 왕들이 선왕의 영혼을 담은 신주를 모셔놓고 정성껏 제사를 올린 곳이 종묘였다. 종묘는 왕들의 영혼을 모시던 곳이라, 살아있는 생명체를 두지 않았다. 심지어 ‘지당’이라는 작은 연못에 물고기 조차 놓지 않았다. 조선조에는 효 못지않게, 백성을 위한 농업진흥도 중요했다. 그래서 하늘에 제를 올려야 했지만, 당시엔 중국 황제만이 천제를 올릴 수 있었다. 조선의 왕들은 어쩔 수 없이 농사에 영향을 주는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려야 했고, 그 장소가 바로 사직단이었다. 종묘사직이란, 선왕의 유지를 받들어 나라와 백성을 위한 현명한 통지를 하라는 시대적 주문이었다.* 조선 선조의 유일한 치적은 종묘 지키기? - 임진왜란 때 왜구에 의해 종묘가 불탔다. 당시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가면서도 종묘에 있던 ‘신주’만은 잊지 않고 챙겼다. 그리고 왜란이 끝난 후 종묘를 다시 중건했다. 덕분에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다. 왕위 계승이 계속 되면서 후대 왕들도 지속적으로 종묘 증축에 나섰다. 현재는 19칸에 좌우 2칸의 혐실과 동서로 5칸의 월랑을 둔, 길이 101m의 세계 최장 길이의 단일 목조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처소였던 ‘운현궁’ - 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개인 사저였다. 당시 크기가 무려 9600평에 이르렀을 정도여서 그의 막강한 권세를 짐작케 한다. 안동 김씨의 멸시와 박해를 이겨내고 아들(고종)을 왕위에 올린 그는 이곳에서 서원 철폐, 호포제(군역의무) 실시 등 양반의 특권을 없애는 개혁을 추진했다. 광복 후 미 군정은 운현궁을 사유재산으로 판단해 그의 아들인 이청에게 돌려 주었다. 하지만 6.25 등을 거치며 관리가 부실해지면서 1991년 서울시에 인수될 당시에는 2148평으로 대폭 줄었다. 일부는 팔려 고층 빌딩이 들어섰고, 일부는 덕성여대 캠퍼스로 쓰이고 있다.* ‘백정교회’ 숭동교회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숭동교회는 미국 북장로회 소속 선교사 사무엘 무어가 1893년에 설립했다. 당시 백정이던 박성춘과 그의 자녀들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양반 출신의 신도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어 목사가 “백정도 하나님의 자녀”라며 감싸자 양반 신도들이 홍문수골교회를 새로 세워 나가면서 ‘백정 교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두 교회는 1905년에 다시 합쳐진다. 특히 박성춘의 아들 박봉출은 훗날 의사가 되어 독립운동에도 나서는 등 이 교회는 3.1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 ‘경교장’ - 서울 강북삼성병원 내에 위치한 경교장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금광개발로 큰 돈을 번 친일파 최창학의 집이었다. 당시엔 ‘죽첨장’이라고 불렸다. 그는 해방이 되자 신병에 불안을 느끼고는 이 집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에 내주었다. 김구 선생은 자신은 혜화동 지인의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이곳은 임시정부와 한국독립당의 청사로 쓰게 했다. 김구 선생이 이곳에서 안두희의 총탄에 서거한 후에는 원래 주인인 최창학에게 반환되었다가 대만 대사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정부는 경교장을 대한민국 사적으로 등록시켰고, 2009년 8월 복원 결정 이후 2013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술집요정에서 백석의 기림터가 된 ‘길상사’ -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길상사는 원래 ‘전국 3대 요정’으로 일컬어지던 대원각이었다. 그 소유주가 일찌기 남편과 사별하고 기생이 되었던 김영한이다. 그녀는 당시 시인이자 영어교사였던 백석과 깊은 사랑에 빠졌지만, 6.25 전쟁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다. 백석을 평생 그리워하던 그녀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큰 울림을 듣고는 1987년에 7000평 대지에 당시 1000억원이 넘는 대원각을 스님에게 시주하겠다고 밝혔다. 법정스님이 이를 정중히 거절하자, 10년 동안 대원각을 시주로 받아줄 것을 부탁했고 결국 1997년에 대원각은 길상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김영한은 창작과 비평사에 2억원을 기증해 백석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평생 백석을 그리며 살다 1999년에 세상을 떴다.* 전설의 용문사 은행나무 -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위치한 용산사 입구에는 높이 42m의 은행나무가 서 있다.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다. 조선 세종은 이 나무에 종3품에 해당하는 당상직첩을 하사해 신목(神木)으로 귀하게 대접했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열매를 떨궈온 용문사 은행나무를 경기도와 강원도에 분포하는 수많은 은행나무의 뿌리이자 어머니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조선조 왕릉 조성의 엄격한 원칙 - 조선시대에는 왕릉을 조성하는데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왕이 왕릉을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국대전에도 ‘한양 사대문 10리 밖 100리 안에 왕궁을 두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 규칙을 무시한 왕릉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 여주의 영릉과 강원도 영월의 장릉이다. 북한의 개성에도 정종과 왕후를 모신 후릉, 태조의 정비 신의왕후가 있는 제릉이 있다. 경기도 파주에도 2개의 왕릉이 있다. 인조가 묻힌 장릉, 진종으로 추존된 효장세자가 있는 삼릉 두 곳이다.* 왕들의 장인’ 한명회와 삼릉 - 한명회는 자신의 권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큰 딸을 세종의 사위인 영천부원군의 며느리로, 둘째는 신숙주의 며느리로 들였다. 세조의 첫째 아들인 의경세자가 요절하자, 그는 더 큰 꿈을 품고 셋째 딸을 훗날 예종이 되는 세조의 둘째에게 시집 보내 장순왕후로 만들었다. 하지만 모자 모두 산후병과 질병으로 곧 세상을 떠나 한명회의 뜻은 좌절된다. 그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넷째 딸을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인 잘산군(훗날 성종)에게 또 시집 보낸다. 공혜왕후도 19세에 요절하면서 한명회의 권력은 시들해진다. 예종과 성종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그지만, 폐비 윤씨의 죽음으로 벌어진 갑자사회로 인해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파주 삼릉은 공릉(장순왕후) 순릉(공혜왕후) 영릉(효장세자와 효순왕후)가 모은 곳이다.* 숙종의 여인들, 그리고 장희빈 - 숙종은 인경왕후, 인현왕후, 인원왕후 등 3명의 왕후에 희빈 장씨와 숙빈 최씨 등을 두었다. 숙종은 처음 두 왕후를 아낀 탓인지 자신과 인현왕후, 인원왕후의 능을 같은 곳에 만들라고 했고 이곳이 명릉이다. 이 가운데 인원왕후는 서얼 출신인 영조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인물이다. 숙종의 유일한 원자를 낳았음에도 사약을 받고 죽은 장희빈의 무덤인 ‘대빈묘’는 죽어서 두번이나 이장되었다가 서오릉으로 옮겨졌다. 후궁의 묘 앞에 ‘원’이라고 쓰는 것과 달리 ‘묘’라고 이름 붙여져 격도 낮아졌다.* 끈임없이 박해당한 추사 김정희 - 김정희의 일생을 둘러보려면 세 곳만 가보면 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예산의 추사고택, 9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제주도 유배지, 그리고 마지막 여생을 마무리했던 과천의 ‘과지초당’이다. 김정희는 중국 북경에서 배운 금석학으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를 밝혀내는 등 탁월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안동 김씨에 의해 무수히 유배를 당했다. 마지막으로 65세 때 함경도 북청으로 1년 동안 유배를 다녀온 후, 그는 아버지 김노경이 지은 별서였던 과천의 과지초당으로 옮겨 4년 동안 세상을 만들 인재를 육성하며 세월을 보내다 1856년 이곳에서 71세로 생을 마감했다.* 하륜과 조준의 ‘하조대’ - 동해 바다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강원도 양양의 하조대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말년에 들러 남은 삶을 정리했다고 해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천하의 권력자들이 머물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장소라는 의미다. 이것 무인등대는 동해 일출 장관의 담는 사진 코스로도 유명하다.* 단종이 마지막으로 머문 ‘청령포’ - 비운의 왕 단종이 유배되었다가 죽은 청령포는 강원도 영월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인데다 바다의 섬과 같은 지형을 갖춰 세간의 이목이 차단된, 자연이 만든 천혜의 감옥‘이었다. 남한강 상류의 한 지류인 서강이 3면을 에워싸고 흐르며, 남쪽은 층암절벽으로 이뤄져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는 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종은 숙종 때 단종이라는 모효를 부여받고 왕으로 추존되었다. 영조는 즉위 2년에 청령포에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금표비‘를 세워 단종이 머물렀던 청령포의 격을 높여 주었다.* 당나라 소정방의 탑으로 오해받았던 정림사지 석탑 - 백제 석탑 가운데 현재까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정림사지 오층석탑 뿐이다. 국보로 지정된 이 석탑은 오래전부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쌓아올린 ’평제탑‘으로 불려왔다. 소정방이 이 탑의 1층 탑신 사면에 백제를 평정했음을 자랑하는 ’평제기공문‘을 새겨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인 후지사와 가즈오가 1942녀 부여를 방문했다가 이곳에서 태평팔년무진정림사대장당초’라고 적힌 기와를 발견해 고려 현종 때 이미 이 절이 정림사로 불렸음을 확인한 후 석탑에 대한 곡해도 풀렸다. 정림사지 오층탑은 목탑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석탑으로 꼭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춰, 한반도 탑 건축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안동 김씨도 건드리지 못했던 송시열의 ‘화양서원’ - 충북 괴산을 대표하는 관관명소인 화양구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화양서원이 보인다. 이곳은 조선 중기 최대 세력가였던 우암 송시열을 모신 서원이다. 송시열은 사약을 먹고 죽었으나 숙종 때 복원된 이후 그를 삼기는 서원이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당시 송시열을 제향하는 서원 중에 임금이 직접 이름이 지어 내려준 사액 서원만 37곳에 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화양서원은 그 중에 최고의 힘을 가진 곳이었다. 강원도와 삼남에 많은 토지를 소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사를 지낼 때 마다 ‘화양묵패’라는 공문서를 전국에 돌려 제사에 필요한 물품과 경비를 올리도록 강제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사형까지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진천농다리’ - 충북 진천은 김유신이 태어난 곳이다. 이곳에 있는 진천농다리는 1000년 동안 유지되어 온 돌다리로 유명하다, 돌을 반듯이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돌을 이어 만들었다. 다리 길이가 94m에 이른다.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이 고구려로부터 낭비성을 되찾은 것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고려시대 임연 장군이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라를 빼앗긴 1910년,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6.25 등 나라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다리가 크게 운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단재 신채호를 있게 한 부인 박자혜 - 신채호는 일제 식민사학에 맞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애국자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1978년이 되어서야 충북 청주시에 선생의 묘소와 기념관이 건립되었다. 묘소 밑에 책을 읽는 신채호 선생 동상 옆에 묵묵히 서 있는 동상 하나의 주인공이 부인 박자혜 여사다. 그녀는 독립군을 치료하는 군의관이 되려 북경으로 갔다가 신채호를 만나 그의 인물됨과 독립을 위한 큰 뜻에 감명받아 결혼에 이르게 된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의열단이 거사를 위해 국내로 들어올 때마다 숙식을 제공하며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다. 신채호 선생이 여순감독에서 1936년 사망하자 그녀도 시름시름 앓다 삶을 마감했다.* 인도승려가 창건한 화엄종의 본산 ‘화엄사’ - 전남 구례에 위치한 화엄사는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544년(백제 성왕 22년)에 창건해 한 때 3000여명의 승려가 거주했던 대형 사찰이다. 화엄종은 불교 종파 가운데서도 왕과 자배층이 가진 권력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었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즉 하나인 것이 모두요, 모두가 하나라는 입장이었다. 왕이 곧 국가요, 국가는 왕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호국불교’였다. 자장대사와 의상대사, 원효대사 등 화엄종 대가들은 중국 불교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않고, 우리 정서와 문화를 반영해 한국 불교를 만들어 냈다. 임진왜란 때 승려들은 당연히 의병 활동을 했고, 그 이유로 왜군에 의해 화엄사는 폐허가 되었다. 훗날 벽암대사가 조선 인조 때 중건했다.* 대한민국의 ‘삼보사찰’ 통도사·해인사·송광사 - 불교에서 귀하게 여기는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를 가리켜 삼보(三寶)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삼보를 대표하는 사찰이 있다. 불보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의미하며 통도사를 일컫는다. 법보는 부처님의 진리가 담긴 말씀인데, 팔만대장경을 보관 중인 합천 해인사가 법보를 상징한다. 승보는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스님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순천 송광사다. 이들 세 사찰을 우리나라 삼보사찰이라고 부른다.* 조계종의 본산 ‘송광사’ - 송광사는 전남 순천에 있다. 고려조에 지눌 대사는 당시 사채놀이와 노비를 활용한 수공업으로 막대한 부를 올리는 불교계를 혁신하기 위해 송광사에 내려와 새로운 신앙결사운동을 펼쳤다. 불교의 쇄신을 위해 자정 운동을 펼친 그는 마침내 이곳에서 선종과 교종을 통합한 조계종을 개창해 대한민국 대표 종파로 자리매김 하게 했다. 송광사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늘 짚고 더니던 지팡이를 꽂아두었다는 고향수가 있다. 지눌이 열반에 들자 따라 죽었는데 현재까지도 썩지 않고 800년 가까이 앙상한 기둥처럼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송광사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았는지는, 4000명을 먹일 수 있는 쌀 7가마분의 밥을 담는 ‘비사리구시’가 증명해 준다.* 조선왕조실록을 끝까지 지킨 전주사고 - 조선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서울의 춘추관 외에 충주 전주 상주 3곳에 문고를 보관하는 건물인 사고를 세웠다. 임진왜란으로 모두 도망가기 바빴던 시기에 종9품의 하급관리 참봉 오희길이 인근에 덕망있던 손홍록에게 전주사고의 책들을 지켜달라고 부탁해 내장산의 은봉암으로 힘겹게 숨겼다. 충남 금산의 조헌과 의병들이 왜군을 막아준 덕분에 전주사고의 책들은 내장산에서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었다. 나중에 전주사고본을 토대로 5개 실록을 새로이 만들어 강화도와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 춘추관 등 전국 5곳에 보관된다. 현재 복원된 전주서고는 1층 없이 2층에 책을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진본은 서울대학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 1909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가 창건한 동국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다. 대웅전부터 다르다. 일제는 당시 불교를 이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려 했으나, 실상은 한국 불교 교단을 장악해 식민 통지의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 1911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사찰령을 내려, 사찰의 병합과 이전 등에 모두 총독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주지 임명권도 총독부가 가져갔다. 당시 동국사는 부처님을 모시던 경건한 사찰이라기 보다는 일본인들이 사치와 향락을 즐기던 타락한 장소였다. 지금은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의 고창 선운사 말사로 운영되고 있다.* 후손을 번창시킨 금관가야 김수로왕 - 진흥왕이 이끄는 신라군에 멸망한 대가야와 달리 금관가야는 왕족들이 스스로 나라를 갖다 바쳐 신라 지배층으로 편입되었다. 김수로왕이 세운 금관가야는 42년에 건국해 432년에 패망할 때까지 다른 어떤 가문보다 많은 자손을 남겼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인주 이씨가 모두 김수로왕의 후손이다. 이 세 성씨가 현재 4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경북 영주 - 영주는 불교와 유교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통일신라에서 고려까지 불교계에 큰 영향을 미친 화엄종의 본산인 부석사가 봉황산에 있다. 그 아래에는 퇴계 이황의 건의로 최초의 사액서원이 된 ‘소수서원’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처음 들여온 ‘안향’이 태어난 풍기가 있다. 이 가운데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화엄 사상을 전파할 최적지로 택한 것으로 유명한다.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의 중심지 ‘무섬마을’ - 영주에 위치한 무섬마을은 자연이 수만 년에 걸쳐 만든 오지의 섬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150m 길이에 폭 30cm의 얕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람의 왕래가 어려운 이곳에서 김화진이라는 사람이 일제 때인 1928년에 ‘아도서숙’이라는 교육기관을 세워, 일제의 눈을 피해 애국심을 고취하는 교육을 펼쳤다. 덕분에 광복 이후 무섬마을에서 독립운동가 5명이 서훈을 받았다.* 제주의 몰락을 지켜본 ‘도두봉’ -제주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 ’제주시 숨은 비경 31‘에 속하는 도두봉이 있다. 해발고도 63m에 불과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이 무척 아름답다. 제주도를 오랫동안 통치했던 탐라국의 수도였던 현재의 도두동을 이곳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주변국과 싸우지 않고 지내기 위해 친선 사절단을 보낼 때마다 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기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원시숲을 그대로 보존한 ‘제주 비자림’ - 비자림은 제주 구좌읍에 조성된 비자나무 군락지다. 나무 잎이 한자 비(非)자와 닮았다 해서 비자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비자나무는 예로부터 목재 상품성이 높아 국가 토목공사에 반드시 쓰였고,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큰 자랑거리였다고 한다. 열매는 구충제나 변비 치료제로 특효가 있고, 씨에서 짠 기름은 고급 식재료로 쓰이는 등 버릴 것이 없는 제주의 보물이었다. 때문에 조선 후기에는 외지의 수탈품목 1위 품목이었다. 비자림은 45만 제곱미터에 500~800년생 나무들이 2800여 그루에 이른다. 세계에서 단일 수종으로는 가장 큰 숲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옥황상제의 연못 ‘천제연’ - 천제연은 예부터 옥황상제를 머시는 7명의 선녀가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내려오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그래서 옥황상제의 연못이라는 의미로 천제연이라고 불렸다. 천제연폭포는 제주도 화산 지형을 잘 보여주면서 다양한 전설이 내려로는 유명 장소이자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위령비가 세워진 곳이다. 제1폭포부터 제3폭포까지 3개의 폭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1폭포만 보고 내려간다고 한다. 일제 시대에는 우리 전통과 문화를 파괴하려 이곳 인근에 소와 돼지를 잡는 도살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일제가 군사기지로 건설하려 했던 ‘성산 일출봉’ - 성산 일출봉은 5000년 전 바닷속에서 화산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다. 바다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부딪히면서 형성된 ‘수성화산’이다. 분화구 위 99개의 봉우리가 성(城)처럼 보인다고 해 ‘성산(城山)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천혜의 광광지지만 일제 때는 해안 절벽에 24개의 인공 동굴을 만들어 태평양 전쟁의 해양 기지로 활용하려 했다고 한다. 지금도 광치기해변에서 일출봉을 바라보면 인공 동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30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거대한 분기점> 폴 크루그먼 외

일본의 국제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大野和基)가 폴 크루그먼, 토머스 프리드먼 등 8명의 글로벌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AI(인공지능)으로 인해 미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테크놀로지가 가져 올 인류의 미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무너져 내리는 중산층을 일으켜 세울 방법은 없는가, 기본소득 도입은 인류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등 인류의 미래를 둘러싼 예민한 이슈와 그에 따른 찬반 논란 등 독특한 시각을 가진 석학들의 의견이 망라되었다. 저자들은 궁극적으로 큰 전환점에 직면한 우리 인류가 과연 미래를 향해 진보해 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로 후퇴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에 관해 해답을 찾고 있다. * 자본주의는 ‘최악 중 최선’ -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오노 가즈모토는 “자본주의는 아직 그 보다 훨씬 뛰어난 시스템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스템 중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현재로선 자본주의의 ‘종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단점은 스스로 비판받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인용해 “자본주의는 비판 조차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기 변화를 이끌어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며 자본주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 “AI로 인한 대량실업은 없다” -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로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테크놀로지의 변화로 배제되는 사람은 항상 있어 왔다”면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시대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단언한다. 인공지능이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도 현실 상황과 괴리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인공지능에 일을 빼앗긴 탓이라는 것도 오해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격차’의 문제 때문에 그런 전망들이 나오지만, ‘최저임금 보장’과 ‘제대로 된 재분배’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보편적 기본 소득에 반대 - 폴 크루그먼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뜻을 표했다. 누구나 생활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추가 급여를 제공하는 선별적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불안한 일본 경제 - 폴 크루그먼은 일본이 완전 고용 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마이너스 금리 덕분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지금 인플레율을 높여야 하므로 경기확장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아베 정부의 소비세 증세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아베 정부는 인플레율이 2%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세를 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다른 노동인구 감소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민자를 지금처럼 배척해선 안된다고 비판한다.* 무역전쟁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 -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그는 “이것은 국가적인 문제 라기 보다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개인의 행위로 발생한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은 무역전쟁을 싫어한다면서 “트럼프의 머릿속은 망가진 가구가 뒤죽박죽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다락방과 같다”고 혹평했다.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트럼프는 무역전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농업 지역의 표심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프리드만 “세계는 더욱 평평하고 빠르고 스마트해 진다” - 저자는 2005년에 세계는 평평하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썼다. 그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고, 더 다양한 방법과 긴 기간, 더 많은 장소에서 이어지고 협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평평함’에서 ‘빠름’으로 이행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5G)과 IoT의 발달로 모든 것에 지성이 깃들고 있다면서 “세계는 이제 단순히 평평할 뿐만아니라 빠르면서도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평생학습자(Lifelong learning) 능력이 중요 -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평생학습자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IT는 사람들의 육체노동과 사무업무를 대신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며, 고수입을 창출하는 새로운 일이란 고도의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수입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평균의 시대가 끝난 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지금은 무역관계의 균형을 되돌려야 할 때 - 중국이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호혜적이지 않은 무역협정, 강제 기술이전이라는 상투적인 전략을 계속 쓰게 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금이야말로 무역 관계의 균형을 되돌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중국이 미국시장에 가진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권한을, 일본이나 미국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갖게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그들의 클라우드 서버를 가질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에서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평한 경쟁무대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맥도널드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저서에서 그는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와 나라 사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맥도널드란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제재를 의미한다. NATO의 세르비아 침공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몇 번의 예외는 있었지만 98% 이상 정확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러시아의 경우 크림반도를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점령하지 않은 것도 맥도널드 이론이 무서워서 였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된 것(올리브)들이 세계화와 교차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 이런 사고방식이 냉전 이후의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고수익 ‘불시트 잡스’가 문제” - 영국 런던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그는 ‘우리는 99%다’라는 월가 운동의 이론적 지도자다. 그가 말하는 ‘불시트 잡스(Bullshit Jobs)’란 ‘아무래도 좋은 헛된 일’이다. 그는 현재 사무직 업무의 대부분은 의미 없는 헛된 일들이며,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여러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아끼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효율화로 남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 하면 바로 불필요한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결과적으로 불시트 잡스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불시트 잡스의 5가지 유형 - 첫째는 하인형이다. 타인을 “훌륭하다”고 치켜세워주는 존재들로, 안내원이나 비서가 해당된다. 둘째는 폭력배형이다.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직업이다. 사내 변호사나 전화 영업, 로비스트, 광고나 홍보업무 종사자 등이다. 셋째는 이삭줍기형이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직업이다. 사과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많은 일이 해당된다. 넷째는 관료형이다. 실제로는 하지 않는 업무를 마치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일로, 은행의 준법관리 부서 등이다. 다섯째는 중간 관리형이다. 이들은 대부분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산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중간 관리자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케어링 레이버’냐 ’케어 기빙‘이냐 - ‘케어링 레이버(Caring Labor)이란 남을 돌보는 노동이다. 대가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잦지만 노동자 계급이 담당하는 일의 커다란 구성요소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인내심이 필요한데, 이 분야는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 불시트 잡스가 한층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케어기빙(Caregiving)은 노동의 중요한 요소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노동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케어기빙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세들라체크 “자본주의의 진보를 믿어라”  - 채코의 경제학자인 그는 기성 경제학자들로부터 가장 소외받고 미움 받는 존재다. 그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 계산하면 답이 항상 틀린다며, 이것이 기존 경제학의 가장 큰 병이라고 말한다. 숫자나 수학에 중점을 둔 경제학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경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변하며, 특히 진보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가 변모해 커뮤니테리어니즘(Communitarianism,개인에 대한 공동체의 존재론적 우위를 주장하는 정치사상)이 된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다. 경제는 개인의 이익 추구에 맡기면 되고, 나머지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른 사람도 그곳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지금까지 사회가 불황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현실을 외면했다며 이 이론을 부정했다. 대신 그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음을 믿는다고 말했다.  * 경제학의 세가지 큰 병 - 첫째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 계산하다 틀리는 것, 두번째는 경제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지쳐 쓰러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인간이며, 이들은 성장이 경제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각국의 연금제도는 장기적으로 약 2%의 성장을 전제로 설계하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20년 동안 2%씩 성장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을 순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세 번째 병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을 얻고, 의지가 없는 사람은 적게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승자가 많은 부를 얻는 순수자본주의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진리가 쉽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경쟁에서 패했더라도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사회, 그런 자본주의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일러 코웬 “테크놀로지가 노동자 격차를 만든다” -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인 그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오래된 일자리를 없앤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술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 서비스 분야의 일 밖에 없는 위험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AI발생에서 가장 큰 위험이 바로 이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은 해결 안될 전쟁 -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무역 전쟁이라기 보다 미중간의 새로운 냉전이라고 말한다. 사이버 전쟁, 스파이, 지적 재산권, 섬이나 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무역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이 새로운 미중 냉전은 어느 한 쪽이 이기기도 지지도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전쟁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언가를 결정할 때의 태도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형편없다”고 혹평한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쫓아가는 개’ 같다고 말한다. 따라잡는다 해도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치 않은….* 뤼트허르 브레흐만 “기본소득과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한다” - 광고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저널리스트 플랫폼 ‘드 코레스폰던트(De Correspondent)의 창립 멤버다. 그는 기술 진보로 우리가 얻는 진정한 혜택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인생의 최대 과제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며,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 사람들이 고임금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그렇게 일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니 자녀에게 할애할 시간도 줄어든다고 경고한다.* 기본소득 도입 않으면 선진국 경제 파멸할 수도 -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도입할 재원이 없다고 말하고, 이를 도입하면 사람들이 게을러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반대로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으면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파멸할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토지 소유자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을 모든 사람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들어 “이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미래 교육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밥을 가르쳐야 - 그는 우리 미래에 발생할 가장 큰 과제는 ‘지루함’이라고 말한다. 자유시간이 많아지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좋을 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교육은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 십년 동안 아이들이 IQ는 훨씬 똑똑해졌는데(플린 효과 Flynn effect) 아이들의 창의성은 과거보다 훨씬 떨어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빅토어 마이어 쉰베르거 “데이터 자본주의가 불러올 미래를 준비하라” - 그는 ‘잊혀질 권리’를 제안한 사람 중 한명이다. 2018년 출간한 데이터 자본주의에서는 정보 매개체로서 가격과 화폐 가치의 몰락을 지적했다. 세계가 가격 중심 시장에서 데이터 중심 시장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Coordination)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발명품이라고 주장했다. * 데이터 납세제 도입해야 - 그는 “지금은 자본가, 즉 대부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소규모 자본가가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자본과 저축, 일해서 얻는 보상에서 손해를 본다면서, 아마존 같은 대기업의 힘의 원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납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는 제프 베조프가 아마존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수 천에 달하는 작은 스타트업들이 그 데이터를 사용해 한층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27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꼴찌’ 美 핵잠수함 1등으로 일으킨 리더십 ‘턴 어라운드’

(사진출처=게티이미지)리더십에 관한 책은 셀 수 없이 많다. 모두 성공하는 리더십에 대해 얘기하지만 독자에게 성공적으로 다가선 리더십 관련 책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보다 이상적인 리더에 대한 구태의연한 강의 위주의 저술이 많은 탓이다. 수많은 리더십 관련 책 사이에서 신간 ‘턴어라운드’는 다소 눈 여겨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미국 해군의 꼴찌 잠수함 산타페를 1등으로 만든 데이비드 마르케 함장의 리더십 기법을 실제 에피소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미국 해군, 그것도 잠수함이라는 낯선 소재도 흥미진진하다. 군대, 그것도 미국 해군이라면 리더십조차 정례화된 조직이다. 좁은 공간인 잠수함은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리더 1인의 역량으로 좌지우지되곤 한다. 대다수 해군의 리더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직접 체크하며 승조원들이 따르게 하지만 저자인 데이비드 마르케는 이러한 전통적인 리더-팔로워 방식에서 벗어나 승조원들을 또다른 리더로 대하는 ‘리더-리더 방식을 도입한다.‘턴어라운드|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 세종서적 | 1만 9000원 | 사진제공=세종서적이러한 방식은 마르케가 젊은 시절 핵잠수함인 선피시함에서 차석항해사로 복무 당시 함장이던 마크 팔레즈 중령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당시 정규 훈련 중 거대 상선을 확인한 마르케는 음파탐지기 책임자에게 “음파탐지기를 활성화하여 상선에 신호를 날려보면 어떨까”라고 농담을 했다. 실상 음파탐지기는 함장의 허락없이는 활성화할 수 없다. 지나가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팔레즈 중령은 마르케에게 “함장님, 훈련용으로 음파탐지기를 켜보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지시했다.이를 마르케가 그대로 따라하자 “그렇게 하도록”이라고 지시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에피소드는 마르케가 리더십의 권한과 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 사례가 전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또 다른 잠수함인 윌로저스함에서 권한 위임을 통해 승조원들에게 리더십을 체 험하게 하고 싶었지만 실패한다. 마르케는 권한위임 프로그램 도입의 당위성, 관리대상과 입장이 바뀌었을 때 관리대상의 심경, 리더의 전문적 역량과 조직의 성과가 밀접하게 결부된다는 세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은 마르케는 1999년 산타페함으로 발령받는다. 당초 마르케는 올림피아함이라는 잠수함에서 근무할 예정이라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갑자기 복무지가 변경돼 그 자신도 당황한다. 산타페함은 미국 해군에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표본같은 잠수함이다. 실제 부임해보니 승조원들의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처음 산타페함에서 만난 승조원들에게 하는 일을 묻자 “위에서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창의성보다는 상명하복 원칙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는 조직이었던 것이다.마르케는 부임하자마자 전 직원들의 면담을 시행한다. 면담과정에서 그는 ‘바꾸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바꾸어주었으면 하는 것’ ‘산타페함의 장점’ ‘자신이 함장이라면 하고 싶은 것’ ‘산타페함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 ‘자신의 업무에 방해요소’ ‘산타페함에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 ‘운영방식에 있어 좌절감을 느끼는 요소’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업무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챈다.마르케는 서서히 조직의 변화를 추구한다. 명령을 삼가고 장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했다. 장교들은 마르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충분하고 온전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계급 위의 지휘관처럼 행동하며 리더십을 습득했다. 서류철을 없애 주도성을 갖게 만들 행동원리를 심어줬다. 위에서 아래로 권한 위임을 통해 모든 계급이 기술적 지식에 정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마르케 함장의 리더십은 3C로 요약된다. 통제권을 내어주고(Control) 조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며(Competence) 목표가 명료(Clarity)해야 한다. 특히 권한위임이 가능하려면 두 개의 기둥인 역량과 명료성이 뒷받침돼야 한다.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핵잠수함은 복잡성과 위기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21세기 조직과 닮은 꼴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리더-팔로워 모델을 거부하고 세상이 새로운 리더십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리더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리더십 혁명을 통한 업무효율을 촉구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6-23 1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앳킨슨

저자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옥스포드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후 1990년부터 일본으로 들어가 일본 내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일본 문화재 보수 전문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일본을 속속 들이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초지일관 “지금대로 라면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빠진 일본이 미래를 찾으려면 저자는 크게 다음 세가지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생산성 향상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 높은 생산성과 고차원 자본주의를 시행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규모 확대를 촉구하는 통합촉진정책을 추진하라. 셋째,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라(우리처럼 급격한 인상은 안된다고 특별히 강조한다).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도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 미래는 없다? - 저자는 “당장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일본은 가까운 미래에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일본은 이미 선진국 가운데서도 2류로 평가받고 있으며, 잘못하면 등급이 더 낮아져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3류국으로 강등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 버리면 일본 경제의 앞날은 캄캄하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주문한다.* 아베 총리의 한계 - 아베 정권은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에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다. 저자는 이것이야 말로 미세조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잔재주의’의 전형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소비세의 대상이 되는 소비, 그리고 이를 증대하려면 소득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 지가 세수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단기 효과에 그칠 ‘아베노믹스’ -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대담한 양적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 차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당초 목표 2%에 도달하지 못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일본은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높아져 2020년 이후 피크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도래할 것이란 것이다.* 극단적인 일본의 인구 감소 -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향해 급강하 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격감에 기인한다. UN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2060년까지 인구가 2.5% 늘어나는 등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들이 평균 14.9% 늘어난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5.6%에 불과하다. 무려 32.1%에 이르는 일본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다.*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 디플레이션 압력 - IMF는 고령자의 비율과 수명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떨어트린다고 분석한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몇 배는 더 크다고 한다. 특히 22~44세까지의 인구 집단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재고도 좀처럼 줄지 않아 결국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따라서 일본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높아지는 디플레 압력 -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24세까지의 인구는 플러스 상관관계, 25세부터 54세까지는 마이너스 상관관계, 55~74세는 플러스의 상관관계, 75세 이상은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저출산 고령화도 디플레 요인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현재 인구 동향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최악의 조합’인 셈이다.* 기업의 생존경쟁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장 쉬운 전략은 가격을 낮추어 경쟁사의 체력을 고갈시켜 도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에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이것을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이익’이라고 한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 기업들이 보여온 움직임이다. 이것이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부추겨 왔다.* 노동분배율 저하와 낮은 최저임금도 큰 요인 - 비정규직 증가, 보너스 삭감, 야근 증가, 설비투자 감축 등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자행한 일본 기업들의 관행 탓에 노동분배율(생산된 소득 가운데 노동에 분배되는 임금이나 봉급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것이 디플레 압력으로 작용한다. 일본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최저임금도 낮다. 2017년 기준으로 구매력 평가 기준 최저임금은 6.50 달러에 그친다. 한국이 7.36달러이고, 산마리노 오스트레일리아 룩셈부르크 프랑스 독일 벨기에는 10달러가 넘는다.* ‘GDP 우선주의’를 버려라 - 일본은 GDP 총액을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 한다. 하지만 일본의 생산성은 세계 28위다. 이런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GDP 순위 3위라는 것은 인구 규모가 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하지만 일본은 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어, 인구 증가 요인에 의한 경제성장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향후 GDP 총액이나 GDP 성장률을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신 국민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 생산성 향상을 정책 목표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경제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차원 자본주의’에서 ‘고차원 자본주의’로 - 저자는 일본의 현 경제를 저부가가치·저소득의 ‘저차원 자본주의’라고 평가한다. 이런 경제체제에서 경영전략의 근본 철학은 ‘가격경쟁’이다. 비용을 낮추고 시장을 확대하며,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량생산이 주류다. 노동자에게는 반복되는 단순 작업을 위한 기술 습득이 요구될 뿐이다. 임금 수준도 낮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고차원 자본주의 경영전략의 근본 철학은 ‘가치 경쟁’이다. 가장 싼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만든다.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를 늘려 이를 분배하므로 노동자에게도 높은 비율로 분배된다. 더 좋은 것을 더 비싸게 취급한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에 저차원 자본주의를 취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고차원 자본주의로 가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급과잉 해결 위해서라도 수출 확대 절실 - 일본은 현재 수요의 진작보다는 공급과잉 해소가 시급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출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팔 수 없게 된 물건이나 서비스의 일부를 해외에 수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수출을 확대하려면, 고부가가치·고소득자본주의로의 대 변환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저자는 수출 증가가 일본의 최대 과제인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진국의 경우 수출 비율과 생산성 사이에 0.845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된다고 말한다. 수출 확대는 인구가 줄어 공급과잉이 되어 버린 설비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은 기업’이 너무 많은 일본 - 일본에 규모가 작은 기업이 너무 많다는 것은 일본의 낮은 생산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일본은 20인 미만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20.5%를 웃돈다. 30인 미만까지 포함하면 무려 29.9%에 이른다. 일본은 인재 평가 순위가 세계 4위다. 그런데 생산성 순위가 28위라는 것은 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소규모 기업에 생산가능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생산성이 낮아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소기업 편애 정책’ 재검토할 때 - 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좋다는 인구 증가 시대의 상식은, 인구 감소 시대에는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패더라임 대변환의 골든 타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숫자보다는 체질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와 수요가 줄어드는 이상,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직원을 확보할 수 없는 기업이 현재 존재하는 352만 개 기업 중 299만 개에 이른다며 ‘기업 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통합촉진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생산성 향상’을 국책과제로 선언하고. 기업통합 촉진 정책을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성 향상을 민간에만 맡겨선 안돼 - 저자는 일본이 세계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장 필요한 나라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맥킨지 보고서를 언급한다. 이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경영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질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각 기업에만 맡겨둘 순 없다고 말한다. 이제 선진국들도 국가 정책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추세라고 전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 - 선진국들이 이와 관련해 시행하는 경제정책이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최저임금과 생산성 사이에는 0.84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으로 저자는 큰 폭의 인구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니, 생산성 향상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NO!” - 저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6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 낮은 기업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둘째, 최저임금을 올리면 대상자 뿐만 아니라 그 위, 또 그 위 계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노동자들의 소비 잠재력을 높여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취직할 의욕이 생겨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섯째, 노동분배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여섯째가 생산성 향상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효과라고 강조한다. 물론 저자도 파트 타임 여성 노동자 등 특정 분야에서는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바람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 한 해 인상폭으로 최대 10% 이하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40대 인구 감소가 불러 올 ‘역풍’ - 일본 인구 동향을 보면 2015년까지 늘어나던 40대 인구가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았다. 세계적으로 40대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세대다. 저자는 이런 역풍이 일본의 낮은 생산성을 다시 압박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기술혁신에 기업가정신을 병행해야 - 일본은 지나치게 기술력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저자는 영국 정부가 만든 ‘생산성의 5가지 원동력’이라는 민간 의뢰 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정신, 노동자 1인의 물적자본 증강. 직원 교육에 의한 기술 향상, 기술혁신, 그리고 경쟁 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20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누구나 가능하기도, 아무나 할 수 없기도 한 ‘뜻밖의 연결’…‘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 | 팀 허슨 지음 | 강유리 옮김(사진제공=현대지성)재능 혹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생각이 단순한 재능이 아닌, 누구나 배우고 연습하고 발전시켜야할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책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출간됐다.저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생산적 사고 및 혁신 분야 컨설팅 기업인 씽크엑스 인텔렉추얼 캐피털의 창립 파트너 팀 허슨(Tim Hurson)이다.생각이 단순한 재능이 아닌, 누구나 배우고 연습하고 발전시켜야할 기술이라는 주장은 누구나 배우고 연습하고 발전시키면 더 나은, 탁월한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그래서 원제는 ‘Think Better’다. 책은 생산적 사고의 ‘배경’ ‘원칙’ ‘이론’ ‘실체’ 4개부에 생산성과 창의성, 혁신성을 끌어올리는 6단계 생각법을 제시한다.6단계 생각법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2장의 ‘원숭이 마음, 악어 뇌, 코끼리 사슬’이다. 누구나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발견하면 생산성과 창의성, 혁신성을 높일 수 있는 ‘뜻밖의 연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6단계 생각법의 기초이며 ‘더 나은 생각’의 출발점이다.생각을 바꾸는 일과 바꾸지 않아도 됨을 증명하는 일, 혁신과 안정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기도, 아무나 할 수 없기도 한 ‘생각’의 가치창출은 스스로의 몫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19 23:41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는 만큼 보이는 ‘가능성’…‘인공지능과 인간의 대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화 스마트 스피커가 그리는 AI 플랫폼의 미래 | 김지현 지음(사진제공=미래의창)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언택트’ ‘온라인’ ‘재택근무’ 등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업무 형태까지 변화를 맞았다.우리가 예상했던 미래가 성큼 다가서면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 중이기도 하다.신간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화’는 우리 생활로 성큼 파고 든 음성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스피커, 사물 인터넷 시대의 클라우드, 이들을 연결하는 AI 어시스턴트로 AI플랫폼에 대해 설명한다.저자인 김지현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스마트워크 전문가는 책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주류로 급부상한 언택트 비즈니스의 핵심인 AI 어시스턴트의 중요성과 가능성 그리고 AI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점전략 등을 아우른다.책은 ‘새로운 디바이스의 출현’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혁신’ ‘AI 플랫폼의 탄생’ ‘AI 플랫폼 전쟁의 시작’ ‘AI 플랫폼이 가져올 비즈니스 혁신’ ‘AI 플랫폼과 킬러앱’ ‘산업의 변화, 기업의 도전, 개인의 일’ 7개장에 변화된 삶과 비즈니스, 산업 생태계 그리고 그 혁신의 승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풀어낸다.아마존과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뿐 아니라 한국의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이 치르고 있는 AI 플랫폼 선점전쟁 현황, 그로 인한 삶과 산업의 변화 등이 통계, 지표, 그래프, 다이어그램 등으로 설명된다.책은 전문적이며 어려운 용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더 이상 적이 아닌 변화와 혁신의 동반자지만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가능성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19 23:2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사물’로 응축한 생애 ‘예술가와 사물들’

예술가와 사물들 | 장석주 지음(사진제공=교유서가)같은 사물이라도, 평범한 일상 속 물건들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쓰임은 달라진다.시인이자 비평가이며 에세이스트 장석주는 ‘사물’을 상상과 사유로 이끄는, 우정과 연대를 나누는 친구라고 주장한다.그 장석주의 신간 ‘예술가와 사물들’은 예술가들의 운명을 빚은 계기가 된 사물로 그들의 생애를 압축한 책이다.‘예술가의 수첩’ ‘시인의 편지’ ‘철학자의 가방’ ‘소설가의 모터사이클’ 4개 부로 구성된 책은 유명 예술가, 시인, 소설가, 철학자의 운명을 빚은 사물에 대해 다룬다.이응노부터 밥 딜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가, 시인, 철학자, 소설가들이 인연을 맺었던 사물들이 짝을 이룬다.에드워드 호퍼와 폴 발레리 평전, 헤밍웨이와 몰스킨 수첩, 무라카미 하루키와 LP판, 김훈과 자전거, 박완서와 호미, 폴오스터와 타자기, 프로이트와 담배, 이중섭과 은박지, 체 게바라와 녹색노트, 베토벤과 보청기, 전혜린과 검정 옷, 천경자와 뱀, 김환기와 달 항아리, 빈센트 반 고흐와 농부의 구두, 천상병과 유고시집 ‘새’, 아르튀르 랭보와 의족, 나혜석과 이혼고백장, 백석과 맥고모자, 알베르 카뮈와 흰 양말 한 다스, 이상의 백구두와 스틱, 윤동주와 백석시집, 빅토르 위고와 호밀 흑빵, 백남준과 텔레비전, 장국영과 손목시계, 피츠제럴드와 낡은 스웨터, 나운규와 담배, 존 스타인백과 연필….가벼운 읽을거리지만 ‘사물’을 계기로 평생의 심오한 예술세계를 일군 예술가들과 그 사물이 나눈 우정, 연대, 인연 등이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19 21:46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해리 포터와 자란 부모, 자녀와 함께 '아트북' 본다

지난 2001년 영화로 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가 판권을 사 8편의 대장정을 이어나갔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영국 외곽의 집. 사촌의 구박을 받으며 층계 밑에 살던 ‘해리 포터’의 국내 출판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 200여개국, 79개 언어로 번역돼 무려 5억부 이상이 팔려나간 J.K 롤링의 소설이다.영국에서 1997년 출간한 제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2개의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던 작품이다. 우여곡절 끝에 블룸스버리 출판사에서 1997년 6월 26일 출간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부의 기초 수급을 받으며 변변한 작업실도 없이 카페에서 글을 쓰던 싱글맘 J.K롤링은 이 작품으로 기사 작위를  받기에 이르렀다. 수입 면으로는 작위를 내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해리 포터’ 출간 23주년, 쌓아온 세월 만큼이나 독자들도 나이가 들었다. ‘해리 포터’를 넘어 무한확장 중인 J.K 롤링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로 독자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는 여러 편의 아트북으로 성인이 된 자녀까지 머글(Muggle, 마법 능력이 없는 사람)을 넘어 또 다른 마법사로 만들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해리 포터 지팡이 컬렉션 [ 양장 ] |모니크 피터슨 저/최지원 역 |2만2000원.(사진제공= 문학수첩)아트북들은 ‘해리 포터’에서 확장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것들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해리 포터 지팡이 컬렉션’부터 6월 26일 출간을 앞둔 ‘해리포터 무비 스크랩북 : 호그와트’까지 ‘해리 포터’ 세계관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아트북들을 소개한다.  ◇ 영화 속 지팡이에 대한 모든 것! 마법사는 지팡이를 가지며 비로소 온전해지고 자신의 힘을 확장한다. 주인의 성격과 의지를 담는 도구이자 분신인 지팡이는 J.K. 롤링의 세계에서 주인공들의 또 하나의 목소리이자 힘이다. 동시에 그 자체로도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가진다.모든 마법사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수백 개의 지팡이를 제작해야 했던 사연(?)들이 ‘해리 포터 지팡이 컬렉션’에 담겼다. 지팡이 제작자와 그 주인은 물론 지팡이의 능력과 각각이 간직한 흥미로운 일화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이 복잡하고 매혹적인 내용을 총망라한 사람은 모니크 피터슨. 영화, 방송, 온라인 미디어 등에서 활약 중인 제작자다. 책은 지팡이를 쥐고 휘두르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사진과 지팡이 제작자들의 코멘트, 촬영 중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 등으로 가득하다.◇ 일러스트로 재단장한 해리의 책장해리 포터 시리즈 호그와트 라이브러리 세트 신비한 동물 사전 + 퀴디치의 역사 +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J.K. 롤링 저/최인자 역 | 2만5500원(사진제공=문학수첩)8편의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이라는 기록을 남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참고도서도 파생돼 ‘해리 포터 시리즈 호그와트 라이브러리’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였다. 그 중 해리에게 전달된 호그와트 입학 편지에 적힌 신학기 책 중 하나인 ‘신비한 동물 사전’은 특별히 새로운 동물 6종과 가상의 저자 뉴트 스캐맨더의 개정판 서문을 새로 수록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지난 2016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으며 ‘해리 포터’ 세계관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해리 포터 시리즈 호그와트 라이브러리’ 중 ‘신비한 동물사전’은 총 5편으로 제작될 영화에 기초해 초판 도서에 삽입됐던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낙서를 삭제한 개정판이다. 더불어 저자 스캐맨더의 서문, 마법사 버전과 머글 버전을 구분하도록 하는 편집자의 메모 등을 추가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마법 세계를 상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호그와트 마법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출 도서로 알려진 ‘퀴디치의 역사’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룬 문자를 번역하고 덤블도어 교수의 유품 중 발견된 해설을 수록한 원고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도 해리 포터 팬들을 설레게 한다. J.K. 롤링은 이 3권의 판매 수익금을 자신이 설립한 자선단체 루모스와 코믹릴리프(에티오피아의 기근 해결을 돕기 위해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와 희극인 레니 헨리가 1985년에 세운 영국의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그와트의 기숙사가 궁금하다면?해리 포터 무비 스크랩북 : 호그와트 [ 양장 ] |조디 리벤슨 저/최지원 역 |1만8500원.(사진제공=문학수첩)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해리 포터’를 쓰면 연관검색어로 ‘기숙사’가 나온다.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9년 나온 ‘해리 포터 무비스크랩북 주문과 마법’은 해리가 마법 세계에 들어와 처음으로 시도한 주문부터 각 상황별 마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등장 인물들은 방 안을 치우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주기 위해 마법을 부린다. 때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기도 한다.‘해리 포터’가 출간된 지 꼭 23주년이 되는 날인 26일 베일을 벗는 ‘해리 포터 무비 스크랩북 : 호그와트’는 독자들을 영화와 책 안에 존재하는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이끈다.매년 신입생들이 그 가족들의 배웅을 받는 이곳에서 출발해 방을 배정 받고 수강과목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또 덕후들이 열광할 해리 포터 입학통지서, 호그와트 지도, 스크랩북 등이 들어 있어 소장욕구를 더한다. 특별활동인 덤블도어의 군대, 록하트의 결투 동아리 등에 대한 내용도 추가돼 ‘해리 포터’를 한편이라도 본 이들에겐 반가움을 더한다.지난해 블룸스버리 출판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로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명대사를 공모해 그 결과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해리 포터 팬들의 심금을 울린 대사 중에는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덤블도어 교수의 말이 포함돼 있다.“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단다, 해리.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지에 대해 더 많이 보여주지.”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로 당연한 일이 일상이 아니게 된 시대, 해리 포터의 세계는 이미 이 순간을 알고 있었던 듯 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6-16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데이터 프라이버시> 니혼게이자이신문

이 책은 데이터가 수많은 차별과 편견을 낳고, 갖가지 오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데이터가 주는 정보에 취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소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따라서 ‘개인을 지키면서 편리한 테크놀로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같은 ‘데이터 세기’에 필요한 경쟁력을 키우는 진정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데이터 만능시대에 그 데이터로 인해 우리의 삶이 희생된다면 안될 일이다. * 일본 열도를 뒤흔든 ‘리크루트 데이터 판매사건’ - 일본의 대학생 취업시장은 2014년 무렵부터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도로 바뀌었다. 복수의 회사에 취업 내정을 받아놓고 희망 하는 기업이 아닌 곳의 입사를 거절하는 ‘내정사퇴’가 잇따라 채용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였다. 이에 리크루트의 자회사인 리크루트커리어가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내정사퇴율을 예측한 데이터를 수십 개 기업에 판매했다. 내부에서 윤리적 문제를 지적받았으나, 경쟁 사이트인 마이나비에 등록 기업수에서 밀리면서 부당한 선택을 한 것이다. 데이터를 구매한 기업들이 사전에 자사 채용 전형에 응시한 학생들의 개인정보와 과거 응시행들의 전형 결과를 관련 사이트 리쿠나비에 제공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데이터로 인해 취업에 실패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개인정보를 임의대로 팔아치운 리크루트 쪽에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리크루트 측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에 관한 규제책 미흡 - 개인정보의 과도한 수집, 거래처와의 기울어진 권력관계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2019년 8월에 관련 지침안을 공표했다. 그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용했을 때 법률위반의 우려가 있는 사례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됐다. 첫째, 안전관리가 불충분했을 때, 둘째 이용 목적을 확실히 알리지 않았을 때, 셋째 약관에 없는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했을 때, 넷째 서비스 대가 이상으로 개인정보의 제공을 강제했을 때 등이다. 리크루트 사건을 계기로, 여기에 ‘데이터에 의한 인간 선별’을 새롭게 규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서구에서도 기술과 서비스의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보호를 중시하는 프라이버시 바이 다자인(privacy by design)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쿠키’가 개인정보의 한계인가? - 일본 기업들에게 공유된 개인정보들 가운데 가장 많이 외부로 거래된 것이 쿠키 정보다. 쿠키 자체에는 개인 이름 등이 포함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타사와 공유해도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다른 데이터와 대조해 쉽게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면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가 된다. 이 경우 취득이나 외부 제공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해 진다. 법적 다툼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EU는 쿠키도 개인정보로 규정한다. 당연히 수집과 외부 제공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의무화한다.* 보호받아야 할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 - 데이터 과점을 강화하는 GAFA 같은 거대 정보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세계적으로 규제 강화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 중 주목받는 것은 사생활을 지키는 개인정보보호, 건전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독점금지법, 적절한 과세를 위한 법인세 등이다. 대부분 나라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인터넷의 열람 이력이나 위치 정보 만으로 개인을 쉽게 특정할 수 없다면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각 나라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작업과 맞물려, 기업이 개인 이용자에게서 개인 정보를 강제로 가로채는 행위도 우월적 지위의 남용이 아느냐는 비판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개인이 기업에 본인의 데이터 이용 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사용하지 못하게 할 권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데이터 편리함 보다는 내가 더 소중” 베리미(Verimi) - 2018년 4월 독일 베를린에서 ‘베리미’라는 데이터 제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도이치방크 다임러 루프트한자 등 독일을 대표하는 대기업 10곳이 출자해 화제를 모았다. Verify Me(나를 인증해 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인정보를 독점해 온 구글 같은 정보기술 거인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베리미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 기업은 인권을 무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여기는 참여 기업이 모은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 지를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맡긴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편리함을 취할 것인가, 나를 지킬 것인가. 초정보사회를 앞두고 세계는 기로에 서 있다.* GAFA 끊고 3주 동안 생산성은 1/3로 ‘뚝’ -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사용하면 도서관에서 조사하는 곳보다 3배 빠르게, 한 주제당 15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스마트폰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우리 삶에 침투한 것이 불과 10년쯤 전인에 그런 것 들을 끊으면 우리 생산성이 3분이 1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GAFA와의 연을 끊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데이터가 자신의 생산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 중 한 명이 GAFA 없이 3주 동안 단절 실험을 해 보았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고독이 밀려들어 왔다고 전한다. GAFA는 어쨋거나 현대의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토대가 된 것이다.* 데이터 경제규모를 따지는 새 GDP - 여기서 GDP란 일반적인 국내총생산이 아니라 데이터총생산(Gross Data Product)를 의미한다. 데이터의 발생량과 사용 편의성 등을 분석해 각국의 데이터 경제규모를 측정한 지표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가 국가 경제성장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바스카르 차크라보티 교수 연구진이 고안한 개념이다. 각 국의 데이터 경제의 규모를 데이터 생산량과 인터넷 이용자 수, 데이터 접근 용이성, 1인당 데이터 소비량 등 4가지 관점에서 평가한다. 미국과 영국 중국이 1~3위다. 고령화 국가일수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순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경제 규모로는 세계 4위인 일본도 데이터총생산 순위는 세계 11위로 평가된다.* ‘데이터 노동자’ 신세가 될 인간들 - 자신의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는 현대 근로자들을 저자들은 ‘데이터 노동자’라고 판정했다. 때문에 경제학자 글렌 웨일은 “기업이 정보 가치에 알맞은 데이터 분배금을 개인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개개인 정보의 값어치는 완전 헐값이다. 1인당 1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려면 20만 명에서 30만 명 분의 데이터는 모여야 채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데이터를 넘기는 대가로 현금이나 쿠폰, 기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알지만 정말로 그에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중국의 독특한 데이터 경제권 - 중국에서는 10억 명 이상이 신분증 휴대전화 은행계좌를 동일 결제 앱으로 해결한다. 당국의 감시 시스템에도 연결되는 독특한 데이터 경제권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 올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즈마신용’ 점수는 중국민 모두를 점수화해 통제하도록 되어 있어 이목을 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350점부터 950점 만점까지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이용자들은 학력과 경력, 자산 내역까지 모든 정보를 알리바바에 제공해야 한다. 생활 모든 상황에 인공지능이 침투해 인공지능에게 지배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디지털 빈곤층 ‘버추얼 슬럼(virtual slum)’ - 세계은행에 따르면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은 전세계 17억명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3분의 2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딜로이트토마츠컨설팅은 2019년 4월에 “2030년까지 세계 주요 20개국에서 최대 5억명 이상의 버추얼 슬럼이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세에서 64세의 생산가능연령 인구 가운데 6명에 한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란 것이다. 개인의 점수가 취업이나 주택 임대 등 많은 분야에서 공유되면 점수가 납은 사람들은 모든 영역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새로운 빈곤층 등장이 가장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다. 지나친 디지털 점수화로 빈곤층의 확대와 고정화가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의 ‘자의성’ 경계해야 -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다라서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는 점수에도 사람의 자의성이 섞이기 마련이다. 광고에서 이런 경향이 많다. 광고라는 것을 숨기고 입소문처럼 상품을 칭찬하는 내용을 적어 올리는 ‘스텔스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페이크 리뷰(가짜 리뷰)를 올리고 기업으로부터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는 것도 데이터의 자의적 사용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내 데이터는 내 것” 블록체인형 ‘분산형 점수화’ 부각 -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개인이 점수화되고 가격이 매겨지는 시대다. 최근 들어 이용자가 점수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형 점수가 주목을 끈다. 특정 기업에 개인정보의 관리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기업에 의한 점수 독점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데다 국경을 넘어 점수를 이용하기에 편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이점으로 평가된다. 앞서 2018년에는 ‘웹의 아버지’라 불리는 버너스 리가 자신의 정보를 지키면서 웹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리드’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보기술 대기업에 의한 데이터 과점을 우려한 그는 다양한 개인정보를 소프트웨어 내부의 개인 전용 저장소에 자동보존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그는 “당신의 데이터는 당신의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의 ‘데이터 독점’ 폐해 - 아마존에서 상품을 파는 기업은 상품별 매출을 비롯해 한정적인 정보만 받을 수 있다. 고객 속성이나 과거 구매이력 같은 상세 정보는 오로지 아마존의 것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기처로 아마존은 2019년 이후 잘 팔리는 상품을 분석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출점기업이 가져다 준 데이터가 경쟁상품으로 형태가 바뀐 것이다. 이에 유럽고 일본 등 전 세계 나라들이 GAFA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2018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2019년에는 아마존닷컴에도 같은 협의로 조사를 벌였다.* 개인 데이터의 가치 측정 어떻게? - 2015년에 창설된 세계 최초의 빅데이터 거래소인 중국의 구이양빅데이터거래소에서는 2000개 기업이 금융 의료 물류 등 4000 종류의 데이터를 매매한다. 미국도 뒤늦게 유력 거래소가 데이터 거래 경쟁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에 세계최초로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거래소를 만들었던 미국금융거래소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샌더는 데이터를 다음 타깃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 이다. 아직은 어느 나라도 어떻게 해야 데이터의 가치와 영향을 적정하게 평가 측정할 수 있을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나라간 데이터 이전을 보장한 CBPR - ‘국경간프라이버시보호규칙(Cross Border Privacy Rule)’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가 지난 2011년 합의한 아시아 국가 간 데이터 이전 규칙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대만 등 8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해당 국가의 기업이 가진 개인정보를 서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대신 각국 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통일하고, 각국 기업이 인증단체의 심사를 통과하면 데이터를 국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약을 맺었다. 데이터 거대시장인 중국이나 EU도 독자적인 규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여 ‘데이터 경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확산되는 ‘디지털 과세’ - 이스라엘은 지난 2016년 국내에 지점이나 사무실이 없어도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 법인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과세제도를 도입했다. 구글 같은 정보기술 대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과세였다. 인도도 2016년에 인터넷 광고를 판매하는 해외 기업에 매출의 6%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 우간다도 잇달아 새로운 디지털 과세 제도를 추진 중이다. 디지털 과세에 가장 적극적인 유업은 디지털 비즈니스 기업의 세금 부담률은 9.5%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기업의 23.2%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대대적인 과세 조치를 선전포고한 상태다.* 잊혀질 권리 - 2014년 5월 스페인의 한 남성이 자신의 과거 정보에 관한 검색 결과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며 구글에 제소를 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처음으로 이런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잊혀질 권리는 2018년 5월에 시행된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에서 ‘삭제권’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었다. 구글은 이후 개인을 비롯한 당사자의 요청을 받아 약 130만 건의 링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중시히며 정보 삭제에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는 이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도 삭제 대응은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 인도 아드하르(Aadhaar) - 인도 정부가 생체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신분증 제도다. 인도 13억 인구 가운데 90%가 등록되어 있다. 세계 최대의 개인 생체 정보 데이터 베이스인 셈이다. 2018년 9월 안도 최고재판소는 이것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합법으로는 인정하되 데이터는 신중히 이용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데이터는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56% - 일본의 한 설문조사에서 “데이터는 있지만 사용할 수 없다”는 기업이 35%, “수집하지 못했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 지 모른다”는 응답 까지 포함하면 전체 56% 기압이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첨단 기술을 용용할 인재도 부족해 미래 산업에 대한 대비도 뒤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리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16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기꺼이 ‘예스’를 외치고 ‘내일처럼’ 돕도록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 밝혀낸 요청과 부탁의 기술 |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 우진하 옮김(사진제공=부키)꿈을 꾸기만 하는 사람과 꿈을 실현한 사람의 차이. 스티브 잡스가 성공비결 중 하나로 꼽은 그 차이는 ‘도움 청하기’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무능력하거나 뻔뻔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상대에 대한 미안함, 이유 모를 자존심 등으로 ‘도움 청하기’나 ‘부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일은 분명히 생겨나곤 한다. 탁월한 성과와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적절한 때에 다른 이에게 도움 주기를 부탁해야만 한다.그런 때에 주춤거리지 않고 도움을 청해 “예스”를 얻어내는 데 필요한 기술을 담은 책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가 출간됐다.저자는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동기과학센터 부소장인 그랜트 할버슨 박사다.그는 도움 요청에 흔쾌히 “예스”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마치 내일처럼’ 돕고 싶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전한다.책은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 ‘삶의 무기가 되는 도움 청하기 기술’ ‘서로 돕는 문화를 어떻게 마들 것인가’ 3개부로 구성됐다.3개부, 9개장으로 세분화한 책은 도움 청하기의 심리적 분석, ‘발부터 들여놓기’와 ‘얼굴부터 들여놓기’ 기술, 도움의 동기부여를 위한 4단계,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셀프 심리 처방, 도움의 효용성 명확히 하기,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조언 등이 나눠담겼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12 23:12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데미안’부터 ‘이 시대의 사랑’까지…‘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 속 명언 600’

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속 명언 600 | 헤밍웨이 같이 사유하고, 톨스토이처럼 쓰고 | 김태현 지음(사진제공=리텍콘텐츠)성장기의 필독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비극적인 사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새로 주목받고 있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윤동주의 ‘바람과 별과 시’….60권의 잘 알려진 동서양 고전문학에서 추려낸 600개의 명언들을 정리해둔 책 ‘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 속 명언 600’이 출간됐다.‘꿈은 이루어진다’ ‘반항하는 삶’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칠전팔기 백전백승’ ‘문학으로 힐링하기’ ‘21세기 이후의 인간’ ‘문학의 정수를 맛보다’ 7개의 장에 주옥같은 문학작품 속 명언들이 나눠담겼다.각 장에 대시(-)로 넘버링한 작품들은 태그(#)로 주제어를 달아 정리했다.예를 들면 ‘1-1 #자전적이야기 #선과악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데미안』_헤르만 헤세’ 식이다. 각각의 넘버링은 간단한 작품소개, 그 속의 명언들, 작가소개까지를 하나로 묶어 정리했다. 이에 자신의 상태, 고민, 필요한 조언 등을 태그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익숙하거나 낯선 또는 익숙한 줄 알았지만 의외의 메시지를 담은 소설과 시 속에서 추려낸 명언들과 태그를 보노라면 다시 한번 혹은 새로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겨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12 22: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비행인문학 <플레인 센스> 김동현

저자는 현직 대한항공 수석기장이다. 더글라스와 보잉, 에어버스의 조종간을 잡고 1만 시간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다. 그는 이 책에서 이른바 ‘비행 인문학’을 선보인다. 인간의 비행 역사부터 각종 비행기와 관련한 사고, 그리고 우리가 알면 도움이 될 하늘 위 상식 등을 전한다. 그는 “모든 항공지식은 그 사회의 철학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채 몰랐던 재미있고 흥미로운 비행의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이재킹의 하이잭(Hi, Jack) 원래 뜻은 “그만 세우지?” - 미국 서부시대 열차 강도들은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마부 옆으로 바짝 따라붙은 후 권총을 마부의 머리에 들이대면서 “Hi, Jack?”하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이 말은 그러나 인사말이 아니라 “이제 그만 세우지?”라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비행기 납치를 ‘하이재킹’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하이재킹 때 조종사의 제1 원칙은? - 영화에서 종종 조종사가 테러범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비행사들은 하이 재킹 시도가 있을 경우 절대로 납치범을 직접 제압하려 들지 말라고 교육 받는다.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라(Don‘t try to be a hero)라는 비행 격언도 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하이재킹에 대한 기장의 표준 대응은 ‘일단 납치범이 요구하는 대로 비행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조종실 문을 열어주고 납치범의 요구대로 응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이 승객 안전을 위한 최선이었다.* 서울에서도 의외로 하이재킹이 많았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재킹은 1969년 12월 11일 낮 12시25분에 있었다.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YS0-11기가 이륙 11분만에 피랍되어 원산 인근의 선덕 비행장에 강제 착륙한 적이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2개월만인 1970년 2월14일에 판문점을 통해 39명의 승객을 남쪽으로 송환해 주었다. 하지만 4명의 승무원과 8명의 승객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억류되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적군파가 장악한 요도호를 서울에서 평양이라고 속이다 - 일본에서 북한을 추종하던 적군파들이 1969년에 일본항공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으로 넘어가려다 우리 관제사의 기지로 평양이 아닌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한 적이 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북한의 관제 시스템이 열악해 북한과 교신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간파한 관제사가 지리를 잘 모르는 적군파들을 속여 김포로 유도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긴급히 공항에 ‘적군파 평양 도착 환영’이라는 플랭카드까지 내걸며 북한인 것 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공항에 노스웨스트 여객기가 있는 것이 들통나 체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요도호 사건이 낳은 ‘영웅’ 야마무라 운수차관 - 일본은 적군파에 의해 피랍된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야마무라 운수차관을 협상단 대표로 서울로 보냈다. 납치범들의 목적이 북한에 무사히 가는 것임을 알게 된 야마무라는 인질들을 김포공항에 모두 풀어주면 자신이 인질이 되어 북한까지 동행하겠다고 제안한다. 납치범들도 이에 동의했고 자국민을 구한 야마무라 차관은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고공 1만 피트 이하에선 조종사 호출 금지 - 비행기가 이륙한 후 1만 피트 이하의 고도에서는 조종사들이 비행에만 집중해야 한다. 때문에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승무원도 기장에게 호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 시간에 기장이 호출되면 그것은 십중팔구 하이 재킹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행기 조종실 문은 안에서 열지 않는 한 늘 ‘CLOSED’ - 1999년 7월 23일 우울증을 앓고 있던 28세의 일본 청년이 비행 중인 기장을 살해한 ANA 061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일본 항공당국은 비행 중 조종실 문을 항상 잠가두도록 의무화했다. 하이재킹이 발생해 승객이나 승무원의 생명이 위협받더라도 그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조종실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승객에게 부분적으로 허용되던 조종실 견학도 금지됐다. 9.11 테러 이후 조종실 보안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 현재 전 세계 모든 항공사는 승객이 탑승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완전히 하기 할 때까지 승무원 외에 누구도 조종실 출입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설령 일부 승객이나 승무원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장은 지체없이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해 당국의 조치를 기다려야 한다.* ‘식별코드 7500’은 납치된 비행기 - 비행기 기장은 국제법에 의해 비행기나 탑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이 있을 경우 어떤 국가에도 비상착륙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는 해당국이 기장의 이런 권한을 거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납치된 비행기의 식별코드가 7500인데, 이 비행기의 자국 영공 진입도 불허하기 일쑤다.* “통과할 수 있는 구름이냐 아니냐” - 하늘 위 공기는 대단히 맑고 깨끗하다. 먼지와 같은 응결핵이 전혀 없다. 이런 순수한 물은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불순물이 전혀 없는 물은 영하 48도에서도 얼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렇게 0도 이하에서도 얼음이 되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물을 ‘과냉각수’라고 한다. 태평양이나 대서양 상공에 발달한 적란운 속에는 응결핵이 될 수 있는 부유물이 거의 없어 영하 수 십도에서도 얼지 않고 과냉각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구름도 잘 살펴야 한다. 모든 구름을 피해 가다간 연료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진입하면 안되는 적란운을 만나면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한다. 통과할 수 있는 구름이냐 그렇지 않은 구름이냐를 구별하는 능력이 조종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무릎 쓰고 랜딩기어베이에 숨어 바다를 건넌 소년 - 비행기 안에서 성인이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오직 대형 비행기의 랜딩기어베이 부분 뿐이다. 여기에 몰래 숨어 밀항하는 경우가 예전부터 적지 않았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안에 숨어 있다가 랜딩 기어에 끼어 사망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미국에선 이런 상태를 ‘crushed’라고 표기하는 데, 말 그대로 ‘으깨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46년 8월 당시 12살에 불과했던 인도네시아 소년 바스 위가, 비록 화상으로 피범벅인 상태에서 발견되었지만, 처음 시도한 랜딩기어베이 속 비행기 밀항에 성공했다. 이후 수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지만 착륙 준비를 위해 랜딩기어가 내려가는 순간 하늘에서 그대로 추락하는 일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도는 끔찍한 실패로 돌아갔다.* 스튜어디스를 처음 탑승시킨 보잉 - 1930년 5월15일 보잉항공은 최초로 여성 객실승무원을 탑승시켰다. 여성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어쨋든 이것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1936년까지 모든 미국 항공사에는 스튜어디스가 탑승했다. 당시 스튜어디스의 자격 요건은 꽤 까다로왔다. 미국 항공사에 지원하려면 대학을 나와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엄격한 외모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키는 163cm 이하에 체중은 53kg을 넘을 수 없도록 했고 미혼이여야 했다. 1960년대 이후 B707 같은 대형 제트 여객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항공사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었다. 이런 비인권적인 규정은 1968년 미국의 평등고용위원회가 여성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단계적으로 폐지되었다.*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는? - 무려 583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민항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1977년에 발생했다. 공항 타워의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이륙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KLM의 B747이 이륙하다, 활주로를 빠져 나가던 팬암B747과 충돌한 것이다. 그나마 지상에 있던 팬암기에 있던 탐승객 중에 비행기가 폭발하기 전에 뛰어내린 7명의 승무원과 54명의 승객만 살아남았다.* 비행기 콜사인의 내력 - 콜사인은 193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회사 이름을 콜사인으로 사용한다. 대한항공 콜사인은 코리안에어(Korean Air) 뒤에 세 자리 숫자로 된 비행편명을 붙인다. 비행편명은 서울 출발편의 경우 홀수, 도착편은 짝수가 된다. 코리안 에어 뒤의 숫자 중 맨 앞자리는 지역을 나타낸다. 미주 노선이 0이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는 1, 동남아는 6. 일본은 7, 중국은 8, 유럽은 9가 붙는다.* 깨끗한 비행기 실내 공기 - 여객기 객실로 유입되는 공기는 부유물이 거의 없는 새파란 고공의 공기를 압축한 것이기 때문에 지상의 공기보다 훨씬 깨끗하다. 여객기 동체의 후면이나 배면에는 작은 공기 배출 밸브가 달려 있는데, 객실 내부의 공기는 이 밸브를 통해 약 2~3분마다 외부 신선공기로 완전히 교체된다.* 객실 화재 발생시 산소마스크는 오히려 ‘독’ - 객실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산소 마스크를 작동시키면 절대 금물이다.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어 화재를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실의 산소마스크는 오로지 실내 공기압이 희박해 여압이 상실된 때만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비행기 화재 시 골든 타임은 17분 - 영국 민항 당국이 2002년에 그 동안 발생한 기내 화재 사고들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중에서 즉각적으로 진압되지 않는 화재가 발생한 경우 비행기들의 평균 체공 시간은 17분이었다고 한다. 화재 발생 후 17분 이내에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기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모두 추락했다는 얘기다.* 금연 불구 비행기 화장실에 금연 문구, 왜? - 기내 흡연을 전면 금지한 후에도 화장실 문 중앙에 금연 문구를 부착하고 재떨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유지되고 있다.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몰래 담배를 피우더라도 꽁초를 발화 위험이 있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재떨이에 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휴지통 안에서 화재가 날 경우 자동으로 소화기가 작용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그더라도, 밖에서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제작되어 있다.* 비상탈출 시 최대 장애 ‘짐 챙기기’ - 비상탈출을 지휘하는 승무원들이 가장 큰 장애물은 승객들이 너도나도 소지품을 먼저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승객이 그 상황에서도 선반을 열고 필사적으로 가방을 꺼내려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희생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상 상황에선 무조건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슬라이드로 비상 탈출할 때 승무원의 국제표준용어는 ‘Please remove your heels(신발을 벗어주시겠습니까)’가 아니라 ‘Shoes off, Go(신발 벗어, 뛰어!)다. 위기 상황에선 반말이 용인된다.* 제트 여객기 신화를 만든 보잉 - 보잉은 목재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윌리엄 보잉이 1916년 7월 15일에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MIT로 유학을 와 있던 웡쯔라는 천재 기술자의 도움으로 보잉 모델-C를 개발했고 때 마침 터진 세계 1차 대전 덕분에 괄목할 성장을 한다. 곧이어 발발한 2차 대전 때 보잉은 금속 동체에 제트 엔진을 장착한 혁신적인 전폭기를 개발해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이후 보잉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아닌, 제트 여객기로 대박을 친다. 중단거리용 여객기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B737에 이어 ‘점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B747로 전세계 여객기 시장을 평정했다.* 여객기의 이단아 콩코드 - 보잉이 전 세계 여객기 시장을 석권하자 과학과 철학 등에서 서구 문화의 리더라고 자부해 온 유럽 사람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프랑스 드골 총리가 추진 중이던 초음속 여객기 프로젝트에 영국이 합작을 제안하면서 두 나라가 함께 만든 비행기가 콩코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좋지 않았다. 콩코드가 막 상업용 운항을 시작할 1977년에 석유파동이 터졌다. 유가가 수직상승하면서 콩코드를 운영하는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에어의 사업효율은 날로 악화되어 갔다. 실제 제작된 콩코드도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에어에 인도된 14대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콩코드가 음속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폭음과 충격파였다. 미국 의회가 소음과 오존층 파괴를 이유로 콩코드 운항을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하자, 그나마 콩코드를 도입하려던 한공사들도 부문을 취소했고 그렇게 콩코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트윈 엔진 와이드보디’ 시대를 연 에어버스 - 에어버스 설립자 로저 베테유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이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조종사이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객실 복도 수가 두 줄인 와이드보디로 구성한 A300으로 히트를 쳤다. 엔진을 2발 장착하고도 연료를 덜 쓰면서 보잉의 B707에 비해 100명이나 더 태울 수 있는 이 여객기에 항공사들은 환호했다* ‘라이벌’ 보잉과 에어버스 - 두 여객기의 진짜 차이는 자동조종 시스템에서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잉은 어떤 경우라도 조종사가 비행기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설계한 반면 에어버스는 컴퓨터가 조종사의 통제를 제한하거나 개입할 수 있게 설계됐다. 보잉의 창업주 윌리엄 보잉이 완벽주의자 였다면, 에어버스의 베테유는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목재업으로 부를 축적한 보잉이 튼튼한 비행기를 만들려 했다면, 베테유는 무엇보다 안전성을 최우선했다.* 비행 항로 넓이는 최대 13km 최소 1.6km - 항로의 폭은 전통적으로 13km로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밀 항법 장비를 갖춘 비행기만 다닐 수 있는 항로나 공항 주변과 같이 비행기가 많이 몰리는 공역에서는 1.6km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항로의 중간중간에는 지구 표면 한 점의 좌표로 정의 되는 웨이포인트(Waypoint)가 있다. 항로가 꺾이는 지점을 표시하거나 관제사들이 비행기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6-1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코로나블루’에도 어김없이 나에게 전하는 인사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넌 요즘 너를 위해서 뭘 해주니?”지난달 막을 내린 신원호 사단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전미도)는 병원일과 육아, 후배들 및 지인들의 카운셀링으로 자신의 온 시간을 보내는 99학번 의대동기 간담췌외과 조교수 이익준(조정석)에게 이렇게 묻는다.신간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을 발간한 백영옥 작가는 드라마의 이 장면을 언급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나 자존감이 낮아진 내 아이에게 우리가 해주었던 바로 ‘그 일’을 나에게도 해줬으면 한다”고 집필의도를 전했다.‘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가 1908년 발표한 데뷔작이자 1979년 제작된 니폰애니메이션(Nippon Animation)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잘 알려진 ‘빨강머리 앤’(Ann of Green Gables)에서 건져 올린 희망과 힐링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2018)의 두 번째 이야기다.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백영옥 지음(사진제공=밀리의서재)백영옥 작가는 주근깨투성이의 빨강머리 고아소녀 앤이 실수로 독신인 커스버트 남매에 입양되기 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오리지널 콘텐츠에 선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속편) ‘안녕 앤’을 체화해 에세이로 엮었다.‘안녕 앤’은 버지 윌슨의 2008년작으로 캐나다정부와 앤 협회가 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소설로 이 역시 니폰애니메이션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사랑받았다.전작과 더불어 니폰애니메이션의 애니메이션 삽화들을 곁들인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그 출판 형태도 남다르다.전자책을 기반으로 하는 독서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이달 초 선출간됐다. 전자책과 종이책 결합 구독 서비스인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의 5번째 책이자 첫 에세이로 리듬체조 전 국가대표 선수 손연재가 읽은 오디오북도 동시 출간됐다. 서점 출간은 8월로 예정돼 있다.전작이 희망을 잃고 지쳐버린 이들에게 앤의 무한긍정 에너지로 웃음과 위로를 전했다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고통과 상실을 희망으로 바꾸는 ‘고집스러운 기쁨’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나답게 만들기’ 등을 아우르며 ‘그래, 앤이어서 다행이었다’로 마무리된다.작가는 잭 길버트의 시 ‘변론의 취지서’에서 발췌한 ‘고집스러운 기쁨’을 빨강머리 앤을 정의하는 문구로 꼽았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환경이어서가 아니라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기필코 발견해내는 ‘기쁨’이다. 딸을 일찍 여읜 민튼 할머니의 “인간은 가장 소중한 것일수록 죽을 때 겨우 깨닫는다”는 말에 “다행이에요. 죽기 전에 깨달아서”라는 앤은 타고난 낙천적 기질이 아닌 훈련된 낙관성의 소유자다. 앤을 통해 배우는 고집스러운 기쁨과 훈련되는 낙관성은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라는 백영옥 작가의 인생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책에는 “돈이 없는 게 무섭다”와 “돈이 없어도 무서울 게 없다”의 차이처럼 언덕을 달리다 넘어져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물 긷기 심부름에 늦었다는 타박에 “벚꽃이 너무 예뻐서 지나칠 수 없었다”며 웃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필코 살아내는 다양한 앤의 이야기가 담겼다.백영옥 신작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손연재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을 동시 출간했다(사진제공=밀리의 서재)최근 최고 이슈몰이 중인 ‘내일은 미스터 트롯’ 출신의 가수들이 그렇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진선미를 거머쥔 임영웅·영탁·이찬원, 아이돌멤버였던 장민호, 성악가로 성장한 천재소년 ‘트바로티’ 김호중 등은 실패와 절망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고집스러운 기쁨’을 추구하는 용기를 지닌 이들이다.30대부터 “은퇴하면…”을 버릇처럼 되뇌던 51세 지인을 통해 전하는 ‘지금’의 소중함과 가치, 백 작가가 ‘빨강머리 앤’ 만큼이나 좋아하는 소설로 알려진 ‘키다리 아저씨’의 차곡 차곡 쌓이는 ‘작은 행복’, ‘72년에 걸친 하버드대학교 인생 관찰 보고서’라는 부제의 ‘행복의 비밀’ 속 방어기제, 행복과 불행 사이에 존재하는 ‘다행’, 일상다반사의 기쁨을 일깨운 영화 ‘일일시호일’(매일매일이 좋다), 혼밥을 하면서 깨달은 거울로 보는 나와 창문으로 보는 나의 차이, 꽃의 이름과 이름 철자의 마지막 “E”를 강조하는 앤 마음 속의 그리움 등 소설, 애니메이션 속 앤과 수많은 현실의 앤들이 교차되며 위안을 전한다.백영옥 작가는 밀리의 서재 회원들에게만 공개되는 챗북 인터뷰에서 유해한 물질이 무해농도에서 생체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를 일컫는 ‘호르메시스’(Hormesis)를 마음에 새기며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을 집필했다고 밝혔다.백 작가는 ‘호르메시스’를 “지금 슬픔과 고통의 터널을 힘들게 건너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중요한 건 정도, 약으로 치면 복용량”이라고 강조했다. 가혹한 환경과 고통 속에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따뜻한 도움과 보호 아래 보낸 어린 시절이 무한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지금의 앤을 만들었듯 ‘호르메시스’ 효과의 방점은 ‘무해농도’다. 신작 에세이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을 출간한 백영옥 작가(사진제공=밀리의 서재)이번 책의 집필과정에서 백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역시 팬데믹(전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쇼크다.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코로나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극복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백 작가는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혼란을 헤쳐나갈 “언택트 관련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책에는 “위안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고 쓰여져 있다. 백 작가는 이에 대해 “슬픔이 끝나는 건 슬픔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내 눈물을 닦아줄 친구가 옆에 있을 때 뿐”이라고 적었다. 결국 나의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다. 백영옥 작가는 독자들에게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라”고 조언한다.“소확행이란 말도 있고, 나를 위한 쇼핑이란 말도 있지만 저는 이것보다 한 단계 넘어서는 일을 나에게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것 밖에 못해? 왜 이렇게 한 거야? 다음 주까지는 이렇게 하지 말자! 이렇게 나를 쥐어박는 말만 하지 말고 좀 쉬었다 해, 밥은 제대로 먹었니? 같은 말을 나에게 해주라고 말이죠.”그렇게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은 “앤이 앤이어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네가 너여서 다행이지 않냐?”고 되묻는다. 이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내가 나라서 참 다행이라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6-09 1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