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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책] 아이디어 셀러 시대의 도래…‘나는 투자금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번다!’

나는 투자금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번다 이젠 아이디어 셀러 시대 |최규철 지음(사진제공=비전코리아)‘아이디어만으로는 사업이 될 수 없다’고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신간 ‘나는 투자금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번다!’는 제목처럼 아이디어만으로도 사업이 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특허 없이, 자본금도 없이 오직 아이디어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이렇게 주장하는 저자는 무자본 창업 아이디어 기업 버터플라이인베스트먼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강연기업 스쿨몬스터의 최규철 대표로 책에는 현장에서 경험한 아이디어의 사업 실현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나는 투자금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번다’ ‘아이디어를 돈으로 만들려면’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이디어를 실전에서 파는 법’ 등 4개장에 저자의 경험, 특허 보다 중요한 속도전, 아이디어만으로 돈을 번 성공사례 10가지 등이 나눠 담겼다.거절에 대한 내성 키우기, 제안의 일상화, 100% 실현을 부르는 ‘할 수 있는 이유 찾기’, 무자본 창업 비즈니스의 프로세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의 사업화 등에 대한 조언들을 만날 수 있다.수많은 조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된다고 믿고 밀어붙이다 보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떠올릴 수 있다. 그저 생각으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빠른 실천으로 실현시킬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9 14: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총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이면서 진보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왔던 저자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야릇한(?)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갑질 소비자에서 세상을 바꾸는 소비자로 거듭날 때까지”. 그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근거없는 미신에서 벗어나, 시민 소비자로서 권리와 책임에 투철함으로써 갑질과 착취를 없애는 길로 나아가자고 독려한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거짓 정치 슬로건으로 전락한 상황을 안타까와 하면서도, 이것이 민생 개혁의 내실을 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보인다.* 사립유치원 비리, 소비자의 ‘절박성’이 역사를 만들었다 - 사립유치원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교육부는 물론 국회의원들조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두려워 거리두기를 하던 상황에서, 사립유치원 학생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과 협력해 소기의 성과 일궈냈다. ‘남성 밑에 여성, 그 밑에 엄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엄마들의 힘을 보여 준 사례다.* 가습제 살균제 피해는 기업 뿐아니라 정부도 책임 - 사립유치원 비리사건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는 이렇다 할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진 사람만 1528명이고 피해가구만도 4953가구인데 보상 받을 수 있는 피해인정률은 8.2%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단지 피해인정 범위 확대, 차등구제 반대를 요구했을 뿐인데도 가해기업과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15년 동안 800만개가 팔리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정부 책임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사회는 불감사회? -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명의 죽음은 통계다”라는 스탈린의 말이 있다. 인간의 맹점을 드러내는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폴 슬로빅 실험에서도 어린이 8명의 사진과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치료비로 30만 달러가 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8명 어린이 대신 한 명 어린이를 선택했다. 단 한 명의 희생자는 불쌍히 여기지만 희생자가 늘수록 무덤덤해 진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도 이런 ‘의도적 눈감기’가 발동한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관측한다. 한국사회는 이런 의도적 눈감기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불감사회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게임업계의 뿌리깊은 여성 혐오 - 한국에서 게임은 가장 격렬한 페미니즘의 격전지다. 2016년 넥슨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역을 맡은 성우 김자연이 자신의 트위터에 ‘소녀들은 왕자님이 필요없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올린 인증샷이 이른바 ‘메갈리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이 성우 퇴출을 주장하며 여성 혐오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페미니스트로 지목된 게임업계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 등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 ‘게임=남성의 것’이라는 착각이 불러일으킨 이념적 오해 탓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남성의 게임 이용률은 75%, 여성은 65%로 큰 차이 없고 모바일 게임만 보면 여성이 60.3%로 남성 59.3%보다 높다고 한다.* 성장세 보이는 펨버타이징(femvertising) - 광고도 페미니즘 소비자 운동의 격전지 중 하나다. 최근 여성들의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광고와 페미니즘을 결함시킨 펨버타이징이 성장 추세다. 미국에서 2014년부터 등장한 신조어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는 그대로 광고 만들기가 대세다. 미국의 쉬노즈 미디어가 2015년부터 펨버타이징을 주관해 5대 부문 15개 후보작 가운데 시민 투표와 심사위원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작 결정하기도 한다.* 자기 편으로부터 자주 불매협박 받는 진보 언론 - 진보언론 불매 위협의 성공사례 원조는 유시민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2010년 한겨레가 실은 ‘한홍구-서해성의 직설’난에 쓰인 ‘놈현 관장사’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한겨레 절독을 압박해 결국 신문 1면에 사과문 게재케 했다. 진보 잔영은 한겨레 21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매 협박도 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공작설을 제기한 김어준 등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자 또 절독 압박을 가했다. 공정보도를 위해 해직기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 언론 ‘뉴스타파’도 문재인 후보 검증보도를 이유로 월 2000명 가량의 후원자들이 이탈하는 등 불매운동에 피해를 입었다 .* 언론을 정부여당 기관 보도원 취급하나 - 진보 진영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저자는 “언론인들에게 정부 여당에 종속된 기관 보도원 노릇이나 하라는 요구”라며 비판한다. 특히 한국의 이런 ‘진보 의식’이 성찰과 회의, 고민 어린 토론 과정을 통해 성숙하거나 단련되지 않고 ‘기존의 주입 형성된 의식을 뒤집으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경박성 또는 섬세함을 통한 품격의 상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용 저널리즘’ 불지핀 유시민 - 2017년 5월에 유시민은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나는 정의당 평당원이지만, 범 진보 정부에 대해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선언했다. 지식인이나 언론인이면 권력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계속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1984년 속에 사는 유시민’ 유감 - 저자는 유시민이 아직도 서울대 프락치 사건 또는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고문 조작사건이 일어났던 1984년 9월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와 한다. “보수 정당에서 세종대왕님이 나오셔도 안 찍는다”는 유시민이 운동권 투사들에게 당시로선 불가피했던 ‘선악 이분법’의 사고 틀에 아직도 갇혀 있어 애처롭다고 말한다. 민주화가 된 세상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조직보위론’를 다시 꺼내들었다며, 유시민은 세상을 왜 그렇게 일관성 있게만 살려 하는 지 안타깝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유시민이 분열과 증오 대신 관용과 화합의 진보적 개혁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면 한국 정치의 지평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코미디 같은 뉴스타파 불매운동 - 유시민 이후 어용 지식인론이 확산되면서 갖가지 헤프닝들이 일어난다. 저자는 어용파들이 벌이는 코미디의 압권은 윤석열 사건이라고 말한다, 2019년 7월 뉴스타파가 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에 후보자 위증과 관련한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뉴스타파는 진보진영으로부터 맹공을 당한다. 하지만 이 때 뉴스타파를 몰아세웠던 이들이 조국 사태 이후엔 다시 윤석열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지목하며 뉴스타파에 사과하는 촌극을 연출했다며 비판한다.* 진보언론 불매위협이 문재인과 진보에 도움이 될까? - 저자는 이른바 ‘문빠’ 현상이 한국 민주주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도약할 전기로 평가하면서도, 문빠의 정치적 판단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만 기준으로 움직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문빠의 이런 일방적 면모와 맹목성 때문에 문빠를 ‘박사모’와 동일한 정치적 훌리건이라고 보는 시각각도 만만치 않다고 일갈한다. 심지어 ‘일간베스트’에 빗대어 ‘문베충’이라 부른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거나 노무현 비판에 가담했던 죄책감을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에 덮어 씌우는 것은 아닌가 되묻는다.* 괴물이 된 문빠 “좌표 찍고 벌떼 공격” - 어용 저널리즘을 요구하는 어용파는 대부분 ‘문빠’ 또는 ‘문파’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정치권력을 업은 유시민과 김어준의 영향력은 이제 개인적 자율적 활동이 아니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특히 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세력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문빠는 눈에 뵈는 게 없는 괴물처럼 되었다고 혹독히 비판한다. 진중권도 “누가 좌표를 찍었는지 저 극성스러운 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단체로 행패를 부린다”며 ‘뇌 없는 무리들’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장발장은행장 홍세화도 “나는 개인적으로 학습을 게을리하여 실력이 부족하면서도 지적 우월감, 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주 건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미화가 불러온 부메랑 - 저자는 촛불광장을 떠난 시민이 ‘연대’ 보다 ‘고립된 개인’으로 돌아간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혹시 우리는 촛불집회에 감동한 나머지, 희망적 사고를 곁들여 가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온 것은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당시 모인 사람들의 단 하나 똑같았던 목적은 박근혜 하야 뿐이었으며, 그 외에는 모두 달랐다고 말한다. 이들이 매우 이질적 집단이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촛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진보 진영의 기대에 못미치는 이후 상황들이 혹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미화가 불러온 부메링일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촛불혁명이 진보의 것이었다는 착각 또는 욕심이 지나쳤다고 평가한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 - 저자는 우리가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촛불집회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수준에나마 상응하는 ‘상도덕’을 지켰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소통을 거부하는 도덕적 우월감은 반드시 문 정부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날을 세운다. 취임 때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해 놓고는 오히려 조국 사태처럼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일갈한다. 문 대통령이 조국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 지키기로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결국 아무런 사과도 않고 오히려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냄으로써 제2차 국론분열 불씨를 던졌다고 비판한다.* 기회만 있으면 갑질하려는 사람들 - 한국 소비자의 대체적인 이미지는 ‘정의’나 ‘윤리’보다 ‘갑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10년 미국 에드 디너 연구팀이 130개 국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은 90%대였던 반면 우리는 절반 밖에 안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 대부분이 갑질의 가해자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일상에서 이미 ‘약자의 약자 괴롭히기’가 만연하는 등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될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8년 아리바이트 경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불량고객을 경험한 평균 빈도가 월 3회 이상이 62%, 2회 이하가 38%였다.* 사법부의 소극적 판결도 소비자 운동의 장애요인 - 사법부는 소비자 불매 운동을 소비자의 사회권적 기본권(헌법 124조)의 관점에서 파악하면서도, 생산자 제품 거부는 물론 생산자와 거래하는 3자의 상품 구매까지 거부하는 ‘2차 불매운동’에 대해선 부정한다. ‘제3자의 자유로운 판단의 제약에 따른 계약의 파기, 즉 계약의 자유 또는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근거로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17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진짜 '괜찮아'질 때까지 ‘우린 괜찮아’

우린 괜찮아 2018 프린츠상 수상작|니나 라쿠르 지음 | 이진 옮김(사진제공=든)파도 속으로 사라져버린 유일한 가족 할아버지, 헤어진 연인과 900개의 읽지 않은 문자가 의미하는 단짝과의 간극….영미권의 영 어덜트 문학상인 마이클 프린츠상 2018년 수상작인 니나 라쿠르( Nina Lacour)의 ‘우린 괜찮아’는 늘 “난 괜찮다니까”라고 답하는 마린의 상실과 방황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뉴욕으로의 도망에도 다시 만나게 된 마린과 메이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일상적이지만 불안함이 깃들었고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과 복잡한 마음들이 만져진다.“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수도원 선생의 말은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낮고 분노에 찬 할아버지의 목소리, 끊임없이 보내오지만 읽지도, 답도 하지 않는 메이블의 문자, 말과 제안을 건네기도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처와 태도, 차마 묻지 못하는 메이블의 연인 제이콥, 말해지는 것만으로도 얼어붙게 만드는 ‘자매처럼’이라는 표현.‘우린 괜찮아’는 외면하고 밀어내려고만 했던 마린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자신의 마음에 진실해지는 여정을 따른다. 혼자 숨어서 견디던 세상에서 나오는 힘은 누군가 내밀어준 손길 그리고 ‘괜찮다’는 말로 외면했던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잃을까 두려워 조심스러웠고 제대로 그 소중함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데서 한발짝을 내딛는 순간 그리고 누군가 내민 손을 진심으로 잡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5 14: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기후난민 ‘30번 곰’ 지경애 작가 "노력해야만 보이는 히든 메시지, 희망"

‘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요즘은 누구나 지구에 대한 걱정을 한번쯤은 하죠. 제가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 같았어요.”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더 이상 북극에 살 수 없게 된 곰 이야기 ‘30번 곰’에 대해 지경애 작가는 “인간 세상으로 와 펫이 돼 살아가는” ‘기후난민’이라고 표현했다.“곰 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도 위협하는 문제죠. 환경운동가도, 전문가도 아닌 제가 ‘기후난민’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이고 누구나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식이 아닌 감정적으로 쓴 얘기죠.”◇‘손 편지’로 만난 30번 곰, 좀 천천히 가면 어떨까요? 30번 곰 | 지경애 글·그림(사진제공=다림)“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요. 북극곰이 ‘도와 달라’는 편지를 써 인간세상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환경문제이자 인류가 직면할 문제죠.”북극에서 도시로 온 곰들 중 가장 처음 선택받은 ‘30번 곰’이 다솜이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씁쓸하며 서글프다.동양화를 주로 그렸던 지경애 작가의 그림체는 연필과 색연필로만 작업했음에도 투명한 수채화를 닮았고 따뜻함이 담겼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이 한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볼로냐 라가치상의 2015년 픽션부문 ‘관심작’(Special Mentions) 수상자인 지경애 작가는 서예가, 동양화가를 꿈꿨었다.“동양화를 할 때는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탈피해보자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림체에 묻어나는 모양이에요. 북극곰 이야기는 좀 아름답게 그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컬러풀하게, 색연필을 연하게 많이 쌓아가면서 색칠을 했죠.”그리곤 “특별하게 추구하는 건 없지만 제 안에서 나오는 것들, 감정적인 것들을 풀어내려고 애쓰는 편”이라며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렇듯 그림체는 살아온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어려서부터 혼자 놀았고 가난했어요. 의도치 않았는데 그 삶이 그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따뜻함을 담으려고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다고들 하더라고요.”‘30번 곰’은 말간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색연필화로 환경문제, 인간을 생각하는 곰, 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담았다(사진제공=다림)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으로 완성됐다. 책은 환경문제, 반려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들, 버려지는 반려동물 등의 이슈와 인간을 생각하는 곰, 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담겨 따뜻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자아낸다.“곰에 대해 얘기하면 아이들은 엄청 걱정을 해요. 어른들은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외면하곤 하죠. 걱정은 되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서 엎어버리는 어른들 때문에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이렇게 전한 지경애 작가는 주인공 ‘30번 곰’에 대해 “급속도로 빠르게 훼손되는 것들을 위해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가자는 의미”라고 귀띔했다.‘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곰들은 인간 세상 와서 부여받은 번호를 달고 선택되기를 기다려요. 주인공 곰은 30번이죠. ‘30’은 학교 앞 차량 제한 속도기도 해요. 안전하게 천천히 가면 모두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페이지마다 달라지는 꽃들 속에서…책 뒤표지의 ‘히든 메시지’“곰이 살던 집, 곰의 슬픔을 직면하는 상황 등을 예쁘고 아름답게 해주고 싶었어요.”지경애 작가의 소망은 상황별로 배치된 꽃으로 구현됐다. 각 페이지마다 배치된 꽃들은 너무 예뻐서 눈물겹거나 북극 곰의 감정에 따라 쓸쓸하기도 하다.“이미지 선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에요. 꽃들 역시 제 삶 속에서 늘 보던 것들이죠. (30번 곰이 처음 도시로 온) ‘봄꽃이 핀 겨울날’의 꽃은 홍매화예요. 저희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봄이면 매화꽃이 피고 여름이면 매실이 열리죠.”활짝 핀 홍매화 뒤로 힘차게 걸어가는 곰들 역시 지경애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다. 지 작가는 “꽃들 사이로 곰들이 서 있는 걸 그렸다가 비틀즈가 (마지막으로 녹음한) ‘애비로드’ 커버처럼 일렬로 걸어가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귀띔했다.“대학 때 좋아했던 가수와 노래들이었고 표지가 늘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어요. 퀵 보드를 타는 다솜이는 제 딸이 입었던 옷의 무늬죠. (손 편지를 써놓고 떠난 30번 곰 때문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다솜을 내려다 보는) 시들어버린 꽃은 해바라기예요. 제 대학 때 졸업작품도 시들어버린 해바라기였죠. 해바리기는 고개를 숙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그리곤 “마지막 장면에 어떤 꽃을 쓸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해바라기를 그리게 됐다”며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고 보듬으며 위로하는 어른 같다”고 털어놓았다.페이지마다의 꽃들은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다(사진제공=다림)손 편지로 만나 손 편지로 헤어진 ‘30번 곰’과 다솜의 마지막은 먹먹하고 서글프다. 한꺼번에 도시로 와 반려동물이 된 북극곰들은 성장하면서 도시의 골칫거리고 전락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곰들이 머물 예쁜 냉장고를 사들이던 사람들이 곰들을 층간소음의 주범, 불안감을 조성하는 존재, 위험요소 등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처음에 냉장고에 꽉 들어찬 곰들을 그려놓고 그림 뒷장에 빙하가 녹아 인간세계로 와 펫이 된 북극곰 이야기를 써두곤 ‘아이들이 이해할까’ ‘좋아할까’ 싶어서 한참을 그대로 뒀었다”던 지 작가가 이미 기획하던 작업도 멈추고 ‘30번 곰’을 완성하게 한 힘은 “많은 영감을 주는이제 중3, 여덟 살이 되는 아들과 딸”이었다. “첫째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여덟 살 딸은 ‘곰이 불쌍하다’며 슬퍼했죠.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뒤표지를 딸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줬어요. (뒤표지는) 시종일관 슬프고 결말은 그렇지만 노력하면 알 수 없다는 희망이에요. 노력해야 보이는 ‘그곳에서 널 다시 만나고 싶어’를 통해 지금이라도 간절히 노력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소시민인 저도 느끼는데 모든 분들이 이 위기감을 느낄 거라고 믿었거든요.”‘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어쩌면 머지않은 우리 이야기, ‘나’에서 출발해 울림을 주는 작가를 꿈꾸다“상상이에요. 곰에 감정이입도 해보고…우리 인간도 난민이 될 수 있으니까요. 멀지 않아서 그렇게 될 것 같거든요. 내가 그렇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색하고 상상한 것들이죠.”‘30번 곰’의 독백처럼 써내려간 이야기는 “북극곰들처럼 살아오던 터전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어딘가의 난민이 돼 반려동물로 살아가야 한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한 지경애 작가의 상상과 사색의 산물이다.“북극에 대한 기사를 보면 오싹할 때가 많아요. 몇 년 안남은 것 같거든요. 애써 외면하고 생활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될지…사실 상상이 안가요. 저희는 인간이고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곰들을 위해서 이제라도 시작하다 보면 우리 인간도 난민이 안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스스로는 “저는 개인적인 사람이라 사회문제를 크게 바라보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는 지금에 발 딛고 세상의 깊숙한 곳까지를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숙고하는 작가다. 그 개인의 내면에서 퍼올린 이야기들은 읽는 이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저한테서 출발하는 이야기지만 공감과 찡한 울림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보다 더 지혜롭고 폭 넓게 생각하시는 걸 알아요. 늘 더 많은 걸 읽어내시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4 19: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태영호의 서울생활> 태영호

총평얼마 전 신간 가운데 월북하는 심리학(김태형 저)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 관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필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북한에 대해 상상 이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과 수위의 책도 이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민주화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차에 태영호의 서울생활이라는 책이 나왔다. 언론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저자가 전해주는 북한 생활에 관한 정보가 월북하는 심리학에서 읽은 정보와 적지않이 대비가 되었다. 북한의 최근 상황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듯 하다.* 북한에선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전기와 수돗물, 난방 - 평양시에서는 중심 구역인 중구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구역에서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한 두시간 정도씩만 전기가 공급된다고 한다. 수돗물은 전기가 들어올 때만 나온다고 한다. 고층까지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장도 전기가 들어올 때만 작동되니 하루이틀에 한 번씩만 나온다고 저자는 전한다. 전기가 없으니 고층 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북한에서 일등 신랑감 ‘운전기사’ - 북한에서는 운전을 공식적으로 배우려면 당 조직의 추천을 받아 운전사 학교에 가야 한다. 1년 정도 다니고 졸업하면 자격증이 부여된다. 북한에서는 운전사 학교에 가는 것이 일류대학 들어가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자기 생산 수단이 생기는 것이어서 인기가 많단다. 김일성 대학 졸업생보다 운전기사가 더 사위감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김일성 대학을 나와도 10년 안에 자기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지만 택시 기사는 몇 년 만에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대박난 아메리카노 - 평양에서 커피숍은 대체로 젊은 남녀가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는 곳이다. 2008년 초 평양시 중심부, 그것도 김일성광장 옆 조선미술박물관 건물 한 모퉁이에 커피 숍이 처음 들어섰다고 한다. 커피 한 잔 가격은 3달러 정도. 상류층 자제인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돈을 받아 구름 같이 몰려왔다고 한다.* 사회적 지위 평가 기준이 되는 ‘귤’ -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후 김일성 생일(4월15일)과 자기 생일(2월16일)에 일본 조총련을 통해 일본 귤을 수입해 간부들에 지급했다. 이 후 명절 때마다 김정일로부터 귤 박스를 받는 지 여부가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나 못들어가는 평양외국인학교 - 북한의 영어 교육은 주입식에 기초한 스파르타식 회화 위주 교육이다. 한국이 취업용이라면, 북한은 외국인과의 소통용인 셈이다. 평양외국어학원은 수업시작 전 30분 동안 아침읽기를 진행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부모나 가까운 친척 중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평양외국어학원이다. 가슴에 배지를 달아주어 차별적 우월감을 심어준다.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평양 지하철역은 도서관 - 북한의 자랑 중 첫째로 꼽히는 것이 평양 지하철이다. 핵전쟁을 준비하다 보니 평양지하철은 지하 100m 깊이에 건설되었다. 지상으로 올라오는 구간도 없다. (서울은 평균 20m 깊이다.) 반공대피훈련을 하면 100만명은 들어간다고 한다. 지하철 운임은 10원으로 거의 공짜다. 역 마다 미술박물관으로 조성해 학생들에게는 도서관 같은 역할도 한다. 정전 염려도 없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가장 좋은 학습 장소다.* 북한의 부동산 거래 - 이름 뿐인 북한의 연금제가 무너지자, 간부들은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로 주택 건설을 시작했다. 북에서는 국가가 주택을 건설해 주민에게 무상으로 주는데, 소유권은 주지 않고 사용권만 부여한다. 그런데 장마당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불법으로 돈을 주고 좋은 주택 사용권과 교환하곤 했다. 2000년대 들어 간부들이 슬며시 사용권 교환을 합법화시켰고, 이후 정식 부동산 거래소도 없지만 불법 브로커와 불법 주택거래장소가 생겼다.* 철저한 신분사회 북한 - 북한은 철저한 신분사회로 인구 1%도 안되는 핵심 상층 계층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 엘리트층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수평식 좌우 이동만 존재한다. 고시 같은 제도도 없어 신분상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신분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하층 계급 자녀가 국가 지도층으로 대거 들어오면 북한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원천 봉쇄되고 있다. 신분은 물론 직업 결정의 자유도 사실상 태어날 때 박탈되는 셈이다.* 평양판 SKY(스카이) 캐슬 - 평양의 스카일 캐슬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외국어학원 같은 명문대를 나온 여학생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시집 잘 가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해선 어릴 때 무조건 음악유치원 등에 보낸 후 외국어학원이나 제1중학교와 같은 수재 교육과정에 입학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다고 한다.* 스펙 쌓으려 김일성 동상 청소까지 - 북한의 대학 입시에서도 ‘스펙’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계표에 적힌 조상의 출생 성분이나 부모 계충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핵심계층에서도 김일성과 항일 빨치산을 함께 한 ‘백두산 줄기’면 혁명가 유자녀로 분류되어 가산 점수를 받는다. 가장 높은 점수 받으려면 김정은 친필 서한이 있으면 좋다. 어릴 때 노래나 악기 춤 그림 등 예능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칭찬받거나 감동시키는 편지를 올려 “그 애를 나라의 휼륭한 역군으로 잘 키우시오”라는 친서라도 받으면 ‘접견자’로 분류되어 최상의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은퇴자들 생계수단 옥류관 국수 표 - 옥류관은 낮 12시와 오후 6시 하루 두번 냉면을 판다. 하지만 국수의 양이 제한되어 있어 사전에 표를 사야 한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줄 선 이들에게 표를 나눠준다. 표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낮 12시가 되면 옥류관 정문 앞에서 시장 가격으로 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에게 표를 되팔아 차액을 챙긴다. 표를 사서 먹으면 국정가격으로 3000~4000원이면 되는데, 시장가격으로 사 먹으려면 1만원은 주어야 한다. 연금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은퇴자들에게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은행에 저금 않는 북한 사람들 - 북한 사람들은 집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은행에 저금을 하지 않는다. 북한 돈이든 외화든 모두 집에 보관한다. 무역은행 같은 곳에 저금했다가 찾아 쓰려면 은행 간부에세 20% 정도를 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돈 빌려주는 사람은 1등 바보, 돈 갚는 사람은 2등 바보, 빌려준 돈을 받겠다고 찾아다니는 사람은 3등 바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세금 없는 과세제도 - 김일성은 1974년 세습 통치 구조에 들어가면서 세금 제도를 철폐했다. 공산주의로 가는 길에서 세금 철폐는 필수 과정인데, 북한은 사회주의 혁명을 제일 먼저 한 소련보다 먼저 시행했다고 자랑한다. 당시엔 국영기업의 거래 수익금이나 기업 이익금으로 국가 예산을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자 그 돈으로 핵무기 생산 등 국방비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외 부담’ 이라는 독특한 세금 없는 과세 제도가 생겼다. 기관이나 기업소들에서는 자체 자금이 없으면 직장 성원들로부터 돈이나 물건을 걷어 관련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한국보다 나은 북한 맥주 - 저자는 맥주만큼은 북한이 낫다고 자신한다. 북한 노동당에서 운영하는 룡성맥주 공장에서 나오는 ‘룡성맥주’가 최고라고 평가한다. 군대에서는 매봉맥주와 제비맥주를 생산하는 데 후자의 경우 비행사들만 먹는다고 한다. 독일 전통맥주에 가까운 것이 대동강맥주다. 영국에서 중고설비를 들여와 제조한데다 양강도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홉을 사용하고 맥아가 많이 들어가 맛이 좋다고 한다.* 김 씨 일가가 키운 마약산업 - 북한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은 ‘아이스’로 우리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같은 종류다. 북한에서 마약 문제의 기본 책임은 김 씨 일가에 있다고 저지는 비판한다. 초기에는 중동 등에서 가져온 마약을 스웨덴이나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에 밀매해 외화벌이를 했다. 하지만 국제 여론이 악화되자 김정일은 1980년대 후반 마약 밀매 외화벌이 중단을 지시한다. 대신 북한에서 아편을 대대적으로 재배해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양강도 대홍단 종합농장과 함경북도 백암종합농장에서 대규모 아편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양귀비 재배사업을 백도라지 사업이라고 부른다.* 노동당에서 파견하는 북한의 승려들 - 북한에는 보현사 광법사 안국사 등 유명 사찰이 전국에 60여 곳에 이른다. 북한 사찰은 불상을 모시고 승려가 거주하면서 불법을 설파하는 종교 시설이 아니라 민족 유산 혹은 문화재에 가깝다고 한다. 당국에선 스님이 300여명, 신도가 1만여 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승려는 사실상 북한 노동당에서 파견한 종교계 일꾼이다. 대외적 교류를 위해 김일성종합대학 종교학부에서 양성하며, 대부분 결혼해 가정을 이룬 대처승들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 북한에선 자기 직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없다. 전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대학 당국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당에서 직종을 결정해 배치하면 그 직업을 따라야 한다. 취업 시장도 따로 없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대학생 임명 배치 담당자들이 ‘뇌물의 왕초’라고 알려져 있다.* 당에서 배치하는 북한 기자 - 기자가 되려면 일단 출신성분이 좋아야 한다. 취재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형직사범대학 등 중앙대학 사회학부를 졸업해야 한다. 사진기자는 영화연극대학 사진촬영부 졸업생들이 대부분이다.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는 이른바 ‘1호 행사’는 극소수만 현장 취재가 가능해 그 어느 때보다 충성심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공훈기자’나 ‘인민기자’가 되기 위함이다.* 말로만 반일 - 평양시 중심 구역인 모란봉 구역 북새거리(일본말로 히타치거리)에는 일본 상품만 전문으로 파는 류경상점, 북새상점이 있다. 가격이 엄청 비싸지만 부유층에 큰 인기라고 한다.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일본 제품은 중고 자전거라고 한다. 가격은 50~150 달러 수준이다.* 북한의 대학 신입생들 -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으로 진학한 ‘직통생’이 30% 정도를 차지한다. 군대에서 8~10년 복무 후 25~28세 사이에 대학에 진학하는 제대군인이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현직생은 고중 졸업 후 취직했다가 입학하는 학생들로 10~20% 정도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삭발’이 충성심의 표현 - 우리나라에서는 삭발이 저항의 표상이지만, 북한에서는 삭발이 당국의 요구에 복종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초중고 남학생들도 의무적으로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한다.* 김정은의 ‘패기 머리’ -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후 당국에선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을 모방한 속칭 ‘패기 머리’를 하라고 요구했다. 옆과 뒷머리를 짧게 올려 자르고 앞과 윗머리만 길게 남긴 스타일이다.* 백두산과 백마 - 북한에서 백두산과 백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 혈통, 주체의 혁명 위업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최고의 상징으로 숭상된다. 2011년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김정은이 아버지를 위해 제일 먼저 세운 동상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기마 동상이었다.* 북한의 5대 범죄 - 북한에서는 마약 성매매 도박 밀수와 함께 미신을 믿는 행위가 주요 범죄에 해당한다. 형법상 ‘사회주의 공동생활 질서를 침해한 범죄’로 분류되어 최고 7년의 교화형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암암리에 점집 등이 존재한다. 점을 한번 보려면 보통 쌀 5~15킬로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는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열악한 항공 노선 - 평양 공항의 국제선 정기 항로는 중국의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뿐이다. 여름 한 철 외국 관광객이 많아지면 국제선으로 상하이와 다렌 편, 국내선으로 삼지연(백두산)과 갈마(원산 송도원 금강산), 신덕(함흥 흥남), 어랑(칠보산)편도 운항되곤 한다. 하지만 이착륙하는 비행기는 기껏해야 하루 평균 2,3대 불과하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14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지금’ 일상 ‘가까이’ 있는 ‘숨은 혁신 찾기’

숨은 혁신 찾기 작고 가까운 것에서 큰 변화의 힘을 읽어내는 법 |안병민 지음(사진제공=토마토출판사)어쩌면 혁신은 늘 있어 왔고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일상처럼 진행돼 왔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다음커뮤니케이션, 휴넷 등을 거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의 신간 ‘숨은 혁신 찾기’는 거대하고 먼 ‘혁신’이 아닌 지금 주변에 있는, 일상이 된 ‘혁신’을 강조하는 책이다.저자는 ‘변화의 열쇠는 가까이 있다’ ‘상식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다’ ‘내 일의 목적과 삶의 이유를 찾다’ 3개 챕터에 혁신을 빚어내는 세 가지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그 세 가지 힘인 지혜와 전략 창의와 통찰, 본질과 철학에 대한 설명은 크고 작은 사례로 이해도를 높인다.김밥 하나로 손님들을 줄 세우는 청도 할매김밥, 포드와 델을 이긴 토요타와 애플, ‘무한도전’의 김태호PD와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나영석의 차이, 아마존의 옴니채널 전략, ‘인형의 집’ 노라와 ‘스카이캐슬’ 강준상의 공통점, 은행으로 진화한 스타벅스, 이국에서의 일상적 경험을 파는 에어비앤비, 피카소와 칸단스키 사이, 하와이 맛집 마루카메 우동….‘우리를 이기는 나는 없다’ ‘ 무의식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 ‘디테일,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키움이 아닌 자람’ ‘관리 아닌 경영’ ‘평균의 실종’ 등인공지능(AI)의 일상화, 초연결, 공유경제 등의 사회로 이미 접어든 시대에 눈여겨볼 것들이 흥미롭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3 21: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꽃을 피우고, 친구를 기다리고, 알록달록 달콤한 세 가지 이야기 ‘봄의 여행자’

봄의 여행자 | 무라야마 사키 지음 | 이희정 옮김 | 게미(일러스트) 그림(사진제공=소미미디어)일본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은 작품들에 수여되는 서점대상의 2017년 후보작인 ‘오후도 서점 이야기’, 그에 이은 ‘별을 잇는 손’ 등의 무라야마 사키의 미발표작 세편을 엮은 ‘봄의 여행자’가 출간됐다.‘봄의 여행자’를 비롯해 ‘꽃게릴라의 밤’ ‘또그르르’에 게미가 서정적인 소녀 감성의 일러스트를 곁들였다.책 제목과도 같은 ‘봄의 여행자’는 곧 폐쇄될 유원지에서 한밤중에 만난 할아버지, 그가 별을 올려다 보며 51년째 기다리고 있는 여행자의 이야기다. 별에서 온 여행자를 품은 벚꽃나무에 대한 애틋함과 푸근함이 묻어 난다꽃을 훔치는 게 아닌, 작은 꽃씨나 알뿌리는 산책하며 뿌리고 심는 ‘꽃게릴라’ 사유리 이야기 ‘꽃게릴라의 밤’은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캔 속에서 ‘또그르르’ 굴러나온 알사탕들은 알록달록 달콤하며 추억들이 묻어난다.특히 ‘또그르르’는 캔 속에서 저마다의 빛깔과 향내를 풍겨대는 알사탕에서 떠오르는 일찍 일어난 날의 치약, 출근하는 엄마의 근사한 입술색, 5월의 나뭇잎, 아빠와 산책하는 일요일의 초록이파리, 비행기에서 본 구름, 할아버지네 바다 위를 나는 날갯짓 소리, 할머니가 보내주신 귤, 지금도 어디선가 일렁일 생일초 등이 따뜻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2 14: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기본소득…어쩌면 가까운 미래의 일상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지금 바로 기본소득 | 금민 지음(사진제공=동아시아)지난해 9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는 가까운 미래인 2028년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노동 등 분야에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꾸린 연극이었다.독일의 ‘도이체스 테아터’(Deuthsches Theater Berlin) 작품으로 2017년 가을부터 1년여 동안 도이체스 테아터와 독일의 홈볼트 포럼(Humboldt Forum im Berliner Schloss)이 다양한 분야의 학자, 전문가, 시민들로 꾸린 13개 워크숍을 꾸려 토론하고 탐구한 결과물이다.이 극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슈는 ‘기본 소득’이었다. 이 극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안한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을 일컫는다.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이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의 신간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는 그 기본소득에 대해 논한다.로봇들에게 빼앗길 일자리,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인류의 존재의미 등을 걱정하기보다 좀 더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인 셈이다. 책은 ‘기본소득’이 정당한 권리인 이유와 현실화시키는 방법 등을 8개장에 나눠 담았다.다소 허황되다 느껴지는 이 기본소득은 정치선동 혹은 복지의 최상급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던 이슈이며 인공지능(AI), 초연결, 공유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시대, 가까운 미래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진 시대, 동시에 인류가 더 이상 가장 뛰어난 존재가 아닌 미래에서 인류 그리고 나의 존재가치, 해야할 일 등은 무엇인지를 꽤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1 18:0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상상의 세계가 눈 앞에…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

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 필립 풀먼 (원작) , 스테판 멜시오르 (각색) 지음 |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사진제공=에프F)배트맨, 슈퍼맨, 어벤저스 등 슈퍼히어로들을 탄생시킨 그래픽 노블은 이제 엄연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전세계적을 사랑받고 읽히는 작품들이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세계관과 스펙타클한 사건들 이들을 효과적은으로 전달하는 그림들 등으로 무장한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했다.영화로, 드라마마로 변주됐던 ‘황금 나침반’(The Golden Compass)이 그래픽 노블로 출간됐다.‘황금나침반’은 J. R. R. 톨킨, C. S. 루이스와 함께 영미 판타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필립 풀먼의 1995년작으로 조던 대학 학자들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한 소녀 리라 벨라커가 과거와 현재의 진실, 미래의 예언까지 담고 있는 진실측정기 ‘황금 나침반’과 함께 하는 모험담이다.프랑스 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수상작으로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출생의 비밀, 비범한 능력의 발견, 조력자의 등장, 선과 악의 대결 등의 여정을 따르는 소녀의 모험담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OMD의 공동창립자 클레망 우브르리의 그림으로 표현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11 17:3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마강래

총평이 책의 부제는 ‘청년과 지방을 살리는 귀향 프로젝트’다. 저자는 지방도시 상생부라는 책을 통해 지방 중소도시의 생존을 위한 ‘압축도시’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니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라는 후속 저서에서는 수도권에 맞설 수 있는 지방 대도시 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 책은 베이비부머 라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 올해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층에 편입되면서 몰고 올 복지 문제, 재정 문제, 세대간 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포함한 엄청난 지각변동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은퇴 뒤 대도시에 남는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귀향 귀촌으로 흡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탈(脫) 대도시’를 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원인을 조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법적 노인’이 되는 베이비부머 - 올해부터 베이비부머의 맏형이 1955년생이 65세가 되어 법적으로 ‘노인’에 편입된다. 1955년~1963년까지 9년 동안에 걸쳐 태어난 이들을 1차 베이비부머 세대, 1968년~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부머 세대라 지칭한다. 이들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친 세대이자, 자유화와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며,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한편 두 차례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은 세대다. 저자는 이들의 은퇴로 인해 사회적으로 은퇴자들이 직면한 시간의 과잉 문제부터 연금 고갈,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 고독사 등 사회적 이슈들이 끊임없이 대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1700만 베이비부머 은퇴가 주는 사회적 충격 - 첫째, 이들이 대거 고령자로 편입되면서 우리 경제가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소비와 생산 감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 곳간이 거덜날 것이란 걱정이 커진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2041년에 1778조 원으로 정점을 찍는 후 곧 적자로 전환된다.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연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세대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령자들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해를 복지정책에 관철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맞서 젊은 층은 노년층에게 자신의 몫을 뺏기지 않기 위해 스크럼을 짤 것이란 얘기다.* 은퇴자들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 - 대체로 우리나라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노후의 적정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월 243만 원이다. 1인 가구의 경우 154만 원이다. 반면에 중고령자들이 생각하는 최소생활비는 이보다 훨씬 낮은 월 176만 원이다. 1인 가구는 108만 원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해 노후생활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순자산이 4억 6000만 원인 상위그룹이 은퇴 후 확보할 수 있는 월 소득이 평균 136만 원에 불과했다. 중위그룹(순자산 2억 1000만 원)은 98만 원 정도, 하위그룹(순자산 6000만 원)은 79만 원에 불과했다. 상위그룹 조차 최소생활비 확보가 어렵다는 얘기다. 은퇴자들이 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로 OECD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선 은퇴 후 연금이 은퇴 전 소득의 60~7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인 연령 상향의 딜레마 - 우리 사회가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한 시기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때다. 65세부터 다양한 복지혜택 부여되므로 노인 기준이 높아지면 국가적으로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는 아직 노인 기준은 그대로 두면서 복지혜택 기준을 상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인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기초연금 예산이 2015년 3조 2200억 원에서 2020년 4조 6500억 원, 2030년에는 9조 4700억 원까지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 부작용도 크다. 65~69세 인구의 절대빈곤율이 8.3%포인트(21.8%→30.1%) 올라가고 상대빈곤율도 4.9%포인트(33.1%→38.0%) 높아진다. 정부는 일을 그만두는 시기와 연금 받는 시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저자는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되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연금 수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과 베이비부머 공생방법 ‘베이비부머의 귀향’ - 저자는 세대 간 ‘직업분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고령자의 일자리와 청년들의 일자리는 대체관계가 아닌 보완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도시를 떠나,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에서 살며 젊은이들과 충돌하지 않는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베이비부머의 귀향 프로젝트가 범국가적으로 진행된다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끌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청년 귀촌? 젊은 인구의 외곽 이동 - 정부가 통계에서 자주 얘기하는 ‘귀촌 러시’는 사실상 젊은 인구의 도시외곽 이동으로 인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매년 20만 명 넘게 시골로 가는 젊은이들은, 귀촌한 게 아니라 대도시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것으로 봐야 맞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부머의 탈 도시화는 청년들의 도시 안착을 돕고 일자리 문제는 물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도시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 확보가 시급한 중소도시 - 지방 중소도시는 젊은 인구 유출→인구 감소→도시 인프라 저하→잔여 인구의 유출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최소한의 임계인구(critical population size)를 확보해 생활서비스 붕괴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귀향 인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구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귀향 가능인구는 얼마나? -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는 모두 805만 명이다. 이 가운데 약 55%인 440만 명 정도가 지방 출생, 특히 농촌 출신자들이다. 압도적 1위는 호남으로 베이비부머 314만 명 중 무려 절반인 1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반면 영남에서는 507만 명 중 22%인 113만 명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다. 균형발전의 핵심은 인구에 있는데, 이제까지는 정책들은 ‘사람’ 보다는 ‘지역’에 초점 맞춰져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지방으로 옮겨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퇴 베이비부머를 위한 일자리 찾기 - 지방에 아직은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이들에게 제조업 일자리, 고령친화 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 지역참여형 일자리, 농촌지역 귀농 관련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참고로 귀농인들의 가구소독 실태를 보면, 귀농 전 가구소득은 4400만 원 정도인데 귀농 후 1년차에는 2828만 원으로 급감한 후 5년차에 3895만 원으로 회복된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귀향을 발목 잡는 ‘부동산’ - 은퇴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부동산이다. 도시 베이비부머의 귀향을 망설이게 하는 부동산 관련 걱정은 양도소득세다. 하지만 2020년 말까지는 농어촌주택이나 고향주택을 구입하고 3년 이상 보유하면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를 면할 수 있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면 귀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은퇴 후 소득 절벽이 불가피한 은퇴자들에게 가장 좋은 대안은 주택연금이다. 해당 주택을 담보로 매달 국가로부터 연금 형식의 돈을 받는 방식이다. 현재 주택을 갖고 있는 부부 중 한명이라도 6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증여세를 감면해 주는 것도 도시 베이비부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새로운 대안 ‘은퇴자 주거단지(CCRC, Continuing Care Retierment Commuities)’ - 해외에서는 은퇴한 고령자들이 함께 사는 은퇴자 주거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은퇴 고령자들이 지속적인 돌봄을 받는 마을이다. 건강할 때 들어가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고령자들도 일과 학습, 그리고 자율적으로 봉사도 하는 적극적 주체가 된다.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활발한 교류도 가능하다.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현재 미국에선 간병 등의 의료시설이 갖춰진 약 2000여 곳의 CCRC에 75만 명 정도의 은퇴들이 거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생애활약마을’이라고 하는 일본판 CCRC가 있다. 미국은 부유한 은퇴자들이 이곳을 선택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20만엔(200만원) 정도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평범한 은퇴자들이 대상이다. 대도시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지방살리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지방교부금 혜택을 노린 지자체들의 노력이 더해져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현재 전국 1788개 지자체 중 121곳(6.8%)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거주+돌봄+활약+이주가 가능한 커뮤니티로 육성되고 있다. 다만, 도시와 너무 떨어진 외곽의 경우 실패 사례가 많다며 “입지가 귀향인 마을의 성패를 가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농촌 빈집 활용한 '고령자 마을' - 최근 일본에서는 농촌의 빈집을 활용해 고령자 마을을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사유재산인 빈집을 마음대로 부술 수 없으니 ‘새 주인 찾아주기’로 빈집 은행(아키야벵크)을 운영하며 빈 집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사가현 아리타정의 경우 빈집은행에 매물을 등록한 소유주에게 10만엔(100만원), 빈집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20만엔 정도를 지원했다. 구매자가 아리타정으로 주소지를 옮기면 또 10만엔을 추가 지급한다. 빈집 리모델링을 할 경우 상한액 50만엔 이내에서 비용의 반을 지원해 준다. 이 때 마을 업체가 시공을 맡도록 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노린다. 우리도 빈집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여기에 외지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대학연계형 CCRC - 대학을 참여시켜 평생교육의 개념을 강화한 마을이다. 조지메이슨대학의 앤드류 칼이 처음 제안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데이비드시의 유니버시티 은퇴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대학과 10분 거리인 주거단지를 대학이 제공하고 전체 거주자의 50% 정도를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나 직원들로 채웠다. 최근 일본에서도 고베시에 위치한 간사이대학이 한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대학연계형 CCRC를 만들었다. 우리도 위기의 지방대학을 살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에겐 아직 너무 먼 … - 우리나라에서 대학과 연계한 고령자주택의 경우 건국대학이 개발한 ‘더클래식500’과 명지대학의 ‘엘펜하임’이 대표적이다. 모두 노인복지법에 따라 건설된 노인복지주택이다. 더클래식500은 모든 세대가 56평 규모다. 50층과 40층 짜리 두 동으로 구성되어 건국대 바로 옆에 위치한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구비하고 있으며, 건국대 병원도 코 앞에 있어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대한민국 상위 1%를 위한 공간이다. 보증금 8억 원에 매월 생활비가 350만~400만원 정도인데도 입주율이 100%에 가깝다고 한다. 명지 엘펜하임은 2004년에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내에 건설되었다. 336세대 거주가 가능한 8개 동으로 구성되었고 9홀짜리 골프장까지 평생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골프장 허가가 나지 못해 소송 중이라고 한다.* 연령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진료비 지출 - 출생 직후에는 연간 130만 원 정도의 병원비가 든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 후에는 50만원 정도로 뚝 떨어진다. 이후 병원 출입을 자주 않다가 55세를 넘어가면 수직상승한다. 60세를 지나면서 연평균 200만 원이 넘어가고 70세 이상에서는 45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고 한다.* 심각한 도-농 의료격차 -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종합병원으로부터 평균 2.47km 떨어져 있다. 경기도 사람들은 15.09km, 인천은 17.08km다. 지방광역시 가운데는 광주가 5.56km, 대전이 6km, 부산이 6.11km, 대구는 10.01km라고 한다. 가장 열악한 곳은 강원도로 28.04 km에 이른다. 종합병원까지 거리가 서울의 10배도 넘는다. 경남이 27.4km, 경북 26.84km, 충북 20.63km, 충남 17.24km 등이다. 응급의료시설도 서울은 2.56km로 이동거리가 가장 가까운 반면 강원도는 20.21 km로 매우 열악하다. 이렇다 보니 인구 10만 명 당 심장질환 사망률이 서울은 28.3명인데 반해 경남은 45.3명에 이른다. 전국 상급병원이 모두 42개인데 이 가운데 서울에 31%인 13개가 있다. 서울 인구가 전국 인구의 18.8%인 점을 감안하면 과한 상황이다. 의료 인력도 병원급의 경우 서울은 인구 1000명당 1.69명인데 반해 경북은 0.52명, 충남은 0.59명, 울산은 0.71명 수준이다.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대도시 병원은 넘쳐나는 환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치의 제도' 도입 검토를 - 베이비부머의 지방 이주를 활성화하려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운영 중인 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저자는 말한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지역 내에서 특정 의사(주치의, 동네병원 의사)를 지정하고, 1차 진료를 반드시 그 의사에게 받게 하는 제도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대형병원으로 갈 때 반드시 주치의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다. 우리는 의사협회의 반대로 번번히 제도 도입이 좌절되고 있다. 신규병원 개업을 막고 환자들이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이유에사다. 이에 일각에선 취약계층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차후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저자는 중소도시와 시골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우선적으로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향사랑기부제'로 귀향 물꼬를 터야 - 개인이 특정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정부도 검토 중이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되고, 10만 원 이상~1000만 원 미만은 16.5%, 1000만 원 초과시 33%를 공제받는 안이다. 이 제도는 ‘후루사토(고향) 납세’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저자는 지방 중소도시에 고향세를 내는 수도권 주민 가운데, 원하는 사람에 한해 두 개의 주소를 허용하는 복수주소제(이중주소제)를 함께 도입할 경우 어려운 지역의 재정 확충에도 도움이 되고 지자체 인구가 늘어 교부금도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방 주소지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덤도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11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일의 기쁨' <조이 오브 워크> 브루스 데이즐리

총평저자는 구글과 유튜브, 트위터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덕분에 ‘프로직장러’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트위터 유럽 지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런 글로벌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일의 기쁨’을 되찾는 30가지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팀원 간의 신뢰를 회복해 공감도를 높이고, 특별한 울림을 공유하는 노동문화를 조성하는 방법을 탐색했다”고 적었다. 현우리 직장인들도 한 번쯤은 느꼈을 직장이 모습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그 대안들도 제시된다. 상사와 부하직원들이 함께 읽고, 충분한 자기반성과 검열 후에 이 책을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현대 직장인을 괴롭히는 두가지 메가트랜드 -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직업과 직장에 애정과 열의를 갖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하다고 하다. 현대 직장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로막는 두 가지 메카트렌드는 ‘끊임없는 연결’과 ‘인공지능’이다. 미국 직장인의 60%가 평일에는 13시간 30분, 주말에는 시간 동안 직장과 연락이 닿아 있다고 한다. 이런 끊임없는 연결은 은밀하게 우리의 뇌를 혹사시킨다. 결국 직장과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우울증세도 심화되고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또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이런 연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창의적 사고가 어려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짧게 일하고 충분히 쉬어라 - 이상적인 근로시간은 주당 최장 50시간이라고 한다. 스탠퍼드대 존 펜카벨 교수는 “50시간 까지는 단위시간당 생산성이 일정했으나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주말 충분한 휴식시간 확보가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업용 메신저 ‘슬랙’의 최고경영자 버터워스는 사훈을 ‘열심히 일하고 빨리 퇴근하자’고 정했다. 스웨덴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공공기관 일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급여 삭감 없이 업무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하는 사회적 실험을 단행했다. 그 결과, 결근 횟수가 줄고 건강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일주일 중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4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일이 잘 안풀릴 때는 산책에 나서라 - 유명작가 J.K.롤링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는 한밤중에 산책만한 것이 없다”고 했고, 찰스 디킨스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집중해 글을 쓴 후 13~20킬로미터를 걸었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매릴리 오페조와 대니얼 슈워츠는 산책 실험 결과, 피험자의 81%가 앉아 있을 때보다 산책할 때 평균 60%나 높은 성적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리더십 트레이닝 회사 어핑유어앨비스는 동료들과 산책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며, 두명씩 짝지어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을 큰소리로 마구 토로하는 불만 터트리기 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사수하라 - 점심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직장생활은 물론 삶 전체에 무리가 온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심을 포기할 경우엔 자기 통제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피로가 쌓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불면증을 가져 온다는 주장도 있다. 다니엘 핑크는 2018년에 출간한 언제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판사가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의사가 오진을 내릴 확률이 점심 시간 이후에 확연히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 주 듀크의료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조사해 보니 오후 4시 이후 사고 확률이 4.2%로, 오전 9시에 비해 4배나 높았다고 한다. 결국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요한 업무는 점심시간 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둘째, 휴식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오전 시간은 수도승 모드로 -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의외로 생산성이 곤두박질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애플도 ‘개방’을 모티브로 한 신사옥이 호평받았지만, 정작 직원들 가운데는 “소음과 어수선함이 세계적 작품을 만들어낸 애플 팀의 일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평균 3분마다 업무를 방해받는다고 한다. 작가이자 연구자인 칼 뉴포트는 일에 몰입한 상태를 ‘딥 워크(Deep Work)’라고 칭했다. 주의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몰입상태에서 인지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는 전문적 활동을 말한다. 저자는 일주일에 두번, 세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고 권고한다. 오전에는 수도승 모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때는 휴대전화 이메일 등 모든 방해거리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해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프리젠티즘(Presentism)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휴대전화 알림 기능을 꺼라 - 창의력과 스트레스를 한 우리에 두지 말라는 얘기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의 톰 잭슨 교수는 현대인이 하루에 근무 중 이메일 알림에 방해받는 횟수가 무려 96번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해 농도를 높임으로써 결국 창의력을 떨어트린다고 한다.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애나 콕스 교수는 직장에서 이른바 마이크로바운더리(microboundary, 원치 않는 행동이나 나쁜 습관을 자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워 놓은 작은 장벽들)를 상황에 맞게 구축함으로써 도움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휴가 전에 이메일 앱을 삭제하거나 식사시간에 방해금지 모드 설정하는 등이 대표적 예다.* 숙면을 취하라 - 잠은 에너지를 회복하는 수단이다. 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실제 그런 사람은 5%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나 과장이라고 한다. 전 세계 성인의 3분의 2가 권장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복잡한 일이 있더라도 일단 푹 자고 일어나 처리하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커피머신 위치를 옮겨라 - MIT 경제학자 알렉스 팬틀랜드 교수는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이디어의 흐름, 즉 새로운 아이디어의 확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회의에서 아이디어 교환이 가장 많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이디어의 흐름은 주로 동료와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난다고 결론 지었다. 따라서 직원 간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근무환경을 잘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간 배치에 살짝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사 소통 촉진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커피머신 위치는 조직 개편만큼이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피카(fika) - 스웨덴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료와의 휴식시간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래서 커피와 케이크를 의미하는 ‘피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웨덴의 세계적 기업 이케아는 홈 페이지에 “이케아의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피카를 즐기는 동안 나왔다”고 적을 정도다.* 회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라 - 회의는 비생산적인 사회적 그루밍 활동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잦은 회의, 보여주기식 회의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 회의가 오전에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산성과 창의력은 오전에 가장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의 시간을 당장 절반으로 줄이고, 정기회의나 팀 회식 날자를 미리 잡아놓고 논의사항이 없으면 취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힌다.* 웃음장벽을 낮춰라 - 드렉셀 대학의 존 코이너스 교수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마크 비먼 교수는 웃음이 사고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 조사했다. 피험자에게 로빈 월리엄스의 코미디 쇼를 보게 한 후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퍼즐을 풀도록 한 결과, 문제 해결 능력이 20% 가량 향상되었다고 한다. 웃음은 오른쪽 귀 바로 윗부분에 자리한 위관자이랑을 자극하는데, 우리 뇌에서 이곳은 얼핏 큰 관계가 없어보이는 아이디어를 서로 연관짓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집중해도 일에 진전이 없을 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잠시 웃는 시간을 가지면 효율이 올라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악질 상사짓 그만둬라 - 미국 털사대학 로버트 호건 교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4분의 3이 ‘직장이 싫은 가장 큰 이유’로 ‘상사’를 꼽았다. 대부분 끔찍한 상사는 곧 끔찍한 직장생활로 직결된다. 스웨덴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실시한 추적연구에 따르면, 형편없는 상사와 근무한 남성의 심장병 발병 확률은 무려 60%나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이상적인 상사를 둔 직장인이 심장병 걸릴 확률은 40% 감소했다고 한다. 형편없는 상사란 공통적으로 무능함, 무례함, 이기심, 폐쇄성의 특성을 가졌다고 한다. 반면 좋은 상사란 격려와 동기부여가 특징이라고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 많은 인원이 참가해 집단적 창의력을 추구하는 브레인스토밍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초반부터 팀을 이뤄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타당한 비판과 적절한 마찰은 창의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각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팀을 구성해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팀원과 아이디어를 교환하자 창의적인 제안이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충분한 대화와 적당한 고독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만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으로 얻는 이익보다 공감 부족으로 생기는 손실이 더 커 정답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규칙적인 피드백이 없는 탓에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란다.*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라 -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목숨을 구할 만큼 대단한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려면 스스로의 실력만큼이나 주변의 휼륭한 도움이 중요하다“면서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업무를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보고 동료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여 의문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라. 셋째 호기심을 잃지 말라.* 팀 규모를 줄여라 ‘브룩스의 법칙’ - 1975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레더릭 브룩스는 “지연된 개발 프로젝트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오히려 진행속도가 더뎌진다”고 주장했다. 팀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의사소통 경로는 그 몇배로 많아진다는 것이다. 구성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팀원 간 의사소통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해크위크’를 도입하라 - 전체 근무시간의 70%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 20%는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에, 나머지 10%는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사용하라는 구글의 ‘70/20/10 제도’는 말장난일 뿐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20%를 하는 날이 정작 토요일이라는 점 때문이란다.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트위터는 해크위크를 도입했다. 새해 첫 주와 여름휴가 전 주 등 1년에 두번 진행한다. 모든 정규업무와 장기회의가 중지되고, 금요일에는 지난 한 주 동안 나온 아이디어를 기념하고 동료의 대담함과 독창성을 칭찬하는 파티를 열어 마무리한다. 다만, 영 터무니없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테마를 정해 진행케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08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눈감기 전까지 '폰아일체'… 인류, 뜻밖의 퇴화

“선생님들은 아침마다 ‘아이는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는데 아이의 기분이 어떻겠어. 하루 종일 핸드폰 하고 있는데.”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이스라엘 학부모의 분노 영상 중 한 장면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재택수업을 받는 아이와 종일 씨름을 벌이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려 전 세계 학부모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냈다.특히 눈에 띄는 발언은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고 있는데”다. 21세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국적 불문 필수 놀이 도구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마치 20세기의 TV와 같은 도구랄까.그렇다고 아이들만 스마트폰을 종일 끼고 사는 건 아니다. 2015년 2~3월 미국에서 8~18세 자녀를 둔 부모 17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부모들은 매일 평균 9시간 22분을 디지털 미디어로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이 중 일과와 관련된 사용시간은 1시간 39분. 나머지 7시간 43분이 여가와 관련된 활동이었다. 하루 24시간 중 삼분의 일을 스마트폰과 함께 지낸 셈이다.스마트폰의 출현은 인류의 문명 발전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손 안의 작은 도구는 메시지 전달이라는 기본 역할 외에도 웹서핑, 미디어 시청, 게임, 교육, 쇼핑, 금융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그 결과 스마트폰이 없으면 5분도 견디지 못하고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끼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2018년 이를 ‘노모포비아’(Nomophobia) 현상이라고 정의내렸다. ‘노모포비아’는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더난출판사 | 1만 6000원 | 사진제공=더난출판사독일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가 집필한 신간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이 미친 영향을 돌아보고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해 경고한다. 책의 원제는 ‘스마트폰 전염병’. 저자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이 주는 부작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건강적인 부분이다. 특히 스마트폰 과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근시’는 코로나19 못지않은 새로운 ‘팬데믹’(전세계적인 대유행)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한국 청소년의 90% 이상이 근시 판정을 받았고 유럽도 최근 들어 30%의 근시환자가 발생했다는 게 그 근거다. 근시 환자의 10%는 시력상실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스마트폰의 또 다른 건강 부작용은 정신적 해악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주의력 장애, 불안, 중독, 치매, 우울증 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영국에서는 13세 때 하루에 3시간 넘게 페이스북을 이용한 18세 여자 청소년의 우울증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 배가 높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미국에서도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시간이 증가할수록 자실 충동 역시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스마트폰 사용자의 60% 이상이 겪고 있으며 나아가 학업성취도 하락, 디지털 치매, 공감능력 저하, 주의력 결핍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가짜 뉴스 창궐이나 개인신상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도 스마트폰 부작용의 하나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IT기업들은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으로 사용자들의 시선을 붙들려고 한다. 전세계 15억 인구가 매일 10억 시간씩 시청하는 유튜브에서 ‘조깅’을 검색하면 ‘울트라 마라톤’을 추천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검색하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동영상을 추천하는 식이다. 좀 더 세게, 과격한 영상을 추천해 사용자들을 극단적인 사고로 이끈다.페이스북은 ‘좋아요’ 9개만 있으면 타인의 기초적인 신상정보를 알 수 있고 125개면 정치 성향 같은 내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SNS를 이용하면서 기초적인 신상을 공짜로 제공한 대가다. 이렇게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질수록 가짜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고 정치조작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안긴다.이 책은 익히 알고 있는 스마트폰의 ‘과유불급’ 편리함의 폐해를 직설적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스마트폰은 결코 대중을 똑똑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21세기에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포기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책 속에 나와있지 않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4-08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내가 스스로를 중독시키지 않도록…‘발칙한 수학여행’

발칙한 수학여행| 박현숙 지음(사진제공=다림)“내가 내 스스로를 중독시키는 일은 하지 말자 결심했어…생각을 정해놓고 거기에 스스로를 중독시키려고 하는 거. 결과는 모르는데 꼭 알고 있는 거처럼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 거처럼.”중3 소녀 연보라의 절친으로 ‘오해’로 절교당한 오은우의 말은 박현숙의 청소년 장편소설 ‘발칙한 수학여행’의 핵심 메시지다.책에는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의 사랑에 ‘배신’을 가장 싫어하는 연보라가 절친 오은우와 친구를 배신했다는 오해를 받는 소년 권혁주와의 일로 한단계 성장하는 과정이 담겼다.기묘한 상황에서 자꾸만 만나거나 엮이게 되는 혁주, 그런 혁주를 좋아한다는 은우, ‘절교’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관계는 운명적인 사랑을 이뤄준다는 아슬도로의 수학여행에서 사건·사고로 이어진다.북극곰을 죽이는 인간 세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부정적 영향을 오해와 착각, 저마다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 등이 중첩되면서 행하게 되는 시행착오에 빗댄다. 어른들에게는 아직 어리다고 느껴질지도 모를 열여섯 소녀들과 소년의 성장기는 ‘스스로를 중독시키는 일’에 대해 꽤 진중하게 메시지를 던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07 21:39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10명 작가의 데뷔기 그리고 실전팁까지 ‘웹툰작가 되는 법’

웹툰작가 되는 법; 세밀한 묘사와 대담한 질문, 그리고 웹툰작가들의 솔직한 답변 | 박자연 지음(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 드라마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주인공 신가현(남지현), 쌍천만을 기록한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주된 ‘신과함께’ 시리즈의 원작, 16%를 훌쩍 넘기는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연평균 5~6%가량의 성장세를 보이면 지난 2018년 매출액 1조원을 훌쩍 넘긴 웹툰은 이제 다양한 콘텐츠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드라마화, 영화화가 되지 않더라도 충성도 높은 구독자들을 바탕으로 인지도와 적지 않은 연봉을 보장받는 웹툰작가는 이미 꽤 촉망받는 직업이다.신간 ‘웹툰작가 되는 법’은 ‘아만자’의 김보통, ‘썅년의 미학’ 민서영, ‘십자군 이야기’ 김권태,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나에게 다정한 하루’ 이서현, ‘강호용병전’ 이현석, ‘동네변호사 조들호’ 김양수, ‘단지’의 단지, ‘사이언티픽게이머즈’ 김명호, ‘노인의 집’ 이림 등 10명의 웹툰작가 인터뷰로 풀어낸 성공기이자 도전기이며 실전팁이다.결코 쉽지만은 않은 웹툰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해 10명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작품철학을 비롯해 데뷔 통로, 장비 및 프로그램, 작업순서, 연재 플랫폼 및 공모전, 지원사업 등에 대한 꿀팁까지를 털어놓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06 20:35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사장을 위한 MBA 필독서 50> 나가이 다카히사

*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 진짜 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애초에 경쟁 따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치열한 경쟁을 현명하게 회피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법을 다루었다. 마이클 포터의 혜안은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가 업계 경쟁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즉, 공급자의 교섭력(공급자와 싸울 것인가 협력할 것인가), 잠재적 진입자의 위협(다른 분야의 침입자를 경계하라), 대체품의 위협(나를 대체할 경쟁자를 파악하라), 구매자의 교섭력(사는 사람이 무얼 원하는지 파악하라), 업계 경쟁자와의 경쟁(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지양하라) 등 모두가 경쟁상대라고 파악했다. 포터는 비용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 전략 등 이기기 위한 3가지 경쟁전략도 제시했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고, 고객을 공략할 포인트를 확실히 하고,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최대한 집중하라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 - 포터는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전제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면 같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라이벌과의 차별화라고 그는 강조한다.* 헨리 민츠버그의 ‘전략 사파리’ - 저자는 전략 가운데는 사전에 철저히 궁리해 수립해 낸 ‘계획된 전략’과,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을 축적함으로써 완성시키는 ‘창발적 전략’이 있다고 말한다. 양자를 조합할 때라야 훌륭한 전략이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잭 웰치는 GE의 CEO로 부임하자마자 두꺼운 보고서를 양산하는 부서의 인원을 가장 먼저 정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계획만 세우느라 분주한 대신, 실천을 통해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해가는 민첩함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이론만 화려한 경영이론을 철저히 비판한다. 항상 실천을 중시하며, 아트(Art, 직감)와 크래프트(Craft, 장인의 기술), 사이언스(Science, 과학)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의 ‘경쟁우위의 종말’ - “경쟁우위가 지속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시적 경쟁우위를 끊임없이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상장기업 5000개 중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수익과 순이익을 매년 3% 이상 성장시킨 10개 기업 분석해 6개 공통 핵심 포인트를 제시했다. 첫째, 이들 기업은 안정성과 민첩성을 양립시키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안정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명확한 전략과 웅대한 목표를 세우고, 기업 전체가 공통된 가치관과 목표를 지향하며, 인재를 육성하고 협력 파트너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한다. 민첩함을 유지하려 작은 변혁을 거듭하고, 혁신을 우연에 의지하지 않는다. 둘째, 쇠퇴의 징조를 감지하면 효과적으로 철수한다. 셋째, 자원배분을 재검토해 효울성을 높인다. 넷째, 일상적인 혁신에 익숙해진다. 다섯째, 변화에 능숙해지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여섯째, 변화하는 환경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고려한다.* 리처드 P. 루벨트의 ‘좋은 전략, 나쁜 전략’ - 저자는 “전략은 이해당사자의 합의문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절실한 싸움의 플랜”이라고 강조한다. 나쁜 전략의 특징으로 그는 1) 알맹이가 없다. 2) 중대한 문제를 무시한다. 3) 목표와 전략을 혼동한다. 4) 단순한 모음집이다 라고 비판한다. 반면 좋은 전략의 핵심은 ‘중핵’(Kernel)이 있는 데 이는 진단과 추진방침, 일관된 행동이라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강조한다. 전략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3가지 테크닉으로 저자는 항상 중핵이 되는 발상으로 되돌아갈 것,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 최초의 안을 타파할 것(초안은 시안일 뿐)을 제안한다.* 애덤 브란덴버거의 ‘코피티션’ - 현실의 비즈니스는 전쟁이라기 보다 게임이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게임에선 이기고 지는 것이 나뉘기도 하지만, 양자가 모두 이기면서 서로 즐겁게 배우기도 한다는 얘기다. 후자인 게임이론을 전략에 접목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비즈니스를 게임이라고 본다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게임의 시스템을 나에게 유리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겅조한다.* 싼 아스파탐으로 몬산토를 이기지 못한 HSC - 설탕보다 200배나 당도가 강한 감미료 아스파탐을 코카콜라와 펩시가 오랫동안 사용했다. 아스파탐 특허 보유기업이 몬산토인데, 특허 기간이 만료되자 네덜란드의 HSC가 이를 생산해 코카 등에 판매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HSC가 아니라 몬산토 것이 채택되었다. 코카와 펩시가 몬산토를 압박해 싼 값에 후려쳐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 게임을 분석했다면, 시장 진입 전에 미리 교섭해 구매 확답을 받는 식의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게임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제이 B. 바니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획득’ - 독보적인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이 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영자원을 갖게 마련이다. 저자는 기업의 강점을 측정할 수 있는 ‘VRIO 프레임’을 제시했다. 즉, 고객에게 가치(Value)를 제공하느냐, 다른 데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회소성(Rarity)이 있는가, 흉내낼 수 없는 모방불가(In-imitability)인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지속가능한 조직체계(Organization)를 갖추었나를 따지는 것이다. 강점을 판단할 때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는 자사의 강점을 지나치게 과소 혹은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 그리고 진짜 강점은 잘 드러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점, 기업의 강점은 영원히 존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프레더릭 F. 라이히헬드의 ‘로열티 경영’ -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것보다 현재의 고객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야 매출도 이익도 크게 오른다. 기존 고객을 소중히 하는 기업의 기초가 바로 고객유지율이다. 현재의 고객 중 1년 후에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고객의 비율이 고객유지율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고객생애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라고 한다. 저자는 고객 로열티를 창조하려면 무엇보다 직원 로열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직원은 고객을 성심으로 대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추천고객지수(NPS, Net Promoter Score) - 라이히헬드가 고안한 지수다. 두 가지 질문으로 평가하는데, 하나는 ‘저희 회사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가능성은 0~10 중 어느 정도입니까?’, 그리고 ‘그 숫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이다. 응답 수치가 10~9면 추천고객(Promoter)으로,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프로모터가 되어 줄 확률이 높은 고객이다. 8~7점 응답자는 중립고객(Passives)이다. 수동적인 구매 고객이다. 응답수치 6점 이하는 비판고객(Detractor)으로, 나쁜 소문과 부정적 소문의 근원지다. NPS는 추천고객 비율-비판고객비율로 계산한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매출도 늘어난다.*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 - 이 책은 하이테크 마케팅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다. 기술수용주기에서 말기 수용자, 후기 대중(추종자), 초기 대중, 그리고 선도 수용자(얼리 어댑터)로 구분한다. 즉시 구입해 활용한 고객은 선도 수용자로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각각의 집단에는 사이에 틈새가 있는데, 가장 큰 틈새는 얼리 어댑터와 초기 수용자 사이에 존재한다. 이것을 캐즘(Chasm)이라고 명명했다. 캐즘을 뛰어넘으려면 완전 완비 제품을 준비해야 하며, 초기 수용자의 사례를 설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캐즘을 뛰어넘으려면 고객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를 기준으로 시장을 철저히 좁혀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장 절실한 고통을 해결해 줌으로써 다른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혁신기업의 딜레마’ - 제품 성능을 높이는 지속적 기술로는 한계.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않던 고객에게 어필하는 파괴적 기술이 중요하다. 저자는 파괴적 기술 전략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1) 작은 조직에 전적으로 일임하라. 2) 빠르게 실패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라. 3) 기존 가치와 체계를 완전히 탈피하라. 4)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 저자는 “이노베이션(혁신)의 씨앗은 안정된 시장의 질서를 흔들어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라이벌은? -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당신의 라이벌은 아마존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쉬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라이벌입니다. 미디어 게임도 라이벌이고, 와인과도 경쟁합니다. 전부 무서운 경쟁자들이지요.”* 제품개발 모델에서 고객개발모델로 - 스티븐 G. 블랭크의 ‘깨달음에 이르는 4단계’ 책에서 저자는 “제품 개발이 아니라 고객개발을 하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가치를 알아주고 사주는 것이 성공하는 제품이라고 말한다. 타깃으로 삼아야 할 고객을 찾아내는 법을 소개했는데, 중요한 것은 소수의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낼 만큼 절실하게 원하는 필요조건의 기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들의 유일무이한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고객의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린 스타트업 - 린 생산방식은 현장에서 배우고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시스템이다. 린 스타트업이란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고객에게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는 낭비 요소를 줄이는 창업 방식을 말한다. 린 스타트업은 배움의 축적을 중시한다. 완벽하게 배우는 것 보다는 더 많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신사업이나 창업에서 엄청난 전략이나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경우는 전체 과정의 5% 정도에 불과하며, 95%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수수한 개선 작업의 축적이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낸다는 메시지다.* ‘낭비’란 비용 불구 부가가치 없는 모든 것 - 토요타 부사장 출신의 오노 다이이치는 ‘토요타 생산방식’이라는 책에서 낭비의 철저한 박멸을 주장했다. 낭비는 비용은 드는데 부가가치를 내지 않는 모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최악의 낭비를 ‘과잉 생산’이라고 지적했다. 만드느라 들어간 원재료, 노력, 비용, 재고에 이르기까지 ‘죄악’이라고 표현했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 - 페이팔의 창업자 중 한 명이자 수 많은 창업기업 투자자인 피터 틸은 0에서 1을 창조해 내는 발상이라는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제로 투 원으로 정했다. 그는 세상의 진화에는 1을 n으로 만드는 진화와, 0에서 1을 만드는 진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후자를 더 높게 평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추호도 의심않는 상식, 그것을 뛰어넘은 곳에 숨겨진 사실, 즉 미래를 향한 진화의 씨앗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경쟁은 그 자체로 커다란 낭비라고 생각했다. 독점을 하면 불필요한 경쟁이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독점 기업의 4가지 특징을 1) 2위보다 10배는 더 우수한 독자적 기술력 2) 이용자가 늘수록 편의성이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 활용 3) 사용자가 늘어도 매출이 고스란히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 4)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들었다. 그는 또 작게 시작해 그 작은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라고 가르친다.* 톰 피커스로버트 워터먼 ‘초우량기업의 조건’ - 오늘날 통하는 기업의 ‘베스트 폼’이 제시된 책이라는 평가다. 핵심은 ‘일단 시도한다. 해봐서 안되면 고치면 된다. 실천이 우선이다’이다. 초우량기업의 특질로 저자는 1) 행동중시 - 실천주의 성향 지향 2) 고객밀착 - 눈 앞의 이익 보다는 늘 고객 지향 3)자율성과 기업가정신 4) 사람이 자산이라는 마음 5) 가치 중심 6) 본질에 집중 7) 단순 편재와 소수의 관리 8) 느슨하면서도 엄격한 체제 등을 들었다.*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 미국 700개 기업 CEO 대상 설문조사를 기초로 미래 지향적 초일류기업 ‘비저너리 컴퍼니’를 선정했다. 3M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보잉 씨티그룹 GE HP IBM 존슨앤존슨 메리어트 머크 모토로라 노드스트롬 PG 필립모리스 소니 월마트 월트디즈니다. 이들 초일류 기업의 특징은 1) 신화는 틀렸다(아이디어없이 시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없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지 않아도 성공한다). 2) 오래가는 시계장치(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조정한다.) 3) 핵심가치를 관철한다. 4) 크고 위험하고 담대한 목표. 5) 사교 집단 같은 기업문화. 6)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잘 되는 것에 집중한다. 7)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 8)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 발전을 자향한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어느 순간 감자기 도약한 후 지속적으로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미국의 11개 기업을 선전해 공통점을 파악했다. 위대한 기업의 법칙으로 저자는 1) 레벨5의 리더십(겉과 달리 강한의지를 갖고 대담한 판단을 하는 경영자들이 변화를 이끈다.) 2) 인재 우선, 목표 차선. 3) 냉혹한 현실 인식. 4) 고슴도치 전략(더디더라도 충분한 논의 거쳐 모두가 수긍할 최선이 컨셉을 도출한다) 5) 지속성있는 규율의 문화를 들었다.* 하워드 슐츠의 ‘온 워드’ - 스타벅스가 위기에 처했던 2008년 다시 CEO로 복귀한 슐츠는 첫째, 원점으로 돌아간다. 둘째 과거 잘못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셋째, 혼란을 극복하는 데는 전략이나 전술이 아니라 오직 열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즉시 실행할 것,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지시한다. 그는 “스타벅스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파는 커피 비즈니스가 ㅇ니다. 사람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피플 비즈니스다”라고 설파했다.* 로버트 B.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 미국을 대표하는 사회심리학자인 치알디니는 6가지 설득의 무기를 제시했다. 1) 상호성의 법칙(빚을 지면 갚아야 한다) 2) 일관성의 법칙(결정했으니 지켜야지) 3) 사회적 증명(다들 하니까 옳겠지) 4) 호감(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잘 넘어간다) 5) 권위(대단한 사람이 틀릴 리 없지) 6) 희소성(얻기 어려우니 좋은 물건일거야)이 그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06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가까운 미래, 누구나 될 수 있는 ‘30번 곰’

30번 곰 | 지경애 글·그림(사진제공=다림)지구온난화로 더 이상 북극에서 살 수 없게 된 곰들이 인간들의 반려동물의 삶을 선택한다. 볼로냐 라가치상의 2015년 수상자인 지경애 작가가 그리고 쓴 ‘30번 곰’은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난민’ 북극곰 이야기다.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이 한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 도서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으로 지경애 작가는 첫 글·그림책 ‘담’으로 픽션부문 ‘관심작’(Special Mentions)에 선정됐다.‘30번 곰’은 한꺼번에 도시로 온 북극곰들 중 처음으로 주인을 만난 30번 곰이 다솜과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도시 적응기를 담고 있다.반려동물이 된 북극곰은 성장하면서 도시의 골칫거리고 전락한다. 아기곰이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그들이 머물 예쁜 냉장고를 사들이던 사람들이 층간소음의 주범, 불안감을 조성하는 존재, 위험요소 등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책은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에 환경문제, 반려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들, 버려지는 반려동물 등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인간을 생각하는 곰, 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따뜻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자아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04 15: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총평최근 들어 ‘장벽’을 주제로 한 책들이 더러 눈에 띈다. 대부분 해외 저자들의 책이라 대상 선정 등에서부터 천편일률 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서울교육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 군사분계선이 논의된 것이 새로워 보였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는 장벽을 통해 자신들과 저들을 구분지었고, 그렇게 자신들의 정체성 혹은 우월성을 과시해 왔다. 때문에 유명한 장벽들은 ‘가장 긴 무덤’, ‘수치의 벽’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들이 붙곤 한다. 만리장성 같은 유명한 장벽 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 장벽, 딩고 장벽 같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충실한 고증을 통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 정조대왕과 당 태종의 ‘만리장성 비판’ - 조선 22대왕 정조는 세손 시절에 썼다는 ‘장성행(長城行)’이라는 시를 통해 만리장성을 비판했다. ‘징발된 사람 열에 아흡은 고향에 못돌아갔으니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 피눈믈을 흘려야 했던가… 아아, 저 장성이야말로 재앙 덩어리였구나… 그대는 보지 못했나. 도화원의 머리털 푸른 늙은이가 신기루 같은 장성을 돌아보고 비웃는 것을’이라고 묘사했다. 만리장성은 진시황의 독단에 따라 지어졌고, 중국을 지키는 방어선이자 중화와 오랑캐를 나누는 경계가 되었으며, 허다한 인명을 희생시킨 잔혹한 대역사였다는 것이 유명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진시황제는 역사에 남을 바보 짓을 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당나라 태종도 “흙과 돌로 장성을 쌓아 나라를 지키려 했다니! 짐은 충성스럽고 용맹한 장수들을 믿노라. 그들이 나의 장성이니라”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만리장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 - 무리한 대역사로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후대 어떤 기록에서는 “나라 백성의 절반이 성을 쌓다가 죽거나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언급까지 나올 정도였다. 장성을 쌓을 때 현지 재료를 쓰고, 일부는 전국시대 열국의 북쪽 장성들을 활용하거나 아주 험준한 곳은 굳이 장벽을 잇지 않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고 한다. 진시황대의 만리장성이 완성되는 데 겨우 10년이 걸렸다는 기록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진시황의 무덤을 만드는데 38년이 걸린 곳에 비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완성된 것이 미덥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을 폐쇄국으로 만든 만리장성 - 18세기 유명한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도 “피라미드 조차 만리장성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감일 뿐”이라고 격찬했다. 하지만 줄리아 로벨이라는 사람은 ‘장성으로 보는 중국사’라는 책에서 “만리장성은 북방의 침입에서 중국을 지켰지만, 동시에 중국을 그 테두리 안에 가두기도 했다. 중국 특유의 자문화 중심주의의 폐쇄성은 만리장성의 부산물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끼장벽’ - 토머스 오스틴이라는 영국 농부가 1831년 오스트레일리라 남동부로 이주한 후 사냥감이 없어 무료했던 터에 스물 네 마리의 토끼를 영국에서 공수받으면서 사단이 났다. 토끼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수컷은 먹고 자는 일 말고는 그것만 하다시피 할 정도로 정력의 화신이고, 암컷은 매년 42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상상 이상의 번식력을 보인 토끼는 20세기로 들어설 즈음에 1억 마리를 넘겼고, 결국 서남해안 에스페란스 근방에서 동해안 퍼스 인근까지 1824km의 장벽을 세워졌다. 이후 북서해안의 포트헤들랜드까지 연결해 총 3256km 장벽이 세워진다. 하지만 1940년 이 나라의 토끼 수는 8억 마리까지 늘었다고 한다. * 바이러스로 토끼를 죽인 오스트레일리아 - 1949년 스위스에서 점액종증의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하자 호주인들은 보통은 벼룩이나 모기가 옮기는 이 끔직한 바이러스를 배양해 대량으로 살포하기에 이른다. 불과 2년 만에 4억 마리 이상의 토끼가 죽는다. 1996년에는 토끼 칼리시바이러스라는 것을 써 두번째 생화학전을 펼친다. 그러나 전멸 시키는 데 실패하고 오늘까지도 호주 대륙에는 수억 마리의 토끼가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딩고 장벽’ - 호주에만 서식하는 야생견 ‘딩고’를 막기 위한 딩고 장벽도 무려 5000km에 이른다. 딩고 무리가 양떼 목장을 습격해 양들을 물어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가장 나중에 세워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 장벽은 고압전류까지 통할 정도라고 한다.* 방어를 위한 마지노선 - 1차 세계대전에서 청년 층의 40%가 넘는 140여만명을 잃은 프랑스는 되도록 전쟁을 피하려 노력했다. 피할 수 없다면 방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할 수 밖에 없었다. 1929년 의회에 마지노선 구축안이 90%의 지지를 받아 통과된 후 스위스에서 룩셈부르크, 벨기에에 이르는 프랑스 동부 국경에 108개 요새가 구축되고 그 요새를 잇는 장벽을 짓는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프랑스 쪽은 철통 같은 방어망이 구축된 반면 벨기에 쪽 요새군은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마지노선 하나에만 요즘 돈으로 35조원이 소요되는 터에 연장이란 불가능했다. 특히 벨기에는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자국 국경에 구축해 중립을 깨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소극적이었다. 벨기에를 노리던 영국도 결사 반대했다. * 허무하게 무너진 마지노선 - 빽빽한 산림으로 이뤄진 아르덴 지구의 경우 고원지대라 ‘천혜의 요소’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이 지역에는 따로 마지노 장벽을 건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은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기갑부대를 앞세워 이쪽을 공략해 쳐들어 와 프랑스를 무릎 꿇렸다. 마지노선은 힘없이 붕괴됐다. 더욱이 이 요새에는 사람이 지내기 힘든 환경 탓에 적정 인원이 근무하지도 않았다. 방어 요새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현재 프랑스는 이 요새들을 와인 저장고, 버섯 재배소, 현장학습 견학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 유럽대륙을 연결한 ‘대서양 장벽’ - 노르웨이 최북단에서부터 프랑스의 최남단까지, 나치는 자신들이 영향력을 미치던 유럽 대륙의 대서양 해안선 전체를 장벽으로 둘러치려 계획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지던 무렵까지 장벽에는 1000만톤의 콘크리트와 100만톤의 철재가 퍼부어졌고 70만명의 병력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독일의 패전으로, 완성된 장벽은 당초 목표치의 10분의 1도 안되었다고 한다. * 유대인 억류장 ’게토‘ - 16세기가 될 때까지도 유대인들은 개인 자격의 거주는 허용되어도 집단으로 모여 사는 일은 엄하게 금지되었다. 잉글랜드 프랑스 에스파냐는 아예 유대인이 한 명도 살 수 없는 곳이었다. 신학자들은 유대인들을 ’음탕하고 탐욕적이며 배신 잘하는 강도들이자 약탈자’로 매도했다. ‘공작소’라는 뜻의 게토는 오직 유대인들만이 살아가는 도시 속 또 하나의 도시다. 이것이 부활한 것이 히틀러 때문이었다. 박멸하기에 너무 규모가 커 시간이 걸리니 격리해서 수용 공간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가장 많은 유대인 거주민을 수용했던 곳이 바로 폴란드의 바르샤바 게토다. 3.4제곱킬로미터에 40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추위와 굶주림, 멸시 속에 바르샤바 케토에선 2년만에 8만의 사망자가 나왔다.* 유대인 탈출을 막으려던 ’게토 장벽‘ - 나치는 이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기로 한다. 이곳에 억류된 유대인 가운데 두 달 사이에 30만명의 유대인이 처형되는 등 ‘죽음의 게토’였다. 참다 못한 유대인들은 1943년 4월19일 유대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했던 유월절 전날에 일제히 봉기를 일으킨다. 폴란드 총독부는 탱크를 동원하며 말살정책을 편다. 1948년 4월 게토 봉기 5주년을 맞아 최초의 봉기가 일어난 지점에 ‘유대인 영웅비’가 세워졌고, 1970년 11월7일에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는 이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동포들의 죄악을 사죄했다.*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 - 1944년 9월12일 나치 영토 문제를 처리하러 모인 미국과 영국 소련 프랑스 4개국이 런던 의정서에 합의한다. 베를린을 연합군의 공동관리 대상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독일을 분할 점령한다는 포츠담 선언 원칙에 따르면 이후 동독 지역으로 불리게 될 베를린도 소련 점령지구에 포함되어야 했다. 하지만 유럽이 소련에 지나치게 기울 것을 우려한 서방들의 입장을 고려해 4분할 체제로 관리키로 한다. 이후 소련에 반대하는 조짐이 확산되자 소련의 후르시초프는 1961년 8월12일 베를린을 양분하는 장벽을 하루 밤 사이에 지어버린다. * 말 실수로 무너진 베를린 장벽 - 1989년 11월9일 오후 7시 무렵, 동독 통일사회당 베를린 지구당 제1서기 귄터 샤보프스키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통일사회당 정치국은 동독의 모든 주민이 동독 국경을 넘어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는 동족인이 서독을 방문하려면 체코 쪽으로 들어갔다가 서독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을 간소화해 주겠다는 의미였는데 이것이 동독 국경의 완전 개방으로 오인되어 보도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 돈벌이가 된 비극의 잔재 - 무너진 장벽은 그 뒤 상품으로 변모한다. 빌리 브란트 전 수상을 비롯해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 있었으나, 흉물이니 깡그리 없애 버리자는 의견도 팽팽했다. 결국 동독 임시정부는 민간 건설사를 매개로 내세워 해외 구매자들에게 베를린 장벽을 조각조각 팔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 장벽 없는 한반도 군사분계선 - 6.25 전쟁의 휴전을 맞으면서 처음 쟁점은 휴전선을 어떻게 긋느냐는 것이었다. 북한과 중국은 38도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고, 미국 등은 현재 각자가 점령하고 있는 선을 근거로 삼자고 주장했다. 문제는 개성이었다. 문화적 의의가 큰데다 서울과 지척이라 남북한 모두 원했다. 유엔군이 웅진반도와 개성을 포기할 것으로 감지한 우리 군은 자체 병력 만으로 개성을 공격했다가 패퇴하기도 했다. 결국 1953년 7월24일, 서쪽의 임진강 하구에서 동쪽의 고성을 잇는 248km의 군사분계선이 최종 합의되고 사흘 후 판문점에서 조인식이 이어졌다. 장벽은 없고 군사분계선 임을 알리는 1292개의 말뚝만 존재한다. 당초 해상 경계선에 관한 협의는 없었는데, 1953년 8월30일에 유엔 군이 북방한계선NLL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분쟁의 소지로 남아 있다.* 유대와 팔레스타인 갈등의 역사 -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은 야훼가 조상들에게 준 약속의 땅이다. 이곳에 국가를 세우자는 ’시오니즘‘ 운동이 1890년대 처음 시작된 이후 1917년 영국은 벨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들의 국가를 수립하는 일에 최대한 돕겠다고 천명했다. 결국 1947년 11월29일 유엔 총회가 팔레스타인이 유대인과 팰레스타인 아랍인의 두 국가를 세우고, 예루살렘과 베들레햄은 신탁 통치구역으로 만든다고 결의한다. 그때까지 유대인은 그 땅의 6% 남짓만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56%를 떼어주라 결정하니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노할 수 밖에. 그러나 유대인들은 나머지 땅도 모두 차지하려 인종 청소까지 자행했다. 마치 나치 때의 분풀이를 하려는 것처럼. 1988년에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독립을 선포하고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영토로 삼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 팔레스타인 분리장벽 - 이스라엘 영토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분리하고 있는 총 730km, 높이 8m의 장벽이다. 도시 지역에는 콘크리트로, 농촌에서는 철책으로 만들어졌다.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의 테러에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대 테러 장벽 건설 구상을 처음 밝혔다. 이것이 서안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드는 장벽이 된다. 후임인 기론 총리는 기존의 장벽을 연장해 서안 지구와 요르단 사이의 경계에도 장벽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서안 지구는 완전히 장벽으로 둘러싸인 ’계토‘가 될 판이다. * 난민 인정률 - 1951년에 맺어진 난민조약에 의한 난민의 정의는 ‘인종 종교 국적 또는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한 자’이다. 천재지변이나 빈곤 등의 이유로 살던 나라를 떠난 이들은 난민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부 국가나 인권단체에서 이들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은 5% 수준이락 한다. OECD 회원국도 평균 7% 수준이다. 한국은? 약 3%에 불과하다.  * 난민 장벽의 나라 인도 - 2004년에 북부 카슈미르 지역에 550km의 장벽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방글라데시 국경에 3268km, 서쪽으로 미얀마 국경에 1624km의 난민 차단용 장벽을 건설 중이다. 카슈미르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의 분쟁 지역이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싸우면서 2004년에 공사를 마친다. 인도 정부는 “이 장벽 덕분에 파키스탄 밀입국자가 80% 줄었다”고 발표했다.  * 사우디도 난민 방어용 장벽 건설 - 아랍 최대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도 2004년에 예맨과의 국경에 75km 난민 장벽을 건설했다. 예맨의 비옥한 땅을 노린 열강들의 계속되는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던 예맨에서는 꾸준히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앞으로 시리아와 요르단 등과의 국경에도 장벽을 쳐서 6500km에 이르는 국경선 전체를 장벽화한다는 계획이다. * 미국의 멕시코 장벽 - 1980년대말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수그러들며 실업률이 높아지자 “외국의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목소리 높아졌다. 이에 1990년대 초에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샌디에이고-리후아나 자역에 65km 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장벽은 본래 부시 장벽이었다고 한다. 2006년 국경장벽법이 통과되었을 때 대통령이 부시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20일에 국가 장벽 즉시 건설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의 장벽 구상에 따르면 미국 남부 국경에 509km 장벽을 새로 세우고, 기존의 장벽을 보강하는 655km 장벽을 또 세우게 된다. 3219km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철통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이버 만리장성 - 중국은 2016년에 사이버 보안법을 만들어 2017년 6월부터 발효시켰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함께 네트워크 운영자에게 중국 보안 규정 준수 책임을 부과하고, 보안을 이유로 한 공안당국의 네트워크 검열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중국에서 획득한 데이터는 중국 내에서 보관해야 하며, 사업상 꼭 필요하다면 중국 정부의 허락을 얻어 해당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방대한 자국민 신상정보를 입수할 수 있데 되는 셈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4-03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어쩌면 당연한…인간과 로봇의 공생 ‘호모마키나’

호모마키나: 기계와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 | 한소원, 이준환, 송지우, 서봉원, 권현지, 윤명환 지음(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인공지능(AI)과 초연결, 공유경제 등으로 빠르게 내달리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 이미 AI는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것처럼 인간을 뜻하는 ‘호모’(Homo)와 기계를 일컫는 ‘마키나’(Machina)가 합쳐져 ‘호모 마키나’의 시대는 어쩌면 당연한 미래다.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두 번째 학제간 연구총서 ‘호모마키나’는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게 될 미래를 고찰한다.산업혁명은 기계 혹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게 했지만 이는 ‘강탈’이 아닌 ‘연대’에 가깝다. 동등한 위치에서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며 인류는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심리, 사회, 윤리 등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와 인공지능, 로봇, 산업공학을 연구하는 공학자 여섯 명(한소원·이준환·송지우·서봉원·권현지·윤명환)이 엮은 ‘호모마키나’는 미래의 기술적 바탕과 제반 이슈, 기술의 사회적 이해 등에 대해 논한다.‘인간과 기계의 마음’ ‘동반자, 로봇’ ‘인공지능과 언어 정의’ ‘추천 알고리즘과 인간’ ‘로봇화와 노동의 미래’ ‘사용자 경험과 사회기술시스템 관점에서 본 호모마키나’ 6개장에 기계와 구별되는 인간의 본질, 로봇 저널리즘의 기술적 기반과 사회과학적 가치, 번역기술과 정치철학적 쟁점, 알고리즘의 원리,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경제 혁신, 기술진화와 소비자 욕구 변화 및 산업급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아카데믹한 주제와 심도 깊은 논의들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호모마키나’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다. 어쩌면 당연하게 다가올 미래, 인간과 로봇의 공생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4-02 19: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재난, 작은 마음이 모인 연대의 힘 ‘호랑이 바람’

마블링화와 판화로 표현한 ‘호랑이 바람’(사진제공=다림)시작은 낭만적인 모닥불이 될 수도 있었던 작은 불씨였다. 그 작은 불씨는 사나운 ‘호랑이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번져 ‘높은성’을 모두 태우고서야 잦아들었다. 1919년에서 2019년까지의 한국 근현대사를 개인과 그 가족의 삶을 통해 풀어낸 ‘백년아이’의 김지연 작가 신작 ‘호랑이 바람’은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군 산불사건을 담고 있다.이야기를 만들고 판화 작업으로 표현하는 김 작가는 ‘높은성’으로 명명한 산을 태우는 화마를 표현하기 위해 터키 전통 ‘마블링화’ 기법을 적용했다. 김 작가는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의 리얼리티를 그냥 그리기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살릴 수 있는 비주얼 보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극과 극, 마블링화와 판화의 만남 호랑이바람 | 김지연 글·그림(사진제공=다림)“재난은 가늠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재난과 불의 추상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그려보니 불의 추상성 표현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림을 아무리 잘 그리고 그래픽 작업이 정교해도 우연하게 나는 효과만큼 불의 추상성을 표현하기는 어려웠죠.”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디로 뻗어갈지도 알 수 없는 불의 추상성을 표현하기 위해 도입한 마블링화 기법의 원리는 물과 기름의 분리다.이번 ‘호랑이 바람’에서는 물의 밀도를 이용해 작업했지만 ‘물과 기름의 분리’라는 마블링화의 원리는 불을 내는 기름과 상반되는 물과의 관련성을 내포하는 상징으로도 작용했다.‘호랑이 바람’ 작업을 위해 이스탄불문화원에서 몇달 동안 마블링화를 배우기도 한 김지연 작가는 “우연의 효과로 표현되는 추상성이 돋보이는 마블링화는 선명하고 정교하게 표현되는 판화와는 상반되는 기법”이라며 “상반되는 두 예술이 맞아떨어지게 하기 위해 수차례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불은 되도록 조그많게 넣으려고 했어요. 산도 얼마나 태워야 그들의 슬픔이 온전히 전달될까 고민도, 테스트도 많이 했죠. 프레스도 아닌 손으로 미는 판화로 하나의 그림을 위해 여러 차례 작업을 하다 보니 화재를 뉴스로 지켜보는 게 아니라 너무 제 일 같아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하죠.”그렇게 물과 기름의 분리를 이용한 마블링 효과와 판화, 극단의 것들이 조화를 통해 산 전체를 태우고 거주민들의 터전까지 삼켜버린 화마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하는 ‘호랑이 바람’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그렇게 판화로 찍고 바늘로 그려낸 마블링화가 한데 어우러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반복하는 과정에서 작업실을 채운 수백장의 그림 중 추리고 추려 완성된 책이 ‘호랑이 바람’이다.◇연대와 살아내는 사람들, 산을 태운 ‘호랑이 바람’이 희망의 ‘바람’이 될 때까지마블링화와 판화로 표현한 ‘호랑이 바람’(사진제공=다림)“고성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으니 꼬박 1년이 걸렸어요. ‘백년아이’를 위해 역사공부를 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고양된 상태였죠. 고성에 불이 났는데 전국의 소방차가 달려오는 걸 보고 놀랐어요.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고성은 조선시대부터 큰 불이 많았던 지역이었어요. 그럼에도 그간에는 사회적 이슈가 안됐었죠. 그 이유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니 세월호 참사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중앙정부에서 재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었어요.”제도화된 재난 시스템에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김 작가는 “또 하나 놀란 사실은 여전히 그곳에 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당장 떠나고 싶을 수도 있을 만큼 큰 재난에도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 심고 가꾸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털어놓았다.“화재로 산 하나가 전소했을 때 그냥 두면 100년 뒤에나 복원이 가능하다는 통계가 있어요. 땅속 미생물까지 다 죽어버려서 뿌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꾸준히 가꾸고 보살피면 30년이면 회복된대요. 그만큼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죠. 한국은 그렇게 가꿔 왔어요. 조선시대의 대형 화재, 일제강점기의 무차별적인 벌목, 6.25전쟁 등으로 꼴찌 산림국이었지만 꾸준히 땅을 다지고 나무를 심고 가꾸며 보듬어 오늘에 이르렀죠.”‘호랑이 바람’ 김지연 작가(사진제공=다림)이어 김 작가는 “지금도 고성의 사람들은 컨테이너 박스에 머물면서, 여전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살고 있다”며 “인간이 이래서 훌륭하구나를 느꼈다. 연대와 스스로 자기 삶을 돌보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조선시대 이전부터 수차례의 화재에도 상처를 보듬고 산과 들을 가꾸며 지금까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들에게서 대물림된 연대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힘과 인간의 위대함을 ‘호랑이 바람’에 고스란히 담았다.“고성에 갈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 있었어요. 불탄 나무가 있던 자리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학교의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절망을 겪은 우리 사회 시스템은 어떻게 발전될까, 어떤 사회적 관계와 문화들이 새롭게 만들어질까…늘 절망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멋진 걸음이 있었거든요.이는 펜데믹(전세계적인 대유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12월 은행권에서 나온 통계들이 있었다”며 “앞으로 인터넷, 온라인 유통이 엄청 발전한다고 예측했는데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간 너무 바빠서 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음악 같이 듣기, 밥 해먹기 등의 문화,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면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보내주시거나 장애인이 마스크 몇장을 나눔하는 등을 통해 정말 지켜야하는 가치, 소중한 것들을 새삼 깨닫고 있어요. 예술가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어떻게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만들어줄까 늘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절망 속에서도 터전을, 자신들의 삶을 다지는 이들을 통해 전해지는 희망, 달라질 세상 등을 함께 얘기하고 싶었죠.”제목 ‘호랑이 바람’ 역시 무서운 화마와 다시 딛고 일어서는 연대의 힘과 인간의 위대함을 모두 담고 있다. 작은 불씨로 산 전체를 태운 ‘호랑이’ 같은 ‘바람’은 하나 하나의 인간들이 연대하고 가꾸며 ‘호랑이’처럼 질주하며 큰 ‘바람’(Hope)을 이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직면과 인정 그리고 딛고 설 수 있는 힘마블링화와 판화로 표현한 ‘호랑이 바람’(사진제공=다림)작업을 하면서 가장 뭉클하고 감정이입이 컸던 장면으로 김 작가는 “다 타버린 산에 오른 아이가 타다 남은 시뻘건 나무를 안아주는 그림”을 꼽았다.“얼마나 막막하고 무섭겠어요. 그런데 거길 올라간다는 건 용기죠. 누구나 살면서 재난 같은 일을 겪죠. 그런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게 직면이에요. ‘호랑이 바람’에서 산 속으로 들어가는 건 ‘직면’하는 용기고 시뻘건 나무를 안아주는 마음은 ‘인정’이죠. 제일 어렵지만 직면과 인정이 해결과 극복의 시작이죠. 문제를 직면하고 인정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저만의 삶의 태도가 그 두 장면에 들어가 있어요.”매 그림 등장하다가 산이 전소된 후 사라진, 그리고 마지막 장에 다시 돌아오는 ‘새’의 상징성은 희망이자 바람을 담은 “새들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라는 구절을 꼽씹게 한다.“살 수 없어 보금자리를 떠났지만 다시 돌아오는 새들을 통해 희망, 회귀본능 등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온난화, 환경문제 등 무엇이든 다시 돌릴 수 있는 건 돌려보자고 얘기하고 싶었죠. 더불어 언제든 도와줄 누군가가 있음을, 혼자가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호랑이 바람’에서 집중하는 건 ‘한 발짝 더 가까이’예요. 개인으로서는 스스로의 삶을 가꾸는 데 주인이 되기 위해 재난에 지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내 삶을 가꾸는 힘을 키우자는 다짐이기도 하죠.”더불어 김 작가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다른 사람의 아파하는 모습을 내 이야깃거리로 끌어오지 말자”다. 까맣게 타버린 산을 바라보는 이들의 까만 뒷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정들, 아이가 껴안은 타다 남은 시뻘건 나무 주위로 쓰러진 나무들에 삶의 터전을 잃고 주저 앉아버린 사람들이 겹쳐 보이는 건 그래서다.“제 몫은 리얼리티만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 리얼리티를 담은 그림을 통해 어떻게 연대하고 스스로의 삶을 바꿀까를 고민하는 건 독자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늘 책에서 제 지분은 10%라고 생각해요. 독자들마다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의미와 메시지들이 ‘호랑이 바람’처럼 번져가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31 1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