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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책] 알랭 뒤카스·로맹 메데·앙젤 페레 마그, 프렌치 퀴진 유명 셰프들이 전하는 ‘그린 다이닝’

알랭 뒤카스의 선택, 그린 다이닝 채소, 과일, 곡물, 씨앗 비로소 식탁의 주인공이 되다 |알랭 뒤카스 , 로맹 메데 , 앙젤 페레 마그 지음 | 오렐리 미켈 사진(사진제공=PAN n PEN(팬앤펜)미슐랭 가이드에서 3스타를 받은 최연소 셰프이자 21개의 별을 받은 알랭 뒤카스, 프랑스 파리의 플라자 아테네의 책임 셰프 로맹 메데, 100% 채식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건강 요리의 사제로 불리는 앙젤 페레 마그 등 프렌치 퀴진의 거장들이 ‘채소’ 요리법을 담은 ‘그린 다이닝’이 출간됐다.스스로를 ‘정원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표현하는 알랭 뒤카스를 비롯한 저자들은 채소가 가진 맛과 풍미를 살려내는 조리법, 재료의 조화로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리 비법, 비건 디저트 레시피 등을 소개한다.제철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셰프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조리법들을 나눠 담았다.고기는 물론 생선 해산물도 없다. 딱총나무로 술을 담그고 아티초크로 피자를 굽는다.해초로 타르타르를 굽고 그 위에 구운 오이를 올려 먹기도 한다. 무화과, 잎채소, 아스파라거스, 콩깍지, 시금치, 알감자, 아몬드, 장미, 레몬, 모과, 꿀, 각종 버섯, 옥수수, 딸기 등 오롯이 채소·과일·곡물·씨앗 등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창의적이고 무궁무진하다. 익숙한 채소 뿐 아니다. 이름조차 낯선 재료들로 만들어낸 요리들이 페이지마다 즐비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30 21:37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현직 보호관찰자가 들려주는 예방 솔루션 ‘친밀한 성범죄자’

친밀한 성범죄자 당신의 안전을 위한 성범죄 대처 매뉴얼 | 안병헌 지음(사진제공=슬로디미디어)화성연쇄살인사건은 연극 ‘날 보러 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까지 만들어져 충격을 안겼는가 하면 희대의 성범죄자 조두순은 2020년 12월 13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 지난해 집단성폭행 및 불법촬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정준영 사건 그리고 최근의 텔레그램 N번방의 끔찍한 미성년자 성 착취 사건까지. 가해자들은 법적·사회적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오히려 비난받는가 하면 여성들과 아이들이 조심해야한다는 현실이 씁쓸기만 하다. 하지만 갈수록 범행은 교묘해지고 잔인해지고 있으며 그들의 수법은 결코 단순하지도 않다.그렇게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의 문제이며 만연한 일상 범죄다. 신간 ‘친밀한 성범죄자’는 현직 보호관찰관이 만난 300명의 성범죄자와 강력범을 관찰하고 특성을 기록하며 연구한 산물이다.저자가 성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관리 감독하는 현직 보호관찰관으로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엮은 책이다.책은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의외로 성범죄자들이란’ ‘흔한 성범죄, 이렇게 대처하라’ ‘특수 성범죄, 이렇게 대처하라’ ‘그루밍 성범죄’ ‘나이대벌 성범죄’ ‘상황별 안전 솔루션’ 7개 파트에 성범죄 현황과 수법들 등을 나눠 담았다. 중간 중간 박스 처리된 사례들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며 솔루션은 실질적인 대비책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30 21: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영원한 권력은 없다> 김종인

저자는 ‘가장 지상발령을 많이 받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장관, 경제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위중한 상황이 오면 여야 없이 앞다퉈 구원투수를 맡기려 한다. 저자는 좌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대한민국’만을 위한다는 소신을 강조한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나는 국민들에게 두 번 사과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근혜 정부가 태어나도록 했던 일,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한 일이 그것이란다. 저자는 “오늘도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고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상생과 타협의 정치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는가”라며 울분을 토한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박근혜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다시 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치 전면에 섰다. 그가 앞으로 펼쳐가려는 정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추천한다.* 정치인의 약속과 야욕 -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할 때 이른바 ‘내각제 각서’ 받아 놓은 것에 대해 저자는 여러 차례 “믿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안 한다고 고개를 돌리면 그만인 것을 왜 그렇게 맹신하느냐”고 탓했다고 한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이 그 합의를 깨버렸다.* 후배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말 - 저자는 할아버지(가인 김병로) 비서로 24세부터 정치권을 경험하면서 정치권의 유혹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할아버지 이름을 팔아 정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실제로 할아버지 사망 직후 즉시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누구 계파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다른 무엇보다 강조한다고 전한다.* 교수를 잘 믿지 않았던 박정희 - 재임 기간 내내 교수들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가 클 것이란 교수들의 강권에 못 이겨 전격실시했던 화폐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을 계기로, 교수들은 이론만 알고 현실에 동떨어진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심 이반’을 불러온 부가가치세 정책 - 박정희 정권은 증가하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부가세 세율을 16%까지 차근차근 인상하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기본 세율을 12%로 하고 거기에 세금을 약간 깎아 10%, 반대로 약간 올려 16%까지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도입 초기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일단은 최저 세율인 10%로 시작했던 것인데 40년 넘게 오늘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1977년 7월 시행했다가 이듬해 치러진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민심의 이반까지 나타났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노동관계 관계법 손질 못한 게 가장 아쉬워 - 저자는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자문한 뒤 “정책적인 측면에서 노동관계 법령과 제도를 바로 잡는 일, 사회적 대타헙을 이끌어 내는 일을 꼽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1970년대까지는 산업노조 체제로 되어 있었는데 1981년에 노동법 개정을 통해 오늘과 같은 기업노조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 저자는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아쉬워한다. 저자는 산업별 직능별 노조를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 기업에는 노동조합이나 외부 노조의 지부가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가와 화이트칼러, 블루칼라 3자가 모두 참여하는 노사협의체를 바람직한 모델로 생각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어떻게 내 생각과 똑같을 수 있냐며 기뻐하면서 주무장관과 협의해 그런 식으로 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한다.* 기업들이 자초한 기업노조 체제 - 당시 전경련은 산업노조가 아니라 기어노조 방식이 훨씬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기업 노조 시스템으로 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읍소했다. 기업이 자기 노조 정도는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저자는 노조는 산업별 직능별로 ‘외부’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기업노조 하에서는 단일 기업의 파업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사실상 3자 개입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고, 이를 빌미로 내부 시설을 부수거나 고공농성 파격 행위 서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고 한다. 노총도 대기업이 분담금을 많이 낼 수 밖에 없어 대기업 이익만 대변할 가능성 크다고 우려했다. 결국 노총은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다보니 정치적 투쟁이슈 찾는데만 골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래서 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악의 근원이 기업 노조에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 총수들도 노조 정도는 자기들이 구워삶을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결과는 지금 그대로다.* 반대파를 옆에 두려고 한 전두환 -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을 한 두명씩 옆에 두려는 기질이 있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배짱과 아량 혹은 융통성을 보여주려는 듯한 일을 계속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량은 딱 그 정도였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막상 저자가 국회의원이 되어 자꾸 정부 입장에 맞서는 주장을 하자, 소속 상임위를 강제로 옮기게 해 손발을 묶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민심 분노 덮으려는 ‘조급정책’의 결말은? - 1982년 5월에 장영자·이철희 부부가 어음사기 사건으로 구속되며 민심이 흉흉하자, 정부는 7월3일 기자회견 열어 금융실명제 실시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사회정의’가 대의명분이었다. 권력을 앞세운 범죄 사건을 ‘제도의 문제’로 호도하고 본질을 흐린 전형적 정치 수법이라고 저자는 혹평했다. 최근 조국 법무장관의 잘못된 행적이 드러나 국민 실망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이 정부도 그런 범죄 행위가 잘못된 입시제도 때문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본질을 흐리려는 어설픈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하게 비판한다. 급기야 대입 전형 방법을 바꾸고 전국 자사고 폐지 등 몰상식한 방식까지 동원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전두환보다 더 단순한 문재인? - 전두환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불문곡직 앞으로만 나가려는 단순한 성향 있다고 전한다. 물가를 지켜야 한다며 예산을 동결하는 극단의 정책을 펴 1987년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재정수지 흑자까지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물가상승률이 2~3%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음에도 ‘이미 열 내린 사람에게 지독한 해열제를 처방한 꼴’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비슷한 유형의 대통령이 또다시 발견된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내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다. ‘예산을 동결하면 물가가 잡힌다’는 전두환과 ‘임금을 올리면 성장이 이뤄진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똑같은 단순함에 일침을 가한다. 오히려 전자가 논리성에 있어서는 근거가 있어 보인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을 몰아세운다. 문 대통령 실명을 직접 연급하진 않았지만, 일자리 만든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국가개정을 쏟아부어 자잘한 노인 일자리만 만들어내고 그런 통계수치를 근거로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고 혹평을 퍼붇는다.* 노태우의 미국 국빈방문 뒷얘기 - 우리나라는 1991년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다국적군에 참여했다. 미국의 줄기찬 요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수송기가 중동에 착륙한 이틀 후에 전쟁이 끝나버렸다. 우리는 비행기 연료 값 정도만 지불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시회에 상당한 생색을 낸 셈이다. 그 해 7월 노태우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미국을 국빈방문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저자는 전한다.* 당선 전과 후가 달랐던 노무현 - 노무현이 2001년 1월 해수부 장관 시절 “대통령이 되고 싶다. 도와달라”며 저자를 찾아왔다고 한다. 솔직하고 소탈해 보여, 이따금 만나 조언했고 노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김종인 같은 분을 총리로 모시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처음 독대했을 때 처음 들은 이야기는 “저희랑 코드가 맞지 않으신 것 같더군요”였다고 한다. 저자를 친미 성향으로 파악하고 거리두기에 나섰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노무현에게 반미 감정을 갖는 것은 좋은데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절대 그것을 외부에 표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자신을 당선시킨 정당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만든 것이 갈등을 키웠고, 탄핵 등 우여곡절 끝에 총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대반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저자는 노무현의 승부사 기질이라 평가하는 이 부분에 대해 “정치가 그런 아슬아슬한 게임장처럼 되어도 괜찮은 걸까” 의문을 제기한다.* 김종인의 재벌관 - 재벌이란 남이 하는 일은 나도 모두 해야 한다는 탐욕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모 중공업 재벌이 백화점까지 하겠다고 해 재고를 요청했더니 “다른 재벌이 백화점에서 손을 떼면 나도 떼겠다”며 거부한 사례를 든다. 언제나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이들이 재벌이라고 혹평한다. ‘삼성’이라고 지칭은 안했으나 모 재벌기업이 이미 4개사나 밀집해 포화 상태인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려 해 극구 말리자 “5000억원씩 10년 동안 적자를 내도 괜찮다”며 결국 관철시켰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으로 추정되는 그 총수는 가끔은 “나는 한번 하려고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고 협박에 가까운 얘기도 했다고 전한다. 당시 대통령도 하도 로비가 심해지니 “그냥 그거 해주면 안될까?”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KTX를 추진하려 하자 모 항공사 총수는 자꾸 대통령을 찾아가 딴지를 걸려 했다고 폭로한다.* 북방정책의 숨은 공로자 ‘슐츠’ -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이 수교한 국가 15개국이다. 박정희 정부는 75개국과 수교해 경제 영토를 넓혔다. 노태우 정부는 26개국에 이른다. 저자와 친분 있던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을 메신조로 중국을 공략했고, 결국 대만을 포기하면서 까지 1992년 8월에 중국과 수교에 성공했다. 그해 12월에는 우리와 총칼을 겨뤘던 베트남과도 수교했다. 소련의 경우 미국에서 어렵게 노태우-고르바쵸크 정상 만남을 성사시켜 경협에 앞서 수교부터 성사시켰다.* 역대 대통령들의 ‘전임자 콤플렉스’ - 우리 대통렬들은 모두 하나씩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이 정치적 라이벌로 삼았던 대상자를 어떻게든 이기려 노력하는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김영삼의 경우 박정희가 그 대상이었다.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뛰어넘는 김영삼의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무모한 계획도 그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사람을 잘못 봤다” 박근혜와의 악연 - 처음에는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고 특히 이명박에게 당내 경선에서 패한 후 즉각 승복하고 선대위 고문까지 맡는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가족과 친인척 문제가 없어, 일단 문제를 일으킬 조건 자체가 없는 사람으로 보고 돕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에도 공감해 코드가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나중에는 사전 상의도 없이 재벌 순환출자 정책에서 기존 출자분을 빼주는 등 불협화음이 노출되었다. ”박근혜 후보가 어디선가 로비를 받는 모양“이라고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로 사이는 더 벌어졌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가 꾸려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정부도 실패하겠구나“ 느꼈다고 한다. 박 후보가 무슨 공약을 했는지도 모르는 헌법재판소 소장 출신을 영입했고, 인수위에서 5대 국정목표를 발표했는데 경제민주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주변이 복잡해 걱정한 문재인 후보 -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처음 붙었을 때 박 후보가 최종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했다고 한다. 문 후보가 박 후보보다 나아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켜보니, 그를 에워싸고 있는 그룹이 어떤 사람들인지 삼척동자도 알 정도였다고 한다. 문 후보가 대통령 되면 결국 그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단다. 뚜렷산 정치적 비전이나 소신도 없어 보이고 여러모로 나라를 이끌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직접 찾아와 ”박근혜 후보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를 도와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모욕감 까지 느껴 고사했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3-3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주철환 교수 “PD와 교수, 두 마리 토끼 잡은 비결요? 글을 쓴 것이죠”

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연출한 1세대 스타PD 출신 주철환(64) 아주대 교수가 신간 에세이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를 발간했다. 정년을 앞둔 사회원로이자 오피니언 리더지만 꼰대 어르신의 ‘라떼는 말이야’ 식 회고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리듬감 넘치는 언어유희로 가독성을 높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관성에서 감성으로, 타성에서 지성으로 돌아가자”(115P), “몸에 때(垢)가 있다면 삶에 때(時)가 있다”(123P), “세상은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이 바꾼다”(149P) 등 운율이 딱딱 들어맞는 삶의 궤적들을 읽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말에 서툰 초중고교생들,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싶은 엄마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주철환 지음 | 마음서재 | 1만 4000원 |사진제공=마음서재주 교수는 “아마 내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가수 지코 같은 래퍼가 됐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학창시절부터 유독 국어와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MBC 재직 중 ‘모여라 꿈동산’과 ‘퀴즈 아카데미’의 주제가를 직접 만들기도 한 재주 많은 문인이자 음악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MBC 입사 전에는 서울 동북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은 이색 이력도 갖고 있다. 2000년 2월 MBC 퇴사 후 같은 해 3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현재는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하나의 직업을 잘 해내기도 힘든 시대, 가장 창의적이면서 자유분방할 것 같은 PD와 엄격하고 보수적일 것 같은 교사라니.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직업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성공의 비결은 매일 글을 쓴 것”이라고 털어놓았다.“지금도 매일 글을 씁니다. 이순신 장군도 전쟁 중 ‘난중일기’를 쓰셨고 안네 프랑크 역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기를 계속 썼죠. 저는 ‘퀴즈 아카데미’ ‘대학가요제’ ‘테마게임’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도 늘 글을 써서 기고했어요. 그게 제 보람이기도 했죠.”주 교수의 이름으로 발간한 첫 책은 1988년 ‘MBC 퀴즈아카데미’. 에세이는 1991년 발간된 ‘주철환 프로듀서의 숨은 노래찾기’다. 자신의 재능을 십수년 직장생활 동안 활자로 계속 남기다 보니 이번 책이 벌써 16권째다.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교사 출신 PD였던 만큼 주 교수는 종종 교육현장에서 강의 요청을 받곤 한다. 주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강의를 제안받을 때 주로 하는 이야기가 ‘교실의 시청률을 높이자’다”라며 “강연은 공연처럼, 공연은 강연처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우리나라 교육에서 창의성을 죽이는 말이 ‘딴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죠. 사실 저는 평생 ‘딴 생각’만 하고 산 사람이거든요.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조용, 주목’ 혹은 ‘떠들지 마, 웃기지마, 까불지 마’ 잖아요. 저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즐겁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흥민 선수나 김연아 선수도 축구나 피겨 스케이트의 즐거움을 알기에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지 않았을까요?”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창의력의 원천은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다. 그는 5세 때 작고한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웠고 늘 칭찬과 격려를 해줬던 고모와 중학생 시절 문학에 대한 재능을 알아본 은사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멘토’로서의 역할과 ‘독창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책 서두부터 “실력은 시력에서 나온다”며 “싹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두 덕목 모두 교사와 PD에게 중요한 재능이기도 하다. MBC 출신 선후배PD인 송창의, 김영희PD와 함께 스타PD시대를 열었던 그는 콘텐츠 과잉 공급의 시대에서 레거시(전통) 미디어의 PD가 살아남는 방법 역시 ‘독창성’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PD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가 어렵다고 해도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5%를 기록했다”며 “나영석PD가 ‘여행과 친구’라는 특정주제에 강하듯 자신의 주특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지금도 주 교수의 휴대전화엔 메모가 가득하다. 그는 며칠 전 적은 메모라며 “정년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청년이 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주 교수는 2020년 1학기 강의를 마지막으로 아주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다. 주 교수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연장하는 것”이라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데 내가 죽어도 내 글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40년 동안 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이제 곧 프리랜서가 되는 만큼 글쓰기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3-25 0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휴머놀로지> 루크 오닐

총평저자는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 생화학 및 면역학 학과 교수로, 세계적인 면역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진화 여정과 인류 유전자의 흔적, 우리 삶과 일상에 녹아 있는 과학적 상식,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류의 미래까지 어마어마한 탐색과 연구, 그리고 철저히 과학과 증거에 기반 한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다. 42억 년 동안 이어온 인간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고, 나아가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는 진화된 미래를 고민하는 통찰력이 가히 ‘인간학’이라고 제목 붙힐 만 하다는 평가다. 런던왕립학회의 좌우명인 ‘Nullius in Verva’(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 즉, 증거를 보이지 못하겠거든 입을 다물라는 대원칙에 기반한 책이다. 오랜 만에 밑줄까지 쳐가며 정독한 감동의 책이다. 필독을 권한다.* 모든 생명체가 가진 네 가지 물질 - 모든 생명체는 크게 네 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된다고 한다. 첫째는 생명 정보를 전달하는 분자인 핵산, 둘째는 단백질, 세 번째는 탄수화물, 마지막은 지방이다. 문제는 이들 네 개 물질이 하나같이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 생명체가 살까 ‘엔켈라두스’(Enceladus) - 은하계 어딘가에 지구 말고도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생명이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후보지로 최근 떠오른 것이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 엔켈라두스다. NASA(미 항공우주국)와 ESA(유럽우주국)의 공동 탐사 과정에서 무인 탐사선 카시니가 지구에서 12.72억 킬로미터 떨어진 이 곳에 가까이 접근했다. 1997년에 지구를 떠난 지 7년 만인 2004년 7월 1일이다. 천문학자들은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에서 엔켈라두스를 뒤엎은 얼음을 뚫고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을 목격했다. 놀랍게도 수소를 찾아낸 것이다. 자연수소가 있다는 것은 생명의 구성요소를 만들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 목소리의 비밀 ‘폭스피 2’ -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주해 형성된 네안데르탈인이다. 일부는 아시아로 이주한 데니소바인이 있다. 인류의 DNA에는 1.8%의 네안데르탈인 DNA가 들어 있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있는 유전자 가운데 흥미로운 유전가가 바로 폭스피2(FOXP2)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 유전자 덕분에 목소리를 정교하게 낼 수 있어 언어 능력이 높아졌다고 믿는다. 이 유전자를 쥐에게 주입했더니 쥐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 옥시토신은 우리가 애착을 형성할 때 즉 우리가 애착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유대감을 형성할 때 생산된다고 한다. 오르가슴을 느낄 때는 물론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도 생긴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 ‘번식 능력 최악’ 판다 곰 - 판다 암컷의 발정기는 해 마다 봄철에 딱 한번이다. 그것도 겨우 12~25일로 무척 짧다. 더구나 수정이 되는 실제 가임기는 24시간 뿐이라고 한다. 야생 판다가 전 세계에 약 16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이유다. 수컷 판다를 아무리 흥분시켜도 헛수고다. 오늘날 판다가 새끼를 낳는 주요 방법은 인공수정 밖에 없다고 한다. *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부일처제? - 영장류 가운데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해 번식하는 종에서는 수컷의 정액에 나중에 사정된 다른 정액을 막을 교미 마개 혹은 이를 죽일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대체로 일부일처제 동물이라는 얘기다.* 성(性)의 종류 - 한 때 페이스북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던 성은 무려 71가지였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무성애자,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cisgender),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 성 정체성이 여럿인 폴리젠더(polygender) 등이다.*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 - 성 정체성 문제가 이슈화되자 2006년 인권 전문가들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 모여 국제 인권법을 성 정체성에 적용한 욕야카르타 원칙을 세웠다. 차별 금지, 신변 안전(일부 나라에서 동성의 성 행위에 사형을 적용하는 현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함),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 이동할 자유, 가족생활을 누릴 권리 등을 담았다.* 형제의 출생순서 효과(birth order effect) - 어떤 남자가 동성애자가 될지를 알려줄 아주 강력한 인자는 형제 가운데 몇째로 태어났느냐 여부라는 학설이 있다. 몇 몇 연구에 따르면 형이 많을 수록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형이 한 명 늘 때마다 새로 태어난 사내아이가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33%씩 늘었다고 한다. 크게 봤을 때, 남성 동성애자 7명 가운데 1명은 출생 순서 효과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다고 한다.* 잠의 본질은 청소? - 잠을 잘 때 우리 뇌는 어떤 역할을 할 까? 여러 가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잠을 자는 동안 뇌가 세포의 조직을 복구하고 재생한다는 설이 있다. 낮에 일어난 세포 활동으로 만들어진 부산물로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우리가 잘 때 뇌에서 쓰레기가 나와 낮 동안 쌓인 이런 노폐물 찌꺼기를 깨끗이 지운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확인했다. 이 노폐물은 간으로 내려와 해독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잠을 잘 때 이 과정이 두 배 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잠의 본질은 ‘청소 시간’이라는 것이다. * 적절한 수면 시간은? - 잠은 뇌에 쌓인 독소를 제거해 주고 신체 회복 및 기분 조절을 해 주며 면역 체계 강화를 돕는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 등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6시간도 자지 않는 사람과 10시간을 넘게 자는 사람 모두 비만과 불안, 당뇨병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달리지 않는’ 현대 인류 건강의 한계 - 우리 몸은 당분을 지방으로 바꾸는 데 선수다. 음식물을 저장하는데 지방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죽어라 달려 사냥한 후 배 터지게 잔뜩 먹었다. 굶을 날을 대비하긴 위한 생존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달리지는 않으면서 많이 먹는다. 이런 치명적 생활습관이 결합된 삶이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 - 원하는 형질을 난자나 정자, 수정란에 집어 넣어 맞춤형 아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대다.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망가진 유전자를 수정된 유전자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윤리적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다. 많은 나라가 인간 유전자에 크리스퍼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예전 나치처럼 ‘우생학’이 출현할 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성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수정하도록 크리스퍼 기술을 허용하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인간이 만든 가장 비싼 물체 ‘국제우주정거장’ - 현재까지 1500억 달러(한화 180조)가 투입됐다. 지표면에서 330~435km 떨어진 궤도를 회전한다. 1998년 첫 구성품을 발사한 후 하루에 지구를 15.53회 회전한다. 러시아궤도구역과 미국궤도구역으로 구분한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2024년까지 건설자금을 대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 5가지는 공기와 물, 음식, 위생, 화재 감지 및 진화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용 전지판으로 공급된다. 정거장에 파견된 우주 비행사들은 그곳에서 6달 가량 머문다. 러시아 비행사 세르게이 크리카래프는 우주에서 803일 9시간 39분을 머물러 이 부문 기록 보유자다. 우주정거장에서 승무원 한 사람이 쓰는 비용은 750만 달러, 약 90억원 정도라고 한다.* 우주정거장 우주인들의 하루 - 승무원들은 대개 주중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토요일에는 5시간 근무한다. 음식은 비닐포장되어 배송된다. 무중력 상태라 맛이 더 없게 느껴져 양념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위생이 까다로운데 물을 아끼기 위해 행구지 않아도 되는 샴푸와 먹어도 되는 치약이 있다고 한다. 대변은 보관했다가 나중에 지구로 가져와 버린다. 오줌은 깔때기로 모았다가 마시는 물로 재활용한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과 암 유발 가능성 커 가장 유의한다. 압력에 버티도록 꾸준히 운동하지만 대부분 지구 귀환 후 메스꺼움 열 발진 관절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단일 최고가 기계 ‘대형 강입자 충돌기’ - 75억 유로(한화 약 10조원)가 투입되었다. 이 기계의 임무는 양성자들을 부딪치는 것이다. 그래서 입자 출동기라고 부른다. 1998년에 건설을 시작해 2008년에 완공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담당해 100여 개 국가에서 1만 명이 넘는 과학자와 수백 개 대학이 참여했다. 스위스 제네바 근처 접경지 밑에 거대한 터널 속에 있다. 이제까지 가장 큰 성과는 원자의 하위 기본 입자인 힉스 보손(Higgs boson) 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강입자란 강한 핵력으로 결합한 입자를 말한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가 정상 작동할 때는 양성자가 27km를 90마이크로초(100만분의 90초) 만에 이동한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 기계가 지구 종말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제기한다. 블랙홀을 만들어 지구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상 소립자’라는 위험한 입자를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두 차례 안정성 평가 끝에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결론 났다고 한다.* 인류 3대 치명적 질병 ‘심장병과 암, 염증질환’ - 오늘날 가장 많이 목숨을 빼앗아가는 질병은 심장병과 암, 그리고 각종 염증질환이다. 가장 빈번한 심장병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다 막혀 피가 흐르지 않아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흡연과 스트레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원인이다. 암은 유전자 변이로 일어난다. 흡연, 자외선 같은 환경요인이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암 치료율은 60% 수준이다. 유방암은 생존율 81%, 전립선암은 91%다. 염증질환에는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 경화증, 염증성 장 질환 등이 해당된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 질환도 잘못 축적된 단백질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므로 염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예전 조상들은 염증 치료를 위해 대마초를 흡입했었다.* 한 때 기침약이었던 헤로인 - 실험실에서 처음 합성한 약물이 아스피린이다. 항암 성분 있다고 알려진 버드나무 껍질에서 살리실산을 추출해 분자구조를 일부 바꾼 화합물이다. 아스피린을 만든 곳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 이곳은 모르핀을 개량한 약물도 만들었는데, 이 약을 맞으면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 헤로인으로 이름 붙여졌다. 바이엘은 이 약이 정신에 매우 해로운 영향 미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고 판매를 금지했지만 오랫동안 기침약으로 팔렸다.*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 - 세포마다 정해진 분열 횟수가 있다고 한다. 각 세포가 늙기 전에 분열할 수 있는 횟수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태아 세포는 이 수가 60번이다. 한 번도 분열하지 않는 세포도 있는데, 뇌의 신경세포가 대표적이다. 뇌를 다쳤을 때 회복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인생에 두번 ‘삶의 만족도’ - 여러 연구 종합해 보면, 살면서 삶의 만족도가 두번 정점을 찍는다고 한다. 한번은 스물셋, 한번은 예순아홉이다. 유명한 U자형 곡선이다. 23세에 가장 행복했다가 만족도가 뚝뚝 떨어져 50세에 바닥을 친 후 다시 올라가 69에 정점을 친다. 애초애 이렇게 설계된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확인하는 벨푸어 검사(Belfour’s test) - 죽음을 확인하는 방법 중 가장 오싹한 방법이다. 가늘고 긴 바늘을 심장에 찔러 넣은 다음, 밖으로 튀어나온 쪽에 작은 깃발을 붙이고 깃발이 움직이면 심장이 뛰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해 살아있다고 판정한다. 19세기 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산 채로 묻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땅 위에 있는 종과 관 속 사람을 줄로 연결해 혹시 종을 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죽음예측시계 - 건강한 사람이 앞으로 5년 안에 어떤 질병 때문에 죽을 확률을 예측해 주는 방법이다. 간단한 피 검사 만으로도 가능하다. 혈액 속 네 가지 특정 인자의 수준을 종합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네 가지 생체표지자(바이어마커, 특정 질병이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측정할 수 있는 표지)가 평균과 꽤 차이가 난다면 5년 내 죽을 확률이 5배나 높다고 한다. * 부패가 일어나는 과정 - 죽은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핏속에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이것이 쌓이면 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30분쯤 지나면 심장이 뛰지 않아 순환을 멈췄던 피가 바닥 쪽으로 쏠린다. 피가 아래로 몰리므로 바닥에 닿는 신체 부위는 검게 바뀌고 다른 부위는 아주 창백해 진다. 근육세포에서는 칼슘이 빠져 나와 근육이 수축된다. 사후경직이다. 그 다음 창자에 가스가 차서 터진다. 창자 속 셀 수 없는 세균이 쏟아져 나와 분해되는 과정에서 역겨운 시체 썩는 냄새 나는 것이다. 세균이 내뿜는 가스가 2주 정도 몸에 쌓이면 시체가 부풀어 오른다. 익사한 사람들이 물 위로 떠오르는 시기와 일치한다.* 사망 시간 추정 방법 - 사망시간 추정은 매우 정밀한 과학이다. 사망 시간 추정에 쓰이는 한 방법은 체온 측정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심부 체온이 37.5도지만 사망 뒤에는 상온과 같아질 때까지 한 시간마다 1.5도씩 떨어진다. 또 하나 방법은 레브라도(LABRADOR)로, 매장유해와 부패냄새 인식용 분석기다. 시체가 내뿜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아 측정한다. 최근에는 시체 아래 흙에 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정확한 사망 시간을 예측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세포는 죽은 뒤에도 아직 살아서 단백질을 만든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고 한다. * 냉동보존술(cryonlcs) - 현존하는 의술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사람들을 언제가 되살리기 위해 영하 196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존하는 기술이다. ‘매우 춥다’는 뜻의 그리스어 kryos에서 따왔다. 처음 냉동 보존된 사람은 1967년에 사망한 제임스 베드퍼드 박사다. 현재 250명 가량이 냉동보전 처리된 상태로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비용은 싸게는 3만 달러 안팎에서 비싼 것은 20만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냉동 보존의 절차는 이렇다. 시체를 차가운 얼음 속에 넣어 급속 냉동시킨다. 이 때 몸 속 액체는 모두 빼낸다. 얼음 결정이 생겨 완벽한 냉동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글리세린이 주성분인 부동액을 넣고 미국에 세 곳, 러시아에 한 곳이 있는 냉동 보관 시설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극지방용 특수 침낭에 넣어져 질소 가스로 영하 110도로 얼린 후 2주 동안 차츰 196도로 낮춘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

2020-03-23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소원을 말해봐!’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 ‘녹나무의 파수꾼’

녹나무의 파수꾼 양장본|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사진제공=소미미디어)결함 있는 기계는 아무리 수리해도 또 고장이 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막장 인생 탈출은 절대 불가….하지만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하자나 결함 없는 사람, 후회나 부끄러움이 없는 삶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신비한 잡화점에서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전달해주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신작 ‘녹나무의 파수군’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로 사람들을 위로한다.‘녹나무의 파수꾼’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방과후’ ‘비밀’ 등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 동시 출간한 신간이다.혈혈단신 고아로 직업도 없이 살아오던 청년 레이토는 주거침입, 기물파손, 절도 미수로 유치장 신세다. ‘감옥’이라는 막장으로 추락하기 직전 이모라는 사람이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변호사를 선임해 감옥에 가지 않게 해줄테니 월향신사의 녹나무를 지키라는 치후네의 제안에 소원나무를 지키게 된 레이토는 소원을 빌기 위해 녹나무를 찾는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마음과 사연 등으로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갱생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 막장으로 치닫는 삶,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 등 이 모든 것들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간의 선한 본능과 영향력, 긍정적 사고 등을 건져 올려 감동을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21 17:3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인공지능,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위한 한줄의 힘! ‘철학자들의 명언 500’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김태현 지음(사진제공=리텍콘텐츠)아주 오래 전의 한줄짜리 말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깨달음 혹은 위안을 주곤 한다. ‘마키아밸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이라는 부제를 단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은 그 한줄짜리 말들을 모아둔 책이다.‘삶과 처세에 대한 통찰’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휸’ ‘생각의 폭발을 이끈 동양의 철학자들’ 4개장에 마키아벨리부터 법정스님까지의 명언들을 나눠 담았다.마키아벨리·세네카·카네기·쇼펜하우어·파스칼, 니체·카뮈·프로이트·스피노자·아우렐리우스, 괴테·생텍쥐페리·사르트르·톨스토이·칼릴 지브란, 조조·루쉰·한비자·제자백가·법정스님의 명언들을 상황에 따라 분류에 담았다.번역본과 원문을 동시에 곁들인 ‘철학자들의 명언 500’의 저자이자 인문학자, 지식큐레이터 김태현은 인간 본연의 가치가 위협받는 시기, 인공지능(AI)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 등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통찰의 힘, 사색의 능력이라고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21 17:01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일본 함정> 김대홍 외

총평이 책은 KBS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일본 탐사 프로젝트를 보완했다. 정치 외교에서부터 경제, 안보 등의 분야에서 일본의 최근 동향,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슈들을 방송 후 보완해 내놓았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조망하고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의 뿌리가 무엇이며, 일본이 소재산업 수출을 막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능 노출량이 어떻게 그렇게 낮아졌는지, 대북 문제에서 일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어떤 것인지 등을 다각도로 취재해 담았다. 마지막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이 상황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지에 관해서도 우회적으로 해답을 제시한다.  * 문재인 정부를 ‘김정은 앞잡이’로 생각하는 일본 - 일본 국민들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진심으로 양국 관계를 망가뜨리기 위한 진심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전 박근혜·이명박 정권은 반일적으로 어필을 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냥 정치적 어필이었던 반면 문재인 정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해석이다. * 일본 없이는 한반도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일본 - 일본은 북한이 38선을 넘었을 때 과연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에서 항공기 250기가 일본으로 와 계류했다가 그 후 전투 작전 공격에 나가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이 보급기지로서 존재하지 않으면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본 측은 분석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별 생각없이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사용한다는 의식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비꼰다.*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다른 생각 -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일본은 “소멸됐다기 보다는 개인보상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게 서로간의 부분적 견해이라고 본다. 다만 개인 보상 같은 것은 한국 정부가 대신해 부담한다는 약속이 조약상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그 반대였다. 일본기업이 이를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그 동안 한일 간에 한국 정부가 개인 보상을 하겠다고 해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했으니, 판결 내용이 기존 한국 정부 입장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일본 자위대 군사력 수준은? - 일본 해상자위대 수준은 기술적으로 평가했을 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요 함정 중 총 톤수 면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위 규모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잠수함 항공기 수상함 등이 입체적으로 매우 균형 있게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장비가 모두 첨단 장비라는 점이 장점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병력이 대부분 경험 많은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잠수함에 대해선 일본이 지나칠 정도로 투자하고 있다.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은 일본이 최고일 것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 한일 소재산업의 차이점 - 일본은 소재를 먼저 개발한 뒤 부품을 만들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성장시켜 왔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완제품 산업이 먼저 성장한 뒤 부품산업을 육성해 왔고, 이제 마지막으로 소재산업을 남겨둔 상황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우리가 지금 신소재 개발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소재산업은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추격하기 힘들 것이란 자신감이다. 불화수소의 경우 순도가 우리나라는99.9%라면 중국은 99.99%까지 만드는데 일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공정용 고수노 불화수소는 99.999%라고 한다. 일본은 탄탄한 기초과학이 소재산업을 뒷받침한다. 2001년에 소재와 관련한 각종 연구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해 물질재료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준비해 왔다.*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에 긴장하는 일본 - 일본이 갖는 위기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이번에 선택한 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막는 것이었다. 연산과 논리 등 정보처리에 쓰이는 반도체인 비메모리의 세계 시장규모는 메모리 시장의 2배 이상이다. 이 시장은 크게 제조와 설계로 나뉘는데, 설계 부분은 미국이 단 한번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현재까지 비메모리 제조 분야는 타이완의 TSMC가 1위인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삼성은 10억분의 7미터, 7나노 공정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대만을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EUV 포토레지스트 소재 하나만 없으면 삼성의 양산 계획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일본의 판단이었다.* 과로로 인한 자살도 산업재해 - 일본 정부는 2000년에 과로로 인한 자살도 산업재해로 인정. 2014년에는 과로사 방지법까지 만들어. * 주 58시간 일본의 생산성 -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GDP를 늘리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기에 일본은 근로시간 단축법안에서 예외 업종을 지정했다. 우리는 4개 운송업과 보건업 등 5개 업종을 특례업종으로 정한 반면, 일본은 건설과 운송 의료 분야를 5년간 유예기간을 두었다. 연구개발 분야는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외환 딜러 등 고소득 전문직, 이른바 고도 프로페셔널도 예외로 인정했다.  * 지소미아의 진정한 의도 -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을 앞세우고 한국을 동참시켜 이른바 ‘넓은 의미의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라고 저자는 파악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6월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명확한 경쟁자로, 적대세력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일본을 가장 중심세력으로 파트너 삼고, 하위체계로 한국과 대만 아세안 국가들의 포지션을 정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 없이는 방위력 줄어드는 일본 -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되어 한국이 제공하는 군사정보가 없더라도 일본이 정보판단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데이터가 없다면 정확성이 70% 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이 이동식 탄도탄 실험을 어느 지역에서 하려는 지 등에 관해선 한국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일본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 일본 ‘불침항모’의 흑역사 -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세계 최대 전함 ‘먀마토함’에 붙였던 수식어가 ‘불침(不沈)’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 함정은 1945년 오키나와 앞바다에서 허망하게 침몰됐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고의적으로 “일본은 미국의 불침항모가 되겠다”는 말을 흘렸다. 일본 열도가 미국 방어를 위한 불침의 항공모함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헌법을 개정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는 구상이었다. 이 나카소네 구상을 외교적으로 뒷받침한 인물이 아베 신타로 외무장관이다. 바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버지다.*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 폐기 속사정 - 미국은 2019년 8월 중거리 핵전력 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2017년에 실전배치한 9M 729의 사거리가 2000~5000km로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박한 러시아도 곧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실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타깃이었다. 중국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의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 동안 아무런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있었다. 미국만 조약에 손발이 묶여 있었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었다. 미국이 일본 오키나와 등에 속속 배치하고 있는 게 이것 들이다.* 한반도의 자연방사능 -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자연방사능이 일본에 비해 2배에서 3배 정도 많이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서울은 0.119 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인데, 이는 말 그대로 자연방사선량 수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연간’ 방사선 피폭치를 1밀리시버트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핵발전소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의 시간당 방사선량을 지금도 0.113마이크로시버트라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물고온 핵 재앙 - 하기비스가 엄청난 양의 폭우를 동반하면서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작업으로 생긴 흙과 건축폐기물 자루들이 야적장에서 쓸려 나갔다. 일본 정부가 밝힌 방사능 폐기물 자루는 1000만 개 정도라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20자루 정도가 떠내려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이다테 마을에서 이틀 동안 500밀리미터 비가 내려 488개 자루가 유실됐었는데 2배가 더 내린 이번 태풍으로 90자루가 유실되었다고 해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후쿠시마에서는 며칠 사이에 500밀리 정도 비가 내리는 것은 연례행사인데 2015년과 2019년 단 두차례만 우실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방사선량 측정장치를 특정한 곳에만 설치하는 일본 - 일본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은 좋은 수치만 발표한다고 한다. 선량율도 높은 곳은 발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는 측정기를 두지 않고, 놔둔다 해도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정식 방사선량 측정장치, 즉 모니터링 포스트에 대한 비밀이 있는 셈이다. 모니터링 포스트 주변만 제염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측정량은 사실상 알기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관리하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측은 측정기에 따라 성능이 다르며 측정기 위치에 따라 수치가 다를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오염수 방출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일본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는 2011년 3월 사고 당시 노심에 있는 핵 연료봉을 식히면서 발생한 초고농도의 액체다. 이렇게 생긴 초고농도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규모가 110만톤에 이른다. 최대 150만톤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매일 300톤 정도가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이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해 왔는데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오래 전부터 해양 방출을 위한 여론 떠보기를 펼치는 중이다. 외무성도 오염수를 재처리해 해양에 방출해도 지구 환경에 영향 미미하다고 강조한다. * ‘카본 14 공포’ 증폭 - 일본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오염수 가운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핵종(카본 14)이 발견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카본 14는 해양 방출의 핵심 전제 조건인 오염수 재처리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대표적 방사성 핵종이다. 이미 됴쿄전력은 세슘137 뿐만아니라 세슘134, 스트론튬90, 요오도129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핵종 등을 재처리 장치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오염수 방출 시 2년 내 동해 진입 - 독일 킬해양과학연구소 모의실험 결과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면, 140일이 지나면 첫번째 저농도 오염수가 동중국해로 진입하고 220일 정도 지나면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동해쪽으로 방향을 튼다고 한다. 동시에 더 농도가 높은 오염수가 같은 경로로 진입해 660일이 되면 고농도 물질이 동해로 진입하고 5년이 지나면 남해와 동해가 고농도 오염수로 뒤덮힌다는 결론이다. * 일본은 아직도 원자력 긴급사태국가 -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당시에 ‘원자력 긴급 사태 선언’을 발령했었다. 그 선언은 지금까지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일본은 아직도 긴급 사태 선언 단계에 있는 나라라는 얘기다. 사상 초유의 원자력 긴급 사태를 부른 방사능 오염물질 방출량은 단 3%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아직도 발전소 안에 남아 있다. 그런 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저자들은 주장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20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운동이 최고의 약! 목부터 발목까지 ‘백년 쓰는 관절 리모델링’

통증을 없애고 비틀린 관절을 바로잡는 최강의 운동법, 백년 쓰는 관절 리모델링 | 김준배 지음(사진제공=비타북스)나이 들어서 혹은 삐긋해서, 접질림과 사고 후유증 등으로 비틀리고 아픈 목뼈부터 오십견, 손목·무릎·발목 관절, 허리와 척추 등도 리모델링이 될까? 신간 ‘백년 쓰는 관절 리모델링’은 ‘진짜’ 운동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비틀림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답한다.정형외과 전문의 김준배 평촌서울나우병원 대표원장의 저서 ‘백년 쓰는 관절 리모델링’은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정보에 의한 ‘가짜 운동’이 아닌 ‘진짜’ 운동법을 담았다.‘운동이 최고의 약’이라고 주장하는 책은 ‘통증은 어쩌다 고질병이 되었나?’ ‘평생 쓰는 관절 리모델링’을 비롯해 ‘무릎’ ‘목·허리’ ‘어깨’ ‘팔꿈치·손목·손’ ‘발목·발’ ‘골반’ 등 부위별 관절 리모델링 운동법을 설명한다.왜 운동이 중요한지와 더불어 각 관절에 대한 기초정보부터 질환의 종류와 현상, 리모델링 운동법 등이 그림, 사진과 함께 실렸다.각 파트마다 많은 이들이 궁금증에 답한 QA, 올바른 운동 처방법을 담은 ‘Plus Page’, ‘무릎에서 소리가 난다면’ 등 무심히 넘겼지만 의문이 남았던 데 대한 정보를 담은 ‘Check Box’ 등도 눈길을 끈다. 사진으로 비교적 잘 설명돼 있지만 관절운동은 정확한 동작을 제대로 하는 것이 관건이다. 책에는 따로 기재되거나 동봉되지 않았지만 평촌서울나우병원 유튜브채널에서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19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모든 질병은 ‘직장’에서 시작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한 처방전!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제가 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아무도 저한테 관심이 없더라고요. 몇년 전 ‘핵아이템’인 김구 안경으로 바꾼 적이 있어요. 저 자신은 너무 어색하고 ‘괜히 바꿨다’ 후회하고 있는데 회사 사람들은 몰라요. 심지어 와이프도 몰라요. 제가 신경 써야 할 건 남의 시선이 아니라 제가 저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더라요. 단언컨대 타인은 놀라울 만큼 그대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신간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의 저자 이종훈은 책 집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종훈’이라는 이름과 페이스북 주소, 회사원이라는 것 말고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도 별로 없다. 스스로를 “나도 모르게 태어났고 살다 보니 어른이 된, 베일에 싸인 마녀(?)도 아닌 정말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하물며 오늘도 야근을 제대로 조지고 왔습니다”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써내려간 글들은 소소하지만 슬프고 공감하며 박장대소를 하게 되지만 또 슬프다. ‘사이다’처럼 속이 시원하면서도 또 서글퍼진다.스스로를 ‘하루살이’ 혹은 ‘나부랭이’라 칭하고 오늘도 일에 정진하며 좌불안석 살아가는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며 장 면역력을 위한 유산균을 한두알씩 삼키는 것마냥 현대인이 시달리는 질병 혹은 스트레스의 진원지는 ‘직장’일지도 모른다.매일 엑셀과 ‘썸’(SUM) 타느라 정작 ‘썸남’ ‘썸녀’를 만나기도 어려운 현실, 소등급 매기듯 평가하는 인사고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가족’ 같은 회사라면서 당연시된 ‘내리까임’, 열심히 살아도 면할 수 없는 ‘마통’(마이너스 통장), 이제 겨우 한숨 좀 돌리나 싶을 때 밀려오는 ‘뭘 하고 있나’ 싶은 자각…. 저자 이종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이종훈 지음|JUNO그림(사진제공=성안당)“경쟁에 지지 않기 위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어요.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다들 아시겠지만(?)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그 괴로움을 한땀 한땀 글로 표현하다 보니 한권의 책이 나왔죠. 무엇보다 글로 표현하니 그 괴로움이 사라지는 희귀한 경험을 했어요.”  그렇게 출간된 책이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다. 그는 “직장생활을 십여년 정도 하다 보니 ‘웃픈’도 아닌 오직 슬픈 현실이 많이 보였다”며 “이 책을 쓰면서 누구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직장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전했다.“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에요. 비밀도 아닌데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던 평범한 직장을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표현하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현실 속에 웃음·사람·삶·걱정·가족을 위트 있게 표현하고 싶었죠. 힘든 삶에는 유머가 필요하니까요.”‘직장’ ‘술’ ‘삶, 걱정’ ‘결핍, 습관, 마음’ ‘건강, 독서, 행복, 부모’ 등 5개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들로 그득하다. 때론 마냥 슬프기만 하고 도무지 힘들기만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트 넘치는 위안들을 전하기도 한다. 그 위트 넘치는 이야기들은 JUN의 그림들이 곁들여지며 이해도를 높인다.‘이력서 쓰는 데 이력이 났고 자기소개서는 타인소개서가 되어가고’ ‘삼성페이보다 열정페이가 더 많이 지불’되는가 하면 ‘갑질은 도가 지나쳐 육갑질이 되어 가고’ ‘월급은 합의금이자 위로급이자 깽값’이며 ‘우리가 JOB을 원했는데 JOB것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도 ‘행복’을 강요당한다.삶을 앞서 간 어른들, 선배들은 늘 말했다. ‘대학가면, 취직하면, 결혼하면…다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다 뻥이었다.” 책은 분명치 않은 미래를 위해 ‘행복’을 강요당하며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그냥 하루 하루 사는 게 대단한 것입니다”라고 위안을 전하기도 한다.“미래 걱정은 하지 말라, 현재를 갉아먹는 독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며,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하쿠나 마타타”라고.그리스로마신화 속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며 완벽했던 불사의 신 아킬레우스(Achilleus)도 약점(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슈퍼맨은 방사물질 크립토나이트에 약하고 배트맨은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슈퍼 히어로도, 유명 스타들도 약점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어른’은 처음이고 프로도 실수는 한다. 저자 이종훈 역시 첫책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에 대해 “제겐 너무 좋은 기회였다. 단 첫 책이다 보니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미처 고치지 못한 부분, 여기서 이런 글이 좋을 것 같지 않을까? 싶은 데가 여러 군데 보이기도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감사하다”고 털어놓는다.“페르시아 흠과 인디언의 구슬 목걸이처럼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도 없었고 그 어떤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발전도 하게 되고 도전이 있어서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책에는 직장생활로 막힌 속을 시원하게 하고 서글픈 삶에 위안을 던지는 말들도 있지만 근로계약서에 대한 상세한 설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가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등 꽤 전문적이고 어려운,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알아둬야할 정보들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웃픈 직장인의 법칙, 회사에서 자주 쓰는 엑셀 꿀팁, 주사 유형, 성공을 부르는 10가지 신체 습관, if then 습관 법칙(일명 원 플러스 원 법칙) 등 유익한 팁부터 집값 안정화 대책, 한국의 자살률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생각에 대한 생각, 선택과 결정,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결핍과 열등감, 트라우마 등 감정적 문제, 다이어트, 금연, 독서 등 소소한 이야기까지 담겼다.‘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사진제공=성안당)책 속 이야기들은 한국 뿐 아닌 전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오롯이 나로 서기’, BTS가 스토리텔링해 시리즈로 연신 외쳐대는 ‘러브 유어셀프’와 맥을 같이 한다. “물도 셀프, 추가반찬도 셀프, 행복도 셀프, 불행도 셀프, 삶도 셀프, 모든 것은 나로부터”라고 외치는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원제목이었고 책 맨 끝을 장식하고 있는 ‘마카롱’ 에피소드에 담겼다. “원 제목은 ‘내 인생의 마카롱’이었습니다. 마카롱처럼 각자의 색과 맛으로, 각자의 취향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무취향도 취향이듯, 그 누구도 정답이 없듯, 완벽한 삶도 없고 어떤 삶도 문제가 있듯이요. 마카롱처럼 각자의 색·맛·취향대로 살아도 된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그리곤 “변화하더라도 변함없는 그대이기를”이라고 위안을 전한 저자 이종훈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2장 ‘술’ 이야기를 추천했다.“바라건대 코로나19는 코로나와도 씹구(19), 코로나를 다 잊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 한국의 의료기술과 저력으로 어느 나라 보다 더 잘 이겨낼 것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17 17: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정책의 배신> 윤희숙

총평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6가지 정책’을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대책, 국민연금, 정년 연장, 그리고 신산업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대응으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시대를 읽는 정책’을 주문한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선진국 모델을 무작정 따라하는 ‘모방형 복지’에서 벗어나 ‘분배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해선 “일자리 기회부터 넓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자리 정책이 곧 불평등 완화 대책이라는 얘기다. 노조와 386 그룹들이 단합해 국민들을 고단하게 하고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며, ‘새롭게 권력을 얻는 자’ 들의 각성도 촉구했다.* ‘을대 을의 갈등’이 되어버린 최저임금 -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첫 해인 2018년에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일자리가 24만 개나 줄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고 해 놓고는 사실 넉넉한 다른 그룹이 수혜를 보는 구조다. 현재 최저임금 근로자 가운데 빈곤층 비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특히 취업자가 없는 가구가 2015년 현재 18.1%이데, 소득 1분위에서도 77.4%에 달한다고 한다. 누구보다 가장 어려운 이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려운 사람의 일자리 사정을 악화시킴으로써 빈곤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자 중 70% 정도가 중산층 이상의 가구에 속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시장에 충격을 가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위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그런 면에서 저임금 근로자 전부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빈곤하거나 빈곤에 가까운 이들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미 많이 높은 최저임금 수준 - 박근혜 정부에서 중위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높인다는 목표가 이뤄지자, 문재인정부 들어 노동계는 1만 원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2017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 임금의 56% 수준으로, 어지간한 OECD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중 7~8%의 높은 인상률을 유지한 덕분이다. 여기에 우리의 제도적 특수성인 주휴 수당(주 5일 일할 경우 하루치 임금을 더 보장받는 것)을 고려하면 약 20%를 더해야 하므로 사실상 프랑스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나마 2018년 현재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5.5%에 이른다. 대부분 1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장이다. 20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숙박음식업 등 일부 저생산성 부문은 미준수율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단속을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전투구 최저임금위원회 - 현재 위원회는 철저하게 진영 논리가 관철되는 싸움일 뿐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정치논리로 오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은 고용이 불안정한 저임금 근로자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저숙련 근로자들인데, 지금처럼 노조가 대표하는 ‘고용이 안정되고 보장된 근로자들’이 임금협상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직자들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노사가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노사 협상에 맡겨두는 구조로 남미 국가들 모델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최저임금 결정을 심의회 방식으로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는 하지만, 주로 정부 주도로 결정하는 구조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네덜란드는 공식적인 노사 의견 청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삶’이냐 -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노동 관행이 굳어진 이유는 매우 광범위한 부분의 생산성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연구개발 직종이나 건설업 등 계절적 변동이 큰 업종에서는 근로시간 규제 강화로 인한 병목이 심각하다. 특히 본격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의 위축은 경제 경색의 주요 원인이 된다. 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심각한 것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되, 규제는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자리 기회에 목마른 청년들과 일자리 유지가 절실한 저숙련 장시간 근로자들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큰 의미가 없어진 연간 총 근로시간을 유독 우리나라 정부와 노동계만 문제시 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과 일본의 근로시간 정책 차이 - 일본은 우리보다 잘 살고 경제 내 생산성 격차도 적지만, 주60시간 이상 심각한 근로 비율을 2020년까지 6%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급한 것부터 부작용을 줄이고 해결하는 현실적 방법 을 택한 것이다. 반면 저생산성 부문의 비중이 높은 우리는 갑자기 주 52시간이 넘는 사업장을 불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하니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에 주는 충격은 아랑곳 않고 단기적 목표만 밀어붙이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선진국들 -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6개월 정도를 기준으로 평균 하루 8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한다. 독일은 주 5일제 적용 산업은 하루 8시간, 주 6일제 산업은 주 48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하루 10시간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6개월 간 평균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규제 중이다. 초과 근로시간 관리를 월 단위나 연 단위로 대부분 선진국들이 노사 협의를 통해 전환시킨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일주일 단위를 고집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현재의 작업량은 동일하게 필요하니 신규 채용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정도는 ‘노동수요 불변 가정의 오류’로 이미 널리 알려진 실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근로시간 규제, 이념이 아니라 미래를 봐야 - 기본 방향은 총 근로시간 한도 범위 내에서 노사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고 도입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특례 제도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분류를 개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 특성을 반영해 재량 근로제 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현장의 노사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현불가능 목표 ‘비정규직 제로’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비정규직 제로에 대해 저자는 혹평한다. 현재의 지지층에는 큰 혜택을 주면서 미래의 노동시장에 진입할 세대에 대해선 취업문을 더 좁게 하는 부작용을 기꺼이 초래한 조치라는 것이다. 일자리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규직 처유 중 과도한 부분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즉, 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이 세가지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 목표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을 감축하는 개혁 아젠다를 내걸어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과 다른 한국 노동계 - 독일 폭스바겐은 2001년에 경기둔화로 생산이 급감하자, 기존 급여의 80%만 지급해 독일 내에서 생산을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에 대해 ‘임금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전 정권에서 어렵게 만든 저성과자 퇴출 조치도 백지화했다. 공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는 전국 노동조직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잠재적 구직자들의 열망을 외면한 채 일자리 창출 자체를 반대한 행태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소수를 위한 정년 연장 - 저자는 정년연장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을 주장한다. 일사불란한 노동계의 찬성 움직임은 현재 노조의 주력 연령대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는 것과 관련 깊을 것이란 점에서다. 현재는 일자리 총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아, 기존 근로자가 퇴출되어야 청년이 새로 진입할 있는 구조다.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고령자 기피가 보다 뚜렷해 퇴출 연령을 더 낮추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중장년 근로자는 본인의 생산성에 비해 훨씬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결국 정년이 연정되어 고용유지를 강제할 경우 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청년 구직자의 희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년 연장 논의는 임금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선행된 이후에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령자 고용연장 기피 원인부터 없애야 - 정년 연장은 지금도 과보호되는 근로자들을 청년을 희생시켜 더 과보호하자는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령자의 고용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령 노동을 기피하지 않도록 노동시장 환경을 정비하고 이직 지원 및 직업 훈련 등을 통해 고령자의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질의 취업기화가 주어지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생산성 수준에 따른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생’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 - 우리 정부는 상생을 ‘신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산업 지형으로의 대전환이 예상되어도 기존의 산업을 지키고 충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고 비꼰다. 특히 이번 ‘타다’ 사태처럼 택시업과 승차공유업 관계자만 모아놓고 타협을 종용할 경우 국민 전체의 입장은 누락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이해 당사자간 교섭 결과를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경계해야 할 ‘적자편향’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 3년 모두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의 두배를 크게 초과한다. 올해 재정적자는 경제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3.6%에 이른다. 2020~2023년 중 재정지출도 연평균 6.5% 증가로 경상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경제정책으로 생긴 충격을 ‘재정’을 풀어 해결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게다가 구조개혁 효과는 미진한데 효과는 한시적인 지출에 과다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선심성 지출이 여전하다는 점도 고쳐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재정 지출로 틀어막기 위해 재정관리를 아예 포기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재정 정책의 올바른 방향 - 정권 재창출을 위한 ‘지출 대잔치’는 막으면서 필요한 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쟁 정책의 방향이라고 자자는 강조한다. 재정사업은 기본적으로 그 비용을 모든 국민이 나누어 부담하는 반면 혜택은 특정그룹에 집중되는 경우 많다는 점이 특정이다. 아일랜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국채 비율이 40%에 불과했음에도 2010년 재정위기 겪었듯이, 국채 비율이 높지 않아도 위헙할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국채 비율이 100%를 훌쩍 넘지만 부도위험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재정 건전성이 국가 신용평가로 직결되는 구조 임을 명심해야 한다.* 청년에 도움안되는 기본소득지원제 - 경기도와 서울시가 기본소득을 표방한 제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이하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월 50만원 현금을 취업 의지나 구직활동 여부를 증명할 필요없이 지급한다. 실리콘밸리도 최근 기본소득 아이디어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진국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는 쪽이다. 청년들의 마음을 현금으로 위로해 주는 것은 매우 단기적이고 휘발성 정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취업과 해고, 임금 체계, 정년 제도, 정규직 전환 등 노동시장의 모든 제도들을 재검토하고 합리화하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구조개혁을 하면서 기본소득도 검토해야 순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자리가 복지이자 불평등 대책 - 불평등대책은 결국 기술 변화와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화, 교육과 훈련 정책 등 국가 시스템 차원의 전면적인 전략 수립과 집행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교육 기회와 일자리 기회에 있어서 공정한 접근성을 굳건히 보장하는 제도적 개혁이 강조되어야 한다. 저자는 일자리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는 특정 집단의 이해가 전체 국가 전략을 압도하고 왜곡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17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총평저자는 독일에서 유학한 독일 전문가다. 그는 대한민국이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나라’라고 평가한다. 그런 나라를 개혁하려면 미국에 대한 ‘안티 테제’로 평가받는 독일로부터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청산, 분단 문제, 경제성장 등 우리와 같은 문제들을 경험했던 나라였고 그런 문제들을 비교적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나라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저자는 독일이 우리에게 ‘요술거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들을 깨우쳐 준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해 온 많은 것 들이 독일을 배우고 나면 비정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단언한다. 특히 ‘인간존엄은 불가침하다’는 내용을 헌법 제1조로 가진 나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해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한 강연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독일을 배워야 한다면 이것부터 * ‘교육 대국’ 독일 - 독일에는 학비가 없다는 정도는 많은 이들이 알지만 이곳은 대학 입시도 없다. 고등학교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그것도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다. 대학을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정원 보다 많이 몰리는 학과의 경우 ‘정원 제한 학과’로 일부 제한하는 정도다.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가 교육을 관할해 16개 주마다 선발 방식도 다르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0만 원 가량의 생활비까지 대학생들에게 준다. 학교 내 경쟁도, 등수도 없고 서열도 없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생각이 1970년대 독일 교육개혁의 기본 원리였다.* 전쟁 폐허 속에서도 대학을 일으킨 독일 - 독일에서 등록금 폐지 조치가 194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당시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로, 독일 전 지역이 폐허였던 시절이었다. 전후 배상금 지급까지 포함해 그야말로 재정적으로 파산 상태였다. 그러나 독일은 교육에 대해 투자했던 것이다. 지금 독일의 학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 다른 독일의 대학 - 사립대학이 87%인 한국과 달리 독일은 98%의 대학이 국립이다. 미국 조차도 주립대 공립대 등이 많아 사립대학 비율은 20% 불과하다. 한국의 대다수 사립대학에서는 여전히 재단 이사장이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는 “국가가 여전히 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사립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참고로 그는 두산그룹이 이사장 회사인 중앙대학교 교수다. 그는 우리처럼 잘 사는 나라에서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을 낸다는 것을 독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에 변혁을 가져온 ‘68 혁명’ -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변혁 운동 시작됐다. 이 운동의 핵심 구호는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이었다. 당시 냉전체제에서 철의 장막이라던 동유럽으로까지 파급되어 70년대 초반까지 거대한 변혁의 흐름을 형성했다. 1964년부터 본격화된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실제 모습을 목도하면서 도덕적 충격으로 반전운동이 확산되고,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경쟁에서 부조리한 세계를 체험한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 전체를 부정하고 기성 가치 전체를 회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독일을 바꾼 68 혁명 - 68 혁명 당시 독일의 수상은 기독교만주당의 쿠르트 게오르크 키징거였다. 그는 젊은 시절 나치 당원 출신이다. 그런 사람이 수상에 오를 정도로 과거 청산이 안된 나라였다는 얘기다. 1966년 취임 때 양철북을 쓴 세계적인 작가 귄터 그라스가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을 정도였다. 1969년 이후 빌리 브란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일은 비로서 ‘과거 청산의 나라’로 바뀐다. 교육과 복지 체제도 틀을 만들기 시작한다. 브란트라는 인물 자체가 반 나치 저항의 상징이었기에 세계가 독일의 과거 청산의 진정성을 인정했다. 그는 비판 교육을 독일 교육의 첫 번째 원리로 채택해, 나치 잘못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비판 정신을 길러주었다.* 남녀 구분이 없는 독일의 ‘코뮌’ 정신 - 코뮌을 한국에서는 흔히 공산주의와 연계해 생각한다. 하지만 코뮌은 넓은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공동체적 삶을 뜻하는 말이다. 68 혁명을 전후로 독일에서는 가장 먼저 ‘코뮌 1’이 생겼는데, 일종의 성 공동체 운동이었다. 이들이 부정한 것은 무엇보다 모노가미(Monogamie, 일부일처제)였다. 이 제도야 말로 재산권을 영원히 계승시키기 위한 자본주의 사회적 전제라며,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선 재산을 공유하기에 앞서 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에선 실제로 남녀 기숙사가 따로 없고 대부분 주고 공동체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동독의 경우 샤워실도 공동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이 바뀌어야 한다면…* 한국사회의 특징 네 가지 -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저서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이다.* 밖에서 더 평가받는 한국 민주주의 -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세계 178개국 대상으로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 연구한 ‘세계적 도전에 직면한 민주주의’라는 보고서가 2019년에 발표됐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민주주의 변화 추이를 조사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저자는 사실상 1위라고 말한다. 우리 앞의 나라들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위스 등 대부분 인구 5000만~1000만 사이의 작은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 클럽’ 국가들 가운데는 우리가 민주주의 1등 국가라는 얘기다.* 광장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의 괴리 - 우리는 광장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민주주의는 낙후되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과 깊은 연관 있다고 말한다. 특히 군사 문화의 전면적인 지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상의 파시즘’이라고 평가한다.* 68 세대를 대체한 한국의 86세대 - 68 혁명 열기가 한창일 때 우리는 오히려 베트남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등 68 혁명을 이어갈 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후 86세대가 독일의 68세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 86세대는 ‘과잉대표’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게다가 이들 역시 대학 시절 내내 군사 파시즘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파시즘을 내면화한 듯 하다고 말한다. 총체적 민주주의까지는 미처 생각치 못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사회 민주주의, 경제 민주주의, 문화 민주주의는 아직 그들의 머리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심각하게 왜곡된 한국의 대의 민주주의 정치 - 국회에서 40세 이하 의원은 300명 가운데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세대 대표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대의정치가 아니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국회는 직능 대표성도 없어 교사 보다 훨씬 적은 교수 출신들이나 법률가, 언론인 출신 의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의회의 대외 기능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얘기다.* ‘자기 착취’에 빠진 대한민국 - 지금 한국인은 대다수가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자본이 주입한 논리에 따르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 안에 노예감독관이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는 식의 왜곡된 가치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청년 자살은 물론 세계 평균의 10배나 되는 노인 자살률 등이 이를 대변해 준다. 절망감, 즉 미래가 보이지 않는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청년들의 경우 살인적인 경쟁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정신적 질환을 일으키고, 이것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동 우울증도 세계 최고라고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와 야수적 자본주의 - 사회적 시장경제란 시장경제의 활력과 효율성은 활용하되 시장경제가 몰고 오는 핵심적인 문제, 즉 실업과 불평등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사회적 시장경제주의다. 독일에서는 야수자본주의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는데, 이는 자본주의를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의미다. 헬무트 슈미트 사민당 총리가 즐겨 사용한 용어다. 이를 막아내는 것이 정치의 책무라는 신념을 헬무트는 갖고 있었다고 한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의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야수 자본주의, 즉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한국 사회가 ‘지옥’이 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반도 통일이 되려면* 독일 통일은 동독에서 시작됐다 - 독일 통일과 관련에 서독이 주체가 된 흡수 통일, 병합 등의 얘기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일 통일의 주체는 서독 사람들이 아니라 동독인들이었다는 것이다. 용감한 동독 시민들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뤄낸 것이라는 얘기다. 그 시발은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개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동독 사람들이 오스트리아를 경유해 서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동독 정부가 당황해 국경 봉쇄를 헝가리에 요구하면서 얼마 후 국경이 다시 봉쇄됐지만 한번 터진 물꼬를 잡을 수 없었다.* 통일에 천문학적 비용 들지 않는다? - 독일 통일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통일 직후인 1990년 7월 1일 화폐통합을 단행하면서 실질 환율을 무시하고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를 1대1로 통합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동독 기업들이 도산하는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독일 통일 비용은 대부분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복지 비용이었다고 말한다. 독일인들은 “통일이 필요하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보다 분단체제 해소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된다는 공동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일 한반도는 남한이 주도할 것이란 ‘착각’ - 통일 이후 한반도의 정치적 미래는 북한 주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남한이 통일 후 한반도를 주도할 곳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도 통일 이후 독일 정치를 쥐고 흔드는 것은 놀랍게도 동독 출신 정치인들이라고 말한다. 메르켈 총리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남한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거의 반반 나뉘어 있는데, 통일이 되면 2600만 북한 주민 중 대략 2000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이 선택한 자가 통일 한반도를 지배할 것 분명하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제공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 등에 맡겨선 안돼 - 한반도 문제는 일차적으로 우리의 문제지 미국의 문제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제발 더 이상 촉진자니 중개자니 운전자니 하는 말 사용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우리가 핵심 당사자인데 왜 미국 옆에서 촉진하고 중재하고 운전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굴종적인 태도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종속변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은 미국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는 더욱 담대하게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국인의 높은 정치의식을 믿고 미국을 상대하면서,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라고 주문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14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삼성인, 아마조니언되다> 김태강

총평저자는 삼성전자에서 5년 동안 LED 신규 칩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지금은 아마존에서 세금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그 동안 구글 등에서 근무하는 국내파들의 성공 스토리들이 더러 소개 되었으나 국내외 최고 기업을 모두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인 흔치 않다. 저자는 삼성에서의 기간이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는 수련의 과정이었다면, 이마존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삼성의 하향식 업무 방식과 달리 아마존은 자율과 신뢰가 바탕이 된 업무 형태를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아마존은 직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까지 넉넉히 기다려주는 ‘믿음’이 가장 배울 만 하다고 말한다.* 삼성과 아마존의 점심시간 풍경 - 삼성에서 점심 시간은 정해진 시간에 동료들과 어울려 ‘전우애 넘치게 보내는 시간’이다. 메뉴도 최상이다. 아마존에서는 시간이 되어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배고플 때 먹는 자율 시스템이다. 점심식사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공짜 식사라는 복지는 없다. 대부분 근처 푸드 트럭이나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도시락을 싸온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14’ 가운데 절약(Frugality)이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제공하고, 그렇게 절약한 돈을 고객에게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14’ - 1. 고객에게 집착한다(Customer Obsession) 2. 주인의식을 갖는다(Ownership) 3. 발명하고 단순화한다(Invent and Simplify) 4. 리더는 정직하고 옳아야 한다(Leaders are right a lot) 5. 계속 배우고 호기심을 갖는다(Learn and Be Curious) 6.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한다(Hire and Develop the Best) 7. 최고의 기준을 추구한다(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8. 크게 생각한다(Think Big) 9.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Bias for Action) 10. 절약한다(Frugality) 11.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Earn Trust) 12. 깊게 고민한다(Dive Deep) 13. 소신을 갖고 반대하거나 받아들인다(Disagree and Commit) 14. 성과를 낸다(Deliver Results)* PPT 없이 ‘글’로 보고하는 아마존 - 아마존에서는 PPT 대신 글을 작성한다. 짧게는 한장에서 길게는 여섯 장 분량의 글을 작성해 회의에 참석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퇴사할 때까지 PPT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글을 쓰는 회사’라는 평까지 나온다. 글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확신을 더하는 작업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또 글에는 숨을 곳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믿는다. *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아마존 -아마존이 스스로를 정의하는 말이다. * 아마존이 인재를 붙잡는 방법 - 아마존은 업계 평균 이상의 연봉과 주식을 제공한다. 직급이 올라가거나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게 되면 월급을 인상해 주는 것보다 주식을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을 주주로 만든다. 같이 성장하는 관계를 통해 회사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 - 아마존에서 가장 듣기 힘든 말이 “시간 되면 잠깐 회의 좀 할까?”라고 한다. 아마존에서 대부분의 회의는 캘린더로 관리된다. 본인의 스케줄을 작성해 회사 서버에 업데이트하면, 직원들의 일정이 타안에게 자동 공유된다. 회의를 잡기 전에 참석 인원들의 일정을 파악하고 모두가 참석 가능한 시간에 캘린더 초대를 보내면 된다. * 삼성과 아마존 ‘인사평가’의 차이 - 삼성은 상대평가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잘 한 사람이 있으면 부족한 고과를 받아야 한다. 하향식 평가가 주류다. 아마존 인사평가의 가장 큰 차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적어야 하며, 특히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야 한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단점이다. 단점 역시 리더십 원칙에 빗대어 평가하며 매우 진지하다. 친한 동료들에게만 평가를 요청할 경우 한계를 보이지만 대부분 정성껏 평가한다고 한다. 진급 여부도 매니저가 봤을 때, 후배 사원이 다음 직급의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타 부서 피드백까지 받아 추천서를 작성하고 이를 상사들이 모여 필독 후 결정한다. * 결재 방식, 탑 다운 vs 시스템 - 삼성은 모든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탑다운 방식이다. 어떤 업무를 진행하기 전에 상사가 다시 한번 내용을 확인하고 승인하기 때문에 업무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아마존은 매니저를 포함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3 요소가 있다. 첫째가 Data, 데이터다.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Anecdote. 고객의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이다. 셋째, Gut feeling. 네 직감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다. 이 3가지의 밸런스를 찾으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실패할 경우 누구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으며, 이를 교육비용이라 생각한다. *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 회사 아마존 -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의 회사로 만들고자 해다. 고객 중심, 고객 집착은 아마존 리더십 원칙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매출과 이익도 중요하지만, 아마존의 의사 결정에는 이것이 고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아마존의 제품 담당자들은 제프가 보내는 물음표 메일을 가장 두려워 한다고 한다. 고객의 소리를 담은 이 메일을 받으면 그 부서는 초비상이다.* 아마존의 검소한 출장 -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끊어주지 않는다. 국내 임원급도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출장은 애초부터 없다.* 일은 회사에서 하는 것? - 삼성에서의 ‘일’은 ‘회사에서 하는 것’이다. 보안에 엄격해 밖으로 일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장점으로는 퇴근 후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이 생긴다면 밤늦게 혹은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 아마존에서는 사무실 제약이 없다. 입사 첫날 작은 토큰을 받는데 이것으로 노트북을 연결하고, 장소 제약 없이 회사 서버에 연결해 근무가 가능하다. 좀 번거롭긴 하지만 아마존은 ‘아마존의 Our place’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아침 출근 후 본인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 아마존의 필수품 ‘헤드셋’ - 구글은 입사자들에게 누글러(Noogler)라는 모자를 나눠 준다. 구글 로고의 색깔을 담은 모자다. ‘나는 오늘 입사한 사람’이라는 표식이다. 아마존은 헤드셋을 준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대부분 미팅이 회상회의이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놓고 오는 일은 있어도 헤드셋을 두고 오는 날은 없다고 한다.* 아마존 리더의 자격 ‘신뢰’ - 아마존 리더십의 원칙은 신뢰 얻기다. 아마존 사이트를 보면, 리더는 경청하고 솔직하게 말하며, 다른 사람들을 존중한다. 또한 자신에 대해 비판적이며, 자신과 팀의 실수를 합리화하지 않는다. 리더는 항상 최고에 비춰 자신과 팀을 벤치마크한다는 내용을 강조한다. * 신입사원에 대한 기대 - 아마존과 삼성의 차이는 신입사원에게 성과를 기대하는 시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삼성의 경우 상사마다 다르겠지만, 선배들의 업무를 하나씩 넘겨받으며 본인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아서 배워야 하는 아마존의 경우 최소한의 정보를 주고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터득하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또 다른 삼성과의 큰 차이는 부서원들의 부서 이동을 장려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 일 잘하는 신입사원의 공통점 - 삼성에서나 아마존에서나 일 잘하는 신입사원은 공통점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첫째는 같은 질문을 세 번 이상 하지 않는다. 둘째, 프로세스를 이해한다. 셋째, 두세 번 확인한다. 넷째, 롤 모델이 있다. 다섯째, 간단한 구두 보고도 꼭 정리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12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사랑의 불시착’도 가르쳐 주지 않은 북한 경제의 실상 ‘북중 머니 커넥션’

평양 최대 규모 백화점 사장인 고명은(장혜진)은 딸 서단(서지혜)의 결혼식 준비를 위해 밀수꾼이 몰래 들여온 남한 웨딩잡지를 보며 최신 유행 드레스 디자인을 살핀다. 나월숙(김선영), 마영애(김정난) 등 사택마을 주부들은 장마당(시장)에서 남한에서 밀수한 최신 유행 화장품을 고르곤 한다.  남녀북남(南女北男)의 로맨스를 그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엿본 북한주민들의 삶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드라마를 통해 과장되고 부풀려진 걸까. 신간 ‘북중머니커넥션’(책들의 정원)은 드라마 속 상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했음을 알려준다.책은 도입부부터 흥미롭다. 저자 이벌찬은 중국 랴오닝 성(遼寧省) 단둥(丹東) 지역에 자리한 구찌 매장은 단둥 점이 아닌 북한 점이라고 단언한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구찌는 중국 내 총 56개 매장을 열었지만 대체로 소비 수준이 높은 대도시에 분포돼 있는데 낙후한 3선 도시에 입점한 건 단둥 점이 유일하다고 한다. 현지에서 저자가 만난 이들은 해당 매장의 주고객은 북한 주민이고 전한다. 실제 저자는 현장에서 15만원 상당의 구찌 양말 200켤레를 한번에 사는 북한 고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핵보유국인 북한은 지난 2016년부터 초강도 경제제재를 받았다. 과연 이런 북한 주민들이 명품을 쇼핑할 여력이 있을까.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내리막길이지만 북한 경제의 바로미터인 장마당 물가와 환율은 변화가 거의 없다. 심지어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경제상황과 전망 2020’ 보고서에서 북한의 2019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추정했다. 3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셈이다.‘북중 머니 커넥션’ | 이벌찬 지음| 책들의정원 | 1만 5000원| 사진제공=책들의 정원저자는 북한경제가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생존비결로 중국이 든든히 뒷심을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북한의 ‘큰손’이었던 러시아는 현재 교역상대 2위임에도 불구하고 1.2%의 비중만 차지한다. 2018년 북·중 무역액은 약 27억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북한 대외 무역의 95.7%를 차지한다. 사실상 경제가 중국에 종속된 셈이다. 북한이 처음부터 중국에 의존한 건 아니었다. 남한을 제외하면 일본, 멕시코 등과도 교역을 이어갔다. 하지만 반복된 핵 도발로 주요 교역국과의 거래가 끊긴 북한은 초강도 제재에 대비하게 됐다. 교역국가가 활발할수록 제재 효과가 높지만 중국의 우산 속에 들어가면 눈치 볼 곳이 중국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중국은 제재 제외 품목의 수출입을 늘리고 관광객 100만명을 북한에 보냈다. 국경 다리와 통관 시설을 확충하고 중국 기업가들은 금지 품목을 대량으로 거래했다. 소규모 밀무역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북한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광물이다. 매년 120만톤의 철구를 생산하는 중국 톈츠(天池)공사는 북한에서 함량 66%인 철광석을 들여온다. 하지만 북한 경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 광산 투자는 최소화한다. 직접 설비 투자는 줄이고 광석 위주로 수입하는 이유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왕서방’다운 전략이다. 저자는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이유는 단연 북한의 체제 유지라고 강조한다. 북한이 무너져 중국에 탈북민이 몰려드는 현상과 압록강 국경에 배치될 미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북한 사업가들은 북한의 사업과 세계정세에 상당히 예민한 촉수를 드리운다. 한 사업가는 “북한은 69년 간 제재를 받으며 강해질대로 강해진 나라”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약속은 상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이행 가능하다”며 장밋빛 전망이 아닌 현실을 바라본다.현직 일간지 기자인 저자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중국 랴오닝 성 단둥, 다롄(大連), 지린성(吉林省)의 투먼(圖們), 옌지(延吉) 등 북중 접경지역을 발로 뛰며 현지 사업가들에게 전해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한 르포 형식으로 전했다.보수 매체에 재직 중인 저자는 오래 전부터 통일을 염원했다. 하지만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머나 먼 통일보다는 현실적으로 북한 개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북한을 경제적 대상으로 여기고 북한이 개방했을 때 어떻게 북한에 투자해야 할지, 현재 북한의 ‘큰손’인 중국과 협력 관계를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흥미롭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03-11 07: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논어 여행> 남민

부제가 ‘공자의 말씀을 따라 떠나는 우리 땅 그랜드 투어’다. 공자는 맹자가 “세상에 사람이 태어난 이래로 공자보다 더 뛰어난 성인은 아직 없었다”고 얘기했을 만큼 위대한 성현이다. 이름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다. 춘추 5패 사이 작은 나라 노나라에서 출생해 자랐다. 55세 이후 전국을 주유할 때, 따르는 제자들이 많아 공문십철(孔門十哲), 72현(賢)이라고 불렀다. 이들 제자가 공자 사후에 스승을 기려 남긴 책이 논어다. 저자는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한 우리나라 역대 선조들을 선정해, 그들의 고향과 인연 있는 지역 등의 유적과 역사를 소개했다. 직접 발로 뛰어 쓴 책이다. 인물과 관련한 지역 명소들이 따로 소개되어 있다. 발 품 팔아 만든 의미 있는 인문 여행서라 할 만 하다.* 공자와 손자 ‘자사’ - 공자의 아들이 이(鯉), 그 아들이 급(伋)이다. 공자의 손자인 급의 자가 자사(子思)다. 그는 대학과 중용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자사는 공자와 안자 증자 맹자와 함께 ‘유교 5대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청년 공자에게 준 노자의 한 마디 - 공자가 젊은 시절 타국을 여행하다가 초나라 사람 노자를 만난다. 노자는 당시 공자에게 “자식으로서 부모 앞에 내세우지 말고, 신하로서 군주 앞에서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한다.* 정조와 사민이시(使民以時) -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천하의 패권을 쥐고자 한다면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 백성의 믿음을 얻어야 하며, 씀씀이를 줄여 백성을 아껴야 하며, 백성에게 일을 시킬 때는 시기를 가려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시대 이를 실천한 인물이 정조대왕이다. 1794년 수원화성 공사를 시작하면서 흉년에 백성들의 곤궁한 삶을 이해해 공사를 쉬게 하는 애민 사상을 실천했다. 사도세자 무덤인 현륭원 앞 저수지 만년제를 백성 한 사람 동원 않고 단기간에 완성한 것을 기뻐했다고 한다. 그는 “노약자나 부녀자, 귀머거리까지 이 나라의 모든 백성이 나의 적자가 아닌 이가 없다”고 했다. 정조는 화성 외곽에 동서남북으로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장안문 밖 송죽동의 만석거(萬石渠)가 대표적이다. 만석이나 되는 쌀을 생산하려는 목표를 정했을 만큼 애민 사상이 컸다.* 이황의 온고지신(溫故知新) - 논어 위정편에 공자는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아내면 스승(군자)가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황은 46세 때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이 때부터 호를 퇴계라 불렀다. 율곡 이이와 고봉 기대승 등 후학들과 깊은 교류 나누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성현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성학십도’라는 책을 썼는데 이것은 준비안된 선조의 성군 교과서였다. 퇴계 사망 후 후견인들이 도산사원을 지었는데, 공자의 77세 적손이자 마지막 연성공(衍聖公. 황제가 내려준 작위)이었던 고 공덕성 선생이 방문해 쓴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안동을 공자의 후손도 ‘공자 맹자의 고향’ 같은 곳으로 인정한 것이다. 퇴계 선생 묘소 근처에는 시인 이육사 문학관이 있고, 안동에는 유교문화박물관, 하회마을에는 병산서원 등이 있다.* 송준길의 회덕회토(懷德懷土) - 공자 왈 “군자는 베풀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편히 살 방도를 추구한다”고 했다. 공자는 덕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으로 다스리면 백성은 절로 따라온다는 뜻이다. 공자는 또 5가지 미덕과 4가지 악덕을 설파했다. 5가지 미덕이란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되 낭비하지 않고, 일을 시켜도 원망을 사지 않으며, 뜻을 이루되 탐욕스럽지 않고, 넉넉해도 교만하지 않으며, 위엄을 갖추되 사납지 않은 것을 말한다. 4가지 악덕은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잔혹함, 사전 주의없이 결과만 따지는 포악함, 명령은 느슨하게 하고 기일을 재촉하는 사악함,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는 인색함이라고 했다. 동춘당 송준길은 병자호란 후 어수선한 때에 임금에게 상소를 올려 즉각적으로 세금을 탕감해 주고, 각 고을의 창고를 개방해 백성을 구제하라고 청했다. 송시열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송준길은 효종과 현종의 스승이자 숙종의 원자 시절 스승이었다. 서인 계열이었지만 남인 퇴계 이황이 흠모할 정도였다.* 이순신의 선난후획(先難後獲) - 어려운 일은 앞장서 하고, 이익을 챙기는 일은 나중으로 돌리라는 뜻이다. 논어 옹야편에 나온다. 공자는 선사후득(先事後得)이란 말로도 가르쳤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바로 직전에 모든 준비를 맞았다. 임란 1년 2개월 전 전라좌수사로 오자마자 성벽과 해자를 정비하고 여수 앞바다에 걸 쇠사슬을 준비하고 판옥선과 거북선을 건조했다. 임란 보름 전 거북선의 시범운행을 성공리에 마쳤고. 하루 전에 거북선에서 지자총통 현자총통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순신 장군은 제갈량을 흠모했는데, 이순신 사후 신도비명을 쓴 윤증이 제갈 승상의 시호가 충무(忠武)임을 고려해 이순신 장군의 시호도 충무로 적었다. 결국 그의 시호로 결정됐다. 통영에는 박경리 유치진 김춘수 윤이상 등 문화예술계 거목들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정약용의 불욕부절(不欲不竊) - 논어 안연편에 윗 사람이 탐욕을 버리면 백성은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는 계강자를 포함해 삼환을 정권을 훔친 자로 규정하고, 군자라면 이러한 나라에 출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정약용은 정조의 최측근 인사조차 단죄해야 한다는 건의를 올린다. “법을 적용할 때는 마땅히 임금의 최측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결국 단죄를 이끌어 냈다. 다산 정약용의 정치 인생 목표가 ‘정조의 요순 임금 만들기’였다고 한다. 다산이 사도세자 죽임을 당했던 임오년 생임을 알고 정조가 그를 더욱 아꼈다는 후문이다.* 조헌의 살신성인(殺身成仁) - 공자는 인(仁)이 물이나 불보다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다. 인은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말라고 가르칠 정도였다. 일본이 한양에 와 통신사 파견을 요구하자 일본 사신의 목을 베여야 한다고 간언하기도 했다. 남쪽 백성들을 북방 국경선으로 이주시키려하자 대궐 문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논시폐소 지부상소(論時弊疎, 도끼를 메고 상소올리는 것)를 올리기도 했다. 선조가 잦은 상소에 “조헌은 간귀(奸鬼)”라며 크게 화를 낼 정도였다고 한다. 일본이 호남 바다가 아닌 동남 해안(부산 일대)으로 상륙해 조령과 죽령 추풍령을 통해 한양으로 진격하리란 것을 미리 예견해 대비할 것을 청했으나 그마저도 배척됐다. 율곡 이이와 성혼, 토정 이지함을 스승으로 둔 덕분이었다. 조헌은 임란이 일어나자 지체없이 의병을 일으켜 죽기로 맞섰다. 협공하기로 했던 권율의 지원군이 오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금산전투에서 700명이 몰살을 당했다. 제자들이 시신을 수습해 한 무덤에 묻고 ‘칠백의총’이라 이름 지었다.* 정탁의 군이부당(群而不黨) - 공자는 중용의 덕을 중시했다.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이익을 위해 부회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이익을 위해 부회뇌동 하지만 화학하지 못한다’고 했다. 중용에서는 이를 화이불류(和而不流, 어울리되 휩쓸리지 말라)로 강조했다. 정탁은 이순신이 선조의 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게 되었을 때, 72세 병환 속에서도 임금에게 글을 올려 이순신 구명에 나섰다.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은 정탁 대감의 제사에 매년 참가해 오면서 그를 ‘약포 할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탁은 명나라 이여송이 벽제관 전투에서 패하자 휘하의 풍수 전략가 두사충에 죄를 뒤집어 씌워 참하려 했을 때도 살려 냈다.* 이이의 견득사의(見得思義) - 공자는 군자가 늘 생각해야 할 9가지가 있다고 가르쳤다. 보는 것은 명확한지, 듣는 것은 분명한지, 안색은 온화한지, 몸가짐은 공손한지, 말은 치우침이 없이 충실한지, 섬김은 정중한지, 의문점은 물어보려 하는지, 분노엔 뒤탈이 없는지, 이득을 보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율곡은 마지막 ‘견득사의’를 ‘의를 좋아하는 자는 나라를 위하고, 이를 좋아하는 자는 자기 집을 위하기 마련’이라고 해석했다. 율곡이 사망한 후 남은 재산이 없어 장례조차 문하생들과 친구들이 모아 치렀다고 한다. 율곡의 자경문(自警文) 11개 조항도 참고할 만 하다. 성인에 이를 때까지 부지런히 노력한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으니 말을 적게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한다, 혼자 있어도 삼길 줄 알아야 한다, 옳고 그름을 분간해 실천한다, 해야 할 일이라면 정성껏 한다, 옳지 못한 일을 행해 천하를 얻는다 해도 해선 안된다, 상대를 감화하도록 해야 한다, 공부에 힘쓰되 효과를 빨리 보려 보채지 말자 등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10 10:57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양재원

저자는 이낙연 전 총리의 오랜 측근 보좌관이다. 이 책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간 이낙연’에 관해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자인 이낙연 전 총리에 관해 최근 이렇다 할 관련 서적이 없던 터라 일반인들의 ‘이낙연 알기’에 도움이 될 까 싶어 소개한다. 저자는 이 전 총리를 ‘정치 미식가’, ‘촌철살인 정치인’, ‘명 대변인’ 등의 표현으로 높이 평가했다. 다음날 맬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를 정도로 말과 행동을 공들여 고르고 고르는 신중한 사람, 그러면서도 수요자 입장에서 촘촘하게 일을 챙기고 한 번 결심하면 강단 있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측근 보좌관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썼다는 점을 십분 감안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직원들 실수를 건너뛰지 않는 ‘엄부’ NY - 이낙연 전 총리 이미지는 ‘엄부(嚴父)’라고 한다. 그만큼 권위가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상대 지위를 따지고 의견을 묵살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따끔하게 혼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했던 보좌관들은 한결 같이 “힘들었지만 참 많이 배웠다”고 얘기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가 상대를 질책하거나 실망감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 “이런 싱거운 사람”이란다. 그보다 심할 경우 “답답한 사람”이라고 한다.* 수요자 중심주의 홍보 - 2017년 9월부터 총리실 보도자료가 존대말로 바뀌었다. ‘정치란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 전 총리의 생각이 그대로 실천된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행사장에 갈 때도 그는 일부러 한산한 곳에 내려 걸어간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자칫 행사의 중심을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전남 지사 시절에 오지 주민들을 위해 만든 ‘100원 택시’가 대표적인 예다. 마을 공동급식, 작은 영화관 건립, 공공 산후조리원, 숲이나 산 가꾸기 등도 유사한 사례다. 그는 일반적인 유명인들과 달리 명함에도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놓아 전화나 민원성 문자 메시지에 일일이 대응한다고 한다.* 어떻게든 동생을 대학 보내려 한 형 - 이 전 총리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도 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고시의 길을 포기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는 기자 시절 셋째 동생을 불러 “학비는 대주겠다. 대학에 가라. 대신 사립대 말고 국립대여야 한다. 그리고 생활비는 알아서 해라”라며 동생에게 배움의 길을 권했다고 한다.* 공사구분 확실한 이낙연 - 총리가 된 후 전국에서 총리와 친하다며 이런저런 부탁이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정말로 친한 사람은 그의 엄격한 공사 구분을 잘 알기에 대놓고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 친분으로 총리실에 화환 요청이 오면 항상 본인 돈으로 지출했다고 한다. 이발비나 책값 약값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태도 보수’ - 가치는 진보적으로 하더라도 태도는 신중히 하는 것을 태도보수라고 칭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난 2012년 12월 31일에 이 전 총리는 자신의 홈페이지 ‘이낙연 생각’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말을 언급했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중시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저지는 말한다.* 이낙연과 문재인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역대 총리로는 최초로 총리가 부처 업무보고를 받도록 배려했다. 3월 추경 예산과 관련해선 국회에서 처음으로 총리가 시정연설을 했다. 2018년 6월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 추천제를 하면 이낙연 같은 좋은 분을 모실 수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여주었다. 2017년 6월12일 첫 회동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주례회동하며 총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정치 미식가 NY “대충은 없다” - ‘이낙연에 보고하려면 120%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100% 완벽한 숙지와 20%를 초과하는 여유있는 주변 지식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 순방 때도 동행한 기자들이 기사를 쓸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일정이 타이트했다고 한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일부 전화번호가 잘못 저장된 것을 알게 되자, 밤새 잠옷 차림으로 명함을 꺼내놓고 일일히 대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남지사 시절 그의 별명은 ‘이 주사’였다.* 촌철살인 이낙연 - 국회에서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일본과의 외교 갈등과 관련해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의 안보전략이냐”고 따지자 “의원 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고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함진규 의원이 “문재인 정권은 오직 현 정부 임기만을 생각하는 ‘욜로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고 하는 기준은 무엇 인가요?”라고 답하는 강단을 보여주었다.* 이낙연의 꾸중을 피하는 방법 -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죄송하다’는 말은 금물이라고 한다. 피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보고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명 대변인 이낙연 - 이제까지 대변인은 임기응변에 능하고 잘 둘러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는 그 반대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이 전 총리는 “대변인은 좀 어눌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며 ‘진실하자’는 것이 자신의 대변인 시절 좌우명이었다고 말한다.* 공직자의 5대 의무 - 국민에게는 4대 의무가 있는데, 공직자에게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5대 의무가 있다고 이 전 총리는 강조한다. 국방 근로 교육 납세의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무원은 현안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평소 강조했다고 한다.* 이낙연이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는? - 10년 전 국회보에 담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저자가 옮겨 적었다. “저에게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되고 겸손하며 넘치지 않는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제 삶의 마지막 소망이자 목표입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09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미야자키 마사히로

총평중국과 미국은 수년 전부터 치열한 패권전쟁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경제전쟁 같지만 실상은 세계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과,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미국 간 ‘생존 경쟁’이다. 이 책은 일본의 두 중국 전문가들이 대담 형식으로 중국을 둘러싼 첨예한 현안들을 깊이 있게 파헤친 책이다. 특히 기술 패권의 미래에 관해 남다른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해 주목을 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우리의 스탠스는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성도 제시된다. 감수자인 중국전문가 안유화 교수는 중국에서 서둘러 탈출하려는 국내기업들을 질책한다. 중국이 안되면 베트남, 베트남이 안되면 인도로 가면 된다는 생각으론 아무 곳도 이룰 수 없다고 일갈한다. ‘기술’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며 기술로 중 무장할 것을 강조한다.* 중국 천재 물리학자 장서우청 박사의 의문의 자살 - 15세에 명문 추단대 입학 후 베를린자유대학 거쳐 뉴욕주립대 유학 후 33세에 스탠퍼드 교수가 됐다. 디지털 호라이즌 캐피탈이라는 정체 미상의 펀드를 설립해 AI 연구 학자나 햇병아리 학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금은 3억 6800만 달러 규모. 2018년 5월에는 상하이 과학기술대 특임교수로 취임했다. 이 대학 학장이 장쩌민의 아들 장몐헝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양자물리학의 첨단 엔지니어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미 무역대표부가 슈퍼 301조 수사 대상으로 고 FBI를 통해 뒷조사했고, 스파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은 하이테크 패권전쟁 - 중국의 기술 도용은 두가지 문제로 나타난다고 한다. 하나는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매수할 때 중국에게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 또 하나는 스파이 특히 기술 스파이 적발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외화와 더불어 기술 도용으로 성장해 온 나라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에 기술 제공을 강요함으로써 기술개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냈다. 미국은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5G 주도권을 빼앗기면 끝장이라고 우려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같은 맥락이다. ‘5개의 눈(Five Eyes)’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이미 화웨이의 어떤 제품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뒤늦게 일본도 합류했다.* 수상한 아이코닉캐피탈 -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디베시 마칸이라는 사람이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수완가다. 실리콘밸리에서 아이코닉캐피탈을 경영하면서 실리콘밸리 대부호들의 자산을 불려주고 하이테크 기업들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이 회사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자금을 대리 운영하는 법인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첨단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기술 탈취 막으려는 미국 - 미국은 중국이 ‘중국 제조 2025’에서 거론한 AI 기술, 로봇, 항공우주, 신소재 등이 전부 우주항공산업과 차세대통신 산업 등에 운용되는 기술임을 우려한다. 중국이 발달된 킬러 위성으로 우주 공간에 있는 미국의 정보 시스템을 공격한다면 미국도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인다면 더 이상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 탈취를 전력을 다해 막는 이유다. 처음 당한 것이 ZTE다. 2018년 4월에 수출 특권을 박탈당했는데, 간신히 10억 달러 벌금과 미국이 선임하는 컴플라이언스팀 설치 등을 조건으로 합의해 제제에서 풀려 났다.* 중국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를 막아라 - 중국 등 외국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 여부는 CFIUS(대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라는 곳이 심사한다. 재무부와 국방부가 관리하는 기구다. 군사전용기술 유출 등 안전보장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투자 중지를 권고할 수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이 같은 권고에 따라 싱가포르 통신용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중단시킨 바 있다. 2018년 9월에는 미국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자산 운용과 관련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당시 자산 운용 책임자가 미국 내로 들어오면 체포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인민해방군과는 달러로 절대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미국 달래기 나선 중국, 하지만 약속과 달라 - 중국 측은 미국에 셰일 가스를 사겠다는 말까지 했다. 2800억 달러(약 332조원) 규모의 셰일 석유를 사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알래스카 석유와 셰일가스를 사들이고 보잉사의 항공기를 대량 발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작물 등 콩 수입을 1200만 톤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중에 실행된 것은 보잉 뿐이었다. 콩은 절반만 수입했다.* 미국에 확산되는 반(反) 중국 분위기 - 예전에 무조건 중국 편을 들던 허드슨연구소 마이클 필리버리 소장이 백년의 마라톤;마오저뚱 덩샤오핑 시진핑의 세계패권 대장정이라는 책에서 “나는 50년 동안 중국에 속았다”고 실토했다. 베이징 국제대회 때마다 초창되었던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삼보 교수도 중국에 대해 강경파로 돌아 초청이 끊겼다. 비즈니스계에도 반중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조야와 학계에서는 중국인을 보면 스파이로 생각하라는 분위기다.* 민주주의 상징인 선거에 개입한 중국 -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치이나 머니가 움직였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위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가 한 신문에 게재되었는데 이것이 중국 소행이라고 미국은 믿고 있다. 장쩌민 집권 때도 민주당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이 잦았다. 이 일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였던 멀훙웨이, 그리고 알리바바의 마윈이라고 미국은 생각한다. 멍훙웨이는 2018년 9월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는데, 민주당 후보들의 어두운 부분을 조사해 트럼프 측과 딜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저자들은 전한다.* 중국 경제의 버블 - 중국 버블은 일단 GDP 통계부터 엉터리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실제보다 30% 정도 늘려 잡는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예기다. 중국 국가 GDP와 지방정부가 신고한 각지의 GDP 합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 대표적 예이다. 2018년에는 지방 합계가 중앙 정부 발표 금액보다 4780억 달러나 많았다. 중앙정부가 지방 정부에 솔직히 신고하라고 하니 랴오닝성과 구이린성, 헤이룽장성이 30%나 낮춰 다시 신고했다. 가장 큰 것은 부동산 버블로, 주택융자 채무가 43조 2000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2035년에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저자들은 “요원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대일로는 위안화 팽창 수단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넓혀 그곳에서 위안회를 사용해 중국 기업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에 돈을 빌려주면서 외화로 갚으라고 요구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인프라나 토지를 빼앗는 식이다. 일대일로 사업 방식은 이렇게 외화를 거둬들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이를 두고 ‘채무의 덫’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국외에서 위안화 외환시장이 성립하는 것을 싫어한다. 해외시장에서 자유롭게 환율이 정해지면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중국은 일대일로를 OBOR(One Belt, One Road)에서 BRI(The Belt and Road Initiative)로 바꿔 버렸다.* 흔들리는 황제 시진핑 - 시진핑은 2018년 3월 중국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회에서 주석 임기를 무제한으로 연장하며 종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강성 이미지는 덩샤오핑을 능가해 마오저뚱과 나란히 할 정도라는 평이다. 시진핑은 각지에 있는 개혁개방기념관에서 덩샤오핑 부조를 모두 치워 버렸다고 한다. 미오저뚱과 자신의 초상만 전시되도록 한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 지폐에 시진핑의 얼굴이 새겨질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진핑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장쩌민은 매년 여름 중국 수뇌부들이 모이는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 불참했다고 한다. 당 내 권력투쟁으로 표면화되면 공산당 소속인 리커창이 힘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화약고’ 중국인민해방군 퇴역군 - 인민해방군은 235만명에 이른다. 그 중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기강이 해이한 약 30만 명을 최근 해고했다. 퇴역 군인만 5700만 명에 이른다. 이제까지는 군인연금으로 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젊어서 퇴역한 직업 없는 군인 출신이 상당수라 문제다. 5700만 명 가운데 500만 명은 중국판 블랙 워터라 불리는 민간경비회사 COSG(중국해외시큐리티그룹)가 떠안았으나 남은 1000만 명 이상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을 개인택시나 트럭 회사 등에 투입하니 운전기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키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중국 - 천안문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농민과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다. 취직하지 못한 젊은 층과 연금 생활자, 퇴직 군인들도 해당된다. 인플레와 위안화 하락은 연동이 된다. 인플레가 심해지면 위안화는 급격하게 해외로 빠져나가 위안화 가치 하락과 지본도피로 이어진다. 중국인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자산 처분 나선 중국 - 왕젠린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76개 호텔과 13개 테마파크를 매각해 총 93억 달러를 중국으로 가져갔다. 안방생명보험은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부터 트럼프타워 근처에 있는 빌딩까지 팔았다. 아직도 팔 만한 숨겨놓은 자산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더 이상 싹쓸이 쇼핑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1년에 해외로 반출되는 금액을 5만 달러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유출을 최대한 줄이고 달러를 유입케 해 환율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자들은 중국 외환보유고가 무려 3조 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은 외국 은행에서의 계속 달러 차입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의 실제 외환보유고 수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양극화 심화되는 중국 - 베이징대학이 발표한 ‘중국 민생발전보고 2014’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무려 0.73에 이른다. 1%의 부유층이 중국이 전체 재산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지니계수는 0.34지만 시안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0.62에 이른다.* 이 와중에 중국을 돕는 일본 - 2018년 가을에 아베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중·일간 통화 스와프 협정에 조인했다. 2002년 1차 때 3300억엔(3.5원) 규모에서 이번에는 3조 4000억엔(36조원)으로 무려 10배 규모였다. 덕분에 중국은 이제 AIIB 채권으로 일본에서도 채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2017년에 일본금융청은 미디어에 발표 않고 AIIB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등 아낌없이 지원했다. 일본으로선 중국이 돈을 빌리지 않으면 돈 빌려줄 곳이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저자들은 미국이나 일본 모두 중국이 급격히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트럼프와 아베가 모종의 협력 하에 중국을 뒤로 돕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06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99.9%' 부자되는 법, 따라하는 사람? 의외로 없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벌써 3월. 작심삼일이 반복된 지 어언 석달이 지났다. 그래도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았다. 쏟아져 나오는 부자되는 비법 중 ‘세상에서 가장 빨리 99.9% 부자 되는 법’이 책으로 출간됐다. 지난해 출판가 화두는 ‘북튜버(북+유튜버)’였고 오래전 출간된 책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역주행’이었다. 특히 재테크 분야의 유튜버 활약이 돋보인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 유튜버의 말 한마디에 책의 인기가 좌지우지될 만큼 북튜버들은 출판시장의 VIP가 됐다”면서 “자신이 즐겨 보는 채널 유튜버가 인생 책이라고 소개하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정의했다.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주간 3위와 7위를 나란히 차지한 ‘내일의 부’ 1·2권은 ‘부의 확장을 콕 집어주는 책’으로 입소문을 탔다.주식을 사면 3대가 망한다는 한국인의 통설을 완전히 뒤집는 이 책은 ‘조던’이라는 필명으로 오랜 기간 부동산, 특히 상가와 지방 투자를 경험하고 쌓아온 김장섭씨가 자신만의 노하우와 법칙을 총망라한 책이다. 여러 가지 장황한 설명이나 저자 자신의 실패 나열보다는 정확한 수치로 얻은 정보로 가독력을 높인다. 부동산을 포함해 세계 1등 주식인 미국 주식투자,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른 환율과 채권 투자 방법 등을 알려준다.이 책의 서문에는 “부동산부터 주식, 채권, 환율까지 국내투자를 넘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내 손 안에 넣고 가장 안전하면서도 오랫동안 최대의 수익을 제시한다”고 써있다. 이미 수없이 이런 문구에 현혹돼온 이들이라면 이 책의 뒷 표지에 주목하라. 대놓고 “소중한 사람에게만 알려주세요”라고 써 있다. 적어도 변동하는 금리와 정부의 널뛰기 부동산 정책에 지쳤다면 이 책은 한번쯤 필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카더라’에 속거나 ‘팔랑귀’로 인해 쌈지돈을 잃어본 사람의 영혼을 어루만져 줄 알짜정보를 갖췄으니까.내일의 부 1_알파편(전 2권) 부제 : 세상에서 가장 빨리 99.9% 부자 되는 법|지은이 조던 김장섭 | 값 1만0060원.(사진제공= 트러스트북스)◇ 기계처럼 사고 팔아라저자 김장섭은 국내 부동산의 흐름과 세계경제 순환을 함께 분석한 당사자로도 유명하다. ‘실전 임대사업 투자기법’ ‘뭘 해도 돈 버는 부동산 투자습관’ ‘1000만원으로 시작하는 재개발 투자’ 등 절판된 그의 책이 중고서점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그의 신간 ‘내일의 부’에는 투자 고수인 저자가 투자자로서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공유하고자 한 누구나 부자 되기가 가능한 불변의 법칙이 담겨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그동안 연구하고 분석한 부자 매뉴얼을 이 두 권의 책(1권 알파편, 2권 오메가편)에 집대성했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그토록 꿈꾸고 염원했던 부자 티켓을 손에 거머쥐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중전쟁의 본질과 세계 역사상 유사 사례를 통해 미래 시나리오”를 펼쳐보인다.미국에 의한 중국 몰락 시나리오를 경착륙과 연착륙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다양한 국제경제 상황을 대입한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치르는 근본적인 이유와 그들의 숨겨진 목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더불어 전세계 국가 간 환율전쟁의 양상도 파악할 수 있다.이미 최근 50년간 전 인류는 세계대전과 통한 경제 공황을 겪어왔다. 이에 미중전쟁의 본질과 전망을 통해 투자자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일찌감치 저자는 1997년 한국의 IMF를 겪으며 실직과 불안한 고용인으로서의 미래를 경험했다. 투자자와 실거주자를 막론하고 오를 곳을 사야만하는 부동산 거래를 경험했고, 서울과 수도권,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지방 등을 중심으로 살 곳과 팔 곳을 미리 접했다.이미 2016년도에 2000년대의 경매 투자시기, 2004년 이전 분양권 투자시기, 2006년의 재건축 아파트 투자시기, 2007년 3월까지 재개발 빌라 투자시기, 2007년 6월까지 서울, 수도권 오피스텔 투자시기, 2012년 이전 의 지방부동산 투자시기, 2014년 이전에 버블이 일었던 수도권 부동산 투자시기로 부동산 역사를 복기한 저자는 이번에는 ‘미국 1등 주식’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본다.물론 세계 1등 주식도 공황을 빗겨갈 수는 없다. 하지만 공황의 시작과 끝을 안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공황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에 대해서도 이 책에는 명확히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나스닥지수에 -3%가 뜨면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출렁이는 채권과 환율을 이용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두는 ‘공식’을 제시함으로써 ‘부의 법칙’에 대해 기술한다.유투버이자 직접 JD의 부자연구소를 운영중인 저자는 “미중전쟁의 본질과 전망을 통해 투자자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사진제공=트러스트북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시나리오한때 저자 역시 토지와 상가에 올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주목한 것은 노후대책이 부재한 현실이었다.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인 시대가 됐지만 명예퇴직의 시기는 여전히 45세 전후고 은행 금리는 1%대에 멈춰버린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개미들이 대부분 ‘오를 것 이라고 자신하는 부동산’에는 미래가 없음을 직감하고 이 책을 썼다는 후문이다.기본적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지적이 꽤 흥미롭다. 예를 들어 한 달 사이에 나스닥지수가-3%가 4번 발생할 시에는 ‘세계 1등주’라도 무조건 팔아야 된다는 것. 경제 위기를 감지하고 공황을 대처하며 그 대안으로 미국 1등 주식 투자에 대한 데이터와 방법이 자세히 기술돼 있어 페이지마다 지루함이 없다.이미 코로나19 환자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3%가 2번 발생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책에는 1970년대부터 삼성주식만 월급의 20%를 투자한 80대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현재 자산가치는 1조원이 넘는다. 그의 기준은 장기적으로 무조건 1등주식만 산다는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글로벌적으로 외부환경이 중요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할 때다. 음성인식, 키오스크시대, AI(인공지능) 확장에서 볼 때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솔직함’으로 ‘부자가 되는 법’으로 도달하는 지름길로 안내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03-04 07: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더 메시지> 이지훈

총평저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현역 시절에 국내에서 해외 유명 CEO들, 특히 글로벌 경영대가들을 가장 많이 만나 인터뷰한 기자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글로벌 거장들에게서 얻은 팁을 집대성한 ‘리더십 플레이북’이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세계 최정상의 CEO 28명에게서 저자만이 얻은 ‘단 하나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래서 책 제목도 ‘더 메시지’다.* 전담 코디가 있는 인터넷 쇼핑몰 ‘스티치픽스’의 카트리나 레이크 - 고객의 체형과 취향 정보를 입력하면 딱 맞는 옷이나 신발, 엑세서리를 5개 골라 배달해 준다. 옷은 회사와 제휴한 1000여개 브랜드에서 공급한다. 넷플릭스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담당했던 에릭 콜슨이라는 엔지니어를 영입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파트타임이지만 5100명의 재택 근무 스타일리스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알고리즘이 일차적으로 옷을 고르지만, 최종 판단은 그들의 몫이다. 그의 원 팁은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은 없다’였다.* 1만년 관성을 깬 ‘조셉조셉’의 조셉형제 -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접히는 도마’다. 채소를 썬 후 접힌 도마 가운데로 모아 접시에 쉽게 담을 수 있게 만들어 대박을 쳤다. 1만 년 동안 정형화된 ‘그릇’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꾼 제품들로 주목을 끌고 있다. 타깃 고객도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집에서 요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이다. 사내에 영국의 30대 후반 가정주부인 ‘존스 부인’이라는 가상의 모델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 자전거에 문화를 입히는 ‘자이언트’의 킹 리우 - 2007년 대만의 세계 최대 자전거 메이커를 창업한 류진뱌오의 미국식 이름이 킹 리우다. 그는 ‘봄이 오는 것을 오리가 먼저 안다’는 말로 늘 사업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대비하라 강조한다. ‘어장이 마르기 전에 물고기를 길러라’며 새로운 소비층을 키우는 노력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탄소섬유로 자전거 차제를 만들어 주목을 끌었고, 유바이크라는 공공자전거 사업에 메이커로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 않을 일을 정하라’ 호리에 다카후미 - 도쿄대 재학 중 벤처기업을 일으켰다. 30세에 인터넷 기업 라입즈 도어의 CEO가 되어 일본 사회의 통념에 정면 도전했다. 적대적 MA를 통해 후지 TV 경영권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천황이 국가의 상징이라는 일본 헌법에 위화감을 느낀다’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국 회계부정 및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소속되지 않는 삶,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살아 주목을 글었다. 특히 ‘할 일을 고르는 삶’을 추구하면서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삶’으로 크게 주목을 끌었다. * 저스틴 비버를 유튜브로 키운 스쿠터 브라운 - 당시로선 새로운 매체였던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비버를 세계적 아티스트로 키워냈다. 앨범 공식 발매 전에 유튜브에 모든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미리 공개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덕분에 앨범과 콘서트 수요가 형성되어 대박을 냈다. 이후 아리아나 그란테,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 가수 계속 발굴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를 발굴해 세계적 스타로 키운 것도 스쿠터다.*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생중계한 피터 겔브 - 세계 3대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메트)이 경영난으로 허덕이던 2006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당시 소니 클래식 레코드사 사장이었다. 120년 역사에 안주해 있던 메트의 철밥통을 깨트린 혁신가다. “메트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전혀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혁신에 나섰다. 오페라를 전세계 영화관을 통해 생중계 배급하는 파격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전용극장에서 300~400 달러하는 것을 영화관에서 10분의 1 가격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7년 동안 누적 관객 1300만 명을 모았다. 중국 장이머우 감독에게 ‘진시황제’를 맡기는 등 개방형 혁신을 실천했다. 좌우명은 ‘계산된 리스크를 지라(Risk the calculated risk)’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하되 철저히 준비해 그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사막에 자기 머리를 박고 숨으려 하는 타조와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이기 이전에 뛰어난 경영자 워런 버핏 - 숫자를 파악하는 데 비상했지만, 사람을 쓰는데도 비상했다고 한다. 그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2018년 말 현재 74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다른 점은 자회사에 거의 완전한 자율경영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버핏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 세가지는 1) 자신의 기업을 마치 100% 소유한 듯 경영하고 2) 그 기업이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인 듯 경영하고, 3) 적어도 100년 동안은 팔지 않을 듯이 경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오너의 매뉴얼’로 불리는 자율경영의 원칙도 제시했다. 첫째는 노력한 만큼 받는다는 성과보상 원칙, 둘째는 양적 성장보단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원칙, 셋째는 제대로 투자할 자신이 없는 돈은 본사로 보내라는 것이다. * 정직한 경영으로 디즈니를 키운 밥 아이거 - 2005년 디즈니 CEO가 된 후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를 잇따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업 후견인 0순위로 평가받는 경영인이다. 인수 기업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영진도 원하면 그대로 남게 하는 등 기존 기업과 그 문화를 존중한다. 까다로운 스티브 잡스 조차도 무한한 신뢰를 보인 유일한 경영자다. 그에게 픽사를 넘기면서 인간적인 믿음을 가졌다고 술회했다. * 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채용하려 했던 메리어트호텔 빌 메리어트 - 메리어트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성장한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었다고 한다. 늘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고용하려 노력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 성공할 수 있도록 애썼다. 메리어트의 4000여개 호텔 지배인 중 도어맨 같은 시급 근로자로부터 출발한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경청의 힘을 인식해 늘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애플을 기업가치 1조 회사로 키운 팀 쿡 - 2018년 사상 최초로 1조 달러 기업가치 회사로 등극했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 애플 페어로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모든 것을 자신이 접했을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떠나겠다는 열의로 경영한 사람이다. 2013년 총기 난사 사고 때 치안판사가 용의자의 아이폰을 공개 요구하자 일언지하에 거부함으로써 ‘고객을 지키는 경영자’로도 자리매김했다.* ‘늑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런정페이 - 화웨이는 집체주의와 절대복종 문화가 중시되는 곳이다. 연구개발에 총력전을 펼쳐 2017년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15%에 달했다. 연구개발 인력이 8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회사 연못에 외국에서 사온 블랙스완(검은 백조) 풀어놓아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 중국 ‘촹얼다이’의 대표 주자 왕싱 - 세계 최대 O2O 업체인 메이투안디엔핑의 창업자 왕싱은 기업을 이어받지 않고 직접 창업에 나선 촹얼다이(創二代)의 대표 주자다. 평균 2년 마다 한번 꼴로 새 사업 시작하는 왕성한 사업가다. 중국 인터넷 열풍을 이끈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BAT에 이어 새로운 IT 3인방 TMD(뉴스앱 터우티아오, 메이투안디엔핑, 차량 공유기업 디디추싱)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앱을 통해 중국인 3억명이 음식을 배달해 먹고, 택시를 부르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극장 입장권을 사고, 호텔을 예약한다. * 늘 10년 후를 내다보는 손정의 - 손정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예측하는 일에만 평생 골몰해 왔다. 2010년에 ‘30년 비전’을 발표할 때 과거 신무기 조총(철포)으로 기마대를 누르고 천하의 패권을 잡은 오다 노부나가를 벤치마크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손정의에게 철포는 야후와 아이폰, 알리바바, 암ARM이었다. 아이폰 때부터 이미 저소비전력 기술이 필수가 될 것이라 보고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을 눈 여겨 보았고, 10년 후 무려 33조원이라는 일본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금액으로 인수했다. “20년 안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지구상에 1조개 이상 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는 “준비 부족보다 때를 놓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3-03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멀티 팩터> 김영준

저자는 2년 전 베스트 셀러 ‘골목의 전쟁’을 통해 우리 소비 시장과 자영업의 위기와 실패 등을 분석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그 후속 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성공한 기업들의 진짜 성공 비법이 무엇이었는지를 세밀한 관찰을 통해 설명해 준다. 그는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들이, 가장 그럴싸한 이유를 뒤늦게 성과만 가지고 분석하는 오류 덩어리라고 비판한다. 진짜 성공의 법칙을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성공의 진짜 배경은?* 스타벅스의 압도적 성장세 비결은? - 스타벅스 코리아는 미국 본사와 신세계가 50%씩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다. 1999년 국내 첫 오픈 이후 작영점 위주로 출점 중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1262개 점포를 보유했고, 매출은 1조5523억원에 이른다. 1407개 점포의 투썸플레이스나 2407개의 이디아 매출은 각각 2700억원과 2400억원에 그친다. 점포당 매출도 스타벅스는 12억원이 넘는다. 투썸은 5억원 초반대, 이디아는 2억원 초반대다. 스타벅스는 2009년 이후 10년 동안 점포 수가 네 배 이상 늘면서도 점포당 매출은 75%나 증가하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스타벅스의 일반적 성공요인 분석 - 고급화 전략, 카공족 수용의 성과,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국 사업권을 가진 신세계의 전폭적 지원과 직영점 운영 시스템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분석과 뛰어난 출점 전략을 들기도 한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출점거리 제한 규정이 등장하자 직영점 위주로 운영해 온 스타벅스가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한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작부터 우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강력한 브랜드와 경쟁력이 가장 우선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원과 경쟁력에서 가장 뛰어난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해외사업에서 쌓은 경험과 교육, 시스템도 크게 일조했다.* 스타벅스가 비싼 이유 - 브루드커피와 카페라떼의 미국 스타벅스 가격은 평균 1.9달러와 2.95달러다. 우리 돈으로 2100원, 3300원 수준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3800원, 4600원이다. 매장 면적과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은 가격 차이에도 중요한 비중 차지한다고 한다.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평균 45평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0평 이상 대형이 주류다. 또 미국은 테이크아웃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우리는 낮은 편이다. 넓은 매장으로 임대료 부담이 큰데다 매장 체류시간이 더 길어져 회전율이 낮으므로 우리가 더 비싼 것이란 설명이다.◇ 성공의 최대 요소… 운이냐 재능이냐* ‘운 만능주의’ 말콤 글래드웰 - 비범한 실력이 성공을 만든다는 굳건한 인식에 균열을 낸 책이 ‘아웃라이어’다. 재능이 성공을 만든다는 것은 허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스포츠에서의 ‘월령 효과’를 예로 든다. 월령효과는 성적이나 기록 등이 상대적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출생월이 빨라 좀 더 성숙한 아이가 유소년 선수로 발탁되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재능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조차 재능이 아니라 몇월에 태어났느냐 하는 ‘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분야든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능이 아니라 연습 시간에 따라 퍼포먼스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운 만능주의적’ 시각이다.* ‘재능 만능주의’ 피터 틸 -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적 벤처 투자자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옐프 등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제로 투 원’ 저서에서 글래드웰을 비판했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챕터에서 그는 ‘운’의 역할을 철저히 부정했다. 재능이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22세 이하 대학생들에게 대학 중퇴를 조건으로 창업 자금을 지원 중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 “의식적 연습으로 1만 시간” - 1만시간 법칙의 근거가 된 연구를 발표한 k 앤더스 에릭슨은 글래드웰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1만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1만 시간이 별 의미가 없는 숫자”라며 그냥 촉망받는 연주자 그룹의 평균 연습시간이었다고 기술했다. 결정적으로 에릭슨이 말한 연습은 그냥 연습이 아니라 ‘의식적 연습’이었다. 1만 시간도 결국 매우 밀도 높고 체계화된 연습을 의미한다.* 짐 콜린스의 오류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저술한 그는 지속적인 정상급 기업을 ‘비전기업’이라 칭하고 그보다 덜 우수한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정해 분석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한 기업으로 꼽았던 서킷시티는 2008년 파산 신청했다 이듬해 도산했고, 패니매는 파산직전까지 몰렸다가 공적자금으로 기사회생했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경영학 교수이자 ‘헤일로 이펙트’ 저자인 필 로젠츠바이크는 짐 콜린즈의 18개 비전기업의 이후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주가 상승률이 SP500 지수보다 높은 기업이 6개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짐 콜린스는 2009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이들 기업이 ‘자만심’ 때문에 몰락했다고 변명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성공 스토리* ‘공차’가 30대 평범한 부부의 대박 성공스토리? - 김여진 대표는 공차의 대만 본사에서 한국의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따냈다. 대만 매장에서 6개월간 일 해보고 국내 1호점까지 충분히 준비했다. 40대 이상 창업자들의 모범 사례라 할 만 하다. 한국에 매장을 소규모로 시작해 리스크 및 품질 관리 가능했던 것도 긍정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공차 창업에는 ANZ 시티은행 바클레이 스탠다드챠타드에서 일했던 남편의 도움이 매우 컸다. 공차코리아 지분 100%를 남편인 마틴 베리가 가졌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남편이 없었다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발한다. 공차코리아 법인 설립도 2011년 11월이고 홍대 1호점 오픈이 2012년 4월인데, 이 때도 남편이 스탠다드 전무로 발령받아 한국으로 온 시점(3월)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공차코리아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만인 2014년 10월, 유니슨캐피탈에 지분 65%를 340억원에 매각했다.* 6명의 공동대표가 일군 신화 ‘피릳츠 커피 컴퍼니’ - 커피브리드 출신으로 스페셜 티 업계의 스타인 김병기 대표, 로스타 김도현 대표, 유명 바리스타 출신 박근하 /송성만 대표, 커피 감별사 전경미 대표, 빵 담당 허민수 대표 등이 뭉쳤다. 각자 자기 사업을 해도 될 만한 인물들로 무시무시한 인적 자본을 형성한 것이다. 철저한 책임과 영역 분담, 협업, 끊임없는 소통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케이스다. 김병기 대표 등 모두가 커피 리브레, 카페 뎀셀브즈 등 전설적인 커피 브랜드 출신이다. 프릳츠의 교훈은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한 실력 증진이 사업과 경쟁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신선배송의 새 역사를 쓴 ‘마켓컬리’ - 창업 첫 해 2015년 29억 매출에서 2018년 1571억원으로 4년 만에 약 50배 성장했다. 마켓컬리가 특별했던 것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상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약조차 힘들다는 마장동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 본앤브레드의 고기, 일찍 가 줄서지 않으면 구경조차 힘든 이태원 ‘오월의 종이빵’ 등으로 다른 이커머스들과 차별화했다. 제품군별 브랜드 수를 제한해 선택지를 좁히고, 각 상품에 설명과 스토리를 붙여 고객의 마음을 샀다. 김슬기 대표는 억대 연봉의 워킹맘으로 살다가 쇼핑의 불편함을 절감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무농약 유기농 주의자였던 것도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 테마섹 등 투자회사와 맥킨지 배인앤컴퍼니 등 컨설팅업계 경험에 식음료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박남길 이사를 공동창업자로 영입하는 등 ‘차원이 다른’ 회사를 설립했다. 남편인 정승빈 대표도 유기농클렌즈 주스를 배달하는 콜린스그린를 창업해다. 옐로모바일 이상혁 대표로부터 창업 자본금으로 3억 투자받고 콘셉트 단계에서 50억을 추가 투자받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취약점은 투자받은 총액이 2228억이 넘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상품의 지나친 경쟁으로 품절나는 사태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살아있는 경험과 센스로 대박신화 ‘스타일난다’ - 소비자군과 비슷한 나이, 소비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패션 감각과 센스 가진 김소희 대표의 재능 결정판이다. 이효리와 패리스 힐튼류의 과감하고 센 패션이 어필했다. 화장품 시장에 신규 진입할 때도 시장조사가 필요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른바 ‘라벨갈이’로 마진을 부풀리지 않는다는 정직함도 강점이다. 결국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다. 로레알은 매스티지 라인업에서 색조 부문의 취약함을 알고, 중국시장을 겨냥해 색조 화장품 분야의 유망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재벌아들이 차린 이탈리안 포장마차 ‘쿠촐로’ - 서울용산 해방촌을 대표하는 가게다. 오너인 김지운 셰프는 쌍용건설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언론은 그가 재벌가의 금수저 청년 사업가 정도로 포장했다. 하지만 가게를 오픈 할 때 차용증을 쓰고 빌린 1억4000만원이 아버지로부터 지원받은 전부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높은 가격이라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면서 사업을 성공리에 키웠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만들어진 스토리에 속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 보라* 노이즈가 잔뜩 낀 ‘만들어진 스토리’ - 사업가의 성공은 멋진 후광효과가 된다. 여기에 더해 우리 뇌는 성공과 관계없는 사안이라도 성공의 원인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가 얼마나 이미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최종인 신뢰도가 결정된다. 성공의 비법을 찾아보는 성공 스토리에 오히려 노이즈만 잔 뜩 끼어 있는 것이리고 저자는 비판한다. 노이즈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성공스토리는 우리가 배우고 믿기엔 부적절한 자료라는 것이다.* ’맨손 창업‘에 대한 환상 버려야 - 창고에서 창업했다는 성공신화가 많다. 하지만 지본은 당당한 경쟁자원의 한 요소이자 경쟁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자본이 많다면 그만큼 경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리한 것이 불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적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에서 학연과 혈연, 지연 등 인맥은 중요한 자원이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모도 경쟁자원의 하나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고 하지만 외모는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며 연봉 결정에도 그렇다.* 경쟁자원을 확보하고 운으로 결과를 만든다 - 실패에는 ’해도 되는 실패‘와 ‘해서는 안되는 실패’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해도 되는 실패란 결과 자체가 실패일 뿐, 과정에서 전보다 더 많은 경쟁지원을 획득하거나 경쟁자원의 상실이 없는 실패를 말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실패란 경쟁자원을 상실하는 실패라고 저자는 말한다. 회복이 힘들 정도로 자본을 깎아 먹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축소되거나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 등이다. 결국 성공은 여러 과정을 통해 전 보다 더 많고 훌륭한 경쟁자원을 축적한 경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원이다. 저자는 또 성공의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쟁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노력, 여기에 운이 더해져야 큰 성공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결론 짓는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2-29 07: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