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더 메시지> 이지훈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3-03 07:00 수정일 2020-05-29 11:04 발행일 2020-03-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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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의 거장들이 주는 '원 팁'
더 메시지
<총평>

저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현역 시절에 국내에서 해외 유명 CEO들, 특히 글로벌 경영대가들을 가장 많이 만나 인터뷰한 기자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글로벌 거장들에게서 얻은 팁을 집대성한 ‘리더십 플레이북’이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세계 최정상의 CEO 28명에게서 저자만이 얻은 ‘단 하나의 메시지’를 담았다. 그래서 책 제목도 ‘더 메시지’다.

* 전담 코디가 있는 인터넷 쇼핑몰 ‘스티치픽스’의 카트리나 레이크 - 고객의 체형과 취향 정보를 입력하면 딱 맞는 옷이나 신발, 엑세서리를 5개 골라 배달해 준다. 옷은 회사와 제휴한 1000여개 브랜드에서 공급한다. 넷플릭스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담당했던 에릭 콜슨이라는 엔지니어를 영입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파트타임이지만 5100명의 재택 근무 스타일리스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알고리즘이 일차적으로 옷을 고르지만, 최종 판단은 그들의 몫이다. 그의 원 팁은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은 없다’였다. * 1만년 관성을 깬 ‘조셉조셉’의 조셉형제 -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접히는 도마’다. 채소를 썬 후 접힌 도마 가운데로 모아 접시에 쉽게 담을 수 있게 만들어 대박을 쳤다. 1만 년 동안 정형화된 ‘그릇’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꾼 제품들로 주목을 끌고 있다. 타깃 고객도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집에서 요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이다. 사내에 영국의 30대 후반 가정주부인 ‘존스 부인’이라는 가상의 모델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 자전거에 문화를 입히는 ‘자이언트’의 킹 리우 - 2007년 대만의 세계 최대 자전거 메이커를 창업한 류진뱌오의 미국식 이름이 킹 리우다. 그는 ‘봄이 오는 것을 오리가 먼저 안다’는 말로 늘 사업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대비하라 강조한다. ‘어장이 마르기 전에 물고기를 길러라’며 새로운 소비층을 키우는 노력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탄소섬유로 자전거 차제를 만들어 주목을 끌었고, 유바이크라는 공공자전거 사업에 메이커로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 ‘하지 않을 일을 정하라’ 호리에 다카후미 - 도쿄대 재학 중 벤처기업을 일으켰다. 30세에 인터넷 기업 라입즈 도어의 CEO가 되어 일본 사회의 통념에 정면 도전했다. 적대적 M&A를 통해 후지 TV 경영권을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천황이 국가의 상징이라는 일본 헌법에 위화감을 느낀다’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국 회계부정 및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하지만 소속되지 않는 삶,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살아 주목을 글었다. 특히 ‘할 일을 고르는 삶’을 추구하면서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삶’으로 크게 주목을 끌었다. * 저스틴 비버를 유튜브로 키운 스쿠터 브라운 - 당시로선 새로운 매체였던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비버를 세계적 아티스트로 키워냈다. 앨범 공식 발매 전에 유튜브에 모든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미리 공개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덕분에 앨범과 콘서트 수요가 형성되어 대박을 냈다. 이후 아리아나 그란테,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 가수 계속 발굴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를 발굴해 세계적 스타로 키운 것도 스쿠터다. *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생중계한 피터 겔브 - 세계 3대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메트)이 경영난으로 허덕이던 2006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당시 소니 클래식 레코드사 사장이었다. 120년 역사에 안주해 있던 메트의 철밥통을 깨트린 혁신가다. “메트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전혀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혁신에 나섰다. 오페라를 전세계 영화관을 통해 생중계 배급하는 파격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전용극장에서 300~400 달러하는 것을 영화관에서 10분의 1 가격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7년 동안 누적 관객 1300만 명을 모았다. 중국 장이머우 감독에게 ‘진시황제’를 맡기는 등 개방형 혁신을 실천했다. 좌우명은 ‘계산된 리스크를 지라(Risk the calculated risk)’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험하되 철저히 준비해 그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사막에 자기 머리를 박고 숨으려 하는 타조와 같다”고 말했다. * 투자자이기 이전에 뛰어난 경영자 워런 버핏 - 숫자를 파악하는 데 비상했지만, 사람을 쓰는데도 비상했다고 한다. 그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2018년 말 현재 74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다른 점은 자회사에 거의 완전한 자율경영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이다. 버핏이 사람을 고르는 기준 세가지는 1) 자신의 기업을 마치 100% 소유한 듯 경영하고 2) 그 기업이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인 듯 경영하고, 3) 적어도 100년 동안은 팔지 않을 듯이 경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오너의 매뉴얼’로 불리는 자율경영의 원칙도 제시했다. 첫째는 노력한 만큼 받는다는 성과보상 원칙, 둘째는 양적 성장보단 수익률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원칙, 셋째는 제대로 투자할 자신이 없는 돈은 본사로 보내라는 것이다. * 정직한 경영으로 디즈니를 키운 밥 아이거 - 2005년 디즈니 CEO가 된 후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를 잇따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업 후견인 0순위로 평가받는 경영인이다. 인수 기업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영진도 원하면 그대로 남게 하는 등 기존 기업과 그 문화를 존중한다. 까다로운 스티브 잡스 조차도 무한한 신뢰를 보인 유일한 경영자다. 그에게 픽사를 넘기면서 인간적인 믿음을 가졌다고 술회했다. * 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채용하려 했던 메리어트호텔 빌 메리어트 - 메리어트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성장한 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었다고 한다. 늘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고용하려 노력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 성공할 수 있도록 애썼다. 메리어트의 4000여개 호텔 지배인 중 도어맨 같은 시급 근로자로부터 출발한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경청의 힘을 인식해 늘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 애플을 기업가치 1조 회사로 키운 팀 쿡 - 2018년 사상 최초로 1조 달러 기업가치 회사로 등극했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 애플 페어로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모든 것을 자신이 접했을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떠나겠다는 열의로 경영한 사람이다. 2013년 총기 난사 사고 때 치안판사가 용의자의 아이폰을 공개 요구하자 일언지하에 거부함으로써 ‘고객을 지키는 경영자’로도 자리매김했다. * ‘늑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런정페이 - 화웨이는 집체주의와 절대복종 문화가 중시되는 곳이다. 연구개발에 총력전을 펼쳐 2017년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15%에 달했다. 연구개발 인력이 8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회사 연못에 외국에서 사온 블랙스완(검은 백조) 풀어놓아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 중국 ‘촹얼다이’의 대표 주자 왕싱 - 세계 최대 O2O 업체인 메이투안디엔핑의 창업자 왕싱은 기업을 이어받지 않고 직접 창업에 나선 촹얼다이(創二代)의 대표 주자다. 평균 2년 마다 한번 꼴로 새 사업 시작하는 왕성한 사업가다. 중국 인터넷 열풍을 이끈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BAT에 이어 새로운 IT 3인방 TMD(뉴스앱 터우티아오, 메이투안디엔핑, 차량 공유기업 디디추싱)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앱을 통해 중국인 3억명이 음식을 배달해 먹고, 택시를 부르고, 자전거를 빌려타고, 극장 입장권을 사고, 호텔을 예약한다. * 늘 10년 후를 내다보는 손정의 - 손정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예측하는 일에만 평생 골몰해 왔다. 2010년에 ‘30년 비전’을 발표할 때 과거 신무기 조총(철포)으로 기마대를 누르고 천하의 패권을 잡은 오다 노부나가를 벤치마크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손정의에게 철포는 야후와 아이폰, 알리바바, 암ARM이었다. 아이폰 때부터 이미 저소비전력 기술이 필수가 될 것이라 보고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을 눈 여겨 보았고, 10년 후 무려 33조원이라는 일본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금액으로 인수했다. “20년 안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지구상에 1조개 이상 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는 “준비 부족보다 때를 놓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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