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일본 함정> 김대홍 외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3-20 07:00 수정일 2020-05-29 10:59 발행일 2020-03-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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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 책은 KBS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일본 탐사 프로젝트를 보완했다. 정치 외교에서부터 경제, 안보 등의 분야에서 일본의 최근 동향,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이슈들을 방송 후 보완해 내놓았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조망하고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의 뿌리가 무엇이며, 일본이 소재산업 수출을 막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능 노출량이 어떻게 그렇게 낮아졌는지, 대북 문제에서 일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어떤 것인지 등을 다각도로 취재해 담았다. 마지막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이 상황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지에 관해서도 우회적으로 해답을 제시한다.  

* 문재인 정부를 ‘김정은 앞잡이’로 생각하는 일본 - 일본 국민들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진심으로 양국 관계를 망가뜨리기 위한 진심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전 박근혜·이명박 정권은 반일적으로 어필을 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냥 정치적 어필이었던 반면 문재인 정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해석이다. 

* 일본 없이는 한반도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일본 - 일본은 북한이 38선을 넘었을 때 과연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에서 항공기 250기가 일본으로 와 계류했다가 그 후 전투 작전 공격에 나가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일본이 보급기지로서 존재하지 않으면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본 측은 분석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별 생각없이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사용한다는 의식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비꼰다.

*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다른 생각 -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일본은 “소멸됐다기 보다는 개인보상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게 서로간의 부분적 견해이라고 본다. 다만 개인 보상 같은 것은 한국 정부가 대신해 부담한다는 약속이 조약상 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그 반대였다. 일본기업이 이를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그 동안 한일 간에 한국 정부가 개인 보상을 하겠다고 해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했으니, 판결 내용이 기존 한국 정부 입장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 일본 자위대 군사력 수준은? - 일본 해상자위대 수준은 기술적으로 평가했을 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요 함정 중 총 톤수 면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위 규모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잠수함 항공기 수상함 등이 입체적으로 매우 균형 있게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장비가 모두 첨단 장비라는 점이 장점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병력이 대부분 경험 많은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잠수함에 대해선 일본이 지나칠 정도로 투자하고 있다. 탐지하고 추적하는 기술은 일본이 최고일 것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 한일 소재산업의 차이점 - 일본은 소재를 먼저 개발한 뒤 부품을 만들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성장시켜 왔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완제품 산업이 먼저 성장한 뒤 부품산업을 육성해 왔고, 이제 마지막으로 소재산업을 남겨둔 상황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우리가 지금 신소재 개발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소재산업은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추격하기 힘들 것이란 자신감이다. 불화수소의 경우 순도가 우리나라는99.9%라면 중국은 99.99%까지 만드는데 일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공정용 고수노 불화수소는 99.999%라고 한다. 일본은 탄탄한 기초과학이 소재산업을 뒷받침한다. 2001년에 소재와 관련한 각종 연구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해 물질재료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준비해 왔다.

*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에 긴장하는 일본 - 일본이 갖는 위기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이번에 선택한 EUV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막는 것이었다. 연산과 논리 등 정보처리에 쓰이는 반도체인 비메모리의 세계 시장규모는 메모리 시장의 2배 이상이다. 이 시장은 크게 제조와 설계로 나뉘는데, 설계 부분은 미국이 단 한번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현재까지 비메모리 제조 분야는 타이완의 TSMC가 1위인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낸 것이다. 삼성은 10억분의 7미터, 7나노 공정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대만을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EUV 포토레지스트 소재 하나만 없으면 삼성의 양산 계획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일본의 판단이었다.

* 과로로 인한 자살도 산업재해 - 일본 정부는 2000년에 과로로 인한 자살도 산업재해로 인정. 2014년에는 과로사 방지법까지 만들어. 

* 주 58시간 일본의 생산성 -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GDP를 늘리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기에 일본은 근로시간 단축법안에서 예외 업종을 지정했다. 우리는 4개 운송업과 보건업 등 5개 업종을 특례업종으로 정한 반면, 일본은 건설과 운송 의료 분야를 5년간 유예기간을 두었다. 연구개발 분야는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외환 딜러 등 고소득 전문직, 이른바 고도 프로페셔널도 예외로 인정했다.  

* 지소미아의 진정한 의도 -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을 앞세우고 한국을 동참시켜 이른바 ‘넓은 의미의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한 것’이라고 저자는 파악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6월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명확한 경쟁자로, 적대세력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일본을 가장 중심세력으로 파트너 삼고, 하위체계로 한국과 대만 아세안 국가들의 포지션을 정한 것이라고 한다.

* 한국 없이는 방위력 줄어드는 일본 -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되어 한국이 제공하는 군사정보가 없더라도 일본이 정보판단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데이터가 없다면 정확성이 70% 정도 밖에 안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이 이동식 탄도탄 실험을 어느 지역에서 하려는 지 등에 관해선 한국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일본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 일본 ‘불침항모’의 흑역사 -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세계 최대 전함 ‘먀마토함’에 붙였던 수식어가 ‘불침(不沈)’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 함정은 1945년 오키나와 앞바다에서 허망하게 침몰됐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고의적으로 “일본은 미국의 불침항모가 되겠다”는 말을 흘렸다. 일본 열도가 미국 방어를 위한 불침의 항공모함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헌법을 개정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는 구상이었다. 이 나카소네 구상을 외교적으로 뒷받침한 인물이 아베 신타로 외무장관이다. 바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버지다.

*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 폐기 속사정 - 미국은 2019년 8월 중거리 핵전력 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2017년에 실전배치한 9M 729의 사거리가 2000~5000km로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박한 러시아도 곧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실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타깃이었다. 중국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의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 동안 아무런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 있었다. 미국만 조약에 손발이 묶여 있었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었다. 미국이 일본 오키나와 등에 속속 배치하고 있는 게 이것 들이다.

* 한반도의 자연방사능 -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자연방사능이 일본에 비해 2배에서 3배 정도 많이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서울은 0.119 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인데, 이는 말 그대로 자연방사선량 수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연간’ 방사선 피폭치를 1밀리시버트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핵발전소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의 시간당 방사선량을 지금도 0.113마이크로시버트라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물고온 핵 재앙 - 하기비스가 엄청난 양의 폭우를 동반하면서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작업으로 생긴 흙과 건축폐기물 자루들이 야적장에서 쓸려 나갔다. 일본 정부가 밝힌 방사능 폐기물 자루는 1000만 개 정도라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20자루 정도가 떠내려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이다테 마을에서 이틀 동안 500밀리미터 비가 내려 488개 자루가 유실됐었는데 2배가 더 내린 이번 태풍으로 90자루가 유실되었다고 해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후쿠시마에서는 며칠 사이에 500밀리 정도 비가 내리는 것은 연례행사인데 2015년과 2019년 단 두차례만 우실 사고가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 방사선량 측정장치를 특정한 곳에만 설치하는 일본 - 일본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은 좋은 수치만 발표한다고 한다. 선량율도 높은 곳은 발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는 측정기를 두지 않고, 놔둔다 해도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정식 방사선량 측정장치, 즉 모니터링 포스트에 대한 비밀이 있는 셈이다. 모니터링 포스트 주변만 제염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측정량은 사실상 알기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관리하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측은 측정기에 따라 성능이 다르며 측정기 위치에 따라 수치가 다를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 오염수 방출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일본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는 2011년 3월 사고 당시 노심에 있는 핵 연료봉을 식히면서 발생한 초고농도의 액체다. 이렇게 생긴 초고농도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규모가 110만톤에 이른다. 최대 150만톤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매일 300톤 정도가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이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해 왔는데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오래 전부터 해양 방출을 위한 여론 떠보기를 펼치는 중이다. 외무성도 오염수를 재처리해 해양에 방출해도 지구 환경에 영향 미미하다고 강조한다. 

* ‘카본 14 공포’ 증폭 - 일본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오염수 가운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핵종(카본 14)이 발견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카본 14는 해양 방출의 핵심 전제 조건인 오염수 재처리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대표적 방사성 핵종이다. 이미 됴쿄전력은 세슘137 뿐만아니라 세슘134, 스트론튬90, 요오도129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핵종 등을 재처리 장치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 오염수 방출 시 2년 내 동해 진입 - 독일 킬해양과학연구소 모의실험 결과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면, 140일이 지나면 첫번째 저농도 오염수가 동중국해로 진입하고 220일 정도 지나면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동해쪽으로 방향을 튼다고 한다. 동시에 더 농도가 높은 오염수가 같은 경로로 진입해 660일이 되면 고농도 물질이 동해로 진입하고 5년이 지나면 남해와 동해가 고농도 오염수로 뒤덮힌다는 결론이다. 

* 일본은 아직도 원자력 긴급사태국가 -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당시에 ‘원자력 긴급 사태 선언’을 발령했었다. 그 선언은 지금까지도 해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일본은 아직도 긴급 사태 선언 단계에 있는 나라라는 얘기다. 사상 초유의 원자력 긴급 사태를 부른 방사능 오염물질 방출량은 단 3%에 불과하다. 나머지 97%는 아직도 발전소 안에 남아 있다. 그런 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느냐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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