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중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미야자키 마사히로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3-06 07:00 수정일 2020-05-29 11:04 발행일 2020-03-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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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패권전쟁 속에 한국은 무엇을 지켜야 하나
중국발세계_경제위기_표지(정면)

<총평>

중국과 미국은 수년 전부터 치열한 패권전쟁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경제전쟁 같지만 실상은 세계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과,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미국 간 ‘생존 경쟁’이다. 이 책은 일본의 두 중국 전문가들이 대담 형식으로 중국을 둘러싼 첨예한 현안들을 깊이 있게 파헤친 책이다. 특히 기술 패권의 미래에 관해 남다른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해 주목을 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우리의 스탠스는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성도 제시된다. 감수자인 중국전문가 안유화 교수는 중국에서 서둘러 탈출하려는 국내기업들을 질책한다. 중국이 안되면 베트남, 베트남이 안되면 인도로 가면 된다는 생각으론 아무 곳도 이룰 수 없다고 일갈한다. ‘기술’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며 기술로 중 무장할 것을 강조한다.

* 중국 천재 물리학자 장서우청 박사의 의문의 자살 - 15세에 명문 추단대 입학 후 베를린자유대학 거쳐 뉴욕주립대 유학 후 33세에 스탠퍼드 교수가 됐다. 디지털 호라이즌 캐피탈이라는 정체 미상의 펀드를 설립해 AI 연구 학자나 햇병아리 학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금은 3억 6800만 달러 규모. 2018년 5월에는 상하이 과학기술대 특임교수로 취임했다. 이 대학 학장이 장쩌민의 아들 장몐헝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양자물리학의 첨단 엔지니어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미 무역대표부가 슈퍼 301조 수사 대상으로 고 FBI를 통해 뒷조사했고, 스파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 미중 무역분쟁은 하이테크 패권전쟁 - 중국의 기술 도용은 두가지 문제로 나타난다고 한다. 하나는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매수할 때 중국에게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 또 하나는 스파이 특히 기술 스파이 적발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외화와 더불어 기술 도용으로 성장해 온 나라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에 기술 제공을 강요함으로써 기술개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냈다. 미국은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5G 주도권을 빼앗기면 끝장이라고 우려한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같은 맥락이다. ‘5개의 눈(Five Eyes)’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이미 화웨이의 어떤 제품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뒤늦게 일본도 합류했다.

* 수상한 아이코닉캐피탈 -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디베시 마칸이라는 사람이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수완가다. 실리콘밸리에서 아이코닉캐피탈을 경영하면서 실리콘밸리 대부호들의 자산을 불려주고 하이테크 기업들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이 회사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자금을 대리 운영하는 법인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첨단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중국의 기술 탈취 막으려는 미국 - 미국은 중국이 ‘중국 제조 2025’에서 거론한 AI 기술, 로봇, 항공우주, 신소재 등이 전부 우주항공산업과 차세대통신 산업 등에 운용되는 기술임을 우려한다. 중국이 발달된 킬러 위성으로 우주 공간에 있는 미국의 정보 시스템을 공격한다면 미국도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인다면 더 이상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 탈취를 전력을 다해 막는 이유다. 처음 당한 것이 ZTE다. 2018년 4월에 수출 특권을 박탈당했는데, 간신히 10억 달러 벌금과 미국이 선임하는 컴플라이언스팀 설치 등을 조건으로 합의해 제제에서 풀려 났다.

* 중국의 미국 기술기업 인수를 막아라 - 중국 등 외국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 여부는 CFIUS(대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라는 곳이 심사한다. 재무부와 국방부가 관리하는 기구다. 군사전용기술 유출 등 안전보장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투자 중지를 권고할 수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이 같은 권고에 따라 싱가포르 통신용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중단시킨 바 있다. 2018년 9월에는 미국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자산 운용과 관련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당시 자산 운용 책임자가 미국 내로 들어오면 체포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인민해방군과는 달러로 절대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 미국 달래기 나선 중국, 하지만 약속과 달라 - 중국 측은 미국에 셰일 가스를 사겠다는 말까지 했다. 2800억 달러(약 332조원) 규모의 셰일 석유를 사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알래스카 석유와 셰일가스를 사들이고 보잉사의 항공기를 대량 발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작물 등 콩 수입을 1200만 톤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중에 실행된 것은 보잉 뿐이었다. 콩은 절반만 수입했다.

* 미국에 확산되는 반(反) 중국 분위기 - 예전에 무조건 중국 편을 들던 허드슨연구소 마이클 필리버리 소장이 <백년의 마라톤;마오저뚱 덩샤오핑 시진핑의 세계패권 대장정>이라는 책에서 “나는 50년 동안 중국에 속았다”고 실토했다. 베이징 국제대회 때마다 초창되었던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삼보 교수도 중국에 대해 강경파로 돌아 초청이 끊겼다. 비즈니스계에도 반중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조야와 학계에서는 중국인을 보면 스파이로 생각하라는 분위기다.

* 민주주의 상징인 선거에 개입한 중국 -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치이나 머니가 움직였다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위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가 한 신문에 게재되었는데 이것이 중국 소행이라고 미국은 믿고 있다. 장쩌민 집권 때도 민주당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이 잦았다. 이 일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였던 멀훙웨이, 그리고 알리바바의 마윈이라고 미국은 생각한다. 멍훙웨이는 2018년 9월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는데, 민주당 후보들의 어두운 부분을 조사해 트럼프 측과 딜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저자들은 전한다.

* 중국 경제의 버블 - 중국 버블은 일단 GDP 통계부터 엉터리라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실제보다 30% 정도 늘려 잡는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예기다. 중국 국가 GDP와 지방정부가 신고한 각지의 GDP 합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 대표적 예이다. 2018년에는 지방 합계가 중앙 정부 발표 금액보다 4780억 달러나 많았다. 중앙정부가 지방 정부에 솔직히 신고하라고 하니 랴오닝성과 구이린성, 헤이룽장성이 30%나 낮춰 다시 신고했다. 가장 큰 것은 부동산 버블로, 주택융자 채무가 43조 2000억 달러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2035년에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저자들은 “요원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 일대일로는 위안화 팽창 수단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넓혀 그곳에서 위안회를 사용해 중국 기업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에 돈을 빌려주면서 외화로 갚으라고 요구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인프라나 토지를 빼앗는 식이다. 일대일로 사업 방식은 이렇게 외화를 거둬들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이를 두고 ‘채무의 덫’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국외에서 위안화 외환시장이 성립하는 것을 싫어한다. 해외시장에서 자유롭게 환율이 정해지면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중국은 일대일로를 OBOR(One Belt, One Road)에서 BRI(The Belt and Road Initiative)로 바꿔 버렸다.

* 흔들리는 황제 시진핑 - 시진핑은 2018년 3월 중국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회에서 주석 임기를 무제한으로 연장하며 종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강성 이미지는 덩샤오핑을 능가해 마오저뚱과 나란히 할 정도라는 평이다. 시진핑은 각지에 있는 개혁개방기념관에서 덩샤오핑 부조를 모두 치워 버렸다고 한다. 미오저뚱과 자신의 초상만 전시되도록 한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 지폐에 시진핑의 얼굴이 새겨질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진핑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장쩌민은 매년 여름 중국 수뇌부들이 모이는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 불참했다고 한다. 당 내 권력투쟁으로 표면화되면 공산당 소속인 리커창이 힘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 ‘화약고’ 중국인민해방군 퇴역군 - 인민해방군은 235만명에 이른다. 그 중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기강이 해이한 약 30만 명을 최근 해고했다. 퇴역 군인만 5700만 명에 이른다. 이제까지는 군인연금으로 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젊어서 퇴역한 직업 없는 군인 출신이 상당수라 문제다. 5700만 명 가운데 500만 명은 중국판 블랙 워터라 불리는 민간경비회사 COSG(중국해외시큐리티그룹)가 떠안았으나 남은 1000만 명 이상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을 개인택시나 트럭 회사 등에 투입하니 운전기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키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중국 - 천안문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농민과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다. 취직하지 못한 젊은 층과 연금 생활자, 퇴직 군인들도 해당된다. 인플레와 위안화 하락은 연동이 된다. 인플레가 심해지면 위안화는 급격하게 해외로 빠져나가 위안화 가치 하락과 지본도피로 이어진다. 중국인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해외자산 처분 나선 중국 - 왕젠린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76개 호텔과 13개 테마파크를 매각해 총 93억 달러를 중국으로 가져갔다. 안방생명보험은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부터 트럼프타워 근처에 있는 빌딩까지 팔았다. 아직도 팔 만한 숨겨놓은 자산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더 이상 싹쓸이 쇼핑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1년에 해외로 반출되는 금액을 5만 달러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유출을 최대한 줄이고 달러를 유입케 해 환율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저자들은 중국 외환보유고가 무려 3조 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은 외국 은행에서의 계속 달러 차입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의 실제 외환보유고 수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 양극화 심화되는 중국 - 베이징대학이 발표한 ‘중국 민생발전보고 2014’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무려 0.73에 이른다. 1%의 부유층이 중국이 전체 재산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지니계수는 0.34지만 시안대 등의 조사에 따르면 0.62에 이른다.

* 이 와중에 중국을 돕는 일본 - 2018년 가을에 아베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중·일간 통화 스와프 협정에 조인했다. 2002년 1차 때 3300억엔(3.5원) 규모에서 이번에는 3조 4000억엔(36조원)으로 무려 10배 규모였다. 덕분에 중국은 이제 AIIB 채권으로 일본에서도 채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2017년에 일본금융청은 미디어에 발표 않고 AIIB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등 아낌없이 지원했다. 일본으로선 중국이 돈을 빌리지 않으면 돈 빌려줄 곳이 없는 입장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저자들은 미국이나 일본 모두 중국이 급격히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라 트럼프와 아베가 모종의 협력 하에 중국을 뒤로 돕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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