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멀티 팩터> 김영준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2-29 07:00 수정일 2020-05-29 11:05 발행일 2020-02-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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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거짓 비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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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년 전 베스트 셀러 ‘골목의 전쟁’을 통해 우리 소비 시장과 자영업의 위기와 실패 등을 분석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책은 그 후속 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얼마나 거짓인지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성공한 기업들의 진짜 성공 비법이 무엇이었는지를 세밀한 관찰을 통해 설명해 준다. 그는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들이, 가장 그럴싸한 이유를 뒤늦게 성과만 가지고 분석하는 오류 덩어리라고 비판한다. 진짜 성공의 법칙을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 스타벅스 성공의 진짜 배경은?

* 스타벅스의 압도적 성장세 비결은? - 스타벅스 코리아는 미국 본사와 신세계가 50%씩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다. 1999년 국내 첫 오픈 이후 작영점 위주로 출점 중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1262개 점포를 보유했고, 매출은 1조5523억원에 이른다. 1407개 점포의 투썸플레이스나 2407개의 이디아 매출은 각각 2700억원과 2400억원에 그친다. 점포당 매출도 스타벅스는 12억원이 넘는다. 투썸은 5억원 초반대, 이디아는 2억원 초반대다. 스타벅스는 2009년 이후 10년 동안 점포 수가 네 배 이상 늘면서도 점포당 매출은 75%나 증가하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 스타벅스의 일반적 성공요인 분석 - 고급화 전략, 카공족 수용의 성과,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국 사업권을 가진 신세계의 전폭적 지원과 직영점 운영 시스템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분석과 뛰어난 출점 전략을 들기도 한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출점거리 제한 규정이 등장하자 직영점 위주로 운영해 온 스타벅스가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한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시작부터 우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강력한 브랜드와 경쟁력이 가장 우선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원과 경쟁력에서 가장 뛰어난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해외사업에서 쌓은 경험과 교육, 시스템도 크게 일조했다.

* 스타벅스가 비싼 이유 - 브루드커피와 카페라떼의 미국 스타벅스 가격은 평균 1.9달러와 2.95달러다. 우리 돈으로 2100원, 3300원 수준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3800원, 4600원이다. 매장 면적과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은 가격 차이에도 중요한 비중 차지한다고 한다. 미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평균 45평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0평 이상 대형이 주류다. 또 미국은 테이크아웃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우리는 낮은 편이다. 넓은 매장으로 임대료 부담이 큰데다 매장 체류시간이 더 길어져 회전율이 낮으므로 우리가 더 비싼 것이란 설명이다.

◇ 성공의 최대 요소… 운이냐 재능이냐

* ‘운 만능주의’ 말콤 글래드웰 - 비범한 실력이 성공을 만든다는 굳건한 인식에 균열을 낸 책이 ‘아웃라이어’다. 재능이 성공을 만든다는 것은 허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스포츠에서의 ‘월령 효과’를 예로 든다. 월령효과는 성적이나 기록 등이 상대적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출생월이 빨라 좀 더 성숙한 아이가 유소년 선수로 발탁되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재능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조차 재능이 아니라 몇월에 태어났느냐 하는 ‘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분야든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능이 아니라 연습 시간에 따라 퍼포먼스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운 만능주의적’ 시각이다.

* ‘재능 만능주의’ 피터 틸 -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적 벤처 투자자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옐프 등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제로 투 원’ 저서에서 글래드웰을 비판했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챕터에서 그는 ‘운’의 역할을 철저히 부정했다. 재능이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22세 이하 대학생들에게 대학 중퇴를 조건으로 창업 자금을 지원 중이다.

* 1만 시간의 재발견 “의식적 연습으로 1만 시간” - 1만시간 법칙의 근거가 된 연구를 발표한 k 앤더스 에릭슨은 글래드웰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1만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1만 시간이 별 의미가 없는 숫자”라며 그냥 촉망받는 연주자 그룹의 평균 연습시간이었다고 기술했다. 결정적으로 에릭슨이 말한 연습은 그냥 연습이 아니라 ‘의식적 연습’이었다. 1만 시간도 결국 매우 밀도 높고 체계화된 연습을 의미한다.

* 짐 콜린스의 오류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저술한 그는 지속적인 정상급 기업을 ‘비전기업’이라 칭하고 그보다 덜 우수한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정해 분석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한 기업으로 꼽았던 서킷시티는 2008년 파산 신청했다 이듬해 도산했고, 패니매는 파산직전까지 몰렸다가 공적자금으로 기사회생했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 경영학 교수이자 ‘헤일로 이펙트’ 저자인 필 로젠츠바이크는 짐 콜린즈의 18개 비전기업의 이후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주가 상승률이 S&P500 지수보다 높은 기업이 6개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짐 콜린스는 2009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이들 기업이 ‘자만심’ 때문에 몰락했다고 변명했다.

◇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성공 스토리

* ‘공차’가 30대 평범한 부부의 대박 성공스토리? - 김여진 대표는 공차의 대만 본사에서 한국의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따냈다. 대만 매장에서 6개월간 일 해보고 국내 1호점까지 충분히 준비했다. 40대 이상 창업자들의 모범 사례라 할 만 하다. 한국에 매장을 소규모로 시작해 리스크 및 품질 관리 가능했던 것도 긍정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공차 창업에는 ANZ 시티은행 바클레이 스탠다드챠타드에서 일했던 남편의 도움이 매우 컸다. 공차코리아 지분 100%를 남편인 마틴 베리가 가졌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남편이 없었다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발한다. 공차코리아 법인 설립도 2011년 11월이고 홍대 1호점 오픈이 2012년 4월인데, 이 때도 남편이 스탠다드 전무로 발령받아 한국으로 온 시점(3월)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공차코리아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만인 2014년 10월, 유니슨캐피탈에 지분 65%를 340억원에 매각했다.

* 6명의 공동대표가 일군 신화 ‘피릳츠 커피 컴퍼니’ - 커피브리드 출신으로 스페셜 티 업계의 스타인 김병기 대표, 로스타 김도현 대표, 유명 바리스타 출신 박근하 /송성만 대표, 커피 감별사 전경미 대표, 빵 담당 허민수 대표 등이 뭉쳤다. 각자 자기 사업을 해도 될 만한 인물들로 무시무시한 인적 자본을 형성한 것이다. 철저한 책임과 영역 분담, 협업, 끊임없는 소통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케이스다. 김병기 대표 등 모두가 커피 리브레, 카페 뎀셀브즈 등 전설적인 커피 브랜드 출신이다. 프릳츠의 교훈은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한 실력 증진이 사업과 경쟁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 신선배송의 새 역사를 쓴 ‘마켓컬리’ - 창업 첫 해 2015년 29억 매출에서 2018년 1571억원으로 4년 만에 약 50배 성장했다. 마켓컬리가 특별했던 것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상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약조차 힘들다는 마장동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 본앤브레드의 고기, 일찍 가 줄서지 않으면 구경조차 힘든 이태원 ‘오월의 종이빵’ 등으로 다른 이커머스들과 차별화했다. 제품군별 브랜드 수를 제한해 선택지를 좁히고, 각 상품에 설명과 스토리를 붙여 고객의 마음을 샀다. 김슬기 대표는 억대 연봉의 워킹맘으로 살다가 쇼핑의 불편함을 절감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무농약 유기농 주의자였던 것도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 테마섹 등 투자회사와 맥킨지 배인앤컴퍼니 등 컨설팅업계 경험에 식음료 컨설팅 경험이 풍부한 박남길 이사를 공동창업자로 영입하는 등 ‘차원이 다른’ 회사를 설립했다. 남편인 정승빈 대표도 유기농클렌즈 주스를 배달하는 콜린스그린를 창업해다. 옐로모바일 이상혁 대표로부터 창업 자본금으로 3억 투자받고 콘셉트 단계에서 50억을 추가 투자받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취약점은 투자받은 총액이 2228억이 넘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상품의 지나친 경쟁으로 품절나는 사태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살아있는 경험과 센스로 대박신화 ‘스타일난다’ - 소비자군과 비슷한 나이, 소비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패션 감각과 센스 가진 김소희 대표의 재능 결정판이다. 이효리와 패리스 힐튼류의 과감하고 센 패션이 어필했다. 화장품 시장에 신규 진입할 때도 시장조사가 필요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른바 ‘라벨갈이’로 마진을 부풀리지 않는다는 정직함도 강점이다. 결국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다. 로레알은 매스티지 라인업에서 색조 부문의 취약함을 알고, 중국시장을 겨냥해 색조 화장품 분야의 유망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 재벌아들이 차린 이탈리안 포장마차 ‘쿠촐로’ - 서울용산 해방촌을 대표하는 가게다. 오너인 김지운 셰프는 쌍용건설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언론은 그가 재벌가의 금수저 청년 사업가 정도로 포장했다. 하지만 가게를 오픈 할 때 차용증을 쓰고 빌린 1억4000만원이 아버지로부터 지원받은 전부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높은 가격이라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면서 사업을 성공리에 키웠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 만들어진 스토리에 속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 보라

* 노이즈가 잔뜩 낀 ‘만들어진 스토리’ - 사업가의 성공은 멋진 후광효과가 된다. 여기에 더해 우리 뇌는 성공과 관계없는 사안이라도 성공의 원인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가 얼마나 이미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최종인 신뢰도가 결정된다. 성공의 비법을 찾아보는 성공 스토리에 오히려 노이즈만 잔 뜩 끼어 있는 것이리고 저자는 비판한다. 노이즈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성공스토리는 우리가 배우고 믿기엔 부적절한 자료라는 것이다.

* ’맨손 창업‘에 대한 환상 버려야 - 창고에서 창업했다는 성공신화가 많다. 하지만 지본은 당당한 경쟁자원의 한 요소이자 경쟁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자본이 많다면 그만큼 경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리한 것이 불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적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에서 학연과 혈연, 지연 등 인맥은 중요한 자원이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외모도 경쟁자원의 하나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고 하지만 외모는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며 연봉 결정에도 그렇다.

* 경쟁자원을 확보하고 운으로 결과를 만든다 - 실패에는 ’해도 되는 실패‘와 ‘해서는 안되는 실패’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해도 되는 실패란 결과 자체가 실패일 뿐, 과정에서 전보다 더 많은 경쟁지원을 획득하거나 경쟁자원의 상실이 없는 실패를 말한다.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실패란 경쟁자원을 상실하는 실패라고 저자는 말한다. 회복이 힘들 정도로 자본을 깎아 먹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축소되거나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 등이다. 결국 성공은 여러 과정을 통해 전 보다 더 많고 훌륭한 경쟁자원을 축적한 경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원이다. 저자는 또 성공의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쟁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노력, 여기에 운이 더해져야 큰 성공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결론 짓는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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