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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저자는 검찰 출신의 변호사다.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한다’는 부제답게 그는 우리 검찰에 대해 “법을 집행한다는 핑계로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조직”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 강한 조직”이라며 검찰 조직 전체와 특정 검사들에 대해 극단적인 비판을 쏟아낸다. 지나치게 일관된 비판에 놀랍기까지 하다. 저자는 이 책이 “내 인생을 돌아보고 부끄러워 남기는 글”이라고 적었다. 검찰이 외부에서 사람을 처벌하는 것에서만 정의와 옳음을 찾지말고 내부에서부터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적었다. 논평을 보면 ‘검찰 안에 임은정이 있다면 검찰 밖에 이연주가 있다’는 글이 나온다. 이 책이 또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르겠다.* ‘손 배당’ 그리고 ‘깡치’와 ‘벌 배당’ - 검찰에서는 형사 사건을 배당할 때 민감한 사건의 경우 차장검사가 말 잘 듣는 검사에게 일을 맡긴다. 이를 검찰 용어로 ‘손 배당’이라고 한다. 반대로 속을 자주 썩히는 검사에게는 어렵고 복잡해 해결이 쉽지 않고 혹 해결되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건, 이른바 ‘깡치’를 왕창 맡긴다. 벌 배당이다. 저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4월 초에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 조사를 대검찰청 인권부에 맡긴 것을 전형적인 손 배당의 예라고 지적한다. 2016년 5월 상관의 괴롭힘에 못이겨 자살한 김홍영 검사 조사 건을 대검 감찰본부에 맡기지 않고 서울 남부지검에 자체 조사토록 지시한 것도 같은 사례라고 비판한다.* 검찰에도 흙수저·금수저가 있다 - 저자는 공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검찰 조직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고 차별과 불공정이 있다고 고발한다. 대표적인 금수저로 부산지점에 근무했던 윤 모 검사를 예로 든다. 모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딸인 그는 평소 무단 조퇴 등으로 근무태만을 일삼은데다 고소장을 분실한 후 이를 위조해 물의를 빚었다고 한다. 부산지검은 징계도, 기소도 없이 사직서 처리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결국 그는 시민단체의 고발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흙수저의 대표로 저자는 임은정 검사를 들었다. 그는 앞선 윤 모 검사와 달리 업무시간을 한 시간 비운 것을 문제 삼아 징계를 받았지만 사실은 검찰 조직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게 진짜 죄목이라고 말한다.*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 -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 검사들은 이 두 가지 경우를 놓고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국민을 배반할 경우 잠시 욕을 들어먹으면 그만이지만 검찰을 배반할 경우 조직 내 인사는 물론 변호사 개업 때 밥벌이까지 포기해야 한다. 눈 질끈 감고 국민을 배반하는 쪽이 훨씬 쉬운 선택이 된다. 국민을 배반한 대가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조직을 배반하는 대가가 엄청나니 결과는 뻔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검찰을 ‘자신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 혹은 더 큰 권력을 쥐려고 작정한 사람들의 집단’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과학수사’가 아니라 ‘가학수사’ -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수사의 위법성 여부를 일차적으로 통제하기에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검찰 기관으로서의 본래 기능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수사 개시부터 기소까지 아무 통제도 받지 않고 전속력으로 치닫는데다 사후적인 감찰 기능까지 무력한 조직이라고 일갈한다. 그래서 검찰은 ‘가학수사’를 ‘과학수사’라고 우기며 살아왔던 것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열심히 칼을 갈아 남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도 정작 칼날에 비친 자신의 흉한 모습은 보지 않는다”며 검찰을 싸잡아 비판한다.*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 -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왜 위험한지에 대해 저자는 “수사 검사의 확증 편향과 오류가 시정되기 어렵고, 위법한 증거 수집도 통제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더욱이 대한민국 검찰의 문제는, 칼을 빼 들었다가 무라도 썰어야 하지만, 정말로 무가 없으면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새가 울지 않으면 억지로 울도록 만드는 게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것이다. 검사가 자기 믿음대로 수사를 몰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직접 배당 사건의 형편없는 기소율 - 2009년 기준으로 검찰이 인지해 수사, 기소한 사건 가운데 무죄를 받은 비율이 일반 사건보다 5배나 높았다고 한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한 검찰총장 하명 사건을 수사하면서 총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던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은 더 심하다. 2012년 기준으로 직전 5년 동안의 1심 평균 무죄율이 9.6%로 일반 사건의 무죄율 0.36%에 비해 27배 가량이나 높았다고 한다. 대법원에서의 무죄율은 무려 24.1%에 달했다.* 검찰 인사와 검사들의 등급 - 검사는 다음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인사 발표가 나서야 자기 인사를 아는 사람, 인사 발표가 나기 전에 자기 인사를 아는 사람, 마지막으로 자기 인사를 자기가 하는 사람. 마지막 같은 검사를 ‘귀족검사’라고 부른다. 검찰 인사 때마다 보직이 엎치락 뒷치락한다고 한다. 이른바 빽이 되는 힘센 사람들이 서로 자기 사람을 놓으려고 겨루다 보니 끊임없이 인사 내용이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인사를 앞두고 희망하는 임지를 1순위부터 4순위까지 적어내는데, 인사 뚜껑을 열어보면 결국 좋은 보직을 받고 원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한다.* 검찰의 ‘마이 웨이’ 조직문화 - 검사는 정권도 국민도 아닌 검찰 자신을 위해 일할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평검사는 상부의 지시에 어떤 이의를 제기해서도 안된다. 일단 순응을 해도 반항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보복하는 것이 검찰의 조직문화라고 말한다. 검찰 간부들에게 임은정 안미현 박병규 진혜원 서지현 등 조직의 상명하복에 저항하거나 조직의 내부 사항을 의도를 갖고 외부로 발설하는 검사는 제거해야 할 독소이자 세균이며 곰팡이 포자 정도로 매도된다고 한다. * 결코 뿌리 뽑히지 않는 ‘전관예우’ - 판사나 검사로 일하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한 경우 처음 맡은 소송을 유리하게 판결해 주는 관례를 전관예우라고 한다. 대부분 첫 사건은 무조건 승소하는 게 관례다. 이후 사건 수임이 줄을 서게 되고 변호사는 큰 돈을 버는 구조다. 검사들은 그래서 전관 변호사에게 쩔쩔 맨다. 자신들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병우도 변호사를 하다가 민정수석으로 들어가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나온다. 언제 되살아나 앙심을 품고 괴롭힐 줄 모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그야말로 검사들의 ‘미래’다. 지역에 근무하는 검사가 인사발령이 나면 자신의 스폰서를 후임에게 공식 인수인계해 주는 ‘스폰서 문화’도 오랜 관행이다. 그나마 1998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이후 스폰서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 갈라파고스 섬과 같은 검찰 - 참여연대가 펴낸 박근혜 정부 4년 검찰보고서의 제목이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이었다. 저자는 우리나라 검찰이 오랜 세월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진화과정을 밟아온 독특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성공한 구테타는 차벌할 수 없다’며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고, 5공 경호실장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에 동의하고, 전두환의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훼손 발언에 기소 보류를 지시한 것 등을 두고 저자는 “우리 검찰 조직이야말로 갈라파고스”라고 비판한다.* 검찰과 마피아, 그리고 '오메르타의 침묵' - 저자는 ‘마피아’와 ‘욕망’이야 말로 대한민국 검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주장한다. 마피아처럼 조직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끝없는 욕망으로 위로 올라가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검찰이 진짜 마피아와 닮은 것으로 ‘오메르타’라는 침묵의 규율을 제시한다. 오메르타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규칙이다. 마피아의 일원이 되기 위해 맹세할 때 서로의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의 의식을 한다. 침묵과 복종의 의식으로, 조직의 비밀을 외부에 발설할 경우 피의 보복을 감수하겠다는 약속이다. 검찰 수사관들까지 같은 생각이다. 그렇기에 검찰의 수치를 공공연히 알린 임은정 서지현 검사는 더 이상 검찰의 가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오만 - 지난 2005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될 때 검찰 대표와 경찰 대표가 협상을 위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때 경찰은 이런저런 자료를 잔뜩 준비해 왔는데 검찰 대표들은 빈손으로 와서는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아쇼”라고 했단다. 수사 과정에서의 오만은 도를 넘는다. 저자는 과도한 공명심이 피의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협박과 회유로 사실이 아닌 조서를 작성하게 한다고 고발한다. 결론을 정해놓고 작성하는 조서가 결국 ‘조서 문학’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고 비판한다.* 검찰 개혁의 흑역사 ‘2012년 검란’ - 2012년에 검찰개혁 문제를 놓고 ‘검란’이 일어났다. 당시 한상대 총장이 검찰의 비리를 덮기 위해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중수부 해체안을 꺼내들자 전국의 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명목은 본인의 자리보존을 위해 조직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특수통을 중심으로 전국 검사들이 헌정 사상 최초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결국 한 총장은 자진사퇴했다. 검란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좌천되었던 최재경 전 중수부장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 김진태 총장의 천거로 유병언 일가 수사의 책임을 맡으며 컴백했고 이후 관련 수사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유증 - ‘검사가 검찰에서 잘 나가려면 마누라보다 수사관을 잘 얻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검찰이 가진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이 가져가게 되고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에만 전념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관의 일부를 경찰에 보낼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칫 검사가 경찰관에게 한 ‘갑질’에 대한 보복을 대신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에서 내려간 수사관들은 자칫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택군(擇君)’의 시간 - 대통령의 임기가 훌쩍 넘어 후반으로 들어서게 되면 여지없이 ‘레임덕’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때가 검사들에게는 ‘택군의 시간’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당쟁이 격화되어 신하들이 임금을 바꾸었듯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통령 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럴 때 검찰이 잘하는 선별적 수사, 선별적 기소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검찰이 기획한 수사 건에 언론이 동조하고 전 국민이 휘둘리는 동안 다음 택군이 진행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 검찰에서도 만연하는 성차별 - 저자는 상급자에게서 “이 못돼 처먹은 가시내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초임 검사 시절에 당시 임신한 선배 여검사를 생각한다고 그 여검사 대신에 초임 여검사 셋에게 변사체 검사를 가라고 했을 때 들었던 얘기라고 한다. 당시 남자 검사들도 있었는데 자신들에게 그 일을 맡긴데 이의 제기를 했다가 싸잡아 혼났다고 한다. 그 검사로부터 “이 못되 처먹은 새끼야‘라는 말을 들은 남자 검사는 없었다고 회고한다. 술자리에서 부장검사에게 입술을 빼앗긴 여검사에게 상급자가 마치 여검사가 그리 한 것처럼 꾸며대는 일도 있었다고 고발한다. 저자는 ”검찰이 여성을 자신들의 지배욕을 충족하고 우월성을 확인하기 위한 타자로만 존재한다고 여긴다“고 비판하다. 이것이 2020년 검사들의 일반적인 성평등 의식이라고 말한다.* 검찰과 언론의 검언유착 의혹 - 저자는 우리나라 검사와 기자의 닮은 점 두 가지를 든다. 첫째,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이다. 둘째, 업무의 창작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더 절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언론에 크게 다뤄진 사건은 아무래도 영장이 쉽게 나온다는 게 검사들의 경험담이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에이 이동재 기자의 사례는 검사의 기자 활용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 준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자가 사건 수사 내지 조작의 영역까지 넘어와 진정한 검언 동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했지만,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기자에게만 수사 계속 및 공소를 권고했고 한 검사장에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2012년의 윤석열과 2020년의 윤석열 - 저자는 최근 추미애 법무장관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윤 총장이 ‘조직론자’여서 자신과 검찰을 한 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며, 이미 2012년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배경이다. 이른바 검란 때 그가 최재경 전 중수부장과 함께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반대했던 사람임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중수부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당시 총장을 내보낸 사람인데, 검찰 권력을 나누고 쪼개자는 지금은 “당연히 대통령도 집으로 보내실 분”이라는 것이다. 총장 취임 때 검찰 개혁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던 윤 총장이지만 결국 ‘특수통’이라는 한계 탓에 그는 여전히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총장으로 치부한 것이다. * 검찰 명언 1 ‘공무원의 가장 큰 죄는 재수없는 죄’ - 검찰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무원은 먹고 해 주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다음은 먹고 안 해 주는 공무원이고, 그 다음이 안 먹고 해 주는 공무원이라고 한다. 먹고 안 해주면 “그래도 애는 썼구나” 하고 고마워하는데, 안 먹고 해 주면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공무원은 ‘안 먹고 안 해주는 공무원’이란다. 검찰에선 ‘공무원의 가장 큰 죄는 재수없는 죄’라고도 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 명언 2 ‘사건을 잘 파면 명예를 얻고 사건을 잘 덮으면 부를 얻는다’ - 검사들은 재직 기간 중 7년을 단위로 적격심사를 받는다. 여기에서 하위 5%의 D등급을 받으면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판정 과정에서 정략적인 계산이 작용한다고 한다. 2015년 적격심사에서 떨어진 후 소송에서 이겨 복귀한 박병규 검사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그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A 또는 B를 받았으나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 요구, 검찰총장 퇴진 등의 글을 올린 후 2014년에 D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조직이 뜻에 따라 사건을 잘 덮으면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의 이득을 얻는데, 이것이 사건을 잘 파헤치는 능력보다 우위일 수 있다는 교훈이다. * 검찰 명언 3 ‘암에 걸려 죽어가는 검사도 다음 인사를 걱정한다’ - 검사들이 얼마나 인사에 집착하는가를 알려주는 말이다. 인사가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변호사 개업 후 수입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옷을 벗고 나오는 검사들은 이프로스에서 사직 인사를 올리는데 이게 바로 변호사 개업 인사이란다. 사직 인사에 달린 검사들의 댓글을 동판에 새겨 개업한 변호사 사무실에 걸어 놓는 이도 있다고 한다. 댓글이 적게 달리면 심지어 나는 검사들에게 전화해 댓글을 달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단다. 영업 재산이 되는 검찰 내 인맥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검찰 조직의 불만을 대변하는 듯한 글을 올리고 물러나면 검사들의 뜨거운 울분과 동지애를 결집시키고 그것이 변호사 영업의 성공 기반이 된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2-01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수의사 엄마가 전하는 행복한 육아비결…'결국 나를 위한 자녀교육법'

결국 나를 위한 자녀교육법┃수의사 엄마가 전하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육아비결┃권희려 지음(사진제공=한국경제신문i)부모에게 자녀는 인생의 큰 숙제다. 특히 임신과 출산 과정을 하는 엄마에게는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수의사가 된 엄마가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육아비결을 제안한다.신간 ‘결국 나를 위한 자녀교육법’은 수의사 엄마가 직접 경험한 ‘자연주의 출산’과 함께 행복한 육아의 비결을 담은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소개한다.작가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이유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주의 출산법으로 출산한 경험담, 이후 펼쳐진 역동적인 육아의 현장 등 자신이 경험한 생생한 체험을 고스란히 담았다.작가는 육아서, 맘카페의 글, 옆집 엄마의 말 등 초보 엄마가 접하는 수많은 육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접한 후에야 비로소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힘들던 어설픈 ‘인턴 엄마’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고백한다.‘발도르프 교육 철학’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에 따르면 교육이란 본래 인간이 자신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되고 나서 진짜로 키워야 하는 대상은 ‘내 자식’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교육은 가르침이 아니라 끌어냄이다’, ‘모든 배움의 토대는 가정생활이다’ 등 발도르프 교육의 철학에 따라 저자는 아이와 나 자신이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깨우쳤다고 말한다.완벽한 부모가 아니라도 행복한 부모가 될 수 있고,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자녀를 만들 수 있다 것에 초점을 두는 발도르프 교육. 그렇게 육아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교육이 되고,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된다.기적과도 같은 내 아이와 만남으로 새로운 삶의 여정에 들어선 모든 부모들에게 저자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행복’으로 귀결되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제안한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0-11-30 11:53 김세희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후츠파> 인발 아리엘리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강한 민족적 자긍심과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결집력이 뛰어나고, 상시적인 위험에 맞서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일찍부터 키워 상당한 수준의 국방력과 첨단 기술력을 갖춘 나라 정도로 알고 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그런 나라가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아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도전하며 어떤 혁신을 일구어 내고 있는 지를 소상하게 알려 준다. 저자는 이스라엘 첨단기술의 보고(寶庫)인 엘리트 정보부대 ‘유닛 8200’의 장교 출신 기업가다. ‘이스라엘 첨단 기술산업 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어떤 나라? -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다. 2000명 당 한 개 꼴이다. 인구 800만의 작은 나라에 스타트업이 5000개 이상이다. 인구 대비 벤처캐피탈 수도 전 세계 1위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나스닥 상장사 보유국이기도 하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이 가장 큰 나라인 동시에 OECD 회원국 중 과학자와 연구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노벨상 수상자만 12명을 배출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생활지수는 50개국 중 6위다.*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을 만든 후츠파(Chutzpah) 정신 -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독 스트레스 상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도로 치열한 사회에서 성장하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 때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즉각적으로 결정하는 연습을 반복하며 ‘임기응변’의 기술을 익힌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이것이 이른바 ‘후츠파 정신’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않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당당하고 용감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지닌다. 저자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과제에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는 힘이 바로 후츠파 정신”이라고 말한다.* 기업가 정신을 처음 체득하는 ‘쓰레기장 놀이터’ - 이스라엘의 공동마을 기부츠에 있는 유치원에는 쓰레기장 놀이터가 있다. 이스라엘 교육철학이 뿌리내려 있는 중요한 교육현장이다. 낡은 가구와 농기계, 선풍기, 깡통 등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직접 만지고 느끼고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쓰임새를 바꾸며 정말 창의적으로 논다. ‘창의력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다소 위험하고 부적절한 물건을 마음껏 가지고 놀며 성장하면서 그들은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위기관리능력, 독립심, 갈등해결 능력, 팀워크를 배운다. 환경을 바꾸는 능력을 스스로 배우고, 독립심을 기르게 하고, 서로를 믿고 격려하게 만든다. 창의적인 기업가를 배출하는 첫 번째 단계인 셈이다. 저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하나의 부족 같은 공동체에서 다양한 위험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기업가정신의 뿌리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덕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수를 한 뒤에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기른다고 말한다. 따로 기업가 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가 자질을 스스로 개발하고 결국 멋진 창안을 선보인다고 자신한다. * ‘왠만하면 간섭하지 않는다’ 발라간(Balagan) -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이들의 활동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발라간은 러시아에서 유래한 말로, 지저분함, 즉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거의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발라간의 태도로 산다. 발라간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서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이란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어른도 발라간을 통해 기업가에게 중요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 독립심을 기를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규직이 없으니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발라간은 깊숙이 뿌리내린 편견과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질서가 필요한지, 또 현재 우리가 따르는 규칙 외에 어떤 다른 선택지가 있는 지 고민하게 만든다. 발라간에 익숙해짐으로써 이스라엘 사람들은 갈등과 충돌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즉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유연하고 기민한 사고, 지혜, 협동성을 두루 갖춘 기업가로 성장한다.* 안전을 가르치려 일부러 불놀이를 가르치다 - 이스라엘 아이들은 유대교 명절인 ‘제33일절’이 오면 저마다 모닥불 피울 준비를 한다. 이 행사는 3~4주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어른 도움 없이 치르려 몇 주 전부터 공사장을 오가며 부지런히 땔감을 준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아이들이 직접 마무리한다. 부모님의 보호 없이 야외에서 밤새 직접 불을 지키며 스스로 안전을 책임진다. 강인한 체력과 지혜, 인내와 협동 없이는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립심과 실험정신, 역량,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배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네 살 쯤 되면 칼이나 공구를 갖고 놀게 한다. 온전히 자기 힘으로 위험을 다루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교육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 안에 있는 ‘나’ - 히브리어로 나와 우리는 ‘안(an)’이라는 어근을 갖고 있다. 나는 아니(ani), 우리는 아누(anu) 또는 아나크누(anachnu)다. 이스라엘에서 나와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이들은 “우리 안에 나는 없다”는 오랜 격언을 신봉한다. 때문에 이스라엘 사회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 두 가치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한다. 그래서 이민자들도 따돌림 당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유년기는 협력과 공동체 형성, 사회적 관계 유지 및 확장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은 새 학기 첫날부터 선생님 지도 없이 무대를 만들어 올리는 훈련을 받는다.이스라엘 국민들은 ‘패거리(차부라)’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차부라는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어린이 또는 청년의 무리를 뜻한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우정’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 보호 보다는 자유 -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본다. 정해진 계획 없이 발 닿는 대로 걸어다니길 권장한다. 이렇게 즉흥적인 행동을 히브리어로 ‘리즈롬(leezrom)’이라고 한다.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육성되는 문화적 현상으로, 자립심을 강조하는 이 나라의 독특한 육아방식이다. 과보호가 자칫 예고 없이 다가오는 위험과 기회에 스스로 대응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게 할 수 있으며, 독립적으로 행동할 의지 자체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 있다. 이스라엘 어린이의 학업성취도가 세계적 수준에 뒤쳐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5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 참여한 72개국 중 40위에 그쳤다. 혹자는 세계적 혁신국가인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이 수학과 과학에서 보이는 저조한 성적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자는 “높은 시험성적에 필요한 지식과 기업가 및 혁신가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능력은 다르다”고 단언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교육의 목적이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가르친다.* 실패를 값진 가치로 인식하다 -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패를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일부이자 극복할 장애물’로 여긴다. 실패를 유도하지는 않지만 실패에 관대하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남보다 훨씬 강한 동기를 가지며, 실패는 어러 면에서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실패로부터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소중한 경험을 빼앗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운다고 믿는다. 실패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까지 함께 제거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성공한 기업을 만들려면 일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넘어져도 괜찮다. 문제는 다시 일어날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을 지에 있다”는 것이다.* 실수를 발판으로 ‘임기응변’을 높인다 - 군대에서조차 실수는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면 되는 가치로 평가된다.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다. 이스라엘 공군에서 ‘두그리(dugri)’라는 문화가 있다.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 현상을 얘기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실수한 군인도 자신을 질책하는 대신 그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길잡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타인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편이 낫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히브리어로 임기응변을 ‘일투르(iltur)’라고 한다. 즉시 행동한다는 뜻의 레알타르(le’altar)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일투르는 어떤 문제를 맞닥뜨려도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생각해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으로 여겨진다. 짜여진 계획에 의존하지 않고, 순간에 충실하게 적응하는 자세를 높이 사는 것이다. *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익숙한 이스라엘 사람들 - 이스라엘 아이들은 매일 방공호로 달려가는 게 일상이다. 미사일 공격이 한창일때도 아이들은 매일 걸어서 학교에 간다. 총리와 경찰은 주변을 경계하되 평소와 같이 외출하면서 일상을 지키라고 얘기한다. 이런 온갖 스트레스와 위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인터네이션스 가족생활지수가 꼽은 ‘세상에서 가장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이스라엘은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개발 목표가 군사정보 보안 강화지만 이 기술을 민간 보안 분야에 까지 확장한 것이다. 전 세계 정부와 포춘 100대 기업이 사용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스라엘의 글로벌 기업 체크포인트가 이렇게 탄생했다.* ‘조핌’을 통해 청소년기부터 기업가정신을 배운다 -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소년 운동은 우리의 스카우트와 같은 ‘조핌’이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청소년 단체다. 205개가 넘는 부족에서 무려 8만 5000명이 참여한다. 조핌 홈페이지에 실린 설명을 보면 이곳의 임무는 ‘청소년의 교육 및 가치를 확립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청소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핌 회원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남들과 다른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로 똘똘 뭉쳐 있다. 물론 어른의 개입은 최소화된다. 혁신을 기반으로 한 이런 공동체적 특성이 기업가정신 함양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소년들도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른다 - 이스라엘에서는 16세면 미래를 준비하는 나이로 인식된다. 그런 아이들에게 리더 자격을 부여해 사회활동을 주도하도록 독려하는 단체가 흔하다. 그 가운데 하나인 리드(LEAD)인데. 사회지도나 심리학 교육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청소년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2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활동인 ‘마그쉬밈’과 ‘사이버 걸즈’도 있다.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데, 이 때 기술정보 부대에 입대하기 전에 사전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온라인 및 컴퓨터 공학을 교육한다. 정보부대의 인력 부족 해소가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졸업생과 17세 연수생이 14,15세 후배를 가르치는 등 하나의 청소년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군 복무 전 1년의 지역봉사 필수 -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가 1년 간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자기계발 시간을 갖도록 지원한다. 군대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도록 임대 준비를 돕는 한편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선량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목적이다. 학부 준비과정인 ‘메키나’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철학과 심리학 정치경제학 문학 역사 등을 자유롭게 탐구한다. 공공근무 프로그램인 ‘스나트 쉬러트’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시골이나 낙후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미성년과 성년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보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준비를 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속하게 될 사회를 탐구하고 자아를 찾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 민간과 가까운 이스라엘의 군대 - 이스라엘에서는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동안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이 나라에선 군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낯설고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며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로 간주된다. 훈련기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군인들은 선임을 계급 대신 이름으로 부른다. 전투 도중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소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린다. 병사 대부분이 최소 20일에 한 번은 휴가를 받는다. 대부분 자신이 성장한 마을 가까이에서 복무토록 해 민간인과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 군에서 장교가 되려면 먼저 일반병사로 입대해 훌륭한 장교가 될 잠재력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방위군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장교의 자질을 갖춘 병사를 골라내 6개월 동안 훈련한 후 부대로 복귀시켜 지휘관으로 남은 복무를 마무리하게 한다.* 군에서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첨단 기술인재를 키운다 - 이스라엘 방위군의 선별 및 분류 과정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학업성적 요약본을 제출받아 입영 대상자의 기술과 지식 상태를 먼저 살핀다. 전문적인 건강검진을 거쳐 심리상당사의 면담을 받은 후 최소 4개월 이상 훈련을 통해 평가기법, 심리학, 대인관계, 정신적 문제 및 스트레스 진단법 등을 배운다. 이후 신병을 각 부대에 배치하는데 이 과정에서 육군 해군 공군이 나뉘고 일부는 엘리트 부대에 배치된다. 이후에도 심리학자와 부대 전문가와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한다. 첨단기술 및 사이버 분야에서 이런 과정은 특히 빛을 발한다. 과거에는 전문지식이 중시되었으나 이제는 점차 순발력과 유연한 사고, 학습속도,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이스라앨 최정예 정보부대 ‘유닛 8200’ -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대 중 하나다. 전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0.01%의 청소년만이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합류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신병을 뽑을 때 성적 보다는 학창생활에 참여한 사회활동에 더 큰 비중을 둔다. 특히 8시간 동안 이어지는 인지능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실전처럼 구성된 상황에서 팀워크, 리더십, 스트레스 대응능력, 의견을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부대원은 자격 요건 충족과 관계없이 심사과정에서 후보 1명을 추천할 수 있다. 팀워크와 성실성, 인내심, 컵퓨터 기술, 언어 능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두루 갖춰야 한다. * 창업 대물림 성공모델 ‘유닛 8200 전우회’ - 이스라엘에서는 군 복무 이력을 강점으로 인식할 뿐만아니라 군대에서 새롭게 형성한 사회적 관계망이 발돋움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특히 군대가 이스라엘 사회 계급 및 계층의 경계를 허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닛 8200 전후회의 경우 출신 부대원들이 곳곳에서 유명세를 떨치면서 ‘군사자본과 민간자본의 성공적인 결합 모델’로 손꼽힌다. 이 전우회는 아직 구상 단계인 신생 기업에 도움을 준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저자 역시 이곳 출신으로 유닛 8200 전우회 대표를 맡아 EISP라는 지원 프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창업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이 100여 곳에 이른다. 이들 역시 따로 동문회까지 만들어 또다른 후배들을 지원한다, * 수평적 문화의 이스라엘 방위군 - 이스라엘 방위군은 3년 또는 5년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또 대부분 장교는 평범한 신병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일부를 차출해 공급된다. 모든 이스라엘 장교가 한 때는 병사들과 똑같은 신병이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다른 나라 군대에서는 볼 수 없는 수평적 계급문화가 형성된다. 병사와 장교는 서로를 존중한다. 계급이란 개인이 지닌 역량과 지휘 능력을 인정한다는 징표로 여겨질 뿐이다. 계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추구하고, 모든 군인은 조직의 전체 목표를 이해하고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이런 수평적 구조는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의사소통을 빠르고 원활하게 만든다. 1967년 6일 전쟁의 승리도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의 결과라고 이들은 믿고 있다.* 내 몸에 맞게 무기까지 바꾼다 ‘쉬프주르’ - 이스라엘 군인은 입대하는 순간부터 장비와 군복 심지어 무기까지 자기 몸에 맞게 개조한다. 이런 행동을 쉬프주르(shiftzur)라고 한다. 기존 물건이나 장비를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 필요에 맞춰 바꾸는 행동을 말한다. 거의 모든 군인이 헬멧과 조끼 무기를 개조한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에 맞춰 소지품을 바꾸기도 한다. 방위군도 제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에 의해서든 부대의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서든 자유롭게 장비를 개조하라고 오히려 장려한다. 쉬프주르는 이스라엘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렇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적응하고 변화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는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개선을 이뤄낸다.*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이스라엘 - 이스라엘 내 전자통신 분야의 인재집합소 역할을 하는 유닛 8200 출신들이 창업해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수억 달러에 이른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먼저’라는 신념이 중요하다. 협동을 통해 창의성이 자극된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어려서부터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을 경험한 덕분이다.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들 네트워크에 의존하면서 살아가니, 이스라엘 사회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데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용무 때문에 줄을 서면, 거의 예외 없이 대화가 시작된다. 친근한 사회적 관계는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된다.  * ‘빅 트립’ 통해 개방성과 역경극복의 경험 배워 - 이스라엘 사람들은 장기 해외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이다. 2015년 기준으로 인구의 약 37%가 해외여행을 떠났다. 군 복무를 끝낸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대부분 아시아나 남아메리카로 긴 여행을 떠난다. 아시아로 떠나는 이들이 절반이고 미국이나 유럽은 2% 정도에 불과하다. 그곳에서 낯선 문화를 경험하고 고난과 역경을 배운다.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이를 극복한 후 엄청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를 현지인들은 ‘빅 트립’ 또는 ‘위대한 여정‘이라고 부른다. 이 여행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대부분 노마드가 혼자 여행을 즐기는 데 반해 이스라엘 노마드는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혼자 여행을 떠났어도 중간에 만나 무리에 합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빅 트립을 통해 학업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 맹목적 긍정심 ‘이히예 베세데’와 선민의식 ‘티쿤 올람’ -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맹목적일 만큼 긍정적인 신념을 가졌다. 히브리어로 이를 ‘이히예 베세데(yiheye beseder)’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문화와 유대인의 역사에서 탄생한 정신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억압에도 살아남았던 자신들이기에 어떤 역경과 위험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이다. 미래에는 무조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런 낙관주의는 이스라엘 첨단 산업이 결실을 맺고 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신을 믿고 상대방을 믿는 데서 오는 낙관이다. 유대인들은 선택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이 강하다. 여기에 누구보다 특별하고 강한 민족이라는 믿음으로 “우리가 세상을 ‘수리한다’”고 믿는다. 이를 ‘티쿤 올람(tikkun olam)’이라고 한다. 맹목적인 낙관주의와 달리 티쿤 올람은 수 세대에 걸친 경험과 생존의 역사를 바탕에 둔 깨어 있는 낙관주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이스라엘은 변화와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28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문학'으로 자축하는 한러 수교 30주년, 2년여의 대장정 ‘5+5’ 프로젝트 마무리!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문호이자 소설가, 비평가, 사상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의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속 6편의 단편과 17편의 시는 한국어로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수용소군도’ 등의 소설가이자 1970년 노벨상 수상자이며 ‘러시아의 양심’으로 평가받는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의 보기 드문 평론집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도 한국 독자와는 첫 대면이다.한국에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을 출간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왼쪽)와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11월 ‘웃음과 풍자 코드로 읽은 도스토옙스키 단편선’과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출간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러시아문학번역원과 공동진행한 ‘5+5’ 공동 번역출판 프로젝트가 2년여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앞서 5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신세대 작가 빅토르 펠레빈(Victor Pelevin)의 SF 소설 ‘아이퍽10’을 시작으로 7월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관계단절 극복과 자연으로의 회귀 여정을 담아내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Yury Pavlovich Kazakov)의 단편선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9월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인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줄레이하 눈을 뜨다’가 출간된 바 있다. 한국에 SF 소설 ‘아이퍽10’을 출간한 빅토르 펠레빈(왼쪽부터), ‘줄레이하 눈을 뜨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유리 카자코프(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5권의 러시아 작가 작품집 초역 여정의 출발점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러시아의 외국문학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시인이자 평론가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과 도서관직원들이 또 다른 행사를 진행 중이던 러시아문학번역원 사람들을 맞닥뜨렸다. 서로의 존재와 자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동일한 기관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잠깐의 만남에서 “함께 2020년의 한러수교 30주년을 준비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시작된 ‘5+5’는 한국과 러시아의 대표문학 작품 각각 5권을 양국에 교차 번역 출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함께 해온 한국문학번역원의 최후희씨는 “한국에 출간된 러시아 작품은 모두 초역”이라며 “상업출판이 아닌 기획사업으로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작품을 새롭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러시아에 ‘태평천하’를 출간한 채만식(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한쪽의 일방적인 문학소개가 아닌, 양국이 문학으로 교류한 거의 첫 번째 사례이자 다섯권씩 순차적으로 한꺼번에 출간된 것도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 출간된 한국작품들은 한국문학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조망할 수 있도록 근현대를 아우르는 것들로 꾸렸어요. 한국에서 러시아문학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고전작품을 중심으로 소개돼 왔어요. 이번 ‘5+5’를 계기로 우수한 러시아 현대문학작품을 새롭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러시아 작품들은 사상과 정치상황을 등장인물에 빗대거나 상징과 은유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러시아의 역사, 사회, 문화, 정치상황, 이데올리기의 변화 등이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책장 하나 넘기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되곤 한다. 러시아에  ‘놀란 가슴: 20세기 한국시 100선’을 출간한 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사진제공=한국문학번역원, 토지문학관, 작가 본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5+5’ 프로젝트 번역을 총괄한 방교영 한국외대 교수는 “러시아 문화와 정서를 우리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고자 했다”며 “가독성 높은 번역과 문화 간 소통을 위한 번역에 집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출판사 텍스트(TEXT)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작품은 채만식의 ‘태평천하’ 한용운·윤동주·박경리·김남조의 시선집 ‘놀란 가슴: 20세기 한국시 100선’, 이문열의 ‘타오르는 추억’,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출간됐다.선정위원회를 꾸려 번역가들과 선정한 작가와 작품들은 러시아와 인연이 있거나 어느 정도 알려진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채만식은 2016년 말 문예지 ‘이나스트란나야 리쩨라뚜라’(외국문학) 한국 문학특집호에 단편 한 작품이 다뤄진 바 있으며 박경리는 러시아 제2의 수도 상트페데부르크에서, 윤동주, 이문열과 김영하는 러시아 전역에서 꽤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언어는 물론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양국 대표 문학을 교차 번역 출간하는 여정에 어려움도 없지는 않았다. 러시아에 번역출간할 시선집 콘셉트를 ‘여류시인’으로 설정했지만 러시아문학번역원 측에서 “굳이 ‘여류’일 필요가 있냐”는 입장을 전해와 적정선을 찾아야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기획 및 방향을 설정하고 민간출판사가 협력하는가 하면 번역가, 원저작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의견합치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게 쉽지 않은 2년여의 여정을 통해 러시아에 출간된 한국 작품들과 한국에 최종 출간된 작품들은 양국에 새로운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문열의 ‘타오르는 추억’(왼쪽부터),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김영하(ⒸBlossom)의 ‘빛의 제국’이 러시아에 번역돼 출간됐다(사진=본인제공)11월에 출간된 솔제니친 평론집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 중 ‘작은 공간의 민주주의’와 곧바로 이어지며 한국의 지역자치제도를 떠올리게 하는 ‘젬스트보’는 흥미롭고 ‘붕괴하는 러시아’ 중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힘으로 현재의 파괴적 시간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운명에 지치고 무관심한 우리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구절은 인권말살, 전쟁과 테러, 가난과 굶주림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음하고 있는 인류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도스토옙스키의 단편선에서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는 작품들을 주로 접했던 도스토옙스키의 풍자와 유머, 예리함을 맛볼 수 있다. 현재는 한국문학번역원장, 주한러시아대사관, 작가 등이 참여한 독서릴레이를 진행 중이며 이후에는 “러시아문학번역원과 시리즈 번역출판, 공동문학행사 개최 등 다양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1-24 18:45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정경화

북유럽의 핀란드는 여러 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나라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교육과 경제를 담당했던 기자 출신으로, 길지 않은 현지 경험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구석구석을 취재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들을 매섭게 지적한다. 핀란드에서는 교장이 잡무를 처리하고 교사는 오로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생을 키우는 일에 전념하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내는 고율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 훤하게 알 수 있기에 정부를 믿고 따른다. 개인 정보조차 믿고 정부에 제공한다. 노키아가 망해도 억지로 살리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타트업을 키워 경제와 산업의 총체적 위기상황을 역전시켰다. 우리와 확연히 다른 나라 핀란드를 경험해 보자.     * 사교육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 OECD의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기준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 평균은 주당 3.6시간에 이른다. 회원국 평균치는 36분이다. 반면 핀란드는 주당 6분에 불과하다.* 핀란드 사교육 기관 발메누스케스쿠스(valmennuskeskus) - 최근 생겨난 핀란드 사교육 기관으로, 직역하면 ‘훈련센터’다. 원래는 직업교육 기관이었다가 몇 해 전부터 대학별 교사를 대비하는 대학 준비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학별 고사 2~3개월 전부터 학생이 희망하는 학과에서 제시한 전공 서적을 함께 읽고 예상문제를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핀란드에서도 앞으로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핀란드인들은 “사교육은 손해보는 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 논리력을 중시하는 핀란드 교육 - 객관식이나 선다형 문제는 수학 과학 시험에만 출제된다. 국어 역사 등 대부분 과목은 주관식 혹은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 1990년대부터 창의성 교육 - 핀란드 학교는 1990년대부터 창의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10년 주기로 교육 제도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데, 창의 인재 육성을 주요 테마로 삼은 것이 이때부터다. 1980년 후반부터 핀란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아지고 결국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험하고 서로 협력하는 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2015년 마틴번영연구소의 글로벌 창의성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139개국 중 핀란드는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5위에 올랐다. 한국은 31위였다. * 교사들에게 전권을 주다 - 초중등 교육에서 학교 자율성과 개인 맞춤형 학습이 강조되면서 학교 교장이 자신의 철학과 지역 여건에 맞게 예산을 짜고 교사를 뽑을 수 있게 했다. 교사에게는 수업과 학생 평가 방식, 진도, 교재 선택 등의 전권을 주었다. 상부 기관이 학교 운영 상황을 살피는 학교 시찰 제도와 전국적인 학력 평가 제도를 폐지한 것도 이때다. 과목별로는 수학과 과학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일선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믿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 교장이다. 교장은 학교의 리더이긴 하지만 행정가로서 역할이 더 크다. 잡무는 전적으로 교장의 몫이다.* 대학 통폐합 가속화 - 2019년 말 현재 핀란드 전역에 대학이 13곳, 응용과학대학이 22곳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예산을 대는 정부가 입학 정원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 통폐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 해 대학 지원자의 3분의 1 정도만 그 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나머지는 재수를 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 의대와 법대 사범대의 경쟁률이 매년 가장 높다. * 고난도 대학입학지격시험 -  핀린드 대학에 진학하려면 우선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전국 모든 인문계 고교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에 지원할 수 없다. 핀란드 12년 초중고 생활을 통틀어 국가 단위 시험으로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매우 고난도 시험으로, 과목마다 최하위 5%는 탈락하는 상대평가 시험이다. 봄과 가을 두 차례 본다. 국어 제2국어(스웨덴어) 외국어(영어 독어 등) 수학 일반과목(사회 과학 중 3과목 이상 선택) 가운데 최소 7과목에 응시한다. 하루에 한 과목 씩 과목 당 6시간 씩 치른다. 연속 3회까지 지원힐 수 있고, 4과목 이상 통과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지원할 자격이 주어진다.  * 수능 답안을 담임 선생님이 체점하는 핀란드 - 핀란드 학생들은 자기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본다. 그리고 해당 학교 교사가 답안지를 거두어 1차로 채점한다. 선다형 객관식 문제보다는 서술형 문제가 많아 기계로 일괄 채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체점 기준이 제시되는데다 정부나 학부모 학생 모두 교사들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핀란드에서는 역사적으로, 정책적으로 교사를 존중하고 존경해 왔다. 이렇게 채점된 답안지는 시험위원회에 보내져 2차 검토 후 최종 점수가 확정된다.  * 고교 졸업생의 30%만 대학으로 - 핀란드에서는 졸업 후 대학에 곧장 진학하는 인문계 학생이 30% 안팎에 불과하다. 2019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반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77%에 이른다. 핀란드의 경우 일반 대학이 13곳 밖에 없어 대학 진학 지체가 어렵다.   * 고졸과 대졸 임금 격차 최대 7% - 핀란드에서는 전공이 보다 세분화되는 석사 학위까지는 받아야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핀란드에서는 고졸과 전문대 및 대졸자이 임금 격차가 4~7% 정도다.* 무상교육의 재원 ‘높은 세금’ - 핀란드 학생들은 만 5세 유치원 1년 과정부터 초중고 대학과 대학원까지 돈을 내지 않고 다닌다. 핀란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무상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교육이 공짜인 것은 물론 학생 보조금과 주택 지원금 까지 나라에서 매달 수십 만원 씩 준다. 고등학교까지는 급식도 무료다. 중학교에 가지 못한 빈곤 하류층 자녀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민학교에 가서 직업 교육을 받는다. 핀란드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은 높은 세율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자기소득의 3분이 1 정도를 뚝 떼어 세금으로 내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핀란드의 법인세는 20%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반 국민들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핀란드가 영어에 집착하는 이유 -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영어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글로벌 교육기업 EF가 전 세계 비영어권 88개국의 ‘영어 유창성 지수’를 내놓는데, 2018년 기준으로 스웨덴이 수년째 1위이고 핀란드와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모두 10위권이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의 작은 나라인데 수출로 경제를 지탱한다. 때문에 영어를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수업이 필수다. 2019년부터는 헬싱키에서는 1학년부터 외국어 교육을 실시한다. 대부분 영어를 선택한다. 말하기 위주의 실용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핀란드 교육의 난제 ‘남녀 학력차’ -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핀란드 여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 3개 영역에서 모두 남학생을 압도했다. 읽기에서 평균 점수차가 47점에 이르기도 했다. 미국 미주리대학과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이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참여국의 70%에서 여학생 성적이 남학생 앞질렀다고 한다.* 학교 언어 폭력부터 잡는 핀란드 - 핀란드 종합학교 1~9학년에 ‘키바 코울루(Kiva Koulu)’가 도입되어 있다. 핀란드어 키바는 ‘신나는’, 코울루는 ‘학교’라는 뜻으로, ‘폭력이 없어서 신나는 학교’를 말한다.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지원보다는 학교 폭력을 방관하는 제3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피해자 편에 서게 하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투르쿠대학은 학교 내 괴롭힘에 어떤 ‘구조’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체 학생 중 8%가 가해 학생이고, 12%는 피해 학생, 20%는 가해자를 부추기거나 돕는 학생들이었다. 피해 학생 편을 드는 조력자 그룹은 17% 정도였고, 나머지 24%는 방관자들이었다. 이런 방관 학생들을 조력자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 괴롭힘 상황이 벌어질 때 가해 학생을 제지하고 선생님에게 달려가 이를 알리는 행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식이다. 현재 핀란드 학교 2603곳에서 키바 코울루를 운영하고 있다.  *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핀란드의 교육 - 핀란드가 전후 유럽 최빈국에서 북유럽 강소국으로 성장한데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핀란드 교육의 모토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교육’이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훌륭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핀란드 교육위원회는 ‘교육은 사회 경쟁력과 복지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쟁배상금 원조를 거부하고 산업을 키워 빚을 갚다 - 핀란드는 1944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영토 일부를 떼어주었을 뿐만아니라 어마어마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미국이 유럽 각국에 마샬 원조를 제안했으나 핀란드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지는 꼴”이라며 거부했다. 대신 생산 물자로 갚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 제지 기계 등 핀란드 핵심산업의 기틀이 잡힌다. 놀랍게도 핀란드는 겨우 8년만인 1952년에 배상금을 모두 상환한다. 핀란드 생산재에 익숙해진 소련은 이제 제 돈을 주고 핀란드 제품을 수입해 간다.* ‘금 모으기’의 원조 핀란드 - 1980년대 핀란드는 ‘카지노 거품’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한 확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경제는 급속도로 무너졌다. 1993년이 최악이었다. 회사들이 은행에서 발린 돈을 갚지 못해 망하고 은행은 부도가 났다. 한 해 동안 7400개 기업이 도산하고 50만명이 해고됐다. 핀란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외자 부채가 많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자 핀란드는 1993년에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다. 금붙이를 내놓고 철 반지를 받아가기도 했다.  * 100년간 핀란드 경제와 흥망성쇠 함께 한 노키아 - 노키아는 제지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에 20여개 제조업을 거느린 핀란드 최대 재별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 소련 붕괴로 핀란드 경제가 휘청이면서 노키아도 매출이 급감해 CEO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때 노키아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주력인 제지 펄프 고무 타이어를 매각하고 무선통신 사업에 올인키로 결정한 것이다. 1998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등극해 14년 동안 군림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핀란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 수출의 20%를 담당했다. 그러나 2007년 6월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다시 몰락이 시작된다. * 노키아를 포기한 정부와 국민들 - 노키아가 결국 휴대전화 사업을 팔아치웠을 때 핀란드의 카타이넨 총리는 “정부는 노키아 지분을 사들여 그들을 떠받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너진 사업에 정부 자금을 쏟아붇지 않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후 로비오와 슈퍼셀 등 신생 게임회사들이 단숨에 유니콘으로 등극한다. 국민들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정부가 자금투입해 봤자 살려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에 동조했다. * 퇴직 창업도 돕고 노키아도 부활하고 - 노키아도 ‘노키아 브릿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퇴직자들이 모여 창업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괜찮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1인당 2만 유로(약 2600만원) 지원금을 지급했다. 퇴직자 가운데 상당 수가 IT 기업을 창업해 핀란드를 창업의 나라로 탈바꿈시키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노키아 역시 대변신을 시도해 무선 네트워크 장비 생산에 집중한 끝에 지금은 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와웨이에 대적하는 경쟁자로 부상했다. * 핀란드 IT 창업의 롤 모델 ‘슈퍼셀’ - 클래시 오브 클린을 만든 게임회사 슈퍼셀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은 핀란드 창업가들의 롤 모델 1위 기업인이다. 이 회사는 중국 텐센트에 86억 달러에 인수됐다. 파나넨은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스타트업을 위한 최고의 기회였다. 장기적으로 핀란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몰려들었던 고급 인재가 벤처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슈퍼셀을 비롯한 핀란드 IT 기업에게 노키아의 실패는 반면교사였던 것이다.* 핀란드를 떠나는 젊은 두뇌들 - 핀란드에서는 지금 심각한 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2016년 외국으로 이주한 25~34세 인구가 551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5%나 늘었다. 2015년에만 박사 학위 소지자 375명이 떠났다. 이 같은 두뇌 유출은 대미 기술 격차의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영국 타임즈 등은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핀란드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 삭감을 꼽는다. 예산이 줄어든 대학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2017년부터 유럽연합 밖 외국인 유학생에게 연간 1만 유로 이상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우수 인력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2019년 34세에 최연소 총리가 되어 주목을 끈 산나 마린 사회민주당 대표는 복지 확대 드라이브를 걸면서 교육 예산도 원상 복구시키겠다고 공약했다.* 2년 만의 기본소득 실험 중단 -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년 기한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중앙정부로는 처음으로 전 국민 대상으로 도입한 것이다. 전국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월 560 유로(70만원)를 지급키로 했다. 대상이 되면 기존에 받던 실업 육아 질병수당 등은 중단키로 했다. 도중에 일자리를 구해 근로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기본소득은 그대로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실업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40여 복지수당이 엉켜 통제 불가능해진 복지제도를 간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제도는 당초 예정대로 2년 만에 종료되었고 보고서가 2019년 2월 8일에 나왔다.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어도 기본소득이 끊어지지 않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실업자들은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재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정부는 기본소득제도를 복지 개혁모델로 삼는 데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유니버설 크레딧’ 같은 실직자 독려 제도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에 최소 몇 시간 이상 일했거나 직업 훈련받은 것을 증명한 경우에만 실업 급여를 주는 방식이다.  * 독립적인 삶을 중시하는 핀란드 복지 - 핀란드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 가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핀란드는 자신을 스스로 돌보기 어려운 사람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제도를 잘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삶을 꾸리지 못하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 노인 주거 커뮤니티 ‘로푸키리(Loppukiri) - ‘마지막 전력질주’라는 뜻이다. 2000년에 창설된 ’활동적인 노인들‘의 첫번째 프로젝트다. 헬싱키 아라비안란타 지역에 있는 노인 주거 커뮤니티로, 정부가 헬싱키 사유지를 건물 부지로 싼 값에 장기 임대해 준다. 7층짜리 건물에 총 58세대, 70여명의 노인이 거주한다. 입주자 평균 나이는 69세이며, 최고령자가 90세다. 1인용이 36~48제곱미터, 부부는 80제곱미터 공간을 받는다. 식당 체육관 공용거실 세탁실 사우나 약국 등이 갖춰져 있다. 가족들과 즐길 게스트 룸도 있다. 입주 비용은 중간 사이즈인 48제곱미터가 2020년 기준으로 27만 유로(약 3억 5400만원). 가장 작은 곳은 2억원을 상회한다. 노인을 돌보는 직원이 없다는 게 일반 양로원 등과 차이다. 내부 규칙은 공동체 정신에 충실할 것,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공용 공간을 관리하며 식사할 것,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것, 자금자족할 것 등이다. 블로그도 노인들이 직접 운영한다. 이곳이 인기를 끌자 2015년에 코티사타마(Kotisatama)라는 두번째 노인 거주 시설이 칼라사타마 지역에 오픈했고 세번째 시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모두 헬싱키시가 부지를 제공한다.  * 대중적 인기를 포기한 정치인 총수 - 17%에 가까운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한 1994년에 핀란드 국민들은 36살의 에스코 아호 주도당 당수를 총리로 선택했다. 그는 침몰 직전의 핀란드를 구하기 위해 고강도 기업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핀란드 화폐의 환율을 평가절하하고 1995년에는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아동수당을 줄이고 기초연금 수급 기준도 강화했다. 4년 후에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퇴임하던 1997년에 핀란드 경제는 6.3% 성장한다. 그는 뒤늦게 ‘핀란드 경제회복의 발판을 다진 정치인’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 핀란드 11월 1일은 ’질투의 날(Jealous day)‘ - 전 국민 550만명의 전년도 총소득과 세금 납부 내역이 공개되는 날이다. 누구든 국세청에 찾아가 열람을 신청하면 다른 사람의 납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무려 19세기말부터 빈곤층에 대한 세금 면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인들의 납세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핀란드인들은 세무 당국을 신뢰하며 국가 유지를 위해 자신이 내는 세금에 대해 98%가 동의한다. 핀란드 정부가 국민 총소득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거두는데도, 국민들은 별 불평없이 세금을 내는 이유도 과세 정보 공개 덕분이다. * 시민 신뢰를 업고 원전을 늘리다 - 핀란드에는 원자력 발전소 4기가 작동 중이다. 생산 전력의 34%, 수입해 쓰는 전기까지 포함한 전략 사용량으로 따지면 25%를 원전에 의존한다. 한국과 달리 핀란드는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다. 현재 25% 수준인 원전 의존도를 35%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탄소 배출 없는 청정 합리적 에너지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1986년 헬싱키에서 불과 1400킬로미터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6번째 원전부지로 선정된 피하요키에서는 주민 68%가 원전 건설에 찬성했다. 정부가 어떤 보강책도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은 알자리가 늘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유치를 적극 희망했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수년 간 전문가들의 논의와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정부 책임 하에 결정하고 진행하고 있다. 온칼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확정하는데 무려 17년이 소요되기도 했다.* ‘헬스케어의 메카’로 거듭나는 핀란드 - 핀란드에는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 글로벌 자금이 쇄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 민간기업이 바이오 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핀란드 국민드의 의료 생체 정보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과 성별 나이 직업 등 상세 신상정보는 물론 진료 및 처방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국민들이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모든 의료기록이 자동 저장된다. 현재 이 ’정보의 호수(data lake)에는 핀란드 전 국민의 98% 정보가 모여 있다. * 유전자 정보까지 국민 동의 하에 DB화 - 정부는 2017년에 국민의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핀젠(Finn Gen)’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핀란드인과 유전자의 합성어다. 정부 주도로 2023년까지 총 5900만 유로를 들여 핀란드 국민 10%에 달하는 5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2013년에 민간기업이 의료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바이오뱅크법’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2019년에는 수집한 정보를 연구 목적 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의료 정보의 2차 활용법’을 제정해 뒷받침했다. 고령화 시대의 미래 먹거리가 헬스케어 및 바이오 산업에 있다고 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선 것이다.* 만족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 - 유엔의 1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제치고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핀란드인들은 ‘부’를 ‘행복’으로 바꾸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들이 일군 성취를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알기 때문에 행복감이 높다는 평가였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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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1일1강 논어 강독> 박재희

우리는 어려서부터 직간접적으로 논어를 접해 왔다. 누구나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울림 큰 가르침과 명구들을 배우고 자랐다. 하지만 논어 전체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어를 현대적 언어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들의 관심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하고 특히 하루 한 문장 씩 익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동양철학자인 저자는 논어를 시작으로 도덕경, 손자병법 등 고전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옥(玉)의 4단계 가공법 ‘절차탁마(切磋琢磨)’ - 원석을 자르고(切) 썰고(磋) 쪼고(琢) 가는(磨)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옥이 탄생한다. 옥이 가공을 통해 빛나는 옥으로 만들어지듯이 인간도 학습과 교육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성숙해 질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인성의 완성’ 미학지학(未學之學) - 배움이 적지만 인성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한번도 배운 적이 없는 미학이라도 훌륭한 인성을 갖고 있다면 그 사림이 진정 배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 지지부지 부지시지(知知不知 不知是知) -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란 뜻이다. 노자도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모르는 자들이 말이 많다”고 했다.* 박학 독지 절문 근사(博學 篤志 切問 近思) - 배움은 넓게, 뜻은 독실하게, 질문은 간결하게, 생각은 현실적으로 하라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는 자고 먹고 생각하고 관계하고 일하는 모든 것이 학습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중용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다. 박학(博學) 審問(심문) 愼思(진사) 明辯(명변) 篤行(독행)이다. * 고집불통 ‘정장면(正牆面)’ -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 꽉 막힌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고집불통’이다. 공자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詩)를 공부하라고 늘 얘기했다. 시를 안 읽으면 이런 사람이 된다고 했다. 공자는 특히 시경의 ‘주남’과 ‘소남’을 꼭 읽으라고 권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시의 일관된 주제가 사랑이다. 결국 ‘사랑의 시를 읽지 않으면 담벼락처럼 꽉 막힌 사람이 된다’는 얘기다.* 공자의 ‘인간 지능 4단계’ - 최고 단계는 생이지지(生而知之)다. 남다른 지능을 갖고 태어나는, 하늘이 낸 천재다. 다음은 학이지지(學而知之). 배워서 지적능력을 배양해 나가는 사람으로, 노력형 인재다. 다음은 곤이학지(困而學之). 부족함을 알고 노력해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사람이다. 마지막은 곤이불학(困而不學). 배우지도 않고, 학습해도 효과가 없는 사람이다. * 말만 앞서는 ‘치궁(恥躬)’ - 말은 잘하는데 실천을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유교적 사고의 하나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도 “내가 한 말을 내 몸이 제대로 실천하지 못함을 부끄러워 하라”고 했다. 옛날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한 말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함을 부끄러워 했기 때문이라고 공자는 가르쳤다.* 불간섭 ‘부재기위(不在基位)’ -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가 이르길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基位 不謨基政)”라고 했다. 그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평가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소인지과필문(小人之過必文) - 소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드시 변명하려 한다. 공자는 ‘잘못’을 정의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라고 일갈했다.* 분수를 아는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 - 내 자리가 아니면 앉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자리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명분’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뜻의 기소불욕 물서의인(己所不欲 勿施於人)도 비슷한 의미다.* ‘스스로에 엄격하라’ 자후박책(自厚薄責) -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을 말한다.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자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과 같은 말이다.* ‘즐거움도 나름’ 익자손자(益者損者) - 이익이 되는 세 가지 즐거움과 손해가 되는 세가지 즐거움을 말한다. 공자는 유익한 즐거움으로  예와 음악을 통해 내 삶을 조절해 나가는 것, 타인의 장점을 드러내고 칭찬하는 것, 현명한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을 들었다. 반대로 손해보는 즐거움으로는 교만하고 으스대는 즐거움, 질펀하게 노는 즐거움, 잔치와 향응에 빠지는 즐거움을 들며 경계했다.* 난세의 처세술 ‘무도즉은(無道則隱)’ - 천하에 도가 없으면 은거하라, 즉 난세에는 조용히 물러나 나를 지키라는 뜻이다. 권이회지(卷而懷之)도 비슷한 말이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조용히 생각을 접고 가슴 속 깊이 감추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세상을 사는 방법에 대해 다섯 가지를 얘기했다. 독실한 믿음과 지속적인 배움, 죽음을 각오한 가치의 수호,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의 처신, 출세와 은거의 적절한 선택, 부귀에 대한 처신 등이다. 그리고 그 모든 기준점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여부였다.* 방무도즉우(邦無道則愚) - 세상이 어지러우면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공자가 위나라 귀족인 영무자를 흠모하며 한 말이다. 그는 세상이 밝을 때는 관직에 나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으나 세상이 어지러우면 자신의 지혜를 숨기고 어리석은 척 처신하며 관직에서 물러나 목숨을 보전했다. 공자는 “그의 지혜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지만 그의 어리석음의 처신은 따라가기 힘들다”고 감탄했다. * ‘세상이 나를 알아주면…’ 용즉행 사즉장(用則行 舍則藏) - 세상이 알아주면 나아가고 나를 버리면 조용히 물러가라는 뜻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면 세상에 나가 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사는 것이 선비의 중요한 진퇴 철학이라고 공자는 가르쳤다.* 나라 망치는 입 ‘오리구(惡利口)’ - 말 잘하는 입을 증오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자신이 증오하는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명분 없는 사람이 명분 있는 사람 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원문은 ‘자주색이 붉은 색의 자리를 빼앗는다’이다. 자주색은 굴러온 돌, 붉은 색은 박힌 돌을 상징한다. 둘째는 남녀간의 음란한 음악인 정나라 음악이 고전 음악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우다. 셋째는 말 잘하는 사람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고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공자는 묵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상대방부터 알아줘라’ 환부지인(患不知人)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라는 뜻이다. 상대방 입장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완벽함은 없다’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 한 사람에게 완벽함을 바라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노나라 제후였던 주공(周公)은 아들 노공(魯公)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네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주변 사람들을 버리지 말라. 특히 함께 창업한 사람들과는 끝까지 함께 가라. 둘째, 중요한 사람들에게 능력에 맞는 역할을 맡겨 그들이 원망하지 않게 하라. 셋째, 옛 친구들은 왠 만하면 끝까지 함께 하라. 넷째,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완벽하길 바라지 말라. 리더의 조직 운영 원칙을 주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준 것이다.* 진정한 친구 ‘익자삼우(益者三友)’ - 삶에 이익이 되는 친구의 덕목으로 공자는 정직, 진실, 식견을 말했다. 인성이 좋고 세상의 이치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한 친구를 중시한 것이다. 손해가 되는 친구의 유형도 얘기했는데, 비위를 잘 맞추고, 아부 잘하고, 말 잘하는 친구다.* ‘충언도 정도껏’ 삭욕삭소(數辱數疏) - 신하로서 충언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 자주 하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좋은 말도 너무 하면 잔소리가 되듯,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듣지 않으면 너무 자주 해선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상대방 잘못을 지적했는데 그것을 잘 들으려 않는다면, 더 이상 같은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논어는 말한다.* ‘너 자신을 알라’ 불환무위(不患無位) - 자리가 없음을 고민하지 말고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을 갖추었는지 고민하라는 뜻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먼저 알아줄만한 사람이 되기를 구하라는 의미다.* 상사와 부하의 도리 ‘간간(侃侃)·은은(誾誾)’ - 공자는 아랫사람에게는 강직한 상사, 상사에게는 온화한 부하, 주군에게는 공경와 예의를 다하는 사람이었다. 강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상사의 모습이 바로 ‘간간’이다. 깐깐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 하다. 은은은 온화하고 따뜻한 모습이다. 은(誾)은 온화할 은이다. 윗사람을 따르고 존경하는 아랫사람의 태도이다. * ‘세가지 실수’ 삼건(三愆) - 공자는 윗사람과 대화할 때 ‘세 가지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급함, 숨기기, 분위기 파악이다. 공자는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꺼내지 말라고 했다. 조급함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잘 다스리라 가르쳤다. 상대가  말을 꺼냈는데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생각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란다. 상대방 안색을 살피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것도 금기다. 여기서 건(愆)은 허물을 뜻한다.* 기욕립이립원(己欲立而立人) - 내가 서고자 하면 남부터 서게 하라는 뜻이다. 공자는 “내가 서고 싶으면 상대방도 서게 해주고, 내가 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상대방도 도달하게 해 주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 ‘내 사람부터’ 선리기기(先利基器) - 기술자가 일을 잘 하려면 반드시 공구부터 먼저 잘 다듬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우호세력을 만드는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시작이라고 했다. 그렇게 자리와 역할을 만들려면 주요 인물들을 먼저 우호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회덕(懷德)과 군자의 세가지 도(道) -  회덕이란 ‘가슴 속에 덕(德)을 품고 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군자의 세가지 도란, 불우(不憂) 불혹(不惑) 불구(不懼)다. 근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가 추구하는 삶의 세 가지 목표가 지(智) 인(仁) 용(勇)이다. 공자는 스스로를 지인용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높은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자탄했다. * 군자의 친구 사귀는 법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 논어 학이편 9절에 나오는 말로, 나보다 못한 친구와 사귀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갖고 있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군자의 친구 사귀는 원칙이다.* 군자의 평정심 ‘탄탕탕(坦蕩蕩)’ - 공자는 “군자는 마음이 평온하며 넓고 여유롭지만 소인은 늘 근심이 가득하다”고 했다. 군자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탕이란 ‘여우’를 뜻한다. *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 - 공자는 어렸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색(色)’을 경계하고, 젊어서는 혈기가 강해지니 ‘싸움과 경쟁’을 경계해야 하며,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퇴하니 ‘욕심’을 경계하라고 했다. * ‘신뢰가 최우선’ 무신불간(無信不諫) -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충고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자칫 비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자공이 국가를 이끄는 덕목을 물었을 때 공자는 “먹는 문제, 국방력, 신뢰를 살펴야 한다”면서 그 가운데 특히 백성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족식 족병 민신(足食 足兵 民信)’이란 표현도 있다. 민생의 안정, 강한 군대, 백성의 신뢰가 중요한 정치 목표라는 것이다.*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 불치하문(不恥下問) - 자공이 위나라 귀족인 공문자에게 시호에 문(文)자를 넣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말했다. “첫째, 행동이 민첩했고 둘째, 배우기를 좋아했고 셋째,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네 가지 덕목’ 공경혜의(恭敬惠義) - 정나라 정치가였던 자산은 정치인의 네 가지 원칙을 ‘공경혜의’라고 설명했다. 겸손과 공경심, 은혜로움, 정의다. 자신의 몸가짐은 겸손하고, 윗사람을 모실 때는 공경하며, 백성을 돌볼 때는 은혜롭고. 백성을 동원할 때는 정의로와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태만 ‘절위(竊位)’ - 공자는 “관료들이 월급만 축내고 자리만 보전하려는 자리도둑이 되어선 안된다”고 자주 말했다. 노나라 대부 장문중이라는 자가 사치하고 미신을 숭상하며 인재를 제대로 등용하지 않는다며 이런 직책 태만을 ‘절위’라고 표현했다. 자리를 ‘훔친(竊)’ 사람이라는 뜻이다.* 왕자불가간 래자유가추(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가올 일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어에는 광자(狂者)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난세를 피해 미친 사람처럼 행세하며 살아가는 은자를 말한다. 접여는 초나라 은자였는데, 천하를 돌며 세상을 고쳐보려고 분주한 공자에 대해 “나처럼 은둔하고 살아가는 것이 생명을 보전하는 길이네”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 소신파 ‘일민(逸民)’ -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혼란한 세상에 권력에 대항하며 자신의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에 대해 공자는 ‘일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 ‘샛길로는 안간다’ 행불유경(行不由徑) - 아무리 힘들어도 샛길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름길이 언뜻 보기엔 빨라 보이지만, 원칙을 어기고 지름길을 선택하면 결국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고 공자는 말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때로는 대로로 떳떳하게 가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행정책임자인 ‘자유’라는 이에게 공자가 해 준 말이다. 정치의 핵심은 그런 인재를 얻는 것이라는 게 공자의 교훈이다.* 인재를 아는 법 ‘세한(歲寒)’ - 세월이 추워져야 그 사람이 인재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어려운 상황이 닥쳐봐야 그 사람이 훌륭한 인재인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속물 ‘비부(鄙夫)’ - 오로지 자리에 연연해 인생을 살아가는 속물근성의 사람을 말한다. 공자는 비부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정의했다. 첫째, 자리를 못 얻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그 자리에 오를까 노심초사하는 사람이다. 둘째는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어떻게 하면 그 자리를 지킬까를 고민하며, 해서는 안될 일까지 서슴치 않고 하는 사람이다. * 정치학 교과서 ‘논어’ -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법치의 정치철학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뜻이다. 공자는 하지만 법에 의한 통치를 비판했다. 통제는 원활히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자존감을 떨어트린다는 논리였다. 공자는 자신에게 정치를 맡기면 1년이면 작은 성과를 내고 3년이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자의 정치철학은 정명(正名)과 덕치(德治)였다. 이름 값에 부합되는 정치를 해야 하며, 지도자의 바른 덕성에 기초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 정치’ 정자정야(政者正也) - 정치는 나부터 바르게 경영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바름으로 솔선수범한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라고 가르쳤다. *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이름 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나라 경공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공자는 “이름 답게”라는 이 같은 정치철학을 제시했다. 일명 ‘정명(正名)의 정치철학’이다. * 좋은 정치인의 선한 영향력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눕는다. 지도자를 바람에 비유하고 백성을 풀로 비유한 것이다. 좋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흔들리니, 그만큼 백성의 삶에 정치 지도자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공자는 그런 면에서 사형제도를 부정하고 교화를 주문했다.* ‘지도자부터 탐욕을 버려라’ 불욕부절(不慾不竊) - 지배자가 탐욕을 버리면 백성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노나라 대부로 성격이 포악하고 무도했던 계강자가 공자에게 도둑을 예방하는 방법을 물었다. 공자는 “당신이 먼저 탐욕을 버려야 도둑이 없어진다”고 했다. 세상에 도둑이 들끓는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탐욕을 채우려 백성을 수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정치인의 ‘오미사악(五美四惡)’ - 공자는 정치인의 다섯 가지 아름다운 장점으로 은혜를 베풀되 헛되이 배풀지 않는 것, 일을 시키되 원망하지 않게 시키는 것, 욕심은 갖되 탐욕스럽지 않는 것,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는 것, 위엄은 있으나 사납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이 피해야 할 네 가지 문제점으로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잘못했다며 사형시키는 것(학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성과를 바라는 것(포악), 명령은 태만하게 하고 성과를 재촉하는 것(사악), 어차피 줄 것인데, 주는 데 인색한 것 등을 지적했다. * 배움의 예의 ‘속수(束脩)’ - 배움을 청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말한다. 예물을 갖고 스승을 찾는 의식을 ‘속수의 예’라고 논어에는 적고 있다. 속은 ‘말린 육포’를 말하고 수는 10개 한 묶음을 의미한다. 육포 한 묶음 이상이면 누구나 공자의 제자가 될 수 있었다. 공자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면 모두 제자로 받아들여 가르쳤다.* 최고의 인생 ‘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 - 자신이 늙는 것도 모르고 사는 인생이 최고의 인생이다. 초나라 귀족 섭공이 공자의 제자인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자로가 제대로 답을 못했다. 이에 공자는 “너는 어찌 내가 한번 몰입하면 밥 먹은 것도 잊고, 한번 즐거움에 빠지면 근심도 잊고, 늙음이 장차 이른다는 것도 모르며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나무랐다고 한다.* 분노 삭히기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 나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말라. 잘못을 두번 반복하지 말라. 공자는 제자인 안회가 아무리 화가 나도 남에게 옮기지 않았고, 한번 저지른 자신의 잘못을 두번 번복하지 않았다며 칭찬했다. 안회 이후 그런 제자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급한 사람부터 챙겨라’ 주급불계부(周急不繼富) - 급하고 힘든 사람에게 더 많이 주라는 뜻이다. 부자에게는 더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자가 사람의 처지를 기준으로 월급을 책정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부자보다는 빈자에게 더 많은 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2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러닝머신 말고 머니머신 '미국 배당주 투자'

#1.직장인 A씨는 회사 동료가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자신처럼 맞벌이인 그는 아내와 상의해 매달 주말을 반납하고 생긴 돈 40만원으로 미국 배당주 펀드에 넣는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지난 3년 간 수익이 180%에 달한다는 말에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2.은퇴를 앞둔 B씨는 자신이 가입한 한옥짓기 밴드에 올라오는 글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또래 멤버가 많아 밴드명도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로 지은 이 모임은 다들 고향이나 서울 근교에서 한옥을 짓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만난 인맥과는 다른 친근함도 있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은퇴가 기다려 지는 건 다들 말렸던 미국 배당주 투자가 한몫했다.최근 한 배우가 직접 집안을 ‘신박하게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육아에 치여서 추억이 많아서 준비를 못해서 많은 물건을 쌓아두거나 정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정리된 집안을 본 순간 약속이라도 한듯 폭풍 눈물을 흘린다.이 배우는 “버리면 그만큼 채워진다”는 말로 쌓여있는 짐에 대한 미련을 털어준다. 정말 소중한 물건은 사진을 찍어 소장한다. 하지만 인생도 과연 집 정리 하듯 깨끗하고 아늑하게 유지될 거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신간 ‘최강의 머니머신 미국 배당주 투자’ 역시 범람하는 재테크 방법 사이에 싸인 ‘알만한 사람만 아는’ 투자법이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서,시차가 달라서 꺼려했던 미국 주식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컸다. 책은 부제 ‘가장 쉽고 간단한 미국 배당주 입문서’ 답게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 가독성을 높인다. ◇돈을 투자하면 배당을 준다? 기업문화의 차이최강의 머니머신 미국 배당주 투자|버핏타로, 하루타케 메구미 저/김정환 역|1만5500원.(사진제공=이레미디어)일본에서 출간 즉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까지 18만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을 읽으려면 우선 전세계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들에 대한 이해도가 동반돼야 한다.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의 조기 은퇴를 목표로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이들은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는 젊은 세대를 뜻한다.꾸준히 성장하는 미국 주식시장과 초대형 고배당 우량주를 활용해 ‘머니머신’을 만든다면 가능하다는 걸 일찌감치 노린(?)자들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회의감, 본인의 일상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책은 미국 주식 중 안정성과 성장성을 두루 지닌 배당주로 돈이 나오는 기계를  만들고 배당 재투자를 통해 자산의 복리 효과를 누리는 방법을 제안한다.저자는 자본주의로 성장한 나라인 미국의 기업 문화를 저격한다.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 우위성을 자랑하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높은 영업 이익률을 가진 종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안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특히 25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이 100개 이상이고 닷컴 버블 붕괴나 금융 위기 속에서도 배당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늘려온 기업이 많다는 걸 알고 전투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일단 책에서 추천하는 황금 종목 30선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종목 선택부터 비율까지 알려주며 3단계에 걸쳐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일단 개인 투자자로서 보유하고자 하는 종목의 수를 10종목 기준으로 만들고 각각의 경기국면마다 강한 섹터를 구분하라고 조언하는 것. 회복시기에는 IT와 금융, 호황기에는 일반 소비재와 자본재, 후퇴기와 불황에는 에너지와 헬스케어가 그것이다.평소 경제 신문을 읽어본 독자라면 너무 뻔한 정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최소 10년에서 15년의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자신이 없다면 5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추리고 나머지는 SP500 EPF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더한다.책의 서두에 만화로 가독성을 더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사진제공=이레미디어)개미 투자자가 아니어도 다 아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애보트, 서던 컴퍼니 등 생소한 기업까지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한 점도 가독성을 더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언제 투자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온다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야만 부자가 될 수 있고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알아야만 자산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원금 보장과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위험서적에 가깝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직시하기 위해 저자 역시 10년의 세월을 흘려보내야 했다.그렇기에 초보 투자자를 위해 쓴 정보가 책 속에 가득하다. ‘주식투자밖에 답이 없다’는 급한 마음으로 20대가 개설한 마이너스 계좌 수와 대출 연체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 책은 ‘공부하지 않은 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임을 알려주는 답안지에 가깝다.개인투자자일수록 SP500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배당을 계속 재투자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장지수펀드를 뜻하는 ETF, 그 중 SP500 ETF는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Standard  Poor)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기업규모·유동성·산업대표성을 감안해 선정한 보통주 500종목을 대상으로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투자의 신’ 버핏이 아내에게 남기는 유산의 90%를 미국주식인 SP500에 넣고 10%는 미국 단기국채에 투자하라고 명시한 만큼 이런 자산 배분은 개인 투자자일수록 필요하다. 무엇보다 초지일관 흔들리지 않는 결심이야 말로 투자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가장 비율이 낮은 종목을 5000달러 추가 매수한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는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을 “타이밍에 맞추지 말고 일관성있게 투자하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다”고 채우고 있다.코카콜라가 앞으로도 계속 팔릴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미래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돈을 거는 것은 도박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지녀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에 돌을 던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가 빨리 부자가 되려는 시대, 늦더라도 부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임은 분명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11-17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진중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논란을 계기로 이제는 가장 우리 사회 진보 지배층에 가장 뼈아픈 비판을 가하는 인물이다.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는 그가 모 신문에 게재했던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논객 답게 그의 지적은 매섭고 아프다. 반대 진영 사람들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판과 지적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대부분 지적을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괘변’으로 폄하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만큼 그의 글은 날카롭고 예사롭지 않다. 가장 진보를 잘 아는 사람의 비판이다. 어느 진영이든 한번 쯤 곱씹어 봐야 할 대목들이 많다. 진보가 바꿀 수 있을지, 보수가 배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 ‘대안적 사실’에 기꺼이 속아주는 대중 -  동양대 표창장 사건으로 한때 떠들썩했다. 저자는 자칭 ‘어용지식인’ 유시민 씨에게 표창장 위조 사실을 미리 얘기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시민 씨는 ‘대안적 사실’ 즉, 얼마든지 만들고 변경할 수 있는 가짜 사실을 제작해 현실에 등록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사실이 된다는 투였다고 한다. 사실을 날조하는 ‘기만’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실천으로 덧칠한 셈이다. 저자는 자기부터 솔선해 속아줘야 제 주변의 대중도 따라서 속을 것이라며 “나 혼자 꿈을 꾸면 그저 꿈일 뿐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이 된다”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훈데르트바서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대중이 가진 선의의 상상의 욕망을 선동가들이 반동적인 목적에 사용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그것으로 정의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의견이 다른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사회를 편으로 갈라 아마겟돈의 결전을 벌인다고 비판한다.* 진위(眞僞)보다 호오(好惡)가 기준되는 세상 - 저자는 오늘날 대중이 스스로를 콘텐츠 소비자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이 매체에 요구하는 것은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니즈의 충족’이라고 말한다. 그 니즈란 물론 듣기 싫은 ‘사실’이 아니라 듣고 싶은 ‘허구’다. 지루한 ‘사실’보다는 신나는 ‘거짓’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최근에 정통 레거시 매체들도 대안 매체의 행태를 따른다는 것이다. 2017년 정권 교체 후 나꼼수의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 등 대안 매체 운영자들이 대거 레거시 매체로 진출하면서, 객관성을 잃은 편파적 진행과 왜곡에 가까운 당파적 보도가 횡행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시청률이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식의 접근방식을 그대로 따르게 되었다고 개탄한다. 황우석 사태를 보도한 저널리즘 영웅 한학수 PD마저 조작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대안 매체가 대중에게 신뢰를 받는 것은 그동안 레거시 매체가 거짓말을 해 온 탓이라는 유시민 씨는 나아가 대안 매체가 창작하는 대안적 세계야말로 진짜라고 주장한다며 저자는 “사실과 허구가 뒤바뀌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권이 아니다? -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다분히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역대 정권들은 감추려다 실패한 비리가 드러날 경우 개인적인 도덕성의 문제로 치부해 당사자들을 도려내는 식으로 처리했는데, 이 정권은 부패한 자들을 도래내는 대신 외려 끌어안고 아예 그들에게 맞춰 세계를 날조하려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노골적 선동과 대중의 자발적 동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전체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특히 문재인 정권을 촛불정권이라 부르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원래 민주당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기 때문이란다. 조국 교수도 당시 소추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이 부족하고, 통과돼도 황교안 당시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며, 헌법재판소 구성상 인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 정권 사람들은 원래 촛불을 든 민중의 힘을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저자는 문재인정권은 이른바 ‘친노폐족’이 운좋게 국정농단을 만나 권력을 거저 얻은 것에 더 가깝다고 극평을 한다. * 뜯어고치겠다던 부정적 검찰상을 그대로 따라하다 - 검찰청법에는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게 되어 있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해 주려 독일과 일본의 법을 참조해 만든 조항이다. 정작 독일에선 이제까지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가 아예 없다. 일본에서도 1954년 뇌물 정치인 사건을 불구속 지휘한 사례가 유일한데 그나마 당시 법무대신은 여론의 비난에 사퇴했다. 이런 엄청난 수사지휘권을 우리 법무장관은 고작 사건을 배당하는데 썼다며, 저자는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 사건의 성격을 ‘검언유착’으로 고정하니, 당연히 수사도 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자기들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부정적인 검찰상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힐난한다.* 공공의 영역에 침투한 음모론 -  저자는 우리나라 음모론의 대명사로 김어준을 소환한다. 대체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켜 얻을 이익이 무엇이길래 ‘누군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다’고 얘기하고 나중에는 세월호 항적을 속이려 무려 1000여척의 선박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찬다. 저자는 최근에 이런 음모론이 진지해야 할 공론의 장에 까지 침투했다고 개탄한다. 야당의 음모론이야 그저 좌절감의 표현이라지만, 여당은 반대자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위헙하다고 경고한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되자마자 대통령 탄핵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했다며, 정권을 담당한 이들까지 음모론적 기류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자칫 현실감각을 상실해 국정운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모습들이 거의 매일 나타나는 듯하다고 한다.* ‘노사모’와 너무도 다른 ‘문재인 팬덤’ - 팬덤이 팬과 다른 점은 콘텐츠를 팬픽이나 팬아트의 형태로 스스로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팬덤은 자신이 객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공격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냥 정서적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 대한 팬덤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키기만 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술적 믿음’에 빠지기 때문이란다. “우릴 믿고 하고 싶은 것 다 해 봐”라는 식이다. 노무현의 노사모 활동은 팬에 기초한 정치였다. 다른 커뮤니티와 싸우지 않았고 예의를 지켰다. 논리로 설득하려 했다. 노 대통령이 당선 후에 “이제 뭐 하실 겁니까” 묻자 “감시! 감시!”를 외쳤고, 그를 제대로 감시하려 모임도 해체했다. 그러나 문재인 팬덤은 다르다. 노사모의 토대가 후보의 철학에 대한 이성적 지지였다면, 문 팬덤은 후보자의 이미지에 대한 정서적 유착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그러니 그를 감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 지지는 철회해도 사랑은 철회할 수 없는 것, 그것이 팬덤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이상한 사태가 그래서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노무현의 꿈, 문재인의 운명, 조국의 사명 -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과 그의 이루지 못한 꿈, 그 꿈을 대신 이뤄야 할 문재인의 운명, 그리고 그 과업을 이어 완수해야 할 조국의 사명. 조국은 졸지에 ‘현생 노무현’이 되었다. 하지만 노무현은 자신이 죽어도 진보는 살아야 했기에 그 절망적 순간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이제 나를 버리라”고 요구했다. 그에게는 꿈과 자기만의 철학, 비전이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저 노무현의 친구였다는 이유에서 폐족이 된 친노의 복수와 복권을 위해 불려나올 운명이었을 뿐이라고 혹평한다. 조국 전 장관도 노무현을 닮기는커녕 그의 상징되는 가치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부패한 권력이 선한 척하려면 부패를 잡는 검찰부터 악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것이 조국이 맡았던 사명의 실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조국을 노무현으로 만들려다 노무현을 조국으로 만든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노무현이라는 상징자산은 그렇게 더럽혀졌다”고 비판한다. 특히 그런 짓을 자칭 아용지식인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그 재단의 공식 채널을 통해 한다는 게 문제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꾸짖는다.* 헌법 위에 떼법 -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코로나 사태 때 총회장 등을 살인죄와 상해죄로 고발하고 총회장을 연행해 강제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법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공권력을 과도하게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사이비 종교 신도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와 인신의 자유, 공권력의 남용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여기엔 대중을 시원하게 해주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포퓰리스트 욕망이 깔려 있었다고 꼬집는다. 8.15 광화문 집회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하며 대중의 분노가 이 집회를 허용한 판사에게 쏟아지자 정세균 총리와 추미애 법무장관 등이 모두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판사의 이름을 따 ‘박형순 금지법’까지 발의됐다. 저자는 “다들 미쳤다”며 타인의 집회에 반대하는 것과 그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설득한다. 그러면서 “유신정권의 긴급조치가 경성(硬性)이라면, 현 정권의 코로나 긴급조치는 연성(軟性) 독재라고 할 수 있다”고 평한다. 특히 운동권 시절 586 세대가 공유했던 전체주의 문화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비판한다.* 무너지는 진보의 도덕성 - 저자는 우리 진보의 도덕적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원래 도덕성은 진보에게 ‘생명’이었다. 노무현 노회찬 두 사람이 그것에 흠집이 났기에 생명을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도덕성을 그저 승리에 방해되는 걸림돌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대표적인 예로 ‘검찰 쿠테타’라는 프레임을 든다. 이 프레임은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려고 조국 일가를 내사했다”는 유시민 씨의 주장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절반이 사실로 드러나고 법원에서도 표창장이 허위라고 확인해 주었건만, 지지자들은 ‘대안적 사실’ 만들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법원에서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판사가 미친 것”이라고 외친다. 어느새 한국의 정치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짓이 허용되는 거대한 난장판으로 변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사회의 나머지 영역들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가 없다 - 미국 전략사무국(OSS)은 나치 선전의 기본규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절대 흥분을 가라앉히지 말 것, 자신의 결점이나 오류를 인정하지 말 것, 절대로 비난을 용인하지 말 것, 한 번에 하나의 적에 집중해 잘못된 모든 것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 사람들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을 더 잘 믿는다.’ 저자는 민주당 정권이 딱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는 바로 고발한다. 대안도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을 진영으로 갈라 친구의 잘못은 덮고 상대는 절대악으로 만든다. 저자는 “이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으로 규정하지는 않더라도, 최근 민주당 정권의 커뮤니케이션이 강한 전체주의적 특성을 보인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자기 철학이 없이 이미 주류가 된 586에게 옹립당하고 관리당하고 있는 처지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나라를 쥐고 흔드는 이들 586 세력이 민주주의를 학습한 적이 없다며, 홍세화 선생마저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가 없다”고 지적했음을 상기시킨다.* 진영수호의 늪에 빠진 정대협 - 위안부 운동의 대모인 김문숙(93세) 씨에 따르면 윤미향 씨가 대표가 된 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모금에 집착했다고 한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로 인정받은 심미자 할머니도 “운동의 본말이 전도되었다”며 2004년에 모금 활동 금지 소송을 낸 바 있다. 나아가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들”이라고 비판했다. 남산 ‘기억의 터’ 조형물에 새겨진 247명의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 심 할머니의 이름은 빠져 있다. 정작 많은 모금이 이뤄졌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경우 난방 지원도 못받고 추운 겨울을 나야 했다. 이미 명성교회가 쉼터를 제공했음에도 외진 곳에 새 쉼터를 마련했다. 할머니들이 쉬는 곳에서 민중당 행사가 열린 것은 또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소식지 발행은 남편에게, 쉼터 관리는 아버지에게 맡겼다고 비판한다. ‘할머니들을 위한 운동’에 정작 ‘할머니들’은 빠져 있다. 윤미향은 한 추종자의 석사 논문에서 위인으로 추앙받았고, 이 논문을 쓴 이의 자제는 정대협이 관리하는 김복동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우연일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친문완장파 - 저자는 민주당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간단히 다음처럼 분류한다. 우선 ‘조금박해’로 불리는 조웅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등 소신파가 있다. 이해찬과 윤호중 정청래 같은 완장파도 있다. 그리고 두 부류 사이에 별 색깔없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대다수 의원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헤게모니를 쥔 것은 친문 완장파로, 이들의 견해가 곧 민주당의 당론이 된다. 완장파는 원칙의 보편성이나 논리의 일관성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성과 당파성을 더 중시한다. 자유주의자들이 가진 보편적 추상적 기준의 ‘원칙이성’은 없고, 매사 그때그때 상황의 필요에 따라 판단하는 ‘기회이성’을 맹신한다. 조국 가족에는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막던 장관이 채널A 기자의 피의사실은 줄줄이 흘리는 등 법무장관마저 기회이성이 이미 확립되어 법질서까지 흔들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친문 완장파에게는 모든 개별적 경우가 규칙을 새로 제정해야 할 ‘제헌적 상황’이라며 그래서 저자는 “매 순간 그들은 혁명가”라고 비꼰다.* 추종자들에게 짓밟혀 두번 죽은 노무현 -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이 노무현 대통령 묘약을 참배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저자는 “노무현 정신을 유린한 것“이라고 일갈한다. 민주당이 노무현을 철저히 이용해 먹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기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친문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무현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성했지만 친노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입진보’들에게 돌린다고 비판한다. 노무현의 꿈을 운명으로 끌어안은 이가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도 세상은 노무현의 꿈에서 더 멀어졌다고 꼬집는다. “그런 의미에서 바보 노무현의 죽음은 실은 그를 닮고 싶어한 모든 바보들의 죽음이기도 하다”고 안타까와 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무현의 시대에 노무현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무현은 분명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으나 추종자들은 ‘반칙과 특권이 세습화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맹비난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두 번 죽었다고 말한다. 한번은 적의 손에, 한번은 친구의 손에. 적은 그의 육신을 죽였지만 친구는 그의 정신을 죽였다는 것이다.* 사라진 문재인 대통령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철학이 없다고 비판한다. 남이 써준 원고나 읽는 의전대통령 같은 느낌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원고를 교정하는 사진을 올렸다며 “철학의 부재를 교정의 존재로 반박하는 격”이라며 한심해 한다. 저자는 현 정권의 윤리 관념을 ‘야쿠자 도덕’이라고 정의한다. 법만 지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사업만 합법적으로 한다고 야쿠자가 어디 윤리적이더냐”고 꼬집는다. 조국 전 장관도 범법만 아니라면 된다는 참모의 건의로 임명을 강행했다며, 야쿠자 도덕이 이 나라 공직 임명의 기준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여기에 대통령은 낙마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얘기하며 ‘내 식구’ 철학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대통령에게 철학이 있었다면 제 식구에는 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라 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러면서 “이 나라는 유시민의 날조와 김어준의 선동으로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며 “사실상 이들이 이 나라의 정신적 대통령 역할을 해 온 것”이라고 면박을 준다.* 세월호 아이들이 고맙다는 문재인 대통령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 번 정도 ‘뜨악’한 적이 있다고 술회한다. 첫 번째는 2017년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재명·안희정 후보가 문팬덤에게 극심한 문자테러를 가하는 패악질을 저질렀을 때 “경쟁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표현한 때라고 한다. 두 번째는 대선후보로 세월호 분양소를 방문해선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을 때란다. 도대체 무엇이 고맙다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가장 직접적인 사건은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을 끝내 거부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저자는 공사를 구분 못하고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내 사람이 먼저다’로 변질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 특유의 패밀리 철학이 결국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을 번번히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상이 된 대통령 - 노무현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문재인은 수직적 커무니케이션으로 정확히 대극을 이룬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참여정부의 연장이 아니라 실은 단절”이라고 단언한다. 두 대통령의 차이는 현장 방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대비된다고 말한다. 노 대통령은 “정치쇼는 하지 않겠다”며 재임 중 가능한 현장 방문을 삼가려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이미지 쇼에 매우 강하다. 문 팬덤들도 ‘뭉클, 울적’ 같은 표현으로 연출의 정치미학적 효과를 보여준다. 저자는 노무현의 감동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문재인의 감동은 철저히 계산되고 연출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노무현은 권위주의 타파를 실행했지만, 문재인은 권위주의 타파를 연출한다고 지적한다. * 대한민국 주류의 교체 - 저자는 ‘진보가 과거의 보수가 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얘기한다. 과거에는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 그래도 머리 숙여 사과는 했는데, 문재인정권 사람들은 오히려 잘못을 적발한 사람들에게 성을 낸다고 지적한다. 그냥 비리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고 말해주는 ‘윤리기준’을 건드린다고 말한다. 아예 그 기준을 바꿔버림으로써 자신들은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는 대안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 ‘아빠 챤스’는 기회의 평등함이 되고, 문서위조는 과정의 공정함이 되고, 부정입학은 결과의 정의로움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제 절대적 진리는 사라졌으며, 이제 진리는 발견되는 게 아니라 제작된다”고 토로한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지배층이 되어 자기계급을 대변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비판해야 할 현실을 자신들이 만들었기에 그들은 더 이상 비판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헤게모니를 구축하고 막강한 영향력으로 대중을 장악해 얼마남지 않은 희미한 비판의 목소리조차 잠재우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새 획득한 권력을 가지고 이제 그들은 세계를 날조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한다. 전통적 지식인이 멸종한 상황에서 말이다.* 진보가 만드는 폐허 - 저자는 박원순의 죽음으로 이 시대 진보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진보라는 이름의 광풍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데려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여성 문제에 가장 헌신적이었던 자칭 페미니스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하필 성 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한계가 그의 개인적 한계만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위선은 우리 세대의 위선이며, 그의 어리석음 역시 우리 세대의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진보를 표방해 온 한 세대의 위선과 어리석음이 이 사회를 폐허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의 무책임에 책임을 지기 위해 그가 버려두고 간 피해자를 지켜줬어야 했지만 진보는 오히려 그에게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었다고 비판한다. 50만명이 서울시장(葬) 반대 국민청원에 서명했음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으로 바꿔 부르며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 피해자가 사라지면 가해자도 사라진다고 믿었던 것일까. 저자는 “도대체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저 숭고한 사명감으로 얼마나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다. 저자는 “그들이 짓는 아방궁에서 그저 거대한 폐허, 완벽한 파국만을 볼 뿐”이라고 안타까와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17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왜 모두 말년이 좋지 않을까. 진영이 다른 원수 같은 사이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든,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경우든, 여지없이 전임 대통령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2004년에 나온 북한 소설 아, 조국은 ‘(남조선은)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기 좋아하는 나라’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청와대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이런 우울한 관행이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이 ‘법이 정한 것 이상의 특권’을 누린다는 그릇된 오해와 이에 따른 남용이 그런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6명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이 우리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의 원인과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다.* 대통령 측근의 4가지 유형 -  라종일 교수는 4가지 유형의 첫째로 황태자(Crown Prince)를 든다. 대통령에 버금가는 2인자로, 대통령을 대신해 큰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자손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둘째, 실세 측근들(Acolytes 또는 Cohorts)이다. 대통령의 현실적인 혹은 상상된 권한을 행사하거나 행사한다는 평판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통령과 이념적 전망을 공유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셋째, 가신 측근들(Retainers)이다. 사적으로 대통령과 오랜 인간관계 혹은 그렇다는 소문을 기반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다. 마지막은 궁정광대(Palace Fool 또는 Court Clown)다. 특별한 역할이 없는 것 같아도 권력의 중심부에서 인화의 모색 혹은 어색한 상황의 수습 등 나름의 중요할 수 있는 일정 역할을 담당한다. * 또 다른 측근 ‘친인척’ - 이들 외에 친척들이 있다. 대선 과정에서 흔히 비자금의 통로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들을 가볍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 많다. 그래서 이들은 대통령에게 실제보다 더 큰 인기나 영향력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취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자신들의 현실적인 영향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 대체로 대통령들은 이들에게 엄격하게 대하기 보다는 이해하거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거나 적극 변호한다. 그러다 사단이 나곤 한다. 정권 교치기에 인척 보호를 위한 암묵적 합의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에게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서로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 우리 쪽 패밀리에 박연차도 포함시켜 달라”고 제안했다고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에 기록되어 있다.  * 친한 듯 거리 둔 김대중과 노무현 -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대북 송금 문제가 특검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민주당 지도부도 침묵했다. 특히 한화갑 대표의 방관적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박주선 비서관도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 구속되었다가 두 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대중 및 호남세력 청산과정에서 걸림돌이라 여겨지는  박주선을 제거하기 위한 ‘박주선 죽이기’였다. 배후에 노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한 박주선이 나중에 직접 항의하자 “미안합니다. 제가 박 의원님과 민주당을 구별해 취급하지 못했습니다”라며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공통점 - 두 대통령 모두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으로 인식되었다는 점, 이런 문제를 둘 다 예견하고 한 사람은 퇴임과 함께 동교동계 해체를 선언했고, 또 한 사람은 봉하 마을로 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 -  북한에 많은 공을 들인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말에 마지막 대규모 특별사절단을 북으로 보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았다. 임기 중 김정일의 답방도 무산됐다. 은퇴 후 “김 위원장이 초대한다면 북한에 들어가 북핵 문제 등을 중재할 뜻이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초청장을 끝내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나중에 소설 ‘만남’(2001년)에서 김 대통령이 “애초에 불순한 동기로 불쑥 북한을 찾아왔는데, 김 위원장의 당당한 대응에 기가 질려 굴복하고 돌아갔다”고 묘사했다. 김 대통령의 신체적 어려움도 김 위원장의 늠름한 모습에 대비된다며 비아냥거렸다. 김 대통령의 불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노무현과 이명박 - 노무현의 비극적인 마지막은 이명박의 가혹한 처사 탓이라는 생각들이 여전하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혹은 그 동조세력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전복하려 한다는 의심을 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전임 대통령의 자금출처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대통령이 당 공식 대선후보로 선정된 직후 갑자기 캠프의 자금이 고갈됐는데, 이를 노무현 정부의 이면 선거개입으로 보았다. 취임 후 미국 소고기 수입 둘러싼 촛불 시위를 겪으면서 이를 정권 퇴진이나 전복 기도로 받아들이고 반격했다는 것이다.   * 행정부는 청와대의 하위 파트너? - 행정부의 각 부처는 장관 책임이 아니라 창와대 권력의 하위 파트너라는 표현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 5급 공무원이 참모총장을 불러 장성 인사 절차를 직접 보고받았다. 흔히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 부처 실무진인 과장에게 직접 정책을 지시하기도 한다. 실무진은 이런 지시가 청와대 누구 뜻인지도 모르고 자기 부처 상관 지시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하기 일쑤다. 경제부총리까지 패싱하는 일도 있었다.    * 패거리 정치 폐해 심각 - 상대를 동반자 혹은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약화시키거나 없애야 할 적에 가까운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 있다. 특히 패거리 정치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적인 일에 있어서도 자기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 적용하는 규칙이 다르다. 결국 대통령은 대권을 쥔 채 점차 현실에서 멀어지고 주변은 이런 대통령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조언 - 첫째, 당선된 순간부터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라. 당선 된 이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둘째, 선출된 공직자로서 국민의 심판을 거치지 않은 관리들을 경시하거나 적대시하지 말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다 옳고 상대방 주장은 다 틀렸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회고록의 3분의 2가 ‘외교’ - 경남대 조병제 초빙 석좌교수는 “노태우~이명박까지 5명의 전임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재임 기간 중 기억의 절반 이상이 외교 관련 내용들”이라고 말한다. 특히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세 사람은 3분의 2에 달한다. 외교는 대통령의 호승심(好勝心)을 자극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북핵’이라는 장애를 누구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도. 그는 오히려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선포한 부시 대통령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자칫 외교는 치명적 함정 - 외교가 대통령의 국정 추진에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는데도 역대 대통령은 이를 피하지 못하고 좌절을 반복하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일방적 사랑으로 끝났고,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에 시진핑과 열병식에 참여했다가 한미관계 손상을 불러왔다. 이를 만회하려다 사드 사태로 중국에서조차 보복을 당했다. 외교가에서는 “대통령이 외교를 이해할 만 하면 임기가 끝난다”는 말도 있다. 외교에 관한 사항은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우리 역량이나 상대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공약이 만들어지기 일쑤고, 결국 일관성이 부족한 외교로 갈 수 밖에 없다.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뢰 약화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 공염불인 ‘정상 간 친분 강화’ - 정상 차원의 친분강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정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호의적인 제스처가 결코 이익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타국 지도자와 만나 몇 시간 얘기 나눴다고 각별한 친분이 생기진 않는다. ‘형제의 정’을 나누었다는 표현들도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는 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을 그렇게 추켜 세웠지만, 북한으로서는 햇볕정책을 받아들이고 남북 교류를 하는 것이 세습정권을 안에서부터 붕괴시키는 길이라고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생전에 측근들에게 “햇볕은 대포보다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 ‘외교의 정치화’ 보다 ‘초당주의’를 - 외교의 정치화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집권 했을 때를 생각하면 외교의 정치화는 무조건 손해다. 2차 세계대전 후 신생 오스트리아의 초대 총리를 지낸 레오폴드 피글은 “최선의 외교 정책은 국민의 합의”라며, 과반이 넘는 85석의 제1당임에도 76석의 사회당과 4석의 공산당까지 포함한 대연정을 구성해 고질적인 정치 파벌주의를 극복했다. 결국 10년 뒤 오스트리아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외교에 나서 4개국 분할 점령 통치를 끝내고 중립국 지위를 획득한다. 외교에는 ‘초당주의(bipartisanship)’가 답이라는 좋은 사례다. 특히 일관성과 계속성이 중요하다. 전임자 업적 중 살릴 것과, 후임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을 잘 살펴야 한다. * 대통령 해외순방은 효율성이 최선 - 역대 대통령 해외 출장 횟수를 보면 노태우 12회, 김영삼 14회, 김대중 24회, 노무현 28회, 이명박 49회, 박근혜 25회다. 대통령이 초청받는 다자 회의는 매년 9월에 열리는 유엔 총회, 10월과 11월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ASEAN 회담과 같이 열리는 ASEAN+3(한국 중국 일본)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그리고 주로 연말에 개최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ASEM) 정도다. 이밖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상회의, 러시아의 동방경제포럼, 다보스포럼 등이 참석 검토 대상이다. 매년 최소 2~3회의 해외출장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시간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해외 방문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 국방예산보다 외교예산을 더 -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2006년에 임명되었는데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3년을 더 일했다. 그는 2007년에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외교로 나타나는 연성국력(soft power)이 군사력(hard power)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 예산을 늘려달라고 호소해 화제를 모았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도 2020년 2월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외교와 개발원조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외교가 잘되면 군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우리도 보다 장기적인 시야로 범정부 차원에서 외교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외교 전략을 기획할 규모 있는 국책연구소도 하나 없다.* 한국 언론과 권력간의 관계 - 2020년 4월에 프랑스 소재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 자유지수는 42위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이구 전 우석대 교수는 “유독 한국에 언론자유의 한계와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법과 제도가 많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대중 노무현은 재임 중 언론개혁을 시도했고, 이에 언론들은 대통령 측근 비리와 정치 비자금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으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리더십에는 뚜렷한 상흔을 남겼다.* 김영삼 대통령과 언론 - 김영삼은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군사독재 잔재와 악폐를 없애기 위한 개혁, 경제활성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공개와 공직자윤리법 개정, 부패와의 전쟁, 역사 바로세우기, 신경제 5개년 계획, 금융실명제 실시, WTO 가입과 농산물 시장 개방, 노사개혁 등 수많은 개혁을 시도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 한 사람의 의욕만으로는 모두 이행하기 어려운 것 들이었다. 게다가 1007년 1월 ‘한보 사건’에 차남 김현철이 연루되어 구속되면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등 치명적 상처를 받았다. 언론의 개혁속도 조절론 등을 그는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소수 특정 세력의 저항으로 간주했다. * 김대중 대통령과 언론 - 김대중은 국내 언론보다 외신 보도에 좀 더 민감했다. 그는 IMF 때의 기업정책과 노동정책으로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서 원망과 지탄을 받았다. 취임 후 ‘고급 옷 로비 의혹’이라는 첫 정치스캔들은 험로의 시작에 불과했다. 본인도 자서전에서 “나는 평생 언론의 편파적 보도에 시달렸다”고 술회할 정도였다. 보수언론의 공격을 ‘김대중 죽이기’라고 판단했고, 이런 부정적 인식은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기소 등으로 이어졌다. 언론사들은 “언론 길들이기, 언론 탄압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가장 자신했던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언론의 비우호적 보도에 불편해 했다. 하지만 정작 친척이면서 측근이었던 이영작 박사는 “그는 중국을 오판했고 북한에 결과적으로 속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 - 노무현은 국가 통치 구상으로 ‘비전 2030’을 제시하면서 한국 정치의 스펙트럼을 보수에서 중도진보로 옮기려 했다. 극단적인 이념 대립의 계급 정치보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혼합한 중도 정치노선이 시대정신이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노사모와 같은 열정적 소수의 생각으로 다수를 설득하고 소통하려다 한계를 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진보에서도 이방인에 가까웠던 그는 한 지붕의 한겨레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도덕적 잣대는 보수정치보다 훨씬 엄격했기에 친인척 관리 실패에 대한 질책은 더 따가왔다. 그는 언론을 ‘견제받지 않는 위험한 권력’으로 보았다. 정치권력, 정부권력, 시장권력과의 유착을 끊는 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부족했다.* 비판에 “내 탓이요” 할 수 있는 용기 - 대통령은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좀 더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들을 희생시킬 수 있는 냉혹함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자질 가운데는 언론 대처 능력 뿐만아니라 비판받을 때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언론 비판의 수용은 대통령이 국민의 반감을 피하는 방법이며, 안심하고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국민에 대한 배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론의 의구심은 정권의 안정과 통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로 인지하고, 언론의 비판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언론을 때로는 적, 때로는 동지, 때로는 정치 게임의 파트너로 여기는 유연함을 지닌 대통령이야말로 역대 대통령의 불운한 말로를 헤쳐나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대 대통령 실패 원인 -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을 쓴 함성득 교수는 반드시 성공하려는 패러다임 집착,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정치적 차별화 시도, 청와대 내부 인사의 문제, 미숙한 국정 운용을 실패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허태회 선문대 교수는 이를 보완해 역대 대통령 불행의 원인을 지도자 개인의 특성, 주변 환경 요인에 따라 정치학적 분석을 해야 한다며 특히 구조적 원인들에 관해 살펴본다. 특히 정치제도적 요인과 정치문화적 요인으로 나눠 분석한다.* 정치제도적 관점의 대통령 실패 - 정치제도적 관점에서 허 교수는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얘기한다. 다른 정치 주체와 상호소통하거나 협력할 정치적 기회를 경시하게 만들거나 그런 방식의 효용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배타적 독점의 영역을 구축하려 하고, 소위 패거리 정치로 권력의 사유화 유혹에 빠져 결국은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의회를 장악할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되어 결국 명분만 삼권분립이지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5년 단임제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해치는 결정적 장애 요인이다. 관료들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승자독식제도의 부작용도 크다. 단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 세력은 완전히 배제되고 만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해 결선 2차 투표과정에서 정당 간 합종연횡으로 과반수 연합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나치게 경쟁과 승리에만 집착케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포용과 관용 정신을 무너트리고 패쇄적 배타적 경쟁구조와 정쟁 대립 구도를 고착화시켜 결국 대통령의 불행을 제도화하는 구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치문화적 요인 - 국민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지역대결주의’가 가장 주목해야 할 폐단이다. 극심한 지역분열주의는 정당 정치의 발전을 막는 중요한 장애요인이 된다. 정당 간 경쟁을, 정책으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한 지역주의 정서에 근거해 투표토록 한다. 꼭 누군가는 이 지역주의를 이용한다. 때문에 지역분열주의는 진영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적대적 진영 대결 논리로 자신들의 기반을 공고히 해 놓고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중요한 정치사건 때마다 극단적 대립과 반대를 불사한다. 한국 사회는 1988년 헌법 개정 이후 경직된 정치 제도와 비민주적인 정치 문화가 고착화되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제발전과 함께 정치 발전도 이루었다는 ‘자만’이 정치문화의 발전을 경시하게 만들고 대통령의 비극을 초래하는 정치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통령의 불행을 막기 위한 방안과 과제 -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선거운동에 기여하고 충성을 바친 측근 보좌관들의 역량과 실제 국정 운영이 가능한 전문인력의 역량은 별개라는 사실을 인식해 내각을 조직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자문단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대선 경선과 동시에 후보가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을 조직해 국정 경험을 쌓는 것도 시도해 볼 만 하다. 패거리 정치에서 탈피한 초당적 내각 구성과 운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의 제왕적 전횡과 독선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통령제를 3권 분립의 원칙에 근거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검찰이나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 등 중요 권력기관 수장을 임명할 때는 국회 인준이 받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법부 위상 강화 역시 시급하다. 탕평인사 균형인사도 협치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야당과의 소통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보다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고민해야 하며, 대통령의 불행을 초래하는 외연을 개혁해야 한다. * 불행의 꼬리를 끊어낼 방안은 - 황인수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사무총장과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 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연이은 불행의 이유를 리더십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 불행의 꼬리를 끊을 표상과 덕목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확장된 상황인식, 주변과의 소통,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및 포용 능력이다. 확장된 상황인식이란, 대통령이 이 시대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어내는 동시에 그 시대정신을 놓고 국민과 공감하는 것을 넘어 국민과의 민주적 상호 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이란,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소통하지 못하면 온 나라가 병들고, 대통령이 귀를 닫으면 민주주의도 함께 닫혀버린다”고 말한 것처럼, 일방적인 통고 방식이 아닌 쌍방향 공감을 뜻한다. 측근 세력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야 민주적 소통의 부족도 해결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퇴임사는 “존경하는 (전임) 후버 대통령”으로 시작한다. 파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열어갈 소명의식, 포용과 관용의 리더십이 미국 재도약을 이끈 발판이었다. 우리에게도 지금 필요한 덕목이 이것이다. * 무능한 리더, 유능한 리더 - 심리학자 토마스 차모르-프레무지크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슈퍼 히어로, 반사회적인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이코 패스,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나르시시스트를 ‘무능한 리더’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는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인기는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은 성과다”라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리더십을 말했다. *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지 않으려면 - 저자들은 21세기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정치 문화는 대통령이 양방향 소통으로 건설적인 타협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소통의 일차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알고,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함께 민주적 절차와 관행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입법기관과 각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하며, 시민단체를 포함한 이익집단과의 관계설정도 양방향 소통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집권을 지지한 이익집단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역할을 갈등의 조정자로 한정해야 한다. 그들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회적 순기능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역할 분담도 강조한다. 대통령이 일중독에 빠지기 보다는 전문적인 영역은 그들에게 맡기고 거시적 국정 운영의 조타수가 되는 것이 진짜 대통령의 일이라고 말한다. 부처에 확실한 자율권을 주되 책임있는 국정 운영의 효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대통령 비서실이 부처 장관까지 흔들게 두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인사 개입이 퇴임 후 부메랑이 되는 만큼, 내 편에만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인사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해찬의 뒤늦은 고백 - 이해찬 전 총리는 재야 활동 기간 시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를 하면서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국회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서구와 제3세계 개도국들을 방문하면서 재야의 주류시각이었던 민족경제론이나 종속경제론이 현실에 잘 맞는 이론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운동권으로 쌓아왔던 자신의 그릇된 고착된 시각을 자아비판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고, 준비된 조직적 세력이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마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이 무리였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지도자는 결국 자기희생을 통해 국민들이 신뢰와 존경심 속에서 국민과 공감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시켜 나가는 국민적 에너지를 만들아 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국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정치공학적 인식에 치우치지 말라고 권고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14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성공의 공식은 통한다! ‘이니셔티브’·‘상위 1%의 결정적 도구’

(사진출처=게티이미지)성공하는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수많은 리더십과 처세술 관련 책들이 상위1%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며 “이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리더들의 성공법을 삶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독자 개개인의 삶의 방식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책 속에서 강조하는 리더십, 성공공식을 바로 주입하기란 요원하다. 난무하는 리더십과 성공 교재들 속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도 많다. 세상은 넓고 성공한 사람은 많다. 그들 모두 각자의 리더십과 성공공식을 강조하곤 하지만 현실에 적용 가능한 공식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에서 발간된 리더십 관련 서적이라면 한국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상위 1퍼센트의 결정적 도구’ 신익수 생각의길  1만7000원 사진제공=생각의 길리더십과 성공공식을 정리한 신간 중 ‘이니셔티브’(출판문화 예술그룹 젤리판다)와 ‘상위 1%의 결정적 도구’(생각의 길)는 이런 고민을 말끔히 씻어 내려주는 책이다. ‘상위 1%의 결정적 도구’는 봉준호 감독, 나영석 PD, 방탄소년단 리더 RM, 이어령 교수, 만화가 이현세 등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문화예술계 인사 1%의 성공비결을 단 한마디로 정의한 책이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에게는 ‘능동적 집착’을, 나영석PD에게는 ‘창의력 공식’이라는 성공의 비결을 배워야 한다는 식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간 수많은 기자들, 평론가들이 구구절절 분석했던 내용을 단 하나의 ‘결정적 도구’로 강조하며 가독성을 높였다. ‘기생충’으로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는 ‘집착’을 배우라는 식이다. ‘집착’은 대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곤 하지만 통제력을 가진 능동적 집착은 생산적인 집착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봉준호 감독의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봉 감독이 “부조리에 집착했다”는 멘트를 표면에 내세웠다. 부조리에 집착하되 영화 시작 1시간 뒤에야 나타나는 괴물을 10분만에 공개하며 클리셰를 뒤집는 과감한 전복은 일종의 ‘부조리에 대한 집착’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스타PD로 꼽히는 나영석PD의 ‘창의력 공식’은 트렌드를 반보 앞서나가는 새로움(아이디어)이다. 여기까지는 방송가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공식이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PD가 각자의 성공공식을 점으로 연결하는 ‘커넥팅 더 닷츠’를 실천했다고 강조한다. ‘커넥팅 더 닷츠’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으로 원래 있던 기술들을 연결하니 아이폰이라는 새로움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분석한 나PD의 성공공식도 ‘배낭여행’이라는 나PD의 장기에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같은 실버 연예인라는 전복된 소재를 연결한 게 시청자들에게 주효했다. 케이팝 스타에서 이제 전세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방탄소년단 RM에게서는 가수 RM과 자연인 김남준을 분리하는 ‘페르소나의 공식’을 찾아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케이팝 스타의 삶은 화려함 속 혼란이 숨어있다. 저자는 이를 유산슬의 ‘부캐’ 공식으로 설명하며 RM이 본캐릭터와 함께 ‘페르소나’라는 부캐릭터를 발굴해 또 다른 자아구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니셔티브’ 토머스 맬나이트 지음  젤리판다  1만 5800원 사진제공=젤리판다‘상위 1%의 결정적 도구’와 ‘이니셔티브’를 함께 읽는다면 성공의 길이 일맥 상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니셔티브’는 2018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리더십 개론이다.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개정보증판으로 재출간되면서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발과 함께 K방역 시스템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녹여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은 공정한 분배와 사회정의, 공공의 가치발전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흐름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진화해가고 있다”고 적었다. 또 “한국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모범사례”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이니셔티브’의 기본 전략을 잘 보여주는 모델로서 실천하는 국민의 힘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이 책의 개정보증판이 아시아 지역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발간된 이유다. 저자는 책 속에서 강조한 성공하는 리더들의 공식은 대체로 ‘상위1%의 도구’에서 역설한 공식과 통한다. 리더는 관찰하고 먼저 움직이고 실천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일본의 한 살충제 회사 직원이 한 여성 고객의 구매량을 파악한 결과 해당 고객이 벌레가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살충제를 뿌리기 위해 대량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이 회사는 분무 즉시 벌레가 마비되는 기능을 개발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는 능동적으로 집착하고 관찰하는 봉준호 감독의 성공공식이나 각각의 성공공식을 점으로 연결한 나영석PD의 성공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책 속에서 오리온 같은 한국 기업이 과거의 오명을 씻고 혁신을 통해 회생한 사례를 녹여내며 한국 경제에 대한 관찰과 애정어린 조언도 전했다. 특히 “한국은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21세기 동방학습지국으로 경영인들이 본받을 리더의 나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11-10 18: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메리칸 엔드 게임> 김광기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하며 미국은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화해할 수 없을 만큼 두 진영으로 안전히 갈라서는 모습이다. 흑백 갈등 속에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금융위기가 극심했던 2008년에 비해 지금이 더 피폐하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얘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저자도 “미국의 자본주의는 고삐풀린 망아지”라고 혹평한다. ‘변태한 미국’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극소수 부자들의 탐욕과 위선만 넘쳐나는 곳이 지금의 미국이라고 비판한다. 바이든은 이런 미국을 다시 ‘기회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 아이티 지진 때 거액 기부금 빼돌린 클리턴 재단 - 저자는 ‘천사의 얼굴’을 한 미국의 ‘제국들’을 고발한다. 클린턴 일가가 운영하는 클린턴 재단도 그 대상이다. 그들이 아이티인에게 돌아가야 할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을 강탈했다는 것이다. 2020년 1월 아이티에 진도 7.0의 강진이 덮쳤다. 빌 클린턴은 유엔 사무총장이 파견한 특사 자격으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아이티를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과 재건을 약속했다. 그 해 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90억 4000만 달러의 기부금이 재단으로 답지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들어온 60억 4000만 달러의 0.6%에 불과한 3600만 달러만이 아이티인을 직접 돕는 데 사용되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일부는 클린턴 부부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클린턴 사단’이라고 할 워런 버핏이나 재단의 기부자인 클라우디오 오소리오 등도 임시 대피소와 주택 건설 명목으로 엄청난 특혜를 챙겼다고 한다. 심지어 힐러리의 동생인 휴 로댐은 아이티에서 50년 금광채굴권을 따냈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총을 맞아 사망해 자살로 처리됐고 한 명은 고국인 아이티를 떠나야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미국 대학입시 - 미국 입시 시스탬은 ‘불투명’ 그 자체다. 미국은 시험 같은 일률적 잣대로 줄을 세워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우리가 받아들인 ‘수시’라는 시스템 속에서 입학사정관의 정성적 평가에 크게 좌우된다. 결국 돈 많고 권세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이 과거보다 더 쉽게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504 플랜’이라는 학습장애 학생들을 위한 제도마저 악용해 돈으로 학습장애 판정을 받고 대학에 들어간다. 상위 1%의 가장 부유한 학군 고등학교에서 ‘504 학생’이 5.8%에 이른다. 일부 학군에서는 18%에 달하기도 한다. 전국 평균은 2.7%에 불과하다. 입시 브로커인 윌리엄 싱어의 역사상 최대 대입 부정 사태가 적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필립스 아카데미 같은 8개 자사고들이 미국 동부 명문 사립대학들에 신입생을 대거 공급해주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 백인(White)-영국계(Anglo Saxon)-개신교(Protestant) 출신의 상류층이 장악한 이른바 ‘WASP 패권’이다. * 센프란시스코의 ‘똥지도’와 ‘똥순찰대’ - 미국에서는 지금 현대적 의미의 도시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도시 형태도 무너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똥 지도(poop map), 똥 순찰대(poop patrol)가 생겼다. 시 당국이 도시 내에서 똥이 발견된 자리를 표시해 둔 지도다. 개 똥이 아니라 인분이다. 순찰대는 이를 수거하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신종 직종의 종사자들을 말한다. 거리에 인분이 넘치는 것은 공공화장실이 감당 못할 정도로 노숙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때문이다. 똥 발견 건수는 2011년 5500건에서 2018년에는 2만8000여 건으로 5배나 폭증했다. 이걸 치우기 위해 책정된 2019년 시 예산이 무려 75만 달러에 달했다. 시로선 창피한 일이라 최근에는 똥 지도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도까지 사라진 마당에 샌프란시스코의 인분 문제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집값 폭등이 불러온 ‘노숙자 대란’ -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상승은 동부의 명문 예일대 졸업생까지 노숙자로 전락하게 만들 정도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 명이 집을 가지면 세 명이 길거리 노숙자가 된다고 한다. 2019년 현재 노숙자가 1만 7595명에 달한다고 한다. 로스엔젤레스는 더 심각하다. LA 카운티(광역)에 5만 8936명, 시내에 3만 6300명에 이른다. 모두 집값 폭등이 주범이다. LA의 경우 월세 중간값을 내고 방을 얻으려면 시급이 적어도 47.52달러(약 5만 7000원)는 되어야 한다. 현재 연방 정부의 최저 시급은 7.25달러(약 8740원)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노숙자가 되어 길거리에 나올 수 밖에 없다. 방 2개 임대 아파트를 구하려면 최저 시급이 샌프란시스코에선 60달러, LA에서는 32달러, 시애틀에선 30달러는 받아야 한다. 가장 싼 시카고에서도 최소 23달러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를 내려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노숙자 문제는 코로나 방역에도 큰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란 무용지물이다.* 집값 폭등의 주범 ‘사모펀드’ - 2018년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중간가격은 100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런 대도시 집값 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사모펀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까지 주택임대사업을 한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역의 은행에 압류된 집들을 대거 매입해 되팔지 않고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떼돈을 벌었다. 스티브 슈워트먼 회장이 2015년 “우리는 세계 제일의 부동산 소유주”라고 선언했을 정도다. 대규모 임대주택 투자자들은 피닉스를 발판으로 조지아주 애틀란타와 텍사스주 댈러스, 캘리포니아 등을 맹폭해 미국 전역에 30만채 이상을 싹쓸이했다. 그리고는 약간의 리모델링 후 고가에 임대해 준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져 주택 가격이 대폭락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거액의 수익을 챙겼다. 이번에는 연방정부와 연준마저 리스크 회피와 자금 동원력까지 높여주며 기업공개 때 유리한 조건까지 부여해 주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지금 미국 부동산 거품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모펀드에 의한 인위적인 조직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올해 3월 워싱턴포스트가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를 묻는 설문에 1위가 ‘다음달 임대료’였다. * 블랙스톤은 악덕 집주인? - 블랙스톤은 자회사인 인비테이션 홈스를 통해 임대사업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는 규제 당국의 비호 아래 이런 부분에서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들은 ‘냉혈한’이다. 임차인들을 계약 당사자와 정당하게 다루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료로 덩달아 올라 이득인데 여기에 이른바 엑스트라 피란 명목으로 주인이 내야 할 몫까지 임차인에게 떠넘긴다. 주나 지자체 등도 신종 임대업자들이 유리하게 법을 고쳐준다. 10년 전에는 대부분 임대료에 포함되었던 것들이 추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부과되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이렇게 번 돈이 지역사회로 편입되지 않고 모두 월가의 부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린다. 임차인과 서민들을 위해선 이들 제국들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꼭 필요하지만, 블랙스톤 슈워츠만 회장은 트럼프에게 정치 후원금을 쾌척하는 그의 오랜 동맹이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의 비즈니스 자문위원장까지 맡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철폐를 주도하고 있다. * 준비 안된 코로나, 책임전가만 - 미국에서는 지금 병원 의료진들도 쓰지 못할 정도로 미스크가 부족하다. 의료진 감염조치 걱정될 정도다. 의료진을 위한 안면 비말 보호대와 방호복 같은 개인보호장구(PPE)가 태부족이다. 작금의 병원 환경을 두고 ‘세균 배양 접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인공호흡기는 뉴욕주에서만 3만개가 필요한데 트럼프는 연방정부가 1만개를 비축하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한다. 급기야 트럼프는 인공호흡기를 환자 2명이 공유해 쓰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의료진들에게는 외부에 장비 부족을 발설하지 말라며 함구령까지 내렸다. ‘제조업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의료기기 만들 공장조차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공호흡기 조달을 위해 미국의 50개 주가 경쟁하는데, 입찰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지느라 가격을 높이 부르는 주가 임자다. 대량 환자 발생 상황을 상정해 본 적이 없었기에 병원들도 속수무책이다. 애초에 미국 병원에는 일반국민들은 언감생심이고, 의료보험을 가진 돈 많은 소수 부자들만 드나드는 곳이었다. 오바마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공언했으나, 민간보험이었던 탓에 민간 보험사의 배만 불려주는 흉물이 되었다. * 제약회사의 코로나 치료제 횡포 - 미국은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구조다.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겉으로는 가격구조를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지만 제약사 이익 탓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렘데시비르’는 지난 3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약품으로 자정받았다. 희귀약품 지정은 유병 환자수가 20만명 미만의 희귀병에 한해 제약사의 투자비용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임상 비용의 25%에 달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공제받게 해 준다. 그런데도 약값은 대부분 엄청나게 비싸게 책정된다. 지난 6월 길리어드가 공지한 렘데시비르 가격은 주사액 한 병당 520달러(약 62만4000원), 사보험 가입자는 5일치 1회 처방에 3120달러(약 374만원), 정부보험가입자는 2340달러(약 281만원)이었다. 아직 3상도 거치지 않은 치료제 가격인데도 그렇다.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은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2027년까지 특허까지 받았다. 싼 복제약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비판이 거세자 희귀약 지정을 슬그머니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제약사의 정치권 로비금액은 47억 달러에 이른다. 이른바 ‘사워 머니(shower money)’다. 이런 것들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미국의 1인당 약값 지출 비용은 1000달러로 선진국 최고다. * 트럼프의 패착 ‘회전문 인사’ - 트럼프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로비스트인 조 그로건과 일라이 릴리의 로비스트인 알렉스 아자르를 각각 보건 정책 고문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는 임명했다. 약값 인하와 함께 주요 공직에 로비스트는 얼씬도 못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 정부는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사태를 틈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를 희귀약품으로 지정해 특혜를 주려 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대박을 쳤던 타미플루도 길리어드 제품이었다. 문제는 당시 길리어드의 회장이 부시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던 도널드 럼스펠드였다는 사실이다. 공직과 민간을 넘나들며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다. 때문에 저자는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이 혹시 이들의 농간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다. 렘데시비르를 희귀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려 미적거린 것은 아닌지, 트럼프가 뒤늦게 해결사로 ‘짠’하고 나서 영웅이 되려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흑인들이 유독 코로나에 취약한 이유는? -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이 많고 흑인들이 많이 사는 남부 지역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등이 집중 표적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경우가 적고 실제로 병원에 갈 경제적 여력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뉴욕시는 흑인이 백인보다 2배나 더 죽었고, 시카고는 인구의 30%가 흑인임에도 흑인 사망자 비중이 70%에 달했다. 유독성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쏟아지고, 양질의 의료 시스템에 접근이 불가능한데다 특히 의료보험 무가입자가 많아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의료 서비스 부재 지역을 ‘의료 사막’이라고 부른다. 1차 의료기관도 없는 곳이 부지기수라 환자가 생겨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코로나의 가장 위험한 3대 기저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 호흡기질환 환자들도 이들 지역에 많다. 조지아주의 3대 흑인 밀집지역인 테럴 랜돌프 도허티 등의 카운티들이 코로나에 속속 유린당했다. 저자는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안타까와 한다. * 영세상인 구제금융까지 가로채는 대기업들 - 미국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급여 보험 프로그램(PPP)’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돈이 6600억 달러에 이른다. 직원을 해고하지 말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데 이런 구제금융을 대기업들이 가로채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거의 300곳에 이르는 상장기업들이 소상공인 구제금융 중 10억 달러를 가져갔다. 댈라스의 호텔회사 에스퍼드, 캘리포니아의 인공지능회사 베리톤, 뉴저지의 제약회사 어퀴스티브 테라퓨틱스 등이 그랬다. 소상공인의 25%만이 정부지원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로 가장 타격이 큰 뉴욕과 뉴저지의 소상공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지원을 받는 불균형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할라도어탄광, 리노리소시스 탄광회사 등 트럼프 행정부 관련 인사들이 로비스트로 있는 대기업들까지 이런 특혜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PPP에 연연하는 것은 다른 대출에 달리 ‘탕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30일까지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면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열쇠다. 저자는 “돈 벌 때는 자유주의, 돈 잃으면 사회주의”라는 말로 미국 대기업의 현 세태를 비판한다.* 대기업에 더 유리한 소상공인 지원대출 -  PPP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법인에 대기업이 포함되도록 한 규정부터 문제다. 500명 이상의 종업원을 둔 대기업이라도 회사 전체 인원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속한 물리적 장소 한 곳 당 직원이 500명 이하면 PPP를 받을 수 있다. 499명 인원의 지역 공장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상공인들은 규정에 발목 잡혀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드시 급여로만 대출금의 75%를 쓰도록 한 단서 조항(나중에 60%로 완화) 때문이다. 임금 지급보다 당장 운영자금이 급한 상황에서 급여에 대출금을 그렇게 쏟아붓기가 쉽지 않다. 결국 대출을 받아 놓고도 쓰지 못하거나 아예 대출 신청을 못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형 은행들도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면서 자기들과 관련있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대기업은 구제금융 외에도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트럼프도 정부 자산인 장기임대 호텔의 임대료를 지불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세금 횡재’라는 말까지 생겨나는 이유다. * 구제금융까지 탐내는 사모펀드 - 사모펀드들도 PPP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모펀드가 내세우는 명분은, 자신들이 소유한 미국 내 수천 개 중소기업의 근로자가 880만명에 이르는데 자신들이 나가 떨어지면 이들 노동자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명분은 모든 연기금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자신들이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미래도 몽땅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블랙스톤 아폴로 칼라일 등의 거대 사모펀드들이 코로나19 구제금융을 받으려 지난 1분기에 로비로 쓴 돈이 무려 3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아직 PPP를 타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대신에 사모펀드들은 다른 명목으로 구제금융을 이미 챙기고 있다. 아폴로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라졌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 대출 제도까지 다시 끄집어내 1000억 달러를 따냈다.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까지 담보자산으로 특별 인정해 대출받는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부실도 정부가 대신 떠안아주기로 했다. 사모펀드가 갚지 않으면 국민들이 뒤집어써야 할 빚이다.* 명문사학들도 나랏돈 갈취에 혈안 - 엄청난 기부금을 보유 중인 미국 사학 명문들도 구제금융 받기에 혈안이다. 하버드 대학은 ‘400억 달러의 엄청난 기부금을 쌓아 놓고도 정부 구제금융 870만 달러를 또 받으려 하느냐’는 트럼프의 비아냥에 발을 뺐지만, 코넬과 노트르담 대학은 각각 1280만 달러와 58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명문 자사고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바마와 빌 클리턴의 자녀들이 다녔던 시드웰 프렌즈는 기부금만 5000만 달러를 가진 부자학교 임에도 520만 달러를 PPP로 받았다. 트럼프의 막내 아들이 다니는 세인트 앤드루스 에피스코펄 스쿨도 타냈다. 미국교육위원회는 “2020~2921학년도 고등교육가관의 재정이 총 23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밀레니얼 세대 -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로 통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미국에서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경력은 이탈되고 재정은 파탄나고 사회적 삶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성장이 가장 안좋은 시대에 태어난 세대다. 코로나 탓에 Z세대(15~4세)와 함께 일자리 아르바이트 소멸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세대이기도 하다. 극심한 불평등은 청년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복지부동과 안전 지향 성향을 띄게 했다. 자칫 실수하면 그나마 가진 것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실력주의 신화는 무너지고 부모의 것이 그대로 대물림 되는 세습사회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신분의 경계를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지고 있다.* 불평등의 결과 ‘언 유나이티드 스테이트(Un-United States)’ -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주 캘리포니아를 ‘주(洲)’가 아닌 ‘국(國)’이라고 말한다. 이 참에 연방국에서 갈라서자는 얘기다. 연방을 해체하고 50개주를 성향에 따라 3개의 국가, 즉 ‘미국우선공화국(The Republic of America First)’, ‘신과 총의 연방(The Commonwealth of God and Guns)’, 그리고 ‘오합지졸연합 피난처(The Federated Sanctuary of Huddled Masses)로 나누자는 주장도 나왔다. 당장 3개가 어려우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 스테이트‘로라도 나눠버리자고 한다. 그만큼 미국 사회의 감정의 골이 깊다. 저자는 “아직도 남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미국의 현 상황을 설명한다. 분열과 갈등이 미국 전역에 고루 편재되고 그런 분열이 정치색과 맞물리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 기저에는 불평등의 심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모르는 비참한 상태에 놓인 것이 분열의 주된 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나아가 분열 뒤에 따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부분이다.* 바이든의 본거지 델라웨어 ‘돈세탁의 천국’ - 상원 의원 시절 ‘중산층 조’라 불렸던 조 바이든은 2017년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에 상류층으로 급부상했다. 1560만 달러(약 187억원)를 고액 강연과 저서 출간 등으로 벌어 들인 덕분이다. 그런데도 그는 거주지인 델라웨어주에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두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강연료와 인세를 집어넣고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세와 메디케어세를 내지 않았다. 파나마가 무색한 새로운 조세 회피처 ‘델라웨어’가 주법으로 허용했고, 바이든이 입법에 일조했다. 델라웨어 인구는 2019년 현재 97만명 정도인데 이 보다 훨씬 많은 140만 개사가 등기(2018년 기준)해 놓고 있다. 미국 주요기업 500곳 67.2%, 미국 공개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등기를 했다. 이곳의 법인세율은 8.7%지만, 회사가 주 안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 법인세가 없다. 특허권 등 무형자산에도 과세를 않는다. 기업들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세우곤 다른 곳에서 사업을 한다. 온갖 부정한 돈 세탁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런 식으로 얻은 델라웨어의 수익이 2011년에 이미 6000만 달러로 주 전체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다. 2019년 6월말 현재 이른바 ‘델라웨어 구멍’으로 올린 세수는 13억 달러로 급증했다. 2010~2019년 10년 동안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6개사의 텍스 갭(내야 할 세금과 실제 징수액 간 차이)이 1002억 달러(약 120조원)에 달했다. 불평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1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몸소 경험한 코로나19 시대를 위로하다…‘해피랜드’ 시인 김해자

신작 ‘해피랜드’를 출간한 김해자 시인(사진제공=아시아)어쩌면 그의 삶은 치열했고 진보적이었으며 그럼으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문학도이던 젊은 시절은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시인이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암으로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로 인해 드나들던 병원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를 목도했고 스스로 ‘생체험’했다. 이명이 이어지고 약으로 인한 상상의 세계들이 펼쳐지는가 하면 세상의 아픔들이 유독 더 예민하게 몸으로,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으로 고스란히 스며든 시대의 아픔은 시로 승화됐다. 전태일문학상, 백석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만해문학상, 구상문학상 수상자인 김해자 시인은 스스로를 ‘백수’이자 ‘초보 농사꾼’이라 지칭하며 해맑게도 웃는다. “농사 경력으로는 12년차지만 동네 어매들은 ‘쟤는 만날 풀 농사만 짓는가벼’ 할 정도로 초보죠. 흙과 가까워지면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해요.” ‘암’이라는 시련과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그는 해맑고 쾌활하다.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알고 ‘말로 주고 되로 받으면서도 마냥 해실대는’ 시골 아낙들의 이상한 셈법에 위로받으며 천안과 아산을 잇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저를 이만큼 돌려놔 준 이들은 동네 어매들이에요. 매일 먹을 걸 올려주고 한 계절 농사 지은 작물들을 수시로 가져다 주면서도 커서 입지 못해 건넨 바지 5벌에 ‘돈 벌었다’고 웃는 사람들이죠.” 김해자 신작 시집 ‘해피랜드’(사진제공=아시아)이어 “그런 동네 어매들, 하루 동안 번 몇 페소를 나눠 갖는 다큐멘터리 속 아이들 등을 보며 양가감정이 들고 교란되는 코로나시대를 살면서 망가져가는 대로 내버려두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덧붙였다.“그래서 엎드려 시를 썼죠. 우리의 아름다운 세계가 망가져 가는데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가장 큰 일은 삶 그 자체“시적 장치나 미학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아픔에서 벗어난다는 것, 산다는 것이 큰 일이었거든요.”코로나19가 보통사람보다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데에 대해 이렇게 전한 시인은 “시에서는 때로 가면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의 동시에 앓게 되면서 그 가면을 벗어 던졌다”고 표현했다.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면서 그의 표현대로 “현대 의료체계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에 의존했다.” 이를 시인은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의 반복으로 여기기도 했다.“MRI(자력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장을 이용해 생체의 임의 단층상을 얻을 수 있는 첨단의학기계)를 찍는 것이 관속에 들어가는 기분이었고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며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을 겪었어요. MRI 통 속에서는 톱니 갈리는 듯한 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요. 3, 40분 가량 지속되는 그 소리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그 소리를 내는 자기장이 나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그렇게 스스로 공명하는 소리이자 세계가 내지르는 소리 같이 느껴졌던 당시의 경험은 ‘자기공명’이라는 시에 담겼다. 마취제도, 혈압약도 듣지 않는 몸을 그저 지켜만 봐야하는 심정은 ‘무명’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화학약품에 의지 하지 않고 먹거리로 해결하면서, 코로나19로 집에 머물며 식재료를 연구하면서 지금을 사는 현대인들을 떠올렸어요. 매일 아침 용감하게 직장에 나가지만 그 과정에 무의식적인 불안함에 겁에 질리기도 할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사는 수많은 딸뻘의 젊은 세대 이야기는 ‘돌미역귀’, 90도 언덕길을 밤낮없이 오르내리며 집 앞 택배를 말없이 두고 간 사람들, 30톤짜리 백화점 납품차량 바퀴에 끼어서도 치킨배달만 걱정하는 오토바이 배달부의 실화는 ‘둘 다 휘딱갔다’에 담았죠.”신작 ‘해피랜드’를 출간한 김해자 시인(사진제공=아시아)그는 “수술까지 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은 저는 오토바이가 빠르게 질주하는 상황이 굉장히 공포스럽게 느껴졌다”며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공포에 질린 상태로 납작 엎드려 메모한 것들, 제 고통에 파묻혀 언어화되지 못한 것들을 시집에 담았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가면을 벗고 미학적 표현을 싹 뺀, 최근 6개월 동안 쓴 시로 도배한 시집”이 ‘해피랜드’다.“독자들을 고문할 수도 있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를 이만큼 놀려놔 준 동네 어매들, 그들과 먹고 노는 매일, 땅의 힘에서 오는 해학과 먹거리, 수다 등이 있어서 독자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겠다 싶었죠.”◇양가감정이 드는 시대 그럼에도…그의 귀농은 전북대 사범대학을 다니던 딸이 “애들이 무섭다”고 하면서였다. 그는 “제가 서울에서 무슨 위대한 일을 하나 싶어 귀농을 결행한 때가 2008년”이라며 “딸 덕에 시골로 오면서 제가 완전 바뀌었다”고 밝혔다. “몸으로 먼저 왔고 시절에 따라 스승이 나타났죠. 제가 발아할 씨앗이 생기면 흙을 제공해주고 바람도 그 방향으로 불어주는 것 같았어요.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 박성준 선생님…너무 많죠. 그분들 덕에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앙드레 고르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등을 읽으면서 ‘왜 아직도 노동의 고용만을 고민하나’ 싶어 50대에 공부를 엄청나게 했어요.”그리곤 “스승들을 만나면서 배운 이상하게 촌스러운 흙 얘기가 시로 들어온 것이 ‘해자네 점집’부터”라며 “몸이 소거돼 가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발로 생각해야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너무 머리가 성한 시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발을 가진 사람들을 그까짓 것들로 치부하면서 부리는 신인류의 시대예요. 근대문명에 밀려난,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대문명의 한계를 생각해야할 때죠. 자기답게 살지 못하면서 인간이 부서지고 고립되고 있어요. 젊은 청년들은 전화를 걸면서 음소거를 해요. 연결은 하고 싶은데 직접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 거죠. 우리 삶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신작 ‘해피랜드’를 출간한 김해자 시인(사진제공=아시아)그리곤 코로나19 시대를 담은 첫 번째 시 ‘마스크, 假面, 탈’에 대해 “마을에서는 맘껏 걸을 수 있는데 서울에 오면 겁난다”며 “마스크를 두 개씩 쓰고 본 인류의 풍경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멀리 사람을 피해가거나 돌아가는 등 아주 조신해졌어요. 그간 너무 직선으로, 최단거리로만 살아온 세상이 우회해서 돌아가고 있어요. 정말 공포스럽고 답답하지만 우리가 쉴 수 있는 휴식을 주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묘한 양가감정이 생겨요.”◇세상의 모든 백수여, 당당하라!“저는 늘 얘기해요. ‘세상의 모든 백수여, 당당하라!’고. 아직 세상에 나오진 않았지만 네 안의 뜨거운 것들이 있으니, 그것들이 언젠가는 세상으로 쏟아질테니. 코로나19로 냉장고에 있는 줄도 모르는 채 처박혔던 것들이 세상에 나와 쓰이곤 하잖아요.”그리곤 “지금 사람들도 놀고먹고 얻어먹으면서 사는 재미를 좀 준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태기도 했다.“제가 사는 집에서 쫓겨나게 돼서 이사를 가야하는데 청소를 해주겠다는 분이 있어요. 찰밥을 쪄서 솥째 들고 오는 분도 있어요. 이분들 중에는 전재산이 1000만원인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있죠. 이 양반들이 몸으로 일깨워 주고 있으니 제가 엄살을 떨 수가 없어요. 인류의 가장 큰 재미는 나눠먹고 챙겨주고…머리가 아닌 발로 생각하고 사는 거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1-09 18:3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인간을 위한 미래> 김도현 외

8명의 석학들이 대전환기 인류의 미래를 통찰한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가 아닌,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는 “미래는 우리의 오늘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무슨 결단을 내려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위기와 기회 요인, 우리가 소망해야 할 미래 생태계, 그리고 이른바 ‘소셜 퀄리티’가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 갈 과정과 조건 등에 관해 깊이 있는 혜안을 제시해 준다. 더불어 우리 청년들이 어떤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묵직한 조언을 내려준다.* 우리 사회가 맞은 세 가지 위기 -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를 말한다. 첫째,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낮은 출산율은 결국 차세대의 경제적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번째는 사회적 동기부여의 위기다. 일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길게 일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예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면서 사회행복도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번째는 거버넌스의 위기다. 30% 미만까지 떨어진 우리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이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부유한데 왜 분노사회가 되었는가를 잘 살펴보면 그 기저에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한국은 심각한 신뢰 적자 사회”라고 비판한다.  * 점점 공고해 지는 ‘엘리트 카르텔’ - 이재열 교수는 광장의 촛불을 ‘프리토리언(praetorian) 현상’으로 해석한다. 로마제국의 엘리트 군대이자 최고의 무력집단이었던 ‘프리토리언 가드’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들은 로마 공화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스스로 정치에 개입해 판을 바꿔 버리는 역할을 했다. 우리 사회도 비슷하게 전개되었는데, 그로 인해 민주적 시스템에 기반한 새로운 지배층 즉 ‘엘리트 카르텔’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고위관리와 고소득전문직 지식인 등 엘리트 그룹은 학연과 지연 등 공통점을 중심으로 연대해 사회 수면 아래서 단단하게 구조화되었다고 평가한다. 전관예우 같은 회전문 현상이 엘리트 카르텔이 작동하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조건은 ‘부’가 아닌 ‘소셜 퀄리티’ - 이 교수는 향후 한국 사회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진국의 공통점으로 그는 ‘소셜 퀄리티’, 즉 사회적 품격을 든다. 안전 포용 공정 참여 등 사회적 가치가 잘 구현되는 인프라를 말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되는 인프라가 잘 구축된 사회다. 그 사회의 위험 회복 역량을 뜻하는 ‘시스템 퀄리티’와 도덕적 자원을 의미하는 ‘생활세계 퀄리티’가 서로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지속가능한 소셜 퀄리티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가 주목하는 가치를 그는 ‘소셜 웰빙’,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평균적 만족과 행복이라고 정리한다. 정의와 평등 연대 역량의 4개 지표가 모두 좋을 때 소셜 퀼리티가 보장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선진국에 한참 뒤지는 소셜 퀄리티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셜 퀄리티는 OECD 30개국 중 28위다. 인적자본 개발(사회적 포용) 분야가 그나마 18위일 뿐, 복지(사회 경제적 안전) 29위, 신뢰와 투명성(사회족 결속) 23위, 시민의 참여(사회적 역량) 지표는 29위다. 1위 덴마크를 포함해 5위까지는 모두 북유럽 국가다. 경제성장이 소셜 퀄리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셜 퀄리티에 많은 투자를 한 나라가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복지와 투명성,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인프라보다 인적자본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소셜 퀄리티가 전혀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경쟁 중심 사회가 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실패 후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약하다고 지적한다. 복지 혜택에 대한 기대가 낮아 선진국 대비 조세부담률이 높지 않은데도 조세저항은 매우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투자만 확대했다간 이탈리아나 그리스 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행복 두마리 토끼 잡기 - 투자 수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임팩트 투자, 배려 자본주의, 창조적 자본주의, 깨어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최근 비즈니스에서는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활동도 중시된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기업들은 동일 업계 평균보다 15~20% 임금을 더 지급하지만 매출은 3배 정도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유럽의 경우 사회책임투자 비율이 52.6%, 미국은 38.1%지만 우린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 교수는 이제 누군가 이익을 보려면 다른 누군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기존 경영학 이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직 경쟁만 강조되고 강요되는 있는 한국에서는 사회적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관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소셜 퀄리티의 위기를 알리는 사회적 ‘휘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주역 밀레니얼 세대 -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21세기 청년인 밀레니얼 세대가 꾸는 꿈이 우리의 미래”라며 이들을 적극 응원하자고 말한다. 그는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생존지향적 사회’로 전환되면서 청년들도 등록금, 일자리 등 사회적 환경의 압력에 고통받으며 이에 적응해 나가려 고군분투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아쉬워 한다. ‘생존주의’가 개인의 능력을 공격적이며 격렬한 방식으로 계발시킨다고 지적한다. 서바이벌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념이나 정의, 대의를 논하는 것이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 유일한 생존법은 ‘생존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가는 것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청년의 미래를 어떻게 응원할 것인가 - 김 교수는 청년 세대의 심리-레짐을 네 가지 유형으로 설명한다. 서바이벌 압력에 적응해 가는 생존(生存)주의, 다양한 형태의 공존을 추구하는 공존(共存)주의, 좀더 세련된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독존(獨存)주의, 그리고 존재를 강화하기 보다 소멸이나 약화에 경도된 탈존(脫存)주의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런 혼합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독존에 대한 강한 감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회적 의제에는 적극 참여해 공존적 가치를 추구한다. 김 교수는 또 민주화의 실질적인 변화를 누림과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경쟁시스템에서 교육받아 이중적 지향성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에 뿌리내린 생존주의를 재조립(reassembling)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들이 샌존에 매몰되어 미래를 풍요롭게 생산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라며, 청년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행위의 공간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력의 생태계’여야 할 미래도시 -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스마트 시티의 본질은 협력공동체”라고 강조한다. 스마트시티가 진정 모두가 원하는 좋은 도시가 되려면 무엇보다 도시를 바라보는 좋은 관점, 그리고 완벽한 계획보다는 변함없이 도시의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LA의 할리우드와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건설된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시 디지털 미디어를 핵심 산업으로 택해 도시 속 산업 생태계를 만든 덕에 미디어 산업클러스터이자 새로운 문화의 발신지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개방적 환경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도시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도시환경이 비로소 도시를 문화와 문명의 발신지로 만든다는 얘기다. * 창조적 산업생태계가 미래를 만든다 - 김 교수는 현재 유럽연합 47개 도시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첨단 제조업 생태계 구축’이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미국 보스턴의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는 200여개 스타트업에 5000명이 넘는 창조적 인재들이 모인 곳으로, 이곳에서 연간 6700만 달러의 세수가 걷힌다고 전한다. 우연히 만나 대화하고 충돌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것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생산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한 협력’이 역동적 에너지가 되어 창업 생태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얘기다. 스마트 시티를 준비하는 세계 도시들의 공통점으로 저자는 ‘거점 구축’을 얘기한다. 맨하튼의 경우 도시 인프라보다 ‘이웃이 좋아서’ 창업지로 선택하는 이들이 늘 만큼, 최근에는 ‘인재가 있어서 기업이 오는 도시’가 중시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 스마트 인프라가 충족해야 할 5가지 조건 - 첫째, 맞춤형 지식을 제공하는 첨단 디지털 인프라다. 둘째, 건물 내외부 상호작용을 위한 투과성을 높이는 가로환경이다. 셋째, 혼용 가능한 공간의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넷째, 증강도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이 모든 과정에 에너지 활용과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이 적극 적용되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 자체가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시장인 만큼, 그 안에서 개방과 참여 공유 분배의 가치가 자유롭게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누구를 위한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측가능한 문제에 더 집중하고, 구성원들에게 가치 의식을 심어주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스마트 시티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 역량과 기술이 집약된 ‘작은 실증’의 성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민들이 직접 스마트 기술과 도시를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철학과 사회학을 탑재해야 -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비구조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느냐 못하느냐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감색에서 찾아 활용할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량의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정량화가 불가능한, 동영상이나 사진, 인간의 언어 등 비구조화된 데이터라고 말한다. 저자는 최근 대세가 된 딥 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기계가 찾아낸 룰을 인간이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직접 세상을 보고 스스로 인식할 것이며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가 아닌 ‘정보를 이해하는 기계’의 출현이 멀지 않았다고 예측한다. 저자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고 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판별하는 인공지능 두개의 모델이 서로 싸우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어두운 미래 -  2019년에 미국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 ‘오픈 에이아이’는 문장 생성 전문 인공지능 DPT-2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오픈 소스를 공개하지 않았다. 너무 위험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것이 실제로 적용되면 짧은 시간에 수천만 개의 가짜뉴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이미 인간의 편향적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편견과 편향성이 포함된 데이터를 열심히 학습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기계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70~80%는 백인 편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편향성으로 가득한 인간 판사보다 인공지능 판사가 더 공정할 것이라고 믿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의 사이버 관리 체제에서 보듯이 인공지능이 누구의 어떤 의도대로 설계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인공지능에 위협받는 민주주의, 해법은? -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상징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인간이 흘리고 다니는 데이터를 자원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예측이 통제와 지배를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원하는 걸 예측해 놓고 강화 학습을 통해 예측한 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미래 자본주의 사회는 더 이상 노동력과 자본력이 아닌 인간의 경험과 게획들이 거래되고 경매되는 ’감시 자본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주보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예측도 어렵다면서 계층 간 이동을 활성화하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고, 다수의 시민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만 고르는 방식으로 오히려 편향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과학기술은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며, 이제 과거의 철학 뿐만아니라 새로운 철학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 한양대 경영학과 강형구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헤지펀드가 등장하고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조차 자신들이 금융회사가 아닌 IT회사라고 선언하는 등 인공지능이 금융투자의 초단기 투자분야에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딥러닝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고 짧은 시간 내 고빈도로 거래된다는 점, 그리고 스스로 오류를 파악하고 업데이트하는 능력 덕분이다. 저자는 금융기관들이 거래역량을 효율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시장충격모형 알고리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충격모형은 IT 기술기업이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학자들이 검증하고 축적해온 학술적 이론과 금융에 대한 직관도 없이 단순히 통계학 실력과 인공지능 코드 몇 개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한다고 설명하는 인공지능 펀드가 있다면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기회와 변수 사이에 놓인 인간의 의사결정 -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부채종합관리다. 개인의 인적자본을 분석해 속성을 파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밀 수입과 지출, 지녀수, 교육비 등을 예상해 계획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감정의 개입 없이 투자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분산투자 전략의 경우 인공지능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이제 태동하는 수준이다. 저자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수익창출이 아니라 위험관리”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기반 헤지펀드 가운데는 에이디야 리미티드처럼 선행적 위험관리를 통해 펀드를 관리하는 곳들도 이미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인공지능이 완벽하지 않다”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 시스템을 어떻게 설게하느냐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라 인공지능의 성과가 결정되곤 한다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유통혁명 -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유통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작과 끝은 모두 빅 데이터라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의 비즈니스는 생산과 소비의 주기가 배달시간으로 짧아진 유통시스템에서 경쟁해야 하고, 소비자 빅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얼마나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잘 만드느냐에 따라 미래 비즈니스의 성패가 죄우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금융회사들도 예대마진을 위주로 하는 수수료 비즈니스라는 ‘업의 본질’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한다. 특히 기술의 혁명은 금융이 움직이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제 핀 테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IT금융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의 금융은 더 이상 실물경제의 그림자가 아니며, 오히려 미래 시장의 패권을 금융이 쥐고 있는 셈이라고 역설한다. * 바야흐로 ‘빅 테크’의 시대 - 정 교수는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핀 테크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빅 테크’의 시장 독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핀 테크 분야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예축되는 분야로 부동산과 기술이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산업 ’프롭테크‘, 그리고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딩펀드, 인슈어테크 등을 든다. 핀테크의 활성화는 적극적인 금융 데이터의 활용여부에 있는 만큼, 규제 완화 등 법적 준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뒷받침할 적절한 시행령 마련과 정착이 시급하며, 특히 개인의 정보보호와 신뢰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데이터3법의 국회 통과로 개인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될 것인 만큼, 데이터와 기술이 만나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 시대’가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새로운 금융시장은 새로운 규재의 표준을 필요로 하는 만큼, 누가 먼저 신뢰와 보안의 표준을 만드는 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07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2021년 유망한 글로벌 뉴비즈니스, 이를 뒷받침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팬데믹은 미래를 앞당겼고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리고 10개월여의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트렌드 분석 및 예언서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출간된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각각 도시별 글로벌 뉴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형태별로 전세계 트렌드를 짚는다.두 책은 모두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키워드들로 구성됐지만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가 기업 입장에서 신사업을 소개한다면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보다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짚으며 기업의 전략 방향과 근거를 제시한다.‘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 KOTRA)가 전세계 84개국, 127개 무역관 직원들을 통해 찾아낸 도시별 신사업 37가지를 담고 있다. 수백명의 주재원들이 직접 보고 취재해 검증과정을 거친 37가지의 신사업은 ‘혁신사회’ ‘칩거시대’ ‘유통혁명’ ‘그린혁명’이라는 제목의 4개 파트로 구성된다.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KOTRA 지음(사진제공=알키)이들은 ‘위생사회’ ‘안전사회’ ‘투명사회’ ‘웰빙 집콕라이프’ ‘키트전성시대’ ‘버추얼 커넥트’ ‘강력한 유통’ ‘새로운 창조’ ‘순환시대’ ‘아그리테크 비즈’ 등 10개 키워드로 세분화해 정리했다.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업들은 코로나19로 변화한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것들이다. 코로나19 예방 및 퇴치를 위한 타이페이의 우표만한 크기 3g 체온계, 손대지 않아도 되는 도쿄의 터치리스 제품들, 멕시코시티의 공기정화 인공나무, 마드리드의 방역로봇, 재난과 위험에 대응하는 실리콘밸리의 드론 운송, 파리의 자전거 에어백, 카이로의 AD주사기, 과정 공개로 만족도를 높이는 광저우의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방콕의 경비로봇, 이스탄불의 스카우티움이 그렇다.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급부상한 시카고의 전문가 일대일 홈트, 암스테르담의 온라인 시력검사, 파리의 스마트워치, 후쿠오카의 워라벨 지킴이 워케이션, 뉴욕의 가임력 진단 키트, LA의 코딩 홈스쿨링, 마닐라의 식물재배 키트, 중국의 간편대체식, 가상현실(VR)로 가능해진 병실 밖 재현, 가상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 클라우드 농장주, 온라인 미술관 등도 그렇다.유통은 어떤가. 외출조차 ‘허가증’이 필요한 코로나 시대에 신선식품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AI), 일대일 반려동물 사료 정기배송, 페루 리마의 와인 구독 서비스, 프리미엄 생수, 재탄생되는 버려진 꽃 등도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으로 필요해진 신사업들이다.키토의 일회용 접시, 멕시코시티의 바이오플라스틱과 스마트팜 시스템, 뉴욕의 신개념 콘크리트, 멕시코시티의 비건 비즈니스, 무스카트의 최첨단 농업, 빈의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농업의 결합, 로봇이 데이터화하고 수확하는 도쿄의 미래 농업 등까지 코로나19로 대두된 환경파괴 문제를 염두에 둔 사업들도 소개된다.‘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글로벌 광고마케팅기업 이노션의 인사이트전략팀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다. 고객 브랜드의 중장기 방향성과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하는 인사이트전략팀에 속한 9명의 컨설턴트는 치열하게 분석한 결과물들을 ‘일상’ ‘놀이’ ‘세상’ ‘마케팅’ 4개의 라이프스타일 형태별로 책을 구성했다.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이노션 인사이트전략팀 지음(사진제공=싱긋)각 파트에는 ‘전지적 자기 관리’ ‘비욘드 알고리즘’ ‘스마트 카피캣’ ‘홈시어지 서비스’ ‘소환 놀이’ ‘부캐의 세계’ ‘서브 콘텐츠 전성시대’ ‘슬기로운 자동차 생활’ ‘21세기 아이들’ ‘긱 소사이어티’ ‘동학개미운동’ ‘디지털 보부상’ ‘포스트 뒷광고’ ‘브랜드 아바타’ ‘모두의 럭셔리’ ‘브랜드 액티비즘’ 등 16개의 키워드가 나눠 담겼다.‘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각 키워드별 원인, 정의 등을 설명하며 그와 관련된 마케팅 포인트나 활용법을 짚는다. ‘비욘드 알고리즘’은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하는 방식의 소비 사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런 알고리즘 시대에 소비자들은 어떻게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현상을 짚고 ‘추천 알고리즘 피하는 방법’과 ‘추천 알고리즘을 역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더불어 각 키워드들은 따로 또 같이 독립적으로 혹은 연계돼 배치된다. 비의 ‘깡’ 신드롬,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의기투합한 ‘놀면 뭐하니’가 탄생시킨 유고스타·유산슬·라섹·유두래곤·지미유, 싹스리, 환불원정대,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 김신영의 캡사이신 등 ‘그것만이 내 세상’ 유니버스가 아닌 ‘그것 또한 내 세상’ 메타버스로까지 확장되는 ‘소환놀이’ ‘부캐의 세계’는 첫 번째 키워드 ‘전지적 자기관리’에서 이어지며 ‘브랜드 아바타’로 연계돼 진화한다.‘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 두 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트렌드를 분석해 풀어내고 있지만 서로의 근거가 되거나 연계돼 있기도 하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의 ‘전지적 자기관리’와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중 우표 크기 체온계, 일대일 홈트, 스마트워치, 워케이션 등이 일맥상통하는 식이다. 트렌드는 개개인의 필요 혹은 경험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믿어야 할 것들과 스스로가 실천해야 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등을 스스로 정하고 따라야 하는, 저마다가 주체가 돼야하는 코로나19 시대의 ‘트렌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은 나에게 필요한 정보, 트렌드 분석 및 활용을 위한 ‘크로스체크’에 적합한 책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1-03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셰프가 쓴 뻔하지 않은 요리책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밥정’의 주인공인 임지호 셰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엣나인필름)“사람이 기른 것을 먹으면 그 재료의 20%만 먹는거죠.” 두 귀를 의심했다. 무농약과 자연 방생 혹은 유기농이라는 마크를 보고 비싸도 ‘내 가족을 위해’ 혹은 ‘내 몸을 위해’ 구매했던 그 식자재들이 길가에 드문 드문 핀 민들레 뿌리보다 영양가가 못하다니. 아무리 몸에 좋다고 출근길 회사 앞에 떨어진 매연이 키운 은행을 채취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요리방랑가 임지호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들은 자생력만으로도 그 영양가가 일반 마트에서 산 것보다 월등하다”고 말한다.영화 ‘밥정’의 홍보활동으로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그가 출연을 앞둔 예능 프로그램이나 앞으로 만들 콘텐츠에 대한 수다가 아니었다. 최근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압축해 내놓은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책에 대한 홍보도 아니다. 이야기가 스민 임지호의 요리는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밥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밥을 먹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일깨운다. (사진제공=궁편책)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의 이 책은 단순한 레시피북에서 탈피하며 요리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들풀에 담긴 시간을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잡초로 폄훼되던 가치를 끄집어낸 그림이 곁들여진 이 책은 요리 인문서에 가깝다. 어떤 지면도 예상할 수 없게 파격적이고 다채롭지만 결국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기에 조화롭다.출판사 궁편책의 김주원 대표는 “오늘은 어떤 걸 구하러 가냐는 물음에 그는 항상 ‘뭐, 일단 가보고 결정하지!’라고 답했다. 자연이 주는 대로 받아오겠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날 것 그대로였던 작업의 결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재료 공수부터 요리는 물론 완성된 음식을 담고 연출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전문 인력의 도움 없이 저자 홀로 해냈다”고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이어 “요리 현장이 곧 촬영 현장이었던 당시 그는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잠시 멈춰 자세를 취하거나 시간을 늦추는 법이 없었다. 작업 내내 어떠한 의도성을 지닌 연출을 배제한 현장이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요리 입문서가 아닌 인문서라 칭한 것은 책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수필을 읽는 듯한 수려한 문장들 때문이다. ‘냉이’에 대해 저자가 붙인 표현은 ‘자기희생으로 불변의 생명력을 지킨다’는 문장이다. 냉이는 추수를 끝낸 빈 밭과 둑에서 올라온다. 겨울과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볼 수 있지만 겨울바람 한점 막을 수 없는 휑한 땅에서 자란 냉이 뿌리에 대한 설명이 다채롭다.목련을 카나페로 만드는 법도 시선을 잡아 끈다. 스치듯 찬란하게 피는 목련에 대해 “사람들은 갈색으로 뭉개지듯 지는 목련의 끝을 추하다고 하지만 아름다움은 언제 까지고 영원할 수 없으며 심지어 찰나에 사라진다며 이를 경고하는 존재”라고 극찬하는 것. 곱씹어 볼수록 명문장인데 저자는 구운 고구마에 목련을 가늘게 썰어 넣은 후 살짝 튀겨 수삼과 같이 올려 먹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놨다. 조리법과 재료만 적혀있는 것도 이 책의 신선한 충격이다. 계량컵이나 티스푼 혹은 한 꼬집이라고 세세히 밝혀놓은 여러 책과 달리 ‘자신만의 밥상’을 지어보라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영화로 만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나체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에 내가 보탤 거라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지식뿐”이라고 밝혔다. 책에 나오는 들풀과 들꽃도 경이롭지만 이 책은 대중에게 주는 굳센 위로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사그러지지 않은 요즘 시대에 몸과 영혼을 지켜주는 그런 한 권의 책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11-03 17:3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KOTRA

코로나 펜데믹이 확산되면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집콕 기간 중에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각종 기기와 솔루션들이 속속 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 초소형 부착형 체온계에서부터 수면 무호흡을 감지·경고해 주는 스마트 워치, 집 안에서도 손쉽게 자가 시력검사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시력검사 솔루션, 여기에 반려동물을 위한 정기 맞춤형 사료 배송 서비스까지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한 이색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다.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가 전 세계 해외무역관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한 특이하고 효율성 높은 솔루션들을 소개한다.   * 일본 “손 대지 않아도 척척” 터치리스 제품들 - 일본은 독보적인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터치리스 부분에서 괄목할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4월 엘리베이터 기업 후지테크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터치할 필요 없이 버튼 근처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가고 싶은 층을 선택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선보였다. 일본의 주요 엘리베이터 제조사들은 휴대전화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의료 간병에도 터치리스 제품이 등장해 회제다. 일본 벤터기업 퓨초잉크와 ND소프트웨어는 지난해 ‘바이탈 비츠’라는 비접촉 시트 센서를 개발했다. 침대 매트나 바닥에 깔면 환자의 심박수나 호흡 수, 수면 심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클라우드 시스템 케어 페트롤로 전송되어 심장의 자율신경 활동 지표를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힌다. 혼자 잠든 사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강 이상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대만 초소형 체온기 ‘템프 팔’ - 대만의 아이위케어(iWEECARE)는 우표 크기 만한 세계최소형 체온기 ‘템프 팔(Temp Pal)를 내놓았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체온계로, 무게가 3g에 불과하다. ±0.15도 오차 범위 내에서 체온 변화를 감지하는 정밀도가 자랑이다. 2019년에 EU에서 의료기 승인까지 획득했으며, 특히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춰져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전용 앱을 설치하고 페어링을 진행한 후 겨드랑이 밑에 부착하면 된다. 최장 36시간 연속으로 사용 가능하며, 충전 시간은 약 2시간 반 정도다. 이상 온도가 감지되면 스마트폰을 통해 알람이 울리도록 되어 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10만원 정도. * 이집트 ‘전염병 퇴치용 AD 주사기’ - C형 간염 완전 퇴치를 추진 중인 이집트는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이 주된 감염 경로라고 보고, 올해 7월부터 병원과 보건소에서 일반 주사기 시용을 전면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AD(Auto Disable 자체파괴형) 주사기로 대체키로 했다. 연간 1억대 생산이 가능한 제조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이 주사기는 한번 사용 후 자동으로 주사기의 밀대가 깨지거나 주삿바늘이 접히게 만들어졌다. 사용 후 주삿바늘이 주사기 몸통으로 완전히 들어가며, 밀대를 꺾어서 폐기하도록 설계돼 재사용이 원천 차단된다. 의료진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큰 인기라고 한다. * 터키 “아마추어가 프로 재목을 발굴한다” 스카우티움 - 터키의 크라우드 소싱 형태의 대중 참여형 스카우팅 프로그램이다. 스카우터, 영상 전문가, 축구 선수, 축구 클럽, 에이전트 등이 모두 참여 가능한 오픈형 플랫폼을 운영한다. 대중이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도 스카우터나 영상 전문가로 활용하며 선수들을 추천해 정보를 올라고, 스카우티움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한다. 프로필을 등록한 선수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관찰 분석되고 이 정보는 클럽과 에이전트에 제공된다. 쓸 만한 선수를 찾아야 하는 클럽이나 에이전트는 일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좋다. 전문 교육과정과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 6월 현재 300여개 프로 및 아마추어 구단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중국 간편대체식 “더 따뜻하고 건강해진 식사” - 중국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간편대체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발열식품이다. 간단히 물만 붓고 몇 분만 기다리면 원하는 음식을 따뜻한 상태로 즐길 수 있어 혼밥족은 물론 캠핑족 등에서 인기다. 2016년 하반기에 발열 훠궈제품이 온라인몰에 등장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19년 발열식품 시장은 35억 위안(63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코로나가 확산 중인 2020년에는 7300억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1인분 기준으로 가격은 30~40위안(약 5000~7000원)이다. 발열바비큐의 경우 평균 20위안 정도다. 대부분 조리 시간은 15분 정도다. 비만 인구가 2억 5000만명을 넘기면서 건강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최근에는 다이어트 영양보충이 가능한 간편 대체식 수요가 중국에서 더욱 크게 늘고 있다.    * 일본 가상 유튜버 ‘브이튜버’ - 브이튜버는 Virtual Youtuber의 줄임말이다.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 유튜브용 동영상을 만드는 이를 지칭한다. 사람이 아닌 유튜버들이 일본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액티브에잇이라는 회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한 ‘키즈나 아이’는 디지털 데뷔 싱글을 발매하자 마자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단독 라이브 콘서트까지 개최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다. 일본에는 이런 브이튜버가 올해 초 1만명이 넘었다. 인기 브이튜버의 경우 연 수입이 수억 엔이 이른다고 한다. 현재 시장 규모는 100억엔 규모인데, 곧 애니메이션 시장과 맞먹는 500억엔(약 5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대만 ‘유골 다이어몬드’ - 중국 전통 사상에는 사후 시신 전체를 보존해야 좋다는 ‘사유전시(死有全屍)’의 개념이 있다. 그런데 최근 홍콩에서 ‘녹색장례’ 문화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유골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7년 스위스 다이아몬드 제작사인 알고르단자의 스콧 퐁 회장이 외이모 할머니의 유골을 다이아몬드로 만든 게 시초다. 유골에서 99% 순도의 탄소를 여과해 흑연으로 정제한 후 9시간 동안 화산과 같은 고압을 가하는 기계에 넣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질이 거의 같다고 한다. 무게는 0.15캐럿에서 최대 2캐럿까지 가능하다. 비용은 6500~23만 홍콩달러(약 99만~3500만원)가 든다. 장례 시 연료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화장 시 유해 배출물도 70%나 감소된다고 한다. 특히 묘지를 분양받기까지 긴 대기시간이 필요없고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어 홍콩에서 큰 인기다.  * 미국서 각광 ‘홈 트레이딩 솔루션’ - 스마트 거울을 이용한 홈피트니스 시스템 ‘미러(Mirror)’는 거울 속에 전문 피트니스 강사가 등장해 일대일 PT가 가능하다. 구입비 1495달러에 월 39달러를 내면 복싱이나 요가 발레 필라테스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심박수와 칼로리 소비량도 자동 계산해 띄워준다. 템포(TEMPO)는 웨이트 트레이닝 전문 운동 솔루션이다. 모니터 화면 속 강사를 따라하는 형태로, 특히 고령자에게 필요한 ‘근력 운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희망 하는   아령과 역기의 무게를 입력해 사용하는 형태로, 자세 교정까지 세심하게 관리해 준다. 사용자 움직임을 3D로 모델화해 4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실시간 제공해 준다. 구입비 1995달러에 매달 39달러를 받는다. 2개의 케이블로 웨이트리피팅을 할 수 있는 ‘토널(TONAL)’도 최근 인기다. 벽걸이형 스크린에 2개의 팔(케이블)로 좌우 각각 약 45kg까지 밀고 당길 수 있다. 모션 센서 카메라로 사용자의 25개 필수 관절을 정확히 찾아낸다.    * 네덜란드 온라인 시력검사 ‘이지(Easee)’ - 스마트폰과 PC만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접 시력 검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0.25~-4.0 사이의 가벼운 근시를 가진 단초점 렌즈 사용자들에게 특히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받아 1등급 의료기기로 유럽의 CE 인증마크까지 받았다. 3m의 공간과 PC, 스마트폰만 있으면, 웹사이트에서 QR 코드를 스캔하거나 문자메시지로 받은 링크에 접속받아 곧바로 테스트가 가능하다. 기존 시력운동 때 쓰는 기호와 동일해, PC 화면에 뜨는 기호를 확인 후 스마트폰에서 같은 기호를 선택해 등록하면 15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   * 프랑스 수면 무호흡 감지 스마트워치 ‘스캔워치’ - 프랑스 기업 위딩스(Withings)가 만든 ‘스캔워치(Scanwatch)’는 세계 최초 수면 무호흡 감지 스마트 시계다. 심박수와 심전도 측정은 물론 수면 무호흡 측정 기능까지 가능하다. 심박 수를 감지하는 3개의 전극과 혈압 측정이 가능한 심박 수 센서, 혈액 내 산소량을 측정하는 산소포화도 측정 센서를 장착해 심박 수가 정상치보다 높거나 낮을 때 진동으로 신호를 보내준다. 화면에 심전도 그래프와 함께 혈액 내 산소량 모니터링 결과를 보여준다. 지난 9월 7일부터 정식 판매가 시작됐다. 가격은 38mm 버전이 249유로(약 35만원), 42mm 버전은 299유로(약 42만원)이다. 의료기기 승인이 필요해 국내 판매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한다.  * 프랑스 자전거용 에어백 ‘비세이프(B’Safe)’- 프랑스의 중소기업 엘리트(Helite)가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비세이프(B’Safe)’는 자전거용 에어백이다. 에어백이 부착된 조끼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면, 운전자 몸이 자전거에서 추락하는 순간에 에어백이 자동으로 작동되어 부풀어 오르게 되어 있다. 2개의 무선장치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조끼 내부와 자전거 안장 밑 프레임에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흉부와 척추 부상을 집중적으로 예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1회 충전으로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690유로(약 93만원)다. * 중국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 코로나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는 임시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 건설한 훠선산 병원과 레이선산 병원의 건축 과정을 CCTV로 실시간 생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현장에 여러 각도의 고정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내내 촬영을 진행했다. 공사 현장을 지켜본 시청자만도 1억 70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동시간 시청자 수도 8500만명에 이르렀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한 5G 디지털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중국 측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 태국 ‘맞춤형 경비로봇’ SRI - CCTV가 설치된 대중시설에서도 곧잘 보안 사고가 발생한다. 이 로봇은 태국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오보드로이드가 제작한 경비용 로봇이다. 높이 1.5m에 80kg 무게로 로보트 모양처럼 생겼다. 로봇 AI와 CCTV가 연동되어 응급 상황 시 중앙통제센터로 실시간 알람을 해 준다. 중앙통제센터는 수십대의 CCTV를 계속 들여다 볼 필요가 없어진다. 만일 금연구역에서 흡역자가 목격될 경우 즉시 중앙센터에 상황을 보고해 조치된다. 이중 주차로 안쪽에 주차된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때도 차량 주인이 SRI 중앙의 통화연결버튼을 누르면 즉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맞춤형 경비인 셈이다. * 벨기에 ‘반려견 맞춤 사료 정기배송 서비스’ - 벨기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견을 기르는 반려동물의 나라다. 이 곳의 스타트업 ‘버디바이츠’가 서비스하는 맞춤형 사료 제작 및 정기배송이 최근 화제다. 2018년 설립 후 2년 만에 ‘2020 올해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고객이 반려견 정보를 입력하면 반려견이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 성분과 열량이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사료의 성분 배합을 결정해 맞춤형 제조 공정으로 이어진다. 사료가 떨어질 때 쯤 자동으로 다시 발송되도록 했다. 가격은 보통 1kg당 4~9유로(약 6000~1만3000원) 사이로, 일반 사료에 비해 크게 높지 않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1-03 08:38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강준만

왜 권력을 누리면 사람이 달라질까? 부패는 권력의 숙명인가? 이 책의 화두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훗날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조국 사태 이후 일련의 크고 작은 정치적 전쟁이 수많은 명명가를 권력투쟁의 졸(卒) 또는 사적 이해관계나 정실에 얽매인 부족주의 전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란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며 자신들은 DNA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지지자들도 그 선한 DNA를 앞세워 권력을 옹호하고 비판자들에게 모멸감을 준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도덕적 폭력’이다. 저자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 범위와 정도에서 문 정권은 압도적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는 지 살펴보자. * 권력자는 왜 대중의 사랑보다 두려움을 원하나 - 프랑스 정치가 샤를 모리스 드탈레랑 페리고르는 “인간은 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칼 위에 앉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합리적인 권력 행사 보다는 반대파를 거칠게 누르면서 기존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낫다”고 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고 한 원칙을 문재인 정부가 잘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착하고 선한 이미지로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는 역할은 문 대통령이 하고, 정권의 실세 혹은 실세가 되길 원하는 이들은 선과 정의를 앞세워 반대파를 거칠게 공격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 정권이 정녕 칼 위에 앉아 보겠다는 게 아니라면, 권력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화 투쟁의 ‘상징 자본’을 통해 권력까지 누리고 있는 실세들도, 정의를 독점한 듯이 반대파나 비판자를 공격해선 안된다고 비판한다.  * 숨겨지지 않는 권력욕 - 니체는 “권력은 오직 ‘더 많은 권력’일 때만 만족을 준다. 그래서 권력을 지닌 자나 그렇지 못한 자 모두 권력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권력욕을 신념으로 포장하거나 착각하면서 권력욕이 없는 것처럼 아예 그것을 지워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니체가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어 가장 무섭다”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실제로 신념은 진실을 차단하는 방어벽 기능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박해하는 도구로 기능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권력욕 또는 권력 의지는 우리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 깨닫는 성찰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한국에서 유독 심한 ‘지도자 추종주의’ - 저자는 한국이 ‘정당 민주주의 국가’라기 보다는 ‘지도자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정당이 ‘포장마차’와 다를 바 없다는 기존 학습효과가 있는데다 한국인 특유의 인물 중심주의 문화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고난과 시련의 역사에서 배운 ‘영웅 대망론’과 정(情)의 문화, 빨리 빨리 문화, 기득권 구조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식 등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한다. 이른바 ‘빠’로 불리는 정치적 극렬 지지자들의 몹쓸 사이버 테러 역시 그런 관점에서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 풍요 속에 확대재생산되는 ‘싸가지 없는 진보’ -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한 2012년 대성 결과를 성찰한 회고록 2019 끝이 시작이다(2013)에서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적었다. 하지만 역경 때만 그런 성찰을 하고, 풍요가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싸가지 없는 행태를 집단적으로 해댄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2020년 4월 총선 때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때론 오만했습니다. 제가 그 버릇을 잡아놓겠습니다. 때로 국민의 아픔, 세상물정 잘 모르는 것 같은 언동을 하는데, 이 또한 잡아놓겠습니다”라고 유권자들에게 읍소했다. 저자는 하지만 “대승을 거두고 이전보다 더한 풍요를 누리게 된 후에는 예의 그 싸가지 없는 언동의 대량생산체제가 가동되지 않았느냐”며 혹독하게 비판한다.* ‘진위’ 보다 ‘승패’와 ‘선악’의 이분법 - 역사학자 임지현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좌파 지식인의 ‘현실참여’와 ‘권력에의 꿈’ 사이 간격은 생각만큼 그리 넓지 않다”고 말한다. 대거 정관계에 진출해 권력을 누린 우리 시대 386 또는 586 세대 리더급 인사들은 한결같이 “남들이 일신의 영달을 꾀할 때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고 하는 자부심과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 진중권은 이에 대해 “586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학습을 거의 못했다. 합의가 아니라 ‘척결’ 개념의 군사주의적 마인드를 가졌으며, 진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승패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그런 선악·승패의 이분법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하에선 정치의 정상적 작동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지금 그들의 DNA에는 겸손이 없으며 편가르기, 그것도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그들의 DNA라고 비판한다.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사고방식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하는 자세가 딱 그렇다고 지적한다. * 문재인 정권의 장기집권 셈법 ‘적대적 공생’ - 저자는 현재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antagonistic symbiosis)’이라고 단언한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 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곰팡이가 필 정도로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동시에 장기집권을 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나라는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일침 한다. 그는 “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언제나 부패하나 - ‘권력부패론’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최초다. 그는 “권력은 그것을 소유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고, 그다음에는 그것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저널리스트 마거릿 헤퍼넌은 “권력은 타락한다. 그러나 그 타락은 권력자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다”고 말한다. 저자도 “우리는 자주 권력을 선하게 쓸 것으로 믿고 지지했던 권력자들마저 ‘권력의 주인’이라기 보다는 ‘권력의 노예’가 되는 모습에 절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는 “권력을 잡고 나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부패와 타락의 길로 내달리는 것인지 모른다”며 “부패는 권력의 숙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운명’에 사로잡힌 문재인 대통령 - 독일 출신 이탈리아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권력의 본성은 팽창주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회의원 중 대통령 꿈 한번 안 꿔본 사람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일단 지도자로 올라선 사람은 어쩔 수 없다. 내키진 않았지만 ‘운명’에 의해 정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이 ‘역사와의 대화’에 더욱 강한 욕망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역사의 기록에서 ‘원조’가 되고 싶은 욕망이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이런 원조 경쟁 탓에 국정운영의 의제설정이 크게 왜곡되고 민생은 비교적 외면당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 오늘의 혁명세력은 내일의 반동세력? - 미국 역사가 바버라 터크먼은 “모든 성공한 혁명은 조만간 자신이 몰아냈던 폭군의 옷을 입는다”고 했다.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오늘의 혁명 세력은 내일의 반동세력이 된다”고 했다. 권력 집단은 겉으로 내건 목적이 아무리 급진적이라도 종국엔 보수적 속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마틴 마거도 “엘리트는 권력을 잡으면 그들이 이끄는 조직의 표면상 목적 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전력하게 된다”고 했다. 조직이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조직의 영속화가 지상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전치(goal displacement)’로 인해 결국 서민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그들만의 혈투’가 벌어지는데, 이것이 결국 한국 정치권력의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나쁜 허영심과 도덕적 우월감 -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주요 덕목으로 ‘공평무사’를 꼽았다. 그는 정치가가 가져야 할 결정적인 3대 자질로 정열과 책임감, 목측 능력을 들었다. 목측 능력이란 내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으로, 일종의 ‘거리두기’다. 베버는 이 거리두기가 무너지면 ‘허영심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저자는 “진보가 보여주는 꼴불견 중에 하나가 도덕적 우월의식”이라는 정치평론가 이철희의 말을 빌어 “한국에서 정치인의 나쁜 허영심은 자주 도덕적 우월감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오늘의 더불어민주당이 허영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일갈한다. * 순수할 수 없는 ‘정치팬덤’ - 저자는 ‘권력욕’과 함께 ‘권력 감정’을 얘기한다. 권력 감정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순수하다고 주장하는 일반 시민의 정치 참여 행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 과잉과 정치 왜곡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권력감정에 도취한 사람이 자기희생을 면죄부 삼아 끊임없이 비생산적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치가의 팬클럽이 곧잘 보여주는 헌신적인 열정도 상당부분 권력감의 대리민족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 진영의 극렬 팬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인권조차 결여되어, 권력의 부작용이나 남용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은 전혀 없이 우리 편 권력자가 무조건 늘 옳다는 맹신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나를 위해 이러는 게 아니야”라며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고, 독주와 독선으로 일관하며 포용과 타협을 적대시한다. 좌절될 경우 남들 또는 세상 탓으로 돌린다. 권력감정을 권력욕 못지 않게 자기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이유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문 대통령의 비정한 ‘선별적 침묵’ - 조직 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이라는 말이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못본 척 외면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파른 계층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조직 침묵 때문에 ‘조직은 괴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희정 사건과 박원순 사건 때 우리는 이런 현상을 목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별적 침묵’도 자주 논란거리다. 2020년 7월16일 CNN조차 “문재인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피소에 침묵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침묵은 적과 동지, 네 편과 내 편에 따라 결정되는 ‘선택적 침묵’이라며, 그의 ‘비정한 침묵’은 ‘2차 가해’와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권력상실에 대한 공포감 -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은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떠올릴수록 공유하는 세계관에 매달림으로써 죽음의 위협을 피하려 든다는 이론이다. 그 결과는 ‘보수화’다. 국회의원들 역시 조직의 노예가 됨으로써 자신의 권력 상실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관리하려 든다. 저자는 정권 탄생을 지지한 유권자들, 특히 그 중에 열성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운영을 하는 정권들이 있는데, 문재인 정권 역시 그렇다고 단언한다. 행여 친문 유권자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입조심, 몸조심 수준을 넘어 앞다퉈 ‘친문 맞춤형 발언’을 쏟아냈던 2020년 8월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장을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더 무섭다 - 대중은 주어진 이슈들에만 반응할 뿐 스스로 이슈를 찾아내 반응할 길은 원초적으로 막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적폐청산이나 검찰개혁으로 몰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의제들이 아무리 좋아도 이 의제들이 문재인 정권의 정권 안보와 장기집권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오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그로 인해 민생의제에 소홀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약탈로 이어졌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사회전체 차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권력이 보이는 권력보다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영웅화되는 대통령, 대주술사가 되어가는 대통령 - 미국작가 존 스타인벡은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저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과, 도저히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도저히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그를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그를 파괴하고 마모시키고 탈진시켜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대통령의 영웅화가 이뤄지는 만큼이나 편치 않는 현실이다. 저자는 대통령이 차라리 탁 깨놓고 얘기하면 좋으련만, 대통령들은 그런 압박에 자발적으로 호응하는 대주술사(大呪術師) 연기를 하는 일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닉슨과 노무현 왕따 -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아이비리그 학벌로 대표되는 동부 기득권층을 죽는 날 까지 혐오했다. 닉슨은 하버드에 입학 허가를 받고서도 가정 형편상 서부 캘리포니아 변방을 떠돌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갖고 있다. 부통령 시절 때도 기득권층 회원제 고급 술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그들에게서 늘 차별을 받았던 탓에 그는 원한에 사무쳤다. 우리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슷한 케이스라고 저자는 말한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이명박 정권과 검찰, 그리고 당시 진보 언론들에게 묻는다. ‘노무현 왕따’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서 더 절박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내야 한다”며 결의를 다진다는 것이다.* 타협은 진보에게 더러운 것인가? - 진보주의자들은 타협을 더럽게 생각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실제로 한국 정치에서 가장 찾기 힘든 것이 바로 ‘타협’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원칙’인데, 어느 정도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원칙도 있건만 우리 정치판은 경쟁 또는 적대 세력에게는 원칙의 최대주의, 자기 또는 동맹 세력에겐 원칙의 최소주의를 실천해 오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 정치권에겐 이른바 ‘선택적 타협’만 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고독을 키워가는 문재인 -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절대 권력을 갖게 되어 현실과 접촉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고독”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고독을 넘어 권위주의를 부추기는 공간 구조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건축가 승효상은 “청와대란 공간 탓에 대통령의 사고도 행동도 권위적이 된다. 대통령이 말년에 비참한 것은 그런 건물에서 5년을 살아서”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 듯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허튼 공약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쓴 소리를 해줄 사람을 자주 청와대로 불러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좋겠지만, 이마저 하질 않는다. 스스로 고독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라며 안타까와 한다.* 시민운동 무용론까지 나올까 - 아나키즘은 좌파 사상이면서 강대한 조직을 거부한다. 사실상 과두체제의 철칙을 수긍한다. 권력이 인간의 본능을 인정하고 탈집중화를 통한 권력의 분산에 집중하다 보니 조직에선 아예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한다. 문 정부 초기인 2017년 11월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51명 중 시민단체 출신은 8명(실장 1, 수석 3, 비서관 4)이었는데, 2020년 6월에는 9명(실장 1, 수석 3, 비서관 5)으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77명 중 시민단체 출신은 20명에 달했다. “문 정권에선 시민단체가 권력에 기생화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저자는 “시민운동마저 정치권력을 갖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아예 시민운동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한다.* 1% 극렬 강경파가 지배하는 정치권 - 마케팅 전문가 벤 매코엘과 재키 휴바는 2006년에 발표한 책 1퍼센트 법칙에서 ‘90-9-1 법칙’을 주창했다. 새로운 콘텐츠 창출자는 전체의 1%에 불과하며, 인터넷 접촉의 99%는 1%도 안되는 사이트에서 이뤄지며, 책 판매의 99%는 1%도 안되는 저자의 저서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인터넷 사용자 인구 대비 0.008%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체 댓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이게 바로 댓글 조작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이며, 결국 ‘참여의 딜레마’를 불러온다. 정치적 신념을 종교화한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이런 소수의 강경파가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2005년 열린우리당 내분 사태 때도 당원 게시판에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올리는 열성 당원 ‘당게파(혹은 당게낭인)은 140명에 불과했는데, 이들이 당 분위기를 주도했다. 2019년 2월 자유한국당이 2%의 태극기 부대에 휘둘린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권력자의 공감능력 결핍과 ‘후안무치(厚顔無恥)’ - 2008년 11월 18일 미국 자동차 빅3의 CEO들이 정부에 긴급 구제요청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였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화려한 전용기를 타고 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심리학자들은 ‘공감능력 결핍’ 현상으로 파악했다. 엄청난 권력자들의 뇌 상태는 특정한 상태로 형성되어 있어,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 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자가 비판에 의연할 필요가 있지만, 과유불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권력자가 어떤 비판이 쏟아지건 마이동풍(馬耳東風)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의연한 것도 아니고 강한 멘탈도 아니다”라면서 “이는 ‘파렴치한 후안무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5년짜리 ‘유랑도적단’과 ‘호모 쉐임리스’ -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2015년 6월 ‘유능한 관료와 무능한 국가’라는 칼럼에서 “한국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유랑 도적단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방 떠날 유랑 도적단은 마을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면서, 5년 단임제하의 대통령들이 국가 미래보다는 자기 정권의 성과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고, 관료 커리어의 정점인 정무직의 상당수를 정치인이나 깜짝 발탁 인사들이 채우니 명예를 찾기도 힘들다고 적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호모 쉐임리스(뻔뻔한 인간)론을 얘기한다. 진보 혹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사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뻔뻔함을 지적한 말이다. * 권력은 약물? - 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은 승자의 뇌라는 저서에서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권력감’은 코카인같은 중독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권력감이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뇌의 중독 중추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집단의 하위에 있는 개코원숭이가 지위가 올라갈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늘었으며, 그럴수록 공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쪽으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이에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라며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런 ‘권력 중독’ 현상이 권력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지자들에게도 나타난다는 게 문제라고 일갈한다.* 권력자를 망치는 ‘의전중독’ -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잇따른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들은 과도한 의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과도한 의전을 통해 갑질에 취약해진 사람들이 그런 오버를 했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의전이지 사실상 ‘권력 갑질’이라고 성토한다. 자신은 물론 배우자 의전, 가족 의전까지 눈살을 찌푸리는 의전이 많다며 권력 중독은 곧 ‘의전 중독’이라고 말한다. 오죽했으면 2016년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 사항을 마련해 통보하기도 했다. 인사 개입, 사적 해외출장 경비지원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 이름에 먹칠하는 진보 - 가해자가 피해자의 밥벌이 권한을 전적으로 쥔 상황에서 권력자의 위력은 더욱 강력해 진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한 기고문에서 “세상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다고 믿는 민주화 세대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아들은 이미 세상은 진보했으며 그 진보를 만들어 낸 것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취해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신보수주의자들과 완전히 똑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발, 민주라는 이름에 그만 먹칠해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저자는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은, 개혁을 편가르기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반독재 투쟁의 습속을 고수한 채, 게다가 자기 권력 밥그룻에 대한 욕심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개혁에 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한국 대통령은 비극으로 끝나나 - 저자는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이 보수 진보 모두에게 정파적 용도로 흔히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누가 집권하면 야당은 아예 상대 않고 주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공약(空約)이 되었다.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오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적대 정치를 온존시킨데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도 “모든 적폐의 근원은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였다. 그걸 그대로 두고선 누가 권력을 잡든 새로운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제도화의 수준이 낮음에 따라 정책의 실패는 대통령 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집권 초 높은 대중적 인기를 향유하다가 집권 말에 이르러선 저주에 가까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잠룡들이 ‘나는 다를 것’이라고 하겠지만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확률은 90%”라고 말한다. * 경계해야 할 ‘진보의 선의 만능주의’ - 진보파의 ‘선의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나온다. 그에 가장 근접한 인물은 두말 할 것 없이 문 대통령이다. 진중권은 이에 더해 “‘파멸적 진영 논리’가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일갈한다. 자신들이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의 ‘개혁’ 시리즈가 균형과 견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것은 ‘선한 권력’이지만 권력 주체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내로남불과 남탓의 상례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선한 권력이니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자기 보호’가 필요하며, 따라서 권력을 어느 정도 오·남용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겨난 부패는 권력자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은밀하게 이뤄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찬사를 받아야 마땅한 ‘선의’가 이토록 경계 대상이 되어야 할 만큼 선의를 오·남용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겸손 위에서 번영한다’는 호주 정치학자 존 킨의 주장을 상기시키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들은 아무리 옳은 일을 한다 해도 자신의 ‘인정 욕구’나 ‘도덕적 우월감’을 자제한 ‘겸손’을 보일 때에 비로소 자신의 소신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조언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31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빈손으로 갈 지언정 부자로 살고 싶다면!···신간 '4주 완성! 첫돈공부','돈의 비밀'

한국의 대표 부자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끝내 별세했다. 그가 이룬 업적이 뉴스로 다뤄지나 싶더니 벌써부터 상속세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벌로 살았지만 모두 빈손으로 간다는 점에서 새삼 재테크에 대한 각종 회의가 밀려드는 요즘이다.최근 서점가는 정신 수양 즉 멘탈 관리에 대한 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와 더불어 ‘돈 공부’에 대한 신간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돈을 모으고 불리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부의 이해에 대한 치중한 모양새다. 최근 나온 책 중 부의 기초에 충실한 두권을 골라봤다.4주 완성 첫 돈공부|이의석|1만7000원.(사진제공=길벗)◇그림으로 배우는 세상 쉬운 재테크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한 정보들이 그림으로 그러져 있다. ‘4주 완성 첫 돈 공부’의 두께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가독성은 추천할 만하다. 재테크 프로세스 설계부터 수입 파악, 지출 통제, 종자돈 모으는 법부터 은행, 보험, 주식, 부동산까지 모든 금융 지식과 투자법이 담겨져 있다.책은 ‘재테크, 쉽게 생각하자’ ‘월수입을 파악하라’ ‘지출을 통제하라’ ‘여유자금을 모으기 위한 기초 쌓기’ ‘은행과 친해져라’ ‘증권사에서 투자를 시작하라’ ‘보험은 재테크와 관련이 없다고?’ ‘부동산으로 재테크 레벨업하기’ 여덟 개 장에 총 28일의 실천사항들이 나눠 담겼다. 오늘의 목표와 심화학습, 재테크 등 따라하기만 해도 인생 첫 재테크 공부에 어러움이 없어 보인다. 저자 이의석은 금융공부를 시작하고 외환관리사와 증권투자상담사와 공인중개사와 회계관리사 등 11개 자격증 소유자다.그는 서문에 “우리를 둘러싼 재테크 환경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럼에도 재테크 기본 원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면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다. 책에 투자한 비용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구성했다”며 자신하고 있는데 가독성 만큼은 인정할 만하다.가장 기본적인 첫 걸음은 월수입을 파악하고 지출을 통제한 후 종잣돈을 투자하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다. 그는 지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했을 때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손실이 나더라도 본업을 통해 현금 흐름이 이루어져 손실을 만회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승진을 수익률로 환산한 것과 은퇴를 늦출 때를 도표로 그린 것이다. 월 수입 335만원을 받는 대리가 승진으로 월급 417만원을 받는 과장이 된다면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인 24%를 넘는 24.5%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급여명세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기본급, 수당, 상여금, 성과급, 4대 보험, 세금, 기타 공제의 구분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보자. 더불어 세금과 대출, 펀드, 레버리지 ETF, 보장성보험, 노후 보험, 부동산까지 다양한 재테크에 대한 정보를 ‘필요한 것만’ 골라 담았다.돈의 비밀|조병학|1만7000원.(사진제공-인사이트앤뷰)◇학교에서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돈의 경제학제목 ‘돈의 비밀’ 저자 조병학은 당신이 돈이 없는 이유를 네 가지나 ‘지적’한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인생의 절반만 일하며 자기 능력만으로 일하고 부자가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른다고. 모두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데 정작 돈에 관해서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심지어 “돈에 관해 말하는 것조차 금시기되는 것이 이 사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무도 이렇게 강조하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국민이 알면 안되고 똑똑한 친구들이 알면 안되기 때문에 ‘돈의 공부’가 터부시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돈에 대한 걱정 없는 미래를 만들려면 먼저 돈의 비밀을 깨달아 일하지 않는 세계로 가야한다는 게 이 책의 주제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달을 일한 돈이 명인이 3일간 완성하는 명품 핸드백을 사는데 쓰인다고 치자. 내 시간의 가치가 명품을 만드는 사람의 1/10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연마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는 동안에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항상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부자들의 경우 곡물, 부동산, 주식과 외화에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전문성을 따라가기 쉽지 않으므로 저자는 금융공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상장지수펀드, 즉 ETF를 제시한다.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ETF를 찾아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더불어 돈에 대한 자기 통제는 필수다. 실제 돈의 크기는 상대적이지만 시간에 따른 돈의 크기 역시 상대적이다. 적은 돈을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하며 큰 돈을 만들려면 인내가 필요 하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즉 돈의 비밀이자 부자가 되려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하지 말고 20년 뒤를 내다보며 인내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알지만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비결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10-27 18:0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코로나 이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 (사진=지식노마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의 구조를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바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넘어선 사건만이 아니다. 2000년대 내내 세계 에너지업계 시가총액 1위로 군림하던 엑손모빌이 미국의 30개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1928년 처음 다우지수에 편입된 이후 98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거인이 무너진 것이다.제약회사 화이자, 방산업체 레이시온도 다우지수 구성에서 제외됐다. 그 빈자리를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CRM) 솔루션 제공회사인 세일즈포스닷컴, 바이오 제약회사 암젠, 항공우주 시스템 개발 업체 허니웰이 차지했다.2021년은 혼돈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이탈점’이 될 것이다. 이탈점은 혼돈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지점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적 변화를 이끌 2021년의 20가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경제의 변화를 전망한다. 어떤 변화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속에 어떤 위협과 기회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제안한다.1부에서는 세계경제의 변화를 이끌 7가지 트렌드를 소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질 경제의 뉴노멀 중에서 중요한 5가지 변화,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 전쟁에 가담하면서 전개될 탈세계화의 양상 등이 대표적이다.2부에서는 한국경제의 변화를 이끌 6가지 트렌드를 소개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구성된 ‘한국판 뉴딜’ 정책. 한국판 뉴딜 정책이 이끌 경제 회복의 방향을 읽고 기업이 잡을 사업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분석한다. 또 2021년의 슈퍼 예산안을 통해 읽는 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과 뉴딜펀드 구상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 가계·기업·정부의 3대 경제 주체가 모두 과다부채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트리플 크라운 등의 내용이 담겼다.3부에서는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이끌 7가지 트렌드를 소개한다. 데이터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데이터 경제. 모든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달되는 현상이 표준이 되는 언택트 시대. (3) 생체인식 기술과 디지털 신분증이 바꿀 지급결제산업의 혁신과 그 파급력 등을 다룬다.저자인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오랫동안 경제연구소에서 경제 전망을 수행해온 전문가다. 국내외 권위 있는 기관의 연구와 조사 자료를 종합하고 여기에 저자의 분석과 예측을 더함으로써 내용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

2020-10-27 17:07 유승호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박영규

저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영이념에서 공통적으로 노자(老子)의 흔적을 엿보았다고 말한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道)’의 본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CEO 들의 리더십은 물론 혁신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최후의 혁신은 가장 작은 것, 가장 심플한 것’이라며 혁신의 종착점을 ‘무(無)’라고 본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노자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혁신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덕경이란? - 노자의 도덕경은 춘추전국시대 정치적 혼란이 극에 이른 상황에서 노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론으로 정치적 이상을 설파한 책이다.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루며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올랐던 강희제는 노자의 ‘무위지지’를 통치철학으로 삼았다. 자금성 교태전에 자신이 직접 쓴 무위(無爲)라는 현판을 걸어두고 평점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 ‘혁신에는 경계가 없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도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항구적인 도가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것도 항구적인 이름이 아니다.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다.*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 기업이 내놓은 후속 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 점유율을 갉아먹는 현상을 말한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려면 기존 영역에서의 자기 잠식 현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회피하고 단계적 혁신에 그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또다른 파괴적 혁신 기업에 추월당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루었다 해서 소유물이 아니다’ 생이불유(生而不有) - 무와 유는 같은 도에서 나왔지만 이름이 다를 뿐이다. 무와 유가 한 몸으로 이뤄지는 과정, 찰나, 경계에 도가 존재한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개발했지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개방함으로써 생이불유, 즉 무소유의 전략을 실천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워야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 도충이용지(道沖而用之) - 도는 비어있기에 그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도의 가장 큰 속성은 비움(沖)이며, 도는 ‘배제’가 아니라 ‘수용’이다. 그 어떤 것도 내치지 않고 무조건 다 받아들인다. 혁신의 관건도 ‘비움’이다. 레이밴으로 유명한 선글라스의 대명사 ‘바슈롬’은 콘텍트 렌즈를 빅 히트시켰다. 그런데 이 회사에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준 것은 렌즈 세정액이었다. 바슈롬은 일회용 콘텍트렌즈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세정액 판매 수익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 기술을 제품화하지 않았다. 그 틈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비스타콘이 비집고 들어와 1위 자리를 단슴에 차지해 버렸다.* ‘단순할수록 가능성은 무한하다’ 다언삭궁(多言數窮) - 말이 많으면 처지가 궁색해진다는 뜻이다. 이 역시 ‘비움’의 철학이다. 노자는 무위와 자연이 최고의 질서이자 최선의 가치라고 보았다. 구글의 경우 홈 페이지 화면에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방문자들을 길게 잡아두지 않고 자유롭게 놔 둔다. 야후가 ‘유위’의 전략을 쓴 반면 구글은 ‘무위’의 전략을 펴 성공했다는 것이다.* ‘혁신의 계곡은 쉼 없이 흐른다’ 곡신불사(谷神不死) -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노자는 도를 텅빈 계곡, 자궁에 자주 비유했다. 실리콘벨리는 노자가 도덕경 6장에서 말하는 곡신불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곡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잘 나갈수록 물처럼 몸을 낮춰라’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 노자는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은 도에 가깝다고 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자신을 두기 때문이다. 애플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 가르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실리콘밸리의 천재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의 아버지는 늘 중용의 도를 지키라고 가르쳤고, 그 역시 잡스에 대항해 다투지 않으면서 늘 겸손하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 ‘기술과 전략이 확실하면 일희일비 않는다’ 총욕약경(寵辱若驚) - 총애를 받아도 놀란 듯이 하고 욕을 당해도 놀란 듯 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00년 직후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에는 이베이가 아마존의 경매 사이트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베조스는 자신의 풀랫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동요하지 않았다. 최저가 전략이라는 자신의 핵심 무기에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비전을 공유했다면 믿고 맡겨라’ 태상부지유지(太上不知有之) - 최상의 도는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송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사람들이 멸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자는 무위는 사람들은 그것이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구글의 조직문화가 이에 가깝다.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런 무위의 리더십이 혁신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요란스럽게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 자긍자부장(自矜者不長) - 스스로 으스대는 사람은 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내세우는 사람은 돋보이지 않는다(자시자불창 自是者不彰), 노자는 자연처럼 서두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자세와 보폭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잡스 사후에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이 소리 없이 강한 행보로 회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 좋은 예다. 노자는 스스로 드러내고 으스대고 칭찬하는 것은 여식췌행(餘食贅行) 즉, 먹다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행동과 같다고 했다.‘잘 걷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의 정신을 잘 실천하라는 말과도 맞닿는다.* 습명(襲明) -  노자는 자연스러운 깨달음, 직관적으로 사물의 본질을 깨우치는 것을 ‘습명’이라고 불렀다.  습은 ‘엄습할 습’자로 어떤 깨달음이 부지불식간에 훅하고 다가온다는 뜻이다. 모든 깨달음은 본질적으로 습명이다. 폴 앨런이 우연히 하버드대 광장 가판대에서 한 전문잡지에 실린 알테어 컴퓨터 광고를 보고 빌 게이츠에게 “유레카”라고 외치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을 추진한 것이 좋은 예다,* ‘모든 것을 얻고자 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위자패지(爲者敗之) 집자실지(執者失之) -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니 함부로 취할 수 없다. 하고자 하면 실패하고 잡고자 하면 잃는다. 권력이나 부, 명성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빌 게이츠는 모든 것을 얻었다 싶을 때 자신의 재산과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빌 앤드 멀린다 재단’을 만들었다.  * ‘패자에게도 예의를 갖춰라’ 승이불미(勝而不美) - 승리하더라도 이를 미회하지 말라는 뜻이다. 도덕경 30장과 31장에 따르면 노자는 평화주이자다. 살상용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전쟁에서 패한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예를 갖추라고 가르쳤다. 죽은 사람을 위해 정중하게 장례를 치르고 마음 속으로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라고 말했다. * ‘과거 명성에 집착하지 말라’ 명역기유(名亦旣有) 부역장지지(不亦將知止) - 이름을 이미 얻은 후에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촉망받던 여성 CEO 머리사 메이어는 구글에서 야후로 옮긴 후 “내가 누군 줄 아느냐”는 위압적인 자세로 직원들을 대했다. 대화와 타협, 설득이 없었다. 결국 그가 재직한 5년 동안 엔지니어의 절반이 회사를 떠났고 야후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 ‘부드러운 리더십’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수전 워치츠키는 하버드대에서 문화와 역사를 전공했다. 그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이게이 브린에게 임대료도 안받고 창고를 내어 준 인연으로 구글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이후 늘 CEO의 곁에서 조용히 보좌했다. 페이스북에 맞설 SNS 플랫폼 개발에 실패한 후 회사가 유튜브 인수를 망설일때 그녀는 조용히 창업자들을 설득해 유튜브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는 구글에서 ‘구글의 엄마’로 불린다.* ‘너무 강한 리더십은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 강량자부득기사(强梁者不得其死) - 강한 대들보는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강하면 중도에 부러지는 것처럼, 강력한 법과 물리적 강제력으로는 온전하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플에서 독선적인 경영을 하다 쫒겨난 스티브 잡스가 복귀 후 “앞으로는 나를 CLO(Chief Listening Officer,최고경청임원)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것이 유연 리더십의 성공 사례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 천하지지유 치빙처하지지견(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 천하의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지극히 견고한 것을 뚫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치빙(馳騁)이란 말을 타고 이리저리 내달리는 모양으로, 여기서는 뚫고 들어간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유치빙지견은 도덕경 36장의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과 같은 뜻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 두 창업자와 대립하지 않고, 그들의 천재성을 십분 신뢰하고 수용하고 경청하는 리더십으로 그들과 호흡을 맞춰 구글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제프 베조스가 우주개발을 위해 만든 블루 오리진의 슬로건은 ‘그라디팀 페로키테르(Graditim Ferociter)다. 라틴어로 ’한 걸음 씩 용감하게‘라는 뜻이다. 이 회사의 설립목적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끈기있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한다. 작은 걸음이라도 더 자주 내딛다 보면 우주는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 ‘알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것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지부지상 부지지병(知不知上 不知知病) -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하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라는 뜻이다. 논어 위정편에도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아는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면 퇴출되는 사회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술은 도(道)라고 저자는 말한다.* ‘겨루지 않고 잘 이기는 것이 리더의 지혜’ 천지도 부쟁이선승 불언이선응(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 - 하늘의 도는 겨루지 않고도 잘 이기는 것이고, 말하지 않고도 잘 응대하는 것이라고 노자는 강조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부쟁지덕(不爭之德)이라고 했다. 나의 무공을 자랑하지 않고 경솔하게 나서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 ‘리더가 매사에 앞장서면 구성원들이 고달프다’ 민지난치 이기상지유위(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내쳐질 때 가장 큰 원인은 그의 타협없는 완벽주의였다. 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완벽을 추구했던 그의 리더십을 구성원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27 07: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