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홉잔의 중국술 이야기> 정윤철 외

10명의 저자들은 ‘중국 술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모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중국 술의 역사와 트렌드에 접근했다. 중국 술의 양대 산맥인 백주(白酒)와 황주(黃酒)를 중심으로 모두 9개 테마로 나눠 중국의 다양한 술과 술 문화에 관해 들려준다. 이백과 루쉰, 마오저뚱, 시진핑 등 중국의 역사적 인물들과 술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담았다. 중국의 술자리 예절과 함께 우리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우량예 등 중국 술에 관한 이야기도 풍성하다.* 술 주(酒)자의 연원 - 고대 한자에서 술을 뜻하는 주(酒)자는 원래 삼수변(水)이 없는 유(酉)자였다.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이다. 당시 술은 항아리에서 발효했는데, 밑이 뾰족해야 발효에서 생기는 침전물을 모으기 편했다고 한다. 이후 술 항아리 옆에 세 개의 선이 추가되었다. 술 항아리에서 술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고대 제사에 쓰였던 술 - 중국 고대 경전인 상서(尙書)에 보면 ‘술은 제사 때만 마실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천지와 산천 등에 제사를 올렸는데, 술이 곡식을 몸으로 삼고 맑은 물을 정신으로 해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탄생했다고 믿었다. 고대 중국에서 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예법’이었다. 예법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며, 고대 관례와 혼례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또 하나의 기능은 약제 역할이다. 음주가 건강을 돕는 역할을 했다. 의원 의(醫)자를 보면 고대에는 술이 의술이나 병의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술과 관련한 한자들 작(酌) 수(酬) 초(醋) - 설문해자에 보면 잔치문화와 관련된 대표적 글자로 이 세 글자가 등장한다. 작(酌)은 술잔에 술을 따라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말한다. 대작(對酌) 혹은 자작(自酌)한다는 단어에 쓰이고 짐작(斟酌)에도 쓰인다. 수(酬)는 주인이 손님에게 받고 나서 다시 손님에게 술을 따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보답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보수(報酬), 수작(酬酌)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수작의 경우 본래는 술을 주고 받는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남의 하찮은 말이나 행동으로 의미가 파생되었다. 초(醋)는 손님이 주인에게 술을 올린다는 의미다. 반대로 손님에게 술을 올리는 것을 헌(獻)이라고 했다. * 술에서 파생된 이웃사촌 한자들 1 - 술취할 취(醉)자는 술(酒)을 과하게 마셔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잃는다(卒)는 의미다. 도취(陶醉) 심취(心醉) 마취(痲醉) 등에 쓰인다. 술 깰 성(醒)자는 술과 별(星)이 합쳐진 말로, 혼미한 상태에서 정신이 든다는 뜻이다. 각성(覺醒)도 이 자를 쓴다. 술 취할 명(酩)자는 술과 저녁(夕), 입(口)이 합쳐진 말로, 해가 질 무렵 농부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한담한다는 뜻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술, 즉 좋은 술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중국 백주 브랜드 가운데도 명(酩)자가 들어간 술이 많다.* 술에서 파생된 이웃사촌 한자들 2 - 술과 발효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효(酵)는 술과 효(孝)가 결합된 말로, 본래는 술을 빚을 때 발효가 되는 주원료인 술밑(酒酵)를 가리켰다. 醱酵(발효)가 대표적인 쓰임새다. 젓갈 장(醬)자는 육장(肉醬)을 의미한다. 술이나 식초를 사용해 고기를 염장하던 방식을 말한다. 고대에는 육장을 만들 때 술을 넣어 발효시켰음을 알 수 있다. 자장면이나 오향장육 등의 단어에도 들어간다. * 세계 6대 증류주 - 증류주는 양조주 또는 발효주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증류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을 통칭한다.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든 양조주에서 알코올을 분리해 만든 고농도 알코올을 함유한 술이다. 세계 6대 증류주로 브랜디, 워스키, 보드카, 진, 럼, 그리고 중국의 백주를 꼽는다. 우리 전통주인 소주도 증류주의 일종이다.* 중국의 증류주들 ‘소주부터 빼갈 고량주까지’ - 소주는 중국 증류주의 옛 명칭으로 당나라 때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불사를 소(燒)에서 알 수 있듯이 불을 피워 증류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백주 등의 명칭으로 대체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소주로 불린다. 백주는 중국 특유의 증류주를 지칭한다. 백(白)은 색깔 없이 투명함을 의미한다. 백간(白干)의 중국어 발음을 모방해 우리가 ‘빼갈’이라고 부른다. 수분이 없거나 매우 적은 상태라 그만큼 도수도 높아 실제 50~60도에 이른다. 고량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증류한 백주를 말한다. 수수를 중국어로 고량(高粱)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즐기는 얼궈토우주(二鍋頭酒)가 중국의 대표적 대중 고량주다. * 중국 전통 발효주 ‘황주(黃酒)’ - 황주는 도수가 낮은 술이다. 원료는 곡물과 누룩 물이다. 곡물로는 남방에서는 주로 쌀, 북방에선 조를 사용했다. 누룩이 들어가 술 빛깔이 황색으로 윤기가 있으며 맛이 감미롭고 순하다. 기원전 200년 전 진나라에서 기원 후 1000년 북송까지가 중국 황주의 전성시대였다. 특히 한나라 때는 봉건토지제도가 확립되어 농업이 발전하면서, 남는 곡물로 술을 많이 만들었다. 삼국지의 관우가 동탁군 적장 화웅을 무찌르고 와 여전히 식지 않은 술을 마셨다던 그 술이 황주를 끓인 ‘온주’였다. 황주라는 명칭은 송대 문헌에 처음 나온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후 백주로 이름이 통일되면서 이후 황주는 샤오닝 등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황주에서 나온 백주(白酒) - 증류주인 백주는 발효주인 황주에서 기인한다.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한나라부터 원나라 까지 설이 다양하다. 백주는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치면서 황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주원료인 수수 재배가 확대된데다 황주에 비해 싸고, 도수가 높아 저장과 원거리 운송이 편리한 덕분에 청대 중엽에 마침내 황주 생산량을 추월해 대중적 음용주로 자리잡았다. 곡식이 백주 제조에 대량 소비되자 청나라 때는 백주 제조를 제한하고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다. 1963년 주류품평회에서 8대 유명 백주가 선정됐는데, 구이저우 마오타이주, 스촨 우량예, 안후이 구징궁주, 스촨 루저우라오쟈오터취, 스촨 취엔싱따취, 산시 시펑주, 산시 펀주, 구이저우 동주다.* 조조와 구징궁주(古井貢酒) - 조조는 자신의 고향인 보저우에서 만들어진 ‘구온춘’이라는 술의 양조법을 동한의 헌제 유협에게 헌상했다고 한다. 구온춘은 얼음이 녹을 때 좋은 쌀로 만든 곡으로 빚은 술을 말한다. 쌀을 3일에 한번 씩 아홉 번에 나누어 넣어 발효시킬 만큼 정성을 들인 술이다. 이 술은 중국 최초의 ‘조공 백주’라는 명성을 얻어 명나라와 청나라 400년 동안 황실의 정식 조공품 반열에 올랐다. 구온춘을 나중에 구징궁주라 이름 지었다. 구온춘이 발효주였던 반면 현재의 구징궁주는 증류주다.* 시인 도연명과 타오링주(陶令酒) - 도연명의 걸작 귀거래사는 그의 깊은 고뇌의 정신을 최고의 형식미로 승화했다고 해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도연명은 술을 워낙 좋아했다. 때문에 그의 관직명이 붙은 술까지 있다. 평택 현령으로 부임했을 때 즐겨 마신 술이라 하여 타오링주라고 한다. 도연명이 직접 제조해 마신 술의 양조기술을 현지 주민들이 오래도록 보존해 만들어진 백주다.* 이백과 타이바이주(太白酒) -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선(詩仙)이자 주선(酒仙)답게 이백이 남긴 1000여 수의 시 가운데 170여 수가 술을 소재로 쓴 것이다. 술에 관한 독보적 시가 ‘장진주(將進酒)’다. ‘달빛 아래 금 술잔을 비워두지 마시게… 만났으니 단 숨에 삼백잔은 마셔야지’. 그는 술과 달을 즐겨 묘사하는 서정성이 짙었다. 취중선(醉中仙)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의 호 태백(太白)을 붙인 백주도 상당히 많다. 산시성 메이현의 타이바이주업이 내놓은 타이바이주가 대표적이다. 충칭스시엔타이바이주업의 스시엔타이바이(詩仙太白)은 이백이 창장(長江) 지역을 방문했다가 술 맛에 반한 것을 기념해 이름 붙인 백주다.* 구양수와 쟈포주(焦陂酒) - 관직 생활에서 부침이 많았던 구양수는 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아들과 손자들도 대를 이어 술에 관련된 관직을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구양수는 허난성 활주에서 통판으로 있을 때 빙당주(氷堂酒)를 만들어 당시 재상 한기와 소식 등이 극찬했다는 기록이 있다. 구양수가 극찬했다는 술은 쟈포주다. 그는 쟈포라는 지역을 자주 방문했는데, 그 지역 술과 음식에 반해 초피를 기억하며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소식과 쑤동포(蘇東坡) - 구양수가 “이제 내 시대는 갔구나”라고 찬탄했던 실력의 소식은 맛난 음식과 술을 즐긴 인물로 유명하다. 소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시 300여 수 가운데 주(酒)자가 90여 차례나 등장한다. 그는 평소 부귀와 명예가 술 한잔만 못하다고 여겼고 직접 술을 빚기도 했다. 그에게 술은 백성과의  간격을 좁혀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소동파라는 그의 호를 붙인 술도 많다. 고향인 쓰촨성에 있는 싼수주업의 쑤동포 백주와, 그의 무덤이 있는 허난성 허난동포주업의 동파주(東坡酒) 등이 유명하다.* 삼국지와 술 -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인 삼국지에는 술 이야기가 많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를 기념하는 다양한 술이 나와 있다. 백주로는 타오웬싼제이주와 타오웬제이주가 유명하다. 칭다오맥주에서도 도원결의맥주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 충(忠) 인(仁) 의(義) 용(勇)을 두루 갖춰 신으로 까지 추앙받는 관우의 경우 고향인 산시성 읜청시 지산현에서 산시관궁주업주식회사가 관궁(關公) 계열의 브랜드를 50년 넘게 생산하고 있다. 관우의 묘가 있는 후베이성에는 관궁방(關公坊) 시리즈의 백주가 명품주로 평가받는다. 술 때문에 부하에게 목숨을 잃은 장비를 기념하는 술로는 후난성 레이양시에서 생산되는 장페이주(張飛酒)가 있다.   * 중국의 술꾼 루쉰 - 루쉰은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이자 ‘중국의 민족혼’으로 불리는 소설가다. 아큐정전, 광인일기 등을 썼다. 그는 많은 단편소설에서 중국의 다양한 술집과 술안주 술꾼을 묘사했다. 황주와 소주가 등장하고 회향두와 땅콩조림, 튀긴 두부, 말린 청어, 훈제생선, 염장죽순 등의 안주도 소개된다. * 루쉰과 산부잔(三不粘) - 루쉰이 25년 동안 쓴 일기를 보면 ‘단오에 소주 여섯 잔과 포도주 다섯 사발을 마셨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는 또 베이징에 있을 때 ‘산부잔’을 먹으러 자주 술집 광허쥐에 갔다며 “산부잔이 해장에 좋은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산부잔은 계란 노른자와 밀가루 설탕으로 만든 간식용 음식으로 카스텔라와 비슷하다. 그릇과 수저, 치아에 들어붙지 않는다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여기서 잔(粘)은 끈끈하다는 끗이다.* 근대 작가 위화(余華)와 황주 - 위화가 1993년과 1995년에 쓴 인생과 허삼관매혈기는 1990년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소설에서 황주는 민초의 희노애락 동반자로 묘사된다. 특히 남방의 황주와 특별한 안주와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해산물 가운데는 대게와의 조합이 최고다. 섬유질이 많은 바나나 배추 버섯 다시마도 알코올 흡수를 줄이고 간을 보호해 준다. 두부의 아미노산은 음식의 독성을 없애준다. 계란 살코기 유제품 등 단백질 함량이 많은 안주도 좋고 튀긴 두부나 말린 청어 등도 좋다. * 현대 작가 모옌(莫言)과 고량주 - 모옌은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1986년에 발표한 홍까오량 가족은 이듬해 붉은 수수밭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어 1988년 베를린영화제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1920~1940년대 중국 동북 지역의 마을을 배경으로 일본군의 침략에 고통받고 항거하는 중국 민중의 모습을 그린 이 소설에는 지역 고량주 양조방식과 함께 고량주가 소독에 사용되는 장면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 술을 멀리 한 마오저뚱(毛澤東) - 중국 혁명가들은 모두 술고래 같지만 의외로 마오저뚱은 혁명을 그르칠 수 있다며 술을 멀리 했다. 대신 담배와 매운 음식을 선호했다. 그의 고향 상탄의 샤오산에 설립된 기념관에는 일명 ‘마오저뚱의 술’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 국가명주인 마오타이주로 만들었는데 안에는 고려인삼이 들어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선물했다고 한다. 숙면에 좋을 것 같아 측근들이 권했으나 결국 전혀 입에 대지 않다가 사후에 유물로 남아 전시되어 있다.* 마오타이주를 사랑한 저우언라이(周恩來) -  키신저와의 핑퐁 외교로 유명한 저우언라이는 실용적인 행정관이자 노련한 외교관으로, 술을 이용해 분위기를 적절히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1971년 7월 중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 방문한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을 맞아 그는 30년된 마오타이주를 연회용 술로 준비하고, 대장정 중 마오타이주로 군사들을 치료하고 사기를 북돋은 얘기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사람이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는 장면은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술 담배를 모두 사랑한 덩샤오핑(鄧小平) - 덩샤오핑은 80세 때 흡연의 10대 장점을 제창할 만큼 열렬한 담배 예찬가였다. 술은 더 좋아했다. 프랑스 와인을 즐겼지만 구이저우의 마오타이주, 항저우의 황주를 더 좋아했다. 아침 8시, 점심 12시, 저녁 6시30분 원칙을 평생 지켰다. 아침은 계란과 만두, 죽, 소금에 절인 고추였고 점심과 저녁은 반찬 네 가지와 탕이 전부였다. 점심 때는 낮잠을 자는데 도움이 된다며 반드시 백주를 한 두잔 마셨다. 후에 의사의 권고로 도수 낮은 황주 샤오닝주에 이어 더 낮은 포도주를 마시다 그나마 완전히 끊었다.* 반부패 정책으로 술 시장 엎은 시진핑(習近平) - 시진핑은 집권과 함께 강력한 반 부패 정책을 밀어붙였다. 공금 외유와 관용차, 접대 등 ‘3공(公)’을 억제했다. 작은 부정이 온수좌청아(溫水煮靑蛙), 즉 서서히 데워지는 물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된다며 압박했다. 결국 대형 백주기업마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반대로 시진핑의 이름을 딴 ’시주(習酒)‘가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서브 브랜드로 탄생해 대박을 쳤다. 중국몽(中國夢) 정책을 활용한 ‘멍즈란(夢之藍)’도 중국 대표 브랜드로 부각됐다. 이 술은 도수가 41~52%에 달한다.* 술 많이 안 먹지만 생산량은 최고수준 - 중국의 인당 술 소비량은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약 6리터다. 연간 12~14리터를 먹는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9리터의 한국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술 생산량은 2016년 기준 약 7200만 킬로리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맥주가 70%, 백주가 20%, 그 다음이 포도주다. 2016년 중국 총주류 판매액은 약 1조 위안(약 170조원)으로 전년대비 8% 증가했다. 14억 인구로 계산하면 인당 연간 715위안(약 12만원)을 음주에 쓰는 셈이다.* 중국인들은 어떤 술을 얼마나 마시나 - 주종별 판매 수입을 보면 백주 소비량이 65%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맥주, 그리고 저만치 뒤에 포도주, 황주 순이다. 평균 술 가격은 백주가 리터당 16~18달러로 가장 높다. 와인으로 8~10 달러, 맥주가 1.5달러다. 백주는 일반적으로 가격에 따라 병당 600위안(약 10만원) 이상의 최고급주, 100~600위안의 중고급주, 100위안 이하의 저가주로 구분된다. * 최고급 백주의 ‘양 강’ 마오타이와 우량예 - 중국에서 백주 생산기업은 상당 규모 회사만도 2016년 기준으로 1600여 개에 이른다. 쓰촨성과 산둥성에 각각 200곳 이상이 있고 하난성과 인후이성, 둥베이3성에도 많다. 고급주가 시장을 주도하는데 마오타이, 우량예, 양허, 루저우 등 상위 5개사 점유율이 15% 정도다. 그렇지만 600위안 이상 최고급 백주 시장에서는 마오타이와 우량예 두 회사가 시장의 80%를 점유한다. 100~600 위안의 중고급주 시장에서는 젠난춘이 40% 이상으로 1위이며 그 뒤를 양허, 수이징팡 등이 잇는다. * 화동지역 3성에 집중된 황주 시장 - 오랜 침체기를 겪다 2000년대 초부터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백주나 맥주 등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제조기업이 700곳 이상이지만 80%가 1000톤 이하를 생산하는 영세기업들이다. 생산은 주로 저장성이며, 소비는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등 화동 3개 지역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중국 전체의 80%와 70% 이상이다. 황주는 38도 정도로 약간 미지근하게 데워 마시는 것이 전통적인 음용법이다. 최근에는 젊은 취향을 반영해 매실 등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북쪽은 백주, 남쪽은 황주 ‘남황북백(南黃北白)’ - 날씨가 찬 북쪽 지역은 도수가 높은 백주, 따뜻한 남쪽 지역은 도수가 낮은 황주가 주로 소비된다. 백주는 양쯔강 이북의 산둥성과 등베이3성, 쓰촨성 등 중서부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지역마다 기후와 물, 생산작물에 맞춰 고유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토속 브랜드 백주도 다양하다. 반면 황주는 지역적 한계가 있고 집중도가 과도하게 높다.* 중국 대표 술 ‘마오타이주(茅臺酒)’ - 중국을 대표하는 주류기업은 마오타이다. 2018년에는 영국 위스키 기업인 디아지오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주류회사로 등극했고, 2019년에는 1조 2000억 위안(약 200조원)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지만 중저가 브랜드와 결혼식 연회용 맞춤형 제품들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저가-저도수-저용량의 마케팅 전략으로 새 소비층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도 괄목할 만 하다. 직접 전자상거래 업체까지 설립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명주들 - 중국의 최고급 술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오타이는 국주(國酒), 양허는 중국의 꿈(中國夢), 구오쟈오는 중국풍미(中國品味), 펀주는 중국술의 혼(中國酒魂), 수이징팡은 중국백주 제일방(中國白酒 第一坊) 등 저마다 중국 대표 이미지를 심으려 애쓰고 있다.* 중국의 ‘10대 백주 명주’ -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에서 생산되는 ‘마오타이주’는 2000년 전 한나라 때부터 만들어져 청나라 중기에 이미 연간 170톤이 생산될 정도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우량예’는 쓰촨성 이빈에서 생산되며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술의 왕(中國酒王)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루저우라오쟈오주’는 농향형 백주의 발원지인 쓰촨성 루어주에서 찰옥수수와 소맥을 원료로 만들어 향기와 여운이 깊다. 펀주(汾酒)는 산시성 싱화에서 만들며 감미로운 맛이다. 남북조시대 이후 중국 최초의 국주(國酒)로 추앙 받았다. 양허따취(洋河大曲)는 장쑤성이 주 생산지로, 당나라 때 큰 인기를 누렸다가 최근 다시 급 부상했다. 시펑주(西鳳酒)는 산시성 평상현에서 생산되며 유일무이한 봉황형 백주다. 젠난춘(劍南春)은 쓰촨성 마엔주 젠난춘에서 만들어지며, 중고가 제품 중 최고 매출을 자랑한다. 구징궁주(古井貢酒)는 인후이성의 대표 명주다. 전통적 양조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향긋하고 감미로운 맛을 자랑 한다. 수이징팡(水井坊)은 원나라 때 양조장이 발견된 후 대표적인 고급주로 거듭났다. 량주(郞酒)는 쓰촨성의 전통 명주로 해외 화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 중국 맥주의 4대 천황 - 화룬쉬에화(華潤雪花)는 세계 100대 기업인 화룬그룹이 만든다. 2018년부터 하이네켄과 수조원대 지분 교환으로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칭따오(靑島)맥주는 1903년 독일 조차지에 세워져 좋은 수질로 정평이 나 있다. 1906년 뮌헨국제맥주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6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다. 하얼빈(哈류濱)맥주는 1900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맥주 브랜드다. 남아공 월드컵 후원 후 30여 개국에 수출된다. 에징(燕京)맥주는 1980년 베이징에서 출발해 짧은 기간에 세계 8위 맥주 생산기업으로 성장했다. 지하 300미터 광천수로 만든다.* 저력의 4대 전통 황주 - 구웨룽산(古越龍山)은 ‘동방명주 가운데 최고(東邦名酒之冠)’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중국 제일의 황주 매출액을 자랑한다. 후이지산은 1743년부터 저장성에서 유명 황주를 생산한다. 수제발효 방식 등의 전통기법을 사용해 사랑받고 있다. 스쿠먼(石庫門)은 상하이 최대 황주 생산기업이다. 중국과학원으로부터 가장 우수한 발효균류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뉘얼홍(女兒紅)은 TV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인들도 사랑하는 술이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땅에 묻어 발효시켜 담가놓은 후 시집갈 때 가져간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중국 술 이름의 유래 - 중국 술 이름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생산지역 이름을 딴 경우다. 마오타니주(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 루저우라오쟈오(장시성 루저우시), 젠난춘(쓰촨성 지엔난따오) 랑주(쓰촨성 얼랑진) 시펑주(산시성 펑샹현) 펀주(쓰촨성 펀양시), 양허다취(장쑤성 양허신취)가 대표적이다. 둘째, 루산비이주나 츠수이허주처럼 산이나 하천 이름을 딴 경우다. 셋째, 황허로우주나 빙마용주처럼 명승고적 이름을 붙였다. 넷째, 공자 이름을 붙인 쿵푸자주처럼 인물을 활용한 경우다. 이밖에 양조장 이름을 딴 수이징팡, 오곡 같은 재료에서 딴 우량예 등이 있다. * 술 문화를 보여주는 술병 - 중국 술병은 단순히 술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중국의 술 문화를 보여주는 특수 공예품이다. 마오타이주 포장에는 인장이 있다. 오래된 주조장인 지에셩 주조장에서 1704년에 만들어진 술 이름을 마오타이주로 정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우량예의 로고는 붉은 객 큰 원 안에 뻗어가는 다섯 줄의 선과 영문 W가 새겨져 있다. 붉은 색 로고는 번창, 경사 등을 의미하며 W는 우량예를 뜻한다. 펑주는 백자에 청화 장식을 해 고상한 품격을 드러낸다. 당대 시인 두목의 유명한 ‘술집이 어디에 있느냐 물으니 목동이 손가락으로 행화촌(펀주 주생산지)을 가리키네’하는 시 구절과 함께 목동을 그려 넣는 낭만적 형상미도 보여준다.* 소장가치가 큰 술병 - 술병 수집가들은 술병을 소장가치에 따라 네 등급으로 구분한다. 가장 낮은 것이 3등급으로 20위안 이하다. 2등급 술병은 보통 20위안에서 100위안 정도의 가치로 평가된다. 예술성이 비교적 높고 제작기법도 정교하다. 1등급은 100위안에서 1000위안 사이다. 유명 가마터에서 제작했거나 명인이 만든 현대식 술병, 명확한 증빙이 가능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술병 등이다. 특등급 술병은 1000위안 이상이다. 명주나 오래된 술을 담은 특제 장식 술병, 귀한 재료로 만든 술병, 고대 진귀한 술병, 유명 예술인이 만든 술병, 세트로 만들어져 희소성이 있는 술병 등이 해당된다.* 인기 있는 고가 술병들 - 쓰촨 투로파이의 주가(酒家)에서 제조된 ‘12간지 술병’은 모양이 독특하고 고풍스러워 호가가 수천 위안에 이른다. 팔선과해 칠선녀 시리즈 술병이나 대만 홍콩의 술병들은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도 우수해 수백 위안 이상이 나간다. 술병 수집가들이 가장 진귀하게 대접하는 술병으로는 후난성 장사요에서 만들어진 유하채(유약을 입히기 전에 채색하는 방법) 술병을 꼽는다. 하지만 당대 이후 장사요는 도자기 술병을 대량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가치있는 술병 감별법 - 첫째, 포장 겉면에 술 제조공장 이름이 있는지, 술병에 마개가 있는지, 병마개에 생산일자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생품(生品)과 숙품(熟品)을 구별해야 한다. 생품은 술이 담긴 적이 없는 병이다. 숙품은 술을 담아 사용했던 병 또는 술이 담겨 있는 병이다. 술의 독특한 향이 남아있고 관련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셋째, 형상적 측면에서 인물 동물 화훼 고전문학 신화 고대건축 등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술자리 예절 ‘첨잔과 상좌존동’ - 중국은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밥을 먹으며 술을 함께 마신다. 2차, 3차 문화는 없다. 상대방 술잔이 비기 전에 술을 채워주는 ‘첨잔문화’도 유명하다. 자리에 앉을 때는 신분에 따라 좌석이 배치된다. 방 입구의 문과 대칭되는 곳이 상석으로 주최 측 1인자 자리다. 맞은 편이 차석으로 주최측 2인자 자리, 상석의 양 옆으로 오른 쪽에 중요한 손님1, 왼쪽에 손님2를 앉힌다. 왼쪽과 동쪽이 상석이라는 상좌존동(上佐尊東), 문과 마주 앉은 사람이 윗사람이라는 면조대문위존(面朝大門爲尊)의 두 가지 원칙에 따른다. * 술 마실 때 예절 - 주최 측 1인자가 환영의 건배사를 하는 것으로 술자리가 본격화된다. 환영주는 주최 측 세 사람이 각각 세 번씩 모두 아홉 번 하는 게 예의다. 주최 측 환영사가 끝나기 전에 손님 측에서 먼저 술을 권하면 결례다. 술 잔은 돌리는 않는다. 상대방이 술잔을 손으로 가리면 거절의 뜻이니 권하지 않는다. 스스로 따라 마시는 자작은 결례가 아니다. 술을 대신 마시는 사람을 우리는 ‘흑기사’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따이인(代飮)’이라고 한다. 이 때도 본인이 술잔을 먼저 들어 예의를 갖춘 후 잔을 넘기는 것이 예의다.* 중국인의 다양한 해장법 - 우선, 술로 해장하는 방법이 있다. 오두해정(五斗解정)이라고 해, 숙취로 좋지 않은 기분을 다섯 말의 술로 없애버린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해장국을 ‘성주탕’이라고 한다. 강변의 민물생선, 미꾸라지 또는 얇게 썬 기름기 없는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육류와 당근 죽 샐러리 등으로 끓여낸 맑은 국이다. 수호지에서 송강은 “매운 생선국이 해장에 최고”라고 했다. 중국의학적 관점에서는 헛개나무 열매가 숙취에 좋다는 문헌이 많다. 과일 중에는 수박이 갈증 해소와 술독 해독에 좋다고 전해진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사탕수수 녹두 등도 좋다. 중국에서 흔한 청경채도 위와 장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음주 후 갈등을 해소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24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자본주의 키즈'가 이끄는 '레이어드홈' 소비 트렌드… '브이노믹스'가 몰려온다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기보다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7년부터 매 연말 소비 트렌드를 10개 키워드로 분석해온 신간 ‘트렌드2021’은 “팬데믹은 항상 미래를 앞당겼다”며 “변화는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대변혁은 진행속도를 가속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곳곳에서 상용 중인 ‘언택트’ 혹은 ‘온택트’ 역시 2018년 이미 예견된 트렌드였다. 대표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2021년의 트렌드로 △브이노믹스 △레이어드홈 △자본주의 키즈 △거침없이 피보팅 △롤코라이프 △#오하운 △N차 신상 △CX유니버스 △레이블링 게임 △휴먼터치 등 10개의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단연 ‘코로나19’다. 가장 먼저 제시한 ‘브이노믹스’(V-nomics) 역시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를 결합시킨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예년에는 10개 키워드들이 3~4개 유형으로 묶이곤 했는데 금년에는 이 키워드가 다른 9개의 트렌드를 정리하는 ‘벼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적었다. 그만큼 코로나19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경제 시장은 K자형 양극화 속 업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면 서비스가 중요하고 대체성이 낮은 테마파크, 미용실, 뮤지컬 공연, 색조 화장품, 치과 등의 동네병원, 방문형 서비스 등의 업종은 V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여행, 면세점, 헬스클럽, 성형외과 등은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U자형으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 | 김난도 外 지음| 미래의창 | 1만 8000원 | 사진제공=미래의 창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변화는 ‘피보팅’이다. PC방의 음식배달이나 여객기의 화물기 개조, 체험 비행 여행 상품 등장처럼 생존을 위한 ‘피보팅’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 교수는 “배달의 민족 역시 초창기에는 114처럼 전화번호를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출발했지만 방대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구축 대신 음식점 전화번호를 타깃으로 삼으면서 주문과 배달로 전환한 전형적인 ‘피보팅’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집도 코로나19 시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재택근무가 늘고 헬스클럽 대신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 사례가 늘면서 집의 기능이 오피스, 피트니스 센터, 콘서트 관람, 쇼핑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집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동네 상권, 즉 ‘슬세권’도 약진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통용되는 자본주의 키즈는 2021년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광고, 마케팅, 브랜드, 투자 등 어린 시절부터 자본주의 환경에 노출돼 성장한 자본주의 키즈들은 때로 명품을 플렉스하고 희귀템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주식투자나 부동산 임장 데이트를 하는 등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중고 거래를 뜻하는 ‘N차 신상’의 주역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 방탄소년단 리더 RM도 ‘당근했다’는 당근 마켓이 자리잡은 배경에는 중고거래로 취향을 공유하고 때로 ‘리셀’(Resell)로 투자까지 하는 MZ세대의 가치관 전환이 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은 집에 있는 물건을 처분하려는 판매자와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필요충분조건이 맞닿으면서 N차 신상 규모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휴먼터치)이다. 이를 테면 비대면 시대 가장 주목받은 넷플릭스의 알고리즘 시스템 역시 영상 콘텐츠 분석 전문가들이 콘텐츠들을 일일이 감상하고 분석해 태그와 메타데이터를 생성한 결과물이다. 이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우며 경험이 풍부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김 교수는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이라며 “진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0-10-20 18:00 조은별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트렌드 코리아 2021> 김난도 외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2021년 소비자 전망 보고서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바뀌는 것은 트랜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고 결론을 내린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이라고 말한다. ‘스톡데일 페러독스’ 마냥, 기대가 좌절될 때마다 상처를 입는 일반적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비관적인 현실을 그대로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강한 생존 의지를 보이는 합리적인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한 2021년 소띠 해의 소비 트렌드는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다.*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 - 첫째, Coming of ’V-nomics‘(브이노믹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꾸게 될 경제를 말한다. 둘째, Omni-layered Homes(레이어드 홈). 집이 다양한 기능이 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자본주의 키즈)다.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층의 출현이다. 넷째, Best We Pivot(거침없는 피봇)은 빠른 사업 전환 트렌드를 말한다. 다섯째, On this Rollercoaster Life(롤코라이프)는 상식을 뛰어넘는 짧은 변주와 이색 콜로보를 의미한다. 여섯째, Your Daily Sporty Life(#오하운, 오늘하루운동)은 거센 운동 붐을 말한다. 일곱째는 Heading to the Resell Market(N차 신상)으로, 중고시장의 엄청난 성장세를 말한다. 여덟째,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CX 유니버스)는 고객경험의 혁신이다. 아홉째,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레이블링 게임)은 자기 정체성 찾기다. 마지막은 ‘Ontact’,‘Untact’, with a Human Touch(휴먼터치)다. 진심이 담긴 인간적 감성과 공감을 의미한다.         * 업종별 특성에 따른 경기회복 전망 - 코로나 사태 이후 예상되는 경기회복 유형을 크게 5가지로 구분했다. V형(빠른 회복형)은 대체수단이 마땅치 않아 코로나 상황 개선 후 금방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이다. 내과 치과 소아과에 방문형 서비스업(학습지 가사지원 과외 등)와 테마파크 미용실 등이 해당된다.  U형(완만한 회복형)은 대면성이 높고 다른 방식으로 대체가 가능해 타격이 가장 큰 업종이다. 해외여행 면세점 출장비즈니스맨 호텔 외국인성형외과 등이다. W형(물결형)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방역이 완료되면 바로 회복이 가능한 유형이다. 대중교통 식당 카페 술집 극장이 대표적이다. S형(가속형)은 코로나를 계기로 성장이 가속화되는 업종들이다. 온라인쇼핑 배달 배송 캠핑 골프 호캉스 등이 해당된다. A(역V, 코로나 특수형)은 코로나에 따른 반사적 수요나 소위 ‘보복 소비’로 인해 특수를 누린 유형이다. 화상 커뮤니케이션. 사치품(명품), 대형TV, 내국인 성형수술, 정신과 등이 해당된다.* 재택근무 성공의 관건 ‘성과’ -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이 경우 ‘성과’가 담보되지 못하면 안된다. 성과 중심의 업무 성격과 조직 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여건에서 억지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가는 자율과 능률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업이 중요한 부서는 비대면이 오히려 효율을 떨어트리고 업무의 행간을 파악하지 못해 지시의 민감도나 정화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온라인 교육의 미래는? - 저자들은 코로나 후에도 대면 수업을 위주로 하되 온라인 수업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에서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라고 해 ’역진행 수업방식‘이 활용되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이는 교수가 제공한 강의 영상을 학생들이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주로 하는 유형이다. *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 - 위기에 직면하면 소비자들은 본능적으로 검증된 것을 찾는다. 1등 브랜드에 대한 쏠림이 강해지는 현상이 확연해 진다.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또 직원들의 복지에 힘쓴 브랜드나 상품을 선호하게 된다. 미국의 룰루레몬이나 우리나라 협대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의 친 환경성, 임직원에 대한 처우, 기업운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도 투자와 소비의 기준이 된다. MZ세대로 불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은 특히 기업의 이런 사회적 책임에 매우 민감하다.* 브이노믹스에선 ‘승자독식’ -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톱 3가 시장을 분점하는 룰 오브 스리(Rule of Three)가 통했지만, 온라인이 강세인 브이노믹스에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룰 오브 원(Rule of One)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원격교육과 재택근무처럼 디지털화되는 영역이 확장되면서 승자독식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FOMO족에서 JOMO족으로 - 정보와 유행에 뒤쳐져 고립될까 두려워하는 것을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단절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그런 고독을 오히려 즐기는 JOMO(Joy of Missing Out) 증후군이 등장했다. 이들은 불필요한 접촉을 선택적으로 최소화하고 혼자만의 온전한 휴식을 즐기는 일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게 가능해진 집, 미래 소비산업의 요람 -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이제 집은 새로운 다기능성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른바 ‘레이어드 홈’이다. 여행을 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가구 교체를 포함한 홈인테리어와 리모델링에 투자한다. 재택근무와 홈스쿨링 확산으로 책상과 책장 등 서재용 가구 판매가 급증하고 1인 가구용 트랜스포머 가구가 인기다.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인 ‘오늘의집’은 올 들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호텔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에 집은 더욱 프리미엄화되고, 피트니스 센터가 되고 있다. 셀프 뷰티도 가능해 집에서 손쉽게 피부관리와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이제 집에서 할 수 없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저자는 이제 집이 미래 소비산업의 요람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키즈’ - 자본주의 속에서 자라 자본주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에 최적화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요즘 소비자를 자본주의 키즈라고 명명한다. 이들은 간접광고(PPL)에 조차 관대하고 웃음으로 넘긴다. 광고를 소극적으로 받아보는 수준을 넘어 아예 광고가 자신에게 찾아오도록 적극적으로 유인한다. 공고해주겠다고 자처하는 ’# 협찬환영‘ 해시태그’가 대표적이다. 부자들의 소비 행태를 비난하지 않으며, 가격대비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명품 구매도 꺼리지 않는다. 나름의 합리적 소비 원칙이 있어 비합리적 소비는 철저히 배격한다. 남들과 차별화된 소비로 자아를 표현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소비를 일종의 게임으로 즐기는 경향도 있다.* “불행한 노후는 없다” 재무관리에도 철저 - 풍요롭게 자란 세대답게 돈이 없는 불행한 미래를 방지하기 위한 준비에 철저하다. 젊은 자본주의 키즈의 투자 활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된다. 금 거래시장 이용자의 18%가 20대이고 30대는 38%로 가장 많다. 2019년 서울 지역 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28.8%가 30대였다. 소액으로 가능한 P2P경매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는 등 투자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병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이른바 ‘병정개미’도 늘고 있다. 40대 혹은 그 이전이라도 형편만 되면 빨리 은퇴하고 싶어 하는 ‘파이어족’이 늘고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자본주의 키즈가 균형잡힌 삶을 설계하는 소비자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반자본주의’ 요소에 대한 선망을 함께 갖고 있으며 자본주의 문제점에 더 비판적이라고 지적한다.  * 거침없는 피보팅(pivoting)이 기업 성장 조건 - 피봇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다. 저자는 이를 ‘위기 때든 아니든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제품 전략 마케팅 등 모든 경영 요소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수정해 방향성을 잡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피버팅은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하며, 전사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보팅의 유형에는 우선 ‘핵심역량 피보팅’이 있다. 모바일 전화번호부 사업을 모바일 전화사업으로 바꿔 성공한 배달의민족이 대표적이다. ‘하드웨어 피보팅’은 시설 설비 공간 등의 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여객기 대신 화물수송을 확대해 성공한 전략 등을 말한다. ‘타깃 피보팅’은 고객 리스트 등을 기초로 사업전환하는 전략이며 ‘세일즈 피보팅’은 목을 새롭게 하거나 판로 개척을 통해 사업전환을 모색하는 전략이다.* ‘뷰카 시대’에 피보팅이 성공하려면 - 4차 산업시대의 환경적 특성인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묶어 뷰카(VUCA)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은 피보팅 방향만 결정되면 언제든 빠른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전환된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피보팅 방향을 탐색하기 위한 가설 설정과 검증 과정을 상시 진행해야 하며, 실패도 용인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 신속한 피보팅이 가능하도록 각종 규제도 정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용기다.* 새로운 소비족 ‘롤코라이프’에는 ‘숏케팅’이 필수 - 롤로코스터 타듯이 즐기는 삶을 ‘롤코라이프’라고 부른다. 젊은 롤로코스터족은 이색적인 콜로보 제품에 반짝 열광한다. 하나의 브랜 드에 정착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다양한 브랜드를 좇는 방식으로 늘 새로움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타면 나도 타야 한다. 예측 못할 속도감을 즐기지만 끝나면 미련없이 떠난다. 참여를 통해 즐기되, 더 짧은 주기로 더 많은 소비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변덕스럽다고 이해해선 안된다. 이들을 공략하려면 약간 미완성이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숏케팅(short-markerting)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코로나 블루의 탈출구 ‘오하운’ - 그 동안 운동을 회피해 왔던 2030들이 등산 골프 등 액티비티 운동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골퍼 중 2030 비중이 31.3%에 달할 정도다. 이에 운동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종목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캐디와 카트 없이 즐기는 골프장이 등장했다. 달리기에 엣지를 더한 달리기 부캐들이 등장하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달리는 플로깅도 확산되고 있다. 요가와 명상도 급격히 부상하며 여행과 연계되는 추세다, * 운동이 ‘관계의 확장’으로 확장 - 크루고스트(Crew Ghost)는 앱에 올라온 달리기 모임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런 형태로 운영된다. 뉴욕에 본사를 둔 펠로톤(Peloton)은 사용자가 원하는 강사의 채널에 접속하면 강사가 실시간으로 이용자들을 지도해 주는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즈위프트(Zwift)는 싸이클 커뮤니티를 발전시켜 전 세계 누구나 화면을 보고 런던이나 도쿄의 시가를 함께 달리는 가상현실을 실현했다. 디지털 거울을 통해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러(Mirror)는 근력운동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 콘텐츠를 라이브 혹은 VOD로 쌍방향 서비스된다.   * 새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 MZ세대와 기성세대 소비에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중고거래에 대한 태도다. 젊은이들에게 중고시장은 합리적 가격으로 가치있는 소비와 투자와 취향 거래가 가능한 ‘보물 놀이터’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N차 신상’이 나온다. 여러 번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를 반영한 말이다. 중고개래 시장의 급성장과 N차 신상의 등장은 소비의 기준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들 중소거래 사이트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구인구직과 소모임 조성, 집 구하기 등 다양한 서비스로 지역 플랫폼이 된 미국의 ‘크레이그리스트’ 를 따라간다. 사기 방지를 위한 정품 인증 서비스,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의 접목 등 서비스 차별화 경젱도 치열하다.* N차 신상의 재테크, 그리고 포슈머리즘 - 최근에는 리셀(resell/resale)처럼 당근마켓 등에서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투자적 성격의 중고거래도 늘고 있다. 한정수량 상품은 상당한 수익까지 기대된다. 샤넬 클래식 플립백 미디엄이 2020년 5월에 715만에 팔렸는데 3개월 후 중고나라에서 900만원에 팔리는 등 리셀은 이제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필요해서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좋은 아이템을 찾아 즐기는 소비를 포슈머리즘(Fauxsumerism), 이른바 ‘발견형 소비’라고 부른다. 이런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로 소비의 맥락이 변화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 CX(고객경험)의 차별화가 최우선 - CX가 고객관리, 나아가 경영전반의 핵심으로떠오르고 있다. 고객의 불만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 즉 상품과 서비스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중시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끊김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쓴다. 이른바 심리스(seamless)다. 고객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으면서 매끈하고 단절되지 않는 서비스다. 체험형 컨셉 매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고객의 애로사항을 제거하고, 새로운 점점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고객의 디테일한 습관까지 스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빅 데이커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재방문과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디드로 효과(Dierot Effect)를 불러오기 위함이다. * 내 정체성을 찾는 ‘레이블링 게임’ - 레이블링 게임이란 내 안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특정화된 유형으로 딱지(레이블)을 붙인 뒤 해당 유형의 라이프스타일을 동조 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회된 노력을 말한다. 우선 여러 테스트를 거쳐 데이터로 스스로를 계량화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MBTI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나를 닮은 누군가를 찾는 비유화하기, 그 다음은 그 결과를 타인과 공유하고 확인받는 과정이 이어진다. * 고객에게 ‘나만을 위한 브랜드’란 인식 갖게 해야 - 레이블링게임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면 다음은 소비로 표현된다. 파노폴리(세트)를 이루는 특정 상품을 소비하면 그것을 소비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집단에 소속된다는 환상도 갖게 된다. 이를 포노폴리 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자신이 선망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속되기 어려운 집단의 구매를 따라 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집단, 그리고 얼마든지 내가 소속할 수 있는 집단의 소비를 공유하려 한다. 따라서 이제는 브랜드도 타깃 고객이 “이것이 바로 나”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간적 감성이 중요시되는 사회 - 하이테크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것이 ‘휴먼터치’다. 감성적 공감과 따뜻한 체온으로 스킨십하는 휴먼 감성이다. 인공지능(AI)가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이런 공감능력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영역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첫째 고객 중심으로 환경을 꾸밀 것을 권한다. 슬로우 뱅킹을 표방하는 미국 움프쿠아은행이 대표적이다. 둘째, 인간적 소통의 강화다. 에어비앤비도 온-오프라인 체험 영역을 확장시키며 다양한 스킨십 마케팅을 시도 중이다. 셋째, 기술에 사람의 손길 녹이기. 반려동물 로봇처럼 ‘기계같지 않은, 인간같은 기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내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 챙김이다. 직원들 개개인에 맞춤화된 배려와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언택트의 편리함은 극대화하되 인간의 손길은 언제나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휴먼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선정 ‘2020년 한국 10대 트렌드 상품’1. 1990년대 - 그 시절 감성이 녹아있는 노래와 패션 등이 큰 인기였다. 2. 국내여행 - 해외여행을 대체하며 차박, 새 여행지 발굴 붐이 불었다.3. 기생충 - 한국 역사상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작.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4. 무선 이어폰 - 현대인들의 사회심리적 보호막으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5. 배달서비스 - 코로나오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다.6. 지역화폐 - 불황 속에서도 지자체마다 할인 혜택을 부여해 큰 인기를 끌었다. 7. 트로트 - 젊은층까지 끌어안으며 가장 사랑받는 음악 장르로 도약했다.8. 화상 커뮤니케이션 - 비대면 회상업무가 확산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9. KF마스크 - 코로나로 인해 일상화되었다. 초기 한 때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10. OTT 서비스 - 실내 생활이 지속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20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 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그 시작은 두려움 내려놓기…‘작가는 처음이라’

작가는 처음이라┃평범한 내 이야기도 팔리는 글이 되는 초단기 책 쓰기의 기술┃김태윤 지음(사진제공=다산북스)세상이 만들어둔 기준에 맞추느라 애쓰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평범한 회사원이 2년만에 6권의 책을 계약하고 작가로 거듭났다.신간 ‘작가는 처음이라서’는 그 여정 속에서 터득한 책 내기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단 한순간이라도 남이 아닌 나의 삶을 살고 싶다”는 깨달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 김태윤은 전혀 몰라 막막했던 때부터 몸소 터득한 작심, 준비, 기획, 수집, 집필, 계약, 출간 후 홍보, 평생 현역으로 사는 법 등 책 쓰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책 쓰기를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나만의 아지트 마련, 루틴 만들기, 데드라인 선포 등 책 쓰기 환경 조성부터 시장에서 통하는 주제 선정, 책 쓰기의 심장 같은 자료 수집부터 주제 찾기, 글쓰기와 자신에게 맞는 출판사 선택·투고·계약, 출판 후 홍보 등에 대해 전한다.‘책 쓰기로 100세 인생 준비 시작’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마지막 장과 각 장 말미에 정리한 ‘작가는 처음이라 꿀팁’들은 위안을 전하면서도 유용하다. 저자의 조언처럼 “일단 책 쓰기의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부터가 시작”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17 17:3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그 일이 일어난 방> 존 볼턴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사구팽’ 당한 사람이다. 남북한에도 모두 ‘찍힌’ 인물이다. 트럼프는 물론 문재인, 김정은 세 정상에게 극도로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가장 강경 보수파였다. 트럼프를 ‘괴짜’, ‘변덕쟁이’로 깎아내렸다. 북핵 협상을 공사 구분없이 치렀다며 혹독하게 비판했다. 북미 핵 협상을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라고 까지 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혹평 일색이다. 북한의 뻔한 거짓말에 놀아나고, 국내 눈치 보느라 늘 비현실적인 종전선언만 되풀이하는 철부지 정치인 정도로 치부했다. 이 책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회담, 판문점 3자 정상 만남 등의 뒷 얘기가 매우 구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중국 이란 문제 등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이번에는 북한 관련한 부분을 주심으로 발췌해 소개한다.   * ‘예스맨’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15개월 동안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 채 ‘원로들의 연합(axis of adults)’에 꽉 붙잡혀 있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당선되는 바람에 곧바로 지인들 간에 영역다툼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 트럼프의 자신감이 커지자 원로들은 하나 둘 떠났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리고 트럼프는 ‘예스맨’ 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 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권력집단)이다. 트럼프의 많은 고문들은 과거 행정부에서 고급관료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정부의 운영 매뉴얼도 들춰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수시로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여성관료를 임명할 때는 오로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만 보았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 -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나중에 북한 팀의 올림픽 참여 비용을 한국이 모두 지불했다는 정보가 흘러나왔다며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 좌파는 햇볕정책을 숭배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잘해주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란 정책”이라면서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런 행동은 북한의 독재자를 원조하는데 그칠 뿐”이라고 혹평한다. 미국은 누구건 핵, 화학, 생물학 대형 살상무기를 쓰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기에 반대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선 최대한의 압박과 압도적인 군사력의 위협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촉구한다.* ‘트럼프의 실수’ 미북 정상회담 - 김정은이 더 이상의 핵과 탄도 미사일 실험을 않겠다고 선언하자 트럼프는 “큰 진전”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저자는 “내 눈에는 그저 북한의 또 다른 선전 수법으로 보였다”고 회고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화하자 트럼프는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저자는 “김정일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던 것처럼 또 다른 가짜 양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시키기 위한 그 어떤 전략적 결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의 기회를 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북한에게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선전이 될 선물을 준 셈이라고 혹평했다. * “북한은 핵 프로그램 폐기 안한다”- 저자는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낙담하고 비관적으로 되어 갔다고 술회한다. 특히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협상에 대단히 회의적이었다고 말한다. “핵 확산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언제나 잘도 속아 넘어가는 미국을 회유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다”고 미국 측을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을 ‘북한 포로수용소의 사령관’이라고 칭했다. 아무 대가 없이 트럼프를 만나게 해줌으로써 그의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매료되었다’”고 표현하면서 “정권이 시작되었을 때부터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안타까와 했다. *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이 제안한 ‘외교적 댄스’” - 저자는 김정은에게 트럼프를 초대해 보라는 제안을 한 사람이 정의용 안보실장이었다고 전한다. 본인도 인정했다고 적었다. 저자는 이를 한국이 제안한 ‘외교적 댄스’라며 “내 생애 그 댄스는 아무 실체도 없는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김정은이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만나길 원한 후 장소 문제로 설왕설래할 때 “이러다 모든 일이 엎어지길 바랬다”고 적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국 “난 가고 싶어요. 아주 대단한 공연이 될 거예요”라며 싱가포르로 향했다.   * 김정은에 매료된 트럼프 - 싱가포회담을 취소한 지 12시간도 못돼 북한 외무성의 호의적인 성명서가 나오자마자 트럼프는 6월 12일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편지가 얼마나 따뜻하냐”며 “이건 대단한 승리야. 우리가 협정을 맺으면 그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정 중 하나가 될 거야. 나는 김정은과 북한이 크게 성공하게 만들고 싶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올린 트위터에도 “이제 더 이상 북핵 위협은 없다. 김정은과의 만남은 흥미롭고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북한은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큰 국가다”라고 극찬했다. * 애초부터 ‘문재인 배제’를 생각하다 -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두 시간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는 미국이 ‘행동 대 행동’ 전략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후 입장을 바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개념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면 미국의 정치적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이 때 저자는 이 문제를 협상하는 자리에서 문재인을 제외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국무부 실무자들이 과거에 실패한 6자회담 방식으로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 커졌다고 회고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한국의 통일 의제와 자신들의 비핵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직전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한국 측의 의제를 끈질기게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김정은과 핵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라며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계속 3자 만남을 요청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근처에 다가오는 것조차 질색했다고 한다.  * 트럼프와 북한도 ‘문재인 배제’에 동의 -  북한 김영철은 모든 문제들에 대해 완강하게 나왔지만 저자 입장에서 유일하게 좋은 소식은 그가 문재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3자 회담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자신과는 다른 의제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문에게 이는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고 저자는 적었다. 그러나 미국에게 비핵화가 최우선이었다. 저자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기준에 대한 선언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진지한 협상도 시작해선 안되는 입장을 부단히 개진했다.*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 - 트럼프는 북한 김영철이 백악관을 예방했을 때 소규모로 미팅을 하고 싶다며 펜스 부통령마저 참석 멤버에서 뺐다. 오직 트럼프와 폼페이오, 그리고 통역사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저자는 “순전히 과장된 칭찬으로 도배되었다”고 혹평했지만, 트럼프는 대단히 흡족해 했다. 저자는 “이때부터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가 시작되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은 절대 안되며, 그 어떤 재앙이 될 만한 문서가 나와도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그걸 막을 수 없었다고 술회한다.  * 햇볕정책은 판타지? -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의 정치 좌파가 미국이라는 존재 덕분에 ‘햇볕정책’이라는 판타지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떠난다면, 사실상 자신들끼리만 남아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여파를 느끼게 될 것이며, 그들도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종전선언은 ‘공짜 점심’ - 저자는 제재완화나 종전 선언은 완전하고 입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결코 공짜로 내줘선 안된다며, 종전선언의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받아낼 지를 고민하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되는 선언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믿었다. 북한의 동의가 의문이었으나 적어도 한국전쟁을 ‘끝냈다’는 미국의 쓸데없는 양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 북한에 끌려간 미국측 실무진 -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싱가포르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하는 미국의 처리방식을 거부했다. 북한이 거부하자 국무부는 타협을 원했고 계속 북한의 의견에 맞추려 했다. 그러는 내내 국무부 실무자들은 북한인들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자신들끼리 협상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다행히 폼페이오가 “더 이상 새로운 초안을 만들지 말고 북한이 미국 초안에 반응할 때까지 기다리자”며 자신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전한다.* 싱가포르에 꼭 합류하고 싶었던 문재인 - 문 대통령은 계속 싱가포르 회담에 참석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도 재차 그런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쯤 되면 3자 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점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을 터 였다고 저자는 비꼬았다. * 무슨 서류든 서명하고 싶었던 트럼프 - 북한은 회담 직전까지도 완전하고 입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동의하길 거부했다. 그들은 그저 그 매직워드(주심에게 내뱉었다가 퇴장당할 말)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서류의 전체 콘셉트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가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자”고 미리 얘기까지 되었으나 내심 무슨 서류든 서명하고 싶어했다. * 트럼프를 전임자들과 비교하며 띄워준 김정은 - 김정은은 트럼프를 전임 대통령 3명과 비교했다. 그들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켜 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는 “정말 머리가 좋고 상당히 비밀스럽고 아주 사람이 좋은데다 진실되고 광장히 개선이 강한 사람으로 봤다”고 답했다. 김정은이 “더 이상 핵실험이 없을 것이며, 그들의 핵 프로그램은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북한과 맺은 그 어떤 핵 협정이건 상원의 승인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 한미 군사훈련 중단 시사 - 김정은은 국내 정치에서 자신도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들이 있다며 “북한에도 강경파들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았다. 저자가 보기엔 ‘함정’이었다. 트럼프는 그러나 저자가 우려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 훈련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 낭비”라며 “미국과 북한이 선의를 가지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군사 훈련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주 환한 얼굴로 “당신이 미국의 돈을 아주 많이 절약해 줬다”고 말했다.  * 미국의 미북 회담 평가 - 싱가포르 회담 이후 장관급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결론은 만장일치로 “별 일 없었다”였다. 폼페이오 역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취한 의미 있는 조치가 하나도 없으며, 성공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북한을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 첫 회담 후 트럼프, 문재인에 불평을 털어놓다 - 통화에서 트럼프는 “내가 싱가포르에서 끝내주는 만남을 가졌고 김정은과 좋은 우정을 맺었는데 아무 협정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평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햇볕타령 끝에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 비핵화하는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김정은과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저자는 문 대통령이 여전히 국내 정치적 목적 때문에 9월 중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 김정은의 8월의 첫 번째 러브레터 -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이 별 성과가 없었음을 비판하면서 곧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는 실무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의회 선거가 있으니 9월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만날 것을 저자가 제안했으나 듣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날 오후 김정은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북한 입국 일정을 잡고 있을 때 북한은 “이번에 김정은을 만날 수 없을 것이며, 종전선언을 포함해 완전히 새로운 제안을 가져오기 전에는 수고롭게 올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도 이번에는 “당신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 김정은의 9월의 두번째 러브레터 - 트럼프는 이 편지에 “이거 정말 좋은 편지야”라고 흡족해 했다. 볼턴은 예의 “그 편지는 쥐똥같은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쓴 것”이라며 김정은이 폼페이오와 만나기 전까지는 트럼프와 만날 자격이 없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가 끝난 후 바로 다음 주에 그 회담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도 이번에는 트럼프에 좌절한 것처럼 보였다. *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보낸 볼턴의 가상의 편지 - 볼턴은 자신의 추측만으로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보낼 법한 한 장 짜리 문서를 트럼프에게 건넸다. 미몽에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한다. “자네(김정은)가 해야 할 일은 핵무기와 미사일들 생산 시설들을 계속 감추는 거야. 이란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지난 20년처럼 자네의 미사일들을 계속해서 실험할 걸세. … 미국인들을 속이기 위해 미군 유해를 계속 보내게. 그들은 그런 일에 아주 감정적이거든. … 지금 나는 트럼프와 무역전쟁 중인데, 난 그들의 소중한 대두와 기술 일부를 사는데 동의할거야. 그 다음에 그걸 훔쳐서 그들의 소비자들에게 더 싸게 팔아치울 계획일세. … 자네는 핵무기를 포기할 필요가 없어. 조만간 자네 무릎에 아주 잘 익은 과실처럼 한국이 떨어지게 될 걸세. … 멀리 보고 사고를 하게. 역사의 승자의 편에 서고 싶다면, 그건 바로 중국이네. 미국인들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야.”        * 북한 방문에서 홀대받은 폼페이오 - 북한에 가서 김영철과 두번 만나 다섯 시간을 회의했으나 결국 김정은은 만나지 못했다. 북한은 오히려 폼페이오가 돌아간 후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폼페이오는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 먼저 자국의 안전보장을 해주길 원했으며, 그런 후에야 비핵화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신뢰 쌓기란 것은 개똥 같은 소리야”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저자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한 말 가운데 몇 달만에 가장 똑똑한 말이었다고 회고한다. 트럼프는 나중에 “이제 우리의 얼간이 노릇을 끝낼 것”이라며 “이건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전에도 트럼프는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언제라도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북특사에게도 “그들에게 내가 김 위원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똑똑히 전달하시오”라고 지시했다.  * ‘종전(終戰)선언’은 한국만 원한다? - 볼턴은 “종전 아이디어는 듣기에는 그럴싸할 뿐, 합리적 근거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 내부 회의에서도 종전 선언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애초부터 이 문제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북한도 “그것은 문재인이 원하는 것이지 우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찌감치 얘기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왜 그것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분위기였다.    * 2차 협상, 벌써 ‘결렬’을 예고하다 - 트럼프는 2차 협상마저 파기될 경우 세상에 전할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폼페이오는 이에 “협상팀이 계속 만나면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고, 여전히 핵실험은 없으며, 이 회담이 무산된 것과 상관없이 또 만날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김정은이 사전 실무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국제제재 해제를 요청했다는 얘기를 듣고 트럼프도 실망감이 역력했다고 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귀향본능, 즉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서로의 양보를 촉구한 무의미한 2차 회담 - 김정은은 영변을 양보하는 것이 북한에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제재의 전면해제 말고 부분 해제 요청 같은, 더 추가할 내용이 없는 지 재차 물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이 “예스”라고 했다면 곧바로 거래가 성립되는 것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목표로 한 장거리 미사일을 없애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볼턴 역시 군축 협상에 이 내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예상대로 김정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장치도 없다”고 불평했다. 트럼프가 “어떤 보장을 원하느냐”고 묻자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 없이 70년간 적대관계였고 이제 서로를 알게 된 지 8개월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 공동성명서를 원했던 김정은 - 김 위원장은 자신들의 영변 폐쇄 제안에 미국 측이 고려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공동성명서를 원했다. 트럼프는 당초 개별 성명서 입장을 바꿔 공동 성명서를 작성하자며, 김영철과 폼페이오에게 초안을 만들라 지시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서 작성은 실패했다. 트럼프는 그 와중에도 하노이 회담의 파기로 자신이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았을 것이라고 허풍을 쳤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얘기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의욕을 잃은 모습이었다. * 볼턴의 미-북 협상단 평가 - 하노이 회담 후 저자는 미국이 아직도 북한 같은 나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우리 끼리 협상하는 데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쓰면서 상대방이 아직 입장을 정하기도 전에 우리 입지를 먼저 좁혀놓았다며 국무부를 나무랐다. 반면 북한은 어떤 협상이든 협상만 성공하면 성공인 줄 아는 상대방을 이용해 먹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더 할 나위 없는 표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로 어이가 없는 일은 트럼프와 외교부 사람들이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 ‘조현병 환자’같은 문재인? - 볼턴은 하노이 회담 후에도 정의용이 “영변 핵시설을 철거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대단히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증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한국의 생각을 ‘문재인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폄하했다. 저자는 문 대통령이 형식에만 매달린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세기적 회담이 될 만한 극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과 장소 형식 면에서 극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며 판문점이나 미 해군함정에서의 회담을 거듭 하며 6월 12일에서 7월 27일 사이라고 구체적인 희망 날짜까지 제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제안에는 감사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다음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협정을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여전히 실질적인 내용보다 형식에 매달렸다.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는 자리에 자신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꼬집었다. * 부시 “북한은 높은 의지에 앉은 어린아이” - 저자는 북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평가만큼 정확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과거 김정일에 대해 ‘높은 의자에 앉은 어린아이’라고 비유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아이가 계속해서 음식을 바닥에 떨어트리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언제나 그것을 주워 다시 그릇에 담아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도 똑같다고 비판한다.* 결국 북한에 놀아난 DMZ 회담 - 트럼프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환담 때 김정은을 DMZ에서 만날지도 모른다고 내비쳤고 곧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방한 중에 DMZ에서 그와 악수하고 인사라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 볼턴은 예의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더라도 그저 악수하고 사진 찍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미국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고, 트럼프는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이것이야 말로 외교에 관한 한, 트럼프의 시각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한 마디로 트럼프는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볼턴이 ‘DMZ 잔치’라고 비판한 그 회담에 대해 “나는 그 누구도 못한 일을 해냈다. 오바마는 열 한번이나 회담을 요청했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했었다”고 자평했다. * 30년 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 못하는 미국 - 저자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아시아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서도 내내 북한 김정은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한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세계적 공분이 들끓고 있을 때도 트럼프는 “우리가 악수했을 때는 단거리 미사일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일수는 있지만…”이라며 감쌌다. 저자는 “미국은 거의 30년에 걸쳐 네 번이나 행정부를 교체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핵무기 확산 위협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군 주둔비용 부담 논란 -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제시했다. 한국은 그 동안 연간 10억 달러에 못 미치는 부담을 해 왔다. 협정 만료일이 2018년 12월 31일이었기에 한국은 일본에 앞서 첫 번째 당사국이 되었다. 나중에 두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는 “미군 기지 토지를 미국이 임차하고 있는가, 공짜인가”하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한국이 GDP의 2.4%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는 말로 비켜갔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무부 관점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그들은 일관되게 당사국 부담을 대폭 인상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 “문 대통령이 오히려 한일 관계를 이용” - 문재인 대통령이 1965년에 수립된 한일기본관계조약을 뒤집으려 한 것과 관련해 볼턴은 “과거 역사가 미래의 양국 관계가 장애가 되어선 안되지만 때때로 일본이 이슈를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문재인이 말하지만, 역사 문제를 꺼내는 쪽은 일본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려는 문재인”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보기에 문 대통령은 국내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한일관계 이슈를 꺼내 들어 그 어려움을 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일본의 참전을 수락하겠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자위대가 한국땅을 밟는 일만 없으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전투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 국제 무역시스템을 악용하는 중국 - 저자는 자신이 자유무역주의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많은 국제협정들이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관리무역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미국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이 이 국제 무역시스템을 이용해 먹고 있다는 인식에서 두 사람은 같다. 저자는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훔치고 수십년에 걸쳐 미국에게서 막대한 자원과 무역을 강탈하는 강제 기술이전 행위들을 실시해 왔다고 비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17 07:57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여성’과 ‘신화’에 주목하는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문학상 주인공은?

14일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사진제공=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아시아인들 수난과 영광의 삶 중 여성작가들이 풀어낸 여성의 삶, 여성문학의 성취 등이 아시아 문학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아시아가 인류가 직면한 고난과 지금 우리 시대에 어떻게 미래를 기획하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음식점에서 진행한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아시아의 달, 아시아문학 100년: 신화와 여성’ 기자간담회에서 방현석 부위원장은 행사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2017년 출범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세로 대면과 비대면 프로그램들로 꾸렸다.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이화경 집행위원장(사진제공=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11개국 30여명의 문인들이 참여하는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신화와 여성’이다. 이화경 집행위원장은 “국내 및 아시아 작가들이 민주, 인권, 평화를 주제로 광주에서 상호교류하고 아시아 문학 성찰의 시간을 가져왔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대면 방식으로라도 만나고자 한다”고 축제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문학집 출간 외에 장르를 다양화해 공연으로도 보여줄 예정”이라는 이 집행위원장의 전언처럼 이번 축제에는 개막공연 ‘심연’과 2018년 아시아문학상 수상작인 바오 닌 ‘전쟁의 슬픔’으로 꾸린 두편의 창작극, 각 작가들이 줌라이브로 참여하는 ‘작가토크’, ‘포스트코로나와 문학’ ‘신화와 여성’ 등을 제주로 의견을 나누는 ‘아시아문학포럼’, 특정 주제로 두명의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크로스낭독’, 참여작가 작품들을 다양한 장르로 무대화한 소공연 등이 마련돼 있다.지난해 아시아문학상 수상작인 바오 닌 ‘전쟁의 슬픔’은 한국 극단 민들레가 선보이는 동명공연(10월 30일)과 덴마크 오딘극장이 꾸린 ‘비애’(10월 31일)로 만들어져 유튜브로 상영된다.소공연으로는 초청작가 중 한 사람인 샤힌 아크타르(Sahaheen Akhtar)의 ‘어느 달밤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베잔 마투르의 시 ‘모든 여인은 자신의 나무를 안다’를 정가보컬 박민희가 가곡으로 작곡해 선보인다.11월 1일에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특별인터뷰와 제3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2017년 첫해 몽골의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2회 베트남의 바오 닌에 이은 세 번째 수상자를 탄생시킬 아시아문학상의 올해 후보는 방글라데시 샤힌 아크타르의 ‘작전명 서치라이트: 비랑가나를 찾아서’, 대만 주톈원(朱天文)의 ‘황인수기’, 중국 츠즈지엔(遲子建)의 ‘세상의 모든 밤’으로 모두 여성작가 작품이다.이화경 집행위원장은 ‘브릿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에 출간돼 소개된 작가들 중 올해 주제인 ‘신화와 여성’에 맞게 여성 삶을 아시아 여성 작가 입장에서 다루는 작품들을 후보로 선택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 여성 작가의 관점으로 바라본 여성의 삶과 서사”라고 설명했다. 제3회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오른 츠즈젠(왼쪽부터), 샤힌 아크타르, 주톈원(사진제공=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이화경 집행위원장은 샤힌 아크타르의 ‘작전명 서치라이트: 비랑가나를 찾아서’에 대해서는 “독립전쟁 당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 이야기를 밀도 있고 스릴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까지 흡인력과 서사력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제목에 쓰인 ‘비랑가나’는 ‘영감한 영웅’이라는 의미로 독립전쟁 당시 파키스탄군에 억류됐던 여성들을 일컫는다. 칭송하는 듯 하지만 가문의 수치로 여겨져 전쟁 후에도 고난 속에 살아야 했던 희생양들이다.‘비정성시’ ‘펑꾸이에서 온 소년’ ‘연연풍진’ ‘희몽인생’ 등 대만의 유명 감독 허우샤오시엔과 작업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주톈원의 ‘황인수기’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제목 중 ‘황’은 황폐하다는 의미”라며 “대만과 중국 관계 속에서 역사적 의미를 짚고 주인공이 세기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주톈원에 대해 “영화와 문학 두 가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인문학, 철학 등을 담아낸 텍스트들이 브리콜라주(문화 상품이나 현상을 재구축하는 전유의 한 가지 전술) 형식으로 밀도있게 교섭하는 독특한 서사전략을 보이는 작가”라며 ‘황인수기’에 대해 “퀴어를 전면에 내세워 대만 문학이 가진 모던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중국 최고 권위의 루쉰문학상(魯迅文學賞)을 두번이나 수상한 작가 츠즈지엔에 대해서는 “현대인의 심상이나 내면, 정신들에 천착해온 한국문학이 상실하고 외면했던 신화성을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라고 소개했다.이어 “동북아 소수민족과 연결해 우리가 잃은 원시성, 신화성을 아주 해학적이고 능청맞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명의 쟁쟁한 여성 작가들이 겨룰 제3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는 11월 1일 저녁 열리는 폐막식 중 발표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14 18:15 허미선 기자

[비바100] 끝없는 경제성장, 그 뒤에 남겨진 인류 ‘자이언티즘’

거대한 빌딩으로 들어찬 도시. 이미지컷(AFP)그리스로마제국은 권력과 위용을 자랑하며 거대한 건축물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피라미드, 파르테논신전, 콜로세움 등에 대해 2020년의 사람들은 그 역사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위용’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난색을 표한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 828m)지만 현재 건축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타워는 1km 높이를 자랑한다.멀리 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한때 63빌딩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많은 이들이 방문해 ‘인증샷’을 찍곤 했다. 하지만 현재 63빌딩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 5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제일 높은 롯데월드타워는 착공 전부터 제기되던 안전관리 부실과 각종 안전사고 등을 일으켰다.경제학자 게르트 노엘스(Geert Noels)가 동명의 책에서 주장하는 의학적, 생물학적, 영양학적 ‘자이언티즘’(Giantism), 일명 거인증은 인류의 경제성장과도 닮았다. 과도한 성장호르몬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성장, 약화되는 근육과 심혈관계 및 근골격계 질환, 뇌하수체 종양 등을 일으키는 거인증은 꽤 오래도록 성장 강박, 몸집불리기에 집중했던 인류 경제의 원인과 현상 그리고 지금의 모습을 닮았다.자이언티즘 |게르트 노엘스 지음(사진=탬)매년 기업들은 ‘성장’ 규모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성장’ 강박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규모의 발전, 성장 불균형 등은 사회의 혼란과 문제들을 야기해 왔다.   책은 ‘자이언티즘이란 무엇인가’ ‘자이언티즘을 촉진하는 성장 호르몬’ ‘챔피언스리그 효과’ ‘궁지에 몰린 개인’ ‘사기꾼들’ ‘더 작게, 더 느리게, 보다 인간적으로’ ‘거인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10단계 제안’ 7개 장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정의와 역사적·사회적·현상적 증명들을 제시하는 책은 각 장 소제목만으로도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40년간의 금리인하, 점점 더 세금을 적게 내는 대기업, 월마트가 많아질수록 비만율도 증가한다, 사라지는 중산층, 거대 정부와 공감 능력의 축소, 도시가 커질수록 행복은 감소한다 등 소제목들만으로도 ‘자이언티즘’의 현상이자 폐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자본주의의 중요한 원칙은 ‘자율경쟁’이다. 하지만 승자독식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기업 및 자본만의 리그다. 책은 이를 유럽의 챔피언스리그에 빗댄다. 말뫼, 브뤼해, 글래스고, 포루투 등 낯선 이름들은 1970, 80년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 결승전 진출국이자 팀이다. 소규모 팀이나 나라가 맹활약을 펼치며 유럽의 타이틀을 거머쥐곤 했다. 베베런이 인터밀란을, 반테슬라흐가 아스날을 이기는 사례는 흔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같은 사례는 종적을 감췄는데 1992년 챔피언스리그 설립 후다. 막대한 상금 배분 관련 규정들이 작은 클럽, 나라 등이 더 이상 경쟁에 나설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챔피언스리그 참가 클럽과 그렇지 못한 클럽의 격차는 날로 커져간다. 우승팀은 엄청난 상금으로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이익창출도 커져만 간다. 저자 게르트 노엘스는 이 과정을 해운업계와 항공업계 등 인류경제의 ‘자이언티즘’에 빗대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짚는다. 거대 맥주회사가 지역 맥주를 죽이고 식문화가 획일화돼 가는가 하면 한 유통기업으로 인해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를 맞는다. 한국에서도 그런 예들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동네 작은 극장들은 사라지고 대기업 3사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꼭짓점으로 수직계열화되고 있는 영화산업이 그렇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동네 상점들은 폐점 일로를 걷고 있으며 도시재생, 새로운 문화 창출 등 다양한 개발요소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지역 토착민들이 짐을 싸 오랜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대형 제약사로 인해 질병이 거대 사업화되기도 하는 데 주목하는 책은 항우울제, 수면제, 진통제 등을통한 전세계 제약시장을 논하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러시아, 유럽 등 강대국들의 무모한 치료제, 백신 개발 경쟁 역시 ‘자이언티즘’의 일부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인류 경제의 자이언티즘은 규모의 경제, 발전 불균형, 불공정 경제, 무한정 속도전 등으로 환경파괴, 인간성 말살, 개인의 가치 추락 등의 폐해를 야기했다. 더불어 대기오염, 고온화, 비만, 자살, 번아웃, 소외 및 고독, 개인주의 등의 심화를 불렀다. 인류멸망에 관련된 영화들을 보자. 당연하게도 극 중 정부 혹은 권력집단은 새로운 나라 혹은 세계를 세우는 데 필요한 이들만을 특별 구조대상으로 리스트화한다.책의 6, 7장은 현상 인식, 문제제기에 따른 대안이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글로벌경제를 위한 키워드로 ‘더 작게, 더 느리게, 보다 인간적으로’를 제시한다. 반창고나 찜질 수준으로는 뒤집을 수 없게 돼버린 거대화 추구 경제 흐름을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분산과 축소, 도시국가와 소국가를 제시하기도 한다.마지막 장은 인간의 본성, 사회, 생태, 경제 등 인류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경제로의 전환, 거인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10단계 제안을 담는다. ‘성장’은 더 이상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만능키’가 아니다.“더 이상 성장 촉진 약물과 부채에 대한 중독으로 자극을 가하지 않고 인간 본성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이며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 사회라 주장하는 저자는 “사회, 생태, 경제 등 인류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경제”로의 회귀를 제안한다. 소수의 엘리트나 재능이 막강한 권력을 지닌 거대 구조를 만들어 힘을 남용하는 소수 독점 사회라고 시스템 전체, 경제주의 전체를 거부하라는 선동이 아니다. 문제를 직시하자는 제안이며 그 첫 발은 결국 ‘환부찾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13 18: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윤영준

저자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경제조사국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가난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60년 동안 그렇게 중국 등에서 대규모 원조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적 종속에 빠져있는 아프리카. 저자는 그 원인을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결론 짓는다. 정부와 위정자들의 정책 실패로 장애물에 걸려 넘어져 있는데, 국제사회는 여전히 물과 빵만을 건네는 형국이라고 비판한다. 아프리카가 우리의 미래 파트너라는 점에서 이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부족한 이해를 넓혀줄 책이다. * 아프리카라고 모두 빈곤하지는 않다 -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정치경제동맹체인 아랍마그레브(Arab Maghreb Union)의 회원국,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 등 아프리카 북쪽 국가들은 가난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남쪽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최근 부채 문제로 시름을 앓고는 있지만 역내 다른 빈곤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쪽에는 아프리카 최대 유전을 확보한 나이지리아가 있다. 나이지리아 남아공화국 이집트 이 세 나라가  GDP 기준 아프리카 전체 경제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모리셔스와 셰이셸 등 인구 100만 내외로 1인당 국민소득이 압도적으로 높은 초소형 관광부국들,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레소토 등 인구 200만~300만 내외 남아프리카 부국들도 아프리카 빈곤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나라는 전체 54개국 가운데 20개 안팎인 셈이다.  * 경제적 통합과는 거리가 먼 아프리카연합(AU) -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는 아프리카 55개국(유엔에서 국가자격 부여받지 못한 서사하라까지 포함)을 회원으로 하는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본부가 있다. 유럽의 유럽연합처럼 아프리카 최고의사결정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개발의 효율성에 기초한 경제적 통합 보다는 아프리카의 독립과 정체성 수호를 위한 정치외교적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빈곤문제 보다는 기후변화, 여성인권, 경제통합,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등 다소 추상적이고 듣기 좋은 글로벌 어젠다를 주로 다룬다. * 아프리카의 도약 ‘어젠다 2063’ - 아프리카를 2063년까지 세계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AU의 마스터플랜이다. 온갖 화려한 개발목표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 아프리카에 또다시 50년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50년 후에 강대국이 된다는 책임 없는 비전은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가며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 아프리카 54개국과 역내 27개국을 포함해 총 81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역내회원국이 총 지분의 60%를 갖고 있다. 태생 자체가 자기주도적이다. 돕는 주체와 도움을 받는 주체가 일치한다는 점이 다른 지역개발은행들과 차별화된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약 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면서 금융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수혜국 중 하나다. 이 가구는 ‘하나의 아프리카’라는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준수한다.  * 자원은 많고 혁신은 없는 아프리카 - 2018년 디즈니 마블시리즈 영화 블랙팬서라는 영화에 ‘와칸다’라는 아프리카 소왕국이 나온다. 엄청난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로 묘사된다. 바브레늄이라는 슈퍼 리소스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덕분이다. 저자는 이 영화처럼 결국 아프리카는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종속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원유를 수출하지만 휘발유같은 석유제품을 수입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산유국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콩 최다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면서 정작 초콜릿은 비싼 값에 수입해 사다 먹는 코트디부아르의 국민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아프리카 성장률 - 국제유가 추이와 아프리카 성장률 추이를 보면 시차를 두고 거의 일치한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알제리 등 4개 산유국의 아프리카 전체 GDP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광물자원이 압도적인 남아공을 포함하면 1차 자원의 수출 가격이 아프리카 성장률을 결정짓는 셈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AfDB에서 매년 1월에 아프리카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는데 늘 결론은 똑같다. ‘아프리카 성장률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반등에 의존적이다.’ * 통화마저 종속된 아프리카 - 세파프랑(FCFA)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14개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화폐다. 1945년 프랑스 식민지 화폐로 도입되어 1960년 독립이 이뤄졌음에도 계속 프랑스 프랑과 유로화에 고정된 채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9년 12월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세파프랑의 폐지 및 새로운 화폐 에코(ECO)로의 변경을 합의했으나 기본 골격은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로와 동일한 신뢰도를 갖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가 가져가는 경제적 이득이 더 어마어마하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GDP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와의 교역과 투자 소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수도 통신 등 기반시설은 모두 프랑스 자본이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는 금리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통화안정증권도 찍어낼 수 없다. 프랑스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맞서다 르완다 외에는 모두 꼬리내려 - 2016년 3월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 회원국들은 미국산 중고의류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금지조치를 결의했다. 미국산 중고 의류가 아프리카 섬유의류산업 발전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발끈해 당장 아프리카성장기회법에 기반해 기존에 제공하던 관세혜택을 철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케냐를 시작으로 모두 굴복했고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르완다 뿐이었다. 미국은 르완다에서 수입하는 의류품목에 대한 관세혜택을 60일간 유예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16년 한해 미국의 대 르완다 중고의류 수출액이 15만 달러에 불과했었는데도. 저자는 결국 ‘메이드 인 아프리카(Made in Africa)’ 없이는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 ‘메이드 인 아프리카’가 요원한 이유 - 아프리카 나라들의 산업화 전략에는 자국 기업 육성 정책이 아예 빠져 있다. 오히려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외국기업이 들어와 정부 개입 없이 국민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알아서 척척 생산해 주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수익이 계속 아프리카에 재투자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 나가니 아프리카의 가난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적어도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만큼은 외국자본에 의존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자국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학살 후 거듭나고 있는 르완다 - 르완다는 80만 시신 위에 세워진 나라다. 1994년 4월에 르완다 내부 부족 간 다툼으로 8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른바 ‘르완다 제노사이드(genocide)’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후 집권한 폴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를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금수조치 실행을 앞두고 그는 국민들에게 “헌옷을 계속해서 받아 입을지, 섬유산업을 키울 지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독려했다. 2020년 세계은행 기업환경지수 평가에서 르완다는 세계 38위로 아프리카에서 모리셔스 다음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세워 경제기반을 재건했고, 2017년부터는 구조전환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해 본격적인 경제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겁박에 겁먹고 물러난 다른 나라들에게 르완다의 성공 스토리가 자극과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IMF 처방에 고통받는 아프리카 - 대부분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우리와 달리 아프리카 나라들은 위기의식이 거의 없다. 국민들은 구제금융 받은 사실조차 모르고, 각국 정부는 모범생처럼 조치를 잘 따른다. 아프리카에서 IMF는 재정 건전성 획보, 정부보조금 철폐,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모두 정부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역할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조치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각국 정부가 IMF의 개혁과제를 꼼꼼히 따져 가능한 자극 경제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문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저축을 모르는 아프리카 - 아프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은행 예금이자가 높다. 현금자산이 많은 부유층은 묵직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치안이 불안한 만큼, 은행금고가 더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대다수 서민들에게 은행계좌 보유는 사치다. 더욱이 계좌관리수수료라는 것이 있어 은행 이용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보다는 각종 수수료 수입과 외환 채권 매매 등 비본질적인 영업에 의존한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금융발전에 관한 논의는 늘 탁상공론에 그친다며, 저축을 장려하고 은행 등 금융서비스업의 몸집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 아프리카의 거센 모바일 열풍 -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열풍은 가이 선풍적이다. 세계 모바일 머니 사용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산다.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모바일 머니 계좌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모바일 머니는 신속하고 정확한 결제와 송금으로 경제활동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문제는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모바일머니가 외형적으로 저축과 유사함에도 이것이 은행이 아니라 통신회사 계정에 예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은행예치금 같이 신용창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치금에 대한 이자도 없다. 저자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저축하지 않아 가난한 것이라며 거듭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구는 많지만 숙련된 노동력이 없다 - 아프리카는 기술원조도 상당히 많이 받는다. 하지만 기술직업훈련이 미흡하다.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어떤 산업에 무슨 기술이 어느 정도의 숙련도로 얼마만큼 투입되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육성할 우선순위 산업분야를 정하고 관련 기술 도입 및 육성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런 절차를 무시한다. 많은 나라들이 산업화를 위한 기술훈련정책 거버넌스 구축에 미온적이다. 인도가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부처(기술개발창업부)를 설립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생산기반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들 - 아프리카에 부족한 것은 생산기반이지 소비욕구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초적인 인프라가 있어야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능력이 향상될텐데, 그런 기초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것도 조립가공과 같은 단순화된 제조업을 통해 오랜 기간 충분히 연습한 결과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2억 인구와 급성장하는 소비시장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는 기술과 공장이 없다. 자신들이 쓸 것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라인이 절실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유무역협정은 있으나 자유무역이 없는 아프리카 - 2019년 5월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AfCFTA)가 발효됐다. 기존 8개의 권역별 경제공동체를 아우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55개 나라가 참여한 이 협정이 아프리카의 경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가 관심이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총 교역액에서 10%에 불과한 역내 교역비중이 2022년까지 60%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해 8월에 나이지리아는 인접국 베냉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쌀 밀수를 근절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저자는 “FTA가 없어서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지역간을 연결하는 교통 물류 인프라가 미흡해 역내 교역이 부진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역내 인프라 구축이 FTA같은 선언적 조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구 대륙’의 딜레마 -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아프리카 최대 석유수출국이며 천연가스 매장량도 1위다. 그러나 이 나라 절대빈곤 인구는 거의 1억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UN이 201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현재 12억명 규모의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까지 약 2배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구는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자원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인구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평균 연령 19세, 전체 인구 중 35세 이하가 77%인 젊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자리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게 큰 문제다.* 대량생산 위한 기계화 절실한 농업 -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 최대 수출국이다. 아웃 가나를 포함하면 두 나라가 전체 카카오의 63%를 생산한다. 그러나 수출만 할 뿐, 초콜릿 생산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 소비지 근처에서 이뤄져 비싼 값으로 역수입된다. 초콜릿이라는 상품의 가치사슬에서 코트디부아르가 가져가는 부가가치 비율은 5%에도 못미친다. 정부와 수출업자의 유통마진을 제하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나 농업기술 개발과 보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오로지 토지와 노동의 양적 투입에 의존한 생산구조가 이런 불평등을 야기한다. * 여전히 질 낮은 농업에 연연하는 아프리카  - 아프리카 농업 원조는 전체 국제개발원조의 약 15~2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계속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농업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식량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나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주원인이 쌀 수입이다. 가장 많은 원조를 받으면서 농업 때문에 경제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문제는 2000년 이후 아프리카가 여전히 농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저자는 아프리카가 이제 더 이상 농업을 토지집약적 산업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농촌으로 다시 내려가 영세농이 되는 체제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 모든 AU가 모든 나라의 정부재정 1%를 농업으로 지출키로 한 결의는 자칫 자원 낭비가 될 것이라며, 이제 기술 농업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대외채무 과다 우려 - 2018년 기준 아프리카의 대외채무는 7000억 달러에 이른다. 매년 지불하는 이자만 440억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채무액의 절대 크기보다, 상환능력에 비해 과다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변동에 취약해 특정 국가에 대한 채무가 증가하면 경제가 채권국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프리카의 대 중국 채무는 2017년말 약 1400억 달러로 전체 대외채무의 20% 정도 수준이다. 저자는 국가신용도 저하와 경제 종속 협상을 피하기 위해 대외채무를 가능한 줄이는 대신 세금이나 저축 등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조 등으로 이뤄진 풍부한 유동성이 모두 지하경제에 묶여 있는 현실을 하루빨리 시정토록 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 아프리카에 만연한 ‘비공식경제’ - 공식 국민소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을 비공식경제라고 한다. 지하경제라고도 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노동인구의 약 60%가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경제주체인 개인이나 법인의 정보와 이들의 경제활동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 어디에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고 결국 세금 누수가 불가피하다. 금융시스템도 불비하여 신용불량자조차 가려낼 수 없다. 부실채권을 우려해 은행은 보수적인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에는 현금결제 비중이 95%가 넘고 시장에 현금이 남아돌지만 그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계좌수수료가 높은 탓도 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가 워낙 복잡하다. 비공식경제가 만든 비효율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젊은 대륙의 늙은 지도자들 -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나이가 많다. 2018년 말 기준 가장 나이 많은 지도자 순으로 10명을 추리면 평균 연령이 만 80세를 넘는다. 선진국은 52세 수준이다. 아프리카 평균 연령 19.4세에 비해 평균 4배나 많은 할아버지급이다. 젊은 아프리카를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정치지도자의 늘어난 통치 수명만큼이나 아프리카의 경제발전 속도와 크기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끝없이 장기집권에 목을 매면서 정치시스템은 균열되고 경제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에리트리아와의 20년 국경분쟁을 취임 3개월만에 해결한 에티오피아의 젊은 아비 총리를 저자는 해법으로 제시한다.* 원조만 있고 개발은 없다 -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개발원조 수혜대상으로 부동의 1위다. 사하라이남 지역 정부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의 경우 이 지역 원조액이 OECD를 통해 공식집계된 것만 503억30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 335억8000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저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지속이 ‘원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원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고개 드는 원조 무용론 -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해악”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의 현금성 공적원조는 부패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사회자본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조금은 관대한 원조 무용론을 펼친다. 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무능력을 비판한다. 현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고려 없이 양적 투입애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원조를 두배 늘렸다고 G8 국가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비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도 “원조의 비효율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냉정하게 분별해 효율적인 원조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원조로 인해 위축되는 개발의지 - 원조가 국내의 개발재원을 밀어내는 이른바 ‘원조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조액이 클수록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정부수입이 주는 경향을 보인다. 대외원조를 받게 되면 그만큼 정부가 세수확충 노력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저축과 민간투자 등도 원조 증가에 반비례한다. 공여국마다 원조에 대한 비전과 목표, 전략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자국에 가장 이윤이 남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공여를 받는 나라의 입장을 고려한 자발적 협력도 사실상 요원하다. 결국 원조를 받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수동적으로 현금성 원조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국가개발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개발재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가난을 부채질하는 환경오염 - 대기오염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아프리카의 높은 사망률은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 다양한 풍토병과 함께 열악한 보건의료 수준 탓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여기에 아프리카의 급격한 도심화 현상과 그에 따른 대기오염 악화를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한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0년 16만4000명에서 2017년에는 25만8000명으로 60%나 증가했다. 특히 도심공해는 침묵의 암살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정책 부재’가 문제 -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This is Africa”라고 한탄한다. 아프리카의 부정적 행동양식을 태생적이고 불가변적인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책실패의 결과이며, 정책의 실패는 지도지와 관료의 실패일 뿐 아프리카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아프리카의 가난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다”라면서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은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빈곤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13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인플루언서로 가기 위한 첫 걸음 ‘아무나 쉽게 따라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

아무나 쉽게 따라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사진 한 장으로 충성고객을 만드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의 모든 것┃황규진 지음(사진제공=원앤원북스)SNS시대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사진과 짧은 글, 감성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스타그램은 꽤 효율적인 마케팅도구다. 인스타그램을 바탕으로 주목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기업들 역시 저비용 고효율의 ‘인스타그램’이라는 마케팅 플랫폼에 열심이다.‘아무나 쉽게 따라하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꽤 유용한 마케팅 플랫폼 ‘인스타그램’ 운영방식, 팔로워 늘리기, 주목받는 콘텐츠 만들기, 노출과 도달률 높이기 등의 방법을 담은 책이다.저자는 한국 대표 인스타그램 계정(@Seoul_korea)를 만들었고 특급호텔, 한화그룹, 국내 닭고기 업계 2위 기업 등에 근무하며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마케터로 활동한 황규진이다.책은 한국 대표 서울 사진 커뮤니티 @Seoul_korea, 모던한복 편집숍 ‘하플리’, 대기업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한화, 시계브랜드 다니엘 웰링턴, 먹스타그램 윙잇 등 인스타그림 마케팅 성공사례를 시작한다.이후에는 초보자를 위한 알고리즘 이해, 자신만의 콘셉트 정하기와 페르소나 정립, 시작과 콘텐츠 업로드, 팔로워 늘리기를 시작으로 ‘특별한 인스타그래머 되기’ ‘좋은 콘텐츠 만들기’ 등을 소개한다.맨 마지막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폰서 광고를 비롯해 팔로워 늘리기 프로그램의 효과 유무, 상위노출을 위한 비법 대결 ‘좋아요’ vs 댓글+맞댓글 등에 대한 ‘인스타그램 실험실’은 꽤 흥미롭다. 초보자부터 심도 깊은 실험까지의 과정이 아무리 유용해도 그 효과의 유무는 결국 스스로의 실천에 달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10 17:30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임신·출산·육아를 둘러싼 33가지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그럼에도 해피엔딩!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 ┃ 엄마가 된 로맨틱 코미디 작가가 세상에 폭로하는 33가지 거짓 ┃수지 K 퀸 지음 | 홍선영 옮김(사진제공=밝은세상)모성애는 타고 나는 것이다. 사회가 구축한 ‘프레임’이자 여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낡은 역사의 산물이다. ‘아이비 레슨’ ‘나쁜 엄마 다이어리’ 등의 소설가 수지 K. 퀸의 ‘엄마들이 속아온 거짓말’은 ‘모성애’를 둘러싼 논란들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작가는 실제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한 분노와 불안, 시행착오, 나만의 행복을 찾는 법 등을 유쾌하면서도 명쾌하게 전한다.책은 ‘대자연이라는 개똥 같은 폭풍’ ‘변하거나 죽거나. 다른 선택지는 없다’ ‘아프면서 성장한다’ 3개 부에 세상에서 회자되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거짓말 33가지를 나눠 담았다.책 첫장에 적힌 ‘진실-탄생은 없다, 변화만 있을 뿐’이라는 전제부터 흥미롭다. 아이를 낳으면 모성이 생긴다, 모유수유가 최고다, 입덧이 사라지면 살만하다, 호흡만 잘하면 된다, 신생아는 종일 잠만 잔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산후 우울증이나 출산 후 늘어진 뱃살은 금방 사라진다, 아이는 하나를 키우나 둘을 키우나 마찬가지다 등 거짓 정보(?)에 버럭거리거나 하소연을 하거나 기발한 대안으로 응대한다.첫장에 ‘탄생은 없다, 변화만 있을 뿐’이라고 알리며 시작한 책은 좌충우돌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들을 거치며 또 다른 ‘진실-세상 그 무엇과도 바뿌지 않을 것이다’라는 에필로그 형식의 에세이로 엔딩을 맞는다.크리스마스 이브마저도 즐거웠다,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에 정신을 놓았다가 그래도 아이를 낳고 키운 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다독인다. 결국 자다 깬 아이들에 “젠장”을 외치는 롤러코스터 같은 일상. 그럼에도 “지금 이 삶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면 ‘어쩌면 해피엔딩’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10 17: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바이든 이펙트> 홍장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면에서 바이든이 두 자리수로 앞서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4년 전 더 적은 전체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획득에서 뒤집어 대통령에 올랐을 만큼, 미국 대선은 마지막 결과 발표 전 까지 예단할 수 없다. 저자는 경제신문 기자다.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점치고 선거 직전 관련 서적을 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번 저서는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썼다. 트럼프의 지난 4년과 바이든이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4년 혹은 8년에 대해 매우 소상하게 정리하고 전망했다. 바이든의 미국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한 분석도 흥미롭다. * 트럼프 꺾기에 가장 무난한 후보? - 기존 워싱턴 정치 문법을 거부하고 마이 웨이를 펼치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 민주당원들이 가장 무난하고 적이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후보를 고른 것이 바이든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바이든은 사실상 ‘트럼프가 추대한 후보’이며, 결국 2020년 미국 대선은 결국 ‘트럼프 대 반 트럼프’ 간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인간적인 모습, 검증된 경륜, 중도를 표방한 확정성을 매력으로 어필했다. 여러 계층의 표심을 빠짐없이 끌어들일 수 있는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 버니 샌더스의 신속한 바이든 지지선언 - 조 바이든은 2020년 4월 8일에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중도 하차로 민주당 대선후보에 최종 선정됐다. 샌더스는 과거 힐러리 때 7월에 가서야 지지 선언을 한 것과 대비되게 이번에는 일찌감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반 트럼프 세력이 빨리 규합되도록 도왔다. 샌더스는 “바이든과 정책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를 이기는 것”이라고 했고, 바이든은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선거에서 승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다”라고 화답했다.  * 초반 굴욕을 이겨내고 후보가 된 바이든 - 경선 첫 걸음은 쉽지 않았다. 2월에 벌어진 아이오아 경선부터 대패했다. 백인 비율이 높았던 이곳에서 그는 무명의 부티지지는 물론 샌더스 등에 뒤져 4위에 그쳤다. 이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5위까지 밀렸다. 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8.4%를 득표하며 대세론을 회복했고, 14개주에서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을 선출하는 슈퍼화요일에서 10개주 1위를 쓸어담았다. 흑인 거주지인 앨라배마에서 63.2%를 거둬 인종을 초월하는 표심도 확인했다. 초반 열세를 뒤집고 끝내 압도적인 결과로 1위를 질주한 바이든에게서 미국인들은 불굴의 의지를 떠올렸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 바이든의 우여곡절 삶 -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 피가 섞인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어려서부터 콤플렉스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심하게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이었다. 델라웨어대학 시절에는 기숙사 사감에게 소화기를 분사해 징계를 받는 등 다소 돌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첫 아내와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으나 1972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 두 아들도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 해 20대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음에도 집이 있는 델라웨어에 머물며 워싱턴을 기차로 1시간 넘는 거리로 출퇴근하며 아이들을 돌보면서 30년 동안 의정 활동을 해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장남 보 바이든은 아버지의 뒤를 잇는 모범생으로 잘 자랐으나 2012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생을 마감했다. 바이든 본인도 1988년 뇌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아 13시간 대수술 끝에 극적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차남 헌터 바이든 - 헌터 바이든은 구설수 덩어리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로비스트가 되어 상원의원인 아버지와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2014년에는 코카인 검사 양성반응으로 물의를 빚었고 2015년에는 죽은 형 바이든의 아내 할리 바이든과의 열애로 구설에 올랐다. 이 때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다 혼외자까지 낳아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중국 관련 구설수도 많다. 2013년 바이든이 시진핑을 만날 때 헌터가 동행했고 이후 중국은행에서 헌터가 이사로 재직 중이던 BHR사모펀드에 중국은행이 15억 달러나 투자하는 일이 생기면서 바이든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헌터는 또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위구르 지역 주민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중국 공안에 제공하는 인권 탄압용 앱 개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도 바이든에게 ‘베이징 바이든’, ‘조진핑’이라는 공격할 정도다.   * 바이든 부자를 궁지에 몬 ‘우크라이나 의혹’ - 헌터 바이든은 2014년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아버지 바이든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러시아 사태를 맞아 우크라이나 정책을 총지휘하던 때라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2019년 재산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당 유력 후보인 바이든을 낙마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외압을 가해 이 문제를 핫 이슈로 부각시키려 공작을 폈다는 사실이 유포되었다.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갔던 이 시건은 바이든에게도 ‘부패한 기득권’이라는 이미지를 달게 만들었다.* 대통령을 향한 바이든의 꿈 - 바이든은 배려심 많은 첫 아내 네일리어 헌터와 1966년 결혼했다. 이 때 네일리어의 부모가 바이든에게 장래 꿈을 묻자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로스쿨 다닐 때도 네일리어에 선물한 강아지 이름을 ‘상원의원’이라고 지어줄 정도로 정치에 대한 꿈을 일찌감치 갖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나이 30세 이전에 미국 역사상 5번째로 어린 상원의원이 됐다. 바이든은 이제까지 2차례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 1988년 역대 두번째로 젊은 나이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영국 노동당 당수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선을 포기했다.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리턴이라는 ‘쌍벽’에 가로막혀 5위로 중도 하차했다.   * 약점도 많은 바이든 - 가장 곤혹스러운 약점은 2019년 민주당 경선 이전부터 불거진 성희롱 의혹이다. 2014년 네바다주 부지사에 출마했던 루시 플로레스의 폭로를 시작으로 바이든에 대한 ‘미투’가 끊이지 않았다. 2020년 4월에도 상원의원 시절 사무실에서 일하던 타라 리드가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에 폭로해 논란을 빚었다. 물론 바이든은 극구 부인했다.  * 끊이지 않는 말 실수 - 바이든은 잦은 말 실수로 유명하다. 흑인들 앞에서 백인이 흑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부르는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썼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유명 앵커인 크리스 윌러스의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진행자 이름을 연거푸 잘못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를 버락 아메리카로 소개하기도 했고 아예 ‘클린턴’이라고 바꿔 부르는 헤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라는 호평이 무색하게 러이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힐러리 국무장관이 대신 해명한 적도 있다. 부통령 재직 때 오바마가 이런 잦은 말 실수에 역정을 낸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 바이든의 최대 무기 ‘친근함’ - 잦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를 저자는 ‘친근함’이라고 평가한다. 전당대회에서 민주당도 이런 친근함에 주목해 따뜻함, 신사다움, 품격 등의 단어를 자주 알렸다. 그의 아픈 가족사와 가족 사랑 등이 트럼프와 대조를 이루게 했다. 부인 질 바이든은 “망가진 가족을 어떻게 온전하게 바꾸는 지는 한 나라를 온전하게 만드는 것과 방법이 같다. 사랑과 이해, 작은 친절, 용기 그리고 변함없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도 8년 파트너의 공감 능력을 높이 추켜 세웠다. * ‘미국적 가치’를 들고 나온 바이든 - 전당대회 바이든 연설의 핵심은 “어둠의 시절을 극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트럼프가 망친 미국의 정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가족적이고 이웃에게 따뜻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차별과 배제를 혐오하는 이미지는 미국적인 가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 상으로 비춰졌다. 미국이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도 가장 잘 맞는 후보라는 평가도 얻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타오르는 반 트럼프 열풍 - 2016년 대선 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실리콘밸리의 대표 창업자 겸 대형 투자자 피터 틸이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선거 운동을 ‘좌초된 배’로 비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틸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처 법에 실망해 지지에서 관망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내부에서도 내분이 한창이다. 전당대회가 임박한 2020년 8월에 공화당 출신 전직 최고위급 안보관리 73명이 민주당 바이든 지지를 공개선언했다. 미국 정치 주류가 느끼는 트럼프에 대한 이질감의 표시였다. * ‘공화당의 어른’ 매케인까지도 바이든 지지 - 2018년 사망한 공화당의 ‘어른’이자 베트남전의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폄하한 것도 트럼프가 내부 지지를 잃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그는 매케인의 장례식에 초대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미망인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와 트럼프를 비난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사실상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과 정파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 바이든은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매케인은 트럼프가 강점이 있는 백인 남성, 퇴역 군인 계층의 표심을 가져다 줄 수 있어 바이든에게 천군만마다.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 콜린 파월도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다. * 릭트먼 교수 ‘바이든 승리’ 예측 -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국 대선의 쪽집게로 통한다.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맞붙어 앨 고어가 고배를 마신 것 외에는 모두 맞췄다. 이 때도 부정 투표 시비 끝에 900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릭트먼 교수는 13개 명제를 기준으로 대선 결과를 전망하는데 바이든이 7개 부문에서 트럼프를 앞선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한 정당 입지,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증폭된 사회불안, 트럼프 대통령의 미흡한 카리스마, 침체에 빠진 경제, 러시아 스캔들 여파, 성과 없는 외교군사 분야 등이 바이든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공화당 내 경쟁자가 없어 트럼프 표가 깎여나갈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 감세안 등의 리더십, 바이든의 카리스마 부족 등은 트럼프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 ‘신의 한수’ 부통령 해리스 -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카멜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약점을 입체적으로 보완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다. 흑인 여성 최초의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에 이어 흑인 여성 두번째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종종 ‘여자 오바마’로 불리며 오바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이 기대된다.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가 바이든보다 더 높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주목을 끈다. 흑인 여성 청년표는 물론 공화당의 반란표까지 가져올 수 있는 신의 한수인 셈이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전투성도 갖춰 바이든과 매치를 이룬다. 그의 지명 직후 바이든 캠프의 정치 후원금이 이전보다 3배나 늘기도 했다. 죽은 아들 보 바이든의 동료이기도 해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여성 최초의 대통령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일랜드 국민시인 셰이머스의 빅팬 - 199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세이머스 히니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바이든은 그의 작품 ‘트로이에서의 해결책’이라는 희곡을 연설에 자주 활용한다. 히니는 주로 자연을 노래했는데, 단순히 칭송하기 보다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무언가로 그리면서 끝내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무언가를 노래한다. 바이든은 쓰러져도 일어나는 자연의 힘과 회복력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며 미국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바이든의 바이러스 펜데믹 셧다운 가능성 - 바이든은 코로나를 겁내지 않는다고 말한 트럼프와 달리 외부 행사를 거의 피하고 대선 유세도 최소화하며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 칩거로 일관하는 이런 모습에 트럼프는 바이든을 ‘소심한 늙은이’라며 폄하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바이든은 “과학자의 말을 믿는다”며 “대통령이 되면 첫날에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탈퇴한 WHO 재가입을 시사하며 보건 분야의 국제 공조를 우선시하는 입장도 보였다.   * 바이든에게 ‘친중(親中)’ 이미지 씌우려는 트럼프 -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중국이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친 중국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안달이다.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이 괴상한 마스트를 쓰고 중국 국기 앞에 서 있는 합성사진을 페이스북 광고에 내보내며 ‘트럼프 대 슬리피 조’라고 조롱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대결을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포장하려는 전략이다. * 중국은 트럼프를 지원할까 - 중국은 내심 트럼프의 당선을 원한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들은 그 반대에 가까운 발언들을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성격이 오히려 담판 상대로 더 좋다는 것이다. 패만 맞으면 협상이 더 쉽다는 얘기다.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싸우는 전선을 좁히는 편안한 상대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압박이 가능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탈퇴한 것도 한 사례로 지목된다. * 바이든이 집권해도 중국 노선은 그대로 -  하지만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트럼프 보다 훨씬 많이 수행할 것이며, 위구르 인권이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도 패권국가로서의 목소리를 더 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리원칙에 따라 중국을 상대할 것이란 얘기다. 중국이 민감해 하는 인권이나 환경 문제 등에서 다국적 협력을 통해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시진핑 주석을 폭력배로 부르고 홍콩 시위대를 응원했다. 2020년 8월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 인권탄압을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청소)’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셰일 가스의 몰락과 ‘페트로 위안’의 대두 -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코로나로 모두 공염불이 됐다.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2020년 4월 20일에는 국제유가가 미증유의 마이너스를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미국 최대 셰일유 생산업체인 체서피크 에너지가 파산신청을 했다. 2020년 상반기 미국 23개 셰일 기업들이 30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자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셰일오일 업체들의 생사가 위험하다. 트럼프의 대응도 무기력했다. 기껏해야 “이란 무장 고속단정을 파괴하라”며 중동분쟁을 부채질해 국제 유가 반등을 꾀하려는 트윗 정치가 고작이었다. 사우디도 증산을 택했다. 출혈전쟁을 감수하더라도 석유 판 돈으로 다른 것에 투자해 국가 시스템 전반을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2020년 7월에는 중국이 석유 메이저 회사를 상대로 위안회로 원유를 거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페트로 위안’의 가능성까지 열어 주었다.* 그린 에너지로 승부하려는 바이든 - 트럼프는 셰일 가스 산업 촉진에 따른 에너지 산업의 부활을 공약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셰일 석유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해 전처럼 중동에 끌려다니지 않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러려면 기후 변화 등 국제 공조를 주장하는 동맹국과 일부러라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막대한 오일달러로 세금을 감면해 해외로 나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신규 세수를 창출함으로써 적지않은 효과를 보았다. 반면에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그린 에너지 산업 부흥을 공약했다. 기후 변화 산업에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붇겠다고 밝혔다. 2050년 탄소 배출량 순 제로(0)가 목표다.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린 빌딩을 도입해 400만개 이상의 미국 빌딩에서 나오는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린 에너지 산업 부흥을 통해 새롭게 100만 대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중국과의 ‘에너지 패권’ 2라운드 - 바이든은 특히 중국이 장악한 친 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량 톱 10에 3위 한화솔류션을 제외하고는 1위 진코솔라, 2위 제이에이솔라 등 사실상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태양광 시장의 중국기업 점유율이 폴리실리콘 64%, 웨이퍼 92%, 셸 85%, 모듈 80% 등 압도적이다. 풍력 발전시장에서도 글로벌 톱 10 기업 중 6곳이 중국 소속이다. 바이든은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 오바마 시절에 쓴 태양광 패널 100% 관세 부과 조치를 생각 중이다. 중국의 자국 기업 보조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다. 바이든은 미국 기업에도 혁신 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제 공조도 중시한다. 동맹국들과 공조해 ‘반 중국 산업 연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장도 바이든을 지지한다. ‘와이더힐 청정 에너지 지수’가 2020년 8월 9일 최고치를 찍은 것도 그런 기대를 반영한다. 바이든은 그러나 기존 에너지업계와의 공존도 고려한다. 공약에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투자 하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적어도 수십 년은 화석연료와의 공존을 약속한 것이다.* 석유 가스업계 기부금도 거절 - 린 슈스터만이라는 억만장자가 2020년 초 바이든 캠프에 5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9월에 이 기부금을 전액 환불했다. 오일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이나 그 경영진에게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린 슈스터만은 석유 가스 탐사 기업인 샘슨 리소시즈의 설립자로 2000년에 사망한 찰스 슈스터만의 미망인이었다. 바이든 캠프는 이전에 아버지로부터 석유 및 가스회사 지분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된 조지 카이저의 기부금도 반환한 바 있다.   * 바이든 당선 시 달러 약세 불가피 - 트럼프는 달러 약세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약 달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강 달러 체제로 가면 미국 입장에선 수입가격이 낮아져 소비회복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처한 상황에 따라 트럼프의 달러 정책은 달랐다. 바이든은 명확한 약 달러 정책을 펼 생각이다.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일부 인상하고 4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청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벌이겠다고 공약하는 등 대대적인 재정 정책을 예고했다. 일자리 회복을 위한 7000억 달러 예산 투입도 공약했다. ‘오바마 케어’의 부활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 국채 보유국 1위는 일본(1조 2717억 달러)으로 18.6%를 갖고 있다. 중국이 줄곳 1위를 하다가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 국채를 꾸준히 내다 팔아 지금은 1조 816억 달러(15.8%)로 2위다.   * 미·중 선택을 강요받게 될 한국 - 2019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미국 내 영업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효했다. 2020년 5월에는 2021년까지 명령의 효력을 연장했다. 트럼프는 화웨이를 잡으려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오바마는 사드 배치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화웨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막대한 손해를 우리 기업들에게 입힌 전력이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0% 요구에 “갈취”라고 비판했던 바이든이지만, 전통적인 한미관계 복원 과정에서 어쩌면 오바마 정부가 요구한 사드 배치 만큼 덩치가 더 큰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과 김정은에 적대적인 바이든 - 바이든은 푸틴과 김정은을 폭군, 독재자라고 칭했다. “김정은은 자기 고모부 머리를 박살내고 형을 암살한 인물”이라며 “사회적 가치라는 것을 모르는 자”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반발하면 “북한으로부터의 비난은 훈장”이라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투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만나기만 했지 이룬 성과는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 깜짝 북미 협상이 어려운 이유 - 첫째, 이미 상상할 수 있는 카드는 트럼프가 다 썼다. 김정은을 만난다 해도 트럼프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쇼’를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바이든은 톱다운 보다 바텀업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외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의다.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임을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함께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들일 생각이다. 원하는 수준의 답을 북한이 준비할 때 까지 한 발 물러나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겠지만, 북한으로서도 영변 핵 폐기 이상의 것을 꺼내놓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 한국에 대한 바이든의 생각들 -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해 연세대에서 특강을 가진 바 있다. 그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태평양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이다. 그는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개방된 경제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전 세계 국가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한 가지 이슈가 바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위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다.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이뤄져야 6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끊임없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미국의 새로운 협력국으로 떠오르는 베트남 -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중국과 일대일로 붙는 방식을 거부한다. 대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연세대 연설에서도 태평양 일대에서 새로운 협력국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저자는 베트남을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베트남에는 미국이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최대 투자국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이미 외교적으로 중국보다 미국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주도로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림팩(RIMPAC)에 베트남이 2018년에 처음으로 참가 요청을 수락한 것이 한 사례다. 이 훈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2016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조치도 해제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10 07: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2500년 경제사로 보는 '돈의 선택', 코로나19 이후는?

(사진출처=게티이미지)#17세기 네덜란드에 돌연변이 튤립의 그림이 공개된다. 아름다운 그림을 본 사람들은 열광했고 당시 귀족, 신흥 부자, 일반인들의 튤립 투기 수요가 급증했다. 튤립 가격이 1개월만에 50배나 뛰는 등 버블이 발생했던 것. 당시 알뿌리 하나에 현재 화폐 기준으로 5억원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튤립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역사적으로 전쟁은 언제나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전쟁을 기회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200년간 계속된 십자군 전쟁은 종교를 등에 업고 막대한 부를 끌어들인 전쟁으로 평가된다. 돈 많은 거상이나 귀족들이 십자군전쟁을 위해 돈을 내놓기 시작하자 전비에 쪼들리던 교황은 십자군에 참전하지 않고 돈만 내놓는 사람들도 면죄해줬다. 십자군 전쟁에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영토와 재산 또한 교회의 몫이 되기도 했다.‘돈의 선택’은 역사에서 찾은 새로운 부의 기회를 다룬 책이다. 세계 경제사에 있었던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에 가깝다. 사실상 요즘처럼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 용납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경제와 금융교육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 한진수는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금처럼 건물주가 되는 것을 부러워한 시대는 없었다”고 책 서문에 밝히고 있다.우스갯소리로 ‘하느님 위에 (건물)주님’이란 말이 도배되는 세상에서 이 무슨 시대에 뒤쳐지는 말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궁금증에서 시작하는 부의 흐름이 꽤 흥미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세계가 요동치는 지금처럼 800년 전에도 흑사병이 지구를 덮쳤다. 100년 전에는 스페인 독감이 1차 세계대전보다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이런 혼돈 속에서 되짚는 살아 움직이는 경제의 실체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도 한다.세계 경제사 주요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 돈의 선택 | 한진수 지음(사진제공=중앙BOOK)◇먹고 사고 쓰는 돈의 역사 속에서저자는 자본주의의 룰에 패하지 않고 돈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지 재테크 팁 몇 가지를 배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장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돈의 원리’, 즉 돈이 시대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고 인류 역사상 반복되어 온 변화의 기로에서 어떤 사람들이 돈이 움직이는 흐름을 미리 읽어 기회를 잡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문명의 수레바퀴를 처음 돌린 돈의 탄생부터 시작해 오이코노미코스, 가격혁명, 인클로저를 거쳐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오늘날의 복지국가까지 시대마다 돈이 어느 곳으로 모였으며 돈의 선택이 인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봉건제와 로마제국, 실크로드 등 역사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건들을 돈, 경제로 설명하는 구절구절은 쉽고 명확하다. 예를 들어 분업화가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역사는 오래 됐다. 성경 속에서 아담과 이브는 카인과 아벨을 낳았다. 이들이 농부와 양치기라는 직업을 갖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그렇게 점차 사회가 발달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직업의 탄생은 계속됐다.사람이 모이면서 그 중의 왕을 뽑게 되고 권력이 생긴다. 봉건제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탄생한 제도인데 여기서 독점과 분배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역사적 흐름들 속에서 자유와 통제,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양극단을 오가는 돈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가령 감자와 빵이 주식이었던 유럽인들이 인도에서 건너온 후추로 인해 저장과 맛의 기능에 중독되면서 향료 교역권을 따기 위해 전쟁을 벌인 사실을 들려준다. 역사적인 대사건을 돈과 경제의 관점에서 분석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이 가독성을 높인다.◇결국 돈은 사람을 위한 것, 당신이 찾고 싶은 해법은?돈을 만들어낸 것은 인류지만 역사상 돈은 인간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흘러가는 원리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돈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희망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는다. 만약 돈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다면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 것이다.돈의 이러한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극단적인 예가 1929년 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이다. 결론적으로 이 경험을 통해 20세기 초반의 사람들은 ‘돈을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세계 경제의 흐름이 수정 자본주의와 복지국가로 향했던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책에는 “복지 정책의 원리는 단순하다. 일하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해준다. 이 노동자가 나이를 먹어 은퇴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자녀 세대의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많이 내면 된다. 이렇게 보면 복지 제도는 가장 편리하고 간단한 정책이다. 단, 누군가가 계속해서 세금을 기꺼이 그리고 많이 내준다면 말이다”라는 구절이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본성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이 낸 세금이 미래에 자신의 노후만을 위해 쓰인다면 인내하며 많은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세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고 자신은 다음 세대로부터 충분히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동력과 경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누군가는 돈을 벌게 되고 누군가는 딱 그만큼 돈을 잃는다.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돈의 선택’은 ‘이렇게 하면 돈을 번다’는 식의 투자서가 아니다. 투자를 부추기기 보다는 역사의 변화에 따라 돈이 어떠한 선택을 해왔는지를 가늠하고 자신이 당면한 경제적 문제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리도록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에 가깝다. 결국 결정은 본인의 몫이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0-10-06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코로나19 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 김준형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11월로 코 앞에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공식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사태가 향후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상황까지 짚지는 못했지만, 최근 펼쳐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전방위적 갈등 상황이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 매우 현실적이고 분석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저자는 현직 국립외교원장으로 미중 현안에 관해 이론과 실무에서 모두 밝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 비교,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차이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 준다. 과연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미중 갈등, 그리고 한반도 긴장 상황에 의미 있는 큰 변화가 올 수 있을까?    *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우? -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부정한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의존도가 ‘높음’ 수준이어서 고대 그리스 도시 패권전쟁을 일으켰던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조차 두 나라간 충돌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 코로나19가 만든 3불(不) - 현재의 ‘뉴 노멀(New Normal)’은 비정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정성, 불평등성, 불가측성(불확실성)을 띄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파국적 전쟁은 아니지만 작게는 우리 일상에서, 크게는 국제정치를 통틀어 혼란과 혼재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 미국과 중국의 ‘코로나 블레임 게임’ - 두 나라는 코로나 펜데믹의 책임 논쟁에서 모두 상대방에게 책임 넘기기, 즉 블레임(blame game)에 열중하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미국의 공격과 중국의 맞대응 - 2020년 11월 대선에 맞춰 트럼피즘 최고의 수단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혹자들이 최근의 두 나라 상황을 미중 갈등이자 공방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자는 실제로는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형국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공세와 중국의 방어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모든 ‘헬 게이트’가 열린 한반도 -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다. 이를 극대화해 비용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경계의 자리에서 완충역할을 할 지 기로에 놓여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한 외교 상황을 두고 ‘5개의 헬 게이트(지옥문)가 동시에 열렸다’고 표현한다. 미 중 일 러의 4강과 북한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방역 한국’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돼 - 한국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공적 국가의 역할을 훌륭히 해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서구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 때리기로 나서는 오리엔탈리즘을 위해 한국을 앞세우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의 집단주의와 인권 정서를 비난하는 ‘이중 오리엔탈리즘’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역설이 가져올 변화 - 코로나가 가져온 최고의 역설 가운데 하나가 환경 재생 문제다. 칼 폴라니는 1944년 거대한 전환이라는 저서에서 “고삐풀린 시장이 인간과 환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고, 결국 인간과 자연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반 시장’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와 트럼프·바이든 - 코로나 펜데믹과 관련해 트럼프는 현 상황을 초래한 외부를 집중 비난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비난의 대상은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였다. 반대로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일함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맹공을 펼쳤다. (최근 트럼프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 중이다.) * 2020 미국 대선의 3가지 변수 - 저자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결정 변수로 당파성, 후보의 자질, 이슈를 들었다. 당파성은 미국 정치의 특징이자 전통이지만 최근에는 더욱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후보 자질과 관련해선 트럼프의 경우 극단적인 성향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지만 법인세 감면 등 대증적 인기가 배경이 되었다. 반면 바이든은 고령이지만 오바마 행정부 8년 부통령직 수행 경험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저자는 입전 대선의 최대 3대 이슈로 코로나19, 경제 상황, 그리고 인종차별을 들었다.* 2016년 트럼프 승리의 비결은? - 저자는 2016 미국 대선에서 미국이 트럼프를 선택하고,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은 기존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반동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당시 트럼프에 집중 투표한 이들은 흥미롭게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미시간 등 쇠락한 공업지역(Rust belt)에 사는 백인 노동자들이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오물을 청소하자(Drain and Swamp)’라는 구호로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선동해 성공했다.* 초반 강세를 보였던 트럼프 -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법인세 감면, 대중 무역전쟁에서 중국 때리기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고령이자 카리스마가 없다는 조 바이든의 약점 역시 트럼프의 우세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슬리피 조(졸린 바이든)이라고 조롱했다. * 트럼프의 ‘캔슬 컬쳐(cancel culture) 프레임’ - 캔슬 컬쳐란 본래 인종 젠더 등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이들을 온라인에서 왕따 시키는 젊은 세대의 행동방식을 말한다. SNS에서 자기 기준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팔로우를 취소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2019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행위를 캔슬 컬처로 규정해 몰아붙였다. 그리고 인종차별적 구도를 만들어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 트럼프는 영구집권을 노린다? -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 포스터에는 ‘four more years(4년 더)’가 아니라 ‘4EVER’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발음이 forever(영원히)와 비슷하다. 트럼프가 영구집권을 노린다는 소문이 퍼진 이유다. 선거 동영상에 나오는 표지판에도 연도가 2020 2024 2028…2048로 계속 불어난다. 심지어 1000 2000…6000도 나온다.    * 코로나와 흑인 희생 사건 이후 승기 잡은 바이든 - 바이든은 블루 칼라와 노동자와 잘 섞이는 이미지로 어필했다. 바이든의 나이는 약점인 동시에 장점으로도 작용한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인 노인을 파고 들 수 았는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2016년 대선 1년 전에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사망했고, 1972년에는 아내와 13개월된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이런 비극적인 가족사가 소수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유자’의 이미지로 작용했다. 백인 경찰관에 희생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으로 트럼프와 대조적인 인간미를 어필했다.   * 미국판 강남좌파 ‘칵테일 좌파’ - 한국의 ‘강남 좌파’를 미국에서는 칵테일 좌파(Cocktail Left)라고 부른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이 이미지 때문에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바람에 트럼프에 패했다.  * 트럼프 재선 전망은? -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은 역사상 단 5회의 예외만 있을 정도로 ‘불패론’에 가깝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5명 뿐이었다.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비교적 열렬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많다는 게 일반적 평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지가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와 예측모델로 계산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 확률은 15%에 그쳤다. 1984년 이래로 대선 결과를 모두 맞춘 앨런 라이트만 아메리칸대 교수도 2020년 8월5일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트럼프의 패배를 예상했다. 그는 돌발변수로 트럼프가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투표 압박을 가하는 것과 러시아 등 외세 개입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6월 20일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예일대 레이 페어 교수의 선거 예측모델로 대선결과를 예측한 결과, 35% 대 65%로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실질 가처분소득 같은 경제지표를 사용하는 이 예측 모델은 지난 18차례 미 대선에서 16차례 적중했는데 실패한 경우 중 하나가 하필 트럼프였다.* 선거 전부터 ‘부정선거’ 운운하는 트럼프 - 코로나로 인한 안전문제 때문에 모든 유권자에게 조건 없이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는 이것으로 선거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0년 7월 현재 34개 주와 워싱턴DC가 별도의 사유 없이도 우편투표를 허용했고, 다른 7개 주도 코로나를 우편투표 사유로 인정했다. 34개 주의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편투표를 하면 당일 직접선거 결과만으로 당선자를 공표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 트럼프가 문제 삼는 ‘블루 시프트(Blue Shift)’ - 우편투표는 선거 당일까지 발송되는 투표지를 유효표로 인정하고 있어 11월 3일 당일 밤에 당선인이 확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우려하는 것은 블루 시프트, 즉 개표 작업 후반부에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공화당 지지층에 비해 저소득층이 많아 선거 당일, 일을 마치고 투표하거나 우편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초반에 트럼프가 우세하다가 최종적으로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는 선거 조작설을 제기하며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바이든의 국내정책 공약 - 바이든은 트럼프가 폐지했던 ‘오바마 케어’의 부활을 약속했다. 사보험 외에도 기존의 메디케어 같은 공공건강보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건강 보험 비용은 소득의 8.5% 이하로 보장하되, 저소득층의 경우 보장 확대를 통한 의료보험 가입률을 97%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명실상부한 ‘전국민 보험 국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의 반 인권적 이민정책도 취임 직후 곧바로 철폐하기로 했다. 강력한 총기규제 공약도 있다. 어떤 총기든 신원조회를 의무화하고 공격용 무기나 고성능 총기의 탄창에 대한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바이든의 외교정책 -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과 이란과의 핵 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부할(Renewing American Leradership)을 목표로 삼는다. 온건파지만 강경파인 버니 샌더스과 공조해 정책 공약을 조율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조도 긴밀히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2020년 1월 포린 어페어스에서 직접 밝힌 외교정책은 미국 민주주의의 재확립 및 민주주의 국가 연합 강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한 외교,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 복원,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 미국의 핵심이익을 위한 최후의 무력사용 등이다.* 눈에 띄게 나빠진 경제지표가 변수 -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가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실업이 급증하면서 경제가 급격히 나빠졌다. 트럼프의 강점 중 하나가 경제관리 능력이었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커진다는 것은 그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위기 속에서 애국심이 빛난다는 ‘랠리 플래그 효과(Rally Round Flag) 덕분에 초기에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반등했지만 계속 어려움이 커졌다. 급기야 경제 재개 드라이브를 가동했지만, 성급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누가 경제문제를 더 잘 다룰까? 저자는 7월부터 바이든이 50%로 45%의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고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성장친화적 경제정책 - 트럼프는 성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펼쳤다. 감세 및 일자리에 총력을 기울였고 개인소득세 감면(최고 세율 39.6%→37%) 시한은 2025년이고, 법인세 인하는 영구화되었다. 임기 동안 법인세 인하와 양적 완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덕분에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실업률은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향후 4년의 관건은 경제회복 여부가 될 것이다. 에너지 금융 농업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 및 철폐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금 부담을 계속 줄여나가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철저히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을 기반으로 민간 부문의 수단을 활용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런 기업위주 정책은 보편적 의료시스템이나 서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따라 환경 부문 또한 계속 나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 바이든의 ‘반 고립’ 경제정책 - 바이든은 다자간 협약을 중시하는 철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를 탈피해 자유무역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21%까지 낮춘 법인세를 28%로 인상한다고 공약했다. 세액공제와 오바마케어 확대 정책을 비롯해 알츠하이머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신약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전세계 수소차를 양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은 경제정책 공약으로 고용 최우선과 중신층 확대를 내걸었다. 2020년 7월 9일 ’더 낫게 재건하자(Build Back Better, BBB)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조업 분야 재건에 7000억 달러,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 부어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은 자국 노동자를 우선 챙기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경제정책 차이점 - 두 후보의 경제정책 가운데 겹치는 부분은 첨단기술 분야 투자, 인프라 확충, 중국 압박 정책 정도일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하지만 바이든이 당선되면 트럼프 정부 때보다 대기업 환경이 악화될 것이며, 개인 소득세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자유무역 기조는 되살아나겠지만, 중국과의 갈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한미 동맹에 대한 두 후보의 견해차 -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미 관계 또는 한미동맹을 핑게로 방위비 분담금, 무기판매, 보호무역 등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가장 큰 압박은 50억 달러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았다. 지난 3월 말 한미 실무협상팀이 첫해 13~14%로 2024년까지 매년 7~8% 인상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트럼프가 거부함으로써 현재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 주한 미군 철수 여부 -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주한 미군 철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주한미군 철수가 쉽지 않은 이유는 국방수권법(NDAA)에도 있다. 2020년 트럼프가 서명하고 통과된 2021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견제하는 조항이 있다.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줄이려면 다음 네 가지를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 감축이 미국 국익 및 지역 내 동맹국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으며, 북한의 위협 감소와 비례해야 하며, 감축 뒤에도 한국이 한반도 전쟁 억지능력이 있어야 하며, 한국 및 일본과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은 전체적인 동맹 재건으로 연결된다. 그는 “한반도 핵 위기 속에서 한국의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도록 강요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북핵문제는 어떻게 될까? - 트럼프는 2020년 8월 초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재산에 성공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과 빠른 합의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대선이 없었다면 북한 중국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기 정부에서는 업적 만들기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북미관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대합의(grand bargain)’도 가능하리라고 저자는 관측한다. 반면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정부는 대북 협상팀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동맹국과 공조함으로써 대북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 바람에 북한관계가 오히려 정당화되었고 제재는 약화되었다고 비판했다. 북미정상회담은 핵물질 신고 등 비핵화 조치가 포함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강화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 바이든의 다자간 협력과 인권 문제 - 바이든이 정권을 잡을 경우 대북 정책은 남-북-미 또는 북미 협상 틀보다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포함된 다자협력의 틀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바이든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중요시한 인물이다. 트럼프가 폐기한 이란과의 핵 협정을 곧바로 되살릴 것이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 문제는 더 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인권 문제를 앞세울 것이고, 국제협력을 통한 제재 강화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북미관계는 호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클린턴 합작품인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의 경험을 적극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실익 없는 미국의 중국 무역공격 - 저자는 실제 트럼프의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의 실익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중국이 관세 인상을 단행해 미국으로부터 곡물수입을 줄이고, 그 부족분을 다른 나라로부터 대체 수입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손해를 본 측면도 꽤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국가부채와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미국보다 낮아 국방과 기술혁신에 투자할 여력이 훨씬 더 크다고 지적한다, * 미국이 중국 기술기업을 견제하는 이유 - 저자는 현재의 미중 갈등 핵심은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이라고 지적한다. 5G와 4차 산업혁명에서 누가 우위를 선점하느냐가 미래의 세계 지배자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기술은 국방 및 안보와 관련이 깊은 분야다.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중국의 미국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격일변도 미국, 느긋한 중국 -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던 초가에는 매우 강력한 최후통첩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타협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중국 압박 정책의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자신감의 배경을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중국 GDP에서 수출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둘째,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점 줄고 있다. 셋째, 탈 달러화가 일어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한계점이 올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공격하면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미중 갈등을 정치 경제 문제로 규정하고 협상을 통해 타결하려고 한다. 저자는 “중국은 미국이 계속 강짜를 부릴 경우 장기전에서는 자국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의 중국 정책 - 현재 민주당의 대중 정책은 한 마디로 중국을 견제하되 신냉전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 안보와 인권에 관해 심각한 우려의 행동을 한다면, 시종일관 분명하고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관해서는 미국의 노동자를 보호하고 국제법규를 약화시키는 시도에 대해서는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 핵 비확산 등 이해를 같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도 협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군의 공세적 행보에 적극 비난하는 한편으로 대만 관계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방식의 무역전쟁은 지양하겠지만, 기술 경쟁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제 등에는 오히려 트럼프 때보다 더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 중국이 원하는 후보는? - 미국 대선과 관련해 중국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기업 등을 통해 협력 가능한 인물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2020년 들어, 그런 기류가 바뀌어 오히려 트럼프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내부분열이 가중돼 미국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대중 관계는 갈등 심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어 두 사람의 차이는 중국 견제 방법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대선 변수 ‘10월의 서프라이즈’ - 미국 선거에서는 대선 직전에 판도를 뒤흔들 엄청난 사건을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라고 부른다. 2000년 대선의 경우 조지 W. 부시 후보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체포되었던 사실이 한 지역 방송에서 보도되면서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잃고 고전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자의 이메일을 재수사하겠다는 FBI의 발표가 선거판을 흔들었다.* 민주당 향한 흑인 표, ‘샤이 흑인’이 변수 - 2019년 7월 현재 전체 미국 인구의 13.4%인 약 4400만명이 흑인이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65%는 민주당 소속이고 26%가 무소속, 그리고 5%만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이 83%에 달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10% 수준이었다. 1936년 이후 역대 모든 대선에서 흑인들이 민주당 후보에 최저 61%, 최고 95%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투표에 소극적인 성향을 지닌 흑인 유권자들이 변수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는 흑인 비중이 높은 10개 지역 중 6곳에서 패했다. 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90%를 넘은 반면 트럼프 지지는 5% 내외에 머물렀다. * 미국의 선거제도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 사회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들은 일반대중이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받은 엘리트들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엘리트 주의가 일반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기득권 유지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저자는 선거 때만 투표로 잠시 반짝하는 시민의 역할은 평상시에는 관객으로 주변화하는 이른바 ‘관객민주주의’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모든 국민이 직접선거를 왜곡할 수 있는 선거인단 선거야 말로 부정선거가 아닐까 반문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06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부동산 약탈 국가> 강준만

저자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합법적 약탈’이라고 정의한다. 없는 사람에게는 폭력으로 빼앗아가는 약탈보다 더 나쁜 약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약탈은 ‘다수의 암묵적 공모에 의해 저질러지는 다수결의 폭력’이라고 진단한다. 불로소득을 취해도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만 탓하는 결과만 낳는다며 비판한다. 한국 정치판과 고위공직자들이 이런 약탈 체제의 수혜자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그 약탈의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고 비난한다. 어느 새 부동산에서 이득내기가 코리안 드림이 되어 버린 한국 사회. 아파트가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었는지, 아파트가 어떻게 인간의 품격을 말해주는 시대가 되었는지 시대적 배경을 따라 짚어보면서 묵직한 울림을 준다.*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진보는 ‘가짜’ -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임금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나아가 토지 사유제로 인해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지대를 징수하거나 토지를 공동으로 소유하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저자는 하지만 이런 외침에도 불구하고 좌우를 막론하고 노동과 자본에만 집착하느라 그런 메시지는 외면당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손낙구는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책에서 “2000년대 초반 6년 동안 집값이 올라 발생한 불로소득 648조 가운데 87%가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 아파트를 ‘대단한 불로소득 생산공장’이라고 질타했다. 저자는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진보좌파는 가짜”라고 일길한다. *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수구세력’이 되는 ‘진보’ -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원가 공개에 반대했던 것들을 들어 “부동산 문제에선 진보가 수구세력이 된다”며 비판했다. 진보가 부동산 약탈에 무관심한 이유를 그는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노동귀족’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집값 오르는 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한국의 진보는 가짜 진보’라는 말을 들어도 억울해 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일갈한다.    * 철거민과 재개발정책 - 1963년부터 1965년까지 서울 후암동과 대방동 이촌동 등지의 철거민을 쓰레기차로 싣고 와 갈대밭에 버리면서 당시 서울시장 윤치영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 만은 손대지 않을테니 재주껏 살아보시오.” 이곳이 바로 지금의 목동이다. 이후 1983년에 발표된 목동 신시가지 개발계획은 애초 서민 주택을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고급 아파트를 지어 올림픽 재원으로 삼는 ‘정부 주도 부동산 투기사업’으로 둔갑했다. 분노한 주민들이 죽기 살기로 싸웠지만 빈민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그들은 또다시 쫒겨났다. 도시빈민운동은 그래서 태동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허공으로 날아간 토지공개념 -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기본철학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처음 소개됐다. 1989년 6월16일 토지공개념 3법안인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개발이익환수제가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94년 7월29일 토지초과세법에 대해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택지소유상한제는 1998년 부동산 수요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폐지된 후 헌법재판소에서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부담금을 계속 낮추고 부과율 적용 대상을 점차 줄이면서 흐지부지되다 2003년말 효력이 자동정지되었다.      * 아파트가 ‘품격’을 말해주는 시대 - 2001년부터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광고가 큰 인기를 누리면서 ‘아파트 정체성 시대’가 열렸다. 이후 대한민국은 강남 주민과 비강남주민으로 구분되기 시작했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길은 ‘우편번호’에 달렸다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 되었다.* 친북좌파보다 못한 일부 강남부자들 - 강남의 음지로 불리던 수서의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한 때 문등병자 취급을 받았다. 주공아파트는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란 인식이 번지면서 ‘주공 거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국토지공사가 주공아파트 이름을 2006년에 ‘휴먼시아’로 바꾸었지만 이번에는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뒤따랐다. 5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현재는 LH라는 브랜드로 통일되었다. 저자는 “정부의 나쁜 정책 때문에 그리 되었더라도, 부동산 약탈에 대해선 있는 사람들도 탓함을 당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 극성 아파트 부녀회의 등장 - 1980년대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붐이 불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아파트 부녀회는 수많은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 올리기가 대표적이다. 부녀회 뿐만 아니라 인터넷 동호회도 집값 담합을 위한 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2015년 1월 송파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는 부녀회가 ‘아파트를 25억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6개 주택계급 - 손낙구는 2008년 8월에 출간한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한국의 주택 계급을 6개로 분류했다. 제1계급은 집을 2채 이상 가진 105만 가구(전체 6.6%)다. 제2계급은 집을 1채 소유하고 그 집에서 현재 살고 있는 1가구 1주택자 769만 가구(48.5%). 제3계급은 자기 집은 세주고 남의 집을 전전하는 계급으로 전체의 4.2%인 67만 가구다. 하위 3개 계급은 무주택자들이다. 전세나 월세 보증금이 5000만원이 넘는 4계급(6.2%), 사글세와 보증금이 없는 5000만원 이상 월세를 사는 가구가 제5계급(30.3%)이다. 마지막으로 지하나 옥탑방 비닐집 등에 사는 주거 극빈층이 있다. 전체 가구의 4.3%인 69만 가구에, 인구 수로는 162만명에 달했다.  * 부동산 투기의 ‘삼각동맹’ - 토건업자와 공무원,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이 모든 부패사건의 55%를 차지한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1993년부터 2008년까지의 분야별 부패 실태조사 결과였다. 이런 부동산 투기 사례를 잘 살펴보면,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각종 이익단체의 임원으로 영전하는 일이 허다했다. 전관예우의 먹이사슬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계속 확대재생산되어 왔다.   * 재개발조합-폭력조직-재벌 건설사-구청의 ‘사각동맹’ - 2009년 1월20일 용산 철거 참극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재개발은 비리의 온상이었다. 위의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재개발 재건축 부패비리 사건 99건 가운데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이 23건으로 23.2%에 달했다. 이 부패 비리 사건으로 주고받은 뇌물 액수가 1644억이 넘었다고 한다. 사건 당 17억원에 가까운 돈이 오간 것이다. 도시학자 정석은 “선진국에 이렇게 무식하게 재개발 구역을 지정해서 하는 방식은 없다”고 일갈한다. * 매년 인구의 19%가 이사 다니는 나라 -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연간 읍면동의 경계를 넘어 이사하는 비율이 17.8%에 달했다. 이웃 일본의 4.3%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가축을 키우는 유목민을 제외하고 한국이 세계 최고의 노마드족인 셈이다. 손낙구에 따르면 무주택자일수록 이사를 자주 다니는데, 투표율이 낮은 동네와 높은 동네를 비교해 보면 투표율이 낮은 동네에서 무주택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수도권 8개 부동산 계급 ‘황족’부터 ‘가축’까지 - 2011년 2월 온라인에 떠돈 수도권 계급표를 보면, 강남구는 토지 가격이 평당 3000만원 이상으로 사장 비싼 ‘황족’이다. 평당 2200만원 이상인 과천시와 송파 서초 용산 등은 ‘왕족’이다. 강동 양천 광진 성남시분당구 등은 평당 1700만원 이상으로 ‘중앙귀족’이다. 1500만~1700만원인 영등포 마포 성동 종로 동작구 등은 ‘지방호족’으로 분류된다. 강서 관악 동대문구 등은 1200만~1400만원으로 ‘중인’, 1100만~1200만원인 노원과 구로 은평 강북 일산동구 등은 ‘평민’에 속한다. 서울이라도 도봉구는 구리 하남시 등과 함께 1100만원 미만 노비 신분이고, 최하 계급인 ‘가축’들이 사는 1000만원 미만 거주지는 ‘그 외 잡 시·군·구’로 표시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 -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2020년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고위직 공무원에게서 찾았다. 그는 늘공(늘상 공무원)이 가진 것은 기록과 정보 자료“라며 “5년 짜리 대통령, 4년짜리 서울시장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없다”고 단언한다.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으니 강남 부동산 가치를 올려주는 정책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 진보가 집권해도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 땅투기는 정치자금의 젖줄? - 지리학자인 암동근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지방에서 국도 사업은 새로운 정치인 아니면 기존 정치인들의 돈줄이 되었다”고 고발했다. 신시가지 개발은 아주 큰 스케일로 나눠먹는 것이고, 자질구레한 국도를 자기 땅 옆에 건설해 돈을 버는 방법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도시학자 마강래도 “땅을 소유한 토호들과의 결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구조적 폭력 ‘젠트리피케이션’ - “쫒겨나는 이들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형 재난이다.” 2017년 출간된 책에서 도시학자 신현방이 한 말이다. 용역 깡패도 없는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폭력은 간접성, 비가시성, 극적효과 부재, 비의도성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사람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자리잡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 - 한성대 건축학부 함인선 특임교수는 2017년 모 언론 칼럼에서 “타워팰리스의 3.3제곱미터 당 월세는 11만6000원이고 고시원은 13만6000원”이라고 적었다. 이는 최장집이 말한 ‘초집중화’의 문제를 실감나게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함 교수는 일자리 접근성이 초집중화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시원의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신 주거난민’이 인권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대박’에 미친 사회 - 모든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는 말한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쓴 라인홀드 니부어는 개인의 이기적 충동은 개별적으로 나타날 때보다 하나의 공통된 충동으로 나타날 때 더욱 생생하게 누적되어 표출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장담했던 문재인 대통령 -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19일 집권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 정부는 성장률과 관련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국적 안정화는 서울 수도권 집값은 폭등하고 지방은 폭락하면서 평균의 허상이 가져온 통계의 장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실련 김헌동 본부장도 “고위 관료들은 획실히 안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거짓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소득주도성장? 불로소득성장! -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은 2019년 12월에 쓴 칼럼에서 “강남좌파와 우파들이 ‘문재인, 정말 고맙다’고 합창한다”고 비꼬았다. 경실련은 그에 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급 이상 전현직 참모 65명의 집값이 3년간 평균 3억2000만원 올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불로소득 주도 성장만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선거 때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다주택 매각 서약서’ 사기극 - 더불어민주당 출마자들은 4.15 총선을 앞두고 “다주택자는 모두 2년 내에 한 채만 남기고 죄다 팔겠다”고 서약했다. 이 서약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이후 177명 의원 전원에게 서약서를 공개하고 매각 현황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민주당은 서약서도 매각 현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저자는 “다주택 매각 서약서 사건은 국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문제마저 기만적인 홍보 이벤트로만 소비한 파렴치한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의 부정확한 부동산 인식 -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은 2020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이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에 대해 ‘전문성 부족’이라고 단언했다. 이 글이 소개되자 일부 친문 네티즌들은 “조기숙은 반역자”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문빠를 필요로 하는 정치’에 몰입하는 암담한 현실”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운동권도 사랑하는 부동산 - 제주지사 원희룡은 2020년 7월 페이스북에 “운동권 출신 586도 강남 아파트에 집착한다. 이념보다 돈을 더 믿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저자 역시 운동권 출신 585의 부동산 사랑은 널리 알려진 것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다고 동의한다. 조기숙은 2020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 교수에게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운동권이 사상의 사(思)자도 알지 못할 정도로 독서의 폭이 좁았으며, 그 때문인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쉽게 사회주의나 주체주의지로 둘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 누구를 위한 그린벨트인가 - 그린벨트에는 이른바 ‘선택적 수호론’이 존재한다. 장소마다 위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강남의 그린벨트는 결사적으로 지켜야 할 것인 반면 같은 서울에서도 강북의 그린벨트는 좀더 훼손해도 괜찮고, 서울 외의 수도권 그린벨트는 마구 훼손해도 괜찮고, 비수도권은 아예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는 게 이 희한한 위계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분노한다. * 부동산 약탈이 ‘코리안 드림’이 된 나라 - 저자는 부동산 약탈의 근본 원인으로 서울 집중을 든다. 강남 안에서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아파트 서열과 가격은 주변에 좋은 학교와 학원이 있느냐애 따라 결정된다. 균형발전을 외치는 정부가 한사코 ‘인 서울 대학’은 키우면서 지방대 정원만 집중적으로 줄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저자는 “국가균형발전이 과연 우리의 주요한 국가적 목표인가, 아니면 적당히 국민을 속이려는 사기극인가”라고 정치권에 묻는다. 그러면서 “진보는 맹목적이고 무지막지한 진영 논리를 앞세워 권력에 멩종하면서 권력의 단물에 기생하려는 기회주의자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10-03 07:00 조진래 기자

[갓 구운 책]‘선택의 주사위’는 내 손안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선택의 기로에 선 딸에게 알려주는 커리어 안내서┃모리오카 츠요시 지음 | 황미숙 옮김(사진제공=더난출판)“서른이 넘었는데도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모르겠어요.”꿈을 이루고 싶어도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전세계적으로 ‘오롯이 나로 서기’ ‘진정한 나 찾기’ ‘있는 그대로의 나 사랑하기’ 등을 외치지만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다.불확실한 미래, 포기해야할 것들이 늘어가는 현실로 갈등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꿈을 꾼다’는 자체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돼 가고 있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PG, 팬틴, 유니버설 스튜디어 등의 일본 마케터 모리오카 츠요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는 자신의 네 자녀를 위해 써내려간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는 그 적지 않고 부지기수인 이들을 위한 책이다.책은 ‘딸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법칙’ ‘20대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찾을 것인가?’ ‘커리어란 자신을 마케팅하는 여행이다’ ‘내가 힘들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해볼까’ ‘실패하지 않는 인생, 도전하지 않은 인생’ 6개장에 자신이 타고 난 강점,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찾고 살려내 꿈을 꾸고 이뤄갈 것인지를 나눠 담았다.딸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하는 각 장에는 나만의 무기를 찾은 방법,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 커리어를 키우는 방법, ‘나’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더욱 더 성장하는 방법 등에 대해 따뜻하게 조언한다.다를 뿐 틀린 ‘선택’은 없다고 다독이는 저자는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지금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데도’ 선택하지 않은 ‘선택의 주사위’는 언제나 스스로의 손 안에 있음을 일깨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02 19:35 허미선 기자

[갓 구운 책] 일시적이지도, 묵과할 수도 없는 자해…‘넌 혼자가 아니야’

넌 혼자가 아니야 ┃ 자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푸키 나이츠미스 지음 | 안병은 , 문현호 옮김 | 음미하다 그림(사진제공=다림)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나 고통, 문제, 감정 등에서 눈을 돌리고, 잠시라도 잊거나 가라앉히기 위해 스스로를 해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성장 과정에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20%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알려진다.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해 문제는 벌써 9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사태로 ‘블루’(우울)을 넘어 ‘레드’(분노)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혹은 해결 방법을 몰라서 자해가 반복되고 오래되면서 급기야 극단적 선택으로 치닫기도 한다.신간 ‘넌 혼자가 아니야’는 자해의 정의부터 오해 뿐 아니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스스로는 물론 가족, 친구,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하는 책이다 .책은 ‘자해 이해하기’와 ‘자해 대처하기’라는 큰 목표 아래 자해가 아닌 건강한 스트레스 및 고통 해소, 문제 해결법, 감정 다스리기 등에 대해 다훈다.자해란 무엇일까부터 누가, 왜 자해를 하는지, 관심을 끌기 위한 자해와 외로움, 자해와 소셜 미디어의 상관관계, 자해와 자살 그리고 가능한 치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혹은 기관, 자해의 악순환 끊기와 대안, 친구·가족·전문가가 도울 방안 등을 짚는다.‘자해에 대한 오해’ ‘자해의 위험 신호’ ‘자해 자가 진단’ ‘변증법적 행동 치료’ ‘호흡법과 이완법’ 등 따로 배치된 팁들도 유용하다. 일시적이지도, 묵과할 수도 없는 ‘자해’를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은 스스로의 자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용기를 내는 일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10-02 18:45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에이트 씽크> 이지성

인간은 하루에 약 6만번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 약 95%는 어제 했던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고, 나머지 5%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창조적 사고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생각하는 인문학을 하는 법을 인도한다. 저자는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인류의 문명을 건설한 천재들의 생각과 만난다는 의미라고 강조한다. 우리도 매일 6만 번 씩 소크라테스처럼,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한다. 인공지능이 복제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뇌를 만들라고 외친다. 일반인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의 핵심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 둘을 모두 얻는 방법은 생각(Think) 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발명의 수준까지 범접하는 인공지능을 이기려면 인간의 유일한 무기 역시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이세돌의 고백 -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단 1승만을 거두고 완패한 후 이세돌은 “내가 세상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존재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내가 아무리 잘 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바둑이 과연 자신이 알던 ‘예술’이 아닐 수 있다는 회의감에 빠졌다. 인공지능 앞에서 바둑은 그저 확률 싸움에 불과했다고 토로한다. 저자는 이세돌의 고백이 인류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 인공지능의 가짜 감성 - 저자는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공감과 창조 능력은 ‘가짜’라고 말한다. 인간의 공감과 창조를 모방하고 변형하고 융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에는 학습하는 능력만 있을 뿐, 생각하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란다. 그는 진짜 공감과 진짜 창조란 생각하는 능력의 기반 위에서 나오며, 특히 나를 넘어 너와 우리 즉 자신이 속한 사회를 극복하고 인류와 지구 전체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위대한 무엇’이라고 말한다.    * 코로나로 더 빨라질 프레카리아트(Precariat) - 난민 수준의 사회적 경제적 삶을 사는 계급을 프레카리아트라고 말한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확산되는 비대면 문화로 인해 한국인의 99.997%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어 이런 상황에 떨어지는 미래가 좀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훙내조차 낼 수 없는 ‘생각’, 즉 Think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위대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Think로 성공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 IBM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900여개의 특허를 보유한 Think 기업이다. 직원 가운데 노밸상 수상자만도 5명이나 배출한 가장 창조적인 기업이다. 마이크로스프트의 빌 게이츠는 회사를 떠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씽트 탱크인 bgC3를 설립해 사회 과학 기술 등의 문제에 광범위한 Think를 제공한 것이었다. 그는 특히 ‘Think Week’를 만들어 확산시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저자는 IBM 토마스 J. 왓슨의 Think는 컴퓨터로 새로운 인류 문명을 창조한다는 의미이며, 빌 게이츠의 Think Week는 IBM을 뛰어넘는 컴퓨터 문명을 창조하는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며, 스티브 잡스의 Think Different는 이들과는 다른 컴퓨터 문명을 창조한다는 뜻이었다고 해석한다.* 인문학 강의가 가장 많은 IBM - 토마스 J 왓슨이 설계한 IBM의 Think에 담긴 5가지 실행원칙은 독서 경청 토론 관찰 그리고 생각이다. 독서는 인문 고전을 많이 읽으라는 주문이다. 지금도 고위임원 교육과정이 인문고전 독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청 역시 인문학적 경청을 의미한다. 특히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살 것을 독려한다. 토론의 경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하라는 것이다. 관찰은 독서하고 경청하고 토론한 것을 토대로 세상의 흐름을 주의깊게 살피라는 의미다. 생각하라는 읽고 듣고 토론하고 관찰한 것을 토대로 문명을 개선하고 창조하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불만을 회장과도 얘기하는 IBM - 이 회사는 사내에 오픈 도어(Open Door)라는 특별한 제도를 만들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회사나 상사에 불만 또는 동료 문제 등 개선 요구사항이 있으면 자기 부서 최고관리자에게 모두 털어놓게 했다. 그래도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회장인 왓슨에게 직접 얘기할 수 있게 했다. 왓슨은 세상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최초의 장애인 고용, 여성임원 승진, 흑인 영업대표 임명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의 이 같은 인문학적 경영철학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How to Think로 자리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잘못 알고 있는 빌 게이츠 ‘Think Week’ - 저자는 MS가 ‘뼛속까지 인문학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빌 게이츠가 실천한  ‘Think Week’는 인문학적 생각을 하는 주간으로 경영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권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Think Week’ 열ㅊ품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그저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 일쑤였다. 자신의 기업경영에 적용해 비범한 성과를 내야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러지 못한 것이 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문학적 생각법 - 빌 게이츠는 다빈치의 인문학적 생각 시스템을 만든 인문학 공부법을 알았기에 혁명적인 생각 주간을 만들어 실천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빈치의 특별한 인문학적 공부법을 저자는 이렇게 소개한다. 첫째, 자기 암시다. 다빈치는 “만능인이 되는 것은 쉽다. 내가 인문학 분야의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다”라는 주문을 늘 스스로에게 걸었다. 둘째, 인문고전을 원전을 읽는 것이다. 셋째, 원전을 필사하라. 넷째, 홀로 사색하라. 다섯째, 잠들 기 전 사색하라. 여섯째, 인문학 공부노트를 써라. 일곱째, 작가와 함께 하라. 여덟째, 도서관을 사랑하라. 아홉째, 다방면의 책을 소징해 인문학 서재를 만들어라. 열째, 저자의 생각 시스템을 뛰어넘는 생각 시스템을 만들어 인문고전을 극복하라. 마지막 열한번째는 자주 휴식하라 이다. 쉼도 또다른 인문학이라 생각하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 ‘Think Week’의 세 가지 원칙 - 그는 스물다섯인 1980년에 ‘Think Week’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외가에서 홀로 사색하면서 보냈다. 이후 MS가 크게 성장하자 미국 서북부의 숲 속 호숫가 주변 땅을 매입해 2층짜리 통나무집을 지었고, 은퇴할 때 까지 매년 두 차례 이곳에서 ‘Think Week’를 보냈다. 그는 세 가지 큰 원칙을 만들어 지켰다. 첫째, 철저하게 준비하라. 최소 몇 개월 전부터 ‘Think Week’를 준비했다. 둘째, 완벽하게 홀로 있어라. 가족은 물론 회사 임직원 누구도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생각 전쟁 주간’이었다. 셋째, 인문고전 저자의 눈높이에서 읽고 생각하라. 평소에도 평일엔 무조건 한 시간 독서, 주말에는 무조건 서너시간 독서라는 원칙을 평생 지켜오고 있다. * 잡스를 키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 잡스가 독자적인 Think Different의 본보기로 삼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침실에 초상화를 걸어둘 정도였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Think Different가 상대성이론이라고 믿었다. 그것을 만든 힘은 무엇이지, 그 힘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지 추적했다. * 아인슈타인의 열가지 생각공부법 - 그는 14세에 유클리드, 14세에 칸트를 접한 이후 자신의 두뇌를 인문고전으로 단련하기 시작했다. 그의 평범했던 두뇌를 천재의 그것으로 만든 열가지 생각공부법이 있다. 첫째, 이미지로 생각하라.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먼저 이미지를 떠올린다. 둘째, 클래식을 사랑하라. 뇌에 직접적인 선한 영향을 준다. 셋째, 도서관에서 생각하라. 넷째, 작가처럼 생각하라. 다섯째, 자기 머리로 생각하라. 여섯째, 생각을 글로 표현하라. 일곱째, 생각을 실천하라. 여덟째, 누구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주 토론하라. 아홉째, 청강(聽講)을 완성하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라. 열째, 겸손하라.* ‘심플’을 탄생시킨 잡스의 기원은 ‘하이데거’ - 애플의 디자인 철학은 심플(Simple)이었다. 그는 “애풀은 인문학과 과힉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잡스가 말한 인문학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하이데거는 대표적 산문 숲길에서 “심플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보물”이라고 설파했다. 그의 철학은 미국 현대철학의 거장 휴버트 드리이퍼스를 통해 제록스 펠로엘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에게 전수되었다. 그는 인간 중심의 컴퓨터 기술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창안했고, 파크패드 개발로 현실화되었다. 이것이 19년 뒤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로 실용화했다. 하이데거의 Think Different가 없었다면 아이폰, 아이패드는 물론 웨어러블 컴퓨터와 사물인터넷도 없었다는 얘기다.   * 인문학의 융성이 국가를 더 강하게 만든다 - 그리스가 인문학을 사랑했을 때, 그리스는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다. 어느 순간 인문학의 정신에서 벗어나 황금과 무력을 최고의 가치로 삼게 되면서 그리스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병에 걸려 죽어가는 순간에도 인문고전을 놓지 않았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에게 정복당하고 말았다.* 산업혁명과 컴퓨터, 뇌과학의 근원 ‘데카르트’ - 철학자 데카르트는 성찰과 방법서설에서 “일생에 한 번은 기존에 내가 참된 것으로 인식했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뒤집어 엎고 새로운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털끝이라고 의심가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된 것으로 규정하고, 용납치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는 존재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의심하는 그의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 즉 합리주의가 로크와 칸트를 거쳐 서구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다시 프랑스 인권선언과 미국의 독립선언 등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아가 17세기 근대과학의 등장이나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산업혁명은 물론 20세기 컴퓨터와 21세기 뇌과학 등이 모두 데카르트에서 비롯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현대 세계는 뼈 속까지 데카르트적”이라는 것이다.* 불행한 미래를 바꿀 세가지 방법 - 저자는 Think 뒤에 숨은 거대한 인문학의 세계를 깨닫지 못한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의 소작농, 기업은 인공지능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불행한 미래를 바꾸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째, Think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둘째, 문명을 창조하고 발전하게 하는 의미의 Think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지금 새롭게 시작되는 있는 미래 문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 인문학 석학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기업들 - 지난 30년 동안 행한 미래 예측의 무려 80%를 적중시켜 주목을 끌고 있는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2045년에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현재 구글이 진행하는 인공지능 맨허튼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다. 구글은 교도소 인문학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한 철학자 데이먼 호로비츠를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신입사원 6000명 중 최대 5000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뽑았다. 인문학은 인공지능의 뿌리이자 줄기이자 꽃이라는 게 앞서가는 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학자 심리학자 민속학자 시인 철학자 등 인문학 분야 석학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 인문학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미친 영향 - 컴퓨터의 언어인 이진법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 즉 주역에서 탄생했고 라이프니츠가 재발견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민 언어의 기본원리인 기호논리학은 라이프니츠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연구하다 구상했고, 기계식 계산기는 팡세를 쓴 철학자 파스칼이 개발한 것을 라이프니츠가 개량했다. 이밖에 보편 튜링 기계의 창안자 앨런 튜링과 그 아이디어 구상에 도움을 준 괴텔과 힐베르트는 모두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였다. 결국 컴퓨터는 과학 공학 기술이기 이전에 인문학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수백년 동안 수학 과학 공학 기술과 치열하게 결합하면서 새로운 인류 문명으로 거듭난 실용 인문학이라고 규정한다. 빌 게이츠도 “인문학이 없었다면 컴퓨터도, MS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인문학의 징표 ‘서당과 훈장’ - 저자는 훈장을 유대 민족의 랍비와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유대의 랍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우리 훈장은 일제의 악랄한 탄압정책으로 인해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한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철학을 금지시켰다며 비판한다. 조선의 훈장은 지역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는 교사가 인문학을 특별한 교육 방식으로 가르쳤다며 남다른 의미를 둔다. 그는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인문학 기반 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꽃피운 세종대왕 시대의 지혜라고 강조한다.  * 우리가 철학을 하지 않은 결과는… - 저자는 철학이 계산과 증명 등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 수학이고, 관찰과 실험 등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 과학이라고 말한다. 즉 수학과 과학의 다른 이름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왜 수학 과학을 못하는 지 근본이유를 저자는 “우리가 철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철학적 사고로 수학 과학에 접근하지 않다보니,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를 통해 천재 철학자들의 두뇌와 만나는 인문학적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바로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12명이나 배출한 프랑스 수학의 저력도 모두 철학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한다. “철학이 빠진 수학과 과학을 하면 스스로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는 길을 간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전설적 투자자들의 공통점 - 저자는 지금 월스트리트를 주름잡고 있는 전설적 투자자들과 이른바 퀸트(Quant)들의 공통점으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 치열한 철학고전 독서와 단련된 철학적 두뇌로 투자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을 갖고 있다. 둘째, 금융공학이나 수학 물리학 공식을 통해 투자 시점의 흐름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 셋째, 금융인공지능을 활용해 단순한 부자를 넘어 ‘인공지능시대의 제1계급’으로 성큼 올라서고 있다. 퀀트 대부분은 아이비리그 출신들인데 이들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문학부 교수와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정도의 인문학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입학하는 곳이다. 명문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문학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 무방비 한국,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퀸트들이 인공지능을 무기로 공격해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무방비 상태다. IMF 외환위기 때도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퀀트들과 맞서 싸울 인문학적 수학적 과학적 두뇌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에 저자는 우선, 학교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수학 과학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자기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수학과 과학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학적 사고방식과 수학적 과학적 능력을 무기삼아 금융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스스로 깨우치는 자기교육법 - 저자는 우선, 이제껏 받은 교육이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두뇌 안에 새로운 생각 시스템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생각회로를 천재들의 생각 시스템에 접속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넷째, 진정한 의미의 자기교욱을 시작하고 평생을 걸쳐 하라고 말한다.    * 스스로를 변화시켜라 - 약 2100년 전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사람은 자기보다 재산이 열배 많은 자를 만나면 욕을 하고, 백배 많은 자를 만나면 두려워하고, 천배 많은 자를 만나면 고용당하고, 만배 많은 자를 만나면 노예가 된다”고 했다. 아인슈타인도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뇌 능력을 무한히 신뢰하는 연습 - 첫째, 두뇌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다. 둘째, 자기계발 서적을 많이 읽는다. 셋째, 두뇌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시청한다. 넷째, 두뇌 관련 강의나 자기계발 강의를 많이 듣는다. 다섯째, 스스로 칭찬의 말을 많이 해 준다. 여섯째, 타인에게 칭찬의 말을 많이 해 준다, 일곱째, 감사일기를 쓴다. 여덟째, 되도록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위대한 부자들 - 공자는 관포지교의 관중을 흠모했다. “만일 관중이 천하를 바로잡지 못했다면 우리는 오랑캐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관중은 제갈공명과 정약용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관자라는 책에서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길은 무엇보다 먼저 백성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공자 역시 논어 자로편에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해 준 뒤에 인문학을 하게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른바 선부후교(先富後敎)다. 두 사람 모두 하나같이 부를 공경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만들어 준 뒤에 인문학을 하게 하라(利用後生正德)을 말했다.         * 인문학의 세가지 공부법- 저자는 인문학에 세가지 공부법이 있다고 정리한다. 사색을 표방하되 사실은 지식만 있는 인문학 공부법이 첫째이고, 사색의 모양은 있으나 본질은 없는, 당대의 지식인들처럼 생각하는 법은 배울 수 있으나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생각하는 법은 배우기 힘든 인문학 공부법이 그 다음이다. 서양의 아이비리그와 영문 사립대 인문학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은 사색의 본질에 충실한,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인문학 공부법이다. 각각 생각을 모르는 인문학, 작은 지혜에 이르는 생각의 길을 걷는 인문학, 그리고 위대한 지혜에 이르는 생각의 길을 걷는 인문학이다. 저자는 천재들의 ‘How to Think’는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지혜의 영역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주입식 사색’에서 벗어나야 - 저자는 2500년 역사의 동양 인문고전 저자들의 사색공부법이 일제 강점기에 자취를 감추었다고 안타까와 한다. 인문학은 사색을 위한 것인데, 어느새 우리는 주입식 사색에 빠져 있다고 질타한다. 사색 조차 입시공부처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주입식 생각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사회 각 분야의 꼭대기에 오르고 국회에 들어가 나라를 이끄는 이상한 나라라고 비판한다. 유대인들처럼 ‘천재처럼 생각하기’로 교육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의 생각공부법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율곡의 ‘혁구습(革舊習)’ - 율곡 이이는 인문학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입지(立志)해야 한다고 했다. 입지란 인문학을 통해 성인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는 것이다. 이어 입지한 사람들이 반드시 깨트려야 할 8가지 나쁜 옛 습관을 제시한다. 첫째, 마음과 뜻을 게을리 하는 것이다. 둘째, 헛된 일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 셋째는 남들을 의식해 두려워하는 것이다. 넷째, 말과 글로 칭찬받기 좋아해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글을 짓는 것이다. 다섯째, 술과 향락에 빠진채 스스로를 운치있다고 믿는 것이다. 여섯째는 남과 다투기를 일삼는 것이고 일곱째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것, 여덟째는 재물과 이익과 여색에 깊이 빠지는 것이다.* 율곡의 구용(九容) 구사(九思) - 율곡은 아홉가지의 바른 몸가짐(九容)과 사색(九思)로 입지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구용의 첫째는 족용중(足容重). 두 발에는 무거움이 있어야 하니 가볍게 몸을 놀리지 말라는 뜻이다. 둘째는 수용공(手容恭). 두 손에는 공손함이 있어야 한다. 셋째 목용단(目容端). 두 눈에는 단정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 구용지(口容止)는 입에는 고요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섯째 성용정(聲容靜)은 목소리는 맑게 하라는 뜻이다. 여섯째 두용직(頭容直)은 고객을 똑바로 들고 꼿꼿이 하라는 의미이며 일곱째 기용숙(氣容肅)은 몸 전체에 엄숙한 기운이 흐르게 하라는 뜻이다. 여덟째 입용덕(立容德)은 바른 자세가 덕있어 보이게 한다는 뜻이며, 마지막으로 색용장(色容莊)은 얼굴에 밝음과 씩씩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구사의 첫째는 시사명(視思明), 즉 사람과 사물을 볼 때 밝은 부분을 보라는 것이다. 다음은 청사총(聽思聰). 들을 때는 늘 경청하라는 뜻이다. 색사온(色思溫)은 얼굴을 붉히거나 화내지 말고 온화한 낮빛을 보이라는 뜻이다. 모사공(貌思恭)은 몸가짐은 공손하라는 뜻이며 언사충(言思忠)은 말 할 때는 진실한 말만 하라는 의미다. 사사경(事思敬)은 일을 할 때 공경함을 생각하는 것이며, 의사문(疑思問)은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분사난(忿思難)은 화가 날 때는 이후 빚어질 환난을 생각해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뜻이다. 견득사의(見得思義)는 재물을 볼 때 정의를 생각하라는, 불의한 재물을 탐하지 말라는 의미다. * 사색하는 인문학의 핵심 ‘거경궁리(居敬窮理)’ - 사람과 사물을 공손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대하는 상태인 경(敬)에 거(居)하면서 궁리, 즉 사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서삼경 중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발전한 것으로, 동양의 인문학 천재들이 사색공부법에서 대해 남긴 기록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대목이다. 동양의 인문학 천재들은 거경궁리를 통해 성인의 마음과 똑같은 나의 본성을 되찾는 것을 구방심(求放心) 즉 놓아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인문학은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거경궁리는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사색공부법이다. * 동양이 서양에 무릅끓은 이유는 - 동양은 인문학과 정치 수학 과학 경제학을 결합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반면 서양은 인문학과 정치 수학 과학 경제학을 결합하는 데 열을 올렸고, 이를 통해 근대 문명과 현대 문명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무아지경으로 사색하라- 저자는 소크러테스 사색법을 네 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사색을 삶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라. 둘째, 육체의 한계를 초월해 사색하라. 셋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초월하라. 넷째, 해답을 얻을 때까지 시색하라. 결국 무아지경의 경지로 사색해야 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인문고전을 꼭 원어로 읽어야 하는 이유 - 저자는 인문고전을 왜 원전으로 읽어야 하는 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동서양 합 5000년 동안 독서는 원전 읽기가 원칙이었다. 둘째, 인문고전 저자 중에서 번역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 사람은 없다. 셋째, 제 아무리 훌륭한 번역자라도 원전에 담긴 인문고전 저자의 영혼까지 번역할 수는 없다. 넷째, 우리나라에는 중역본과 축약본이 아주 많다. 다섯째, 우리나라 번역서에는 잘못된 번역이 너무 많다. 여섯째, 우리나라의 정(精)처럼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 저자는 원어로 사색할 때는 반드시 저자의 관점에서 사색하라고 권한다. * 평생읽을 단 한 권의 인문고전을 1만번 읽어라 - 예로부터 인문고전은 1만번 이상 읽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완전히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평생 읽고 사색할 한 권의 인문고전을 정하고, 그 책을 집필한 천재와 위대한 정신적 교류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연표를 통해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 ‘연표로 사색하라’는 동양 역사 공부의 핵심이다. 하지만 거경궁리와 격물치지로 대표되는 이러한 공부법이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사라진 반면 서양의 대표적 인문학 공부법인 트리비움(Trivium)은 미국와 유럽의 사립학교 등에서 여전히 핵심 교육과정으로 자라잡고 있다. 이 트리비움이 문법학과 논리학 수사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조선에서 8조법을 만들 때 이집트에서는 무슨 일이있었는지를 비교하며 가르침으로써 단순히 생각하는 바보를 만드는 역사교육이 아닌, 생각하고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0-09-29 07: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넷플릭스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시중에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서적이 넘치고 넘친다. 이 시대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덕분이다. 하지만 기자가 각별히 이 책에 시선이 꽂힌 것은 저자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이자 현직 CEO다. 에린 마이어는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인 인시아드의 교수로, 컬처맵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사람이다. 두 초 전문가들이 넷플릭스를 가감 없이 분석하고 평가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규칙 없음, 자유로움, 열림, 솔직함 등에 관해 다양하고 철저한 ‘피드백’을 통해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넷플리스는 지금 기술직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1위 기업이다. 가장 행복한 직원 부문에서도 2위에 올라있다. 이런 꿈 같은 기업이 어떤 원칙과 철학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생생하고 담대하게 얘기해 준다.* 블록버스터와 결렬된 매각 협상 - 당시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 보다 100배나 큰 공룡기업이었다. 저자는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를 매각하고 블록버스터닷컴을 개발해 온라인 파트너로 운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CEO 안티오코에게 인수 가격으로 5000만 달러를 제시하자 곧바로 딜은 깨졌다. 이후 블록버스터는 DVD 대여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했다. 저자는 블록버스터가 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이 낸 연체료로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구나 싶게 만드는 방식을 수익모델로 삼으면서 어떻게 고객의 충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 규칙이 없는 넷플릭스 - 저자는 넷플릭스에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것은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다. 저자는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라고 말한다. 실수 방지책이나 규정을 고수하는 대신, 유연성과 자유와 혁신을 장려한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실행에 옮길 때 거추장스런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갖게 해 주면, 직원들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회사도 책임을 묻기 더 쉬워진다고 믿는다. * 위기에서 얻은 교훈 ‘인재밀도를 높여라’ - 넷플릭스는 2001년 인터넷 버블 붕괴로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해야 했다. 그런데 남아있던 80명이 이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모든 일을 신이 나게 처리하고 성과도 크게 개선되는 것을 보았다. 이후 조직 내에서 인재밀도가 갖는 역할을 완전히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뛰어난 인재들로 모인 조직에서 인재밀도의 극적인 증가가 그런 개선의 밑거름이었다는 것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특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넷플릭스는 이후 줄곳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조직을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일반적으로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없게 된다. 인재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욱 커진다고 저자는 믿는다. * 솔직성을 키워라 - 넷플릭스에서는 솔직함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곳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 불문율이 있다. 뒤에서 수근거릴 게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전달하면, 책략이나 은밀한 소통이 줄고 업무도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다. 피드백의 중요성도 늘 강조된다. 잘못을 지적해 주는 피드백이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그들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상하 누구든 상관없다. 뒷담화가 줄면 비능률과 부정적 감정을 조장하는 가십이 함께 사라지고 사내정치도 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예의만 강조하는 규정집은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재능있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습관처럼 서로 주고받게 되면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동시에 서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어 통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 통제하기 보다는 ‘맥락’으로 이끌어라 - 상사에게는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이끌 것, 평사원에게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 것을 주지시키고 가이드 라인을 주면 된다.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맥락으로 리드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높은 인재밀도가 선결되어야 한다.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격과 그곳에서 이루려는 목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는 오류 방지 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느슨하게 결합된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한다. * 4A 피드백 지침 -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피드백을 원활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가르친다. 피드백을 줄 때는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Aim to assist)고 가르친다. 다음은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Actionable)이다. 피드백을 받을 때는 감사하라(Appreciate)고 가르친다. 그리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Accept or Discard)고 말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하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 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한 피드백이 잦아지면 팀과 회사의 업무 속도와 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A를 추가한다. Adapt, 즉 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 - 넷플릭스에서는 “그냥 며칠 쉬어”가 휴가 규정이다. 언제 일하고 쉴 지는 각자 알아서 정하게 한다. 직원이 휴가를 가는 것이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CEO가 직접 증명해 보인다. 휴가 기간을 정하지 않으니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되었다고 한다. 특히 출근부를 찍는데 저항감을 갖는 Y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이 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런 자유는 직원들이 자신의 휴가를 잘 활용하리하는 것을 회사가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더욱 책임감있게 행동하게 부추겼다. 이른바 ‘자유와 책임(FR)’이다. 줄어든 인원으로 일을 처리하는 법은, 리더들이 소그룹으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게 했다. * 넷플렉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 저자는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인재들이 쓸 데 없는 규정을 고치느라 아까운 두뇌를 써가며 시간을 축 낸다는 느낌을 받지 않길 원했다. 그래서 출장 및 경비 규정을 ‘넷플렉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이렇게 다섯 마디로 정리했다. 선택의 자유를 주어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그 대가는 직원이 마음 껏 날 수 없는 직장이 치르게 될 대가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일 상사가 준 자유를 부하직원이 남용한다면, 그를 해고하고 그 사실을 공개해 다른 사람들이 결과를 납득토록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직원들이 적시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막는 규정은 원치 않는다며, 규정이 있다고 절약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반대로 절차가 없으면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고 확신한다.* 업계 최고수준으로 대접하라 - 넷플릭스의 성공 뒤에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춘 직원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난감한 문제에 달려들어 눈부신 솜씨로 해결한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높은 인재밀도는 넷플릭스 성공을 추진하는 엔진이다.* 록스타 원칙(rockstar principle) - 산타모니카의 한 지하실에서 견습 프로그래머 9명이 테스트를 받았다.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프로그래머보다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 더 빨리 과제를 처리했다. 베스트 플레이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이렇게 월등히 높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적당한 보수로 보통의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10~25명 고용하는 방법과 거액을 주고 1명의 록스타를 영입하는 방법 가운데 후자가 낫다는 믿음이 확산된 것이다. * 보너스 대신 엄청난 보수 - 위대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넷플릭스는 믿는다. 그래서 확실한 실력자 1명을 엄청난 수준의 보수를 주고 데려와 많은 업무를 해내도록 한다.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채택하는데, 넷플릭스는 그 반대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았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고 믿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최고의 인재에 최고의  대우 “달라는대로 줘라” - 인재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인재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계 최고가 되도록 연봉을 계속 인상해 주는 것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시장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연봉을 하향 조정하는 일 만큼은 가능한 피하려 한다. 인재밀도를 단기간에 떨어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몇 사람을 내보내 인재밀도를 높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자리를 제안할 만한 사람을 찾아 그들의 연봉 까지 함께 인상해 주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리크루트에서 전화가 오면 당당히 받고 그들이 제시하는 연봉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만큼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인재에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고 제안한다.      * 슬래피언의 비밀 -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인 마이클 슬래피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13개 정도의 비밀을 갖고 있으며 그 중 5개는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일반적으로 신뢰에 금이 가는 문제와 관련된 비밀이 전체의 47%이며, 거짓말이나 금전적인 부정행위에 관한 비밀이 60% 이상이라고 한다. 직장에서의 불만이나 어떤 종류의 은밀한 관계 혹은 절도와 관련한 비밀이 대략 33% 정도란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밀을 숨기는 것 보다 그렇게 숨긴 비밀을 생각하는 데 2배의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 넷플릭스의 ‘선샤이닝’ - 넷플릭스는 비밀이 없는 투명한 조직을 지향한다. 모든 사람이 가능한 많은 것을 공유하게 해 투명성을 일상화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리더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실천한다. 이를 넷플릭스에서는 ‘선샤이닝(sunshining)’이라고 한다. 밝은 햇볕에 온 몸을 드러내듯 가능한 많은 것을 공개하려 노력한다. 심지어는 분기 끝나기 몇 주 전에 700여명의 고위 매니저들을 모아놓고 재무상황을 공개한다.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유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보가 한 번도 새 나간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사이닝 -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는 것이 넷플릭스에선 일반적이다. 리더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특히 유능하고 호감을 많이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어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 - 먼저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폐쇄적인 사무실, 경호원처럼 행동하는 비서, 비밀번호로 잠가둔 공간 등을 없애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사실을 모두 공개하라고 한다. 민감한 재무정보와 전략도 전 직원과 공유하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이나 일시 해고 등 직원들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을 할 때는 미리 직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라고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리더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개인의 플라이버시가 충돌할 경우 직장 내 일어난 일과 관계된 정보라면 투명성을 선택하고, 직원 사생활 관련 정보라면 회사가 공개할 권리가 없다고 공표하라고 가르친다.* 혁신과 성장을 막는 걸림돌 ‘승인’ -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메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마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탁월한 인재를 뽑은 다음 그들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자유를 주면 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 혁신 사이클 1단계 ‘이의제기 장려’ - 겉으로는 솔직함을 강조하면서도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향이 뚜렷하다. 넷플릭스도 초기 요금체계 결정 때 그런 경험으로 낭패를 보았다. 이후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어두는 것은 회사를 돕지 않겠다는 ‘말 없는 시위’라고 간주한다. 제안할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수십명의 동료로부터 견해를 구하는 공용 메모장을 만든다. 관련 설명과 함께 -1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 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이의제기 장려제도를 통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문화를 쉽게 조성할 수 있었고, 덕분에 회사 차원의 의시결정 질도 더욱 좋아졌다.* 혁신사이클의 2단계 ‘빅 아이디어 테스트’ - 넷플릭스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책임자들이 아이디어에 철저히 반대해도 테스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남들이 다 하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늦게 제공한 이유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윗선에선 일찌감치 반대했지만, 일개 연구원이 “서둘러야 한다”며 끈질기게 테스트를 요구했다. 그의 “넷플릭스가 어떤 곳입니까? 윗선에서 반대해도 말단 직원들이 하고 싶으면 하는 곳이 아닙니까?”라는 말에 두말없이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그래서 서비스가 늦어졌다.      * 혁신사이클 4단계 ‘정보에 밝은 주장’에 베팅하기 - 넷플릭스에는 ‘정보에 밝은 주장(informed captain)이라는 게 있다. 모든 중요한 결정에는 항상 이것이 있다. 많은 정보를 취합한 후 그 일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당사자를 말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자신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면, 경영진의 결재 이전에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서류에 서명하면 된다. 넷플릭스에서는 상사가 아니라 정보에 밝은 주장이 의사결정권자다.* 혁신 사이클 5단계 ’성공엔 축하, 실패엔 선샤인‘ - 부하직원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 상사로서 기뻐하고 흡족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자네가 옳았어, 내가 틀렸고”라는 식으로, 상사 의견에 부하가 제동을 걸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임직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다만 수선을 피워선 안된다. 베팅한 일이 실패했을 경우는 전말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무사하려면 더더욱 햇볕으로 나가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도록 하는 문화다. * 조직을 ‘가족’에서 ‘팀’으로 - 2001년 대량해고 사태를 계기로 넷플릭스 경영진은 ’가족‘이라는 말이 높은 인재밀도를 지향하는 직장에 어울리는 비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넷플릭스의 성격을 ’프로스포츠팀‘으로 규정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매니저가 자신의 부서를 최고의 프로팀처럼 운영하는 것, 최고의 기량으로 맛진 경쟁을 펼치면서도 헌신적으로 끈끈한 동지애와 깊은 인간관계로 뭉친 그런 팀 말이다. 프로스포츠팀은 높은 인재밀도의 좋은 비유이기도 했다.    * CEO조차 피하기 힘든 ‘키퍼 테스트’ - 넷플릭스는 모든 임직원에게 키퍼 테스트를 적용한다. 그 직책에 최고로 적합한 사람인지 주기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한 뒤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부하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을 것인가? 내가 맡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면 회사가 더 잘될까? 이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누구를 내보낼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든 직급의 매니저가 이런 테스트를 수시로 활용한다. 심지어는 더 유능한 CEO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금의 최고경영자도 그 자리가 즉시 대체될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 분위기다.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넷슬릭스는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와 사후 QA를 취한다. 상사와의 일대일 대화를 통해 “제가 일을 그만든다고 하면 저를 어떻게든 붙잡을 건가요?”라고 묻는다. 해고된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 등을 조직원들에게 세밀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해고의 공포감을 덜어준다. * 후하게 챙겨 내보낸다 - 넷플릭스에는 장기적 안정을 보장해 주는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회사다. 높은 인재밀도를 유지하는 정책을 알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경우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직원을 해고할 경우 그게 누구든 넷플릭스는 퇴직금을 두둑하게 지급한다. 넷플릭스의 연간 전체 이직률은 11~12%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자발적 이직률이 8% 수준이다. 업계 평균 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 팀워크를 갉아먹는 ’스택 랭킹‘ - 인재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내부 경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최근 유사한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다. 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제도다. 이를 처음 사용한 CEO가 아마도 GE의 잭 웰치였을 것이다. 매년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방법이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고 판단해 배격한다.* 넷플릭스의 독특한 다면평가 - 넷플릭스는 솔직하고 공정한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연간수행평가를 처음부터 뿌리쳤다. 일방적 하향평가인데다 피드백도 상사에게서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넥플릭스 정신이다. 이에 실명으로 360도 서면평가를 실시한다. 익명이란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코멘트를 남기도록 요청한다. 최소한 10명, 평균적으로 30명이나 40명 정도에게 피드백을  준다고 한다. 다만, 그 결과를 인사고과나 연봉 인상이나 승진과는 연계하지 않는다. 이어 ‘라이브 360도 평가’를 실시한다. 8명 이하 정도로 참가 인원을 줄인 다음 3시간 정도 실질적인 대화로 피드백을 준다. 덕분에 넷플릭스에서는 ’똑똑한 왕재수‘는 좀처럼 없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0-09-26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8년만의 시집 출간 안도현 “사람 못지않은 식물, 지금부터 새로 쓰는 유년”

안도현 시인이 8년만에 11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를 출간했다.(사진제공=창비)“시를 쓰면서 행복한 것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일을 관찰하는 겁니다. 그 중 특히 식물을 좋아해요. 식물이라는 게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보다 시간도 더 빨리 알아채는 것 같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2012년 ‘북항’ 이후 8년만에 11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로 돌아온 안도현 시인은 22일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9) 재확산 여파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8년만의 시집 출간에 대해서는 “10권 넘게 냈는데 첫 시집을 낸 것처럼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다” 소감을 전하며 “내용보다는 형식에 매료됐다. 특히 짧은 시 형식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들이 있는 것 같다. 관심대상인 식물들에 대해 5줄 이내의 짧은 시들을 여러 편 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안도현 시인의 11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사진제공=창비)이어 “200편쯤 쓰려고 했는데 100편을 못채웠다”며 “저의 느낌과 체험을 시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고 소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집의 제목은 22글자로 식물에 관한 짧은 시를 엮은 연작 중 한 문장이다. 안 시인은 “한 문장이지만 ‘식물도감’이라는 연작 중 거의 시 한편”이라고 소개했다.“변산반도에 있는 펜션엘 갔었는데 능소화가 2층 창가까지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바다를 향해있는 능소화를 보며 제가 마치 작은 악기를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죠.”11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8년, 그 기간 중에는 그의 말대로 “시를 쓰지 않은 4년”도 포함돼 있다.그 세월에 대해 “20대 초반부터 시를 쓰면서 불의의 권력에 시로서 맞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세상에 바라던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세상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데 혼자 조바심을 내고 시로 뭔가를 해보려고 했다”며 “4년 넘게 시를 안 써보니 그 시간이 시를 쓸 때보다 행복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저한테는 휴식이었고 저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돼서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계기로 시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시에 대해 욕심도 덜 부리게 되고 시 혹은 시 비슷한 게 나한테 오면 뭐든 쓸 수 있겠다 자신감도 들고 그랬어요. 시가 해야 할 일은 커다란 것보다는 작은 데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80년대의 제 머릿속에는 노동해방, 민주화, 통일 등으로 가득 찼었거든요. 이제는 좀더 작고 느린 것들의 가치를 시로 써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이에 새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에는 어머니, 고모 등 여성 가족들의 역사를 복원한 시들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의 일생을 정리해둔 평전이나 전기 등을 보면서 내용 보다 그 사람의 일생을 연도별로 정리해둔 걸 보는 게 더 재밌을 때가 몇 번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코로나19 여파로 안도현 시인은 11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출간 기자간담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사진제공=창비)“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제 어머니가 살아오신 시간을 기록해본 적이 있어요. 써놓고 보니 그 안에 시적인 게 들어 있더라고요. 시란 표현, 수사를 통해 꾸며내고 지어내고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 고모님 같은 분들 삶 속에 수사 보다 더한 시적 표현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죠. 앞으로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오래 살아온 분들의 삶, 팩트 자체가 바로 시가 아닐까 싶어요. 비시적인 걸 시적으로 만드는 과정이죠.”그는 40여년간의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올 2월,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돌아왔다. 기자간담회에서 안도현 시인은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수록 시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 역시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 쓴 ‘연못을 들이다’와 ‘꽃밭의 경계’를 꼽기도 했다.안도현 시인이 8년만에 11번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를 출간했다.(사진제공=창비)“제가 이삿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였어요. 봄여름 내내 집에 있었죠. 마당에 돌담을 쌓고 돌을 주우러 다니고 나무와 꽃을 심고 텃밭을 일구고 하면서 시를 쓰는 게 몸으로 움직이는 것 보다 쉬운 일이구나 했어요.”자신이 “손이 하얀 서생임을 느꼈다”고 털어놓은 안도현 시인은 귀향하면서 “다양한 일을 계획했다”고 전하기도 했다.“경북 예천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에요. 그래서 시를 썼던 경험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고 싶었죠. 예천의 고등학생 몇을 모아서 문예반 선생 비슷한 걸 하고 있어요. 시에 대한 지식 전달보다는 사물을 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죠. 저한테 시를 배우는 친구들이 시인이 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보는 밝은 눈을 가지게 된다면 그게 그 사람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더불어 고향 예천을 알리기 위한 계간지 ‘예찬산천’을 창간하기도 했다. 고향에 대해 안 시인은 “제가 태어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4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몇년 전만해도 은모래가 반짝이던 백사장이었다”며 “하지만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상류에 영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은모래가 반짝이던 강변은 풀과 나무들이 무성해지는 곳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보통 유년의 공간으로 돌아가면 과거로 회귀하거나 회상하는 관점으로 보기 쉽죠. 하지만 저는 가능한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과거 유년의 공간은 내 속에 있는 거잖아요. 현재 제가 발 딛고 있는 고향이 변해야 하고 어떤 점을 강조해야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요. 널리 알려진 것 보다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을 찾아가는 재미, 그걸 시로 쓰는 재미가 있거든요. 유년으로 돌아가기보다 지금부터 새로 유년을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9-24 21: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어벤져스’까지…‘언택트 리더십 상영관’

주류가 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의 통칭),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골칫거리로 떠오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이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은 산업과 일상.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바이러스 습격으로 인류는 불확실성과 혼돈의 시대를 맞았다. 익숙하던 질서들은 무너지고 변화는 급격해진 뉴 노멀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리더가 ‘라떼는 말이야’를 연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디지털과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고 자신의 행복, 공유, 가심비, 경험, 자신의 신념을 중시하며 ‘플렉스 해버리는’(부와 귀중품을 과시하는) 문화로 소비의 중심이 된 MZ세대를 상대해야 하지 않은가. 더불어 현재의 MZ세대도 이제 리더로서 실력과 역량을 다져야할 때이기도 하다.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한명훈 지음(사진제공=예미)20여년차 인사교육 전문가이자 ‘FUN! FUN!한 HRD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한명훈의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은 영화를 통해 영감을 주고 자신에 맞는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훈계조나 대단한 성공신화 등은 없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람과 감성, 공감을 중시하고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10가지 리더십을 제안한다. 그 10가지 리더십은 16편의 영화, 그 안의 캐릭터들을 통해 전달된다.이제 막 리더가 돼 “나도 리더는 처음이라서”라며 우물거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저자가 “신임 리더에게 필요한 리더십 종합세트”라고 표현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붕당정치로 왕권과 신하들의 권력다툼이 극에 달했던 광해군 재위기의 이야기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광기를 내비치는 왕을 대신한 광대 하선(이병헌)이 진정한 왕이 돼 가는 과정을 따르는 작품이다. 가짜 왕에서 진짜 왕이 돼가는 하선에게서 리더의 태도와 진정성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더불어 하선이 사월(심은경)과 도부장(김인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비법을 전하는 식이다.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가 하면 “그대들에겐 가짜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왕”이라 외치게 한 비법은 결국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었던 관심과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진심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누구나 처음일 때가 있다. 리더도 처음인데 회사 보다는 나 자신, 일과 내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등 전통적 관계를 끊고 자신과 스스로의 경험에 투자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그야말로 뉴 노멀이다. 기존의 노멀을 따르던 리더들에겐 어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리더들에게 저자는 “다름의 인정”을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밀레니얼 리더십’에 대해 논한다.저자는 그 근거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인 웰튼고등학교와 그 곳에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의 좌충우돌을 예로 든다. 전통과 명예, 규율, 최고를 고수하려던 학교와 그것이 옳다고 믿고 무작정 따르던 소년들 그리고 새로운 교육법으로 파란을 일으키는 키팅 선생. 수많은 갈등과 충돌 끝에 소년들에게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게 했던 키팅 선생의 이야기는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마법에 대해 일깨운다.  누구나 ‘라떼’를 외치게 하는 때가 있었고 리더에게도 ‘요즘 애들’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뉴 노멀도 결국은 노멀이 되는 때를 맞는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추구하고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방법을 함께 발견하고자하는 태도, 그것이 ‘밀레니얼 리더십’이다.책의 각장은 장거리 계주를 하듯 키워드를 ‘바통’처럼 이어받는다. 1장의 진심과 관심은 2장의 리드가 되고 2장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마법’은 3장 ‘리더의 코칭’으로 넘어가는 바통이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코칭의 불편함과 의미를 끌어내 ‘상대의 언어로 말하라’고 조언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학천재 윌(맷 데이먼)을 변화시킨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 ‘굿 윌 헌팅’을 통해 감성과 공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열정을 넘어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동기부여’의 중요성은 영화 ‘위대한 쇼맨’, ‘설득’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영화 ‘포드 V 페라리’ ‘히든 피겨스’ 속 캐릭터들과 상황들을 끌어내 이야기한다.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이야기를 다루며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는 특별함을 위대함으로 바꾸는 소통의 중요성과 창의적 리더십으로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동원된다. 더불어 ‘컨택트’와 ‘보헤미안 랩소디’로 소통을, ‘미드웨이’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선택과 그에 대한 믿음을, ‘인턴’으로 세대공감을, ‘쿵푸 팬더’ ‘미션’으로 생존의 비밀을, ‘포레스트 검프’로 자신만의 이야기의 가치를,  ‘어벤져스’와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장의 소제목들을 비롯해 한쪽으로 정리해둔 ‘영화 속 리더십 人사이트’ ‘리더십 人사이트’만 봐도 지금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추려진다. 진심과 관심, 다름의 인정, 동상이몽이기 십상인 상대의 언어와 특별함 일깨우기, 감성과 공감, 스토리텔링, 배려와 존중, 솔직함과 소통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와 리더십 구축이다. 사실 저자가 언급한 영화들은 ‘귀띔’일 뿐이다. 저마다 다른 환경, 가치관과 생각, 경험들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리더십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 덕목들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의 운영은 결국 저마다의 몫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9-22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