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바이든 이펙트> 홍장원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10-10 07:00 수정일 2021-04-30 12:20 발행일 2020-10-0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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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美 대통령 유력한 바이든의 삶, 그리고 미국의 미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면에서 바이든이 두 자리수로 앞서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4년 전 더 적은 전체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획득에서 뒤집어 대통령에 올랐을 만큼, 미국 대선은 마지막 결과 발표 전 까지 예단할 수 없다. 저자는 경제신문 기자다.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점치고 선거 직전 관련 서적을 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번 저서는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썼다. 트럼프의 지난 4년과 바이든이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4년 혹은 8년에 대해 매우 소상하게 정리하고 전망했다. 바이든의 미국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한 분석도 흥미롭다. 

* 트럼프 꺾기에 가장 무난한 후보? - 기존 워싱턴 정치 문법을 거부하고 마이 웨이를 펼치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 민주당원들이 가장 무난하고 적이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후보를 고른 것이 바이든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바이든은 사실상 ‘트럼프가 추대한 후보’이며, 결국 2020년 미국 대선은 결국 ‘트럼프 대 반 트럼프’ 간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인간적인 모습, 검증된 경륜, 중도를 표방한 확정성을 매력으로 어필했다. 여러 계층의 표심을 빠짐없이 끌어들일 수 있는 지지기반을 확보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 버니 샌더스의 신속한 바이든 지지선언 - 조 바이든은 2020년 4월 8일에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중도 하차로 민주당 대선후보에 최종 선정됐다. 샌더스는 과거 힐러리 때 7월에 가서야 지지 선언을 한 것과 대비되게 이번에는 일찌감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반 트럼프 세력이 빨리 규합되도록 도왔다. 샌더스는 “바이든과 정책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를 이기는 것”이라고 했고, 바이든은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선거에서 승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다”라고 화답했다.  

* 초반 굴욕을 이겨내고 후보가 된 바이든 - 경선 첫 걸음은 쉽지 않았다. 2월에 벌어진 아이오아 경선부터 대패했다. 백인 비율이 높았던 이곳에서 그는 무명의 부티지지는 물론 샌더스 등에 뒤져 4위에 그쳤다. 이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5위까지 밀렸다. 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8.4%를 득표하며 대세론을 회복했고, 14개주에서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을 선출하는 슈퍼화요일에서 10개주 1위를 쓸어담았다. 흑인 거주지인 앨라배마에서 63.2%를 거둬 인종을 초월하는 표심도 확인했다. 초반 열세를 뒤집고 끝내 압도적인 결과로 1위를 질주한 바이든에게서 미국인들은 불굴의 의지를 떠올렸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 바이든의 우여곡절 삶 -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 피가 섞인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어려서부터 콤플렉스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심하게 말을 더듬는 습관 때문이었다. 델라웨어대학 시절에는 기숙사 사감에게 소화기를 분사해 징계를 받는 등 다소 돌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첫 아내와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으나 1972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 두 아들도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 해 20대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음에도 집이 있는 델라웨어에 머물며 워싱턴을 기차로 1시간 넘는 거리로 출퇴근하며 아이들을 돌보면서 30년 동안 의정 활동을 해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장남 보 바이든은 아버지의 뒤를 잇는 모범생으로 잘 자랐으나 2012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생을 마감했다. 바이든 본인도 1988년 뇌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아 13시간 대수술 끝에 극적으로 살아나기도 했다.  

*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차남 헌터 바이든 - 헌터 바이든은 구설수 덩어리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로비스트가 되어 상원의원인 아버지와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2014년에는 코카인 검사 양성반응으로 물의를 빚었고 2015년에는 죽은 형 바이든의 아내 할리 바이든과의 열애로 구설에 올랐다. 이 때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다 혼외자까지 낳아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중국 관련 구설수도 많다. 2013년 바이든이 시진핑을 만날 때 헌터가 동행했고 이후 중국은행에서 헌터가 이사로 재직 중이던 BHR사모펀드에 중국은행이 15억 달러나 투자하는 일이 생기면서 바이든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헌터는 또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위구르 지역 주민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중국 공안에 제공하는 인권 탄압용 앱 개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도 바이든에게 ‘베이징 바이든’, ‘조진핑’이라는 공격할 정도다.   

* 바이든 부자를 궁지에 몬 ‘우크라이나 의혹’ - 헌터 바이든은 2014년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아버지 바이든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러시아 사태를 맞아 우크라이나 정책을 총지휘하던 때라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2019년 재산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당 유력 후보인 바이든을 낙마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외압을 가해 이 문제를 핫 이슈로 부각시키려 공작을 폈다는 사실이 유포되었다.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갔던 이 시건은 바이든에게도 ‘부패한 기득권’이라는 이미지를 달게 만들었다.

* 대통령을 향한 바이든의 꿈 - 바이든은 배려심 많은 첫 아내 네일리어 헌터와 1966년 결혼했다. 이 때 네일리어의 부모가 바이든에게 장래 꿈을 묻자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로스쿨 다닐 때도 네일리어에 선물한 강아지 이름을 ‘상원의원’이라고 지어줄 정도로 정치에 대한 꿈을 일찌감치 갖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나이 30세 이전에 미국 역사상 5번째로 어린 상원의원이 됐다. 바이든은 이제까지 2차례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다. 1988년 역대 두번째로 젊은 나이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영국 노동당 당수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선을 포기했다.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리턴이라는 ‘쌍벽’에 가로막혀 5위로 중도 하차했다.   

* 약점도 많은 바이든 - 가장 곤혹스러운 약점은 2019년 민주당 경선 이전부터 불거진 성희롱 의혹이다. 2014년 네바다주 부지사에 출마했던 루시 플로레스의 폭로를 시작으로 바이든에 대한 ‘미투’가 끊이지 않았다. 2020년 4월에도 상원의원 시절 사무실에서 일하던 타라 리드가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에 폭로해 논란을 빚었다. 물론 바이든은 극구 부인했다.  

* 끊이지 않는 말 실수 - 바이든은 잦은 말 실수로 유명하다. 흑인들 앞에서 백인이 흑인을 인종차별적으로 부르는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썼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유명 앵커인 크리스 윌러스의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진행자 이름을 연거푸 잘못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를 버락 아메리카로 소개하기도 했고 아예 ‘클린턴’이라고 바꿔 부르는 헤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라는 호평이 무색하게 러이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힐러리 국무장관이 대신 해명한 적도 있다. 부통령 재직 때 오바마가 이런 잦은 말 실수에 역정을 낸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 바이든의 최대 무기 ‘친근함’ - 잦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미국민들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를 저자는 ‘친근함’이라고 평가한다. 전당대회에서 민주당도 이런 친근함에 주목해 따뜻함, 신사다움, 품격 등의 단어를 자주 알렸다. 그의 아픈 가족사와 가족 사랑 등이 트럼프와 대조를 이루게 했다. 부인 질 바이든은 “망가진 가족을 어떻게 온전하게 바꾸는 지는 한 나라를 온전하게 만드는 것과 방법이 같다. 사랑과 이해, 작은 친절, 용기 그리고 변함없는 믿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도 8년 파트너의 공감 능력을 높이 추켜 세웠다. 

* ‘미국적 가치’를 들고 나온 바이든 - 전당대회 바이든 연설의 핵심은 “어둠의 시절을 극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트럼프가 망친 미국의 정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가족적이고 이웃에게 따뜻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차별과 배제를 혐오하는 이미지는 미국적인 가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통령 상으로 비춰졌다. 미국이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도 가장 잘 맞는 후보라는 평가도 얻었다.

* 공화당 내에서도 타오르는 반 트럼프 열풍 - 2016년 대선 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실리콘밸리의 대표 창업자 겸 대형 투자자 피터 틸이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선거 운동을 ‘좌초된 배’로 비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틸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처 법에 실망해 지지에서 관망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내부에서도 내분이 한창이다. 전당대회가 임박한 2020년 8월에 공화당 출신 전직 최고위급 안보관리 73명이 민주당 바이든 지지를 공개선언했다. 미국 정치 주류가 느끼는 트럼프에 대한 이질감의 표시였다. 

* ‘공화당의 어른’ 매케인까지도 바이든 지지 - 2018년 사망한 공화당의 ‘어른’이자 베트남전의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폄하한 것도 트럼프가 내부 지지를 잃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그는 매케인의 장례식에 초대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미망인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와 트럼프를 비난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사실상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과 정파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 바이든은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매케인은 트럼프가 강점이 있는 백인 남성, 퇴역 군인 계층의 표심을 가져다 줄 수 있어 바이든에게 천군만마다. 미국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 콜린 파월도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다. 

* 릭트먼 교수 ‘바이든 승리’ 예측 -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국 대선의 쪽집게로 통한다.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맞붙어 앨 고어가 고배를 마신 것 외에는 모두 맞췄다. 이 때도 부정 투표 시비 끝에 900표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릭트먼 교수는 13개 명제를 기준으로 대선 결과를 전망하는데 바이든이 7개 부문에서 트럼프를 앞선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한 정당 입지,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증폭된 사회불안, 트럼프 대통령의 미흡한 카리스마, 침체에 빠진 경제, 러시아 스캔들 여파, 성과 없는 외교군사 분야 등이 바이든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 공화당 내 경쟁자가 없어 트럼프 표가 깎여나갈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 감세안 등의 리더십, 바이든의 카리스마 부족 등은 트럼프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 ‘신의 한수’ 부통령 해리스 -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 카멜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약점을 입체적으로 보완할 최적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 사회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다. 흑인 여성 최초의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에 이어 흑인 여성 두번째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종종 ‘여자 오바마’로 불리며 오바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이 기대된다. 공화당 유권자들 가운데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가 바이든보다 더 높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주목을 끈다. 흑인 여성 청년표는 물론 공화당의 반란표까지 가져올 수 있는 신의 한수인 셈이다.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전투성도 갖춰 바이든과 매치를 이룬다. 그의 지명 직후 바이든 캠프의 정치 후원금이 이전보다 3배나 늘기도 했다. 죽은 아들 보 바이든의 동료이기도 해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여성 최초의 대통령 가능성도 엿보인다.

* 아일랜드 국민시인 셰이머스의 빅팬 - 199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세이머스 히니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바이든은 그의 작품 ‘트로이에서의 해결책’이라는 희곡을 연설에 자주 활용한다. 히니는 주로 자연을 노래했는데, 단순히 칭송하기 보다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무언가로 그리면서 끝내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무언가를 노래한다. 바이든은 쓰러져도 일어나는 자연의 힘과 회복력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며 미국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바이든의 바이러스 펜데믹 셧다운 가능성 - 바이든은 코로나를 겁내지 않는다고 말한 트럼프와 달리 외부 행사를 거의 피하고 대선 유세도 최소화하며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 칩거로 일관하는 이런 모습에 트럼프는 바이든을 ‘소심한 늙은이’라며 폄하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바이든은 “과학자의 말을 믿는다”며 “대통령이 되면 첫날에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탈퇴한 WHO 재가입을 시사하며 보건 분야의 국제 공조를 우선시하는 입장도 보였다.   

* 바이든에게 ‘친중(親中)’ 이미지 씌우려는 트럼프 -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중국이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친 중국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안달이다. 선거 과정에서 바이든이 괴상한 마스트를 쓰고 중국 국기 앞에 서 있는 합성사진을 페이스북 광고에 내보내며 ‘트럼프 대 슬리피 조’라고 조롱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대결을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포장하려는 전략이다. 

* 중국은 트럼프를 지원할까 - 중국은 내심 트럼프의 당선을 원한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들은 그 반대에 가까운 발언들을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성격이 오히려 담판 상대로 더 좋다는 것이다. 패만 맞으면 협상이 더 쉽다는 얘기다.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는 싸우는 전선을 좁히는 편안한 상대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압박이 가능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탈퇴한 것도 한 사례로 지목된다. 

* 바이든이 집권해도 중국 노선은 그대로 -  하지만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트럼프 보다 훨씬 많이 수행할 것이며, 위구르 인권이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도 패권국가로서의 목소리를 더 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리원칙에 따라 중국을 상대할 것이란 얘기다. 중국이 민감해 하는 인권이나 환경 문제 등에서 다국적 협력을 통해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은 시진핑 주석을 폭력배로 부르고 홍콩 시위대를 응원했다. 2020년 8월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 인권탄압을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청소)’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 셰일 가스의 몰락과 ‘페트로 위안’의 대두 -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코로나로 모두 공염불이 됐다.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2020년 4월 20일에는 국제유가가 미증유의 마이너스를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미국 최대 셰일유 생산업체인 체서피크 에너지가 파산신청을 했다. 2020년 상반기 미국 23개 셰일 기업들이 30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자유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셰일오일 업체들의 생사가 위험하다. 트럼프의 대응도 무기력했다. 기껏해야 “이란 무장 고속단정을 파괴하라”며 중동분쟁을 부채질해 국제 유가 반등을 꾀하려는 트윗 정치가 고작이었다. 사우디도 증산을 택했다. 출혈전쟁을 감수하더라도 석유 판 돈으로 다른 것에 투자해 국가 시스템 전반을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이에 2020년 7월에는 중국이 석유 메이저 회사를 상대로 위안회로 원유를 거래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페트로 위안’의 가능성까지 열어 주었다.

* 그린 에너지로 승부하려는 바이든 - 트럼프는 셰일 가스 산업 촉진에 따른 에너지 산업의 부활을 공약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셰일 석유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해 전처럼 중동에 끌려다니지 않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러려면 기후 변화 등 국제 공조를 주장하는 동맹국과 일부러라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막대한 오일달러로 세금을 감면해 해외로 나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와 신규 세수를 창출함으로써 적지않은 효과를 보았다. 반면에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그린 에너지 산업 부흥을 공약했다. 기후 변화 산업에 4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붇겠다고 밝혔다. 2050년 탄소 배출량 순 제로(0)가 목표다. 2035년까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린 빌딩을 도입해 400만개 이상의 미국 빌딩에서 나오는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린 에너지 산업 부흥을 통해 새롭게 100만 대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중국과의 ‘에너지 패권’ 2라운드 - 바이든은 특히 중국이 장악한 친 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량 톱 10에 3위 한화솔류션을 제외하고는 1위 진코솔라, 2위 제이에이솔라 등 사실상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태양광 시장의 중국기업 점유율이 폴리실리콘 64%, 웨이퍼 92%, 셸 85%, 모듈 80% 등 압도적이다. 풍력 발전시장에서도 글로벌 톱 10 기업 중 6곳이 중국 소속이다. 바이든은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 오바마 시절에 쓴 태양광 패널 100% 관세 부과 조치를 생각 중이다. 중국의 자국 기업 보조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다. 바이든은 미국 기업에도 혁신 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국제 공조도 중시한다. 동맹국들과 공조해 ‘반 중국 산업 연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장도 바이든을 지지한다. ‘와이더힐 청정 에너지 지수’가 2020년 8월 9일 최고치를 찍은 것도 그런 기대를 반영한다. 바이든은 그러나 기존 에너지업계와의 공존도 고려한다. 공약에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투자 하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적어도 수십 년은 화석연료와의 공존을 약속한 것이다.

* 석유 가스업계 기부금도 거절 - 린 슈스터만이라는 억만장자가 2020년 초 바이든 캠프에 5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9월에 이 기부금을 전액 환불했다. 오일 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이나 그 경영진에게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린 슈스터만은 석유 가스 탐사 기업인 샘슨 리소시즈의 설립자로 2000년에 사망한 찰스 슈스터만의 미망인이었다. 바이든 캠프는 이전에 아버지로부터 석유 및 가스회사 지분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된 조지 카이저의 기부금도 반환한 바 있다.   

* 바이든 당선 시 달러 약세 불가피 - 트럼프는 달러 약세를 유도해 미국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약 달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강 달러 체제로 가면 미국 입장에선 수입가격이 낮아져 소비회복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처한 상황에 따라 트럼프의 달러 정책은 달랐다. 바이든은 명확한 약 달러 정책을 펼 생각이다.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일부 인상하고 4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청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벌이겠다고 공약하는 등 대대적인 재정 정책을 예고했다. 일자리 회복을 위한 7000억 달러 예산 투입도 공약했다. ‘오바마 케어’의 부활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 국채 보유국 1위는 일본(1조 2717억 달러)으로 18.6%를 갖고 있다. 중국이 줄곳 1위를 하다가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 국채를 꾸준히 내다 팔아 지금은 1조 816억 달러(15.8%)로 2위다.   

* 미·중 선택을 강요받게 될 한국 - 2019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미국 내 영업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발효했다. 2020년 5월에는 2021년까지 명령의 효력을 연장했다. 트럼프는 화웨이를 잡으려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오바마는 사드 배치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화웨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막대한 손해를 우리 기업들에게 입힌 전력이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더 난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0% 요구에 “갈취”라고 비판했던 바이든이지만, 전통적인 한미관계 복원 과정에서 어쩌면 오바마 정부가 요구한 사드 배치 만큼 덩치가 더 큰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과 김정은에 적대적인 바이든 - 바이든은 푸틴과 김정은을 폭군, 독재자라고 칭했다. “김정은은 자기 고모부 머리를 박살내고 형을 암살한 인물”이라며 “사회적 가치라는 것을 모르는 자”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반발하면 “북한으로부터의 비난은 훈장”이라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투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만나기만 했지 이룬 성과는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 깜짝 북미 협상이 어려운 이유 - 첫째, 이미 상상할 수 있는 카드는 트럼프가 다 썼다. 김정은을 만난다 해도 트럼프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쇼’를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바이든은 톱다운 보다 바텀업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외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의다.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임을 강조하며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함께 북한을 테이블로 불러들일 생각이다. 원하는 수준의 답을 북한이 준비할 때 까지 한 발 물러나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겠지만, 북한으로서도 영변 핵 폐기 이상의 것을 꺼내놓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 한국에 대한 바이든의 생각들 -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해 연세대에서 특강을 가진 바 있다. 그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태평양 지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이다. 그는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개방된 경제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전 세계 국가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한 가지 이슈가 바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위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다.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이뤄져야 6자 회담도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끊임없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미국의 새로운 협력국으로 떠오르는 베트남 -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중국과 일대일로 붙는 방식을 거부한다. 대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연세대 연설에서도 태평양 일대에서 새로운 협력국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저자는 베트남을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베트남에는 미국이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최대 투자국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이미 외교적으로 중국보다 미국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주도로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 림팩(RIMPAC)에 베트남이 2018년에 처음으로 참가 요청을 수락한 것이 한 사례다. 이 훈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2016년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조치도 해제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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