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2500년 경제사로 보는 '돈의 선택', 코로나19 이후는?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10-06 18:00 수정일 2020-10-06 18:00 발행일 2020-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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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세계 경제사로 살펴보는 부의 흐름 '돈의 선택'
팬데믹 이후 찾아올 두 갈래의 위기와 기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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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17세기 네덜란드에 돌연변이 튤립의 그림이 공개된다. 아름다운 그림을 본 사람들은 열광했고 당시 귀족, 신흥 부자, 일반인들의 튤립 투기 수요가 급증했다. 튤립 가격이 1개월만에 50배나 뛰는 등 버블이 발생했던 것. 당시 알뿌리 하나에 현재 화폐 기준으로 5억원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튤립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언제나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전쟁을 기회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200년간 계속된 십자군 전쟁은 종교를 등에 업고 막대한 부를 끌어들인 전쟁으로 평가된다. 돈 많은 거상이나 귀족들이 십자군전쟁을 위해 돈을 내놓기 시작하자 전비에 쪼들리던 교황은 십자군에 참전하지 않고 돈만 내놓는 사람들도 면죄해줬다. 십자군 전쟁에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영토와 재산 또한 교회의 몫이 되기도 했다.

‘돈의 선택’은 역사에서 찾은 새로운 부의 기회를 다룬 책이다. 세계 경제사에 있었던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에 가깝다. 사실상 요즘처럼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이 용납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경제와 금융교육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 한진수는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금처럼 건물주가 되는 것을 부러워한 시대는 없었다”고 책 서문에 밝히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하느님 위에 (건물)주님’이란 말이 도배되는 세상에서 이 무슨 시대에 뒤쳐지는 말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궁금증에서 시작하는 부의 흐름이 꽤 흥미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세계가 요동치는 지금처럼 800년 전에도 흑사병이 지구를 덮쳤다. 100년 전에는 스페인 독감이 1차 세계대전보다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이런 혼돈 속에서 되짚는 살아 움직이는 경제의 실체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도 한다.

돈의선택
세계 경제사 주요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 돈의 선택 | 한진수 지음(사진제공=중앙BOOK)

◇먹고 사고 쓰는 돈의 역사 속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룰에 패하지 않고 돈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돈에 대해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지 재테크 팁 몇 가지를 배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장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돈의 원리’, 즉 돈이 시대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고 인류 역사상 반복되어 온 변화의 기로에서 어떤 사람들이 돈이 움직이는 흐름을 미리 읽어 기회를 잡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문명의 수레바퀴를 처음 돌린 돈의 탄생부터 시작해 오이코노미코스, 가격혁명, 인클로저를 거쳐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오늘날의 복지국가까지 시대마다 돈이 어느 곳으로 모였으며 돈의 선택이 인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봉건제와 로마제국, 실크로드 등 역사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건들을 돈, 경제로 설명하는 구절구절은 쉽고 명확하다. 예를 들어 분업화가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역사는 오래 됐다. 성경 속에서 아담과 이브는 카인과 아벨을 낳았다. 이들이 농부와 양치기라는 직업을 갖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그렇게 점차 사회가 발달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직업의 탄생은 계속됐다.

사람이 모이면서 그 중의 왕을 뽑게 되고 권력이 생긴다. 봉건제는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탄생한 제도인데 여기서 독점과 분배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역사적 흐름들 속에서 자유와 통제,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양극단을 오가는 돈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령 감자와 빵이 주식이었던 유럽인들이 인도에서 건너온 후추로 인해 저장과 맛의 기능에 중독되면서 향료 교역권을 따기 위해 전쟁을 벌인 사실을 들려준다. 역사적인 대사건을 돈과 경제의 관점에서 분석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이 가독성을 높인다.

◇결국 돈은 사람을 위한 것, 당신이 찾고 싶은 해법은?

돈을 만들어낸 것은 인류지만 역사상 돈은 인간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흘러가는 원리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돈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희망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는다. 만약 돈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다면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 것이다.

돈의 이러한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극단적인 예가 1929년 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이다. 결론적으로 이 경험을 통해 20세기 초반의 사람들은 ‘돈을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세계 경제의 흐름이 수정 자본주의와 복지국가로 향했던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책에는 “복지 정책의 원리는 단순하다. 일하는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해준다. 이 노동자가 나이를 먹어 은퇴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자녀 세대의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많이 내면 된다. 이렇게 보면 복지 제도는 가장 편리하고 간단한 정책이다. 단, 누군가가 계속해서 세금을 기꺼이 그리고 많이 내준다면 말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본성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이 낸 세금이 미래에 자신의 노후만을 위해 쓰인다면 인내하며 많은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세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고 자신은 다음 세대로부터 충분히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동력과 경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누군가는 돈을 벌게 되고 누군가는 딱 그만큼 돈을 잃는다.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돈의 선택’은 ‘이렇게 하면 돈을 번다’는 식의 투자서가 아니다. 투자를 부추기기 보다는 역사의 변화에 따라 돈이 어떠한 선택을 해왔는지를 가늠하고 자신이 당면한 경제적 문제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리도록 길을 열어주는 ‘길잡이’에 가깝다. 결국 결정은 본인의 몫이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