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넷플릭스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9-26 07:00 수정일 2021-04-30 12:21 발행일 2020-09-21 99면
인쇄아이콘
가장 빠르고 유연하며 강력한 넷플릭스, 그것을 만든 힘은?

시중에 넷플릭스의 성공신화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서적이 넘치고 넘친다. 이 시대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덕분이다. 하지만 기자가 각별히 이 책에 시선이 꽂힌 것은 저자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이자 현직 CEO다. 에린 마이어는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인 인시아드의 교수로, <컬처맵>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사람이다. 두 초 전문가들이 넷플릭스를 가감 없이 분석하고 평가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규칙 없음, 자유로움, 열림, 솔직함 등에 관해 다양하고 철저한 ‘피드백’을 통해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넷플리스는 지금 기술직 근로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1위 기업이다. 가장 행복한 직원 부문에서도 2위에 올라있다. 이런 꿈 같은 기업이 어떤 원칙과 철학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생생하고 담대하게 얘기해 준다.

* 블록버스터와 결렬된 매각 협상 - 당시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 보다 100배나 큰 공룡기업이었다. 저자는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를 매각하고 블록버스터닷컴을 개발해 온라인 파트너로 운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CEO 안티오코에게 인수 가격으로 5000만 달러를 제시하자 곧바로 딜은 깨졌다. 이후 블록버스터는 DVD 대여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했다. 저자는 블록버스터가 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이 낸 연체료로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구나 싶게 만드는 방식을 수익모델로 삼으면서 어떻게 고객의 충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 규칙이 없는 넷플릭스 - 저자는 넷플릭스에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고 자평한다. 그것은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다. 저자는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라고 말한다. 실수 방지책이나 규정을 고수하는 대신, 유연성과 자유와 혁신을 장려한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실행에 옮길 때 거추장스런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갖게 해 주면, 직원들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회사도 책임을 묻기 더 쉬워진다고 믿는다. 

* 위기에서 얻은 교훈 ‘인재밀도를 높여라’ - 넷플릭스는 2001년 인터넷 버블 붕괴로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해야 했다. 그런데 남아있던 80명이 이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모든 일을 신이 나게 처리하고 성과도 크게 개선되는 것을 보았다. 이후 조직 내에서 인재밀도가 갖는 역할을 완전히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뛰어난 인재들로 모인 조직에서 인재밀도의 극적인 증가가 그런 개선의 밑거름이었다는 것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특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넷플릭스는 이후 줄곳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조직을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일반적으로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없게 된다. 인재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욱 커진다고 저자는 믿는다. 

* 솔직성을 키워라 - 넷플릭스에서는 솔직함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곳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 불문율이 있다. 뒤에서 수근거릴 게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전달하면, 책략이나 은밀한 소통이 줄고 업무도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다. 피드백의 중요성도 늘 강조된다. 잘못을 지적해 주는 피드백이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그들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상하 누구든 상관없다. 뒷담화가 줄면 비능률과 부정적 감정을 조장하는 가십이 함께 사라지고 사내정치도 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예의만 강조하는 규정집은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재능있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습관처럼 서로 주고받게 되면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동시에 서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어 통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 통제하기 보다는 ‘맥락’으로 이끌어라 - 상사에게는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이끌 것, 평사원에게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 것을 주지시키고 가이드 라인을 주면 된다.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맥락으로 리드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높은 인재밀도가 선결되어야 한다.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격과 그곳에서 이루려는 목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는 오류 방지 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느슨하게 결합된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한다. 

* 4A 피드백 지침 -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피드백을 원활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가르친다. 피드백을 줄 때는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Aim to assist)고 가르친다. 다음은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Actionable)이다. 피드백을 받을 때는 감사하라(Appreciate)고 가르친다. 그리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Accept or Discard)고 말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하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 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한 피드백이 잦아지면 팀과 회사의 업무 속도와 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A를 추가한다. Adapt, 즉 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는 것이다.

*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 - 넷플릭스에서는 “그냥 며칠 쉬어”가 휴가 규정이다. 언제 일하고 쉴 지는 각자 알아서 정하게 한다. 직원이 휴가를 가는 것이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CEO가 직접 증명해 보인다. 휴가 기간을 정하지 않으니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되었다고 한다. 특히 출근부를 찍는데 저항감을 갖는 Y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이 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런 자유는 직원들이 자신의 휴가를 잘 활용하리하는 것을 회사가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더욱 책임감있게 행동하게 부추겼다. 이른바 ‘자유와 책임(F&R)’이다. 줄어든 인원으로 일을 처리하는 법은, 리더들이 소그룹으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게 했다. 

* 넷플렉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 저자는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인재들이 쓸 데 없는 규정을 고치느라 아까운 두뇌를 써가며 시간을 축 낸다는 느낌을 받지 않길 원했다. 그래서 출장 및 경비 규정을 ‘넷플렉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이렇게 다섯 마디로 정리했다. 선택의 자유를 주어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그 대가는 직원이 마음 껏 날 수 없는 직장이 치르게 될 대가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일 상사가 준 자유를 부하직원이 남용한다면, 그를 해고하고 그 사실을 공개해 다른 사람들이 결과를 납득토록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직원들이 적시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막는 규정은 원치 않는다며, 규정이 있다고 절약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반대로 절차가 없으면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고 확신한다.

* 업계 최고수준으로 대접하라 - 넷플릭스의 성공 뒤에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춘 직원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난감한 문제에 달려들어 눈부신 솜씨로 해결한 거짓말같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높은 인재밀도는 넷플릭스 성공을 추진하는 엔진이다.

* 록스타 원칙(rockstar principle) - 산타모니카의 한 지하실에서 견습 프로그래머 9명이 테스트를 받았다.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프로그래머보다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 더 빨리 과제를 처리했다. 베스트 플레이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이렇게 월등히 높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적당한 보수로 보통의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10~25명 고용하는 방법과 거액을 주고 1명의 록스타를 영입하는 방법 가운데 후자가 낫다는 믿음이 확산된 것이다. 

* 보너스 대신 엄청난 보수 - 위대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고 넷플릭스는 믿는다. 그래서 확실한 실력자 1명을 엄청난 수준의 보수를 주고 데려와 많은 업무를 해내도록 한다.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채택하는데, 넷플릭스는 그 반대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았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고 믿는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최고의 인재에 최고의  대우 “달라는대로 줘라” - 인재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인재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계 최고가 되도록 연봉을 계속 인상해 주는 것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시장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연봉을 하향 조정하는 일 만큼은 가능한 피하려 한다. 인재밀도를 단기간에 떨어트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몇 사람을 내보내 인재밀도를 높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구글이 자리를 제안할 만한 사람을 찾아 그들의 연봉 까지 함께 인상해 주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리크루트에서 전화가 오면 당당히 받고 그들이 제시하는 연봉을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만큼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인재에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고 제안한다.      

* 슬래피언의 비밀 -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인 마이클 슬래피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13개 정도의 비밀을 갖고 있으며 그 중 5개는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일반적으로 신뢰에 금이 가는 문제와 관련된 비밀이 전체의 47%이며, 거짓말이나 금전적인 부정행위에 관한 비밀이 60% 이상이라고 한다. 직장에서의 불만이나 어떤 종류의 은밀한 관계 혹은 절도와 관련한 비밀이 대략 33% 정도란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밀을 숨기는 것 보다 그렇게 숨긴 비밀을 생각하는 데 2배의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 넷플릭스의 ‘선샤이닝’ - 넷플릭스는 비밀이 없는 투명한 조직을 지향한다. 모든 사람이 가능한 많은 것을 공유하게 해 투명성을 일상화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리더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실천한다. 이를 넷플릭스에서는 ‘선샤이닝(sunshining)’이라고 한다. 밝은 햇볕에 온 몸을 드러내듯 가능한 많은 것을 공개하려 노력한다. 심지어는 분기 끝나기 몇 주 전에 700여명의 고위 매니저들을 모아놓고 재무상황을 공개한다.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 유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보가 한 번도 새 나간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사이닝 -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는 것이 넷플릭스에선 일반적이다. 리더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특히 유능하고 호감을 많이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어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 - 먼저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폐쇄적인 사무실, 경호원처럼 행동하는 비서, 비밀번호로 잠가둔 공간 등을 없애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사실을 모두 공개하라고 한다. 민감한 재무정보와 전략도 전 직원과 공유하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이나 일시 해고 등 직원들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을 할 때는 미리 직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라고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리더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개인의 플라이버시가 충돌할 경우 직장 내 일어난 일과 관계된 정보라면 투명성을 선택하고, 직원 사생활 관련 정보라면 회사가 공개할 권리가 없다고 공표하라고 가르친다.

* 혁신과 성장을 막는 걸림돌 ‘승인’ -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메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마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탁월한 인재를 뽑은 다음 그들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자유를 주면 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 혁신 사이클 1단계 ‘이의제기 장려’ - 겉으로는 솔직함을 강조하면서도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향이 뚜렷하다. 넷플릭스도 초기 요금체계 결정 때 그런 경험으로 낭패를 보았다. 이후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어두는 것은 회사를 돕지 않겠다는 ‘말 없는 시위’라고 간주한다. 제안할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수십명의 동료로부터 견해를 구하는 공용 메모장을 만든다. 관련 설명과 함께 -1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 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이의제기 장려제도를 통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문화를 쉽게 조성할 수 있었고, 덕분에 회사 차원의 의시결정 질도 더욱 좋아졌다.

* 혁신사이클의 2단계 ‘빅 아이디어 테스트’ - 넷플릭스가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책임자들이 아이디어에 철저히 반대해도 테스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남들이 다 하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늦게 제공한 이유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윗선에선 일찌감치 반대했지만, 일개 연구원이 “서둘러야 한다”며 끈질기게 테스트를 요구했다. 그의 “넷플릭스가 어떤 곳입니까? 윗선에서 반대해도 말단 직원들이 하고 싶으면 하는 곳이 아닙니까?”라는 말에 두말없이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그래서 서비스가 늦어졌다.      

* 혁신사이클 4단계 ‘정보에 밝은 주장’에 베팅하기 - 넷플릭스에는 ‘정보에 밝은 주장(informed captain)이라는 게 있다. 모든 중요한 결정에는 항상 이것이 있다. 많은 정보를 취합한 후 그 일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당사자를 말한다. 넷플릭스에서는 자신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면, 경영진의 결재 이전에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서류에 서명하면 된다. 넷플릭스에서는 상사가 아니라 정보에 밝은 주장이 의사결정권자다.

* 혁신 사이클 5단계 ’성공엔 축하, 실패엔 선샤인‘ - 부하직원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 상사로서 기뻐하고 흡족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자네가 옳았어, 내가 틀렸고”라는 식으로, 상사 의견에 부하가 제동을 걸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임직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다만 수선을 피워선 안된다. 베팅한 일이 실패했을 경우는 전말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무사하려면 더더욱 햇볕으로 나가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도록 하는 문화다. 

* 조직을 ‘가족’에서 ‘팀’으로 - 2001년 대량해고 사태를 계기로 넷플릭스 경영진은 ’가족‘이라는 말이 높은 인재밀도를 지향하는 직장에 어울리는 비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넷플릭스의 성격을 ’프로스포츠팀‘으로 규정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매니저가 자신의 부서를 최고의 프로팀처럼 운영하는 것, 최고의 기량으로 맛진 경쟁을 펼치면서도 헌신적으로 끈끈한 동지애와 깊은 인간관계로 뭉친 그런 팀 말이다. 프로스포츠팀은 높은 인재밀도의 좋은 비유이기도 했다.    

* CEO조차 피하기 힘든 ‘키퍼 테스트’ - 넷플릭스는 모든 임직원에게 키퍼 테스트를 적용한다. 그 직책에 최고로 적합한 사람인지 주기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한 뒤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부하 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을 것인가? 내가 맡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면 회사가 더 잘될까? 이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누구를 내보낼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모든 직급의 매니저가 이런 테스트를 수시로 활용한다. 심지어는 더 유능한 CEO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금의 최고경영자도 그 자리가 즉시 대체될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 분위기다.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넷슬릭스는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와 사후 Q&A를 취한다. 상사와의 일대일 대화를 통해 “제가 일을 그만든다고 하면 저를 어떻게든 붙잡을 건가요?”라고 묻는다. 해고된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 등을 조직원들에게 세밀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해고의 공포감을 덜어준다. 

* 후하게 챙겨 내보낸다 - 넷플릭스에는 장기적 안정을 보장해 주는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회사다. 높은 인재밀도를 유지하는 정책을 알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경우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직원을 해고할 경우 그게 누구든 넷플릭스는 퇴직금을 두둑하게 지급한다. 넷플릭스의 연간 전체 이직률은 11~12%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비자발적 이직률이 8% 수준이다. 업계 평균 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 팀워크를 갉아먹는 ’스택 랭킹‘ - 인재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내부 경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최근 유사한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다. 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제도다. 이를 처음 사용한 CEO가 아마도 GE의 잭 웰치였을 것이다. 매년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 방법이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고 판단해 배격한다.

* 넷플릭스의 독특한 다면평가 - 넷플릭스는 솔직하고 공정한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연간수행평가를 처음부터 뿌리쳤다. 일방적 하향평가인데다 피드백도 상사에게서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넥플릭스 정신이다. 이에 실명으로 360도 서면평가를 실시한다. 익명이란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코멘트를 남기도록 요청한다. 최소한 10명, 평균적으로 30명이나 40명 정도에게 피드백을  준다고 한다. 다만, 그 결과를 인사고과나 연봉 인상이나 승진과는 연계하지 않는다. 이어 ‘라이브 360도 평가’를 실시한다. 8명 이하 정도로 참가 인원을 줄인 다음 3시간 정도 실질적인 대화로 피드백을 준다. 덕분에 넷플릭스에서는 ’똑똑한 왕재수‘는 좀처럼 없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