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양재원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3-09 07:00 수정일 2020-05-29 11:03 발행일 2020-03-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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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낙연 전 총리의 오랜 측근 보좌관이다. 이 책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간 이낙연’에 관해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자인 이낙연 전 총리에 관해 최근 이렇다 할 관련 서적이 없던 터라 일반인들의 ‘이낙연 알기’에 도움이 될 까 싶어 소개한다. 저자는 이 전 총리를 ‘정치 미식가’, ‘촌철살인 정치인’, ‘명 대변인’ 등의 표현으로 높이 평가했다. 다음날 맬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를 정도로 말과 행동을 공들여 고르고 고르는 신중한 사람, 그러면서도 수요자 입장에서 촘촘하게 일을 챙기고 한 번 결심하면 강단 있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측근 보좌관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썼다는 점을 십분 감안해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 직원들 실수를 건너뛰지 않는 ‘엄부’ NY - 이낙연 전 총리 이미지는 ‘엄부(嚴父)’라고 한다. 그만큼 권위가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상대 지위를 따지고 의견을 묵살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따끔하게 혼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했던 보좌관들은 한결 같이 “힘들었지만 참 많이 배웠다”고 얘기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가 상대를 질책하거나 실망감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 “이런 싱거운 사람”이란다. 그보다 심할 경우 “답답한 사람”이라고 한다.

* 수요자 중심주의 홍보 - 2017년 9월부터 총리실 보도자료가 존대말로 바뀌었다. ‘정치란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 전 총리의 생각이 그대로 실천된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행사장에 갈 때도 그는 일부러 한산한 곳에 내려 걸어간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자칫 행사의 중심을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전남 지사 시절에 오지 주민들을 위해 만든 ‘100원 택시’가 대표적인 예다. 마을 공동급식, 작은 영화관 건립, 공공 산후조리원, 숲이나 산 가꾸기 등도 유사한 사례다. 그는 일반적인 유명인들과 달리 명함에도 핸드폰 번호를 적어 놓아 전화나 민원성 문자 메시지에 일일이 대응한다고 한다.

* 어떻게든 동생을 대학 보내려 한 형 - 이 전 총리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도 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고시의 길을 포기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는 기자 시절 셋째 동생을 불러 “학비는 대주겠다. 대학에 가라. 대신 사립대 말고 국립대여야 한다. 그리고 생활비는 알아서 해라”라며 동생에게 배움의 길을 권했다고 한다.

* 공사구분 확실한 이낙연 - 총리가 된 후 전국에서 총리와 친하다며 이런저런 부탁이 쇄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정말로 친한 사람은 그의 엄격한 공사 구분을 잘 알기에 대놓고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 친분으로 총리실에 화환 요청이 오면 항상 본인 돈으로 지출했다고 한다. 이발비나 책값 약값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 ‘태도 보수’ - 가치는 진보적으로 하더라도 태도는 신중히 하는 것을 태도보수라고 칭한다. 2012년 대선이 끝난 2012년 12월 31일에 이 전 총리는 자신의 홈페이지 ‘이낙연 생각’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말을 언급했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중시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저지는 말한다.

* 이낙연과 문재인 -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역대 총리로는 최초로 총리가 부처 업무보고를 받도록 배려했다. 3월 추경 예산과 관련해선 국회에서 처음으로 총리가 시정연설을 했다. 2018년 6월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 추천제를 하면 이낙연 같은 좋은 분을 모실 수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여주었다. 2017년 6월12일 첫 회동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주례회동하며 총리에 힘을 실어 주었다.

* 정치 미식가 NY “대충은 없다” - ‘이낙연에 보고하려면 120%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100% 완벽한 숙지와 20%를 초과하는 여유있는 주변 지식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 순방 때도 동행한 기자들이 기사를 쓸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일정이 타이트했다고 한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일부 전화번호가 잘못 저장된 것을 알게 되자, 밤새 잠옷 차림으로 명함을 꺼내놓고 일일히 대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남지사 시절 그의 별명은 ‘이 주사’였다.

* 촌철살인 이낙연 - 국회에서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일본과의 외교 갈등과 관련해 “전략적 ‘왕따’가 문재인 정권의 안보전략이냐”고 따지자 “의원 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고 받아 화제를 모았다. 함진규 의원이 “문재인 정권은 오직 현 정부 임기만을 생각하는 ‘욜로 정권’”이라고 비판하자 “미국이 대화를 말하면 전략이라 하고, 한국이 대화를 말하면 구걸이라고 하는 기준은 무엇 인가요?”라고 답하는 강단을 보여주었다.

* 이낙연의 꾸중을 피하는 방법 -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죄송하다’는 말은 금물이라고 한다. 피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보고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 명 대변인 이낙연 - 이제까지 대변인은 임기응변에 능하고 잘 둘러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는 그 반대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이 전 총리는 “대변인은 좀 어눌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며 ‘진실하자’는 것이 자신의 대변인 시절 좌우명이었다고 말한다.

* 공직자의 5대 의무 - 국민에게는 4대 의무가 있는데, 공직자에게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5대 의무가 있다고 이 전 총리는 강조한다. 국방 근로 교육 납세의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무원은 현안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평소 강조했다고 한다.

* 이낙연이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는? - 10년 전 국회보에 담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저자가 옮겨 적었다. “저에게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되고 겸손하며 넘치지 않는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제 삶의 마지막 소망이자 목표입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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