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일의 기쁨' <조이 오브 워크> 브루스 데이즐리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4-08 07:00 수정일 2020-05-29 10:53 발행일 2020-04-06 99면
인쇄아이콘
글로벌 최강기업에서 찾는 '기쁘게 일하는 법 30가지'
97926_64000_3750

<총평>

저자는 구글과 유튜브, 트위터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덕분에 ‘프로직장러’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트위터 유럽 지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런 글로벌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일의 기쁨’을 되찾는 30가지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팀원 간의 신뢰를 회복해 공감도를 높이고, 특별한 울림을 공유하는 노동문화를 조성하는 방법을 탐색했다”고 적었다. 현우리 직장인들도 한 번쯤은 느꼈을 직장이 모습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그 대안들도 제시된다. 상사와 부하직원들이 함께 읽고, 충분한 자기반성과 검열 후에 이 책을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 현대 직장인을 괴롭히는 두가지 메가트랜드 -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직업과 직장에 애정과 열의를 갖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하다고 하다. 현대 직장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로막는 두 가지 메카트렌드는 ‘끊임없는 연결’과 ‘인공지능’이다. 미국 직장인의 60%가 평일에는 13시간 30분, 주말에는 시간 동안 직장과 연락이 닿아 있다고 한다. 이런 끊임없는 연결은 은밀하게 우리의 뇌를 혹사시킨다. 결국 직장과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우울증세도 심화되고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또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이런 연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창의적 사고가 어려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 짧게 일하고 충분히 쉬어라 - 이상적인 근로시간은 주당 최장 50시간이라고 한다. 스탠퍼드대 존 펜카벨 교수는 “50시간 까지는 단위시간당 생산성이 일정했으나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주말 충분한 휴식시간 확보가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업용 메신저 ‘슬랙’의 최고경영자 버터워스는 사훈을 ‘열심히 일하고 빨리 퇴근하자’고 정했다. 스웨덴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공공기관 일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급여 삭감 없이 업무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하는 사회적 실험을 단행했다. 그 결과, 결근 횟수가 줄고 건강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일주일 중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40시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 일이 잘 안풀릴 때는 산책에 나서라 - 유명작가 J.K.롤링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는 한밤중에 산책만한 것이 없다”고 했고, 찰스 디킨스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집중해 글을 쓴 후 13~20킬로미터를 걸었다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매릴리 오페조와 대니얼 슈워츠는 산책 실험 결과, 피험자의 81%가 앉아 있을 때보다 산책할 때 평균 60%나 높은 성적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리더십 트레이닝 회사 어핑유어앨비스는 동료들과 산책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며, 두명씩 짝지어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을 큰소리로 마구 토로하는 불만 터트리기 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 점심시간을 사수하라 - 점심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직장생활은 물론 삶 전체에 무리가 온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심을 포기할 경우엔 자기 통제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피로가 쌓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불면증을 가져 온다는 주장도 있다. 다니엘 핑크는 2018년에 출간한 <언제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판사가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의사가 오진을 내릴 확률이 점심 시간 이후에 확연히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 주 듀크의료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를 조사해 보니 오후 4시 이후 사고 확률이 4.2%로, 오전 9시에 비해 4배나 높았다고 한다. 결국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요한 업무는 점심시간 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둘째, 휴식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 오전 시간은 수도승 모드로 -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의외로 생산성이 곤두박질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애플도 ‘개방’을 모티브로 한 신사옥이 호평받았지만, 정작 직원들 가운데는 “소음과 어수선함이 세계적 작품을 만들어낸 애플 팀의 일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평균 3분마다 업무를 방해받는다고 한다. 작가이자 연구자인 칼 뉴포트는 일에 몰입한 상태를 ‘딥 워크(Deep Work)’라고 칭했다. 주의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몰입상태에서 인지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는 전문적 활동을 말한다. 저자는 일주일에 두번, 세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고 권고한다. 오전에는 수도승 모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때는 휴대전화 이메일 등 모든 방해거리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해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프리젠티즘(Presentism)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 휴대전화 알림 기능을 꺼라 - 창의력과 스트레스를 한 우리에 두지 말라는 얘기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의 톰 잭슨 교수는 현대인이 하루에 근무 중 이메일 알림에 방해받는 횟수가 무려 96번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해 농도를 높임으로써 결국 창의력을 떨어트린다고 한다. 유니버스티 칼리지 런던의 애나 콕스 교수는 직장에서 이른바 마이크로바운더리(microboundary, 원치 않는 행동이나 나쁜 습관을 자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워 놓은 작은 장벽들)를 상황에 맞게 구축함으로써 도움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휴가 전에 이메일 앱을 삭제하거나 식사시간에 방해금지 모드 설정하는 등이 대표적 예다.

* 숙면을 취하라 - 잠은 에너지를 회복하는 수단이다. 잠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실제 그런 사람은 5%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나 과장이라고 한다. 전 세계 성인의 3분의 2가 권장 수면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복잡한 일이 있더라도 일단 푹 자고 일어나 처리하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 커피머신 위치를 옮겨라 - MIT 경제학자 알렉스 팬틀랜드 교수는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이디어의 흐름, 즉 새로운 아이디어의 확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회의에서 아이디어 교환이 가장 많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이디어의 흐름은 주로 동료와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난다고 결론 지었다. 따라서 직원 간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근무환경을 잘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간 배치에 살짝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사 소통 촉진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커피머신 위치는 조직 개편만큼이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 스웨덴의 피카(fika) - 스웨덴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료와의 휴식시간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래서 커피와 케이크를 의미하는 ‘피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웨덴의 세계적 기업 이케아는 홈 페이지에 “이케아의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는 피카를 즐기는 동안 나왔다”고 적을 정도다.

* 회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라 - 회의는 비생산적인 사회적 그루밍 활동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잦은 회의, 보여주기식 회의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 회의가 오전에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산성과 창의력은 오전에 가장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의 시간을 당장 절반으로 줄이고, 정기회의나 팀 회식 날자를 미리 잡아놓고 논의사항이 없으면 취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힌다.

* 웃음장벽을 낮춰라 - 드렉셀 대학의 존 코이너스 교수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마크 비먼 교수는 웃음이 사고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 조사했다. 피험자에게 로빈 월리엄스의 코미디 쇼를 보게 한 후 논리력을 필요로 하는 퍼즐을 풀도록 한 결과, 문제 해결 능력이 20% 가량 향상되었다고 한다. 웃음은 오른쪽 귀 바로 윗부분에 자리한 위관자이랑을 자극하는데, 우리 뇌에서 이곳은 얼핏 큰 관계가 없어보이는 아이디어를 서로 연관짓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집중해도 일에 진전이 없을 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잠시 웃는 시간을 가지면 효율이 올라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악질 상사짓 그만둬라 - 미국 털사대학 로버트 호건 교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4분의 3이 ‘직장이 싫은 가장 큰 이유’로 ‘상사’를 꼽았다. 대부분 끔찍한 상사는 곧 끔찍한 직장생활로 직결된다. 스웨덴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실시한 추적연구에 따르면, 형편없는 상사와 근무한 남성의 심장병 발병 확률은 무려 60%나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이상적인 상사를 둔 직장인이 심장병 걸릴 확률은 40% 감소했다고 한다. 형편없는 상사란 공통적으로 무능함, 무례함, 이기심, 폐쇄성의 특성을 가졌다고 한다. 반면 좋은 상사란 격려와 동기부여가 특징이라고 한다.

*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 많은 인원이 참가해 집단적 창의력을 추구하는 브레인스토밍이 생각보다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초반부터 팀을 이뤄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타당한 비판과 적절한 마찰은 창의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각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팀을 구성해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팀원과 아이디어를 교환하자 창의적인 제안이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충분한 대화와 적당한 고독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만 재택근무는 생산성 향상으로 얻는 이익보다 공감 부족으로 생기는 손실이 더 커 정답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규칙적인 피드백이 없는 탓에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란다.

*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라 -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는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목숨을 구할 만큼 대단한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려면 스스로의 실력만큼이나 주변의 휼륭한 도움이 중요하다“면서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업무를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보고 동료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여 의문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라. 셋째 호기심을 잃지 말라.

* 팀 규모를 줄여라 ‘브룩스의 법칙’ - 1975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레더릭 브룩스는 “지연된 개발 프로젝트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오히려 진행속도가 더뎌진다”고 주장했다. 팀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의사소통 경로는 그 몇배로 많아진다는 것이다. 구성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팀원 간 의사소통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 ‘해크위크’를 도입하라 - 전체 근무시간의 70%는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 20%는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에, 나머지 10%는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사용하라는 구글의 ‘70/20/10 제도’는 말장난일 뿐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20%를 하는 날이 정작 토요일이라는 점 때문이란다.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트위터는 해크위크를 도입했다. 새해 첫 주와 여름휴가 전 주 등 1년에 두번 진행한다. 모든 정규업무와 장기회의가 중지되고, 금요일에는 지난 한 주 동안 나온 아이디어를 기념하고 동료의 대담함과 독창성을 칭찬하는 파티를 열어 마무리한다. 다만, 영 터무니없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테마를 정해 진행케 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