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꼴찌’ 美 핵잠수함 1등으로 일으킨 리더십 ‘턴 어라운드’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6-23 17:00 수정일 2020-06-23 17:00 발행일 2020-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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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꼴찌 핵잠수함 ‘산타페’에 새로운 리더십 적용
-기존 ‘리더-팔로워’에서 ‘리더-리더’로 승조원들에게 책임감과 자율성 부여
-타인의 말 경청, 절차 간소화, 주도적인 업무 방식 등 3C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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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리더십에 관한 책은 셀 수 없이 많다. 모두 성공하는 리더십에 대해 얘기하지만 독자에게 성공적으로 다가선 리더십 관련 책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보다 이상적인 리더에 대한 구태의연한 강의 위주의 저술이 많은 탓이다.

수많은 리더십 관련 책 사이에서 신간 ‘턴어라운드’는 다소 눈 여겨 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미국 해군의 꼴찌 잠수함 산타페를 1등으로 만든 데이비드 마르케 함장의 리더십 기법을 실제 에피소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미국 해군, 그것도 잠수함이라는 낯선 소재도 흥미진진하다. 군대, 그것도 미국 해군이라면 리더십조차 정례화된 조직이다. 좁은 공간인 잠수함은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리더 1인의 역량으로 좌지우지되곤 한다. 

대다수 해군의 리더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직접 체크하며 승조원들이 따르게 하지만 저자인 데이비드 마르케는 이러한 전통적인 리더-팔로워 방식에서 벗어나 승조원들을 또다른 리더로 대하는 ‘리더-리더 방식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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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 세종서적 | 1만 9000원 | 사진제공=세종서적

이러한 방식은 마르케가 젊은 시절 핵잠수함인 선피시함에서 차석항해사로 복무 당시 함장이던 마크 팔레즈 중령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당시 정규 훈련 중 거대 상선을 확인한 마르케는 음파탐지기 책임자에게 “음파탐지기를 활성화하여 상선에 신호를 날려보면 어떨까”라고 농담을 했다. 

실상 음파탐지기는 함장의 허락없이는 활성화할 수 없다. 지나가다 이들의 대화를 들은 팔레즈 중령은 마르케에게 “함장님, 훈련용으로 음파탐지기를 켜보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마르케가 그대로 따라하자 “그렇게 하도록”이라고 지시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에피소드는 마르케가 리더십의 권한과 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 사례가 전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또 다른 잠수함인 윌로저스함에서 권한 위임을 통해 승조원들에게 리더십을 체 험하게 하고 싶었지만 실패한다. 마르케는 권한위임 프로그램 도입의 당위성, 관리대상과 입장이 바뀌었을 때 관리대상의 심경, 리더의 전문적 역량과 조직의 성과가 밀접하게 결부된다는 세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은 마르케는 1999년 산타페함으로 발령받는다. 당초 마르케는 올림피아함이라는 잠수함에서 근무할 예정이라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갑자기 복무지가 변경돼 그 자신도 당황한다. 산타페함은 미국 해군에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표본같은 잠수함이다. 실제 부임해보니 승조원들의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처음 산타페함에서 만난 승조원들에게 하는 일을 묻자 “위에서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창의성보다는 상명하복 원칙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는 조직이었던 것이다.

마르케는 부임하자마자 전 직원들의 면담을 시행한다. 면담과정에서 그는 ‘바꾸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바꾸어주었으면 하는 것’ ‘산타페함의 장점’ ‘자신이 함장이라면 하고 싶은 것’ ‘산타페함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 ‘자신의 업무에 방해요소’ ‘산타페함에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 ‘운영방식에 있어 좌절감을 느끼는 요소’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업무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챈다.

마르케는 서서히 조직의 변화를 추구한다. 명령을 삼가고 장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했다. 장교들은 마르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충분하고 온전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계급 위의 지휘관처럼 행동하며 리더십을 습득했다. 서류철을 없애 주도성을 갖게 만들 행동원리를 심어줬다. 위에서 아래로 권한 위임을 통해 모든 계급이 기술적 지식에 정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르케 함장의 리더십은 3C로 요약된다. 통제권을 내어주고(Control) 조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며(Competence) 목표가 명료(Clarity)해야 한다. 특히 권한위임이 가능하려면 두 개의 기둥인 역량과 명료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핵잠수함은 복잡성과 위기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21세기 조직과 닮은 꼴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리더-팔로워 모델을 거부하고 세상이 새로운 리더십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리더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리더십 혁명을 통한 업무효율을 촉구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