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거대한 분기점> 폴 크루그먼 외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6-27 07:00 수정일 2020-06-27 07:00 발행일 2020-06-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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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전환점 맞은 인류... 과거로 후퇴할 것인가,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일본의 국제 저널리스트인 오노 가즈모토(大野和基)가 폴 크루그먼, 토머스 프리드먼 등 8명의 글로벌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AI(인공지능)으로 인해 미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테크놀로지가 가져 올 인류의 미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무너져 내리는 중산층을 일으켜 세울 방법은 없는가, 기본소득 도입은 인류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등 인류의 미래를 둘러싼 예민한 이슈와 그에 따른 찬반 논란 등 독특한 시각을 가진 석학들의 의견이 망라되었다. 저자들은 궁극적으로 큰 전환점에 직면한 우리 인류가 과연 미래를 향해 진보해 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로 후퇴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에 관해 해답을 찾고 있다. 

* 자본주의는 ‘최악 중 최선’ -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오노 가즈모토는 “자본주의는 아직 그 보다 훨씬 뛰어난 시스템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스템 중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현재로선 자본주의의 ‘종언’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단점은 스스로 비판받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인용해 “자본주의는 비판 조차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기 변화를 이끌어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며 자본주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 폴 크루그먼 “AI로 인한 대량실업은 없다” -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로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테크놀로지의 변화로 배제되는 사람은 항상 있어 왔다”면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시대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단언한다. 인공지능이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도 현실 상황과 괴리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인공지능에 일을 빼앗긴 탓이라는 것도 오해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격차’의 문제 때문에 그런 전망들이 나오지만, ‘최저임금 보장’과 ‘제대로 된 재분배’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보편적 기본 소득에 반대 - 폴 크루그먼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뜻을 표했다. 누구나 생활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며,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추가 급여를 제공하는 선별적 지원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 여전히 불안한 일본 경제 - 폴 크루그먼은 일본이 완전 고용 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마이너스 금리 덕분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지금 인플레율을 높여야 하므로 경기확장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아베 정부의 소비세 증세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아베 정부는 인플레율이 2%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세를 하더라도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다른 노동인구 감소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민자를 지금처럼 배척해선 안된다고 비판한다.

* 무역전쟁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 -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그는 “이것은 국가적인 문제 라기 보다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개인의 행위로 발생한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은 무역전쟁을 싫어한다면서 “트럼프의 머릿속은 망가진 가구가 뒤죽박죽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다락방과 같다”고 혹평했다.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트럼프는 무역전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농업 지역의 표심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토머스 프리드만 “세계는 더욱 평평하고 빠르고 스마트해 진다” - 저자는 2005년에 <세계는 평평하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썼다. 그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고, 더 다양한 방법과 긴 기간, 더 많은 장소에서 이어지고 협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세계는 ‘평평함’에서 ‘빠름’으로 이행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5G)과 IoT의 발달로 모든 것에 지성이 깃들고 있다면서 “세계는 이제 단순히 평평할 뿐만아니라 빠르면서도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 평생학습자(Lifelong learning) 능력이 중요 - 앞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평생학습자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IT는 사람들의 육체노동과 사무업무를 대신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며, 고수입을 창출하는 새로운 일이란 고도의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수입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평균의 시대가 끝난 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 지금은 무역관계의 균형을 되돌려야 할 때 - 중국이 지식 재산권의 침해, 호혜적이지 않은 무역협정, 강제 기술이전이라는 상투적인 전략을 계속 쓰게 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금이야말로 무역 관계의 균형을 되돌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중국이 미국시장에 가진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권한을, 일본이나 미국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갖게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그들의 클라우드 서버를 가질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에서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평한 경쟁무대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 ‘맥도널드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저서에서 그는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와 나라 사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맥도널드란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제재를 의미한다. NATO의 세르비아 침공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몇 번의 예외는 있었지만 98% 이상 정확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러시아의 경우 크림반도를 점령했지만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점령하지 않은 것도 맥도널드 이론이 무서워서 였다고 말한다. 그는 오래된 것(올리브)들이 세계화와 교차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 이런 사고방식이 냉전 이후의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 데이비드 그레이버 “고수익 ‘불시트 잡스’가 문제” - 영국 런던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그는 ‘우리는 99%다’라는 월가 운동의 이론적 지도자다. 그가 말하는 ‘불시트 잡스(Bullshit Jobs)’란 ‘아무래도 좋은 헛된 일’이다. 그는 현재 사무직 업무의 대부분은 의미 없는 헛된 일들이며,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이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여러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아끼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효율화로 남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 하면 바로 불필요한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결과적으로 불시트 잡스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불시트 잡스의 5가지 유형 - 첫째는 하인형이다. 타인을 “훌륭하다”고 치켜세워주는 존재들로, 안내원이나 비서가 해당된다. 둘째는 폭력배형이다.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직업이다. 사내 변호사나 전화 영업, 로비스트, 광고나 홍보업무 종사자 등이다. 셋째는 이삭줍기형이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직업이다. 사과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수많은 일이 해당된다. 넷째는 관료형이다. 실제로는 하지 않는 업무를 마치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일로, 은행의 준법관리 부서 등이다. 다섯째는 중간 관리형이다. 이들은 대부분 생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산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중간 관리자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 ‘케어링 레이버’냐 ’케어 기빙‘이냐 - ‘케어링 레이버(Caring Labor)이란 남을 돌보는 노동이다. 대가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잦지만 노동자 계급이 담당하는 일의 커다란 구성요소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인내심이 필요한데, 이 분야는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고 나서 불시트 잡스가 한층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케어기빙(Caregiving)은 노동의 중요한 요소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노동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케어기빙이라고 말한다.

* 토마스 세들라체크 “자본주의의 진보를 믿어라”  - 채코의 경제학자인 그는 기성 경제학자들로부터 가장 소외받고 미움 받는 존재다. 그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 계산하면 답이 항상 틀린다며, 이것이 기존 경제학의 가장 큰 병이라고 말한다. 숫자나 수학에 중점을 둔 경제학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경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변하며, 특히 진보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가 변모해 커뮤니테리어니즘(Communitarianism,개인에 대한 공동체의 존재론적 우위를 주장하는 정치사상)이 된다고 말한다.

*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다. 경제는 개인의 이익 추구에 맡기면 되고, 나머지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른 사람도 그곳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지금까지 사회가 불황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현실을 외면했다며 이 이론을 부정했다. 대신 그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음을 믿는다고 말했다.  

* 경제학의 세가지 큰 병 - 첫째는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만 계산하다 틀리는 것, 두번째는 경제를 매우 빠른 속도로 지쳐 쓰러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인간이며, 이들은 성장이 경제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각국의 연금제도는 장기적으로 약 2%의 성장을 전제로 설계하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20년 동안 2%씩 성장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을 순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세 번째 병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을 얻고, 의지가 없는 사람은 적게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승자가 많은 부를 얻는 순수자본주의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진리가 쉽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경쟁에서 패했더라도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사회, 그런 자본주의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타일러 코웬 “테크놀로지가 노동자 격차를 만든다” -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인 그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오래된 일자리를 없앤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술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 서비스 분야의 일 밖에 없는 위험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AI발생에서 가장 큰 위험이 바로 이것이라는 얘기다.

* 미중 무역전쟁은 해결 안될 전쟁 -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무역 전쟁이라기 보다 미중간의 새로운 냉전이라고 말한다. 사이버 전쟁, 스파이, 지적 재산권, 섬이나 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이슈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무역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이 새로운 미중 냉전은 어느 한 쪽이 이기기도 지지도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전쟁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언가를 결정할 때의 태도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형편없다”고 혹평한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쫓아가는 개’ 같다고 말한다. 따라잡는다 해도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치 않은….

* 뤼트허르 브레흐만 “기본소득과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한다” - 광고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저널리스트 플랫폼 ‘드 코레스폰던트(De Correspondent)의 창립 멤버다. 그는 기술 진보로 우리가 얻는 진정한 혜택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인생의 최대 과제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며,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 사람들이 고임금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그렇게 일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니 자녀에게 할애할 시간도 줄어든다고 경고한다.

* 기본소득 도입 않으면 선진국 경제 파멸할 수도 -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도입할 재원이 없다고 말하고, 이를 도입하면 사람들이 게을러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반대로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으면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파멸할 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토지 소유자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을 모든 사람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들어 “이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 미래 교육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밥을 가르쳐야 - 그는 우리 미래에 발생할 가장 큰 과제는 ‘지루함’이라고 말한다. 자유시간이 많아지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좋을 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교육은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 십년 동안 아이들이 IQ는 훨씬 똑똑해졌는데(플린 효과 Flynn effect) 아이들의 창의성은 과거보다 훨씬 떨어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빅토어 마이어 쉰베르거 “데이터 자본주의가 불러올 미래를 준비하라” - 그는 ‘잊혀질 권리’를 제안한 사람 중 한명이다. 2018년 출간한 <데이터 자본주의>에서는 정보 매개체로서 가격과 화폐 가치의 몰락을 지적했다. 세계가 가격 중심 시장에서 데이터 중심 시장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Coordination)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발명품이라고 주장했다. 

* 데이터 납세제 도입해야 - 그는 “지금은 자본가, 즉 대부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소규모 자본가가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자본과 저축, 일해서 얻는 보상에서 손해를 본다면서, 아마존 같은 대기업의 힘의 원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납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는 제프 베조프가 아마존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수 천에 달하는 작은 스타트업들이 그 데이터를 사용해 한층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