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앳킨슨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6-20 07:00 수정일 2020-06-20 09:13 발행일 2020-06-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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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국' 추락 위기의 일본을 수렁에서 구할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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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옥스포드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후 1990년부터 일본으로 들어가 일본 내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일본 문화재 보수 전문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일본을 속속 들이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초지일관 “지금대로 라면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빠진 일본이 미래를 찾으려면 저자는 크게 다음 세가지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생산성 향상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 높은 생산성과 고차원 자본주의를 시행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규모 확대를 촉구하는 통합촉진정책을 추진하라. 셋째,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라(우리처럼 급격한 인상은 안된다고 특별히 강조한다).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도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 일본에 미래는 없다? - 저자는 “당장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일본은 가까운 미래에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일본은 이미 선진국 가운데서도 2류로 평가받고 있으며, 잘못하면 등급이 더 낮아져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3류국으로 강등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 버리면 일본 경제의 앞날은 캄캄하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주문한다.

* 아베 총리의 한계 - 아베 정권은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에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다. 저자는 이것이야 말로 미세조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잔재주의’의 전형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소비세의 대상이 되는 소비, 그리고 이를 증대하려면 소득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 지가 세수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 단기 효과에 그칠 ‘아베노믹스’ -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대담한 양적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 차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당초 목표 2%에 도달하지 못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일본은 앞으로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높아져 2020년 이후 피크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도래할 것이란 것이다.

* 극단적인 일본의 인구 감소 -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향해 급강하 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격감에 기인한다. UN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2060년까지 인구가 2.5% 늘어나는 등 일본을 제외한 G7 국가들이 평균 14.9% 늘어난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5.6%에 불과하다. 무려 32.1%에 이르는 일본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다.

*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 디플레이션 압력 - IMF는 고령자의 비율과 수명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떨어트린다고 분석한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보다 인구 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몇 배는 더 크다고 한다. 특히 22~44세까지의 인구 집단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재고도 좀처럼 줄지 않아 결국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따라서 일본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높아지는 디플레 압력 -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24세까지의 인구는 플러스 상관관계, 25세부터 54세까지는 마이너스 상관관계, 55~74세는 플러스의 상관관계, 75세 이상은 마이너스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저출산 고령화도 디플레 요인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현재 인구 동향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최악의 조합’인 셈이다.

* 기업의 생존경쟁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장 쉬운 전략은 가격을 낮추어 경쟁사의 체력을 고갈시켜 도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에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이것을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이익’이라고 한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 기업들이 보여온 움직임이다. 이것이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부추겨 왔다.

* 노동분배율 저하와 낮은 최저임금도 큰 요인 - 비정규직 증가, 보너스 삭감, 야근 증가, 설비투자 감축 등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자행한 일본 기업들의 관행 탓에 노동분배율(생산된 소득 가운데 노동에 분배되는 임금이나 봉급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것이 디플레 압력으로 작용한다. 일본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최저임금도 낮다. 2017년 기준으로 구매력 평가 기준 최저임금은 6.50 달러에 그친다. 한국이 7.36달러이고, 산마리노 오스트레일리아 룩셈부르크 프랑스 독일 벨기에는 10달러가 넘는다.

* ‘GDP 우선주의’를 버려라 - 일본은 GDP 총액을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 한다. 하지만 일본의 생산성은 세계 28위다. 이런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GDP 순위 3위라는 것은 인구 규모가 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하지만 일본은 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어, 인구 증가 요인에 의한 경제성장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향후 GDP 총액이나 GDP 성장률을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신 국민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 생산성 향상을 정책 목표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경제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저차원 자본주의’에서 ‘고차원 자본주의’로 - 저자는 일본의 현 경제를 저부가가치·저소득의 ‘저차원 자본주의’라고 평가한다. 이런 경제체제에서 경영전략의 근본 철학은 ‘가격경쟁’이다. 비용을 낮추고 시장을 확대하며, 상품이나 서비스는 대량생산이 주류다. 노동자에게는 반복되는 단순 작업을 위한 기술 습득이 요구될 뿐이다. 임금 수준도 낮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고차원 자본주의 경영전략의 근본 철학은 ‘가치 경쟁’이다. 가장 싼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만든다.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를 늘려 이를 분배하므로 노동자에게도 높은 비율로 분배된다. 더 좋은 것을 더 비싸게 취급한다. 저자는 “인구 감소 시대에 저차원 자본주의를 취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고차원 자본주의로 가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공급과잉 해결 위해서라도 수출 확대 절실 - 일본은 현재 수요의 진작보다는 공급과잉 해소가 시급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출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팔 수 없게 된 물건이나 서비스의 일부를 해외에 수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수출을 확대하려면, 고부가가치·고소득자본주의로의 대 변환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저자는 수출 증가가 일본의 최대 과제인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진국의 경우 수출 비율과 생산성 사이에 0.845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확인된다고 말한다. 수출 확대는 인구가 줄어 공급과잉이 되어 버린 설비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작은 기업’이 너무 많은 일본 - 일본에 규모가 작은 기업이 너무 많다는 것은 일본의 낮은 생산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일본은 20인 미만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20.5%를 웃돈다. 30인 미만까지 포함하면 무려 29.9%에 이른다. 일본은 인재 평가 순위가 세계 4위다. 그런데 생산성 순위가 28위라는 것은 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소규모 기업에 생산가능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생산성이 낮아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중소기업 편애 정책’ 재검토할 때 - 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좋다는 인구 증가 시대의 상식은, 인구 감소 시대에는 오히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앞으로 다가올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패더라임 대변환의 골든 타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숫자보다는 체질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와 수요가 줄어드는 이상, 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직원을 확보할 수 없는 기업이 현재 존재하는 352만 개 기업 중 299만 개에 이른다며 ‘기업 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통합촉진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생산성 향상’을 국책과제로 선언하고. 기업통합 촉진 정책을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생산성 향상을 민간에만 맡겨선 안돼 - 저자는 일본이 세계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장 필요한 나라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맥킨지 보고서를 언급한다. 이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경영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질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각 기업에만 맡겨둘 순 없다고 말한다. 이제 선진국들도 국가 정책으로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추세라고 전한다.

*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 - 선진국들이 이와 관련해 시행하는 경제정책이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최저임금과 생산성 사이에는 0.84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으로 저자는 큰 폭의 인구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니, 생산성 향상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NO!” - 저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6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은 생산성 낮은 기업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둘째, 최저임금을 올리면 대상자 뿐만 아니라 그 위, 또 그 위 계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노동자들의 소비 잠재력을 높여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넷째, 취직할 의욕이 생겨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섯째, 노동분배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여섯째가 생산성 향상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저자는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효과라고 강조한다. 물론 저자도 파트 타임 여성 노동자 등 특정 분야에서는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바람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 한 해 인상폭으로 최대 10% 이하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고한다.

* 40대 인구 감소가 불러 올 ‘역풍’ - 일본 인구 동향을 보면 2015년까지 늘어나던 40대 인구가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았다. 세계적으로 40대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세대다. 저자는 이런 역풍이 일본의 낮은 생산성을 다시 압박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 기술혁신에 기업가정신을 병행해야 - 일본은 지나치게 기술력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저자는 영국 정부가 만든 ‘생산성의 5가지 원동력’이라는 민간 의뢰 보고서를 통해 기업가정신, 노동자 1인의 물적자본 증강. 직원 교육에 의한 기술 향상, 기술혁신, 그리고 경쟁 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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