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BTS처럼 실력과 진정성 갖춰야… 애프터 코로나 시대 키워드 ‘체인지 나인’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8-25 17:00 수정일 2020-08-25 17:28 발행일 2020-08-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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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포스트 코로나 시대 'CHANGE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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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감염병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25%를 사망시킨 무서운 병으로 꼽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교황이 주도하던 종교 위주의 사상을 버리고 인본주의인 르네상스 시대로 회귀하며 문명의 교체를 야기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창궐은 21세기의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반강제적으로 언택트 생활을 이어가는 인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금융, 방송, 유통, 일자리, 교육, 의식주 등 인류를 둘러싼 20세기 생활공간은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교체 중이고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인류의 변화와 직면했다.

지난해 3월 ‘포노 사피엔스’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예고했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가 다시금 신간 ‘체인지나인’(CHANGE 9)을 펴냈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포노사피엔스 족들의 생각 기준인 9가지 ‘포노 사피엔스 코드’를 생활과 대중문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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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나인’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1만6800원 | 사진제공=쌤앤파커스

책 속에서 내놓은 ‘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은 실상 크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휴머니티, 진정성, 실력, 다양성 등은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도 중요하게 여겨진 가치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가치들의 ‘메타인지’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이를 테면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진정성이 없더라도 학벌이나 배경 등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됐다. 

첫 번째 키워드로 내세운 ‘메타인지’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정의부터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전에는 공부하고 이해해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메타인지’로 정의했다면 포노사피엔스는 ‘검색’ 해서 찾으면 ‘내 것’이 된다고 정의한다. 즉 지적능력에 대한 판단기준이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메타인지력은 사회생활에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인력을 찾아내 아웃소싱할 수 있는 능력, 즉 인간관계망과 검색이 포노사피엔스 족의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포노사피엔스 족들은 상상력을 통해 메타인지 능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 저자는 포노사피엔스 문명 시대 우수한 인재의 능력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꼽는다. 수능시험 전까지 스마트폰 금지, 영어점수, 자격증으로는 21세기가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다양성은 기회다. 최 교수는 방탄소년단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네이버 웹툰 등 한국이 낳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대규모 자본과 대중매체의 힘보다 플랫폼에 형성된 소비자 팬덤이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플랫폼도 이동 중이다. 인쇄매체였던 만화는 웹툰으로, TV시청은 유튜브 시청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시대에는 매체를 통해 수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했던 50억 소비자가 이제는 직접 권력을 갖고 다양성을 꽃 피울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보편화되면 성공하는 직업도 다양해진다. ‘아기상어’ 송의 주인공 핑크퐁이나 스타일난다, 무신사, 배달의 민족, 보람TV 등이 좋은 예다. 최 교수는 이들 예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팬덤을 만드는 실력이며 고객(팬덤)을 위하는 경영철학의 진정성만이 이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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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상징이다. 최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SNS를 통해 활동하고 팬덤 아미의 힘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형성된 팬덤의 크기가 곧 새로운 가치의 크기라는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며 “그들의 성공비결은 킬러 콘텐츠이며 음악과 삶 전체에 스토리를 담아 팬들과 공유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음악 시장의 변화는 모든 시장으로 확산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이 선택의 기준이라면 당당하게 새로운 기준에 맞춰야 한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 요식사업가 백종원씨는 시청자(소비자)의 변화에 발 맞추어가는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나 기성매체가 일부의 성공만을 ‘따라하는’ 현실에는 쓴소리를 던졌다.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인상에 경기도가 ‘배달앱’으로 맞대응하거나 ‘보람TV’의 성공에 강력한 비판을 던지면서 구태의연한 키즈 콘텐츠인 ‘TV유치원’을 선보인 KBS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른다”고 질책했다.

최 교수는 급변하는 시대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꿈과 현실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품고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춰라”고 조언한다.

더 이상 공부에만 길이 있는 시대는 지났다. 게임, 웹툰, 춤, 음악, 사진, 농사, 미용 등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만큼 실력과 진정성으로 매진하는 것이 포노사피엔스 시대를 살아가는 기초 자산이라고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