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 신인철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8-22 07:00 수정일 2020-08-22 07:00 발행일 2020-08-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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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혁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스포츠맨에 대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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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기만의 MBA 커리큘럼을 만들어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70여 명의 세계적 석학들에게 강의 내용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써 보냈을 만큼 ‘괴짜’다. 무언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인 듯 한 그는 유난히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꽂힌 ‘나이키 마니아’이기도 하다. 나이키의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혁신성에 매료된 듯 하다. 하지만 무조건 나이키를 칭송하지만은 않는다. 나이키의 경영 철학이나 스타일을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고 평가한다. 나이키의 어두운 면도 소개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노력도 전한다. 나이키에 관해 저자의 모든 애정과 노력을 쏟아 부은 책인 듯 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나이키라는 기업의 창업 철학과 경영원칙, 그리고 ‘나이키표 혁신’의 비전을 들여다 보자.

* 공부를 너무 잘했던 운동선수 필 나이키 - 1959년 오리건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프랭크 쉴렌버거 교수의 ‘소규모 창업론’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과감한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그로부터 기업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일본 운동화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와 미즈노 등이 아디다스나 마푸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일본 고베의 니츠카타이거 본사를 찾아가 미국 판권을 확보했고 1964년 블루리본스포츠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1971년 드디어 직접 신발을 만들어 팔겠다며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세운 회사 나이키로 변신한다.

* 나이키의 도전자들 - 나이키의 역사는 곧 경쟁자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의 역사다.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경쟁은 숨막힐 정도였다. 형 다슬러 루돌프와 동생 아돌프 다슬러 형제가 만든 독일 브랜드 푸마와 아디다스 외에도 아프리카에서 치타를 빼고 가장 빠르다는 ‘그레이리복’을 앞세운 영국의 리복, 지독한 다한증을 새로운 스포츠 브랜드로 역전시킨 언더아머 같은 신흥 경쟁자들이 즐비히다.

* 중력과의 전쟁 - 나이키 역사는 곧 중력과의 전쟁에 대한 기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과 중력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이키는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쿠셔닝 기술을 1979년에 개발한다. 질긴 비닐로 튜브를 만든 뒤, 그 안에 질소 가스를 충전시키고 입구를 밀봉하는 방식으로 밑창을 제작함으로써 ‘나이키 에어’라는 빅 히트작을 내놓을 수 있었다.

* 어슬렁 경영(MBWA)를 실천하다 - 나이키는 어떻게 하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신발을 만들 것인가를 늘 연구했다. 신발을 ‘공장’이 아닌 ‘운동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늘 현장에 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어슬렁경영(MBWA)은 현장경영을 의미한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현장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경영에 녹아낸다는 의미다.

* ‘한정판 마케팅’의 힘 - 모나미 153 볼펜의 50주년 에디션이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모나미를 창업한 송삼석 회장이 일본 최대 문구류 업체인 우치다 요코의 소개로 오토볼펜 기술을 지원받아 국내 최초로 만든 볼펜이 153볼펜이었다. 처음 출시된 제품 가격이 약 15원, 지금 돈으로 1000원 정도 하는 제법 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싸구려 볼펜으로 전락했고, 이를 모나미가 2013년에 5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판매량 1000개가 삽시간에 완판되어 버렸다. 2013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모나미를 이를 계기로 문구사업 분야에서 2014년 1분기에 극적으로 흑자 전환을 일궈냈다.

* 나이키의 진입장벽 전략 - 새로운 도전자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격의 장벽을 높여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 특정한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방법, 특정 시간을 정해 판매하는 방법, 그리고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한정판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그 제품이 희소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갖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 가치가 현재의 가치보다 오르거나 최소한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유통망 관리를 통해 한정판의 의미를 깨트리는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며, 한정판 마케팅의 존재와 그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나이키의 한정판 마케팅이 매번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 좋은 광고 모델이 가져다 주는 타이업 광고 효과 - 묶음 광고 또는 연계 광고를 의미하는 타이업 광고라는 것이 있다. tie-up은 협력 또는 제휴라는 뜻이다. 즉 타이업 광고란 둘 이상 복수의 광고주가 하나의 광고 공간 또는 광고 시간을 공유해 서로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광고를 말한다. 개봉할 영화의 한 장면을 활용해 특정 제품을 광고하는 영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 후원 선수를 ‘에셋(자산)’이라고 불러주는 나이키 - 나이키는 자신들과 후원 계약을 맺은 사람 혹은 팀을 에셋(asset)이라고 부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주의 경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황제의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우즈의 이름을 딴 브랜드 제품도 정상적으로 출시했다. 나이키는 광고 후원 계약을 채결할 때, 광고효과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선수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 나이키의 위대한 팀원들 - 팀 나이트와 빌 보워만이라는 탁월한 창업가 두 리더 외에 나이키에는 제프 존슨이 있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스포츠가 채용한 첫 직원으로, 나이트의 대학원 동기이자 육상선수였다. 나이키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나이키 로고를 디자인한 캐롤린 데이비슨은 나이트가 출강하던 포틀랜드주립대의 미대 대학원생이었다. 그녀는 디자인을 의뢰한 지 17시간 만에 ‘스우시’라 불리게 된 지금의 나이키 디자인을 만들어 왔다. 그녀가 받은 디자인료는 고작 35달러였다. 나이키에는 이들 외에도 HTM이라는 별개의 라인업이 있는데,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인 히로시 후지와라, 에이맥스 시리즈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 그리고 나이키의 오늘을 만든 디자이너이자 이후 47세의 나이에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CED가 되는 마크 파커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 나이키의 11가지 격언 - 혁신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나이키에는 ‘나이키의 11가지 격언’이라는 일종의 조직 행동 강령이 있다. 첫째, 혁신은 우리의 본성이다(It is our nature to innovate). 둘째와 셋째는 나이키는 회사다(Nlke is a company), 나이키는 브랜드다(Nake is a brande)이다. 사명에 걸맞는 가치관과 자신감을 고양하라는 주문이다. 넷째는 논의는 간단히(simplify and go)다. 빨리 결정해 실행에 옮기라는 뜻이다. 다섯째는 고객 최우선 마인드를 요구하는 ‘고객이 결정한다(The consumer decides)’이다. 여섯째, 스폰지가 되어라(Be a sponge)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최대한 흡수해 활용하라는 뜻이다. 일곱째는 즉시 진화 개선하라(Evolve immediately), 여덟째는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이다. 아홉째는 기본을 완벽하게 하라(Master the fundamentals), 열 번째는 늘 공격적이 되어라(We are on the offence-always)다. 마지막 열한 번째는 사람(즉 고객)을 기억하라(Remember the Man)이다.

* 악덕기업으로 찍혔던 나이키 - <라이프>라는 세계적 잡지의 1996년 6월호에 나이키 관련 사진이 실렸다. 낡고 남루한 아랍 전통 복장을 한 작은 체구의 소년이 허름하고 지저분한 창고에서 공을 꿰매는 모습이었다. 나이키는 곧바로 저개발 국가의 값싼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때 마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빅 원(Thr Big One)이 개봉되어 나이트 회장을 아동 착취를 옹호하는 악덕 사업가로 묘사됐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매운동이 불었다. 나이키는 이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아동노동 근절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던 아만다 터커를 영입했고, 곧바로 “나이키는 절대로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않을 것이며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된 OEM 업체들과의 거래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스토리텔링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보제 박사에게 도움을 청해, 나이키를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내는 회사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함께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회사임을 각인시켰다.

* 나이키의 오직 하나의 관심 ‘고객 가치’ - 2016년 8월 나이키는 돌연 골프채와 골프공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디 오븐(The Oven)’이라는 이름의 골프클럽연구소를 세우고 단단한 고무 코어를 사용한 솔리드볼 ‘투어 에큐러시’라는 골프공을 개발하고 적은 힘으로도 공을 훨씬 멀리 보낼 수 있는 네모난 모양의 헤드가 달린 ‘스모 스퀘어’ 드러이버를 선보이며 타이틀리스트의 아성에 도전하던 나이키였다. 하지만 매출이나 이익 같은 숫자적인 부분에 집착하면서 고객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소홀하고 있음을 인식하곤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 가장 혁신적인 기업 나이키 - 미국의 유명 경영 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혁신성과 개선 의지 등을 조사해 ‘세계 50대 혁신 기업’을 발표했는데 이 때 1위가 나이키였다. 신발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이후로도 단 한순간의 멈춤 없이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소재, 새로운 서비스 방식의 제품들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기술력을 활용한 변신으로 국내 업체들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 한계가 없는 나이키의 ‘고객찾기’ -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나이키가 들고 나온 화두는 ‘한계는 없다(Unlimited)’였다. 당시 나이키의 메인 광고 모델은 축구의 호날두도,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도 아니었다. 크리스 모저라는 30대 후반의 육상선수였다. 그는 미국 철인 3종 남자 대표선수지만, 태어날 때까지 그의 성별은 여성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국가대표 선수였던 것이다.

* 나이키에게 가장 중요한 3대 VIP 고객들 - 나이키 최고경영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여성이 스포츠활동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여성 제품 라인 확대, 여성 고객 대상 프로모션 및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전 세계 여성 러너들의 축제인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 여성 스포츠 애호가들의 한바탕 축제인 나이키 위민 빅토리 투어 같은 이벤트들이다. 이제 나이키 제품의 40%를 곧 여성제품이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나이키의 또 하나의 잠재고객은 어린이다. 박지성을 광고 모델로 잡을 때 나이키가 제시했던 것이 “은퇴 후에도 박지성 축구교실을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나이키는 유소년 축구교실이나 유소년 풋살 리그, 3대3 길러리 농구 대회 등을 매년 후원하고 있다. 마지막 잠재고객은 제3세계 저소득층이다. 아직도 국민소득 1만 달러가 안되는 나라가 120개 이상이다. 나이키는 ‘Lace Up Save Lives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저변 인구 확대를 지원하고 수익금의 50% 이상을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나이키 휴먼 레이스 같은 행사를 연다. 보이지 않는 고개들에 대한 나이키의 관심이다,

*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을 극대화하는 ’나이키 플러스‘ - 나이키는 제품 자체의 가치는 매우 탁월했으나 그를 입고 신으며 함께 한 경험을 다른 형태로 재생산하거나 공유할 방법이 없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시도가 나이키 플러스였다.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이키 플러스 아이팟은 애플과 나이카 두 회사의 인기나 실력에 비해 사업적인 성공을 크게 거두지는 못했으나, 나이키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디지털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하게 된다. 운동화를 신고, 실제 땀을 흘리며 뛰지 않고 온라인 세상에서 가상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나이키가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생각을 나이키는 하고 있다. 이런 경계없는 생각과 태도가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이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 나이키가 자동화 공장을 세우는 이유 - 나이키는 로봇 공정을 대폭 도입한 자동화 공장을 세우고 있다. 기존 제품의 저렴한 생산이 아니라 기존에는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개인별 맞춤형 신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신체적 결함을 보완해 주는 보조 장구 겸용 신발 등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의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다.

* 협력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보는 나이키 - 대다수 기업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기존의 협력업체를 관리할 때 품질이나 납품단가, 납기일자 준수 여부 등을 검토하고 평가한다. 나이키는 그에 더해 협력업체의 지속가능성 까지 포함해 평가한다. 지속가능성의 주요 요소는 노동 인권, 근로자의 안전보건 여건, 기업의 환경보호 및 보전 여부 등이다. 매번 평가를 거쳐 레드로부터 시작해 옐로우 브론즈 실버 그리고 골드 단계까지 5단계로 등급을 나눈다. 나이키는 또 전체 제작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과 안정성 등을 계량화한 수치로 측정할 수 있도록 ‘나이키 환경 지표’를 개발해 이를 측정 분석 축적 공유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구축했다.

*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이다.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얘기다. 과거의 전통이나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새로운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그의 사유 방식이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대립과 조화로 이뤄진 역동적 질서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바로 나이키가 추진하는 비전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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