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그 뜻에 연대를! 선한 영향력 릴레이…‘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9-15 18:00 수정일 2020-09-15 19:58 발행일 2020-09-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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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배우들이 들려주는 고전, 선한 울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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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칸영화제를 비롯해 아카데미까지 휩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 ‘한번 다녀왔습니다’ 등 드라마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무대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그런 후배들의 복지에 기부한다는 데 좋아하면서 선뜻 응한” 이정은, 윤석화의 전화 한통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한 이영애, 박성웅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혀온 정경호, 정만식의 제안에 동참한 정우성….

커뮤니케이션북스와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손잡고 출시한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윤석화 이사장, 박정자를 비롯해 김혜자, 고두심, 황정민, 유준상, 이영애, 정우성, 문소리, 이정은, 김상중 등 무려 100명이 넘는 영화, 드라마, 무대 배우들이 기꺼이 참여한 오디오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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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 연극인 복지기금으로 낭독료 기부

103명의 배우가 잘 알려진 대문호 도스도옙스키, 빅토르 위고, 프란츠 카프카, 앙드레 지드, 생텍쥐페리, 알퐁스 도데 등부터 고대 페르시아의 압둘라 이븐 알 무카파, 나자이 오사무, 궈모뤄 등 제3세계, 아랍, 동남아시아까지를 아우르는 세계문학 중단편 100편을 낭독한 시간은 무려 98시간 34분 55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의 전언처럼 “미국, 일본에 집중된 세계문학에서 탈피해 아랍, 동남아 문학을 포함시켰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문호들의 대표작 혹은 그 색이 잘 반영된 숨은 명작들, 한쪽면만 부각된 작가의 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들 등을 추려 연기력과 낭독 실력을 갖춘 배우들을 섭외해 완성했다.”

추려진 작품들 중 80% 가량은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를 위해 새로 번역됐고 각 작품별 낭독 배우들을 3배수로 선정해 섭외하는 과정을 따른 제작기간은 21개월에 이른다.

8년 전부터 시작해 오디오북 전담 프로듀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가 2015년 시작한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판매금액 중 배우들의 낭독료(인세 15%)는 전액 연극인 복지를 위해 기부된다.

“100분의 배우 목소리가 암, 뇌경색 등으로 투병 중인 두명의 배우를 살립니다. 좋은 뜻에 103명 배우들이 서로의 추천과 입소문으로 기꺼이 참여했어요.”

이렇게 귀띔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최주희 간사는 “재단 운영비와는 완전 독립돼 별개로 집행되는 기금”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극인들은 출연료 외에는 수입이 없다 보니 미래를 대비하거나 준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강검진, 실비보험 등도 없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운 연극인들이 난감할 때가 크게 아플 때”라며 “기금은 암, 뇌경색 등 중증질환이나 고액의 수술비가 필요한 연극인들 지원에 가장 크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의 꿀조합, 카카오메이커스로 가능성을 실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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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회원전용으로 판매 중이다(사진=카카오메이커스 판매 페이지)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의 유통채널도 흥미롭다. 고심 끝에 추린 작품들과 그에 꼭 맞는 배우들, 그 배우들의 연기력과 낭독력을 120% 발휘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북스만의 오디오북 프로듀서 시스템, 언어 뿐 아니라 각 국가별 문학에 특화된 전문가들의 번역 등으로 꾸린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회원전용으로 판매 중(9월 11~18일)이다.

오디오북 시장은 기술 표준화, 제한적인 유통채널, 오디오북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문제로 여전히 ‘가능성’만을 품고 있다. 유럽, 미국 등의 오디오북 시장은 최근 몇년 동안 2, 3배로 성장한 데 비해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의 전언처럼 “교보문고에 7월에야 오디오북 카테고리가 생겼을 정도로 산업 초기” 단계다.

이처럼 ‘가능성’만 잠재해 있고 눈에 띄는 ‘성과’나 ‘데이터’가 부족한 시장에서 주문받은 만큼만 제작해 재고를 남기지 않는 방식의 카카오메이커스는 또 다른 가능성의 실험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오디오북도 책의 한 형태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전 단계에서의 유통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얼마나 팔릴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카카오메이커스의 유통 방식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작가, 작품, 작품세계 설명에 맛깔 나는 연기력을 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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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는 각 작품, 작가, 작품세계를 비롯해 낭독 배우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곁들인다(사진=카카오메이커스 판매 페이지)

해당 배우들의 목소리로 작품 감상은 물론 작가·작품·작품세계·그에 대한 평 등에 대한 소개도 들을 수 있게 구성됐다. 낭독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들은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집중력과 감정 이입도를 끌어올린다. 

시작과 끝의 배경음악이 지나치게 크거나 읽기 속도의 조율 등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USB기반, 명품배우들의 낭독과 연기 등으로 듣는 세계명작들은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커뮤니케이션북스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재확산으로 ‘우울’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는 현재에 위안과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할 기대작을 추천하기도 했다. 강말금이 읽는 오카모토 가노코의 새해맞이’ 오지혜가 읽는 쉬디산의 춘타오’는 여성 연대 혹은 여성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더불어 예술이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는지를 신화적이고 우화적으로 풀어낸 강애심이 읽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왕포는 어떻게 구원되었나’,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그린 조한철이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벌레 멘델’,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단초가 된 유성주가 읽는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무심한 차별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묘사한 서이숙이 읽는 샤오훙의 손’ 그리고 음울하고도 깊은 시각으로 풀어내는 인간 본성을 다룬 정경호가 읽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그림자’ 등도 기대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