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진중권·강양구·서민 외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9-05 07:00 수정일 2020-09-05 07:00 발행일 2020-09-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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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부터 ‘조국 흑서’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뿌렸던 책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한번도 경험해보자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져온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강양구 권경애 김경률 조민 진중권 등 5명의 저자는 모두 진보 진영의 상징이며 한 때 ‘문팬’으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도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는 도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할 언론과 지식인들이 정권의 부역자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을 보고 이른바 ‘조국백서’에 대응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전한다. 이들은 입법 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권마저 가지려는 초강력 정권과 싸워야겠다고 마음 먹고, 이제 더 이상은 ‘진보’가 아닌 ‘신 보수’ 세력으로 탈바꿈한 구 진보세력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 - 저자들은 지금이 객관적 사실보다 편향된 신념이 뉴스를 지배하고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탈 진실의 시대’라고 단언한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포털 사이트가 주목받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뉴스로 큐레이션 하면서 언론들도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팩트’ 보다 ‘얼마나 주목받을 수 있나’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 개탄한다. 언론이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한 기삿거리만 찾게 되면서 오늘 날 대중들의 기사 평가 기준은 ‘진위’ 보다 ‘핵잼이냐 노잼이냐’로 바뀌고,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기사를 원하기 보다는 듣고 싶은 말, 재미있는 말을 해 주는 기사를 요구하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 ‘1984’와 ‘멋진 신세계’ - 미디어 학자인 닐 포스트먼은 1985년 ‘죽도록 즐기기’라는 책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얘기했다. 하나는 조지 오웰의 ‘1984’처럼 모든 것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통제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많은 정보와 놀거리를 주면서 스스로 압제를 환영하도록 만들어 통제하는 방식이다. 포스트먼은 물론 저자들도 지금 같은 정보사회에서의 통제 방식은 헉슬리 방식이라고 공감한다. 작가 진중권은 나아가 “요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시민들”이라고 말한다. 국가는 투명한 척 뒤로 빠져 있고 시민들끼리 SNS를 뒤지고 구글링하며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쿠테타 - 기자 강양구는 최근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쿠테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부 권력 집단이 민주주의 제도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종하기 때문이란다. 행정권 과용, 전략적 선거 조작이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고발한다. 일부 엘리트 집단에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테타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반대자는 물론 당사자들조차 자신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모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정치’는 사라지고 ‘그릇된 팬덤’만 남다 - 저자들은 정치의 장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팬덤만 남은 것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옳다’와 ‘그르다’의 문제를 ‘좋다’와 ‘싫다’로 바꿔버림으로써 모든 것을 좋다-싫다의 프레임으로 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팬의 대표 사이트로 알려진 ‘클리앙’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상시적인 추천 조작을 하고, 엠엘비파크(엠팍)에서 정부 찬양하는 글을 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다음 사이트는 문팬들이 완전히 점령했으며, 나꼼수나 알릴레오 같은 ‘프로파간다 머신’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소수의 존재를 말살해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주관적 희망과 객관적 현실의 혼동 - 동양대 교수였던 진중권은 자신이 유시민에게 조국 전 법무장관 딸에 주었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시민은 표창장이 가짜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에게 “대안적 사실을 제작해 현실에 등록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사실이 된다”며 불안해하는 자신에게 오히려 걱정말라며 안심시키기 까지 했다고 증언한다. 김어준의 경우 자기가 한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진중권은 “이 두 사람에게는 사실이란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고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인 셈”이라고 비판한다.

* 심화되는 ‘언론의 편향성’ - 저자들은 적어도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언론’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망가졌다고 개탄한다. 그 상징이 조국 사태 언론보도라고 입을 모은다. 조국 교수의 부인 정겸심 동양대 교수 측에서 총장에게 불만을 가진 딱 두명의 교수와 미디어 인터뷰가 연결한 것, 딸을 변호사가 정리한 거짓말을 숙지시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내보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성 접대 의혹에 엮어 음해하는 것 등이 모두 용의주도한 계획에 의해 인위적 의도적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정리한다. 급기야는 “애먼 언론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깜냥도 안되는 이들이 참 언론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아니면 말고’ 나꼼수 모델 - 세월호 고의 침몰 드라마를 믿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신공양설’이다. 진중권은 “이걸 김어준 씨가 한 것”이라며 “음모론의 가장 극악한 형태”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관련 ‘그날 바다’라는 영화가 크게 히트를 쳤고, 최근 발표된 ‘유령선’에서는 세월호 항적을 속이려고 무려 1000여 척의 선박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더 대담한 상상력이 동원되더라며 혀를 찬다. 과거 황우석 사태를 최초 보도했던 기자 강영구는 당시 대표적인 ‘황빠’이면서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던 ‘황빠’가 김어준 씨였다고 전한다. 황우석 사태 때 이미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나꼼수 철학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중권은 해석한다.

* 새로운 정치 플랫폼 ‘팬덤 정치’ - 강양구는 정치인이 “날 편들어 달라”며 대중을 선동해 본인 개인의 사익을 챙기는 모습과 결과를 팬덤 정치라고 정의한다. 진중권은 ‘정치의 팬덤화’는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곳에서 어디서나 나타난다고 말한다. 서민은 이민희 씨가 쓴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를 인용해 팬덤 정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팬덤은 나의 가수를 사랑하는 한편 남들의 가수를 미워해본 경험이 있기에 정치를 안다는 것이다. 여론 혹은 세상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배척해야 하는지 안다는 얘기다.

* 노무현을 당선시키고 감시했던 ‘노사모’ - 진중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는 후보의 철학에 대한 이성적 지지를 토대로 했기에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말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선생님 문화’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수평적 네트워크로, 네트워크형 소통 커뮤니케이션으로 만든 게 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한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가 되어 “이제 당선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묻자 지지자들에게서 돌아온 답이 “감시!감시!감시!”였다고 전한다. 공약을 잘 지키는지, 정치를 잘 하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열렬한 노사모였던 기생충학자 서민은 노사모 존속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고, 당시 존속에 찬성한 사람들이 60%를 넘겨 노사모는 그대로 존속하고 자신을 포함해 많은 해체파들은 탈퇴했다고 증언한다.

* 이성보다 정서에 유착하는 ‘문팬덤’ - 진중권은 ‘문팬’의 중요한 한 줄기를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서 찾았다. ‘우리가 뽑아놓고 지켜주지 않아서 노무현 대통령이 저렇게 됐다’는 감정이 ‘이제 문재인을 지켜주자’며 문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팬덤은 이성적 지지를 토대로 했던 노사모와 달리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이미지에 대한 정서적 유착이 토대가 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들도 결국 ‘노사모는 팬, 문팬은 팬덤’이라고 결론짓는다. 서민은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자 자신들이 그렇게 공격했던 조선일보에 이른바 ‘혜경궁 김씨 광고’까지 싣고, 김부선과 불륜설이 나오자 특정부위에 점이 있는지 없는지 까지 검증받게 했다며 “참 문팬들이 정치를 더럽게 한다 싶었다”고 토로한다.

* 잿밥에만 관심 있는 ‘슈도 팬덤(pseudo pandum)’ - 강양구는 팬덤 정치가 한국 사회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데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중권은 “실제 팬덤이라기 보다 슈도(사이비) 팬덤, 즉 팬인 척하면서 실제로는 권력이나 금전 쪽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민주당 자체가 팬덤 정치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팬덤 정치가 정상적인 정당 정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양구는 “노무현 정부 때의 민주당에서 조국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더라면 아마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했을 것이고, 당연히 막무가내식 팬덤과도 거리를 두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정부가 능력보다는 코드를 우선하고, 정부와 여당 모두 팬덤을 이용하는데 재미가 들린 나머지 팬덤에 먹혀버렸고 지금은 팬덤에 이끌려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유일한 사모펀드 가입 고위공직자 조국 - 198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조국 전 장관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에 가입했고, 그 조카가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공공와이파이나 2차전자 등 국책사업에 투자를 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주가조직, 무자본 M&A, 횡령 등 의혹까지 사고 있는 형국이다. 권경애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소수의 투자자(49인 이내)를 모집해 고수익 고위험의 기업투자를 하는 펀드인데, 투자의 익명성도 보장되고 펀드 운용에 제한도 없어 악용되기 쉽다고 전한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률 회계사는 극소수의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익명으로 하는 불투명한 투자활동이나, 경영에 참여한 회사의 자금 횡령을 돕는 가림막 역할을 한 것이 사실상 사모펀드 제도였다고 비판한다.

* 코링크PE는 사실상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 - 검찰 조사에서 정경심 교수가 투자처를 미리 알고 펀드에 가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레드 블루 그린 배터리펀드 등 4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코링크PE라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돈으로 세워진 사실도 확인되었다. 설립 자본금 1억원 가운데 8500만원이 조국 계좌에서 나간 것이 확인되었고, 조국 부부는 이 회사가 2016년 2월 설립되기 전인 2015년 12월에 또 5억원을 투입했다. 사실상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돈으로 세워졌다는 얘기다. 조카인 조범동에게 돈이 들어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몰랐고 심지어 나중에는 조범동의 처 이은경을 통해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신빙성이 낮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고 두 달 후인 2017년 7월31일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블루펀드에 가족 자산의 20%에 해당하는 10억5000만원을 투입하고, 같은 날 그의 남동생과 그 아들도 3억5000만원을 투입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펀드 가입을 도운 김경록PB의 KBS 보도 녹취록을 보면 그도 이 펀드를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코링크에 직접 전화를 해 보았다고 한다. 김경률은 조국 가족만을 위한 펀드로 운용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 코링크PE에 들어간 8억원, 투자냐 대여냐 ? -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 공직자재산신고를 할 때 코링크PE에 들어간 8억원을 투자가 아닌 대여금이라고 신고했다. 투자라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했어야 했다. 조국 측은 처음에는 이자도 못받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재판에서는 “대여금이고 이자를 연 11%로 받기로 약정했다”며 이자를 받았다고 번복한다. 실제로 조국 부부는 코링크PE로부터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경까지 월 860만원씩 총 1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는 이자로 받았다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 돈으로 11% 이상의 수익을 내야 했다는 얘기다. 권경애는 “투자였다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백지신탁거부죄가 적용되며, 이자를 받았다면 백지신탁거부죄는 피할 수 있겠지만 업무상횡령죄, 이자수익을 신고하지 않은 ‘위계에 위한 공무집행방해’ 문제가 남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대여금이었다면 이후 벌어질 막장극의 암시였던 셈이라고 저자들은 공감한다. 김경률은 코링크PE의 설립 목적이 애초부터 서울시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권 취득인 것으로 보이며, 나중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국책사업인 2차전지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것 같다고 분석한다.

* 조국 사모펀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 민정수석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국가 보조금이 투입되는 유망사업 정보는 물론 국가정책으로 폐지될 사업에서 엑시트(탈출)할 시기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예가 2차전지 사업이고, 후자의 예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정책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경애는 공직자윤리법이 다양한 자본시장의 등장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규정들로 가득 차 있으며, 특히 사모펀드 규제는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에 사모펀드에 숨어서 로또 맞을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요강을 법이 미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사모펀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의 회피처가 되지 않도록 주식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의 지분증권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도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중권은 “조국 전 장관이 ‘불법은 없습니다’라며 공직윤리의 문제를 위법과 합법의 프레임으로 전환시켰다”며 “진보 법학자가 속으로는 자신의 전문적 법학지식으로 법을 피해가며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짓을 해 왔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한다.

* 586 정치엘리트의 위선 - 강양구는 “586 정치엘리트들이 득세하는 현실 정치 속에서 정의가 무너지고 공정이 사라지고 평등이 망가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진중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586세력인 광흥창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80년대 운동권이 현실사회주의가 무너진 후에도 이념의 수정 과정없이 바로 제도 정치권에 들어가 버린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혁명적 의리론’으로 뭉쳐, 이념 대신 서로의 이익을 챙겨주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이들 운동권은 자본주의와 사회의 작동 원리에 관해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해 곧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서민도 최저임금 급속 인상을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이 분명히 실패했음에도 누구도 이를 인정 않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현 집권세력은 무능한데다 뻔뻔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한다. 강영구도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아주 빠른 속도로 관료에 포획 당한 이유도, 자신과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의 무능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 문재인 586 정치엘리트의 능력은? - 강양구는 586 정치엘리트는 철학도 능력도 비전도 없는 사익추구집단이라고 단언한다. 그런 집단이 지금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이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세대 재생산되는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조국 일가의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이들이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이제 국민은 신 적폐와 구 적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들은 승리의 경험을 가지게 되면서 비전도 없고 철학도 능력도 없으면서 집요하게 권력을 탐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민도 시민운동 하던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 그것이 곧 그 단체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진보인사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제 시민단체에게 진보의 외연을 넓히고 국가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한다.

* 노무현 유산을 왜곡하는 사람들 - 진중권은 노무현 정권을 망가뜨리는데 기여했던 사람들이 노무현이라는 ‘상징자본’을 이용해 자기 기득권과 이권을 챙겼다고 비판한다. ‘친노폐족’이 ‘친문’으로 부활했으며, 이런 사람들에 의해 노무현 정신과 유산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잘못 받아들여 그 ‘원한’을 자기들의 기득권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양구 역시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폐족이라고 낮췄던 이들이 별다른 자기반성 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딛고 부활했다고 평가한다.

* ‘소통’ 공약을 이행 않는 문재인 대통령 - 강양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독대해서 토론하고 건의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사회문제를 돌파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전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했다. 서민도 광화문 호프집을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대선 때 약속을 지켰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쇼라고 몰아 부친다. 그는 대통령이 정말 국민과 소통하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기자회견을 자주 하면 되는데, 취임 2년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기자회견은 3번에 그쳤다고 말한다. 같은 기간 노무현 대통령은 45회, 김대중 대통령은 20회를 가졌고 이명박 대통령도 4번을 했다고 한다. 2번에 그친 박근혜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진중권은 “문 대통령이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문 대통령의 공약 미 이행 사례들 - 강양구는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한 글 하나를 소개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밝혔던 공약들 가운데 30개를 추려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것인데, 단 하나만 빼고 모두 불이행이다. 그 하나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이다. 그가 전한 대표적인 미 이행 공약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의 사대를 열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중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겠습니다”, “동북아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여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 새로운 진보의 출현을 기대하며 - 강양구는 민주화 시대 신주류의 정서는 “내가 젊었을 때부터 민주화 운동하면서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 정도로 못해?”라고 지적한다. 서민은 “기존 진보라고 불리던 이들이 신보수가 되었다”며 이제 새로운 진보가 출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강양구는 이와 관련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진보 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조국 사태로 인해 야기된 젊은 세대의 박탈감, 고령사회 문제, 여성 문제, 자영업 문제 등과 함께 지구온난화(지구 가열) 문제까지 모든 것이 진보 정치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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