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J 레브넬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9-22 07:00 수정일 2021-04-30 12:21 발행일 2020-09-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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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이코노미'의 민낯, 더욱 깊어지는 플랫폼 노동자의 시름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인 저자는 불안정한 노동자들에 관한 연구에 천착해 왔다. 그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을 울리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의 민낯을 이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의 많은 실증 사례들은 21세기 긱경제 노동이 사실은 얼마나 노동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공유경제가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했건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공유경제가 많은 사회적 문제의 해법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함으로써 노동의 가치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고 고발한다. 

* 과거로 회귀하는 공유경제 - 공유경제란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 공유 재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P2P 업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하지만 저자는 공유경제를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로 파악한다.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실상 공유경제의 실체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단언한다.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지난 수 세기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고, 노동자 착취가 만연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겠다던 허망한 약속 - 공유경제는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긱 경제 노동자들은 신출내기 사업가처럼 일을 따내기 위해 무보수로 일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니 점점 더 일에 매일 수 밖에 없다. 그는 현재의 긱 경제는 착취가 횡행했던 시대로 노동자를 돌려보내는 퇴행경제라고 거듭 주장한다.

* 공유 모델에서 수익 모델로 - 공유경제가 성장하면서 무료 서비스는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앤비에 자리를 내주었고, 의류 교환은 중고 명품 거래 사이트인 트레이드시로 대체되었다. 이제 공유경제는 노동자가 소득을 ‘보충하는’ 방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 성공자, 분투자, 그리고 중간자 - 성공자는 긱 경제를 발판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일궈 나간다.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원하는 만큼 돈을 번다. 그 반대편의 분투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공유경제에 의탁한 사람들이다. 중간자는 좋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나 가외 소득을 찾아 공유경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시적으로 긱 경제를 이용하는 이들이다.    

* 네 자기 영역의 공유경제 활동 - 공유경제 전문가인 줄리엣 쇼어는 공유경제 활동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재화 재순환이다. 거래 비용을 줄이고 판매자에 대한 평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거래 위험을 낮춰준다. 둘째, 내구재 이용률 향상이다.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셔핑 등이 해당된다. 타인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재화와 공간에 대한 이용권한을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형태의 소득을 보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서비스 교환이다. 일을 맡기고 싶은 사람과 일을 찾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태스크래빗이나 핸디, 잘리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생산자 공유다. 함께 쓸수 있는 도구와 공간을 제공하는 해커스페이스와 메이커스페이스가 좋은 예다.

* 공유경제에서 남발되는 ‘신뢰’와 ‘혁신’ - 저자는 공유경제에서 ‘신뢰’라는 말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와 임시 고용주의 관계를 ‘믿음직한 친구’라는 이미지로 포장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한다. 혁신이라는 말도 무색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많은 경우 단순히 기존의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공유성보다 차별을 심화시키는 공유경제 - 저자는 아직도 공유경제의 취지가 만인에게 공평하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실제로는 차별을 심화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에어비앤비에서 비슷한 숙소를 두고도 흑인 호스트가 책정하는 금액이 백인 호스트보다 12% 낮은 것을 사례로 든다. 일부 에어비엔비 호스트들도 인종차별을 인정했다고 말한다. 잠재적 투숙객에 대한 호스트의 차별 행위는 앞으로 더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노동의 비정규화와 위험의 전가 가능성 - 대개 공유경제 노동자는 독립계약자다. 기업이 산재보험 제공이나 잔업 수당 지급, 장애인 편의 보장 등 사회적 책무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는 긱 경제 노동자들의 상황을 ‘2차 노동시장’이라고 부른다. 노동자가 낮은 임금과 부실한 복지를 제공받고, 일자리의 지속적인 안정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노동이 비정규화되고 위험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예전에는 2차 노동시장에 국한했지만, 이제는 관리자와 전문가에도 영향을 받을 만큼 훨씬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부 우버나 리프트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제약과 의무를 고려하면, 자기는 독립계약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분류되는 게 마땅하다며 수차례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 심화되는 사회불평등 - 공유경제 서비스는 이미 부유한 사람의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른바 ‘문어발 호스트’들이다. 저자가 면담한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20%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숙소를 보유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부유한 호스트가 여러 채 아파트를 임대하고 일 단위로 요금을 받을 때, 저소득 세입자는 거주 지역에서 주거 시설의 수요 증가에 따라 월세가 인상되는 현실에 부딪힌다.

* 에어비앤비의 난장판 아파트 - 구글에서 ‘airbnb trashed apartment’를 치면 집과 기물이 파손된 뉴욕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나온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중개업자이고 책임과 위험은 호스트와 투숙객의 몫이라며 발을 뺀다. 이른바 불간섭주의다. 하지만 저자는 이 회사가 웹사이트에 홍보하는 ‘안심’과 ‘100% 만족’을 충족하려면 호스트가 집을 빌려줄 사람을 엄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숙객을 걸러낼 책임이 호스트에게 있다는 것이다.     

* 사장님이 되라며 택시기사를 포섭한 우버 - 우버의 최초 버전인 우버캡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면 고급 차량이 호출되는 서비스로, 가격은 샌프란시스코 일반 택시의 1.5배였다. 뉴욕 진출 후 우버는 더 많은 비용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앱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기사들을 모집했다. 이에 뉴욕택시리무진위원회가 강력 반발하며 막아서자 보너스까지 주며 기사를 영입했다. 현재 우버의 메인 웹사이트는 편의성을 강조하지만, 드라이버 파트너용 사이트는 수익 잠재력과 사업 창출력을 강조한다.   

* ‘이웃과의 일거리 공유’를 공유노예로 만든 태스크래빗 -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 ‘예전에 이웃끼리 돕던 정다운 사회를 현대식으로 재현했다’고 자사를 소개한다. 집안일과 전문적인 일을 인근의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다. 잠재적 고용주는 작업 범주와 시간대를 선택하고 작업 내용을 적은 후 알고리즘이 선정한 최대 15명의 노종자 중 한 명을 선택케 한다.  30분 안에 응답이 없으면 다른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사실상 밤이고 낮이고 항상 대기해야 한다. 이 회사 페북 댓글에는 이런 글이 달렸다. “아직 태스크래빗에 남아 있는 사람은 고용노예다. 자기 사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태스크래빗의 사업만 키워주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이 회사는 2017년에 신뢰안전 보장비를 신뢰지원 보장비로 바꾸면서 5%였던 수수료를 7.5%로 인상했다.  

* 공유모델 실패모델 ‘키친서핑’ - 가정에서 만찬이나 파티에 부를 전문 셰프를 찾는 플랫폼으로 2012년에 출범한 키친서핑은 셰프와 의뢰인을 중개해주고 10%의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다가 2015년 주문형 서비스인 키친서핑 투나잇을 출시하면서 ‘피벗’을 단행했다. 이후 공유경제 모델은 무너지고 주문형 셰프 노동자들은 독립계약자에서 종업원으로 전환되었다. 특정한 서비스 조건을 만족하면 셰프에게 별도로 지급되던 ‘은밀한 손님’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그리고 회사는 2016년 4월 문을 닫았다.  

* 문제 발생시 연락 안되는 공유업체들 - 우버는 기사와 승객에게 회사 메일 주소만 알려주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에어비앤비도 메일로 상담을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호스트의 아파트가 난장판이 된 사건이 공개되어 큰 망신을 산 이후로 24시간 전화 지원 서비스를 신설했다. 태스크래빗은 태스커가 문제를 제기하면 일반적으로 문의 페이지와 메일을 통해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답변을 듣기 까지는 수 주일이 걸린다. 

*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공유업체들 - 업자들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노동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현실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실상을 보면 상사의 폭언과 비인간적인 근무시간, 탄력성 없이 정해진대로만 지급되는 임금 체제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제로 다른 약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의 최고제품책임자인 제프 홀든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나중에 다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사전에 명확한 안내도 없이 규정을 바꿔 수입보장 약속을 깨고 차량유지비 등을 부과하는 등 실제 임금을 깎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 보호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되다 - ‘현대 노동의 정점’이라는 칭송을 듣지만 공유경제는 어떤 보호장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들에게는 산재보험 실업급여 유급휴가 퇴직금 잔업수당 육아휴직 노조결성권 등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업무상 재해를 입어도 보상을 못받고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우버의 경우 기사가 사고를 당하면 휴업손실금과 치료비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그 비용을 승객에게 전가하기 위해 요금을 마일당 5센트 인상하고 기사에게는 마일당 3.75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고발한다.  배뇨장애 불임 요로결석 방광암 등 이른바 ‘택시증후군’이 우려될 정도라고 저자는 걱정한다.

* ‘언제 잘릴 지 모를 노동’ 공유경제 - 태스크래빗은 2014년 입찰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하는 피벗을 단행했다. 높은 수락율을 유지해 계속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되도록 수락해야 했다. 공유경제는 일과 시간은 물론 보수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거의 신성불가침의 원칙으로 여기지만, 긱경제가 약속하는 자유는 신기루에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자의 선택권은 이전보다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 실직당할지 모르는 게 바로 공유경제 노동”이라고 비판한다.

* 범죄에 노출되는 공유경제 - 노동자는 일을 하고 말썽을 피하려 하지만 임시 노동과 익명성을 강조하는 긱경제의 특성상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 노동자는 신원조회를 받지만 의뢰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긱경제 노동자들이 낮은 소득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쉽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저항하기 보다는 동조하는게 더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사실상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아웃소싱이 성행하다 보니 범죄의 손길이 미치는 것도 시간문제일 지 모른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 노동계층간 차별화 조장하는 공유경제 - 고도의 사회문화적 자본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고도의 탄력성과 선택권, 통제권이 보장되는 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기존의 저수준 노동을 앱으로 결합해 위태로움만 키울 뿐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공유경제는 저인기 저학력 노동마저 고학력자를 위한 파트타임 노동으로 바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강조한다.  

* 노동자 학대 이제 그만! - 저자는 임시 노동, 적시 일정관리, 대량 정리해고를 모두 채택한 공유경제는 노동자를 박대하는 수법을 기술적으로 혁신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적시 일정관리, 인력관리회사를 이용한 아웃소싱, 단돈 1센트까지 챙기는 회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공유경제는 기업이 아무 의무도 지지 않고 고용한 임시 인력을 앱과 연결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일정을 생산함으로써 편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한다.  

* 그럼에도 긱경제가 점점 더 절실해 지는 사회 - 소액의 월 이용료를 받고 개똥을 치워주는 앱 기반 주문형 플랫폼 ‘푸퍼’는 공유경제로 이어지는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개똥을 치우는 모욕적인 일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노동자들이 이제 돈만 주면 사실상 무슨 일이든 할 만큼 추가적인 소득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  진정으로 독립된 노동자라면… - 저자는 특정한 시간을 강요받지 않고 언제 일할지 직접 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독립된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잠옷 원칙’을 제기한다. 어떤 노동이 진정으로 독립되어 있다면 잠옷을 입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공유경제가 일으키는 ‘파괴’는 전진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며,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취약성만 키우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신뢰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는 점철된 온라인 원형 감옥에 갇혀 신원조회를 받고 평점과 후기를 받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당한다고 비판한다. 공유경제의 성장은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장치가 더욱 더 무너지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