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근로감독관 인력난 개선 의지 있나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보건복지부는 최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관련 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사망사건이 계기가 됐다.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하던 아동학대 관련 현장조사, 응급조치 등 관련 조치를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으나 이달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이제 막 시작된 제도의 전폭적인 개선이 이뤄졌다.특히 담당 공무원의 보직이 자주 변경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들이 마련했다. 신입 전담공무원의 직무교육 시간은 기존의 2배인 160시간으로 늘렸고 기존 전담 인력은 매년 40시간의 교육을 추가로 받도록 했다. 전국 229개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664명을 배치하고 수요조사를 통해 인력을 추가키로 했다.반면 2000만명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감독관 제도는 어떨까. 고용노동부도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근로감독관 제도를 개선해왔다. 지난 2019년 말 이천 화재 참사 당시에도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을 계속 충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2019년 6월 기준 근로감독관 정원은 2894명, 현원은 2124명으로 전체 노동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감독관의 전문성 향상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근로감독관 인력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지자체들은 근로감독관 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근로감독관은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둬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지역에 따른 근로감독 편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권한을 이관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지자체 권한 공유를 할 수 없다면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다른 사고가 나기 전에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yonyon@viva100.com

2021-03-28 13:59 용윤신 기자

[기자수첩] '설탕세' 달콤한 유혹

이효정 생활경제부 기자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른바 ‘설탕세 법안’을 발의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당 법률안은 탄산음료와 주스 등 인위적으로 당분이 첨가된 가당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상품 판매·소비 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취지이다.만약 설탕세가 도입된다면 음료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세금에 따른 가격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역시 이에 따른 소비자의 부정적인 시선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저소득층 가격 부담 가중도 문제로 꼽힌다. 해당 세금이 제대로 국민건강증진에 쓰일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아울러,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이미 도입한 후 실패한 정책을 왜 추진하느냐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해당 법안 도입으로 세수를 늘리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반면 일각에서는 당료가 덜 들어간 음료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아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조치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국민 건강이 증진되면 사회적 비용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대다.설탕세는 지난 1922년 노르웨이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프랑스, 핀란드, 미국, 멕시코, 태국 등 40여개 국가가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설탕세를 도입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대표적으로 멕시코와 태국 등은 긍정적인 효과를 봤고, 덴마크는 실효성 논란으로 1년여 만에 설탕세를 폐지했다.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의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있는 법안인지 깊고 섬세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이효정 생활경제부 기자 hyo@viva100.com

2021-03-25 14:14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30대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지난해 8월 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거래됐는데 그 물건들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법인 등이 내놓는 물건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해 사주는 이런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공급될 물량을 기다렸다가 분양을 받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 될 것” 이라고 발언했다. 발언 당시에도 공감대 형성은커녕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 이후 6개월이 지났다. 30대의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발언 이후에도 젊은 층의 ‘영끌’, ‘패닉바잉’은 멈추지 않았다. 9억 이하로 대출이 가능해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었던 수도권 아파트들은 반년 만에 또다시 1~2억 원이 훌쩍 올라 이달까지 실거래됐다. 일산 주엽동 강선마을7단지 전용 85㎡는 지난해 8월 중순 5억7500만원에 거래됐지만 4개월도 안 돼 7억5000만원까지 실거래 됐다. 반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정부 말을 믿고 기다린 게 오히려 안타까운 건 아니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반년 전 믿고 기다려 달라던 국토교통부 수장은 떠났고, 획기적 공급대책을 내세운 새 수장마저 LH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며 시한부 수장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도의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하지만 시장은 현재 오른 호가에서 매수-매도 눈치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되며 변수 하나만 생겨도 큰 혼돈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한 흐름이다. 6개월 이후가 또 궁금해진다. ‘영끌’, 정말 안타까웠을까?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1-03-24 14:07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배터리 내란' 멈추고 큰 그림 그릴 때

홍보영 산업IT부 기자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영토가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18.5%를 점유하며 2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배터리 사용량 비중 1위(23.9%)에서 한 계단 내려온 것이다. 삼성SDI(4.8%)와 SK이노베이션(3.9%)은 각각 4위에서 5위, 6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같은 기간 중국 CATL(31.1%)이 LG에너지솔루션을 앞질러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탈환했고, 중국 BYD(8.9%)는 지난해 9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2년 가량 소송을 주고받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미지는 실추하고 있다. 이는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적기 수급이 중요한 배터리 시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처 확보에서 낙오할 경우, 일본·중국은 물론 유럽에 있는 경쟁사들에 뒤처질 우려도 있다.전문가들은 향후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을 반도체 시장보다 높게 평가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오는 2027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1694억 달러로 추정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164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관련해 처음 제동을 걸었을 때만 해도 합의금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분쟁이 길어지는 동안 합의금 규모가 점점 불면서 합의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지금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급선무다. 눈앞의 이익이나 자존심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봐야 할 때다.홍보영 산업IT부 기자 by.hong2@viva100.com

2021-03-22 14:02 홍보영 기자

[기자수첩] 항공업계 고용불안 우려 언제까지…실질적인 지원 필요

이연진 산업IT부 기자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 업계의 고용 불안이 깊어지는 모양새다.항공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하고, 조직을 축소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올해 항공 업계의 전망도 불투명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무엇보다 항공 업계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고용 문제는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이들은 당장 고용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하루하루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항공사 객실·운항 승무원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수많은 분야, 그리고 하청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한국은 고용 시장이 경직돼 있는 만큼 만약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일어나면 연쇄적으로 사회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현재 근무 중인 인력의 고용 안정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항공사·지상조업(항공기 취급업) 등에 대한 고용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정해 무급 고용유지지원금도 연장하는 등 기본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특히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협의에 대한 표명에 머물지 말고, 지원 확대 결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항공사가 받는 충격을 줄이고, 고용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 보조금을 지원해 단기 충격은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불어 기업 경영진 역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고를 인식하고, 고통 분담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

2021-03-21 14:41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큰물 찾아가는 대어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시장이 떠들썩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주식을 매도하는 등 임직원 보호예수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래 첫 날 이후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시가총액 83조8636억원(17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3위 수준이다.쿠팡의 뉴욕증시 직상장은 선진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을 외면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일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뒷맛이 씁쓸한 이유는 그들이 지난해부터 공모주 열기가 한창인 한국 주식시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쿠팡이 코스피가 아닌 뉴욕증시를 찾은 이유에 대해선 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의 매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000조원대로 뉴욕증시 1위주인 애플 한 종목과 비슷한 수준이다.쿠팡은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부터 꾸준히 미국의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왔고, 김범석 의장은 2011년부터 뉴욕증시 상장 의사를 밝혀왔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쿠팡은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을 뿐이다. 코스닥 상장 절차에 기술성 평가 및 다양한 특례제도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누적 적자금액 4조원’이 부각돼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아시아 기업 중 공모가 기준 5번째로 평가받았다.쿠팡 상장 이후 마켓컬리가 뉴욕증시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들려왔다.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을 해외에 뺏기기 전에 상장 제도와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21-03-18 13:53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금융소비자 보호' 금소법 목적 잊지 말아야

전혜인 산업IT부 기자올해 금융권 최대 이슈는 오는 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다. 지난 2010년 6월 법 제정방향이 제시된 이후 10여년 가까이 국회에서 계류하던 금소법은 2019년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수많은 금융피해자가 발생하고서야 겨우 본회의를 통과했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다만 이제는 지나치게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또 다른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행을 겨우 8일 남겨놓은 17일에야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발표했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카드·보험사 등 각 업계에서도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준비에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이 광범위한 법을 해석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있다.당국은 이를 고려해 법 시행 후에도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상품 판매 등에 일단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등 상품에 대한 금융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품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부과 가능한 ‘징벌적 과징금’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지난해 법 제정부터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금소법 도입을 위해 바쁘게 달려온 금융사의 부담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 시행 초기 잡음을 피하기 위해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라는 최초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08년 키코 사태부터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2019년 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까지 소비자들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보호’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 왔다.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

2021-03-17 14:05 전혜인 기자

[기자수첩] 회색빛 봄, ‘촉진자’ 꿈꾸는 환경부에게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며칠째 봄 풍경이 온통 회색빛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하기에, 어느 명품 드라마의 ‘신(Scene)’처럼 완벽한 봄 하늘을 기대했건만, 눈치 없이 등장한 빌런 ‘초미세먼지’에 현실은 엉망이 되고 만다.이달 들어 전국에 내려앉은 미세먼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저감조치에도 쉽사리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초미세먼지’의 위협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과,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텁텁함이 더한다.언제쯤 회색빛 아닌 온전한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까. 최근 한정애 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는 초미세문제 해결에 관한 주무부처 수장의 기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자, 여당 실세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왔다는 점에서 환경부 주도의 문제 해결 동력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됐다.실제로 이날 한 장관은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촉진자로서 환경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중국과의 협력 부분에 있어서는 이 같은 포부에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이날 간담회에서 한 장관은 “중국과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 어떤 촉진자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촉진자의 역할은 중국과의 초미세먼지 협력 부분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모습이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중 환경협력센터 가동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는 한 장관의 말은 한·중 간의 미세먼지 협력이 아직 갈 길이 멀음을 보여주는 단면인 듯 하다.국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청명한 봄을 마주하길 원하고 있다. 환경부에 한·중 환경협력센터 정상 가동, 초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촉진자·혹은 이상, ‘환경 어벤저스’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

2021-03-15 13:46 곽진성 기자

[기자수첩] 호텔리어의 미소가 그립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최근에 만난 한 호텔리어가 매일 같이 흥얼거린다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는 2010년 발표된 가수 김범수의 7집 수록곡인 ‘지나간다’다.코로나19 확산 전후가 가장 극과 극인 분야가 바로 여행·호텔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하늘 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비즈니스 및 관광객 수요가 줄며, 자연스레 여행사와 호텔을 찾는 발길을 뚝 끊겼기 때문이다.문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시장이 회복될 전망이 암울하다는 점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해에 대해 ‘관광 역사상 최악의 해’라고 평가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여행·호텔업계 손실 규모는 1조3000억달러(약 14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을 기록한 2009년 당시 손실의 11배 이상이다.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호텔신라가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호텔롯데, 신세계조선호텔, 한화 더플라자 등의 대기업 계열 호텔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호텔업계 경영난 위기는 올해 들어 더욱 심해져 강남 최초의 5성급 호텔로 알려진 쉐라톤 팔래스호텔, 버닝썬으로 유명해진 ‘르메르디앙호텔’ 등이 영업을 종료했다.이런 상황 속 호텔업계는 생존을 위해 반값, 1+1 프로모션에 이어 대실 상품까지 선보였지만, ‘코로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버티는 것이 급선무다. 내년 이맘때에는 여행·호텔리어들의 친절한 미소를 현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

2021-03-14 14:06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車반도체로 옮겨붙은 ‘K-국뽕’

김상우 산업IT부 기자‘네가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는 자를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잠언 26장 12절)인류 최고의 지혜자로 손꼽히는 솔로몬은 성경 잠언을 통해 우월의식의 폐단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우월의식은 숱한 위험성을 내포해왔다. 게르만 민족의 우월함을 주창하며 침략 전쟁을 합리화한 아돌프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민족들을 죄다 오랑캐라 부른 중국의 중화사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최근 글로벌 이슈로 번진 차량 반도체 수급난에 우리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구성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참에 네덜란드의 NXP 등 차량 반도체 5대 기업 구도를 흔들어보겠다는 결연함까지 내비쳤다. 이를 두고 어느 한쪽에서는 ‘K-차반도체’를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K-방역부터 K-바이오, K-뉴딜 등 현 정부 들어 지겨우리만치 듣고 있는 K-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다.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차량 반도체 수급 문제는 단순히 의욕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차량 반도체의 낮은 수익성은 둘째 치고,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1년을 넘긴 직후, 정부는 K-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K-소부장이 그렇게 놀라운 성과가 아니었음을 통계를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만약 정부가 K-시리즈의 연결선상으로 차량 반도체를 지목했다면, 심각한 남용이다. 정부는 4년여 동안 국가 전략에서 특정 산업이나 제품을 세계 1위로 키워낸다는 ‘국뽕’의 체취를 수없이 풍겨왔다. 언제까지 우월의식에 도취할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절어 있는 K-시리즈를 끊으려면, 이제라도 건전한 비판이 가해져야 할 때다.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

2021-03-11 14:04 김상우 기자

[기자수첩] 개미핥기가 된 주식리딩방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지금 물타기 하고 있습니까? 하락장에서도 우린 수익입니다.” 한 주식리딩방이 회원을 유치하며 한 말이다.올해 초 한 주식리딩방에 가입한 A씨. 그가 가입을 결정한 계기는 수익 인증 샷이나 확신을 심어주는 말 보다 “나도 한때 주린이(주식+어린이)였다”는 운영자의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거 주식으로 지옥 같은 고통을 겪어 봤다는 리딩방 운영자는 주린이도 본인처럼 주식고수가 될 수 있다며 A씨를 설득해 유료회원으로 가입시켰고, 수백만원대 이용료를 챙겼다.하지만 하락장에서 그가 기대했던 수익은 나오지 않았다. 가입자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리딩방 운영자는 지수 탓, 미국 탓을 하며 ‘홀딩’을 외쳤고 물타기를 시켰다. A씨가 서비스 해지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그간의 서비스 이용료와 위약금을 제하고 손에 쥔 금액이 몇 푼 되지 않았다. 마이너스가 된 주식계좌 잔고는 덤이었다.리딩방 중에는 전문성과 정보를 바탕으로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개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좋은’ 리딩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노린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주식 리딩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피해 사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감원을 바라보지만 금융위 인가도 받지 않고 특별한 자격제한이 없는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부터 이들이 구제를 받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정부의 부동산정책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웬만해선 집 장만하기가 어려워졌고, 인생역전을 기대하며 저금리 기조에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든 주린이들이 많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주린이 출신의 무자격 리딩방 운영자가 만든 개미지옥이었다니. 피해자들의 한숨이 ‘빚투 잔치’ 끝에서 버블 붕괴의 시작을 알려주는 예고음은 아닐까.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2021-03-10 14:15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고작 학교폭력? MZ세대 모르는 소리

조은별 문화부 차장온라인이 거대한 신문고가 됐다.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억눌렸던 MZ세대가 TV를 통해 부와 명성을 거머쥔 동창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고발하고 나서면서부터다. 폭로가 드물던 시기에도 연예인의 과거와 이중적인 모습은 대중의 좋은 가십거리였다. 익명의 피해자가 직접 나서 “내가 피해자다”라며 고발하자 단순한 가십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TV에서 천진난만하게 미소 짓고 티끌 하나 묻어있을 것 같지 않던 어린 연예인이 폭언을 퍼붓고 왕따를 주도하며 성추행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중은 분노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출연하던 방송에서 통편집되거나 하차했으며 광고도 중단됐다.연예인이 주력상품인 연예기획사, 그들을 기용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방송사 관계자들은 최근의 폭로 러시에 고개를 갸웃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폭로의 내용을 살펴보면 ‘폭행’과는 거리가 먼 괴롭힘이 다수다. 이를테면 “XXX가 제게 비비탄 총을 쐈습니다”나 “XYZ는 제게 폭언을 퍼붓고 친구들을 시켜 이간질과 왕따를 주도했습니다” 같은 내용이다.폭력이 만연했던 ‘말죽거리 잔혹사’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방송사 고위관계자나 연예기획사의 대표들은 “고작 이정도를 갖고”라 혀를 끌끌 차며 ‘요즘 애’들의 참을성 없음에 개탄하곤 한다.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금전을 노린 협박”이라거나 “할리우드 액션”이라며 피해자들을 매도했다 질타를 받았다. 불평등과 권위를 참지 못하는 MZ세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결과물이다.연예계는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을 일군 문화 트렌드의 최전방이다. 하지만 지금 정점에 서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오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공부하는 학습자세다. 그 옛날 ‘상상플러스’에서 노현정 아나운서가 말하지 않았나. “공부하세요!”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21-03-04 15:10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MZ세대 홀린 핫플레이스 ‘더 현대 서울’ 명과 암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지난달 26일 서울 도심 속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앞세운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파격과 혁신인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으로 오픈 전부터 ‘핫플레이스’로 기대감이 높았던 ‘더현대 서울’은 명성에 걸맞게 오픈 첫 주말과 공휴일인 3월1일까지 약 100만명 이상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백화점을 찾은 사람들은 ‘여의도 공원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전시회장 같은 공간 구성이 너무 이쁘다’ 등 연신 감탄사와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더현대 서울’의 해시태크(#)를 단 게시물이 1만7000여개 이상 게시되며 코로나19 장기화속에서도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하지만 ‘더현대 서울’의 성공적인 데뷔 이면에는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도입해 방역에 만전을 기했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거리두기는 물론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무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특히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방역수칙은 입장시 발열체크, 명부작성, 마스크 착용 등의 원칙만 있고, 인원 제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를 제재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현재 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시식은 금지되고 있으나 복합쇼핑몰의 경우 정확한 규정이 없고, 마스크 미착용도 현장 적발이 원칙이기 때문에 사실상 수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는 방역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이에 방역당국과 서울시에는 뒤늦게 전문가와 관련 단체와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조속히 시설별 방역지침이 논의돼 그동안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

2021-03-03 14:04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정부, 중국인 부동산 '줍줍' 지켜만 보나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정부는 주택의 공급확대를 약속하면서 수요자들에게 ‘당장은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전달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국내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동안 외국인들이 한국 부동산 매수에 나선 것이다.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외국인의 건축물(단독·다세대·아파트·상업용 오피스텔 포함) 거래는 2만1048건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원이 2006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규모다.특히, 외국인 거래에서 중국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소유 토지는 19.8㎢로 여의도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외국의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는 내용에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내국인과 달리 가족 파악이 어려워 다주택 규제도 힘들다.국회에서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상호주의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대출 규제와 집값 폭등으로 서울 아파트 풍경이 그림의 떡이 되어가는 동안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쇼핑센터가 되어버린 것이다.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에 대해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우리 국민이 우리 땅에서 중국인 집주인에게 월세 내고 사는 끔찍한 중국몽(中國夢)만은 사양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명운을 걸 게 아니라 물밀 듯 들어오는 외국자본에 국가의 명운을 의탁하는 행위를 멈추어야 할 때가 아닐까.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chae@viva100.com

2021-03-01 14:40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현대차의 두 가지 전화위복

김상우 산업IT부 기자1959년 3점식 형태의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볼보는 지금도 자동차 안전의 대명사로 꼽힌다. 충돌 상황에서 탑승객을 잡아주는 안전벨트가 개발됨에 따라, 자동차 안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혁신을 경험하게 된다.당시 볼보는 안전벨트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전면 개방을 선택했다. 자사의 기술을 독식하기보다는 무료로 나누면서 안전을 공유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볼보의 이러한 안전 철학은 스웨덴의 자존심, 스웨덴의 품격이라는 국가적 위상과 연결됐다.최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 소식이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차가 산비탈을 구르는 대형 사고였지만, 다행히 우즈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미국 언론은 우즈가 몰던 제네시스 ‘GV80’의 안전성을 조명하며 강한 충격에도 차량 내부가 온전했던 게 우즈를 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현대자동차에 자칫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었던 사건이 브랜드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셈이다.그동안 현대차는 안전과 관련해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단기간에 글로벌 5대 자동차 브랜드로 도약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줬지만, 안전과 관련한 세심함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엊그제 배터리 결함 문제로 떠들썩했던 전기차 ‘코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겠다는 결단은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현대차의 또 다른 의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GV80 이슈와 코나 배터리 사건 등이 현대차를 더욱 위로 끌어올리는 도약의 칭찬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

2021-02-25 14:09 김상우 기자

[기자수첩] 의협의 도 넘은 의료법 반대 집단 이기주의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의사 단체들의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집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해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면허강탈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통과 시 ‘총파업’,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협조 등의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이익 단체가 직종의 집단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고 단체행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의협의 주장은 설득력이 무척 떨어진다. 살인,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를 믿고 어떻게 몸을 맡길 수 있겠는가?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에 적용하는 자격증 취소가 왜 의사에게만 예외가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의협은 자율징계를 주장하지만 자율징계가 실효성이 없다는 건 굳이 되풀이하지 않아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의료법 개정안은 또 의료행위 중에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의료행위의 특성을 반영하기도 했다.의협의 집단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방법도 아주 고약하다. ‘총파업’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협조·방역 대응 장애 초래를 운운한 것은 의협 스스로 의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다. 온 국민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행위 포기이자 ‘대국민 협박’이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으로 본다.의협은 이 같은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의견은 국회에 밝히면 된다. 하지만 국회는 의료인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높일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

2021-02-24 13:31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박지원의 다짐은 어디로 갔나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국정원이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국내 정치에 절대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명확히 하겠다.”지난해 9월 21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혔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 다짐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박 원장 스스로 깬 것이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를 사찰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국가의 권력기관이 국민을 사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하고, 이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너무 부적절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분히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굳이 이 때를 택해야 했는지 되물어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이 있었던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2달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하다가 보궐선거 준비가 한창인 이 때 이러한 카드를 꺼내든 것인지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박 원장 보고 당시 “선거에 악용될 여지에 대해 걱정한다. 선거와 연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 스스로도 이러한 보고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우려에도 이러한 패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말했던 정치개입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 됐다.‘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오해 받을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또 결과가 옳다고 해서 과정에 부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mr.han777@viva100.com

2021-02-22 14:21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4월 보선, '지킬 수 있는 공약' 걸어라

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올해도 역시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각종 선심성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먼저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결혼·출산 지원 공약으로 신혼부부에게 최대 1억17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고, 같은 당의 오세훈 후보도 8세 이상 서울시민에게 스마트워치 무료보급, 서울시 청년들에게 매월 최대 54만5000만원 지급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양육 손자가 1명일 때 20만원, 2명일 때 40만원을 지원하는 ‘손주돌봄수당’ 공약을 꺼내들어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선심성 공약은 여당도 별다르지 않아서 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100만원 일괄지급,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 유치원을 퇴소하지 않아도 최대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서울형 임시 가정양육 수당’을 내걸었고, 같은 당의 박영선 후보 역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조원 기금을 조성해 최대 2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임대료를 빌려주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어 공약 실현 여부를 두고 대중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선심성 공약의 맹점은 재원 확보인데 가장 재원 규모가 큰 국민의힘 나 후보의 공약을 두고 여권은 물론 같은 당의 오신환 후보 역시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냐”는 공세를 펼쳐 한동안 두 후보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다른 후보 역시 재원 확보에 관해선 유권자에게 마땅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선심성 공약들, 하지만 당선됐다하더라도 공약을 못 지켰다고 해서 사퇴할 의무도 없으니 이쯤 되면 ‘믿을 수 없는 정치인들’이라는 대중들의 비판을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말하기전에 그 불신의 원인을 정치인들이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spikekwon@viva100.com

2021-02-21 13:40 권규홍 기자

[기자수첩] 한파에 멈춘 美 신재생에너지 발전

윤인경 산업IT부 기자최근 봄이 오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던 날씨가 무색하게 다시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 곳곳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역시 북극발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CNN 방송은 미국 본토의 73% 이상 눈이 쌓였고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인 1억5000여 만명에게 한파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남서부 텍사스주는 발전소 장비가 결빙되면서 410만 가구 이상에 전기가 끊겼다. 전체 전력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풍력발전기는 터빈에 눈이 쌓여 얼면서 상당수가 가동이 중단됐다.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미국 현지에 있는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오스틴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가동 중지된 것은 1998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유럽 역시 매서운 한파로 기온이 곤두박질쳤다. 겨울에도 눈을 보기 어려운 그리스는 평년보다 기온이 20도 이상 떨어지면서 12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이처럼 전례 없는 혹한과 강풍으로 세계 곳곳에 피해가 속출하면서 전력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눈이나 비 등 기상 조건에 취약한 태양광·풍력 발전 형태의 특성상 겨울철 혹한을 대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폭설에 이은 강추위로 태양광 패널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전력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이번 북극발 한파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이를 보완하지 않고 단순히 설비용량만 빠르게 확대할 경우 향후 심각한 전력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윤인경 산업IT부 기자 ikfree12@viva100.com

2021-02-18 14:01 윤인경 기자

[기자수첩] 공연의 영화화

이희승 문화부 차장영화의 순기능이란 무엇일까.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대한민국에서 영화분야는 유독 혹독했다. 대작들은 개봉일을 미루거나 그나마 제작비라도 건질 수 있는 OTT서비스로 옮겨갔다. 올초 스크린 보릿고개를 채우는 건 오롯이 재개봉 영화들의 몫이다. 추억의 영화들을 다시금 큰 화면으로 보는 건 분명 반갑지만 뭔가 허기진 배에 따듯한 엄마밥 대신 인스턴트 식품을 욱여넣는 듯한 헛헛함이 드는 건 사실이다.이처럼 개봉할 영화가 없는 극장가는 ‘재개봉’과 ‘수년간 묵혀뒀던 미개봉’ 콘텐츠와 더불어 무대예술에 눈을 돌렸다. 지난 11일부터 CGV에서 상영 중인 뮤지컬 ‘시데레우스’가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4일에는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이, 3월 초에는 뮤지컬 ‘호프’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6일 시사회에서 만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장르적 확장의 가능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뮤지컬 공연 실황을 영화관으로 옮기는 시도는 코로나19 위기가 한몫 했다. 16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비친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의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중단되면서 아쉬움도 컸지만 이 좋은 콘텐츠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상화 작업으로 단순한 기록 영상이 아닌, 영화관에서 상영을 해도 문제가 없는 완성도”라는 자부심은 거짓이 아니다.2020년 7월 공연을 고스란히 옮긴 영화는 9대의 4K 카메라와 풍부한 5.1채널 사운드의 기술을 더해 무대의 사실감을 살려냈다. 공연장르 안에서 기존의 ‘명성황후’가 쌓아놓은 인지도를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다시금 불살랐다면 이번 실황영화는 장르적 확장이란 점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21-02-17 14:14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