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알뜰주유소 옆 주유소의 '삼중고'

윤인경 산업IT부 기자지난 2011년 도입한 이후 10주년을 맞은 알뜰주유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이후 수익 악화가 심화되면서 경영난에 빠진 주유소 업계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290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109곳 줄었다. 반면 4월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는 1246곳으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점유율 11%를 넘어섰다.주유소업계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경영난을 넘어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알뜰주유소가 몰려있는 지방의 경우 일반주유소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가격이 리터당 100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코로나19로 국제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 공급가격을 높였지만, 알뜰주유소는 정유사가 아닌 석유공사로부터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일반주유소의 생존권 보장과 시장 불공정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거세진 이유다.최근 수소·전기차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속에서 알뜰주유소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소·전기충전소가 확산하면 주유소가 줄어들고 석유제품 소비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제는 수송에너지의 다변화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주유소 정책 전반을 다루는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알뜰주유소 제도도 함께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에너지 공급의 주축 역할을 해온 전국 1만곳 이상의 주유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생안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해본다.윤인경 산업IT부 기자 ikfree12@viva100.com

2021-06-07 14:14 윤인경 기자

[기자수첩] 혐오 논란, 지나친 자기검열이 답일까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편의점 GS25가 남성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 집게 손가락 모양을 홍보 포스터에 사용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면서 유통·식품업계가 ‘손가락 주의보’를 발령했다.이전에 올렸던 홍보 게시물 중 집게 손가락 모양이 들어가 있는 게시물은 대부분 삭제 조치됐고, 근래 들어 올라온 홍보 게시물에서는 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일단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행동은 최대한 조심하자는 식이다.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빠른 사과와 지나친 자기검열을 남긴 이번 선례가 마녀사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GS25는 해당 게시물을 만든 디자이너와 마케팅 팀장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여성 고객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해 비난을 받은 무신사는 이벤트 포스터에서 카드를 들고 있는 손가락 모양이 논란이 되자 대표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일로 불통이 튄 기업들은 재빠르게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속사정을 들어보면 억울하다는 곳도 많다. 광고에서 흔히 사용하는 손가락 모양이었을 뿐, 혐오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곳은 없었다. 기업들은 일단 논란의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제대로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일단 화부터 피해보자는 식으로 대응을 하다 보면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혐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번에 기업들이 남긴 선례처럼 관계자 징계조치와 같은 강한 ‘액션’을 요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상식 선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문제제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보편적인 소비자가 바라보는 시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2021-06-06 15:06 노연경 기자

[기자수첩] 새 정책보다 걱정되는 정책 뒤집기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최근 등록 임대주택사업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모였다. 여당의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움직임에 반발해 관련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며 탄원서를 내기 위해서다.지난달 27일 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서 앞으로 모든 주택 유형의 매입 임대주택 신규등록을 폐지하고, 지난해 7월 이전에 등록한 기존 사업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이에 임대사업자들은 “사실상 임대등록사업자 제도를 폐지한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정책 신뢰 차원에서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지난 2017년 12월 13일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이었다. 앞서 두 번의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세 번째에선 전·월세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각종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료 혜택 등을 부여하는 당근책을 내놓은 것이다.하지만 정부는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이듬해 9·13 대책 때부터는 정책 기조를 바꿔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7·10 대책에서는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8년) 매입임대를 폐지했다.이에 업계에서는 일정부분 매물 잠김 해소와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인센티브까지 부여하며 등록을 독려한 지 만 4년도 지나지 않아 세제혜택은 물론 제도 자체를 없애기로 한 경우는 없었다며 정책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미 25번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만큼 불신을 자초하는 정책 뒤집기는 더욱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1-06-03 14:25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철강 수급난, 사재기 단속이 능사인가

이연진 산업IT부 기자최근 철강 가격이 고삐가 풀린 듯 치솟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모처럼 경기 회복세를 보이던 자동차, 조선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철강 가격 고공행진을 막고자 투기와 사재기 단속 방침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및 원자재 수급 대응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합동점검반을 구성, 사재기 등 수급 안정을 해치는 시장교란 행위 등을 점검할 뜻을 밝혔다. 만약, 단속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됐을 시 강력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격 안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올해 국내 철강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는 사이에 계속되는 가격 상승과 품귀 현상은 즉각 산업 현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투기와 사재기 단속 보다는 당장 철강 수급 안정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정부는 철강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앞으로 상당기간 수급난과 철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철강사들과 생산 확대 등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이연진 산업IT부 기자 lyj@viva100.com

2021-06-02 14:35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IPO 거품 경고' 안 들었나 못 들었나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가파르게 오른 자산은 하락률도 크다는 뜻.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을 지켜보면서 이 격언이 새삼 떠올랐다.지난해 SK바이오팜을 필두로 IPO 시장에는 훈풍이 크게 불어왔다. SK바이오팜이 당시 역대 최대 증거금을 쓸어 담으며 이른바 ‘따상’을 넘어서 ‘따상상상’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도 ‘따상상’에 성공했다.투자자들은 너도나도 IPO 시장에 몰렸고, 지난해 ‘따상’을 기록한 종목들이 대거 등장했다. 상장을 앞두고 ‘대어(大魚)’라는 소문이 들리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주식 광풍’과 더불어 IPO 시장에 거품 논란이 점화되는 중에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IPO 시장으로 몰렸다. 마침 정부가 일반 청약 물량을 늘리고 균등배정 제도를 실시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을 높여 IPO 시장 과열에 기름을 부었다.‘따상상상’과 ‘따상상’으로 불이 붙었던 IPO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속도가 둔화됐다. 상장 당시 역대 최대 증거금 신기록을 썼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바이오팜처럼 ‘따상상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따상’에 그친 것이다.어쨌든 ‘따상’에 성공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음 주자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 몰렸다. 증거금은 81조9017억원, 당연히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SKIET는 상장 첫 날 시초가 대비 21.67% 급락하면서 시장을 실망시켰다. 올해 남은 대어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크래프톤·LG에너지솔루션)의 부담이 커졌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그간 거품 논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실을 날카롭게 파악하지 못 하고 눈과 귀를 막은 것은 투자자들이다. 가파르게 오른 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는 것도 투자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21-05-31 15:00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직업에도 귀천(貴賤)이 있나요

곽진성 기자“직업에 귀천이 있을까요”어느 날, 점심 하러 가는 길. 차량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동석자들의 어떤 대화가 호기심을 자아냈다. 새내기 직원으로 보이는 그는 궁금증 잔뜩 배인 목소리로, 한참 선배인 이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선배는 그 난해한 물음에 연륜을 묻어내 답했다. 현실에서 직업, 직장에 대한 귀천은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요지였다. 반면 후배는 “저는 직업의 높고 낮음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결을 달리 한 선배의 후배를 대화를 들으며 만약 나라면 어떤 답을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요즘 우리 세태를 돌아본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업자와 납품업자, 원청과 하청사이에 ‘귀하고 천한’ 벽이 존재한다는 토로가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갑의 횡포에 을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이 많다. 단지 그들보다 소박한 꿈을 꿨을 뿐일 텐데, 을이 감당해야 하는 차별과 횡포의 무게가 참 가혹했다.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의 가맹계약을 즉시해지 한 BBQ, BHC 같은 경우나 납품업자들을 대상으로 판촉비용 부담 약정을 지연 체결해 판촉비용 부담을 전가시켜 논란이 된 홈플러스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이나 벌금 등 제재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불공정 행위자들의 애티튜드가 교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치밀하게, 더 교묘히 갑질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직업에 귀하고 천한 것이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직업이 다르다고 꿈에 귀천(貴賤)이 있을 리가요”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오게 될까. 사회적 차원의 끊임없는 관심과 감독. 그리고 보다 강력한 처벌로 경제 강자들이 누군가의 직업을, 누군가의 고된 현실과 그럼으로 빛날 미래를 감히 가볍고. 천히 여기게 못하게 해야 한다.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

2021-05-30 13:22 곽진성 기자

[기자수첩] 위기의 면세점, 우선 살리고 보자

양길모 생활경제부 차장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인 사업이 바로 면세사업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던 때가 있었다.하지만 지금 면세업계의 상황은 과거의 명성과 영광은 온데 간 데 없고 유통업계에서 아예 잊혀진 존재가 됐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3월들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출국장면세점은 전년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공항면세점 월 임대료는 885억원,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한다.여기에 지난해 봄철 관광 성수기를 예상하고 3~6개월 전에 발주했던 장기 재고가 약 3조원에 이르는 상황임에도, 고용유지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고용인력을 모두 안고 가다 보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자 2019년 한화갤러리아와 두산그룹이 면세점 영업에서 물러났으며, 신세계면세점도 개점 만 3년이 되는 오는 7월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운영 중인 강남점을 철수하기로 했다.더욱 큰 문제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유커와 따이궁(보따리상) 유치가 코로나19가 끝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면세사업 지원과 확장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매출 기준 1위에 올랐다. 즉, 그들에게 더 이상 ‘한국’은 면세 쇼핑의 차원에서 매력적인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표현이 있듯이 국내 면세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면세업계가 실질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양길모 생활경제부 차장 yg102@viva100.com

2021-05-27 14:20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가상자산을 대하는 은행의 두 얼굴

김상우 산업IT부 차장최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획이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실명계좌 발급이 급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있는 중소거래소들은 해당 발언을 달리 해석했다. 정부가 ‘가상자산=투기’라는 잠정 공식을 세워두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마당에, 잠시 몸을 사리는 부자 몸조심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기자 개인에게도 은행들의 이번 발언이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다는 인상이다. 밑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 위에서는 “가상자산이 뭐죠”라고 능청을 부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 해시드와 손잡고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설립한 바 있다. 고객 요청에 따라 장외거래로 비트코인 등을 구매한 뒤 수탁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다. 신한은행도 올해 1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으며, 농협은행은 블록체인 전문업체 헥슬란트와 함께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커스터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가상자산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가상자산에 러브콜을 보내는 와중에, 그거랑 별개라고 손을 휘젓는 모습은 스스로 ‘관치금융’을 입증하는 격이 아닐까 싶다. 한편에서는 은행들이 특금법 개정안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설도 나온다. 이참에 거래소 중심의 구조를 무너뜨리고 그 키를 은행이 잡겠다는 시나리오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 영역으로 인정해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관치금융의 힘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어찌됐던 은행들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산업과 기업의 육성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가면은 벗어던져야 한다. 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단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김상우 산업IT부 차장 ksw@viva100.com

2021-05-26 14:24 김상우 기자

[기자수첩] 부익부빈익빈 심화시키는 비트코인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때는 무섭게 치솟다가 내릴 때는 바닥이 보이지 않게 꺼진다. ‘사기’냐 ‘디지털 골드’냐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평가만큼이나 변동성도 크다.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인 개당 6만3223.88달러(지난달 14일 기준)에서 24일 45.56% 급락(3만4415.05달러)했다. 영끌해서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갔던 이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미국의 개입으로 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중국이 지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면, 이는 태생적으로 무정부주의인 비트코인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괴짜 CEO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도 춤을 췄다.결국 비트코인이 화폐나 자산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는 신뢰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미 연준이 찍어내는 기축통화 달러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금보다 정체불명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발명품을 신뢰해 자신의 재산을 베팅했다면 그 근거와 가치 판단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치솟는 시세에 편승해 기성세대와의 격차를 메워보고자 영끌했던 것이라면 조급한 마음이 담긴 도박(투기)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한 투자의 고수는 최근 세태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부자들은 돈이 많아 안전하고 여유롭게 투자해서 수익도 많이 나는데 개미들은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쫓다보니 급하고 위험한 플레이를 하다 그나마 가진 돈마저 털린다.”사람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길 기대했던 가상화폐 시장이 결과적으론 우리 사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2021-05-24 14:22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정부는 계획이 다 있구나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년 전 이맘때 세상에 나온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대사다.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아버지 기택이 배우 최우식이 연기한 아들 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부잣집에서 일할 생각에 들떴던 가족이지만, 끝은 처참했다. 기택은 결국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라고 내뱉었다.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이라는 말이 뒤를 잇는다.금융시장을 둘러싼 제도 역시 이 모양이다. 가계 부채 및 부동산 대책이 현실을 못 따라온다.정부는 지난달 29일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은행권 40%로 점차 규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비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실수요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실수요자가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대출을 조이는 대책은 오히려 시장의 이런 요구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정부는 가계부채 총량이 더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있다. 가계 부채 규모가 국가 경제 수준(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기 때문이다.그러나 규제가 켜켜이 더해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소비자가 느끼기엔 하루가 다르게 정책이 바뀐다.기생충 명대사가 또 하나 머릿속을 스친다. “그 어떤 좋은 계획도 실패할 수 있지만 무계획은 실패할 일이 없어,” 오죽하면 국민들이 정부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겠는가.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21-05-23 14:52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요즘 연예계 “이게 머선 129”

조은별 문화부 차장요즘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문구가 “이게 머선 129”다. 방송인 강호동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게 머선 일이구”(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외치는 것을 한글과 숫자를 합쳐 시각화한 자막이다. 올 들어 모바일 메신저에서 가장 자주 쓰는 문구이기도 하다. 1년 동안 지속된 팬데믹 기간 집단적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걸 목격했다. 잘나가는 연예인에게 학창시절 폭력을 당했다는 MZ세대의 학폭 고백, 단 1회 방영된 드라마가 중국을 미화했다며 방영금지해 달라는 움직임, 여성 연예인의 과한 성적 농담과 의미 없는 손짓이 남성혐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집단 반발, 심지어 방송조차 되지 않은 드라마가 민주화운동을 폄훼했으니 방송 금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다.대중의 분노로 인한 긍정적인 학습효과도 적지 않다. 젊은 연예인들은 외모나 능력보다 인성의 가치를 깨닫게 됐고, 남성연예인의 과한 성적농담에 여성들이 분노하듯 남성들의 불쾌함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실존인물을 내세운 드라마는 고증에 고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명제도 다시금 확인했다.그렇지만 갈수록 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분노의 결과가 ‘빌런’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억 예산의 드라마 제작이 취소되면 피해는 드라마 생태계의 가장 하위에 속하는 일용직 근로자나 단역배우들에게 돌아간다. 의미 없는 손짓, 농담도 혐오라고 주장하면 어떤 개그맨이 웃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서로의 기억이 명확하지 않은 십수년 전 학창시절 사건 때문에 한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는 편성이 기약 없이 미뤄지기도 했다.대중의 집단 움직임의 피해자들은 어디에서 보상 받아야 할까. 모두가 조금만 자중하기를. 그래서 하반기에는 “이게 머선129”를 그만 외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21-05-20 13:43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상가 투자, 모르고 하면 낭패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큰 명동과 이태원은 일년 내내 북적거렸던 거리가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상가들로 인해 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의 수익률은 0.89%로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에 그쳤다. 상가 공실률은 13%로, 지난해 4분기(12.4%)보다 0.6%포인트 올랐다.이에 따라 상가 투자도 조금 주춤하는 모양새다. 상가는 시세차익도 시세차익이지만 임대수익도 중요하게 보고 들어가기 때문에 공실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상가 투자를 하려면 철저한 공부가 필요하다. 무조건 좋다고 추천하는 중개인의 꼬드김에 넘어가 수년째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그 예로 위례신도시의 상가가 있다. 2기 신도시 중 판교와 함께 가장 주목받은 위례신도시는 수년 전 분양할 때만 해도 프리미엄이 수억씩 붙으며 완판됐는데 지금은 상가 공실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상가 투자는 시세차익과 임대소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원칙이다. 부동산 중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상가가 꼽힌다. 상가는 노령인구 증가와 고용불안으로 인한 창업이 증가하면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떠올랐다. 목 좋은 자리는 요즘 같은 때에도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줄 서서 대기한다.상가 투자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상권 분석이다. 상권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고 개별 상가의 입지조건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신규 상권은 상권 전체가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미래가치가 높게 반영된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chae@viva100.com

2021-05-19 13:23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노인일자리’를 위한 ‘해명’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최근 정부에서 일자리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나오는 주장 중 하나가 ‘노인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는 재정일자리가 많아 ‘양질’의 괜찮은 일자리보다 단기·일회성 ‘어르신 알바 일자리’가 많아 정부 일자리 정책이 시원찮다고 공격할 때 많이 쓰인다.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일이 비판받거나 폄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돼가고 있고 노인인구도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인 평균 수명이 83.3세인 만큼 정년 혹은 은퇴 후 약 20년 동안은 ‘쉬어야’ 한다. 물론 사람과 경우에 따라 따르지만 거칠게 말하면 약 20년 동안 쉬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많은 노인들이 은퇴 후 ‘쉬는 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득보다 손해일 가능성이 높다. 일을 하는 어르신은 일을 안 하는 사람 보다 우울감도 적고 생활 만족도도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많은 노인들이 일을 더 하고 싶어 한다. 최근 ‘노인’으로 편입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건강 상태도 예전보다 개선됐고 학력도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하지만 노동시장과 국민연금 등 대부분의 한국 사회 제도는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 설계·제도화 된 경우가 많다. 인구구조와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제도 변화는 늦고 개선도 쉽지 않다. 제도 개선은 더디고 일하고 싶은 노인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노인일자리 사업은 중요한 사업이다. 사회 전체의 건강성 유지를 위해서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도 관행적인 사업이나 예산 소진을 위한 노인 일자리가 아닌 공익성과 효율성, 경제에 모두 기여할 수 있는 괜찮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1-05-17 14:08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 사면' 더 미룰 시간이 없다

산업IT부 한장희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결단이다. 감정보다는 실리를 따져야 할 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탐대실하지 말라는 것이다.가까스로 어렵게 살려낸 경기 회복의 불씨를 허망하게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문 대통령 본인 스스로도 공식석상에서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수차례 언급해왔다.틀리지 않는 말이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다시 기회를 잡지 못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까지 주요 열강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잘 돌아가던 공장들이 멈춰 서고 있다.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해 미국의 핵심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고, 지난달 12일에 이어 오는 20일에 개최하는 글로벌 반도체 대책회의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소집했다.대책회의에 소집된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바이든 행정부도 인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가치와 영향력을 해외에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평가절하 하는 부분이 있다.여기에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여권 일각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고언이 있다. 반도체 업황에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이 필수적이다.삼성전자를 이끌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정도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문 대통령이 타이밍을 놓치는 실기를 범하지 않고 빠른 결단을 내려 경제 재건에 주춧돌을 놓아야 할 시점이다.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2021-05-16 14:30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공수처, 국민이 염원하는 정의 세울 수 있을까

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설립 과정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랜 준비 과정 끝에 드디어 지난 10일 1호 수사대상을 공개했다. 공수처가 밝힌 1호 수사대상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으로, 공수처는 조 교육감에게 제기된 특별 채용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조 교육감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들어갔다.여당 인사인 조 교육감에 대한 수사 소식에 여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진경준 전 검사장과 상상인 저축은행 사건을 언급하며 “공수처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죄, 뭉갠 죄”라고 공수처의 결정을 비판했고, 국회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최고위원은 “공수처 설치의 이유는 검찰 견제”라며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너무 편한 선택”이라고 유감을 드러냈다.김기식 전 금감원장 역시 “한마디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고 직격을 날렸다. 반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민주당의 공수처 비판을 언급하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해야 한다는 유아적 생떼”라고 반박했다.공수처의 1호 사건은 지난 1월 21일 출범 당시부터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정치적 중립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김진욱 공수처장은 1호 사건을 두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건을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1호 사건은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고, 떠넘겨 받아서 하는 사건은 1호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물론 공수처의 이번 결정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 될 수 있어 공수처의 독립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검찰의 수 많은 비리 의혹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벌은 커녕 퇴임 뒤 전관예우를 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공수처의 이번 결정은 아쉬움이 크다.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spikekwon@viva100.com

2021-05-13 13:25 권규홍 기자

[기자수첩] 日, 오염수 방류 '눈 가리고 아웅'

윤인경 산업IT부 기자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연안 해역이 아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속에 배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물을 해저 배관을 통해 약 1㎞ 떨어진 바다로 보내 방출하겠다는 것이다.“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가 배관까지 연결해 멀리 방류하려는 모습에,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해저 배관을 통해 오염수를 방류하는 방안은 해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별도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다.지난달 14일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동안 벌써 국내 수산업계 등의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아직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인데도, 불안감 탓에 수산시장을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직격탄을 맞은 수산시장의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면 수산업과 관련된 배송, 물류창고, 항운 등 파생 산업까지 전부 피해를 입게 된다.충남연구원이 도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전 오염수 방류로 충청남도 내에서만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99.5%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고, 수산물 기피 기간은 평균 16.1년에 이르렀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남해 등의 피해는 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년이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기 전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조사단에 국내 전문가 참여, 중국 등 인근 국가와의 국제 공조 등 국민 안전과 해양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시급하다.윤인경 산업IT부 기자 ikfree12@viva100.com

2021-05-12 14:06 윤인경 기자

[기자수첩] 영화 '화녀'로 보는 스승의 고마움

이희승 문화부 차장얼마 전 영화 ‘화녀’를 봤다.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뒤 발빠르게 움직인 영화업계 덕분(?)이다. 故김기영 감독은 국내에서 이미 여러 차례 기획전을 가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려 50년만에 정식으로 극장개봉을 한 것. 전세계에 생중계된 수상소감을 통해 윤여정은 자신의 데뷔작인 ‘화녀’를 만든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고 “살아계셨으면 분명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반세기 넘게 자신을 연기의 세계로 이끈 그를 추모했다.TV탤런트로 활동하던 윤여정의 첫 스크린 데뷔작은 지금 봐도 파격적이다. ‘화녀’는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윤여정)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후 벌어지는 파격과 광기의 미스터리다. 한 가정을 파멸로 몰고 가는 명자의 집착은 가녀린 윤여정의 체구와 그로테스크하게 맞물려 큰 화제를 모았다.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손바닥 만한 쥐를 움켜쥐고 주인집에서 키우던 닭을 조각내는 모습은 애교다. 자신을 잡으러 온 형사들을 예상하며 눈을 가리는 모습을 다양한 버전으로 상상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움마저 풍긴다.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자신에게 그런 연기를 시키는 감독님이 미워 당시에는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만큼 연기적으로 많이 배운 때도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지난 주는 어버이날이었고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우러러 보는 자리에 섰을 때 자신을 이끈 선배이자 스승을 이렇게 추억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요즘엔 뭔가를 가르치려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이미 4050세대는 후배와 윗선에 끼여 눈칫밥을 먹은 지 오래다. 만약 나에게 저런 가르침을 준 존재가 없다 해도 슬퍼하지 말자. 윤여정의 수상소감만큼 거창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로 기억된다면 그것만큼 성공한 인생도 없을테니까.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21-05-10 13:50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불붙은 OTT업계, 제2의 '옥자' 나올까

남궁경 산업IT부 기자.‘옥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안착을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당시 넷플릭스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콘텐츠는 물론 인기 미국 드라마 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듬해 봉준호의 옥자로 반전에 성공했다.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을 반대한 대형 멀티플렉스가 옥자 상영을 거부하자 옥자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넷플릭스에 가입했고, 이는 넷플릭스를 대중에게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넷플릭스는 옥자 이후 첫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좀비 사극 ‘킹덤’, ‘사냥의 시간‘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앞세워 국내 OTT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이 덕분일까. 현재까지도 국내 OTT시장에서의 넷플릭스 입지는 탄탄하다.토종 OTT 업체들은 이러한 넷플릭스의 독주를 깨부수기 위해 ‘대규모 투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 이상 플랫폼 운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든 것이다.콘텐츠웨이브(웨이브)는 5년간 약 1조원을, KT 스튜디오지니와 CJ ENM의 티빙은 각각 5000억원, 4000억원의 거금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여기에 웨이브는 최근 미생·시그널·도깨비 만든 이찬호 CCO를,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전문가 김철연 공동 대표를 영입하며 웰메이드 콘텐츠 제작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들의 결단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투자 금액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을 뿐더러, ‘디즈니플러스’, ‘HBO Max’ 같은 새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콘텐츠 공개도 전에 김빠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 업체 간 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비자일 것이란 사실이다.남궁경 기자 nkk@viva100.com

2021-05-09 15:13 남궁경 기자

[기자수첩] 신뢰 회복 시급한 제약·바이오 업계

안상준 산업IT부 기자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제약·바이오 업계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부 기업이 의약품 임의 제조 등 약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며 업계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이번 사태의 원인은 어쩌면 간단하다.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품질관리(QC)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약품 수에 비해 품질 관리자는 턱없이 부족했고, 위·수탁 품목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제네릭 난립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 당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당시 회수된 발사르탄 성분의 제네릭 품목이 무려 170개에 달했기 때문이다.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허가를 위한 위탁(공동) 생동 품목허가 건수를 제조소 1곳과 위탁사 3곳으로 제한하는 ‘1+3’ 개정안 추진을 통해 제네릭 난립을 막아보려 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 권고로 무산됐다. 당시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했던 여파가 이번에 또다시 소를 잃는 결과로 나타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의약품 위탁생산 제한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의약품 품질관리 혁신 TF’를 통해 ‘종합적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신뢰도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일부 제약사의 잘못된 행위가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산업의 미래 가치 실현과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 당국은 물론, 업계 스스로도 강도 높은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안상준 산업IT부 기자 ansang@viva100.com

2021-05-06 14:14 안상준 기자

[기자수첩] 피곤한 희망고문

채현주 사회부동산부 차장2017년 6월 19일. “부동산 정책은 자신있다”던 문재인 정부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날이다.문 정부는 “집값을 취임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면서 “안되면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집값을 안정화 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6.19 대책(주택청약 조정대상지역 추가 선정. 전매제한기간 강화. 맞춤형 LTV·DTI 대출규제 강화, 재건축 규제강화), 8.2대책(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확대) 등 점점 강력하고 다양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그렇게 문 정부는 올해 2월 4일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총 25번째 대책을 내놨다.그런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내놓을 수록 시장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서울 곳곳에서 집값이 최고 신고가 기록을 터트리는 등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평당 실거래가격이 72.8%나 상승했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 값도 평균 10억원에 육박했다.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꿈이 점점 사라지는 형국이 됐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정부가 부랴부랴 마련한 ‘3기 신도시’ 등의 주택 공급대책. 이마저 내놓자마자 LH투기 파문이 일면서 국민을 더 분노케 했다. 남은 신뢰마저 바닥을 쳤다.수십 차례 정책을 쏟아 붓는 사이 집 값은 커녕 오히려 시장 혼란만 부추키며 전문가들 조차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곧 26번째 부동산 정책이 나올 것 같다. 각종 규제 등을 완화한다고?국민은 피곤하다.채현주 사회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

2021-05-05 08:06 채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