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업에도 귀천(貴賤)이 있나요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05-30 13:22 수정일 2021-06-02 23:13 발행일 2021-05-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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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기자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요”

어느 날, 점심 하러 가는 길. 차량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동석자들의 어떤 대화가 호기심을 자아냈다. 새내기 직원으로 보이는 그는 궁금증 잔뜩 배인 목소리로, 한참 선배인 이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

선배는 그 난해한 물음에 연륜을 묻어내 답했다. 현실에서 직업, 직장에 대한 귀천은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요지였다. 반면 후배는 “저는 직업의 높고 낮음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결을 달리 한 선배의 후배를 대화를 들으며 만약 나라면 어떤 답을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요즘 우리 세태를 돌아본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업자와 납품업자, 원청과 하청사이에 ‘귀하고 천한’ 벽이 존재한다는 토로가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갑의 횡포에 을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이 많다. 단지 그들보다 소박한 꿈을 꿨을 뿐일 텐데, 을이 감당해야 하는 차별과 횡포의 무게가 참 가혹했다.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주의 가맹계약을 즉시해지 한 BBQ, BHC 같은 경우나 납품업자들을 대상으로 판촉비용 부담 약정을 지연 체결해 판촉비용 부담을 전가시켜 논란이 된 홈플러스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이나 벌금 등 제재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불공정 행위자들의 애티튜드가 교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치밀하게, 더 교묘히 갑질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직업에 귀하고 천한 것이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직업이 다르다고 꿈에 귀천(貴賤)이 있을 리가요”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오게 될까. 사회적 차원의 끊임없는 관심과 감독. 그리고 보다 강력한 처벌로 경제 강자들이 누군가의 직업을, 누군가의 고된 현실과 그럼으로 빛날 미래를 감히 가볍고. 천히 여기게 못하게 해야 한다.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