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면세점, 우선 살리고 보자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1-05-27 14:20 수정일 2021-06-02 23:14 발행일 2021-05-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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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길모
양길모 생활경제부 차장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인 사업이 바로 면세사업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면세업계의 상황은 과거의 명성과 영광은 온데 간 데 없고 유통업계에서 아예 잊혀진 존재가 됐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3월들어 면세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출국장면세점은 전년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공항면세점 월 임대료는 885억원,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봄철 관광 성수기를 예상하고 3~6개월 전에 발주했던 장기 재고가 약 3조원에 이르는 상황임에도, 고용유지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고용인력을 모두 안고 가다 보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자 2019년 한화갤러리아와 두산그룹이 면세점 영업에서 물러났으며, 신세계면세점도 개점 만 3년이 되는 오는 7월 서초구 센트럴시티에서 운영 중인 강남점을 철수하기로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유커와 따이궁(보따리상) 유치가 코로나19가 끝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면세사업 지원과 확장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매출 기준 1위에 올랐다. 즉, 그들에게 더 이상 ‘한국’은 면세 쇼핑의 차원에서 매력적인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표현이 있듯이 국내 면세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면세업계가 실질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차장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