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언론도 '폭로 공화국'의 공범

조은별 문화부 차장최근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이근 전 해군 예비역 대위는 유튜브로 발목을 잡혔다. 가로세로연구소 등 ‘옐로 저널리즘’ 성격을 띤 유튜버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무차별로 폭로하면서 이 전 대위는 각종 방송 및 광고에서 하차 수순을 밟고 있다.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폭로 뒤에는 이들의 발언을 검증 없이 받아 써 ‘어뷰징’에 일조한 언론의 무책임도 일조했다. 언론은 당사자의 해명 또는 반론을 실어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온라인에는 확인되지 않은 유튜버들의 발언만 집중 조명됐다. 폭로의 진위여부를 취재하거나 당사자를 인터뷰한 매체는 손꼽을 정도다.이는 이근 전 대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걸그룹 AOA 전 멤버였던 지민은 과거 같은 그룹 멤버였던 권민아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돼 팀을 떠나야만 했다. 그룹 갓세븐의 영재도 온라인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학교폭력 당사자로 몰렸고 레드벨벳 아이린은 ‘갑질논란’의 주인공이 됐다.온라인 폭로의 일부 내용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기존 폭로 내용에 살을 붙인 콘텐츠로 재가공되곤 한다. 갓세븐 영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누리꾼은 영재가 목포에서 서울로 떠난 뒤에도 괴롭힘을 당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 지민, 아이린 등도 과거 방송 출연분이나 지인들의 발언을 짜깁기한 영상이 떠돌면서 일방적인 폭로에 힘을 실어줬다.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주장과 발언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언론의 기능이 희미해 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난무하는 주장을 검증하고 확인한 뒤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손쉽게 받아쓰는 한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주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자성과 자정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때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20-10-26 14:17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해썹 부실인증' 언제까지…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먹거리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 안전성을 정부가 인증하는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관리하는 해썹은 매번 식약처 국정감사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2018년에는 풀무원푸드머스 ‘식중독 케이크’ 사건과 관련해 해썹 인증 관리 문제가 지적됐고, 2019년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에 대한 안전 문제가 흘러나왔다.올해 국감에서는 해썹 인증 받은 공장의 위생 문제가 지적됐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0월 CJ제일제당 공장(CJ인천2사료공장) 내부 곳곳이 비둘기 깃털과 배설물로 오염돼 있었다고 지적했다.해썹 인증을 받았지만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소도 매년 끊이지 않는다. 2017년 291개소, 2018년 252개소, 2019년 305개소, 올 6월 현재 119개소가 식품 안전에 대한 인증을 받았음에도 법 위반으로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해썹 인증 업체가 원칙을 위반하면 인증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이런 문제는 제조사의 선의에 기대기 보다 식품 안전 관리 인증 및 사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식약처는 전국적으로 올 6월 기준 해썹인증 업체가 6972개를 넘어서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을 늘리더라도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내년 국감에선 해썹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감독 기관인 식약처의 개선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

2020-10-25 15:07 김승권 기자

[기자수첩]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뜬금없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 구축 사업’ 계획이 포함돼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2021년부터 부동산 거래를 원스톱 비대면 거래로 바꾸고 VR, AR 등의 기술을 통해 집을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다.기획재정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은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공모형 과제의 예시로 실증사업 추진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사업 과제와 추진방식은 공모과정을 통해 추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두고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가 없으니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이라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번에도 소통 없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놓은 것 자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의견도 있다.여러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논란의 불씨가 중개 수수료로 옮겨 붙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며 공인중개사가 분노의 표적이 되는 익숙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부동산 수수료는 법으로 한도액이 정해져 있으며, 최근 부동산시장의 혼란으로 집값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중개 수수료 또한 그에 비례해 대체로 높은 양상을 띠는 것이다.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부동산거래 사기를 방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현장 실사가 꼭 필요하다.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고, 개업 후 그 지역의 사정에 빠삭한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믿기 때문에 집을 구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는 것이다.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공인중개사의 업무와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 변화의 종류와 범위 등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수많은 공인중개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부는 중개사의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독단적인 정책 수립을 멈추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chae@viva100.com

2020-10-22 14:28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K바이오 선구자의 몰락

송영두 산업IT부 기자국내 바이오 벤처 업계 선구자, 신약 개발 분야 권위자로 칭송받던 이들의 신세가 더없이 처량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낯선 영역이었던 보툴리눔 톡신과 유전자 치료 분야를 이끌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K-바이오의 혁신을 이끄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20년도 이제 두 달 남긴 현재, 혁신을 이끈다던 그들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메디톡스와 헬릭스미스, 정현호 대표와 김선영 대표 이야기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헬릭스미스는 당장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고, 메디톡스 역시 두 번의 품목허가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리며 회사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할 입장이다.메디톡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1년 동안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두 번이나 받은 기업이 됐다.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은 올해 6월 원액 바꿔치기와 국가출하승인 자료 위조가 드러났고, 이달 19일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헬릭스미스는 지난해부터 큰 우려를 샀다. 9월 유전자 치료 신약 ‘엔젠시스’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의 동력을 잃었고, “앞으로 2년간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라던 주주들과의 약속까지 어기면서까지 했던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는 고위험자산 투자와 대규모 손실로 귀결됐다.이 같은 사태에 업계는 장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도약을 확신한다며 투자를 이끌었던 정현호 대표와 김선영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성난 여론과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홍보팀과 IR 담당자일 뿐, 선구자와 권위자라던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억울함만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지금 그분들 어디 계시죠?”송영두 산업IT부 기자 songzio@viva100.com

2020-10-21 14:21 송영두 기자

[기자수첩] 의대생은 장학금보다 서울 근무 원한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공중보건장학의 시범사업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공중보건장학의 사업은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에게 연 2040만원 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의사면허 취득 후 장학금을 받은 기간 만큼 지역 의료기관에 복무하게끔 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기간을 정하지 않고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하지만 지원자가 적어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9월 14일 하반기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이 적어 지난 7일 모집 연장 공고를 다시 냈다. 지난해에도 정원(20명)에 절반도 안 되는 8명만 모집했다.이처럼 공중보건장학의 제도가 의대생·의전원생들의 외면을 받는 배경에는 지원을 끌어낼만한 ‘인센티브’가 적다는 의견이 다수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다수 의대생들의 가정 경제력이 높아 굳이 정부 장학금을 받고 내키지 않는 지역에서 복무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정도 장학금을 받고 지방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 해 2000만원이 넘는 장학금 지급도 별 실효성이 없게 된 것이다.여기에는 서울 선호·지방 기피라는 의사들의 숨길 수 없는 욕망도 자리하고 있다. ‘장학금보다 서울 근무’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복지부의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때문에 의대·의전원생의 의지에 기대기보다는 의대생 선발부터 지역 의료기관 복무를 염두에 둔 전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중보건장학의 사업 부진은 역설적으로 공공의대가 왜 필요한가의 한 근거가 되고 있다.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

2020-10-19 14:31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2차 피해도 줄여야 진정한 방역 선진국가

정치경제부 한장희 기자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의 성과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에서 하루에만 수천·수만 명씩 확진되면서 이들을 기점으로 2차 대유행(팬데믹)이 본격화 하는 조짐이다. 한국도 몇 차례의 위기를 맞았지만 수일에서 수십 일간 강화된 방역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내 진정세로 접어들곤 했다.이에 한국은 세계에서 방역선진국으로 급부상했고, 이른바 한국식 방역조치를 배우려는 나라까지 나오면서 K-POP 등 K-컬쳐에 이어 K-방역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그러나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역학조사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만으로 확진자들이 사실상 죄인 취급 받게 되거나 기피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2차 피해자들도 나오고 있다.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유명무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사회인 경우 더욱 심각하다. 최근 경기도 외각의 소도시에 70대 여성이 데이케어센터에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여성을 통해 남편과 자녀, 손자, 손녀 모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지역사회에 소문으로 이어졌고, 온 가족이 완치가 됐지만, 2차 피해는 계속됐다.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자녀가 운영하던 가게에 손님이 끊기면서 경영난을 겪게 됐다.이 70대 여성은 온 가족을 감염시켰다는 죄책감에 자녀의 경영난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이르게 됐다. 코로나19를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는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완치자에 대한 혐오나 기피현상을 줄이기 위한 국가차원의 캠페인과 지자체 등 지역사회의 보듬기가 절실해 보인다. 이를 통해 완치자도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방역 선진국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2020-10-18 14:21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개막 앞둔 부산국제영화제에 박수를!

이희승 문화부 차장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21일 개막해 30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뀐 상황에서 칸과 베니스등 3대 영화제마저 취소되거나 축소됐기에 BIFF의 이번 선택에 많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관객들의 대기줄도, 곳곳에서 도움을 주던 자원봉사자도 없다.개·폐막식 레드카펫 행사는 물론 야외무대 인사까지 모두 열리지 않는다. 매해 해운대 앞바다를 환호로 뒤덮었던 해외 게스트들도 볼 수 없다. 올해만큼은 유명 스타나 감독의 초청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 영화제측의 공식 발표다.해마다 20만명 정도의 관객이 찾는 BIFF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광역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 행사다. 그만큼 상당한 고민과 신중한 결정이 오고갔을 터. 애초 발표된 일정보다 2주 연기한 강단과 소수의 관객이라도 극장에서 제대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에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영화제는 페스티벌의 성격이 강한 행사다.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BIFF는 오롯이 ‘영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외국 영화인 경우는 온라인 관객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상영관은 오직 영화의 전당 5개의 스크린으로 한정했다. 초청작 68개국의 193편으로 1편당 1회씩만 상영한다.매해 300편이 선정돼 상영되던 이전과 달리 올해 선정작은 192편에 그쳤지만 그만큼 알찬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실 한국은 유난히 영화제가 많은 나라다. 최근 30년 사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영화제를 비롯해 장르적으로도 세분화된 영화제만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다는 영진위의 통계도 나왔다. 해외 취재진들 역시 한국의 다양한 영화제에 깜짝 놀란다.실제로 재작년 넷플릭스의 아시아 정킷 당시 싱가포르에서 만난 대만 기자는 “한국에는 노인, 동물 영화제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어왔다. 그때의 대답은 “29초 영화만 전문으로 경쟁하는 영화제도 있다”고 말했지만 올해는 다르다.지난 2013년 시작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7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수도권 지역의 한 청소년 영화제도 3회를 끝으로 사라졌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영화제를 지속가능한 행사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크다.정권이 바뀌거나 지역 예산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도 영화제다. BIFF 역시 최근까지도 이런 성장통을 겪었다. ‘다이빙 벨’ 상영논란과 갑작스런 스폰서의 계약해지, 예산 부족으로 영화제를 이끈 수장들이 뒤바뀌기도 했다. 그렇기에 올해 BIFF의 선택은 다른 영화제에 많은 영향을 끼칠게 자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거듭난 BIFF가 K방역의 힘을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20-10-15 14:22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배달은 공짜일 수 없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최근 뮤지션이자 작가인 이랑의 에세이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를 읽다가 뜨끔한 일이 있었다. 인터뷰에는 인터뷰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인터뷰 대상이 되는 사람의 노동력도 들어가는데 늘 인터뷰 대상인 자신만 돈을 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노동에는 마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알고 있음에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 했다. 또 이렇게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게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다 배달 플랫폼 라이더들이 떠올랐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가 등장하기 전까지 식당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썼을 때에는 무료로 음식을 배달해주는 곳이 꽤 많았다. 그때 기억이 남아있어서 인지 음식 값에 배달비가 2000원, 3000원 붙으면 주문이 망설여 지기도 하고 무료 배달이 되는 곳이 있나 한 번 더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이 또한 배달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노동의 대가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졌던 이번 여름에도 배달 노동자들은 우천 할증을 받기 위해 더 많이 달렸다. 쿠팡이츠는 태풍 예보에도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라이더들의 배달 참여를 독려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 배달원 연봉이 1억원을 넘겼다는 보도가 나갔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절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고 말한다. 배달 플랫폼에 소속된 배달 노동자들은 월급이 아닌 건당 배달비를 받는 1인 자영업자다. 따라서 기본 배달비는 낮은데 비가 올 때만 반짝 배달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원을 모으면 배달 노동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들은 지속 가능한 배달산업을 위해서는 기본 배달료를 높이고, 과도한 프로모션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감히 말씀을 드리면 배달은 공짜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

2020-10-14 14:08 노연경 기자

[기자수첩] 다시 부활한 '낙태죄' 논란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정부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을 유지하고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낙태죄 부활’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제출한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안 대로라면 ‘낙태죄’는 유지되고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 조건은 형법 조항으로 격상된다.이는 그동안 여성계가 낙태의 죄를 규정한 형법 27장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과 배치된다. 여성계는 낙태와 임신중지를 범죄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여성 신체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이 주장은 지난한 문제제기 과정 끝에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문에도 담겼다. 헌재 결정문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헌재가 낙태 허용 기간을 최대 22주로 정했으나 정부는 허용 기간을 14주로 단축 시킨 것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임신 주수 제한은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도 임신 주수 제한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명확성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않은 것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이번 개정안은 관련 부처들이 1년 6개월 간의 숙의를 거친 결과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국가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yonyon@viva100.com

2020-10-12 16:34 용윤신 기자

[기자수첩] 중고차 시장, 대·중기 상생 가능할까

산업부 이효정 기자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는 그간 뜨거운 감자였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허위 매물 등으로 인한 중고차 구매 소비자의 불만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쾌적해질 수 있느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우선,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의 가격과 거래 관행 등에 문제를 지적하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대기업이 진출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수입차 업체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문제도 지적한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진출하면 시장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량 실직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이 독과점하면서 ‘인증 중고차’라는 명분으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소비자 부담 역시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물론,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성장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중고차 거래가 신차 구매의 두 배가량 되지만, 한국은 1.2배로 상대적으로 중고차 구매 비중이 신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는 시장이 작지만 향후 더 커질 여지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다 보니 잡음이 들끓고 있다. 이럴 때는 각자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해법 아닐까. 무엇보다 중고차의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들을 위한,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시장을 독식할 수 없는 장치를 마련하고, 중고차 매매업은 투명한 생태계 조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으며 함께 시장 규모를 키워 선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 중고차 시장의 변화와 발전을 기대해본다.산업부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

2020-10-11 14:42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뉴딜펀드가 'K-펀드' 되려면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최근 정부가 5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계획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발표서부터 여러 혼란과 논란을 가져오며 ‘관치펀드’, ‘혈세펀드’란 오명을 얻어서다.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 +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의 3가지 축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재정·세제지원 등을 통해 장기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뉴딜사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은 자율성·창의성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설계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 국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모 방식의 펀드를 활성화해 뉴딜사업 투자 성과 공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월 초 정책형 펀드 구조를 설명하면서 “정책형 1억원을 투자했을 때 30% 손실이 발생해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세금으로 민간 펀드 손실을 보전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재정의 우선적인 부담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또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번 정부 들어 각종 정책에 금융회사가 동원됐는데, 이번 뉴딜펀드까지 더해져 그 부담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돌연 삭제됐고, 그 배경을 둘러싼 ‘여의도발 지라시’는 광화문, 강남 할 것 없이 오피스 상권에 금세 퍼졌다. 뉴딜펀드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본 정부관계자가 크게 격노해 압박했다는 것이 지라시의 내용이다.K-뉴딜지수를 추종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날(7일) 코스피에 상장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초 도입한 K-뉴딜지수가 한 달 만에 하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불안한 출발이다. 뉴딜펀드는 정부가 낳았지만, 이제는 시장에 맡겨 스스로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한민국 대표 펀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

2020-10-07 14:10 이정윤 기자

[기자수첩] 억대 발코니 확장비 말이 되나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최근 수도권에서 분양을 앞둔 한 아파트에서 발코니 확장비가 무려 1억원이 넘게 나오면서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값만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이제는 발코니 확장비마저 1억원이 넘는 시대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돼서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자동차를 구매할 때 이른바 옵션이 모두 빠진 ‘깡통 차’가 나오는 것처럼 아파트도 이젠 ‘깡통 아파트’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담긴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발코니 확장이 선택사항인 만큼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아파트 설계가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확장하지 않으면 거실이나 방이 좁게 느껴진다. 또 계약자가 입주 후 개별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하면 누수와 결로 등의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대부분 분양 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수요자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1억원이 넘는 발코니 확장비 아파트는 극히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에서 발코니 확장비나 유상옵션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곳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결국 높아진 발코니 확장비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져 가고 있는 모양새다. 불만이 쌓인 소비자들이 참다 못해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까지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업계에서는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HUG 분양가 심사 강화는 물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줄어든 수익을 채우기 위해 발코니 확장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정부 분양가 규제의 헛점을 이용한 건설사들의 꼼수로 소비자들의 불만만 늘어나고 있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0-10-05 14:32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펭수·이근 대위·백종원…'정치쇼' 대신 '정책국감'의 필요성

표진수 정치경제부 기자누구나 ‘정책국감’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증인을 통한 ‘정치쇼’와 코로나19로 인한 ‘맹탕국감’이 우려된다.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국감)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증인과 참고인 섭외에 열을 올리며 정치쇼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EBS 캐릭터 ‘펭수’ 연기자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농수산물 판매 촉진 논의를 위해 백종원 더 본코리아 대표와 특수부대 출신 유튜브 스타 이근 대위도 참고인으로 섭외하려고 했지만 불발됐다.매년 국감 때면 이처럼 누가 증인, 참고인으로 나오느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국감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지만 정치쇼로 전락할 것은 뻔하다.또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리스크로 밋밋한 국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며칠씩 문을 닫은 바 있다.실제 국감 기간 중 확진판정을 받은 의원이나, 정부 관계자가 나오면 국회는 모든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증인 채택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감현장에 참석하지 않게 되면 맹탕국감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자리다. 특히나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책국감이 필요한 때다. 정책국감으로 진행된다면 코로나19 여파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증인 채택이 제대로 되지 않더라도 비대면 화상회의 시스템 등으로 정책국감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각종 리스크에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대한민국이 K-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만큼 국회 또한 생산·성공적인 K-국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표진수 정치경제부 기자 vyvy@viva100.com

2020-10-04 11:39 표진수 기자

[기자수첩] 추석 특별방역 끝나도 경각심 유지해야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이번 추석 연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중대 고비다. 정부는 확산 억제를 위한 ‘추석 특별방역’을 10월 11일까지 실시한다.지난 27일 종료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2주간 연장한 것으로, 이 기간에는 추석 특성에 맞는 별도 방역수칙도 지켜야 한다.우선 정부는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를 금지했다. 모임 금지 행사는 전시회와 박람회, 설명회, 공청회, 학술대회, 기념식, 수련회, 집회, 페스티벌·축제, 대규모 콘서트, 사인회, 강연, 마을잔치, 지역 축제, 민속놀이 대회 등이다. 결혼식과 동창회, 동호회, 야유회, 회갑연, 장례식, 돌잔치, 계모임 등도 금지 대상이다.하지만 산발적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굳이 추석 연휴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이 있지만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서울 전역에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2단계로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방역의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특히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생활방역의 기본이지만, 한 운동시설에서는 회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강사 본인도 착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사람을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형국이다.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감염 위험이 높은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내린 채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내달 11일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끝나더라도, 방역에 대한 고도의 시민의식과 공감대를 가지고 함께 코로나19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것이다.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

2020-09-28 14:23 홍보영 기자

[기자수첩] 文정부 부동산 정책, 임대인과 임차인 분쟁 부추긴다

이연진 건설부동산부 기자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정책 추진으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 갈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앞서 유예기간 없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세입자간 갈등이 불거진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도 임대인과 임차인간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늘어나는데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정부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시행일 이후 6개월 동안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1급 법정 감염병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도 청구할 수 있게 했다.우선 임대료 인하폭과 기간이 제시되지 않아 해석의 폭이 지나치게 넓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세금 등 늘어난 고정비 감당이 쉽지 않아, 임대료 인상 등 기존 임차인에게 본 손실을 신규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데도 정부 대책은 임차인 보호에만 치우치고 있다. 임대인들은 임차인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료 인하를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한 장치가 마땅치 않다. 이를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엔 상가분쟁조정위의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는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타당성과 장단점, 시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이런 절차를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이해당사자들간의 갈등만 키우는 결과만 만들고 있다.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

2020-09-27 14:45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AI에 올바른 가치관 심어줄 때

정길준 산업IT부 기자막강한 컴퓨팅 자원과 초고속 통신 인프라의 확산으로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단순히 전자기기의 빠른 연산속도에 의존해 쉽게 답을 유추하는 데 그쳤던 초기 버전을 뛰어넘어, 이제 AI는 사람 대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혁신 기술로 자리매김했다.하지만 AI도 엄연히 인간에 의해 탄생한 기술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일일이 대입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던 과거의 한계를 벗어나 사람처럼 ‘경험에 의한 추론’의 개념을 도입했다. 설계자는 가중치에 변화를 주며 AI가 우리가 원하는 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겉으로 보기에 AI는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손길 없이는 무의미한 함수와 변수가 난무하는 뜻 모를 소스 코드에 불과하다.이달 중순 정치권에서는 국내 포털 뉴스 편집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정 세력의 기사가 자주 메인에 노출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포털은 AI가 모든 뉴스 편집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히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를 보고 다음 창립자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AI는 우리가 설계한 대로 혹은 우리의 현상을 반영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라며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철저하게 알고리즘에 의해 계산기처럼 움직인다. ‘1+1’처럼 답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 비 오는 날 막걸리를 추천해도 되는가’처럼 애매한 문제를 접했을 때 가이드를 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최근 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포털의 인기 예능 콘텐츠 상위 랭킹에는 해당 배우가 수년 전에 출연했던 영상 여러 개가 줄줄이 올라왔다. AI의 시대, 이제 데이터가 아닌 가치관을 심어줄 때다.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

2020-09-24 14:07 정길준 기자

[기자수첩] 뱁새 가랑이 찢으려는 문재인 정부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서 힘겨운 짓을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뜻의 유명한 속담이다. 기자는 이 말을 현 문재인 정부에 던져주고 싶다. 코로나19라는 좋은 핑계를 쥐고 황새를 따라 재정을 쏟는 현 정부에 말이다.국란(國亂)이라 불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물론 불가피하다. 하지만 재정확대가 비단 이번 위기에만 그랬나.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였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올해는 39.8%로 3.8%포인트 오른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급증으로 정부 임기를 마치는 2022년에는 50.9%에 이르러 무려 14.9%포인트 뛰게 된다.혹자는 반박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지출 급증을 빼면 매년 국가채무비율 증가는 1%포인트 미만으로 전임 박근혜 정부 1.3%포인트보다 낮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자. 과거 박근혜 정부도 재정건전성 논란에 시달렸고, 비판에 앞장섰던 게 당시 야당인 현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다. 한 해 국채 발행 및 차입금 규모가 GDP의 0.35%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제출키도 했다. 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의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당시 민주당은 옳았다. 우리나라는 달러 등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국가가 아니기에 국가채무가 불어나면 원화에 대한 신뢰가 즉시 떨어져 상환 압박을 받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며, 외환이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한 마디로 ‘가랑이’가 찢어진다. 이를 우려해 재정건전화법을 외치던 민주당이 집권한 지금 달라진 것이다. 희소식은 정부가 조만간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재정준칙을 내놓을 계획이란 것이다. 찢어지기 전에 어서 가랑이를 닫기 바란다.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

2020-09-23 11:07 김윤호 기자

[기자수첩] 유통업계, 진짜로 변해야 산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맛집 브랜드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늘리고 체험형 매장을 강화하고…’유통업계에서 지금도 자주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7년 전부터 이미 업계에서 나오고 있던 이야기였다. 당시 유통업계는 ‘변해야 산다’는 문구를 내걸고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했다. 그간 백화점, 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에 유명 맛집을 유치하거나 상품 등 콘텐츠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2020년, 유통업계에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과거와 양상이 좀 다르다. 플랫폼의 변화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소비자의 유행, 기호에 따른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편리함 등 우선하는 가치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그간 유통업계에선 소비 방식 변화의 시그널들이 관찰됐다. 출혈경쟁으로 금방 무너질 것 같았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쇼핑 성장을 이끌며 시장에서 버틴 것이 대표적이다. 무게추가 점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전환의 방아쇠를 당긴 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다.오프라인 중심 유통업체는 소비 플랫폼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최근 백화점업계가 식품관 조리음식을 인근 아파트나 오피스 상권으로 배달하는 것은 플랫폼 변화에 따른 하나의 전략으로 꼽힌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새벽배송에 적극 나서고 있는 SSG닷컴이나 생필품 1시간 배송에 뛰어든 롯데온의 행보도 플랫폼 변화에 따른 예로 볼 수 있다.코로나19 발생 후 우리 사회는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이제 쇼핑사업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변해야 산다’는 말이 주는 무게감도 7년 전과 달라야 한다.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

2020-09-21 14:55 유승호 기자

[기자수첩] 개미 눈치보는 정부, 코스피 ‘포퓰리즘’

(사진=이은혜 기자)홍콩계 증권사 CLSA 서울지점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했다’(Moon’s debut as a fund manager) 보고서를 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관제펀드 ‘뉴딜펀드’가 수익률이 마이너스 35%까지 오르더라도 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올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공매도를 3월부터 9월까지 금지시킨 뒤, 지난달 금지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공모주 배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비중(20%)을 확대하는 방안과 세부 배정방식을 바꿔 소액 투자자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증시가 오르면 ‘경기가 좋다’는 인식이 생긴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을 증시로 유인해 경기가 좋다는 인식을 고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증시에 수십조원을 쏟아 부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3월처럼 증시가 과도하게 폭락했을 때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으로는 좋을 수 있겠다.최근 코스피가 2년래 최고치까지 오르고 공모주 청약에 6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쏟아졌으며 신용융자잔고는 17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규 신용융자 약정을 일시 중단했다. 이처럼 증시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우는 방침들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꺼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에게 공모 시장을 더 크게 열어주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동학개미’를 앞세워 시장의 과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20-09-20 13:54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정유사들의 이유있는 변신

전혜인 산업IT부 기자‘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개인의 일상부터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문장이 됐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업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는 곳도 있다. 불황의 계곡에 빠진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정유사들의 불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정유 산업은 약 3년 주기로 ‘업-다운’을 반복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불황의 수준이 예상됐던 수준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국내 정유사들(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5조원이 넘는 초대형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BP와 엑손모빌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들 역시 최근 실적 악화를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정유 산업의 다운사이클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지면서 업계는 생존을 위해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를 넘어선 대체에너지 사업이 그 대안이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직 적자 구간에 머물고 있으나, 미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배터리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춘 수소 충전 사업도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정유사들은 앞다퉈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라는 명칭으로 주유소와 충전소를 합친 형태의 대형 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대와 수소충전소 450개를 구축한다는 정부의 청사진에 정유 업계도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어쩌면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이들 기업들을 ‘정유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

2020-09-17 14:44 전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