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바이오 선구자의 몰락

송영두 기자
입력일 2020-10-21 14:21 수정일 2021-06-12 02:58 발행일 2020-10-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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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영두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국내 바이오 벤처 업계 선구자, 신약 개발 분야 권위자로 칭송받던 이들의 신세가 더없이 처량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낯선 영역이었던 보툴리눔 톡신과 유전자 치료 분야를 이끌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K-바이오의 혁신을 이끄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20년도 이제 두 달 남긴 현재, 혁신을 이끈다던 그들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메디톡스와 헬릭스미스, 정현호 대표와 김선영 대표 이야기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헬릭스미스는 당장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실패할 경우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고, 메디톡스 역시 두 번의 품목허가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리며 회사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할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1년 동안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두 번이나 받은 기업이 됐다.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은 올해 6월 원액 바꿔치기와 국가출하승인 자료 위조가 드러났고, 이달 19일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부터 큰 우려를 샀다. 9월 유전자 치료 신약 ‘엔젠시스’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의 동력을 잃었고, “앞으로 2년간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라던 주주들과의 약속까지 어기면서까지 했던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는 고위험자산 투자와 대규모 손실로 귀결됐다.

이 같은 사태에 업계는 장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도약을 확신한다며 투자를 이끌었던 정현호 대표와 김선영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성난 여론과 투자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홍보팀과 IR 담당자일 뿐, 선구자와 권위자라던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억울함만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생각난다. “지금 그분들 어디 계시죠?”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songzi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