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유사들의 이유있는 변신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09-17 14:44 수정일 2021-06-12 02:52 발행일 2020-09-18 19면
인쇄아이콘
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은 개인의 일상부터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문장이 됐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업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는 곳도 있다. 불황의 계곡에 빠진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정유사들의 불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정유 산업은 약 3년 주기로 ‘업-다운’을 반복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불황의 수준이 예상됐던 수준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국내 정유사들(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5조원이 넘는 초대형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BP와 엑손모빌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들 역시 최근 실적 악화를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 산업의 다운사이클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지면서 업계는 생존을 위해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를 넘어선 대체에너지 사업이 그 대안이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직 적자 구간에 머물고 있으나, 미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배터리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춘 수소 충전 사업도 수면 위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정유사들은 앞다퉈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라는 명칭으로 주유소와 충전소를 합친 형태의 대형 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대와 수소충전소 450개를 구축한다는 정부의 청사진에 정유 업계도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어쩌면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이들 기업들을 ‘정유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