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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첩

[기자수첩] 탈원전 '일방통행' 안된다

윤인경 산업IT부 기자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온라인 공청회 후 28일 확정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날치기로 통과됐다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논의하는 심의회는 2019년 12월 이후 작년 11월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최종 공청회와 계획 확정일 간 기간이 4일로 지나치게 짧아 여론 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합법적인 의견 수렴 없이 ‘날치기 통과’를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9차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탈원전과 태양광 보급 확대로 인한 비용 추산이 빠져 있어 국민들이 전기요금 인상 폭을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담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8%로, 당초 설정한 목표보다 다소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는 원전과 석탄보다 단가가 높은 만큼 전기요금 인상 등 결국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이 돌아오게 된다.지난해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여론은 66%로 나타났다. 원전은 여전히 경제성과 전력수급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재 공사가 보류된 상태인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한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와 불과 3일 만에 3만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도 국민적 합의가 따르지 않으면 동력이 약화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차인 올해 탈원전 정책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방적 드라이브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윤인경 산업IT부 기자 ikfree12@viva100.com

2021-01-07 14:11 윤인경 기자

[기자수첩] "잠시 안녕" 멀티플렉스의 비명

이희승 문화부 차장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는 어린시절 영화관이 전부였다.그곳에서 알프레도 아저씨를 만났고 아버지의 정을 느꼈으며 첫사랑에 빠졌다. 결국 유명 감독이 된 그는 백발이 되어 그곳을 찾지만 마을의 사랑터였던 영화관은 폐허가 된 지 오래. 결국 고향을 떠나 자신의 작업실에서 수없이 잘린 여러 영화의 키스신을 보고 다시금 예술혼을 불태운다.그렇게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휴관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미지수다.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지난해 전국 8개 지점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새해 들어 4개 지점이 추가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4일 CGV에 따르면 안동, 청주성안길, 대구칠곡, 해운대 등 위탁점 4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움으로 영업일 조정에 들어갔다. 안동점은 이날부터 무기한으로, 청주성안길은 지난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구칠곡점과 해운대점은 1일부터 31일까지 영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영화관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CJ의 결정이라 극심한 영화계 보릿고개가 피부로 다가온다. 수년간 정치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던 회사였기에 이 같은 결정이 더욱 씁쓸하다. 지난해 ‘기생충’이 쓴 황금빛 영광을 이끈 지 1년만의 일이라 더욱 당황스럽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해외 진출이 타격이란 소리도 들린다.지난 2016년 터키 법인에 투자한 뒤 직격탄을 맞은 리라화 가치 폭락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팽배해진 바이러스 공포가 극장으로 향한 발길까지 막아섰다. 영화 티켓 한장 안팎의 값을 지불하면 안방에서 리모콘으로 편안하게 한달 간 무제한으로 영상물들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한개의 아이디면 PC와 휴대폰으로 연동도 된다.하지만 어린 토토가 그러했듯 영화관을 대체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데이트의 추억, 부모님의 손을 잡고 팝콘을 산 기억, 명절에 만난 가족들과 본 1000만 영화 등 우리네 삶에 깊숙이 스며든 ‘극장의 향수’는 얼마나 짙은가.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지난달 “대기업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임대료 인하를 비롯한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며 영화관이 입점한 건물주들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정부가 세금 혜택을 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버텨야 사는 게 아니다. 살아갈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줘야 버틸 수 있는 것이다.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

2021-01-06 13:56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오프라인 유통업체 혁신 '잰걸음'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에게 2020년은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소비전환이 급격히 일어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그로 인해 임원들은 짐을 싸고 임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했다. 운영하던 점포 수도 대폭 줄여야 했다.이 같은 위기 상황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장점유율을 따지기보다 누구라도 시장 전체를 성장시킬 만한 사업모델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밥그릇 자체가 작아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밥그릇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감은 유통기업 수장들의 자세도 변화시켰다. 지난달 롯데그룹은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경쟁업체인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초청했다. 유통공룡 롯데를 이끄는 사업 부문(BU) 임원 150여명이 김 대표에게 ‘유통 노하우’를 배운 것이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기업의 오너가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기업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1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직접 배추밭에 가서 배추를 활용한 요리를 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웬만한 기업 광고보다 더 좋은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예고했다. 정 회장은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아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올해는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

2021-01-04 14:10 노연경 기자

[기자수첩] 핀셋방역 강화·완화 반복…국민 불신 커진다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정부가 ‘핀셋방역’이라는 미명하에 방역대책의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국민의 피로와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2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간 다시 연장하기로 하면서 집합금지 대상이었던 스키장 등 빙상시설과 학원(9인 이하) 등 운영은 재개하고 5인 이상 모임은 금지하는 등 일부 조치를 조정했다.이는 앞서 지난해 11월 7일 정부가 발표한 개편된 거리두기 안에 포함되지 않는 조치들이다. 3단계 격상 기준으로 제시한 일주평균 하루 확진자 수 800~1000명도 충족됐으나 이번 발표에서도 3단계 격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이 같은 ‘+α(알파)’ 조치를 남발하면서 거리두기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거리두기 단계별 집합금지, 제한업종 등 간의 형평성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국민청원에서는 “현재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정책은 1차원적인데다 공통된 기준도 없다”며 “체육시설은 △실내냐 실외냐 △샤워장, 공용용품 사용제한 △시설 크기 대비 사용 인원 제한 △운동 구역 구분 △회원 예약제 관리 등에 따라 시설 운영에 대한 융통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나아가 31일 올라온 국민청원은 집합제한·집합금지 조치는 ‘불공정’하게 하면서 재난지원금은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카페는 3단계부터 매장내 취식을 금지해 사실상의 집합금지를 한 반면, 식당은 2.5단계까지도 매장내 영업을 허용한다”며 “24시간 내내 매장 내 취식불가하게 해놓고 집합제한업종으로 함께 묶어서 똑같이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지불하는 이런 개도 웃을 일을 누가 수긍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지 1년이 돼 간다. 코로나19를 더 많이 알게된 만큼 더욱 명확한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yonyon@viva100.com

2021-01-03 11:15 용윤신 기자

[기자수첩] 경제단체장들의 원망 섞인 신년사

이효정 산업IT부 기자“규제 장치로 기업의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영 상황이 어려운데 설 자리가 없다. 그야말로 ‘기업 때리기’에 불과하다.”기업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기업인들의 우려와 원망이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한 우려와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절박감이 눈에 띌 정도였을까.이는 최근 경제계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공정거래 3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집단소송제 등 추가적인 규제입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제·사회가 성숙하려면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는 방식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진적인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모든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정부에 올해 민간 경제주체가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과 조세 부담 완화 등 기업 세제 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집단소송 도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추가적 입법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경제단체장들이 정치권의 일방적인 입법 활동 등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올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도 코로나19 등으로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을 타깃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재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먼저다. 규제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이효정 산업IT부 기자 hyo@viva100.com

2020-12-31 13:35 이효정 기자

[기자수첩] 새해엔 씁쓸한 부동산 신조어 없기를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불과 2~3년 전만 해도 부동산 신조어라고 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대대광’(대구·대전·광주) 등 사람들에게 관심 높은 지역을 묶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 당시 신조어들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지인들과 “참 말들 재밌게 잘 짓는다”라며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부쩍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의 부동산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 나오면서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자극적 표현으로 느껴졌던 ‘영끌’(집을 사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패닉바잉’(공황구매), ‘빚투’(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빚까지 내 투자하는 현상) 정도는 이제 일상어가 된 것 같다.“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굽겠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장관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각각 ‘빵투아네트’와 ‘진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얻게 했다. 특히 두세 달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을 사지 않았을 뿐인데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를 ‘벼락 거지’, 정부가 공급하는 호텔 전세방에 사는 무주택자를 칭하는 ‘호텔 거지’란 자조 섞인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올해 들어서 나온 부동산 신조어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주택자들의 고통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일 폭등하는 집값과 전셋값에 모두 코로나 블루에 더해 ‘부동산 블루’를 겪고 있다. 이런 부정적 의미가 담긴 신조어는 결코 사회에도 좋을 리가 없다. 내년에는 누군가의 고통이 담긴 씁쓸한 부동산 신조어는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래본다.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

2020-12-30 14:12 문경란 기자

[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포인트 개편'인가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헷갈릴 정도다. 어느 금융사에 내 정보를 집중할지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저요’라고 외친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예전에는 회사마다 포인트를 적립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기업들이 자체 포인트 제도를 신설 또는 개편하고 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다양한 포인트를 모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는다.소비자는 보유한 각각의 다른 포인트들을 모아 필요한 곳에서 한 번에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포인트는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기업은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로열티를 높이고 자사 제품과 서비스 재구매 및 재사용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어 이용자 ‘락인(Lock-in·묶어두기)’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금융권은 올해 포인트를 활용한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하나카드의 하나머니 체크카드와 신한금융투자의 해외 주식 스탁백 서비스는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하나카드는 하나머니(포인트)를 활용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 체크카드’를 출시했다.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기존 토스머니와 별도로 ‘토스포인트’를 신설했다. 토스머니는 사용자가 직접 충전한 금액을 일컫는 반면, 토스포인트는 결제 시 지급하는 캐시백 혜택이나 이벤트 보상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포인트 정책이다.카카오페이도 고유 포인트 제도인 ‘카카오페이포인트’를 출시했다. 혁신인지 기존의 변형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금융당국은 혁신보다 금융소비자에게 더욱 친절한 내용을 제공하는 게 우선 아닐까.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

2020-12-28 14:09 홍보영 기자

[기자수첩] 새해 집값 상승이 걱정되는 이유

이연진 건설부동산부 기자nbsp;내년도 새해를 앞두고 집값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 연말 전국 곳곳에서 최고가를 거듭 갈아치우는 집값이 새해에도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내년에도 전국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143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매 응답의 69%, 전세 응답의 77%가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규제 정책을 발표했지만 예상과 달리 주택가격이 더 치솟으면서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며 ‘풍선효과’가 심각하게 감지됐다. 최근에는 지방까지 번졌던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서울과 수도권으로 환원되며 상당 기간 집값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사실 올해 역대 최고로 주택 가격이 치솟고 전세대란을 만들며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한 주요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 개정은 직격탄이 됐다. 주택 신규 공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책으로 수요를 막으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됐다.내년 집값의 향방은 전세와 연관이 깊다.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된다면 결국 매매가격을 끌어 올려 집값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으며 매매가격까지 자극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가격이 치솟고 품귀현상을 빚는 전세시장에 떠밀려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내년에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주거불안정성을 느끼는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

2020-12-27 15:08 이연진 기자

[기자수첩] 갈등 조장 정치, 합의제로 거듭나야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필자는 재작년 이맘때 ‘정치의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기자수첩을 작성한 바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정치의 의미에서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기자는 내용이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행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이다. 즉, 이해를 조정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2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같은 주제로 기자수첩을 작성한다. 그때와 달리 쟁점법안들이 올해는 시원하게 통과됐지만 야당의 항의불참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내세워 이뤄진 것이다. 그 만큼 정치권, 나아가 사회 갈등은 더욱 조장되고 있다.새해에도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소득양극화와 사회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이해를 조정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정치의 역할이 절실하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세력은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굵직한 선거들이 줄줄이 예정돼 여야의 정쟁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독재정권 종식 이래 수십년째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다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에 학계에서는 유럽과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다수라는 권력을 쥐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야기다.결국에는 선거다. 제도 개선은 여야 중 누가 우위인지 모르는 팽팽한 상황에서 비로소 이뤄진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나치게 쏠린 권력이 평형을 찾고 정치권 모두가 합의제를 위한 고민에 나서길 바란다.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

2020-12-23 13:42 김윤호 기자

[기자수첩] 증시는 이미 '콘택트 시대'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로 진입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지역별로는 인구수가 제일 많은 수도권에서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수백명대에 이르고, 일각에서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더라도 검사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역대급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 중임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3단계 격상 가능성에 포장 관련 종목이나 재택근무 관련 종목들이 들썩이고 있으나,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항공과 여행 종목은 벌써 내년 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모습이고, 언택트 종목들에선 진작 차익실현 매물이 빠져나와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코스피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에 없던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8만전자’ 가능성을 논하던 투자자들은 눈높이를 높여 ‘9만전자’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중이다. 코스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2700선을 넘겼다.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뉴욕의 한 간호사에게는 세간의 관심이 몰렸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여전히 수십만 명이다.물론 주식 투자는 현재보다 미래가치가 더욱 중요하지만, 증시만큼은 이미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미국의 백신 접종 후 경과, 국내에서는 첫 백신 접종 시기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부디 시장의 기대를 꺾지 않길 바란다.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

2020-12-21 14:25 이은혜 기자

[기자수첩]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전혜인 산업IT부 기자최근 몇 달간 전화 통화를 하게 될 때면 상대방에게 ‘방에서 일하는 중인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 일상적인 안부가 됐다. 임직원들의 안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하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잠시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조정됐을 때 잡아뒀던 연말 약속들을 취소하면서도 서로가 미안해하지 않게 됐다. 만나지 않는 것이 개인의 안부를 위해, 나아가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위한 행동’을 생각해보게 한다.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기업에도 그렇다. 전대미문의 충격 속에서도 기업들은 단기적인 생존이 아니라 위기 이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대답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ESG라는 용어는 이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최근 들어 보다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지금까지의 CSR이 봉사나 성금 등 기업이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의 활동으로 여겨졌다면, 요즘 화두가 되는 ESG는 보다 더 경영의 본질적인 면에 집중한다. 연말을 맞은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좋지만 친환경 사업 비중을 높이는 투자도 중요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필요하지만 공장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 활동과 환경오염에 대한 개선 작업도 중요시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기업이 돈을 잘 벌고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시간은 지났다. 이제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윤리적으로 지탄받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존경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2020-12-20 14:50 전혜인 기자

[기자수첩] '언택트 강타' 희비 갈리는 유통업계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코로나로 재택근무나 휴가신건가요?”, “XX일 점심인데 요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다음으로 미루시죠.” 올해 초부터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자들과 홍보팀 직원들 사이에 가장 많이 하게된 말들이다. 유례없는 코로나 확산세 속 기자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취재 환경도 대면보다는 전화나 이메일로 대체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기자들의 취재 환경만큼이나 올 한해 유통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유통공룡이라 불리며 언제까지나 유통가 중심에 있을 것 같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비침체, 정부에 규제까지 이어지며 하향세에 접어든 반면 매년 고질적 적자구조로 뭇매를 맞았던 쿠팡과 티몬 등 이커머스 업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통가의 새로운 중심으로 올라섰다.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2월부터 최근까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온라인 매출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코로나 19 이후에도 유통업은 오프라인 매장이 쇠퇴하는 반면, 온라인 채널이 확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꺼려왔던 소비재 생산업체들도 온라인 유통채널 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이에 따라 내년에도 유통가 현장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현장에서 각 유통기업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

2020-12-17 14:49 양길모 기자

[기자수첩] 독과점 22년…매듭은 스스로 풀어야한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이달 1일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지 22년째 되는 날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기간산업의 집중과 선택 차원에서 현대차를 기아차 인수 적임자로 꼽았다.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채권단은 기아차 부채 3조2800억원, 아시아차 부채 1조5800억원의 탕감과 함께 2조5200억원의 출자까지 보너스로 안겨줬다. 반면, 삼성차는 기아차 인수 좌절과 함께 정부 주도의 5대 그룹 영역 재편에 따라 자동차 산업에서 손을 뗐다. 대우차도 워크아웃 대상으로 전락, 순식간에 현대차 중심으로 얼개가 짜였다.22년 전 전문가들이 우려한 독과점 폐해는 지금도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도 독과점 부작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적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여러 회사를 지배하려는 목적이 짙은 순환출자는 총수 일가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실타래를 풀 수 없다.올해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회장은 미래차 패러다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된다며 굵직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단기간에 글로벌 5대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는 확신도 엿보인다.그러나 묵혀왔던 짐을 털어내야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삼성이 자동차 산업을 여전히 영위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해한다. 그 궁금증의 근원은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일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에도 일부 모델의 품질 결함에 따른 내·외수 차별 의혹이 불거졌다. 건전한 문제 제기에 해답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변화를 강조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일이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정 회장이 매듭을 풀어야 때다.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

2020-12-16 14:22 김상우 기자

[기자수첩] '칼 대 칼' 바이든시대 미중

김수환 국제부 차장지난 2019년 12월 15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미국은 민주당 조 바이든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있다.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중 관계는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았지만, 바이든 시대에도 상황이 낙관적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대표적인 이유는 중국의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를 미국이 간파했다는 데 있다.중국의 도전이 경제만 갖겠다는 게 아니라 외교 및 군사력 등 전방위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미국이 명확히 인식한 것이다.일례로 중국은 현재 전투함이 미국보다 많아졌다. 지난 15년간 해군력을 전속력으로 강화해 온 결과다.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펼쳐야 할 힘(군사력)의 대결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칼을 가는 소리도 점점 노골화되어 가고 있다.바이든이 미국의 무역협상 사령탑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내정한 대만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45)라는 인물은 중국에 대해 공격적 조치를 주문했던 강경파다. 중국은 대만과 양안관계(兩岸關係)로 대립하고 있는데 USTR 수장이 될 인물이 대만계인 것이다. 5G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자 대표선수 화웨이의 목을 죄었던 미국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술 6G로 무대를 옮겨 중국의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미국의 칼 가는 소리가 이처럼 거칠어지고 있으니 미·중과 이중 삼중으로 얽히고 설킨 한국이 태평할 수 있을까.막연한 바이든 낙관론에 취하기 앞서 냉엄한 현실을 주시하며 그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수환 국제부 차장 ksh@viva100.com

2020-12-14 14:07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사회적 거리두기와 은행 영업단축이 뭔 상관?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은행은 도대체 왜 단축 영업을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은행이 평소보다 30분 늦게 문 열고 30분 일찍 닫는다는 소식에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신규 확진환자가 급증하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연말까지 수도권 은행 영업 시간을 1시간 줄이기로 했다. 금융 소비자와 노동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2.5단계 기간이 길어지거나 단계가 강화되면 더 오래 단축 영업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으로 2.5단계 거리 두기가 확대되면 단축 영업하는 지역도 넓어진다.여론은 나쁘다. “이상한 논리로 이상한 소리하고 있다”는 비아냥만 가득하다. “국민 편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기들이나 편하려는 행동”이라거나 “놀고 싶어서”라는 욕이 쏟아졌다. “영업 시간을 줄이면 사람들이 더 몰릴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느냐”며 “이용자가 분산되도록 영업 시간을 반대로 늘려야 할 것 같다”는 다소 건설적인 비판도 있지만, 대부분 모진 말이다.은행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람들끼리 마주하는 시간을 줄여 코로나19를 막겠다는 입장일테다.모바일뱅킹을 비롯한 비대면 거래가 늘었다는 점으로 미뤄 애초에 영업점 올 손님이 줄었다는 사정도 알고 있다. 입출금과 이체는 물론이고 요즘엔 웬만한 금융상품도 손가락만 까딱하면 가입된다.누군가는 “은행 간지 6개월 넘은 것 같다”며 “은행원들 그냥 하루에 4시간 일해도 좋다만 대신 급여도 적게 받으라”고 말한다. 그만큼 은행을 향한 믿음이 두텁지 않다는 뜻이다.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20-12-13 15:02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부실기업 선제적 구조조정 나설 때

박종준 산업IT부 차장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한 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지난해에만 4064개에 달한다. 그 비중도 14.8%로 사상 최고치다.문제는 이들 기업이 제때 구조조정을 하기 보다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어야 할 이들 기업에 정부의 재정 확대를 통한 금융지원이 되레 ‘산소호흡기’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한계기업의 보유 부채가 외감기업 전체 부채의 13%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 방증하고 있다. 부실기업은 이제 금융권의 골칫덩이를 넘어서 한국경제를 일거에 붕괴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일자리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은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저할 경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미 우리에게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막대한 유무형의 수험료를 냈던 학습 효과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연은 소모적일 정도다.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라는 점은 저금리 기조에 기대 장기간 연명하면서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해준다. 채권은행이나 금융당국은 더 이상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업 선별 기능을 강화해 선제적 구조조정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으로 인한 기업의 부실 규모와 이에 따른 우리 경제의 곪은 상처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로 내년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끝날 시점에 잠재 부실이 일시에 현재화하는 절벽 효과에 대비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지금 필요하다.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

2020-12-10 14:08 박종준 기자

[기자수첩] 확진보다 낙인이 두려운 연예계

조은별 문화부 차장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며 가장 두려운 것은 확진이 아닌 ‘낙인’이다. 이제는 흡사 감기처럼 누구라도 코로나19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행여 확진될 경우 “어딜 그렇게 쏘다녔느냐”는 따가운 눈총과 질책이 쏟아진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민폐를 끼치는 ‘인간 바이러스’가 되는 형국이다.2월 대구 신천지를 시작으로 5월 이태원클럽 발 유행, 8월 광복절 집회에도 비교적 코로나19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은 연예계도 최근 대유행 앞에 속수무책이다. 촬영장에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1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무대 위에 오르는 연예인들은 분장 단계부터 마스크를 벗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에 온전히 노출되니 사실상 목숨 걸고 촬영하는 셈이다.각종 드라마의 스태프들과 보조출연자들이 확진되면서 온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태프야 필수인력이지만 일용직인 보조 출연자는 감히 드라마 촬영을 멈추게 했다는 ‘괘씸죄’로 인해 다시 기용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아이돌 가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이찬원 확진으로 TV조선은 아예 사옥을 폐지했다. 그룹 업텐션 멤버 비토, 고결이 확진되면서 같은 음악 방송에 출연한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가수 청하는 스포츠재활센터 확진자 발생으로 양성판정을 받은 뒤 온갖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친한 동료 아이돌 가수들과 식사 모임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건 모임 뒤였지만 악플러들에게 선후관계는 중요치 않다.이쯤되면 K방역은 ‘확진자 낙인’을 두려워한 시민들의 자발적 거리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도한 비난과 삿대질로 점쳐진 ‘멍석말이’를 멈춰야 할 때다.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

2020-12-09 13:59 조은별 기자

[기자수첩] 코로나19 시대, 자영업자를 살리는 다른 방법은?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현실적으로 폐점에 직면한 업체가 상당수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서울 휴게음식점의 연간 폐업률은 2016년 49.1%, 2017년 56.9%, 2018년 63.3%로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1분기에는 66.8%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폐업률은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3차 재난지원금을 자영업자들에 선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하지만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내 자영업 특성상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고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창업해서 업력이 1년 이상 되지 못하는 신규 창업자들은 지원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례로 공무원 등 복지카드의 사용처를 일시적으로 확대해 배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풀고, 인건비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들에게 지원하던 청년 창업 지원을 소규모 외식업체에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돌리는 것이다.일부 지자체는 각종 문화 예산을 코로나19 긴급 예산으로 돌리고 있지만 사실상 자영업자들을 위해 들어가는 금액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한국은 자영업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자영업 비중이 높다. 전체 산업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에 달할 정도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자영업이 무너지면 경기 회복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

2020-12-07 16:13 김승권 기자

[기자수첩] 서초구 중대형 사는 변창흠, "중대형은 과소비다" 과거 발언 논란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기자김현미 장관의 구원투수로 변창흠 LH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됐다.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집값과 전·월셋값 급등에 들끓고 있는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변 사장은 지난 200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다. 2인 이하 가구 비율이 50%에 육박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면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주택 과소비의 전형이며 투기적 수요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다음해인 2006년 서울 서초구 소재 중대형를 매입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이 아파트의 가액을 5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최근까지 없어 현재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인근 부동산 시세를 고려하면 약 18억원으로 부동산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 시세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에서 10억원을 훌쩍 넘었다.임대차법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주는 ‘3+3년’, 또는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유지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두 번 주는 ‘2+2+2년’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그로부터 2년, 정부가 지난 7월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제(2+2년), 전·월세 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뒤 역대급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 임대차법이 개정됐더라면 부동산 시장은 더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게 뻔하다.이런 변 내정자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2020-12-06 15:39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동학 개미의 조바심, 제약사는 괴롭다

송영두 산업IT부 기자“죽겠습니다. 종일 전화통만 붙잡고 있습니다.”최근 만난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주주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 통씩 걸려오고, 응대를 하다 보니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이 이뤄지고,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점 찍으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뛰어든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은 동학 개미들의 불타는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하루하루 주주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홍보 및 IR 담당자 대부분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상 진행 정보와 신속한 결과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길 바라고, 악재가 발생하면 대안을 내놓아 주가 하락을 막았으면 하는 주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임상 진행 현황을 묻는 문의부터 회사에 온갖 불만을 늘어놓는 상황이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이런 불만 어린 행동들은 주주 카페나 단톡방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호재가 있어도 전화에 불이 나고, 악재가 있어도 전화벨은 쉬지 않고 울린다. 호재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회사가 마케팅을 잘못해서라는 지적부터, 악재 발생 시에는 받자마자 거친 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물론 피땀 흘려 번 돈을 투자한 만큼, 주주들의 조바심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기업과 투자자는 공생 관계에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할 때다.송영두 산업IT부 기자 songzio@viva100.com

2020-12-03 14:01 송영두 기자